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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묵언(默言)

2004년 7월 초순 어느 날.전주지방검찰청의 검사장으로 부임 후 관내 지청 중에서 처음으로 정읍지청을 지도방문하였다. 10여년전 정읍지청장으로 재임하였던 시절에도 열악한 청사(廳舍)사정으로 인한 어려움이 하나둘이 아니었는데,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청사에서 아무런 불평없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검찰권 행사에 애를 쓰고 있는 검사와 직원들을 보니 대견스러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격려를 하여 주었다. 귀청하는 길에는 고향인 정읍 칠보에 들려 그곳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상대로 청소년의 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유달리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아니하고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열중한 결과, 대학에 특수장학생(입학금과 매학기 등록금 면제, 4년간 매월 생활보조금조로 일정액의 장학금 수령)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 재학 중 절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는 겨울방학 3개월 동안 묵언까지 하면서 공부에 매진하여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하게 되었다. 여러분들도 주변여건 중 좋지 않은 점만 탓하지 말고,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가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여 주었다.강연이 있는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www.dongkisarang.com)에 묵언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여야 하냐?고 문의를 하여 온 학생이 여러 명 있었다. 여러 가지 강연내용 중에서 특히 묵언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학생이란 모름지기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고, 또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여야 되는데 공연이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묵언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준 것이 아닌가? 하고 적지 아니 당황하였다. 황급히 묵언은 나중에 하고, 우선은 수업에 열중하라고 일일이 답장을 보내 주면서 학생들을 진정시켜 주었다.각설하고, 잠자코 말하지 않음이라고 사전에 그 뜻이 적혀져 있는 묵언(묵言)은 불가(佛家)에서 행하고 있는 스님들의 자기수행 방법의 하나이다. 묵언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부작위적;不作爲的) 의미가 있어 뭐 별게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왠만큼 굳게 마음을 다지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실패하기 쉽상이다. 그런데 실제로 묵언을 행할 경우 본인의 답답함보다는 주위에 있는 사람이 더 힘들어한다. 묵언하는 사람이야 자신의 결심 아래 그대로 실행만하면 되지만, 주위사람은 묵언하는 사람의 생각을 모르니까 더욱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누가 묵언을 할 경우 주위의 협조가 더 필요하다.독자 여러분들도 올 여름 휴가 기간이나 방학 중에 며칠간이나마 시간을 할애하여 묵언을 해보심이 어떨지요.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였던 말의 소중함도 느끼게 되고(언어장애자들의 불편함을 가슴 가득히 느끼시어 나중에 그분들을 만나게 되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실 것입니다), 스님들의 고행도 함께 체험하고, 본인의 수양도 깊게 할 겸해서.아참, 부부나 친구끼리 말싸움 끝에 한 묵언은 본래 의미의 묵언이 아니라는 것까지 말씀드려야 되나?! 말아야 하나?! 아무튼 그러한 묵언은 아니한 것만 못하겠죠?!/ 이동기 (대검찰청 형사부장, 전 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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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12 23:02

[타향에서] 남자라는 것-남 잘하는 것

얼마전 상당한 지위에 있는 중년 남녀가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누가 많이 받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던 중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한 여자 교수가 정말 우리 나라 사람들, 남 잘하는 것 인정해주어야 해요!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점잖은 노교수님이 갑자기 감격해하면서 맞아요, 우리 나라 남자들 요즈음 너무 불쌍하고 힘들어요. 얼마나 고생하는데, 인정해주어야 하고 말고요.라고 말씀하셨다. 모인 사람들의 대화는 갑자기 대한민국 남자의 현주소에 관한 것으로 급선회했고, 아무도 어떤 대화가 진행중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말을 꺼낸 여자 교수조차 그게 아니고요.라고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진지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남 잘하는 것이라고 하는 말이 남자라는 것으로 잘 못 들리면서 일어난 작은 해프닝이었다. 헤어질 무렵, 그 대화가 급선회된 내용을 알고 있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진상을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면서도 도대체 남자들이 왜 남자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에 그렇게 순간적으로 감격 했는지 서로 안쓰러워 하기도 하였다.남자로 산다는 것. 참 힘든 일이다. 여자보다 더 많이 참아야 하고, 더 많이 의젓해야 하고, 더 책임도 많아야 하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더 많고.......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여자를 남자가 참을 수 없게 하는 일을 하고, 근본적으로 가볍고, 무책임하고,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설정되어 있는 존재로 한정지어 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이렇게 많은 형용사들이 붙어 버렸다. 그러나, 사람도 엄청 많고, 해야할 일도 엄청 많은 이 다원화된 세상에서 개개인의 적성과 하여야 할 일의 특성을 제쳐두고,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라는 관념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여 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풀어야 할 과제의 특성에 맞고, 능력이 탁월하다면, 그 성(性)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남자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하여 중년 사망률 세계1위라는 건강상 위험까지 안고 있는 남자들을 그들이 부담하고 있는 많은 짐으로부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업무가 한정지워지는 우리 나라 여자들을 그들이 겪고 있는 박탈감으로부터 해방하는 길이 될 것이며, 오히려 가사 노동의 중요성을 재평가하는 계기도 되리라 생각한다.따라서, 이제는 남자라는 것 또는 여자라는 것보다는 남 잘하는 일을 찾아 한 사람 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맡게 배치하여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여야 한다. 다만, 아직 남자가 하여야 할 일과 여자가 하여야 할 일에 대한 구분이 엄격하신 어르신들에게는 다소 불편함이 있을 것이고, 나 자신 아직 그러한 한계를 완전히 극복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다음 세대를 위하여서도 남자라는 것을 강조하기 보다는 남 잘하는 일을 찾아 그 능력을 높이 평가하도록 하는 노력과 교육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 /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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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05 23:02

[타향에서] 농촌이구 감소와 고령화문제

지난 봄 고향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몇 년 전 IMF 위기 때 유수한 생명보험회사의 중역자리를 명예퇴직하고 나이 50초반에 서울을 떠나 낙향한 사람이다. 그 이후 유산으로 받은 야산을 손수 과수원으로 일구고 표고버섯도 재배하며 지금은 마을 이장까지 맡아 농촌에 아주 잘 적응하며 살고 있다. 그 마을은 첩첩산중 이지만 40년 전만해도 150여명이 살았단다. 그런데 지금은 불과 26명이 살고 있으며 그 중에 반은 70세 이상 노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농촌은 어느 곳이나 애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초 고령화 사회이다. 농촌 인구의 감소도 문제지만 고령화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인력부족은 물론 노동력저하로 이어져 결국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농촌의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부에서는 젊은 영농인을 육성하여 농촌에 정착케 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어느 지자체는 인구전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입장려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소위 귀향마을특구라는 것을 만들어 출향인들을 고향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장도 있다.지금 경제가 어려워 많은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에 수습사원으로라도 나가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동남아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와 있듯이 우리 젊은이들 또한 중국 같은 나라의 공장에 단순 노동직으로 나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들에게 우리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농촌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준다면 그리고 성공한 스타 농업인을 보여 준다면 많은 젊은 영농인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공장보다는 정든 모국의 농촌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또한 도회지에 살고 있는 출향인들로 하여금 고향에 내려가 정착케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 특히 나이 50세 안팎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 나이면 도회지에서는 은퇴자일지 몰라도 농촌에서는 아직 일할 수 있는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IMF 시대 이후 기업체에서는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여 40대 중반부터 이미 명퇴가 시작되고 잘해야 50대 중반이면 은퇴하게 된다. 실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렇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어 한다. 자식들 공부도 어지간히 마쳤으니 집 한 채 팔아 자식들 기거할 작은 오피스텔이나 하나 장만해주고 나머지 돈 가지고 고향에 가면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들 얘기한다.그런데도 그들이 선뜻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삶의 전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 소일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인 것 같다. 지자체에서 그들에게 농촌의 빈집을 알선해 주고 수리비도 좀 보조해 주며 조그마한 '팬션하우스라도 지어 민박으로라도 소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휴경지라도 빌려 주어 적절한 영농교육과 농촌 적응훈련을 병행한다면 실효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앞서 얘기한 친구와 같은 진짜 영농인이나 이장도 여러 사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농촌에 접목시켜 활용한다면 농촌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앞서 말한 것들이 문제 해결의 전적인 대안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지방 공무원들을 보면 대부분 전주 같은 인근 도시에 살며 시골 직장에 출퇴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문제인 것 같다. 고향을 떠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일자리 문제도 있겠으나 그런 이유가 클 것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마다 관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웃 경남의 함양고등학교나 거창고는 우수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아 오히려 외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가 꼭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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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29 23:02

[타향에서] 김치 세계화의 과제

김치의 세계화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수출을 통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식문화를 국제적으로 선양하는 것이다. 근년에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글로벌화 되어 국가 간 교류가 일상화되면서 김치가 세계에 많이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에 수출이 많아 졌고 중국으로 부터는 역으로 우리나라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구에도 김치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양이 많지 않고 소비도 현지인보다 한국 관광객이나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동양계가 구입하는 수준이다. 이와같이 서구에서 호기심 수준 이외의 김치 수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무엇보다 김치가 서구인의 식생활과 잘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치는 쌀밥과는 잘 어울려지나 빵, 우유, 치즈와는 맞지가 않는다. 서구인들 음식에 동반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냄새가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너무 강하다. 사실 마늘취, 발효취나 젓갈 냄새는 우리들도 별로 즐겁게 느끼지 않는 향이다. 매운 맛도 강한 편이다. 다음으로 맛과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김치라도 한 두달 전 제품과 지금의 제품의 맛이 다르다. 배추, 고춧가루, 마늘 등 원부재료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치를 서구인을 포함한 세계적 식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김치를 그대로 서구인들이 수용하기를 요구하기 보다는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그러려면 먼저 서구인의 식생활이나 식단에 부합되는 동반식품을 찾아 그에 맞게 제품을 변형하거나 또는 식재료로 활용 될 수 있도록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나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구의 대표적인 음식인 프랑스나 이태리 음식의 요리 재료로 활용된다면 확산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동반 음식으로 쉽게 생각 할 수 있는 품목은 대중 식품인 스파게티나, 피자 등이 있다. 동양에서는 이미 세계화 되어 있는 중국이나 태국음식의 요리 재료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해 볼 만 하다. 인구가 10억 가까이 되는 인도 요리에도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 다음으로 좋아하지 않는 냄새제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로서 산학연이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원부재료의 품질 일관성 확보는 원부재료의 재배 단계에서 해결이 이루어져야 하며 농촌진흥청 등에서 담당해 주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맛의 고장인 전북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품 가운데 하나인 김치의 세계화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강수기(한국식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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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22 23:02

[타향에서] 동서사랑, 고향사랑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최초로 검사임관을 받은 곳은 경상도의 어느 검찰청이었다.그곳은 어느 사찰로 사법시험 공부를 하러 가는 길에 잠시 스쳐 간 인연 밖에 없는 곳이었다.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이 다르듯이 사람들의 기질도 다르다는 말과 같이 그곳 사람들의 기질은 우리 고향사람들과 많이 달랐다. 짜고 매운 음식에, 억센 말투, 그리고 무뚝뚝한 성격 그 자체이었다.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사람을 사귐에 일정한 원칙이 있어 보였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어떤 사람인가를 유심히 살피다가 그 사람에 대한 확신이 서면 서서히 마음을 열어 정을 주고, 대신 한번 준 정은 오래간다. 그런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그 지역 사람 한분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식사 정도를 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는데, 어느 날 정색을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었다.이 검사님은 고향이 전라도라고 알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서울로 유학을 가서 그런지 그곳 말투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곳에서 누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굳이 전라도라고 하지 말고 그냥 서울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이곳 사람들 중에는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아, 이 검사님의 장래에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웬만큼 믿지 아니하면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터인데도, 외지에서 온 이방인(?)에게 마음깊이 신경을 써주는 것 같아 참 고마웠다. 그러나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나온 한마디!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제일 큰 은인이시라면, 고향의 냇가와 앞뒤 동산, 그리고 개울가에서 빨가벗고 뛰어놀던 친구들은 저의 두 번째 은인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의 제가 있겠습니까. 고향을 숨기고 출세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하여 출세하더라도 무슨 보람이 있을까요. 저는 비록 단 하룻동안 검사생활을 하더라도 떳떳하게 고향을 밝히면서 검사생활을 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그 이후로 그 분과는 더욱 다정한 사이가 되어, 필자가 어느 곳에 발령 나더라도 연락이 되었다. 특히 정읍지청장 시절에는 그곳의 유력인사 수십명을 이끌고 와 고향사람들과 교분을 나누었고, 전주지검 차장시절에는 쌀 수십포대를 가지고 와 전주지역 소년소녀가장을 위문하는 등 동서화합의 전도사 노릇을 하고 갔다. 아참, 동서(東西)사랑이 동서(同壻)사랑인줄로 아셨다고요?- 아니라예, 틀리삐다. 예.~ - 아니라구먼요, 틀려뿌렸서요. 잉.~/이동기(대검찰청 형사부장전 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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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15 23:02

[타향에서] 벼는 때가 되면 고개를 숙인다

우리 사회에 혁신적인 변화, 주40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갑자기 연휴를 맞게 되면서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3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농담이 오고 간다. 돈이 없고, 갈 데가 없고, 할 일이 없다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건전한 방향으로 자리잡아 가리라 생각된다.그 동안 7월하면 무더위와 함께 장마, 습기로 근무조건이 원활하지 못한 계절이었다. 이런 7월을 맞아 연휴를 지내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얼마 전 농촌전경을 바라보면서 깨달은 일을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고향에서 살던 어린 시절에는 사시사철을 달력이 아니라 주변을 바라보면서 받아들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 올라와 오랜 세월을 바쁘게 살다가 지방국립병원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여유를 가지고 고향에서 그런 시절이 보냈었다는 것을 떠 올리게 되었다. 그후 은퇴하면 시골에 작은 과수원을 만들어 다니러 오는 손주들에게 과일이나 따 먹이자던 생각을 하던 중 어떤 인연으로 근교에 작은 토지를 마련하여 야채도 가꾸고 과일나무도 심게 되었다. 농사일이라고는 전혀 모르지만, 아무튼 손바닥만한 땅을 갖고 보니 오가는 일이 잦고, 오가며 지나는 논길을 눈여겨 보다보니 예정에 없던 농사공부도 하고, 경험도 많이 하게 되었다.어느 해인가 무척 비가 많이 내린 해였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비로 햇살을 보기 어렵더니 낟알이 채워지지도 못한 채 벼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오다가다 만난 농민들은 쭉정이가 반이라고 한 숨을 내쉬는데도 쭉정이만 달린 벼는 누렇게 익어 처연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때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을 생각하면서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고? 천만에 말씀, 때가 되면 벼는 저절로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걸!하고 깜짝 놀랐었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억지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기를 쓴다고 시간을 일초라도 더 늘이거나 줄일 수 있겠는가! 일정한 때가 되면 벼는 모두 익어 고개를 숙인다. 충실하거나 말거나! 그러나, 그 때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하여 모두 충실한 알곡은 아닌 것이다. 농부의 눈에는 때가 되어 들판에 누렇게 익어 고개숙인 벼라고 하여 모두 알곡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이 충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때가 되었다고 한들 충실한 알곡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마다 사는 길이 다르겠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그 때에 우리의 의지만으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버티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우겨도 절대로 더 이상 숙성을 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하여도 똑 같은 무게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올 여름 새롭게 맞는 주40시간 근무제로 주어진 시간에 모두 땀 흘리면서 스스로의 무게를 더하여 우리 모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그 때에 충실한 알곡으로 판정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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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08 23:02

[타향에서] 우리 농촌, 수출로 돌파구를

내 고향 농촌이 깊은 시름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농번기에 한창 바쁠 텐데 쌀 협상 국회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과 아울러 외국산 농산물의 국내 유입이 확대되고 있고 이와 같은 추세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우리 농촌도 이제 개방과 자유경쟁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고 농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업구조조정을 통하여 수입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방화 시대는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시장도 개방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개방 여건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여 능동적인 수출농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우리 농산물 수출을 보면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영세 농가와 소규모 수출업체 위주로 이루어지는 소극적인 형태다. 따라서 경쟁력이 취약하고 생산에서부터 수확 후 관리기술 및 물류유통 그리고 해외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과제는 농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먼저 정부의 강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고 농가를 포함한 수출업체 및 유관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특히 일선 지자체의 선도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농업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위기라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다. 아니다.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60년대에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펼 때 무엇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었던가.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무엇이 있었던가. 하지만 우리는 해 냈다. 한 해 수출액이 무려 2,500억불이 넘는 나라를 만들어 냈다. 그 것은 바로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라는 통합된 의지와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농업에는 기본적인 자원이 갖추어져 있다. 땅이 있고 알 맞는 기후조건, 농민의 근면함, 그리고 국가적 지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범국민적 노력을 경주할 경우 농업은 회생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확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농가는 언제까지 시장개방을 막아 달라고 거리에 튀어 나와야 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것인가. 아니다. 우리 농업에도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연간 200억불이 넘는 농산물을 수출한다. 우리나라의 작년도 농산물 수출액 20억불에 비교하면 믿기지 않는다. 네덜란드가 우리보다 국토가 크기 때문인가, 인구가 많아서인가, 그렇다고 인건비가 싼가. 모두가 아니다. 꽃을 비롯한 고품질 고부가가치의 전략상품을 육성하여 전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우리 농촌도 이제 수출을 해야 살수 있다 그리고 해 낼 수 있다는 의식전환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농업 회생을 위한 노력은 농촌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류학자들은 농업이 망하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안정적 국가 영위도 불가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농업 발전은 중차대한 국가적 명제이며 특히 농도 중에 농도인 우리 고향 전북으로서는 절대 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수출농업의 육성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인 것이다./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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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01 23:02

[타향에서] 6월의 지리산

6월의 지리산은 푸르기만 했다. 철쭉이 만개했지만 멀리서 볼 때는 녹음에 가리워져 그것 또한 푸르름으로 덧칠해 버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내 키보다 더 커버린 나무에 엶은 분홍으로 만개하여 등산로에 철쭉꽃 터널을 만들어 주었다. 6월 지리산의 철쭉. 감탄 그 자체였다. 우리를 이렇게 흥분시키기 위해 혹독한 겨울은 잘 버텨준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수줍은 듯 피어오른 야생화는 이름을 잘 모를수록 좋고, 작을수록 앙증스럽고, 홀로 있을수록 청초하다. 환장할 만큼 예쁜 지리산의 꽃은 서방각시 다 팽개치고 산에 묻혀 버리게 만든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아침햇살은 깨끗하고 순수함으로 찬란했다.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인 낙조는 황홀했다. 처음 들어보는 산새들의 지저귐이니 그 이름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또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이런 6월의 지리산을 나같은 글솜씨로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지리산을 미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와본 후 미치지 않는다면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고단의 노고와 지리산의 지리에서 따와 만든 「노고지리」산악회도 그들 중의 하나다. 공교롭게도 회원 중 한두명을 빼고는 모두가 전북이 고향이다. 거시기부터 시작하는 총무의 말투가 고향사람이라는 것을 잘 증명해준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올해로 19번째 종주를 했으니 지리산을 미치게 좋아한다고 할만도 하지 않은가? 7번쯤 종주에 참가한 필자는 지리산을 종주한 사람은 산악인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등산객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새벽 5시 노고단을 출발해 세석산장에서 1박한 후 천왕봉에는 6월 2일 아침 8시에 도착했다. 출발 27시간만이다.1500여 미터의 봉우리 10여 개와 쓴내 나는 고비를 넘기고 만난 천왕봉(1915m). 정상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비석이 서있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며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민족의 깊은 상처와 숱한 정담까지를 안은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지리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뜻을 가진 지리산(智異山)은 민족의 영산이다.6.25전쟁이후 지리산에서 펼쳐진 좌우익의 남북간 대결은 우리민족의 뼈아픈 시련과 격동의 현장이 되었다. 그래서 6월에 만나는 지리산은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빨치산이 활동하던 곳이 지리산이었기에 우리의 한많은 삶을 그리는 대하소설에도 지리산이 주무대가 된다.남북간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에서 다루면서 지리산을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한 빨치산의 특이한 성격을 조명한 이병주의 「지리산」.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사실적이어서 민족의 대하드라마이고 대서사시라는 평을 받고 있다. 공산주의자가 된 박태영은 지리산으로 들어가 이현상의 승리사단에 전속되지만, 사령관 이현상은 결국 지리산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이현상의 최후는 남한에서 빨치산의 최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법계사 빨치산 은둔지 안내판에 「괴뢰군」라는 단어가 짖뭉개져 있는 것이 이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지금 6월의 지리산은 우리민족의 눈물과 한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우리곁에 있다.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 모두를 포용한다. 그때 그 자리에 피어있던 야생화도 올해처럼 내년에도 피어있을 것이다. 산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지리산에 머문 우리만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지면 된다. 지리산(智異山)의 뜻처럼.../은희현(전 제주문화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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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18 23:02

[타향에서] 고향에서 여름휴가를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애향운동본부는 해마다 전국 각지의 재외도민과 그 자녀들을 초청하여 고향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전통문화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가 추진하고 시행하는 중요사업의 내용과 방향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 그 사업현장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열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선 타지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재외도민을 초청하여 편안하고 따뜻하게 환대하면서 격려, 위무(慰撫)하므로서 자긍심과 애향심을 크게 고취시키는 괄목할 만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전주시를 비롯한 각 시군에서도 고향을 알리고 지역의 농수산물과 생산제품 판매촉진을 위한 재외시군민과의 협력체제 강화에 열중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2년전 6월 하순경, 여름휴가 계획을 생각하고 있을 때에 올 여름 휴가는 고향에서 보내세요라는 고창군수의 서신을 받은 많은 재경고창군민이 그 해 여름휴가를 고향에서 보낸일이 생각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고향에 가있으며 그 고향이 그 자리에 영원히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전되고 가꾸어지기를 소망하고 기원한다. 고향뿐만 아니라 살고있는 지역사회와 국가가 날로 발전하고 평안하기를 소망하고 기원한다. 이것이 바로 애향심이며 애국심이다. 애향심과 애국심은 너무 깊은곳에 잠재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말과 글로만 애국?애족?애향을 부르짖었을 뿐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사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향사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라사랑과 고향사랑은 그 마음도 중요하지만 실천하는 행동과 실체가 있어야 하며 자기가 자지고 있는 것을 조금은 내 놓아야 한다고 본다. 고향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고향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그곳에 가서 보아야 하며, 어떤 어려움과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고향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게 보살펴야 하며 실개천의 물 한 바가지도 깨끗하게 흐르도록 하여야 한다. 문화유적과 전통문화가 훼손되지 않고 바르게 보존되도록 협력하고 보살피는 일에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향사람들을 감싸고 사랑하는 일이다. 그분들이 고향을 지키고 가꾸는 분들이며 가장 소중하고 존귀한 고향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성공한 기업인이 있다면 수익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기 고향 특성에 맞는 작은 공장 하나라도 가동하여 할 일이 없어서 힘들게 살아가는 고향 청년 몇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게하는 것도 큰 고향사랑 실천일 것이다. 조금 불편하고 부족해도 올 여름휴가를 고향으로 가는 것도 일석삼조의 고향사랑 실천이다. 고향 산하도 돌아보면서 자녀들에게 고향의 문화유적과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며 고향사람들과 서로 건재함을 확인하므로서 기쁨을 나누는 일이다. 불경기에 시달리는 고향장터 어귀의 산나물 파는 등굽은 할머니와 국밥집 아주머니에게 작은 행복을 함께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전라북도가 재외도민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배려로 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가듯이 각 시?군 지자체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재외시군민을 위한 예산과 배려를 아끼지 말 것을 기대하며 애향심과 귀향의지가 실행되게 하는 노력을 계속해주기 바란다. 재외시군민과의 협력체제 강화는 각 시군이 애써 찾고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확신한다. /박우정(재경고창군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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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11 23:02

[타향에서] 내고향은 과학문화도시

지방자치단체의 공통적인 노력의 하나는 자기 고장의 특징을 표상하는 이름을 갖는 것이다. 교육도시, 관광도시, 해양도시, 첨단과학도시, 전원도시, 과학문화도시 등이 그것이다. 여러 가지 명칭을 함께 붙인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자기네 발전방향과 정통성을 확립하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뜻으로 보인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과학문화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과학문화도시는 지난 2004년 10월부터 우리 땅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2005년 5월까지 전국 19개 도시를 과학문화도시로 지정했다.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시와 남원시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과학문화도시로 지정된 도시에는 정부가 읍?면?동 단위의 생활과학교실, 초?중?고의 청소년과학탐구반, 그리고 지역과학기술진흥센터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비록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과학문화가 싹트고 확산되길 기대하는 뜻을 담고 있다. 필자는 전주시를 과학문화도시로 선포하는 역사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 전주시민들의 성원이 뜨거웠다. 과학기술 사랑도 매우 깊었다. 감동적이었다.정부가 과학문화도시를 지원하는 이유는 도시 발전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 시민들이 과학기술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주기 위함이다. 그 능력은 새로운 과학기술이 사회와 자신에게 가져다 줄 기회요인과 충격요인에 관한 지식을 포함한다. 과학기술이 가져다 줄 미래의 변화를 미리미리 예상해서 그에 적합한 준비를 하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과학정신을 체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조장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필자는 과학정신에 대하여 특별히 부연하고 싶다. 과학정신은 과학기술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국민이 갖추어야 될 보편적인 덕목이며 기본 소양이다. 창의성과 합리성 그리고 효율성은 과학정신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첫째, 과학기술은 항상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 때문에 창조와 창의가 생명이다. 과학문화에 충실한 도시의 시민들은 새로움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언제나 의미 있는 변화에 도전하여 목표를 성취한다. 그런 도시는 다른 도시를 앞서고 이끌어 나간다. 둘째, 과학기술은 합리적인 접근을 근간으로 한다. 체계적인 연구와 실험을 거쳐 성과를 창출한다. 그리하여, 과학문화가 깊숙이 확산된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일확천금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에 걸맞은 결과만을 기대한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과학기술은 언제나 효율적인 최적의 상태를 지향한다. 특히 공학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상의 효과를 추구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경제성을 상실한 공학은 이미 공학이 아니다. 따라서 과학문화가 뿌리내린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시민들의 생활에서 거품도 사라진다. 요약하면, 과학문화는 건전한 시민문화이고, 과학정신은 건강한 시민정신 그 자체이다. 과학문화가 성숙한 곳에서는 각 부문의 혁신이 순조롭게 완성되고, 참된 민주주의가 실천될 수 있다.과학기술부는 과학문화도시의 성공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다. 조그맣더라도 알찬 성공을 축적할 예정이다. 그 성공이 다른 도시들로 전파되고, 그 다른 도시들이 과학문화도시로 변모하도록 촉진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듭하면 한반도 전체가 『과학문화국가=선진국가』로 변모될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과학적 교양인=선진시민』이 될 것이 아닌가? 이것이 정부가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을 펼치는 진짜 이유이다. 과학문화도시를 육성하는 진정한 목적이다. 여기에서 필자의 마음은 고향을 향한다. 예술의 멋과 음식의 맛이 감미롭게 배어 있는 전라북도 땅에서 과학문화도시가 가장 잘 성숙되길 간원한다. 흥과 가락이 넘실대는 전주와 남원이기에 더욱 기다려진다. 전라북도가 과학기술중심시대의 중심지로 거듭 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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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04 23:02

[타향에서] 전북으로 오세요

21세기 희망의 땅 전북, 여러분을 성심껏 모시겠습니다.청정 전북, 준비된 전북,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전북 등을 내세우며 공공기관 유치에 정성을 쏟고 있다. 국가를 균형발전 시키겠다는 취지로 정부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계획이 세번째 연기되었다. 연기된 속사정도 있겠지만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전북은 전국 최고의 낙후지역이기 때문에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정부의 배려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큰데, 지자체간 유치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반발이 거셀 것 같다.지방세 150억, 직원수 1800명인 한전같은 큰 기관이 우리 고장으로 이사올 경우, 상주인구가 증가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고용이 늘어나고 이들이 먹고 살고 즐기는데 지출하는 비용이 전북경제에 활기를 넣어 줄 것은 확실하다.동문회 모임에서 오간 이야기다. 한 산부인과 원장이 병원 문 닫게 생겼다고 걱정을 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개점휴업상태여서 병원에 앉아 책이나 읽고 있다고 한다. 그 옆에 있던 소아과 의사도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으니 자동적으로 소아과는 더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차라리 수의사가 될걸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도 했다.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다. 옷이나 장난감, 학습교재 등 신생아나 어린이 용품이 잘 팔릴리 없고 학원사업도 안될 것이고, 폐교가 늘어날 것 같고, 국방력이 저하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고...필자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큰 문제는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인구의 심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자자체에서는 인구 늘리기에 묘안을 짜내고 있고 「인구 늘리기 상황실」을 설치하여 기발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 인구는 행정조직이나 기구의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정부지원금의 판단기준이 되고 지역의 세과시용이 되고 있다. 인구는 국회의원의 수를 조정하는 기준이 되는 등 지방자치 행정의 핵심이 되었다.실제로 전북은 작년말 인구감소로 치수방재과 등 2개과가 통폐합되었다고 한다. 전국 234개 시,군,구 중 36%에 해당하는 87곳이 신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고, 임실, 순창 등 2개군은 사망자수가 신생아수의 2배를 넘었다는 통계를 보았다.상주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출산율을 높이거나 유입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예식장 사용료보조, 출산장려금과 보육비지원, 보험저축가입, 출산용품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천안시는 출산 장려금으로 50만원을 지급하는데 쌍둥이를 낳으면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니 기발나다. 남해군은 셋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까지 지급한다니 아마 최고의 장려금이 아닐까 생각된다.유입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대규모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확실한데, 이것이야말로 떡줄 사람에게 달려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은퇴한 도시민 특히 출향민을 모셔오는 것이다. 은퇴한 도시민들은 퇴직급과 연금혜택 등으로 노후를 대비해 놓은 여유있는 분들이어서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특히 이분들의 웰빙생활을 위해 풍치 좋은 곳에 황토집 같은 주택단지를 조성해 요양시설과 문화체육시설 등 은퇴자 전문타운의 인프라를 구축해 준다면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그리고 시장, 군수들이 이분들에게 고향에서 편안한 노후를 즐기시라고 정중한 편지를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유치활동을 하면서 내건 구호들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정말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는 전북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하기 좋고, 살기 좋고, 놀기 좋고, 구경하기 좋고, 공부하기 좋고, 애들 키우기 좋고, 인심 좋은 전북이라고 소문난다면 「전북으로 오세요」라고 권하지 않아도 제발로 찾아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 경쟁력있고 차별화된 확실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21세기 희망의 땅 전북을 만들겠다는 도민들의 마인드다./은희현(전 제주문화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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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28 23:02

[타향에서] 오월, 다시 미국을 생각해본다

6자회담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우범지대론을 피력하며 북핵문제 및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한미간의 미묘한 갈등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러 신문에서 힐의 발언과 관련한 기사를 읽다가 한반도가 우범지대라면, 미국은 전세계의 유일한 범죄국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인터넷을 뒤져 미국의 외교정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국가안보전략서에 나타난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글을 네이버의 블로그에서 찾았다. 거기에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살펴보았다. 오늘 따라 이 지면이 참으로 좁아 보인다. 첫째, 인간의 존엄성 보호이다. 미국의 안보전략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 수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의 국가이익에 기초"하고 있으며, 대외정책과 국제협력의 목표는 자유확대와 독재자 척결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글쎄 과연 그랬을까? 미국은 필리핀의 마르코스, 니콰라구아의 피노체트, 전두환, 박정희 등 전세계의 독재자를 후원했으며 광주학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학살 등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았다. 둘째, 국제 테러리즘 척결 및 미국/우방에 대한 공격방지를 위한 동맹 강화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행동을 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빈 라덴을 지원하여 국제적 테러조직을 육성한 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다. 9.11테러 이후에 부시가문이 빈 라덴의 가문을 은밀하게 도와 미국에서 도피하도록 도왔다는 사실에서 미국의 파괴 및 분쇄, 테러조직의 지도부와 지휘 통제 통신 물적 지원을 했다는 증거를 엿볼 수 있다. 셋째, 지역분쟁 해소를 위한 타 국가들과 협력이다. 지역분쟁 확산 방지 및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공조를 유지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것 역시도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베트남에 참전하여 고엽제를 마구 뿌려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는가? 파나마의 내정에도 개입하여 무력으로 대통령을 몰아내고 민중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국가는 미국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프리카의 모든 분쟁지역에 개입하였고 미군 장교가 초콜렛 한 개로 난민소녀를 샀었다. 넷째, 적성국들의 WMD를 이용한 위협 방지이다. 이는 능동적인 '대확산' 활동에 중점을 두고 위협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억제 및 방어를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과거 사후 대응태세 자세를 탈피하여 동맹관계 강화와 과거의 적들과 새로운 파트너십 및 현대 기술, 효과적 미사일 방어 체제 개발을 통해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말은 참 그럴 듯하다. 실상은 너무 다르다. 미국은 불량국가만을 골라 자국민의 탄압과 독재자 개인이익을 위한 국가재원 남용을 지지하였고, 국제법 무시, 주변국 위협 및 국제조약 위반, 기본 인권 박탈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또한 대량살상무기를 미국만이 가져야 한다는 포괄적 전략을 채택하여 다른 국가는 어떠한 무기도 갖지 못하도록 윽박지르고 있다. 미국에 대해 이렇듯 독설을 풀어내는 까닭은 아주 단순하다. 오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와 인류에게 저지른 미국의 범죄를 열거하려면 단행본 한 권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세계 유일의 불량국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만 하는 내 조국의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정도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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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21 23:02

[타향에서] 살기좋은 전북을 꿈꾸며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한창이고 뚝섬의 구 경마장 자리에는 숲 조성을 위한 조경공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숲과 잔디가있는 즐겁고 편안한 쉼터로 조성한 여의도공원, 푸른잔디가 싱그러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볼때마다 그 어려운 일을 추진하고 이루어낸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따뜻한 찬사를 함께 전하고 싶다. 서울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주택과 아파트단지의 담장을 철거하고 종묘 맞은편의 흉물스러운 대형 상가 건물등도 철거한 후 녹지공원을 확충해 나간다고 한다. 선진국의 모든 도시가 시민을 자연에 가깝게 접근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뒤늦게나마 받아들인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며, 더 좋은 서울, 더 아름다운 서울, 더 살기좋은 서울을 서울시민과 서울을 찾는 모든 내외국인에게 보여준다는 바람직한 구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는 8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와 군 소재지급 소도읍을 빠짐없이 돌아보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음에 드는 살고싶은 도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노후에는 고향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우리 전북지역이 더 아름답고 편안하며, 더 살기좋은 고장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하고 기대고 있다.전주는 전주의 문화와 이미지에 맞게, 무주는 무주지역 특성에 맞게, 고창은 고창의 경관과 멋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각 시군의 지리적 여건과 특성, 지역주민의 뜻에 따라 그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타도시와 타지역 따라잡기식은 그만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도시의 도심에 넓은 부지가 확보되었다면 그 도시의 문화와 전통, 특성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시설을 계획하고 조성하는 것만이 미래를 기약하는 일이다. 반드시 고층건물, 국제회의장, 대형 판매시설만이 도시답게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도 위치선정을 잘못하면 문화유산과 유적지가 가려지고 묻히게 되며 주변경관을 해치게 된다. 문화유적과 지역상징물이 돋보이게 하려면 그 부근에 다른 시설을 건립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한번 지은 시설과 건물이 오래가지 않아 헐리고 철거되는 것은 우리나라 우리지역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얻은 것은 교훈뿐이며 그 손실은 너무커서 계량하기조차 힘들다.전주시가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도시로, 국제적 교육도시로, 100만 광역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심에 녹지와 공원을 확충하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하며 더구나 이런일에 역행하는 도심개발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전주는 전주시민만의 것이 아니고 전북도민과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세계인의 전주이기 때문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유치가 전북지역 성장 발전의 관건이라고 본다면 살기좋은 쾌적한 환경 조성과 공부하기 좋은 교육환경 조성 계획과 실천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본다. 숲을 조성하고 가꾸는 일, 녹지를 확충하고 보살피는 노력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후대에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고 애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권리이기도 하다./박우정(재경고창군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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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14 23:02

[타향에서] 독일의 잘란트와 한국의 전북

필자는 지난 4월 하순에 독일의 잘란트 지방을 다녀왔다. 그 곳에 설립된 KIST-유럽연구소와 독일 연구소를 방문하고, 2005 한국의 해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잘란트는 석탄과 철광석으로 한 때 풍요를 누렸던 곳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보불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을 벌였던 약속의 땅이었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프랑스 땅이었고, 다른 때에는 독일 땅이었고, 또 다른 때에는 중립을 표방하기도 했고, 1950년대에는 주민투표를 통해 스스로 독일에 귀속되어 오늘의 모습을 띠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탄광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잘란트의 경기가 하락을 거듭했고, 지금은 독일의 다른 지방에 비해 소득수준이 매우 낮은 지역으로 전락했다. 잘란트는 침체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엄격한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실천하고 있었다. 잘란트가 선택한 3대 영역은 ①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IT(정보기술) ②바이오 의료공학을 중심으로 하는 BT(생물기술) ③기어박스와 일부 완성차를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였다.잘란트 주정부는 필자의 방문을 매우 반겼다. 주정부 공무원 3인과 한국 태생의 통역 1인이 필자일행을 안내했다. 자아브뢰켄 시내를 관광하다가 광장의 한 모퉁이에 다정하게 둘러앉아 씁쓸한 맥주방울을 단 맛으로 넘기기도 하면서. 자아르강 주변의 옛 성터와 매우 독특한 건축양식의 교회를 보여주고, 아주 멋진 레스토랑에서 점심도 대접해 주었다. 그것은 한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느껴졌다. 한국과의 과학기술협력을 통해서 경제를 되살리려는 짜임새 있는 움직임이었다. 필자는 잘란트 지방을 시찰하면서 한국의 전라북도를 떠올렸다. 어쩌면 아주 흡사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이 모두 1차 산업위주의 산업구조가 드러내는 한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과거에 독일의 잘란트는 석탄과 철광석 채굴을 통해 부흥을 구가했고, 한국의 전라북도는 농업을 통해서 풍요를 누렸지만, 지금은 그 1차 산업들의 쇠락으로 인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될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잘란트 지방의 노력이 전라북도보다 진지하고 돋보였다. 남의 떡이 커보여서 그럴까? 첫째, 잘란트는 주정부의 산업육성 전략이 확실하고 구체적이었다. 앞에서 살펴본 3가지 영역에 실질적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둘째, 잘란트 주정부는 선택 분야의 연구개발과 연구소를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 BT분야에서 지원하는 대표적인 연구소는 바이오의료공학연구소(IBMT)였다. 그 연구소는 초음파 현미경과 극저온 세포 저장 은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잘란트 주정부는 자체의 연구개발비를 대폭 지원함은 물론, 독일연방정부와 유럽연합(EU), 그리고 외국의 재원까지도 적극 동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KIST의 현지연구소인 KIST-유럽연구소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선택한 전략분야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려는 체계적인 활동이었다. 셋째, 잘란트 주정부는 선택분야의 성공을 위해 외국의 협력을 얻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금년 10월 중순에는 주정부의 경제장관이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 오겠단다. 그 사절단에는 BT와 IT 등 전략분야의 과학기술전문가를 포함하겠단다. 그 때 자기네 사절단을 꼭 만나달라는 것이 경제장관이 필자에게 건넨 우선적인 부탁이었다. 그러나 선택분야가 아닌 영역의 국제협력에는 극도로 소극적이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광주광역시와 체결한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MOU)는 실천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광주광역시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광(光)산업은 잘란트의 전략분야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필자는 독일을 떠나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참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연 전라북도가 잘란트보다 확고한 전략을 갖고 있을까? 전라북도가 잘란트보다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을까? 전라북도 어른들이 잘란트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진지할까?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에 전라북도가 잘란트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 있을까? Yes 라고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은 필자의 모자란 생각일까?/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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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07 23:02

[타향에서] '거시기'

이달 중순 국회 대정부 질문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전라도 사투리 「거시기」!대선 불법 정치 자금에 연루돼 수감 중인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하는 한 여당 의원이 웃으면서 장관께서 건의하면 좀 거시기 한지? 라고 직접 표현하기 어려운 대목을 「거시기」로 얼버무리니 의원석에 앉아있던 여야 의원들도 모두 따라 웃었다. 답변에 나선 장관도 웃으며 거시기라는 말은 잘 모르겠지만 저도 거시기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라고 대답했다. 그 날 국회 방청객들도 틀림없이 함께 웃었을 것이니 개그 프로그램 방청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필자도 TV뉴스를 보면서, 신문을 읽으면서 웃었듯이 많은 시청자와 독자들도 웃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 때문에 웃어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 욕설과 비난, 삿대질과 고성으로 소란스럽기만 했던 국회를 모처럼만에 웃음바다가 되게 한 전라도 사투리 3글자 「거시기」- 참 거시기한 힘이 있는 것 같다.사전을 찾아보니 「거시기」를 대명사로 사용할 때는 「말하는 도중에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아니할 때 그 이름 대신으로 내는 말」이고, 감탄사로 쓰일 때는 「말하는 도중에 갑자기 말이 막힐 때 내는 군말」이라고 쓰여 있다.어디에나 써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말 「거시기」의 용도는 무한하다. 무엇인지 말문이 막히고 말면 항용으로 누구나 허물없이 두루뭉술하게 「거시기」로 얼버무리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신통력이 있다. 이제 「거시기」는 전라도나 전라도 출신만이 쓰는 사투리에서 전국적인 표준어(?)가 되었다.고향출신 서정주 시인의 「거시기의 노래」라는 시가 있다.<팔자 사난 거시기가 옛날 옛적에 대국으로 조공가는 뱃사공으로 시험 봐서 뽑히어 배타고 갔네. 삐그덕 삐그덕 / 창피하지만 아무렴 세 때 밥도 얻어먹으며 거시기, 거시기, 저 거시기.> 8연으로 된 이 시에는 주인공 이름대신 「거시기」로 표현한 곳이 5번, 후렴「거시기, 거시기, 저 거시기.」가 24번, 총 29번의 「거시기」가 나온다. 거시기가 쏜 화살이 운 좋게 마귀를 쓰러뜨렸고, 덕택에 용왕딸 얻어 오순도순 살았다는 해피엔딩이어서 좋았다.60년대 중반 신병 내무반 신고식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신고식이 고약하다는 것은 익히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긴장되고 겁먹어서 부동자세를 해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고, 목은 타들어 가고, 눈앞은 아롱거리고, 현기증이 나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다. 격식에 따른 신고가 끝나면 짓궂은 질문으로 골탕을 먹이고 괴롭힌다. (이것이 신고식의 하이라이트) 너 고향이 어디야? / 전라도 입니다!인마! 전라도가 다 네 고향이야? / 전라도 거시기 입니다!이 XX! 거시기가 어디야? / 저 거시기 입니다.급하고 겁나서 거시기만 연발해 그 후 거시기 이병이 되었다.「거시기」는 사용하는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뜻이 다르지만 다 통한다. 「거시기」가 뭐여? 라고 딴전 부리면 알면서도 괜히 능청떠는 것이다. 싸움만 하던 국회를 웃긴 「거시기」는 대한민국 사투리 중에서 가히 대표적이라 할 수 있고 국민들이 모두 통할 수 있어 표준말(?) 수준까지 올랐으니 무형 문화재 급이라 할 수 있다.「거시기」는 토속적이고 된장냄새가 난다. 「거시기」에는 인정이 있고 정감이 넘친다. 웃음바다를 만든 「거시기」의 힘. 우리들에게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주는 「거시기」를 비롯한 사투리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 또한 고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다. /은희현(제주 문화방송 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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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4.30 23:02

[타향에서] 위대하고 신비로운 자연

봄은 어김없이 다가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이 땅의 삼라만상(森羅萬象)과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희망을 가득 안겨주고 있다. 이 봄은 그렇게 조용히 다가와 모든 생명체에 생기를 불어넣어 새싹을 틔우고, 새순과 새잎을 움트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하고, 잉태(孕胎), 부화시켜 그것들이 자생력을 가지고 힘차게 뻗어나갈 때쯤이면 살며시 물러나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필자는 매년 4월 중순경에 고향을 방문하는 것으로 새봄을 맞이한다. 그때 마다 느끼는 것은 더 아름다운 봄, 더 아름다운 고향을 가꾸지 못하면서 무심코 보낸 세월이 너무 아깝고 안타까웠다. 지난해 봄에는 고창군과 협력하여 왕벗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메타세쿼이아, 목련나무 등 3,000여 그루를 고창군내 유휴공지에 식재하여 아름다운 고향가꾸기사업을 실행한바 있다. 금년 4월 초순에 고향을 방문하여 지난해에 식재한 나무들을 살펴보았더니 일부는 고사하였으나 대부분의 나무들이 새순과 새잎을 틔우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숲과 아름다운 경관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순하게 하며,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고향의 이곳 저곳을 지날 때마다 이곳에 좋은 나무 몇 그루가 있으면 더 좋겠다.하고 봄에는 노란 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잘 어울릴 것 같은 길가에 잡초만 무성함을 탄식하면서 봄을 보내고 그 가을을 보내곤 했다. 젊은 시절을 무위하게 보낸 것을 후회하면서 고향의 청년들에게 고향 가꾸고 나무 심는 일에 많은 관심과 실천에 앞장서 주기를 당부 드리고자 한다. 40년전인 1960년대 초, 모든 산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지금의 숲을 보면서 사방사업과 식목일 행사, 산림보호정책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에 더 좋은 나무를 더 많이 심고 가꾸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고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청년시절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바쁘며,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기듯 생활한다고 본다. 아무리 어렵고 바빠도 꼭 해야 할 일은 미루지 말아야 한다. 고향을 지키고 가꾸는 고향의 청년과, 타지에서 살면서 고향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모든 청년들은 이 봄에 몇 그루의 나무 심는 일로, 이 봄을 영접하고 찬미하였으면 한다. 나무들은 착근할 때까지만 보살펴주어도 저절로 자라고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단장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주고 편안함과 기쁨을 골고루 안겨주게 된다. 이웃과 고향을 찾는 길손에게, 고향의 어른과 아이들에게, 그대들의 친구들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오fot동안 골고루 나누어 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본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 모든 생명체에 생기를 주어 새싹을 틔우고, 새 잎을 피게 하고, 꽃을 피게 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주고, 기쁨과 즐거움을 골고루 안겨주는 역할을 스스로 성실하게 하듯이 청년들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손쉽게 흔히 볼 수 있기 바란다. 숲과 청년의 모습이 우리 고향의 희망이며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새봄맞이 고향 방문길에 오른다. /박우정(재경고창군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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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4.16 23:02

[타향에서] 방사성폐기물의 진실

필자는 엊그제 4월 6일 월성원자력방재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시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경주시장, 경주시 의회 의장 및 의원들로부터 집요한 부탁을 받았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경주시가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내 고향 부안 땅에서는 아직도 반핵깃발이 펄럭이는데 왜 그럴까필자는 금년 3월 5일 국회를 통과한『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1차적인 단서를 찾는다. 이 특별법은 방사선 누출의 위험성이 높은 「고준위폐기물」을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에 반입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또한, 유치지역에는 사업초기에 3천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고, 운영기간 중에는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반입수수료를 내도록 규정했다. 반입수수료는 연간 50억원에서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의 본사를 유치지역으로 옮기는 동시에, 지역업체에 공사기회를 부여하고 지역주민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특별법에 명시했다. 한수원의 본사가 이전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지방세입이 발생할 것이란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부의 양성자가속기를 그 지역에 설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변함없는 방침이다. 양성자가속기는 전국의 대학과 지자체가 욕심내는 최첨단 연구시설이다. 종합하면, 과거 안면도, 굴업도, 위도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건설하려던 때와는 현저하게 달라진 지원조건을 특별법과 정부정책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의 처분시설 유치 타당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은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는 경주시 양남면 대표였다. 그는 경주시 의회 의원이었는데, 원자력발전소에 가장 가깝게 인접되어 있는 주택에 살고 있었다. 방사성폐기물이 위험하다면 그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사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작업복, 덧신, 폐필터, 이온교환수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위해 사용한 주사기, 솜, 가위, 붕대는 낯설지 않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연구실의 시약병, 시험관, 폐품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이것들은 유형별로 분리되고, 그에 적합한 용기(드럼통 등)에 담겨 창고에 저장된다. 그 창고가 처분시설이다.이러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시설에서 추가로 나오는 방사선량은 1년에 0.01 밀리시버트이다. 다른 경우와 비교하면, 그 양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X레이 사진을 한번 찍으면 0.1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게 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10배나 되는 방사선량이다. 우리가 항공기로 유럽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0.07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게 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7배나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1년에 2.4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면서 살아가고 있다. 대지로부터 0.4 밀리시버트, 공기 중에서 1.3 밀리시버트, 우주로부터 0.35 밀리시버트, 음식물에서 0.35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쐬고 있는 것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서 나오는 것보다 무려 240배나 많은 방사선량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서 추가로 쐬게 되는 방사선이 평소에 쐬는 방사선의 240분의 1밖에 안되는데 전북 부안에서는 왜 반대했을까 부안에서는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고, 특히 방사선의 진실에 대한 지식이 군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반핵단체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군민들의 판단을 선점했다. 농산물이나 수산물이 방사선에 오염되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군민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군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가장 과학적으로 관리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비과학적인 주장과 선동에 제압당했던 것이다. 부안사태가 진정되자 반대운동을 촉발했던 핵심인사의 대부분은 부안을 떠났다. 부안은 그들의 고향도 그들의 삶터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전북의 도민들이 앞장서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꼭 유치하길 기대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대단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연간 방사선량 0.01밀리시버트에 비해 너무나 많은 지원이 보장되어 있는 약속의 시설이기 때문이다. 부안에서의 갈등이『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잉태했기에 더욱 간절하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 전북에 유치되면 지난날 부안의 상처와 아픔을 상큼하게 씻어낼 수 있고, 편을 갈라 목소리를 높이고 삿대질했던 동네 어른들이 예전의 화목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원자력기술의 선진화와 방사선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과학기술부 차관의 입장에서 고향 어른들께 드리는 정직한 제언이다./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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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4.09 23:02

[타향에서] 춘향의 브랜드는 얼마?

제75회 「남원 춘향제」가 사랑한다면 남원으로 오세요 라는 슬로건으로 5월 4일부터 남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75회째 라고 하니 지역 축제 중에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고 또한 대표적인 전통 문화 축제라고 모두 인정해 줄 것 같다. 특히 계절의 여왕 5월에 춘향의 고향 남원에서 사랑이라는 컨셉으로 펼쳐질 축제를 생각하니 지금부터 흥분된다. 때맞추어 남원에 가면 사랑에 흠뻑 젖을 것 같기 때문이다.마침 이달 9일부터 국립 창극단은 전통창극 「춘향」을 공연한다고 한다. 이 공연은 새롭게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한 국립극장의 개막작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다. 이처럼 춘향전은 판소리, 창극, 연극, 영화, 오페라, 뮤지컬, 무용극, 신소설, 현대소설, 시, TV드라마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시대를 넘나드는 유일한 고전이다.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대소설 춘향전은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로, 소설의 이본(異本)도 120여종이나 되고 영국, 프랑스, 독일어 등 번역본도 16종이나 되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니 만큼 값으로 따져도 대단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서 춘향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자료에 의하면 1923년 일본인 감독이 「춘향전」을 최초로 무성영화로 만든 이후 12년 뒤 문예봉(월북)이 주연한 최초의 발성영화 제작을 비롯해 16편(?)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춘향뎐」은 제20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했다. 2004년에는 전주 국제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었다. 김지미, 최은희, 홍세미, 문희 등 당대의 인기 여배우들이 춘향역을 맡았으며 탈선 춘향전, 방자와 향단이, 한양에서 온 이도령 등으로 페러디한 이설 춘향전도 등장했다.국립 창극단은 81년 아시아 예술제(홍콩), 87년 일본 5개도시 순회공연, 88년 서울 올림픽문화예술축전 공연을 했고, 김천홍의 무용극, 서울 오페라단의 오페라, 임춘행의 여성국극「옥중화」등의 공연과 김영랑, 노천명, 서정주, 박재삼 시인 등은 시로 춘향을 되살려 놓았고, 최근 TV드라마 쾌걸 춘향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춘향전이 얼마나 유명하고 우리의 정서에 얼마나 익숙한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춘향전과 관련된 예술장르와 춘향, 이도령, 향단, 방자, 월매, 변사또 등의 이름을 땃거나 페러디한 전국의 상호나 상품, 축제, 관광 등 그 부가가치를 총망라한 춘향의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될지 필자는 계산할 능력이 솔직히 없다. 당국이나 전문가가 한번 따져 봤으면 좋겠다.욘사마가 일으킨 한류 열풍의 브랜드 가치를 일본의 다이이치 생명 경제연구소는 한국에는 1조 72억원, 일본에는 1조 29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고 계산했다. 경제적 가치 외에도 한국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킨 민간 외교 사절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인구 4만의 시골 함평이 나비축제를 개발해 6년 만에 50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군인구의 39배가 넘는 154만명이 관광객으로 몰렸다고 한다. 그러면 남원과 춘향의 브랜드는 어떤가? 남원 춘향제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관광객은 얼마나 올까? 특산품이나 관련 상품은 얼마나 팔릴까? 함평은 아이디어를 짜내 나비축제를 새로 만들었지만 남원에는 춘향이가 오래전부터 있지 않은가? 춘향의 몸값을 올리고 구경꾼을 끌어 모으기 위해 남원시민과 전북도민은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이번 남원 춘향제 행사 위원회에서 준비한 아이템에 여기에 이런 것들을 추가하면 어떨까? 첫째, 홍보용 춘향 열차를 운행하자.(4~6월 3개월간) 사랑이라는 컨셉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사랑은 기차를 타고」라는 아이템에 맞게 남원과 전북을 통과하는 열차는 물론 경부선, 중앙선, 교외선 등 몇 개의 열차에 춘향 관련 작품과 남원과 전북의 관광지 사진으로 춘향 열차를 꾸며 운행하고 판소리 춘향전도 들려주자.둘째,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춘향전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자. 욘사마가 주인공을 맡던지 아니면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또다른 주인공을 발굴해 남원과 전북을 배경으로 제작해 동남아 관광객을 끌어드리자.셋째, 아마추어 영화「춘향전」콘테스트를 개최하자. 개인이나 동호인이 출연과 제작에 참여하는 순수 아마추어 영화제로 정통이나 페러디 등 소재는 자유로 하자.넷째,「춘향전」영화 상영 및 창극을 공연하자. 전북의 대도시에서 최초의 영화 춘향전을 비롯해 특색있는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자. 그리고 국립 창극단 초청 공연도 하자. 장기적으로 춘향전 관련 영화 작품 모두를 수집하여 춘향 박물관에 소장하자.한국 전통 예술의 백미 「춘향전」이 전북 남원에서 탄생한 것에 자긍심을 가지자. 그리고 감사드리자. 춘향의 덕좀 보고 잘사는 전북이 되기 위해 춘향의 몸값을 불려보자. 그러기 위해 지역 축제가 아닌 전국 축제로 만들자. 춘향이가 남원, 나아가 전북의 희망이 되게 하자. /은희현(제주문화방송 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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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4.02 23:02

[타향에서] 미국이 6자회담 파괴자?

최근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이 6자회담 분위기를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해 한국 등에 북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수출했다는 허위 정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 2월초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이 파키스탄에 핵물질을 수출하고 파키스탄이 리비아로 다시 넘겼다는 원래 정보에서 파키스탄 부분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변국에 이런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직후 북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2ㆍ10 성명을 통해 6자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미국의 의도적인 거짓 정보의 제공으로 북은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미국의 목적은 기대치를 훨씬 넘어 달성된 셈이다. 미국은 특정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정보를 조작해낼 수 있는 국가라는 의심은 지구촌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시민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다. 조작된 정보로 여론을 왜곡한 뒤에 전격적으로 이라크를 침략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의 언론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파괴자로 거의 예외없이 북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파괴자는 미국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정치에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북이라는 소위 악의 축이 평화의 축으로 전환하게 되면 미국의 강경보수파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반면에 악의 축이 존재하면 강경보수파들은 입지를 강화한 상태에서 계속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북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의 강경보수파들이고,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민족이다. 북핵문제는 미국 국내 선거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여 언제나 강경보수파들의 득표에 애용되고 있는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강경보수파가 국민을 선동할 수 있는 슬로건 중에서 북핵문제는 최고의 공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 빨리 해결할 이유가 없다. 둘째,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의 전선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확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가장 큰 공로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어쨌거나 중국이 북을 설득하고 있는 모양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역할 확대가 자못 찜찜하게 되었다. 게다가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정착되는 초석이 놓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미군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진다. 미일안보동맹에 기초한 신속배치군 창설 등의 패권주의적 노선을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는 미국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미국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셋째, 내면의 필요성 때문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에게 필요한 것은 동맹이 아니라 적대국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여 적대국을 해소하면 내면적으로도 상실감과 허탈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표적 없는 사격만큼 어리석은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내면에서 주요 공격 목표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 그들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보다는 갈등을, 우리 민족과 한반도의 평화보다는 긴장을 더욱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제국주의적 이익은 주로 갈등과 긴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가 증거하고 있다. 이상의 의심과 이유가 예상을 빗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북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에만 매달리지 말고 남측과 직접 대화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촉구하면서 꽃샘추위가 끝나기를 기다려본다. /정도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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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3.26 23:02

[타향에서] 고정관념을 바꾸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더십컨설턴트인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작은 변화를 원한다면, 당신의 행동을 변화시켜라. 하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당신이 가지고있는 패러다임, 즉 고정관념을 바꿔라고 조언했다.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한 말로써 특정사물, 자연, 사람을 바라보는 가치관, 사고방식,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짧게 말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자 생각의 틀이다. 반드시 획기적인 발전과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좋지 않은 상황과 낙후(落後)를 벗어나려면 세상을 보는 시각과 생각의 틀, 행동을 바꿔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창 일할 수 있는 50대 중반의 직장인들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으로 스스로 알아서 퇴직하는 모습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참으로 안타깝고 처절(悽絶)하기까지 하다. 더욱 안타깝고 답답한 것은 이분들을 다시 받아줄 일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과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내거나 마련하지 못하면 지독하게 무료하고 답답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듯한 직장에서 퇴직한 건강하고 능력있는 분들이 할 일이 없어서 너무 무료하고 답답하다고 하소연 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아무것도 도와줄 것이 없는 처지이므로 그런저런 하소연을 조금은 진지하게 들어주던가 소일거리를 찾아보라고 권유하고 마는 것이 일쑤이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아마 할 일이 없다 함은 자신을 위한 일, 적정 수익이 있는 일, 남이 보기에도 근사(近似)한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세상을 보는 시각과 생각의 틀을 벗어나서 전혀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면 해야 할 일이 넘쳐서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수익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 어렵다면 수익은 없더라도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를 위한 의미있는 일을 찾아보면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조금도 쉴 틈 없는 즐겁고 보람찬 생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료함과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일, 건강을 지키면서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일, 의미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은 이웃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에서 손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웃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을 일주일에 2~3일정도만 봉사하게 되면 직장에서 일할 때 보다 훨씬 바쁘고 의미있는 나날이 될 것이다. 예를들면 거주하는 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일, 공원과 명승지를 가꾸고 깨끗하게 하는 일, 일손이 부족한 친구나 친지의 농사일을 도와주는 일, 하천이나 도로 주변의 오물을 수거하는 일 들이다.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쑥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당당하고 자랑스런 일상이 될 것이며 따라하는 사람과 같이 할 사람도 늘어나게 되어 의외의 좋은 성과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공직 또는 공기업이나 대기업, 중견기업에서 퇴직하여 어느정도 노후대책이 마련된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일이다.우리 사회의 고학력자들은 국가와 사회의 혜택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보아야 하며 그것을 다시 국가와 사회, 이웃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각급 지자체에서도 이런일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시스템(system)화 하여 잠자는 유휴동력을 지역사회의 발전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새 봄과 함께 건강한 지역사회, 바쁘게 활기넘치는 지역사회, 꿈과 희망이 있는 세상이 열리기 바라며 모두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면 꼭 이루어진다고 본다./박우정(재경고창군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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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3.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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