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춘향의 브랜드는 얼마?
제75회 「남원 춘향제」가 사랑한다면 남원으로 오세요 라는 슬로건으로 5월 4일부터 남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75회째 라고 하니 지역 축제 중에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고 또한 대표적인 전통 문화 축제라고 모두 인정해 줄 것 같다. 특히 계절의 여왕 5월에 춘향의 고향 남원에서 사랑이라는 컨셉으로 펼쳐질 축제를 생각하니 지금부터 흥분된다. 때맞추어 남원에 가면 사랑에 흠뻑 젖을 것 같기 때문이다.마침 이달 9일부터 국립 창극단은 전통창극 「춘향」을 공연한다고 한다. 이 공연은 새롭게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한 국립극장의 개막작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다. 이처럼 춘향전은 판소리, 창극, 연극, 영화, 오페라, 뮤지컬, 무용극, 신소설, 현대소설, 시, TV드라마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시대를 넘나드는 유일한 고전이다.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대소설 춘향전은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로, 소설의 이본(異本)도 120여종이나 되고 영국, 프랑스, 독일어 등 번역본도 16종이나 되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니 만큼 값으로 따져도 대단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서 춘향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자료에 의하면 1923년 일본인 감독이 「춘향전」을 최초로 무성영화로 만든 이후 12년 뒤 문예봉(월북)이 주연한 최초의 발성영화 제작을 비롯해 16편(?)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춘향뎐」은 제20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했다. 2004년에는 전주 국제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었다. 김지미, 최은희, 홍세미, 문희 등 당대의 인기 여배우들이 춘향역을 맡았으며 탈선 춘향전, 방자와 향단이, 한양에서 온 이도령 등으로 페러디한 이설 춘향전도 등장했다.국립 창극단은 81년 아시아 예술제(홍콩), 87년 일본 5개도시 순회공연, 88년 서울 올림픽문화예술축전 공연을 했고, 김천홍의 무용극, 서울 오페라단의 오페라, 임춘행의 여성국극「옥중화」등의 공연과 김영랑, 노천명, 서정주, 박재삼 시인 등은 시로 춘향을 되살려 놓았고, 최근 TV드라마 쾌걸 춘향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춘향전이 얼마나 유명하고 우리의 정서에 얼마나 익숙한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춘향전과 관련된 예술장르와 춘향, 이도령, 향단, 방자, 월매, 변사또 등의 이름을 땃거나 페러디한 전국의 상호나 상품, 축제, 관광 등 그 부가가치를 총망라한 춘향의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될지 필자는 계산할 능력이 솔직히 없다. 당국이나 전문가가 한번 따져 봤으면 좋겠다.욘사마가 일으킨 한류 열풍의 브랜드 가치를 일본의 다이이치 생명 경제연구소는 한국에는 1조 72억원, 일본에는 1조 29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고 계산했다. 경제적 가치 외에도 한국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킨 민간 외교 사절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인구 4만의 시골 함평이 나비축제를 개발해 6년 만에 50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군인구의 39배가 넘는 154만명이 관광객으로 몰렸다고 한다. 그러면 남원과 춘향의 브랜드는 어떤가? 남원 춘향제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관광객은 얼마나 올까? 특산품이나 관련 상품은 얼마나 팔릴까? 함평은 아이디어를 짜내 나비축제를 새로 만들었지만 남원에는 춘향이가 오래전부터 있지 않은가? 춘향의 몸값을 올리고 구경꾼을 끌어 모으기 위해 남원시민과 전북도민은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이번 남원 춘향제 행사 위원회에서 준비한 아이템에 여기에 이런 것들을 추가하면 어떨까? 첫째, 홍보용 춘향 열차를 운행하자.(4~6월 3개월간) 사랑이라는 컨셉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사랑은 기차를 타고」라는 아이템에 맞게 남원과 전북을 통과하는 열차는 물론 경부선, 중앙선, 교외선 등 몇 개의 열차에 춘향 관련 작품과 남원과 전북의 관광지 사진으로 춘향 열차를 꾸며 운행하고 판소리 춘향전도 들려주자.둘째,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춘향전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자. 욘사마가 주인공을 맡던지 아니면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또다른 주인공을 발굴해 남원과 전북을 배경으로 제작해 동남아 관광객을 끌어드리자.셋째, 아마추어 영화「춘향전」콘테스트를 개최하자. 개인이나 동호인이 출연과 제작에 참여하는 순수 아마추어 영화제로 정통이나 페러디 등 소재는 자유로 하자.넷째,「춘향전」영화 상영 및 창극을 공연하자. 전북의 대도시에서 최초의 영화 춘향전을 비롯해 특색있는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자. 그리고 국립 창극단 초청 공연도 하자. 장기적으로 춘향전 관련 영화 작품 모두를 수집하여 춘향 박물관에 소장하자.한국 전통 예술의 백미 「춘향전」이 전북 남원에서 탄생한 것에 자긍심을 가지자. 그리고 감사드리자. 춘향의 덕좀 보고 잘사는 전북이 되기 위해 춘향의 몸값을 불려보자. 그러기 위해 지역 축제가 아닌 전국 축제로 만들자. 춘향이가 남원, 나아가 전북의 희망이 되게 하자. /은희현(제주문화방송 전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