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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생명윤리와 과학기술 사이에서

인간복제가 실현된다면 정말 나와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 쌍둥이 같이 닮은 외모에 성격이나 취향도 같고, 배워온 지식이나 경험도 그대로 이어받은 또 다른 내가 나타난다면 ? 복제인간과 나의 관계는 부자지간인가, 형제인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신체부속품을 제공하기 위한 다른 계급의 존재라면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질문들은 최근에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한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상상력 풍부한 영화작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도 최근 체세포복제 연구성과를 보면서 같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유전적, 환경적 영향을 동시에 받는 인간의 성장과 발생과정을 생각하면 이러한 급진적인 시나리오의 완벽한 실현은 어려워 보인다. 1997년 최초의 복제양 돌리의 성공 이후 최근 복제개 스너피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체세포복제연구는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황우석 교수의 인간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수립 성공에서 보듯이 관련 분야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줄기세포, 특히 체세포복제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없어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궁극적이고 가장 유망한 방법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여러 가지 윤리적인 논의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복제인간의 탄생을 이끌 가능성 외에도, 체세포복제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난자의 조달 방법, 생성된 복제배아의 지위, 생명의 정의 등에 대하여 종교계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간복제를 다룬 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켰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생명윤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반증일 것이다.문제는 인간복제 등 심각한 생명윤리 침해의 가능성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성공하였을 경우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 삶을 열어줄 수 있다는 희망, 그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줄기세포가 인간에게 치료목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특정 세포로의 분화 조절, 안전성 확보, 동물실험, 임상실험 등 많은 단계를 거쳐 그 효과를 확인하여야 하며 이러한 작업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부에서는 생명과학기술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질병 예방 및 치료 등을 위하여 이용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법령에는 인간복제에 대한 명확한 금지와 함께 각 기관의 의무준수사항 외에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기관내 연구를 심의하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 등을 두도록 명시함으로써 연구를 견제할 수 있는 여러 겹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법적, 윤리적 틀안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지속적으로 윤리적 검토를 병행해 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또한 생명윤리에 대한 담론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고 건전한 토론이 활성화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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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07 23:02

[타향에서] 혁신만이 살 길이다

우리 사회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매우 보편화 되었다. 중앙은 물론 시골 면 단위 까지 혁신협의회라는 조직이 생겼다. 혁신이 그렇게 당연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그리고 도시든 농촌이든 이제 혁신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세상은 매우 빨라지고 세계는 극히 좁아지고 있다. 경쟁은 치열하고 오늘의 신기술이 내일이면 낡은 것이 되어 버린다. 세계가 한 지붕! 오직 국경 없는 경제전쟁만이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이념적 이데올로기 대립도 민주 대 반민주 갈등도 이미 구시대적 유물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다만 국가 안위와 사회 발전을 위한 합리적 실용주의만이 지배적이다.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망국적 지역감정에 이어 이제는 진보와 보수, 분배와 성장, 과거파와 미래파 등 좌우로 나뉘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국력의 통합이 아니라 허비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혁신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하는 짓은 구호뿐이며 구태의연한 게 많다.한 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경쟁력이라는 자료를 보면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30개 회원국 중 한국의 부문별 경쟁력은 개인의 경우 11위, 기업은 15위로 중상위권이나 정부와 사회는 20위로서 하위권이다. 그리고 중국의 약진과 우리의 고령화 사회 및 통일비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든 부문이 10위권 안에 들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IMF 위기 때 삼성그룹 총수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는 모두 바꾸라고 직원들을 독려하였단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 기업은 승승장구하여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으뜸가는 초일류 기업이 되었다. 전북 출신 연극인이며 현재 서울국립극장장인 김명곤 씨는 공직자 중 연봉을 대통령 다음으로 많이 받는 사람이라고 한다. 국립극장을 잘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가 처음 그 자리에 갔을 때 개선해야할 점이 너무 많아 과거와 거꾸로만 하자고 결심하고 노력한 결과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그렇다. 기존의 진부한 사고와 행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 그리하여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 창조적 파괴! 그것이 바로 혁신인 것이다.요즈음 민간부문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혁신하려 애쓰고 있다. 공공부문은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아직 미진한 것 같다. 특히 지방과 농촌이야말로 부족해 보인다. 농촌도 이제 개방화시대를 맞아 자유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의 보호막은 예전 같지 않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촌도 스스로 변해야 된다. 아니 혁신해야 산다. 고품질 고부가가치 영농을 하고 판로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넓혀야 한다. 농촌이라고 농사만 짓는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최대한 혜택을 주어 기업도 유치하고 전통 문화자산이든 천혜의 자연환경이든 관광 자원화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회의론을 얘기하는데 저는 그게 제일 듣기 싫고 절대 동감할 수 없습니다. 노력에 따라서는 농민도 잘 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는 이웃 전남에 사는 어느 신지식 농업인의 말이다. 그는 시설채소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 까지 팔며 매년 2억 원 이상의 소득에 외제 차까지 타고 다니는 사람이다. 혁신이란 바로 그와 같은 사고의 전환으로부터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탐구정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정신이 혁신의 동력일 것이다. /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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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30 23:02

[타향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발전

지역발전의 본질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일 것이며 삶의 질 향상의 내용은 소득증대, 고용증대 및 안정, 정주환경의 향상이 핵심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이러한 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소득증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이 늘어날수록 소득증대 효과는 더욱 크다. 그리고 지방 세수가 늘어나 지역 환경개선과 복지가 확충될 수 있는 재정기반이 확충된다. 고용증대는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이 있다. 저임금 단순작업 노동고용 보다는 가급적 고임금 고급 인력 고용이 많을수록 고용의 지역발전효과는 크다. 당장 배고픈데 찬밥 더운밥 가릴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할 수 있겠으나 앞을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북에는 토지공사와 농촌진흥청 산하 6개 연구소와 전문학교 1개소를 비롯하여 13개 공공기관이 새로 조성될 지역 혁신도시에 이전된다. 이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쉽게 기대해 볼 것은 새 건물이 들어서고 근무 직원들의 일부가 이사를 오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건물 건설과정에서 물재 수요와 건설 인력 고용이 일어날 것이며 근무 직원들의 임금 지급과 생활비 지출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들이 이처럼 단순히 건물의 이전과 근무 직원의 이사에만 그친다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는 이 정도 수준에 머물고 말 것 이다. 기존 인력이 옮겨오기 때문에 신규 고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직원들 가족들이 자녀 교육이나 직장 문제로 대부분 서울지역에 남게 된다면 임금소득의 지역 지출도 최소화 될 것이다. 신규고용 증가나 소득증대를 통한 지역발전 효과는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이전에 따른 지역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정주환경을 최소한 국내 최상의 수준으로 만들어서 가족 모두가 이 지역에 정착하여 평생을 살고 싶도록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연관 업무나 산업이 동반하여 확대 형성되어 정착하도록 여건을 조성하여야 한다. 그리고 혁신도시 입지 선정이 소지역주의나 정치적 고려의 개입이 배제되고 경제적 논리와 지역발전 파급효과의 극대화 논리에 철저히 근거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전기관들의 업무가 가급적 지역 부존자원과 연계가 최대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이전계획 초기설계 단계부터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이전기관들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시행해야 가능한 일이다. /강수기(한국식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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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3 23:02

[타향에서] 판소리, 북 그리고 진도아리랑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에---, 아-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아- 났네--청천- 하늘엔 잔-별도오- 마안고-, 이네에- 가슴 소옥엔 희-망도오- 많다지난 여름휴가 때 일행 몇 명과 콘도에서 하루 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약간의 반주를 곁들였기에 취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미리 준비해간 북을 꺼냈다. 북을 식탁의자 위에 올려놓고 사철가와 호남가(판소리와 달리 단가라 함)를 소리높이 부르니 일행들의 박수소리가 콘도의 하늘아래 울려 퍼졌다. 기분이 우쭐해진 필자는 이어 진도아리랑을 더욱더 소리높이 울려 제꼈다(진도아리랑은 원래 장구로 장단을 맞추어야 하나 꿩 대신 닭이라고 장구가 없으니 북을 두드리는 수밖에). 그런데 단가를 부를 때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일행들은 아리랑을 부르니 흥이 절로 나는지 합창으로 발전하였고, 합창소리를 들은 필자는 더욱더 북을 세게 치면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방안의 인터폰에서 삑소리가 났다. 모두가 동작 그만!하고, 일행 한명이 인터폰을 받았다.- 상대방 : 시끄러우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 아직도 합창의 흥분이 가시지 아니한 일행 : 아- 조용한 곳을 찾으려면 절에나 가시지 머더러(?) 콘도에 오셨는감유(?)! - 이에 기분이 상한 상대방 : 애기가 아파서 그러니 조용히 좀 합시다.- 일행 왈 : 아- 애기가 아프면 병원에 가시지 머더러(?) 콘도에 오셨는감유(?)!하지만 아기가 아프다는데 별 수 있나! 즉시 합창을 멈추고 좌판(?)을 거뒀다.(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많이 불편하셨는지요.)예향의 도시 전주! 그리고 멋과 맛이 살아있는 우리 고향 전라북도! 우리 고향은 산세가 수려하고 농토가 넒고 비옥하여, 예로부터 인심이 넉넉하고 예술이 발달하여 온 곳이다. 그중에서도 서예나 서화, 그리고 판소리 등은 가히 전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년에 그러한 곳의 검찰청 수장(首長)으로 부임하여 오자마자 창(唱)이라도 한가락 배웠으면 하는 차에 도립국악원 교수 한분을 소개 받았다. 그 분과 시간을 맞추어보니 월, 수, 목요일의 저녁시간이 좋다고 하기에 얼른 가르침을 부탁하였다. 처음에는 중머리, 중중모리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는 자진모리, 휘모리로 발전하였고, 어느 정도 가락이 맞추어지자 이번에는 판소리, 단가, 아리랑으로 분야를 옮겨 배우다보니 각 분야마다 조금씩 귀동냥하는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전주에 좀더 근무하였더라면 더 많이 배웠을 터인데, 너무 일찍 전주를 떠나와 아쉬움이 많았다.서울에 올라와서는 마땅히 연습할 곳이 없어서 육성(肉聲)으로 하는 연습은 못하고 대신 출?퇴근길 승용차안에서 전주에서 배울 때 녹음해 놓았던 테이프를 틀어놓고 복습을 하고 있다. 그것도 공부라고, 여러 번 듣다보니 과거에는 듣지 못하였던 가락이 한 두곳씩 새롭게 들릴 때는 그 기쁨 또한 남다르다. 또한 장거리 여행이나 출?퇴근길 정체 때 녹음테이프를 들으면서 흥얼대면 짜증도 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수 있으니 이 역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단지 북채 대신 합죽선으로, 북 대신 장단지에 가락을 맞추다보니 목적지에 와보면 장단지가 벌겋게 부어 있고 때로는 아프기까지 한다. 그래도- 좋은 걸 어떡혀(?)!-다가오는 추석에는 온 가족이 앞마당에 멍석을 깔고 둘러앉아, 휘영청 밝은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사철가나 진도아리랑을 다함께 신명나게 불러보심이 어떨지..... 그러면서도 지난 폭우로 갑작스런 피해를 당한 우리 이웃들은 이번 추석을 잘 지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마음의 여유도 갖아보심이 어떨지...../이동기(대검찰청 형사부장, 전 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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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9 23:02

[타향에서] 함께하는 명절

해마다 명절이면 텔레비전을 통하여 귀향과 귀경행렬로 몸살을 앓는 고속도로를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부모님도 노년에는 상경하여 계셨고, 많은 형제들도 대부분 서울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어 명절이면 귀향행렬 대열에서 몸살을 앓는 일은 없었지만,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사실 수십년 전 어린 시절 맞이하던 명절은 새 옷을 입고, 새 신발을 신으며,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 몇가지 더하는 것 뿐, 모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보던 얼굴들이었다. 한 집 건너, 한 골목 지나 살던 친척들이 평시라고 서로 왕래가 없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명절에나 나타나는 낯선 친척이란 대개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고향을 떠난 경위, 타향살이의 애환 등등...명절음식을 장만하는 많은 손길들은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도 함께 곁들여 음식을 만들곤 했다. 그 사이를 오가며 심부름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도 얻어먹고, 세상살이의 희귀한 이야기들도 귀동냥을 얻어듣곤 하였다.이제 명절도 많이 달라졌다. 가까운 친척들도 명절이나 되어야 얼굴을 마주 하게 되고, 명절이나 되어야 집안에 새로 들어온 가족, 새로 태어난 후손들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명절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함께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세상살이의 애환을 나누며, 어린아이들이 그 틈에서 오가는 모습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애써 음식을 만드는 모습도 많이 줄었고, 나누는 이야기들도 세상살이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자녀들은 낯선 어린들, 낯선 환경에 어색하게 끼어 기웃거리느니 방방곡곡에 보급되어 있는 인터넷 덕분에 환경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말하자면, 많이 모이기는 하지만, 나누는 것은 적어진 듯하다.금년에는 지난해보다 귀향인구가 줄 것이라는 예측발표가 있었다. 아마 연휴기간이 짧은 탓이리라. 이번 추석은 많은 사람이 고향으로 발걸음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 대신 보다 많은 사람들과 보다 많은 것을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멀리 있는 친척들에게 가족사진과 안부를 적은 카드를 보내거나 자녀들에게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글이나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족의 범위를 조금 넓혀서 어려운 이웃사촌들에게 명절음식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어차피 인터넷에 친근한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친척들의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도록 하여 세대 차이를 줄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어릴적 고향에서의 풍성하고 왁자지껄하던 명절의 모습이 그립지만, 다음세대가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명절을 즐기는 모습에도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지난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부모님께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세요. 인사를 드렸다.웃으시면서 욕하지 말라고 말씀을 하신다.부모님이 큰 기둥으로 든든하게 계시기에 가족 친척들이 다들 모여 함박웃음꽃을 피우게 된다.곧 다가오는 추석에 오랜만에 모이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깃거리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까 기다려진다./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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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2 23:02

[타향에서] 전북 리모델링의 방향

지역의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시장에 맞는 산업구조와 정주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산업구조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요구하는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해당지역의 자원조건과 지리적 접근성에 따라 크게 좌우 된다. 좁은 국토 안에서 자원 여건이 지역별로 유사한 우리나라에서는 대체적으로 인적자원, 서울에서 지리적 접근성과 함께 정주 여건이 지역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북의 인적자원, 접근성, 정주여건은 이러한 발전요건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전북의 미래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도민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전북의 경쟁력을 높혀 지역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실현하는 것이다.먼저 지역 자원을 총 동원하여 새로운 시장 여건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전북은 농업 자원과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농업자원은 전통적 쌀 중심의 농업에서 고부가치성 농업으로 전환하고 지역 관광자원은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재구성하되 체재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맛과 멋과 소리의 고장이라는 이미지 자원을 이용하여 식품산업, 디자인 산업 그리고 음향기기 및 악기 산업의 육성을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이와함께 고부가가치 신산업 유치가 절실하며 이에 필요한 인적자원은 인구의 대량 유출로 부족한 실정이나 접근성과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기업과 함께 인구 유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산업유치를 위한 접근성은 기업의 입지 선정과 관광객의 방문에 핵심적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희망 지역 결정 당시 90% 이상의 기관이 충청권을 선호한 이유는 접근성이었다. 접근성은 신속성, 편리성이 핵심이며 도로, 항만,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이 필수 요소이다. 고속도로와 간선도로의 확충, 서해안 항만 확충 개선, 고속전철의 조속한 건설, 김제공항의 조속 개항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간접자본은 운송 수요가 있어 건설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운송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본질적 기능이다. 특히 김제공항은 현 시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있으나 국내 중형항공 운항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으며 남북한 교류나 인접 중국, 소련 동북부 등과의 무역거래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도 시급히 건설되어야 한다. 정주여건은 기업유치나 인구 유입에 절대적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다. 의식주 해결을 위한 기초시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양질의 교육, 문화, 주거환경, 여가활용 시설 등의 확보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최고를 지향하겠다는 도민의 의식과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쟁에서는 일등만이 살아남는 현실을 인식하고 무엇이든지 일등제품, 일등서비스를 생산 공급하겠다는 주민 의식의 정착이 절실하다. 지역 발전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강수기(한국식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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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19 23:02

[타향에서] 묵언(默言)

2004년 7월 초순 어느 날.전주지방검찰청의 검사장으로 부임 후 관내 지청 중에서 처음으로 정읍지청을 지도방문하였다. 10여년전 정읍지청장으로 재임하였던 시절에도 열악한 청사(廳舍)사정으로 인한 어려움이 하나둘이 아니었는데,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청사에서 아무런 불평없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검찰권 행사에 애를 쓰고 있는 검사와 직원들을 보니 대견스러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격려를 하여 주었다. 귀청하는 길에는 고향인 정읍 칠보에 들려 그곳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상대로 청소년의 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유달리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아니하고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열중한 결과, 대학에 특수장학생(입학금과 매학기 등록금 면제, 4년간 매월 생활보조금조로 일정액의 장학금 수령)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 재학 중 절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는 겨울방학 3개월 동안 묵언까지 하면서 공부에 매진하여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하게 되었다. 여러분들도 주변여건 중 좋지 않은 점만 탓하지 말고,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가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여 주었다.강연이 있는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www.dongkisarang.com)에 묵언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여야 하냐?고 문의를 하여 온 학생이 여러 명 있었다. 여러 가지 강연내용 중에서 특히 묵언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학생이란 모름지기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고, 또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여야 되는데 공연이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묵언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준 것이 아닌가? 하고 적지 아니 당황하였다. 황급히 묵언은 나중에 하고, 우선은 수업에 열중하라고 일일이 답장을 보내 주면서 학생들을 진정시켜 주었다.각설하고, 잠자코 말하지 않음이라고 사전에 그 뜻이 적혀져 있는 묵언(묵言)은 불가(佛家)에서 행하고 있는 스님들의 자기수행 방법의 하나이다. 묵언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부작위적;不作爲的) 의미가 있어 뭐 별게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왠만큼 굳게 마음을 다지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실패하기 쉽상이다. 그런데 실제로 묵언을 행할 경우 본인의 답답함보다는 주위에 있는 사람이 더 힘들어한다. 묵언하는 사람이야 자신의 결심 아래 그대로 실행만하면 되지만, 주위사람은 묵언하는 사람의 생각을 모르니까 더욱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누가 묵언을 할 경우 주위의 협조가 더 필요하다.독자 여러분들도 올 여름 휴가 기간이나 방학 중에 며칠간이나마 시간을 할애하여 묵언을 해보심이 어떨지요.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였던 말의 소중함도 느끼게 되고(언어장애자들의 불편함을 가슴 가득히 느끼시어 나중에 그분들을 만나게 되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실 것입니다), 스님들의 고행도 함께 체험하고, 본인의 수양도 깊게 할 겸해서.아참, 부부나 친구끼리 말싸움 끝에 한 묵언은 본래 의미의 묵언이 아니라는 것까지 말씀드려야 되나?! 말아야 하나?! 아무튼 그러한 묵언은 아니한 것만 못하겠죠?!/ 이동기 (대검찰청 형사부장, 전 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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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12 23:02

[타향에서] 남자라는 것-남 잘하는 것

얼마전 상당한 지위에 있는 중년 남녀가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누가 많이 받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던 중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한 여자 교수가 정말 우리 나라 사람들, 남 잘하는 것 인정해주어야 해요!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점잖은 노교수님이 갑자기 감격해하면서 맞아요, 우리 나라 남자들 요즈음 너무 불쌍하고 힘들어요. 얼마나 고생하는데, 인정해주어야 하고 말고요.라고 말씀하셨다. 모인 사람들의 대화는 갑자기 대한민국 남자의 현주소에 관한 것으로 급선회했고, 아무도 어떤 대화가 진행중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말을 꺼낸 여자 교수조차 그게 아니고요.라고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진지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남 잘하는 것이라고 하는 말이 남자라는 것으로 잘 못 들리면서 일어난 작은 해프닝이었다. 헤어질 무렵, 그 대화가 급선회된 내용을 알고 있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진상을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면서도 도대체 남자들이 왜 남자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에 그렇게 순간적으로 감격 했는지 서로 안쓰러워 하기도 하였다.남자로 산다는 것. 참 힘든 일이다. 여자보다 더 많이 참아야 하고, 더 많이 의젓해야 하고, 더 책임도 많아야 하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더 많고.......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여자를 남자가 참을 수 없게 하는 일을 하고, 근본적으로 가볍고, 무책임하고,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설정되어 있는 존재로 한정지어 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이렇게 많은 형용사들이 붙어 버렸다. 그러나, 사람도 엄청 많고, 해야할 일도 엄청 많은 이 다원화된 세상에서 개개인의 적성과 하여야 할 일의 특성을 제쳐두고,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라는 관념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여 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풀어야 할 과제의 특성에 맞고, 능력이 탁월하다면, 그 성(性)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남자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하여 중년 사망률 세계1위라는 건강상 위험까지 안고 있는 남자들을 그들이 부담하고 있는 많은 짐으로부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업무가 한정지워지는 우리 나라 여자들을 그들이 겪고 있는 박탈감으로부터 해방하는 길이 될 것이며, 오히려 가사 노동의 중요성을 재평가하는 계기도 되리라 생각한다.따라서, 이제는 남자라는 것 또는 여자라는 것보다는 남 잘하는 일을 찾아 한 사람 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맡게 배치하여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여야 한다. 다만, 아직 남자가 하여야 할 일과 여자가 하여야 할 일에 대한 구분이 엄격하신 어르신들에게는 다소 불편함이 있을 것이고, 나 자신 아직 그러한 한계를 완전히 극복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다음 세대를 위하여서도 남자라는 것을 강조하기 보다는 남 잘하는 일을 찾아 그 능력을 높이 평가하도록 하는 노력과 교육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 /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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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05 23:02

[타향에서] 농촌이구 감소와 고령화문제

지난 봄 고향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몇 년 전 IMF 위기 때 유수한 생명보험회사의 중역자리를 명예퇴직하고 나이 50초반에 서울을 떠나 낙향한 사람이다. 그 이후 유산으로 받은 야산을 손수 과수원으로 일구고 표고버섯도 재배하며 지금은 마을 이장까지 맡아 농촌에 아주 잘 적응하며 살고 있다. 그 마을은 첩첩산중 이지만 40년 전만해도 150여명이 살았단다. 그런데 지금은 불과 26명이 살고 있으며 그 중에 반은 70세 이상 노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농촌은 어느 곳이나 애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초 고령화 사회이다. 농촌 인구의 감소도 문제지만 고령화 또한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인력부족은 물론 노동력저하로 이어져 결국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농촌의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부에서는 젊은 영농인을 육성하여 농촌에 정착케 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어느 지자체는 인구전입을 유도하기 위해 전입장려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소위 귀향마을특구라는 것을 만들어 출향인들을 고향으로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장도 있다.지금 경제가 어려워 많은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에 수습사원으로라도 나가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동남아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와 있듯이 우리 젊은이들 또한 중국 같은 나라의 공장에 단순 노동직으로 나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들에게 우리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농촌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준다면 그리고 성공한 스타 농업인을 보여 준다면 많은 젊은 영농인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공장보다는 정든 모국의 농촌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또한 도회지에 살고 있는 출향인들로 하여금 고향에 내려가 정착케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 특히 나이 50세 안팎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 나이면 도회지에서는 은퇴자일지 몰라도 농촌에서는 아직 일할 수 있는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IMF 시대 이후 기업체에서는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여 40대 중반부터 이미 명퇴가 시작되고 잘해야 50대 중반이면 은퇴하게 된다. 실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렇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어 한다. 자식들 공부도 어지간히 마쳤으니 집 한 채 팔아 자식들 기거할 작은 오피스텔이나 하나 장만해주고 나머지 돈 가지고 고향에 가면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들 얘기한다.그런데도 그들이 선뜻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운 삶의 전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 소일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인 것 같다. 지자체에서 그들에게 농촌의 빈집을 알선해 주고 수리비도 좀 보조해 주며 조그마한 '팬션하우스라도 지어 민박으로라도 소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휴경지라도 빌려 주어 적절한 영농교육과 농촌 적응훈련을 병행한다면 실효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앞서 얘기한 친구와 같은 진짜 영농인이나 이장도 여러 사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농촌에 접목시켜 활용한다면 농촌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앞서 말한 것들이 문제 해결의 전적인 대안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지방 공무원들을 보면 대부분 전주 같은 인근 도시에 살며 시골 직장에 출퇴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문제인 것 같다. 고향을 떠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일자리 문제도 있겠으나 그런 이유가 클 것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마다 관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웃 경남의 함양고등학교나 거창고는 우수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아 오히려 외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가 꼭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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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29 23:02

[타향에서] 김치 세계화의 과제

김치의 세계화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수출을 통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식문화를 국제적으로 선양하는 것이다. 근년에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글로벌화 되어 국가 간 교류가 일상화되면서 김치가 세계에 많이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에 수출이 많아 졌고 중국으로 부터는 역으로 우리나라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구에도 김치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양이 많지 않고 소비도 현지인보다 한국 관광객이나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동양계가 구입하는 수준이다. 이와같이 서구에서 호기심 수준 이외의 김치 수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무엇보다 김치가 서구인의 식생활과 잘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치는 쌀밥과는 잘 어울려지나 빵, 우유, 치즈와는 맞지가 않는다. 서구인들 음식에 동반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냄새가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너무 강하다. 사실 마늘취, 발효취나 젓갈 냄새는 우리들도 별로 즐겁게 느끼지 않는 향이다. 매운 맛도 강한 편이다. 다음으로 맛과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김치라도 한 두달 전 제품과 지금의 제품의 맛이 다르다. 배추, 고춧가루, 마늘 등 원부재료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치를 서구인을 포함한 세계적 식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김치를 그대로 서구인들이 수용하기를 요구하기 보다는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그러려면 먼저 서구인의 식생활이나 식단에 부합되는 동반식품을 찾아 그에 맞게 제품을 변형하거나 또는 식재료로 활용 될 수 있도록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나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구의 대표적인 음식인 프랑스나 이태리 음식의 요리 재료로 활용된다면 확산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동반 음식으로 쉽게 생각 할 수 있는 품목은 대중 식품인 스파게티나, 피자 등이 있다. 동양에서는 이미 세계화 되어 있는 중국이나 태국음식의 요리 재료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해 볼 만 하다. 인구가 10억 가까이 되는 인도 요리에도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 다음으로 좋아하지 않는 냄새제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로서 산학연이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원부재료의 품질 일관성 확보는 원부재료의 재배 단계에서 해결이 이루어져야 하며 농촌진흥청 등에서 담당해 주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맛의 고장인 전북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품 가운데 하나인 김치의 세계화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강수기(한국식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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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22 23:02

[타향에서] 동서사랑, 고향사랑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최초로 검사임관을 받은 곳은 경상도의 어느 검찰청이었다.그곳은 어느 사찰로 사법시험 공부를 하러 가는 길에 잠시 스쳐 간 인연 밖에 없는 곳이었다.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이 다르듯이 사람들의 기질도 다르다는 말과 같이 그곳 사람들의 기질은 우리 고향사람들과 많이 달랐다. 짜고 매운 음식에, 억센 말투, 그리고 무뚝뚝한 성격 그 자체이었다.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사람을 사귐에 일정한 원칙이 있어 보였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어떤 사람인가를 유심히 살피다가 그 사람에 대한 확신이 서면 서서히 마음을 열어 정을 주고, 대신 한번 준 정은 오래간다. 그런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그 지역 사람 한분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식사 정도를 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는데, 어느 날 정색을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었다.이 검사님은 고향이 전라도라고 알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서울로 유학을 가서 그런지 그곳 말투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곳에서 누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굳이 전라도라고 하지 말고 그냥 서울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이곳 사람들 중에는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아, 이 검사님의 장래에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웬만큼 믿지 아니하면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터인데도, 외지에서 온 이방인(?)에게 마음깊이 신경을 써주는 것 같아 참 고마웠다. 그러나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나온 한마디!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제일 큰 은인이시라면, 고향의 냇가와 앞뒤 동산, 그리고 개울가에서 빨가벗고 뛰어놀던 친구들은 저의 두 번째 은인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의 제가 있겠습니까. 고향을 숨기고 출세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하여 출세하더라도 무슨 보람이 있을까요. 저는 비록 단 하룻동안 검사생활을 하더라도 떳떳하게 고향을 밝히면서 검사생활을 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그 이후로 그 분과는 더욱 다정한 사이가 되어, 필자가 어느 곳에 발령 나더라도 연락이 되었다. 특히 정읍지청장 시절에는 그곳의 유력인사 수십명을 이끌고 와 고향사람들과 교분을 나누었고, 전주지검 차장시절에는 쌀 수십포대를 가지고 와 전주지역 소년소녀가장을 위문하는 등 동서화합의 전도사 노릇을 하고 갔다. 아참, 동서(東西)사랑이 동서(同壻)사랑인줄로 아셨다고요?- 아니라예, 틀리삐다. 예.~ - 아니라구먼요, 틀려뿌렸서요. 잉.~/이동기(대검찰청 형사부장전 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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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15 23:02

[타향에서] 벼는 때가 되면 고개를 숙인다

우리 사회에 혁신적인 변화, 주40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갑자기 연휴를 맞게 되면서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3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농담이 오고 간다. 돈이 없고, 갈 데가 없고, 할 일이 없다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건전한 방향으로 자리잡아 가리라 생각된다.그 동안 7월하면 무더위와 함께 장마, 습기로 근무조건이 원활하지 못한 계절이었다. 이런 7월을 맞아 연휴를 지내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얼마 전 농촌전경을 바라보면서 깨달은 일을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고향에서 살던 어린 시절에는 사시사철을 달력이 아니라 주변을 바라보면서 받아들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 올라와 오랜 세월을 바쁘게 살다가 지방국립병원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여유를 가지고 고향에서 그런 시절이 보냈었다는 것을 떠 올리게 되었다. 그후 은퇴하면 시골에 작은 과수원을 만들어 다니러 오는 손주들에게 과일이나 따 먹이자던 생각을 하던 중 어떤 인연으로 근교에 작은 토지를 마련하여 야채도 가꾸고 과일나무도 심게 되었다. 농사일이라고는 전혀 모르지만, 아무튼 손바닥만한 땅을 갖고 보니 오가는 일이 잦고, 오가며 지나는 논길을 눈여겨 보다보니 예정에 없던 농사공부도 하고, 경험도 많이 하게 되었다.어느 해인가 무척 비가 많이 내린 해였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비로 햇살을 보기 어렵더니 낟알이 채워지지도 못한 채 벼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오다가다 만난 농민들은 쭉정이가 반이라고 한 숨을 내쉬는데도 쭉정이만 달린 벼는 누렇게 익어 처연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때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을 생각하면서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고? 천만에 말씀, 때가 되면 벼는 저절로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걸!하고 깜짝 놀랐었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억지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기를 쓴다고 시간을 일초라도 더 늘이거나 줄일 수 있겠는가! 일정한 때가 되면 벼는 모두 익어 고개를 숙인다. 충실하거나 말거나! 그러나, 그 때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하여 모두 충실한 알곡은 아닌 것이다. 농부의 눈에는 때가 되어 들판에 누렇게 익어 고개숙인 벼라고 하여 모두 알곡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이 충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때가 되었다고 한들 충실한 알곡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마다 사는 길이 다르겠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그 때에 우리의 의지만으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버티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우겨도 절대로 더 이상 숙성을 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하여도 똑 같은 무게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올 여름 새롭게 맞는 주40시간 근무제로 주어진 시간에 모두 땀 흘리면서 스스로의 무게를 더하여 우리 모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그 때에 충실한 알곡으로 판정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오대규(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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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08 23:02

[타향에서] 우리 농촌, 수출로 돌파구를

내 고향 농촌이 깊은 시름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농번기에 한창 바쁠 텐데 쌀 협상 국회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과 아울러 외국산 농산물의 국내 유입이 확대되고 있고 이와 같은 추세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우리 농촌도 이제 개방과 자유경쟁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고 농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업구조조정을 통하여 수입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방화 시대는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시장도 개방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개방 여건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여 능동적인 수출농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우리 농산물 수출을 보면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영세 농가와 소규모 수출업체 위주로 이루어지는 소극적인 형태다. 따라서 경쟁력이 취약하고 생산에서부터 수확 후 관리기술 및 물류유통 그리고 해외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과제는 농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먼저 정부의 강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고 농가를 포함한 수출업체 및 유관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특히 일선 지자체의 선도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농업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위기라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다. 아니다.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60년대에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펼 때 무엇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었던가.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무엇이 있었던가. 하지만 우리는 해 냈다. 한 해 수출액이 무려 2,500억불이 넘는 나라를 만들어 냈다. 그 것은 바로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라는 통합된 의지와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농업에는 기본적인 자원이 갖추어져 있다. 땅이 있고 알 맞는 기후조건, 농민의 근면함, 그리고 국가적 지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범국민적 노력을 경주할 경우 농업은 회생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확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농가는 언제까지 시장개방을 막아 달라고 거리에 튀어 나와야 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것인가. 아니다. 우리 농업에도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연간 200억불이 넘는 농산물을 수출한다. 우리나라의 작년도 농산물 수출액 20억불에 비교하면 믿기지 않는다. 네덜란드가 우리보다 국토가 크기 때문인가, 인구가 많아서인가, 그렇다고 인건비가 싼가. 모두가 아니다. 꽃을 비롯한 고품질 고부가가치의 전략상품을 육성하여 전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우리 농촌도 이제 수출을 해야 살수 있다 그리고 해 낼 수 있다는 의식전환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농업 회생을 위한 노력은 농촌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류학자들은 농업이 망하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안정적 국가 영위도 불가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농업 발전은 중차대한 국가적 명제이며 특히 농도 중에 농도인 우리 고향 전북으로서는 절대 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수출농업의 육성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인 것이다./박상모(재경임실군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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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01 23:02

[타향에서] 6월의 지리산

6월의 지리산은 푸르기만 했다. 철쭉이 만개했지만 멀리서 볼 때는 녹음에 가리워져 그것 또한 푸르름으로 덧칠해 버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내 키보다 더 커버린 나무에 엶은 분홍으로 만개하여 등산로에 철쭉꽃 터널을 만들어 주었다. 6월 지리산의 철쭉. 감탄 그 자체였다. 우리를 이렇게 흥분시키기 위해 혹독한 겨울은 잘 버텨준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수줍은 듯 피어오른 야생화는 이름을 잘 모를수록 좋고, 작을수록 앙증스럽고, 홀로 있을수록 청초하다. 환장할 만큼 예쁜 지리산의 꽃은 서방각시 다 팽개치고 산에 묻혀 버리게 만든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아침햇살은 깨끗하고 순수함으로 찬란했다.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인 낙조는 황홀했다. 처음 들어보는 산새들의 지저귐이니 그 이름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또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이런 6월의 지리산을 나같은 글솜씨로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지리산을 미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와본 후 미치지 않는다면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고단의 노고와 지리산의 지리에서 따와 만든 「노고지리」산악회도 그들 중의 하나다. 공교롭게도 회원 중 한두명을 빼고는 모두가 전북이 고향이다. 거시기부터 시작하는 총무의 말투가 고향사람이라는 것을 잘 증명해준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올해로 19번째 종주를 했으니 지리산을 미치게 좋아한다고 할만도 하지 않은가? 7번쯤 종주에 참가한 필자는 지리산을 종주한 사람은 산악인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등산객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새벽 5시 노고단을 출발해 세석산장에서 1박한 후 천왕봉에는 6월 2일 아침 8시에 도착했다. 출발 27시간만이다.1500여 미터의 봉우리 10여 개와 쓴내 나는 고비를 넘기고 만난 천왕봉(1915m). 정상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비석이 서있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며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민족의 깊은 상처와 숱한 정담까지를 안은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지리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뜻을 가진 지리산(智異山)은 민족의 영산이다.6.25전쟁이후 지리산에서 펼쳐진 좌우익의 남북간 대결은 우리민족의 뼈아픈 시련과 격동의 현장이 되었다. 그래서 6월에 만나는 지리산은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빨치산이 활동하던 곳이 지리산이었기에 우리의 한많은 삶을 그리는 대하소설에도 지리산이 주무대가 된다.남북간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에서 다루면서 지리산을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한 빨치산의 특이한 성격을 조명한 이병주의 「지리산」.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사실적이어서 민족의 대하드라마이고 대서사시라는 평을 받고 있다. 공산주의자가 된 박태영은 지리산으로 들어가 이현상의 승리사단에 전속되지만, 사령관 이현상은 결국 지리산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이현상의 최후는 남한에서 빨치산의 최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법계사 빨치산 은둔지 안내판에 「괴뢰군」라는 단어가 짖뭉개져 있는 것이 이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지금 6월의 지리산은 우리민족의 눈물과 한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우리곁에 있다.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 모두를 포용한다. 그때 그 자리에 피어있던 야생화도 올해처럼 내년에도 피어있을 것이다. 산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지리산에 머문 우리만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지면 된다. 지리산(智異山)의 뜻처럼.../은희현(전 제주문화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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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18 23:02

[타향에서] 고향에서 여름휴가를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애향운동본부는 해마다 전국 각지의 재외도민과 그 자녀들을 초청하여 고향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전통문화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가 추진하고 시행하는 중요사업의 내용과 방향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 그 사업현장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열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선 타지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재외도민을 초청하여 편안하고 따뜻하게 환대하면서 격려, 위무(慰撫)하므로서 자긍심과 애향심을 크게 고취시키는 괄목할 만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전주시를 비롯한 각 시군에서도 고향을 알리고 지역의 농수산물과 생산제품 판매촉진을 위한 재외시군민과의 협력체제 강화에 열중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2년전 6월 하순경, 여름휴가 계획을 생각하고 있을 때에 올 여름 휴가는 고향에서 보내세요라는 고창군수의 서신을 받은 많은 재경고창군민이 그 해 여름휴가를 고향에서 보낸일이 생각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고향에 가있으며 그 고향이 그 자리에 영원히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전되고 가꾸어지기를 소망하고 기원한다. 고향뿐만 아니라 살고있는 지역사회와 국가가 날로 발전하고 평안하기를 소망하고 기원한다. 이것이 바로 애향심이며 애국심이다. 애향심과 애국심은 너무 깊은곳에 잠재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말과 글로만 애국?애족?애향을 부르짖었을 뿐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사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향사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라사랑과 고향사랑은 그 마음도 중요하지만 실천하는 행동과 실체가 있어야 하며 자기가 자지고 있는 것을 조금은 내 놓아야 한다고 본다. 고향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고향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그곳에 가서 보아야 하며, 어떤 어려움과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고향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게 보살펴야 하며 실개천의 물 한 바가지도 깨끗하게 흐르도록 하여야 한다. 문화유적과 전통문화가 훼손되지 않고 바르게 보존되도록 협력하고 보살피는 일에 기꺼이 참여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향사람들을 감싸고 사랑하는 일이다. 그분들이 고향을 지키고 가꾸는 분들이며 가장 소중하고 존귀한 고향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성공한 기업인이 있다면 수익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기 고향 특성에 맞는 작은 공장 하나라도 가동하여 할 일이 없어서 힘들게 살아가는 고향 청년 몇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게하는 것도 큰 고향사랑 실천일 것이다. 조금 불편하고 부족해도 올 여름휴가를 고향으로 가는 것도 일석삼조의 고향사랑 실천이다. 고향 산하도 돌아보면서 자녀들에게 고향의 문화유적과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며 고향사람들과 서로 건재함을 확인하므로서 기쁨을 나누는 일이다. 불경기에 시달리는 고향장터 어귀의 산나물 파는 등굽은 할머니와 국밥집 아주머니에게 작은 행복을 함께 나누는 일이기도 하다. 전라북도가 재외도민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배려로 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가듯이 각 시?군 지자체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재외시군민을 위한 예산과 배려를 아끼지 말 것을 기대하며 애향심과 귀향의지가 실행되게 하는 노력을 계속해주기 바란다. 재외시군민과의 협력체제 강화는 각 시군이 애써 찾고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확신한다. /박우정(재경고창군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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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11 23:02

[타향에서] 내고향은 과학문화도시

지방자치단체의 공통적인 노력의 하나는 자기 고장의 특징을 표상하는 이름을 갖는 것이다. 교육도시, 관광도시, 해양도시, 첨단과학도시, 전원도시, 과학문화도시 등이 그것이다. 여러 가지 명칭을 함께 붙인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자기네 발전방향과 정통성을 확립하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뜻으로 보인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과학문화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과학문화도시는 지난 2004년 10월부터 우리 땅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2005년 5월까지 전국 19개 도시를 과학문화도시로 지정했다.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시와 남원시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과학문화도시로 지정된 도시에는 정부가 읍?면?동 단위의 생활과학교실, 초?중?고의 청소년과학탐구반, 그리고 지역과학기술진흥센터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비록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과학문화가 싹트고 확산되길 기대하는 뜻을 담고 있다. 필자는 전주시를 과학문화도시로 선포하는 역사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 전주시민들의 성원이 뜨거웠다. 과학기술 사랑도 매우 깊었다. 감동적이었다.정부가 과학문화도시를 지원하는 이유는 도시 발전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 시민들이 과학기술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주기 위함이다. 그 능력은 새로운 과학기술이 사회와 자신에게 가져다 줄 기회요인과 충격요인에 관한 지식을 포함한다. 과학기술이 가져다 줄 미래의 변화를 미리미리 예상해서 그에 적합한 준비를 하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과학정신을 체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조장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필자는 과학정신에 대하여 특별히 부연하고 싶다. 과학정신은 과학기술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국민이 갖추어야 될 보편적인 덕목이며 기본 소양이다. 창의성과 합리성 그리고 효율성은 과학정신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첫째, 과학기술은 항상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 때문에 창조와 창의가 생명이다. 과학문화에 충실한 도시의 시민들은 새로움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언제나 의미 있는 변화에 도전하여 목표를 성취한다. 그런 도시는 다른 도시를 앞서고 이끌어 나간다. 둘째, 과학기술은 합리적인 접근을 근간으로 한다. 체계적인 연구와 실험을 거쳐 성과를 창출한다. 그리하여, 과학문화가 깊숙이 확산된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일확천금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에 걸맞은 결과만을 기대한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과학기술은 언제나 효율적인 최적의 상태를 지향한다. 특히 공학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상의 효과를 추구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경제성을 상실한 공학은 이미 공학이 아니다. 따라서 과학문화가 뿌리내린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효율성을 추구한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시민들의 생활에서 거품도 사라진다. 요약하면, 과학문화는 건전한 시민문화이고, 과학정신은 건강한 시민정신 그 자체이다. 과학문화가 성숙한 곳에서는 각 부문의 혁신이 순조롭게 완성되고, 참된 민주주의가 실천될 수 있다.과학기술부는 과학문화도시의 성공을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다. 조그맣더라도 알찬 성공을 축적할 예정이다. 그 성공이 다른 도시들로 전파되고, 그 다른 도시들이 과학문화도시로 변모하도록 촉진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듭하면 한반도 전체가 『과학문화국가=선진국가』로 변모될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과학적 교양인=선진시민』이 될 것이 아닌가? 이것이 정부가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을 펼치는 진짜 이유이다. 과학문화도시를 육성하는 진정한 목적이다. 여기에서 필자의 마음은 고향을 향한다. 예술의 멋과 음식의 맛이 감미롭게 배어 있는 전라북도 땅에서 과학문화도시가 가장 잘 성숙되길 간원한다. 흥과 가락이 넘실대는 전주와 남원이기에 더욱 기다려진다. 전라북도가 과학기술중심시대의 중심지로 거듭 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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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04 23:02

[타향에서] 전북으로 오세요

21세기 희망의 땅 전북, 여러분을 성심껏 모시겠습니다.청정 전북, 준비된 전북,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전북 등을 내세우며 공공기관 유치에 정성을 쏟고 있다. 국가를 균형발전 시키겠다는 취지로 정부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계획이 세번째 연기되었다. 연기된 속사정도 있겠지만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전북은 전국 최고의 낙후지역이기 때문에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정부의 배려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큰데, 지자체간 유치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반발이 거셀 것 같다.지방세 150억, 직원수 1800명인 한전같은 큰 기관이 우리 고장으로 이사올 경우, 상주인구가 증가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고용이 늘어나고 이들이 먹고 살고 즐기는데 지출하는 비용이 전북경제에 활기를 넣어 줄 것은 확실하다.동문회 모임에서 오간 이야기다. 한 산부인과 원장이 병원 문 닫게 생겼다고 걱정을 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개점휴업상태여서 병원에 앉아 책이나 읽고 있다고 한다. 그 옆에 있던 소아과 의사도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으니 자동적으로 소아과는 더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차라리 수의사가 될걸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도 했다.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다. 옷이나 장난감, 학습교재 등 신생아나 어린이 용품이 잘 팔릴리 없고 학원사업도 안될 것이고, 폐교가 늘어날 것 같고, 국방력이 저하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고...필자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큰 문제는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인구의 심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자자체에서는 인구 늘리기에 묘안을 짜내고 있고 「인구 늘리기 상황실」을 설치하여 기발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 인구는 행정조직이나 기구의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정부지원금의 판단기준이 되고 지역의 세과시용이 되고 있다. 인구는 국회의원의 수를 조정하는 기준이 되는 등 지방자치 행정의 핵심이 되었다.실제로 전북은 작년말 인구감소로 치수방재과 등 2개과가 통폐합되었다고 한다. 전국 234개 시,군,구 중 36%에 해당하는 87곳이 신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고, 임실, 순창 등 2개군은 사망자수가 신생아수의 2배를 넘었다는 통계를 보았다.상주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출산율을 높이거나 유입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예식장 사용료보조, 출산장려금과 보육비지원, 보험저축가입, 출산용품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천안시는 출산 장려금으로 50만원을 지급하는데 쌍둥이를 낳으면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니 기발나다. 남해군은 셋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까지 지급한다니 아마 최고의 장려금이 아닐까 생각된다.유입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대규모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확실한데, 이것이야말로 떡줄 사람에게 달려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은퇴한 도시민 특히 출향민을 모셔오는 것이다. 은퇴한 도시민들은 퇴직급과 연금혜택 등으로 노후를 대비해 놓은 여유있는 분들이어서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특히 이분들의 웰빙생활을 위해 풍치 좋은 곳에 황토집 같은 주택단지를 조성해 요양시설과 문화체육시설 등 은퇴자 전문타운의 인프라를 구축해 준다면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그리고 시장, 군수들이 이분들에게 고향에서 편안한 노후를 즐기시라고 정중한 편지를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유치활동을 하면서 내건 구호들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정말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는 전북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하기 좋고, 살기 좋고, 놀기 좋고, 구경하기 좋고, 공부하기 좋고, 애들 키우기 좋고, 인심 좋은 전북이라고 소문난다면 「전북으로 오세요」라고 권하지 않아도 제발로 찾아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 경쟁력있고 차별화된 확실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21세기 희망의 땅 전북을 만들겠다는 도민들의 마인드다./은희현(전 제주문화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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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28 23:02

[타향에서] 오월, 다시 미국을 생각해본다

6자회담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우범지대론을 피력하며 북핵문제 및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한미간의 미묘한 갈등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러 신문에서 힐의 발언과 관련한 기사를 읽다가 한반도가 우범지대라면, 미국은 전세계의 유일한 범죄국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인터넷을 뒤져 미국의 외교정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국가안보전략서에 나타난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글을 네이버의 블로그에서 찾았다. 거기에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살펴보았다. 오늘 따라 이 지면이 참으로 좁아 보인다. 첫째, 인간의 존엄성 보호이다. 미국의 안보전략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 수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의 국가이익에 기초"하고 있으며, 대외정책과 국제협력의 목표는 자유확대와 독재자 척결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글쎄 과연 그랬을까? 미국은 필리핀의 마르코스, 니콰라구아의 피노체트, 전두환, 박정희 등 전세계의 독재자를 후원했으며 광주학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학살 등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았다. 둘째, 국제 테러리즘 척결 및 미국/우방에 대한 공격방지를 위한 동맹 강화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행동을 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빈 라덴을 지원하여 국제적 테러조직을 육성한 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다. 9.11테러 이후에 부시가문이 빈 라덴의 가문을 은밀하게 도와 미국에서 도피하도록 도왔다는 사실에서 미국의 파괴 및 분쇄, 테러조직의 지도부와 지휘 통제 통신 물적 지원을 했다는 증거를 엿볼 수 있다. 셋째, 지역분쟁 해소를 위한 타 국가들과 협력이다. 지역분쟁 확산 방지 및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공조를 유지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것 역시도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베트남에 참전하여 고엽제를 마구 뿌려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는가? 파나마의 내정에도 개입하여 무력으로 대통령을 몰아내고 민중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국가는 미국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프리카의 모든 분쟁지역에 개입하였고 미군 장교가 초콜렛 한 개로 난민소녀를 샀었다. 넷째, 적성국들의 WMD를 이용한 위협 방지이다. 이는 능동적인 '대확산' 활동에 중점을 두고 위협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억제 및 방어를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과거 사후 대응태세 자세를 탈피하여 동맹관계 강화와 과거의 적들과 새로운 파트너십 및 현대 기술, 효과적 미사일 방어 체제 개발을 통해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말은 참 그럴 듯하다. 실상은 너무 다르다. 미국은 불량국가만을 골라 자국민의 탄압과 독재자 개인이익을 위한 국가재원 남용을 지지하였고, 국제법 무시, 주변국 위협 및 국제조약 위반, 기본 인권 박탈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또한 대량살상무기를 미국만이 가져야 한다는 포괄적 전략을 채택하여 다른 국가는 어떠한 무기도 갖지 못하도록 윽박지르고 있다. 미국에 대해 이렇듯 독설을 풀어내는 까닭은 아주 단순하다. 오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와 인류에게 저지른 미국의 범죄를 열거하려면 단행본 한 권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세계 유일의 불량국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만 하는 내 조국의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다./정도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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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21 23:02

[타향에서] 살기좋은 전북을 꿈꾸며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한창이고 뚝섬의 구 경마장 자리에는 숲 조성을 위한 조경공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숲과 잔디가있는 즐겁고 편안한 쉼터로 조성한 여의도공원, 푸른잔디가 싱그러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볼때마다 그 어려운 일을 추진하고 이루어낸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따뜻한 찬사를 함께 전하고 싶다. 서울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주택과 아파트단지의 담장을 철거하고 종묘 맞은편의 흉물스러운 대형 상가 건물등도 철거한 후 녹지공원을 확충해 나간다고 한다. 선진국의 모든 도시가 시민을 자연에 가깝게 접근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을 뒤늦게나마 받아들인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며, 더 좋은 서울, 더 아름다운 서울, 더 살기좋은 서울을 서울시민과 서울을 찾는 모든 내외국인에게 보여준다는 바람직한 구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는 8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와 군 소재지급 소도읍을 빠짐없이 돌아보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음에 드는 살고싶은 도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노후에는 고향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우리 전북지역이 더 아름답고 편안하며, 더 살기좋은 고장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하고 기대고 있다.전주는 전주의 문화와 이미지에 맞게, 무주는 무주지역 특성에 맞게, 고창은 고창의 경관과 멋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각 시군의 지리적 여건과 특성, 지역주민의 뜻에 따라 그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타도시와 타지역 따라잡기식은 그만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도시의 도심에 넓은 부지가 확보되었다면 그 도시의 문화와 전통, 특성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시설을 계획하고 조성하는 것만이 미래를 기약하는 일이다. 반드시 고층건물, 국제회의장, 대형 판매시설만이 도시답게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도 위치선정을 잘못하면 문화유산과 유적지가 가려지고 묻히게 되며 주변경관을 해치게 된다. 문화유적과 지역상징물이 돋보이게 하려면 그 부근에 다른 시설을 건립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한번 지은 시설과 건물이 오래가지 않아 헐리고 철거되는 것은 우리나라 우리지역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얻은 것은 교훈뿐이며 그 손실은 너무커서 계량하기조차 힘들다.전주시가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도시로, 국제적 교육도시로, 100만 광역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심에 녹지와 공원을 확충하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하며 더구나 이런일에 역행하는 도심개발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전주는 전주시민만의 것이 아니고 전북도민과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세계인의 전주이기 때문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유치가 전북지역 성장 발전의 관건이라고 본다면 살기좋은 쾌적한 환경 조성과 공부하기 좋은 교육환경 조성 계획과 실천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본다. 숲을 조성하고 가꾸는 일, 녹지를 확충하고 보살피는 노력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후대에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고 애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권리이기도 하다./박우정(재경고창군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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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14 23:02

[타향에서] 독일의 잘란트와 한국의 전북

필자는 지난 4월 하순에 독일의 잘란트 지방을 다녀왔다. 그 곳에 설립된 KIST-유럽연구소와 독일 연구소를 방문하고, 2005 한국의 해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잘란트는 석탄과 철광석으로 한 때 풍요를 누렸던 곳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보불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을 벌였던 약속의 땅이었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프랑스 땅이었고, 다른 때에는 독일 땅이었고, 또 다른 때에는 중립을 표방하기도 했고, 1950년대에는 주민투표를 통해 스스로 독일에 귀속되어 오늘의 모습을 띠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탄광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잘란트의 경기가 하락을 거듭했고, 지금은 독일의 다른 지방에 비해 소득수준이 매우 낮은 지역으로 전락했다. 잘란트는 침체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엄격한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실천하고 있었다. 잘란트가 선택한 3대 영역은 ①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IT(정보기술) ②바이오 의료공학을 중심으로 하는 BT(생물기술) ③기어박스와 일부 완성차를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였다.잘란트 주정부는 필자의 방문을 매우 반겼다. 주정부 공무원 3인과 한국 태생의 통역 1인이 필자일행을 안내했다. 자아브뢰켄 시내를 관광하다가 광장의 한 모퉁이에 다정하게 둘러앉아 씁쓸한 맥주방울을 단 맛으로 넘기기도 하면서. 자아르강 주변의 옛 성터와 매우 독특한 건축양식의 교회를 보여주고, 아주 멋진 레스토랑에서 점심도 대접해 주었다. 그것은 한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느껴졌다. 한국과의 과학기술협력을 통해서 경제를 되살리려는 짜임새 있는 움직임이었다. 필자는 잘란트 지방을 시찰하면서 한국의 전라북도를 떠올렸다. 어쩌면 아주 흡사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이 모두 1차 산업위주의 산업구조가 드러내는 한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과거에 독일의 잘란트는 석탄과 철광석 채굴을 통해 부흥을 구가했고, 한국의 전라북도는 농업을 통해서 풍요를 누렸지만, 지금은 그 1차 산업들의 쇠락으로 인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될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잘란트 지방의 노력이 전라북도보다 진지하고 돋보였다. 남의 떡이 커보여서 그럴까? 첫째, 잘란트는 주정부의 산업육성 전략이 확실하고 구체적이었다. 앞에서 살펴본 3가지 영역에 실질적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둘째, 잘란트 주정부는 선택 분야의 연구개발과 연구소를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 BT분야에서 지원하는 대표적인 연구소는 바이오의료공학연구소(IBMT)였다. 그 연구소는 초음파 현미경과 극저온 세포 저장 은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잘란트 주정부는 자체의 연구개발비를 대폭 지원함은 물론, 독일연방정부와 유럽연합(EU), 그리고 외국의 재원까지도 적극 동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KIST의 현지연구소인 KIST-유럽연구소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선택한 전략분야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려는 체계적인 활동이었다. 셋째, 잘란트 주정부는 선택분야의 성공을 위해 외국의 협력을 얻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금년 10월 중순에는 주정부의 경제장관이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 오겠단다. 그 사절단에는 BT와 IT 등 전략분야의 과학기술전문가를 포함하겠단다. 그 때 자기네 사절단을 꼭 만나달라는 것이 경제장관이 필자에게 건넨 우선적인 부탁이었다. 그러나 선택분야가 아닌 영역의 국제협력에는 극도로 소극적이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광주광역시와 체결한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MOU)는 실천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광주광역시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광(光)산업은 잘란트의 전략분야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필자는 독일을 떠나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참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연 전라북도가 잘란트보다 확고한 전략을 갖고 있을까? 전라북도가 잘란트보다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을까? 전라북도 어른들이 잘란트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진지할까?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에 전라북도가 잘란트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 있을까? Yes 라고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은 필자의 모자란 생각일까?/최석식(과학기술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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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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