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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구도

20대 총선이 9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서자 지역에서 추측성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누가 어디로 출마할 것이란 얘기들이 밑도 끝도없이 그럴싸하게 포장돼 유포되고 있다. 원래 총선이 1년 정도 남으면 그 때부터 언론들이 앞다퉈 출마예상자들을 보도하지만 요즘에는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입뉴스’가 더 폭발력을 가진다. 선거 만큼 흥미를 유발시키는 일도 없다. 특히 전북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간 많은 선거를 치르다 보니까 대부분이 정치해설가 수준이다. 그 만큼 민도가 높다는 뜻이다.전북에서 여당이나 다름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빠개지지 않고 예전처럼 완승을 거둘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중 하나다. 지금 이점에 대해서는 상당수 도민들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새정연에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에 경쟁구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연이 친노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다 보니까 전북 출신들은 들러리만 서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간 천정배가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비노 중심의 호남당이 창당될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 광주 출신 3선(17·18·19대)인 김동철 의원이 본격적으로 거론해 관심을 모았다. 도민들은 전북이 호남으로 묶여 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 전북을 들러리로 세우고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이익만 취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내년 총선은 과거처럼 새정연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로 가진 않을 전망이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새누리당이 지역정서의 높은 벽을 뛰어 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노 중심으로 신당이 생기거나 새정연 성향이 강한 무소속 대결로 압축될 것이다. 지금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오지만 누가 중심이 될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적지 않은 정치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당 창당이 쉽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그래서 새정연 성향의 무소속 출마자가 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증관계에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이 고향 순창에 와 있는 것을 놓고도 추측이 무성하다. 정 전의원은 내년 총선을 마지막 재기의 기회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는 정계를 떠나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에 전주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천정배와 손 잡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면서 그와 무소속으로 연대할 입지자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입지자들 면면도 한물 갔거나 참신성이 떨어져 기대에 못미친다는 여론도 있다. 선거구가 획정돼야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애(愛)보다도 증(憎) 관계가 많은 정동영 전 의원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지는 미지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7.06 23:02

그리스 디폴트와 복지

그리스가 디폴트(default)의 위기에 처했다. 고대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나라 그리스.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그리스 상황은 안타깝다. ‘디폴트’는 빚을 지고도 못 갚게 된 상태를 이른다. 다시 말하자면 ‘채무 불이행 상태’다. 국가 부도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디폴트’와 ‘모라토리엄(moratorium)’이 그것인데, ‘디폴트’가 완전 파산의 상태, 도저히 못 갚겠다고 두 손 드는 경우라면 ‘모라토리엄’은 지금은 당장 못 갚더라도 얼마 후에는 갚겠다는, 이를테면 디폴트의 직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를 겪지 않았지만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다. 다행히 IMF(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 받아 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후유증은 컸다. 사실 국가가 부도를 맞는 상황은 좀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곳곳에서 부도 위기에 처한 나라가 늘고 있다. 국가마다 위기를 가져온 이유가 다르지만 그리스의 국가부도위기도 이미 여러 해전부터 예고됐었던 일이다. 그리스 사태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을 졌으니 국가부채와 구조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논의는 다양하고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디폴트를 가져온 원인을 둘러싼 해석을 들여다보니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이 적지 않다. 그 중심에 ‘복지’가 있다. 그 중 주목을 끄는 주장이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를 ‘빚으로 지탱해온 복지’로 몰고 가면서 은근히 우리나라의 복지 재정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주장이다. 실제 과도한 복지정책은 그리스의 부도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리스와 우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단순한 논법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에 그리스의 상황을 대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전문가들은 실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어찌됐든 한나라의 국가부도가 주는 교훈은 크다. 그러나 자칫 그러한 교훈을 덧씌운 단순 논법으로 우리의 복지제도를 허투루 위협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그 바탕에 이념과 정치적인 해석이 깔려있다면 더욱이나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7.03 23:02

일진 허진규

일진홀딩스를 중심으로 10여개 계열사로 된 일진그룹은 전북에 친숙한 기업 집단이다. JTV전주방송과 이음매 없는 정밀특수강관 생산업체인 임실 소재 일진제강,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용 특수부품을 생산하는 익산 소재 일진머티리얼즈의 모그룹이다. 창업주 허진규 회장은 부안군 보안면이 고향이다. 1968년 서울에서 종업원 2명으로 출발, 제조업으로 수조원 규모 중진그룹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9년 변전용 금구류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시킨 허 회장은 항상 기술력으로 승부 했다. 그래서 일진에는 국내 최초가 많다. 동복강선, 화섬용 보빈(실이나 전선을 감는 틀), 폼 스킨 케이블(Foam Skin cable, 플래스틱을 절연체로 사용한 고품질 케이블), 공업용 합성다이아몬드, 인쇄회로기판(PCB)용 전해동박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터치스크린패널을 만드는 일진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일진LED, 일진머티리얼즈, 일진제강 등은 일진의 미래다. 최근 매출 4조원 규모의 일진은 조만간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그의 고향 부안에서 일진을 바라보자면 아쉬움도 있다. 부안 투자 때문이다. 물론 전주와 익산, 임실 투자가 있고, 기업 투자는 물류와 인력 등을 냉정히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런 사례가 있다. 삼양사 김연수 회장은 1966년 폴리에스텔 섬유공장을 울산에 짓기로 했다. 그 때 전주 팔복동 산단을 건설하던 전북도지사 등이 김 회장을 찾아 고향 투자를 호소했다. 모든 입지 조건에서 전주는 울산에 턱없이 밀렸다. 그러나 전주를 둘러본 김 회장은 폴리에스텔 전주공장(현 휴비스) 투자를 결정하는 중역회의에서 고뇌에 찬 심정을 밝힌다.“물론 나 역시 울산에 비해 전주의 입지 조건이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오. 그러나 기업 경영에 몸담은 이래 (중략) 기업의 사명은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 있고, 따라서 언제나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바친다는 정신으로 일해 왔음을 유념해 주기 바라오. 또 한 가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한 내 고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을 때,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을 거듭 듣게 되었을 때 차마 나로서는 고개를 저을 수 없었다는 점을 참작해서 마지막 결정을 내려주기 바랄 뿐이오.” 고향에서 문을 두드리니 삼양의 문이 기적처럼 열렸다. 인구 6만선이 무너진 부안은 일진의 문을 두드리는가.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7.02 23:02

묘한 선거구도

내년 20대 총선은 국가적으로나 전북으로도 중요하다. 선거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그 다음해에 치러질 대선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정당들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북에서 여당이나 다름 없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한 호남당 출현을 막기 위해 당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기득권의 핵심은 공천문제다. 그간 당이 계파간 내홍을 겪은 것도 공천권 행사 과정에서 빚어졌다고 진단했다. 공천권 혁신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였다.그간 전북은 지역정서에 묶여 새정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었다. 당 공천이 당선으로 그대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당 공천작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실질적 작업이었다. 본선거는 의미없이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부터 지역민심이 확 변해 새정연 공천을 받아도 장담 할 수 없게 됐다. 새정연 공천을 받은 단체장 후보 7명이 낙선하는 이변이 생겨났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새정연 후보가 낙선하고 무소속 천정배후보가 당선된 것은 호남민심이 변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지역민심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한 일부 입지자들이 새정연이냐 신당이냐 무소속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전직 의원들도 현역들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여론에 편승해서 다시 물레방아를 돌려 보겠다고 남진의 ‘미워도 다시한번’을 부른다. 유권자들은 생각하지도 않은데 본인들만 봄날이 간줄 모르고 시곗바늘을 다시금 돌려 놓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선거때마다 전주에서 어머니하고 읍소했던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한 민심도 예전같지 않고 싸늘하다. 정 전의원 쪽에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전주에서 띄우려고 어필 하지만 바닥여론이 돌아가지 않는 분위기다. 정 전의원쪽은 친노가 그를 죽여 놓았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대선 패배이후 그가 보인 오락가락한 정치행보 때문에 실망했다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 일각에서는 최규식·임종인 전의원과 유종일씨 등이 도내 지역구를 맡아 정 전의원과 함께 뛸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20대 총선때는 예전처럼 유권자들이 지역정서에 함몰된 묻지마식 투표는 안 할 것 같다. 인물본위의 전략적 투표를 할 공산이 크다. 새정연 공천을 받아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민심이 변해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금배지를 단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7.01 23:02

누리예산 정치 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야가 시끄럽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죄송’ ‘사과’ 운운하면서 한껏 자세를 낮춰도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각종 행정입법의 시행령에 대해선 국회가 앞으로 개정을 ‘요구’하거나 ‘요청’한다 해도 요지부동일 것 같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청와대의 우격다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아예 손 댈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혹을 뗄려다 더 큰 혹을 붙이고 만 꼴이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문재인-김승환 공동선언’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3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만나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누리과정 예산을 타결지은 것도 그 근저엔 시행령 개정 약속이 있었다.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책임으로 두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23조를 문 대표가 “수정하겠다.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 교육감은 “깊은 감사와 신뢰를 보낸다.”며 지방채 발행까지도 염두에 두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불은 껐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면 문 대표의 시행령 개정 약속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미 “우리가 어떻게 대통령을 이겨 먹나”며 백기를 든 상태이고, 야당은 쪽수가 태부족이다. 정부 스스로 지방재정의 숨통을 터 주는 쪽으로 시행령을 정비할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교육재정의 부담을 덜겠다는 ‘문재인-김승환 공동선언’은 선언 그 자체로 끝날 개연성이 농후하다. 임시변통의 정치 쇼다. 시일이 지나면 수개월 동안 계속된 갈등과 마찰의 원위치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의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가 있다.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먹이를 줄이기 위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예화다. 눈앞에 당장 나타나는 차별만을 알고 그 결과가 똑같음을 모르는 걸 꼬집는 말이다. ‘문재인-김승환 공동선언’이 꼭 그런 꼴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6.30 23:02

억울한 옥살이

지난 3월 멕시코에서 누나와 매형을 잔혹하게 살해한 죄로 징역 50년형을 선고받고 투옥 중이던 마르틴 델 캄포 도드가 증거부족으로 23년 만에 풀려나 지구촌에 화제가 됐었다. 재심을 맡았던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그의 자백은 수사당국의 고문에 의한 것이며 범죄를 입증할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며 석방명령을 내렸다. 피살자의 손톱 밑에서 나온 피부조직의 유전자가 도드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 등 그를 범인이라고 단정지을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었지만 도드의 자백만으로 법원에서 50년형이 확정되었다. 하지만 유일한 증거인 그의 자백이 경찰의 고문과 구타로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그는 억울한 옥살이에서 풀려났다.이와 유사한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제기돼 대법원의 재심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당시 배달 일을 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 발생 현장을 지나가던 15살 최모군이 범인으로 지목됐고 경찰에서 자백을 받아 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하지만 만기 복역하고 나온 최씨는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며 지난 2013년 4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년여 만인 지난 22일 광주고법 형사 1부에서 최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당시 택시 주행기록에 나타난 최종 정차 시간이 최군의 전화 통화시간 기록과 같고 범행 도구와 최군의 옷과 신발 등에서 혈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등 최군을 범인으로 특정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유일한 증거는 최군의 자백뿐이지만 이마저도 경찰서가 아닌 여관방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폭행을 가해 진술한 것이라는 게 최씨와 변호인의 주장이다.게다가 사건 발생 3년 뒤인 2003년 6월 다른 택시 강도사건을 수사하던 군산경찰에서 용의자로 김모씨와 김씨를 숨겨준 친구 임모씨를 붙잡아 익산택시기사 살해사건의 범행일체를 자백받았었다. 그들의 진술은 당시 범행 현장과 거의 일치해 수사관계자가 범인임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의 불구속 수사지휘와 증거불충분, 긴급체포 기간 만료 등으로 이들을 풀어주고 말았다. 이번 광주고법의 재심 개시결정이 났지만 광주고검이 지난 25일 즉시 항고를 하면서 재심 여부는 대법원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검찰의 항고를 대법원이 인용하면 재심은 무산되며 기각하면 성사된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8월 9일 만료된다.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기본 정신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6.29 23:02

필사(筆寫)의 미덕

필사(筆寫)는 말 그대로 베껴 쓰는 행위다. 디지털시대, 종이와 펜이 사라지고 있는 이즈음 필사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는 세대들에게는 필사가 주는 즐거움이 큰 모양이다. 필사를 권하는 책이 발간되고 나이에 관계없이 치열한 필사 작업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상황이 흥미롭다. 필사의 미덕은 크다. 그중에서도 집중력과 기억력을 키워주는데는 필사만큼 좋은 방법이 별로 없다. 문학 지망생들이 필사를 통해 좋은 글쓰기를 단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터다.우리가 알고 있는 시인이나 작가 중에서도 문학을 공부하던 시절, 필사를 통해 글쓰기의 역량을 높이고 문학적 감성을 체득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필사 예찬론자다. 소설가 신경숙도 필사의 미덕을 온전히 체득한 작가다. 그는 강연 등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젊은 시절 필사를 즐겼다고 소개해왔다. 대하소설 ‘토지’도 그의 필사 대상이었다. 소설이든 시든 그 전체나 일부를 필사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문장이 지닌 울림과 깊이를 공감하며 온전히 체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실제로 좋은 문장을 눈으로만 읽는 것 보다 그것을 종이에 옮겨 적는 과정을 통해 체화되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도 그것이 필사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필사의 그런 미덕이 의심(?)받고 있다. 표절시비로 한국문단을 강타한 신경숙의 글쓰기 바탕에 필사가 온전히 놓여있다는 이유에서다. 신경숙은 표절의혹이 제기된 이후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 표절을 인정할 수 없지만 또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이 기이한 상황은 대체 무엇인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정말 의도적으로 남의 문장을 베낀 것이 아니라면 젊은 시절 즐겼다는 ‘필사’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글과 자신의 글도 분간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냐고. 작가의 구차한 변명 때문에 ‘필사’의 미덕까지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필사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좋은 방식이자 도구다. 필사를 통해 글의 바탕을 닦았지만 건강한 자기 문학으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수많은 작가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 오피니언
  • 기타
  • 2015.06.26 23:02

김완주

2006년 3월24일 도지사 재선 가도에 선 강현욱 도지사가 열린우리당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그는 관선 도지사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2002년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나서 당선하는 등 시대를 풍미했지만, 여세를 몰아 도전한 재선전 초반에 급브레이크에 멈춰야 했다. 당시 그의 앞에 후배 공무원 출신인 김완주·유성엽 씨가 경선을 하자며 당차게 그 앞에 치고 나섰다. 현역인 그의 세력은 견고해 보였고, 도전자들의 표가 분산된다면 현역으로서 경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실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김완주 후보의 경우 전주시장을 재선한 경쟁력 있는 후보였고, 유성엽 후보의 젊은 패기는 대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강 지사 캠프는 이상한 낌새를 포착한 모양이다. 상대측에서 종이당원을 모으고, 당비를 대납하며 경선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었다. 당시 강 지사 캠프는 공교롭게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확히 4년 전인 2002년 4월28일 새천년민주당 전주덕진지구당사에서 진행된 도지사 후보 경선 선거인단 명부 추첨 과정에서 정상 추첨된 선거인단 접수증 가운데 196장을 강현욱 후보측 지지자 접수증으로 바꿔치기 한 혐의가 드러나 1개월 전 이모씨 등 관련 피고인들이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 때 경선에서 강지사와 겨뤘던 정세균 후보는 불과 35표 차이로 고배를 들어 억울함이 하늘을 찔렀지만 깨끗이 승복하고 국회로 돌아갔다. 그 진실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법원에 의해 불공정 경선 낙인이 찍힌 강현욱 선거캠프에서는 상대방들도 4년 전 자신들처럼 헛 짓을 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강 지사는 경선 불참, 도지사 출마(4월3일), 도지사 불출마(4월4일)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다 정계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강지사 지지 세력은 크게 갈라졌다. 요즘 김완주 전 지사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 말이 많다. 본인의 공식 언급은 없는데 측근들만 나서 출마 한다, 안한다 옥신각신이다. 이 때문에 미확인 의혹도 난무하고 있다. 과거 김지사 실세 참모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신변적 유불리 때문에 편을 갈라 김지사 양팔을 잡아끌고 있다는 식이다. 정치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퇴임 도지사가 이런 식으로 도마 위에 눕는 것은 볼썽 사납다. 진실로 전북을 위해 일할 기회를 원한다면 직접 선언함이 낫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6.25 23:02

그 밥에 그 나물

상당수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이길 수 있는 재보선에서 잇단 패배를 한 탓이 크다. 지난 4·29 광주 서을 재보선 때 새정연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천정배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새정연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반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민심이반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도내 단체장 7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새정연 지지자들의 이탈이 속속 감지된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지만 혁신위원 면면이 문재인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들이라서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새정연이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등 강도높은 개혁작업을 벌이지만 상당수 도민들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얼마후에 출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 나지 않고 책임회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가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연대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갈 것으로 본다. 누가 중심세력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지지판도가 상당히 달라 질 수 있다. 지난 서울 관악 재보선에서 패배한 정동영 전의원은 아직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 나지 못해 가타부타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그가 천정배의원과 손잡고 연대하면 세를 불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정 전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계속된 낙선으로 존재감이 떨어졌지만 마지막으로 고향에서 읍소작전을 벌이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있다.지금 지역정가에서는 새정연 쪽에서 상당수 현역들이 공천을 못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선 의원 물갈이는 물론 초선들 가운데도 정치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란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돈다. 이런 상황속에서 새정연에서 공천 못 받을 사람들이 선거구가 새롭게 획정될 것에 대비해서 미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전주에서는 정동영·장세환 전 의원, 이경옥 전 행안부 차관, 완주 무진장은 유희태 전 기은 부행장,익산은 박경철 시장의 대법 판결에 따라 조배숙 전 의원, 이한수 전 시장, 정헌율 전 부지사의 역할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군산은 이승우 군장대 총장이 김제 부안은 김종희 학성강학회 이사장, 정읍 고창은 이강수 전군수가 임남순은 이강래 전 의원이 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무튼 내년 총선이 야권끼리 경쟁구도가 설령 만들어져도 그 밥에 그 나물처럼 새 인물이 안보여 전북정치 복원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6.24 23:02

LH 기시감

익산 국토관리청의 역사는 장구하다. 정부 수립 1년 뒤인 1949년 5월 설치된 이리지방건설국이 모태다. 전북 전남 제주 등 3개 지역을 관할했다. 1962년엔 건설부 호남국토건설국으로 개편돼 충남 일부까지를 관할권에 두었다. 관할 지역이 너무 방대해지자 1975년에는 전북과 전남 국토관리청으로 분할됐지만 업무 효율성이 문제가 돼 6년 뒤인 1981년 다시 이리지방국토관리청으로 통합됐다. 익산 국토관리청은 명칭만 바뀌었을뿐 뿌리는 정부수립 당시의 기구에 바탕을 두고 있고, 통합조직으로서도 3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성과 전통성을 간직한 족보 있는 기구다. 그런데 익산 국토관리청 분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5개 국토관리청(서울, 원주, 대전, 부산, 익산)의 재정비 용역에서 익산청을 전북청과 광주청, 부산청을 부산청과 대구청으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도로망 확충과 하천 정비, 건설공사 관리, 재난 및 재해 업무 등 한 해 약 2조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이 조직이 전북, 전남·광주권으로 분리되면 전북은 껍데기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심리적 박탈감도 클 것이다. 익산국토관리청은 호남제일성, 호남제일문, 전라감사처럼 호남을 호령했던 상징성의 마지막 자존심 아닌가. 국토경쟁력과 지역경제에 기여도가 많은 익산 국토관리청을 분리하는 건 또 하나의 전남·광주 예속 사례가 되고 말 것이다. 전북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선 건 당연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을 논평이나 성명, 결의문, 항의 전화 따위로는 언감생심이다. 주관 부처는 공교롭게도 도민들한테 ‘LH 상처’를 안겨준 국토부다. 국토부 장관이나 차관이 대응하는 행태를 보면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른바 ‘LH 기시감(旣視感)’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내부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김경환 국토부 제1차관) “전북도민들의 정서는 물론 정치적 문제 등 모든 것을 검토해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겠다”(유일호 국토부장관) 등등. 201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남 진주 이전 당시 정종환 국토부장관의 언행과 엇비슷하다.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 반발 무마용 수사(修辭)에 치중하면서 시간을 번 뒤 목적을 달성했던 바로 그 수법이다. LH, KTX에 이어 익산 국토청마저도 인접 지역에 야금야금 먹히고 있는 꼴을 두 눈 뜬 채로 보고 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6.23 23:02

반복되는 전북도와 전주시 갈등

민선자치 이후 전북도와 전주시의 불협화음이 반복되고 있다.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관선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갈등의 단초는 민선 2기, 강현욱 지사와 김완주 전주시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전철사업과 전라감영 복원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전북도와 전주시가 새만금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2006년 1월초 김완주 전주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만금~익산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형규 행정부지사가 이를 반박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이후 도청과 시청 간부, 전북발전연구원과 전주시정발전연구원 등이 대리전을 펼치면서 볼썽사나운 막말 공방과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 같은 논쟁은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김완주 시장측의 선거이슈 선점과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전략이었다. 당시 10%대에 불과했던 김완주 시장의 도민 인지도가 이후 30%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민선 4기 들어서도 전북도와 전주시의 갈등관계는 지속됐다. 김완주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경전철 도입을 후임 송하진 시장이 전면 백지화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꼬여갔다. 5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운영 적자를 전주시 재정여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송 시장이 경전철 도입을 취소한 이후 전주 고속화도로 건설과 전라감영 철거, 전주 탄소산업 주도권 등을 놓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전주시 상수도 유수율제고 사업자 선정과정을 놓고 전북도가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전북도는 안세경 부시장과 전주시 감사관 등 간부 공무원 4명을 중징계 요구했고 전주시는 이에 불복,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행정소송 등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다.이제 민선 6기 들어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을 둘러싸고 전북도와 전주시가 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전주 종합경기장에 전시 컨벤션센터 건립은 송하진 도지사가 전주시장 시절 확정했다. 도청 소재지인데도 국제 회의를 열 컨벤션센터나 호텔이 없기 때문에 민자 유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김승수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때 지역 상인에 피해를 주는 대형 쇼핑몰 입점을 막겠다고 공약하면서 도와 전주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전북도와 도의회, 전주시와 시의회 등 4자간 실무협의를 가졌지만 서로 상반된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송 지사나 김 시장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자칫 충돌마저 우려된다.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구원(舊怨)관계 떠나 무엇이 전북발전과 전주시민을 위하는 것인지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6.22 23:02

감염병과 인문학적 성찰

대한민국의 의료문화가 성찰의 대상이 됐다. ‘메르스’의 여파다. 국내에서는 자성이지만, 나라 밖에서는 비판과 질타의 성격이 더 짙다. 홍콩의 칼럼니스트 스쥔위(施君玉)는 자신의 칼럼에서 “신(新)SARS(메르스의 중화권 별칭)가 창궐하고 있는 한국 당국의 경솔한 발언”을 질타하면서 한국에 만연해있는 ‘병원쇼핑’과 온 가족이 간병하는 전통 문화를 감염을 퍼트린 ‘허점’으로 지적했다. 전통적인 간병문화까지 비판받는 현실이 유쾌하지 않지만, 달리 항변할 수도 없는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새삼 현대사회에서 감염병은 어떤 존재인가가 궁금해진다. <감염병과 인문학>이라는 책을 기획해 펴낸 문학평론가 정과리는 ‘감염병은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유해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그것도 종종 지나치게 잘 작동하는 현상을 대표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염병이 질병 중에서도 특별히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것이라는 그의 해석은 오늘의 현실에 무섭게 적용되고 있다. 감염병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그의 글을 더 주목하게 되는 분석이 있다. ‘감염의 기능은 불안과 공포, 혐오와 배척 등등 본능적 차원에서의 반응을 일으키기가 일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염병은 인간 정신 현상의 기본적인 성질과 구조, 즉, 진화적 특성을 음화 한다고 할 수 있다.’감염병이 산다는 것의 의미와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동시에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특별히 인문학적 성찰의 재료가 될 성분을 대폭 함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감염병의 성질과 존재를 고려한다면 감염병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은 일찌감치 시작되어야 했다고 말한다. 인문학적 성찰은 우리 사회의 과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사회가 성찰해야할 근본이 여기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문학이 화두가 된 시대, 감염병을 인문학적 성찰로 극복할 수 있을까. 날마다 감염의 전파력이 확산되고 있는 절박한 시점에서 지금 당장 그 답을 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감염병의 철학적 의미가 궁극적으로 더불어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하는 것 ‘이라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메르스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가족을 또 다른 방식으로 격리시키는 오늘의 상황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감염의 존재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 바로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더불어 사는 삶’을 외면해온 대가가 너무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6.19 23:02

호소문

지난 11일 경기생활가구협동조합이 한 일간지에 가구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는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구업계는 지난해 말 국내에 상륙한 세계적 가구 공룡 이케아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수많은 영세가구업체들은 이케아 공세가 버겁다고 한다. 1943년 저가형 가구업체로 출발한 스웨덴 국적의 이케아는 단순하면서도 생활공간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가격을 조금 낮추는 전략을 구사해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또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공급하면서 세계적 기반을 갖췄다. 지난해 국내에 영업점 문을 연 이케아는 이웃 중국과 일본, 미국, 프랑스, 터키 등 세계 35개국에 253개의 매장을 갖춘 글로벌 가구공룡으로 한 해 매출이 40조원에 달한다. 이케아는 세계적 브랜드 인지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글로벌 가구 공룡이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관세없이 완성된 가구를 들여와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대항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현행법상 국내 가구업체들은 수입하는 가구 원부자재에 관세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구업계 입장에서는 반칙이다. 가구업계의 또 다른 고통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라고 한다. 광고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가구유통업체에 대한 유래없는 일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과 중소가구업체들은 세금폭탄과 임금체불,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여파로 원자재 구입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이 광고의 핵심은 이케아 상륙 등으로 어려운 가구업계가 당국의 세무조사로 공멸 위기에 있으니 세무조사 및 추징을 유예해 달라는 호소다. 세무조사와 탈세에 대한 추징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다. 다만 완성가구가 무관세로 수입된다면 가구 원부자재에 대한 관세의 경우 철폐하거나 대폭 낮춰야 적어도 영세업체들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가구업체도 반성해야 한다.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최근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북지역 가구 관련 소비자상담은 1463건에 달했다. 가구에서 악취가 풍기고, 어린이 피부질환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구 소재와 규격을 속여 파는 경우도 많았다. 소비자들도 가구업계에 호소할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국내 가구업계의 경쟁력은 소비자 가구불만 호소를 줄이는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6.18 23:02

신독(愼獨)

갈수록 공직자들한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공직자들이 박봉에 힘들었다. 하지만 DJ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직자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 대학생들이 공무원 되는 게 꿈이다. 각 대학 도서관들은 공무원 되기 위한 수험생들로 넘쳐난다.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신분이 안정돼 있다는 게 매력이다. 기업은 걸핏하면 구조조정이다해서 자리를 없애지만 공무원은 그렇지가 않다. 노조까지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 아직도 철밥통이란 소리를 듣는다.우리나라는 가히 행정국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공무원의 힘이 세다. 법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더 그렇다. 공무원들은 갑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민원인 쪽에서 보면 우월적 위치에 있다.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직들이나 선거 때 표 달라고 구걸하지 일반 공무원들은 신상변동이 없어 별로 눈치도 안본다. 노조 때문에 공직사회문화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지금은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했다가는 살아 남을 수 없다. 좋은 세월 다 갔다고 말한다. 그 만큼 권리와 의무관계가 제대로 정착됐다는 말이다. 수직적이면서도 수평적 관계를 이뤄 나간다.지금 우리사회는 공직자들한테 도덕성과 청렴의식을 함께 요구한다. 그 이유는 인력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용해서 국가발전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얼간이 같은 공직자가 있다. 공무원은 자신만 잘 하는 것으로 끝날 순 없다. 주변까지도 잘 관리를 해야 한다. 선출직공무원은 더 그렇다. 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도내서도 단체장 부인들이 승진시켜준다, 취직시켜준다, 민원을 잘 해결해주겠다면서 돈 받아 먹다가 구속된 경우가 있었다. 원래 힘 있는 곳에 부나방들이 몰린다. 단체장 주변에는 선거 때 도움 준 사람들로 붐빈다. 자연히 부창부수라 했듯이 치맛바람도 일게 돼 있다. 원래 등잔 밑이 어둡듯 부인의 비리를 남편에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곪아 터진후에야 안 경우가 있다.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공직자는 수신이 으뜸이다. 수신(修身)은 신독(愼獨)과 같다. 신독은 대학과 중용에 나와 있는 말로서 혼자 있어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독립불참영 독침불괴금(獨立弗慙影 獨寢不愧衾) 혼자 있을 때에도 그림자한테 부끄러움이 없고, 혼자 잘 때 이불한테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선비들은 금과옥조로 삼았다. 순창군수 부인이 취직시켜준다고 속여 큰 돈을 받은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 감사원 출신인 군수 남편은 수신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6.17 23:02

현역 국회의원 평가제

한때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인사들의 예외 없는 불출마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등 고강도 혁신구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 내에선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샀지만 당 외에선 긍정론이 일었다. 어렴풋이나마 인적 쇄신기준을 제시한 건 조 교수가 처음이다. 혁신위원에 포함된 조 교수는 물론 혁신위원 대부분이 개혁성이 강해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긴 해도 뭔가 꺼림칙하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일정한 원칙과 기준이 없는 탓이다. ‘호남 현역의원 40% 물갈이’나 ‘4선 이상 중진의원 용퇴’ 주장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지 언정 객관적 논거가 약하다. 총선 때마다 공천 홍역을 치르는 건 시스템화된 룰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달라요’였다. 공천은 사천(私薦)이 됐고 뇌물이 오갔다. 자기 사람 심기도 횡행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강철규 당시 우석대 총장은 “휴식기간이 필요하다”며 공천심사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힘 있는 정치권의 외압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최근 인적 구성을 마치고 활동에 들어갔다. 보름마다 쇄신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쇄신의 백미는 결국 인적 쇄신일 것이다. 조국 교수의 지적처럼 국회의원 4선이면 단 한번도 하기 힘든 국회의원을 16년이나 했다는 것인데 물러날 법도 한 세월이다. 16년이면 강산이 아니라 세상이 바뀔 정도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기간이다. 글로벌 지식경제시대를 따라가기도 벅차고 노회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다. 국회의원들한테는 언감생심이겠지만 ‘국회의원 3선, 민선 단체장 2선’으로 연임의 한계를 제도화하면 어떨까 싶다. 단체장 12년도 너무 긴 세월이다. 혁신위가 비중을 두고 할 일은 공천기준의 객관화 작업이다. 현역 국회의원 평가제와 전략공천 기준의 시스템화가 그것이다. 계량화된 평가결과를 토대로 인적 쇄신을 꾀하고, 신인도 일정 기준에 따라 발굴해 키우자는 뜻이다. 평가주체와 평가항목 등을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극복하지 못할 만큼 복잡한 것도 아니다. 공천권을 계량화, 투명화하지 않는 한 정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6.16 23:02

세월호와 메르스

온 국민을 공포와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이번 주가 최대 고비될 전망이다. 지난 주말 첫 4차 감염자가 나온 가운데 지역사회 전파와 3차 대유행이 확산된다면 메르스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난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나온 이후 확진환자가 140명을 넘은 가운데 사망자도 14명에 달했다. 의심 격리자는 4000여명을 넘어섰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왔는지…. 그동안 정부는 무얼 했고, 대통령은 어떻게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1년 전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생생히 목도했다. 꽃다운 우리의 아들 딸들이 바닷물 속에 생매장되면서 안전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그래서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만들겠다며 지난해 11월 국민안전처를 새로 출범시켰다. 그러나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초동 대처가 얼마나 중차대한지, 골든타임이 왜 중요한지 절감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공공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국가의 보건 방역망이 뻥 뚫린 것이다. 해외 언론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와 정부 관료들의 대응 능력, 자치단체장과의 엇박자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도 보건당국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메르스 초기 대처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15일이 지난 뒤에서야 이를 공개했고 2차 확산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도 10일이 지나서야 공개됨에 따라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말았다. 이제 관건은 지역사회 감염 여부다. 4차 감염자가 나온 마당에 만약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다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미국의 경우 지난해 9월 치사율이 60%에 달하는 에볼라 환자가 발생 때 공항의 방역 시스템과 병원의 오진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중앙 정부와 연방기관, 주 정부와 의료기관 등이 국가차원의 일원화된 방역 가이드라인을 긴급 전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괄 책임자인 에볼라차르를 임명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질병 통제에 나선 결과, 미국 내 감염자 4명을 포함해 에볼라 환자 11명 중 첫 발병자와 치료를 위해 미국에 들어 온 의사 등 2명만 숨지고 나머지 9명은 살아서 병원 문을 나왔다. 메르스 환자 발생 15일이 지나서야 첫 민관합동 긴급 회의를 연 우리 정부와는 너무 대조적이다.안전한 대한민국, 이제는 말로만 읊퍼선 안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6.15 23:02

일상적인 삶

‘우리의 일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여행을 하기도 하며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고독이나 침묵 혹은 비밀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 이 모든 존재 양태들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표면적인 목적으로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들을 분석해보면 일상생활로부터 삶의 결 자체로 넘어가는, 나아가 예술작품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드러난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1898~1971)는 산문집 ‘일상적인 삶’에서 ‘일상’을 이렇게 규정한다.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섬>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 개의 죽음> <일상적인 삶>과 같은 산문집으로 수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언어로 담백하고 깔끔하게 써내려가는 문장이 주는 철학적 깨달음의 무게는 그만큼 깊다.독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거나 일깨우는 그의 산문집 중에서도 이즈음 특별한 의미로 와 닿게 되는 책이 있다. 그가 느끼는 일상을 특별한 감성으로 써낸 <일상적인 삶>이다.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담은 열두 편의 에세이는 너무 익숙해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준다. 소통에 대한 해석이 거기 있다. ‘모든 소통은 흔히 ’인격 ‘이라 부르는 것들을 전제한다. 그게 아니라면 거기에는 병렬이나 얽힘, 혹은 상호침투는 있을지언정 결코 주고받음은 없을 것이다. 이 주고 받음은 결국 한 인격을 다른 인격 속으로 이동시켜서 그 인격을 자신이 아니라 타자 속에서 살게 된다.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누리며 행하는 일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일은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사실 돌아보면 장 그르니에가 이야기한 것 말고도 수많은 행위와 존재가 우리의 일상으로 호흡하고 있다. 일상의 존재란 그만큼 거대한 것이다. 호흡기감염증인 메르스가 그 거대한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놓고 있다. 병원 안 감염에서 지역사회까지 파고든 메르스의 빠른 감염 속도 탓이다. 메르스 감염 초기의 대응 미숙으로 일상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은 버겁다. ‘일상적인 삶’의 귀환이 그만큼 절박해졌다. 함께 나서야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가 낯선 일상으로 와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6.12 23:02

비싼 교육비

1년 전인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다. 해양경찰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신설되고 수많은 관련 공무원들이 구속되거나 책임을 졌다. 인명구조를 하지 않은 채 배에서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이 엄벌에 처해졌고, 세월호 선사 실질적 사주로 알려진 고 유병언씨 일가는 폐가망신을 떨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종자 9명과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지 않은 채 차디찬 바닷속에 남아 있다. 거리마다 노란 깃발에 ‘진실을 인양하라’는 구호가 물결친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최대 화두는 안전이었다. 연안 선박들의 안전을 감시해야 할 해경들은 근무태만이었고, 사후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해경 구조단장은 선체 진입은 물론 탈출 독려 방송도 하지 않았다가 엄벌을 받았다. 세월호 사고의 이모 저모를 살펴보면 인간의 탈을 쓰고 늑대의 짓을 한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안전과 함께 세월호 사고가 우리에게 던진 경고는 ‘인간성 회복’이었다. 당시 수많은 일반 승객과 교사 등이 한 명이라도 더 탈출시키고, 구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외 선장과 대부분 선원들, 그리고 선체 밖의 선사와 해경 등 운항 관계자들은 수많은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었다.세월호 사고 1년만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덮쳤다. 5월 중순에 상륙한 바레인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10일에는 전주에서도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63세의 이 남자는 지난달 27일 부인의 암 치료차 삼성서울병원에 갔는데, 30일 발열 증세가 나타나 그동안 자가격리 돼 있었다. 이제 전북지역 메르스 확진 환자는 모두 3명이 됐다. 이들 모두 평택과 서울 등에서 감염돼 왔고, 이에 따른 감시 대상자가 600명이 넘는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WHO 관계자가 밝혔듯이 한국에서 통제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세계적 수준의 우수한 의료진이 밤낮없이 쪽잠 자 가면서 차단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완전 진압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우디발 메르스 공포 속에서 2013년 메르스대책반을 가동해 온 우리나라가 메르스 2위 국가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의 안일한 국민의식을 뚫는 것은 너무 손쉬웠고, 그런 안일함을 타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대한민국은 2년째 톡톡한 안전교육비를 내고 있다. 교육비도 비싸고 그 댓가도 너무 혹독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6.11 23:02

새정연이 싫은 이유

상당수 도민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싫어 하는 이유는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MB·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도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새정연이 도민의 이익대변은 뒷전이고 친노다 비노다해서 계파싸움만 일삼기 때문에 싫어한다. 이같은 현상은 오래전에 나타났고 지난 6·4 지방선거 때 무소속 단체장들이 뽑히면서 노골화 됐다. 더 이상 새정연에 기대를 걸게 없다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짓지 않고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 면피성으로 보여 더 실망스러워 한다.도민들은 “새정연을 있게 한 원동력이 호남인데 지금와서는 완전히 호남정치권이 변방으로 내몰렸다”며 분개해 한다. 당권은 친노인 부산의 문재인 대표가 잡았고 원내대표는 비노인 수도권 이종걸의원이 맡고 있다. DJ나 노무현 정권때는 호남 출신이 당의 중심세력이 돼서 호남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전북이 현 정부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고 있지만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전북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도민들로부터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도민들은 “도내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문 대표가 보은 차원에서라도 전북의 이익 대변을 위해 앞장서 줘야 한다”는 것. 다음으로 “전북의 무장관 무차관 문제도 함께 짚고 넘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 갖고서는 해결을 못하니까 문 대표가 당 차원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지난 광주 서을 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후보가 당선된 것도 더 이상 새정연에 기대를 걸 수 없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이 같은 정서는 그동안 친노 색채가 강했던 전북에서도 감지된다. 지금 분위기로는 새정연이 누굴 공천해도 장담할 수 없는 기류가 형성돼 가고 있다. 막상 선거 때가 닥치면 새정연 후보를 찍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는 옛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 이유는 당에서 일방적으로 지지만 요구할뿐 전북을 위해 해준 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새정연이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한낱 쇼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호남서도 전북을 중시하며 안고 가야 새정연이 존립해 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당이 빠개지건 부숴지건 관심도 갖질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도 지난 6·4 지방선거처럼 경쟁구도가 만들어 질 전망이다. 지금부터라도 친노를 2선으로 후퇴시키고 호남 출신을 중용해야 그나마 당이 살 수 있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6.10 23:02

국회의원 특권도 혁신 대상

국회의원과 대학 교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지낸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총리 재임 당시 “어떤 직책이 가장 좋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주저 없이 국회의원이라고 대답했다. 아마 권리와 혜택은 엄청 난 반면 책임은 없는 점이 국회의원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봤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선수(選數) 제한이 없고 정년도 없다. 세비에다 활동지원비를 합하면 매월 수령하는 실제 금액은 1억5000여만 원쯤 된다. 또 평균 1억3000만 원 안팎의 후원금도 들어온다. 4급 보좌관 2명과 5급 비서관 1명, 6·7·9급 비서 1명, 인턴 직원 2명을 둘 수 있다. 국고로 지원되는 해외시찰과 해외 출장 시 항공사의 1등석 제공, 국유철도· 선박·비행기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을 받는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도 있다. 이러한 국회의원이 조롱과 경멸의 대상인 건 불행이다.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의 신뢰도는 거의 낙제점 이하다. 국민들한테 받은 만큼 국민을 위해 봉사하지 못한 탓이다. 정쟁에 몰두하고 국민의 눈높이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는 서로 네탓만 해대니 국민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걸핏하면 뇌물 수수와 비리의 주범으로 등장한다. 성직자와 교수, 국회의원이 한강에 빠지면 국회의원을 제일 먼저 건져내는 이유는 한강이 오염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국회의원 3선쯤 하면 거의 권력화된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기득권에 안주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정치인도 많다. 국민 보다는 자기 안일을 먼저 걱정한다. 공천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총선 때마다 여야는 국회의원의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지만 지켜진 적이 없다. 유권자는 선거 때만 갑(甲)일뿐 선거가 끝나면 을(乙)이 되고 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실천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엊그제 당의 정체성 확립과 리더십 수립, 건강한 조직, 수권 정당을 혁신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기득권과 특권 혜택을 내려놓는 혁신안이 언급되지 않은 건 유감이다. “혁신안은 한 트럭도 넘는다”는 박지원 의원의 말마따나 혁신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내할 진정성 있는 혁신안을 내놓는 게 숙제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6.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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