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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 없는 호남KTX

지난 주말 국토교통부가 호남KTX 운행계획 수정안을 전격 발표했지만 뒤끝이 영 개운치 않다. 국가 기간교통망인 고속철도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삼모사식으로 졸속 결정한 것은 정부로서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로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호남권은 실익 없는 고속철도가 되고 말았다. 서대전을 경유하는 저속철을 없애고 고속철을 늘리라고 500만 호남인들이 요구했건만 고속철은 안 늘리고 저속철만 없앴기 때문이다.우선 4월부터 호남고속철도가 본격 개통되면 서울에서 익산역까지 1시간6분, 광주송정역까지는 1시간33분으로 단축된다. 빠르고 편리함 때문에 고속철도 이용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코레일에서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수요예측조사를 통해 서울광주송정을 오가는 KTX를 현재 44회에서 56회로 12회 늘리고, 서울여수를 오가는 전라선은 18회에서 26회로 8회 늘리는 등 모두 20회를 증편하려 했던 것 아닌가.그런데 지난달 6일 코레일에서 갑자기 호남KTX 운행편수 82회 가운데 22%인 18회를 서대전역으로 경유시키겠다는 변경 계획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대전지역 출마를 염두에 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입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정부의 발표 결과, 호남KTX의 서대전 경유는 빠졌지만 하루 20회 증편 운행계획 대신 고작 6회만 늘어나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경부선 KTX는 하루 160편으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비해 호남선은 하루 68편으로 40분 간격으로 운행돼 경부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반면 서대전은 별도로 KTX를 투입, 하루 18회 운행하기로 해 코레일과 대전지역의 의도대로 관철됐다. 그나마 익산역이 서대전발 KTX의 회차지 역할이라도 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그럼에도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는 꼼수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역 호남출향인의 교통 불편과 호남-충청의 상생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의 수정안을 수용한다는 송하진 도지사와 윤장현 광주시장의 입장이 무색할 따름이다. 애초 호남고속철도는 천안에서 남공주를 거쳐 익산 광주 목포를 잇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충청북도의 강력 요구로 오송역이 끼워 넣어졌다. 여기에 대전까지 끼어들려 하니 호남을 무슨 핫바지로 보는 것인가.내년 1월이면 수서발 KTX가 신설된다. 이번에 늘리지 못한 호남선과 전라선KTX 증편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선거를 앞둔 전북 정치권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2.09 23:02

난타의 힘

1999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갔을 때, 거리에서 한국 공연 팀의 포스터를 만났다.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난타’ 공연이었다.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난타’ 공연을 보기로 했는데 이미 티켓이 매진된 상황이어서 어렵게 티켓을 구해야 했다. 한 시간을 훨씬 넘어서는 공연 내내 관객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지금이야 한류와 K-POP이 해외무대를 휩쓸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유럽인들에게 ‘코리아’의 음악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사 하나 없이 주방도구로만 사물놀이 장단을 만들어내는 난타의 공연은 객석을 열광시켰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다. 난타의 전회 매진, 기립박수의 영광은 그 해 에든버러 축제 현장의 화제였다.영화계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천만 관객 돌파가 공연무대에서도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난타를 관람한 관객 수는 1008만 5010명. 경이로운 숫자다. 1997년 첫 무대를 올렸으니 17년 동안의 성과다. 장기공연 무대의 역사 뒤에는 재미있는 기록이 이어진다. 공연에 사용된 채소의 양은 자그마치 36만9129kg. 잘려나간 오이 31만2900개, 당근 31만2900개, 양파 12만5160개, 양배추21만9030개의 무게다. 연주 악기로 대체한 도마 2070개, 칼 1만 8975자루가 사용됐고 난타를 거쳐 간 배우도 143명이나 된다. 처음 난타가 만들어졌을 때 공연계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실험을 주목했지만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통적인 사물놀이 가락을 현대적인 공연 양식에 접목시키고 두드림의 신명을 예술적 경지로 풀어낸 새로운 양식이긴 하지만 대사 한마디 없이 100분을 끌고 나가는 낯선 형식에 의구심이 컸던 탓이다. 그러나 ‘난타’는 공연예술의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콘텐츠의 힘이었다. 에든버러에 이어 2004년에는 아시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고 세계 300개 가까운 도시를 순회하며 관객을 만났다. 국내 전용관 뿐 아니라 방콕 전용관을 연데 이어 올해는 중국 광저우에도 전용관을 연다. 중국법인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로 진출하는 난타의 특별한 행보가 반갑다. 성과는 또 있다. 난타와 같은 실험적 양식의 작품이 더해지고 장기공연 무대가 늘고 있는 공연계의 변화다. 그러나 아직 제 2의 난타는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따로 있을 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2.06 23:02

호남 KTX

영국인 와트가 증기 기관을 발명한 뒤 지구촌의 문명은 엄청난 속도로 진보를 거듭했다. 기차와 자동차, 선박, 배행기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지구촌이 일일생활권으로 묶였다. 초고속열차가 개발돼 속속 현장에 투입되고, 조만간 호남KTX가 개통되면 익산에서 서울까지 불과 66분이면 갈 수 있다. 익산에서 아침에 KTX를 타고 서울 회사에 정상 출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철도에서 얻는 이익이 많지만, 전북의 철도에는 일제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북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역은 군산역과 익산역이다. 1912년 3월6일이다. 이들 역은 일제가 호남평야에서 수탈한 쌀 등을 본국으로 손쉽게 가져가기 위한 수단으로 개설한 전북인의 눈물이 담긴 철도역이다.전주역은 1914년 11월에야 개통됐다. 100년 전 경부선 호남선 철로가 개설될 당시 전주의 양반들이 철로 개설을 반대하는 바람에 조그만 읍에 불과했던 이리에 역이 먼저 들어섰고, 전주역은 한참 후 전라선의 한 역으로 개설됐다.최근 호남KTX 개통 연기를 촉발시킨 서대전역은 1936년 11월에 개통됐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분기하는 대전역이 중심이었지만 1978년 호남선이 서대전역으로만 통과하게 되면서 서대전역은 호남의 관문처럼 됐다. 호남선이 1910년 기공된 후 호남선과 전라선상에서 대전역의 위상이 커진 것이다. 대전이 호남KTX 개통을 앞두고 뜸금없이 ‘서대전역 경유’ 몽니를 부리는 것은 그동안 호남선통과 덕분에 차지했던 그들의 이익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이기주의다. 145만 대전이 500만 호남의 이익을 빼앗으려는 상식 이하의 폭력이다. 호남KTX는 원래 서울 용산을 출발, 천안에서 남공주를 거쳐 익산-광주-목포를 잇도록 계획됐다. 그러나 2005년 충북이 오송역을 호남KTX 분기역으로 해야 한다고 몽니를 부려 관철시키는 바람에 호남이 피해를 봐야 했다. 이번에는 대전이 호남KTX 바지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 대전이 충북 오송역에서 배운 나쁜 선례를 반복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충청도의 염치가 너무 심하다. 대전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표를 무기로 내세워 여야와 정부를 협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당과 정부는 원칙을 똑바로 지켜라. 호남KTX은 원래 서대전 코스가 없는 국가 기간철도 사업이다. 그 원칙을 지키면 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2.05 23:02

힘 없는 국회의원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을 잘 하면서 행정부를 잘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정치력 있는 의원은 중앙정치를 잘 한다.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당내는 물론 원내 활동 반경이 넓다. 의정활동을 잘 하는 의원은 바쁜 가운데도 민원 해결은 물론 국가예산도 잘 확보한다. 특히 소관 상위에 속한 기관들이 항상 긴장한다. 국감 때나 상임위 활동시 송곳 질문을 잘 하는 의원한테는 기자들도 몰려든다. 기사감이 넘쳐 나기 때문이다.도내 출신들은 어떤가. 상당수 지방의원들마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의정활동을 비웃는다. 존재감이 없다고 더 얕잡아 본다. 상하관계인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불만이 많다. 틈만 나면 지역구 관리 한답시고 지역구에 내려오지만 오히려 귀찮다는 것. 이들은 지방의 일은 아예 자신들한테 맡겨 놓고 중앙정치나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 호남선 KTX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대전광역시장에 당선된 새정연 권선택후보가 서대전 통과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로가 같은 당 소속이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앓이만 한다.도내 국회의원들은 지역에 올 때마다 KTX를 이용한다. 국회서 요금을 부담하고 특별서비스까지 받기 때문에 KTX를 탄다. 그렇게 KTX를 자주 타고 다닐 때마다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다녔다면 무능의 극치요 알고도 모른 체 했다면 그건 자질이 의심스럽다. KTX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게 사실이다. 2005년 분기점을 정할 때 오송역으로 정한 게 잘못이었다. 그 때 천안아산역으로 분기점을 정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천안~ 논산 고속도로가 직선으로 뚫려 시간 단축은 물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처럼 천안 아산역이 분기점이 됐어야 옳았다.요즘 지역구 의원들이 바삐 움직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가 내년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서 더 그렇다. 심지어 어떤 국회의원은 유력후보와 함께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한다. 평소에는 아예 찾질 않던 후보마저 사자후를 토해내며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의욕을 과시한다. 그간 도민들이 보수정권으로부터 홀대 받고 있는데도 그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던 후보들이 선거를 앞두고 호들갑을 떤다. 당비 내는 권리당원만 제일 많이 모집했을 뿐 최고위원 하나 도전 못하는 힘 없는 도내 국회의원들 내년 선거 때 답은 하나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2.04 23:02

호남KTX와 'LH 망령'

호남선 철도는 개통 54년만인 1968년 복선화 공사가 시작됐다. 2003년 마무리 됐으니 35년이 걸린셈이다. 경부선 착공보다 10년 이상 늦었고 기존 선로를 이용한 탓에 사실상 ‘반쪽 고속철’이었다. 호남고속철 추진 당시엔 경제성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SOC사업은 꼭 경제성만 갖고 따질 일은 아니다.”며 불만세력을 잠재웠다. 우여곡절 끝에 호남고속철 공사가 마무리돼 4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그런데 호남민심이 들끓고 있다. 호남 정치권이 추운 날씨에 악악거리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기존 노선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호남 KTX 노선은 애초 충북 오송∼남공주∼익산으로 계획됐지만 한국철도공사는 하루 운행편수를 62회에서 82회로 늘리고, 이중 20%는 서대전역을 경유시킬 방침이다. 이럴경우 서울∼광주간 운행시간이 1시간33분에서 2시간18분으로 45분이나 늘어나 저속철이 된다. 이 변경안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정치연합 권선택 대전시장의 대표공약이다. 당선 뒤 한달만인 7월, 코레일 사장은 서대전역 경유를 공식 언급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국토부 회의 때 뒤늦게야 이 사실일 확인하고 호남이 뒷북대응을 하고 있다. ‘호남 KTX 사태’는 기존 계획을 정치적 이유로 변경한 것이 본질이다. 그로인해 불편과 시간 경제적 낭비가 영구적으로 초래된다면 이를 용인할 호남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호남선 철도는 과거 차별과 소외의 상징이었다. 경부축에 밀렸던 호남이 이젠 대전권의 위세에 눌려 있다. KTX 서대전 경유는 ‘LH 사태’ 때처럼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길 것이다. ‘호남 KTX 사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당시와도 꼭 닮았다. 늑장 대응과 대정부 규탄 및 청와대 시위 등이 닮은 꼴이고 해당 부처가 국토부라는 건 똑같다. 당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전북 국회의원 앞에서는 “전북이 요구하는 분리방침이 맞다”고 했고 경남 국회의원들 앞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전북을 어르고 달래면서 경남이전을 확행했다. KTX 노선 권한을 갖고 있는 국토부는 지금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LH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것 같다. 호남 정치권의 리더십과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어리버리, 긴가민가 했다간 LH의 전철을 밟고 말 것이다. ‘눈물의 호남선’ 참 지겹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2.03 23:02

상(賞)의 가치

지난해 말 서울에 있는 한 청소년관련 단체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내용인즉 청소년지도자분야 수상자로 내정됐으니 관련 서류를 제출해달라는 것이다. 잠시 머릿속으로 ‘신문편집 책임자로 있을 때 청소년들을 위해 무얼 했나’라는 반문이 스쳤다. 그리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런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안된다고….요즘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의 수상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수상 타이틀도 거창하다.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상’ ‘한국을 빛낸 위대한 한국인상’ ‘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대한민국 CEO리더십 대상’ 등등. 하지만 상을 주는 단체나 기관들 면면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린다.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협회나 언론인연합회라는 단체들이 수상기관의 주류를 이룬다. 기자생활을 28년째 하고 있지만 생경한 단체들이다. 상을 주는 사람이나 상을 받는 사람이나 도대체 상(賞)의 권위나 가치를 알고 주고 받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일부의 경우는 수상하는 단체를 밝히지 않은 채 수상내용만 은근 슬쩍 발표하기도 한다. 낯 간지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상(賞)의 가치는 상을 주는 주체가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또 상을 받는 사람도 과연 상을 탈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따라 상의 권위가 정해진다. 지난 1990년 제정된 서울평화상이 단적인 예이다. 제1회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에 이어 2회에 죠지 슐츠 미 국무장관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정치적 입김 논란이 일었다. 상의 권위는 내팽개쳐지고 국민들의 폐지 여론이 비등하면서 1994년 제3회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주최측에서 폐지 반대 소송까지 나서는 우여곡절 끝에 1996년 재개됐다. 하지만 20만 달러에 달하는 시상금에도 인도의 네루상이나 필리핀의 막사이사이상 일본의 국제상 등에 비해 서울평화상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지난주 ‘2014년 올해의 법조인상’으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배의철 변호사가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수상을 고사했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 속에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큰 상과 축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시상 단체에선 배 변호사가 사양하자 ‘올해의 법조인상’ 명칭에서 ‘상’을 빼고 ‘올해의 법조인’으로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끝내 고사했다. 그는 상(賞)의 진정한 가치와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2.02 23:02

동피랑 벽화비엔날레

인구 14만 명의 아름다운 도시 통영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공간들이 뒤를 잇고 있는 덕분이다. 동피랑, 서피랑, 강구안마을 등 이름도 예쁘다.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 공간은 동피랑이 먼저다. 동피랑은 통영사람들이 오후시장으로 부르는 중앙시장 뒤편 언덕배기에 놓인 마을이다. 가파른 언덕배기를 따라 80여 가구가 살고 있으니 규모도 크지 않다. 동피랑은 도심에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마을이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마을 꼭대기에는 조선시대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었는데 통영시는 이 동포루를 복원하고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마을의 주택들을 철거해야만 가능한 사업이어서 주민들은 보상비를 받고 마을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지역 사회단체인 ‘푸른통영 21’이 나섰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만든 사업이 벽화사업이다. 2007년 동피랑 벽화전이 열렸다. 공공미술사업이 유행처럼 각 도시를 휩쓸었던 즈음, 동피랑 벽화사업도 그 중의 하나였지만 추진과정은 다른 도시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역의 몇몇 단체나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대부분의 공공미술사업과 달리 전국적으로 문을 열고 미술 전공자들은 물론 개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전국에서 찾아온 참가자들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벽화로 마을을 채웠다. 동피랑의 벽화를 널리 알린 것도 참가자들이었다. 입소문과 SNS 홍보효과가 주효했던 덕분에 동피랑 벽화마을은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통영시도 마을 철거 계획을 거둬들였다. 벽화마을 동피랑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지 8년째. 동피랑은 지금도 건재하다. 벽화사업은 한동안 도시와 농촌마을을 가리지 않고 벌어졌지만 한두 해 지나면 본래 모습을 잃게 되는 벽화의 특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 취지를 살려낸 사례는 많지 않다. 동피랑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년마다 공모전을 열고 벽화의 생명을 지켜왔다. 동피랑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해 동피랑 벽화공모전은 ‘벽화비엔날레’로 이름과 형식을 바꾸었다. 135개 팀이 지원해 68개 팀을 선정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 태국 이집트 등 외국의 작가들도 참여했다니 비엔날레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 부러운 것은 가난한 동네의 화려한 변신이 아니다. 동피랑을 지키는 주민들과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시민활동가들의 진정성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1.30 23:02

경제전쟁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건으로 와해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이 양적완화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것 같다. 요즘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만 활황이다. 일본도 2012년부터 엄청난 돈을 찍어내며 양적완화에 나서 20년 저성장 고리를 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도 수출이 좋아지고 있다. 반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경제 추락이 유럽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이 당장 3월부터 1년6개월 동안 1조 4000억 유로에 달하는 돈을 시장에 풀겠다고 선언했다. 돈이 엄청나게 시장에 풀리고, 금리는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다. 금리로 통제가 안되자 모든 나라가 양적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살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성공했으니 세계 모든 나라가 공장에서 마구 돈을 찍어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게 요즘 글로벌 경제 현실이다. 이웃을 희생시켜 내가 살겠다는 것이다. 총칼 들고 싸우는 전쟁보다 무서운 경제전쟁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아담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조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과거 세계 경제는 혹독한 공황(1929년) 사태 등 시련을 겪으며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보이는 손’이다. 바로 정부가 난관에 봉착한 경제 상황에 적극 개입, 위기를 극복해 주는 ‘보이는 손’이다. 1997년 11월 4일 한국에서 터진 외환위기는 외부의 보이는 손에 의해 조기 극복될 수 있었다. 미국의 금융위기도 결국 정부 손에 의해 해결돼 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를 믿지 않는 것 같다. 위기가 닥치면 구원투수를 최대한 빠르게 투입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정석으로 믿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독야청청하며 진군하는 나라가 있다. 명실상부 ‘슈퍼 파워 차이나’가 된 중국은 4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다 외환보유국의 지위를 활용해 그들이 꿈꾸는 중화(세계 속의 중국) 제국 건설을 향해 약진하고 있다. 위기의 글로벌 경제에서 G2를 형성한 미국과 중국만 의연해 보인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는 위기다. 외인자금 이탈 등 악재로 종합주가지수는 1960선대에 머문다. 금리를 바짝 낮춰 글로벌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이웃나라 덤터기 씌워 죽이기에 혈안이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1.29 23:02

해서는 안 될 말

을미년 새해가 밝아온지 벌써 한 달이 다된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한해 설계를 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날마다 운동을 하겠다거나 금연 절주 등을 목표로 내건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 일상 생활하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 말로 약속 했다가 어겨 신용을 잃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거의가 말수가 적고 실천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말 많이 한 사람치고 실속 있는 사람은 드물다. 여성들은 생리상 수다를 떨어야 스트레스를 날리게 돼 있어 예외지만.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와“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무슨 이유입니까”라고 물었다. 석가모니는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저는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터리입니다. 남에게 줄 것이 있어야 주지 뭘 준단 말입니까.” 그러자 석가모니는 “그렇지 않느니라. 아무리 재산이 없어도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누구나 다 있다”고 했다. 불경 잡보장경에 나오는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말하는 것이다. 그 중 언시(言施)가 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도 상대에게 아름답고 공손한 말로 대하면 그것이 보시(布施)라는 것이다. 말로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듯 상대를 배려하는 말이 중요하다. 말은 창칼과 똑같다. 잘 쓰면 이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흉기가 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올해도 경제 상황이 안 좋다. 이런 때는 서로가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일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잘 해보란’ 식으로 상대를 비꼬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난 모르겠다’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말이다. ‘그건 안 된다’는 부정적인 말도 ‘네가 뭘 아느냐’는 식으로 상대를 무시하는 말도 쓰면 안 된다. ‘바빠서 못 한다’고 핑계를 대거나 ‘잘 되어 가는데 뭐 하려고 바꾸느냐’는 식의 무사안일주의도 금물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타협의 말도 ‘다음에 하자’고 미루는 말도 해선 안 될 말이다.해야 할 말과 안해야 할 말을 구분하는 건 그 사람의 인격이다. 절제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입을 구화지문(口禍之門) 이라 한다. 내용도 없는 괜한 말 했다가 우습게 되기 십상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 상대를 상처 주는 말은 안해야 한다. 갑을 관계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말을 썼으면 한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1.28 23:02

다시 불 지핀 석패율제

석패율(惜敗率)제는 말 그대로 ‘애석하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 주는 제도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해도 석패율(낙선후보 득표율/당선자 득표율)이 높으면 비례대표로 등원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대구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 전주에 출마했던 정운천 새누리당의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새정연이 영남에서 5~6석,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4∼5석 정도 건질 수 있다. 석패율제는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 및 지역주의 완화, 역량 있는 정치인에게 구제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정당 수뇌부의 전횡과 거대 정당 중진들의 낙선 예방 보험장치로 악용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사실 석패율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와 함께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을 위한 술수”라고 반대해 무산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석패율제 논의가 깊숙이 진행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가 지역구도를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소수 정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런데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석패율제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새정연 2·8 전당대회 대표 후보인 문재인·박지원 의원이 그제 당 취약지역인 ‘대구·경북’ 합동연설에서 석패율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도 정치개혁혁신위에서 석패율제 도입을 결정했고 김무성 대표가 조만간 당론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정운천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이 밝혔다. 정 위원장은 최고위원이던 2011년 2월 2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 만찬 때 “석패율을 위하여!”라는 건배구호를 외친 주인공이다. 그는 그 뒤 ‘석패율 전도사’로 불려왔다. 모처럼만에 석패율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 제도는 결코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보완해야 할 점도 많지만 한국정치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40년간 지속된 지역주의 구도를 깰 수 있는 물꼬 역할이 그것이다. 올 하반기엔 선거구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다. 석패율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등 지역주의를 타파할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으면 한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1.27 23:02

새누리당의 진정성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가 지난 22일 전주에서 열렸다. 김무성 대표가 새해 들어 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 순회 최고위원 회의를 전주에서 개최한 것이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과 청와대 문건유출사건의 배후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정국 상황을 돌파하고 내년 총선도 염두에 둔 다목적 지역 민생투어로 보인다.김 대표는 이날 전주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그동안 호남 끌어안기를 넘어 호남 품에 안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들고 “전북도민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어주시면 전북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2011년 3월 23일 전주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오늘 회의가 한나라당의 호남 끌어안기가 아닌 한나라당이 호남에 안기기 위한 자리다”며 “새만금 사업이 막힘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 살피고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전폭 지원을 맹약했던 새만금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 개정과 개발청 설립만 구체화되었을 뿐 핵심인 재원조달을 위한 특별회계 설치와 매립용지 분양가 인하 등은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김 대표가 이날 전북도민들에게 요청한 마음의 벽 허물기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북에서 13.22%를 득표했다. 이는 제17대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얻는 9.04%보다 4%포인트 이상 웃돌은 것이다. 이에 앞서 제15대 대선때 4.54%, 제16대 때 6.19%에 비하면 2~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12년 4·11 총선에선 정운천 새누리당 전북도당 위원장이 전북정치 1번지인 전주 완산을 선거구에서 35.8%의 경이적인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이처럼 새누리당이 불모지로 여겼던 전북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새누리당도 전북에 대한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1~2년에 한번씩 간헐적으로 전북에서 열렸던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는 그야말로 립서비스에 그쳤었다. 전북 인재 등용을 비롯 지리산·덕유산 힐링 거점조성 새만금∼김천 동서횡단철도 새만금∼포항 고속도로 LH본사 분산배치 국회의원 석패율제 도입 등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오죽하면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지난 2012년 6월 전주 회의에서 “집권당으로서 다른 지역과 차별없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을까.이번에도 새만금 국제공항과 새만금추진지원단 설치 탄소융합기술원 국립화방안 호남 KTX 서대전 경유문제 등이 거론됐다. 이들 지역현안의 성사 여부가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바로미터일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1.26 23:02

노년(老年)

여러해 전의 일이다. 취재로 공직에서 은퇴한 두 분을 만났다. 오래전에 중단되었지만 당시 전주우체국에서 운영하던 정보교육센터의 컴퓨터 강좌에 참여했던 분들이었다. 한 분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분이었고, 또 한분은 담배인삼공사에서 40년 가깝게 근무하다 퇴직한 분이었다. 인터넷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 정작 수십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나와 보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은퇴한 이후 얼마동안은 시절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 세상에 들어서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잘 마쳤지 않은가, 스스로 위로하며 몇 해를 보냈지만 언젠가부터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체국에서 진행하는 컴퓨터 강좌를 알게 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그 분들을 만난 것은 컴퓨터 경력 1년과 3년차를 맞았을 때였다. ‘늦게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는 말을 실감했다’는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맞고 있었다. “돌아다니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환해졌으니 신기하다. 손자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어 좋고, 젊은이들 대화도 그럭저럭 알아들을 수 있으니 이제 소외감도 없어졌다”고 했다. 문서도 만들어보고 파워포인트 실습도 해보고 나니, 젊은 시절 왜 이런 좋은 것을 익혀 써먹지 못했는지 후회가 됐단다. 컴퓨터로 ‘정말 재미난 세상’을 만난 이후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컴퓨터를 벗으로 삼았다. 엑셀과 파워포인트에 태그 기법까지 두루 익혀 기초반 지도는 물론, 전문강사의 보조 역할을 할 정도의 수준급이 됐다. 정보교육센터에 매일 출퇴근하면서 센터를 운영하고 지키는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파워포인트는 어찌나 힘들었던지 다른 후배들을 위해 아예 자신이 공부한 과정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겨 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일종의 파워포인트 입문서였다. 예산 부담이 커 컬러복사로 묶어낸 자료집은 인기가 높았다. 새 세상을 만나게 해준 전주우체국 정보교육센터에 은혜를 갚아겠다싶어 자원봉사에 나섰다. 덕분에 당시 문을 닫고 있던 다른 지역 우체국과는 달리 전주우체국 정보교육센터는 폐쇄 위기를 벗어나 그 뒤로도 상당기간 운영됐다. 노년의 삶을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컴퓨터로 세상을 새롭게 만났던 두 분이 생각난다. 주변을 둘러보면 노년의 즐거운 삶을 위한 배움의 공간이 적지 않다. 새로운 세상이 거기 있다. 노년을 맞는 분들에게 그 배움의 문을 열어보실 것을 권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1.23 23:02

어린이집 교사

인크루트 신입 공채란에 한 어린이집의 교사 채용 공고가 떴다. 정규직인데 학력은 전문대 졸업이고, 나이는 상관없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주 40시간)에 월급은 150만원 이상이다. 상여금은 없다. 월급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어린이집이다. 역시 정규직인데 학력은 고졸이면 되고, 나이도 상관없다. 사범계열 전공이면 우대한다고 한다. 이 어린이집의 월급 조건은 주5일 근무에 120만원 이상이다. 전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 채용 공고도 떴다. 역시 주 5일 근무에 월급 125만 원 이상이라고 표기됐다. 면접 후 재조정 가능하다는 단서는 모두 붙어 있다. 이들 공고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린이집 교사 초봉이 120∼15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정부 지원금 22만원이 붙었기 때문이다.어린이집 교사가 되는 방법은 손쉽다. 전문교육원에서 필요과목을 이수하고, 학점으로 인정받으면 된다. 교사 경력을 쌓으면 향후 본인이 직접 어린이집을 차리고 원장이 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이 영유아보육료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어린이집 설립 운영은 더욱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 됐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 취업이 마땅치않다고 하소연하는 분위기에서, 월급 120만원을 착실히 받을 수 있는 직장이라면, 감지덕지할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당연한 것인가. 최근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손찌검하고, 입안에 물티슈를 넣고, 짓누르고 하는 등 폭행을 일삼는다고 난리법석이다. 아이를 폭행한 어린이집 교사들은 비난받고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제 정부와 정치권, 사회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동서고금으로 교육은 백년대계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품성’을 오롯이 간직한 채 성장하고, 미래 동량으로서 실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가정이나 국가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겉과 속이 다르다. 정부와 정치는 출산장려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육 지원을 강조한다. 하지만 교사 지원은 뒷전이었다. 교사가 푸대접받는 상황에서 어린이집 보육과 교육의 질을 거론할 수 있는가. 어린이집 교사 자격 따기가 쉬우니 푸대접하는가. 어린이 보육과 교육이 중요하다면 교사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해야 한다. 일반교사와 어린이집 교사 하는 일이 뭐가 다른가.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1.22 23:02

선거구 획정

요즘처럼 야권이 무기력 한적이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5공 때 관제 야당인 민한당에 비유한 사람도 있다. 그 만큼 야당으로서 야성이 떨어지고 죽어 있다는 말이다. 세월호와 같은 엄청난 국가적 재앙을 맞고서도 국민들의 한(恨)을 속시원하게 못 풀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 쳤는데도 새정연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새정연이 야당으로서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 선출을 앞둔 새정연은 지금도 계파정치에 얽매여 있다. 집권여당이 실정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데도 새정연이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 그 능력과 존재감을 못 보여 주고 있다.도내 정치상황은 어떨까. 그간 도민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아온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 살길 찾아 각개약진하고 있다. 누구를 당 대표로 밀어야 자신이 내년에 공천 받아 재선할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 이 같은 분위기가 연말을 전후해서 형성되자 정치신인은 물론 기성정치인마저 출마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역들은 선거구가 어떻게 나눠질지에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 선거구 획정은 이미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 나게 돼 있다. 이미 여야가 2월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이 문제를 다루자고 합의했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은 뜨거운 감자다.여기에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최근 탈당, 국민모임을 결성한 걸 놓고도 반응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정 상임고문의 탈당이 너무 조급한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한 반면 지금의 새정연 행보로는 집권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탈당을 잘 한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도내 출신 현역들은 정 고문의 탈당에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도 차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정치가 워낙 변화무쌍한 생물이라서 예단키가 어렵지만 벌써부터 제3당 출마를 조심스럽게 저울질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 못지 않게 정치판 기류변화에 더 관심이 많다. 헌재 판결에 따른 선거구 변화여부는 지금 11개서 9~10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문제는 3선의 김춘진·최규성의원 지역구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관심사다. 대개 선거구를 획정할 때마다 현역 국회의원의 밥그릇 싸움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렇다. 그간 김제와 묶어 게리멘더링이란 비난을 사온 완주군을 어떻게 나눌지가 관전 포인트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1.21 23:02

호남 정신

‘호남 정신’이란 말이 요즘처럼 각광 받은 적도 없을 듯 싶다. 정치권이 너도나도 호남정신이란 말을 끌어다 쓰고 있다.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박지원 후보는 ‘호남정신 복원’ ‘호남 적자(嫡子)론’을 거론하며 호남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새정련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도 작년 10월16일 전북 방문 때 “우리당이 누구를 대표하는가에 대한 정체성이 실종되고 약화됐다”며 지도부를 비판한 뒤 강력한 ‘호남정치의 복원’을 강조했다. 호남정신을 상기시키면서 구애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정신은 무얼 의미하는가. 왜 실종됐으며 무엇 때문에 복원돼야 한다고 하는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호남정신이 뭐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정치적·문화적인 해석, 역사적·인문사회적·경험적 풀이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또 호남이지만 전북과 전남·광주의 지역적 차이도 있다. 광주·전남은 학생의거와 5·18민중항쟁 상징지역이다. 전북은 풍류와 선비, 저항정신이 강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와 민주, 저항은 호남정신의 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가치를 ‘전주정신’, ‘전북정신’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작년 12월15일 전주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2주갑 학술대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전주정신’의 근간으로 삼자는 주장도 나왔다.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낡은 틀을 깨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열려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민중적 저항에서 전주정신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전주정신을 정립할 때 동학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동학정신은 전북정신으로 가야 한다(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라거나, “정읍·고창 등 이웃 시·군과의 관계설정, 지속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정진영 안동대 교수)”는 주장도 있다. 어쨌건 호남정신은 계승 발전돼야 한다. 그런데 그럴 인물들을 키우지 못했다. 호남은 또 소외 지역이 된 지 오래다. 호남정신이란 말이 정치이벤트가 열릴 때만 각광 받아선 안된다. 지금 호남정신을 외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호남 쇠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북정신도 이참에 규명돼야 한다. 정치적인 구호보다는 도대체 ‘호남정신’ ‘전북정신’이 무엇인지 인문학적 접근부터 새로 시작할 일이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1.20 23:02

계란 꾸러미

40∼50대 이상 장·노년층 대부분은 짚으로 정성스럽게 포장한 계란 꾸러미를 기억한다. 지푸라기 한 움큼을 왼손으로 잡고 그 아랫부분의 지저분한 검불을 오른 손가락으로 훑어낸다. 잘 다듬은 짚을 가지런히 한 뒤 한쪽을 두 올 정도의 짚풀로 묶은 다음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계란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계란 10개가 올려지면 반대편과 몸체 중간 중간을 짚풀로 잘 묶어 마감한다. 정성이 담긴 계란 한 줄이다.집안이나 이웃 경조사에 이 계란 꾸러미를 전달하는 가정이 많았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쌀 반 되나 한 되쯤을 포자기에 담아 정성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친인척간, 이웃간 정이 그렇게 오갔다. 이제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는 사라졌다. 요즘 계란판은 종이 또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편리하고, 운반과 보관 측면에서 안전하다. 짚으로 만든 계란 꾸러미가 설 자리는 없다. 계란판이 대량 생산되는 것은 닭의 대량 사육과 관계있다. 한꺼번에 수천마리, 수만마리의 육계 또는 산란계를 키워내는 양계 농장이 번성하면서 계란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란계 사육수수는 6,526만수에 달한다. 국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42개다. 우리나라 계란시장은 연간 120억 개, 1조 2000억 원 정도 시장이다. 계란을 둘러싼 전후방 연관산업 효과까지 고려하면 5∼6조원 시장 가치를 갖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란을 짚으로 싸서 유통시킬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계란은 생산량이 적을 때나 많을 때나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다. 예나 지금이나 계란 후라이, 삶은 계란, 계란 말이, 계란 황태 해장국은 국민식품이다. 계란말이가 들어가지 않은 김밥이 없다. 하지만 계란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계란의 가치, 인심도 예전만 못하다. 서민들의 부의용품으로도 사용되지 않는다.얼마 전 개그맨 정준하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톱스타 연예인이 자신의 결혼식에 축의금 2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며 “친한 사람인데 깜짝 놀랐다. 그럼 ‘이만’보자는 건가”라고 말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축의금 2만원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그는 곧바로 “분위기 전환 목적에서 재미있자고 한 얘기가 오해를 불렀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조의든 축의든 부조 행위는 정성이다. 부조금 봉투에 든 액수가 중요한 사람은 뇌물을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끊는 것이 마땅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1.19 23:02

기억하는 방식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의 부란덴부르크 문. 이곳에서 포츠담 광장 쪽으로 걷다보면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회색 콘크리트로 된 수많은 직육면체 조형물이 이어져 있는 광장.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태인들을 기리기 위해 2005년 조성한 홀로코스트 기념비(The Holocaust Memorial)다.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했다는 이 공간의 추모비는 2711개. 추모비 사이를 걷다 보면 침묵의 더께가 밀려들면서 유태인 학살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베를린에 있는 또 하나의 기념공간. 나치 분서(焚書) 메모리얼이다. 베벨광장에 있는 이 공간 역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의해 자행되었던 분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1933년 괴벨스의 지시로 유태인 학자들이 쓴 책 2만권을 불태운 현장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기념공간은 광장 바닥에 놓인 작은 투명 유리판이 전부. 그러나 그 곳을 들여다보면 땅 아래 빈 서가들로 가득 찬 거대한 방이 내려다보인다. 그 한쪽에 시인 하이네의 글이 새겨져 있다. ‘책이 불탄 곳에서 결국 사람들이 탈것이다.’ 독일 하르부르크에는 반파시즘 기념비가 있다. 그 형식이 매우 특별하다. 땅위로 세워져 있는 기념비가 아니라 땅속으로 들어가 그 흔적만 남아 있는 기념비다. 1986년 하르부르크 시 정부가 파시즘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운 이 기념비는 사방 1미터에 12미터 높이의 단순한 입방체였지만 비밀은 따로 있었다. 매년 2미터씩 땅속으로 가라앉는 형식으로 설계되어 결국 사라지는 기념비로 설계된 것이었다. 기념비 옆에는 이 비에 이름을 새겨달라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글을 읽은 시민들과 방문객들은 이름 뿐 아니라 나치시절의 고통과 기억을 써넣었다. 그 기억을 담은 비는 해마다 2미터씩 파묻히면서 흔적만 남긴 채 모습을 감추었다. 안내판에는 이런 글이 남아 있다. “-중략- 어느 날 이 탑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며 파시즘에 저항하는 이 하르부르크 기념탑의 땅은 비워지게 될 것입니다. 불의에 대항하여 일어서야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뿐이라는 뜻입니다.” 시대에 따라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가 축적되어 간다. 전쟁과 국가의 폭력,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가 남긴 비극과 상처의 아픔이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기념공간을 만든다. 우리의 기념공간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1.16 23:02

죄악세(Sin tax)

연초부터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후폭풍이 적지 않다. 금값 담배를 노린 편의점 절도가 전주와 익산에서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해 말 미리 담배 사재기를 했던 사람들이 값이 크게 오르자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도 빚어지고 있다. 공항 내국인 면세점에선 담뱃값이 시중 가격의 절반도 안 돼 구매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자 1인당 10갑 한 팩으로 제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면세 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도 검토중이다.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연간 세수 증대가 2조 8000억원 정도 예상되면서 담배 단일 품목에서만 10조원 가까이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담배와 술 도박 화석연료 등의 소비에 부과되는 이른바 죄악세(罪惡稅·Sin tax) 규모도 58조원에 달해 그동안 가장 비중이 컸던 부가가치세(55조7000억원)를 앞지를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45조9000억원)나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소득세(45조8000억원)를 크게 웃돌고 있다.죄악세의 기원은 16세기 교황 레오 10세 때 비롯됐다. 사치 생활로 빚에 쪼들리자 매춘업을 허가해주고 창녀들에게 세금을 부과했다. 영국에선 1643년 청교도혁명 당시 국왕과의 전쟁자금 조달방안으로 맥주와 고기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렸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턱수염을 깎지 않는 귀족들에게 턱수염세를 부과했다. 캐나다에선 마리화나를 제한적으로 합법화하고 수십억 달러의 세수를 올렸다. 뉴질랜드는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가축들에게 트림세(burp tax)를 물린다.담배에 이어 연초부터 술에 부과되는 주세 인상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년하례회에서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일자 보건복지부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죄악세 인상은 항상 가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72%에서 90%로 높이려다 반발 여론에 접어야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9년 주세율을 인상하려다 서민 증세 논란에 포기했었다. 우리나라는 국세 가운데 간접세 비율이 52%에 달한다. 미국은 간접세 비율이 10% 내외다. OECD 평균도 20%대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다. 조세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간접세보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바꿔야 한다. 호랑이보다 세금이 무서운 정치(苛政猛於虎)가 되어선 안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1.15 23:02

아름다운 뒤태

예로부터 사람 판별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따졌다. 중국 당나라 시대 이래로 이 네 가지를 인재 등용기준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도 똑 같았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 생김새를 으뜸으로 쳤다. 요즘은 영상매체의 발달로 외모지상주의가 판친다. 예뻐지고 젊게 보이려고 성형외과를 찾는 일이 빈번하다. 예전에는 여성들만 성형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젊은 층에서는 못생긴 건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예쁘고 잘 생겨야 시집 장가 잘 가는 세상이다. 반면 성형중독자가 생겨날 정도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얼굴뼈를 깎는 성형수술을 받다 숨진 사고까지 발생했다.성형은 앞모습만 중히 여긴다. 주로 자신의 보이는 얼굴에만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한번 성형에 빠지면 경제적인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잘 쓴다. 더 예뻐만 진다면 뭐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성형미인이란 말도 흔하게 듣는다. 연예인들은 거의가 성형한 얼굴들이다. 연예인 되기 이전에 기획사에서 투자 개념으로 성형을 시킨다. 얼굴 전체를 확 뜯어 고치는 경우도 있다. 그 만큼 우리사회가 성형열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다. 성형외과는 방학 때가 단대목이다. 치아교정 하는 것은 당연하고 쌍꺼풀 정도는 성형이 아닐 정도다. 쌍꺼풀 수술도 주로 성형외과에서 했지만 지금은 안과서도 할 정도로 경계가 무너졌다. 오히려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광고 선전한 것이 성형수술을 부채질했다.앞태 가꾸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못 보는 뒤태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뒤태는 남이 봐주기 때문에 그렇다. 본인은 자신의 뒤태를 잘 모른다. 사실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뒷모습은 잘 모를 수 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데도 정작 본인만 모를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서 뒤태를 잘 관리해야 한다.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뒤태가 엉망인 사람이 많다. 새해에는 뒤태를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 되려고 하면 어떨까. 뒤태가 아름다운 사람이 많으면 우리사회는 한층 건강해 질 수 있다. 아름다운 뒤태는 그 사람의 인격이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복 마냥 앞만 보고 함께 달리다 보면 낭떠러지에 모두 떨어져 함께 죽고 만다는 스프링복의 비극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모두가 앞만 보지 말고 좌우나 뒤쪽도 살피면서 뒤태를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1.14 23:02

정동영의 선택

정동영 전 의원은 전북출신으로선 가장 걸출한 현역 정치인이다. 제일 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냈고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의장(대표)을 역임하는 등 정치이력이 화려하다. 그런데 그가 어머니 품이라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났다. 진보인사 100여명이 이끄는 ‘국민모임’에 동참해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국민모임은 ‘국민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추구하는 모임’의 약칭이다. 어쨌건 그는 탈당이라는 중대한 선택을 했다. 1996년 권노갑 민주당 고문의 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한 뒤 네차례 탈당 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국민경선 후보였던 그는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 됐다. 이듬해엔 당 의장(대표)이 됐다. 2007년엔 열린우리당이 인기를 잃자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갈아 타 대선후보가 됐다. 대선 패배 이후 도미했지만 불과 8개월여만에 귀국한다. ‘그 새를 못참아서’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2009년엔 당의 강력한 요청을 뿌리치고 민주당 탈당을 결행하면서까지 전주 덕진에 무소속 출마했다. 1년 뒤 복당했다. 그리고 이번이 네번째 탈당이다. 이유 있는 탈당 명분에도 불구하고 당이나 자신의 입지가 어려운 시기에 탈당을 결행한 공통점이 있다. 대의명분보다는 개인의 퍼스낼리티에 의한 결정이 많았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이 선거에서 떨어지면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이런 상황을 못견딘 것일까. 만약 18대(서울 동작 을)나 19대(서울 강남 을) 총선에서 당선됐더라면 이번 탈당은 없었을 것이다. 거물급인 정몽준, 한미 FTA 라이벌인 김종훈과 붙어 연거푸 고배를 마신 것이 쇠락의 직격탄이 됐다. 그의 탈당을 보는 전북인들로선 심정이 착잡할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그의 가벼움 때문일 수도 있고, 정치기둥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탈당을 비난하는 이도 있고, 한파가 몰아치는 나대지에 그를 버려둔 새정치민주연합을 원망하는 이도 있다. 정 전 의원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 ‘밀알’을 언급하며 “모든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몽골기병에 자신을 비유하며 질풍노도처럼 활동하던 것이 엊그제다. 연민의 정마저 느껴진다. 고통을 감내할 줄 아는 손학규의 진중함이 더욱 돋보인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1.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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