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공부도 취재도 척척…'대학신문사 25시'
개학과 함께 대학 캠퍼스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교정 곳곳이 대학생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캠퍼스에는 봄꽃보다 먼저 대학생들의 웃음꽃이 피고 있다. 그러나 현실로 들어가 보면 이들의 삶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경기침체로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이 앞서고 취업이라는 높은 장벽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대부분 대학생들이 집, 강의실, 도서관, 학원으로 이어지는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는 이유다.구직난과 장기 미취업이 일상 속 단어가 된 요즘, 그러나 자신들의 꿈을 찾아 더 분주히 뛰는 이들이 있다. 대학신문사 학생기자들이다.오전 8시 대학신문사에 출근해 그날 취재하고 작성할 기사에 관한 회의를 하고 오전 9시부터는 학생신분으로 강의를 들으며 공강시간을 이용해 취재를 한다. 오후 6시면 다시 대학신문사에 와서 밤 10시까지 기사작성을 한다.학업과 취재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과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멸종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대학신문사 기자들의 삶을 들여다본다."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빠요. 기획회의를 시작으로 편집이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거든요. 시간이 없어 친구들도 자주 못 만나고 마감 시간 스트레스도 있지만, 월요일 아침 신문에 제 이름으로 쓴 기사를 봤을 때 느낌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어요."일주일을 마감하는 지난 6일 금요일 오후 6시께, 원광대 캠퍼스는 한산했다. 그러나 주말에 더 바빠지는 곳이 있다. 원광대신문사다. 최종마감을 앞두고 '타닥타닥' 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기사작성, 편집 등 각자 맡은 업무에 정신이 팔려 대화도 거의 없었다.3학년 3명, 2학년 4명 등 7명의 학생기자와 객원기자 3명 등 10명으로 구성된 원광대신문사는 신문마감을 위해 매주 이같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이영훈 편집장(3학년)은 "기사 마감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9시로 정하고 있지만 취재가 부족하거나 인터뷰 약속이 늦어지는 등 사정이 있으면 최종마감일인 금요일까지 정신이 없다" 며 "평소에는 토론도 많이 하고 활기찬 분위기지만 마감시간을 맞으면 모두 예민해져 말 걸기도 힘들다"고 말했다.이날 저녁 7시, 전북대신문사도 비슷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취재수첩 넘기는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간간히 들리는 한숨 소리 등. 간혹 편집장의 고성도 들린다. 후배들의 마감을 다그치는 소리다. 마감에 쫓기면 저녁식사도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대학신문사 한쪽 창문은 배달음식점 스티커로 도배가 됐을 정도다."늦어도 9시까지는 마감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 시간이면 다들 가장 예민해요. 교정도 봐야하고 기사 취합해서 편집 레이아웃도 짜야하니까 시간이 촉박하거든요. 이러다 보면 으레 밤샘 작업으로 이어져요."전북대신문사 김슬기 편집장(3학년)은 운 좋게 동기 4명이 모두 함께 3년째 활동하는 등 9명이 있어 한시름 덜고 있다며 다른 대학신문사 편집장들에 비해 자신은 좀 나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후배들이 많지 않아 여전히 걱정은 태산같다.부모가 밤샘작업을 반대해 대학신문사를 그만두는 후배, 기대와 다르다며 나가는 후배 등 학기초에 선발하면 일년이 채 가기도 전에 반토막 나고 다음해에 또 반토막 나 3학년까지 동기 2~3명 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수습기자 모집 전단지를 작성하느라 더 바쁘다는 전정희씨(3학년)는 "힘들 것으로 생각은 했는데 막상 해 보니까 상상 이상"이라며 "그래도 학교의 소식을 전하고 잘못된 부분은 비판해 바로잡을 수 있어 좋다. 많은 후배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전북대신문사 정미진씨(3학년)는 "토요일까지 일해야 해서 항상 자기시간이 부족하다"며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쌓아온 시간에 대한 애정과 책임과, 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예전과 달리 졸업뒤 기자를 꿈꾸는 이들은 많지 않다.하지만 올해 수습기자로 들어 온 원광대신문사 김은수씨(2학년)는 "대학생활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고, 열심히 해 식품영양 부문 전문기자가 되고 싶어 들어오게 됐다"며 "아직 기사는 작성하지 않고 청소, 신문 정리 등 잡일을 맡아 하고 있다. 많이 배워서 하루빨리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