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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총경 전보 인사 단행⋯전북경찰청 간부 20명 자리 이동
경찰청이 26일 2025년 하반기 총경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전북 지역에서는 6명의 일선 서장과 14명의 전북경찰청 과장급 보직이 교체됐다. 새로 자리를 옮기는 일선 서장은 △전주덕진경찰서장 조영일(전북청 교통과장) △군산경찰서장 임정빈(세종청 경무기획과장) △익산경찰서장 정창훈(경남청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치안지도관) △남원경찰서장 문영상(전북청 사이버수사과장) △고창경찰서장 태기준(서울청 경무기획과 치안지도관) △무주경찰서장 김은희(대전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 등 6명이다. 
해군 제2정비창 유치, 침체된 군산조선소 돌파구 될까
전북특별자치도가 국방부에 해군 제2정비창의 서해 설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기존 진해 정비창 단일 체제로는 서해 작전 환경 변화와 해군 함정 운용 증가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자치도는 최근 국회와의 정책 간담회에서 해군 제2정비창이 서해를 커버할 수 있는 권역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전북에 유치해야 되는 필요성을 국방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하루에만 ‘15통’…지방선거 여론조사 ‘문자 폭탄’에 괴로운 시민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전북지역 유권자들이 출마예정자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전북일보를 비롯해 JTV 전주방송, KBS 전주총국, 뉴시스·전북도민일보 등 3개 기관이 연말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각 선거구 출마예정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취재에 따르면 한 유권자는 전날 크리스마스 당일 하루에만 10명의 후보로부터 총 15통의 선거 관련 문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 내년 전주사랑상품권 3000억 발행 확대
전주시가 내년부터 전주사랑상품권을 50% 증액‧발행한다. 또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을 위한 자금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임숙시 전주시 경제산업국장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장기화한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지갑이 가벼워진 시민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6년 민생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검, 윤석열에 체포방해 등 총 징역 10년 구형…"법질서 훼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및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등 혐의에 대해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북,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무주 덕유산 -13.8도
전북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26일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무주 덕유산의 최저기온이 -13.8도를 기록했다. 또 진안 -11.6도, 장수 -10.8도, 익산 -9.5도, 김제 -8.8도, 전주 -8.6도, 정읍 -8.5도, 부안 -7.6도 등 전북 전역의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크게 떨어졌다. 
‘근무 중 음주 산행’ 소방서장⋯전북도 감사위원회, 경고 처분 요구
근무 중 음주 산행 의혹이 불거졌던 전북지역의 한 소방서장이 경고 처분을 받게 됐다. 26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는 근무 중 음주 산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A 서장에 대해 경고 처분을 요구했다. 전북소방본부는 통보 후 10일 이내에 당사자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요구안에 따라 처분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9월 감사원에 A 서장의 근무 중 음주 의혹을 담은 진정서가 접수됐고, 감사원은 해당 내용에 대해 기초 조사를 진행한 뒤 전북도 감사위원회에 이첩했다. 당시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A 서장은 입장문을 통해 “공직자로서 기사에 보도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깊은 자성과 함께 전북도와 지자체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항에 대해 깊은 사과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김문경 기자
동서축 열고 광역권 묶었다…전북 교통·주거 정책 대전환
전북특별자치도가 올해 대도시권 광역교통 제도 편입과 동서축 간선도로 확충을 계기로 교통·주거·도시 정책 전반의 제도적 기반을 넓혔다. 대광법 개정으로 국비 지원 근거가 마련되고 교통 인프라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제약을 받아왔던 전북 교통 정책의 추진 여건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다. 
새만금 국가산단내 이차전지 기업들 새 전력원 생겼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대규모 전력 공급 거점인 동비응변전소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차전지 기업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만금 산단의 첨단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새만금개발청(청장 김의겸)과 한국전력공사(대표 김동철)는 새만금 국가산단 5공구에 건설한 154kV 동비응변전소에 실제 전압을 인가해 전력계통에 투입하는 가압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학폭 전력' 전북대 수시 지원자 18명 전원 불합격
전북대학교는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지원자 18명이 전원 불합격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수시모집 지원자 중 학생부교과 및 실기전형에서 9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9명 등 총 18명이 학교폭력 조치 4호에서 8호까지의 이력이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24일 최종 등록 결과 모두 불합격 처리됐다. 

오피니언

자치권 강화, 전북특별법 개정안 신속 처리를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좌우할 ‘전북특별법(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2차 개정안’이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지자체에서 발굴한 여러 특례 규정을 담아 지난해 7월 발의된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여태껏 실질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우선순위에서 연이어 밀려난 것이다. 그러는 사이 국회에는 전북특별법을 대상으로 한 여러 건의 일부 개정안이 별도로 발의되어 계류돼 있다. 이는 단순한 입법 지연을 넘어, 전북특별자치도 발전에 대한 중앙정치권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드러낸 것이다. 전북특별법은 2023년 12월 전부 개정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글로벌 생명경제도시의 비전을 뒷받침했지만, 시행과정에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특별자치도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에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지역발전의 핵심요소인 ‘재정특례’가 제외되었다는 점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전북특별법 2차 개정안에는 특별자치도의 핵심요소인 자치권 강화를 비롯해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교부세 특례, 생활인구 반영 제도 도입, 지역 핵심산업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 등 전북이 당면한 현실적인 과제들이 담겨 있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일극체제 탈피를 목표로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중심의 이른바 ‘5극 3특 국가 균형성장 전략’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민감한 정쟁법안과 정치이슈에 밀려 지역현안을 담은 법안이 뒷순위로 밀리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라는 국가적 정책의 성공 여부가 달린 사안까지 외면받는 것은 큰 문제다. 전북특별법 2차 개정안은 지역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도 보완은 당연한 수순이며, 이를 방치하는 것은 제도의 실패를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북특별법 2차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심의와 처리는 선택이 아닌 책무다. 정치권의 책임이 무겁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연말연시 따뜻한 이웃이 그립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사람들은 올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에 대한 희망과 꿈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 고단한 한 해를 겪어왔던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더 나은 새해를 기대하며 덕담을 나누는 것은 보기에도 좋다. 불경기의 한파 속에서도 술 한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가 있기에 이 사회는 살맛이 나고, 더디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전진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로 우리 주위에는 저녁 한 끼를 걱정하면서 추위에 떠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들이 풍요 속에서 성탄과 새해의 희망을 노래할 때 이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은 더 클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나만 못한 이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 바로 그것이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해 총 모금액은 전년보다 늘었으나 현금 기부 규모 축소와 참여 도민 수 감소로 실제 모금 분위기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특정 소수의 고액 기부에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하는 반면, 정말 중요한 소액 기부와 생활형 나눔에 참여하는 이들이 감소하고 있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처럼 진짜 중요한 것은 소액·생활형 기부인데 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웃돕기 모금 현황을 온도로 표시하는 상징물, 사랑의 온도탑은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전북은 작년에 사랑의 온도탑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연말 모금 캠페인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전북 사랑의 온도탑은 40.3도를 기록, 지난해 같은 날보다 10도 이상 상승했으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아쉽다.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누적 현금 모금액은 29억7000여만 원, 현물 모금액은 9억2000여만 원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현금 모금액이 22억8000여만 원으로 전년 대비 약 7억 원이나 감소했다. 전년 동기비 76.8% 수준에 불과하다. 현물 모금액은 18억8000여만 원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는 기업이나 주요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고액 현물 기부가 집중된 때문이다. 현금과 현물을 포함한 전체 기부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대략 5000 건이나 감소했다. 사회공동체의 발전 가능성과 건전성은 구성원 모두의 행복지수에 달려있다. 조금씩 손을 내밀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자. 바로 옆에 있는 어려운 이웃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싶다.

사설

새만금 오픈카지노 도입

오픈카지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공공형 카지노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이 대통령은 “이게(카지노) 도박인데 왜 (허가를) 개인이나 특정 업체에 내주냐. 그건 특혜다”며 “이런 건 공공영역에 내주고, 수익을 공적으로 유익하게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카지노 현황을 살피는 과정에서 “호남에는 왜 없냐”고 물었다. 이러한 발언 이후 전북에선 카지노 도입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다. 새만금사업의 진척이 늦은 탓이다. 새만금사업은 방조제 착공 이래 35년이 지나고 15조원 가량을 투입했으나 매립률은 40.2%에 그치고 있다. 민자 유치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전북도민에 대한 ‘희망 고문’이라고 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거론되는 사업이 복합리조트(IR) 도입이다. 라스베가스나 마카오, 싱가포르 등에서 성공한 복합리조트는 호텔, 카지노, 컨벤션센터, 공연장, 테마파크 등이 결합된 복합 관광레저시설이다. 이중 카지노는 전국적으로 1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제주 8곳, 서울 3곳, 부산 3곳, 인천·대구 각 1곳 등 16곳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며 강원 정선 강원랜드가 국내 유일의 오픈카지노다. 오픈카지노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개방된 카지노다. 외국인만 드나드는 카지노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거나 적자다. 반면 강원랜드는 2024년 총매출 1조4269억원에 당기순이익 4554억원을 올렸다. 대박인 셈이다. 새만금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자는 목소리는 2008년부터 나왔다. 2012년에는 군산에서 ‘새만금 게임시티 개발방향 설정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려 새만금 관광단지 내 8만여평에 복합 카지노리조트 도입 논의가 있었다. 또 2016년에는 당시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 등 여야 45명이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0년과 2022년에도 김관영 후보가 새만금에 내국인카지노 설치를 공약했다. 그러다 최근 새만금개발공사 나경균 사장이 새만금에 오픈카지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새만금에 오픈카지노를 도입하기 위해선 우선 당장 두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공론화요, 둘째는 제도화다. 공론화는 전북도민 등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다. 이때 전북뿐 아니라 전국의 환경시민단체 등이 대거 반대에 나설텐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하나는 강원랜드가 속한 강원도의 반대다. 벌써부터 ‘날강도식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이에 대해 나 사장은 “강원랜드는 폐광촌을 지원한 것으로 25년간 독점했다”며 “새만금도 어업 피해가 13∼19조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제도화는 <새만금특별법>과 <관광진흥법> 등 국회의 문턱을 넘는 일이다. 이번 논의가 성공할 수 있을까. (조상진 논설고문)

오목대

네 운명을 사랑하라!

벌써 한 해의 끝자리에 서 있습니다. 한 해의 끝자리에서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며, 제 마음을 스쳐 가는 생각들을 바라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일까요? 저 자신을 그리고 더 나아가 제 이웃과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저 자신은 물론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어느 새해에 외친 ‘아모르 파티(Amor Fati)’를 떠올려봅니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 이것이 지금부터 나의 사랑이 될 것이다.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지 않으련다. 나는 비난하지 않으련다. 나를 비난하는 자도 비난하지 않으련다. 눈길을 돌리는 것이 나의 유일한 부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언젠가 긍정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니체의 말대로, 아모르 파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겁니다. 비록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힘들더라도요. 우리는 흔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냐며 절망하기 일쑤인데, 니체는 무엇도 탓하지 말고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는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운명을 한탄하며 세월을 보내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나 귀하고 소중하다면서요. 니체가 말한 아모르 파티를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입니다. 절망스러운 운명을 아름다운 삶으로 바꿔놓은 사람이지요. 그는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 없이 잘 나가다가 늙은 나이인 55세에 제주도로 귀양 가선 9년을 살게 됩니다. 집안, 지위, 실력 어느 하나 남 부러울 게 없다며 떵떵거리다가 한순간에 제주도로 쫓겨난 것이지요. 저 높은 곳에 있다가 저 밑바닥으로 수직 낙하하는 아픔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하지만 추사는 제주 유배 생활이 고통스럽다며 남은 삶을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혹독한 조건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보 제180호로 지정된 ‘세한도(歲寒圖)’를 남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요. 문득 생각해 봅니다. 만약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 가지 않았더라면, 세한도라는 명작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세한도라는 명작은 출세의 길이 끊긴 혹독한 시련과 깊은 고독 속에서 각고의 노력과 인내로 완성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추사에게 제주도 유배는 절망스러운 운명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오히려 학문과 예술의 혼을 활짝 피울 수 있게 한 기회였다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요? 아무튼 절망스럽다고 생각한 운명을 아름다운 삶으로 바꿔놓은 추사는 저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운명의 힘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고요. 니체가 왜 자신의 운명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니체의 말대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마지못해 견디지 않습니다. 무조건 나쁘다고 배척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그 운명을 아름답게 바라보려고 애써 노력합니다.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못 되면 못 되는 대로, 모두 자기 삶을 살찌우게 만드는 힘을 키워준다면서요. 니체와 추사를 본받아, 저도 제 운명을 더욱 사랑하고 긍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절망하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온 힘을 다하면서요. 새해에는 저 자신과 이웃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구나연 작가

청춘예찬

한 해의 끝에 서서

임진강에 혼자 나가 일몰의 빛으로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다 돌아왔다. 강물은 유구한 세월을 흘러도 그 흐름을 멈추는 법이 없다. 공자는 강물 앞에서 “강물이여, 강물이여!”라고 탄성을 질렀다. 계절의 순환에는 오차가 없어 동백과 모란꽃이 피었다 지고 여름엔 배롱나무 붉은 꽃이 피었다가 졌다. 내장산엔 단풍구경에 나선 이들로 북적였다. 우리를 둘러싼 큰 테두리인 정치의 지각 변동이 어느 해보다 컸다. 한밤중 계엄으로 나라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졌지만 곧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내 소소한 일상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새벽에 고양이들 밥그릇에 사료를 채워준 뒤 나도 유기농 우유를 마시고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의 고요 속에서 책을 읽었다. 나는 고요가 사라진 세계에서는 누구도 제 행복을 빚는 게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과잉의 정보들이 만드는 소음 속에서 제 불행을 제조해내는데 열을 올린다. 고요가 삶의 평화를 빚는 유일한 조건이라면 ‘정보는 그 자체로 소음’(한병철)인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고요를 사랑한다. 동네 소택지에는 들에 자생하는 까마중이 자라나 까만 열매를 맺었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까마중 열매를 바라보았는데, 어린 시절 이후 까마중 열매를 본 게 신기했다. 부지런한 이들은 소택지에 텃밭을 만들어 고구마와 감자를 심거나 토란이나 땅콩 같은 뿌리 식물을 심어 수확을 했다. 도시에 나와 살게 된 이후 종달새 노래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것은 쓸쓸한 일이었다. 지척인 고향으로 돌아가리란 기대는 난망한 일이 되었다. 우리 마음 깊은데 자리한 고향은 사라지고 그것은 상상의 지리부도에만 존재할 테다. 올해 유독 폭우가 잦아 여기저기에서 물난리를 겪었는데, 예외적으로 강릉은 오랜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붙어 비상급수가 실시되었다. 올해는 결혼이 늘고 신생아 수도 늘었다고 한다.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나라로서는 퍽 다행한 일이다. 다들 AI의 광풍 속에서 혁신의 시대가 올 거라고 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혁신일까? 글로벌 금융과 상품 시장은 더 커지고, 무역은 자국 우선주의와 관세 장벽으로 새 판이 짜이는 게 불가피했다. 소상공인들은 불황에 한숨을 내쉬고 문 닫는 가게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이 병상에서 한 해를 보냈다. 시름시름 앓다가 건강을 되찾은 이가 있는가 하면 숨을 거둔 이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죽고 사는 건 인간의 의지 밖의 일인 까닭이다. 가난에 처했으면서도 늠름하던 한 시인은 죽기 전 자식들에게 이런 시를 남겼다. ‘내 가난한 아들딸들아./가난함에 행여 주눅 들지 말라./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백금 도가니에 넣어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김관식 ‘병상록’) 가난에 주눅들지 말라! 우리를 일으키는 건 안락이 아니라 우환이다. 불의 단련 속에서 보검이 나오고, 시련의 담금질에서 삶은 단단해진다. 등이 휠 정도로 사는 게 버거울 때 이 싯구를 읽으며 힘을 낸다. 무더위에 지쳐 낮잠만 자던 고양이들은 가을이 오자 식탐을 부리더니 살이 올랐다. 늦가을 오후, 상처한 고교 동창이 세상을 뜬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날과 올로 엮어 시집을 묶었다고 찾아왔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비전향장기수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올해 시 몇 편을 내놓고 책 두어 권을 더 썼다. 날마다 나서는 산책에서 기쁨을 누리고, 새 책을 꾸역꾸역 읽는데서 보람을 찾았다. 섣달에는 수술을 하고 입원해 링거 줄을 여러 가닥 매달고 있다가 퇴원했다. 언제 가봐도 병원에는 아픈 사람들이 넘쳐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올해도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가장 밝은 빛은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나오고, 오늘은 내일의 가능성에서 더욱 빛난다. 한 해가 저무는 지금, 내 안에 일렁이는 설렘과 희망은 곧 누리에 충만할 새해 첫 해의 무량한 빛 때문이리라.

금요칼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 운영, ‘팔길이원칙’은 지켜지고 있는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은 예산절감을 이유로 공간을 이전한 뒤 새롭게 적용된 대관 규정과 운영방식이 공공미술관의 기본 원칙인 작가 중심성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 분관의 대관 절차는 행정심사와 서류심사, 대면 인터뷰, 간담회 참석, 전시 일정의 무작위 추첨, 평론가 1:1 매칭 등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이미지와 작가의 활동 이력만으로도 판단 가능한 비교적 단순한 대관 행정에 다층적인 절차가 도입되면서, 작가에게 상당한 시간적·정신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학예연구직, 미술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등으로 구성된 다수의 심사위원 앞에서 작가가 직접 출석해 대면 인터뷰에 필수적으로 응해야 하는 구조는 작품 자체보다 설명 능력이나 구술 방식 등 작품 외적 요소가 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영국예술평의회가 채택한 ‘팔길이 원칙’은 공공기관이 예술을 지원하되, 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도 문화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인전 대관 과정에서 대면 인터뷰를 포함한 다층적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제도적 검토가 요구된다. 대관심사의 목적은 미술관의 공공성과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에 있어야 하며, 작가의 사유체계나 미학적 관점 자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곤란하다. 평론가 1:1 매칭 제도 또한 작가의 선택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작가의 선택에 의한 평론가 참여를 전제로 그에 따른 재정지원 방식을 설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간담회 역시 절차의 필요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시장 사용에 관한 주의사항이나 행정적 안내는 서면이나 온라인 방식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반복적인 대면 절차는 작가에게 불필요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시 일정의 무작위 추첨 방식 또한 공정성 확보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작가마다 서로 다른 작업 규모와 준비 기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추첨에 기반한 공정성은 조건이 동일할 때 의미를 갖는다. 과거 서울분관이 운영해왔던 작가의 희망 일정을 바탕으로 협의하고 조율하는 방식은 작가의 시간계획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운영 사례였다. 대관 일정 공고 시점 역시 작가의 창작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차기 연도 대관 계획을 당해 연도 초에 공고하고, 늦어도 4월 말 이전에 확정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전시 준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분관의 이전과 운영 방식의 개선, 지역 이론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면 인터뷰나, 작가의 의사에 반한 평론가 매칭 제도로는 전북의 이론가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대학과 미술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공공미술관의 전문성은 절차의 엄격함 자체가 아니라 작가 중심에서 예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작가의 자율성과 선택을 존중하는 운영, ‘팔길이 원칙’에 기반한 지원행정 등 서울분관의 운영 철학이 작가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이상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전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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