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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요일' 코스피 6%↓…급등 부담 속 'AI 버블론'이 직격
'검은 수요일' 코스피 6%↓…급등 부담 속 'AI 버블론'이 직격 개장 후 1시간 여만 외국인 1조원 순매도 폭탄…3,900선마저 깨져 '10만전자' 무너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8%대 급락 중 간밤 미국 AI 관련주 동반 급락…단기간 급등 따른 부담도 배경 지목 증권가 전문가 "과거 불장서도 10% 조정은 있었다…패닉셀 지양해야" 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로 시작해 장중 3,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연합뉴스역대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며 하반기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온 코스피가 5일 장중 6%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며 4,000선에서 3,800대까지 단번에 추락했다. 가뜩이나 단기간 급등으로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버블' 논란에 시달리던 미국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락한 것이 조정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 34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250.78포인트(6.08%) 내린 3,870.96을 나타내고 있다. 전날 개장 직후 장중 사상 최고치(4,226.75)를 기록한 지 불과 만 하루 만에 350포인트 넘게 지수가 빠진 것이다. 이날 4,055.47로 출발한 코스피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으로 4,000선 아래로 밀린 데 이어 낙폭을 갈수록 확대하며 3,900선 아래로 빠르게 내려왔다. 외국인이 개장 후 불과 1시간 반 사이 1조1천69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4년여만의 최고치인 2조2천232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10만전자'와 '60만닉스'를 기록하며 코스피 상승의 주축이 돼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가가 급락 중이다. 이 시각 현재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7.05% 내린 9만7천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8.19% 급락한 53만8천원에 매매 중이다. 전문가들은 간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대형 기술주가 동반 급락한 충격,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관련한 불확실성 증대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또, 10월 한 달 동안에만 20%대의 역대급 급등을 기록하면서 시장을 끌어올린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이나, 한미, 한중 정상회담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메가톤급 이벤트가 잇따랐던 지난주 이후 신규 호재성 재료가 부재했던 점도 주가 조정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간밤 미국 장을 보면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조정을 맞으니 꽤 몹시 아픈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식 매도 후 위험관리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구간이란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과거 역대급 강세장이나 불장이라고 해도 고점 대비 10% 내외의 조정은 나왔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기업 기익과 같은 펀더멘털이 견조하고, 새 정부의 증시 정상화 정책 모멘텀 등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폭락장이라며 '패닉셀'(투매)에 나서는 건 지양하는 게 적절하다고 한 연구원은 조언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시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1.17%와 2.04%의 낙폭을 기록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AI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가 전날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7.94%나 급락한 것이 AI 버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재점화했다. 이에 AI칩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96% 내렸고, AMD(-3.70%), 테슬라(-5.15%), 알파벳(-2.16%), 브로드컴(-2.81%), 아마존(-1.83%), 메타(-1.59%), 오라클(-3.75%) 등 다른 AI 관련 대형 기술주도 조정을 받았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를 웃돌고 이른바 매그니피센트9(M9) 기업들의 시총 비중이 40%를 웃도는 상황에서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고 풀이했다. 그는 "전날 홍콩 금융관리국 주최 금융서밋에서 캐피털그룹 CEO가 '기업실적은 강하지만 밸류에이션이 문제'라고 평가한 데 이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CEO도 이에 동조하며 조정은 시장 사이클의 정상적 특징이라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 '빅쇼트'로 잘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도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게시했는데, 기관투자자 보유기분 공시(F13)를 통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 매수 사실을 공개했고, 이에 팔란티어는 호실적과 연간 가이던스(예상 전망치) 상향에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안 연구원은 설명했다.
군산 CNG·도시가스 요금 전국 최고 수준⋯ 시민 가계 ‘직격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오른 CNG(압축천연가스)에 이어 군산지역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돼 시민들의 가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시가스 공급 독점 구조가 고착되면서 요금 결정 과정의 투명성·형평성 부족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에너지 행정 전반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시에 따르면 군산도시가스는 이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현재보다 609원(4인 가족 기준 월 50㎥ 사용 시) 인상했다. 이번 인상폭은 전주 전북도시가스 111원, 익산 전북에너지서비스 369원보다 훨씬 높으며, 산업용 요금 역시 ㎥당 9.63원 오르는 등 전북지역 전체 중 가장 큰 폭의 인상률이다. 군산도시가스는 지난해 타지역과 달리 요금을 동결해 올해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컸다지만, 인상률 자체가 도내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생활비 부담은 한층 커졌다. 군산도시가스는 지난 1월 CNG 요금을 ㎥당 1,213원에서 2,067원으로 약 70% 인상했다. 이는 전주 900원, 익산 1,069원 등 인근 도시와 비교해 최대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전국적으로도 가장 비싼 요금이다. 이로 인해 시내버스 업체들은 차량 한 대당 월 300만 원가량의 연료비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연간 10억 원 이상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버스 업체는 전기버스 전환을 검토 중이지만 정부 보조금 축소와 세금 감면 중단으로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인상이 단순한 요금 조정이 아니라, 지역 에너지 행정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이다. 한 업체가 CNG와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는 지역에서는 가격 결정 과정에 시민 참여나 지자체의 실질적 검증 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형평성 없는 요금 정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 정모(35) 씨는 “같은 전북도인데 왜 군산만 이렇게 인상폭이 큰지 납득이 안 된다.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 지역 간 형평성은 확보돼야 한다”라며 “지자체가 나서 요금의 투명성 확보와 형평성 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공급 독점 고착 구조가 유지되는 한 시민 부담 완화는 요원하다”며 “에너지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공개, 독립적 검증 기구 도입, 지역별 원가 비교 분석, 공공요금 조정위원회 설치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제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파란불’
국내 유일의 국제종자박람회 개최 등 국내 종자산업의 거점으로 주목받는 김제시가 미래전략사업으로 추진하는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김제시가 신청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 제10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국비 1683억 원 확보에 ‘파란불’이 켜진 것이다.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기후위기 및 선진국의 첨단육종 투자 확대 등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종자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3차에 걸친 사전용역을 통해 사업 실현 가능성을 높여왔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정책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본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했다. 향후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라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종자산업 육성이 시급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최종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총사업비 1738억 원 중 국비 1683억 원을 지원받아 오는 2028년부터 2032년까지 5년간 추진하는 사업으로. 백산면 민간육종연구단지 인근 옛 김제공항부지에 첨단정밀육종연구센터, K종자비즈니스센터, 스마트온실 등 첨단연구·Biz 혁신 거점을 조성하고, 새만금 종자생명단지에 스마트 유통센터, 종자기업에 임대·분양해 글로벌 종자 생산·물류 거점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김제시는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김제를 국내 종자산업의 연구·생산·유통을 아우르는 핵심 거점으로 육성해, 스마트 농업·바이오 기술·글로벌 네트워크가 융합된 농업혁신도시로의 도약을 구상하고 있다. 정성주 시장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은 민간육종연구단지를 확장해 김제시를 명실상부한 종자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고, 종자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첫 단추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라며 “김제시를 K-종자의 심장으로 성장시켜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구심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김제=강현규 기자
요람부터 무덤까지…전북형 복지·의료 혁신 속도
전북특별자치도가 돌봄과 의료, 산업을 하나로 묶는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에 나섰다. 전북자치도는 저출산,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기반 돌봄망을 촘촘히 세우고 새만금에는 6000억 원 규모의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를 조성해 복지와 산업을 잇는 ‘전북형 모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5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내년 3월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에 맞춰 14개 시군 전역에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본격화했다. 전주는 예산지원형, 군산·익산·남원·김제 등 13개 시군은 기술지원형으로 운영하며 의료·요양·주거 서비스를 연계하는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모델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전북의 구조적 현실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는 판단이라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 기준 도내 고령화율은 26.3%로 전국 평균(21%)을 크게 웃돌며, 이미 초고령사회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도는 기존 복지전달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보고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조례를 제정, 내년에는 시군 간 연계형 전달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필수과목 인력난 해소와 공공의대 설립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도는 전북대병원을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원광대·예수병원 등 2차 종합병원에 장비교체 예산 20억 원을 지원한다. 의료취약지에는 시니어 의사 파견을 확대하고, 올해안에 남원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과 협조해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북형 복지의 산업화는 새만금에서 본격화된다. 도는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사업비 5977억 원(국비 92%)을 투입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185만㎡(40만 평) 부지에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를 조성한다. 보건복지부와 공동 추진하는 이 사업은 연구개발, 기업집적, 복지 인프라가 결합된 실버산업 시험단지로,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국가모델로 꼽힌다. 이 단지에는 ‘고령친화산업기술원’, ‘인증원’, ‘기업지원단’, ‘인재개발원’, ‘진흥재단’ 등 5대 기관이 들어서 고령친화제품의 연구개발, 인증, 판로개척, 인력양성 등을 전담할 예정이다. 전체 부지의 절반은 고령친화기업 입주 공간으로, 연구와 생산, 마케팅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 AI 돌봄로봇, 웨어러블 의료기기, 스마트홈케어 등 ‘에이지 테크(Age-Tech)’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매출 50억 원 이상 국내 기업 80여 곳을 우선 유치해 글로벌 실버산업 거점으로 키운다는 것이 도의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체계와 고령친화산업 복합단지가 복지와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지방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연구원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현장 안착과 예산 지속성이 뒷받침된다면, 지역이 자체적으로 돌봄과 의료, 산업을 연결하는 전북형 복지 생태계가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황철호 도 복지여성보건국장은 “복지와 의료는 이제 산업과 맞닿은 생태계”라며 “통합돌봄과 고령친화산업을 축으로 도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전북형 복지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서 기자
세대와 기록이 잇는 마을…부안 상서면 ‘우덕문화축제’ 열린다
부안군 상서면 우덕마을이 오는 7일 ‘우덕문화축제’를 열고 세대와 지역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태의 마을 공동체 축제를 선보인다. 우덕마을은 부안군농업기술센터가 추진 중인 귀농귀촌 둥지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도시 청년들이 정착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곳이다. 젊은 귀농세대의 거점이자 지역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마을로 주목받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축제는 세대 간 교류와 마을문화 확산을 목표로 기획됐다. 도시 청년과 원주민이 함께 어울려 마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화합의 장으로 펼쳐진다. 행사는 두 가지 대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먼저 ‘우덕 스테이’는 도시 청년들을 초청해 둥지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2박 3일간 머물며 농촌의 삶과 문화를 체험하는 교류형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인 ‘소소한 동문회’는 마을 주민과 인근 학교 졸업생들이 모여 추억의 사진과 앨범을 보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축제 당일에는 기록물관 도슨트 운영, 주민 합창 공연, 추억앨범 전시, 디제잉 파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현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전시와 함께 섬유예술가 김중화 작가의 특별전도 선보여 예술과 공동체가 만나는 이색 축제로 꾸며진다. 정혜란 부안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번 축제는 귀농귀촌 우수마을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록을 매개로 세대와 세대,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진정성 있는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안=홍경선 기자
[CHAMP10N DAY] 전북현대 ‘우승 나침반’ 거스 포옛·박진섭이 말하다
“우리가 이어온 무패 기록은 앞으로도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거스 포옛 전북현대모터스FC 감독이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동측 팬 익스피리언스 센터 내 이벤트 홀에서 열린 전북 K리그1 우승 미디어 데이 기자회견 1세션에 참석해 “K리그 우승의 의미는 진짜 크다. 우리가 26경기 동안 무패를 기록했는데, 정말 놀랍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첫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치렀던 전북은 한 시즌 만에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우승의 나침반’ 역할을 한 거스 포옛 감독과 주장 박진섭이 있었다. 성적 부진 속에서 길을 잃었던 전북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고, 앞장서서 이끌어 준 두 사람이다. 전북은 지난해 말 명가 재건을 위해 포옛 감독을 선임했다. 정말 1년 만에 우승이라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는 “조기 우승을 한 뒤 선수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지난해 마지막 3개월 경기를 봤었는데, 얼마나 그라운드에서 힘들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팬, 구단 관계자도 힘들었겠지만, 선수단이 가장 힘들었을 거다”며 "지난 1년간 선수들의 노력, 헌신이 고마워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고 했다. 포옛 감독 옆에는 항상 캡틴 박진섭이 있었다. 박진섭은 “전북에 이적 온 뒤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하게 됐다. 이적 오고 나서 리그 우승이 끊기다 보니 선수인 저 자신한테도, 동료들한테도 항상 미안했다. 올해 우승 확정을 짓고 나서 감독님 말씀처럼 선수단이 가장 떠올랐다"며 “부족한 주장을 믿어 줘서, 같이 해 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그는 그라운드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뒤에서는 최고의 주장으로 역할을 다했다. 그동안 포옛 감독의 베스트11이 확고하다 보니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다. 박진섭은 그들을 알뜰히 챙겼다. 박진섭은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 줘서 결과를 가져온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라면 선발로 뛰고 싶은 욕심은 다 있다. 그래서 같이 밥먹고, 커피 마시면서 좋은 역할을 해 주고 있어서 고맙고, 큰 공을 세워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1세션의 화두는 K리그1 MVP였다. 박진섭은 “MVP 후보에 오르는 게 먼저다. 감독님한테 어필해야 하는데, 저도 1년 동안 많이 고생했으니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후보에 오르게 되더라도 수상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저 스스로 MVP 후보에 오르면 선수로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잘 부탁드린다며 웃어 보였다. K리그1 MVP 후보에 오르는 데 감독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들었다는 취재진의 말에 포옛 감독은 “주장이라면 팀을 잘 이끌어야 하고, 그라운드에서 제 전술을 진두지휘할 수 있어야 하고, 주전으로 뛰어야 하고,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고, 배울 점이 많아야 한다. 그걸 다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시즌이 끝나가는데, 제 선택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MVP 추천은) 확답이라고 받아드려도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전북 상업용 부동산, 임대 정체에 수익률도 전국 하위권
전북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냉각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북의 오피스와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모두 하락세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3분기 기준 전북의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0.19%**, 상가(통합)는 –0.17%**로 각각 하락했다. 전국 평균이 오피스 +0.44%, 상가 –0.13%였던 점을 감안하면, 경기권역 대비 지역 경기 둔화가 뚜렷하다. 실제 전북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1㎡당 4,300원으로 전국 평균(18,700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투자 수익률 지표도 부진했다.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0.06%에 불과해 전국 평균(1.37%)의 20분의 1 수준이었다. 중대형 상가 0.28%, 소규모 상가 0.40%, 집합상가 0.45%로 전국 평균(각각 0.70%, 0.57%, 0.90%)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오피스의 자본수익률이 –0.36%로 나타나 자산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실률은 상승세다. 전북 오피스 공실률은 17.1%로 전국 평균(8.9%)의 두 배 수준이다. 상가의 경우도 중대형 17.8%, 소규모 8.1%, 집합 17.6%로, 집합상가의 공실률은 수도권(5.5%)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완산구와 익산, 군산 등지에서는 상권이 ‘반쪽짜리 상권’으로 전락하며 매물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온라인 소비 확산과 지역 인구감소가 맞물리며,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 완화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줄고 임대료는 버티기 어렵다 보니 공실이 늘고 있다”며 “지자체 차원의 공실 리모델링 지원이나 창업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전주 실외 인라인롤러경기장’ 시설 개선…60억 투입
전주실외인라인롤러경기장 시설이 전면 개선된다. 전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생활체육시설 확충 지원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국비 18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 선정에 따라 전주시는 오는 2029년까지 국비 18억원, 지방비 42억원 등 총 60억원을 투입해 전주실외인라인롤러경기장 시설을 개선한다. 전북 유일 1종 공인 인라인경기장인 전주실외인라인롤러경기장을 날씨와 관계없이 훈련이 가능한 전천후 시설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전주실외인라인롤러경기장에 대한 기초 보강 공사와 지붕 설치, 관람석 보수 등을 추진한다. 전주시 김용운 체육산업과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엘리트 선수와 생활체육 동호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3년 건립된 전주실외인라인롤러경기장은 연장 200m, 폭 6m, 관람석 500석 규모다. 2015년 개보수로 1종 공인을 취득했다. 문민주 기자
국립식량과학원, 국가 연구실 허브‘로 지정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 국립식량과학원이 국제 식품 성분정보 공동연구사업 ‘식품주기율표 이니셔티브(PTFI)’와 협약을 맺고, 한국 대표 ‘국가 연구실 허브(National Lab Hub)’로 지정됐다. 이번 지정으로 국립식량과학원은 미국 농무성(USDA), 중국 농업과학원(CAAS), 일본 농업식품산업기술연구기구(NARO) 등과 함께 국제 식품 성분 정보저장소(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참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주요 국가들과의 연구 협력과 기술 교류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식품주기율표 이니셔티브는 2022년 설립된 국제 공동연구사업으로, 전 세계 식품에 포함된 성분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로 체계화하여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 혁신을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25개국 협력 기관이 식품 성분 분석 방법을 표준화하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식품 성분 ‘지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식품주기율표 이니셔티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의 ‘국가 연구실 허브(National Lab Hub)’, 9개의 ‘연구 우수센터(Center of Excellence)’, 12개의 ‘협력연구실(Collaborating Lab)’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가 연구실 허브’는 식품주기율표 이니셔티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자국의 농식품 성분을 국제 기준에 따라 분석해 이를 국제 정보저장소에 공유하는 한편, 연구 표준화와 기술 협력을 주도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국가표준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운영하는 정부 연구기관으로서 다양한 농식품의 영양 및 기능 성분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 왔다. 이번 협약을 통해 국제 표준 분석기술과 정보 기반(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농식품 성분 정보를 국제 정보저장소에 공유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데이터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우리 농식품의 성분 신뢰성을 높이고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해외 홍보와 수출 경쟁력 향상도 기대된다. 또한, 주요 농식품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 분석기술을 습득하고, 공동 연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기자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출품 공모 시작
전주국제영화제(공동 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출품 공모를 5일부터 시작한다. 출품 부문은 경쟁 부문인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그리고 비경쟁 부문과 지역영화 부문 등 총 4가지다. 공모 일정은 단편영화의 경우 2026년 1월 5일 17시까지이며 장편영화는 2026년 1월 19일 17시까지이다. 출품 부문에 따라 마감일이 다르다. 상영시간을 기준으로 40분 미만은 단편영화, 40분 이상은 장편영화로 구분된다. 출품 자격은 2025년 1월 이후 제작된 영화로 국내 상영 전적이 없는 코리안 프리미어(국내 최초 상영) 또는 그 이상의 프리미어 조건을 갖춘 작품이다. 한국경쟁 부문은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만 출품할 수 있으며 한국단편경쟁‧비경쟁‧지역 공모는 연출작 수 제한이 없다. 전주 또는 전북도에서 활동하는 지역 영화인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공모’ 부문은 지역 영화 문화의 활성화와 지역 창작자 발굴을 목적으로 한다. 접수된 작품 중 일부는 경쟁 부문인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또는 비경쟁 부문인 ‘코리안시네마’에 선정되어 초청될 수 있다. 출품은 장르 구분 없이 전주국제영화제 출품 사이트(entry.jeonjufest.kr)를 통한 온라인 신청만 가능하다. 선정작은 2026년 3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 출품 관련 문의는 한국영화팀(02-2285-0562)으로 하면 된다. 한편,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6년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흘간 전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오피니언

고령운전 사고 급증, 면허제도 개선해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운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령운전자는 젊은층에 비해 시야가 좁고 반응속도가 느려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해 더욱 그렇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면허제도와 사고 예방장치 보급 등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생계형 고령운전자에 대한 배려와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 등도 함께 논의되었으면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사망사고의 경우 전체 사망자는 줄어드는데 반해 고령운전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역주행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2020년 1261건, 2024년 1599건 등 5년 동안 6984건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가속페달과 감속페달의 혼동, 급발진이나 역주행 등이 대다수다.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역주행으로 시민 9명을 치어 숨지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운전면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한해 3년마다 적성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제도 개선으로 고령운전 면허 반납제나 조건부 운전면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면허 반납제는 말 그대로 고령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일정금액의 교통카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반납률은 2.2%에 그쳤다. 혜택이 충분하지 못할뿐 아니라 대체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조건부 운전면허는 고속도로 주행이나 야간운전 증 운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가령 치매환자의 경우 가족이나 의사, 경찰 등이 협의를 통해 허용한다. 또한 일본은 2022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자동긴급제동장치(AEBS)가 장착된 한정된 조건부 면허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계형 운전자와 농어촌 고령자의 이동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아직 정착되지 못한 고령운전자 표지판 부착도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고령자 교통사고는 사회구성원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각계 각층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사설

제2중앙경찰학교 정치적 판단 작용 없기를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위해 전북 남원, 충남 아산·예산 등 3곳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최종 승자가 누가될지 주목된다. 제2중앙경찰학교는 연간 5천명 가량의 신임 경찰관이 1년 가까이 머물며 교육받는 시설이다.신임 경찰을 양성하는 치안 핵심 교육시설이기에 자치단체들은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입지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물론, 지역균형발전과 치안 인프라 분산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치적 역학관계나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무적 판단에 의해 최종 입지가 결정돼선 안된다는 거다. 쉽게 말해 사업비나 토지 보상비, 전국적인 접근성 등 보편타당한 이유에 의해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남원이나 아산, 예산 등은 저마다 강점을 내세운다. 들어보면 다 일리가 있다. 아산시는 경찰대학교·경찰인재개발원·수사연수원 등 기존 교육 인프라와의 집적 효과를 강점으로 제시한다.경찰 교육·연구의 수도권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예산군 또한 충남혁신도시 조성과 연계한 공공기관 집적·정주환경 개선 효과가 크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그럼 남원시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선 총 사업비가 6579억원으로 아산(9240억원)보다 약 2600억원이나 적다. 전체 166만㎡ 부지의 99%가 국·공유지로 보상비 부담이 거의 없고, 경사도 평지에 가까워 공사 기간이나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절대적 우위가 있다는게 남원시의 주장이다. 전북에서 우려하는 것은 자칫 정무적 판단에 의해 입지가 결정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남원시가 4일 국회 앞에서 2000여명 규모의 유치 촉구 행사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다 그런 배경이 깔려있다. 3개 자치단체간 경쟁이 격화하고 자칫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경찰청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도권과 특정 권역에 집중된 공공 기반의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아야만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저변의 민심을 잘 들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남원에 가서는 (제2중앙경찰학교를) 남원에 준다고 하고 충남에 와서는 충남에 준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객관적이고 보편 타당한 논리가 아니라 자칫 정치적 힘겨루기에 의해 결정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사설

오페라 공연장이 된 채석장

오스트리아의 부르겐란트주는 동쪽 끝, 헝가리와 인접한 국경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헝가리 왕국에 속해 있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1921년 트리아농 조약에 따라 오스트리아로 편입됐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와인 산지이기도 한 부르겐란트의 주도는 아이젠슈타트다. 부르겐란트는 이름이 다소 낯설지만, 아이젠슈타트는 비교적 친숙하다. 하이든이 이곳의 에스테르하지 가문 궁정악장으로 있으면서 아이젠슈타트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활동했기 때문이다. 하이든 하우스가 있는 이곳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하이든 페스티벌이 열려 음악 애호가들을 맞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곳, 아이젠슈타트 인근에 해마다 여름이면 오페라 페스티벌로 관광객들을 부르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인구 3천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 장크트 마르가르텐이다. 중세 시기, 이곳에 있는 <로마 채석장>은 수백 년 동안 중부 유럽의 최고 채석장으로 꼽혔다. 빈의 쉰부른 궁전, 성 슈테판 대성당 등 전통 있는 건축물 대부분이 이곳의 돌로 지어졌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채석장은 쓰임을 잃었지만 1950년대 이후 다시 새로운 쓰임을 얻었다. 이곳을 처음 주목한 것은 조각가들이다. 장크트 마르가르텐의 로마 채석장에서 야외 심포지엄을 주도한 조각가들은 채석장을 둘러싼 거대한 암벽이 인공 음향 장치 없이도 놀라운 울림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뒤, 자연 음향을 갖춘 채석장은 자연스럽게 작은 음악회와 연극 등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품은 무대가 됐다. 부르겐란트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장크트 마르가레텐 페스티벌’은 날개를 달았다. 1976년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대형 오페라 <나부코>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축제의 중심은 오페라로 옮겨갔다. 1996년에는 아예 시가 나서 이 공간을 본격적인 오페라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장크트 마르가르텐 오페라 페스티벌’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7월 초부터 8월 중 하순까지 열리는 이 축제는 지금, 해마다 20만여 명의 관객이 찾아오는 세계적 오페라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채석장의 변신 사례가 적지 않다. 대부분이 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품은 공간들인데, 들여다보면 이들의 변신에는 하나같이 뚜렷한 ‘서사’가 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증거다. 익산에도 거대한 채석장이 있다. 지하 80m 깊이의 절벽이 독특한 풍광을 품은 원형 채석장이다.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온 이 채석장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새롭게 얻은 쓰임은 역시 문화예술공원이다. 채석장의 성공적인 변신은 도시의 새로운 힘을 부른다. 지역의 관심이 더해져야 할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오목대

민심이냐 당심이냐로 판가름 난다

집안이나 사회나 조직이나 어른이 절대로 필요하다. 어른의 말 한마디와 행동거지가 큰 울림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이구동성으로 전북에 어른이 없다고들 말한다. 지역에 무슨 큰 일이 생길 때 그것을 해결할 지혜와 용기를 줄 어른 말이다. 어른이 없다는 것은 비단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라에도 진보다 보수다 양 진영으로 나뉘어 목소리 큰 사람이 제일인양 행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이 발전하려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접 광주 전남은 전국 어디에서나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 자기몫을 챙겨 오는데 전북은 서로가 뒷담화 까기와 발목잡기가 성행, 지역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타 지역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중심이 돼서 정확한 여론을 형성,지역갈등을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 선거 때도 이구동성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표를 모으자고 하면 곧장 잘 따라준다. 하지만 전북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 없어 지역사회가 중구난방식으로 굴러간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잘 운영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속내를 보면 구성원들이 본연의 역할을 못해 속빈강정이 되가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피땀 흘렸던 386세대들도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변질, 존재감이 갈수록 약화되간다. 지금 전북에선 누구나 손쉽게 형님 동생이라고 호칭하지만 사소한 이해관계 앞에서는 언제든지 돌아서서 총질하는 의리 없는 관계로 변질되고 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깜냥이 된다고 출사표를 던지지만 아니올씨다는 싸늘한 반응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그렇게 적확할 수가 없다. 사람의 속성상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욕심이 끝이 없다. 그 욕심이 긍적적으로 작용했을 때는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부작용만 낳는다. 선거라는 게 그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 게 아니라 후보 가운데서 뽑기 때문에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나 지방이나 지도자 한 사람이 그 사회를 발전시킬 수도 있고 망치게 할 수도 있다. 느닷없이 야당을 핑계삼아 12.3 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모든 걸 보여줬지 않았던가. 그래서 선출직을 잘 뽑아야 한다. 그 이유는 사회적 영향력이 커 어떤 사람을 뽑느냐가 중요하다. 지사부터 시작해서 교육감 시장 군수 지방의원까지 말이다. 단체장들은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자리라서 아무나 못한다. 의원들도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의회는 여럿이 하므로 다소 전문성이 결여되도 운영할 수가 있다. 하지만 단체장은 혼자서 최종 판단해서 집행하는 자리라서 전문적인 식견이 없이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지금은 운동권들이 혈기와 정의감으로 민주화를 달성했던 1980년대의 시대상황과는 판이하다. 지난 겨울 여의도에 민초들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모인 결과로 대통령을 헌재에서 탄핵했기에 그 누구도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면할 수는 없다. 전북은 선거때마다 경쟁 없는 무풍지대다. 민주당이 30년 이상을 독점적으로 지배해온 탓으로 그 문화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졌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은 희망의 싹이 보였다. 그 희망을 지역발전으로 연결하려면 역량있는 인물이 지사 등 선출직을 맡아야 한다. 추석을 전후 민주당 지사경선전이 3파전으로 불붙었다. 김관영 지사를 비롯 3선의 안호영 재선의 이원택의원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때 영입인재 1호로 영입한 김 지사는 윤석열 전 정권 때 시운을 못타 국가예산이 삭감되는 고초를 겪었지만 고시3관왕 답게 도전경성의 정신으로 산업생태계를 바꾸는데 최선을 다한다. 여기에 운동권 출신으로 3년간 옥고를 치른 재선의 이원택의원이 정청래 대표의 후원을 등에 업고 당심을 자극하고 있다. 민심이냐 당심이냐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백성일 칼럼

이리역 폭발 사고 48주기, 익산의 정체성을 묻다

오는 11월 11일은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48년째가 되는 날이다. 벌써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셈이다. “콰광!” 천둥보다 더 큰 폭발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이 산산조각으로 깨지며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안쪽에 있던 문짝도 날려 들어왔다. (김남중의 소설 <기찻길 옆 동네>에서) 익산은 기찻길과 인연이 깊은 도시다.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곳에 기찻길이 놓이고 기차역이 생기면서 새 도시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기찻길이 이곳을 지나지 않았다면, 또 역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도시도 없었을 것이다. 기찻길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고, 도시는 빠르게 번성했다. 기찻길이 번영만을 가져다준 건 아니다. 깊은 상처들도 남겼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950년 7월 11일, 미군 B-29 폭격기 두 대가 옛 이리역과 만경강 철교에 폭탄을 떨어뜨려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긴 세월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이 사건은 무려 5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7년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열차 화물칸에 실려있던 엄청난 양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는 바람에 59명이 죽고 1402명이 다쳤다. 지축을 뒤흔든 폭음과 함께 삽시간에 초토로 변한 이리시내는 온통 화약냄새로 가득 찼으며 12만 명의 이리시민은 한밤을 공포 속에 새웠다. 시가는 온통 깨어진 유리파편과 초연으로 뒤덮여 전장의 폐허를 방불케했다... 역 구내와 역대합실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시체가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부서진 집 앞에서 가족을 잃고 추위 속에 밤새 통곡하는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처절하기만 했다. (<경향신문>, 1977.11.12.) 이 엄청난 폭발은 도시 풍경도 크게 바꿨다. 사고 이듬해에 기차역사는 처음 자리에서 남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새로 지어졌다. 지금 익산역 자리다. 역사에서 동쪽으로 곧게 뻗은 중앙로와 남북 방향으로 멀리까지 뻗어나간 익산대로도 이때 새로 난 길들이다. 익산대로 건너 중앙동엔 현대식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모습에 가까워졌고, 역 서쪽 모현동엔 사고가 난 지 200일 만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무엇보다 역 바로 옆 판자촌이 폭발로 무너지면서 도시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집창촌이 사라졌다. 고여있던 도시는 다시 출렁였다. 이렇듯 기찻길을 빼고 익산이라는 도시를 설명하긴 어렵다. 도시의 번영과 상처가 오롯이 기찻길 위에 새겨져 있으니까. 하지만 이 도시에서 이런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원)도심 한복판에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기차역이 있을 뿐 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곳이 기찻길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걸 느끼게 하는 그 무엇도 없다. 게다가 100년 가까이 사람들로 북적이며 한때 ‘호남의 명동’으로 불렸다던 역 앞 원도심은 언제부턴가 활기를 잃은 채 아무런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도시 브랜드’를 만들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도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아는 일이다. 좋든 싫든 익산은 기찻길 위에 세워진 도시고, 그걸 빼고 익산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순 없다. 이리역 폭발 사고 48주기를 맞아 도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에 더해 이 도시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나아갈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일 것이다. 익산은 아직도 기찻길 위에 서 있다. 윤찬영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새벽메아리

지속가능한 희망의 청신호 “출생아 증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 지표는 우리 사회에 반가운 청신호를 던져주었다. 지난 7월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5.9% 증가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합계출산율 역시 0.8명으로 소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의 전제가 되는 혼인 건수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히 통계적 반등을 넘어, 그간 우리 사회의 저출생 극복을 향한 간절한 염원과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강화, 30대 초반 여성인구 증가 등의 요인과 더불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미혼남녀의 결혼 및 출산 의향 증가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최근의 흐름들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내년, 내후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하겠다. 첫째,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과 책임을 여성 개인이나 양육가정에 국한하지 않고 온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공감해야 한다. 우리 협회에서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위해 다양한 육아미션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100인의 아빠단' 사업을 운영하여 함께돌봄의 행복한 양육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기업과 지역사회가 육아는 '함께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제도적, 문화적으로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불안해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마련과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 협회 역시 청소년 대상 성 가치관 및 생식보건 교육,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 인식개선 캠페인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긍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 출산율 반등의 청신호는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러 매체를 활용한 캠페인을 통해 임산부 배려 문화확산과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담론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넷째, 기업의 가족친화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장시간 노동문화와 경직된 조직문화는 임신과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주범이다. 기업은 직원들의 일생활 균형을 보장하는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유연 근무제, 육아휴직의 자유로운 사용 보장, 눈치 보지 않는 배우자 출산 휴가 등은 이제 '복지'가 아닌, 지속 가능한 기업성장을 위한 '인재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탄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예산투입은 기본 전제이지만, 이를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와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미래의 희망이 되도록, 기업, 지역사회, 언론, 그리고 모든 국민이 '함께 돌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13개월 연속 출생아 수 증가와 혼인 건수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 주어진 귀중한 선물이다. 여기 발맞추어 우리 지역에서도 이 마중물이 헛되지 않도록도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지를 굳건히 해야한다. 지속가능한 희망의 미래는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최찬욱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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