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저마다 눈독
공공기관 이전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각 지역의 경쟁이 치열하다. 부지의 무상제공은 물론 세금과 사용료 감면, 공공서비스 지원, 집단유치단지 조성, 학교 신설, 장학금 지급 등 인센티브도 화려하다. 덩치가 크고 이전효과가 현저한 대형 기관들은 지역들의 모셔가기 경쟁에 시달리는 정도다.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농업기반공사 등이 그 것이다.한국전력공사는 본사 1천명을 포함해 직원수만 1만9천명이며 연 매출액이 22조원에 이르고 있는 초대형 기관으로 전북은 물론 부산 울산 대구 경남 경북 경기 등 거의 모든 시·도가 1순위 타켓으로 삼고 있다. 전북도는 '한전은 한수원과 함께 시·도의 안배대상에서 제외, 방폐장 유치희망 지역인 전북에 배정돼야 한다'며 전북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농업기반공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대단위 농업종합개발과 농업기반 정비, 농촌생활환경 개선, 수리시설 개보수 및 유지관리, 영농규모화 촉진사업 등 사업이 많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전북도와 광주시, 경북도, 경남도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도로공사와 주택공사, 토지공사도 강원도와 대구시, 경북도, 경남도 등 거의 모든 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하는 가운데 전북도는 전북애향운동본부와 함께 주택공사의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전북도가 희망을 걸고 있는 식품개발연구원도 강원, 경남, 전남, 대전 등 많은 지역이 관심을 쏟고 있으며 중앙공무원교육원, 국가전문행정연수원,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도 강원도 등과 맞서고 있다.이처럼 전북도의 유치희망 기관이 다른 지역과 다중으로 겹치는 것은 2백45개 이전대상 공공기관중에서도 기관의 규모나 성격 등을 감안할때 이전효과가 큰 것은 숫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공공기관 이전은 그 어떤 사업보다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어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공공기관 유치에 정치적 승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각 시·도는 지역내 전문가와 정치권, 17대 총선 당선자, 출향인사 등과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으고 있으며, 타 지역의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농기공이 이전희망 지역으로 전북이 아닌 다른 지역을 1·2순위로 지목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농기공은 그 전신인 농조가 도내에서 태동됐고 전북이 농도(農道)이며, 농기공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의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이 전북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의 자존심이 걸린 기관이기 때문이다.전북도는 "정부의 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전희망 조사는 단순한 참고자료 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농기공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2차례의 자체 설문조사에서는 전북이 각각 1위와 2위를 한 차례씩 차지했으므로 불리한 입장이 아니라는 것. 수도권과 신행정수도권에 대한 공공기관 이전 배제와 광역시에 대한 제한, 각 지역의 현재 공공기관 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경우 신행정수도에 가장 가까운 전북에 배정될 공공기관의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는게 전북도의 희망 섞인 관측이다.그러나 도민들은 "전북도가 공공기관의 도내 유치를 위한 전략과 논리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대상 기관 직원들의 마음을 사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더욱 적극적인 세일즈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