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신음하는 모악산 등산로(하)
환경운동의 길에 좋은 친구가 생겼다.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은 나누고, 앞소리 매기고 뒷소리 받아가며 힘든 고개도 함께 넘고 중심을 잃지 않고 반듯하게 가는지 곁에서 일러줄 친구가 생겨 기쁘다.전북녹색연합(준)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 영광스런 첫걸음을 모악산에 내딛었다.모악산은 멸종위기식물 2급이자 자생북한계로 추정되는 애기등꽃 군락지를 선뵈며 환영인사를 했다. 전북녹색연합은 식물생태조사로 전북환경연합은 등산로 실태조사로 만나게 되니 모악산은 덩달아 신났다."모악산엔 총 9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어요. 내장산과 계룡산에 분포하는 식물 종 보다 많습니다"따뜻한 지역에 사는 남방계식물과 추운지역에 사는 북방계식물들이 공존하고,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귀화식물도 많아서 다양한 식물이 분포한다는 것이 모악산 생태조사단을 이끈 한승우 국장의 설명이다.모악산이 역사문화, 종교, 도시공원, 풍수지리적인 측면에서만 명산이 아니라 생태계의 건강성에서도 명산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북한계 식물과 남한계 식물이 공존모악산이 난대성식물의 북한계임을 확인시켜준 식물은 애기등을 비롯해 털조장나무, 산검양옻나무, 노랑하늘타리, 새박, 나도물통이 등이다. 애기등, 산검양옻나무, 노랑하늘타리와 새박은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광주 무등산과 순천 조계산 등 전라남도 일부에서만 자생하는 털조장나무의 북한계도 애기등과 함께 다시 지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꼬리조팝나무와 피나물 등이 분포할 것으로 볼 때 모악산이 북방계 식물의 남한계지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이처럼 남방계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모악산에서 한계지를 이루는 것은 해안을 따라 형성된 내변산, 내장산과 가까이 있고, 모악산이 호남정맥의 중봉이자 평야지대와 산악지역이 만나는 지리적 요인에 의한 기후나.환경요인 때문으로 보인다.한승우 국장은 "애기등, 산검양옻나무와 새박, 노랑하늘타리 등 난대성 식물이 새롭게 발견되고 안정적인 개체군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서, 피나물 등 북방계식물이 일부 지역에만 고립되어 부분적으로 분포하는 것은 기후 온난화로 인한 식생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애기등' '고란초' 모악산의 희귀식물 10여종 분포모악산에는 아름답고 중요한 희귀식물이 10여종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애기등, 고란초, 개상사화(붉노랑상사화), 꽃창포, 너도 바람꽃, 두루미천남성, 말나리, 뻐꾹 나리, 쥐방울덩굴, 태백제비꽃, 토현삼이다.상록성 양치식물인 '고란초'의 생육을 모악산에서 확인한 것도 큰 성과다. 고란초는 애초 환경부의 보호 야생식물로 지정될 만큼 희귀한 편이나, 2005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보호종에서 누락됐다. 확인된 개체수가 많지는 않으나 여전히 희귀식물로 보호가치가 크다.▲ 사람의 발길 잦은 모악산, 귀화식물 분포도 높아모악산에는 돼지풀과 미국실새삼 등 100여종의 귀화식물이 살고 있다. 전체 귀화식물의 30%나 된다고 하니 비교적 귀화식물분포가 높은 편이다. 주로, 산 저지대 인가주변과 등산로, 모악산 정상 등 훼손부지에 분포한다.도로, 관광위락시설, 정상의 송신탑과 송전탑, 사찰, 건축물 등이 들어서는 인위적인 훼손 때문에 모악산 주변에 귀화식물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연간 120만 명에 이르는 등산객의 수와도 무관치 않다.이처럼, 귀화식물의 증가는 인간에 의한 개발과 이용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한다. 따라서 모악산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등산로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사람의 이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사람의 손길, 기다리는 모악"모악산이 영산이나 명산이라는 이름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못 받은 것 같아요. 제대로 된 모악산 식생조사나 자연환경조사가 없었어요."한 국장은 모악산의 기초생태계에 자료가 부족함을 아쉬워하며 전라북도에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른 모악산 애기등 정밀 조사와 보호 대책을 추진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보기에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식물도감을 만들 예정이다.전북도민에게 '어디서나 봐도 모악' 이 듯 시민들도 이용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생태적인 측면에서도 모악산을 봐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서 모악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웃음꽃이 환하게 피었으면 좋겠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