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생태·지질학적 가치 뛰어난 변산 채석강
산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부안. 격포 채석강은 대부분의 도민들에게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별의 아픔으로, 빛나던 청춘의 즐거움으로, 가족과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으로 남아있는 곳이다.비린내 나는 포구의 흥청거림과 드넓은 백사장이 이어져 있고,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 만든 자연의 위대함에 압도당하는 채석강이 있기 때문이다. 경관과 지질학적인 가치는 물론 주변의 자연생태 환경도 뛰어나다.▲ 이완용 때문에 수난 겪은 사연이완용이 전라도 관찰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그의 부친이 부안의 동진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연유로(지금도 동진면에는 '李完用洑'라 불리는 곳이 간사지 부근에 있다고 한다.) 이들 부자가 부안을 자주 들렀다. 부안에 오면 으레 변산 관광을 즐겼는데, 그 중에서도 채석강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그런데 관광 오는 거야 뭐랄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때마다 산해진미는 물론이려니와 기생 붙여 침소 마련해 주어야지, 심지어 돗자리까지 다 마련해 주어야 하니 이를 주선해야하는 부안현감도 그랬겠지만 주민들은 오죽 곤혹스러웠을까.참다못한 주민들이 "이놈의 채석강 때문에 우리가 죽어난다"며 채석강의 아름다운 단애 몇 군데를 곡괭이로 부숴버렸다고 한다. 채석강이 이완용이 때문에 그런 수난을 겪었다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수 만권 책 쌓아놓은 듯한 절경 채석강의 아름다운 절벽은 공룡 시대에 만들어진 해식단애다. 바닷물의 침식에 의해 마치 수 만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 것처럼 보인다.신비로움에 정신이 팔린 채 해안가를 따라 걷다 밀물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며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다 해 채석강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채석범주(採石帆舟)'는 채석강 연안에 떠 있는 배들이 아름다운 채석강과 어우러진 경관으로 변산 8경중의 1경으로 꼽힌다.▲ 식생환경 또한 우수이런 바위지대, 천야만야한 절벽에도 식물이 살까 하고 의문을 가져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서 독야청청 하는 수백 살은 먹었음직한 소나무 외에도 5월 말경이면 벼랑 곳곳에 뿌리내리고 자라는 돈나무가 꽃을 피워 향기를 발한다. 그런가 하면 변산반도 그 어느 곳에서도 관찰되지 않는 초종용, 갯괴불주머니 등이 자생하며, 원추리, 참나리, 산국, 해국, 갯메꽃, 참골무꽃, 장딸기, 천문동, 모래지치, 갯장구채, 꽃향유, 복수초, 쥐오줌풀 등은 지천으로 자란다. 주변 해안에는 천연기념물인 후박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동백, 송악, 보리밥나무, 팥꽃나무, 순비기나무, 시누대 등이 자생한다.▲ 채석범주 일원 명승 제13호로 지정이렇듯 대자연의 신비와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식생환경이 우수한 이곳 채석강 일원은 외변산 제일의 경관으로 이미 전라북도 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어 있다. 거기에 더하여 문화재청은 2004년 11월 15일 "채석범주 일원은 산림경관과 서해안 해안절경의 정취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보존 및 활용가치가 높다."며, 채석범주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명승 제 13호)로 승격 지정했다.현재 명승은 자연유산이 잘 보존되고 활용가치가 높은 "거제 해금강", "진안 마이산" 등 10곳이 지정되어 있다. /허철희(부안생태문화활력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