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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전북문단’ 87호 펴내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회장 류희옥, 이하 전북문인협회)가 <전북문단> 제87호를 펴냈다. 이번 호는 전북문학관 문학강좌, 작고문인 재조명, 전북문학상 시상식 강연 등 세 가지 특집으로 채워졌다. 먼저 지난 2월 15일 전북문학관 문학강좌에서 열린 장명수 전 전북대학교 총장의 1900년대 문인들의 발자취 특강 내용을 정리했다. 815 해방, 625 사변, 516혁명 이후 문인들의 문학활동의 양상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이어 속울음의 시인 정렬이라는 제목으로 작고문인을 재조명했다. 1979년 시와의식으로 등단한 주봉구 작가가 농민시인, 민중시인, 전원시인, 속울음의 시인으로 불리는 정렬 시인의 작품세계를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전북문학대상 시상식에서 열린 김규화 시인의 하이퍼시에 대한 강연내용도 담았다. 전자하이퍼텍스트의 특성을 살리되 전자를 떠나 오직 종이 위에서만 쓰는, 하이퍼텍스트성이 있는 시에 대한 이야기다. 이밖에도 지난 1월 26일 전북문학관에서 열린 2019년 정기총회와 제30회 전북문학상 시상식 모습을 담은 사진을 비롯해 시, 시조, 수필, 동시, 동화, 소설, 평론 등 장르별 회원들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김대곤 전북문협 부회장은 권두언을 통해 자본이 이리저리 횡행하고 춤추는 현 시대 속에서 돈벌이도 되지 못하는 일인데도 우리 문인들은 밤을 새우며 힘들게 창작의 노동을 자청하며 글을 쓰고 있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인격을 수양하고 시대를 정화해 나가는 우리 전북문학인들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5.29 17:31

[신간] 1946부터 1970년까지 전북지역잡지 75종 ‘한눈에’

신아출판사(대표 서정환)가 해방 후 1946년부터 1970년까지의 표지, 목차, 판권을 확인한 잡지 75종일 엮어 <표지목차로 보는 전북지역잡지>를 출간했다. 전북은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아동잡지 <파랑새>를 창간한 지역이다. 김영만이 편집발행해 1946년 2월 전주에서 창간호를 낸 <파랑새>는 김해강, 신석정, 백양촌, 김목량, 김표, 신근, 손종진, 남궁령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후 1950년대 지역 문인들이 활발한 활동으로 수많은 동인지를 탄생시키며 전북에 문학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이번 책은 이러한 지역잡지에 관한 자료를 집대성한 최초의 자료로 출판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서지 사항에 대한 잡지 해제는 조선시대 완판본의 맥을 잇는 일로서 전라북도가 기록 문화의 산실임을 증명한다. 책의 구성은 전쟁기, 해방기, 1950년대, 1960년대 등 시기별로 나눴으며 끝 부분엔 연감 논문집을 추가했다. 교지, 연감, 논문집은 전라북도 잡지의 형성과정에 비춰볼 때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시대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전북지역 잡지 75종 117권을 엮어 기록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였다. 모든 전북 잡지를 섭렵하는 일부터 시작해 목록만 전하는 작품까지 찾아내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작품 발굴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전북공론>, <남풍>, <전통>, <서원>, <국어문학>, <새벽>, <금강>, <농촌위생>, <병사월보> 등에 수록된 작품을 발굴해 세상에 빛을 보게 했다. 신아출판사 관계자는 이미 3년 전 발굴작업에 착수한 저자들은 이 책이 전북지역 뿐만 아니라 지역학 연구의 교두보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후속 작품으로는 해방 전과 일제강점기를 정리하는 1999년까지의 잡지 목록을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5.29 17:31

[신간] 임백령 시집 ‘사상으로 피는 꽃 이념으로 크는 나무가 어디 있더냐’

남북대립, 남남갈등의 이데올로기 독초를 뽑아내려는 간절한 노래들이 담긴 시집이 출간됐다. 임백령 시인의 시집 <사상으로 피는 꽃 이념으로 크는 나무가 어디 있더냐>. 우리나라 과거와 현재의 많은 역사적 문제를 낳았고 민족 내부 갈등의 원인이랄 수 있는 사상과 이념의 대립을 다룬 시집이다. 작가는 남한과 북한, 남한 내의 보수와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중립적 위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북한 동족을 포용하려는 시각과 함께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이나 집단의 태도를 신랄하게 질타한다. 그와 함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한 축을 이루는 동맹국 미국도 비판의 대상에 올리고 있다. 시인은 달라지지 않은 한반도의 역사가 조금이라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며 해묵은 사상과 이념의 대립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 땅의 무모한 집착과 관성에 맞서 거칠게 목소리를 높인다. 학살(虐殺), 분단(分斷), 외세(外勢), 이념(理念), 사족(蛇足)이라는 5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시인의 생각을 담은 102편의 시가 오롯이 실렸다. 1부는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의 아픔을 담았다. 2부는 남북분단을 고수하려는 자들에 대한 냉소적인 어조와 동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관성적 태도에 대한 반성, 분단국가 동족으로서 근본적으로 가져야 할 시선 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꾸렸다. 3부는 남한의 맹방인 미국과 지도자, 무비판적인 우리 정치인에 대한 생각들을 모았다. 4부에서는 남한 내의 소모적인 이념 갈등과 사상의 충돌로 날을 세우는 두 집단을 바라보고, 5부에서는 앞서 실은 공세적 어조를 누그러뜨리는 형식의 시를 담아냈다. 작가는 현재 익산 남성여고에 재직중이며, 2016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5.29 17:2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김정경 시집 ‘골목의 날씨’

불현듯 찾아온 더위가 한바탕 지나갔다. 겨우 구색만 갖춘 비가 내렸고, 날은 거짓말처럼 선선해졌다. 해 진 저녁이면 제법 쌀쌀맞기까지 하다. 뜨거운 더위가 바람을 잡아 둔 동안 잠깐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꽃을 구경하느라 꽃내음을 싣고 오는 것이 바람이라는 것. 까맣게 잊었다. 5월의 뜬금없는 더위에 한바탕 데이고 나니 바람이 전혀 사소하지 않게 되었다. 뜬금없이 날씨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가 있다. 김정경 시인 때문이다. <골목의 날씨>는 바람처럼 익숙해서 잊고 지냈던 시의 언어를 곱씹어보게 한다. 책을 덮고 새삼 막바지 봄바람을 맞았다. 반찬은 있나 / 아프모 차지 말고 / 아가, 하는 찬란하고 따뜻하고 먼 이국의 언어(멀고 따뜻하고 찬란한 중)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시집을 다 읽은 독자에게는 하릴없이 지나가는 순간을 만들어주지만, 정작 시를 써 내려간 작가는 아주 바쁘지 않았을까? 시집을 쉼 없이 읽어 넘기는 내내 시인의 민첩하고 집요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반복적이면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시어들도 그런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시선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마지막 작품 입춘에 도착했다. 시집의 끝에서 다시 시인의 시어들을 떠올리게 하는 입구로 돌아간 것 같았다. 보라는 백제 유적은 안 보고 / 엄마들만 구경했다 / (중략) / 미륵사로 돌 나르던 아빠들은 / 다 어디에 있나 (미륵사 뽕짝 뽕짝 중) 유적은 안 봤다는 시인은 이미 엄마들도, 백제의 아빠들도 다 보고 온 것 같았다. 계속해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늘 새로운 것들이다. 지나간 바람은 멈춰있는 나에게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의 시선은 다르다. 시인을 스치는 바람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를 지나, 어디로 가는지 세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인은 그 바람길의 잔상을 단어에 꾹꾹 눌러 담았다. 다섯 살 된 조카는 매미 허물을 모았다 // 공원에서 그것을 찾을 때가 /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 그날 우리가 함께 모은 허물을 모두 내게 주었다 (사랑 전문) 겹겹이 쌓이다 빈 껍데기가 된 허물이 사랑이 된다. 당신이 고개를 내밀어 바라본 시인의 골목과 날씨는 어떠했는지, 문득 다시 궁금해진다. *최아현 소설가는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공저로 <천년의 허기> 등이 있다. 현재는 꿈다락 일상의 작가 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5.29 16:59

‘창립 40주년’ 전북수필문학회, 수필가 축제 연다

전북수필문학회(회장 윤철)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를 열고 미래비전을 다시 세운다. 오는 6월 7일과 8일 이틀간 완주 대둔산관광호텔,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열리는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에서는 김추리 전북문협 수필분과위원장과 박은주 완주문협 회장을 비롯해 도내 13개 수필문학단체 회원 2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북수필가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박동수)는 지역서 숨 쉬며 창작활동하는 수필가들을 위한 자리로서 지역문화의 특성을 살린 대회로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회 1일차인 7일에는 <전북수필 제88호> 출판기념회와 함께 국악공연과 김종완 수필가의 삶과 표현- 삶으로 수필하기 주제 강연이 열린다. 특히, 오후 3시부터는 기념식을 열고 제32회 전북수필문학상 시상과 더불어 수필낭송, 문화자치 선언을 진행한다. 이튿날 참석자들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이동해 여원 공연시낭송 예술원의 문화공연과, 김영 김제예총 회장의 수필교실 다작? 되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1979년 9월 8일 창립된 전북수필문학회는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수필가를 아우르는 대표 단체로서 20명의 회원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19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과 함께 창작활동에 힘쓰며 전북수필가협회의 기능을 대행하는 수필문단의 맏형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기춘(왼쪽)이용미 수필가 5년 이상 활동하고 1권 이상의 수필집을 발간한 회원 중 문학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선정하는 전북수필문학상도 올해로 32회를 맞았다. 전북수필문학회는 최근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회(위원장 김경희)를 열고 올해 수상자로 최기춘이용미 씨를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100만원의 창작지원금이 수여된다. 최기춘 수필가는 평생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다 늦깎이로 등단한 제게 무척 큰 상을 주셨다. 앞으로 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수필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임실 출신으로 대한문학에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머슴들에게 영혼을>, <은발의 단상> 등이 있다. 향토색 짙은 문학적 역량을 발휘하며 전북수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 이용미 수필가는 기쁘고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부족한 제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진안 출신으로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행촌수필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수필과 비평 회장, 진안문학 부회장을 맡아 전북의 문학성을 높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데 솔선수범하고 있다. 저서로는 <창밖의 여자>, <물위에 쓴 편지> 등이 있다. 한편, 전북수필문학회는 수필을 생활문학으로서 더 대중화할 수 있도록 농어촌지역을 순회하는 수필교실을 개설, 완주부안진안지역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기성 수필가들의 창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수방안도 함께 모색 중이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5.27 18:11

우석대 천호준 교수 공저 ‘김운용: 태권도를 세우고 세계를 호령하다’ 출간

우석대 천호준 교수의 주도 아래 세계 태권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김운용: 태권도를 세우고 세계를 호령하다>(대한미디어 刊)가 출간됐다. 천호준 우석대 스포츠지도학과장과 서완석서성원 태권도 전문기자가 공저한 신간은 국제 스포츠 계의 큰 별인 김운용 총재가 태권도의 세계화를 녹록지 않았던 역정의 시간을 촘촘하게 담아냈다. 특히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의 뒷이야기와 동양인 최초로 IOC 위원장 도전했던 과정과 낙선, 그리고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기까지의 족적을 자료를 토대로 정리했다. 또 책은 태권도와 관련한 산고, 곡심, 가족, 인연, 관계, 리더십 등 총 여섯 테마로 나눠 김운용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의 삶을 통해 성공과 실패, 교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천호준 교수는 평생을 태권도 세계화와 한국 체육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신 고인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저술에 참여했다며 신간<김운용>은 그의 위대한 삶자취와 성공과 실패, 교훈을 모두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석대는 스포츠기억문화연구소(소장 천호준)를 통해 스포츠 현장의 기억을 채집하고 구술을 기록하는 DB 구축사업을 펼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9.05.22 19:16

[신간] 미지의 세계 담은 닥터 부부의 여행기

소아과 전문의 이하성 박사와 이형숙씨 부부가 세 번째 여행기를 펴냈다. 2009년 펴낸 1권 <여행에 미친 닥터부부>와 2012년 미지의 세계를 담은 닥터 부부의 여행기 2권에 이은 3번째 이야기. 부부가 펴낸 책 3권 속에는 독자들이 책만 펼쳐도 직접 여행한 듯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부부가 직접 찍은 사진은 물론, 부부가 밟은 골목길 하나까지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삶을 깊이 조명한다. 2009년 나온 1권은 남극부터 중국의 운난성, 에콰드로의 갈라파고스, 터키,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 등 카리브해의 나라들까지. 부부는 오지를 찾을 때마다 가져간 의약품과 의술로 환자들을 보살펴 주어 언어가 다르고 생활방식 사고방식이 달라도 훈훈한 인간의 정을 맛볼 수 있다는 것과 가족 위주로 식구들과 함께 하는 만남이어서 조금은 특별한 면을 볼 수 있다. 3년여만에 펴낸 2권에서는 상인이나 순례자, 유목민들의 희로애락을 수놓고 다녔던 바로 그 길. 실크로드와 54개의 종족이 모여 사는 나라 베트남, 하늘하늘한 바지에 제스민 신발을 신고 카펫을 타고 훨훨 날아다닐 것 같은 터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1편에 이어 유라시아와 아시아 구석구석이 소개돼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3권에는 네팔과 티베트, 페루, 파타고니아, 탄자니아 등 세계 속 산의 세계를 담아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남편과 연세대 간호학과 출신의 아내는 여행하면서도 의료봉사활동을 펼친다. 그렇기에 이들 부부의 여행기는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세계를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부가 직접 보며 찍은 사진과 여행 중 그리고 여행 전후에 빼곡히 조사해서 채운 생생한 지식으로 가득 차 있어 오지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된다. 이하성 박사는 오랜 기간 오지를 여행하며 느꼈던 신기한 경험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5.22 19:11

[신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 다룬 소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고인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다룬 실록정치소설이 출간됐다. 서주원 작가가 쓴 실록정치소설 <봉하노송의 절명 1>이 그것. 노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그린 이 소설은 전체 3권 가운데 1권으로, 봉하노송이 부엉이바위에 오르기까지의 고뇌와 우리에게 남기려 했던 정신을 담고 있다. 소설 속의 현재는 2009년 5월 22일 해질 무렵부터 다음 날 동틀 무렵까지로, 이번 1권은 밤 11시 무렵까지만 다룬다. 인간 노무현을 알 수 있는 방대한 실증자료와 인터뷰를 토대로 했다. 이 소설의 미덕을 꼽자면, 故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는 데 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충격적인 죽음에 억울하다, 그립다, 보고 싶다는 감정이 여전하다. 작가는 이런 마음을 소홀히 하지 않고, 그와 작별하는 방법을 고안해 왔고 첫 결실로 이 책, <봉하노송의 절명> 1권을 엮었다. 작가는 소설이란 가상의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소설 속에서는 그를 봉하마을의 늙은 소나무란 뜻인 봉하노송(烽下老松)이라 부른다. 봉하노송이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부엉이 울음소리를 독자들도 듣게 한다. 마치 주술사의 요령 소리처럼 부엉이가 울면, 담배 한 개비에 라이터 불을 붙이는 봉하노송의 담담한 심경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들을 봉하노송이 되게 한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에 대해 더는 궁금한 게 없다는 것이 아닐까. 고 노무현 대통령에 관해 나온 수많은 책과 기사로도 궁금함이 풀리겠지만, 언제든 털털하게 웃던 그를 직접 마주하며 말을 건네고 싶고 시원시원한 그의 대답을 듣고 싶다는 미련은 누구에게나 있다. 작가는 그래서 소설을 구상했고 하룻밤 동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잠시라도 머물렀을 만한 것들을 뒤지고 찾아 상상했다. 작가는 마음먹은 대로 글을 쓸 수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에 집필이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정작 평범한 사람, 노무현을 마주하고 싶어 했기에 자신의 작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먼 훗날 새로운 작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룰 것이다. 그 작가는 서거 10년째에 나온 이 소설 <봉하노송의 절명>을 무척 고마워할 것이라고. 털털하게 웃는 그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고. 서주원 작가는 부안 위도에서 태어나 상산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방송작가로도 활동했으며 노무현 리더십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1993년 작가의 고향 위도에서 있었던 서해훼리호 참사를 다룬 장편소설 봉기를 3권까지 엮어냈고, 작가 본인이 실제로 행동하며 참여했던 2003년 부안반핵운동을 다룬 봉기 4~7권을 집필 중이다. 동학농민혁명의 고장인 부안을 무대로 거대한 문학의 탑을 쌓아 나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5.22 19:11

[신간] 이용미 수필집 '물 위에 쓴 편지'

이용미 수필가가 말하는 지난 세월은 수를 놓을 때 같은 평온함과 회전그네를 탈 때 같은 어지럼증이 교차하는 고만고만한 삶이었다. 눈 깜짝할 새 지나버린 그 시간 속엔 남편이 있었고, 노상 투덜대며 투정 부리더라도 돌아서면 늘 짠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남편에 대한 애정과 세상살이에 대한 소회를 담은 세 번째 수필집 <물위에 쓴 편지>(수필과비평사)가 완성됐다. 이 책은 지난달 고희(古稀)를 맞은 남편에게 주는 축하선물이기도 하다. 물 위에 쓴 편지, 애먼 어깨, 매실과 아버지, 곤장 몇 대를 맞아야 할까, 진안, 진안 등 총 5부로 구성된 이 수필집에는 28편의 수필이 실렸다. 2부 애먼 어깨에 실린 물 위의 편지편에는 금자와 금석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도 고향도 몰랐던 금자가 한 부부와 인연이 돼 같이 살게 되면서 친구 금석을 만나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그들의 집은 거실 한쪽 둥근 도자기 어항. 친구를 잃고 어항을 버린 금자가 물 위에 남긴 편지를 읽노라면 어느새 마음 한 편이 먹먹해진다. 자신의 고향인 진안에 담긴 보물 같은 이야기도 소개한다. 마이산과 일월오봉도, 역고드름, 홍삼스파, 탑영제와 사양제, 수선루와 영모정, 이산묘, 황단제, 천황사, 용담향교 등 문화관광해설사로서 자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유인실 문학평론가는 이용미의 수필에 대해 이용미의 수필에는 가족과 이웃,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스스로의 연민에 숨을 불어넣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사랑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풍경처럼 존재한다고 평했다. 저자 이용미 씨는 2002년 수필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수필집 <그 사람>, <창밖의 여자> 등을 썼으며 행촌수필문학상, 진안문학상, 전북예술상(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행촌수필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과 전북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5.22 19:1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 - 최명표 연구서 ‘전북작가열전’

<전북작가열전>(신아출판사2018)은 절절한 연구서다. 많은 연구 서적이 어렵고 딱딱한 단어로 독자의 눈을 침침하게 만들고, 무분별하게 사료만 나열하거나 서술어를 반복해 독자를 게으르게 하지만, 이 책은 연구를 시작한 사연과 책에 담긴 이들의 곡절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 <전북작가열전>은 나라의 기력이 쇠진해질 때, 배운 자가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를 일러준다. 문학사에 명확하게 남은 기록마저 왜곡하고 위상을 낮게 평가하며 기존의 연구 성과만 반복하는 나태한 학자들을 질타하고, 전북의 땅심을 받고 자란 시인과 작가들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새겨준다. 책에는 을사오적 암살단을 조직하고 취지문을 쓴 김제 출신 이기(18481909)부터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자인 박영근(19582006)까지 전북과 연관된 작고 문학인 54명의 삶과 작품이 담겨 있다. 이 문학인들을 앞세워 이들과 멀리 가까이에서 전북 문단을 튼실하게 다진 문학인들을 꺼내 놓았다. 자료의 한계와 척박한 자료 밭을 일구는 연구자의 고됨으로 작가마다 지면은 울퉁불퉁하지만, 한두 줄로 툭 치고 들어간 이름마저 귀하다. 책에 담긴 문학인은 이병기신석정김환태백양촌박동화박봉우와 같이 문학관과 문학비로 남은 문인도 있지만, 대부분 문단 활동과 전북과의 관계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존재마저 잊힌 시인과 작가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적은 역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23년 한국 최초 필화사건의 주인공인 부안 출신 신일용(18941950)과 해방 후 첫 필화사건의 당사자인 완주 출신 유진오(19221950 추정), 신춘문예 역사에서 시 부문 첫 수상자(동아일보1925)인 전주 출신 김창술(19031950 추정),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에스페란토 시집 <자유시인>(1938)을 낸 익산 출신 정사섭(19101944), 한국 최초의 여성 문학평론가로 여성해방문학을 앞서 주장한 전주 출신 임순득(19272003), 호남평야에 담긴 역사의 비극을 시로 읊은 김제 출신 장영창(19201995) 등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살아온 궤적이 결코 개인만의 것이 아님도 일러준다. 삶을 수놓은 갖가지 풍경에는 그가 속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사회가 담겨 있다. 남원 출신 윤규섭(북한 이름 윤세평1909?)이 고전문학 주해(注解)로 북한 문학연구의 초석을 다진 것은 해방 전부터 전주의 고서점에서 완판본을 대거 입수한 후 월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목포가 고향인 곽복산(19111971)을 한국 신문학(新聞學)의 선구자로 이끈 배경은 5세부터 외가인 김제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는 16세에 동아일보 김제지국 총무로 일하며 언론사와 인연이 시작됐고, 동시와 동화를 발표한 소년문사였다. 그의 동화 새파란 안경(1928)은 물욕에 눈먼 부자가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아름다운 것을 깨닫는 내용으로,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다. 전주 출신 김완동(19051963)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동화 구원의 나팔소리(1930)에는 민의를 수용하지 않는 임금은 축출해도 무방하다는 혁명관이 내재돼 있다. 1926년 공립전주고등보통학교의 동맹휴학 사건을 겪으며 자연스레 쌓인 신념일 것이다. 전주 출신 정우상(19111950 추정)은 13세에 매일신보 신춘현상공모 동화로 입선하고, 15세에 <조선문단>에 시로 당선된 천재작가였다. 그의 동화에도 임금이 갖춰야 할 으뜸은 백성의 소리를 고루 들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는 이상이 있다. 1929년 전국에서 발생한 소작쟁의 389건 중 전북에서 일어난 것이 314건이라는 기록은 이 작품들의 가치를 더 확고하게 한다. 사람은 가고, 작품은 잊혀도, 사람과 작품이 선사한 감동은 정신으로 남는다. 반듯하고 당당한 이들의 삶은 후세대의 든든한 버팀목이며, 결결이 새겨 놓은 위로이자 가슴 찬 자랑이다. 저자인 문학평론가 최명표 씨는 오랜 세월 전북 문학사의 변두리와 빈 곳, 잘못된 곳을 찾아 메우고 수정하는 고된 여정을 자처하며 새로운 문단사를 쓰고 있다. 문학은 작품으로 판가름 난다고 우기는 축이 있으나, 작가의 신념이나 몸부림은 작품을 낳은 모태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강단 있는 주장은 독자를 더 흥분시킨다. *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한 작가 최기우는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고 있다. 희곡집 <상봉>과 창극집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와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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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2 17:48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② 서동요(薯童謠) 다시 알기

2019년 4월 30일, 해체되었던 미륵사석탑이 20년 만에 복원되었다. 석탑이 해체될 때 나온 사리봉안구에 의하면 미륵사 창건 인물은 백제 무왕의 왕비인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며, 사찰 건립 시기가 639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삼국유사의 무왕조 서동설화에 나오는 무왕의 왕비 선화공주와 사택적덕의 딸은 물론 같은 인물이 아니다. 설화 속의 서동과 역사 속의 무왕이 같은 인물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설화 속에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서 설화 전체를 역사적 일치 여부에 초점을 두고 해석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설화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변형되기 때문이다. 선화공주님은 남 그윽히 얼어두고 맛둥방을 밤에 몰래 안고가다. 이 내용은 대체로 알려진 양주동의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서동요는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14수의 향가 중 가장 앞선 시대의 작품이며, 주지하다시피 익산 금마의 미륵사를 배경으로 한다. 향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형시인바 4구체, 8구체, 10구체 향가 중에서도 서동요는 4구체의 짧은 노래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다른 향가와 마찬가지로 서동요 역시 그 해석이 분분하다. 이는 한글이 없던 시대의 우리말을 한자의 음과 뜻을 이용하여 표기한 향찰로 전해오기 때문이다. 당대와 현재의 언어 사이에 변화도 많았을 것이고, 먼 선대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후대 연구자들의 상상은 그래서 더욱 열려 있다 할 것이다. 엘리아데의 역사적 인물의 신화화라는 이론에 의하면, 탁월한 능력을 지닌 영웅은 여러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신화적 인물로 전승되며, 실재의 역사적 인물이라 해도 실제 사건들과 무관하게 다른 시대와 상황 속에서 달리 활약하면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재탄생된다. 서동요는 비록 짧은 내용의 노래이지만, 역사적 인물의 신화화라는 관점에서 해석될 때 그 가치성이 재평가되고, 아울러 설화에 내재하는 진실이 현 시대의 역사적, 문학적 울림으로 전해올 수 있을 것이다.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의 14수 향가는 모두 불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는 포교적 성격과도 연결된다 할 것이다. 신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이 법흥왕 15년(528)이었고, 서동요는 600년경에 지어졌다고 전하니, 서동요는 불교가 한창 성할 무렵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 시는 다른 향가와 달리 민요이자, 동요이며, 시대적 상황, 정치적 징후 등을 암시한 참요(讖謠)이기도 한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의 미모를 흠모한 서동이 계략을 내어 아이들에게 마를 주어 이 노래를 부르게 하고, 마침내 쫓겨나는 선화공주를 만나게 되는 이 혼인담은 그 자체가 극적이며, 이를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이는 훨씬 풍요로운 의미망을 지닌 참요로 이해된다.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쫒겨나 신분이 천한 서동을 만나 살게 된다는 내용은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 평강공주 이야기와 동일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 두 설화는 내 복에 산다 설화 계열과 불교 예화로 전해오는 선광공주 이야기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내 복에 산다 설화는 누구 복으로 먹고 사느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아버지 복으로 먹고 산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셋째 딸은 내 복으로 산다.고 대답하여 쫓겨나게 되고 미천한 사람과 살게 되었으나, 결국 남편을 통해 우연히 금을 얻어 잘 살게 되고 거지가 된 아버지에게 효도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바사닉왕의 딸 선광공주 이야기는 대강 다음과 같다. 위의 셋째 딸처럼 선광공주 역시 아버지에게 저에게 업의 힘이 있기 때문이요, 아버지의 힘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여, 부왕은 거지에게 시집보내 딸의 말을 확인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거지 남편의 옛집 터에서 보물이 나와 부왕과 같은 정도로 부자가 되고, 결국 부왕은 자기가 업을 짓고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하게 된다. 내 복에 산다 계열의 설화는 불경에 전해오는 선광공주 이야기에서 파생된 것으로 여겨진다. 불교는 석가모니불을 중시하고 사찰의 불상을 중시하며 전래되어 왔으나, 사실 불교의 본래 정신은 우주 만유의 주체성과 평등성을 기본으로 한다. 남녀귀천이 있을 수 없고, 삼라만상이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장엄한 꽃으로 이해된다. 위의 내 복에 산다 설화와 선광공주 이야기는 각 사람의 주체성과 평등성을 강조한 내용이란 점에서 공통성을 지닌다. 앞서 말한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문학의 어떤 작품이든 시대성을 담고 있지 않을 수 없다. 서동요도 여기서 예외일 수가 없다. 삼국유사의 무왕조에 담겨 있는 서동요 설화는 탄생 신화, 혼인 민담, 미륵사 창건 전설로 구분된다. 탄생 신화는 서동 즉 무왕의 어머니가 과부였으며, 연못의 용과 관계하여 서동을 낳았다는 것이다. 혼인 민담은 서동이 신라 서울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서동요를 유포시켜 선화공주가 쫓겨나게 하고, 이후 결혼에 성공한 뒤 서동과 선화공주가 신라의 진평왕에게 구릉처럼 쌓인 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진평왕이 서동을 존경하며 편지를 보내게 되고, 이로부터 서동이 인심을 얻어 왕위에 오르게 된다. 미륵사 창건 전설은 부인의 소원을 듣고 무왕이 미륵사를 짓게 되었다는 것이며, 진평왕이 백 명의 기술자를 보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의 서동요 설화에는 진평왕과 무왕 등 역사적 인물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역사적 인물이 설화 속에 등장하기까지에는 분명 이에 합당한 시대적 배경이 있을 터이다. 이장웅은 「신라 진평왕 시기 백제 관계와 서동설화」(2018)라는 논문을 통하여 서동설화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는 백제 서동(무왕)과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의 혼인은 역사적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중국의 후한서에 의하면 마한은 진한, 변한을 거느린 이 땅의 가장 강력한 나라였다. 이장웅에 의하면 현재 전해오는 서동설화는 마한 무강왕 신화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강했던 무강왕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시대를 초월하여 무왕의 설화로 변형되었고, 그렇게 해서 금마 땅에 전해오던 백제의 서동설화가 정치적 안정을 꾀하는 통일신라 시기에 다시 변형되어 삼국유사에 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동설화의 혼인담에 의하면, 무왕은 진평왕의 인정을 받아 왕위에 오르게 되고, 무왕이 미륵사를 건립할 때 많은 기술자를 파견한다. 그러나 실제의 역사 속에서는 진평왕과 무왕은 긴 세월 동안 사활을 건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관계다. 서동설화가 실제의 역사와 정반대로 화해의 이야기로 엮어진 까닭은 무엇인가. 고조선의 멸망 이후 남하한 우리 한민족의 맹주국 마한의 무강왕은 백제시기에 서동이 되어 신화적 인물로 내려왔고, 그렇게 전해온 백제의 서동설화는 통일신라기에 무왕의 설화로 변형되어 백제 유민들을 회유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사용되었으리라는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앞에서 말한 역사적 인물의 신화화에 의하면, 역사적 충돌은 아이러니하게 설화적 화해로 얼마든지 재탄생된다. 서동설화를 실제 역사에 대입하여 해석할 때 앞뒤 맥락이 맞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그런 데 있었던 것이다. 서동설화는 삼국이 통일된 이후 민족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는 과거 정치적 이유로 인하여 골 깊은 지역감정을 안고 있다. 삼국의 치열했던 전쟁과 마찬가지로 남과 북은 6.25의 비극을 치렀고 극심한 반목과 대립 속에 살아왔다. 이런 점에서 구애의 한 방책으로 불려진 서동요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동요에 내재된 정신은 화해의 정신이다. 마한의 터, 전북 익산의 노래가 지역감정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의 통일정신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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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2 17:45

김철규 시인 두 번째 시집 ‘내 영혼의 밤섬’ 출간

별이여 / 별 보다 빛나는 7천만 민족의 땅 / 삶의 찬란한 터전이여 / 천년 도읍지의 새 희망 / 새만금 개척의 광활한 천지개벽의 땅이여- 민족의 깃발 새만금 중. 언론인으로 30년, 정치인으로 20년, 문인으로 33년을 살아 온 군산 출신 김철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내 영혼의 밤섬>을 출간했다. 시집에는 김 시인의 절절한 고향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북일보 기자로 재직했던 지난 1978년 최초로 새만금사업을 주창한 김 시인이었기에 시집 곳곳에는 그의 새만금 사랑이 깊이 배어 있다. 시집은 심포항에서 19편, 낮달 소묘 18편, 그 사람은 20편, 밤의 고독 22편 등 총 79편의 시로 구성됐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상념의 잔재까지 끌어모았는데 그래도 마음을 메우지 못했다며 이제는 빈 마음에서 적어보려 한다. 질철거리지 않는 마음으로 정진하려 한다고 했다. 소재호 시인은 시집 해설 생애의 서사를 미적 정서로 진화시킨 서정시을 통해 고향에 대한 상징적 표상이 매우 뛰어나다며 그의 문학적 박진함과 문사로서 진중함이 사뭇 고결하여 밤섬으로 표징되는 그의 행장은 경건하다고 평했다. 군산 출신인 김 시인은 경희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전북일보 논설위원, 전북도의회 의장, 한국문인협회 군산지부장 등을 지냈다. 한국PEN회원, 한국수필가협회, 전북불교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첫 시집 <바람처럼 살다가>와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 등 수필집 9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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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수
  • 2019.05.15 20:14

[신간]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이 만난 사람들 ‘그분을 생각한다’

1960년대 후반, 이십대 청년 한승헌은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내가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고뇌의 석양 노을 속에서 인생론을 즐겨 읽던 그 때, 나도 언젠가는 그런 제목에 어울리는 인물이야기를 써야지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이런저런 접점과 사연을 쌓아가며 어느덧 팔십대 중반의 인생을 쌓아올린 2019년 봄, <그분을 생각한다>(문학동네)가 세상에 나왔다. 세상을 바로 잡겠다며 헌신한 인물들, 어려운 삶 속에서도 바른길을 지키며 살아간 분들, 그들이 보여준 삶의 실체와 교훈을 널리 알리는 데 이 책이 기억과 깨달음의 각성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머리말 중) 이 책은 1세대 인권 변호사 한승헌이 만난, 격동의 세월 속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유명인사들의 평전이나 일대기가 아니라 한승헌 변호사가 직간접으로 교감한 메마르고 야속한 이 세상과 이웃을 위해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다. 남정현의 분지 사건을 비롯해 동백림 간첩단 사건 등 한국현대사 속 굵직한 사건들의 변론을 도맡았던 그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스물일곱 명의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중에는 겨레의 스승 함석헌 선생, 한국 앰네스티 초대 이사장 김재준 목사,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응노 화백과 천상병 시인, 광주의 어머니 시민운동가 조아라 선생, 북한에서 만난 고교 선배 인민예술가 정창모 화백, 김대중문재인 대통령 등 한국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거목들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얻기 위해 어둠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 그들의 희생을 되짚어보게 한다. 불평등한 제도에 신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 법이 국민을 탄압하는 집권자의 도구로 이용될 때 국민의 편에서 고난을 견딘 1세대 인권 변호사 이돈명이병린, 필화 사건에 휘말린 예술가들을 위해 법정에서 당당히 신념을 밝혔던 안수길이어령과의 일화를 통해 이 땅에서 민주주의인권정의평화가 발아한 값진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들의 신념과 용기를 되새긴다. 전현직 대통령들과의 일화도 담았다.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감사원장으로,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던 한승헌 변호사는 역사의 폭풍을 함께 해쳐온 그분들과의 추억을 회상한다.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 선포 후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된 김대중 대통령을 대변했던 일, 탄핵소추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활약했던 일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975년 봄 서울구치소 옆방 동문으로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와 6월 민주항쟁, 노무현 변호사 구속 사건 변호인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대리인단,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등 여러 곳에서 같은 길을 걸었다. 한승헌 변호사는 1934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검사생활(법무부, 서울지검 등)을 시작했다. 변호사로 전신한 이후엔 독재정권 아래에서 탄압받는 양심수시국사범의 변호와 민주화인권운동을 위해 힘썼다. 어떤 조사 필화 사건과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변호사 자격 박탈 8년 만에 복권, 변호사 활동을 재개했고, 필화 사건을 포함한 시국 사건의 변호를 계속해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무이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방송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감사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대통령 통일고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5.15 20:14

[신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소설가 박이선 신작 출간

현직 소방관인 박이선 소설가가 한 사람의 안타까운 충정을 날카롭게 그려냈다. 극도의 사실적인 상황과 섬세한 심리 묘사는 생생하고도 서늘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신간소설 <궁정동 사람들 : 박흥주 대령의 1026>(나남출판)은 대통령 암살이라는 현대사의 가장 출경적인 사건인 1026을 배경으로 한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가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두 사람을 위주로 그려졌다면 이번 소설은 박흥주 대령을 통해 참군인의 충정과 비극적인 삶에 주목한다. 당시 중앙정보부 비서실장으로서 1026 관련자 중 가장 먼저 처형당하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박흥주 대령. 그는 미래 육군참모총장으로 꼽힐 만큼 매우 유능한 군인이자 서울 행당동 달동네의 어둡고 좁은 집에서 아내와 두 딸, 젖먹이 아들과 함께 살던 보통사람이었다. 직속상관 김재규는 대통령 암살의 공범으로서 경호원들을 모두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박흥주는 충성과 반역이라는 운명의 기로에 서고, 결국 청렴하고 충성된 군인의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죽음을 맞는다. 이처럼 작가는 죽음을 앞에 두고 박흥주가 느낀 고뇌와 내면적 갈등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차분하게 자료를 모으고 행적을 더듬었다. 충성스러운 군인이자 한 집의 가장이던 박흥주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자 그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역사의 파도를 침착한 문체로 풀어낼 수 있었다. 거대한 역사와 권력 앞에서 한 없이 미약해지는 개인은, 가고자 했던 길과 주어진 길에서 갈등하는 운명을 타고 난 걸까. 박흥주 대령의 삶을 보며 선택의 기로에서 운명에 순응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내가 만약 그런 명령을 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소설 <궁정동 사람들>은 박흥주를 삶을 짓누르던 그 무게감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남원 출신인 박이선 작가는 현재 군산소방서에 화재진압 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소설 <하구>가 당선되면서 등단했으며, <연실이>로 월간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이네기>로 제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을 수상했다. 작년에 정여립과 기축옥사를 다룬 역사소설 <여립아 여립아>는 정부의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5.15 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 - 곽병창 희곡집 ‘억울한 남자’

몇 년 전, 창작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을 보았다. 곽병창 작가가 각색, 연출한 천사는 바이러스였다. 말로만 듣던 전주 노송동 천사의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졌다. 해마다 십이월 하순에 돈이 담긴 박스를 말없이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는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과 돈을 노리는 일당과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시종일관 유쾌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웃음 끝에 남겨진 메시지는 묵직했다. 기억하세요. 당신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그들과 나누세요. 삭막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그대들,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뿐이랍니다. 곽병창 작가가 세 번째 희곡집을 냈다. <억울한 남자>라는 표제작을 비롯해 다섯 편의 희곡이 담겼다. 억울한 남자는 의료사고 피해자인 복동이 해당 병원의 간호사를 인질로 잡고 수술 집도의인 최교수를 협박하는 이야기다. 분명 억울한 남자는 복동인데, 극의 결말에서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최교수다. 최교수는 무엇이 억울했을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모두의 삶이 조금씩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 마음을 읽어내는 게 작가의 몫이다. 빨간 피터, 키스를 갈망하다는 카프카의 원작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추송웅이라는 배우가 일인다역으로 명성을 얻었던 빨간 피터의 고백과 다른 점이 있다면 순이라는 한국인 입양아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인간으로 길러지는 원숭이 피터와 완벽한 독일인이 되고자하는 순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의 자유와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바로 여기, 우리의 현실로 가져온다. 대필병사 김막득은 전쟁과 군대에 대한 이야기다. 전쟁은, 전쟁은 말이야. 군인에겐 여전히 최상의 무대야. 꿈의 무대라고. 백대장의 입을 통해 군산복합체론이 슬쩍 드러나고, 아닙니다. 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기 때문에.라는 배달병의 말에서 합리적인 사고를 마비시키는 군대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배우들은 오오오, 제발 바꿔, 아무도 못 이긴 싸움, 이루지 못한 사랑. 오오오, 이제라도 돌아가야 해.라고 이 땅의 평화를 노래한다. 귀신보다 무서운에서는 삼례의 나라슈퍼 강도 사건을 다룬다. 경찰의 강압수사로 옥살이 한 이십대 청년들의 억울함을 작가는 조목조목 풀어나간다. 그리고 극중 인물 나라를 통해 속 시원히 외친다. 야 이 나쁜 놈들아. 얼른 나와서 빌어.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 그게 사랑이여. 곽병창 작가의 희곡집을 읽다가 책꽂이에서 안톤 체호프의 책을 꺼낸다. 거짓과 모든 형태의 폭력을 증오한다고 했던 체호프의 희곡집 <벚꽃동산>을 나란히 펼쳐둔다. 어딘가 닮았고, 둘 다 훌륭하다. 두 권 모두 가슴에 품는다. * 황보윤 소설가는 2006년 동서커피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2009년 대전일보와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다. 창작집으로 <로키의 거짓말>과 <모니카, 모니카>가 있다. 현재 남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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