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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식 시인의 시집 <영혼의 아침>이 출간됐다. 한평생 시를 사랑하고, 바지런히 시로써 인생을 기록해 온 시인의 모습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꽃 나들이, 눈 위에 쓰는 연서, 달이 빚은 독백, 시 쓰는 벌과 별, 평온의 날개 등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된 시집에서 시인은 들과 산과 꽃으로 표현된 자연을 찾아가고 그 속에 그리움을 색칠하고 있다. 시인의 모습에서 뜨거운 정열보다 은근하고 뭉근하며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러난다. 드러냄이 익숙하지 못한 세대여서인지 그의 핏속 흐르는 겸손과 점잖음의 유전자가 시속에서 그리움으로 점철된다. 시인의 가슴에는 시들을 통해 사랑이 움트고, 풀과 꽃이 환하게 핀 곳으로 그리움을 따라가는 길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정적의 새벽을 열고 저 하늘나라의 맑은소리를 어렵게 받아 적은 둔한 필사들이다며 엄동설한을 넘긴 봄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시의 그릇에 담아 올리니 기쁘게 받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철영 문학평론가는 김계식 시인의 시는 세계로 다가온 자연 속 풍경에서 시작되고, 과도하거나 때로는 빈약할 수밖에 없는 풍경 속 텍스트를 내면화하는 노력으로 추수되고 있다며 시인의 근원적 욕망은 자연을 찾아가는 것이다. 시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몸과 마음이 자연의 결을 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전주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한 김계식 시인은 전북문인협회 자문위원을 비롯해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완주문인협회, 미당문학회 등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제13회 한국창조문학 대상,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제9회 전북 펜 작촌문학상, 제25회 전북문학상, 제1회 교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고창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시로 노래한 시집. 박종은 작가가 <고창, 고창이여>를 펴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창의 아름다움이 담긴 시와 사진이 가득 담겨있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북쪽으로 서해와 동남쪽에 노령산맥이 이어진 고창은 선사시대 유물이 살아 숨쉬는 유네스코 지정 유형문화재 고인돌과 천년고찰 선운사 그리고 사시사철 고창을 지키는 고창읍성이 펼쳐진 고장. 고창 예총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은 작가는 이러한 고창 이야기 가운데 80편을 모아 김녕만, 박현규, 오강석 사진작가의 사진과 함께 책으로 엮어냈다. 책을 펼치면 고창 방장 일출과 선운승경, 고인돌군, 문수 단풍, 서해 낙조, 청보리밭 등 고창 12경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고창읍성과 모양성, 고창읍성 척화비, 고창 판소리 박물관 등 고창의 역사 이야기가 그득하게 이어진다. 봄에 피는 선운사 동백꽃과 벚꽃, 중산리 이팝나무 꽃, 청보리밭이 책장 가득 어우러진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여름철 시원한 바람이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도솔천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명사십리 바닷가 파도 소리와 무장읍성의 연꽃이 가득하다. 문수사 단풍과 함께 꽃무릇, 메밀 꽃밭이 책장을 넘기는 손을 붙잡는다. 선운산 기슭의 눈꽃과 동림 저수지의 가창오리 떼 등 고창 겨울 풍경도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박 작가는 조선 시대의 성곽으로 왜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쌓은 고창읍성을 비롯해 1500년 역사의 선운사 등 손꼽히는 문화유적이 많은 고창 지역이 아직도 알려지지 않아 아쉬웠다며 앞으로 이 책이 계기가 되어 고창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박종은 작가는 고창교육장을 역임한 교육자이며 영랑문학상, 전북문학상, 해양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시인이다. 세월위에 띄우는 빈 배 등 8권의 시집과 2권의 산문집을 냈다.
언젠가 장마리 작가가 물었다.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했으므로 애인을 살해하다.가 가능할까요? 아마도 블라인드를 한참 집필하고 있던 때였을 듯하다. 막연히,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한 듯도 하고, 말이 막힌 듯도 하다. 누군가의 슬픔을 직면하고 싶지 않거나 연관되는 것마저도 외면하게 되는 때가 있다. 이미 극도의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현장이 재현되는 그 아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자신을 소진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겠다는 가장 소극적인 태도, 블라인드를 치는 것, 마음의 거리를 두고 창을 닫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 단체 또는 정부기관과 살아가며 숱하게 부딪히는 이 세계의 모든 현상에 대해 마음을 닫아두는 일은 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태도일 수도 있다. 그것이 내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라면 말이다. 블라인드가 그것이다. 내가 회복할 시간을 얻기 위해 가림 막을 치고 공간을 만드는 것. 소설가 장마리의 <블라인드>를 읽고 내가, 우리 사회가, 기업이, 정부가, 세계가 가리고 싶은 진실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블라인드를 걷어내고도 자아를 보호받을 수 있을까. 개인의 성숙한 이해,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가능할까하고. 장마리 작가는 그의 첫 장편인 <블라인드>를 통해 이경민과 신미나라는 인물을 끌어왔다.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경민의 누나인 나는 그 블라인드를 걷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이끌고, 그 블라인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신미나의 궤적을 쫓는다. 문예창작학과에서 만난 이경민과 신미나, 그들의 글쓰기는 서로의 인연을 확인시키는 도구가 된다. 경민은 누나인 경은에게 소설은 무엇일까? 인간의 이중성,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거라고 말한다. 가릴 수밖에 없었고, 가려지길 원했던 신미나의 블라인드를 걷어낼 수 있다면, 당신 내면의 블라인드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 소설 <블라인드>가 자본주의 극단의 신경증적인 주제를 말하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서사에 더 집중하는 것은, 이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하고 싶은 심리의, 대중적인 무의식적 제스처라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장마리 작가는 실제 수형자들과의 글쓰기나 익산여성의전화 등에서의 치유적 글쓰기의 경험을 살려 문학이 가지는 치유성을 작품에 고스란히 접목시켰다. 윤흥길 소설가가 추천사에서 말했듯이 나 역시 장마리 작가의 첫 단편집인 <선셋 블루스>를 소설가를 꿈꾸는 문우에게 작문 교과서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의 첫 장편인 <블라인드>는 장마리 작가에게 있어 장편의 장르에서 시나리오의 장면기호를 소제목으로 등장시킴으로서 추리극의 관객으로 우리를 붙들어 매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장마리 작가의 장점인 서사성에 충실한 첫 장편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1독이 아니라 2독을 하며 느낄 새로운 즐거움까지도. *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한 정숙인 소설가는 역사를 마주보는 소설 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백팩과 빛의 증거와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가 있다. 현재 전북작가회의와 여수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가 김순영 여사가 지난 12일 오후 이승을 떠났다. 향년 82세. 고 김 여사는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공모에 동화 샛별 질 무렵과 같은 해 삼남일보 신춘문예에 수필 외투가 당선돼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전북여류문학회 초대회장과 전북수필문학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현대수필문학회 이사,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전북지부 운영위원 등을 지내면서 문학발전에 열정을 기울여왔다. 저서로는 수필집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어느 하루도 같은 아침은 없다>, <그때 거기서 지금은 여기서>, <다시 가을에>,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등이 있다. 고인은 병상에서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용히 하나님 곁으로 가기를 원합니다. 천국에서 만납시다라는 글을 남겼다. 장례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조문을 사절하고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전주 최명희문학관이 혼불만민낭독회에 참여할 낭독자를 모집한다. 이번 낭독회는 전주한옥마을 절기 축제 중 한 행사로 기획됐으며,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 소서(小暑)인 7월 7일(음력 6월 5일) 오후 1시부터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독자와 예술인이 4시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혼불을 들려줄 예정이다. 소리꾼 박윤희 씨는 소설 <혼불>에서 소서라는 단어를 활용한 창작판소리 평화만복 주옵소서를 부르고, 극단 까치동과 얘기보따리 단원들은 소설의 일부분을 짧게 각색한 도대체 양반이란 거이 머여?등을 낭독한다. 또한 김정경 시인, 이진숙 수필가는 <혼불>을 읽는 방법과 작품 속 세시풍속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진행은 연극인 정성구 씨가 맡았다. 낭독에 참여할 독자는 소설 <혼불>의 한 부분을 5분 분량으로 편집해 전자우편(jeonjuhonbul@nate.com)으로 오는 30일까지 보내면 된다. 20팀을 선정할 예정이며, 참여 문의는 063-284-0570으로 하면 된다.
농사 짓는 시인 박형진의 새 시집 <밥값도 못 하면서 무슨 짓이람>(천년의 시작)이 최근 출간됐다. 시인은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를 써왔고 인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여태껏 그럭저럭 살아왔다면서 제 앞에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그저 지수굿하게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새 시집을 낸 소감을 갈음했다. 1958년 부안군 보항마을에서 태어난 박형진 시인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1990년까지 농민운동에 몸담았다. 1992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봄편지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본격적으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 <콩밭에서>를 비롯해 여러 산문집과 어린이책, 농업 서적을 두루 출간했다. 현재도 농사를 짓고 있는 박형진 시인은 이번 책에 봄부터 가을에 이르는 시로 쓴 농사 일기 37편 등을 엮어냈다. 민들레, 경운기, 멧돼지, 고추, 양파, 깨, 호미, 오이, 고구마 등 흙냄새 나는 생명과 사물은 그의 생활 면면을 채우고 있다. 겨울편도 있다. 비록 땡볕 아래서 땀 흘리며 밭을 가는 이야기는 없지만 농사꾼으로서 책임은 더 단단해진다.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이 질 때 소처럼 순해진 그의 마음과 소처럼 고단해진 그의 몸이 농부의 하루를 완성한다. 정도상 소설가는 해설을 통해 박형진의 정체성은 농부의 자아와 시인의 자아로 구성돼 있다면서 농부의 자아는 그의 삶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농부이며 동시에 시인인 상태로 그는 노동하고 있다. 아름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팔팔 미수이면 오래 산 것인가 / 덜 산 것인가 살 만큼 산 것인가 / 아침을 일어 앉아서 / 정강이를 훑는다 -미수 전문. 일평생 시조와 수필을 가르쳐온 고하 최승범 원로시인이 여든 여덟 번 째 해를 마주하며 시조 마디 속에 담백한 속마음을 풀어냈다. 그의 13번째 시집이자 미수 기념 단시집인 <八八의 노래>(도서출판 시간의 물레)에는 다양한 먹거리에 대한 단상과 세상살이에 대한 소회가 담겨있다. 내자의 병상기라는 부제목을 단 5편의 시에는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에 대한 애정이 글자를 따라 진하게 흐른다. 이번 시조집에서는 무엇보다도 교단과 문단에서 평생을 정진한 고하 선생의 시백을 읽어낼 수 있다. 반세기 넘도록 대학 강단에서 제자들을 기르고 글을 써온 최 시인이 출간한 도서만 50여 권에 이른다. 소문난 전주 먹거리를 읊은 시편이 일본에서 번역되기도 했다. 한국의 빛깔과 소리를 천착해 저술을 남겼으며 조선의 청백리를 기리는 저서도 여러 권 썼다. 한국에서 최초로 수필이론서를 출간, 수필가로도 일가를 이뤘다. 1969년 창간한 <전북문학>은 지역 문학발전의 초석이 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필문학연구>, <남원의 향기>, <선악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시조 에세이>, <풍미기행>, <한국을 대표하는 빛깔> 등 시조, 수필, 고전문학 등에서 역사문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여러 저서가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발문을 쓴 김진악 씨는 시조는 고하 선생이 일생을 두고 짓고 연구한 시가이다. 이 노래는 600여 년 동안 살아있는 민족의 전통시가라면서 여러 형식의 시조 가운데서도 단시조(평시조)는 시조시의 정수라 하겠다. 누구나 노년이 되면 인간만사 단시조처럼 짧아지고 단순해진다고 설명하며 고하백세기념문집이 간행되기를 기원했다. 현대시조의 태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제자인 최승범 시인은 모교인 전북대에 40여 년간 재직하면서 시조론과 수필론을 가르쳐 후학을 양성해왔다. 지난해에는 항토예술 진흥에 헌신하고 후학을 양성해 온 공덕을 인정받아 만해문예대상을 수상했다.
그늘을 만져보다가 / 어둠을 접어 보다가 // 나무를 본다 // 문을 활짝 열어야겠다. 네 번째 시집 <호랑가시나무는 모항에서 새끼를 친다>(파란)을 펴낸 고창 출신 김영자 시인. 시를 통해 그는, 온몸으로 세상 존재들을 향해 열려 있기를 소망한다. 달은 달에게 꽃은 꽃에게 / 꽃은 달에게 달은 꽃에게- 붉은 상현달은 낙산에서 뜬다 중. 시인은 몸과 몸이 이어지는 생의 길, 각각의 개체가 한 몸이 되는 순간을 포착해낸다. 시집에는 감각적 일체화의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시 68편이 4부에 걸쳐 실렸다. 주영중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생명으로 가득한 동적 언어들이 김영자 시인의 시집을 물들인다. 순수하고 원초적인 감각들이 생의 진통과 황홀을 아로새긴다. 이쯤이면 감각의 축제다며 시인은 현대인에게 익숙해진 단절의 감각 너머로 나아가, 도취시키듯 소통의 감각을 환기시킨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광주교육대학교와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양파의 날개>, <낙타 뼈에 뜬 달>, <전어 비늘 속의 잠>을 펴냈다. 서울시인상, 한국시인상을 수상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의 시각으로 논어를 읽는 시간. 이준자 작가의 <논어, 감성으로 읽다>가 출간됐다. 책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고. 왜 그럴까? 작가는 네트워크 시대라지만 어쩌면 가상공간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느끼기 어려워서라고 설명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관계망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하는 자세. 사람과 사람이 따뜻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공감하는 진정한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작가는 관계 맺기의 정석이 바로 논어에 담겨있다 강조한다. 논어의 핵심 키워드인 인덕을 개념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지양하고,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감성적 에너지를 실었다. 너무 도덕적인 측면에 치우치지 않고 관점을 조금 달리하자 상대에 대한 덕을 행사할 때 교감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기존 논어에서 말하는 인덕 개념을 살려내려 노력했다. 특히 인덕 개념을 도덕적 감성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여러 서양 고전문학 작품과 연결해 풀어냈다. 다양한 관계 맺기라는 네트워크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관계 맺기가 어려운 이들에게 공자님은 현명하면서도 품격 있는 언어로 우리를 설득한다. 작가는 말한다. 멋진 말씀의 향연으로 들어가 봅시다. 전주 출생인 이준자 작가는 대학 신입생 시절, 삶이 회색빛이라 생각던 차 철학개론 강의 플라톤 이데아론에 매료돼 철학이 삶의 이정표가 됐다.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30여년 넘게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다. 전주기전여고 교사이자 여러 책 읽기 모임에서도 활동 중이다.
해가 갈수록 풍수지탄(風樹之歎)을 절실히 느낀다는 시인은 시집을 낼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안부를 챙겨 묻는다. 배순금 전북여류문학회장의 새 시집 <보리수 잎 반지>(황금알)에 실린 안부2-보고 싶은 아버지께는 지난날 아버지와 나눴던 마지막 온기와 그 먼 나라에서도 오매불망 딸자식 생각뿐일 그리운 얼굴로 완성한 부모님 전 상서다. 부모의 부재에서 피어난 간절한 그리움은 자녀와 손주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며 혈연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완성한다. 해설을 쓴 권온 문학평론가는 딸로서 아버지를 만나고, 엄마로서 두 자녀를 생각했던 시인은 첫 손녀를 이야기한다면서 아버지와 자녀와 손녀, 곧 혈연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씨가 더할 수 없이 곱다고 말했다. 배순금 회장은 아버지에 대한 시에는 우리 사회에서 가정 내 아버지의 존재가 좀 더 부각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면서 이번 시집이 사랑, 이별, 기쁨, 슬픔, 행복,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점철되는 우리네 인생 여정에서 작은 공감대라도 이룰 수 있길 소원한다고 전했다. 익산 출신인 배순금 회장은 전주교대와 원광대 교육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1975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이듬해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한 월간지 <새교실>의 새교실 대상에서 교육애 기록 부문에서 입상했다. 1991년 공식적인 시인의 이름을 얻은 이후 2008년 첫 시집 <사각지대>를 출간했다. 마한문학상과 국무총리상,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현재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시인협회 지역위원장, 지초문예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50년간 천착해온 다산학 연구의 과정과 결실을 담은 역작 <다산에게 배운다>가 출간됐다. 박 이사장은 조선 후기 실학, 그중에서도 방대한 저술과 혁신적인 학문 풍토로 일가를 이룬 다산 정약용에 대한 연구를 다산학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주장해온 학자다. 다산연구소를 설립하고 활발히 운영해왔으며, 전문 학술연구부터 다수의 다산 원전의 번역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같은 대중 교양서를 집필기획하는 등 우리 사회에 다산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작가는 책에서 정약용을 조선 후기의 박식하고 명석한 르네상스인 정도로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정약용은 학문적정치적으로 변혁을 꿈꾼 사상가였음을 특별히 강조한다.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유학이 실천의 근거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재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해 성리학 전통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정치는 민의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에서 지금 다산에게 배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이루기 전 다산의 사상은 재민주권의 회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등불과도 같았다. 다산을 배우며 주체적인 사상에서 근대적 생각을 만났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의 근거를 다산에서 발견했다는 것.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도 다산은 탁월한 통찰과 인격으로 대표적인 조선의 지식인으로 숭상받아왔지만 다산이 꿈꾸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니 그런 세상은 쉽게 오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렇기에 민(民)이 주인이 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개인의 공부는 더욱 절실하고 백성의 힘에서 희망을 본 사상가 정약용의 삶과 사상을 아우른 이 책이 개인의 미래,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공부에 일익을 맡기를 기대하고 있다. 책에서는 다산의 개인적인 삶에서부터 고차원적인 학문적 개념들에 이르는 다산학 연구의 전모를 만날 수 있다. 목민심서 등 다산의 원저들을 높은 수준의 우리말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지만, 원저를 직접 소화하기 어렵거나 당대의 맥락을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길잡이와 해설이 될 것이다.
더러 우연을 가장해 은근슬쩍 와서는 마음에 또렷한 지문을 남기는 것들이 있다. 송현섭 시인의 동시집 <내 심장은 작은 북>도 그러했다. 이 책은 버스 시간이 남아 들어간 서점에서 우연히 내 손에 닿았다. 송현섭 시인은 제6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을 받은 뒤, 곧이어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시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내 심장은 작은 북>은 그 좋은 어린이책 동시 부문 대상작이 수록된 동시집. 그동안 많은 동시를 접한 것도 아니면서 어느새 동시에 대한 생각의 울타리가 세워졌던 모양인지 이 시집이 낯설고, 기이했다. 착하고 순하고 보드라운 시어와 밝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그리는 것이 동시의 미덕이라고 여겨왔다. 송현섭 시인의 동시는 그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콧방귀도 안 뀐다. 마녀가 원숭이를 넣은 수프 끓이는 법을 제자에게 가르치고(마녀의 수프 끓이기), 마치 놀리기라도 하듯 뱀 쇼를 보러 온 개구리들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뱀은 조련사의 손을 물어버리는가 하면(뱀 쇼), 아우슈비츠를 동시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 어쩐지 싫지 않다는 데 있다. 마녀의 수프를 먹은 것처럼 시인이 거는 마법 속으로 빠져든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범상치 않다. 이 친구 마음에 안 들어요. / 새하얀 색, 기분이 안 좋아요. / 특히나 이 친구는 주름 하나 없이 / 항상 반듯해요. 재수 없게. / 쪼그만 과자 부스러기만 떨어져도 / 부르르 몸을 떠는 것 같아요. / 이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 나는 이 친구를 치료하기 위해 / 일부러 빵 부스러기를 잔뜩 뿌리고 / 여기저기 할머니 주름을 접고 / 물 한 컵 시원하게 쏟아 버리고는 / 엄마한테 꿀밤을 세 대 맞았죠. (식탁보 전문) 삐딱하고 발칙하다. 전라도식으로 표현하자면 아그(고)똥하다. 유머와 그로테스크가 버무려진 시편들을 읽노라면 한껏 불량해져서 낄낄거리다가도 문득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보다 먼저 어른이 읽어보시길 권한다. 견고한 생각의 울타리들을 상상력이라는 장대로 어떻게 넘나드는지 엿보는 즐거움이 있는 까닭이다. 그런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라. 알고 보면 아이들은 어마어마한 거인이라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고가 사다리가 필요하다는 송현섭 시인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전주MBC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으며, 시집 <골목의 날씨>를 발간했다.
전북수필문학회(회장 윤철)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7일과 8일 완주 대둔산호텔과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를 열었다. 대회 첫날인 7일에는 전북수필문학상 심사평, 문학상 시상식, 문학강연 등이 진행됐다. 이날 최기춘이용미 수필가가 제32회 전북수필문학상을 수상했고, 삶의 표현-삶으로 수필하기를 주제로 김종완 에세이스트 발행인의 문학강연도 이어졌다. 8일에는 김영 시인이 다작? 되작?을 주제로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에서 강연을 펼쳐 갈채를 받았다. 박동수 조직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전북 수필가들은 어느 지역보다 우수한 작품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 수필가들이 다 함께 모여 수필문학의 새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의 자리는 갖지 못했다며 전북수필 창립 40주년을 맞아 수필문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철 전북수필문학회장은 앞으로 전북수필가대회 대회를 계속 이어가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필가들이 스스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수필문단이 탄탄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자고 말했다. 전북도와 완주군이 후원한 이번 수필가대회에는 김남곤 시인을 비롯해 류희옥 전북문인협회 회장,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김종완 에세이스트 발행인,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장, 이명화 순수필 동인회 회장, 도내 12개 수필단체 회원과 박성일 완주군수, 안동환 전북도 문화예술과장 등 150여 명이 참여했다.
꿀벌 세계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미난 상상력으로 품어낸 진짜 꿀벌 이야기가 동화로 나왔다. 박상재 동화작가와 김미정 그림 작가가 펴낸 <꿀벌 릴리와 천하무적 차돌특공대>가 그것. 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서 주최하는 2019 대한민국독서토론대회 초등 저학년 선정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와 같은 이상기후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꿀벌들이 사라져 가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이 늘면서, 생태계의 불균형이 초래되었을 뿐 아니라 당장 우리의 밥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꿀벌을 소재로 한 새롭고 재미난 이야기의 등장은 더욱더 반갑게 느껴진다. 주인공 꿀벌 릴리가 여러 일을 겪으며 진짜 꿀벌로 어엿하게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꿀벌 세계의 면면을 다채롭게 그려내고 있다. 애벌레 시절을 거쳐 성충이 된 릴리와 친구들이 방 청소하기, 아기 돌보기, 로열젤리 분비, 집 고치기, 보초병 서기 등 일벌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은 꿀벌 생태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한다. 분업과 협동을 통해 꿀벌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한 곤충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자연의 감성을 담은 글과 발랄한 그림은 찔레꽃, 자운영을 비롯한 여러 들꽃과 나비 등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뒤에 수록된 부록에서는 이야기에 담기지 않은 일벌과 여왕벌의 특징을 담은 정보를 자세히 전달해 마지막까지 꿀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게 한다. 이렇듯 꿀벌의 생태를 귀여운 상상으로 버무려 낸 이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재미 그 자체뿐 아니라 꿀벌에 대한 지식과 소중함을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할 것이다. 장수 출신인 박상재 작가는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화 하늘로 가는 꽃마차가 당선된 후, 1983년 새벗문학상에 장편동화가, 198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다. 초등학교에서 40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여 황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PEN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오랜 풍파를 거쳐 온 시간의 냄새가 있다.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인 김지연 씨는 자신이 만났던 사물과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삶의 의지를 찾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현재 진안의 공동체미술관 계남정미소와 전주 서학동사진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김지연 작가는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김지연 작가의 두 번째 사진 산문집 <전라선>(열화당)의 책장을 넘기노라면 지난날을 향한 어떤 그리움이 눈앞에 펼쳐진다. 작가는 녹색 지붕의 정미소, 글자가 떨어져 나간 간판의 이발소, 마을 복덕방 같은 근대화상회 등 잊히고 하찮게 여겨지는 근대문화의 징표들에서 우리네 삶의 터전을 발견했다. 그가 삶의 여백에 적은 기억은 사진작품 속에서 시간의 세세한 무늬로 되살아난다. 남광주역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한 남광주역 연작, 전주천을 배경으로 대상을 특유의 쓸쓸한 색채로 담아낸 전주천 연작이 대표적이다. 1999년 여름 한 지역신문에서 남광주역이 곧 철거된다는 기사를 접한 김지연 작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거쳐 온 것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진임을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풍경과 이야기를 담은 1부와 일상에 대한 사유가 돋보이는 2부로 나눠진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역사이자 동시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컬러흑백 사진 59점과 산문 속 나의 모습은 작가의 젊은 시절을 물들였던 지독한 아픔, 그것을 알아준 친구의 믿음, 그 덕에 오늘의 그를 있게 해준 힘을 상징한다. 한편, 이번 이번 책 내용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광주역 연작을 다룬 전시 남광주역, 마지막 풍경은 오는 8월 18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판소리의 미학을 학문 분야에서 다룰 때 가장 첫번째가 주요 용어들에 대한 조사와 정리, 분석 작업이다. 그러나 그간의 판소리 미학 연구는 이 문제를 간과한 채 이뤄져 왔다. 이러한 판소리 미학 연구의 문제점을 꿰뚫은 연구서가 출간됐다. 전북대 노복순 강의전담교수(국어국문학과)가 <소리판, 미학으로 공연을 읽다>를 펴냈다. 이 책은 공연예술로서의 판소리를 음악학과 공연학을 융복합적으로 연구해 소리판의 근본적인 미적 가치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쓰여진 책이다. 즉 판소리를 음악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공연학적 측면에서 소리판에 내재된 의미와 가치를 공연 미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판소리와 관련된 방대한 용어들을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분석하고 계열화층위화 했다는 점이다. 특히 광대 관련 용어는 신재효의 광대가에 나오는 4대 법례를 중심으로 관련용어를 구분했고, 고수 관련 용어는 북가락과 일고수이명창적 의미를 고법 관련 용어와 고수의 기능 및 역할에 관련된 용어로 나누어 살폈다. 또한, 청관중 관련용어로는 귀명창과 추임새 등을 중심으로 미적 측면과 공연학적인 측면에서의 용어를 계열화 하고 그 유기적 관계를 살펴 미학적 기초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축출된 중요 미학 용어를 공연자별로 나누어 해석하였으며 이를 다시 소리판의 공연 미학적 차원에서 조망했다. 또한 판소리 공연 미학 관련 용어들이 실제 판소리 공연 텍스트를 통해 어떻게 적용되어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소리와 아니리, 발림이 효과적으로 구현된 판소리 공연 텍스트를 채보공연보화 하여 음악학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그늘이면상호작용의 미학을 판소리 공연미학의 최상위 지평의 미학적 범주로 규정짓고, 소리판의 예술적 세계관을 해석해 내적 의미와 지향이 갖는 미적 가치를 규명하고 있다. 노복순 교수는 이 책은 판소리와 관련된 방대한 용어를 분석해 수록하고 있고, 소리판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연자들 사이의 긴밀한 유기적 관계, 판소리의 구조적 양식에 내재된 세계관 등을 공연 미학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연구자들뿐 아니라 판소리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 독자 역시 소리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시 밭을 가꾸려는 분들의 마음 속에 별과 꽃이 피는 사랑의 씨앗이기를 희망합니다. 전주 출신 김연주 아동문학가가 키워온 동심꽃이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으로 완성됐다. 최근 출간한 동시선집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기획출판 반딧불)에는 티 없이 맑은 어린이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뿍 담겨있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동심의 작은 씨앗들을 보듬을 수 있어 기쁘다며 동시를 쓸 때마다 친구가 되어준 자연과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연주 아동문학가에게 어린이란, 동심 그 자체이자 해맑은 웃음과 상큼한 향이 나는 예쁜 꽃이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이 할머니 마음 밭이라는 손주의 이야기처럼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시어 구석구석 녹아있다. 책 곳곳을 수놓은 알록달록한 그림도 모두 저자가 직접 그렸다. 물수제비는 어디 갔을까?, 천사의 길, 연못이 웃어요,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 피아노 선풍기 등 총 5부로 나눈 이번 책에서는 70편의 동시를 만나볼 수 있다. 김연주 아동문학가는 1999년 <시와산문>에서 수필, 2017년 <소년문학>에서 동시로 등단했다. 제4회 작촌 신인문학상과 제8회 녹색수필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산문집 <마음밭에도 풀꽃을 심어>, 수필집 <세월이 바람처럼 흘렀다>, 동시집 <작은 꽃별들> 등이 있다.
변혁기나 전환기나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식민지라는 세상의 끝에서 무엇을 목격했을까. 그동안 신봉해왔던 성장과 발전 혹은 풍요가 자본의 식민화나 식민통치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을까. 근대적 이성에 충실했던 식민통치 하의 지식인들은 지배국가의 침탈과 그 지배가 지속되리라 생각했을까. 자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추동해온 그들의 계몽적 이성과 합리주의가 현대에 들어와 설 곳을 잃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여기서 그 반대편에 서 있던 당대의 문제아나 반항자 혹은 분열증 환자, 허무주의적 부랑아들과 조우하게 된다. 이상은 문학계의 괴짜 아니 문제아였다. 二人1에서 감람산의 기독의 납치와 그의 설교 무대를 부수는 지배자를 폭력배 알 카보네로 풍자하며 황제의 초상이 새겨진 세속적 가치밖에 없는 화폐, 그 물질화된 세상의 전복을 시도한다. 그와 같은 시들을 발표하며 이상은 일제 지배권력과 충돌한다. 황제의 화폐가 주는 안락함과 안정성을 욕망하지 않을 때 세계와 불화를 일으킨다. 그는 자본화된 사회와 지속적으로 불화하는 동안 지각되는, 불가능할수록 더 갈구하는 이상적인 진실을 추구한다. 즉 지하생활자 같은 비정상적인 행동들, 서울 뒷골목에서의 방황, 반사회적인 부조리한 만화 그리기, 수업 사보타지, 특히 新婦복장 차림의 위장, 식별 불가능한 분열증적인 자화상, 총독부 말단 관리로 근무하면서 반체제적인 소설 <十二월 十二일>을 총독부 기관지에 발표하는 이중적인 활동, 폐결핵을 인류의 죄에 대한 천벌로 역이용한 발상은 비정상적인 시대에 대한 저항이요, 극심한 고뇌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보영은 이상의 방황과 분열증적인 자기파괴를 반체제적 저항 예술가의 정신적 발전의 과정으로 파악한다. 이상은 그 극단적인 상상력을 심화시켜 어떤 적극적이고 날카로운 발언을 담아낼 틀을 고안해낸다. 통사법이나 띄어쓰기 무시, 암호에 가까운 시어들, 초현실주의적 수법 등이 그것인데 일제의 가혹한 검열로 인하여 반체제적 저항시의 발표가 몹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보영 문학평론가의 <이상평전>은 일제의 조선 강점이라는 절박한 문제에 직면한 작가 이상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기록이다. 존재방식의 지각조차 불가능한 식민지적 삶의 탈출은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고뇌와 시련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보영은 식민지화된 문화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어떤 것인지 그의 생애와 시집과 소설과 산문들 및 자화상의 세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초현실주의적 또는 미래주의적인 기법, 기독교적 상상력과 조형적 상상력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창출한 이상을 식민지시대의 저항작가인 동시에 동아시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의 작품세계와 생애는 아직도 미스터리가 많다. 이상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다.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해양문학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제정된 제13회 해운문학상시상식이 4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전북일보사와 (주)국제해운이 주최하고 해운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해양수산부한국문인협회, 전북예총이 후원한 해운문학상 시상식에는 수상자인 박종은(바다문학상), 홍성남(대상시 해름) 시인과 박일천(본상수필 소금 꽃) 수필가를 비롯해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전북일보 사장), 김남곤 해운문학상 운영위원장,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류희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임병찬 애향운동본부 총재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올해부터 전북일보사가 국제해운과 함께 해운문학상 주최로 이름을 올리며, 해운문학상이 발전하는 데 힘을 더하게 됐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훌륭한 문학상을 공동주최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해운문학상이 앞으로도 잘 개최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전북일보 사장)는 바다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해운문학상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다며 전북도민들께서도 바다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홍성남 시인은 해양수산부장관상과 상금 300만원, 순금 1냥(10돈), 본상을 받은 박일천 수필가는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홍성남 시인은 이제는 집중할 때와 멈출 때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면서 나에게는 해운문학상이 명품 같은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4년 전에 해운문학상 사회자로 나섰던 박일천 수필가는 올해는 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맛봤다. 그는 문학적 소양이 높아서가 아니라 노력과 도전의 결실이라 생각한다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응원이 된다면 앞으로도 묵묵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바다문학상을 수상한 박종은 시인은 해양수산부장관상과 순금 1냥을 받았다. 박 시인은 바라만 봐도 가슴 뛰는 바다, 우리는 그 바다를 품고 사랑해야 한다며 나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문학상은 바다의 날에 맞춰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문학상으로, 올해는 시 533편과 수필 172편 등 총 705편이 접수돼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참으로 늦게, 게으르게 걸어왔다. 늘 자신 없으므로 시달리며. 그러나 삶이여, 내가 얼마나 그대를 사랑했던가. 내 가슴을 세월의 날 선 칼들이 찢어발길 때 내가 맨몸의 치열함으로 마주 설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 아픔의 일회의 신선함들을 나는 그대에게 내보인다. 한국 시단에서 전위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를 쓰는 시인 중 한 사람, 김정란 시인의 <다시 시작하는 나비>가 출판사 최측의농간을 통해 나왔다. 여성 시인으로서 한국 시단이라는 남성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에 하나의 당대적이고 지속적일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 단순히 한 명의 여성 시인이 아닌, 형이상학적 시의 투사라는 면모를 드러내며 치열한 존재 방황을 통한 존재에의 열망. 혹은 그것의 실패라는 결과물을 기록해놓았다는 점에서, 이 시집을 통한 작가의 등장은 하나의 파문과 다르지 않다. 당대 여성 시인들에게 공공연하게 강요되었던 바로 그 기대를 배반하고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그의 시집은 단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정란 시인은 197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1998년 백상문화상 번역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매혹, 혹은 겹침>,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 <스타카토 내 영혼>, <용연향>, <꽃의 신비> 등이 있다.
전북과 깊은 인연, 거장 황석영 ‘금관문화훈장’ 수훈
시간과 존재의 숨결로 표현한 기도 형상
여산장학재단, 제5회 여산문화상 시상 및 장학증서 전달식 성황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전주 MBC 특집다큐멘터리 ‘치유의 손길 생명을 잇다’
전북 민미협 30주년 기념전 ‘동학에서 빛의 혁명까지’
140년 만에 되살아난 ‘전라감영 접빈례’, 옛 외교의 품격을 잇다
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전주문화재단, 2025 이팝프렌즈 예술상 수상 후보자 공모
제3회 전북특별자치도 예술·관광상 공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