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10 18:15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도전과 간섭은 역사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가 <서양 근세 초의 새로운 모습>(신서원)을 펴냈다. 이 책은 복잡다단한 사건이 점철된 16~17세기 근세 초 유럽의 역사를 5부 300쪽에 걸쳐 다뤘으며, 이규하 명예교수가 33년간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강의하고 연구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제1부에서는 서양 중세의 개관, 황제와 교황의 대립충돌을 살피고, 제2부에서는 서양사의 시대구분 이론과 근세 초의 특징을 소개한다. 3부와 4부에서는 프랑스에 대항하기 위한 스페인과 신성로마제국의 연합,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 황제 시대를 통해 근세 초 서양 여러 나라에 새롭게 등장한 왕과 문화를 다룬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의 어머니 후아나 1세의 슬픈 사랑 이야기, 헨리 8세피의 메리 여왕엘리자베스 1세의 치적 등이 주요 내용. 5부에서는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신학적 이유와 교황과의 대립과 충돌을 담았다. 외부로부터의 도전과 간섭은 역사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역사학자 랑케의 말을 인용, 혼란스러운 국내외 문제와 어려운 여건들 때문에 비관하고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치사회적 분쟁의 내용이 많은 이 책이 일반인들의 교양을 위해서 그리고 특별히 학계와 정치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러 신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하늘이 나에게 준 임무라고 생각되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전북대 인문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하버드대학교 연구교수, 전북사학회장, 전북대 인문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5.15 20:14

[신간] 백승종 역사학자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출간

역사학자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가 올해 처음 제정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5월 11일)을 앞두고 동학의 현대적 의미를 새로이 해석한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를 펴냈다. 작가는 동학의 본질을 관계의 질적 전환으로 설명하고, 동학농민운동의 목적을 정의로운 공동체의 건설로 해석하는 등, 역사적 의미를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계보학적 접근도 눈에 띈다. 18세기 정감록(鄭鑑錄)에서 비롯된 사건을 동학의 기원으로 끌어올리고, 그동안 동학과 배치된다고 알려진 성리학이나 불교에서 인물성동이론 미륵하생신앙과 같은 사상적 원류를 발견해냈다. 19세기 조선 사회에 대한 인식 또한 새롭다. 현대정치의 개념으로만 알려진 사회적 합의가 조선의 백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고, 역사에서 무시돼온 소농(小農)과 평민지식인의 역할을 재평가했다. 특히 오는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책이라 더욱 뜻깊다. 1894년 5월 11일 동학농민군이 황토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날을 기린 이 날. 125년이 지난 오늘날 역사상 가장 험난한 시기에 태동해 변혁의 강물로 줄기차게 이어져 온 동학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동학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미래의 동학을 모색할 수 있는 단초를 독자들에게 제시할 것이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5.08 20:14

제13회 해운문학상 대상에 홍성남 시인

제13회를 맞아 더욱 새롭게 거듭난 해운문학상 대상에 홍성남 시인(서울)이 선정됐다. 또 해운문학상 본상은 박일천 수필가(전주)가 영예를 안았으며, 바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기울이는 문학인을 찾아 수여하는 바다문학상수상자로는 박종은 시인(고창)이 뽑혔다. 해운문학상은 ㈜국제해운(대표이사 윤석정)이 매년 바다의 날을 기념하고 해양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해양과 해운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상. 지난 2017년부터 공모의 폭을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올해부터는 전북일보사와 공동주최해 그 의의와 위상을 한껏 높였다.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해운문학상 작품 공모에는 시와 수필 부문에서 700여 편이 응모했다. △해운문학상 대상 - 홍성남 시인 해운문학상 대상 선정작은 시 부문 홍성남 시인의 해름. 심사위원들은 해름이란 말은 해거름의 준말로 우선 제목으로 응축의 이미지를 띄웠다. 생명 의식의 고양이며 정서의 건강성이 돋보였다며 갯벌과 임산부, 만월과 만삭, 청정 바다인 여수해변의 여자만과 여자 등으로 생산성에 연계되는 연상수법의 기교는 상호간을 한 상관속으로 엮는 묘한 수사로써 일품이었다고 평했다. 홍성남 시인은 이런 날이 오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제는 집중할 때와 멈출 때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며 나에게는 해운문학상이 명품 같은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해운문학상 본상 - 박일천 수필가 해운문학상 본상 선정작은 박일천 수필가의 소금 꽃으로 묘사와 설명을 섞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문학적 기량이 탁월했다. 입체적 구성이면서도 문맥의 흐름이 막힘없이 도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일천 수필가는 어스름이 창가에 드리울 때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가족이 모인 저녁 시간이라 기쁨을 나누는 소리가 온 집안을 들썩였다며 텅 빈 백지에 나만의 고유한 빛깔로 물들여 쓴 글이 순간이나마 누군가 공감하고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묵묵히 새로운 나를 찾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바다문학상 - 박종은 시인 바다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종은 시인은 평생을 진정한 교육자로서 교육을 위해 정려했으며, 바다에 대한 분야에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인 점을 인정받았다. 박종은 시인은 끝이 없는 수평선, 희망처럼 나는 바닷새,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바라만 봐도 가슴 뛰는 바다, 그곳은 온갖 생물체의 요람이요 식량의 보고이다며 우리는 그 바다를 품고 사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해운문학상 심사는 시 부문 이향아소재호김영 시인이, 수필부문은 김경희박귀덕 수필가가 맡았으며, 바다문학상 심사는 정군수소재호최정선 시인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6월 4일 오후 4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해운문학상 대상은 해양수산부장관상, 상금 300만 원, 순금 10돈이 주어지며, 해운문학상 본상은 전북일보 회장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공동시상으로 상금 200만 원을 받게된다. 또 바다문학상 수상자에게는 해양수산부장관상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5.08 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유석 시인 - 안도현 엮음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목이 패는 보리밭 두렁에 앉았다. 연두의 눈꺼풀 아래 비 지난 후 볕이 여리고 말갛다. 풀 비린내 같은 게 스미더니 이내 은근해진다. 천지간이 한껏 들이쉬는 숨결처럼 아련한 오월, 들밭에 고추모를 놓다가 한눈파는 촌부의 한갓진 정취인 줄 알겠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이 바쁘다. 빈 대궁을 밀어 올리는 보리목을 물끄러미 바라보아 주는 일, 이랑에 숨어드는 까투리 내외를 못 본 척 눈 흘리기는 것도 따지자면 다 가쁜 봄날의 일.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홀연 이런 글귀가 가슴에 새실거리는 건 또 무슨 실없는 일인가. 두어 달 전쯤 장정이 예쁘장한 시집 한 권이 나를 찾아왔다. 살구꽃 빛깔의 삽화가 몇 장 끼어 있는 그것은 한 사람의 사유가 통조림 된 여느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한 쪽씩 담긴, 생마늘 냄새 같은 게 나는 거였다. 나의 책읽기는 늘 그렇게 조금 게을러서, 마당귀 살구꽃 다 훑어가도록 들바람에 묵혀가면서 읽었다. 한 번 넘겼을 땐 여러 명이 쓴 한 사람의 생 같았고 두 번을 읽은 후엔 한 사람이 쓴 여러 사람의 삶이 넌지시 공명해 오는 오래된 시집 같기도 하였다. 쌉쌀하고 여릿여릿한 생의 순간들이 단색 판화처럼 눌러 찍히는 그것을 뭐랄까, 두서없이 차린 모듬의 살점을 한 점 한 점 집는 느낌? 딱히 그랬다. 그러므로 이 책은 무작정 펼친 쪽을 따라 읽어도 좋다. 감자알처럼 고르게 밑들어 있는 65편의 시들은 틈 날 때 한 편씩 따로 읽어도 그만이다. 나는 식은 귀뚜라미를 주워/ 하현달 눈꺼풀 사이에 묻어주고는/ 그늘로 덧칠해놓은 창을 닫았다(86쪽)를 읽다가 빗소리 곁에/ 애인을 두고 또/ 그 곁에 나를 두었다(50쪽)를 넘겨도 통할 만큼 삶을 대한 시인들의 마음과 사유가 가지런하다. 몇 이랑 건너 제법 먼발치에서 흰 점 하나가 어룽거린다. 맨눈으론 놓칠 수밖에 없는 저만큼의 거리를 끌어오는 것은 나비의 나풀거림보다 보리들의 파란 바탕에 있을 것이다. 한 점 흰 빛을 이끄는 푸름을 촘촘히 따르면 나비의 문양까지를 읽을 수 있고 나비를 쫓다보면 날개 끝에서 보리들의 섬세한 떨림을 볼 수도 있는 것, 시란 아마 그런 것일 게다. 이런 시를 읽어야 하는 그때는 언제인가. 생의 매순간이 필경 그때일지 모를 일, 삶에 대해 누가 서툴게 묻는다면 아무 쪽이든 펼쳐 보이고 싶다. * 김유석 시인은 김제에서 출생해 농사 지으며 살고 있다.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이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활동 해 왔다. 그 동안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 두 권의 시집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5.08 20:14

고 오하근 평론가 문학비, 김제 청운사 연지에 세워

한국문학 연구와 지역문학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오하근 문학평론가의 문학비가 드디어 건립됐습니다. 고 오하근(1941~2017) 문학평론가를 기리는 문학비 제막식이 지난 3일 김제 청운사 연지에서 열렸다. 이날 제막식은 호병탁 시인의 사회로 서재균 오하근문학비건립추진위원장의 인사말, 장지홍 오하근문학비건립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 안평옥 시인의 추모시 낭송, 제막,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제막식에는 생전 고인과 함께한 문학계 인사들을 비롯해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청운사 주지 도원스님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오하근 평론가의 문학적 업적을 되새겼다. 장지홍 집행위원장은 오늘의 시간이 만들어지기까지 문학 동인회 문예가족, 전북대학교 국문과 제13회 동기생들, 고 오하근 교수가 발의해서 만들어진 금요회 사람들, 맥랑시대가 주축이 되어 마음을 모았다며 여기 청운사 부지에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 주지 스님께 고마운 인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이날 문학비가 세워지기까지는 건립장소 결정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추진위는 김제시와 협의를 통해 김제 중앙체육공원으로 위치를 조율해 오던 중 제막식 한 달을 앞두고 담당자의 전출, 김제시 공원사용 조례라는 문턱에 가로막혀 표류했고, 김남곤 시인과 도원 스님 도움으로 김제 청하면 청운사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비 비문은 평론가 전정구 교수가 쓰고, 글씨는 송하선 교수가 맡았다. 고 오하근 문학평론가는 김제 성덕 출생으로 전북대를 졸업했으며, 1981년 <현대문학> 평론 부문으로 등단했다. 저서는 <원본 김소월 전집>, <정본 김소월전집>, <김소월 시어법 연구>, <한국현대시 해석의 오류>, <전북 현대문학>, <가슴엔 듯 눈엔 듯 도 핏줄엔 듯> 등이 있으며, 목정문학상, 김환태 평론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식
  • 2019.05.06 19:05

[신간] 김인태 정읍시 부시장, 첫 시집 ‘숲이 있어 길도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흙과 먼지, 하늘, 바람, 산과 바다, 심지어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에 이르기까지 이유 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김인태 정읍시 부시장이 첫 시집 <숲이 있어 길도 있다>(도서출판 바람꽃)를 펴냈다. 너, 인생이 뭔지 아니?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대학 선배가 했던 말. 김 부시장은 선배의 화두가 살아오는 내내 가슴을 지배하여 왔고,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는 실오라기 한 점 한 점을 엮다 보니 한 권의 시집이 됐다고 했다. 정해진 길로만 걸었네 / 한눈팔지 않고 걸었네 / 목적지는 없었지만 / 이 길이 갈 길이라 믿고 / 우직하게 걸었네 // 어느 비 오는 날 /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 누군가 계속 속삭여오네 - 새싹 기르기 중. 시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순환 순서에 따라 총 77편의 시로 구성됐다. 제1부 봄 에는 팔십억 개의 세계를 비롯한 15편, 제2부 여름에는 가려진 하늘을 보며 등 22편, 제3부 가을에는 황금빛 꿈 등 23편, 제4부?겨울에는 눈꽃을 비롯한 17편의 시가 실렸다. 이병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는 강이 있어서 다리가 생겨나는 이치인 것처럼 김인태의 시들은 질곡의 현상들을 먼저 읽어낸 다음, 돌연 숲 사이로 감춰져 있던 희미한 길 하나를 찾아내 우리에게 제시해준다고 평했다. 또 김익두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시 해설을 통해 그의 시가 지향하는 것은 언제나 맑게 갠 푸른 하늘이다며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의 맑은 영혼에 빠져든다고 했다. 김 부시장은 전북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군산시청 세무과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전북도 정책기획관과 문화체육관광국장을 거쳤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5.01 19: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시인 - 유강희 동시집 ‘손바닥 동시’

딸아이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집 앞 국숫집에 갔다. 양은그릇에 가득 담긴 국수를 사람들이 소리 내며 먹고 있다. 유강희 시인의 짧은 동시 국수 가족이 떠오른다. 호로로호로록/후룩후루루룩/뾰록뾰로로뾱, 국수 먹는 소리와 모습을 이보다 더 실감나고 재치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면발을 맛있게 마시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시집 이외에도 여러 권의 동시집을 낸 유강희 시인이 최근에 <손바닥 동시>란 새로운 형식의 동시집을 펴냈다. 시인이 10여 년 전, 바닷가를 거닐다가 손바닥에 짧은 시를 쓰면서 손바닥 동시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손바닥 동시 형식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글자 수가 시조의 앞 첫 구만으로 짜인 3행의 시다. 이번 동시집에는 모두 10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번 동시집에선 천둥이 치거나 모기가 물어도 눈만 꿈벅이는 소, 오늘 방학을 한다면 야호, 소리를 지른다는 하느님, 뾰 한 글자로 생명의 설렘을 노래한 봄, 누군가 놀래키면 멈출 것만 같은 뻐꾸기 딸꾹질, 컵라면 뚜껑 위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사람, 참새도 박새도 와서 먹는 까치밥, 개미가족 소풍에 꽃 양산이 되어주는 살구꽃 등 천진한 동심의 언어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손바닥 동시>엔 특히 시인이 강조해 온 생명심으로 우리 주변의 사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고 진솔하게 담고 있어서 주목된다. 그래서일까. 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순수한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고, 진하게 농축시킨 간결한 언어에 마음의 발길이 멈추곤 한다. 그런가 하면 웅덩이가/날개를/편다(차가 지나갔다)에선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스마트폰에만 빠져 사는 딸아이에게 손바닥 동시 몇 편을 읽어주고 제목을 맞혀보라 했다. 딸아이는 깔깔대며 웃기부터 했다. 둘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평범해 보이는 사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걸 짧은 몇 마디 언어로 표현한 동시가 딸아이는 퍽 신기했던가 보다. 우리는 그날 서로 제목을 묻고 답하며 한바탕 손바닥 동시놀이에 푹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일 모레가 어린이날이다. 각종 영상 매체와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누구나 쉽게 쓰고 즐길 수 있는 유강희 시인의 <손바닥 동시>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 * 김헌수 시인은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삼례터미널로 등단했다.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북작가회의 회원, 동시창작 모임 동시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5.01 19:15

[신간] 전라도 관찰사 서유구의 ‘완영일록’ 완역

조선 시대 관찰사는 각 도에 파견돼 지방 통치의 책임을 맡았던 지방 최고의 장관이다. 왕명을 지방 수령에게 전달하고, 수령의 근무실태를 평가해 1년에 두 번 장계를 올렸으니 그 권한이 막강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관찰사의 행정 일기 <완영일록>이 완역돼 나왔다. 조선 시대 관찰사 제반 공문서 기록으로는 유일한 자료일 뿐 아니라 당시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에서 행해진 지방 통치 및 재정 운영과 다양한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 책은 2016년부터 2년간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아 완역한 것을 바탕으로 2018년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원문 표점 작업을 부가하여 번역의 전문성을 높이고 윤문과 용어 정리 등 가독성을 높이는 작업을 통해 출간하게 됐다.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는 1833년(순조33) 3월에 임명을 받고 4월 10일에 전라도 관찰사 겸 병마수군절도사 도순찰사 전주 부윤으로 부임해 이듬해인 1834년 12월 30일까지 21개월 동안 재임 기록인 <완영일록>을 남겼다. <완영일록>은 전라도 관찰사로서 수행한 공무와 위로는 국왕과 중앙 각사, 아래로는 각 지방 수령 및 백성들과 주고받은 문서가 기록돼 있다. 전라도 관찰사로서 발생하는 공문서 기록을 처음부터 기획했고, 공문서가 발생하면 내용만을 간추려 날짜별로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완영일록>은 관에서 펴낸 사료는 아니지만 여러 정황으로 전라도 관찰사의 공식 업무와 공문서를 기록하였기 때문에 등재된 문서는 전라감영의 공문서라 할 수 있다. 특히 관찰사 재임 전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공문서를 모아 기록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완영일록>은 전라도 53개 고을과 병영각 진(鎭)과 제주도의 행정, 군사, 사법을 관장하였던 감사의 주요 업무를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망궐례, 진상 시기와 물품, 과거시험, 수령의 고과 방법과 시기, 환곡 수송, 진휼, 효자 정려(旌閭), 조경묘경기전의 봉심 시기와 절차 등 당시 전라 감영 행정 전반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과 이를 시행하라는 문서들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전라도 관찰사를 중심으로 한 공문서 행이 과정과 당시 전라도 관찰사의 주요 업무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나아가 지방 통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찰사와 예하 수령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당대 사회의 가장 시급한 사안은 무엇이었는지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풍부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 <완영일록>을 비롯해 전라 감영 관련 기록물들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기록물을 활용한다면 전주뿐만 아니라 56개 주 전라도 전역의 사료가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5.01 19:15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① ‘정읍사’(井邑詞) 다시 알기

오래 전부터 전라북도를 예향이라 일컫고 있다. 그런데 다른 지방 사람들이 전북이 왜 예향이며, 한국문학의 메카라 하느냐고 물으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삼국시대 이후 한국문학의 발자취를 살펴 그 답을 찾아보는 의미에서 전라북도문학관(관장 류희옥)의 지상강좌를 마련했다.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문학의 메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주장의 큰 기초가 되는 작품이 바로 정읍사(井邑詞)이다. 정읍사는 백제 때의 민간 가요로서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 있고, 한글로 전해오는 유일한 작품이요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 정읍사는 노래로 불리던 것으로 본 내용에 여음구가 붙여지게 되었다. 본 내용만 추리면 3장 6구의 시조 형식을 띠는데, 이를 근거로 정읍사를 시조의 원형으로 삼기도 한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 全져재 녀러신고요. 즌 데를 드데욜셰라. / 어느이다 노코시라. 내 가논 데 졈그를셰라. 석 줄의 짧은 가사에 지나지 않으나, 이 노래가 이토록 오랜 세월 불리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첫째,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평이하고 소박한 내용이다. 행상 나간 지아비를 걱정하는 지어미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쉽게 헤아릴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다. 둘째, 이 작품에서 달은 작품의 배경이 되면서 이 시의 가장 강력한 상징성을 띤다. 달을 통해 지어미의 간절한 기원은 온 누리로 확장된다. 또한 전져재 녀러신고요(전주시장을 다니시는가요)라는 구체적인 상상은 지역 명칭과 더불어 실감을 주면서 시적 형상화를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셋째, 즌 데(진 곳)와 졈그를셰라(저물세라)가 가지는 은유는 이 시를 최고의 시로 끌어올린다. 사실 땅이 진 곳 그 자체를 걱정할 여인은 없을 것이다. 이 진 곳은 여염집 여인들이 가장 염려하는 곳, 즉 여자들의 유혹이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을 말할 것이다. 술집이나 유곽쯤으로 생각하면 딱 맞을 그런 은유다. 그러니 이 노래에 담긴 여인의 마음은 사실 보이지 않게 애가 닳는다. 그러한 실정이니 이 지어미에게는 지아비가 벌어올 돈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사랑하는 낭군님이 염려될 뿐이다. 그래서 어느이다 노코시라는 지극히 자연스레 다가온다. 어느 것이든 다 놓고 오십시오. 이 말 한마디는 얼마나 통쾌한 표현인가. 내 가논 데 졈그를셰라 역시 깊은 은유를 담고 있다. 어조의 흐름으로 볼 때 내는 남편을 가리킨다. 날이 저물어 남편이 진 곳을 밟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남편이 해를 입어 어둠 속에 빠지면 지어미 자신의 삶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내는 지아비와 지어미 자신을 동시에 함축하는 표현이 된다. 이는 부부일심동체라는 우리 민족의 사상 체계와도 맥을 함께한다. 이렇듯 평이하면서도 여염집 여인의 염원이 지극한 사랑으로 형상화된 작품은 찾기가 쉽지 않다. 한글로 전해오는 가장 오래된 노래가 이러할진대, 이 정읍사는 우리 전라북도의 문학적 자긍심을 갖게 하는 출발점이라 하겠고, 우리 도민은 이 정읍사를 더욱 소중히 아낄 수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 정읍사는 여러 가지로 풀어야 할 게 있다. 이 노래는 백제 노래인가 신라 후기 노래인가, 제목이 정읍인가 정읍사인가. 노래 속 가사가 全져재인가 져재인가. 망부석의 위치는 어디인가 등이 그것이다. 원광대 국문과에 재직하였던 이상비 교수는 『새 자료에 의한 한국문학사의 재평가』(1997)라는 저서의 「백제가요 정읍 신고」라는 논문을 통해 정읍사와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밝혀 놓은 바 있다. 그 중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명이 정촌현(井村縣)에서 정읍현으로 바뀌게 된 것이 경덕왕 16년(757)이니, 정읍사는 백제의 노래가 아니고 신라 후기의 노래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비는, 일단 지명이 개정되면 그 지명으로 된 모든 명칭은 일제히 고쳐져서 통용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향가 처용가에서 서라벌이 동경으로 고쳐졌듯이 정촌(井村) 역시 정읍으로 고쳐져서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읍사는 신라 후기 경덕왕 16년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 백제 때부터 불려왔다는 것이다. 이상비는 본래 노래의 명칭이 정읍인데 김태준이 『고려가사』에서 정읍사로 명명하면서 명칭이 정읍사로 굳어진 게 아닌가 보고 있다. 아울러 『삼국유사』의 향가 관련 진술 또는 『고려사』의 속악 관련 진술을 통해 사(詞)는 가(歌)의 개념이 아닌 가사(歌詞) 곧 노랫말의 개념임을 밝히고 있다. 唱海歌詞曰(해가를 불렀는데 노랫말은 가로되)처럼 歌井邑詞(정읍을 불렀는데 그 가사는), 唱動動詞(동동을 창하였는데 그 가사는)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결국 정읍사의 본래 명칭은 예로부터 정읍이지 정읍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악학궤범』에 나오는 後腔全져재녀러신고요의 후강전을 악곡상의 명칭으로 보고 져재 녀러신고요로 여겨 왔으나, 이상비는 후강전이라는 악곡 명칭은 없고 전져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완산지(完山誌)(1958년 간)를 입수하였는데, 원본이 조선 정조 때인 이 책을 통해 전주를 전으로 표기한 사례를 두 곳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전주를 전으로 쓰게 된 연유로 한문의 약칭성향을 들었고, 또한 노래의 가사이기에 전주져재보다는 전져재가 훨씬 노래 호흡에 맞다는 김형규의 주장(『고가요주석』, 1968)을 소개하며 이에 힘을 싣는다. 망부석의 위치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정읍현의 望夫石在縣北十里其曲曰井邑(망부석은 관아에서 북으로 십리에 있다. 그 곡의 이름은 정읍이다)라는 표현에서 그 근거를 삼게 된다. 그런데 망부석의 위치로 잡은 현재의 정읍사공원은 백제 당시의 현을 추론하여 정한 것으로 현을 지금의 정해(井海, 샘바다)로 잡은 것이다. 이상비는 현북십리는 당연히 『동국여지승람』을 편찬할 당시의 현청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의 표기에서도 정읍사가 아닌 정읍으로 표기된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상비는 당시의 현청 자리를 자료를 근거로 하여 찾았는데, 호남고등하교와 동초등학교의 중간 지점에서 동초등학교 쪽으로 2분의 1쯤 다가선 지점으로 보았다. 그렇게 찾아낸 현청을 중심으로 내장산, 오봉산, 반등산 등의 거리를 역산하여 망부석의 위치를 제시하였다. 그곳은 정읍시 북면 승부리 너머의 오르막의 면소재지가 보이는 곳이 꼽힐 뿐이다. 따라서 이곳의 오르막의 산석을 골라 망부석을 삼을 것이고, 적당한 돌이 없다면 조형물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악학궤범에 나오는 백제 당시의 망부석은 긴 세월 동안 얼마든지 망실될 수도 있고,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망부석을 가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읍이라는 악곡은 엄연히 불렸었고, 그 가사 또한 엄연히 전해오고 있다. 정읍사를 정읍으로 바로잡기도 힘들고, 이미 세워진 정읍사공원을 옮기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을 가려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이다. 최소한 망부석이라도 제 위치에 세우고 그 진실이라도 알리는 작업을 해나간다면 그 노력 또한 찬사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전라북도를 한국문학의 메카라고 하며 자부한다면, 전라북도 차원의 협조와 지원 또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진실을 밝혀 주시라.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19.05.01 19:15

한국·전북 문학 큰 족적, 문학비 건립으로 기린다

한국현대시를 정치하게 해석하여 비평의 깊이를 더했으며, 전북문학의 역사를 체계화하여 지역문학의 위상을 적립하였기에 그 업적을 기려 여기 비를 세운다. 고 오하근(1941~2017) 문학평론가의 문학비 제막식이 오는 5월 3일 오전 11시 김제 청운사 연지에서 열린다. 이번 문학비 건립은 생전 한국문학 연구와 지역 문학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오하근 문학평론가를 기리기 위해 고인과 평소 각별한 교분을 나눈 지인 97명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추진됐다. 따뜻한 마음이 모였지만, 문학비 건립까지 순탄하게만 흘러온 것은 아니다. 이날 문학비가 세워지기까지 숱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문학비 건립을 추진한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5월 뜻을 모아 같은 해 11월 김제 시민문화체육공원에 문학비를 세우기로 결정했지만 추진 과정에서 의견 차이 등으로 건립이 미뤄져 왔다. 하지만 고인을 기억하는 지인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 문학비 건립에 다시금 뜻이 닿았다. 문학비에 들어갈 비문은 전정구 문학평론가가 맡았고, 글씨는 송하선 시인이 썼다. 가장 결정하기 어려웠던 건립 위치는 김제 청운사 연지로 정했다. 3일 열리는 제막식은 호병탁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며, 서재균 오하근 문학비 건립 추진위원장의 인사말과 장지홍 오하근문학비건립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 안평옥 시인의 추모시 낭송이 이어진다. 이어 문학비 제막과 가족대표 인사, 헌화와 분향 등의 순서로 예정됐다. 서재균 추진위원장은 뜻하지 않게 어려움이 생겨 당초 예정일은 넘겨 고 오하근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비가 건립하게 됐다며 바쁜 일정에도 밝은 웃음으로 이야기하던 선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뜻있는 제막식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제 출신인 오하근 문학평론가는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석사, 전남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부안여중고와 전주해성고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군산공업전문대와 원광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를 지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과 중국 연변대 교환교수로 활동했고, 원광대 명예교수를 역임했다. 1981년 현대문학 불, 그 영원한 종합으로 등단했고, 2002년 목정문학상, 2011년 김환태 평론문학상, 2013년 전북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장, 석정문학관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원본 김소월 전집, 정보 김소월 전집, 김소월 시어법 연구를 발간해 소월시 연구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이후로도 한국현대시 해석의 오류, 전북현대문학등의 저술로 평론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였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4.25 20:3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황보윤 ‘모니카, 모니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작가로서 출발은 반항심에서 연유한다고 정의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해 갖은 재주를 동원하여 또 다른 삶과 사람을 창조해 낸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실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글을 통해 직성을 푸는 것이라 했다. 황보윤 작가가 단편소설 7편이 담긴 소설집 <모니카, 모니카>를 펴냈다. 이 작품에서 갖은 재주를 동원했다고 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탐구한 노력이 보인다. 쓰기 위해 많이 배우고,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려 했던 흔적이 담겨있다. 내가 아는 황보윤 작가는 자신의 재능을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또한 무책임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너무 군더더기가 없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게 맞을 듯싶다. 7편의 색깔이 모두 다르고, 공감을 끌어냈다. 블랙코미디 같은 요소도 있어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이들 단편 중 완벽한 가족은 KBS라디오 문학관-(2019년 1월 27일)에 방송된 바 있다.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인물들의 감정을 더 섬세하고 생생하게 만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중성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두 개의 별이 서로 가까이 있는 이중성 즉 그 별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끌어낸 구조를 쉼 없이 따라갔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맨 뒤에 있는 게 유감이었다. 언젠가 황 작가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했다. 작년 12월, 전주에 한 서점 책방 놀지에서 황보윤 작가의 북콘서트가 열렸었다. 그런 나의 팬심을 달래주듯 그날 작가와 독자가 함께 이중성 한 편을 완독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 줄 모르게 푹 빠졌었다. 조금씩, 조금씩 고인 약수는 한 바가지 가득 담겨 어떤 이의 갈증을 풀어준다. 넘치지 않게 스미듯 고이지만 그 물은 큰 힘을 발휘한다. 황보윤 작가의 소설 속에서 독자인 내가 그 갈증을 푼 기분이다. 내가 처음 황 작가의 소설을 접한 것은 로키의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에 푹 빠져 침을 꼴깍이며 읽은 기억이 새롭다. 그 안에 함께 실린 산수유 아래서는 꽉 막힌 곳에 있는 한 여자를 무심한 듯 풀어주는 결말에서 묘한 해방감을 함께 느꼈었다. 한 곳에 기울지 않는 다양한 시도는 황보윤 작가의 힘이다. 독자로 로키의 거짓말에 이어 모니카, 모니카의 순례를 함께 했다. 그녀의 내면에 담긴 또 하나의 세상을 접했다. 그 다음에 어떤 길을 열어 함께 걷자고 손짓할지 황보윤 작가의 향후 행보에 사뭇 설렌다. * 김영주 작가는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했으며,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마키코 언니를 출품해 등단했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전북작가회의 회원, 동시창작 모임 동시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4.24 20:20

[신간] 세월의 향기 켜켜이, 진솔한 삶의 진경

바다의 언어는 파도다 / 밤낮없이 제 살을 주름잡아 / 세상을 일깨우는 / 메시지를 보내지만 / 사람들은 그것을 풀지 못해 / 천지창조의 주역과 조역을 / 알지 못한다 (전병윤 시 바다의 언어 중) 진안 출신 전병윤 시인이 팔순의 인생 여정을 통해 쌓아 온 자연, 가족, 고향, 시국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시집 <바다의 언어>(도서출판 북매니저)에 담았다. 시인은 표제작인 바다의 언어에서 파도를 우주의 역사를 상형문자로 기록한 바다의 언어라고 표현했다. 이 시집에서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은 더 있다. 시인은 서시 바다를 비롯해 바다와 고군산군도, 바다와 섬 1, 2, 바다의 생각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영감의 보고인 바다를 종이 위에 불러낸다. 전병윤 시인은 서시 바다에 바다가 바다의 언어로 인류에게 보내온 메시지들 풀어보는 날 올 것이라면서 강의 탯줄이 길을 내고 있는 한 바다는 만년 청춘, 푸르게 푸르게 육지의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보내겠단다라고 적었다. 평설을 쓴 소재호 시인은 전 시인의 시를 두고 만물을 서정적으로 영활케 하는 건강한 정서의 서정시라고 말했다. 전 시인의 시편을 개관해볼 때 인간성 고양의 문제, 유년의 고향에 대한 향수, 부모에 대한 애틋한 경모, 자연 예찬, 자연귀의적인 도교풍의 사유, 시국에 대한 정의로운 사념이 시적 형상화로 변용된다는 설명이다. 팔순까지 누적되어 온 삶의 진솔한 진경은 고매한 선비 행장 바로 그 자체이고, 그래서 전 시인의 시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정서를 동반한다고도 강조한다. 유년시절 아늑한 시골집의 정경과 평화로운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낸 고향집, 민중의 삶과 민주주의의 열망을 그려낸 1987, 자연의 순리 앞에 인간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단풍과 설원, 바람의 씨앗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온글문학상 수상자인 전병윤 시인은 환갑의 나이인 1996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해 시집 <그리운 섬>, <산바람 불다> 등을 펴냈다. 진안문인협회 초대 회장으로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열린시문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북문학상, 작촌문학상, 전북문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4.24 20:20

[신간] 라진숙 첫 시집 ‘어머니의 옹심이’

글을 쓴다는 것은/ 사유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혼탁한 나를 비우고/ 무너진 나를 일으켜/ 맑아지고 새로워진/ 나만의 우주를 소유한다는 것이다(사유의 공간 중) 어릴 적 문학소녀의 꿈을 간직한 채 십수 년을 문학에 열망해 온 작가의 첫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타향에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헛헛한 마음을 담아낸 라진숙 시인의 <어미니의 옹심이>가 그것. 시집에는 표제작 어머니의 옹심이와 서울과 소울, 아드님 전상서 등 모두 87편의 시가 빼곡히 실려있다. 이향아 시인은 발문에서 라진숙에게서는 디아스포라와 관련한 의식, 예를 들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나 이국 생활에 대한 쓸쓸함을 찾기가 어렵다. 그는 처음부터 튼튼하게 착근하였고, 지금은 뿌리가 건강하게 뻗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정서가 거세지 않고 유연하며, 다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것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애와 깊은 신앙심, 그리고 본인의 신실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 시인은 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며 글쓰기는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라고 예찬했다. 자신만의 글 쓰는 공간, 즉 자신만의 세계에서 글쓰기를 연마하며 이민의 생활을 잘 견뎠고 시인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군산 출신인 시인은 초중등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다양한 재능의 소유자다. 1981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세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문학시대 창간 30주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올해 2월 도서출판 마을에서 첫 시집을 내며 꿈을 이뤘다. 미주크리스챤 문인협회 회원과 시와 시인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4.24 20:20

[신간] 완주예총 창립 이후 4년의 발자취 담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완주지회(회장 국중하, 이하 완주예총)의 지난 4년간의 성장모습을 돌아보고 발자취를 재조명하기 위한 책이 나왔다. 완주예총을 의욕적으로 이끌어 온 문인협회, 국악협회, 사진작가협회, 음악협회, 연예협회 회원들의 활동과 화합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4년간의 첫 임기를 마친 국중하 완주예총 초대 회장은 지난 2015년 1월 29일 출범부터 인연을 함께 해오며 역사의 초석을 다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국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문화예술이 주민의 격조 있는 삶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4년 전 완주군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깃발이 드높이 펄럭이던 그날을 떠올렸다. 완주예총 창립과정을 비롯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회원 활동, 지역 예술인들의 삶, 지역 문화예술 현장 등이 기록된 <완주예총사>에서는 완주예총이 4년간 겪은 고민과 안타까움도 엿보인다. 완주예총 제2기 자문위원장을 맡은 김남곤 시인은 축시 길을 내고 길 위에서 길굿을 쳤네를 전하며 완주예총사 발간을 축하했다. 축사를 전한 박성일 완주군수는 완주군민 누구나 자신의 삶을 즐기고 사랑하는 생활예술이 뿌리내리길 기대하며 완주예총이 지속적으로 그 디딤돌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과 하철경 한국예총 회장도 축사를 통해 완주지역의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4년을 이끌어 오신 국중하 회장과 완주예총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사진 자료도 풍부하다. 완주예총 출범을 알린 제1차 이사회, 창립총회, 완주예총세미나, 완주예술제, 찾아가는 예술무대, 완주예술인의 밤, 실버가요제, 찾아가는 예술포차, 맛있는 음악회, 완주예술인의 밤, 국악한마당, 실버가요제, 권삼득 국악대전 등 완주예총에서 주최한 크고 작은 문화예술행사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완주예총의 역사 △완주예총 세미나 △완주예술제 △완주에 살어리랏다 △예술과의 접목 찾아가는 완주기업 △완주 마을이야기 △완주예총 6개 협회 △완주 풍경과 먹거리 △완주문화예술 쉼터 △완주예총 회원 조직 및 사진 등 7가지 주제와 3가지 부록으로 구성됐다. 제1부 완주예총의 역사에서는 지난 2016년 11월 30일 진행한 국중하 회장과 박성일 완주군수의 특별 대담 으뜸 문화예술 도시로 발돋움도 실렸다. <완주예술> 편집장을 맡아온 조미애 시인은 완주예총 역사가 시작된 2015년 1월 29일 창립식을 불모지에 완주예총이 출범하던 날로 소개했다. 국악, 문인, 사진, 연극, 음악협회 등 5개 협회, 회원 180명으로 출범한 완주예총의 창립으로 전북예총은 10개의 장르별 협회와 10개의 시군예총으로 이뤄진 1만여 회원을 갖게 됐다. <완주예총사>의 편집위원으로는 조미애 편집장을 비롯해 김사은, 김진형, 김광식, 박은주, 손현배, 이준호, 정상식, 진영언 씨가 참여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4.24 20:20

[신간] 25년간 꾸준하게…‘문예연구’ 지령 100호

계간 종합문예지 <문예연구>(발행인 서정환, 발행처 문예연구사)가 2019년 봄호를 발행하면서 통권 지령 100호를 기록했다. 지난 1994년 3월 창간호를 내고 25년만이다. 일 년에 네 번 출간하는 계간지의 특성 상 그동안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이 꾸준히 발행해왔다는 이야기다. <문예연구>는 전북지역 대표 종합 문예지로서 다양한 기획과 특집을 통해 근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요 문인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함은 물론, 국내외 문예 양상과 한국 문학의 흐름을 점검해왔다. 특히 2009년부터 연재한 기획 우리시대 우리작가를 통해 전북지역 대표 문인들의 문학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문예연구> 지령 100호에서는 우리시대 우리작가 29인의 초상을 한 자리에 모았다. 29번째 우리시대 우리작가에서는 정읍 출신 강인한 시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살폈다. 또 100호 기획특집 지역문학과 문예연구에는 △최명표, 축! 문예연구 지령 100호 △변종태, 지역 문예지의 위상과 역할 △박태일, 지역문학과 지역문학 연구의 길이 실렸다. 최명표 문학평론가는 <문예연구>는 지역이 주체가 된 글쓰기를 염원한다. 그것이야말로 창간사에서 다짐했던 새로운 문예 지평을 개척하는 원동력이라면서 나아가 <문예연구>는 전북 문단과의 긴밀한 연대 속에서 바르고 아름다운 문단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인 21명의 신작시 42편을 비롯해 허수정 작가의 연재장편 소설 朝鮮術士 우송 日本救出 제3편과 신승민 작가의 단편소설 가신(家臣)도 만나볼 수 있다. 이 계절의 문학에서는 시평에 김정배, 소설평에 현순영, 영화평에 신종곤이 참여했다. 서평 부문에서는 △이혜경, 차현각 시집 귀를 열다 △서철원, 장마리 장편소설 블라인드 △정민구, 염창권 평론집 존재의 기척을 소개한다. 한호철 아임 사마리안, 정해자 다행, 전성권 책보 등 수필 세 편도 수록됐다. 100호를 맞은 만큼 창간호인 1994년 봄호부터 2019년 봄호에 이르는 25년 역사의 <문예연구> 총 목록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문예연구>는 1994년 창간호에서 문학은 새로운 시대의식을 형상화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인간정신의 소산이라는 신념을 펼쳤다. <문예연구> 편집위원 일동은 책 머리말을 통해 이제 지령 100호의 발간을 맞아 계간 종합 문예지로서의 위상을 더욱 드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자 한다면서 중앙 중심의 속성이 강한 우리 사회의 문화 풍토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해 이만큼 성장해 온 <문예연구>의 지령 100호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고 밝혔다. 한편, <문예연구>는 탄탄한 기획력과 우수한 필진 확보를 인정받아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지발간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문예연구사는 전북지역 대표 문예지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오는 8월 전국 7대 문예지 편집자와 문인 2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 지역문예지 편집자대회 전주축제를 열 계획이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4.17 20:16

[신간] ‘북한 비핵화’ 급변하는 국제정세, 장편소설로

#핵이 있는데 어떻게 한반도에 평화가 옵니까? #중국도 핵이 있슴네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하고 있슴네다. 그런데 왜 공화국 핵만 문제가 됨네까?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암투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그린 소설이 나왔다. 김진명 장편소설 <비밀거래>(집사재). 이 소설에서 김진명 작가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 시대의 소명으로 보고, 지금이 남북통일의 골든타임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설에는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등 신존인물이 등장한다. 팩트에 픽션을 더해, 독자 공감대를 넓힌 것. 김 작가는 서문을 통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누가 풀 것인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대담함이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니, 한민족의 절체절명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남북분단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슬픔과 납북된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한민족 통일을 기원한다고 했다. 작가는 전주대 총학생회장,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전북도의회 도의원, 임실예총 초대회장 등을 지냈고, 장편소설 <섬진강 만월>, 단편소설 <흰 연꽃>, <반항>, 수필집 <섬진강 패랭이꽃>, 시집 <가을 들녘>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4.17 20:1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