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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기 시인 시선집 ‘고래 사냥’

미혹의 잠에서 깨어나도록 나를 일깨우는 것, 내가 시를 쓰는 행위는 곧바로 여기에 있다. 1982년 간첩조작 사건 일명 오송회 사건으로 시련을 겪은 강상기 시인이 시선집 <고래 사냥>(시선사)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그간 강 시인이 발간했던 다섯 권의 시집 중에서 72편의 작품이 실렸다. 시인의 첫 시집에서 다섯 번째 시집까지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대체로 모든 작품이 균일한 정서를 전한다. 시집은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시로 엮어졌으며, 시인 자신의 실존적 깨달음을 함축하고 아울러 대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시들로 짜여 있다. 이 밤은 // 달도 없고 // 손가락도 없다 - 그믐밤 . 몇 자 안 되는 짧은 시로 현시대의 모습을 이렇게 잘 그려낼 수 있을까. 누구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시큰거리는 감정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강 시인은 후기 시인의 산문을 통해 늘 즐거운 마음으로 사물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손을 내민다며 아울러 세계의 탐색에는 시련과 고뇌가 따르지만 그 속에 성취의 기쁨이 있고 그래서 시를 쓴다고 말한다. 시인의 삶에 대한 열정과 인간애는 그의 시 씨앗에 잘 표현돼 있다. 씨앗은 / 수천 송이의 꽃과 / 수천억의 이파리를 가두고 있는 감옥이다 // 감옥을 파괴하라 / 파괴된 감옥이 다시 감옥을 만들지라도 // 아름다운 꽃이 피고 / 푸른 이파리들이 살랑거리는 세상을 위하여 / 감옥을 파괴하라 - 씨앗. 강 시인은 1946년 임실에서 출생했으며,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민박촌>, <와와 쏴쏴>, <콩의 변증법>, <조국 연가>, 산문집으로 <빗속에는 햇빛이 숨어 있다>, <자신을 흔들어라>을 펴냈다. 지난해 한국예술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문학부문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문학동인회 포엠만경 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09 16:16

[신간] 국어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든 문학캠프

정읍 태인여중 국어교사로 교단에 선 홍숙정 씨는 교직 7년차가 되던 1994년부터 학생들과 문학기행에 나섰다. 2000년부터는 정읍국어교사모임 주관 문학캠프에서도 중심 역할을 했다. 홍 씨는 공립학교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고창 해리중, 성내중, 정읍고, 전주 용흥중에 재직하는 동안 방학과 토요일을 활용한 문학캠프를 계속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학습연구제를 보내며 <학생들과 함께 만든 문학캠프>(신아출판사) 두 권을 썼다. 1권 내장산 산꽃과 2권 동진강 들꽃으로 나눠진 이 책에는 홍숙정 씨가 국어교사로서 20여 년간 계속해 온 문학기행과 문학캠프에 대한 기록이 차곡차곡 담겼다. 본래 작가를 꿈꿨다는 홍숙정 씨는 글을 정리할 때 처음과 끝을 먼저 써두고 시작하는 버릇이 있는데, 1권 내장산 산꽃에서도 처음인 내장산과 끝인 가슴에 지는 낙화소리 초고를 2017년에 먼저 썼다고 했다. 이 두 편의 제목은 황지우와 신석정 시의 제목에서 가져왔고 소설의 허구성을 차용했단다. 공동체 문학캠프는 지역에 뿌리내리는 어린 학생들을 키워내고 갈수록 줄어드는 시골학교의 한계를 연대의 가치로 풀어내는 기회가 됐다. 정읍국어교사모임 주관으로 문학캠프가 진행된 것은 10년이지만 그 전후로 홍숙정 씨가 개별적으로 진행해온 문학기행이 적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문학캠프라는 큰 범위 안에 문학기행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글을 정리했다. 안도현 시인은 국어교사로서 홍숙정은 야무지다.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시인과 작가들을 만나는 문학기행을 이십 년 넘게 지속해온 것만 봐도 그이가 얼마나 열성적으로 삶을 대하는지 잘 알 수 있다며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썼다. 1권 내장산 산꽃이 첫 문학캠프의 설렘과 농촌과 어우러지는 문학의 향기를 담았다면, 2권 동진강 들꽃은 작가와 함께 하는 살아있는 문학 이야기를 전한다. 학생들의 독후감과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학생들과 작가가 나눴던 질문과 답변을 소개해 문학으로 하나되는 화합의 장을 엿보게 한다. 홍숙정 씨는 이 책으로 우리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 후배교사 또는 우리의 제자들이, 또 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그 뒤를 이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꿈꾸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09 16:10

[신간] 선비, 전북 서화계를 이끌다

격동의 시대 19세기 말, 전북이 근현대 서화의 중심지로 우뚝 서는 데 크게 기여한 석정 이정직의 생애와 작품정신을 톺아볼 자료집이 나왔다. <선비, 전북 서화계를 이끌다>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지난 9월 10월부터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석정 이정직 특별전의 도록이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은 발간사에서 전북은 언제나 예향이라 불렸으며 그만큼 예술문화가 발전했는데 그 시작점에 이정직이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19세기말-20세기 초 전북지역에서 태어나 자랐던 융합형 인재, 진정한 선비, 석정 이정직이 전통을 계승하며 무엇을 괸했고, 무엇을 지향하며 살았는지, 과거의 이정직과 소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법첩 연구의 대가 △조선의 마지막 시서화삼절 △지속되는 서화의 맥- 조선에서 근대로 등 세 가지로 주제를 나누어 전시품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되지 않은 작품도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 도판으로 소개했다. 더불어 문예에 심취했던 석정 이정직의 삶과 업적을 조명하는 논고를 네 편 수록했다. 근대계몽기 석정 이정직의 수학과정과 학예관, 석정 이정직의 서화론을 돌아보고 전북의 선비와 첩학의 대가로서 석정 이정직의 회화 세계를 들여다봤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정직필 서화첩의 소재와 그림 옆에 적힌 화제를 번역하고, 서화첩의 전모를 소개하는 글도 함께 실었다. 민길홍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와 유승민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강사가 총 314면, 8개의 첩으로 구성된 이 서화첩을 나누어 맡아 특징을 살펴봤다. 책의 말미에는 석정 이정직 선생을 추억하는 제자 송기면의 헌시가 담겼다. 부록으로는 인장, 연구성과 목록, 이정직 약보 등이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국립전주박물관 시민갤러리에서 오는 11월 24일까지 이어진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09 16:10

[신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제대로’ 공부하기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권승호 전주영생고 교사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책에 담았다.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도서출판 이비락)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프레시안에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56편의 칼럼을 재편집한 것이다. 이 책은 학습법과 부모 역할의 엉터리 접근법이 우리 교육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오랜 시간 대학입시와 공부법에 관해 연구했고 올바른 학습법을 주제로 많은 책을 써왔기에 사교육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권승호 교사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로 공부에 찌들고 지친 학생들도 안쓰럽지만 남들이 사교육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자녀에게 사교육을 강요하며 사교육 의존증에 사로잡힌 학부모들이 안쓰러웠다고 전했다. 요즘 학생들의 일반적인 모습 중 잘못된 학습법으로는 △비몽사몽 상태로 강의 듣기 △책과 노트에만 적을 뿐 머리에는 적지 않기 △공부 잘할 수 있는 방법 고민 없이 남 따라서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기 △비싼 과외선생 만나면 공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등을 제시했다. 자기주도 학습으로 뜻을 이룬 제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교육 때문에 주저앉은 제자도 무척 많죠. 아이들을 불행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교육의 현실이 아닐까요. 사교육을 받게 되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줄고, 오히려 공부를 못하게 된다는 분명한 진실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저자의 저서로 <그래도, 부모>,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도 모르고 공부하지 마라>,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09 16:10

[신간] 계간문예 가을호, 시집 속에서 詩를 찾다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을 다루는 종합문예지 <계간문예>의 2019년 가을호가 나왔다. 제57호로 출간한 이번 호에는 작가특집으로 정용원 시인을 조명한다. 특별기획으로는 2018년 문학상공모전 당선자 신작특집을 비롯해 소시집, 짧은 소설 등을 다뤘다. 기획특집에는 시집 속에서 詩를 찾다와 애송시, 짧은 명시를 실었다. 차윤옥 편집주간은 제2회 계간문학상 당선자인 김창완 시인의 시로 쓴 시론 11편을 소시집으로 묶었다며 김복근 시조시인의 깊이 있는 작품해설도 백미다. 우리 시단이 나아갈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호에서는 2018년 문학상공모전 당선자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동서문학상, 수주문학상, 신라문학상, 천강문학상, 천강문학상, 평사리문학상 등 문학상공모전을 통해 다채로운 문학세계를 펼쳐온 작가들의 시와 시조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7월 열린 계간문예 문학상 시상식과 계간문예작가회에서 발간하는 간행물 <상상탐구> 5호 출판기념회, 제32회 책읽기 한마당 행사와 해외문학세미나 및 문학기행 등 문학계 소식도 실어 문인들의 여러 활동을 함께 소개했다. 계간문예신인상 당선작도 수록했다 △이재규의 시 철쭉 등 △조미경의 시 벽의 두께 등 △정영례의 시조 빈 깡통 △이충호의 문학평론 조선시가에 내재된 도가적 자연관 등이 담겼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0.09 16:1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윤일호 시인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

내가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에서는 회원이 책을 내면 북 콘서트를 연다. 한번은 콘서트 사회를 보다 내빈소개를 할 때였다. ○○○시인, ○○○작가, ○○○ 참석한 사람들을 소개 하다 어떤 이 앞에서 머뭇거렸던 적이 있다. 나는 결국 그를 시인이 아닌 선생님으로 소개했다. 그는 다름 아닌 윤일호 시인이었다. 시인이 아닌 선생님으로 소개할 이유가 있는 나만의 추억이 있다. 어느 겨울이었는데, 한눈에도 건장한 모습의 그와 그의 소중한 책을 만났다.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란 노란표지의 책이었다. 책 안쪽에 윤일호 시인이 킹콩dream이라고 사인을 해 주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곧바로 책을 읽었다.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가 무엇인지 사뭇 궁금했다. 경고로부터 선뜻 자유롭지 못한 어른일지 모를 불편함 때문이었을까? 진안의 작은 학교, 장승초등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성장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책 속 초입에서 킹콩선생님은 아이들의 아우성 앞에서 부족한 철부지 선생님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린이시 짜증나는 우리 선생님의 일부분이다. 다 지 마음대로 한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은 짜증난다. 나이만 똑같다면 선생님 앞에서 욕하고 싶다. 이 아이의 시를 본 감상들이 참 궁금해진다. 어떤 어른은 혀를 끌끌 차며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고 비난 할지 모르겠다. 나는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며 짜증난다고 하는 아이가 참 아이답다. 윤 시인은 이 시를 보고 너 똑바로 안 해? 하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윤 시인의 동시 걱정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애환을 담았다. 공존시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말 다문화가 정작은 구분 지어 나누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현실을 잘 꼬집었다. 다문화가정이든 또 다른 환경 속 어려움이든 직?간접적으로 전해 받는 일선교사로서 짐을 함께 짊어졌을 거라 짐작된다. 그에게 실제체험은 차별이 아닌 동등한 가치를 깨닫게 만들었다. 킹콩샘은 가슴을 쿵쾅쿵쾅 치며 야! 너 왜 그래?, 야! 너 말버릇이 그게 뭐니?라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그의 동시 소리 나는 대로 쓰시오가 대신 답해주고 있다. 밑줄 친 꿀벌들은을 소리 나는 대로 쓰시오. 이게 뭐야? 너무 쉽잖아 위이이이잉~~~. 그는 아이들 소리에 귀 기울여 제대로 읽는 선생님이자, 동심을 담아내는 시인이다. 학교가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길 바라는 품이 넓은 킹콩샘 윤일호다. * 김영주 작가는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했으며,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마키코 언니를 출품해 등단했다.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전북작가회의 회원, 동시창작 모임 동시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0.09 16:05

전북시인협회 ‘제20회 전북시인상’ 수상자에 김대곤 시인

김대곤 시인. 전북시인협회(회장 조미애)가 수여하는 제20회 전북시인상 수상자로 김대곤 시인이 선정됐다. 심사를 맡은 소재호임명진 위원은 수상작 <책갈피>에 크게 공감했다. 그 공감의 폭은 거리 조정이 여타 시적 장치들과 긴밀하게 조응하는 데서 넓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한 과거와 현재 사이를 오가는 시적 자아의 간절함이 공간의 환치는 물론이고 밤 짐승 울음소리에 닳아 / 빈 부리로 돌아온 고단한 새 같은 심상과도 썩 잘 어울린다고 평했다. 이어 이 작품을 읽고서 한껏 당긴 활시위 같은 긴장을 느낀다면, 그 독자는 작품 안에서 이 시의 시적 자아와 공감의 거래에 성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곤 시인은 문학적 소통은 얼마나 진솔했고 겸허했던가를 뒤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에 귀한 문학상을 받게 되어 기쁨과 함께 부끄럽다면서 그동안 안이하고 치열하지 못한 나태함에 대한 꾸지람으로 여기고 조신하게 순수한 초심으로 돌아가 가슴의 강에 일렁이는 언어들을 응시해 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원 출생의 김대곤 시인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학박사이며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한 미술학석사이기도 하다.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로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미술협회,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 <그 도시의 밤안개>, <겨울 늑대>, <야광물고기>, <파충류의 눈>, <가방 속의 침묵> 등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5일 오후 4시 전주웨딩팰리스 웨딩홀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06 16:14

2019 전주독서대전 ‘혼불로 읽는 일제강점기 전주’

아직도 전주 사람들은 완산에 산다. (중략) 그 꿈조차 짓밟히어,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중략)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 - <혼불> 10권 중. 최명희(19471998) 작가의 소설 <혼불>은 암울하고 어두운 1930년대 전주와 남원, 만주를 배경으로 한다. 국권을 잃었지만,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에서 부서지고, 상처받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는 처절하게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특히 일제강점기 전주의 풍경뿐 아니라, 전주고보 독서회를 비롯한 전주 사람들의 항일투쟁과 정신사도 담겨 있다. 소설 <혼불> 속 심진학의 강론처럼 일본의 군홧발로 무참히 짓뭉개진 오욕에도 한민족은 결단코 죽지 않을 것이며 우리를 짓밟은 그 발보다 더 오래 살아서, 우리 이름과 우리 혼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이다. 일제강점기 민족 수난의 시대를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 <혼불>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2019 전주독서대전 프로그램으로 5일 오후 1시 전주향교문화관에서 열리는 <혼불>로 읽는 일제강점기 전주.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홍성덕 교수와 혼불학술상 수상자인 김병용 문학박사,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학예연구실장이 참여해 △전주한옥마을과 유학자 △전주역과 전주 덕진연못 △전주천과 사람들 △전주 31운동과 독립만세운동 △전북 지역 학생들의 항일독서회 △견디고 웅크려 마침내 피워내는 힘, 꽃심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가수이자 작곡가인 유동만 씨와 건반 아티스트 정보빈 씨는 일제강점기를 당당하게 버틴 신석정 시인의 임께서 부르시면을 비롯해 박정만의 시 어느 흐린 날, 김수영의 시 거미를 노래로 들려준다. 이날 프로그램은 ㈔혼불문학과 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최명희문학관이 주관해 진행된다.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03 17:49

강상원 전 전라북도지사 회고록, ‘공직과 인성 - 강상원 나의 인생 여정’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물길을 만나면 헤엄쳐 가야 한다. 걷다가 뛰기도 하고, 어느 때는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한달음에 멀리 갈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인생이 아닌가. 여든여덟 살 미수(米壽). 미수는 미(米) 자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이 되는 데서 유래됐으며, 또는 농부가 모를 심어 추수를 할 때까지 88번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강상원 전 전라북도지사가 미수를 맞아 회고록 <공직과 인성 - 강상원 나의 인생 여정>(물레)을 펴냈다. 어린 시절의 삶부터 공직생활 35년을 돌아보며 허심탄회하게 담아낸 자서전이다. 강 전 전북지사는 전주시장을 지내며 오늘날 전주의 전통미를 상징하는 건물로 자리매김한 시청사를 신축했으며, 전북도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용담댐 건설을 성사시켰다. 공정함과 청렴성을 평생의 신조로 언제나 주민 편의와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펼쳐왔다는 평가. 책에는 강 전 전북지사가 공직자로서 크고 작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맛본 보람과 좌절,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들과의 관계 등이 꾸밈없이 그려졌다. 또한 완주 삼례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625전쟁의 혼란 속에서 집안을 지켜나간 이야기 등도 담겼다. 책은 축사,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제1장 식민지배와 전쟁의 격동 속에서 보낸 성장기, 제2장 국가고시에 도전하던 법학도, 제3장 공직의 길에 들어서다, 제4장 두 차례의 전주시장 임기, 제5장 전라북도 부지사에서 도지사까지, 제6장 은퇴 후의 삶, 이야기를 마치며 등 552쪽으로 구성됐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임명환 전 진안군수, 김성연 전 정읍군수, 이석봉 징검다리 회장이 축사를 통해 박수를 보냈다. 강 전 전북지사는 부족한 내 삶을 통해 반면교사의 교훈을 전하고, 관직에서 제일 중요한 자질이 인성이라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집필 배경을 밝히고 거짓말을 부끄러워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내 이야기를 기록해도 괜찮을 듯하다고 했다. 이어 순탄했던 길, 험난했던 길, 운이 좋았던 길, 불운했던 길을 피하지 않고 뚜벅뚜벅 걷다 보니 어느새 이 자리에 다다랐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0세를 코앞에 둔 나이가 됐다며 이제야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나이 철학 속에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 70세 종심(從心). 나는 지금 어디에 이르렀는지 새삼 부끄럽다고 했다. 강 전 전북지사는 1932년 완주군 삼례읍에서 출생했으며, 전주북중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특별시 재무국 촉탁으로 공직의 길에 들어섰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14년간 근무했다. 이후 내무부로 옮겨 전라북도 기획관리관실 기획담당관, 순창진안군수, 내무국장 등을 지내고, 전주시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전라북도 부지사, 총리실 심의관, 총무처 소청심사위원을 거쳤고, 전북도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전북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용담댐 건설을 기획하고 추진하여 그 기반을 닦음으로써 전북도민들의 가뭄과 홍수 문제 해결에 공을 세웠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0.02 17:4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경종호 시인 - 임미성 동시집 ‘달려라 택배트럭’

다시 꺼내 본다. 임미성 시인의 첫 동시집 <달려라, 택배 트럭!>.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다. 작은 물결이 흘러 지나듯 그렇게 소르륵소르륵 읽혀지던 그런 동시집이었다. 그 물길 속에 아이들의 삶이 보이다, 시인의 삶도 스쳐 지나더니 어느 새 자연의 풍경이 물의 깊이를 보다 더 깊이 만들어 주는 것만 같았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왔을 때 시인은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매일 점심시간이면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때 이가 빠져 입을 헤 벌린 아이들이 시인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아직 이갈이 안 했구나 / 벌린 입 사이로 / 잇몸 속에 숨은 작은 이 - 석류나무 치과 어쩌면 이 석류나무는 시인의 삶이 그려져 있는 그런 나무였을지도 모르겠다. 시인이 교사였던 시절 햇살이 교실 창가를 어른거리던 때의 기억일지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학교 주변의 길을 걷던, 아니 길을 읽던 그런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 석류나무에 매달려 이 뽑을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 이갈이를 해야 하는 8살, 9살 즈음의 아이들이 눈물 글썽한 얼굴로 종종종 시인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 시인은 석류나무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를 빼줄 생각은 하지 않고 시인은 그저 웃고 있다.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어쩌면 이를 빼줘야 한다는 생각마저도 잊게 만들어 버리지 않았을까? 그런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인이 이 동시집에 있었다. 그러다 그 길가의 풀 한 포기마저도 시인은 책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 속에서 잠자리와 내가 그 책을 함께 읽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잠자리 한 마리/나 읽는 책 위에 앉았다//나보다 훨씬 느리게/내 두 눈보다 더 자세하게/천 개의 눈으로 글자를 쓰다듬어/날개로 전송하며 읽고 있다//잠자리는 책을 읽고/나는 잠자리를 읽고//잠자리와 나와/얇고 긴 책장을 넘겨 보던/그런 날이 있었다 - 잠자리와 나와 이렇게 자연과 아이들과 시인이 나란히 걸어가는 동안 동심은 스며들 듯 그들 속으로 들어온 듯 하다. 둘리 문방구에서 문자가 떨어져 나가자 둘리 방구가 되는 모습도, 문을 열 때의 그 소중한 마음으로 친구의 손을 잡는 모습도, 네모난 바퀴가 만드는 네 박자의 소리도, 택배트럭보다 먼저 달려오는 두근거리는 마음도, 고릴라 엉덩이 할머니들까지 그렇게 달려온다. 택배트럭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심이 달려간다. 앞산의 머리카락을 빨갛게 염색하면서 가을이 곧 택배 트럭을 타고 곧 올 것이다. 그 가을을 난 두근거리며 또 기다려 볼 것이다. 그 택배 트럭이 보일때까지. *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시마중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천재시인의 한글연구> [문학동네 2017]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10.02 17:3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 문학의 메카, 전북] ⑩ 흥부전, 판소리적 골계 통해 빈익빈부익부 사회 모순 풍자

내 가난 들어 보오. 내 가난 남과 달라 이 대째 내려오는 광주산 사발 하나 선반에 얹은 지가 팔 년이로되, 여러 날 내려오지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눈물만 뚝뚝 짓고, 부엌의 노랑 쥐가 밥알을 주우려고 다니다가 다리에 가래톳이 서서 종기 터뜨리고 드러누운 지가 석 달 되었소. 흥부가 식솔들을 부양하기 힘들어 다소 의기 좋게 병영(兵營)에 죄인 대신 매를 맞기 위해 매품 팔러 갔는데, 매품 팔러 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 흥부의 제안으로 서로 가난한 사정을 이야기하며 가난경쟁을 하게 된다. 위와 같은 내용 등을 듣고는 흥부는 매품팔이도 포기하고 낙담하여 돌아오게 된다. <흥부전>은 환상과 기괴가 넘치고, 과장과 해학, 풍자 등으로 어떤 고전소설보다 활기가 넘치는 작품이지만, 분명한 것은 당대 하층민의 실상을 기초로 하여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흥부전 역시 판소리계 소설로 판소리 흥보가가 소설 흥부전으로 정착되었다. 먼저 주인공의 이름을 거론하면, 사실 거의 모든 판소리에서 흥보, 놀보로 불렸으나, 1860년대 대량으로 발간된 경판본에서 흥부, 놀부로 이름을 붙이고, 광복 이후 교과서에 흥부, 놀부로 나오면서 이후 이름이 흥부, 놀부로 거의 고정되었다. 흥부의 성(姓)은 신재효의 박타령 이후 판소리창본들에서 박(朴)씨로 나오고 있으나, 임(林)씨 설, 연(延)씨 설도 있고, 확실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흥부전의 근원 설화로 박 타는 처녀와 방이설화를 들 수 있고, 동물보은담, 선악형제담, 무한재보담 등이 흥부전의 화소로 등장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반면에 김창진은 꼭 이들 설화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흥부전이 지니고 있는 현실성에 주목한다. 그는 이 작품이 실제적인 사건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제반 상황을 검토하고 고증하였다. 흥부전은 37종의 모든 이본에서 지리적 배경을 거의 한 곳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 비추어 이 이야기가 실제 일어난 어떤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것은 남원 광한루와 같은 어떤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춘향전이나, 지역성과 무관하게 전해오는 설화 등과는 경우가 다른 사례라 할 것이다. 흥부마을에는 흥부전의 모태가 되는 박첨지 전설과 춘보 전설이 내려온다. 박첨지 전설에 의하면, 운봉과 함양 쪽에 땅을 가진 지주 박첨지가 살았는데, 민란이 일어나 박첨지와 그의 식구들이 몰살을 당했고, 한 나그네가 찾아와서 그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한다. 이 이야기를 분석한 결과 박첨지와 나그네는 놀부와 흥부의 원형적 인물임이 밝혀졌다. 그 민란이 어떤 민란인지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흥부전은 이 박첨지 전설을 소재로 했을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1940년까지 흥부의 제사를 지내왔으나 일제가 식량 부족을 이유로 금지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여러 정황을 연구한 결과 흥부와 놀부는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재효의 박타령에 나오는 복덕촌(지금의 복성리)을 여러 문헌 등을 통해 고증하고, 이런 사실 등을 종합한 결과 흥부의 출생지는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이며, 흥부가 유랑하다 돌아온 곳이 복덕촌이고, 이후 이웃 마을로 이사하여 정착한 곳 즉 발복지(發福地)는 아영면 성리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박춘보라는 이름으로 묘소도 남아 있으며, 1992년 이후 해마다 제사도 지내오고 있다. 그러나 실존인물로서의 흥부와 놀부가 형제였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문헌상 흥보가를 가장 앞서 부른 명창은 권삼득(1771-1841)이다. 권삼득은 남원군 주천면에 와서 소리를 완성하고 명창이 되었는데, 주천면은 흥부의 고향과 발복 마을에 인접한 곳이다. 권삼득은 이곳에서 박첨지 전설과 춘보 전설을 분명 들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흥보가의 발생 시기가 18세기로 추정되고 있는바, 권삼득이 두 전설을 바탕으로 흥보가를 짰을 가능성도 있으며, 흥보가가 그 이전에 만들어졌다면 자기가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더욱 실감나게 다듬고 고쳐서 오늘과 같은 흥보가의 형태로 완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흥보가는 실제의 사건을 기초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였다. 그러나 지주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민중이 지주를 파멸시킨 사건을 18세기 당대에 현실적인 구성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지고, 그래서 놀부박이라는 상징적인 형태의 골계와 풍자, 또는 기괴한 이야기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추론된다. 흥부전의 주제는 권선징악과 형제간의 우애 등으로 말해질 수 있으나, 판소리 흥보가와 소설 흥부전 모두 그 이면에는 민중의 입장에서 조선 후기의 모순적이고 불합리한 사회상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다. 흥부전은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층민의 처참한 상황을 담아내고 있고, 민중의 입장에서 당대의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제가 무리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판소리라는 예술장르로서의 오락적 기능과 제비박이라는 상상적 서사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중의 꿈을 대변하는 서술자의 상상과 환상 그리고 현실성을 뛰어넘는 기괴를 통하여 흥부전은 당대의 피폐한 민중의 현실을 신랄하게 드러내면서 설움을 달랠 수 있었고, 동시에 익살과 풍자를 통해 작품의 흥미와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 등 대중적으로 많이 읽혀지는 판소리계 소설들에서 찾아지는 공통점은 당대 민중들의 한을 담고 있다는 사실과 익살과 해학으로 빚어지는 골계미로써 작품의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면서 이끌어나간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들 소설에서는 한결같이 비현실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 이러한 비현실성은 판소리계 소설 특유의 골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었고, 동시에 지쳐 있는 민중들에게 오뚝이처럼 일어서게 하는 희망을 심어준다. 여기에서 원한과 탄식의 부정적 세계가 삭임의 과정을 거쳐 원(願)과 정한(情恨)의 긍정적 세계로 승화되는 한국적 한(恨)의 양상을 만나게 된다. 놀부가 없는 흥부전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흥부전이 개연성 있게 느껴지는 것은 놀부박이라는 장치 속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실의 부조리를 타파하고자 하는 당대 민중의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흥부전은 착한 사람이 가난하게 살고, 악한 사람이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제비박이라는 은유적 장치로 통렬하게 풍자함으로써 민중의 아픔을 달래고 위로하고 다시 내일을 꿈꾸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아울러 흥부전은 인간의 내면에 담긴 욕망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윤리 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없이 이기적 욕심 끝에 패망해가는 놀부를 바라보며 독자는 환상적 통쾌감을 누리게 된다. 반면 착하게 살아온 흥부 가족이지만, 분에 넘치는 물질적 부유함에 정신없이 좋아라 하는 모습과 흥부에게 찾아온 양귀비의 등장 등 흥부박 이후 벌어지는 흥부 가족의 욕망 양상은 흥부 가족 역시 희화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흥부전의 서술자는 단일한 시선과 절대적 가치 기준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으며, 인간의 욕망이라는 본질적 요소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욕망의 흐름에 따라 장면은 완성되고 이어지며, 독자들은 끊임없이 이야기 속 욕망과 자신의 욕망을 견주어보게 된다. 그 결과 독자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들은 격식과 억압을 넘어서서 허구를 매개로 분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동성과 미완결성이 곧 흥부전 서술의 큰 동력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런 힘은 고정된 작품 구조가 아닌, 민중과 더불어 호흡을 함께하는 판소리계 소설이기에 얻어지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후기 판소리 흥보가 또는 소설 흥부전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환상과 기괴는 축소되고, 현실 논리와 윤리적 측면이 강화된다. 패망한 놀부도 버려두지 않고 흥부를 내세워 포용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민중의식은 특정 상태에 머물지 않으며, 제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모습을 바꾸는 비정형의 동적 존재를 지향한다. 결국 흥부전은 삭임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물질에 지배되는 세계가 아니라 인간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세계를 지향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19.10.02 16:55

제5회 은빛수필문학상에 나인구 ‘두물머리 물처럼’

은빛수필문학회(회장 윤재석)가 제5회 은빛수필문학상 수상자로 나인구 수필가를 선정했다. 이번 은빛수필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나인구 수필가의 두물머리 물처럼은 그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항상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던 내면을 두물머리를 빌려 소회를 말한 작품이다. 나인구 수필가는 인간은 탐욕, 허영, 집착 등으로 갈등을 겪으며 살면서도, 그 근원을 쉽사리 놓지를 못한다며 두물머리는 두 갈래의 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이곳에 오기까지 역경을 겪으며 오염도 되었으나 자정의 노력으로 맑은 물이 되어 넓은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화해와 배려로 행복한 세상을 가꾸어 나가는 일과 같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김경희 심사위원장은 탐욕과 허영, 집착에 얽매인 삶이 두물머리에 모여 서로 자정하면서, 넓고 행복한 세상을 향하려는 그 뜻을 다 같이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인구 수필가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대한문학작가회장, 은빛수필회장을 역임하였다. 대한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그런돌이 되고 싶다 시집 간주곡의 서정 등이 있다. 제5회 은빛수필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18일 오후 4시 안골노인복지관 3층 사랑홀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9 16:06

전북작가회의 ‘제10회 작가의눈 작품상’에 문병학 시인 ‘나리꽃’

문병학 시인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종필)가 시상하는 제10회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자로 문병학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품은 시 나리꽃. 나리꽃은 간결한 풍경 속에 하나가 그려내는 적막과 우수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주는 시다. 칠월 스무아흐레 고향에 돌아오니 늘상 아버지 서 계시던 그 자리에 나리꽃 피어 눈부시다 헛간 처마에 걸린 조선낫 갈아들고 아버지 산소에 올라 풀을 베다- 나리꽃 중. 김종필복효근김병용 심사위원은 시 나리꽃에서 시인의 감정은 무단 방출되지 않고 절제되어 차분하고 뭉클하다. 시어의 귀가 다 닳아서 모나지 않고 오래 쓴 호밋자루처럼 맨들맨들하다.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을 시작 태도나 시의 문면에 잘 지키고 있는 문 시인에게 든든한 믿음을 갖게 된다고 평했다. 문 시인은 작가의 눈 작품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 다른 상도 아니고 작가들 모임에서 주는 작품상이라 뜻깊고 영광스럽다며 동학농민혁명 역사 바로 세우기에 뛰어들어 26년째 정신을 쏟느라 시 쓰기에 좀 소홀했는데. 시 쓰기에도 좀 더 힘을 기울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87년 <남민>에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 시인은 1988년 창립된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를 시작으로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에서 활동해온 연륜이 깊은 시인이다. 전북청년문학회 회장, 전북작가회의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공저 <필부를 꿈꾼 적 없다>, <지는 꽃 뒤에는> 등이 있다. 작가의눈 작품상은 전북작가회의가 매년 펴내는 작품집 <작가의 눈>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제정됐다. 시상식은 내년 2월 전북작가회의 총회에서 진행된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9.26 17:24

백성을 위해 쓴 왕들의 기록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라!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 속 영웅들과 만나보자. 1592년 봄 임진왜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4개의 사고 중 3개가 불타 없어진다. 하지만 선비 안의와 손홍록이 남은 실록을 내장산으로 옮겨 보관했고, 오늘날까지 후세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지방의 무명 선비와 관아의 청소 일꾼은 물론 재인과 일반 백성, 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조선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역사동화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파란자전거)에 담긴 조선의 역사다. 책 서두에는 조선왕조실록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글쓴이의 말을 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진은영 동화작가는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경기전에 갔던 일화와 지난 2014년 들었던 조선왕조실록과 전주사고라는 주제의 인문학강좌를 소개했다. 지금 경기전의 전주사고에는 실록각이라는 멋진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내부로 들어서면 실록이 무엇인지, 어떻게 편찬했는지를 그림과 글로 풀어놓은 걸 볼 수 있지요. 혹시 전주에 올 기회가 있다면 실록각에 전시된 모형 속에서 실록을 옮기느라 애썼던 석개와 홍두의 모습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이어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라는 제목으로 이야기속 조선실록 수호대를 둘러싼 인물을 소개하고 조선실록 수호대의 대장정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풀어놨다. 일러스트 작가인 홍선주의 그림 솜씨가 더해져 입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동화작가 진은영 씨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통일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저서로는 <책 깎는 소년>,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 멋대로 부대찌개>가 있으며 최근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5 18:47

전주시민 열정의 글잔치, 책에 담았어요

가을의 정취로 물드는 9월, 전주의 역사와 문화가 시민들의 손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전주시민문학제를 주관한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이하 전주문인협회)는 문학에 대한 전주시민의 땀과 열정을 <제2회 전주시민문학제 작품공모당선집>에 담았다. 지난 21일 전주시민갤러리에서 시상식을 열고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여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일반부 산문 대상수상작인 안재성 씨의 비빔밥을 비롯해서 산문운문그림일기 부문 당선작을 모두 수록했다.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등 각 부문에서 공모한 글과 그림으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엿볼 수 있다. 초등부 그림일기를 한 편 한 편 넘기며 읽다보면 어느새 동심의 세계가 활짝 열린다. 판소리, 용머리 고개, 이성계, 한지, 한옥마을, 전주사고, 전동성당, 풍남문, 투호 등 전통의 고장 전주의 멋을 담아낸 초등학생들의 때 묻지 않은 시선 덕분인지 자꾸만 눈길이 간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전주시민문학제에는 작년만큼이나 많은 작품이 접수됐다며 그만큼 많은 전주시민 여러분이 그만큼 문학에 대해 많은 괌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책의 끝자락에는 본심예심의 심사위원이 쓴 일반부 산문 심사평과 심사위원장인 전일환 수필가의 심사총평을 실었다. 이소애 전주문인협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번 전주시민문학제에서는 글의 소재가 천년 전주를 알리는 내용이었기에 누구든 당선작을 보면서 소소한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긍지이자 자부심인 전주시민들께서 올해 공모한 당선 작품집을 소중하게 담아 내놓는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5 18:47

[신간] 송봉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에세이집 ‘하늘 뜻은 무엇일까’ 출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로 있는 송봉현 작가가 시대 소명에 맞게 살다 간 인생 선배들의 삶을 짚어봤다. 송 작가가 최근 펴낸 원제 에세이 <하늘 뜻은 무엇일까>(지성의상상)에는 평소 그의 삶에 이정표가 된 멋진 나그네들의 말과 웃음이 담겨있다. 백범 김구, 한용운, 일연스님, 정약용, 공자,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큰 빛이자 나침반이 됐던 인물들의 생애가 위인전 펼치듯 떠오른다. 특히, 경제 비약과 민주화라는 제목의 제5부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와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공무원으로서 41년간 과학기술부와 산하기관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성찰한 까닭일까. 천연자원의 빈국이라는 약점을 딛고 경제를 일으켜세운 원동력인 기술혁명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송 작가는 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우리 대통령들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면서 경제 번영 위에 민주쟁취를 위해 희생된 백성들의 혼을 다독였으며 민주주의에 경제번영이 더해지고 자유와 인권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하지만 민주주의는 만능이 아니기에 권력화한 이들이 이성적인 자제력을 잃고 힘을 과시하면 위태로워진다며 통치자들의 과오는 과오대로 치적은 치적대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 책은 필자가 숭앙해 온 분들과 우리 통치자들의 업적에 대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썼다고 전했다. 송봉현 작가는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익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시인과 수필가로서 시집 7권, 수필집 5권을 썼고 한국문인협회와 한국공간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과학기술부 국장(이사관)과 원자력안전기술원 상임감사, 한국기술사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25 17:1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