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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기다리는 女·운명이 되고 싶은 男

첫눈에 알았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안에 박혀, 나는 평생 이 순간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살아갈 거란 걸.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든 문득문득 이 순간이 떠올라 나를 무너뜨리거나 지탱시켜 줄 거란 걸. 내가 얼마를 살아도 이보다 더 거대하고 찬란하고 분명한 감정은 가질 수 없을 거란 걸. 나는 다 알았다.(운명을 기다리는 여자 고요)사랑이 뭔지 아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 그녀를 알지 못했을 때는. 그런데 지금은 너무도 잘 알겠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을, 나는 사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별과 눈송이와 빗방울을 다 셀 수 없다는 사실보다, 내가 나라는 사실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더 명징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그녀의 운명이 되고 싶은 남자 현우)계간지 <문예연구> 2017 겨울호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최은별(33) 씨가 첫 장편소설 <시인과 기자의 어느 금요일>(신아출판사)을 펴냈다.시로 등단했지만 첫 작품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운명을 기다리는 여자 고요와 그녀의 운명이 되고 싶은 남자 현우의 인연을 운명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다.둘을 번갈아 가며 일인칭 화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성은 지루함을 던다. 시인다운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도 돋보인다.최 작가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1.26 23:02

[불멸의 백제] (15)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⑮

김유신이 보낸 기마 척후군 2백기가 저쪽 백산성 앞까지 지나갔지요.안내역으로 따라온 무독(武督) 서준이 말했다. 서준이 가리키는 곳은 짙은 안개에 덮인 산맥이다. 이곳은 신라와의 국경에서 1백여리 떨어진 작은 강가, 오후 미시(2시)쯤 되었다. 기마군은 강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는데 칠봉성을 떠난지 이틀째, 4백여리를 비스듬히 전진해왔다. 계백이 해준에게 물었다.김유신의 주력군(主力軍)은 아직 북방에 있나?예, 신주(新州) 근처에 있다고 하오.해준이 개울물을 마시면서 말했다.대야성까지 내려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김유신은 이제 왕족 대우를 받는다.가야 수로왕의 12세손이며 조부가 한수유역 백제 6군을 점령하고 관산성에서 성왕(聖王)을 패사시킨 김무력(金武力)이다. 김무력은 신주군주(新州軍主)가 되었고 김유신의 부친 김서현은 갈문왕의 손녀 만명부인(萬明夫人)과 결혼하여 김유신을 낳은 것이다. 김유신은 또한 용장(勇將)이다. 강가의 바위에 앉은 계백이 문득 해준에게 물었다.장덕은 신라땅에 가보았나?예, 작년에 1백기를 이끌고 정찰을 나갔습니다. 방령의 영을 받고 나갔지요.해준이 말을 이었다.2백리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도중에 신라군 정찰대를 만나 20기 정도를 잃었지요.장하군.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장수인데도 위험을 피하는 부류가 많다. 해준은 해씨(解氏) 일족으로 대성(大性) 8족(族) 중의 하나다. 신라는 성골(聖骨), 진골(眞骨) 왕족이 권력을 장악한 반면에 백제는 오랫동안 대성8족(大性八族)이 요직을 차지했다. 해씨도 그 중 하나다. 대성8족은 사비와 웅진시대에 두각을 나타낸 사(沙), 목(木), 연(燕), 국(國), 해(解), 진(眞), 백( ), 협( )시 일족을 말한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장덕, 나는 8족이 아니네.나솔, 저도 8족의 덕을 본적이 없소이다.바로 말을 받은 해준이 계백의 시선을 받고는 빙그레 웃었다.그래서 이 나이에 7품으로 5년을 썩고 있지요.나는 본국에 오기 전에 나솔이 되었네.압니다.해준이 웃음 띤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나솔의 용명을 무장들은 다 듣고 있었습니다.그런가?쓴웃음을 지은 계백이 외면했다. 본국에 온 후로 이런 대화는 처음인 것이다. 그동안 도성에서 여럿을 만났지만 이렇게 둘이 마주앉아 마음속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그것은 장덕 해준의 소탈한 성품 때문인 것 같다. 해준이 말을 이었다.나솔, 이번 전쟁의 목표가 대야성입니까? 아니면 당항성입니까?장덕은 왜 묻는가?동방군(東方軍)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그럽니다.우리는 대야성을 목표로 삼으면 되네.윤충한테서 성동격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할 필요는 없다. 신라군을 대야성 부근으로 끌어모으는 역할이라고 말한다면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을 썼다가 곧장 소리나는 쪽으로 돌진한 적도 있지 않은가? 전쟁은 생물(生物)이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모른다. 해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1.23 23:02

[불멸의 백제] (14)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⑭

그날 밤, 덕조가 성안 하나밖에 없는 주막에서 군사들을 상대로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밤, 해시(10시)쯤 되었다. 초여름이어서 산중(山中)의 기온은 서늘했고 사방에서 풀벌레 소리가 울리다가 인기척이 나면 뚝 그친다. 사택 마당으로 들어선 덕조가 제 방으로 가려다가 안쪽방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는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화와 우덕의 방이다. 안에서 도란거리던 말소리가 들렸다가 덕조의 기척을 들었는지 뚝 그쳤다. 덕조가 방문 앞 토방에 털석 앉더니 커다랗게 트림을 하고 나서 말했다.“이년들아, 내가 왔다.”방안은 조용했고 덕조가 말을 이었다.“내가 이래봬도 바다건너 연남군에서 명성을 떨치던 계씨(階氏) 가문의 집사를 지낸 분이시다.”“…….”“네년들 같은 신라 시골뜨기들은 계씨 가문을 모르겠지.”덕조가 다시 트림을 하더니 침도 뱉고 나서 말했다.“아니, 연남군이 어디 붙었는지도 모를 거다. 그럼 내가 알려주마.”“…….”“바다를 건너야겠지. 그 바다가 뱃길로 한달이다. 그것도 순풍을 만나야 해. 그럼 그 연남군이 얼마나 넓은 줄 아느냐? 사방 1천리다. 당(唐)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매일 척후가 부딪치지. 우리 주인께서는 기마군 대장으로 1천5백 기마군을 이끄셨다.”“…….”“주인 부친께서는 태수 보좌역으로 은솔이셨고 조부 또한 좌장군으로 은솔(恩率)이셨다. 집안에는 모친만 남아 계시지만 아직도 연남군에서는 아무도 무시하지 못한다.”“…….”“네년같은 손톱만한 성주 집안이 아니란 말이다.”지금 덕조의 과녁은 고화다. 슬슬 분이 일어난 덕조의 목소리에 열기가 솟았다.“돌아가신 아씨는 네년보다 1백배는 더 미인인데다 품위가 있으셨다. 너는 감히 옆에 설 수도 없었을 것이다.”“…….”“아느냐? 모르겠지. 우리 주인이 아씨의 복수로 당(唐)의 척산성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것을. 그놈들이 한 것처럼 주인은 당군(唐軍)처자를 다 죽였다.”다시 트림을 한 덕조가 구역질을 하더니 잠잠해졌다.“저 미친놈.”그때서야 입속말로 욕을 한 우덕이 문으로 슬그머니 다가가서는 문틈으로 밖을 보았다. 그러더니 머리를 돌려 고화에게 말했다.“저놈이 마당을 기어서 제 방으로 가네요, 아씨.”고화는 시선만 주었고 다시 문밖을 본 우덕이 말을 이었다.“제 방 앞 토방에 누워 버리는데요. 거기서 개처럼 잘 모양입니다.”“…….”“아씨를 노렸다가 엄두가 안나니깐 별 시비를 다 하는군요. 미친놈.”“…….”“그나저나 성주 처자가 당군(唐軍)한테 살해되었나봐요.”그때 고화가 말했다.“너, 나가서 집사한테 거적이라도 덮어주고 오너라.”“내가 왜요?”했다가 고화의 시선을 받은 우덕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문고리를 잡았다.“아씨, 어떻게든 이놈의 땅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내가 저놈의 노리개가 되더라도 아씨는 도망치게 할 겁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1.22 23:02

[불멸의 백제] (13)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⑬

“덕조, 기마군 조련에 열흘은 걸릴테니 집안 단속을 잘 해라.”수저를 내려놓은 계백이 말하자 덕조가 혀를 찼다.“저것들만 없었다면 주인을 따라갔을 터인데 괜히 샀습니다.”저것들이란 고화, 우덕을 말한다. 마침 고화는 밥 시중을 드느라고 윗목에 앉았고 우덕은 마루 끝에 서있는 참이다.그날, 장덕 해준의 종이 고화와 우덕의 정체를 폭로한 후부터 덕조의 태도가 또 달라졌다. 둘 옆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특히 고화가 나타나면 뱀을 본 것처럼 피했다. 지금도 멀찍이 마당에 서서 말대답을 한다. 계백이 물그릇을 들고 말을 이었다.“성주 딸이면 정세도 알 것이고 삼현성에서 이곳까지의 지리도 익혀 놓았을 게다. 그래서 종을 시켜 기밀을 전할 수도 있을 게야.”“그렇지요.”눈을 치켜뜬 덕조가 마당에서 마루쪽으로 다가왔다.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저, 고화라는 성주 딸년이 아주 여우같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소인한테 싱긋 웃기까지 하더만요.”“저, 미친놈.”하고 우덕이 욕을 했지만 덕조가 목소리를 높였다.“주인, 저, 성주 딸년을 묶어서 골방에 가둬 놓을까요? 소인이 어젯밤에도 잠을 못잤습니다.”“왜?”말에 끌려든 듯 계백이 묻자 덕조가 길게 숨을 뱉었다.“아, 꿈에 저년이 나타나서 제 몸 위에 앉아있더란 말입니다.”“이 미친놈, 몽정을 했구나.”마침내 계백도 미친놈 소리를 했다. 포로가 되어 종으로 팔린 신라인은 도망치기가 어렵다. 특히 성안에서는 모두 얼굴을 아는터라 성밖 출입이 금지되고 성을 빠져 나간다고 해도 통행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물그릇을 내려놓은 계백이 고화를 보았다.“이곳이 싫다면 내가 조련에서 돌아와 너희들 둘을 다른 노예상에 넘겨주마.”자리에서 일어선 계백이 말을 이었다.“지난번 노예상이 도성의 유흥가에 팔 예정이라고 했으니 값을 잘 받을 수도 있겠다.”“아, 잘 생각하셨습니다. 주인.”반색을 한 덕조가 어깨를 폈다.“그렇게 된다면 소인이 밤에 잘 자겠습니다.”고화는 시선을 내린 채 입을 다물었고 우덕은 부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성주의 사택을 나온 계백이 청 앞 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기마군 대장 장덕 해준이 다가왔다.“나솔, 준비 다 되었습니다.”뒤쪽으로 기마군 5백기가 정연하게 대기하고 있다. 말이 코를 부는 소리와 말굽으로 땅을 긁는 소음만 울릴 뿐이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말에 오르고는 성주대리 진광을 내려다 보았다.“장덕, 내 집 종들을 감시해주게. 내가 종을 잘못 샀어.”“잘 사신 겁니다.”진광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들으니 성주 딸이 미색이라고 하던데 다시 팔아도 되실 것이오.”옆에 있던 해준은 소리없이 웃었고 계백의 얼굴에도 쓴웃음이 번져졌다.“전장으로 가는 자가 집안 일을 걱정하다니. 다녀와서 팔아야겠네.”말고삐를 챈 계백이 앞장을 섰고 해준이 손을 들어 신호를 했다. 그러자 기마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칠봉산성의 줄기를 타고 기마군이 내려간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9 23:02

[왜 미국(美國)일까?]중국어 발음 '메이궈', 한국어식으로 읽은 것

미국을 한자로 표기할 때 우리나라와 중국은 미국(美國)이라 쓰고 일본은 미국(米國)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식민지 의식이니 뭐니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1507년 독일의 지도학자인 마르틴 발트제뮐러가 세계 지도를 만들었는데, 그는 이 지도에서 서반구에 있는 땅을 이탈리아의 탐험가이자 지도학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 ‘아메리카’라고 명명했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에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미합중국의 만장일치 선언’(unanimous Declaration of the thirteen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고 나와 처음으로 이 나라의 현 명칭이 쓰이는데, 이것은 1776년 7월 4일에 ‘아메리카 합중국 대표자’들이 채택한 것이었다.1777년 11월 15일 제2차 대륙 회의에서 연합 규약을 채택하면서 “이 연합의 입구는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오늘날의 국호가 확립됐다. 이 국호의 축약형인 ‘United States’도 표준 명칭이다. 그 밖에 흔히 쓰이는 명칭으로는 ‘The U.S.’, ‘The USA’, ‘America’가 있다. 일상 회화에서 쓰이는 이름으로는 ‘The U.S. of A’와 ‘The States’도 있다.영어권에서 미국인을 이를 때 ‘아메리칸’(American)을 사용한다. 또 미국의 정식 형용사는 ‘United States’이지만, ‘America’나 ‘U.S.’가 가장 흔히 미국을 일컫는 형용사다.한편 오늘날 우리나라 등 중화권에서 쓰는 ‘미국’(美國)이라는 명칭은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이 ‘아메리칸’을 중국어 발음에 가깝게 적은 음역인 ‘美利堅’에서 왔다. 당시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은 ‘아메리칸’을 ‘메리칸’으로 들었고, 가까운 중국어 발음인 ‘메이리지안(美利堅)’이라고 했다. 이를 줄여 ‘메이궈’(美國)로도 표기하였고, 당시 조선인들이 이를 한국어식 한자음으로 읽어 ‘미리견(美利堅)’, ‘미국’(美國)으로 읽고 표기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亞米利加’(아미리가)로 표기했으며, 이를 줄여서 ‘베이코쿠’(米國)로 표기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서도 이 표기를 사용했으며, 북한에서는 현재에도 일본식 음역인 ‘미국’(米國)을 사용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9 23:02

글로 풀어낸 문인들의 고향 전북문인협 〈멋과 맛 & 미래 전북사랑〉 펴내

전북문인협회(회장 안도)가 <멋과 맛 & 미래 전북사랑>(도서출판 북매니저)을 펴냈다.전북문인협회가 지난해 전북도의 지원을 받아 열었던 제1회 전북사랑 백일장 입상작과 전북 산하의 스토리텔링 작품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고창, 군산, 김제, 남원, 무주, 부안, 진안 등 도내 14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190여 명의 문인들이 자신이 거주하거나 태어난 지역에 대해 소개하는 작품을 수록했다.지역의 명소나 역사 전설에 대한 글 또는 자신의 감상을 담았다. 이외에 원로 작가들이 전북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작품도 함께 엮었다.이운룡 시인은 무주 구천동 물소리를 시로 표현했고, 고재흠 수필가는 부안의 내 고향 노적마을의 역사를 글로 풀었다. 장태윤 시인은 작품 국사봉에서를 통해 임실 해맞이 명소에서 느낀 대지와 자연의 인자함을 노래했다.안도 전북문인협회장은 전북은 지난해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정읍의 무산서원, 고창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최종 신청 대상에 오르는 등 세계문화유산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발간하는 <전북사랑>이 유서 깊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1.19 23:02

아이들 마음 훈훈하게 녹여주는 여섯 이야기

양정숙 동화작가가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를 펴냈다.타인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정감 어린 이야기 여섯 편을 엮었다. 집 안으로 들어왔다가 변기에 빠진 개구리의 탈출기를 그린 구리구리 똥개구리, 로봇 청소기와 대결을 벌이는 고양이 이야기 냥이와 쁘니,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유기견 이야기 알롱이, 아빠의 감시를 피해 할머니의 데이트를 돕는 손녀 이야기 투투데이, 꿩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까숙이의 꿈, 흥부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구성한 다시 쓴 흥부 이야기 등이다.어린 시절 가족 행사가 있는 날이면, 외할머니 방에는 사촌들로 가득했다.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른이 된 작가는 외할머니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동화작가의 꿈을 이루었다.그는 몇 명의 어린이라도 이 동화를 읽고 잠시나마 얼굴 가득 미소 지으면 좋겠다며 더욱 신나는 동화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양정숙 동화작가는 순창에서 태어나 부안에서 자랐다.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광주교육대 대학원 아동문학교육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5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수필집 <엄마, 이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그림동화 <새롬 음악회>가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1.19 23:02

평화 통일 염원·백제를 노래한 시편들

시(詩)로 하나 된 그들. 포엠만경동인회와 금요시담동인회가 동인 시집을 각각 펴냈다. 서로 격려하고 때론 비평하면서 맺어온 세월이 녹아있다.원광대 국문과 출신 시인들이 이제는 통일이다, 평화다라는 주제로 동인 시집 <포엠만경> 제6호를 내놨다.이 동인 시집은 강상기 회장을 비롯해 김광원, 박백남, 박윤기, 박환용, 승한, 임인숙, 장재훈, 정재영, 최기종, 호병탁 시인 등 11명이 각각 신작 시 5편 내외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김광원 트럼프에게, 장재훈 26시-게오르규의 <25시>를 읽고, 정재영 붉은 섬, 최기종 성주사람 등 전쟁 반대와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공통 주제 시 8편을 특집으로 다뤘다. 통일운동가인 박해전, 박금란 시인의 초대 시도 실었다.강상기 회장은 머리말을 통해 세상은 참 혼란스럽다며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생각해볼 때 어이없는 주장이나 파렴치한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아가는 현시대의 전도된 가치 현실을 지적했다.최기종 시인은 물질문명, 종교식민주의, 개발붐 등 모든 것이 대갚음의 대상이라고 말한다.물질문명 시대에 인간성을 사라지고 재화만 넘쳐난다. 종교식민주의 시대에 신들은 사라지고 불신만 넘쳐난다. 개발붐 시대에 자연은 파괴되고 인공만 넘쳐난다. 이런 시대에 시인은 말한다. 은혜하자고 평화하자고 자연하자고.포엠만경 동인들은 또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은 자본의 횡포이고, 에너지가 방전해 밤늦은 시간 퇴근하는 것도 자본의 횡포라며 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 모두가 행복한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대한민국 시대를 맞이해 적폐청산에만 머물지 말고, 인권이 보장되고 인간성이 회복되는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시인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1994년 창립,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이면 시담(詩談)을 나누는 금요시담동인회도 동인 시집 <금요시담> 제19호를 엮어냈다.김현조 회장과 김은숙, 김제김영, 나혜경, 박영택, 송희, 심옥남, 유대준, 이남덕, 임경신, 전용직 시인 등 11명이 각각 6편 내외의 시를 실었다. 특히 김제김영 솔잎 세어보는 견훤, 나혜경 백제 기행, 심옥남 돌아온 견훤, 전용직 황산벌의 어둠 등 백제 테마 시도 썼다. 백제를 찾아서 떠난 문학 기행의 결과물. 초대 시로 마경덕, 오인태, 이정록 시인의 작품을 수록했다.김현조 회장은 개인의 문학 활동과 공동 사회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관련 금요시담 동인들이 어떤 역할로 사회와 접촉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지난해 2017, 전북도민 인문학 강좌를 열고 전북의 산하, 4차산업혁명 시대,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등을 주제로 지역민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역 사회의 건강함을 확인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회고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1.19 23:02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여성 문인들의 저력 보여주길"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들과 한국 문단의 신예 탄생을 축하하는 중견원로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7일 전북일보사 회의실에서 열린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다.김헌수(시), 최아현(소설), 김영주(수필), 이경옥(동화) 등 올해 당선자들은 환희와 함께 오늘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다짐했다.올해 처음으로 모든 분야에서 여성 당선자가 나와 전북일보는 유리천장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운을 뗀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선배 문인들은 본보 출신 신예들이 작가로 대성하도록 주마가편격으로 조언을 아끼지 마시고, 전북일보 역시 당선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조명하겠다고 축하의 말을 건넸다.신춘문예를 두드린 지만 10년입니다. 우석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당시 어느 구름이 비를 머금었는지 알 수 없으니 계속 도전하라던 교수님이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 삼례터미널로 당선한 김헌수 씨가 10년 만에 내놓은 당선 소감은 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신춘문예 당선은 아픈 몸도 방방 뜨게 하는 귀한 처방전이라며, 앞으로 낮은 목소리로 약한 자들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했다.소설 아침대화로 당선한 최아현 씨는 올해 스물넷으로 문청(文靑) 중의 문청. 그는 세상에 많은 외침이 있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많다며,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더 열심히 배우고 정진해서 들리지 않는 외침을 글로 적겠다고 말했다.수필 마키코 언니로 등용문을 넘은 김영주 씨는 우체국에서 출품작을 부치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봉투를 끌어안고 한참을 머뭇거렸던 그 날이 있었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그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지인이 붕 뜬 마음이 땅으로 내려오기까지 두 달 걸렸다더라. 나는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떨리고 감사한 마음을 소중히 품고 집필하겠다고 유쾌한 소감을 이었다.주말도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경옥 씨(동화 당선작 두번째 짝)도 오늘만큼은 날을 비웠다.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글입니다. 자부심을 갖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따뜻한 동화를 쓰겠습니다.이운룡 시인이 심사위원을 대표해 문학상은 일종의 평가이면서 기대에 대한 보상이라며 이 귀한 인연이 그동안의 묵학적 고투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되면서 창작의 역량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안도 전북문인협회장도 축사를 통해 당부의 말을 건넸다. 신춘은 매년 오지만 문인의 신춘은 한번밖에 오지 않습니다. 결실을 맺는 작가도 있는 반면 꽃이 져버려서 존재감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당선자 모두 문학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큰 빛이 되길 바랍니다.이날 시상식에는 이운룡박남준최균희송준호 등 본심 심사위원과 최기우문신박태건장은영정숙인 등 예심 심사위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또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을 비롯해 김계식, 김기화, 김상현, 김연경, 김완준, 김용옥, 김정경, 김종필, 김학, 김한창, 류희옥, 박경희, 서재균, 선기현, 심재기, 안도, 안평옥, 유응교, 이소애, 장태윤, 전병윤, 전일환, 전재욱, 정군수, 조미애, 주봉구, 최정선, 허소라 씨 등 원로중견 문인과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이 참석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1.18 23:02

[불멸의 백제] (11)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⑪

계백이 이끈 기마군 5백기가 칠봉성에 닿은 것은 이틀 후다. 칠봉성 아랫쪽의 마을을 거쳐왔기 때문에 소문은 금세 퍼졌다. 주민들은 기마군을 반겼다. 요즘들어 자주 출몰하는 신라 기습군을 퇴거하려고 기동대를 끌어왔다고 계백이 말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전, 오늘도 조밥에 나물로 아침을 먹던 계백이 물그릇을 들고온 고화에게 물었다.“너, 삼현성 근처에서 잡혔다고 했지?”고화가 주춤거렸을 때 덕조가 대신 대답했다.“맞습니다. 노예상이 그랬습니다.”“삼현성에서 살았느냐?”계백이 다시 고화에게 물었다.“네.”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고화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부친이 미곡상을 합니다.”덕조가 토방 마루로 다가와 앉았고 부엌에 있던 우덕도 문에 붙어서서 이야기를 듣는다. 계백이 다시 물었다.“성주가 누구냐?”“대아찬 진성님입니다.”“군사는 얼마나 있어?”“그건 잘 모릅니다. 나리”“알아도 모른다고 하겠지.”덕조가 거들었지만 계백은 무시하고 다시 물었다.“성 안에 우물은 몇개냐?”“세어보지 않았어요.”“가구수는?”“1천호쯤 됩니다.”“주민은?”“그것도 모르겠어요.”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조밥을 삼키고 나서 마루에 앉아있는 덕조에게 말했다.“어제 나하고 같이 온 장덕의 숙소에 가서 종을 데려오너라. 장덕이 내가 종을 데려오라고 했다면 보내줄 게다.”“네, 나리”영문을 모르지만 덕조가 일어나 문 밖으로 사라졌다. 수저를 내려놓은 계백이 고화와 우덕을 번갈아 보았다.“이렇게 포로로 잡혀서 종이 되었다가 아이를 낳고 사는 여자가 많아.”고화는 외면했지만 우덕은 눈을 치켜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그때는 종을 벗어나 백제인의 부인이 되는 것이지, 자식들도 백제인이 되고.”“그렇게 못합니다!”바락 소리를 지른 것이 우덕이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우덕이 발까지 굴렀다.“차라리 죽겠습니다!”그때 계백이 똑바로 우덕을 보았다. 그순간 고화가 숨을 들이켰다. 계백의 두눈이 번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술은 조금 비틀려져 있는 것이 쓴웃음을 짓는 것 같다. 계백이 낮게 말했다.“죽음을 가볍게 말하지 말라.”그때 열린 문으로 덕조가 들어섰고 그 뒤를 사내 하나가 따른다.“나리, 데려왔습니다.”다가온 사내가 마룻방 위에 앉은 계백을 향해 굽신 절을 하더니 고화와 우덕을 차례로 보았다. 그러더니 어깨를 부풀리면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계백은 미동도 하지 않고 사내를 주시하고 있다.그때 사내가 소리쳤다.“나리, 이 여자가 삼현성주 진궁의 무남독녀 고화입니다. 저년은 고화의 시녀이구만요!”“뭐?”놀란 덕조가 되받아 소리쳤지만 계백은 잠자코 물그릇을 들었다. 그때 고화가 사내를 유심히 보았다.“너, 마굿간 종 상기 아니냐?”“맞아요.” 우덕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이 역적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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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7 23:02

전북작가회의 제10회 불꽃문학상에 하기정 시인

제10회 불꽃문학상 수상자로 하기정(49본명 하미숙)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 작품은 지난해 발표된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모악). 하 시인이 등단한지 7년 만에 펴낸 첫 시집으로 활발한 화법과 다채로운 상상력이 담긴 62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심사는 정양김용택최동현안도현복효근 시인과 임명진 평론가, 이병천김병용 소설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불꽃 같은 문학은 그와 같은 문학 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면서 낯설고 위험하고, 매력적인 질문으로 가득한 하 시인의 시가 독자의 가슴에 일렁이는 불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하기정 시인은 불꽃문학상이란 이름처럼 동료 문학인들이 주는 환하고 따뜻한 상을 받게 돼 더 송구하고 감사하다면서 불꽃을 꺼뜨리지 않게 지켜서 누군가의 손에 넘겨주어야 하는 일이므로 버겁기도 하지만 기분 좋게 뜨겁고 무겁다고 말했다.임실 출신인 그는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구름의 화법이 당선됐으며, 518문학상과 작가의눈 작품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전북작가회의 정기총회가 열리는 오는 26일 오후 6시 30분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다.전북작가회의(회장 김병용)가 2006년 제정한 불꽃문학상은 어둠과 혹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불꽃처럼 뜨거운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밝혀가길 바라는 동료 문인들의 격려가 담긴 상이다. 상금 300만 원은 회원들이 기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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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현
  • 2018.01.17 23:02

[불멸의 백제] (10)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⑩

“아니, 이년들이.”그날 아침 이후로 덕조의 태도는 돌변했다. 고화와 우덕을 제 여동생처럼 사근사근 대하더니 아침상을 물린 후부터 원수 만난 것처럼 굴었다. 지금도 그렇다. 마당이 깨끗한데도 청소한 흔적이 없다고 시비를 한다. 눈을 부릅뜬 덕조가 우덕을 보았다.“왜 비질을 한 흔적이 없느냐?”“꼭 비질을 한 흔적이 있어야 되나?”맞받은 우덕이 목소리를 높였다.“깨끗하면 되었지. 왜 사사건건 시비야?”“시비? 이년 좀 보게.”어깨를 부풀린 덕조가 한걸음 다가섰다. “사지(死地)에서 구해준 은인한테 이렇게 대들 것이냐?”“잠자리 상대가 필요해서 골랐겠지.”“이년, 내가 집사다.”“같은 종 신세에 위아래가 어디 있어?”말대꾸를 했다가 갑자기 서러워진 우덕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당 복판에 선 우덕에게 고화가 다가갔다.“덕아, 참아라.”우덕의 어깨를 쥔 고화가 덕조를 보았다.“내가 마당 청소를 다시 하지요.”“아, 글쎄…”고화의 시선을 받은 덕조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외면했다. 고화와 우덕이 주종관계인 것이 밝혀진 후부터 덕조는 고화한테 한풀 꺾이고 지낸다. 그날 밤 겁탈하려고 덤볐다가 우덕의 방해로 실패한 것이 멋쩍기도 했다. 몸을 돌린 덕조가 투덜거렸다.“젠장, 잘못 데려왔어. 그냥 도성의 기방에다 팔라고 할 걸 그랬어.”덕조가 대문 밖으로 사라지자 우덕이 충혈된 눈으로 고화를 보았다.“아씨, 도망가요.”“너, 그러다가 죽는다.”고화의 눈빛이 강해졌다. 엷은 입술이 죽 다물어져서 차가운 표정이 되었다.“서두르지마. 우선 저놈의 비위를 맞추자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느냐? 저놈부터 믿게 만들어야 된다.”싸릿대로 만든 비를 집어든 고화가 말을 이었다.“성주는 안목이 깊지만 집안일에 상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성주의 처자가 있겠지요?”우덕이 비를 뺏어 들며 물었다.“있겠지.”“우물가에서 장덕의 종 이야기를 들었더니 성주가 부임한지 열흘도 안되었다고 합니다.”오전 진시(8시) 무렵이다. 오늘 우덕은 처음 우물가로 나가 종들을 만난 것이다. 우덕이 마당에 비질 흔적을 내면서 말을 이었다. “대륙의 백제령인 연남군에서 기마대장으로 명성을 떨치다가 본국으로 소환되었다네요.”“….”“그래서 종들도 성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군요.”우덕이 비질을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고화에게 바짝 다가섰다.“아씨, 제가 빠져나가 나리께 알릴 수는 없고 이곳의 종 하나를 꾀어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낫겠습니다.”“글쎄, 서두르지 말라니까.”“나리께서 군사 10여명만 보내주시면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지 않겠어요?”그때 고화가 허리를 펴더니 긴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이곳에서 삼현성까지는 350리야. 내가 계산을 했어.”고화는 삼현성주인 대아찬 진궁의 무남독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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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6 23:02

제29회 전북문학상에 신해식·김두성·최명표씨

전북문인협회는 제29회 전북문학상 수상자로 신해식 시인과 김두성 수필가, 최명표 평론가를 선정했다.전북문인협회는 지난 15일 전북문학관에서 서재균 아동문학가(심사위원장), 정군수 시인, 최정선 수필가의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전북문학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1989년 등단한 신해식 시인은 올해 여섯 번째 시집 <가슴을 지배하는 한줄기 첫사랑의 추억으로>를 출간했다. 풍물시동인 회장과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대 평생교육원과 김환태 문학관에서 시를 강의하고 있다.김두성 수필가는 1994년 포스트모던으로 등단해 올해 두 번째 수필집 <행복은 이미 당신입니다>를 발간했다. 남원문인협회 지부장을 연임하면서 지역 문단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적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최명표 평론가는 1990년에 등단한 중견 평론가다. 그동안 전북 근대문학 자료(6권)를 정리했고, 최근 3년간 평론이 23편을 발표했다. 지난해 <전북 문단 70년사>를 발행하는 데 주도적으로 역할 했다.한편 시상식은 20일 전주 바울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창작지원금 200만 원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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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민주
  • 2018.01.16 23:02

[불멸의 백제] (9)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⑨

장덕 해준입니다.기마군 대장이 계백에게 허리를 굽혀 군례를 했다. 가죽 갑옷에 비색(緋色) 띠를 매었고 허리에 장검을 찼다. 백제 관등은 16관등으로 구분이 엄격하다. 1품(品)은 좌평(佐平), 2품은 달솔(達率), 3품은 은솔(恩率), 4품은 덕솔(德率), 5품은 간솔(刊率), 6품은 나솔(奈率)이며, 1품에서 6품까지는 자색(紫色) 관복에 띠를 맨다. 7품은 장덕(蔣德), 8품은 시덕(施德), 9품은 고덕(固德), 10품은 계덕(季德), 11품은 대덕(對德)인데 7품에서 11품까지는 비색(緋色) 복장에 띠를 두른다. 12품은 문독(文督), 13품은 무독(武督), 14품은 좌군(佐軍), 15품은 진무(振武), 16품은 극우(剋虞)인데 12품부터 16품까지는 청색(靑色) 관복에 띠를 매는 것이다. 해준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계백보다 키는 작았지만 몸이 둥글고 팔이 길었다.나솔,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오.해준이 말했을 때 계백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장덕, 나는 몇 번 운이 좋았을 뿐이네.겸손하신 말씀이시오.출발 준비는 되었나?계백이 화제를 돌리자 해준도 정색했다.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그럼 가면서 무장들의 인사를 받기로 하지.계백이 말고삐를 당기면서 말했다. 방성안 마장(馬場)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마군 5백기가 곧 해준의 지휘하에 따라 나왔다. 예비마와 군량을 실은 마차까지 늘어서서 대열이 길게 늘어섰다. 이미 햇살이 강한 초여름의 사시(10시) 무렵이다. 5백기의 기마군은 남방(南方)의 정예군이다. 훈련이 잘된 말은 무장들의 외침소리에 흥분해서 살을 떨었고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나솔, 대륙의 기마군은 하루에 얼마나 갑니까?성문을 나와 국도에 들어섰을 때 해준이 말몸을 붙여오면서 물었다. 해준은 붙임성이 있는 성격같다. 계백이 대답했다.하루에 5백여리를 주파한 적이 있어.여기서는 평지가 좁고 지형이 험해서 2백리가 고작이요.내가 남방 아래쪽으로 가보니까 하루에 3백리는 가겠던데.남쪽의 평지가 넓지요.해준이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나솔, 연무군에서 당군을 연파하셨을 때 어떤 전법을 쓰셨습니까?임기응변이지.바로 대답한 계백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돌고 돌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이더군. 그래서 두 번 세 번 꾀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을 썼네.그렇습니까?병법을 연구한 당(唐)의 장수가 많아. 손자나 제갈량의 후손들 아닌가?꾸민 이야기가 많지요.백제 기마군의 이야기가 후세에 남게 되려면 승자가 되어야 하네.나솔은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대륙의 백제군은 거의 매일 전쟁이었네. 그래서 이 나이에 나솔이 된 것이지.계백은 백제군 무장들이 공인하는 용장(勇將)이며 지장(知將)인 것이다. 해준 또한 여러번 공을 세웠지만 계백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것이 어린 나이에도 계백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때 계백의 옆으로 기마군의 무장들이 차례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장덕 해준이 선임이며 부장(副將)으로 고덕 2명, 1백인장으로 무독 5명, 그 휘하에 좌군, 진무 등 10여명이 포함되었다. 모두 여러번 전쟁을 겪은 숙련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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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5 23:02

[불멸의 백제] (8)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⑧

그날 낮, 오시(12시) 무렵이 되었을 때 방령 윤충이 보낸 전령이 칠봉성에 닿았다.방령께서 기마군 장비 때문에 방성(方城)으로 오시랍니다.전령의 말을 들은 계백이 즉시로 떠날 차비를 했다. 성주대리 장덕 진광에게 다시 성을 맡긴 계백이 방성인 고산성에 도착했을 때는 다음날 오후 미시(2시) 무렵이다. 기마군 10여기만 이끈 단촐한 행차였지만 방성까지는 2백여리 길인데다가 하룻밤을 길가 객사에서 묵어야 했기 때문이다.나솔, 빨리 왔군.계백을 본 윤충이 그렇게 반겼다. 윤충은 백제의 명문가인 대성8족은 아니지만 의자대왕의 신임을 받는 측근이다. 방령 윤충이 계백과 내청의 밀실에서 마주 앉았다. 배석자는 방좌인 덕솔 연신 뿐이다. 윤충이 입을 열었다.나솔, 칠봉성의 군량은 얼마나 비축되어 있나?예, 성의 군사가 석달 먹을 만큼은 됩니다.기마군이 1백여기지?예, 방령.말은?220필입니다.내가 방성(方城) 소속의 기마군 5백기에 말을 8백필 내놓겠네.계백이 숨을 죽였을 때 연신이 말을 이었다.군량도 석달분을 지급 해줄테니까 싣고 가도록 하게.방령, 무슨일입니까?칠봉성은 국경과 3백여리 떨어져 있어서 신라군 세작이 기마군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을 거네.윤충이 말을 이었다.기마군 5백기를 이끌고 대야성 주위를 정탐하게, 이른바 위력정찰이지.대야성주 김품석이 바짝 긴장해서 전군(全軍)을 모으고 신라의 삼천당, 귀당의 군사가 응원을 나오도록 하면 더 좋지.윤충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김유신이 대야성 근처로 내려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고.방령.계백이 윤충을 바라보았다.소인이 미끼 역할을 하는 것입니까?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지.목표는 무엇입니까?당항성이야.순간 숨을 들이켠 계백이 윤충을 보았다. 당항성은 이제 신라 신주(新州)의 도성(都城)이 되어 있다. 당항성은 신라가 대륙으로 통하는 관문인 것이다. 바다만 건너면 당(唐)이다. 그러나 원래 당항성은 백제의 영토였는데 장수왕 63년에 침공을 받아 개로왕이 죽고 땅마저 빼앗겼다가 성왕 때 신라와 함께 그 영지 대부분을 되찾았다. 그러나 곧 신라의 배신으로 성왕이 패사(敗死)하고 신라의 신주(新州)가 설치된 것이다. 신주는 백제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땅으로 서쪽끝이 당항성이다. 다시 계백의 시선을 받은 윤충이 말을 이었다.그래, 성동격서(聲東擊西)야, 대야성을 치는 것처럼 해놓고 동방 방령 의직이 대왕과 함께 신주를 친다.그렇다면 저는 신라군을 대야성 부근으로 끌어 모으는 역할이 되겠습니다.그렇지, 그러나 대놓고 덤비면 신라가 눈치를 챈다. 은밀하게 움직여야 믿을 것이다.지원군은 없습니까?상황을 봐서 내가 지원한다.윤충과 연신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것을 본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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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2 23:02

(75)서낭당 - 서낭신 모셔놓은 당집

지금은 비록 무속화 되었지만, 서낭당은 처음부터 무속이 아니라 부족 국가시대에 석전(돌 전쟁)으로 마을을 방어하던 무기의 저장소였고 일종의 병참기지였다. 서낭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한자의 성황(城隍)이 음운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성(城)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성이며 황(隍)이라 함은 성을 쌓고서도 미덥지 못해 그 주변에 팠던 물길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낭은 본시 촌락방어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왜 이곳에 돌멩이를 모아두고 산성을 만들었는가 하면 한강 바닥에는 모래언덕이 형성되어 한강 하류 중에서 깊이가 가장 얕아 임진왜란 당시의 왜군이나 한국전쟁 당시의 북한군도 이 강을 건너던 지점으로 삼은 바 있다.서낭의 군사적 기능은 화약과 총포의 발명과 함께 사라지고 민속놀이로 흔적이 남아 있는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정월 대보름날의 행사로 볼 수 있었던 돌싸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서낭신을 마을과 토지를 지켜주는 신으로 믿고 섬겨왔는데, 마을 어귀 큰 고목이나 바위에 새끼줄을 매어 놓거나 울긋불긋한 천을 찢어 달아 놓고 그 옆 작은 집에 서낭신을 모셔놓은 당집을 서낭당이라 했다.때로는 당집 없이 큰 고목에 울긋불긋한 천이나 새끼가 매어 있는 것만도 서낭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서낭당 앞을 지날 때는 서낭신에게 행운을 빌며 돌을 하나씩 쌓아놓기도 하고, 잡귀가 달라붙지 말라는 뜻에서 침을 뱉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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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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