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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은 참새 할머니, 땅꼬마와 거북이 아저씨, 바위소나무 붕어빵 잉어빵 형제, 네 편이었다. 작품마다 소재와 유형이 다르고, 나름대로 특징을 지닌 작품들이기에 동화 창작의 잠재력에 박수를 보낸다. 먼저 참새 할머니는 폐휴지를 수거하여 내다파는 외로운 할머니가 병든 참새를 간호해 주는 사랑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참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아다니고, 쥐의 사체가 사라진 참새인줄 알고 망치로 벽을 부수는 등 유머와 재치를 살린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글 전체가 어둡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땅꼬마와 거북이 아저씨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따돌림 당하는 아이가 가출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거북이처럼 쪼그리고 앉아 살아가는 노숙자에 대한 연민의 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아저씨의 혼잣말이나 아저씨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공놀이를 하기까지 이어지는 문장은 주독자인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한 서사였다.바위소나무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못생긴 소나무가 다른 소나무와 비교되며 힘든 삶을 살았지만, 주변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오히려 예술적 가치로 높이 평가되어 고향을 지킨다는 내용의 의인화 작품이다. 하지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속담을 패러디한 느낌으로 다가와 소재의 참신성과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한 작품으로 볼 수 없었다.네 편의 작품 중, 붕어빵 잉어빵 형제를 당선작으로 미는 이유는 동생과 성이 다른 가족관계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아동의 심리를 리얼하게 잘 표현한 작품으로 글의 구성이 비교적 탄탄했으며, 결말 또한 무리 없이 마무리하여 다른 작품에 비해 우위를 차지했다. 시종일관 간결체를 고집하여 생긴 문체의 유연성 문제와 묘사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으나, 길거리에서 만난 흔한 소재를 동화 속으로 끌어드린 아이디어도 높이 살만 했다. 당선자를 축하하며, 이어서 독자들에게 상상력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거듭 생산되길 기대한다.
시소는 늘 기울어 투석기처럼한쪽 팔을 바닥에 떨구고 있다빈둥거리는 그 사내의 엉덩이가 얼마나 무거울까쏘아 올리기에는 시소의 두 팔이 너무 길다곤장이라도 맞은 듯 매번 엎어져 있다사내도 굄돌처럼 하늘을 인 듯 무겁다햇빛 그늘진 저 받침점이란 건 뭔가? 가슴팍에점 아닌 섬처럼 박힌 저것누구도 그 중심에 안착해 본 적 없다시소는 늘 중심을 빗나간 기웃거림의 형식으로흔들리며 웃고 운다, 끽끽거린다아이를 데리고 나온 할머니가 가볍게 시소에 앉는다브라보콘을 흘리는 일곱 살의 오후가 번쩍 들린다그 기울어진 시소의 경사면을 따라문득 이삿짐 트럭이 오르고 영구차가 내려간다눈길에 미끄러지는 출근길이 열리고이부자리에 맨발을 모으는 저녁 냄새가 피어오르기도 한다사내의 엉덩이도 시큰거린다중심으로부터 몸이 무거울수록 가깝게가벼울수록 멀리 앉는 게 균형을 맞추는 법이라지만늘 빈손인 사내는 거구여도 뒷자리에 앉고천근의 추를 몸에 단 흐릿한 얼굴은 맞은편에 앉았다 간다시소는 땅 속에 처박히거나아니면 나무처럼 직립하고 싶겠지만 지금은 아니다시곗바늘처럼 좌우로 훅훅 언젠가 돌 수도 있겠지만지금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진짜 시소의 균형이란때를 기다리는 것, 엉덩이 짓무르도록방아를 찧을 때마다 꺽꺽 시소가 울고 있다
경적이 울립니다. 뒤돌아보니 택시입니다. 혹시나 싶어 앞사람 등짝에 툭 던지는 소리, 그 생활의 방식을 시라 믿습니다. 굳게 뒤돌아선 사물의 뒤통수에 대고 오래 말을 걸곤 했습니다. 돌아오는 게 늘 퇴짜일지 몰랐지만, 힐끔 고개 돌린 옆모습이라도 기억했다가 그걸 받아 적는 밤은 늘 깊었습니다. 영혼의 반을 시인이 되는 길에 걸었습니다. 내 반쪽만을 통과한 사람들아, 아이들아 미안하고 고맙다. 퇴근 후 방문을 닫고 무언가 헛것만을 쓰고 있는 아들의 어깨를 보며, 아버지 어머니는 어떤 시간을 사셨을까. 오래 살아계시라. 아들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들으소서. 금이 번진 벽에 새로 도배를 하던 날, 몇 번의 귀얄질로 벽지 속 국화꽃이 천장까지 피어오르던 오후가 있었습니다. 쥐가 달그락거릴 때마다 아버지가 천장을 치대던 그 밤도 생생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 삶의 실금 위로 떨어져 내려쌓인, 그 따뜻한 국화꽃잎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나. 시 쓰는 삶에 한 아름 꽃잎을 보태주신 종호 선배, 지웅 형, 안성덕 선생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박성우 선생님, 정양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제 생활의 반인 가족과 친구와 진봉초 식구들에게 고마움 전합니다. 나를 시인처럼 살게 해준 하연, 사랑합니다. 문우들에 대한 고마움은 생활로써 대신 갚겠습니다. 졸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두 선생님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매번 제 시의 뼈대를 부러뜨리던 강연호 교수님, 저는 언제나 강골이 될까요. 은혜가 깊지만 갚을 수 없는 깊이이므로 갚지 않겠습니다. 더 빚을 지렵니다. 늘 건강하세요.
지금 시는 산업화 광속의 감각 때문에 멀미를 앓고 있다. 인쇄 언어의 앞날이 걱정이다. 그럼에도 시와 시인은 여전히 존재하고 증가하면서 진화하는 추세에 있다. 한 마디로 시대적 아이러니이다.본심의 작품들 중 「금강」외3편(이인애),「거울을 긁다」외2편(박평숙),「즐거운 독」외4편(문화영),「장수 한우축제」외4편(이근영),「생골 아지매」 외 3편(임미성) 등은 모두 한 사람이 쓴 작품처럼 진술 형태가 비슷비슷하다. 평범한 어조에다 일상적 서정이 주조(主調)를 이루고 있다. 관객이 무용 공연장에서 춤은 사라지고 패션만 보인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시는 사라지고 언어만 난무한다면 헛심이 팽길 것이다. 옥석을 가리는 작품에서 언어와 시정신은 섬광처럼 빛나야 한다. 끝까지 남은 작품으로 「나무의 관상(觀相)」(한병인)은 서정 묘사에 치중, 비교적 안정된 심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무에 대한 깊은 인식과 언어 구조의 층이 얇아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에는 버거워 보이는 것 같다. 「바다의 구두」(이지산)는 사람 중심의 편견에 의한 자연(바다)의 희생과 새만금 방조제와의 불협화를 풍자한 생태학적인 시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미래파적 추구 정신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35연의 청신한 진술에 비해 끝부분 89연은 긴장이 풀어져 어색한 상투성과 불투명하고 난삽한 언술로 되어 있다. 짱짱하고 단단하게 응축시켜 공력을 살려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작품이다. 당선작 「시소가 있는 풍경」(노동주)은 인간 사회의 중심축과 평형감각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에 천착, 치열하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언어의 함축적 의미나 비유의 정확성과 긴밀성, 그러한 심층 구조의 역동성에 의해 흡인력과 시안(詩眼) 전개의 안정감도 돋보인다. 덧붙이면 대상의 내면을 투시할 줄 아는 시정신의 집중과 몰입, 언어가 함의하고 있는 상쾌하고 투명한 미의식 등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는 점에 심사위원 두 사람의 의견도 일치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와 더불어 초심을 잃지 말고 이제부터라는 각오로 더욱 정진하여 한국 시인들의 중심에 우뚝 서 주기를 바란다.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시작했다. 먼지가 햇빛의 그물망에 갇혀 온 방을 떠다닌다. 내 유년의 엄마가 햇빛 드는 창가 쪽에 앉아 뜨개질을 할 때도 그랬다. 먼지는 엄마 손끝에서 머리까지 이리저리 부유했다. 엄마는 해가 떨어질 때가 돼서야 숙인 고개를 들었다. 뜨개질을 멈추면 엄마 주변에 갇혀있던 먼지도 풀려났다. 책상 후미진 곳에 쌓인 먼지가 보인다.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데로 무늬가 새겨진다. 그 무늬에는 어떤 과거가 갇혔을까. 밤사이 풀려난 먼지는 내 낙서 위에 고요로 덮였다.그는 목이 유난히 길고 추워 보였다. 나에게 여섯 살 때 헤어진 엄마 이야기를 했다. 내 손으로 감쌀 수 없는 그의 목에 꼭 맞는 목도리를 뜨기로 했다. 내가 뜬 목도리가 그의 목을 데워줄 생각을 하면 내 가슴이 훈훈해졌다. 절로 손이 빨라졌다. 벌집무늬는 난해하다. 잠시라도 정신을 팔면 무늬가 흐트러진다. 틀린 코를 풀어 다시 바늘대에 끼우기를 반복하며 마지막 코를 마무리했다. 목도리를 내 앞자락에 펼쳐보았다.엄마는 뜨개질 도중에 간간이 나를 불렀다. 미완의 뜨개옷을 내 가슴에 대어보며 길이를 가늠했다. 한 코로 시작한 스웨터는 날마다 옷의 형태를 갖추어갔다. 내가 백 점을 맞아 온 날이었다.아이고, 우리 딸 잘했네. 일주일만 기다려.엄마의 손놀림은 더 빨라졌다. 엄마는 계획한 일주일을 다 채우지 않았다. 이틀 먼저 내 옷은 완성되었다. 내게 새 스웨터를 입히며 함박웃음을 거두지 못하던 엄마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엄마를 생각하다 벌집무늬가 흐트러졌다. 잠시 눈을 감았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를 불러 세우고 싶다. 목도리로 그의 목을 폭 감싸고 싶다. 언제나처럼 나를 보며 웃는 모습이다. 넌 참 좋은 내 친구야. 그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 감은 눈 속에서만 또렷한 그다. 눈을 뜨면 이내 사라지는 그. 내 목에 목도리를 둘러보았다. 길이는 짧고 폭이 너무 넓다. 거울 앞의 내가 목에 깁스를 한 것 같다. 좀 더 따뜻하라고 두 겹으로 떴더니 너무 뻣뻣했다. 마감한 코를 죄다 풀어 되감기를 시작했다. 엄마는 늦가을이 되면 집안을 거두는 일 외에는 늘 뜨개질이었다. 내 옷을 뜨는 엄마 주변을 나는 기분 좋게 맴돌았다. 헐렁한 옷 대신 날선 맵시의 스웨터를 빨리 입어보고 싶었다. 엄마는 항상 조금 큰 새 옷을 사왔다. 키가 클 것을 예비해서다. 하지만 뜨개옷만은 내 몸에 꼭 맞게 떴다. 뜨개옷은 되풀어서 다시 짤 수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불면 한 해 동안 자란만큼 내 뜨개옷은 작아져 있었다. 엄마는 작아진 스웨터를 풀어 실뭉치로 감았다. 라면발 같은 실을 끓는 주전자 뚜껑에 끼워 주둥이로 뽑아냈다. 스팀을 받은 털실은 다시 살아 곧게 펴진다. 실뭉치를 풀어주는 건 내 몫이었다. 꽈배기 무늬 유행이 벌집무늬로 바뀌면 내 스웨터는 또 풀렸다. 유행에 쳐진 털옷은 입어 본 적이 없다.실을 펴는 주전자의 뜨거운 김은 엄마의 가슴에 고인 한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굽이굽이 마음속에 쌓인 한숨은 무엇으로 곧게 펼까.다시 떴던 목도리가 완성되었다. 그냥 심심해서 떠 봤어. 실뭉치가 굴러 다니 길래그의 덤덤한 표정이 맹꽁이 같다. 그래도 나는 추운 날 항시 그의 목에 감겨있기를, 그리고 잠시라도 내 생각을 하며 목에 두르기를 바랐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을 목도리 올올에 담았다면 거짓일까. 그날 전화선을 타고 온 그의 목소리가 내 심장을 무섭도록 쿵쾅 찧었다. 그가 긴 여행을 갔다 온 후 처음으로 넘어 온 전화 목소리였다. 즐거운 긴장이 몰려와 내 주변의 공기가 팽팽해지는 걸 느꼈다. 반가운 김에 내 응답이 떨렸나보다.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들었니?아니 그냥. 저.아, 그래.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 그 친구 전화번호 바뀌었더라. 네가 친하니 알 것 같아서으응내 심장은 이내 끝을 모르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친구의 새 번호를 더듬더듬 알려주었다. 며칠 후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 사람이 고백을 했다.고 설레는 목소리였다. 내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내 눈에는 뭍사람들 속에서 그만 보였다. 그가 나에게 건넨 말 하나하나가 커다랗게 다가왔었다. 나는 내 마음의 방 속에 그의 말들을 꽁꽁 가두고 수시로 꺼내어 들었다. 그를 알고부터 무의미했던 내 삶에는 생기가 돌았었다. 의미가 커질수록 그의 방도 커져갔다. 그 방에 푸른 물이 점점 차오르더니 넘실대며 아름답게 빛났다. 그때부터였다. 그리움이란 당의정이 내 입 속에 들어온 것은. 달달한 맛에 빠져들었다가 그 쓰디쓴 약의 속살에 치를 떨곤 했다. 다시 뱉고 싶었지만 이미 내 속은 달고 쓴 맛으로 꽉 차 있었다.그는 전화 이후로도 나를 보면 그전과 똑같이 환하게 웃었다. 나는 내 속의 모든 것들을 금방 비우지 못해 허덕이고 있었는데.나는 대바늘이 아닌 코바늘로 자동차 방석을 뜨기로 했다. 엄마에게 일부러 복잡한 무늬를 부탁했던 내 마음을 그는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너무 어려운 무늬였다. 1분 1초라도 설사 그게 그에 대한 생각일지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뜬 만큼 다시 풀어야 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해서였을까. 한 줄이 완성되기도 전에 무늬는 흩어졌다. 생각의 조그만 포말은 파도가 되어 어느새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한참을 허우적거리면서도 손가락이 일정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나는 자동인형처럼 코를 떴다. 절정에 이른 파도가 힘을 다하여 사구(砂丘)를 밀쳐 내고는 바다로 되돌아갔다. 그러면 또 내 손에는 엉망으로 뒤틀려버린 무늬만 남아 있었다. 방석을 다 완성하기까지 나는 수 없이 풀고 다시 뜨기를 반복했다.해가 져도 아빠가 돌아오지 않을 때면 엄마의 뜨게 무늬는 사정없이 흩어졌다. 아빠는 술 속이 좋지 않았다. 술을 마신 날은 집안이 시끄러웠다. 엄마는 돌부처처럼 몇 시간을 꼼짝하지 않았다. 그런 날의 엄마는 굳은 표정으로 뜨개질만 하였다. 한숨소리에 실을 엮었다. 엄마는 뜨개질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뜨개질을 했다는 걸 나는 방석을 뜨면서 깨달았다. 털실과 바늘대와 손놀림의 반복, 그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이 끼어들면 스웨터고 방석이고 무늬는 엉망이 된다.코와 그 옆의 코가 맞닿아 무늬가 되기까지 나는 실을 짜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짜고 있었다. 점점 머릿속은 비워지고 그에 대한 감정이 다 정리될 때쯤 내 생각의 너비만큼 큰 방석이 완성되었다. 나는 방석을 그의 차에 깔아주었다. 비로소 그를 향한 내 마음도 실려 보냈다. 그에게 방석을 준 후 열네 번의 봄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 그에게 줬던 방석이 낡기도 전에 그는 나를 잊었을 것이다. 방안의 먼지가 햇빛의 그물망에 걸려 끝없이 떠돈다. 이리저리 부유하다 언제든 내 속에 들어와 뿌옇게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나는 다시 뜨개바늘을 잡을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속에 빈방 하나가 생겼습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였습니다. 점점 커져 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습니다.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절박함 속에서 수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잊혀진 기억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밥을 먹으며 책을 읽으며 거리를 걸으며 찾고 또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젖혔을 때 아픈 지난날들이 어둠 속에서 별이 되어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수필을 쓴다는 건 그 별을 하나씩 따서 허기의 공간에 들이는 일이었습니다. 매번 뒤엉켜 있는 단어의 뭉치에서 실 한 가닥을 뽑기까지 쓰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 실로 남루한 나의 일상을 기웠습니다. 다시 꿈을 꾸었고 오래 기다릴 생각이었습니다. 당선 소식은 준비운동을 채 끝내기 전에 울린 마라톤 출발 신호 같았습니다. 설레면서도 두려웠습니다. 묵묵히 내면의 여정을 따라 성실하게 달리겠습니다. 오늘의 저를 만들어준 모든 인연들이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들 지연, 상율이와 고마운 시댁어른들께도 이제 면목이 섭니다. 응원해 준 임정, 현정, 순희, 세영, 소현 씨, 미숙 언니, 승미 언니, 나의 소중한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귀한 가르침을 주신 박영학 교수님, 채규판 교수님과 문우들께 감사드립니다. 신공 카페 회원들과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힘들어 할 때마다 용기 주시던 박시윤 수필가님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손잡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전북일보사에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남편에게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더 기뻐할 유일한 사람, 엄마에게 못했던 말을 전합니다. 엄마 고마워, 사랑해.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붓 가는 대로 쓰다 보면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주관적인 감상이나 관념을 장황하게 나열하기 십상이다. 이야기의 전후맥락을 살피지 않고 신변잡기를 단선적으로 풀어놓기 일쑤다. 읽는 맛을 낸다고 멋스러운 단어를 고르는 일에 집착하기도 한다. 자신이 쓴 글로 읽는 이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어깨동무를 하고 가야 하는데, 제 흥에 도취되어서 멀찍이 앞서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니 읽는 이는 감동을 얻기 어렵다. 적잖은 공을 들여서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박금아(가명)의 <유산>, 박세정의 <슬픔은 내 삶의 원천>, 허숙영의 <화로>, 윤미애의 <박>, 전성옥의 <가로수의 마지막 여름>, 박시윤의 <빗살무늬토기>, 이정인의 <마당>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그랬다. 이 일곱 편의 수필을 쓴 이들은 하나같이 사물을 바라보는 눈길이 깊고 따뜻하다. 문장력도 웬만큼 갖추었다. 그건 분명 수필가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작품들에는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삶의 진솔한 얘기가 부족했다. 당선작으로 고른 한경희의 <뜨개질>은 그런 점에서 앞선 일곱 편과 달랐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글감은 뜨개질이다. 작중화자가 어린 시절에 곁에서 보았던 어머니의 뜨개질하는 모습과, 과거에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위해 손수 뜨개질했던 일을 한 땀 한 땀 뜨개질하듯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한때 그를 사랑했던 작중화자의 애잔한 감정에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보았던 인고의 시간을 교차시켜서 잘 녹여내었다. 읽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조금 더 유연한 문장으로 빚어낼 수 있는 능력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전북도민들에게 책읽기를 제안합니다. 단순한 독서가 아닌, 독서토론입니다. 토론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독서토론이 이뤄지는 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알아가는 배움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전북지역의 독서인프라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새로운 책읽기, 새해부터 시작합시다.시대가 불확실하고 미래에 관한 전망이 어두울수록 근원에 대한 관심은 증폭된다. 그 근원 찾기 중 하나가 책읽기다. 오랜 세월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은 책은 인생의 지혜를 전하고 미래에 대한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사회는 정작 책과 교감하는 시간이 점차 줄고 있다. 전북만 하더라도 지역을 대표했던 서점들이 갈수록 위축되고 젊은 세대들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탓에 출판시장에 냉기가 돈 건 꽤 오래 전이다. 이에 본보는 앞으로 10차례에 걸쳐 책 읽기와 관련한 전북의 인프라를 살펴보고 지금 이 시대에도 왜 책읽기가 필요한 것인지 질문하고자 한다. △전북 서점출판가는 불황불황지난 10월 출판 시장에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의 매각설이 떠도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쌤앤파커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스님), 장사의 신(우노 다카시)을 통해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출판사 중 하나다. 해마다 수백여 개의 출판사가 생겼다가 문 닫는 현실에서 돈 버는 출판사의 매각설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은 그만큼 출판시장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2000년 3400곳이 넘었던 전국의 서점은 지난해 1700개까지 줄었다. 전북의 출판 시장 역시 깊은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의 중소 서점과 토박이 책방출판사도 10년 가까이 위기에 놓였지만 뾰족한 대안마저 없는 게 현실이다. 1963년부터 시작된 홍지서림은 본점과 효자점아중점삼천점 등 분점으로 골목 상권에 자리잡고 있으나, 서신점은 이미 간판을 내렸다. 지난 1970년부터 호흡해온 민중서관고 이미 2011년 본점은 문을 닫은 채 서신점평화점 등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25년 된 군산 한길문고는 폭우로 10만 권이 잠긴 시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자원봉사로 다시 문을 여는 기적을 일구기도 했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의 입점 등으로 인해 지역 서점가는 내리막길에 놓여 있다. 양계영 홍지서림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2080 원칙이 지켜졌다. 상위 20% 출판사가 시장의 80%를 지탱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상위 5% 출판사가 시장의 95%를 잠식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도서정가제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다 보니 책의 50%가 온라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유명한 출판사의 경우 온라인 서점에만 공격적 마케팅을 강구하고 선인세를 높여 베스트셀러 작가를 확보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질 뿐 지역 서점과의 거래를 끊은 지 꽤 됐다고 했다. 신아출판사 서정환 대표도 지역을 대표하는 출판사가 건재하는 것이 전북 문단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여겨 사명감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기획력이 좋거나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 만한 책의 경우 공격적 마케팅 등을 이유로 작가들이 수도권 출판사에 맡기려고 한다면서 결국 좋은 책을 만들어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도서관은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남미의 작가 보르헤스는 천국을 상상해보다가 천국은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원까진 아니더라도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도서관은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다. 돈 없이도 책을 얼마든지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정보격차를 줄이는 핵심 민주기구와 다름없다.전북도는 2004년부터 생활 속 문화환경 조성을 위해 작은도서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데 고심을 거듭했다. 현재 14개 시군에 127개 작은도서관이 조성됐다. 다만 가장 시급한 건 운영의 활성화다. 도서관 건립이 정치적 상상력과 관계된 문제라면, 그 운영과 프로그램은 문화적 상상력과 관계된 문제다. 핵심은 전문성 갖춘 인력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 전북도가 고민 끝에 내놓은 묘책은 독서지도도서논술 등 관련 자격증을 가진 문화기획자를 배치하되 인건비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작은도서관에 배치될 인력 중 관련 자격증을 가진 105명(91%)이 됐다. 작은도서관 활성화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순 없지만, 완주 기찻길 작은도서관(이하 완주도서관)의 사례를 보면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완주도서관이 도내 최우수 작은도서관으로 꼽히게 된 것은 주민 참여 주도로 이뤄진 재능기부 프로그램 덕분이다. 주부독서회 활약으로 독서회 회원 중 영어강사, 퀼트공예 자격증을 갖춘 이들이 자연스레 재능기부를 하게 되면서 수요자 중심의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완주도서관의 단골이용자인 김상규씨(75)도 눈과 귀가 어두워져 고전을 읽고 싶어도 여의치 않았다면서 아이들의 추천으로 만화로 된 고전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웃으며 말했다. 5년 전부터 매일 아침 20분씩 책읽기를 독려하고 있는 전북대 사대부고 장남석 교장는 과거엔 독서였다면, 이제는 토론이라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과정은 책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학습의 기본이 되는 사고력 훈련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북도의회도 책읽는 학교 만들기를 거들고 있다. 지난해 책의 날을 기념해 학교 독서교육 조례를 발의해 통과시켰다. 조례에는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담부서 설치, 독서행사 활성화, 행정 지원의 근거 등을 담고 있어 도서관의 장서인프라 확충, 예산 편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독서 문화를 중요한 정책 의제로 삼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사회의 기본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성수 시인이 지난 27일 내외환경뉴스·내외매일뉴스·국제환경방송 주최 제6회 대한민국 사회봉사대상에서‘정부포상 그린대상’을 수상했다. 기부·나눔·봉사를 실천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은 1·2차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가렸다.정 시인은 지난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으면서 어린이·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저작활동과, 자연보호· 환경보전 교육과 관련한 현장 연구논문을 발표한 공적을 평가받았다. 또 교도소 군부대 오·벽지 등에 책 1권보내기 운동을 꾸준히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순창 출신의 양규창 시인(53, 전북문학관 사무국장)이 계간 ‘시조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연시조‘지리산의 봄’. 이미 1999년 문예사조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양 시인은 이번 시조문학작가상을 통해 시조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김준 김석철 송귀영 신길수)들은 “시조의 보법에 여유가 있고, 사유의 공간도 그 깊이가 있으며, 특히 점층적 시상 전개로 주제를 심화시키고있는 점이 강점이다”고 평했다.양 시인은 “감동을 주는 시 한편을 만들기 위해 절차탁마의 정신으로 열심히 정진하고, 신인의 자세로 언제나 신선함과 패기를 담아내는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다.주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전북예총 감사를 지냈으며, 시집 <그리움의 오선지에 슬픔이 연주되면>을 냈다.
부안 출신의 최광임 시인이 시집 <도요새 요리>를 냈다. 최 시인의 시와 관련, 동료 최금진 시인은 ‘가히 욕망과 그 좌절의 기록’이라고 정리했다. 좌절된 욕망은 허무로 치닫지 않고 오히려 웃음과 아이러니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가볍게 날아오르며, 이 힘 또한 최 시인의 특징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최 시인은 1987년 진주개천예술제 연극부문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고, 지난해부터 1년간 대전방송에서 ‘최광림 시인과 함께 하는 감성놀이 공감놀이-길위에서 만나다’를 진행하기도 한 유명 인사. 현재 <디카시> 주간과 계간 <시와 경제> 부주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9년 계간 <대한문학>으로 등단한 수필가 양희선씨가 첫 수필집 <길 따라 꿈길 따라>를 냈다(북매니저). 친정어머니·기차 통학·자수를 놓았던 젊은 시절 등의 옛 추억을 살리는 이야기에서부터 자녀를 기르면서 느꼈던 소회, 국내외를 여행하며 경험했던 문화유산에 대한 경외감, 자연의 신비, 주변 삶의 현장, 기독교인으로서 삶의 자세 등 칠순 여류 수필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7부에 걸쳐 65편의 수필이 수록됐다. 전북문인협회·대한문학작가회·행촌수필문학회·영호남수필문학회·안골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일처럼 깔고 나아간다, 그것들은 / 그림자를 / 문양처럼 몸에 두르고 다닌다. // 몸통이 기다란 것들, / 무언가 생략된 듯한 형체의 것들은 / 꼬리를 밞으면 쭈욱 벗겨질 것 같은 / 징그러운 비밀을 가지고 있다(‘패러독사’중)‘유혈목이가 삼키던 두꺼비를 꾸역꾸역 게워내고 있다. / 독으로도 삼키지 못하는 독(‘독사서독’중)첫 시집 이후 8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 김유석 시인(53)이 잔뜩 ‘독’을 품었다. 시집 〈놀이의 방식〉(시인동네 시인선)의 제목이 주는 널널한 느낌과 달리 강렬한 이미지로 긴장시키는 시들로 엮어졌다.시집 첫 작품부터 범상치 않다. ‘나를 연민하는 자 / 독하게 두들겨 패라’(‘북어’전문)고 시인은 들이댄다. 그저 아름답고 고운 모습들을 정겹게 마주할 수 있는 시는 그의 이번 시집에 없다. ‘달팽이’를 통해 나선의 미로와 고행, 뫼비우스띠를 연상한다. 심지어 ‘감자’마저도 ‘애꿎은 기생나비들이나 꼬여 먹이다가 나머지는 스스로 시들어가는 일에 쓴다’고 탄식한다.표제작인 ‘놀이의 방식’에서도 시인은 거미·사마귀·개미·카멜레온·해파리 등을 등장시켜 냉소한다.문학평론가 이형권씨는 시집 해설을 통해 “김 시인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미만한 이 세상을 냉소하면서 날카로운 비판적 언어를 구사하는 데 능수능란하다”고 했다. “그의 냉소는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저항의 일종이자 그러한 세상너머를 꿈꾸기 위한 노둣돌이다. 시인은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한 현대사회를 독 혹은 독사의 세상이라고 명명하면서 냉정한 고발정신을 발휘한다”고 보았다. 세상에는 독을 품고 타살의 욕망으로 가득하다는 사실, 그들은 또한 비정상성·잔학성·집단성·허위성·모순성·작위성·나르시시즘·비굴함·동족상잔 등의 속성을 간직한다는 사실, 시인은 이러한 사실들을 접하면서 비판적 시니시스트가 된다는 말로 그의 시세계를 압축했다.시인 자신 또한 “부조리는,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또 다른 부조리를 낳는다. 그런 삶에 관한, 나는 서투른 시니시스트일 것이다”는 짧은 말로, 사회 부조리에 대한 냉소적 관찰자임을 드러냈다.이에 대해 평론가는 ‘서투른 시니시스트가 아닌, 우리시대 진정한 시니시스트로서 주목할 만한 시인이다’고 했다. 시인의 시니시즘은 대상을 향한 핀잔의 포즈가 아니라 대상을 극복하기 위한 공격의 형식이라고 본 것이다. 시인의 냉소는 부조리한 세상을 넘어서기 위한 디딤돌이기에 그 너머의 세계를 향한 열망과 내통한단다.김제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시인’이기도 하며,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됐다. 시집 〈상처에 대하여〉(현대시)가 있다.
그리울사 우리 임금뵈옵고저 우리임금우리임금 성명(聲明)하셔천지요 부모이시니날 같은 미천신(微賤臣)을무엇이 가취(可取)라고 이은(異恩)을 자주입고연포(筵褒)가 정중(鄭重)하니고신(孤臣) 일촌침(一寸枕)이눈물이 바다이다중략중소(中宵)에 창을 열고북신(北辰)을 바라보니오운(五雲) 깊은 곳에우리임금 계시고나경루(瓊樓) 옥우(玉宇)에추기(秋氣)는 추워지고백로(白露) 겸가의미인(美人)은 얼어있네진령가 한곡조로묘묘(渺渺)한 천일방(天一方)이수문(隨門) 숙견을몽매(夢寐)에나 찾을 손가거연(遽然)히 잠이 들어일침(一枕)을 일워시니의연한 구일모양(舊日模樣)입시(入侍)에 들었구나용루(龍樓)를 높이 열고옥좌(玉座)가 앙림(仰臨)도다지척(咫尺) 전석(前席)에종일을 근시(近侍)하니천안(天顔)이 여작(如昨)하고옥음(玉音)이 온순(溫詢)한데촌계(村鷄) 한소리에홀연히 깨달으니심신(心神)이 창망하여눈물이 옷에 젖네군문(君門)이 여천(如天)하여다시 들기 어려울세꿈이나 빙자(憑藉)하여우리임금 보는 것을 계성(鷄聲)은 무슨 일로꿈조차 깨우는고방황(彷徨) 종야(終夜)에이 마음 경경(耿耿)하다종남산 불로(不老)하고한강수 도도(滔滔)하니슬프다 이내생각어느 때 그치일고작자 추담 장현경(張顯慶 1730-1805)은 본관이 흥성(지금 고창 흥덕)이며, 영조 6년에 전북 장수 번암에서 태어났다. 22세 때인 영조 28년에 정시(庭試) 병과에 16등으로 급제하여 춘추관 기사관 겸 홍문관 박사, 춘추관 기주관(記注官)과 편수관을 지냈다. 정조 20년(1796년)에 삼례 역승(驛丞)으로 좌천되었으나, 임금에 대한 원망 대신 오히려 임금을 그리워하는 연군류 32구의 가사 사미인가(思美人歌)를 지었다. 이 작품은 필자가 오래전 <한국문학지도> (1996, 계몽사, 56-57쪽)에 소개한 것으로 송강 정철이 전남 담양 창평에서 임금을 그리워하며 노래한 사미인곡, 속미인곡의 전범을 이은 사미인계의 연군류의 가사로서 국문학적 가치가 인정된다. 이 두 작품의 작자가 임금의 총애에서 소외된 환경과 처지가 서로 동질적이지만, 임금을 조금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오로지 여성화자의 목소리로 임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한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라는데 큰 의의를 둘 수가 있다. 사미인계 시가의 원천은 굴원의 초사(楚詞) 가운데 사미인(思美人)에서 찾을 수 있다. 굴원이 노래한 미인(美人)은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라 임금을 지칭한 말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미인계 노래 내면에 흐르는 정조(情調)는 대부분 여성적인 톤을 지니고 있다. 여성적인 목소리이어야만 자신의 절절한 마음을 임에게 전달하는데 가장 큰 호소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미인계 가사는 송강 정철의 양미인곡인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다. 거연히 잠이 들어 일침(一枕)을 일워시니/ 의연한 구일모양(舊日模樣) 입시(入侍)에 들었구나/ 용루(龍樓)를 높이열고 옥좌(玉座)가 앙림(仰臨)도다/ 지척(咫尺) 전석(前席)의 종일을 근시(近侍)하니/ 천안(天顔)이 여작(如昨)하고 옥음(玉音)이 온순(溫詢)한데/ 촌계(村鷄) 한소리에 홀연히 깨달으니/ 심신(心神)이 창망하여 눈물이 옷에젖네라는 정조는 송강의 속미인곡 적은 덧 역진(力盡)하야 풋잠을 얼픗 드니/ 정성이 지극하야 꿈에 임을 보니/ 옥 같은 얼굴이 반이나마 늙어세라/ 마음에 먹은 말씀 슬카장 살자 하니/ 눈물이 바라나니 말씀인들 어이하며/ 정을 다 못하여 목이조차 메여하니/ 오전(誤傳)된 계성(鷄聲)의 잠은 어찌 깨웠던고와 동질적이다. 오매불망 임금을 그리워하여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을 지내다가 잠시 옛 모습 그대로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꿈결 속에 젖어든다. 그런 자신을 홀연히 깨운 건 촌닭의 울음소리다. 새벽인줄 잘 못 알고 울어버린 닭의 울음소리에 꿈을 깨면서 임금과 나누었던 군신간의 정이 단절된다. 다시 외롭고 답답한 현실로 되돌아오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닭에게 원망을 보내는 화자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다. 그러하니 마음과 정신이 슬프고 가련하여 눈물로 옷깃을 적신다는 안타까움은 심신이 창망하여 눈물이 옷에 젖네라고 절절히 노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송강이 잠깐 풋잠이 들어 꿈속에 임금을 만나서 군신간의 정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때 이른 닭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서 답답하고 어두운 현실을 깨닫게 되는 속미인곡의 정조(情調)와도 궤를 같이 하는 애닮은 상사지정(相思之情)이다. 영조 39년(1763년) 겨울가뭄이 극심했는데 동짓날 눈이 많이 내리자 영조는 친히 춘추관에 나와 잣죽과 꿩구이를 내려 격려하였다. 그러므로 장현경이 이에 감복하여 백설(白雪)이란 율시를 지어 바치자, 영조도 기뻐하며 한시를 친히 써서 이에 응답해 주었다. 장현경은 말년인 정조 23년(1799년) 고향인 장수 번암에 어서각(御書閣)을 짓고 영조가 자신에게 하사한 친필 어서를 자신이 지은 백설과 함께 잘 보관하였는데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잘 전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장수군 산서면 오성리에도 태종 이방원이 사간공 안성(安省)에게 내린 왕지(王旨)를 보관한 어필각(御筆閣)이 세워져 영조의 어서각과 더불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국문학자전주대 명예교수
전북수필문학회(회장 서정환) 주최 제26회 전북수필문학상 수상자로 수필가 이종택(80)김재희씨(62)씨가 선정됐다. 심사는 김남곤소재호정군수 시인과 수필가 김학씨가 맡았다. 올 전북수필문학상에는 7명이 수상 후보로 올랐으며, 심사 기준은 문학성에 주안점을 뒀고, 인품과 소속단체에서의 기여도 및 참여도를 참작했다. 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수필집 <은발의 소년들>을 펴낸 이종택 씨와 꽃가지를 아우르며를 상재한 김재희 씨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재호 심사위원장은 이종택 씨의 은발의 소년들의 작품에서 상징성 문제를 으뜸으로 내세우고 싶다고 평했다. 특히 이씨의 작품에는 고향이야기가 퍽이나 많은 데, 거기서 인간학이라는 명제를 충실히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희 씨의 수상작 <꽃가지를 아우르며>는 글의 구조가 입체적이면서도 한 가닥(한 줄기, 한 주제)으로 모든 서류들이 영입되어 한 가지 톤으로 흘러간다는 평을 받았다. 에세이적 사려가 골똘하고, 묘사는 소설적으로 정확하며, 문장의 기교는 시적으로 그 테크닉이 범상치 않다고 거들었다.이종택 씨는 정읍 출생으로 2002년 월간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협, 전북문협, 전북수필, 전주문협,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영호남수필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행촌수필문학회 초대, 2대 회장을 역임했다. 수필집으로는 때늦은 책가방 은발의 소년들이 있으며, 전북예술문학상수필과비평문학상행촌수필무학상을 수상했다. 김재희씨는 월간 수필과비평과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한국문협, 전북문협,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전북수필, 행촌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으로 그 장승이 갖고 싶다, 꽃가지를 아우르며가 있으며, 수필과비평문학상과 행촌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중순 서노송동 대우뷔페웨딩홀에서 전북수필 제77집 출판기념회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금 각각 100만원이 수여된다.
“문화예술분야와의 융합을 꾀하고, 회원간 작품 읽기를 촉진하는 한편 재미있게 어울리는 단체를 만들겠습니다.”지난 21일 열린 전북시인협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에 선출된 김영 시인(56)은 외부 교류와 회원간 결속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시라는 고유의 영역 외에도 음악, 미술, 숲해설 등 다양한 영역과의 교류를 추진하겠다”면서 “협회에서 매년 2차례 추진하는 문학강연도 시인뿐 아니라 되도록이면 시의 재료가 되고 시인이 본받을 만한 사람으로 요청하는 등 다른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갈수록 시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이 낮아지는 시대를 맞아 회원간 ‘독자되기’를 권했다.“문학의 설 곳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독자와의 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시인이 시를 안 읽는데도 있다”고 본 그는 “회원끼리 애정을 가지고 훌륭한 고급독자로서 다른 회원들의 시를 들여다 보고 챙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인들이 즐겁고 유쾌한 모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흔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문단의 흐름을 따라가되 어르신의 통찰력과 선·후배 문인의 조언을 널리 듣겠다”고 강조했다.김 시인은 현재 송희 회장에 이어 내년 1월부터 3년간 전북시인협회의 회장직을 맡는다.
올해 도내 시인상은 최덕자 씨(66)에게 돌아갔다.전북시인협회(회장 송희)는 지난 21일 전주시 중화산동 춘향골 문화공간에서 최덕자 씨(66)에게 제14회 전북시인상을 시상했다. 최 씨는 기쁘기도 하지만 쟁쟁한 선후배 시인을 두고 이렇게 상을 받아 부끄럽다면서 졸시를 쓰는 필자에게 격려를 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시는 혼이 실리지 않으면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며 혼자만의 감동이 아닌 다른 사람 모두가 함께 감동을 느끼는 시심을 가슴에 안고 살겠다고 덧붙였다.심사를 맡았던 전정구 전북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이날 심사평에서 서열로 작품을 가리기보다는 다만 그 때의 취향의 차이에 의해 선정했다고 전제하고 이름을 지운 약 80편의 시를 심사했는데 최 시인의 글은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시가 고르고 열심히 쓴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등단 기간은 짧지만 낭중지추처럼 그동안의 감춰진 긴 시심이 베어나왔다고 평했다. 최덕자 씨는 지난 2007년 자유문학에 시 근린공원 외 2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가톨릭전북문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9대 가톨릭전북문우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수장자에게는 100만 원의 상금과 박민평 화백의 그림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더불어 이날 전북시인협회의 정기총회가 열려 신임 회장에 김영, 감사에 이현구남궁 웅 씨 등의 차기 임원진을 선출했다.
전주 북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수필가 이윤상씨가 두 번째 수필집 <버리기 연습>을 발간했다(도서출판 북매니저). 2005년 수필집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후 8년만이다.저자는 “순간순간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버린다는 것은 욕심을 비우고 만사를 관용으로 대하는 수행의 길이다”고 책머리에 밝혔다. 40여년간 재직했던 교단을 떠난 후 수필 창작, 서예, 여행 등으로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과 삶의 철학들을 담은 작품들로 엮어졌다. ‘버리기 연습’‘마음의 거울을 닦아야’‘신비감에 젖은 아이들’‘잊을 수 없는 제자들’‘급변하는 세시풍속도’등 5부에 걸쳐 69편의 작품이 수록됐다.2003년 종합문예지 <문예운동>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전북선예전람회 5회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시는 시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를 통해 시인의 삶을 읽을 수 있다. 시인이 관심을 두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시인의 고향 모습은 어떤지, 시인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금세 간파할 수 있다.무주에서 태어나 현재도 무주에 살고 있는 이봉명 시인(57)에게 자연과 고향은 그 자체가 시다. 그가 최근 낸 시화집 〈포내리 겨울〉에 그 고향과 자연을 담았다(도서출판 두엄). 시집 제목이 말해주듯 시인의 고향인 적상면 포내리와 겨울 이야기가 주요 소재로 다루어졌다. ‘새벽 어둠을 끌고 나가 / 쇠비름, 개비름, 망초대를 뽑고 나면 / 사이사이 비집고 자라는 / 들개순이 이쁘다 / 칠순 어머니 손 끝에 묻어나는 / 저 반짝이는 생명들 / 참깨, 들깨, 고구마, 강냉이 할 것 없이 / 이슬 먹고 자라는 텃밭에서 / 이땅에 나만 홀로 두고 떠난 /어머니, 아버지 땀방울 먹고 자라는 저 생명들 /모두 푸르다’고 시인은 ‘텃밭에서’를 노래했다.고향 ‘포내리’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어머니·아버지를 기억했다. ‘겨울 숲속에서’‘겨울밤’‘입동’‘첫눈’‘눈이 내리면’‘겨울이미지’‘겨울나무’ ‘겨울비’ ‘겨울 비’‘겨울 강가에서’‘겨울새’등의 시를 통해 아프고 시린 마음을 드러낸다.개불알꽃, 꿀벌, 지는 꽃, 입춘, 풀꽃을 소재로 한 시는 사진을 위한 시가 됐다. 시인이 이 시집을 낸 배경이기도 하다.이 시인은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으나, 듬성듬성 사진으로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나를 슬그머니 누르곤 한다”고 했다. 시와 사진을 만나게 해보려는 시도가 어려운 일이었으며,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사진은 고향 후배이기도 한 사진작가 박도순씨의 도움을 받았다. 무주의 삶과 풍경이 사진으로 더욱 생생해졌다.1991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으며, 무주작가회의·한국장애인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문집〈아직도 사랑은 가장 눈부신 것〉, 시집 〈꿀벌에 대한 명상〉 〈아주 오래된 내 마음 속의 깨벌레〉 〈지상의 빈 의자〉 등을 냈다.
윤현순 시인이 10년만에 새 시집 〈노상일기〉를 냈다(신아출판사). 3번째 시집이다. ‘꽃의 시인’으로 불리우는 시인이 이번에는 험하고 궂은 삶의 현장 한복판에 놓인 ‘노상’이야기를 시집의 중심에 뒀다. ‘만만한 홍어와 엿장수’‘포장마차’‘서신동 무지개’로 이어지는 14편의 ‘노상일기’를 통해 시인은 민초들의 애환과 사회 부조리를 주목했다.시인은 또 남원 주생면 지당리 마을을 배경으로 한 15편의 연작시 ‘지당리 스케치’에서 고향에 대한 추억, 그리움, 애절함을 노래했다.이운룡 시인(전북문학관장)은 시집 작품 평설에서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에 대한 천착, 소외된 자의 삶과 고통에 대한 자의식, 사회현식의 관심사에 대한 발언 등을 명쾌하게 해명하고 형상화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시와 꽃을 사랑하는 시인, 그래서 존재의 내면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했다.1996년 〈시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중심꽃〉 〈되살려 제모양 찾기〉가 있다. 전북시문학상·시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온누리꽃예술중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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