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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연재를 마치며] 전북문학, 한국문학의 중심축 기능 담당

고려사 악지에 전해오는 백제오가 중 태평가격인 〈무등산가〉를 제외한 〈정읍사〉와 〈선운산가〉, 〈지리산가〉, 〈방등산가〉 등의 망부가류와 조선조 가사인 정극인의 〈상춘곡〉, 경기체가 형식의 〈불우헌곡〉과 단가형의 〈불우헌가〉는 조선 시가의 남상(濫觴)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제권의 시가작품들은 한결같이 여성의 정절을 테마로 한 망부가(望夫歌)류로 오로지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고 인내하는 망부의 미학을 주조로 하고 있다. 이들 작품 속엔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怨)이나 한(恨)을 찾아 볼 수 없고, 오로지 남편만을 믿고 따르는 아름다운 사랑만이 관류하는 여필종부의 유교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불우헌 정극인의 작품은 모두 군신간의 전통적인 유교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우헌가〉나 〈불우헌곡〉은 성종이 내린 삼품산관의 성은에 감읍(感泣)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세상사에 근심하지 않고 자연과 하나 되는 가운데 즐거움을 찾는 낙이망우(樂以忘憂)의 미학을 노래하였다. 조선 가사문학의 효시작인 〈상춘곡〉도 그러한 가운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미학을 바탕으로 세상의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 자연처럼 청정하게 살아가는 불우헌의 모습이 투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북 정읍의 칠보에서 창작된 불우헌 정극인의 가사 〈상춘곡〉은 전남 담양의 송순, 정철 등으로 이어져 ‘면앙정가단’을 형성함으로써 조선조 가사문학권의 산실이 되었다. 남원에서 창작된 현곡 조위한의 가사 ‘유민탄(流民嘆)’은 무능한 조정과 사대부들로 인해 왜란을 막지 못하고 나라가 초토화됨으로써 뿔뿔이 흩어져 유랑하는 백성들의 한탄을 담은 작품이다. 광해군의 탄압이 극에 달한 탓으로 작품이 전해오지 않지만, 홍만종의 「순오지」에는 혼탁한 조정과 탐관오리들의 가혹한 폭정을 고발한 것이라고 한 뒤, 정협의 ‘유민도’와 쌍벽을 이룬다고 하였다. 임란 이후는 사대부들의 전유물 같았던 가사문학이 시조장르와 더불어 평민 부녀자 등으로 확대되면서 시조장르와 더불어 국민장르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려조 가전체소설에 이은 조선조 김시습의 몽유록계소설 「금오신화」는 조위한의 한문소설 〈최척전〉으로 발전하여 〈춘향전〉과 허균의 〈홍길동전〉 등 고소설을 낳았고, 〈흥부전〉, 〈콩쥐팥쥐전〉 등으로 이어졌는데 이들 작품들이 이 고장을 중심으로 그 배경이 되어 창작되었다. 홍길동전은 부안 우반동 선계안골 정사암에서 허균이 집필했는데, 소설 속의 율도국이 위도라고 전해오기도 한다. 금오신화 속의 〈만복사저포기〉는 남원의 만복사를 배경으로 남원에 사는 양생이 귀신처녀와 결혼하여 살았다는 몽유세계를 그린 소설이다. 이는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하는 초극하는 방법으로 꿈속 세계만이 유일무이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또 향가 〈서동요〉는 익산금마 미륵사를 배경으로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노래다. 미륵사 서탑의 복원과정에서 삼국유사의 이 설화가 허구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문학적으로 화석화된 유사의 기록도 부정할 길이 없다. 고려 고종조 이규보(1168- 1241)는 최충헌의 인정을 받아 전주목에 부임한 뒤 전북을 일순하는 가운데 쓴 수필 〈남행월일기〉를 남겼고, 전북을 배경으로 한 60여수의 자연경물한시가 「동국이상국집」과 「백운소설」에 실려 유전되고 있다. 영조대 신경준(1712- 1787)은 「여암유고」 권1 시62제하에 145수의 시를 남겼는데 여암의 〈시칙(詩則)〉은 백성들의 어려운 삶속에서 우러난 민은시(民隱詩) 10장, 자연의 미물을 현미경적 관찰을 통한 야충(野蟲)과 소충(小蟲) 10장, 전통적인 한시의 형식을 깨뜨리면서 실질을 추구한 고체시 65수 등 세 가지로 대별된다. 즉 그의 시칙은 구시대의 전통적인 시작을 답습하지 않고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가운데 개성을 중시하였고, 하찮은 미물 속에서도 문학적 의미를 캐낸 시의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이 유고를 처음 발견한 정인보는 박학(博學) 무실(務實)의 선견을 지닌 신경준이 조정에서 귀히 등용되었다면 일찍이 왜란 같은 치욕이 없었을 것이며 조선이 일본보다 더 훌륭한 선진국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탄한 바도 있다. 이 외에도 전북 임실군 지사면 영천에 불고정(不孤亭)을 짓고 ‘가사 10장’이라는 제하에 강호한정을 노래한 장복겸(1617- 1703)의 연시조 〈고산별곡〉, 정조 20년 삼례역승으로 좌천됐으나 임금을 그리며 지은 장현경(1730- 1806)의 가사 〈사미인가〉, 선조대 부안 매창(1573- 1610)의 한시와 시조, 영조대 남편 담락당 하립과의 이별과 해후 속에 빚어진 사랑과 그리움을 전통적 시형을 깨뜨리고 생산한 삼의당 김씨의 200여수의 한시, 고종조 마이산의 아홉 절경을 주자의 〈무이구곡가〉나 율곡의 〈고산구곡가〉의 형식을 빌어 지은 이도복(1882- 1938)의 가사 〈이산구곡가〉와 완주군 봉동면의 규방가사 〈홍규권장가〉, 〈상사별곡〉 고창군 대산면의 〈치산가〉 등 한국문학의 질량을 한층 끌어올린 한시, 시조, 가사 등이 모두 이 고장에서 생산되었다.고종조 신재효는 광대가를 창작하며 소릿꾼인 광대가 갖추어야할 인물치레, 사설, 득음, 너름새 등의 네 가지 요소를 정립하고 종래의 12마당의 판소리 가운데 이선유의 5마당에 변강쇠타령을 넣어 를 6마당으로 개작하여 상층취향의 전아한 의취를 살려 판소리를 민족문학예술로 승화시켰다. 익산군 여산에서 태어난 가람 이병기(1891-1968)는 시조는 전통적 시조장르에서 벗어나 실감실정을 표현하고 격조를 변화시키는 등 6가지 혁신론을 제시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확립한 현대시조로 계승 발전시킨 공로자다. 그리하여 현대시조는 정형시이면서 자유시이며, 자유시면서 정형시이어야 하고, 전통적인 틀에 구속되지 않으면서 자유시가 되지 않는 점이 묘미라고 정의하였다. 그 결과 조선조의 2대장르 가운데 가사는 박물관화 되었더라도 시조장르만은 지금까지 현대시조시로서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로 보면 시조와 가사장르, 한시, 몽유록계와 판소리계 소설, 현대시조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 전반에 걸쳐 문학이론을 정립하면서 전북을 배경으로 많은 작품들을 배태하거나 생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광해군 때 왜란의 참상이 선조와 지배계층의 무능과 무대책의 결과이며, 그로 인해 힘없는 백성들이 유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발한 가사 〈유민탄(流民嘆)〉과 일본과 중국 등을 배경삼은 한문소설 〈최척전〉을 지은 현곡 조위한 , 연시조 〈고산별곡〉을 짓고 환곡제도를 통해 가렴주구를 일삼는 지방관리들을 고발하며 무위도식하는 유학자들을 각각 업유(業儒)와 업무(業武), 업농(業農)으로 나누어 유의유식(遊衣遊食)하는 무리들을 없애야 한다는 〈구폐소〉를 올린 장복겸과 같은 도학자들이 있었다. 하찮은 곤충 등 미물들에게도 확대경을 들이대고 〈시칙(詩則)〉을 정립하며 지은 미물시와 백성들의 어려운 삶을 대변한 민은(民隱)시를 쓰고, 민중을 위해 지리(地理)며 실용적인 기계와 기구를 만들고 박학과 무실을 실천했던 여암 신경준, 면암 최익현과 연재 송병선 선생에 힘입어 이석용 장군이 의병을 일으킨 조선의 민족정기의 발원인 마이산을 배경으로 지은 이도복의 〈이산구곡가〉 등을 보더라도 이러한 인간중심의 휴머니스트들의 실천적 정신으로 인해 조선조의 문화가 세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지나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가람이 분류한 시가와 산문이라는 2대분류의 국문학 장르론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국문학의 원천은 모두 전북문학이 한국문학의 남상(濫觴)이 되었거나, 한국문학의 중심축으로서의 기능을 감당해 왔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끝〉

  • 문학·출판
  • 기고
  • 2014.06.13 23:02

전북대, 실학자 황윤석 '이재만록' 완역 성공

조선시대 호남지역의 대표적 실학자인 이재 황윤석 선생(黃胤錫1729-1791)의 학문과 사상을 중심으로 호남 실학과 전통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전북대 이재연구소(소장 하우봉 교수)가 이재 선생의 이재만록 완역에 성공해 조선시대 사회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지난 2011년부터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아 3년만에 완역한 이 책은 3권으로 구성됐으며, 하우봉 소장(사학과 교수)을 중심으로 박순철 교수(중어중문학과 교수)와 연구원인 노평규김영 박사 등이 번역에 참여했다.고창 출신으로 이재만록의 저자인 이재 선생은 영정조 연간에 활동한 대표적인 실학 사상가이자 당대 최고의 백과전서파 실학자로 불린다. 그는 당시의 서양 문물을 접하고 자명종을 직접 사서 분해해 연구할 만큼 신문물에 대한 관심이 컸으며, 성리학역사학국어학지리학천문학산학기하학음악 등에 걸쳐 300권에 달하는 저술을 남겼다.특히 그는 평소에 군자는 한 사물이라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君子恥一物之不知)라는 탐구심을 가지고 모든 사물의 이치를 궁구했으며, 새로 알게된 다양한 사물과 지식에 관해 수시로 기록한 저술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만록에 수록했다.한편 이재연구소는 이재만록 완역 출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오는 13일 전북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하우봉 이재연구소장은 그동안 이재 선생이 남긴 저서가 제대로 번역되지 못한 관계로 연구와 조명이 활발하지 못했고 그 업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이제 만록이 완역된 만큼 이를 계기로 이재의 학문과 사상이 더욱 조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정진우
  • 2014.06.11 23:02

장수 출신 이강만씨 〈미생 이야기〉 북콘서트

작가의 글들은 삶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잔잔한 톤으로 조근 조근 들려준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대전고검장 김희관)장수 출신의 한화손해보험 이강만(51) 상무가 낸 〈미생(美生) 이야기〉에 대한 찬사다(지식공간). 페이스북을 통해 주변의 미담 주인공을 소개하기 시작한 그의 이야기가 판을 키워 블로그를 만들고 책 발간으로까지 연결됐다. 그의 책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지난 6일 서울 한강변에서 열렸다. 북콘서트 역시 색달랐다. 지난해 열었던 의류기부행사에다 북콘서트를 접목한 이색적인 행사로 진행됐다. 작가의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그가 매주 블로그에 연재한 글들을 읽어 온 독자들을 불러서 의류기부행사도 하고 동시에 북콘서트도 진행하는 형식이다. 저자는 지난 3년동안 매주 한편씩 생활 속에 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이웃들의 아름다운 삶을 소개해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여기에 전북일보에 기고한 칼럼들 중 일부를 담았다.이날 북콘서트는 저자 본인이 먼저 사연 있는 의류를 기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여기에는 100여명이 참여해 저자와 뜻을 같이 했다. 이들이 기부한 의류는 대부분 새 옷과 같아서 현장에서 판매되기도 하고 일부는 리폼을 통해 재활용하게 되는데 수익의 일정금액은 절단 장애인을 위해 쓰여질 예정이란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6.09 23:02

고 최란수 명창 삶과 판소리 조명

군산근대역사박물관(관장 박진석)이 올해 두번째 기획전으로 월산 최란수 명창의 삶과 예술을 마련했다(8월28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박물관은 군산출신 명창으로 지난해 작고한 무형문화재 고 최란수 명창을 주제로 최란수 선생이 평생 득음과 명창의 꿈을 가지고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노력했던 삶과 지역사랑을 200여점의 유족 기증자료와 남원 시립국악단 대여자료 등을 토대로 전시회를 마련했다.전시회는 5개 주제의 테마와 2개 영상으로 구성해 전시장 진입 복도 벽면을 이용해 최란수 명창의 일생을 스토리화했다. 또 소리꾼을 꿈 꾼 계집아이와 스승이었던 이기권, 박초월, 강도원 등과의 만남, 최란수의 판소리와 예술가 정신을 다룬 자료들이 순차적으로 전시된다. 이어 최란수의 초창기 제자와 전수이수자 자료가 전시되고, 월산이 만든 군산의 소리판을 주제로 최란수에 의한 군산 판소리 문화의 발전상을 소개한다.전시장 앞쪽 세미나실에는 판소리 관련 학습 및 영상이 상영되고, 관람객이 고수가 되어 최란수 명창과 공연을 하는 모습을 연출해 볼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됐다.박물관 관계자는 명창 최란수 선생의 예술가 정신을 확인하고 바른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전시를 개최할 수 있도록 자료를 기증해준 유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이일권
  • 2014.06.09 23:02

김태룡 정읍신문 발행인, 산문집 펴내

주간 <정읍신문> 발행인인 김태룡씨(58)가 신문인으로 활동하며 담아둔 마음을 책으로 꺼냈다. 김태룡의 세상 이야기<국민, 유권자가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신아출판사). 1990년 지역신문 발행인으로 신문에 뛰어든 저자의 신문 운영과 관련한 속내와, 신문인으로서 세태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진솔하게 담긴 산문집이다.저자는 은행권에서 신용도를 검증할 때 지역 신문 하나 쯤은 구독료를 지불하고 자발적으로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역 언론에 대한 애정을 호소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현안이나 그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모르고 어떻게 그 지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느냐고도 반문한다.저자는 또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당주의가 부른 되돌릴 수 없는 사고라고 지적하고, 금세 잊어버리는 냄비근성과 감정기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그는 또 부끄러운 국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똑바로 서서 바른 판단으로 올바른 정치를 할 후보에게 신성한 표를 꼭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회장과 이정덕 전북대 교수가 책 추천사를 썼으며, 정세균 국회의원오세철 배영고 교장고광헌 전 한겨례신문사 사장이영회 감사원 서기관김종호 고려연합의원 원장 등 선후배들이 저자의 됨됨이를 평으로 붙였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6.06 23:02

'고창의 문학옹달샘' 20여명 회원 시·수필 수록

초록이 넘실 댄다 / 고향 청보리 밭엔 / 앞에서 유채꽃이 나를 흔들고 / 초록 청보리가 뒤에서 잡는다 / 봄 향기 실어오는 훈풍 / 초록 물결 속으로 / 온몸을 흔들며 숨어버린다(김형중 시인의 청보리 밭에서전문).고창 연고 문인들의 고향 사랑이 물씬 담긴 작품들이 <선운산 문학>으로 모아졌다. 2011년 창간호로 얼굴을 내민 선운산문학회(회장 반상진)가 4번째 동인지를 냈다.반상진 회장은 마치 만추에 시골집 마당에서 비질하다 돌아보면 또 낙엽이 수북이 쌓이는 것처럼 아무리 써도 또 써야할 소재를 켜켜이 쌓아 놓은 것이 문학마당이다며, 개인의 정서나 사회적인 이슈, 시대적인 인식들을 문학마당에 담았다고 했다. 이강수 고창군수와 법만 선운사 주지스님은 축사를 통해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고창의 작은 옹달샘을 만들고, 아름다운 고창의 이야기를 전하는 가교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이번 호 역시 20여명 회원들의 시와 수필로 엮어졌다. 원로 서정태 시인의 이제 부터등 3편이 앞자리를 차지했고, 국회의원을 지낸 강인섭 시인전라시조문학회장을 역임한 유휘상 시인, 광주예술인회 이사장인 전원범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인 진동규 시인, 엄영자 김영자(전 고보초 교장)김형중(전 전북여고 교장)김영자라기채(익산문인협회 부회장)김귀례(전 MBC아나운서)김상경(영등포경찰서 종합실장)정재학(라이트뉴스 칼럼니스트)김영애(서영대 교수)정명수(사업)김영환(공무원) 시인 등이 시를 올렸다. 또 방상진(이비인후과의원 원장)오영태(약사)정주환(호남대 명예교수)유동종탁현수(광산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임동욱(호남대 교수) 씨 등이 수필로 인사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5.30 23:02

지리산 계곡 바위가 고래였다네

지리산 피아골에 아기 고래가 엄마를 기다린대요. 아기 고래는 어떻게 깊은 산골까지 가게 된 걸까요?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었던 땅, 피아골. 아동문학가 박예분 씨(50)가 역사의 굴곡을 견뎌내며 한이 서린 피아골에서 아기 고래가 상상 속에서나마 엄마아빠를 만나고, 푸른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길 바라는 내용의 동화 〈피아골 아기 고래〉를 냈다(꿈꾸는 꼬리연). 저자는 이 동화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프고 슬픈 마음이 기다림이라는 또 다른 희망이 되길 바라며 따뜻한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2년 전 여름, 지리산 피아골 입구 낮은 계곡에 고래를 닮은 바위들을 만났습니다. 지리산은 원래 넓은 바다였는데, 육지와 호수, 바다로 번갈아 바뀌다가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우리나라 땅이 모두 육지로 드러날 때, 가장 높이 우뚝 솟았다고 전해집니다. 피아골 아기 고래는 그때의 지각변동 때 정말로 엄마 아빠를 잃고 바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습니다.작가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바위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며, 가슴 속에 숨어 있는 따뜻하고 고운 감성을 깨워 더 넓은 바다로 데려간다. 책 속 그림은 동양화가 이보름씨가 맡았다.안도현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계곡의 사소한 바윗덩이 하나에서도 고래를 발견하는 작가의 눈이야말로 어린이의 눈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작가가 조근조근 풀어내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놀랍게도 우리 어린이들이 당도해야 할 상상의 나라가 감동적으로 펼쳐져 있다고 했다.2003년 〈아동문예〉에와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등단한 저자는 전북아동문학상과 아르코 문예창작기금을 수상했으며, 학교와 도서관문학관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엄마의 지갑에는〉, 동화 〈이야기 할머니〉 〈삼족오를 타고 고구려로〉, 역사 논픽션 〈뿔난 바다〉 〈박예분 선생님의 글쓰기 교실〉 〈글 잘 쓰는 반딧불이〉 , 그림책 〈검꼬의 똥침〉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5.30 23:02

[(30) 가람 이병기(李秉岐)의 현대시조와 국문학] 청정·고아한 서정, 전북이 낳은 영롱한 별

가람 이병기(1891- 1968)는 전통적인 조선조의 시조장르를 현대시조로 계승 발전시킨 시조시인이자 국문학자다. 가람은 변호사(이 채)의 장자로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1898년부터 고향의 사숙에서 한학을 익히다가 중국의 량치차오(梁啓超)의 〈음빙실문집(飮氷室文集)〉을 읽은 후, 신학문에 뜻을 두고 1910년 전주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1913년 관립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재학시절인 1912년에는 조선어강습원에서 주시경으로부터 조선어문법을 배웠고, 이듬해부터 전주 제2, 여산공립보통학교에서 교사로 봉직하며 국어국문학과 우리나라 역사에 관한 문헌을 수집하고 시조를 중심으로 우리 국문학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였다. 1921년에 권덕규, 임경재 등과 더불어 ‘조선어연구회’를 조직하여 우리 어문연구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듬해부터 동광고등학교, 휘문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시조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1926년 ‘시조회’를 발기하고 시조혁신을 제창하는 논문들, 〈시조란 무엇인가〉(동아일보 1926. 11. 28- 12. 13), 〈율격과 시조〉(동아일보 195811.28- 12.1), 〈시조원류론〉(新生 1929. 1-5), 〈시조는 唱이냐 作이냐〉(新民 1930. 1), 〈시조를 혁신하자〉(동아일보 1932. 1. 23- 2. 4), 〈시조의 발생과 가곡과의 구분〉(진단학보 1934. 11) 등 20 여 편을 발표하면서 시조의 본질적 연구를 시도하였다. 그 결과 가람 이병기는 시조의 명칭은 본디 시절을 노래한다는 ‘시절가’로서 ‘시절가조(時節歌調)’를 줄인 말인 ‘시조’에서 나왔으며, 신광수(숙종38년 1712년 -영조51년 1775년)의 〈석북집〉 관서악부 15장에 수록된 ‘일반적으로 시조는 장음과 단음을 늘어놓은 것으로 장안의 가객 이세춘으로부터 나왔다’라고 했던 가장 오래된 시조의 명칭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즉 시조는 당시에 유행했던 민요 창조(唱調)의 유행가였으며, 당대 유명한 대중가수였던 이세춘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시조는 민요에서 파생하여 시조장르가 나왔다는 향가연원설을 주장하였고, 처음으로 시조를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 등 세 종류로 분류하여 시조의 장르와 형태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서 우리 국문학을 정립한 국문학자로 양주동과 더불어 국문학의 태두로 불리고 있다.1930년에 조선어철자법 제정위원이 되었고, 보성전문, 연희전문 강사를 겸하면서 1942년엔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되어 국어사전 원고를 안고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출옥한 후 익산 여산으로 귀향했다가 광복을 맞아 상경한 이후 군정청 편수관을 지냈고, 1946년 서울대학교 교수와 여러 대학의 강사를 역임했다. 6.25동란 때인 1951년에는 전시연합대학 교수, 전북대학교 문리과대학장을 역임하다가 1956년에 정년을 하고 1957년 학술원 추천위원, 1960년 학술원 임명회원이 되었다. 가람은 그의 〈국문학개론〉(1965년)에서 ‘시조는 가곡의 창조(唱調)로 민요에서 파생하여 향가와 병행하다가 고려 초에 향가가 소멸하면서 향가의 장점을 섭취하여 그 형태를 이루었다는 것’과 향가체인 백제의 〈정읍사〉가 시조의 원형이라고 처음으로 주장한 국문학자의 학술적 공과는 이후 학계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다음으로 현대시조는 첫째, 실감실정(實感實情)을 표현하자, 둘째, 취재의 범위를 확장하자, 셋째, 용어의 수삼(數三; 선택), 넷째, 격조의 변화, 다섯째, 연작(連作)을 쓰자, 여섯째, 쓰는 법, 읽는 법 등 6종의 혁신론을 주장하여 전통적인 옛 관점에서 벗어난 새로운 현대시조의 정체성을 주장하였기 때문에 가사장르와 달리 지금까지도 현대시조시로서 향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러므로 현대시조는 정형시이면서 자유시이고 자유시이면서 정형시가 되어야 하며, 전통적인 시조와 다른 점이 정형이라는 틀에 구속되지 않으면서 자유시가 되지 않는 점이 묘미라 했다. 그런 점에서 시조가 정형(定型)이 아니라 정형(整形)이라고 역설한 가람 이병기는 현대시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좌표를 정립 제시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가람은 1939년부터 〈문장〉지에 김상옥, 이호우, 장응두, 조남령, 오신혜 등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여 시조중흥의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시조와 현대시를 동질적인 것으로 보고 시조창으로부터 분리하여 시어의 조탁(彫琢)과 관념의 형상화, 연작(連作) 등을 주장하며 시조혁신을 선도하였다. 1939년에는 이러한 정신에 입각하여 창작한 작품들을 엮어 〈가람 시조〉를 발간한 이후 〈국문학개론〉, 〈국문학전사〉, 〈가람문선〉 등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여는 역저를 출간하기도 했다. 가람의 대표적인 시조는 연시조로서 〈가람시조〉와 〈가람문선〉에 실려 전하는데 ‘별’, ‘난초’, ‘냉이꽃’, ‘송별’ 등이 유명하다. 그중 ‘별’의 연시조는 국정국어교과서에 실려져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곡으로도 작곡되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바람이 서슬도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저별은 뉘별이며 내별 또한 어느게오잠자코 호올로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별)-한손에 책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드는 별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새로 난 난 잎을 바람이 휘젓는다깊이든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중략)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정(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두고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받아 사느니라 -(난초)-연시조 ‘별’은 가람의 고향땅 익산 여산에서 늑대 눈 마냥 시퍼렇게 쏟아져 내리는 별밤하늘을 머리에 이고 보면서 읊은 시조다. 저녁밥을 먹고 바람을 쐬러 뜰 앞에 나서니 산바람 싸늘하게 옷깃에 젖어드는 정경을 ‘바람이 서슬도 하여’라 그린 것을 보면 시상도 그러려니와 맑고 청정한 가람의 서정이 흠뻑 베어난다. 초저녁 초사흘 달이 서산을 넘어가고 별들만 총총히 깊어가는 밤에 별을 헤어보면서 저별은 누구의 별이며 내별 또한 어느 것이냐는 동심같은 청징한 시상에 멎으면 가람의 청초하고 담담하며 고아한 우아미가 온 몸으로 번져온다. 이러한 가람의 미학은 7연시조 ‘난초’에 수정처럼 알알이 맺혀 영롱한 빛을 더욱 발한다. 가람의 난은 술복, 글복, 제자복이라는 ‘삼복(三福)’에 버금가는 가람의 재산이며 제 2의 가람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돋아난 난 잎을 거센 광풍이 꺾어버릴 듯 휘젓고 지나가는 순간 혹여 난 잎이 꺾이면 어찌할까 가슴 조아림은 가람만이 지니고 있는 천진성이다. 마치 어린 아이 손처럼 여린 난 잎이 바람에 흩날리다 꺾여버리는 아픔을 차마 눈뜨고 어찌 보아 넘길 수 있냐는 사려 깊은 통찰력과 완벽한 시상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티끌 한 점 없는 깨끗한 공기와 영양가 하나 없는 비나 이슬 같은 맑은 물을 머금고 태양을 향하지 않고 살아가는 청징무구한 난초처럼 오로지 책과 제자와 술만을 가까이 하며 국문학을 연구해온 가람은 그가 노래한 난초 7연시에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전주 교동 한옥 마을에는 말년에 그가 기거했던 양사재(養士齋)가 있고, 다가공원엔 말년에 병고의 삶을 반추한 연시조 3수가 담긴 가람시비가 공자의 ‘천상탄(川上嘆)’을 되 뇌이듯 흘러가는 전주천을 굽어다 보고 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은 우리 전북이 낳은 영롱한 별로, 청정한 한 포기 난초로 길이 남아 우리 한국국문학의 지남(指南)이 되고도 남는 분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5.30 23:02

한하운 시인 문학세계 재조명

완주군은 삼례문화예술촌 내 완주책박물관(관장 박대헌)에서 오는 30일부터 10월 12일까지 제15회 기획전시 전라도 길 황토길-한하운 시인을 기리며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슬픈 역사를 노래한 나환자 시인 한하운(韓何雲, 1919-1975)에 초점이 맞춰진다. 한하운 시인은 천형(天刑)인 나환자(癩患者, 한센병)로서 겪었던 절망과 고독을 황토색 짙은 시어와 객관적 어조로 승화시킨 시인. 이번 전시회에선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서정적이고 민요적인 시어를 통해 표현한 한하운시초 보리피리 등 대표적인 문학작품과 관련 자료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특히 이번 기획전은 한하운의 시가 생명력을 얻어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시인의 일대기를 따라 함흥에서부터 전라도일본중국을 거쳐 형성된 문학적 영향력이 세계를 향하고 있음을 나타냈고, 회귀하듯 새로운 출발을 꿈꾸기 위해 전라도 길 황토길을 선보인다.한편 30일 완주책박물관서 열리는 고서대학은 시인 한하운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할 수 있는 관련 자료에 대한 강의로 꾸며질 예정이다.유효숙 문화관광과장은 나환자 시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하운 시인의 삶과 민요적이고 서정적인 문학 작품들의 재조명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 지역 주민과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문화 콘텐츠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경모
  • 2014.05.27 23:02

"글 쓰기 어렵지 않아요" 최명희문학관 특강 마련

혼불기념사업회(대표 장성수)와 최명희문학관, (사)문화연구창(대표 유대수)이 전북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특강을 마련했다. 문화예술인을 위한 문장강화(文章講話)다(6월11일부터 7월6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 총 6개의 강좌로 구성된 문장강화는 만만한 글쓰기와 바르게 쓰기 두 테마로 진행된다. 만만한 글쓰기 강사는 우석대 송준호 교수(소설가)와 경종호문신 시인. 송준호 교수는 나를 바꾸는 글쓰기를 주제로 자신감을 심어주며, 경종호 시인은 어린이들이 쓴 동시로 읽는 세상을 주제로 아이들의 놀라운 발상을 체험케 한다. 문신 시인은 미술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가장 아름답고 쉬운 글쓰기의 실제를 보여준다. 바르게 쓰기 강사는 교열교정 전문가인 정혜인씨가 맡는다. 흔히 틀리기 쉬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비롯해 총 3회에 걸쳐 미술인들의 작가노트평론, 공연예술인들의 작품소개줄거리, 지자체문화시설들의 홍보물 등 팸플릿과 브로슈어에 담긴 글을 함께 읽고 잘못 쓴 맞춤법과 띄어쓰기, 비문을 찾는다. 강좌가 끝난 후 강사들과 수강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글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나누는 시간을 별도로 가질 예정이다. 수강료 5만원(개별강좌 2만원). 송준호 교수와 경종호 시인의 강좌는 공개강좌다. 모집은 6월 10일까지.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5.27 23:02

"새만금, 미래 가치를 사라" 홍장수씨 〈새만금에서 꿈꾸는 미래〉출간

토지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홍장수씨가 <새만금에서 꿈꾸는 미래>를 냈다(신아출판사). 30년 가깝게 전주시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저자는 명예퇴직 후 부동산컨설턴트로 변신, 2000년대 초부터 새만금 투자에 주목했다. 이 책은 새만금의 현실과 비전을 도표와 그래픽, 사진 등을 곁들여 새만금 개발의 방향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또 새만금개발에 따른 부동산 투자가치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했다. 특히 군산김제부안고창 등 새만금 배후도시의 발전 잠재력을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고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저자는 10년 후 폭등할 배후도시로 군산의 고군산군도신역세권내초동오식도, 김제의 만경진봉광활심포, 부안의 변산격포하서곰소, 고창의 구시포심원면 등지를 지목했다.그는 육지와 바다가 접근한 지역이 미래가치에서 앞서갈 것이다고 진단하면서, 땅을 사지 말고 향후 10년 앞을 보고 미래가치를 사라고 권한다. 2030년 세계엑스포 개최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중국 투자자들의 최근 새만금에 대한 관심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중국인 투자자들을 위해 이 책을 조만간 중국어판으로 낼 계획이다. 전북역도연맹 전무이사를 지냈으며, <새만금 아리울 강남아줌마가 반했다> 책을 내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5.23 23:02

[(29) 판소리 6마당 개작자 신재효] 신분 초월한 민족문학예술로 승화

판소리는 소리를 하는 소리꾼 창자와 북을 치는 고수, 보고 듣는 청중의 3자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판을 이루어서 실행되는 예술행위를 일컫는 장르이다. 판소리란 소리꾼의 소리를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예술형식이기 때문에 많은 청중이 있어야 하며, 흔히들 일고수(一鼓手) 이명창(二名唱)이라 이르듯이 소리에는 반드시 고수의 장단과 추임새가 필수적이다. 판소리의 연행은 창자의 소리와 말인 아니리, 몸짓인 발림(너름새), 고수의 북소리와 흥을 돋우는 추임새(보비위)가 반드시 기본이 된다. 여기에 청중들의 추임새가 어우러지면 판소리는 이런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소리판이 이루어짐으로써 신명나는 예술행위로 태어난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는 대개 조선 숙종조(1675- 1720년) 전후인 18세기 초에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판소리의 기록물로서 1754년 유진한이 한문으로 쓴 〈춘향가〉와 남원의 양주익이 한문으로 쓴 〈춘몽연(春夢緣)〉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배뱅이굿〉과 〈변강쇠가〉 등의 예를 든 북방계설이 있기도 하지만, 판소리는 전라도를 중심으로 무당들의 무가(巫歌)를 중심으로 비롯되어 되었다는 남방계설이 통설이다. 신재효(1812- 1884년)는 전북 고창에서 아버지 광흡과 절충장군 상려(常礪)의 딸인 경주김씨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나 35세 이후에 이방이 되었다. 후에 호장(戶長)이 되었다가 1876년 기전삼남(幾甸三南)의 한재민(旱災民)을 구제한 공으로 정3품 통정대부가 되었고, 절충장군을 거쳐 가선대부에 오르고 이어 호조참판으로 동지중추부사에 올랐다. 그는 꾸준히 신분상승을 꾀하면서 한시문학보다 판소리의 정신세계에 몰입하여 즐기는 한편, 넉넉한 재정을 바탕으로 판소리 광대들을 모아 그들의 생활을 도와가며 판소리를 가르쳤다. 진채선(陳彩仙), 허금파 등의 여성광대를 최초로 발탁하여 길러냄으로써 여성도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최초로 열었고, 김세종, 전해종 등의 명창들을 길러내기도 하였다. 가람 이병기는 그가 지은 「국문학개론 1965」에서 판소리는 그 내용에 극적 요소가 많고 그 체제가 소설적이라기보다 희곡적이며, 그 문체가 산문체가 아니고 시가체적인 것이라 하여 극가(劇歌)의 장르라고 최초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신재효는 특히 고졸(古拙)한 소리와 직선적인 성음을 갖추고 박자가 빨라서 너름새를 하기 어려운 동편제와, 화려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갖추면서 느린 박자로 쉽게 너름새가 이루어지는 서편제의 장점을 조화시키면서 듣는 판소리에서 보는 판소리의 묘미를 더해 드라마틱한 면모를 살려낸 판소리 제작자이다. 그리고 춘향가를 남창(男唱)과 동창(童唱)으로 구분하고 어린광대가 수련할 수 있는 대본을 마련하여 판소리의 다양성에도 기여하였다. 또 창 형식을 빌어 판소리의 이론을 처음으로 정립하는 〈광대가〉를 창작하여 판소리의 이론적 바탕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는 여기에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판소리에서 소리꾼인 광대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 예컨대 판소리는 반드시 인물, 사설, 득음, 너름새라는 네 가지 조건을 갖추어져야 한다는 법도를 가사장르에 맞춰 다음과 같이 논리적으로 정리 제시하였다. 거려(居廬)천지 우리행락 광대행세 좋을시고/그러나 광대행세(廣大行勢) 어렵고 또 어렵다/광대라 하난 것은 제일은 인물치레/둘째난 사설(辭說)치레 그 즉차 득음(得音)이오/그 즉차 너름새라 너름새라 하난 것이/귀성지고 맵시 있고 경각(頃刻)의 천태만상/위선위귀(爲仙爲鬼) 천만변화 좌상(座上)의 풍류호걸/귀경하는 남녀노소 울게 하고 웃게 하는/이 귀성 이 맵시가 엇지 아니 어려우며/득음이라 하난 것은 오음(五音)을 분별하고/육율(六律)을 변화하야 오장(五臟)에서 나는 소리/농락하여 자아낼 제 그도 또한 에렵구나/사설(辭說)이라 하난 것은 정금미옥(精金美玉) 좋은 말로/분명하고 완연하게 색색이 금상첨화/칠보단 미부인이 병풍되어 나셔 난 듯/삼오야(三五夜) 밝은 달이 구름 밖의 나오난 듯/세(細)눈뜨고 웃게 하기 대단히 에렵구나 /인물은 천생이라 변통할 수 없거니와 (중략) 이와 같이 광대가 지녀야 할 조건의 세부적인 설명 속에는 판소리에 대한 신재효의 해박한 경지를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다. 즉 너름새는 구성지면서 맵시가 있어야 하며, 때론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아 일희일비하도록 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득음(得音)은 오음(五音; 궁, 상, 각, 치, 우의 5음)을 분별하고 육률(六律;12율 중 양성에 해당하는 태주, 고선, 황종, 이칙, 무역, 유빈 등의 6소리)을 변화시켜 오장과 육부에서 나오는 소리로 만들어져 청중들을 농락할 수 있어야 하며, 깨끗하게 정련된 금과 아름다운 옥과 같이 곱디고운 말로서 칠보단을 두른 선녀가 병풍 속에서 나오듯 하거나, 삼오야 밝은 달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밀듯 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판소리는 먼저 우아한 표현의 사설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음악적 기교가 뛰어나야 하며,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기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요건을 갖춘다면 반드시 한시문학과 어깨를 겨눌 수 있다는 자부심도 가져야 한다고도 하였다. 그간 전해오던 송만재의 1910년대 「관우희(觀優戱)」에 의하면 판소리는 본디 〈춘향전〉,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 〈변강쇠타령〉, 〈배비장타령〉, 〈장끼타령〉, 〈옹고집타령〉, 〈왈자타령〉, 〈강릉매화타령〉, 〈가짜신선타령〉 등 12마당이 있었다. 1940년대의 「조선창극사」에도 송만재의 12마당 가운데 〈왈자타령〉을 〈무숙이타령〉으로, 〈가짜신선타령〉 대신에 〈숙영낭자전〉으로 대체되었지만 12마당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1933년 이선유가 발간한 「오가선집」에는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수궁가〉, 〈화용도(적벽가)〉의 5편만 실려 전해왔다. 신재효는 종래의 12마당의 판소리 가운데 이선유의 5마당 외에 〈변강쇠타령 -가루지기타령〉을 넣어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별가〉, 〈적벽가〉, 〈변강쇠가〉 등 6마당으로 개작하였는데, 여기에 사설을 개작하여 작품 전체가 체계적이고도 합리적인 구성을 갖추게 함으로써 그가 지향했던 상층취향의 전아한 의취를 살려냈다. 기존의 12마당 판소리들 가운데 청중들의 호응을 받은 작품들은 살아났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들은 문장체 고소설로 그 흔적을 남기었다. 기왕의 소박하고 산만한 사설들을 천재적인 문장력으로 바르고 아름답게 개사(改詞)함으로써 양반층을 끌어들이는 계기를 만들었으나 구비문학의 역동성을 깨뜨렸다는 비판을 받음과 동시에 당대 공연되었던 판소리 대본을 살려냈다는 예찬을 아울러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판소리의 창법을 분류하고 개발하여 전수한 신재효의 공은 판소리사에서 역사적이라 할 수 있고, 판소리가 상하층 계급의 관심을 아울러 불러일으키게 됨으로써 신분을 초월하여 민족문학예술로 승화시키는데 크게 공헌을 하였다. 신재효는 판소리 외에도 30여 편이 넘는 허두가(虛頭歌)라는 단가를 지었는데, 규방 여인들이 재산 모으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 〈치산가(治産歌)〉, 외국의 침략으로 인한 시련을 걱정하는 〈십보가(十步歌)〉, 〈심한 西洋되놈〉, 경복궁낙성을 기리는 〈방아타령〉, 〈오섬가(烏蟾歌)〉, 〈도리화가(桃李花歌)〉 등을 창작하여 판소리문학예술의 차원을 드높이기도 했다. 판소리 가집으로 〈신오위장본(申五衛將本)〉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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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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