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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근 전북대 교수 시집 '메타-엑스' 컴퓨터 공학자 논리로 쓴 진정한 존재의미 찾는 시

이문근 시인(53, 전북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 보는 세상은 참 혼탁하다. 사회 구석구석이 위선과 거짓, 모순, 갈등, 부조리로 가득하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식사회가 더 심하다. 처음 / 진짜인줄 알았다 // 진짜를 말하고 / 진짜를 번민하고 /진짜를 표방했다 //하지만 /대상에 따라 / 경우에 따라 / 조건에 따라 // 진짜가 달랐다//하나의 진짜는 / 여러 개의 진짜가 되었다 //여러 진짜의 / 진짜-진짜는 무엇이었을까(가짜 지식인의 진짜-진짜중에서)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현상들을 부정하고 이 부정을 다시 부정하며, 부정된 부정을 또 부정하는 부정들을 부단히 반복한다. 그 부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존재의 모순과 허구를 통해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봄이 오는 까닭〉 이후 4년만에 낸 시집 〈메타-엑스〉를 통해서다(문예연구사).진정 원하는 것은 참세상을 발견하는 것처럼 참자아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 참자아는 메타-사유능력을 가진 어는 메타-존재, 즉 어느 평범한 인간이라면 가능하다는 것을 시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철학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얼핏 어렵고 낯설지만, 그의 시를 꿰뚫는 중심은 참세상과 참자아를 찾고자 하는 데 있다. 시집 제목에메타(더 높은, 초월의)를 붙인 것도 현상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와 세상을 갈망하는 시인의 염원이 담겼다.세상을 향해 분노하고 조롱도 하지만, 시인 특유의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이를 희로애락 4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24절기에 대한 단상을 희로, 이기적인 사랑독재자모순거짓과의 싸움 등을 로로 엮었다. 미국 이민생활 15년과 독일에서의 군대생활 등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애로 풀었으며, 메타-패러독스가 된 시인시인의 패러독스메타-딜레마등의 작품을 락으로 승화시켰다.컴퓨터 공학과 시와의 관련성에 대해 시인은 100년전 이루어진 논리에 바탕을 둔 게 컴퓨터이며, 시도 논리의 구조로 파악했다. 굳이 그런 연관을 짓지 않더라도 세상에 시 아닌 것이 없다고 답했다. 시장 아주머니들의 이야기가 곧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시인은 고교 졸업후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민을 간 뒤 고향이 그리워 1990년대 중반 역이민으로 전주에 정착했다. 2004년 〈표현〉과 2009년 〈시선〉으로 등단했으며, 이번 시집까지 4권의 시집을 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2.21 23:02

[19. 매창의 '이화우 흩날릴 제' (상)] 여성적 정서로 담아낸 상사지정

매창(1573- 1610)은 선조대에 태어난 부안기생으로 황진이와 더불어 조선에서 쌍벽을 이룰 만큼 시재가 출중한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이다. 호가 매창(梅窓)이며 본명은 향금(香今)인데 계유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계생, 계랑이라고도 했다. 아전 이양종의 딸로 거문고와 시문, 노래에 뛰어나 허균, 유희경, 이귀 등 당대 유명한 문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그들과도 매우 깊은 교분을 맺었다. 유희경(1545-1636)은 을사사화가 일어난 때에 강화에서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병자호란이 날 때까지 92세의 장수를 누린 당대 이름난 시객이었다. 그가 남긴 문집 <촌은집>에는 천얼(賤孼) 출신이라 명기되어 있는데, 불행히도 이는 평생 벼슬할 수 없는 문객의 일생을 운명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천얼이란 첩 소생인 서자도 아니고 비첩(婢妾)과의 사이에서 낳은 천한 얼자란 뜻으로 계급사회인 조선조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계층이다. 그러한 유희경이 당대 이름 있는 사대부들과 교유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조가 성리학을 기본으로 한 문치주의의 사회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또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사회적인 대변혁의 시기를 거치면서 신분상승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희경은 1591년 46세 때 남도를 방랑 유람하다가 부안에서 처음으로 매창과 운명적인 조우를 하였다. 말로만 전해 듣던 18세 꽃다운 매창을 비로소 만나게 되자 만남의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벅차오르는 기쁨을 다음과 같이 시로서 읊었다. 일찍이 남국의 계랑 이름 들어 알고 있었네(曾聞南國癸娘名)시 재주와 노래솜씨 장안까지 울려 퍼졌는데(詩韻歌詞動洛城)오늘에야 그 진면목 서로 마주하고 보니 (今日相着眞面目)마치 선녀가 천상에서 내려온 것 같구나(却疑神女下三淸) - 증계랑(贈癸娘)유희경과 매창은 이 때 처음 서로 만나게 되었지만, 이미 서로 상대방의 시세계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다가 꿈에 그리던 매창을 만나게 된 유희경은 천상세계의 선녀가 하강한 듯 이내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천민출신과 기생이라는 유유상종의 조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그들은 곧바로 깊은 사랑에 빠져들었다. 매창은 유희경의 증계랑이라는 증시(贈詩)에 아래와 같이 화답을 했다. 내게는 오래전 연주하는 거문고 있어(我有古奏箏)한번 타면 온갖 정감들이 일어나네(一彈百感生)세상에선 이곡을 알아줄 이가 없더니(世無知此曲)비로소 임의 피리소리에 맞추어 보네(遙和俱山笙)이 두 사람은 28년이란 많은 나이 차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밤이 이슥하도록 시에 화답하며 술잔이 오고 갈수록 정분이 깊어가면서 이내 두 사람은 원앙금침에 들어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었다. 그러나 한 쌍의 원앙같이 아름답던 이들의 사랑도 그리 오래가질 못하였다. 꿈결 같던 매창과의 1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에 임진왜란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임진왜란은 단군이 나라를 세운 이래 처음으로 조선사회에 엄청난 국가사회적 대변화를 가져오면서 민중들의 의식을 일깨운 개안(開眼)의 혁신을 불러온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위기에 처한 왕과 지배계급들은 민중의 힘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민중들은 분연히 앞장서서 의병 봉기를 함으로써 왜병들을 물리치는 전공을 크게 세웠고, 승병들까지도 이에 합세하면서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조선조의 사대부들도 정의가 도전을 받고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의연히 구국의 길에 들어서서 헌신하는 그런 선민적 의리나 정신이 투철한 이들이 많았고, 일반 평민이나 천민들까지도 이에 동참하여 앞장을 선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왜란이 평정되자 선조는 전공(戰功)에 따라 비복들에게도 면천을 해주었고, 사대부들에게도 통정대부 같은 정 3품의 벼슬을 내려 신분상승의 기회를 주어 보상해 주었다. 유희경도 매창과 1년여의 밀월의 단꿈을 박차고 나가 왜놈들에게 짓밟힌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의병활동에 앞장을 섰다. 배꽃이 봄비처럼 흩날리던 어느 봄날, 유희경이 구국을 길을 가기 위해 매창의 곁을 떠나가게 되자, 매창은 단장(斷腸)의 이별의 아픔을 이화우(梨花雨)의 시조 한 수에 담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라매창의 대표적인 시조 이화우는 당대문사이자 천민시인이었던 촌은(村隱) 유희경을 이별한 뒤 그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조라는 주가 붙어 시조집인 <가곡원류>에 실려 전해온다. 봄비마냥 배꽃이 비에 젖어 흩날리는 모습을 흡사 임과 이별하며 함빡 젖은 화자의 눈물에 비겨 노래한 이 시조는 우리나라 별리(別離)의 연가 가운데 절창이 아닐 수 없다. 이별한 임과 봄비의 배꽃낙화로부터 가을 추풍낙엽으로 이어지는 별리의 시공을 초월한 이러한 시심은 오로지 유희경으로만 향하는 그리움과 사랑의 절정을 이룬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은 인간사에 있어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극한상황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의 전장터로 출정하는 마당에 서게 되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절망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고려조 시인 정지상도 7언절구 송인(送人)에서 떠나는 사람 고이 보내는 사람이 흘린 눈물로 하여 대동강 물이 언제 마르겠냐는 발성을 토해 냈을까 싶다.유희경이 사랑하던 매창의 곁을 떠나간 지 1년 후에 간단한 편지 한 장과 동봉한 시 한 편이 바람처럼 전해왔다. 헤어진 그대는 아득히 멀기만 하고/ 떠도는 나그네는 그리움에 잠 못 이루네/ 소식조차 끊겨 애가 타는데/ 오동잎 찬비소리는 나를 울리네. 매창은 유희경을 그리워하며 보내온 편지와 동봉된 시를 밤새워 눈물로 읽고 또 읽으며 임께로 향한 이 같은 그리움을 수많은 시로 남겼다. 봄날이어도 추워서 엷은 옷을 깁는데(春冷補寒衣)따스한 햇볕이 임 마냥 사창을 비치네(紗窓日照時)손길 가는 데로 머리 숙인 채 놓아두니(低頭信手處)구슬 같은 눈물이 실과 바늘만 적시우네(珠淚滴針絲) 유희경이 매창에게 보낸 시가 10여수가 넘듯이 매창도 유희경을 그리워하여 읊은 시가 당대의 문사들 가운데 가장 많다. 허균의 문집<성소부부고>에도 허균이 계생과 주고받은 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을뿐더러 매창이 37세로 요절하자, 허균이 곡을 하며 몹시 애도했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계랑의 문집 「매창집」엔 그리움과 보고픔이 응결된 상사지정의 유려한 여성적 정서가 형상화된 <추사(秋思)>, <춘원(春怨)>, <증취객(贈醉客)>, <견회(遣懷)>, <부안회고(扶安懷古)>, <자한(自恨)> 등이 실려 전한다. 이 문집은 현종 9년(1668년) 부안 변산 개암사에서 부안현의 아전들이 대대로 이어 암송해 오던 매창의 한시 수백 수 가운데 5언절구 20수, 7언절구 28수, 5언율시 6수, 7언율시 4수 총 58수를 모아 목판본 2권 1책으로 펴낸 것이다. 실전된 매창의 주옥같은 수백수의 한시를 대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뜻있는 아전들에 의해 구송되어 오던 작품들을 모아 <매창집>으로 발간되었기 때문에 이 정도만이라도 유전되어서 매창의 시세계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것은 천행이 아닐 수 없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2.21 23:02

향토사학자 신정일 '갑오동학농민혁명답사기' 출간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동학이나 황토현이라는 말만 나와도 색안경을 끼고 보았고, 요시찰인물로 낙인을 찍었다. 정부에서 동학을 인정한 뒤 유족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이곳저곳에 기념물이 세워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여자들이 주도하는 음의 세상이 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수운이, 해월이 꿈꾸었던 세상은 도래하지 않았고 이 세상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문화사학자인 신정일 씨(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가 갑오동학농민혁명답사기를 냈다(푸른영토). 30여 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인문지리서 시리즈를 발간해온 그에게 동학은 숙제였다. 잊어버리자, 그냥 모른 체 하자. 이 세상에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많은 데, 그까짓 것 백여 년 전 일을 곱씹고, 곱씹는단 말인가.그리 맘 먹고도 그 끈을 놓지 못한 것을 동학농민혁명이이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를 보여주는 희망인 동시에 상처의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책 머리에서 밝혔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펴낸 이 책은 동학농민혁명의 봉화를 올린 고부 두승산을 시작으로 녹두장군 전봉준의 태몽설화를 간직한 고창 소요산 등 17장에 걸쳐 동학농민혁명의 무대를 샅샅이 담았다.주요 유적지 마다 동학과 얽힌 설화와 역사적 의미, 저자가 느낀 감동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2.19 23:02

전북문학관 '김동수 시인 연중 문학특강' 개설

전북문학관(관장 이운룡)이 ‘김동수 시인의 연중 문학특강-전북 시인의 맥을 찾아서’를 개설한다. 강좌는 전북 시인들의 중심 사상과 문학적 특성을 개인 별로 심층 분석하고 질의 응답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문학관은 단순한 문예미학적 논평이나 작품 해설 위주의 감상평에서 벗어나, 이 땅의 전북 시인들이 시대의 고난을 어떻게 승화하고 극복해 왔던가, 곧 그들의 정신사적 맥락을 조명함으로써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정신적 유산으로 삼기 위한 취지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가람 이병기, 신석정, 서정주, 이철균, 정렬, 허소라,정양, 이준관, 안도현, 김용택, 복효근, 송희, 최근에 등단한 최정아, 윤수하, 지연 등 60여 시인들의 중심사상과 작품 세계를 심층 분석하고 토론한다. 이운룡 관장은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지내었던 전북 시인들의 작품을 이번 특강을 통해 시인과 작품의 특성을 투시함으로써 우리 전북이 한국시 내지 정신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서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절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동수 시인은 2012년 9월부터 본보에 ‘전북 시의 숨결을 찾아서’를 문패로 전북 출신 시인 50명을 조명하기도 했다.강좌는 1차로 오는 3월 5일부터 6월 16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30~12시) 16주간 진행된다. 기성문인과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을 대상으로 선착순 30명. 수강료는 5만원. 문의 063)252-4411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2.19 23:02

정태석 전북대 교수 '행복의 사회학' 펴내

정태석 전북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가 숫자와 통계를 통해 2014년 대한민국 사회를 진단한 <행복의 사회학>을 펴냈다(책읽는수요일).생활과 밀접한 통계와 지표들의 의미를 해석하고 설명함으로써 현대 사회와 한국인들의 모습을 그린 책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 현실의 다양한 특성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일러스트와 인용들을 통해 사회학적 개념 및 원리들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책 속에는 지니계수와 소득 분배 지표, 실질 임금 증가율, 비정규직 고용 동향, 행복지수, 국제 학업 성취도, 조혼인율 및 이혼율, 1인 가구 동향, 생태 수용능력 등 행복의 현주소를 밝히는 지표들을 제시한다. 또 선성장 후분배, 경제 민주화, 경쟁 교육, 성장 논리 등을 비판적으로 살피며, 노동정치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소한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또 기성세대들을 반성케 했던 대학생들의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에 대한 연대로도 읽힌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가난한 사람이 많을까를 따져 물어야 한다면서 우리들의 삶을 규정해 왔던 자연적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대해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정진우
  • 2014.02.19 23:02

[연재를 시작하며] 어쩌다 마주친 문구로 사회 다시 보기

송준호 우석대 교수가 새봄을 맞이해서 본보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작년 봄부터 여름까지 본보에 절찬리 연재했던 글쓰기-이제 당신도 시작하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그 사이 송 교수는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을 발간했고, 몇 군데 강연에도 불려가서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거라고, 글을 쓰면 자기 자신을 확실히 바꿔나갈 수 있다고 뻥(?)도 좀 치면서 바쁘게 지냈단다.이번 연재물은 오늘의 사회 현상과 우리 모습들을 필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기획이다. 우리말의 깊은 맛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사진 한 장 쳐다보면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쓸 계획입니다. 일상의 도처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구나 장면을 앞에 두고, 거기 적힌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인식이나 특정한 현상에 야유를 보내기도 하고, 뒤통수에 대고 빈정거리기도 하고, 손가락질도 좀 곁들이고, 또 때로는 어깨를 토닥여주기도 하는 것이지요.그는 이번 연재를 위해 적잖이 준비를 했다. 그동안 이러저런 생각을 일으키는 문구를 대할 때마다 그걸 스마트폰에 담아두었단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가장 좋지요. 글과 함께 실리게 될 사진을 독자들도 함께 보시면서 각자 떠오르는 생각과 제가 쓴 글의 내용을 비교하시면 글을 읽는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준호 교수의 스마트폰으로 세상읽기는 매주 수요일에 독자들을 찾아간다. 필자는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소설창작과 글쓰기지도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좋은 문장 나쁜 문장 문장부터 바로쓰자 송준호의 문장 따라잡기 나를 바꾸는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2.19 23:02

1. '삽질' 그 우직함에 대하여 - 신념을 가진 '삽질'은 값지다

그 옛날 남정네들은 식솔들이 살아갈 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다. 그 두 가지 짓기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가장의 기본이었다. (물론 여자들은 밥을 짓고, 옷을 지었다.) 농사를 짓는 데 꼭 필요한 연장 중 하나가 괭이와 삽이었다. 그런데 이 삽의 뜻이 다양하다.삽은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뜻으로 쓰인다. 거 왜 기공식 같은 걸 할 때 그 자리에 참석한 높은 사람들이 예쁜 리본을 매단 삽으로 미리 쌓아놓은 흙을 두어 번 떠서 던지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던가. 그게 바로 첫삽이다. 우리말의 -질은 어떤 행동을 낮춰 부를 때 주로 쓴다. 훈장질, 도둑질, 손가락질, 선생질 등이 그런 예다. 삽질도 예외가 아니다. 엉뚱하거나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는 걸 비꼴 때도 이 말을 쓴다. 그런 경우 삽질은 헛일이고, 그래서 헛삽질인 것이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삽질하지 말라가 된다. 옳은 말이다. 쳐다만 봐서는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갈 나무 없다는 말을 차돌같이 믿고 열심히 도끼질을 해야 나무를 올라가든지 넘기든지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삽질 정신이다. 불도저 앞에서 삽질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 어떤 불도저가 굉음을 내지르며 흙을 뭉텅뭉텅 퍼내도 한 삽 한 삽 꿋꿋이 떠낼 줄 아는 게 삽질 정신이다. 그걸 잘 보여준 인물이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다. 거의 맨주먹으로 월남한 그는 삽질 정신으로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리면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나무랐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앞을 가로막는 이들한테는 언제 해본 적은 있느냐고 호통을 쳤던 이가 바로 정주영이다.당시 5백 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배짱 좋게 들이대서 26만 톤짜리 선박 공사를 수주했던 사람이니 그만하면 말 다했다. 말년에는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소떼 천 마리를 자신이 만든 트럭에 나눠 싣고 북한으로 향하는 장관까지 연출했다. 삽질 정신의 대가는 따로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고졸, 그것도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게 학력의 전부인 그는 순전히 삽질 하나로 자신을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라도 말로 헛심 팽기는 일의 대가였던 것이다. 부림사건에 뛰어든 것부터가 그랬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그는 정치 생명이 걸린 3당 야합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삽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다음은 알려진 대로다.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 모두 삽 하나만 달랑 들고 부산 지역에 출마했다가 불도저에 밀렸다.불도저의 힘을 맹신하는 이들에게 그의 행보는 늘 삽질 자체였다. 제 무덤을 파는 한심하고 철없는 짓이었다. 스스로를 수렁으로 몰고 가는 무모하기 짝 없는 행동이었다. 그야말로 -질에 불과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노사모가 그걸 증명했다.대통령이 되고도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삽질하기를 결코 주저하거나 멈추지 않았다.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누군가 가야 하는 길이라면 아무리 그게 삽질이라 해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이른 죽음이 그래서 더욱 아픈 것이다. 불도저로 흙을 파내거나 옮기는 건 손쉽고 빠르다. 그게 상식이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길이다. 그에 비하면 삽질은 수십 수백 배 고되다. 그래도 신념을 가진 삽질은 값지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힘은 불도저가 아니라 그런 삽질에서 나온다. 어느 가든의 마당 한쪽에서 발견한 그림의 삽질닷컴은 거기 적힌 그대로 미니 포크레인 임대와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사업체의 이름일 것이다. 헛일로 보편화된 삽질을 업체명으로 쓴 발상이 참신하다. 게다가 삽질 정신을 감안하면, 이 또한 재미도 있지 않은가. 우석대 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4.02.19 23:02

소설 '혼불' 함께 읽어요...최명희문학관, 완독 강좌 마련

최명희 작가(1947~1998)의 소설 혼불의 완독을 위한 강좌가 시작한다.혼불기념사업회 주최, 최명희문학관 주관으로 생각의 꽃, 혼불프로그램이 21일부터 오는 7월11일까지 금요일 격주 오전 10~12시 전주 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전주시의 후원으로 모두 11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이 사업은 매년 시민과 함께 혼불을 읽으며 감상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좌는 혼불 10권을 각 권마다 다양한 주제를 설정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소설 속 우리말과 한자어를 살피는 언어적 학습뿐 아니라 도내 문화와 역사, 전통과 민속도 고찰한다. 설정월대보름추석의 풍습과 한지염색부채에 담긴 이야기, 사천왕상 등 문화콘텐츠를 되새기는 시간을 마련한다. 올해 특별 프로그램으로는 오는 4월25일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천 일대를 걷는 문학기행과 10월10일 최명희 작가의 수필을 함께 읽는 초청 문학강연이 보태졌다. 최명희 작가의 소설과 수필에 묘사된 전주의 문화유산을 찾는 심화학습 과정이다. 강사로는 지난 2009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함께 한 수필가 이진숙 씨가 참여한다. 이 씨는 최명희 작가는 17년의 산고 끝에 지식의 보고, 민속학의 보고인 혼불을 남겼다며 이 소설을 통해 잃어버린 전통문화를 찾고, 생각의 꽃을 피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무료다. 자세한 문의는 063-284-0570번.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4.02.17 23:02

전북수필문학상 이종택·김재희씨 시상

전북수필문학회(회장 서정환)가 주관하는제26회 전북수필문학상 시상식이 14일 전주 서노송동 대우빌딩(지하) 웨딩뷔페홀에서 열렸다. 신영규 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은 수상 작가인 이종택김재희 씨와 정군수 전북문협 회장, 김경희 국제펜 한국본부 전북위원장, 김정길 영호남수필 회장, 이용미 행촌수필 회장, 김재환 전북수비작가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소재호 심사위원장은 이종택 작가의 수필은 인간 본향으로의 진입일 터이며 그로인해 수필이 인간학이라는 명제를 충실히 해결해 버린다. 그의 수필은 평범한 이야기지만 골을 깊이 파서 신선한 의미를 수북이 채우고, 특별한 모랄을 띄운다. 참으로 재미있다 참으로 찡하다 참으로 뭉클하다고 평가했다. 또 김재희 작가의 수필은 글의 구조가 입체적이면서도 한 가닥(한 줄기, 한 주제)으로 모든 서류들이 영입되어 한 가지 톤으로 흘러간다. 묘사는 소설적으로 정확하고 문장의 기교는 시적으로 그 테크닉이 범상치 않다고 평했다. 이 씨는 여생을 정리 할 때가 되어 글 쓰는 걸 소홀히 하고 있는 터에 귀한 상을 받고 보니 죽는 날까지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자신의 아직 받아야 할 상이 아닌데도 큰상을 받고 보니 부담이 크다며 오늘의 영광을 되값음 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전북수필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1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졌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 앞서 전북수필문학회는 2014 정기총회를 열고 제17대 회장으로 서정환 현 회장을 만장일치로 재추대했다. 감사 역시 은종삼김재환 씨가 재추대됐다. 서정환 회장은 부족한 부분은 채워서 잔이 철철 넘치도록 전북수필 발전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회장 재임 포부를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2.17 23:02

의병전쟁 전·중·후기로 분류 논문·문헌 기록들 분석·정리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중심지였던 정읍은 항일의병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대한의금부를 결성해 의병전쟁을 주도했던 임병찬 선생과, 중국에서 친일주구배들의 처단을 위해 몸을 던졌던 백정기 의사 등 걸출한 독립운동가들이 정읍지역에 항일운동의 불을 지폈다. 그러나 임병찬 선생이 동학농민군 지도자였던 김개남 장군을 고발했다는 일설에 따라 동학농민혁명과의 관계 속에 정읍지역 항일의병 활동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다. 정읍문화원(원장 정창환)이 이런 문제들까지 포함해 정읍지역의 항일운동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정읍의 항일의병사>를 펴냈다. 익산보훈지청의 ‘2013 문헌발간 공모사업’에 선정돼 진행한 사업으로, 기존의 여러 논문과 문헌기록들의 분석을 거쳐 정리한 책이다.이 책은 호남의 전기 의병을 동학농민혁명으로 확대했으며, 정읍 무성서원에서 창의한 태인의병을 중기 의병으로, 무성서원에서 병오창의에 동참했다가 각 지역으로 흩어진 의병들이 다시 의병을 일으킨 것을 후기의병으로 분류한 점이 특색이다. 또 의병의 중심 세력들 유림과 천민출신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측면을 강조했다.책 발간을 주도한 정읍문화원 이용찬 사무국장은 “동학농민혁명 이후, 혁명에 참여했던 농민군 잔존 세력들이 유림들이 주도했던 전·중·후기 의병전쟁에도 참여했으며, 후기 정미의병 전쟁부터는 항일투쟁 선봉의 의병장에 나섬으로써 호남의 후기의병을 주도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무성서원에서 창의한 병오년 태인의병들은 10여일의 항일투쟁에 그쳤지만 당시 거병에 참여했던 의병들이 무성창의를 모델로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각지의 의병들을 이끌면서 강력한 항일전선을 구축했던 호남의병사 전반에 대한 내용도 살필 수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2.14 23:02

수필집에 담아낸 '출판문화 자긍심'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옛날 성현이며 학자, 예술가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아무 때나 만날 수 잇는 책, 그런 일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전북지역 대표적 출판사인 신아출판사와 한국문단의 대표적 수필전문지인 수필과 비평의 발행인인 서정일(본명 서정환)씨가 수필집 〈동백꽃 사연〉을 냈다. 1970년 출판사를 설립해 전북문단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해온 서 씨는 그 스스로도 1994년 〈문예연구〉 수필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문인이다. 〈전북수필〉 〈노령〉 등에 짬짬이 수필을 발표해왔으며, 이번에 책으로 묶었다. 신아출판사에서 매년 100여권 안팎의 책을 발행하고 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은 처음이다.그는 누구나 재주 한 가지는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나는 글 쓰는 재주는 없고 책을 만드는 재주는 있었는지 책을 좋아하고 만드는 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수필집 머리에 적었다.출판인답게 출판과 관련한 글들이 눈에 띈다. 저자는 완판본과 전주에서 전주가 출판의 본고장이었다는 사실마저 잊히고 있다는 사실이 한탄스럽고 분노마저 느낀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긴 완판본과 태인본이 거의 타지방으로 유출돼 우리 지방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고서와 판각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족보와 전주살아 움직이는 활자프린트를 아십니까등을 통해 전주 출판문화에 대하 자긍심과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 하고 있다.그는 또 10여년 전 작고한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여기저기에 드러냈다. 서 씨는 부인의 10주기를 맞아 맞아 지난해황의순추모문집을 내기도 했다. 수필집 표제가 된 작품 동백꽃 사연도 생전의 아내와 동백화분을 놓고 내기를 벌여 동백꽃으로 유명한 여수 오동도 여행을 약속했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미안한 심정을 드러낸 글이다. 문학평론가인 유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가 완판본 혹은 출판문화수필이라는 요지로 평을 붙였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4.02.14 23:02

[18. 이규보의 전북경물한시(하)] 부안 밤바다 아름다운 절경 노래

산골인 마령과 진안 사람들은 얼굴이 잔나비 같고, 꾸짖거나 나무라면 놀란 사슴처럼 금방 달아날 듯 사람됨이 질박(質朴)하여 꾸밈이 없고, 술상이나 음식은 문화가 뒤떨어진 야만적인 풍모기 엿보인다고 하였다. 산을 감돌아 운제까지 갔고, 운제를 지나 고산까지 가는 데는 길이 좁고 고개가 만 길이나 높이 솟아 있어 말을 타고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대목은 〈여지도〉 고산현의 형승을 그려내는 부분에서 이규보의 〈남행월일기〉를 그대로 원용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낭산에서 금마군으로 가려고 했을 때 지석(支石) 즉 고인돌이란 것을 구경했다고도 하였다. 고인돌이란 옛날 성현이 고인 기적(奇迹)이라 했는데, 일제 때 흔적 없이 사라져버려 지금은 전해오지 않는다. 낭산 땅은 고려 때 지명이며, 조선 성종 조에는 여산현이라 했는데 현재까지도 그 지명이 불리어 오고 있다. 이규보는 부안 객사, 마령객사, 전주객사, 변산노상, 낭산고을, 오수역, 인월역, 남원 원수사, 임실군수에게, 순창 적성강, 보안현, 옥야현, 갈담역, 고부태수 오천유에게, 보안현 진사 이한재에게 등 60 여수가 넘는 많은 작품을 동국이상국집과 백운소설에 담아 오늘에 이르게 하였다. 전주목에 부임한 지 1년 4개월 만에 면직을 당하기도 했는데, 고종 17년(1230년)에 또 한 사건에 연루되어 부안 위도에 유배를 당하였다. 그러나 8개월 만에 풀려나와 이듬해 고종 18년(1231년) 12월, 63세 때 재목창의 나무베기 감독직인 작목사(斫木使)로 다시 부안으로 오게 되었다. 그가 우리나라 재목창인 부안 변산에 있으면서 한낱 벌목의 감독직인 작목사로 일하는 자신을 한심스러워 하면서 7언시를 남겼다. 호위하는 수레 속에 권세부리니 그 영화 천박하고벼슬이름 작목사라니 부끄럽기 그지없네 변산은 자고로 하늘이 내린 천부라 했는데좋은 재목 골라서 동량으로 쓰리라 최씨 무단정권 아래 세력을 잃어버린 선비들의 초라한 말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안타까워진다. 이듬해 정월 변산 바닷가로 나가니 바다 멀리 군산(群山)섬과 고슴도치같은 위도, 비들기섬 구도(鳩島) 등이 보이는데 하루아침이면 모두 다다를 수 있는 곳이라 했다. 그리고 순풍을 맞으며 쏜살같이 가면 중국도 먼 곳이 아니라는 주민들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산속을 지나 얼마를 가노라니 보안(保安) 땅에 이르렀는데 밀물이 한꺼번에 밀려와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고도 하였다. 밀물이 마치 천군만마처럼 밀려와 급하게 산으로 도망을 하여 겨우 위기를 모면했지만 바닷물이 산까지 쏜살같이 밀려와 타고 있는 말의 배 밑까지 순식간에 닿았다고 했으니 이 땅은 이규보가 그린 것처럼 조수간만의 차가 심했음을 알만하다. 보안은 지금 부안 곰소항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바다를 굽어보니 날씨가 맑다가 흐렸다하여 변화무쌍함으로 파란 물결과 푸른 산들이 들락날락하고 붉은 저녁노을로 하여 바다가 붉으락 푸르락 마치 만첩병풍을 두른 듯이 아름다웠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도 두 세 사람의 친구와 더불어 이를 시로 읊지 못했음을 한스러워 했다. 그러나 부안의 주사포구를 지나다가 휘영청 밝은 달이 해변의 모래사장을 비추어 밤바다가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나머지 시 한 수가 술술 흘러나와 시를 지었다고 하였다. 이 시가 〈동문선 〉권 14에 부령포구(扶寧浦口)라는 시제로 다음과 같이 실려 전한다. 부령은 지금 부안의 옛 지명이다.아침저녁 들리는 건 물소리뿐바닷가 촌락 너무도 쓸쓸하네맑은 호수 한가운데 달 도장 찍혔구나포구는 탐내듯 드는 밀물 들이켜서물결 찧어 옛 바위 닳아내 숫돌을 만들었네부서진 배는 이끼 낀 채 다리가 되었구나이 강산 온갖 경개 어디 다 읊을 수 있나 화가를 데려와서 단청으로 그려봤으면파도소리 부서지는 한가로운 어촌 마을의 정경이 마치 한 폭의 화폭처럼 아름답다. 길옆 호수 위엔 휘영청 밝은 달이 그림처럼 떠 있는 게 어쩌면 달 도장을 찍어놓은 것만 같다. 포구는 밀물이 세차게 부딪히는 바람에 바위가 흡사 숫돌처럼 매끄럽게 닳아졌고, 배는 부서져 마치 사람이 일부러 다리를 놓은 듯이 누워있었다고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의 경개를 시로 다 읊을 수 없으니 화가를 불러다가 그림으로 그려야지 몇 줄의 시로는 그 아름다움을 묘사할 수 없다는 이규보의 한탄이 베어난다. 고려의 대시인인 이규보도 부안 밤바다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 줄의 시에 그려낼 수 없었다는 걸 보면 부안 변산의 바닷가는 예나 지금이나 정말 절경이었음을 알만하다. 무단정권의 회오리 정국에서 걸맞은 자리를 찾지 못한 이규보는 스스로를 백운거사(白雲居士)라 자호하고 전국을 구름처럼 떠돌았고, 우리나라 명시들에 대한 평설과 시론을 엮은 〈백운소설(白雲小說)〉을 펴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설이란 용어를 썼지만, 이는 장르적인 명칭이 아니라, 시에 관한 자신의 시론과 시에 얽힌 이야기를 엮은 시화(詩話)집에 불과하다. 하지만 12살에 중국으로 건너가 과거에 급제하고 고병(高騈)의 휘하에 들어가 황소격문(黃巢檄文)을 써서 중국을 감동케 한 최치원을 당서 〈예문지(藝文志)〉 열전에 싣지 않고 그보다 훨씬 뒤떨어진 자국의 심전기(沈佺期) 등을 올려놓은 부당성을 제기한 비판 의식은 특기할 만하다. 즉 옛사람들은 문장에 있어서 서로 시새움을 하지 아니할 수 없었겠지만, 그건 최치원이 외국의 외로운 선비로서 중국에 들어가 명망 있는 선비들을 깔아뭉갰던 탓이라는 자국에 대한 높은 자존과 자긍심을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유자후(柳子厚)의 문체와 바탕을 평함에 있어 무릇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 반드시 글에 있다고 하고서 일찍이 내가 말하기를 그 글을 보아서 마땅히 그 사람을 공경하고 그 문체를 헤쳐보아 그 바탕을 볼 것이다라는 당나라 유자후의 글을 인용하면서 더욱 그런 마음이 절실했다는 이규보의 독자적인 시론도 엿볼 수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4.02.14 23:02

[⑩ 박물관] 도내 역사 탐색·가족 프로그램 풍성

올해도 도내 주요 박물관은 지역 특성을 부각하는 전시로 지역민과의 소통에 나선다. 도내 청자문화와 불교문화 등을 살펴보고,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전시로 역사성을 탐색한다. 또한 가족단위 관람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교육답사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도내 청자문화 탐색 국립전주박물관은 올해 도내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전시, 학술조사, 연구, 교육 등으로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할 방침이다. 오는 3월26일에서 5월25일까지 후백제 국부의 원천이었던 진안 도통리 청자요지에서 출토한 청자 등 160여점을 전주시 완산구 쑥고개로 박물관에서 전시한다. 개관 첫날 군산대 박물관과 공동으로 전북의 초기청자 가마터를 놓고 심도있는 학술적 해석을 곁들인다. 이어 6월18일에서 8월24일까지는 탑 안의 부처와 보살이라는 제목으로 심곡사 칠층석탑 불감과 금동불 등 30여점을 공개한다. 역시 전시 첫날 전북사학회와 함께 심곡사 석탑에서 나온 불감과 금동불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 11월14일~12월28일에는 고대 권력의 상징이었던 완주 상림리의 청동검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청동기학회는 상림리 중국식 동검의 성격을 규명한다. 10월7일~11월23일 조선후기 문인화가인 표암 강세황의 특별전으로 시대를 앞선 예술혼전을 열고 우금암도 등 표암의 작품 80여점을 선보인다.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창의 인성 프로그램을 특화해 오는 4~11월 12강좌로 구성한 제3기 어린이박물관학교, 9~10월 2차례 가족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제15기 박물관대학은 3~7월 9강좌를 마련했다. △지역학 강화국립전주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전주역사박물관은 올해 교육체험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참여형 전시프로그램을 운영해 관람객 늘리기에 중점을 둔다. 특히 올해 120년인 2주갑을 맞아 오는 5월27일~9월14일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로 전주를 재조명한다. 이어 마을이야기 특별전으로 전주마을이야기1전을 9월23일~12월14일 연다. 사라져 가는 전주지역의 마을이야기를 조사하고 수집해 선보인다. 이에 앞서 3월3일에서 5월18일까지는 박물관 교류 특별전으로 한국의 미 떡살전을 연다. 학술 연구활동으로는 전주학총서인 전주역사문화 이야기를 상반기에 발간하고, 6월에는 꾸준히 진행했던 제16회 전주학 학술대회를 연다. 연중 교육프로그램인 전주재발견 현장답사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 특별답사반으로 박물관과 함께하는 1박2일은 6~10월 모두 7차례 진행한다. 제13기 전주학 시민강좌는 9~10월 8차례 마련했다.△조선왕조실록 복본사업 지속전주 경기전 내 어진박물관은 전주시가 진행한 4차년도 실록복본사업 결과물을 선보인다. 오는 26일부터 5월11일까지 선조광해인조실록 복본 특별전을 연다. 조선왕조 500년을 천년한지에 담아 기록문화의 유구성과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는 선조실록, 광해군일기, 인조실록의 복본을 전시한다. 6월~8월 경기전 중건 400주년을 기념한 전시에서는 경기전 중건과 조선왕실을 주제로 경기전 건립과 정유재란 때 소실된 뒤 중건, 태조어진의 봉안 과정을 살펴 다시금 의미를 부여한다. 이어 9월~10월에는 전북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와 공예가들의 대표작품을 모은 전승공예 연구회 작품전을 진행한다. 11월~12월은 초상화 특별전을 연다. 조선시대 공신, 관리, 사대부 등 사가의 초상화를 전시해 왕실과 비교하고 우리 초상화의 가치를 조명한다.△백제의 흔적 되새김질왕궁리유적전시관은 귀향전으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진행했던 전북의 역사문물전익산전을 다음달 18일부터 4월13일까지 익산시 왕궁면 궁성로 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실시한다. 석기시대부터 백제와 후백제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유물과 불교문화, 근현대 익산지역의 변화까지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이다. 이 밖에도 백제 무왕 관련 유적을 답사하는 무왕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연중 매월 4째주 토요일 오전 진행한다. 왕궁리유적, 제석사지, 서동 생가터, 용샘, 쌍릉, 미륵사지 등을 둘러본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여름방학 캠프는 백제 왕도로서 익산을 이해하는 내용으로 오는 8월11일에서 13일까지 왕궁리유적전시관 강의실 등에서 열린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강좌는 10월11일에서 11월8일까지 모두 5차례 열려 익산역사 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추진 과정 등을 강의한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4.02.12 23:02

신화·마녀·기록체계…근대 이전까지 외연 확장

대중문화는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통한다. 복제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며 상업적이라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그렇다면 인쇄술이 빈약한 근대 이전에는 대중문화가 없었을까.신간 〈대중문화 5000년의 역사〉는 흔히 알려진 대중문화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면서 외연의 확장을 시도한 책이다(시대의창).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인류학, 고고학, 민족학, 신화, 문헌학, 문학, 고대사, 비교종교사 등 여러 분야에서 피지배층이 즐긴 대중문화의 역할과 전통을 추적했다.미국 미네소타대 덜루스캠퍼스에서 인문학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대중문화학자 프레드 E.H. 슈레더 등 17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슈레더는 머리말에서 “20세기 미국의 매스컬처(mass culture)에 국한되어 있는 대중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다”며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대중적 현상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했고, 이들 연구를 ‘대중문화’라는 공통의범주로 묶어낸 사례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데니즈 슈만트-베세라트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미술 및 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문자 이전의 고대 기록체계를 살펴보고, 로날드 T. 마르케세 미국 미네소타대 덜루스 캠퍼스 역사학과 조교수는 그리스 도시국가와 로마제국 시대의 도시와 시골의 문화를 연구했다.‘그리스와 로마의 마녀: 문학적 관습인가, 풍작을 기원하는 여사제인가?’ ‘초기기독교의 대중문학: 신약 외경’ ‘종교개혁을 이끈 것은 대중이었다’ ‘공시적·통시적 대중문화 연구와 고대 영국 비가’ 등 다채로운 주제가 담겼다.대중문화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지만 각 연구의 주제 자체는 상당히 미시적이고 파편화했다. 연합뉴스

  • 문학·출판
  • 연합
  • 2014.02.0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