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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을 향한 토끼 영장류의 일침

개소주를 비롯한 각종 보양식을 파는 한 건강원 앞에서 토끼의 모습을 한 인간, '토끼 영장류' 한 명이 X자 마스크를 쓴 채 1인 시위를 벌인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더불어 인본주의를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사정하건대, 걸을 때 제발 쿵쿵거리지 좀 마시라!"로 끝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이 토끼는 바로 IQ 200의 '천재토끼 차상문'이다. 김남일(53) 씨의 신작 장편소설 '천재토끼 차상문'(문학동네 펴냄)은 이 범상치 않은 주인공 차상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자못 장대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차상문은 1950년대 중후반 시골 여교사이던 어머니가 폭력적인 경찰 수사관에게 겁탈당한 결과로 태어난다. 토끼답게 다리가 팔보다 훨씬 길고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지만,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며 누구보다 머리가 좋다. 겁 없고 폭력적인 인간 영장류인 동생 차상무와는 여러모로 대비됐던 그는 미국 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나 세계 각지에서 온 다른 토끼 영장류를 만나 사고의 지평을 넓혀간다. 이후 그는 몇 번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인간들을 향해 여러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땅이 놀라니 걸을 때 쿵쿵거리지 말라"거나 "시베리아의 우디헤어나 알래스카의 에약어 같은 사라져가는 소수어를 지키자"라는 그의 주장은 전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웃과 주변, 그리고 장구한 세월 억조창생이 이끌어온 역사와 시간, 기억과 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시간적으로는, 당신들의 현재가 과거의 소중한 유산이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종자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당신들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말 그대로 억조창생이 더불어 사는 공간인 것이다. 게다가 당신들은 생각만큼 영리하지도 않다."(328쪽)작가는 이 소설 속에 '쿠나바머'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상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실존 테러리스트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일명 '유나바머'의 이야기에서 이 소설이 싹텄다고 말한다. 가히 수학천재라고 불릴 만했던 그는 버클리대 최연소 종신 교수직을 마다하고 숲 속에서 은둔하다 산업 문명을 상대로 한 테러를 일삼게 된다. 작가는 이 잔혹한 테러리스트에게 소심한 토끼의 옷을 입혀 그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유나바머가 품었던 뜻을 더욱 신랄하게 전한다. 작가가 솜씨 좋은 입담으로 전하는 차상문의 인생 역정을 듣다 보면 "인간이 과연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가", "인류 문명은 과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하는 질문이 결코 우문(愚問)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368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8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어플루엔자' : 풍요의 시대, 소비중독 바이러스

"커피 문화의 원조는 유럽이다. 하지만 세계 인스턴트 커피 트렌드와 기술을 주도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세계 각국에 지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아니라, 한국 지사가 글로벌 시장 전체에 적용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최초로 시작하는 것이다. (…) 박영렬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까다롭기로 세계 시장에서 정평이 나 있다'며 '그런 점 때문에 한국은 그들에게 중요한 성공의 시험장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지난해 말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한국이 소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한다니,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소비유통 분야에서의 대기업과 지역 영세상인들의 충돌도 그런 부작용에 속한다.이 충돌은 '2자 게임'이 아니다. 소비자도 참여하는 '3자 게임'이다. 소비자들은 말이 없지만, 사실 이들이 모든 걸 결정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상인들이 '국적'과 '지역'을 뛰어넘어 오직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으로 승부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지역 영세 상인들은 그걸 전제로 해 주로 관(官)을 상대로 한 힘겨운 투쟁에 임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그런 의식은 건강하며 바람직한 것인가? 한번쯤 자문자답(自問自答)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1997년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 TV에서 방영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어플루엔자>라는 다큐멘터리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어플루엔자(Affluenza)다. 이 다큐를 보강해 낸 책이 존 더 그라프(John de Graaf), 데이비드 왠(David Wann), 토머스 네일러(Thomas Naylor), 박웅희 옮김, 「어플루엔자 : 풍요의 시대, 소비중독 바이러스」(한숲, 2002)다.어플루엔자란 무엇인가?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으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하는 과중한 업무, 빚, 근심, 낭비 등의 중상을 수반한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상 최대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시대, 우리 사회는 탐욕에 감염되고 있다. 인간은 더 많은, 더 좋은 그리고 특히 새로운 것들을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모든 넋을 빼앗겼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에 감염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인간마저 소비되고 있다. 어플루엔자는 최악의 전염병이다."이 전염병은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 원리가 된 경제적 팽창에 대한 강박적인, 거의 맹신에 가까운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플루엔자의 구체적 증상은 쇼핑 중독으로 나타난다. 소비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짧은 기간에 이윤 총액의 25%를 올린다. 1986년만 해도 미국에는 고등학교가 쇼핑센터보다 많았지만, 불과 15년이 채 안되어 쇼핑센터가 고등학교의 2배를 넘어섰다. 10대 소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소일거리로 쇼핑은 꼽은 사람은 전체의 93%에 이르렀다. 그들의 쇼핑을 가능케 하는 게 바로 신용카드다.미국인은 1인당 평균 5장이 넘는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소지 연령이 점점 낮아져 일부이겠지만 12살 짜리 아이들까지 신용카드를 갖기에 이르렀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소비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되도록 가입자들이 가급적 빚을 많이 지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마케팅 기법을 구사한다. 대부분의 상점들도 별개의 고객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단골 구매자를 대상으로 구매 물품을 항목별로 추적하기 위해 약간의 할인 혜택을 주면서 그 거래정보를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는 한국에서도 많은 업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어플루엔자라는 전염병은 주로 미디어의 매개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홈쇼핑 방송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 책에 따르면, "비판론자들은 그런 방송을 멍청이들에게 끊임없이 싸구려 물건들을 보여주는 채널이라고 조롱하지만 그런 방송을 케이블 TV에서 아주 볼 만 하고 대단히 유익한 채널로 꼽는 미국인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에 누군가 텔레비전을 '광대한 쓰레기장'이라고 불렀는데, 쇼핑 채널이 등장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통신판매 카탈로그와 쇼핑 채널은 단순히 상품만 전하는 것이 아니다. 대단히 효과적으로 어플루엔자를 확산하는 매개체인 것이다."어플루엔자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든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간 10만 달러를 벌면서도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모두 최정상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 것이다. 과거엔 자신이 부자라는 걸 감추려 했지만 이젠 뽐내는 세상이 되었다. 대중매체가 그걸 미화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이젠 "돈은 민주주의를 지배하지 않는다. 돈이 민주주의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해결책은 없는가? 없다!지미 카터라고 하면, 한국인들조차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그가 여러모로 무능했던 건 분명하지만, 그가 어플루엔자에 도전한 거의 유일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는 1979년에 행한 '국민병(national malaise)' 연설에서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현재 방종과 소비를 숭배하고 있습니다."라고 개탄했다. 어플루엔자를 대하는 그의 이런 자세가 재선 패배의 한 이유가 되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샤이는 "카터가 패배하는 데는 그가 경제성장과 자본개발이라는 높고, 넓고, 멋진 개념이 현대 미국의 정신에 얼마나 깊이 자리잡았는지 알아채지 못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어플루엔자에 영합하는 정치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어플루엔자는 대통령 권력으로 치유할 수 있는 병도 아니다. 이미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소비(consumption)라는 영어 단어는 낭비, 약탈, 탕진, 고갈 등을 의미했다. 폐병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언제부터 바뀌었던가? 1929년에 발생한 세계 대공황 이후다. 국민이 소비를 자제하면 경제가 돌아가질 않는다. 소비는 미덕을 넘어 애국이 된 세상이다. 그럼에도, 무력하게 들릴망정 저자들의 다음과 같은 결론을 한번쯤 음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이 책의 핵심적인 논지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욕구와 필요를 줄이는 차원에 이른다. 우리는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좇는 태도를 버리고 만족할 줄 알고 건강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따를 수 있다. 풍요로운 생활방식에서 야기되거나 심화되는 각종 질병과 싸우기 위해 우리가 지출하는 그 모든 돈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어플루엔자는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씀으로써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1.15 23:02

문인들이 그림과 글로 그린 자화상

시인과 소설가들이 그림과 글로 자신들의 내밀한 모습을 공개했다. '작가가 그린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가짜다'(헤럴드미디어 펴냄)에는 42명의 작가가 그린 자화상과 '나'에 대해 쓴 글이 함께 수록됐다. 상당한 수준의 그림 솜씨를 갖고 있어 전시회도 여러 차례 연 소설가 윤후명 씨는 두 봉우리 위에 자신의 얼굴과 새가 있는 그림을 그렸다. "내가 쓰거나 그리는 행위는 나를 '바로 보자'는 선을 지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애초에 '나'는 없었던 것이다. 삶이란 자기를 완성해 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바꿔 말해도 되겠다. 두 봉우리로 그려진 땅이 있고, 그 위 하늘에 새가 있다. 그런데 내가 나라고 그린 얼굴은… 과연 누구인가. 내 희망인가, 절망인가. 차라리 멸(滅)을 향한 환(幻)인가."(17쪽)소설가 마광수 씨는 "현재의 내 모습은 그동안의 풍파 때문인지 후지기 그지없다"며 "다시 태어난다면 '야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커다란 눈과 긴 손톱을 가진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자화상 대신 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생일 카드에 그려준 그림을 실었다. 커다란 눈에 넥타이를 맨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에 대해 작가는 "그 아이는 분명 지금의 나와 반대되는 모습을 그려 생일 카드로 보냈으므로, 장차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살펴 분수와 능력에 걸맞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려 했었던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승원, 이순원, 박범신, 권지예, 김종광, 윤이형, 김경주 등 중견부터 신진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들이 개성 넘치는 자화상으로 자신의 속살을 내보였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작가가 그린 자화상'이 그려낸 한국문학의 사생활은 구상적 선에서부터 현란한 색채나 도표로 가득한 발랄한 상상력까지 다양한 폭과 깊이로 제시되어 있다"며 "이제부터 독자는 탐정이 되어 작가들이 널어놓은 빨래 속에서 작가의 진짜 삶과 허구적 진실의 단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4 23:02

부안읍 역사·문화의 향기 '고스란히'

연못 주위를 감싸고 있는 소나무에 학두루미가 수없이 날아와 소나무가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는 송학(松鶴)마을. 밤이 되면 도깨비불이 많은 곳이어서 괴이할 괴(怪)를 써서 '괴제'라고도 했다.부림(扶林)마을에는 지금도 시내 한복판에 300년 전에 조성된 영월신씨 덕무공파 선조의 묘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곳은 호남의 10대 명당자리로 통한다.송학마을과 부림마을 모두 부안군 부안읍에 있는 마을. 부안읍자치위원회가 「부안읍의 역사와 문화」를 펴냈다.부안읍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많은 문화와 역사가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군의 문화와 역사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 「부안읍의 역사와 문화」는 부안읍과 관련된 독창적인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오랜 시간 자료수집과 현지조사를 거쳐 발간한 것이다.책은 '사진으로 본 부안읍의 어제와 오늘' '부안읍이 걸어온 길' '마을 유래와 풍속' '부안읍의 문화유적' '읍내 사람들의 삶과 문화' '문학으로 돌아보는 읍내 산하' '부안읍의 역대 읍장'으로 구성됐으며, 부록으로 부안현 구 관아위치 평면도와 부안도서도, 부안격포도형 변산 좌·우도, 부안상소산도 등이 수록됐다.양규태 부안읍자치위원장은 "다른 나라 역사는 눈 감고도 줄줄 외우는데 자신이 태어난 역사와 문화는 모르고 지내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누군가 글로 적어 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고향이 그리워질 때 고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14 23:02

최승호 "어린이, 언어의 미식가로 키워야"

"엉뚱하다 뚱딴지 / 얼렁뚱땅 뚱딴지 / 두더지야 뚱딴지 먹자 / 엉, 뚱하다 뚱딴지 / 울퉁불퉁 뚱딴지 / 땅강아지야 뚱딴지 먹자 / 엉, 뚱하다 뚱딴지"1977년 등단해 30여 년간 '대설주의보', '그로테스크',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등 화제작을 선보인 중견 시인 최승호(56)씨가 쓴 동시 '뚱딴지' 일부다. 시인이 우리말의 음악성을 살려 지은 동시들을 모은 '말놀이 동시집'(비룡소 펴냄) 시리즈는 2005년 출간 이후 총 12만 부나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5권 완간을 기념해 12일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말놀이 동시들을 쓰면서 내 안에 장난스러운 소년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집의 인기 비결로도 어른들이 시에서 찾으려 애쓰는 '뜻'을 버리고 '소리'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독자인 어린이 중심으로 쉽게 썼다는 점을 꼽았다. 가령, 2권에 실린 '도롱뇽'은 "도롱뇽 노래를 만들었어요 / 도레미파솔라시도 / 들어 보세요 // 도롱뇽 / 레롱뇽 / 미롱뇽 / 파롱뇽 / 솔롱뇽 / 라롱뇽 / 시롱뇽 / 도롱뇽"으로 이어진다. "말놀이 동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점점 노래로 변해요. 아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를 읽으며 춤추고 노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동안 동시들이 뜻에만 치중해 아이들을 억압했는데, 해방해야 해요. 아이들은 '도롱뇽'을 아주 좋아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어렵다고 그럽니다. 구슬 굴러가는 소리를 느끼는 즐거움이 있는 시인데 어른들은 시의 주제와 상징을 따지며 어려워하는 거죠."'말놀이 동시집'에는 별 뜻 없이 말을 가지고 노는 시들이 많다. "라미 라미 / 맨드라미 // 라미 라미 / 쓰르라미 // 맨드라미 지고 / 귀뚜라미 우네"로 이어지는 시 '귀뚜라미'처럼 소리글자인 한글의 맛을 살려 두운과 각운을 맞춘 시다. "한시나 영시에는 운문시의 전통이 있는데, 우리는 한자로 운문시를 쓰고 한글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놀이 시 쓰면서 우리말로도 운문시를 쓸 수 있구나 했어요. 우리말이 지닌 우연성이 있거든요. '구리'로 끝나는 말에 딱따구리, 개구리, 쇠똥구리, 너구리가 있는데 이 낱말들을 반복하다 보면 말의 음악성이 살아나게 됩니다."리듬감을 살려 노래하듯 읊을 수 있는 시들과 함께 언어의 모양을 살려 재미를 더한 시도 있다. '뿔'이라는 낱말의 쌍비읍(ㅃ)에 계속 비읍(ㅂ)을 이어 붙여 진짜 뿔 모양 그림이 된 시나 커다란 글자 '응'의 이응(o) 안에 또 다른 '응'을 계속 써 넣은 시는 언어의 색다른 회화성을 보여준다. 그는 "시인은 언어의 요리사 같은 존재"라며 "어린이를 우리말의 맛과 멋을 음미할 줄 아는 '언어의 미식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고 미식가들이 이를 즐기듯이 시인이 언어를 요리해 독자들이 이를 음미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햇빛', '햇살', '햇볕'은 시를 쓸 때 완전히 다른 물감입니다. '햇빛'은 찌르는 낱말이고 '햇살'은 곡선이고 '햇볕'은 면적이죠. 그 차이를 가르쳐줄 텍스트가 거의 없습니다. 말놀이를 하면서 언어에 대한 감각도 익히고 상상력도 키울 수 있죠. 예술을 가르칠 때 중요한 것은 느낌이지 지식이 아닙니다." 시인은 "음식은 요리사의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것이며, 작품은 시인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며 주입식 교육을 경계했다. "우리 교육이 어린이들의 느낌이 섬세해지고 안목을 높아지도록 하는 교육은 아닐 겁니다. 경마장에서 어린 말들이 뛰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주입식보다는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3 23:02

최인호 소설 '가족' 35년 만에 연재 중단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인 최인호 씨의 '가족'이 35년 만에 연재를 중단했다. 11일 월간 샘터사에 따르면 2월호에 '402+소망 - 가족은 인생의 꽃밭입니다'라는 연재 중단 특별기사를 수록하는 것을 끝으로 '가족'의 막을 내리게 된다. 샘터사는 "최씨가 지난 10월호를 끝으로 휴재 의사를 전한 데 이어 연말에 연재 종료의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최씨는 침샘암으로 투병하면서 지난 2008년 7월호 이후 7개월간 연재를 잠시 쉬기도 했다. '가족'은 1975년 9월호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소설로 지난해 8월 400회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한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이다. 작가는 '가족'을 가리켜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해왔다. 최씨는 지난해 10월호에 수록된 마지막 '가족' 원고에서 요절 소설가 김유정의 유서를 인용하며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 . 어 . 나 . 고 . 싶 . 다"고 끝맺기도 했다. 한편 샘터사는 독자들의 감사와 건강 기원을 담은 종이학 천 마리로 감사패를 만들어 작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2 23:02

김윤식이 그린 한국소설 지도

"김정호가 순전히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최초의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었듯이 그도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그와 동시대의 우리 문학의 지도를 만들었다."소설가 박완서 씨가 문학평론가 김윤식(74) 씨를 가리켜 한 말이다. 박씨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김씨가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한국 소설을 읽는 열정적인 현장비평가라는 것은 널리 공감대가 형성된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도서출판 강 펴냄)은 김씨가 2007년 7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들을 대상으로 월간 '문학사상'에 매달 썼던 월평을 묶어낸 책이다. 2005년 4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실었던 월평을 묶어 낸 '현장에서 읽은 우리 소설'에 이은 것이다. 책에는 박민규, 김연수, 김애란, 한유주, 정한아 등 젊은 작가들부터 신경숙, 구효서 등 중견작가들과 서정인, 박완서, 최일남 등 원로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100명의 작가들이 발표한 148편의 단편소설에 대한 김씨의 평이 실려있다. "작가들을 전경화하고 제 귀먹고 눈먼 글은 그 뒤로 물러서기" 위한 저자의 전략이라고 하는데, 주제나 시기순이 아니라 작가 이름 가나다 순으로 글을 배치하고 작가별 복수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나란히 싣고 있어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효과적으로 엿볼 수 있다. 김씨는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은 모두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작가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평가도 정교하다. 특유의 문체로 한발 물러서 작품을 읽어내는 가운데 때로는 넘치는 칭찬도, 때로는 따끔한 고언도 쏟아낸다. 가령 김중혁 씨의 단편 '엇박자 D'에 대해 "너무 완벽하여 도무지 흠잡을 수 없다"며 '유리의 도시'에 대해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물컹물컹한 자의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 나라 문학판에 작가 김중혁이 버티고 있음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씨는 서문에서 "여기 실린 글들은 이 나라 작가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작품들에 대한 제 존경의 결과물"이라며 "만일 이 글들 속에 한 군데라도 신통한 곳이 있다면 응당 그것은 제 존경의 강도나 밀도의 드러남일 것"이라고 말했다. 596쪽. 2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1 23:02

지난 10년간 출판계가 겪은 상전벽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 출판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내는 격주간 '기획회의'는 최신(263)호에서 '2000년대 출판계 결산' 특집 기사를 싣고 지난 10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짚어봤다.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베스트셀러들을 중심으로 '출판시장에서 나타난 욕망의 변화'를 살펴본 한기호 소장은 2000년대 전반부를 휩쓴 성공 지향적 처세서들과 후반부에 떠오른 행복 지향형 책들을 근거로 들면서 "2000년대의 첫 10년은 절대 고독의 개인이 발견되는 여정이었다"고 풀이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지난 10년간 일어난 '출판과 출판유통의 자본 집중화와 양극화'에 주목했다. 그는 "연매출액 기준 상위 5위 안에 드는 출판사들은 연간 매출 300억 원, 신간 300종 이상 발행으로 시장을 점유했고 패밀리 브랜드를 거느리며 인력을 흡수했다"며 "한국출판의 자본 집중화가 출판시장의 양질적 성장과 진보에 기여했는가"라고 묻는다. 김 대표는 "오늘의 출판을 주도하는 출판사들은 새로운 10년에 질적인 일보 전진을 위해 양적인 이보 후퇴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양극화 반대편의 출판사들은 쏟아지고 사라지는 1천 종보다 지속적으로 필요한 10종의 목록을 개발하는, 아주 착실한 행보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학평론가 강경석 씨는 지난 10년간 한국문학의 가장 큰 흐름으로 '소설시장의 양극화와 시의 침체'를 꼽았다. 1990년대에 종종 나오던 베스트셀러 시집이 21세기에는 사라졌고 소설도 일부 인기 작가들에게 독자가 몰리는 반면 1만부 이상 팔리는 작가는 드물게 됐다. 강 씨는 그 원인으로 문단의 세대교체와 작품 스타일 변화를 꼽으면서 "10년마다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한국문학의 풍토는 세대 간, 개인 간의 감수성 장벽을 겹겹으로 만드는 원인이 됐다"며 "문학적 정주성과 이주성의 균형 회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글쓰기의 변화와 방향성을 살펴본 미디어 연구가 김낙호 씨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블로그형' 글들이 주를 이루게 됐다며 이런 시대에 전문 작가들이 염두에 둘 만한 열쇳말을 제시한다. 의도를 명확히 내보이는 '목적성'과 언제라도 분리돼 읽힐 가능성에 대비해 단서를 넣어주는 '풍부한 맥락화', 텍스트 외 미디어를 활용하는 '다매체성 인식', 글에 대한 반응에 재반응하는 '대화의 수용', 독보적 전문성을 더욱 강화한 '전문성의 깊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1 23:02

[블로그로 보는 세상] 독서 관련 블로그

독서가들이여, 재밌고 신나게 책을 읽자~!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책을 적게 읽는 걸까?인터넷이 대세가 되버린 시대. 궁금해지는 책이 있으면 제휴 서비스에서 온라인 검색을 하고, 본문을 바로 보고 보는대로 정리한다. 꼭 보고 싶은 책은 온라인으로 바로 문의하거나 주문을 한다.그런데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온라인상의 게시판을 통해 읽는 소식량은 분명히 삼십 년 전 사람이 신문이나 책을 읽고 얻는 양보다 분량은 더 많을 것 같다.눈으로 문자를 읽어 두뇌가 판독하는 양 자체는 옛날보다 늘면 늘었지 절대로 줄지 않았다.모니터에서 금세 지우거나 만들수 있는 가벼움 보다 새 책이나 오래된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묵직함을 느끼고 싶은 기분이 들 때 겨우 서점으로 간다.너무 오랫만에 간 서점에서 선뜻 책을 고르기에도 막막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번은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독서가들의 블로그를 탐독해 독서가들의 평을 참고하면 좋다.읽고 난 뒤에 토론을 하는 커뮤니티도 활발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블로그 '책벌레 (http://blog.naver.com/bbkk7991)'는 운영자 '방구 배'님이 읽은 책 중에서 소중한 글들을 따로 모아놓았다.경제야 놀자, 멋진 노후, 정치세계, 여행서, 일하기 싫을 때 등 구체적인 상황별로 분류해 책을 소개해서 좋다.블로그 '오드리의 집 (http://blog.naver.com/winemoon4963)'은 책소개는 물론 독서지도 예시안 등이 있어 유용하다.특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노트나 책을 만드는 법 등을 담은'북아트'에 대한 알짜 정보가 수록돼 책 자체에 관심이 부족하거나 거부감이 있는 자녀들과 따라 해보면 동기 유발을 할 수 있다.블로그'독서쟁이 프로젝트(http://blog.naver.com/heygirl78)'에서는 흥미를 끄는 캠페인이 열린다.'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운영자'헤이걸 양'님이 독서 통장을 만들어 헌책 등을 기증하는 캠페인을 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책도 읽고 기부를 도모할 수 있는 일석이조 '착한 블로그'다.블로그는 아니지만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활용해도 좋다.'지식인의 서재'는 영화감독 박찬욱을 비롯 첼리스트 장한나, 소설가 김훈, 긴급구호팀장 한비야에 이르기까지 명사들이 자신의 서재에서 좋아하는 책을 직접 소개하며 독서를 장려, 실질적인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 캠페인이다.특히 추천도서 중 명사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내인생의 책'은 수많은 독서 블로거들이 애용해 입소문이 났다.책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방문자의 독서 습관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게 이용자의 전언이다.

  • 문학·출판
  • 윤나네
  • 2010.01.08 23:02

[블로그로 보는 세상] '최고의 걸작품' 운영자 오정화씨

"독서요? 빙산의 윗부분이 사람이 겉으로 드러나는 의식의 세계라고 한다면 바다 밑에 숨겨진 거대한 부분을 무의식의 세계라고 할 수 있어요. 숨겨진 자신의 잠재 능력을 끌어낼 한 바가지 마중물이 바로 독서입니다."블로그 '최고의 걸작품 (http://blog.naver.com/hisuniv)' 운영자 오정화씨(45·전주시 진북동)는 독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블로그 명칭에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최고의 걸작품이여서 귀하게 대하고 싶다는 뜻이 숨어있다.영화 '대부'로 유명한 돈 콜레오네를 모델로 삼은 자기계발서'돈 꼴레오네의 문제해결 방식'의 저자이기도 한 열혈 독서 마니아 오씨는 책과 관련한 특별한 경력이 많다.15년전 당시 5살·7살 이던 자녀를 위한 책을 찾을 수 없게되자 필요하면 내가 만들자는 생각에 어린이 전문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었다는 오씨. 서점을 찾는 부모들을 모아 동화를 읽는 어른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의견나누기, 책을 고르고 읽어주는 법 등을 공부하면서 어린이날 기념으로 테마를 정해 공연을 하기도 했다.오씨는 전주 리더스 북 클럽 운영진이기도 하다. 그의 활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관공서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국내 최초로 전주 삼천 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직원과 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여는'삼천 독서 콘서트'의 독서토론 진행을 2년째 맡아왔다.자신을 사람을 살리는 교육자라고 소개하는 오씨. 그는 꿈을 나누고 이루도록 돕기위해 현재 독서 토론진행자 양성과 올바른 독서법 등을 지도하는 독서코칭 매니저로 활동을 하고 있다.오씨의 블로그는 대학과 기업 공무원 연수원 등에서 강의해왔던 토론법 등을 정리해 내용이 알차다.그는"내가 필요하면 누군가도 찾고 있지 않을까 싶어 스스로 필요한 자료를 올리는 것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며 "책과 같이 호흡하면서 이제 생활이 됐다"고 말했다.블로그를 광고하거나 홍보하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 책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는 것의 그의 최대 기쁨이란다.이제 블로그를 통해서도 강의 요청이 쇄도하거나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올만큼 자리를 잡았다."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개 독서라고 말 하잖아요. 사실 독서 후에 올바른 토론이나 글쓰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책을 통해 저자 한 사람을 만나는 것 보다 토론을 통해 다른서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책을 보면 시야가 넓어지니까요."오씨는"초등학교 때 우연히 삼촌이 보던 이외수 작가의 책을 읽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엔 이외수 작가의 책에는 손도 안댔던 기억이 있다"며"후에 생각해보니 나이에 맞지 않는 독서는 작가에 대한 편견까지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그는 올바른 독서법과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독서는 충만한 인간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인간을 만들며 글쓰기는 완전한 인간을 만든다'문구를 소개했다."21세기는 정보화 시대를 지나서 정보 폭발의 시대에요. 이제는 상상력·사고력·창의력의 시대인 거죠. 실제로 황순원의'소나기'를 영상으로 본 아이들은 잔상으로 남은 이미지를 따라 그리지만 책을 통해서 습득한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그려요. 그래서 시대가 지나도 책책책 하는 거 아닐까요?"그는 책을 멀리하는 자녀가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방법에 대해 귀뜸했다.오씨는"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만 하면 되레 책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부모가 책을 읽는 뒷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자녀는 '부모가 무엇에 열중할까'하는 호기심에서부터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조언했다.그는"책을 자주 읽지 않더라도 아이가 방과 후에 집에 들어 온 순간 책 읽는 모습을 흉내만이라도 내야 한다"며"앞으로도 독서를 어렵게만 생각해 머뭇거리는 분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료를 업데이트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 문학·출판
  • 윤나네
  • 2010.01.08 23:02

이상문학상 박민규 "계속 신인으로 살 것"

소설가 박민규(41)씨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월간 '문학사상' 2009년 12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아침의 문'. 수상 소식에 맞춰 7일 기자들과 만난 박씨는 "별 말없이 열심히 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믿고 있다. 계속 신인으로 살아갈 생각"이라며 '박민규다운' 담담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수상이든, 인터뷰이든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을 싫어한다는 작가는 "안 받는다고 하려다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히 받기로 했다"며 "내 자신이 가진 성질이 이런 일들로 변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잊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상작 '아침의 문'은 자살을 기도하던 남자와 몰래 아기를 낳고 죽이려던 미혼모를 등장시켜 생명의 가치를 이야기한 소설이다. 작가는 "목을 매달기 위해 끈 밖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사람과 모체의 문을 밀고 나오는 새 생명이 대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썼다"며 "답이 안 나오는 인생이지만 살아있는 사람들, 힘든데도 살아주시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윤식, 권영민, 윤후명, 신경숙, 권지예 씨 등 심사위원들은 "'아침의 문'이 시도하는 파격적인 기법이 소설적 소재의 과격성과 극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특이한 서사적 미학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은 "이상의 단편이 대부분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아침의 문'도 하루 저녁에 국한돼 있다"며 "박씨의 서사에 대한 해석과 파괴적인 기법 등이 올해 이상 탄생 100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춘천에 마련한 집필실에서 "매일 읽고 쓰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박씨는 올해 2권으로 된 소설집을 묶어내고, 각각 매스게임과 포르노그라피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도 집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는 김애란의 '그곳의 밤 이곳의 노래', 김중혁의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배수아의 '무종', 손홍규의 '투명인간', 윤성희의 '매일 매일 초승달, 전성태의 '이야기를 돌려 드리다', 편혜영의 '통조림공장' 등 일곱 편이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3천500만 원, 우수작 3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1월 중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8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정치인은 '쓰레기'인가?

아마존닷컴을 검색해보면 1944년에서 2003년 사이에 히틀러에 관해 쓴 책이 자그만치 2067권이나 된다. 1년에 평균 35권 이상 출간되는 셈이다. 이건 무얼 말하는가?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진 립먼-블루먼(Jean Lipman-Blumen)이 쓴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2005)은 이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전통적으로 볼 때 리더십을 다루는 많은 책들이 신봉자보다는 리더들에게 초점을 맞춰왔다. 그 책들은 리더들을 일그러진 렌즈로 보면서 그들의 힘을 강조하는 한편, 그들의 실패는 최소화한다. 이런 식으로 리더들을 설명하다 보니 카리스마와 관계있는 리더의 자질은 너무나 미화되어 눈이 부실 정도이고 그들의 이미지도 한껏 부풀어져 헤라클레스에 버금갈 정도이다."저자는 주로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반대편도 이야기하는 게 공정하지 않을까? 왜 저자가 미국에선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 관한 책이 1만6000권이나 나와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링컨이 훌륭한 인물이라 해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말을 해보자면 그렇다는 것일 뿐, 뭐 그렇게 시비를 걸 일은 아닌 것 같다. 리더에 목숨 걸지 말자는 저자의 메시지엔 흔쾌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에 엄청난 기대를 걸었다가 좌절과 환멸을 맛본 뒤 모든 잘못된 일의 책임을 리더에게 떠넘기는 일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 아닌가. 거의 모든 나라의 유권자들이 다 그렇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마지막 메시지엔 박수를 보내줘도 무방할 것 같다."나 자신과 이 세상의 복잡성을 다 이해하고 나면 건설적이고 타자지향적인 리더십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끝없는 불안과 오만한 경쟁심, 만족을 모르는 야욕(野慾), 자존심을 향한 끝없는 욕구, 유해한 성취 도덕률, 영웅적인 자질에 대한 헛된 유혹 등에 덜 휘둘림에 따라 마침내 우리는 자신의 자율을 강력히 옹호하며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다. 그러면 자율과 자유를 통하여, 우리는 단순히 치명적이고 부도덕한 리더의 매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결단코 거듭해서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좋은 말씀이다. 그러나 이런 뻔한 말보다는, 좀더 참신하거나 도발적인 주장에 눈이 가는 걸 어쩔 수 없다. 두 개만 지적해보자. 첫째, '선택받은 느낌'에 관한 것이다. 우리 시대의 모든 갈등과 경쟁, 독선과 오만, 비굴과 굴종의 이면엔 이게 있는 게 아닐까? 합리적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이 개념을 이해하면 쉽게 풀린다. 우선 저자의 주장부터 들어보자."역사적으로 볼 때 칼뱅주의자들의 운명예정설, 이를테면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이미 신의 은총 아니면 영원한 저주를 받도록 선택되어 있다는 관념은 하나의 막강한 힘이었다. 희망을 잃고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던 중산층들은 운명예정설로 새로운 방향 감각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종교개혁에 나선 칼뱅주의자들만이 선택되었다는 느낌에서 힘을 이끌어낸 유일한 무리는 아니었다. 사실 선택된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개념은, 그 집단의 성격과는 관계없이, 첨단 기술의 시대인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인간에게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왜 그렇게 특정집단에 대한 반감이 강할까? 왜 그렇게 고위 공직을 탐하는 걸까? 왜 그렇게 특정 학교에 들어가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걸까? 왜 그렇게 편가르기에 몰두해 반대편을 미워하고 경멸하는 걸까? 다 그 나름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선택받은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이 아닐까? 그 느낌 하나만으로 배가 부르고, 자존심이 충족되고, 우월감을 만끽하고, 더 나아가 못된 짓도 서슴 없이 저지를 수 있는 게 아닐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건 인류 역사가 수없이 입증해온 명백한 사실이니까 말이다.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전부는 아닐망정 상당 부분은 그런 '편 가르기의 게임'이다. 특정집단에 대한 지지자들의 증오를 자신에 대한 열광으로 바꾸는 '적(敵) 만들기의 게임'이다. 물론 그 게임은 화려한 이념이나 명분의 포장을 뒤집어 쓰기 마련이지만, 그 본질이 그렇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선택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그 어느 곳이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 부패를 지적하면 그 집단의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로 배가 아파서 그런다"느니 "열등감이나 콤플렉스 때문에 그런다"고 받아친다. 실은 그게 부패를 입증하는 증거다. 그 이치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선택받은 사람들이 이 세상의 중심에 선다는 특별한 권한을 보호하고 유지해나가려면 온갖 종류의 고통을 다 참고 견뎌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선택된 사람들 또한 그런 지위가 자신을 독특한 존재로 만들 뿐 아니라 자신을 성스러운 중심에 있게 해준다는 믿음에서 매우 강한 아집과 결단력을 이끌어낸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선택받은 사람들이 그 특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 중심에는 종종 못 보고 넘어가는 위험이 하나 존재하고 있다.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를 때가 간혹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배타적인 성향이 있어서 특권 계층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조언이나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둘째, 리더십의 속성에 관한 문제다. 저자는 "공식석상에 자주 나타나는 리더들 틈에서는 성자를 찾으려 들지 마라. 성자들이 선거직이나 임명직을 좇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사람들은 정계나 기업 세계 같은 아수라장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 법이다."고 말한다. 여기에 '공적 결정'을 해야 하는 직업의 속성이 더해진다. 저자가 인용한, 하버드대 제임스 C. 톰슨 교수의 '인간 에고 봉쇄(human ego investment)'라는 개념이 가슴에 와 닿는다."어떤 결정에 참여한 사람은 그 결정에서 이해관계를 만들어낸다. 그 뒤로도 그 사람이 그것과 관계된 결정에 더 깊이 개입하게 되면 그들의 이해관계 또한 점점 더 커져간다. 그런 결정이 거치게 되는 여러 단계 중에서 비교적 초기 단계에 놓여 있을 때에는 그 사람에게 강한 자신감을 거둬들이라고 설득하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설득 작업은 더욱더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거기서 마음을 바꿀 경우에는 그 전에 있었던 일련의 결정을 부인한다는 뜻이 은연중에 담기기 때문이다."이런 일련의 주장을 냉소로 받아 들이면 실수하는 거다. 진실이요 진리다. 정치인을 욕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옹호론이다. 정치인은 '쓰레기'가 아니다. 정치가 '쓰레기장'의 속성을 갖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 저주'에 대해 정치인들은 책임을 통감해야겠지만, 국민과 언론도 공범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데 대한 집단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새해에는 모든 유권자들이 자율적인 홀로서기를 하는 동시에 리더와 정치인보다는 리더십과 정치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면 좋겠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1.08 23:02

우리 사회 가난에 관한 종합 보고서

한때 '잘살아보세'가 온 국민의 신조였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선진 공여국' 대열에 섰다. 그러나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부교수와 이현주 한국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손병돈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가 함께 쓴 '한국의 가난'(한울아카데미 펴냄)을 보면 가난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다. 저자들은 도시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가 안되는 가구소속 인구의 비율)을 16.5%로 추산한 연구결과를 인용한다. 이는 예전의 헐벗고 굶주린 모습의 가난과는 다르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꾸리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이 800만 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빈곤에 관한 종합 보고서다. 가난이란 무엇인지, 누가 가난한지,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왜 가난한지, 가난을 이겨낼 방법은 무엇인지 두루 살펴보는 저자들은 "빈곤층이 15%가 넘는 시대에도 가난한 이들이 보호받을 권리는 부끄러운 것으로 취급된다"며 "우리의 가난을 정확히 바라보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의 근본적인 시각은 가난이 개인적인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을 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Working Poor)까지 등장했다. 가령,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5.6%(2007년, 가처분소득 기준)로 노년층 3분의 1이 가난한 셈이다. 일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가난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노인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특히 더 가난하지는 않다. 노후소득 보장제도가 미흡해 자녀에게 노인복지를 내맡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일하지 못하는 노인들과 젊었을 때부터 가난했던 노인들뿐 아니라 자식이 가난한 노인들까지 가난하다. 가난한 노인들은 돈이 없어 주거 환경이 열악하며 건강 상태도 더 좋지 않고, 그 때문에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21세기 들어 크게 늘어난 빈곤층은 일을 하거나 일할 수 있는데도 가난한 이들이다. 저자들은 근로빈곤층이 등장한 원인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이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데서 찾는다. 기업이 기존 업무를 외부에 하청 주거나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이 양산됐다는 것. 비정규직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가난하다. 저자들은 '가난은 모인다'는 특성에도 집중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주거비 부담이 큰데, 설상가상으로 대도시 재개발이 계속되면서 빈곤층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이 사라지고 있다. 재개발 사업 인근의 전ㆍ월세 주택이 품귀로 값이 폭등하고, 빈곤층은 더 열악한 주거지로 내몰린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반이 취약한 동네에 살 수밖에 없는데, 가난한 곳의 자치단체 역시 가난하므로 빈곤층을 구할 복지 혜택도 적다. 저자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이다. 이들은 "빈곤 '지역'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시도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면서 빈곤층과 비빈곤층이 함께 사는 혼합단지를 건설하는 등 지역 발전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근로빈곤층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일자리를 여러 개로 나누는 방안,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빈곤 대책은 사회, 경제, 문화, 복지 전 분야에 걸쳐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현행 정책이 3대 사회안전망 가운데 '마지막 안전망'인 공공부조 중심이므로 사회보험과 사회서비스 등 나머지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10쪽. 2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6 23:02

고향 빛내고 글도 빛났다…전북출신 신춘문예 당선자들

구겨 내팽개쳐지는 원고지 더미 속에서 기약없는 불면과 고통의 밤을 보내온 지도 오래. 올해도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이겨낸 뜨거운 가슴의 주인공들이 탄생됐다.올해 전국 신춘문예에 당선된 전북인들은 서울신문 시 부문 이길상씨(37·전주시 효자동)와 문화일보 시 부문 강윤미씨(29·전주시 인후동), 영남일보 시 부문 하기정씨(39·전주시 인후동)다. 이씨는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강씨는 200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는 '중고 신인'.'속옷 속의 카잔차키스'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씨는 "당선 소식을 듣고 밖을 나서니 밀감장수가 파는 귤이 보였다"며 "귤보다 귤빛이 만져지는 시, 먹지 않아도 따스한 그 귤빛을 맛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틀에 박히기 보다 실험의식이 강하며, 거칠지만 미래 가능성이 보이는 시라고 평했다. 원광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이씨는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영문과를 퇴직한 이보영 교수의 아들이기도 하다.강씨의 당선작 '골목의 각질'은 불안한 청춘에 대한 고통과 고뇌를 골목이라는 구체적 삶의 공간을 통해 긍정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씨는 "올해는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을 비웠더니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며 "밀란쿤데라의 소설 「불멸」에 나온 말처럼 두 번 세 번 곱씹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시를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출생인 강씨는 원광대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광주일보 문학상(2007)'을 수상한 바 있다.하씨는 "나'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를 써왔다"며 "웅크리고만 있던 나의 언어들을 세상 밖에서 소통의 길을 터 준 이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고,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더 부지런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당선작 '구름의 화법'은 표면적으로는 변화무쌍한 구름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지만, 수사의 굴레를 벗어나면서 사물의 운신과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시적 상상력이 돋보였다는 평가. 임실 출생으로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인 하씨는 '5·18 문학상(2008)'을 수상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01.05 23:02

찰나를 잡아낸 사진과 글

이성복(57) 시인이 사진작가 이경홍 경일대 교수의 사진을 섬세한 텍스트로 풀어냈다. 사진 에세이 '타오르는 물'(현대문학 펴냄)은 이 교수의 사진 스물네 장을 매개로 시인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되새긴" 스물네 편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시인이 2004년 사진작가 고남수 씨의 작품을 바탕으로 쓴 '오름 오르다'에 이은 두 번째 사진 에세이다. 올해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됐던 글 열두 편에 미발표작 열두 편을 더했다. 책에 실린 이 교수의 사진은 검은 바닷물에 빛이 들어온 순간을 포착한 흑백사진들이다. 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진한 흑색 바탕 위에 쉽게 은유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이 사진들은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되는 '찰나'의 숨겨진 얼굴을 찾아내려" 한다. 시인은 이렇게 "쉽게 은유할 수 없는" 사진들 속에서 작가와 주파수를 맞추면서 이를 정제된 언어로 재해석한다. "다양한 연상을 통해 떠오르는 은유들은 그러나 결코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을 조심스레 포개놓고 보면 막막한 삶의 가장자리에서 떨고 있는 존재들의 고독감과 무력감이 공통 속성으로 드러난다. (중략) 모든 형체는 은유의 조명을 받아 의미를 갖게 되며,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모르는 숲 속에서 저 혼자 쓰러지는 나무와 같을 것이다."(13쪽)'추상적 은유'를 구체화ㆍ내면화하거나 순간을 영원화(化)하고, 영원을 순간화하는 작업은 시인의 시 쓰기와도 닮아 있다. 사진에서 출발한 시인의 사유는 글쓰기 자체로까지 확장된다. "애초에 글쓰기는 제 눈을 찔러 홍채를 살피려거나 제 살을 파먹고 기운을 회복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지극히 현명하면서 지극히 우매한 그 시도를 통해 불가능의 세계와 세계의 불가능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문학적 글쓰기란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할 수 없음을 표현하는 것이다."(187쪽)248쪽. 1만1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