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3-13 17:14 (금)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김윤식이 그린 한국소설 지도

"김정호가 순전히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최초의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었듯이 그도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그와 동시대의 우리 문학의 지도를 만들었다."소설가 박완서 씨가 문학평론가 김윤식(74) 씨를 가리켜 한 말이다. 박씨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김씨가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한국 소설을 읽는 열정적인 현장비평가라는 것은 널리 공감대가 형성된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도서출판 강 펴냄)은 김씨가 2007년 7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들을 대상으로 월간 '문학사상'에 매달 썼던 월평을 묶어낸 책이다. 2005년 4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실었던 월평을 묶어 낸 '현장에서 읽은 우리 소설'에 이은 것이다. 책에는 박민규, 김연수, 김애란, 한유주, 정한아 등 젊은 작가들부터 신경숙, 구효서 등 중견작가들과 서정인, 박완서, 최일남 등 원로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100명의 작가들이 발표한 148편의 단편소설에 대한 김씨의 평이 실려있다. "작가들을 전경화하고 제 귀먹고 눈먼 글은 그 뒤로 물러서기" 위한 저자의 전략이라고 하는데, 주제나 시기순이 아니라 작가 이름 가나다 순으로 글을 배치하고 작가별 복수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나란히 싣고 있어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효과적으로 엿볼 수 있다. 김씨는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은 모두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작가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평가도 정교하다. 특유의 문체로 한발 물러서 작품을 읽어내는 가운데 때로는 넘치는 칭찬도, 때로는 따끔한 고언도 쏟아낸다. 가령 김중혁 씨의 단편 '엇박자 D'에 대해 "너무 완벽하여 도무지 흠잡을 수 없다"며 '유리의 도시'에 대해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물컹물컹한 자의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 나라 문학판에 작가 김중혁이 버티고 있음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씨는 서문에서 "여기 실린 글들은 이 나라 작가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작품들에 대한 제 존경의 결과물"이라며 "만일 이 글들 속에 한 군데라도 신통한 곳이 있다면 응당 그것은 제 존경의 강도나 밀도의 드러남일 것"이라고 말했다. 596쪽. 2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1 23:02

지난 10년간 출판계가 겪은 상전벽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 출판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내는 격주간 '기획회의'는 최신(263)호에서 '2000년대 출판계 결산' 특집 기사를 싣고 지난 10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짚어봤다.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베스트셀러들을 중심으로 '출판시장에서 나타난 욕망의 변화'를 살펴본 한기호 소장은 2000년대 전반부를 휩쓴 성공 지향적 처세서들과 후반부에 떠오른 행복 지향형 책들을 근거로 들면서 "2000년대의 첫 10년은 절대 고독의 개인이 발견되는 여정이었다"고 풀이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지난 10년간 일어난 '출판과 출판유통의 자본 집중화와 양극화'에 주목했다. 그는 "연매출액 기준 상위 5위 안에 드는 출판사들은 연간 매출 300억 원, 신간 300종 이상 발행으로 시장을 점유했고 패밀리 브랜드를 거느리며 인력을 흡수했다"며 "한국출판의 자본 집중화가 출판시장의 양질적 성장과 진보에 기여했는가"라고 묻는다. 김 대표는 "오늘의 출판을 주도하는 출판사들은 새로운 10년에 질적인 일보 전진을 위해 양적인 이보 후퇴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양극화 반대편의 출판사들은 쏟아지고 사라지는 1천 종보다 지속적으로 필요한 10종의 목록을 개발하는, 아주 착실한 행보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학평론가 강경석 씨는 지난 10년간 한국문학의 가장 큰 흐름으로 '소설시장의 양극화와 시의 침체'를 꼽았다. 1990년대에 종종 나오던 베스트셀러 시집이 21세기에는 사라졌고 소설도 일부 인기 작가들에게 독자가 몰리는 반면 1만부 이상 팔리는 작가는 드물게 됐다. 강 씨는 그 원인으로 문단의 세대교체와 작품 스타일 변화를 꼽으면서 "10년마다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한국문학의 풍토는 세대 간, 개인 간의 감수성 장벽을 겹겹으로 만드는 원인이 됐다"며 "문학적 정주성과 이주성의 균형 회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글쓰기의 변화와 방향성을 살펴본 미디어 연구가 김낙호 씨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블로그형' 글들이 주를 이루게 됐다며 이런 시대에 전문 작가들이 염두에 둘 만한 열쇳말을 제시한다. 의도를 명확히 내보이는 '목적성'과 언제라도 분리돼 읽힐 가능성에 대비해 단서를 넣어주는 '풍부한 맥락화', 텍스트 외 미디어를 활용하는 '다매체성 인식', 글에 대한 반응에 재반응하는 '대화의 수용', 독보적 전문성을 더욱 강화한 '전문성의 깊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1 23:02

[블로그로 보는 세상] 독서 관련 블로그

독서가들이여, 재밌고 신나게 책을 읽자~!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책을 적게 읽는 걸까?인터넷이 대세가 되버린 시대. 궁금해지는 책이 있으면 제휴 서비스에서 온라인 검색을 하고, 본문을 바로 보고 보는대로 정리한다. 꼭 보고 싶은 책은 온라인으로 바로 문의하거나 주문을 한다.그런데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온라인상의 게시판을 통해 읽는 소식량은 분명히 삼십 년 전 사람이 신문이나 책을 읽고 얻는 양보다 분량은 더 많을 것 같다.눈으로 문자를 읽어 두뇌가 판독하는 양 자체는 옛날보다 늘면 늘었지 절대로 줄지 않았다.모니터에서 금세 지우거나 만들수 있는 가벼움 보다 새 책이나 오래된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묵직함을 느끼고 싶은 기분이 들 때 겨우 서점으로 간다.너무 오랫만에 간 서점에서 선뜻 책을 고르기에도 막막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번은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독서가들의 블로그를 탐독해 독서가들의 평을 참고하면 좋다.읽고 난 뒤에 토론을 하는 커뮤니티도 활발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블로그 '책벌레 (http://blog.naver.com/bbkk7991)'는 운영자 '방구 배'님이 읽은 책 중에서 소중한 글들을 따로 모아놓았다.경제야 놀자, 멋진 노후, 정치세계, 여행서, 일하기 싫을 때 등 구체적인 상황별로 분류해 책을 소개해서 좋다.블로그 '오드리의 집 (http://blog.naver.com/winemoon4963)'은 책소개는 물론 독서지도 예시안 등이 있어 유용하다.특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노트나 책을 만드는 법 등을 담은'북아트'에 대한 알짜 정보가 수록돼 책 자체에 관심이 부족하거나 거부감이 있는 자녀들과 따라 해보면 동기 유발을 할 수 있다.블로그'독서쟁이 프로젝트(http://blog.naver.com/heygirl78)'에서는 흥미를 끄는 캠페인이 열린다.'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운영자'헤이걸 양'님이 독서 통장을 만들어 헌책 등을 기증하는 캠페인을 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책도 읽고 기부를 도모할 수 있는 일석이조 '착한 블로그'다.블로그는 아니지만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활용해도 좋다.'지식인의 서재'는 영화감독 박찬욱을 비롯 첼리스트 장한나, 소설가 김훈, 긴급구호팀장 한비야에 이르기까지 명사들이 자신의 서재에서 좋아하는 책을 직접 소개하며 독서를 장려, 실질적인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 캠페인이다.특히 추천도서 중 명사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내인생의 책'은 수많은 독서 블로거들이 애용해 입소문이 났다.책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방문자의 독서 습관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게 이용자의 전언이다.

  • 문학·출판
  • 윤나네
  • 2010.01.08 23:02

[블로그로 보는 세상] '최고의 걸작품' 운영자 오정화씨

"독서요? 빙산의 윗부분이 사람이 겉으로 드러나는 의식의 세계라고 한다면 바다 밑에 숨겨진 거대한 부분을 무의식의 세계라고 할 수 있어요. 숨겨진 자신의 잠재 능력을 끌어낼 한 바가지 마중물이 바로 독서입니다."블로그 '최고의 걸작품 (http://blog.naver.com/hisuniv)' 운영자 오정화씨(45·전주시 진북동)는 독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블로그 명칭에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최고의 걸작품이여서 귀하게 대하고 싶다는 뜻이 숨어있다.영화 '대부'로 유명한 돈 콜레오네를 모델로 삼은 자기계발서'돈 꼴레오네의 문제해결 방식'의 저자이기도 한 열혈 독서 마니아 오씨는 책과 관련한 특별한 경력이 많다.15년전 당시 5살·7살 이던 자녀를 위한 책을 찾을 수 없게되자 필요하면 내가 만들자는 생각에 어린이 전문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었다는 오씨. 서점을 찾는 부모들을 모아 동화를 읽는 어른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의견나누기, 책을 고르고 읽어주는 법 등을 공부하면서 어린이날 기념으로 테마를 정해 공연을 하기도 했다.오씨는 전주 리더스 북 클럽 운영진이기도 하다. 그의 활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관공서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국내 최초로 전주 삼천 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직원과 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여는'삼천 독서 콘서트'의 독서토론 진행을 2년째 맡아왔다.자신을 사람을 살리는 교육자라고 소개하는 오씨. 그는 꿈을 나누고 이루도록 돕기위해 현재 독서 토론진행자 양성과 올바른 독서법 등을 지도하는 독서코칭 매니저로 활동을 하고 있다.오씨의 블로그는 대학과 기업 공무원 연수원 등에서 강의해왔던 토론법 등을 정리해 내용이 알차다.그는"내가 필요하면 누군가도 찾고 있지 않을까 싶어 스스로 필요한 자료를 올리는 것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며 "책과 같이 호흡하면서 이제 생활이 됐다"고 말했다.블로그를 광고하거나 홍보하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 책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는 것의 그의 최대 기쁨이란다.이제 블로그를 통해서도 강의 요청이 쇄도하거나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올만큼 자리를 잡았다."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개 독서라고 말 하잖아요. 사실 독서 후에 올바른 토론이나 글쓰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책을 통해 저자 한 사람을 만나는 것 보다 토론을 통해 다른서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책을 보면 시야가 넓어지니까요."오씨는"초등학교 때 우연히 삼촌이 보던 이외수 작가의 책을 읽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엔 이외수 작가의 책에는 손도 안댔던 기억이 있다"며"후에 생각해보니 나이에 맞지 않는 독서는 작가에 대한 편견까지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그는 올바른 독서법과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독서는 충만한 인간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인간을 만들며 글쓰기는 완전한 인간을 만든다'문구를 소개했다."21세기는 정보화 시대를 지나서 정보 폭발의 시대에요. 이제는 상상력·사고력·창의력의 시대인 거죠. 실제로 황순원의'소나기'를 영상으로 본 아이들은 잔상으로 남은 이미지를 따라 그리지만 책을 통해서 습득한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그려요. 그래서 시대가 지나도 책책책 하는 거 아닐까요?"그는 책을 멀리하는 자녀가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방법에 대해 귀뜸했다.오씨는"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만 하면 되레 책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부모가 책을 읽는 뒷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자녀는 '부모가 무엇에 열중할까'하는 호기심에서부터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조언했다.그는"책을 자주 읽지 않더라도 아이가 방과 후에 집에 들어 온 순간 책 읽는 모습을 흉내만이라도 내야 한다"며"앞으로도 독서를 어렵게만 생각해 머뭇거리는 분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료를 업데이트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 문학·출판
  • 윤나네
  • 2010.01.08 23:02

이상문학상 박민규 "계속 신인으로 살 것"

소설가 박민규(41)씨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월간 '문학사상' 2009년 12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아침의 문'. 수상 소식에 맞춰 7일 기자들과 만난 박씨는 "별 말없이 열심히 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믿고 있다. 계속 신인으로 살아갈 생각"이라며 '박민규다운' 담담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수상이든, 인터뷰이든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을 싫어한다는 작가는 "안 받는다고 하려다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히 받기로 했다"며 "내 자신이 가진 성질이 이런 일들로 변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잊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상작 '아침의 문'은 자살을 기도하던 남자와 몰래 아기를 낳고 죽이려던 미혼모를 등장시켜 생명의 가치를 이야기한 소설이다. 작가는 "목을 매달기 위해 끈 밖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사람과 모체의 문을 밀고 나오는 새 생명이 대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썼다"며 "답이 안 나오는 인생이지만 살아있는 사람들, 힘든데도 살아주시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윤식, 권영민, 윤후명, 신경숙, 권지예 씨 등 심사위원들은 "'아침의 문'이 시도하는 파격적인 기법이 소설적 소재의 과격성과 극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특이한 서사적 미학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은 "이상의 단편이 대부분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아침의 문'도 하루 저녁에 국한돼 있다"며 "박씨의 서사에 대한 해석과 파괴적인 기법 등이 올해 이상 탄생 100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춘천에 마련한 집필실에서 "매일 읽고 쓰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박씨는 올해 2권으로 된 소설집을 묶어내고, 각각 매스게임과 포르노그라피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도 집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는 김애란의 '그곳의 밤 이곳의 노래', 김중혁의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배수아의 '무종', 손홍규의 '투명인간', 윤성희의 '매일 매일 초승달, 전성태의 '이야기를 돌려 드리다', 편혜영의 '통조림공장' 등 일곱 편이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3천500만 원, 우수작 3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1월 중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8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정치인은 '쓰레기'인가?

아마존닷컴을 검색해보면 1944년에서 2003년 사이에 히틀러에 관해 쓴 책이 자그만치 2067권이나 된다. 1년에 평균 35권 이상 출간되는 셈이다. 이건 무얼 말하는가?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진 립먼-블루먼(Jean Lipman-Blumen)이 쓴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2005)은 이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전통적으로 볼 때 리더십을 다루는 많은 책들이 신봉자보다는 리더들에게 초점을 맞춰왔다. 그 책들은 리더들을 일그러진 렌즈로 보면서 그들의 힘을 강조하는 한편, 그들의 실패는 최소화한다. 이런 식으로 리더들을 설명하다 보니 카리스마와 관계있는 리더의 자질은 너무나 미화되어 눈이 부실 정도이고 그들의 이미지도 한껏 부풀어져 헤라클레스에 버금갈 정도이다."저자는 주로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반대편도 이야기하는 게 공정하지 않을까? 왜 저자가 미국에선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 관한 책이 1만6000권이나 나와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링컨이 훌륭한 인물이라 해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말을 해보자면 그렇다는 것일 뿐, 뭐 그렇게 시비를 걸 일은 아닌 것 같다. 리더에 목숨 걸지 말자는 저자의 메시지엔 흔쾌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에 엄청난 기대를 걸었다가 좌절과 환멸을 맛본 뒤 모든 잘못된 일의 책임을 리더에게 떠넘기는 일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 아닌가. 거의 모든 나라의 유권자들이 다 그렇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마지막 메시지엔 박수를 보내줘도 무방할 것 같다."나 자신과 이 세상의 복잡성을 다 이해하고 나면 건설적이고 타자지향적인 리더십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끝없는 불안과 오만한 경쟁심, 만족을 모르는 야욕(野慾), 자존심을 향한 끝없는 욕구, 유해한 성취 도덕률, 영웅적인 자질에 대한 헛된 유혹 등에 덜 휘둘림에 따라 마침내 우리는 자신의 자율을 강력히 옹호하며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다. 그러면 자율과 자유를 통하여, 우리는 단순히 치명적이고 부도덕한 리더의 매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결단코 거듭해서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좋은 말씀이다. 그러나 이런 뻔한 말보다는, 좀더 참신하거나 도발적인 주장에 눈이 가는 걸 어쩔 수 없다. 두 개만 지적해보자. 첫째, '선택받은 느낌'에 관한 것이다. 우리 시대의 모든 갈등과 경쟁, 독선과 오만, 비굴과 굴종의 이면엔 이게 있는 게 아닐까? 합리적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이 개념을 이해하면 쉽게 풀린다. 우선 저자의 주장부터 들어보자."역사적으로 볼 때 칼뱅주의자들의 운명예정설, 이를테면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이미 신의 은총 아니면 영원한 저주를 받도록 선택되어 있다는 관념은 하나의 막강한 힘이었다. 희망을 잃고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던 중산층들은 운명예정설로 새로운 방향 감각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종교개혁에 나선 칼뱅주의자들만이 선택되었다는 느낌에서 힘을 이끌어낸 유일한 무리는 아니었다. 사실 선택된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개념은, 그 집단의 성격과는 관계없이, 첨단 기술의 시대인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인간에게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왜 그렇게 특정집단에 대한 반감이 강할까? 왜 그렇게 고위 공직을 탐하는 걸까? 왜 그렇게 특정 학교에 들어가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걸까? 왜 그렇게 편가르기에 몰두해 반대편을 미워하고 경멸하는 걸까? 다 그 나름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선택받은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이 아닐까? 그 느낌 하나만으로 배가 부르고, 자존심이 충족되고, 우월감을 만끽하고, 더 나아가 못된 짓도 서슴 없이 저지를 수 있는 게 아닐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건 인류 역사가 수없이 입증해온 명백한 사실이니까 말이다.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전부는 아닐망정 상당 부분은 그런 '편 가르기의 게임'이다. 특정집단에 대한 지지자들의 증오를 자신에 대한 열광으로 바꾸는 '적(敵) 만들기의 게임'이다. 물론 그 게임은 화려한 이념이나 명분의 포장을 뒤집어 쓰기 마련이지만, 그 본질이 그렇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선택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그 어느 곳이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 부패를 지적하면 그 집단의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로 배가 아파서 그런다"느니 "열등감이나 콤플렉스 때문에 그런다"고 받아친다. 실은 그게 부패를 입증하는 증거다. 그 이치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선택받은 사람들이 이 세상의 중심에 선다는 특별한 권한을 보호하고 유지해나가려면 온갖 종류의 고통을 다 참고 견뎌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선택된 사람들 또한 그런 지위가 자신을 독특한 존재로 만들 뿐 아니라 자신을 성스러운 중심에 있게 해준다는 믿음에서 매우 강한 아집과 결단력을 이끌어낸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선택받은 사람들이 그 특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 중심에는 종종 못 보고 넘어가는 위험이 하나 존재하고 있다.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를 때가 간혹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배타적인 성향이 있어서 특권 계층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조언이나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둘째, 리더십의 속성에 관한 문제다. 저자는 "공식석상에 자주 나타나는 리더들 틈에서는 성자를 찾으려 들지 마라. 성자들이 선거직이나 임명직을 좇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사람들은 정계나 기업 세계 같은 아수라장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 법이다."고 말한다. 여기에 '공적 결정'을 해야 하는 직업의 속성이 더해진다. 저자가 인용한, 하버드대 제임스 C. 톰슨 교수의 '인간 에고 봉쇄(human ego investment)'라는 개념이 가슴에 와 닿는다."어떤 결정에 참여한 사람은 그 결정에서 이해관계를 만들어낸다. 그 뒤로도 그 사람이 그것과 관계된 결정에 더 깊이 개입하게 되면 그들의 이해관계 또한 점점 더 커져간다. 그런 결정이 거치게 되는 여러 단계 중에서 비교적 초기 단계에 놓여 있을 때에는 그 사람에게 강한 자신감을 거둬들이라고 설득하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설득 작업은 더욱더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거기서 마음을 바꿀 경우에는 그 전에 있었던 일련의 결정을 부인한다는 뜻이 은연중에 담기기 때문이다."이런 일련의 주장을 냉소로 받아 들이면 실수하는 거다. 진실이요 진리다. 정치인을 욕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옹호론이다. 정치인은 '쓰레기'가 아니다. 정치가 '쓰레기장'의 속성을 갖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 저주'에 대해 정치인들은 책임을 통감해야겠지만, 국민과 언론도 공범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데 대한 집단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새해에는 모든 유권자들이 자율적인 홀로서기를 하는 동시에 리더와 정치인보다는 리더십과 정치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면 좋겠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1.08 23:02

우리 사회 가난에 관한 종합 보고서

한때 '잘살아보세'가 온 국민의 신조였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선진 공여국' 대열에 섰다. 그러나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부교수와 이현주 한국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손병돈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가 함께 쓴 '한국의 가난'(한울아카데미 펴냄)을 보면 가난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다. 저자들은 도시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가 안되는 가구소속 인구의 비율)을 16.5%로 추산한 연구결과를 인용한다. 이는 예전의 헐벗고 굶주린 모습의 가난과는 다르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꾸리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이 800만 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빈곤에 관한 종합 보고서다. 가난이란 무엇인지, 누가 가난한지,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왜 가난한지, 가난을 이겨낼 방법은 무엇인지 두루 살펴보는 저자들은 "빈곤층이 15%가 넘는 시대에도 가난한 이들이 보호받을 권리는 부끄러운 것으로 취급된다"며 "우리의 가난을 정확히 바라보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의 근본적인 시각은 가난이 개인적인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을 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Working Poor)까지 등장했다. 가령,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5.6%(2007년, 가처분소득 기준)로 노년층 3분의 1이 가난한 셈이다. 일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가난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노인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특히 더 가난하지는 않다. 노후소득 보장제도가 미흡해 자녀에게 노인복지를 내맡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일하지 못하는 노인들과 젊었을 때부터 가난했던 노인들뿐 아니라 자식이 가난한 노인들까지 가난하다. 가난한 노인들은 돈이 없어 주거 환경이 열악하며 건강 상태도 더 좋지 않고, 그 때문에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21세기 들어 크게 늘어난 빈곤층은 일을 하거나 일할 수 있는데도 가난한 이들이다. 저자들은 근로빈곤층이 등장한 원인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이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데서 찾는다. 기업이 기존 업무를 외부에 하청 주거나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이 양산됐다는 것. 비정규직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가난하다. 저자들은 '가난은 모인다'는 특성에도 집중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주거비 부담이 큰데, 설상가상으로 대도시 재개발이 계속되면서 빈곤층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이 사라지고 있다. 재개발 사업 인근의 전ㆍ월세 주택이 품귀로 값이 폭등하고, 빈곤층은 더 열악한 주거지로 내몰린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반이 취약한 동네에 살 수밖에 없는데, 가난한 곳의 자치단체 역시 가난하므로 빈곤층을 구할 복지 혜택도 적다. 저자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이다. 이들은 "빈곤 '지역'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시도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면서 빈곤층과 비빈곤층이 함께 사는 혼합단지를 건설하는 등 지역 발전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근로빈곤층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일자리를 여러 개로 나누는 방안,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빈곤 대책은 사회, 경제, 문화, 복지 전 분야에 걸쳐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현행 정책이 3대 사회안전망 가운데 '마지막 안전망'인 공공부조 중심이므로 사회보험과 사회서비스 등 나머지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10쪽. 2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6 23:02

고향 빛내고 글도 빛났다…전북출신 신춘문예 당선자들

구겨 내팽개쳐지는 원고지 더미 속에서 기약없는 불면과 고통의 밤을 보내온 지도 오래. 올해도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이겨낸 뜨거운 가슴의 주인공들이 탄생됐다.올해 전국 신춘문예에 당선된 전북인들은 서울신문 시 부문 이길상씨(37·전주시 효자동)와 문화일보 시 부문 강윤미씨(29·전주시 인후동), 영남일보 시 부문 하기정씨(39·전주시 인후동)다. 이씨는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강씨는 200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는 '중고 신인'.'속옷 속의 카잔차키스'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씨는 "당선 소식을 듣고 밖을 나서니 밀감장수가 파는 귤이 보였다"며 "귤보다 귤빛이 만져지는 시, 먹지 않아도 따스한 그 귤빛을 맛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틀에 박히기 보다 실험의식이 강하며, 거칠지만 미래 가능성이 보이는 시라고 평했다. 원광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이씨는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영문과를 퇴직한 이보영 교수의 아들이기도 하다.강씨의 당선작 '골목의 각질'은 불안한 청춘에 대한 고통과 고뇌를 골목이라는 구체적 삶의 공간을 통해 긍정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씨는 "올해는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을 비웠더니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며 "밀란쿤데라의 소설 「불멸」에 나온 말처럼 두 번 세 번 곱씹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시를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출생인 강씨는 원광대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광주일보 문학상(2007)'을 수상한 바 있다.하씨는 "나'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를 써왔다"며 "웅크리고만 있던 나의 언어들을 세상 밖에서 소통의 길을 터 준 이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고,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더 부지런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당선작 '구름의 화법'은 표면적으로는 변화무쌍한 구름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지만, 수사의 굴레를 벗어나면서 사물의 운신과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시적 상상력이 돋보였다는 평가. 임실 출생으로 우석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인 하씨는 '5·18 문학상(2008)'을 수상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01.05 23:02

찰나를 잡아낸 사진과 글

이성복(57) 시인이 사진작가 이경홍 경일대 교수의 사진을 섬세한 텍스트로 풀어냈다. 사진 에세이 '타오르는 물'(현대문학 펴냄)은 이 교수의 사진 스물네 장을 매개로 시인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되새긴" 스물네 편의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시인이 2004년 사진작가 고남수 씨의 작품을 바탕으로 쓴 '오름 오르다'에 이은 두 번째 사진 에세이다. 올해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됐던 글 열두 편에 미발표작 열두 편을 더했다. 책에 실린 이 교수의 사진은 검은 바닷물에 빛이 들어온 순간을 포착한 흑백사진들이다. 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진한 흑색 바탕 위에 쉽게 은유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이 사진들은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되는 '찰나'의 숨겨진 얼굴을 찾아내려" 한다. 시인은 이렇게 "쉽게 은유할 수 없는" 사진들 속에서 작가와 주파수를 맞추면서 이를 정제된 언어로 재해석한다. "다양한 연상을 통해 떠오르는 은유들은 그러나 결코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을 조심스레 포개놓고 보면 막막한 삶의 가장자리에서 떨고 있는 존재들의 고독감과 무력감이 공통 속성으로 드러난다. (중략) 모든 형체는 은유의 조명을 받아 의미를 갖게 되며,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모르는 숲 속에서 저 혼자 쓰러지는 나무와 같을 것이다."(13쪽)'추상적 은유'를 구체화ㆍ내면화하거나 순간을 영원화(化)하고, 영원을 순간화하는 작업은 시인의 시 쓰기와도 닮아 있다. 사진에서 출발한 시인의 사유는 글쓰기 자체로까지 확장된다. "애초에 글쓰기는 제 눈을 찔러 홍채를 살피려거나 제 살을 파먹고 기운을 회복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지극히 현명하면서 지극히 우매한 그 시도를 통해 불가능의 세계와 세계의 불가능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문학적 글쓰기란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할 수 없음을 표현하는 것이다."(187쪽)248쪽. 1만1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4 23:02

이상ㆍ피천득 올해 탄생 100주년

천재 시인 이상(1910-1937)과 국민 수필가 피천득(1910-2007)이 올해 나란히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시대를 앞서간 뛰어난 시와 소설로, 또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인 수필로 한국 현대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두 문인의 삶과 문학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조명된다.'천재시인', '한국 현대시 최고의 실험적 모더니스트', '한국 시사 최고의 아방가르드 시인'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이상은 1930년 장편 '12월12일'을 '조선'에 연재하며 처음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난해시 '오감도'를 발표한 후 거센 논란과 함께 주목을 받았고 1936년 소설 '날개'를 발표해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서울에서 출생한 데다 스물일곱의 나이로 요절해 지자체나 유족을 중심으로 한 기념사업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이상은 이번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도 학술행사나 출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상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연내 마련되며 지난해 이상전집을 발간하기도 한 권영민 서울대 교수가 올해 이상 문학을 키워드로 정리한 저서를 출간하는 등 연구서 출간도 잇따를 예정이다. 수필가이자 시인, 영문학자였던 금아(琴兒) 피천득은 올해 탄생 100주년과 함께 3주기도 맞는다. 1930년 신동아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피천득은 특히 일본 유학시절 연모의 정을 품었던 소녀 아사코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 낸 수필 '인연'을 통해 국민 수필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내에 2008년 개관한 '금아 피천득 기념관'과 시인의 묘소와 시비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등에서 유족과 제자 등을 중심으로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움직임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 활동한 문학평론가 안함광(1910-1982)과 월북 소설가 겸 시인 허준(1910-?)도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들이다.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난 안함광은 1930년 조선일보에 평론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후 1931년 백철과의 농민문학 논쟁을 통해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민족과 문학', '문예론' 등을 통해 민족문학론을 전개하던 그는 분단 이후에도 북한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다 1967년 발표한 평론을 빌미로 당과 대학에서 숙청 당한 후 활동을 중단했다. 1934년 시인으로, 1936년 소설가로 등단한 허준은 각각 10여 편의 시와 소설만을 남긴 과작(寡作)의 작가다. '탁류'와 '야한기', '습작실에서', '잔등' 등 심리주의적 색채를 띤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을 발표한 그는 1948년 월북 이후 더이상 작품 활동이나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마다 탄생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를 열고 있는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올해에도 이들을 비롯한 1910년생 문인들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4 23:02

시 김혜원씨 "삶의 진실이나 진정성 시로 표현"

'먼지'로 시부문에 당선된 김혜원씨(49·우석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는 개인전을 네차례나 한 사진작가다.우석고 국어교사로, 동료교사인 이세재 문정희씨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시란 모든 예술 중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영역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가 시를 쓴 것은 순전히 사진때문. 어렸을 때부터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경제적 여건상 국문학과에 들어갔고, 좌절된 꿈 때문에 결국 사진을 뒤늦게 전공했다. 사진을 찍게 되면서 카메라로 다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 속에 시로 남기 시작했다."사진과 시의 차이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도, 솔직히 아직도 많이 헷갈려요. 사진적 주제를 가지고 시로 쓰면 늘 실패하거든요. 사진은 시보다 현실 가까이에 있고 시는 현실 너머 저쪽, 상상의 세계를 사진보다 훨씬 많이 필요로 하는 장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그는 "시도 결국 허구지만, 잘 만들어진 허구 속에서도 배어나올 수 밖에 없는 육화된 삶의 진실이나 진정성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제가 사진과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한 교수님께서 사진가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카메라를 메고 괜히 재고 다니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부터 모든 먼지가 제 눈에 의미있게 띄게 시작했어요."당선작 '먼지'를 쓰면서는 먼지가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그치지 않도록 일반화하려고 노력했다. 가난하고 허름하고 고단한 인생살이를 성찰하고 그 견딤과 희망을 드러내어, 우주 속 하찮은 한 점 먼지를 모든 인간존재의 초상으로 만들고 싶었다. '먼지' 안에 세 편의 시를 묶어놓은 것은 개성적이면서도 한 편으로 말할 때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동안 사진으로 지형과 환경에 대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시도 생태환경주의 쪽으로 갈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아직은 공부 중이니 행로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그는 "신춘문예 출신이 많이들 문단의 미아가 된다던데, 지금 시를 못 쓰는 것은 괜찮지만 앞으로 시력이 쌓이고도 못 쓸까봐 걱정이 된다"며 수줍게 웃었다.▲ 나에게 시란? 시는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맑고 간결하고 섬세한 꿈. 맑다는 것은 시경에 나오는 사무사(思無邪), 마음에 사악함이 전혀 없다는 경지를, 간결하다는 것은 시의 압축성을, 섬세하다는 것은 유일무이를 위한 지극히 미묘한 차이의 결을 말한다. 그리고 꿈은 상상력이다.▲ 문학의 힘이란? 문학에는 현실을 위무(慰撫)하는 힘이 있다. 개인적 현실이든 시대적 정치사회사적 현실이든, 현실을 위안, 위로, 격려, 고무, 고양하는 힘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시를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육화된 삶의 진실 혹은 진정성.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04 23:02

소설 정희경씨 "글쓰기 통해 상처 치유하고 또 성장"

무엇을 해도 힘겹게 따라가기 바빴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생활을, 겨우 겨우 턱걸이하며 버텨왔다. 그런 그에게 소설이란 자기 구원. 처음에는 일기를 썼고, 다음에는 책을 읽고 감상을 썼다. 일기도, 독후감도, 형식은 달랐지만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또 성장할 수 있었다.'액땜'으로 소설부문에 당선된 정희경씨(42). 그는 "사람으로 살면서 상처를 받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람들은 그런 상처를 자기가 사랑하는 분야에 몰입하면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춘문예 당선이란 그에게 헛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칭찬과도 같은 것. 그렇게 그는 한단계 뛰어오를 수 있는 자기변신의 기회를 얻었다."모든 소설의 원형질은 똑같아요.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사건은 톨스토이의 소설이나 텔레비전 막장드라마나 마찬가지죠. 사랑하고, 미워하고, 죽고, 복수하는 것이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도 어떤 것은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이 되고 또 어떤 것은 막장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그건 작가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죠."정씨는 "같은 사건이라도 남들이 미처 살펴보지 못하는 측면을 보고 새롭게 만들 때 독자가 그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소설을 읽는 독자가 무릎을 치며 경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것은 마치 독자와의 기싸움과도 같아서 작가로서 독자에게 지는 순간, 독자는 작가의 소설을 손가락 끝에서 튕겨버린다.'액땜'은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며, 변화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문체와 상상력은 생기발랄한 20대 같지만, 그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은 입심이 좋아 '아줌마 소설'이라고 한다."단편소설은 밀도가 높아야 하기도 하지만 사유의 응집이라고 생각해요. 제 소설은 아직은 어떤 사유의 지점을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소설 형태는 만들어 내지만 실험정신이나 새로움은 부족한 것 같아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제부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정씨. 수의사인 제부가 동물을 보러 밖으로 도는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앉아서 소설을 쓰는 것 뿐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입심이 끝없이 달려가면서도 재미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소설이란? 자기구원을 통한 성장의 통로▲ 문학의 힘이란? 작가가 만들어놓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자기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소설을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자기구원의 끝은 타인과의 공감. 상처 입은 개들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듯 내 상처를 양분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위로받기를 원한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04 23:02

동화 백상웅씨 "어렵지 않은 글, 아이들에게 꿈 안겨줘"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아이를 낳았다. 돈 없는 학생 신분이었던 삼촌은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2년 전 겨울부터 써온 동화. 시는 쓸 때 힘들고 쓰고나면 성취감이 느껴진다면, 동화는 쓸 때에도 즐겁다.'꽃 켜는 아저씨'로 동화부문에 당선된 백상웅씨(29·우석대 문예창작학과4). 그는 2008년 '제8회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된 젊은 시인이다. 창비에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역시 신춘문예의 열병을 앓고있던 문청(文靑·문학청년). 이번에는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후배들의 시를 봐주다가 써놨던 동화를 고쳐 같이 보내게 됐고, 엉겹결에 당선돼 주적(主敵)이 됐다.'꽃 켜는 아저씨'는 여자친구와 벚꽃이 활짝 핀 밤 캠퍼스를 걷다 얻은 소재. "벚꽃이 한꺼번에 밤 중에 켜진 것 같다"는 여자친구 말에 "그거 나 줘라"하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우석대 문창과 수업은 특이해요. 안도현 교수님은 꽃이름이나 꽃 피는 순서를 자주 물으시죠. 그걸 동화로 쓴다면 아이들에게 꽃 피는 순서도 알려주고 이야기로 감동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꽃 켜는 아저씨'의 아저씨는 안도현 교수님이세요."시인이라고는 교과서에 나오던 김지하 김수영 백석 정도만 알던 시절. 수업시간 선생님이 불러주던 '타는 목마름으로'란 노래에 '시가 저렇게 멋진 것이었구나. 나도 저런 시를 한 번 써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요즘에는 현실과 관련된 동화가 많이 나오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현실을 알려주는 것은 아닌가 걱정될 때가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타지를 쓰되 그 안에서 현실 이야기를 다루고 싶습니다."동화를 쓰는 데 있어 지금은 어떠한 제약이나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는 백씨. 다만, 어렸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 궁금해 했던 것들을 되새김질하며 동화를 쓰려고 노력한다.그가 생각하는 좋은 동화란 어렵지 않아야 한다. 쉬운 소재와 주제, 쉬운 문장과 내용…. 어려운 내용은 쉽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동화가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아름다운 세상을 가르쳐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에게 동화란? 동심 그 자체. 동화를 쓰면 지금 머리 아픈 일들도 말끔히 사라진다. 동화로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판타지 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싶다.▲ 문학의 힘이란? 문학은 오래 남는다. 이것만이 문학이 가진 오래된, 강한 힘이다. 그러나 문학은 되도록 힘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해 이야기할 줄 알고,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을 것이다.▲ 동화를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세상.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은 세상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04 23:02

수필 문솔아씨 "낯설게 보이는 수필 더 재미있게"

"휴대전화에 '063'이 뜨길래 달려나가면서 전화받았어요. 내년에 더 건필하자고 마음 정리를 다 했는데, 당선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죠."'누드'로 수필 부문에 당선된 문솔아씨(46·본명 문춘희). 그에게 수필이란 미처 보지 못했던 생의 발견과도 같다."생각만큼 글이 잘 안써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내려놓지 못할 때, 수필이 내게 그 무엇이 되어주지도 그 무엇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끊임없이 노력을 요구할 때, 힘들었습니다. 습작시기를 건널 때는 회의도 많이 들었죠."지금은 전업주부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동안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쳤었다. 학생들을 데리고 백일장을 나갈 때면 학생 지도보다는 직접 글을 쓰고 싶어 손이 간지러울 정도였다.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마찬가지였다.본격적으로는 시를 먼저 썼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자신의 시가 설명적이고 산문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산문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싶어 3년 전부터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누드'는 제목부터가 외래어이고 기존 수필과는 다른 시도를 했기 때문에 당선될 줄 몰랐어요. 같이 공부하는 문우들도 반응이 천차만별이었거든요. 솔직히 당선보다는 '붉새'를 쓴 작가에게 이런 신선함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누드'는 '붉새(붉은 노을을 일컫는 전라도 방언)'를 제목으로 내건 응모작을 보완하기 위해 함께 제출한 작품. 문씨는 "발가벗은 시나 소설이 많은데도 수필은 아직도 엄격주의가 지배하고 있다"며 "수필에도 낯설게 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수필을 쓰면서 수필이 문학이란 범주안에서 다른 장르에 비해 밀려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때로는 수필도 문학이냐는 말을 들을 때면 열등감이나 열패감도 느껴지죠. 글에 대해 고뇌하고 절망하는 것은 똑같은데, 대중들한테 멀어지고 문학평론가들로부터 생활문 정도로 취급받는 현실이라면 수필 쓰는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새로운 수필. 그는 수필을 시보다 더 잘 읽히고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장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가 "수필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수필이란? 남편과 아이들 외에 내가 간절히 기댈 어깨같은 존재. 내 삶의 숨구멍 같은….▲ 문학의 힘이란? 문학은 치유의 힘을 가졌다. 꼭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고통, 절망, 슬픔, 분노 등을 글로 표현하다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내면도 한결 다듬어지게 된다.▲ 수필을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누군가의 고단한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누군가의 시린 가슴을 데워줄 수 있는 따뜻한 손을 나누고 싶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04 23:02

어린왕자, 어리석은 지구인을 꾸짖다

"사람이라고? 숲에다 도로를 만든다면서 너희 별에선 사람들한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단 말이야? 당연히 나무들한테 물어봐야지. 나무들은 베이는 게 싫을지도 모르잖아."스위스 작가 찰스 레빈스키의 동화 '499살 외계인, 지구에 오다'(비룡소 펴냄)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으면 뜨끔할 만한 내용이 많다. 주인공인 소설가에게 어느 날 다른 별 출신 '늙은 아이'가 수학여행을 온다. 겉모습은 10살 남짓한 아이이나 사실 499살이나 됐다. 그 별에서는 어른으로 태어나 다 자라야 비로소 어린이가 될 수 있고 학교도 다닐 수 있다. 소설가는 동ㆍ식물과 대화하고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아이에게 미셸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살며 지구의 풍습을 하나씩 알려주는데, "넌 뭘 모르는구나", "그렇게 살면 참 불편하겠네"라며 호통을 치는 것은 소설가가 아니라 미셸이다. 이들의 선문답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연상케 하는 철학이 있다. 동물과 식물을 짓밟으며 지구의 주인인 양 행세하거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목적과 가치를 향해 허덕이며 달려가는 인간 문명에 대한 풍자다. 사자를 숲에 풀어주자는 미셸의 제안에 소설가가 "그러면 경찰과 군인들이 총을 들고 사자와 전쟁을 벌일 거야. 사람들은 사자를 무서워하니까"라고 말하자 미셸은 "전쟁을 하는 이유가 단지 겁나서라고?"라고 서글픈 얼굴로 묻는다. 검표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전철을 타려면 차표부터 사야 한다면서? 당연히 차표를 안 산 사람은 전철을 안 탔겠지"라고 의아해하고, 감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물원에 가서는 "원숭이가 어쩌다 범죄자가 됐어?"라며 운다. 작가는 인간이 당연시하는 사회 규범과 관습, 가치가 과연 옳은 것인지 묻는다. 다만,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그저 재기와 해학이 넘치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동화에는 아이가 고향별에서 배운 여러 학문의 '교과서'가 한쪽씩 실렸는데, 언중유골이라 읽다 보면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목에 무언가가 걸린다. "인생학(63학년용 교과서). 어른들은 '정치'라고 부르는 놀이를 좋아한다. 어른들은 이 놀이를 하면서 만날 싸우지만, 그렇다고 이 놀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린이로 자라나려면 누구 한 사람이 미래의 일을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흐리겔 파르너 그림. 김영진 옮김. 232쪽. 8천500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1 23:02

국제법·역사적 관점에서 본 독도 문제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이 '독도와 한일관계'라는 연구총서를 발간했다. 역사적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분석해 독도 현안을 풀어보자는 취지로 펴낸 이 책은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연구자 5명의 논문을 실었다. 홍성근 연구위원은 '일본의 독도 영토 배제조치의 성격과 의미'라는 글에서 일본이 1905년 이전에는 독도를 영유할 의사가 없었고 1945년 이후 독도를 실질적으로 점유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시킨 조치는 러일전쟁이라는 한반도 침탈 전쟁 중에 은밀하게 내린 것으로 일본이 정당하게 평화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한 시기는 없다고 설명했다.그는 1667년 '은주시청합기', 1877년 메이지 정부의 태정관 지시문, 1946년 연합국 총사령부 훈령 제677호, 1951년 일본 총리부령 제24호 등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권리행사 대상에서 제외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일본은 1905년 이전에는 독도에 대한 영유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곽진오 연구위원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한계'에서 1951~1953년 일본 의회의 독도와 관련된 속기록을 분석했다. 그는 일본 의회가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없다'든지 '논리가 빈약하다'는 등 독도 영유권 주장이 한계에 부딪히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고 밝혔다. 김용환 위원은 '독도와 한일 해양경계'에서 도서 영유권 및 해양경계 획정에 관한 최근의 국제판례를 분석, 분쟁의 앙금을 남기는 국제재판보다도 나라 외교 실무진과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타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하영 위원은 1876년 조일수호통상조규를 시작으로 1910년 한일병합조약에 이르기까지 근대 조약과 식민법령 등 근대 한국법 체계와 일본의 식민지 법체계를 비교분석해 일본이 법을 통해 한국을 침략하고 식민지배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김영수 위원의 '근대 독도와 울릉도 명칭 문제를 둘러싼 논쟁과 그 의미'는 일본이 '죽도'(일본이 칭하는 독도)라는 명칭을 의도적으로 사용해 마치 독도가 무주지(無主地)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1905년 소위 독도 영토편입 조치를 했다고 논증했다. 동북아역사재단. 202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0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