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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을 더 많이 해본 아이였습니다. 소풍을 가장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소풍을 가장 싫어하던 아이였습니다. 삐뚤삐뚤 엉망의 김밥이 창피했습니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 되면 차라리 아파 학교에 안 나왔음 했습니다. 각자 자기네 엄마를 기다리며 있던 아이들 중 "너희 엄만 언제 오셔?"라고 말이라도 건네는 아이라도 있으면 곧 싸움으로 이어져 늘 엉망이 되던 운동회였습니다. 그리고 점심이 되면 바쁜 아빠 대신 동네 아줌마가 싸오신 점심으로 운동회를 마쳐야 했습니다. 그렇게 학교가 끝나 집에 돌아오면 텅 빈 집에서 혼자 TV를 켜고 아빠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빠가 일이 늦게 끝나 늦게 들어오시는 날이면 아빠를 기다리다 지쳐 혼자서 잠이 들기 일쑤였습니다. 우리 집은 아빠, 나 이렇게 두 가족뿐입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의 잦은 가출로 인해 결국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습니다. 이혼이 무엇인지도 왜 엄마와 따로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왜 엄마가 보고싶다 말해서는 안 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아빠가 싫어하기에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혼이 무엇인지 알고부터 왜 엄마와 따로 살아야 하는지, 왜 엄마가 보고싶다고 말하면 왜 안 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유없이 엄마가 싫어졌습니다. 증오감과 혐오감만 늘어났습니다. 그런 아버진 설마라도 제가 어디가 엄마없어 그런다는 소리라도 들어 상처받을까 늘 다른 아이들보다 배는 더 잘해주셨습니다. 아빠와 나 둘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어느 누가 부럽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없다 놀리고 따돌려도 집에만 오면 행복했습니다. 아빠가 있기에.내가 막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항상 아빠가 집을 비우시는 날이면 큰댁에 가자곤 했기에 그 날도 아빠가 집을 비우신다 하셔서 큰집에서 자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이유없이 아팠던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유없는 고열로 밤새 잠을 못 이룬 채 눈물이 범벅이 된 베개를 안고 겨우 잠이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다음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리 내키지 않았습니다.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방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려 했던 내 몸이 멈춰버렸습니다.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빠와 낯선 아줌마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늦은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들어와서 인사드려라. 새 엄마 되신다." 나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으셨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아줌마에게 아빤 새엄마라며 인사를 시키셨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아빠를 미워한 날이었습니다. 그 날 밤, 아빠를 미워하는 마음과 함께 밤새도록 내 눈물샘은 쉬지도 않고 눈물을 쏟아내었습니다.며칠이 안되어서 나의 가족은 둘에서 셋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나의 새엄마. 또 한 번 엄마란 존재를 미워하고 증오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 내 손으로 아무 것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시키는 이도 없었습니다. 가르치는 이 또한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모든 일은 다 아빠가 하셨습니다. 하지만 새 엄마가 오고부터는 아니었습니다. 아침이면 밥도 해야했고 세탁기도 돌려야 했으며, 청소도 해야했습니다. 모두다 새엄마가 나가기 전 시키고 가신 일이었습니다. 새엄마가 해야할 일을 나에게 시키는 거 같아 더더욱 새엄마가 싫어졌습니다. 새엄마께서는 절대 칭찬이라곤 없으셨습니다. 늘 나의 부족함을 탓하기 일쑤였습니다. 내게서 아빠를 빼앗아간 계모,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늘 나에게 일을 다 시키는 계모. 차가운 얼음 계모.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새엄마에 대한 미움만 쌓여가고, 나에게도 뒤늦은 사춘기라는 게 다가왔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집에 들어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새 엄마가 싫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삐뚤어지게 나가면 새엄마도 결국엔 집에서 나갈 줄 알았습니다. 지쳐 돌아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점점 삐뚤어져 가는 내 모습을 보고 지치기는커녕 더욱더 잔소리만 늘어만 갔고 사사건건 내 일에 참견하는 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나쁜 행동들만 골라하였습니다. 학생으로선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골라했습니다. 하지만 지치는 쪽은 새엄마가 아닌 나였습니다. 그리고 내 일에 일일이 참견하는 새엄마가 더욱더 미워져야 하는데, 나도 모르는 새 점점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애써 그걸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어느 날은 너무 많이 변해버린 나를 느낀 뒤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아이가 이젠 누가 시키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고, 혼자서 생각해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엄마께서 왜 내게 그리도 칭찬을 아끼셨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딸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그건 수학 공식도 아닙니다. 영어 해석 문제도 아닙니다.오로지 나의 엄마만이 간직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기 방식대로 가르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그렇게 나의 짧은 방황은 끝이 나고 지금은 세상 어느 모녀보다 다정한 모녀가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나는 나의 새엄마에게 죄송하다 말 한 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만 자신의 딸이기에 모든 걸 용서하셨습니다. 그런 엄마의 사랑을 눈으로 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게 또한 아닙니다 오로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딸을 사랑하는 따뜻한 엄마의 사랑을. 오늘도 엄마의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서초희(부안여상 3학년)▷[글을 읽고]코끝 찡한 이야기... 방황모습은 추상적성장기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족이야기'이다. 초희는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은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는 처지가 된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그리 외롭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새엄마가 생기게 되면서 초희는 방황하게 된다. 아버지도 빼앗기고 하지 않던 일도 해야된다. 사춘기에 겪었을 고통은 직접 드러나진 않지만 남들보다 훨씬 심했으리라 짐작하게 한다. 얼마간 겪던 방황은 자신의 깨달음으로 끝나고 새엄마와 화해하고 둘만이 느끼던 행복을 셋이 누린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은 쉽사리 드러내기 어려운 부모의 이혼과 재혼 새엄마와의 갈등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혼자 어려움을 헤쳐가는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좀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초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물론 제한 된 원고 이어서 그랬겠지만,방황하는 모습이 너무 추상적이다. '학생으로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든지 또한 새엄마와의 갈등 해소 부분이 안일하다는 느낌이 든다./이용범(시인)
△ 임실문학 제21호임실군 관촌면의 유래와 임실의 명산 순례를 특집으로 엮었다. 임실문인협회 회원들의 시와 수필,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엿볼 수 있다. 제20회 오수의견문화제 백일장 장원 작품도 실려 있다. △ 나무의 철학나무에 관한 사색을 공들여 길어 올린 로베르 뒤마의 저서. 철학, 문학, 회화에 등장하는 나무의 의미와 이미지를 고찰하고, 나무를 탐험했던 사상가와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2만9천원/동문선.△ 대고구려역사 중국에는 없다 국내 사학자 10명이 한국인의 혼을 빼앗으려는 중국에 맞서 우리도 철저하게 고구려를 연구해 우리 역사를 지켜내자고 역설한다. 부제는 '한·중 역사전쟁의 시작'. 1만2천원/예문당.△ 역사를 만드는 이야기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부설 전쟁과여성인권센터에서 1993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일본군 위안부 증언집의 여섯 번째 성과물. 1만3천원/여성과 인권.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지회장 소재호)가 시조를 공모한다.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을 추모하고 시조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는 여섯 번째 전국 시조 현상공모. 응모작품은 1인 3편 이상의 미발표 창작 시조이며, 대학·일반부와 중·고등부로 나눠 접수한다. 대학·일반부 장원은 기성 문인으로 대우하며 한국시조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전라시조문학회의 입회 자격을 부여한다. 접수는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접수처는 전북문인협회(전북 전주시 덕진동 1가 산 1-1 한국소리문화의 전당내 국제회의장 3층). 문의 063)278-2296
결과와 과정 모두가 소중한 것은 인생이나 문학이나 마찬가지다. 굽이굽이 인생사처럼 '서로 보듬고 다독이고 격려하며' 펴낸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전북수필문학회(회장 공숙자)의 전북수필 58호와 전라시조문학회(회장 유휘상)의 전라시조 32집. 회원들이 당당하게 문학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아름다운 밑그림을 그려놓은 두 권의 책은 각 단체의 회장들이 쓴 권두언과 편집위원들의 편집후기에 먼저 눈길이 간다. 특히 유 회장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인회의 주최'를 제목으로 한 글은 문학동호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꼭 눈여겨볼 일이다. 72명의 회원들이 참가한 전북수필은 최만산·정약용·이태준의 수필을 '특별한 감동을 주는 수필'로 실었다. 군산대 허소라 명예교수의 작품을 초대했고, 신입회원들의 작품도 특집으로 엮었다. "세상사 아기자기한 모습을 눈으로 조망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편집위원 김은숙씨는 "정답고, 포근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회원들의 가슴을 읽는 기쁨 또한 컸다”고 소개했다. "전북수필을 통해 '소설로 쓴 시'이거나 '시로 쓴 철학'이라 매김 받는 수필을 두루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공 회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그 희망이 우리를 문학의 본질로 이끌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읍출신 시조시인 김준씨(서울여대 교수)의 작품과 작품평론을 특집으로 한 전라시조는 김상선·김태자·박부산·유영애·이기반·정순량·차경섭씨 등 회원 30명의 근작과 독자시단 등으로 꾸몄다. 특히 '자유시가 결국 시조를 닮아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자유시를 사설시조나 평시조로 고쳐 소개한 유승식씨의 논단 '자유시 속의 시조문학(2)'는 특별한 재미를 준다. "시조는 시대를 넘어 변함 없이 우리들의 가슴을 울려주고 있는 민족시”라는 것이 유씨의 주장. 유씨는 안도현 시인의 시 '간격'의 시구 일부를 조정해 3수의 평시조로 고친 것을 비롯해 신현림('꿈꾸는 누드') 김남조('남은 말') 김지하('해') 고은('순간의 꽃') 등의 시를 시조로 바꿔 소개했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품을 엮어 21세기 변화되고 있는 시조문학의 한 갈래를 짚은 섹션도 돋보인다.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맑아짐을 느낍니다.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시고 난 후의 느낌이라고 할까요?”희곡작가인 백제예술대 박환용 교수(52, 영상문예과)는 이 달 초 법정스님이 낸 '홀로 사는 즐거움'(샘터 펴냄)을 소개했다. 법정스님이 '오두막 편지' 이후 5년 만에 펴낸 신작 산문집.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위해 끝없이 정진하는, 진정한 수도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 책은 홀로 사는 즐거움을 말하지만 결국 홀로 있는 것은 함께 있는 것임을 설파하는 책이다. 법정스님을 "침묵과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고 있는 수도자이면서도 예술에 대한 사랑과 안목이 깊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멋있는 한국인”이라고 정의한 박 교수는 이 책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줄이면서 살아야 행복하게 된다는 쉬운 진리를 가르쳐주지만, 그 진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바람이여 넋이여'(1984·삼성문학상) '너덜강 돌무덤'(1985·전국연극제 희곡상) 등 80년대 중반 전북을 대표하는 희곡작가였던 박 교수는 "학생들이 낸 레포트와 시험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학교생활의 분주함을 먼저 꺼냈다. 대학에 몸담은 지 올해로 10년. 그는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더운 날 법정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면 몸과 마음이 모두 시원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안에서 치솟는 욕심과 아집은 자신을 괴롭히는 가장 뜨거운 불길이기 때문이지요.”
누구보다 군산을 사랑하는 시인 최영(59·군산시 월명동장)씨의 수상집 '은파에서 째보선창까지' 3권과 4권이 나왔다. 한국문협 군산지부장을 지낸 저자는 이 책에서 80-90년대 항도 군산을 중심으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이며 인물들의 이야기를 서사시처럼 엮고 있다. 은파는 지금 유원지로 개발되어 군산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한참 변두리였다. 그리고 째보선창은 한때 어선과 수산물로 북적였던 곳으로 이제는 메워져 옛 향수만 어려있다. 이들 지명은 군산의 상징이랄 수 있다. 또한 군산의 끝에서 끝이요, 옛과 오늘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군산 현대사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다. 교과서 같은 정사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이면사(裏面史)다. 이미 발간한 1권이 73년 7월부터이니, 93년 6월까지 20년 동안의 기록이 4권의 책속에 담겨는 셈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앞으로 3권을 더 발행하면 2000년대 초반까지 30년 동안의 군산 현대사가 집대성될 것이다.내용을 뜯어 보면 크게 △군산지역과 사람 △공직자들의 애환 △문인들 얘기로 꾸며져 있다. 군산시청 현관에 걸려있는 송상섭 화가의 그림, 세계챔피언에 도전했다 사망한 김득구 권투선수, 용공단체로 몰렸던 오송회사건, 약속다방 탈영병사건, 군산상고 야구부, 제과점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성당과 조화당 등이 첫번째 카테고리다. 두번째는 민선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관선시대 공무원들의 애환이 그려져 있다. 도지사 공관 연회에 쓰인다고 갑자기 시바스리갈 30병을 구해 보내라는 얘기며, 강암 석전 여산 등의 글씨를 받아 선물(?)하기, 관공서 주변 다방에 얽힌 일화, 사랑방 같았던 군산시청 구내 이발관 풍경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행사시 자리 쟁탈전, 대학노트에 가득한 인사청탁자 명단 등이 당시 공직사회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세번째는 문인들로 최승범 김남곤 허소라 이기반 고헌 정양 이시연 주봉구 임명진 라대곤 이대우 등의 이름이 보인다. 이들의 활약상과 함께 석조동인, 군산문학, 청사초롱 결성 당시의 얘기도 나온다. 수필로 읽는 최근 군산 30년사의 후속편을 기대해 본다.
다음달 4일 첫 방송될 MBC일요아침드라마 '단팥빵'(연출 이재동)은 전주가 배경이다. 그래서 촬영도 전주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주만의 풍경이 동명의 원작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원작자 한수영씨(28·전주시 평화동). 그는 자신의 작품마다 '아름다운 온고을에서 태어나서 여전히 살고 있음'이란 표시를 남기는 전주토박이다. "전주에서 촬영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고향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 좋았어요. 아름다운 전주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브라운관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죠.”그는 최근 3년 동안 모두 6권의 책을 출간한 '욕심쟁이' 신예작가다. "글짓기 숙제를 끔찍하게 싫어했던 디자인 전공자”지만, 그와 글은 우연과 필연의 관계. 그는 천리안 로맨스동호회(천일야화)에서 단지 '글읽기 권한'을 갖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해 '작가'라는 단어와 인연을 맺었다. 동력은 어렸을 적부터 편식하지 않고 읽었던 전집들과 백과사전류를 첫 페이지부터 넘기며 독파하는 독특한 취미에서 찾아진다. "책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내용의 다른 결말에 대해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생각들이 도움이 됐을까요?”그의 도발적 상상은 전주와 홍콩을 배경으로 바리공주 설화를 적절히 포개 넣은 '은장도'(2002·현대문화센터 펴냄)와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섞어 만든 가상의 나라 황룡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연록흔'(2002·전3권) 등에서 찾아진다. "가상의 나라를 쓰지만 제 마음대로 쓰진 않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이야기를 전개하죠. 한 작품을 쓸 때 모으고 읽어야하는 자료들이 엄청나답니다.”그래서인지 그는 "모든 반지를 지배하는 '절대 반지'처럼 모든 자료를 긁어모으는 '절대 자료 수집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글의 소재는 "꿈을 꾸다가, 책을 읽다가, 이야기를 하다가, 뉴스를 보다가”처럼 뜬금없이 떠오른다. '단팥빵'(2003·전2권)은 앨범을 들추다가 마음먹은 작품이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단팥빵'의 앙꼬는 제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의 기억들이죠. 그때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구요.”속지의 삽화까지 직접 그린 이 책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과거 에피소드가 동화·극본·인터뷰·판소리·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돼 있다. "작가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는 새로움을 주는 진화하는 이야기꾼. 글을 잘 쓰는 것도 좋지만 저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거든요.”그는 얼마전 직장을 그만뒀다. 전업작가 선언이 아니라 잠시 요양중이다. 출간한 작품 외에도 '퓨전러브 if' '설빙화' '셋째 딸 콤플렉스' 등 완결된 작품의 숫자만으로 봐도 아플 만 하다. 그렇지만 "전주의 문화재와 관련된 이야기, 전주 역사를 리얼하게 그려낸 역사소설”을 계획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여전히 분주할 것 같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튀어나가는 개구리 같은 이야기꾼, 어쩌면 이마에 뿔이 튀어나온 그런 개구리 같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그의 행보에 기대를 걸만하다.
제14대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지회장 이강원)가 회원들간의 대화 통로를 넓히고, 미술문화 대중화에 나섰다. 미협신문 '전북미술'을 창간하고 홈페이지(http://www.jbfaa.or.kr)를 오픈한 것. 미협 회원간의 정보교류와 소통, 전북미술의 대중화, 투명한 미협 운영을 내세운 사업이다.계간지로 발행되는 '전북미술' 창간호는 '전북미술계의 원로작가' 서양화가 박남재씨와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조명했고, 제36회 전북미술대전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직접 참여, 미술사·조각·판화·사진·설치미술·회화 등 미술에 관한 이론을 소개하는 '미술의 이해'는 특히 눈에 띄는 기획이다.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들이 주목하는 신인작가 소개도 돋보인다. 편집위원은 최원 상임이사와 서용인 간행물 분과이사. 전북미협 홈페이지는 그동안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던 회원들의 정보를 구축하고, 사이버 갤러리를 통해 회원들의 작업을 소개할 계획이다. 정보 교류를 통한 회원들의 신속한 반응과 여론 조성,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 유발 효과을 기대하고 있다. 이강원 지회장은 "회원들간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홈페이지와 미술협회신문을 제작했다”며 "정체된 전북미술에 활기를 부여하고, 작가들간의 화합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마음의 싹- 전주인봉초등학교 4학년 김종현통일되면 내 짝꿍도북한 아이일지 몰라더벅머리새까만 얼굴에아이들이 놀릴지도 몰라말이 다르다고모르는 게 많다고아이들이 따돌릴지도 몰라그러기 전에 마음에 예쁜 씨앗들을 심어 놓아야 돼마음에 통일먼저 이루고북한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야 해나의 꿈- 전주양지초등학교 2학년 유지아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모습을 지켜봤어요. 나처럼 어린 친구들이 눈에 붕대를 감은 채 누워있었어요. 고막이 터진 친구랑 살이 찢어져 피가 묻어있는 친구들도 보았어요. 약도 부족하고 의사 선생님도 얼마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너무나도 불쌍해 보였어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북한 용천 친구들을 마음껏 치료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았어요. 내 꿈은 의사랍니다. 내가 지금 의사라면 북한 어린이들을 모두 낫게 해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겠어요. 그리고 마음 착한 사람이 되겠어요. 난 부모님이 사주신 위인전기를 열심히 읽어봅니다. 이순신, 안중근, 유관순과 같은 위인들처럼 나도 우리나라를 많이많이 사랑합니다. 북한 친구와 남한 친구들이 서로 사랑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훌륭한 통일 한국을 만들면 좋겠습니다.▶글을 읽고◀6.15공동선언이 나온 것을 기념해 열린 '희망 2004, 제4회 전북청소년 통일한마당' 초등부 글쓰기 우수작품이다. 수 백 편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사회와 학교의 통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것이다. 지식으로는 아이들이 어른을 뛰어넘고 조목조목 당위성을 설명해내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아뿔싸! 가슴이 없다. 입으로는 절절한데 '내것'이 아닌 탓인지 그 밥에 그 나물인 얘기가 너무도 많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글은 선수용 글이 아니다.작더라고 '내 얘기', '우리 얘기'를 내 입술에 맞는 말로 표현하는 글이다. 그런 점에서 소개한 글은 칭찬 받을 만한 좋은 글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어째서 고학년보다 저학년의 글이 뛰어난 것일까! 혹시 우리의 글쓰기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김종필(아동문학가)
길의 쉼표 - 전주여자고등학교 1학년 4반 이예지어느날인가 하루가 힘겨울 때면쉼표 하나가 부족한 길 가운데에 서서네가 그 쉼표가 되는건 어때?잠시쉬다 허기질 시간엔나뭇잎, 흙속에, 돌 틈에 감추어진그 따뜻하고 즐거운 가르침들한번쯤 맛보아도 괜찮아.노을이 물감 흩부리고 있을 때태양이 비치고 달이 눈뜬 그 그림을네 발아래 중얼거리는 작은 풀과 앉아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봐.어디로 흘러들지 모르는 길에 몸을 맡겨소리없이 찾아든 외로움을 느끼면마음 한 귀퉁이에 치워놓았던 조그만 상자를 열어.아마도 널 사랑한 따스함이 가득 담겨 있겠지.어느날인가 하루가 지칠때면푸른하늘 입안에 가득 머금고크게 심호흡 한 번 해보는 거야.그 순간만큼은 네가 쉼표니까.길은 쉼표가 필요하니까.할머니의 컴퓨터 - 영생고 2년 최병현철없던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면 나는 마음 한 구석이 쓰라려와 지금도 용서받지 못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때 우리집에는 치매로 고생하시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의좋으신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6개월씩 번갈아가며 할머니를 모시게 되었다. 사실 나와 내 동생에게 할머니는 매우 낯선 분이셨다. 그런데 막상 할머니가 드디어 우리집으로 오시게 되자, 할머니에 대한 나와 내 동생의 생각은 점차 밝아져갔다. 아버지의 보살핌 덕이었는지 할머니의 건강도 날로 좋아지셔 어느덧 거동도 자유로워지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중3이 되었을 때, 우연히 친구집에 갔다가 본 컴퓨터는 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컴퓨터를 했다. 우리 집에는 컴퓨터가 없었기에 나는 정말 컴퓨터를 하나 갖고 싶었다. 하지만 컴퓨터를 사자는 나의 말에 부모님은 냉담하셨다. 그러다 좋은 기회가 왔다. 아버지께서 모처럼 많은 보너스를 받으신 것이었다.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모님께 또 떼를 썼다. "엄마, 나 컴퓨터 하나만 사주라, 응?""안돼, 우리 아들한테는 미안한데 이 돈으로 할머니 전용침대를 하나 사드려야 할 것 같아. 할머니가 너무 불편해하시거든""하나만 사주면 안돼?, 하나만 사주면 안되냐고!""다 할머니 때문이야, 할머니만 없었더라면...."결국 난 내 마음에도 없던 말을 하게 되었고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로부터 많은 매를 맞았다. 그날 이후 아버지와 나는 본 듯 만 듯 했다. 이런 험한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일이 터졌다. 내가 학원에서 돌아왔을 때, 집안 가족 모두 할머니를 찾느라 난리가 났고, 여기 저기 찾아다니가다 슈퍼에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 야!, 아까 어떤 할머니께서 오셔서 컴퓨터 팔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역시 그랬던 것이었다. 나의 그 말도 안 되는 투정을 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모르시는 할머니께서는 너무나 가슴 아프게 듣고 계셨던 것이었다. 난 의자에 앉아서 쉬고 계시던 할머니를 찾아냈다. "할머니!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나의 울음 섞인 말에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나에게 무엇인가를 내미셨다. 작은 컴퓨터 모형의 장난감이었다. "할미가 미안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것밖에는 안 팔더구나"지금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시고, 내 방에는 진짜 컴퓨터와 함께 할머니의 장난감 컴퓨터가 놓여있다. 그 작은 컴퓨터를 보며 용서받을 수 없는 용서를 구해본다. <글을 읽고 >우리가 가는 길에 '쉼표'가 부족하다는 인식은 놀랍다. 또한 쉼표가 부족한 길에 '쉼표'가 '된다'는 생각도 놀랍다. 힘겨울 때 쉼표가 된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그 따뜻한 쉼표는 자연의 도처에 있는 것인데, 놀랍게도 어린 시인이 그것을 보아버렸다. 글쓴이에게 그랬듯이 이 '길의 쉼표'는 우리에게도 오랫동안 약이 되겠다. 병현이가 쓴 [할머니의 컴퓨터]는 참으로 아파하는 글이다. 컴퓨터를 갖고 싶은 욕심에 눈어두워 할머니의 아픔을 보지 못했으니, 할머니의 존재를 원망하고 부정했으니, 무의식적으로나마 사람의 가치를 물질(컴퓨터)과 비교하고 그보다 못하다 여겼으니, 그것을 고백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병현이의 글은 우리를 아프게 하는 글이다. 우리에게는 컴퓨터만 못한 형제와 부모가 있고, 컴퓨터만 못한 이웃이 있고, 컴퓨터만 못한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아, 또한 우리에겐 장난감 컴퓨터를 내밀던 글 속 할머니의 것과 같은 손길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오창렬(시인)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태어난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질마재에 미당시 문학관이 있다. 고대 이후 한국 문학사에 가장 뛰어난 시를 남겨놓고 한국 민족의 혼을 세계속에 떨친 그분의 시와 유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미당시문학관이다.한국 시문학의 거목 미당 서정주 시인은'언어의 연금술사''신라향가 이래 최고의 시인'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한국 시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제말 암흑기때 친일 행적(시 6편, 수필3편, 소설 2편)으로 친일 문학인이란 꼬리표도 떼어 낼 수 없다.서정주의 친일시는 지난 1985년'실천문학'(여름호)에 소개된 이광수, 최남선, 김동인, 주요한, 박종화,이효석, 모윤숙, 노천명 등의 작품과 함께 두권짜리'친일문학 작품선집'으로 출간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그 당시 한국을 대표한 쟁쟁한 시인, 문학인들은 자신을 방어하고 일제치하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부득이 글을 쓴 것은 민족정기를 저버린 씻을 수 없는 일이요 이유가 어떠하든 우리 민족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미당 서정주 선생은 학생시절 민족정신이 매우 강한 분이었다.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 재학중 광주학생 운동 주모자 4명중의 하나로 지목 받아 구속되었다가 기소유예로 석방돼 1931년 고창 고등 보통학교에 편입학했다. 그러나 일본 경찰의 계속된 감시로 고창고보를 졸업하지 못한 일은 미당의 사상을 잘 반증해준다.1935년 지금의 동국대학 전신인 중앙 불교 전문학교에 입학하면서 시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1936년 동아 일보 신춘 문예에 시, '벽'(壁)으로 당선 그해 11월부터'시인부락'편집인 겸 발행인으로 활약한다. 동인으로는 김동리, 이용희, 오장환 등이 있다. 이후 첫 시집'화사집'(花蛇集) 제2시집'귀촉도'(歸蜀道)에 이어 많은 시집을 발간하면서 고향산천을 소재로 한 주옥같은 많은 시를 써 왔고'질마재 신화'등 소요산. 멀리 바라보이는 서해 바다 등 장수강 거슬러 올라가면 그 곳의 명물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이미각을 자극하는 가운데 선운사 입구를 향해 걸어 들어가면 먼저 서정주 시인의 시비 선운사 동구(禪雲寺洞口)가 나타나며 선운사를 찾는 이들에게 소박한 시적 감동을 느끼게하는 시'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육자베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라는 등 질마재에 피어 있는 꽃과새소리와 하늘의 구름을 벗하여 살아온 선운리 서정주 시인 생가에 도착 했을 때는 해님이 중천에 박히어각시처럼 조을고 고요한 적막만이감돌뿐이었다.초창기의 작품에서는 상징성을 띤 서러움을 읊다가 중기에는 생의 외경(畏敬)을 씨로, 언어의 무르익은맛을 날로 하여 깊이를 더해 주다가 근년에는 한국 역사와 세계기행시와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담한 터치로 파헤치다 영영 저 나라로 가신 분이다. 그리하여 학이 되어 질마재 언덕에 훨훨 날아오시어 고향 산천을 바라보며 영혼이 잠들고 있다. 우리들은 오직 그분이 남기신 시적인 소양과 문학 사상을 통하여 한국 시의 깊이와 폭을 대변하는 우리시대의 가장 훌륭한 시인 중의 하나임을 알고 있을 뿐이다./박우영(미당시문학관 이사장)
서정인은 1962년 12월, 『사상계』의 신인상에 단편소설 「후송」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40년이 넘게 줄기차고도 정력적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현재만 해도 그의 작품집은 16권을 넘어서 있다. 게다가 그의 문학 작품을 연구한 글은 90편에 이른다. 그 중 본격적인 서정인 문학 연구라 할 수 있는 학위논문만도 10편을 웃돌 정도이다. 이러한 사실은 서정인의 왕성한 창작욕과 함께 그의 문학에 대한 우리 시대 독자들의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서정인의 작품이 세 차례의 변모를 보인다고 한다. 그것을 1기, 2기, 3기라고 한다면, 1기라 할 수 있는 초기 작품들은 상당히 관념적이다. 그것은 이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끈끈한 고민보다는 현실을 당연히 비극적인 것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념성은 2기에 이르면서 단층적 현실인식으로 바뀐다. 작가는 현실을 냉철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단지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에 머문다. 최근 들어 나이가 지긋해진 작가는 현실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다층적이면서도 상대적인 인식을 부각시킨다.지금껏 서정인은 상당히 이성적이어서 그랬는지 화끈한 연애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작가는 평생에 걸쳐 꼭 한 번쯤은 연애소설을 쓰고싶어한다는데......서정인의 작품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궁금하다. 서정인의 대표 작품: 「강」,「가위」,「금산사 가는 길」,「토요일과 금요일 사이」,「뒷개」,「철쭉제」,「장터목」,「백무동」,「달궁」,「달궁 둘」,「달궁 셋」,「붕어」,「용병대장」,「해바라기」, 「물치」등.
참으로 별천지다. '달궁'. 달의 궁전인가. 그렇다면 하늘이 내린 경치가 아닌가? 지리산 계곡 가운데서 피서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달궁이라 한다. 남원시가지를 지나 산내로 들어서 지리산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호젓했다. 지리산에서 뻗치는 그 천연의 고요함에 도시 생활의 소란스러운 삶이 유치하게 스쳐지는 순간 그야말로 온몸을 애무하듯 상쾌한 바람이 진하게 다가왔다. 인공이 아닌 자연의 유쾌한 시원함이 자릿자릿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풍만하게 스며든다. 달궁은 2,000년 전의 궁성이었다. 삼한의 하나였던 마한이 달궁이란 이름을 붙였다. BC 1세기경, 마한은 현재의 전북 금마 지방을 중심으로 융성한 발전을 하였다. 그러다 AD 2세기경에 이르러 점차 그 세력이 약해지면서 마한의 백성들은 경상지방에 위치했던 진한의 침입에 시달렸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아 남하하다가 지리산 안에서 새로운 요새지를 발견하고 궁성을 지었다. 달궁에서 마한은 71년간 선정을 베풀었다고 전해진다.지리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으니 달궁은 적을 방어하기에 천혜의 요새일 수밖에 없다. '땅 끝 마을'이라는 팻말은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숲과 태고 적에 태어났을 듯한 계곡의 바위들을 한마디로 아우르고 있었다. 서정인은 울림소리가 좋아 '달궁'을 소설의 제목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리산의 실제 달궁은 너무 깊어 그 울림이 처연하다. 달궁 계곡 굽이굽이마다 소설 '달궁'의 주인공인 인실이가 내뿜는 고단한 삶도 함께 서럽게 울리는 것만 같다. 달궁달궁달궁달궁...... '달궁'이라고 한 번 조릴 때와 '달궁'을 겹겹이 여러 번 반복하면 그 울림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마한의 궁녀는 달궁에서 유유히 거닐며 여유롭고 한가로운 삶을 살고 싶었을 테지만 국운이 기울면서부터는 '달궁달궁달궁달궁'하면서 조급하고 여유 없는 불안한 생활을 했을 것 같다. 소설 '달궁'의 주인공인 인실이는 일기장 하나만 덜렁 남겨놓고 뺑소니차에 치어 죽었다. 그 여인은 횟집 여자였다. 작중화자인 '나'는 안면도와 태안 근처를 여행하던 중에 한 횟집 주인을 알게 되고 서울로 돌아 온 며칠 후, 죽은 여인의 일기장을 소포로 받게 된다. 그 여인의 남편은 작중화자인 '나'의 삶이 자신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어 수치를 느끼지 않고 치부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죽은 아내의 일기를 보낸다고 했다. 그렇지. 우리들은 대개 삶의 모습이 서로 다르면 상대방에 대해서 너무나도 무관심하거나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지. 배가 고파오자 달궁 마을의 즐비한 음식점들이 눈에 잡힌다. 음식점들은 대개 회와 매운탕, 토종산닭백숙, 멧돼지 구이, 산채비빔밥 정도를 메뉴로 내놓고 호객을 하고 있다. 어느 식당으로 갈까?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각 음식점마다 별미음식이라고 특별히 따로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는 문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별미음식이란 한결같이 '3년 묵은 김장김치'이다. '3년 묵은(?)' '김치', '김치', '김치'. 달궁의 음식점에서 '3년'과 '김치'는 돈으로 환산되고 있었다. 갑자기 그것은 땅 끝 산골마을의 단조로운 삶이 마음에 아리도록 진하게 묻어나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듯 했다. 소설의 주인공 인실이는 6?25 전쟁 때 미아가 되었다. 다행히 어느 싸전집 주인이 인실이를 거두어 주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인실이의 운명은 달라졌다. 인실이는 주인집 삼촌에게 강간을 당했고 주인집 아들과 동거에 들어갔다가 기도원에 강제 수용되는 일도 겪었다. 기도원을 탈출한 인실이는 기도원 이사장 집에서 집안 일을 돌보다가 윤 선생을 만나 함께 살면서 공장에 취직도 했다. 취직한 공장에서 인실이는 공장 전무에게 추행을 당했고 이를 계기로 공장에서 쫓겨났다. 그러다 미군 부대 주변의 술집에서 일을 하던 중 인실이는 또 새로운 남자 홍형태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러나 그 새 남편은 간첩 교육을 받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떠나고 인실이는 남편의 친구 우종류와 새로운 관계를 갖기에 이른다. 남편이 출옥하자 인실이는 괴로웠다.이 땅에는 작중인물 인실이와 같은 또다른 많은 인실이들이 있었고 인실이처럼 그렇게 '달궁달궁' 살아 왔다. 왜? 왜 인실이는 그렇게도 척박한 삶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을까. 돈 때문에? 그것은 '분명히 돈 때문이었다. 모두들 돈을 과신했다. 없는 사람들은 없는 대로, 있는 사람들은 있는 대로, 특히 있는 사람들이 더 그랬다. 그래서 돈은 많을수록 부족했다.' 작가 서정인은 6·25 전쟁 이후 '돈'이 우리의 삶을 지휘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돈'은 의리도 윤리도 정의도 진리도 삼켜버렸고 우리들은 어느새 서로서로 다른 사람들의 구정물까지 빼앗아 자기의 배를 채우는 돼지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말이다. 여기에 더해서 대한민국은 광기 어린 반공 이데올로기까지 얹어 진실과 자유와 정의를 무참히 치고 나서 뺑소니차처럼 슬그머니 내빼버렸음을 작가는 신랄하게 지적한다.달궁 계곡의 나무들은 고만고만하게 키가 작다. 태고적 원시림이 쭉쭉 뻗어있을 법한데 말이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아름드리 나무들은 기대한 만큼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 중에는 일제에 의한 치욕스런 식민 시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나무들도 일제에 의해 수탈당했으니까. 그런데 20세기 후반 반공 자본주의의 습격은 소설의 주인공 인실을 통해 우리의 속 아픈 전쟁과 한국인의 피폐했던 삶을 더욱 깊이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한다. 인실이의 추억 속에 아득히 남아 있을 태고적의 천혜의 달궁은 마음의 고향일 뿐인가. 달궁 계곡을 내려오는 길에 실상사에 들렀다. 국보와 보물들이 늠름하게 보전되어 있었다. 우리의 윤리와 정의와 진리도 한 켠에서 그렇게 꿋꿋하게 보전되었겠지. 집으로 향할 때는 우리의 앞에 이미 희망의 길이 나 있었다./장미영(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연구원)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이완근씨의 수필집.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맛있게 변신해 마음의 빈 곳을 쓰다듬어 위로해 준다. 오늘의문학사 펴냄/8천원 △ 시문학사랑과 자연을 읊은 전통적 서정시를 써온 신동춘 시인의 작품세계를 기획특집으로 다뤘다. 6월호부터 '문제시인시리즈'와 '사이버메타시' 연재를 시작했다. 월간 시문학사 펴냄/5천원△ 북한강 이야기북한강 상류 솔바우 마을로 귀농해 농사를 짓고있는 윤희경씨 에세이. 베테랑 국어교사가 귀농,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써내려간 산골마을 이야기가 구수하다. 도서출판 신세림 펴냄/8천원△ 차 한잔의 명상저자 김창배씨는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차 한잔과 더불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권한다. 옛 선인들의 지혜와 맑은 차 향기를 그림과 함께 전한다. 인사동문화 펴냄/1만3천원△ 해동문학 제6회 해동문학상 본상 수상자 김순일·최금녀 시인과 우수상 수상자 김창식 수필가를 소개했다. 정득복 시인을 집중조명했다. 해동문학사 펴냄/1만원
강태구씨(57·삼례중앙초등학교 교장)가 해동문학 2004 여름호 추천으로 시인으로 등단했다.추천작은 '동백꽃' 외 4편. 감각적인 이미지 묘사가 뛰어나고 풍부한 서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오랜 습작 끝에 아내에게 글을 읽어줬지만 반응이 없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는 강씨는 "이젠 시든 가슴을 열어 독자들에게 채찍을 맞을 차례”라고 소감을 밝혔다."늦깎이인 만큼 욕심을 내서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는 강씨는 "세상과 사물이 변화하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호스피스 : 말기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자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프로그램 / 답신 : 우리는 더 일찍이 탐욕과 고통 속 이 세상을 사는 이들을 위한 호스피스를 준비해 왔소. / (추신 : 아름다운 삶만이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서가 된다.)'시 한 구절이 시인을 말해준다. 건조한 형식에서 작가의 직업을, 공동체적 사랑을 전하는 시의 주제에서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를 통해 현대인들을 말하는 전북대 김대곤 교수(51)가 '야광물고기'를 펴냈다. 3년만에 내놓은 네번째 시집이다. 어머니가 굵은 무를 숭숭 썰어 해 준 '무시밥'과 '황소표 국수'를 먹고도 동생들은 긴 국수가락처럼 쑥쑥 자라난다. 죽음을 맞은 나는 내 육신의 처리방법을 논하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있다. "비판적인 현대문명을 유년시절의 따뜻한 추억들로 화해시키고 싶었어요. 결국 삶의 근원을 탐구해나가는 과정입니다.”그의 시세계는 서정성과 냉철함이 극단적으로 구분되지만, 좌절과 포기는 없다. 섬세하면서도 선이 굵은 시어들이 '열정'과 '냉정' 사이의 균형을 맞춰나간다. 김교수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환경과 주어진 숙명에서 또다른 세계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직업은 독특한 시세계를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눈이고, 시는 정신적 휴식이다.남원출신으로 전북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미술학 석사를 받았다. 한국문인협회·전북문인협회·한국 펜클럽·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시간은 흘러도 역사는 남아있다. 전라일보 논설위원 장세균씨(55)가 칼럼 모음집 '권좌의 후일 Ⅰ·Ⅱ'을 펴냈다. "칼럼은 시사성이 중요하지만, 열흘 지나 읽어보면 달라진 이야기들이 있어요. 사회발전을 위해 새로운 시각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했지만, 되돌아보니 부끄러움도 느껴지네요.”1989년 10월 5일 전북도민일보에 실린 '권좌의 후일'부터 최근 4월 7일 전라일보에 실린 '엑서더스'까지 16년 동안 세상에 내놓은 칼럼들이다. "글 쓰는 사람은 항상 100m 스타트 라인에 서있어요. 자신의 지식을 대단하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늘 공부를 해야지요.”통일·사회보장제도·국가경쟁력·외교·친일문제 등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를 때로는 따끔하게 때로는 속시원하게 풀어놓았다. 한 편의 칼럼을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하는 장씨는 풍부한 사례들과 잔잔한 리듬과 호흡으로 칼럼에 재미를 더했다. "언론 본질을 살려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는 장씨는 고민했던 순간들을 무심히 띄워보내기에 아쉬움이 많아 글을 모았다고 말했다.정읍 출신으로 동국대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 루즈벨트대학·원광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이 책은 한국 생명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무위당(혹은 조한알) 장일순 선생의서거 10주기를 기념하여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그의 일화집 겸 서화집이다.교육자이자 서예가이며 70년대 반독재투쟁을 한 재야운동가로, 민주화 투쟁에 앞장 선 수많은 인사들의 정신적 지주로 큰 족적을 남겼던 장일순 선생.생태운동가 최성현이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그의 일화를 정갈하게 엮어 펴낸 이 책에서 우리는 조한알 장일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시인 김지하의 스승이고,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이 단 한 번을 보고홀딱 반했다는 사람. 목사 이현주가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이라 했고, 소설가 김성동과 '아침 이슬'의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기고, 판화가 이철수가 이 시대의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 꼽는 사람. 일본의 사회평론가인 쓰무라 다카시가 마치 '걷는 동학' 같다고 했던 사람”. 책 날개에 적혀있는 장일순 선생에 대한 소개의 일부이다.1980년대에 장일순은 자신의 호를 조한알(좁쌀 한 알)로 바꾸면서 말한다. "나도 인간이라 누가 뭐라 추어주면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내 마음을 지긋이 눌러주는 화두같은 거야. 세상에 가장 하잘 것 없는게 좁쌀 아닌가, 내가 조 한 알이다 하면서 내 마음을 추스르는 거지”라고.장례식에 조문객이 3천명이나 모이고, 많은 이들이 그를 스승으로, 선각자로 추앙하였지만, 정작 본인은 평생 동안 무위의 삶을 살다 간 장일순 선생. 책 속에 실려 있는 그의 수많은 글씨 중에서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버리고 또 버리면 거기에 다 있데요”
몰입의 즐거움을 알아야 삶의 무늬도 아름답고 윤택해진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삶의 본질을 적확하게 묘파(描破)하는, 굵직한 소설을 읽으며 찬 서리를 경험하는 밤. 이윽고 희푸른 여명이 밝아오면 몸 어딘가에 나이테가 남는다. 소설가 한수영씨(37)의 '공허의 1/4'(민음사 펴냄). 일상과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의 감성을 차분하게 응시하는 꼼꼼한 글쓰기는 작가의 내공이 꽤 높을 것임을 짐작케한다. '공허의 1/4'은 김주희씨의 '피터팬 죽이기'와 함께 제28회 '오늘의 작가상'(민음사·세계의문학 주관)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씨가 습작을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 1년후인 지난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에 '나비' 가 당선돼 등단했다. 약사인 그는 "일기 쓰기와 메모하던 습관을 구체화시킨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작품은 "안정된 문장과 잘 짜여진 서사구조를 갖췄으며, 생의 고통과 그것을 응시하는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이 엿보인 완성도 높은 소설”이란 평을 얻었다. 소설은 '우리는 모두 삶의 습기에 약한 류머티즘성 관절염 환자'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은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30대 여자. '누군가가 이미 써놓은 따분하고 지루한 소설 같은 하루하루'를 사는 여성은 '지는 꽃이 심란'하고 '관절염 때문에 하이힐 한 번 못 신어보고 보낸 청춘이 불쌍해서' 줄곧 '구역질나는 봄'을 내뱉는다. 무릎에 가득 찬 물 때문에 '관절 마디마디에 물 풍선을 매달아 놓은 듯' 몸이 무겁다. 그래서 여자는 '몸 안의 습기를 모두 말리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룹알할리 사막(Rub'al-Khali)의 뜨거운 햇볕을 꿈꾼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이쪽저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바싹 몸을 굽고' 싶은 것이다. "여자는 습기를 말릴 수 있는 사막을 이상향으로 꿈꾸지만 닿지 못해요. 꿈을 꾸는 그들을 '우주선이라도 태워 보내야 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유토피아는 삶과 멀리 있지요. 현재도 막막하구요.”주인공의 따분하고 고통스러운 현실과 그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낸 작가의 원숙한 시선은 고통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인공이 만나는 인간 군상도 한결같이 쓸쓸하다. 수레를 쓰다듬으며 "잘 잤어? 낙타야”하고 말하는 아파트 청소부 남자, 사슴벌레를 어깨에 얹고 다니는 아이, '죽은 개의 목을 내려치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 의해 '허리가 주저앉아 오 년을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그의 일그러진 기억에서 사는 사람들…. 한씨는 이 작품을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꿈을 꾸지만, 결국 추락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작가의 고향은 임실군 삼계면 어은리. 전주 근영여고를 졸업했다. 작품에서 그는 고향을 언급하지 않지만, 고향의 정취는 어김없이 묻어난다. '요강에 새똥 빠진 소리 허고 자빠졌다. 시방!'이나 '월매나 재미진디. 딸년이 곰살맞어서 살맛이 나겄냐∼'처럼 수려한 토속어 구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녹록치 않은 삶의 연륜과 신산(辛酸)한 삶의 이해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현실에 철저하되 치밀한 상상으로 그 현실을 입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에 가까운 언어감각. "또래들에 비하면 고향에서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앞으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생각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작가의 시선이 기대된다.
전주공예품전시관(관장 백옥선)이 개관 2주년을 맞아 소식지 '工感(공감)'을 펴냈다. '공감'은 장인의 혼과 기예를 알리고 교감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위원은 백옥선 관장과 이준호 사무국장, 임진아·조권선 팀장. 장인을 느낀다는 의미의 '工感(공감)'은 이사무국장의 고민 끝에 나온 공예품전시관과 '딱' 맞는 제목이다.편지위원들은 "공예전문잡지를 접히기 힘든 현실에서 공예품전시관이 지역 작가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공예 소식을 전해야 할 책임감을 느껴” 소식지 발간을 추진했다. 창간호는 3월 말 첫 기획회의를 시작으로 회의와 수정을 거듭한 끝에 얻은 결실이다. 창간호에는 공예품전시관 소식과 함께 전북 공예의 현재와 발전방향, 공예에 대한 고민을 실었다.원광대 이광진 교수는 '공예가칼럼-공예문화, 아직도 목이 마르다'를 통해 공예인들이 체감하는 공예계의 현실과 정책을 꼬집었고, '공예마당'에서는 무형문화재자수장 강소애씨의 장인정신을 전했다. 지난 4월 초 재편한 공예품전시관 공간, 7월 기획전으로 열리는 '옛 사람, 옛 솜씨 전' 등도 소개했다.'공감'은 공예인들과 일반인들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지역 공예인들의 활동과 공예품전시관의 소식, 공예 관련 정보를 담아낼 계획. 공예에 대한 풍부한 정보로 소장가치가 있는 자료집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백옥선 관장은 "창간호 봄호는 발행취지와 목적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며 "공예품전시관 소식은 물론, 한옥마을의 중심시설로서 '공감'을 통해 많은 소식을 담아내겠다”고 말했다.여름에 발행될 다음 호부터는 공예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젊은 시각, 편집위원이 직접 만난 공예인들 등 더욱 짜임새 있는 기획이 준비되어 있다.
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전북시인협회장 후보에 이두현·이광원 최종 등록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
세대와 기록이 이어지는 마을…부안 상서면 ‘우덕문화축제’ 7일 개최
교육 실종 시대에 던지는 질문, 신정일 ‘언제 어디서나 배웠다’
전주문인협회 ‘다시 읽는 나의 대표작’
간절한 ‘꿈’을 그리다…여균동 그림책 ‘그녀의 꿈은 밀라노에 가는 거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아동문학가, 이경옥 ‘진짜 가족 맞아요’
현대 한국 여성 서예 중진작가전 ‘어머니의 노래’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