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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함께해요" 책 통한 나눔 활발

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퍼지면서 책을 통해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민음출판그룹은 교보문고와 함께 장애인들의 독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책 같이 좀 봅시다' 캠페인을 벌인다. 다음 달 1-15일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민음사와 사이언스북스, 황금가지, 비룡소 등 민음출판그룹에서 펴낸 책들을 사면, 수익금 일부가 점자 책 제작을 위해 한국점자도서관에 기부된다. 또,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 최재천의 '개미 제국의 발견', 김향이의 '달님은 알지요' 등 11종이 노인이나 시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큰 활자체의 도서로 만들어진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홈페이지 회원 포인트로 고통받는 아이티인들을 돕는 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 3일 캠페인이 끝나면 참가자들이 기부한 모금액과 같은 액수를 아이티 긴급구호에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저자들이 인세 일부를 기부하는 문화는 이미 꽤 넓게 퍼져있다. 아름다운재단이 2001년부터 운영해 온 '인세 기부' 프로그램에는 박원순 변호사, 소설가 신경숙, 시인 안도현, 김용택, 만화가 박광수 씨 등 많은 저자가 참여, 기부 총액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9천만 원을 넘었다. 한비야 씨는 지난해 12월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의 인세 1억원을 몽땅 자신이 몸담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기부했으며, 탤런트 김현주도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 인세를 굿네이버스 빈곤 아동 지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 쉬운 다문화 가정과 책을 통해 어려움을 나누려는 움직임도 있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은 웅진재단의 후원을 받아 다음 달 17∼19일 다문화 가정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60명을 초청해 출판 과정을 견학하고 작가와 만나며 책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는 '파주북시티 다문화 책 만들기 캠프'를 무료로 연다. 한국전자출판협회는 전자책 기술업체, 출판사와 함께 다문화가정지원위원회를 구성해 다국어로 전자책을 만들어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28 23:02

소외계층 찾아가는 문학나눔

소외계층에 대해 수준 높은 문학을 향유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진행된 문학나눔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도서관협회는 26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지난해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개최했다. 2005년부터 추진된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은 분기별로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등 30종 내외의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해 작은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교정시설 등에 보급하는 사업으로,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다 지난해부터 한국도서관협회로 이관, 진행돼왔다. 2009년 한 해 동안 모두 121종의 우수문학도서가 총 2천389곳의 보급처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전달됐으며, 14명의 문인이 거주 지역 보급처를 직접 찾아 독자들을 만나는 행사도 했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만난 소설가 이순원 씨는 이날 워크숍에서 "출판사와 대형서점이 연계해 실시하는 '독자와의 대화'는 행사 자체가 이벤트적이고 책의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반면 문학나눔을 통해 경험한 '지역문인과의 대화'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는 독자대로 그 작가의 작품을 충분히 읽고 만남을 준비하고, 작가도 어떤 이벤트로서가 아니라 자기가 사는 지역의 주민들과 자기 삶과 문학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혼자 작업할 때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충남 공주의 한 방과 후 교실을 찾았던 전성태 씨는 당시 아이들이 작가의 단편소설을 각색해 마련한 조촐한 촌극에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경험을 들려주며 "그건 일종의 순수함을 대면한 경외감이었을 테고, 그 감정은 단번에 저를 잃어버린 유년기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유안진 시인은 "격조와 품위를 갖춘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갈 문화사업의 핵심이자 도서관사업의 중심축이 바로 문학나눔 사업"이라며 "문학나눔이 생활의 중심영역 속으로 들어오는 정책기조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27 23:02

"직급ㆍ학력 높을수록 책 많이 읽는다"

직급과 학력이 높은 직장인일수록 책을 많이 읽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12월 16-28일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사는 남녀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물은 결과, 연간 한 권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은 90.7%이며 전체 응답자의 연평균 독서량은 11.8권, 한 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연평균 독서량은 13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학력별 독서량은 고졸 8.1권, 대졸 12.8권, 대학원졸 17.9권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많았다. 직급별로는 사원급 12권, 대리급 13권, 과장급 13.9권으로 조금씩 늘다가 차장ㆍ부장급 12.7권, 임원급 12.3권으로 다시 줄었다. 그러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사원급 16%, 대리급 9.1%, 과장급 6.5%, 차장ㆍ부장급 6.2%, 임원급 5.7%로, 직급이 높을수록 단 한 권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이 250만원 미만인 직장인은 평균 13.5권을 읽었으며, 25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은 10.5권, 400만원 이상 550만원 미만 12.6권, 550만원 이상은 16.8권이었다. 성별로는 여성(15.3권)이 남성(12.1권)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며, 연령대로는 20대(14.3권)와 40대(13.8권)가 30대(12권)와 50대 이상(11.4권)보다 많이 읽었다. 책 읽는 직장인들은 독서의 이유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는 점(71.8%)을 가장 많이 꼽았고, 책을 읽지 않는 직장인들은 그 이유로 '일이 바빠 시간이 없음'(55.9%)과 '책 읽는 것이 싫고 습관이 들지 않음'(48%)을 주로 들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27 23:02

서동선화, 개화예술공원에 자리잡다

시인 김문덕씨(68)가 고향 사랑의 뜻을 담아 사비를 들여 제작한 노래 '서동선화'의 노래비가 충남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 개화예술공원에 세워졌다.이양우 시인(사단법인 한국육필문예보존회 이사장·문예춘추 발행인)이 조성한 개화예술공원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휘호를 비롯해 한용운 이상화 박두진 이병기 박목월 이육사 김영랑 김소월 등 500여명의 시비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개화예술공원에 시비가 건립되려면 문단 데뷔 20년 이상으로 5권 이상 시집을 출간해야 하며 3명 이상의 문인 추천을 받아야 해 조건도 까다로운 편. 노래비로는 김씨의 작품이 처음이다.'서동선화'는 김씨가 2008년 익산을 소재로 제작한 음반에 담겨있는 곡으로 김씨가 직접 작사·작곡을 했다. 노래비에는 '서동선화' 악보와 시인의 약력이 새겨졌다.김씨는 "연 평균 20만명이 다녀가는 개화예술공원에서 내 고향 익산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기쁘다"며 "'서동선화'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곡인 만큼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 '부산갈매기'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져 익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익산 출생으로 2005년 익산 삼기중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김씨는 익산문협 지부장을 지냈으며 10년 넘게 사비를 들여가며 백일장을 개최,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현재 MRA세계도덕재무장 익산시 본부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27 23:02

문학이 탄생하는 작가들의 손바닥이 찍힌 벽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탄생시키는 작가들의 손바닥이 도자 부조 작품으로 제작돼 전시된다. 22일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70여 명의 시인과 소설가, 문학평론가, 극작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신년 하례회를 갖고 문학촌 내에 설치할 작가의 손벽 제작을 위한 핸드프린팅 행사를 했다. 김남조, 구중서, 김주연, 문인수, 신달자, 윤후명, 천양희, 현기영, 구효서, 권지예, 김선우, 나희덕, 윤대녕, 은희경, 이순원, 정과리, 정끝별, 하성란, 문태준, 김근, 김경주 등 원로와 중견, 신진을 넘나드는 여러 문인들이 참여했다. 소설가 박범신 연희문학창작촌장은 "작가들이 손바닥을 찍으면 독자들이 먼 훗날 와서 볼 때 자신이 읽은 문장들이 떠오르면서 '내가 읽은 작가의 시, 소설이 저 손 안에서 나왔구나' 상상하고 친근감 있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훌륭한 작가들의 손을 모아 연희문학촌 입구에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손벽을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핸드프린팅 후 김남조 시인은 "두 손을 누르면서 갑작스럽게 귀한 전류를 느꼈다"며 "이 손으로 무엇을 지었고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썼고 무엇을 저질렀고 무엇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나 하는 생각이 흙에 손을 넣었을 때 섬광처럼 머릿속에 흘렀다."고 말했다. 박형준 시인은 "박범신 선생님이 작가의 손안에 우주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우리가 기록으로 남기는 손도 작가들이 쓴 우주를 하나의 기념으로 보관하고자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연희문학창작촌은 이날 참가한 70여 명 외에 상반기 중 작가 200명의 손바닥 부조작품을 더 제작해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25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정치사회적 이중성

"한국사회는 여전히 '박정희 신화'가 지배하고 있다. (…) 사회적 양극화와 실업난이 심할수록 박정희 시대의 향수에 젖는 사회가 과연 미래를 향해 갈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보수세력만 책임질 일은 아니다. 진보와 개혁을 주창한 세력이 서민들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해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라는 자책을 불러온 것도 박정희 부활에 기여했다. 박정희 모델을 뛰어넘는 사회 발전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진보세력의 한계 역시 박정희 신화를 띄웠다. 이렇게 우리는 여전히 '박정희 이후'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경향신문 2009년 10월 26일자 사설 '왜 아직 박정희를 넘지 못하는가'의 일부다. 왜 그럴까? 왜 아직 우리는 아직 박정희를 넘지 못하는 걸까?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의 「동원된 근대화 :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정치사회적 이중성」(후마니타스, 2010)은 이 물음에 답하는 책이기도 한다. 이 책은 '성장과 경제적 성취 대 폭압과 수탈', '동의 혹은 헤게모니 대 폭압과 강압', '산업화 대 민주화', '수탈 및 착취 대 근대화', '분배를 수반한 성장 대 불평등 성장' 등의 대립 구도라고 하는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서 매우 정교한 분석과 복합적인 이론적 구성을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읽기에 쉽거나 부드러운 책은 결코 아니지만, 기존 이분법 투쟁에 지친 사람들은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어 공부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매력적인 책이다. 특히 진보적이면서도 기존 진보적 시각에서 좀 게으르다거나 '도덕 과잉'의 냄새를 맡은 사람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책이기도 하다.조희연은 박정희 시대의 구조적 성격을 '근대화를 향한 동원'을 주된 특성으로 하는 체제로 파악하고, 이런 점을 드러내기 위해 '개발동원체제'라는 용어를 쓴다. 개발동원체제는 '근대화(개발, 산업화, 발전 혹은 성장)'라는 국민적·민족적 목표를 향해 국가가 위로부터 사회를 강력하게 추동하고 동원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기존의 박정희 체제 분석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크게 보아 세가지다.첫째, 복합적이다. 박정희 체제의 폭압과 모순, 위기를 강조하는 진보적 서술에서 출발하되, 새로운 문제 제기들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도전들에 대면하면서 기존의 진보적 인식틀을 성찰적·확장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박정희 시대를 재인식한다. 둘째, 보편적이다. 박정희 체제를 한국만의 유일무이한 '특수한'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일반적' 특성을 갖는 대상으로 파악한다. 셋째, 총체적이다. '하나의 박정희'가 아니라 '다양한 박정희'가 존재는 하는 점에 주목해 박정희 체제의 '모순적 복합성'을 규명한다.그래도 무슨 말인지 영 모르겠다고 할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조희연은 진보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투철한 자기성찰과 더불어 기존 진보적 시각의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조희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이론적 실천이 정치적 실천의 성찰적 계기로 작동하기보다는, 이론적 실천이 정치적 실천과 곧바로 동일시되거나 도구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런 '이론적 실천의 도구화'는 운동적 언어가 쉽게 분석적 언어로 치환되어 동일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속에서 분석의 문제는 쉽게 '입장'의 문제가 된다. (…) 일종의 '본질주의'적 분석이 진보적 분석을 지배하게 되면서, 그 분석의 공백에 뉴라이트적인 현대사 분석이 존재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진보적 분석 내부에서의 '순수주의' 같은 것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조희연은 조심스럽게 또는 고급스럽게 표현했지만,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그간 박정희를 보는 진보진영의 시각은 도덕적 분노 일변도여서 오히려 '박정희 붐'에 일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일상적 삶에서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이면서도 박정희를 종합적으로 긍정 평가하는 대중이 많다. 이들의 생각이 분석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분석을 시도하게 되면, '박정희는 무조건 악인'이라고 낙인 찍는 식의 진보파가 펄펄 뛰며 반격해온다. 박정희 시대에 저질러진 인권유린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흥분해대기 시작하면, 어느덧 소통과 논쟁은 실종되고 누가 더 민주주의와 인권에 투철한가 하는 '자격 검증 시험'으로 변질된다. 그렇게 해서 생각이 같은 사람의 뜨거운 박수는 받을지 몰라도, 이는 그 어느 중간 지점에 있는 대중을 박정희 찬양 세력의 대열에 들어가라고 등을 떠미는 격이다.문제 설정 자체가 잘못된 점도 있다. 왜 우리는 아직 박정희를 넘지 못하는가? 이를 둘러싼 논쟁과 논란은 뜨겁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딱 두가지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기를 옛날의 왕보다 훨씬 더 강한 철권으로 지배한 지도자가 박정희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논쟁과 논란이 평행선을 달리며 상호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이 두가지 이외의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박정희가 아닌 다른 독재자가 그 시기를 책임졌다면 오늘과 같은 번영을 이룰 수 있었을까? 사실 이건 사소한 질문일 수 있음에도 우리는 주로 이 문제를 놓고 논쟁과 논란을 벌인다. 박정희 찬양 세력은 '성공'이라는 결과에 주목하고, 박정희 비판 세력은 '성공'의 정체와 더불어 그 '그늘'에 주목한다. 각자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소통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이해관계까지 끼어든다. 박정희의 집권 기간은 18년이었지만 사실상 그 체제를 연장한 5공화국과 적어도 인적 구성에서 5공을 연장한 노태우 시기까지 합하면, 박정희 체제의 기득권 세력은 30년 넘게 한국을 지배해 온 셈이다. 3당 통합으로 집권한 김영삼 정권도 반쪽은 그 체제의 연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박정희를 넘어서는 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으리라.게다가 지도자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서 존재하는 '비극적 죽음'의 프리미엄이라는 문제도 있다. 조희연이 잘 지적했듯이, "한국 역사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의 경우 '비운에 간' 인물들에 대해서만 '동의적' 태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우리 현대사의 경우, 지배에 대한 동의 자체가 적고 지배의 불안정성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현실 정치인들은 민중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비극적 죽음'을 맞은 정치인들에 한해서, 기대가 투영되는 식으로, 정치적 지지가 남아 있는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동원된 근대화'는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지도자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그런 '동원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 한 세대에 걸쳐 박정희의 명예를 자신의 명예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층으로 우뚝 섰거니와 '비극적 죽음'에 약한 민중의 정서가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 조희연의 「동원된 근대화」를 읽으면서 박정희 체제를 포함한 한국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차분하게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1.22 23:02

만화·그림책으로 돌아본 용산참사 1년

20일 '용산참사' 1주기를 앞두고 용산참사와 고인들을 돌아보는 만화책 한 권과 그림책 한 권이 함께 출간됐다.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 등 만화가 6명이 그린 '내가 살던 용산'(보리 펴냄)에는 지난해 1월 20일 숨진 철거민 5명의 발자취를 각각 담은 만화 5편과 참사가 일어난 당일의 상황을 재구성한 만화 1편 등 6편이 실렸다. 만화가들은 희생자들이 어떤 삶을 살다가 참사 현장인 옥상 망루에 오르게 됐는지 과정과 사건 발생 이후 355일째에 장례식이 치러지기까지 유족이 겪은 고통을 그렸다. 만화가들은 머리말에서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목소리와 표정이었다"며 "유가족들이 우리가 모두 그렇듯이 집으로 돌아가 일상의 피로와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32쪽. 1만1천원.그림책 작가 이승현의 '파란집'(보리 펴냄)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채워진 그림책이다. 철거민들이 올랐던 망루이자 보통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사는 집을 상징하는 파란 집, 희생자들과 '아파트 공화국'의 균열을 상징하는 아파트 보도블록 사이의 민들레 등 직접적인 사실 묘사보다 상징적인 그림으로 사회 문제를 풀어냈다. 작가는 맺음말에서 "지금 마지막으로 지키던 파란집은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지만, 떠나지 못한 영혼과 남겨진 자의 눈물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44쪽. 9천800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20 23:02

"첫 열정 잊지 않고…한국 문학에 든든한 뿌리가 되기를"

'2010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당당하게 문단에 나온 김혜원(시 당선) 문솔아(수필 당선) 백상웅(동화 당선) 정희경씨(소설 당선).19일 오후 3시 전북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2010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이들이 오랜 가슴앓이를 끝내는 순간이었다.당선자들을 비롯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 문인들이 대거 참석, 새로운 출발점에 선 후배 문인들을 격려했으며 당선자들은 "새해 아침, 이 세상에 제 작품을 화려하게 꺼내주신 심사위원과 전북일보에 감사드린다"며 더욱 정진하겠다고 약속했다.김혜원씨(48·전주시 인후1가)는 "감사드릴 분이 많지만, 감사의 말을 아끼고 아껴 좋은 시를 쓰겠다"고 했으며, 정희경씨(41·경기도 광주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데, 소설가라고 이름 붙여주신 분들께 좋은 소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문솔아씨(45·경주시 동천동)는 "수필 쪽에서는 전북일보 신춘문예가 중앙지로 통한다"며 당선의 기쁨을 전했으며, 백상웅씨(29·여수시 선원동)는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가천문화재단(이사장 이길여)이 후원한 올해 신춘문예에는 시 807편, 수필 460편, 소설 64편, 동화 64편 등 4개 분야에 총 1395편이 응모했다. 이는 지난해 1375편 보다 약간 늘어난 숫자.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작품이 쏟아졌으며 몇 년 전부터 이어진 40대의 약진은 올해도 두드러졌다. 덕분에 인생 연륜이 녹아난 깊이있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평이다.허소라 심사위원장은 "문학은 인간생명의 본향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공동체 작업"이라며 "그런 점에서 양식과 진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로 작품 선정의 기준을 밝혔다. 허 위원장은 "당선작들은 작은 것들을 통해 큰 가치를 생산해 내는 힘이 느껴졌다"고 평했다.김혜원씨 시 '먼지'는 연작시 형태를 취하면서도 내적으로 교묘하게 연결시켜 신춘문예 응모작으로는 대단히 모험적인 기법을 선보였다는 평을, 문솔아씨 수필 '누드'는 흔한 소재를 신선하게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삶의 현장성과 문학적 함축미가 녹아있다는 평을 받았다.백상웅씨의 동화 '꽃 켜는 아저씨'는 시적·동화적 상상력이 근래에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정희경씨의 소설 '액땜'은 모티브 활용, 서술 태도 등에 있어 매력적이며 작가적 재능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이동희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신춘문예는 사회현상과 문화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는 해마다 문학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묻기 위해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주목하고 있다"며 "당선자들에게 뜨거운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북일보 신춘문예가 문단의 거목으로 자라나는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며 "전북 사람·전북 문인 사랑에도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문학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에게 등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그만큼 가치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당선자들이 한국 문단에 든든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전북일보가 책임감을 가지고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문인들은 다음과 같다.(가나다 순)공숙자 곽병창 김남곤 김동수 김용옥 김용택 김자연 김재희 김정길 김정웅 김학 노령 류희옥 목경희 박예분 박태건 서재균 서정환 소재호 안도현 안성덕 양규창 윤석조 윤이현 이동희 이운룡 이은소 이종호 장태윤 장학웅 전병윤 전일환 전정구 정군수 정병렬 정양 정영길 정희수 조기호 조미애 주봉구 최영 황정연 허소라 허호석씨 등.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20 23:02

인간들을 향한 토끼 영장류의 일침

개소주를 비롯한 각종 보양식을 파는 한 건강원 앞에서 토끼의 모습을 한 인간, '토끼 영장류' 한 명이 X자 마스크를 쓴 채 1인 시위를 벌인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더불어 인본주의를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사정하건대, 걸을 때 제발 쿵쿵거리지 좀 마시라!"로 끝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이 토끼는 바로 IQ 200의 '천재토끼 차상문'이다. 김남일(53) 씨의 신작 장편소설 '천재토끼 차상문'(문학동네 펴냄)은 이 범상치 않은 주인공 차상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자못 장대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차상문은 1950년대 중후반 시골 여교사이던 어머니가 폭력적인 경찰 수사관에게 겁탈당한 결과로 태어난다. 토끼답게 다리가 팔보다 훨씬 길고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지만,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며 누구보다 머리가 좋다. 겁 없고 폭력적인 인간 영장류인 동생 차상무와는 여러모로 대비됐던 그는 미국 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나 세계 각지에서 온 다른 토끼 영장류를 만나 사고의 지평을 넓혀간다. 이후 그는 몇 번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인간들을 향해 여러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땅이 놀라니 걸을 때 쿵쿵거리지 말라"거나 "시베리아의 우디헤어나 알래스카의 에약어 같은 사라져가는 소수어를 지키자"라는 그의 주장은 전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웃과 주변, 그리고 장구한 세월 억조창생이 이끌어온 역사와 시간, 기억과 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시간적으로는, 당신들의 현재가 과거의 소중한 유산이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종자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당신들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말 그대로 억조창생이 더불어 사는 공간인 것이다. 게다가 당신들은 생각만큼 영리하지도 않다."(328쪽)작가는 이 소설 속에 '쿠나바머'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상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실존 테러리스트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일명 '유나바머'의 이야기에서 이 소설이 싹텄다고 말한다. 가히 수학천재라고 불릴 만했던 그는 버클리대 최연소 종신 교수직을 마다하고 숲 속에서 은둔하다 산업 문명을 상대로 한 테러를 일삼게 된다. 작가는 이 잔혹한 테러리스트에게 소심한 토끼의 옷을 입혀 그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유나바머가 품었던 뜻을 더욱 신랄하게 전한다. 작가가 솜씨 좋은 입담으로 전하는 차상문의 인생 역정을 듣다 보면 "인간이 과연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가", "인류 문명은 과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하는 질문이 결코 우문(愚問)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368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8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어플루엔자' : 풍요의 시대, 소비중독 바이러스

"커피 문화의 원조는 유럽이다. 하지만 세계 인스턴트 커피 트렌드와 기술을 주도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세계 각국에 지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아니라, 한국 지사가 글로벌 시장 전체에 적용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최초로 시작하는 것이다. (…) 박영렬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까다롭기로 세계 시장에서 정평이 나 있다'며 '그런 점 때문에 한국은 그들에게 중요한 성공의 시험장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지난해 말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한국이 소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한다니,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소비유통 분야에서의 대기업과 지역 영세상인들의 충돌도 그런 부작용에 속한다.이 충돌은 '2자 게임'이 아니다. 소비자도 참여하는 '3자 게임'이다. 소비자들은 말이 없지만, 사실 이들이 모든 걸 결정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상인들이 '국적'과 '지역'을 뛰어넘어 오직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으로 승부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지역 영세 상인들은 그걸 전제로 해 주로 관(官)을 상대로 한 힘겨운 투쟁에 임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그런 의식은 건강하며 바람직한 것인가? 한번쯤 자문자답(自問自答)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1997년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 TV에서 방영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어플루엔자>라는 다큐멘터리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어플루엔자(Affluenza)다. 이 다큐를 보강해 낸 책이 존 더 그라프(John de Graaf), 데이비드 왠(David Wann), 토머스 네일러(Thomas Naylor), 박웅희 옮김, 「어플루엔자 : 풍요의 시대, 소비중독 바이러스」(한숲, 2002)다.어플루엔자란 무엇인가?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으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하는 과중한 업무, 빚, 근심, 낭비 등의 중상을 수반한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상 최대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시대, 우리 사회는 탐욕에 감염되고 있다. 인간은 더 많은, 더 좋은 그리고 특히 새로운 것들을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모든 넋을 빼앗겼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에 감염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인간마저 소비되고 있다. 어플루엔자는 최악의 전염병이다."이 전염병은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 원리가 된 경제적 팽창에 대한 강박적인, 거의 맹신에 가까운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플루엔자의 구체적 증상은 쇼핑 중독으로 나타난다. 소비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짧은 기간에 이윤 총액의 25%를 올린다. 1986년만 해도 미국에는 고등학교가 쇼핑센터보다 많았지만, 불과 15년이 채 안되어 쇼핑센터가 고등학교의 2배를 넘어섰다. 10대 소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소일거리로 쇼핑은 꼽은 사람은 전체의 93%에 이르렀다. 그들의 쇼핑을 가능케 하는 게 바로 신용카드다.미국인은 1인당 평균 5장이 넘는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소지 연령이 점점 낮아져 일부이겠지만 12살 짜리 아이들까지 신용카드를 갖기에 이르렀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소비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되도록 가입자들이 가급적 빚을 많이 지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마케팅 기법을 구사한다. 대부분의 상점들도 별개의 고객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단골 구매자를 대상으로 구매 물품을 항목별로 추적하기 위해 약간의 할인 혜택을 주면서 그 거래정보를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는 한국에서도 많은 업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어플루엔자라는 전염병은 주로 미디어의 매개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홈쇼핑 방송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 책에 따르면, "비판론자들은 그런 방송을 멍청이들에게 끊임없이 싸구려 물건들을 보여주는 채널이라고 조롱하지만 그런 방송을 케이블 TV에서 아주 볼 만 하고 대단히 유익한 채널로 꼽는 미국인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에 누군가 텔레비전을 '광대한 쓰레기장'이라고 불렀는데, 쇼핑 채널이 등장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통신판매 카탈로그와 쇼핑 채널은 단순히 상품만 전하는 것이 아니다. 대단히 효과적으로 어플루엔자를 확산하는 매개체인 것이다."어플루엔자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든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간 10만 달러를 벌면서도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모두 최정상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 것이다. 과거엔 자신이 부자라는 걸 감추려 했지만 이젠 뽐내는 세상이 되었다. 대중매체가 그걸 미화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이젠 "돈은 민주주의를 지배하지 않는다. 돈이 민주주의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해결책은 없는가? 없다!지미 카터라고 하면, 한국인들조차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그가 여러모로 무능했던 건 분명하지만, 그가 어플루엔자에 도전한 거의 유일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는 1979년에 행한 '국민병(national malaise)' 연설에서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현재 방종과 소비를 숭배하고 있습니다."라고 개탄했다. 어플루엔자를 대하는 그의 이런 자세가 재선 패배의 한 이유가 되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샤이는 "카터가 패배하는 데는 그가 경제성장과 자본개발이라는 높고, 넓고, 멋진 개념이 현대 미국의 정신에 얼마나 깊이 자리잡았는지 알아채지 못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어플루엔자에 영합하는 정치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어플루엔자는 대통령 권력으로 치유할 수 있는 병도 아니다. 이미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소비(consumption)라는 영어 단어는 낭비, 약탈, 탕진, 고갈 등을 의미했다. 폐병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언제부터 바뀌었던가? 1929년에 발생한 세계 대공황 이후다. 국민이 소비를 자제하면 경제가 돌아가질 않는다. 소비는 미덕을 넘어 애국이 된 세상이다. 그럼에도, 무력하게 들릴망정 저자들의 다음과 같은 결론을 한번쯤 음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이 책의 핵심적인 논지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욕구와 필요를 줄이는 차원에 이른다. 우리는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좇는 태도를 버리고 만족할 줄 알고 건강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따를 수 있다. 풍요로운 생활방식에서 야기되거나 심화되는 각종 질병과 싸우기 위해 우리가 지출하는 그 모든 돈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어플루엔자는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씀으로써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1.15 23:02

문인들이 그림과 글로 그린 자화상

시인과 소설가들이 그림과 글로 자신들의 내밀한 모습을 공개했다. '작가가 그린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가짜다'(헤럴드미디어 펴냄)에는 42명의 작가가 그린 자화상과 '나'에 대해 쓴 글이 함께 수록됐다. 상당한 수준의 그림 솜씨를 갖고 있어 전시회도 여러 차례 연 소설가 윤후명 씨는 두 봉우리 위에 자신의 얼굴과 새가 있는 그림을 그렸다. "내가 쓰거나 그리는 행위는 나를 '바로 보자'는 선을 지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애초에 '나'는 없었던 것이다. 삶이란 자기를 완성해 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바꿔 말해도 되겠다. 두 봉우리로 그려진 땅이 있고, 그 위 하늘에 새가 있다. 그런데 내가 나라고 그린 얼굴은… 과연 누구인가. 내 희망인가, 절망인가. 차라리 멸(滅)을 향한 환(幻)인가."(17쪽)소설가 마광수 씨는 "현재의 내 모습은 그동안의 풍파 때문인지 후지기 그지없다"며 "다시 태어난다면 '야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커다란 눈과 긴 손톱을 가진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자화상 대신 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생일 카드에 그려준 그림을 실었다. 커다란 눈에 넥타이를 맨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에 대해 작가는 "그 아이는 분명 지금의 나와 반대되는 모습을 그려 생일 카드로 보냈으므로, 장차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살펴 분수와 능력에 걸맞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려 했었던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승원, 이순원, 박범신, 권지예, 김종광, 윤이형, 김경주 등 중견부터 신진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들이 개성 넘치는 자화상으로 자신의 속살을 내보였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작가가 그린 자화상'이 그려낸 한국문학의 사생활은 구상적 선에서부터 현란한 색채나 도표로 가득한 발랄한 상상력까지 다양한 폭과 깊이로 제시되어 있다"며 "이제부터 독자는 탐정이 되어 작가들이 널어놓은 빨래 속에서 작가의 진짜 삶과 허구적 진실의 단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4 23:02

부안읍 역사·문화의 향기 '고스란히'

연못 주위를 감싸고 있는 소나무에 학두루미가 수없이 날아와 소나무가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는 송학(松鶴)마을. 밤이 되면 도깨비불이 많은 곳이어서 괴이할 괴(怪)를 써서 '괴제'라고도 했다.부림(扶林)마을에는 지금도 시내 한복판에 300년 전에 조성된 영월신씨 덕무공파 선조의 묘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곳은 호남의 10대 명당자리로 통한다.송학마을과 부림마을 모두 부안군 부안읍에 있는 마을. 부안읍자치위원회가 「부안읍의 역사와 문화」를 펴냈다.부안읍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많은 문화와 역사가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군의 문화와 역사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 「부안읍의 역사와 문화」는 부안읍과 관련된 독창적인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오랜 시간 자료수집과 현지조사를 거쳐 발간한 것이다.책은 '사진으로 본 부안읍의 어제와 오늘' '부안읍이 걸어온 길' '마을 유래와 풍속' '부안읍의 문화유적' '읍내 사람들의 삶과 문화' '문학으로 돌아보는 읍내 산하' '부안읍의 역대 읍장'으로 구성됐으며, 부록으로 부안현 구 관아위치 평면도와 부안도서도, 부안격포도형 변산 좌·우도, 부안상소산도 등이 수록됐다.양규태 부안읍자치위원장은 "다른 나라 역사는 눈 감고도 줄줄 외우는데 자신이 태어난 역사와 문화는 모르고 지내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누군가 글로 적어 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고향이 그리워질 때 고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1.14 23:02

최승호 "어린이, 언어의 미식가로 키워야"

"엉뚱하다 뚱딴지 / 얼렁뚱땅 뚱딴지 / 두더지야 뚱딴지 먹자 / 엉, 뚱하다 뚱딴지 / 울퉁불퉁 뚱딴지 / 땅강아지야 뚱딴지 먹자 / 엉, 뚱하다 뚱딴지"1977년 등단해 30여 년간 '대설주의보', '그로테스크',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등 화제작을 선보인 중견 시인 최승호(56)씨가 쓴 동시 '뚱딴지' 일부다. 시인이 우리말의 음악성을 살려 지은 동시들을 모은 '말놀이 동시집'(비룡소 펴냄) 시리즈는 2005년 출간 이후 총 12만 부나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5권 완간을 기념해 12일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말놀이 동시들을 쓰면서 내 안에 장난스러운 소년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집의 인기 비결로도 어른들이 시에서 찾으려 애쓰는 '뜻'을 버리고 '소리'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독자인 어린이 중심으로 쉽게 썼다는 점을 꼽았다. 가령, 2권에 실린 '도롱뇽'은 "도롱뇽 노래를 만들었어요 / 도레미파솔라시도 / 들어 보세요 // 도롱뇽 / 레롱뇽 / 미롱뇽 / 파롱뇽 / 솔롱뇽 / 라롱뇽 / 시롱뇽 / 도롱뇽"으로 이어진다. "말놀이 동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점점 노래로 변해요. 아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를 읽으며 춤추고 노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동안 동시들이 뜻에만 치중해 아이들을 억압했는데, 해방해야 해요. 아이들은 '도롱뇽'을 아주 좋아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어렵다고 그럽니다. 구슬 굴러가는 소리를 느끼는 즐거움이 있는 시인데 어른들은 시의 주제와 상징을 따지며 어려워하는 거죠."'말놀이 동시집'에는 별 뜻 없이 말을 가지고 노는 시들이 많다. "라미 라미 / 맨드라미 // 라미 라미 / 쓰르라미 // 맨드라미 지고 / 귀뚜라미 우네"로 이어지는 시 '귀뚜라미'처럼 소리글자인 한글의 맛을 살려 두운과 각운을 맞춘 시다. "한시나 영시에는 운문시의 전통이 있는데, 우리는 한자로 운문시를 쓰고 한글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놀이 시 쓰면서 우리말로도 운문시를 쓸 수 있구나 했어요. 우리말이 지닌 우연성이 있거든요. '구리'로 끝나는 말에 딱따구리, 개구리, 쇠똥구리, 너구리가 있는데 이 낱말들을 반복하다 보면 말의 음악성이 살아나게 됩니다."리듬감을 살려 노래하듯 읊을 수 있는 시들과 함께 언어의 모양을 살려 재미를 더한 시도 있다. '뿔'이라는 낱말의 쌍비읍(ㅃ)에 계속 비읍(ㅂ)을 이어 붙여 진짜 뿔 모양 그림이 된 시나 커다란 글자 '응'의 이응(o) 안에 또 다른 '응'을 계속 써 넣은 시는 언어의 색다른 회화성을 보여준다. 그는 "시인은 언어의 요리사 같은 존재"라며 "어린이를 우리말의 맛과 멋을 음미할 줄 아는 '언어의 미식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고 미식가들이 이를 즐기듯이 시인이 언어를 요리해 독자들이 이를 음미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햇빛', '햇살', '햇볕'은 시를 쓸 때 완전히 다른 물감입니다. '햇빛'은 찌르는 낱말이고 '햇살'은 곡선이고 '햇볕'은 면적이죠. 그 차이를 가르쳐줄 텍스트가 거의 없습니다. 말놀이를 하면서 언어에 대한 감각도 익히고 상상력도 키울 수 있죠. 예술을 가르칠 때 중요한 것은 느낌이지 지식이 아닙니다." 시인은 "음식은 요리사의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것이며, 작품은 시인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며 주입식 교육을 경계했다. "우리 교육이 어린이들의 느낌이 섬세해지고 안목을 높아지도록 하는 교육은 아닐 겁니다. 경마장에서 어린 말들이 뛰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주입식보다는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3 23:02

최인호 소설 '가족' 35년 만에 연재 중단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인 최인호 씨의 '가족'이 35년 만에 연재를 중단했다. 11일 월간 샘터사에 따르면 2월호에 '402+소망 - 가족은 인생의 꽃밭입니다'라는 연재 중단 특별기사를 수록하는 것을 끝으로 '가족'의 막을 내리게 된다. 샘터사는 "최씨가 지난 10월호를 끝으로 휴재 의사를 전한 데 이어 연말에 연재 종료의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최씨는 침샘암으로 투병하면서 지난 2008년 7월호 이후 7개월간 연재를 잠시 쉬기도 했다. '가족'은 1975년 9월호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소설로 지난해 8월 400회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한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이다. 작가는 '가족'을 가리켜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해왔다. 최씨는 지난해 10월호에 수록된 마지막 '가족' 원고에서 요절 소설가 김유정의 유서를 인용하며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 . 어 . 나 . 고 . 싶 . 다"고 끝맺기도 했다. 한편 샘터사는 독자들의 감사와 건강 기원을 담은 종이학 천 마리로 감사패를 만들어 작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1.12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