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엄마랑 아빠 모심으러 논에 가니까 할머니 밥도 챙겨드리고 방 청소도 하고 ...""응. 알았어 알았어∼"나는 엄마의 당부가 끝나기도 전에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시끄러운 기계음에 귀를 틀어막고, 방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이불을 뒤집어 써봐도 다시 잠을 청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모처럼 여유 있는 주말을 보내겠거니 했던 기대는 아침부터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이미 황금 같은 주말을 부모님을 위해 내놓은 터라 나는 서둘러 집안 구석구석 일거리를 찾아서 했다. 비록 자질구레한 일이었지만 힘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방청소를 마치고 나는 녹초가 되어 방 한가운데 누워버렸다. 그때 엄마가 오셨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엄마는 새참 준비로 분주하셨다. 그리고 서둘러 새참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국이 들어있는 냄비를 엄마에게서 뺏다시피 하여 들고 엄마와 나란히 논으로 향했다. 논은 집에서 꽤 멀다. 가는 도중에 엄마께선 괜찮으니까 집에 가라고 말리셨지만 그런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논에 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물론 엄마 혼자서 무거운 새참을 들고 논에 가는 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진짜 속셈은 새참에 있었다. 논에서 먹는 새참 맛은 ! 어떤 맛있는 반찬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그 새참 맛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행여 국물이 흐를까 노심초사하며 냄비를 보물단지 모시듯 논까지 가지고 갔다. 아빠는 배고픔도 잊은 채 모심기에 여념이 없으셨다. 이앙기와 일체가 되어 넓다란 논을 연둣빛으로 소중히 물들이는 것이다. 나는 새삼스레 가슴이 찡 해졌다. 그리고 이앙기를 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이앙기야. 너는 우리 아빠 슬프게 하지마. 알았지?'3년 전 이맘때 토요일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놀다가 해질 무렵에서야 귀가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려는데 어디선가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어디 불이라도 났나?'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에 가는데, 집이 가까워질수록 검은 연기는 또렷해지기만 했다. 나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심장은 100m달리기를 한 것보다 세차게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우리 집은 아니겠지. 아닐꺼야.'하며,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지만 다리는 점점 힘이 풀려 비틀거리고 있었다. 집이 보였다. 집은 아무렇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 집 앞에 있는 하우스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집까지 단숨에 달렸다. 마을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여럿 모여있었고, 아빠는 불길에 휩싸인 하우스 바로 옆 하우스 위로 올라가 열심히 부직포를 걷어내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구부러진 몸으로 부지런히 물을 날랐고, 동네 사람들도 불길 속에 물을 던졌다. 나는 가방을 내팽개치고 거기에 동참했다. 그 하우스는 기계를 보관하는 곳이다. 한쪽에는 트랙터와 이앙기. 다른 한쪽에는 콤바인, 경운기, 자동차까지 있었다. 겉을 부직포로 씌웠기 때문에 불은 쉽게 번졌다. 다행히도 아빠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옆 하우스까지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앙기가 새카맣게 타버렸다. 곧 모를 심는다고 그 날 아침 아빠는 그렇게도 정성스럽게 이앙기를 씻었는데.뼈대만 앙상히 남은 하우스와 타버린 이앙기를 보며 아빠는 씁쓸함과 허탈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 날 저녁, 나는 아빠의 손과 다리에 약을 발라 드렸다. 화상이 꽤 심했다. 나는 병원에 가봐야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아빠는 손을 휘휘 내저으시며 괜찮다고만 하셨다. 아빠는 고통스러운듯 얼굴을 찡그리셨지만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크리란 걸 알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이앙기를 다시 사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서 아빠는 이앙기 사기를 망설이시다가,"어쩌면 숨을 거두기 전까지 농사꾼으로 살아야 하는데 기계는 있어야지…."하시며 올해 마음먹고 이앙기를 사셨다. 나는 이앙기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3년 전 그 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젠 아빠의 몸과 마음의 상처도 거의 아물었으니 새 이앙기가 아빠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 아빠~ 새참드시고 하세요!" 아빠는 알았다는 듯 밝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오늘따라 아빠의 검게 탄 얼굴에 피어오르는 환한 미소가 더욱 눈부시다./백산고 3학년 오보람◇글을 읽고'하우스, 부직포,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농촌을 말하는 단어들이다.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자식 만큼 귀한 것들이다. 보람이는 농사 짓는 아버지와 농기구, 농작물, 땅 사이에서 살아간다. 불길에 휩싸인 하우스에 애타는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지켜보는 보람이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아버지의 외상 보다 마음의 상처가 크리라는 것을 아는 보람이는 이미 아이가 아니다. 마음과 글이 나무랄 데가 없다. 할머니와 더불어 불 끄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은 처절한 감동이다./이용범(시인)
△ 교실 안에 갇힌 아이, 자연 속에 커가는 아이익산 리라자연유치원 원장인 김용님씨의 책.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생태교육,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 교육이야기다. 저자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돕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미디어/9천5백원. △ 삼의당 김부인 유고여성이 문필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조선조 말, 몰락한 양반가 여성 김삼의당 시문집을 전북대 이월영 교수가 번역했다. 2권 1책인 이 문집은 99편의 시와 19편의 문이 수록, 여성으로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신아출판사 펴냄/1만3천원△ 빨간 바이러스'시대의 논객' 진중권씨가 바라본 지난 1년 동안의 한국 사회. 2004년 총선을 기점으로 탄핵까지 한국 정치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폭력과 상스러움' 이후 2년만에 펴낸 책이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전투적이며 통찰도 예리하다. 아웃사이더/9천8백원△ 이공계 살리기일본의 이공계 기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 우리 사회의 이공계 위기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시사할 점이 많다. 이공계 관련 인사들과의 인터뷰 등 이공계 사람들의 삶과 연구, 보상과 미래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사이언스북스/1만5천원.△ 국왕은 커브를 틀지 않는다아나운서 성세정씨가 펴낸 두 번째 역사기행문. 남원과 경북 안동, 충남 공주와 부여, 강원도 철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 등 역사적 상상력을 통한 발상의 전환 뿐 아니라 문화재를 미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영진닷컴/1만3천원.△ 족보현대 중국 문학계의 거장인 조선족 출신 소설가, 림원춘씨의 장편소설.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 조선족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을 통해 조선족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잘 담겨 있다. 하이비전/8천5백원
오늘날 전라북도가 근대화 시대에서 선행하지 못하고 여전히 낙후된 지역으로 남게된 결정적 계기는 풍요로운 옥토와 수량 때문이다. 풍요의 땅에 가해진 수탈, 특히 식민지 지주와 소작지 수탈은 전북의 부와 잉여를 빼앗아 가버렸다. 전북대 원용찬 교수(47·경제학과)가 일제시대 전북의 농업 수탈 상처를 통해 전북의 오늘과 내일을 짚어보는 '日帝下 전북의 농업수탈사'를 펴냈다."오직 쌀에서만 전북의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쌀은 포기할 수 없는 민족적 재화이고 쌀을 이해하기 못하면 전북의 방향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적 희생을 보상해 주는 것이지요. 이젠 농촌의 희생도 보상해줘야 합니다.”원교수는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호남지역은 저미가 식량과 저임금 노동자를 배출하는 공급기지로 규정됐다고 말했다. 값싼 식량은 도시 노동자의 저임금을 유지하는 토대였으며 농촌의 피폐화를 통한 농업 인구의 상대적 과잉과 외부 방출은 결과적으로 공업과 농업의 불균등, 즉 전북의 후진성을 초래했다는 것. 수탈에 맞선 항일농민운동을 통해 근대사의 원동력과 전북의 희망을 읽어낸 원교수는 '개항기 일본인의 진출과 전북의 토지수탈' '토지조사 사업과 전북의 식민지 농업' '식민지 농업과 전북의 대지주제' '일제하 전북의 농업생산과 산미증식 계획' '대지주제와 소작농, 그리고 소작쟁의와 항일농민 운동' 등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마음으로 식민지 시절 고통을 느끼기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읽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하는 원교수는 가능한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쓰고, 당시 신문기사와 통계자료 등을 실어 경제사적 접근을 위해 노력했다.'전라문화 총서 14'로, 2001년 연구책임자로 작업했던 전북학 연구논문집(농업경제 분야) 중 전북의 식민지 농업사를 묶은 것이다.
중국에 살고있는 조선족은 누구인가. 그들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인 동시에 기회로 다가서고 있다. 협력과 경쟁속에, 때로는 북핵관련 6자회담을 중재하는가 하면 때로는 고구려를 자신들의 지방정부라 주장한다.이러한 흐름속에 조선족은 중국과 한국의 완충지대 역할이 기대된다. 같은 핏줄이면서도 중국 국적을 갖는 조선족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연구과제다.이같은 작업에 커다란 디딤돌이 되는 책이 선보였다.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인 김경식 박사(연변대 객좌교수·전 군장대 교수)가 펴낸 '재중한민족교육전개사(在中 韓民族敎育展開史)'가 그것. 이 책은 김박사가 8년에 걸쳐 자료를 찾고 직접 발로 확인한 역작이다. 분량만도 상권과 하권 2권을 합쳐 1천4백80쪽에 이를만큼 방대하다. 특히 조선족이 어떻게 교육을 받아왔고 어떻게 교육하는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미 2001년 '조선족생활사'를 펴내 각광을 받은 바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1860년대의 초기 이민사에서 부터 1995년 까지를 소상히 다루고 있다.이 책은 크게 7개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장은 몇가지 예비적 인식으로 중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에 대한 개괄에 해당한다. 이어 2장(정착·시련기)은 이주 초에서 1930년까지, 3장(수난기)은 1945년 광복까지, 4장(광복기)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까지, 5장(발전기)은 1966년 문화대혁명까지, 6장(좌절기)은 1976년까지, 7장(재발전기)은 1995년까지를 다루고 있다.이 책은 조선족이 밀집해 있는 동북3성을 중심으로 자칫 묻혀버릴 수 있는 자료를 일일이 챙기고, 20회 가까운 중국방문을 통해 관련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었다. 그만큼 현장감이 묻어난다. 독립기념관 이문원 관장은 이 책을 ”교육사의 주된 관심이 국내에 머물고 있는 풍토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역작"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냥 우스개지요. 비결은 무슨 비결이 있겠습니까. 아직은 유머가 면세니까 마음놓고 합니다. 앞으로 혹시 유머에 '희희낙락세'라도 붙는 날이면 그만두어야지요.”해학적인 표현은 타고난 여유와 언어구사의 순발력이 있어야겠지만, 품격있는 유머는 따로 있다. 산민(山民) 한승헌 변호사(70)가 객담(客談)을 묶어 세상에 냈다. 잡지 '다리'와 '책과 인생'에 연재됐거나 일간지와 잡지에 실었던 1백3편의 글을 모은 유머 에세이집 '산민객담'(범우사). 그의 일상에서 '우연히 순간적으로 떠오르고, 기억해낸 해학'의 파편들이다. 험난한 시대, 독재권력에 의해 핍박받았던 양심수와 정치범들의 변호를 도맡으며 녹록치 않은 삶을 꾸려온 한변호사의 일상은 그 자체로 한국사의 한 단면이 된다. 그래서 그의 '객담'은 특별하다. "즐거움과 통쾌함을 동반하는 해학이 때론 정직하고 진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정론에 얽매이는 경직과 피곤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까요.” 객담은 말 그대로 군소리지만 한변호사의 객담은 결코 가볍거나 경박하지 않다. 사람의 가슴을 더불어 열어주는 푸근한 해학과 촌철살인의 멋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그와의 만남을 즐거워한다. 한변호사와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으로 알려진 군법회의 군사재판 피고석에서 인연을 맺은 고은 시인은 "그저 웃음부터 베풀고 보는 것이 그의 천성”이라며 "감옥 안에서도, 법정에서도, 수사본부의 지하 2층 조사실에서도 그의 천부적인 웃음은 중단될 줄 몰랐다”고 소개한다. '오적'필화사건으로 만난 김지하 시인과의 일화도 그렇다. 변호사의 반대 신문. 한변호사는 사건의 실체를 한 두 마디 물음으로 요약해 간단히 밝혔다. "피고인은 공산주의 잡니까?” "아닙니다.” "그럼 왜 이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까?” "나도 모르겠습니다.” 김지하는 이 순간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유명한 꼭지 따기'라고 표현했다. 시인이 말하고 싶었던 항변의 꼭지를 약속이나 한 듯 똑똑 따내주었기 때문이다. 60년대의 풍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책의 끝에는 중앙대 임헌영 교수가 '폐쇄사회의 캐리커처'란 제목으로 작품해설을 곁들였다. '쉽게 읽히고 알아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에 굳이 무슨 해설'이란 생각도 들지만, '판소리나 육자배기에 스며들었던 정한의 정서를 이룬 골계와 해학'이나 '1960년대 이후 독재체제의 권위주의에 대한 경쾌하고 통쾌한 반란의 소산'을 거론하는 임교수의 글을 접하면 책장을 처음부터 다시 넘기게 된다. 한변호사는 유머를 "비정한 현실과 화해·공존할 수 있는 '햇볕정책'”이라고 소개했다. 답답한 세상에서 삶을 관조하고 여유를 갖기 위해 유머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유머나 해학도 익숙해야 합니다. 그래야 금방 함께 웃지요. 그러지 못한 건 내 표현능력이 모자라거나 상대의 유머 감각이 개발 안 된 경우이겠지요.” '산민객담'(범우사)과 같은 책이 나오게 된 한국사회의 현실, 그 자체도 아이러니한 해학의 단편이라고 말하는 한변호사는 "책을 엮으며 보존이 안 돼 찾지 못했거나, 책의 분량을 고려해 넣지 못한 글이 적지 않다”고 들려줬다. 싣지 못한 글들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그의 해학은 특별한 재미이고, 특별한 감동이다. 우연히 알게 된 일 하나. 꽤 인상적인 이 책의 표지그림은 저자의 손자인 초등학생 승진이가 여섯살때 그린 것이다.
독서기피증에 걸린 아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PC게임 등에 푹 빠져 있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하는 어머니들도 심심찮게 만난다. 독서를 권하는 말을 귓등으로 날리며 읽는 문화보다 보는 문화에 익숙해져만 가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라는 K여사의 푸념이 결코 강 건너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어찌 아이들 탓만으로 돌리겠는가. 부모가 집안에서 리모콘 하나로 여가를 소일하면서 자녀에게는 책읽기를 강요한다면 순순히 따라줄리 만무하다. 텔레비전을 볼 때 우리의 뇌는 40%만 작동된다고 한다. 만화를 볼 때는 60%, 책을 읽을 때는 100%가 작동된단다. 어려서 책을 읽지 않으면 사고력 개발이 뒤쳐지게 됨은 자명한 일이다. 괴테의 어머니는 괴테가 어렸을 적에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동화를 끝까지 읽어주지 않고 끝부분을 생략하면서 끝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도록 했단다. 괴테는 잠들기 전 얼마동안을 그 이야기의 뒷부분을 상상하느라 늘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뒷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런 어머니의 독서지도가 그를 문호로 탄생시켰다. 이것이 독서에 흥미를 갖고, 나아가 독서로 인한 영향이 한 인간의 창조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증거라 할 수 있다. 독서가 주는 이점은 단순히 책 속에 들어있는 지식이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높여주는 일이다. 사람은 배워서 알고, 지식을 이용해 사고하고 교육되는 존재다. 그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곧 독서라는 것은 누누이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독서를 하려는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강요만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있다. 사람은 제각각 개성과 관심이 다르며 직업도 다르다. 그러므로 읽고싶은 책이 달라질 수 있다. 바둑을 배우는 자는 바둑에 관한 책을, 만화가가 꿈인 사람은 만화를 자주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자기교육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걸 알면 무엇하겠는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일 출판되는 책은 300여종. 홍수처럼 쏟아지는 출판물 중에는 인격과 전문지식, 정서함양 등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100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한 구절의 명언을 읽고 사색할 때 인간은 정신적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이점이 독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괜찮은 이유다. 하지만 독서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만약에 어떤 아이가 책을 1시간 이상 읽을 수 있다면 성공하는 성격이 준비된 것이다 라고 말한다. 에디슨도 베토벤도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성공의 열쇠는 IQ가 아니라 집중력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집중력이고 사고력과 창의력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적어도 한 가지 사상을 배울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배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독서로 인한 배움이 자신을 정신적 부자로 만들어준다. 방학과 휴가철이 시작되면 옥외생활이 늘어나며 동적인 활동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것이다. 몸만이 아니라 두뇌도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둔화된다. 휴가가 육체적 회복을 위하여 있는 만큼 정신적 능력의 충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 올여름은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때 일거양득의 진정한 휴식을 집안에서 해보면 어떨까. 가장 흔한 찬물에 발 담그고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면 육체와 정신의 완전한 휴식이 될 것이다. 세상 바깥은 폭염이나 집안의 사람은 삼매경에 빠지시라. /이연희(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
졸음소리 없는 도둑 살금살금 와서 두 눈 스르르 두 눈 스르르 참아도 참아도 그새 스르르 잠든다 /고창초등학교 4학년 윤지원보고싶은 북한 친구에게안녕? 난 남한에 사는 라경이라고 해. 니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래도 반가워.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되면 우리 만날 수 있겠지? 만나더라도 우리 어쩌면 하고 싶은 말 많아도 못할 수도 있겠지! 왜냐하면 우리말하고 너희들 말하고 다르니까 말이야. 그래서 통일의 필요성을 알 거 같아. 그런데 너희들도 꼭 통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들면 난 기쁘고 그런 마음이 들지 않으면 통일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어. 있잖아, 나 너희들하고 정말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 그런데 너희들을 만날 수가 없으니까 그게 아쉬울 뿐이야. 내가 너희들하고 친구가 되면 말은 안 통하더라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을 거야. 너희들이 외국인도 아닌데 무슨 말을 못하고 또 어색하겠니?우리가 만약 통일이 되어 친구가 되면 우리 서로 남한과 북한 이야기도 같이하고 또 우리 여러 곳을 함께 여행해 보자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희들 학교 생활도 너무 궁금해. 너희들도 우리 학교는 어떨지 궁금하지? 우리 서로 궁금증을 풀려면 빨리 통일이 되어야만 해, 그렇지? 내가 어릴 때는 궁금한 것도 별로 없었는데 커 가면서 북한에 대한 것들이 너무 궁금해. 내가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는 것도 통일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겠지?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내 친구들은 많지만 북한친구들은 못 사귀어 봤어. 그래서 아쉬워. 그런데 너희 북한에서 폭발사고가 생겨서 어린이들도 죽고 소중한 재산들도 잃었다고 한 걸 들었어. 돕고는 싶은데 그러지를 못해서..... 외국사람도 아닌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모른 척 할 수 없어! 그래서 이럴 때마다 통일을 하지 못한 나라가 원망스러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희들은 안 그러니? 너희들도 우리나라 사람이니까 그런 마음이 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 때쯤은 통일이 되었을까 궁금해. 그러길 바래.우리 통일이 되면 항상 언제라도 만날 자신이 있지? 그때까지 그럼 잘 있어, 안녕!2004년 6월 12일 토요일 - 남한의 영원한 벗 라경 씀 - /전주삼천초등학교 3학년 윤라경글을 읽고◇지원이의 글... 왜 어린이 글 쓰기 교육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점심 식사 후 쏟아지는 졸음을 소리 없는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참 기발하다. 더운 여름 날 선풍기 네 대로 스무 평 교실을 식히며 아이들은 오후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잠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는데 이런 날은 교과서를 덮고 한 숨 푹 자 보게 하면 안될까! 소리 없는 도둑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다./김종필(아동문학가)
봄 선물"소리야, 이 새 이름이 카나리아래. 깃털 좀 봐. 예쁘지?""내가 좋아하는 노랑색이다! 와 ∼"봄이 되면서 내게는 새 두 마리가 왔다. 엄마께서 새 두 마리를 사 오셨다. 3학년이 되어 부쩍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진 나에게 옆에서 밉지 않게 쫑알거리는 새들은 곧 나의 말동무가 되었다. "넌 공부도 안하고 좋겠다.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하면, "넌 공부도 하고 좋겠다."라고 대답해 왔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공부하는 데에 투자해야 했던 나에게 새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계속 먹고 놀기만 하는 새들에게 질투가 생긴 나는 새장을 건드리며 심술을 부리기도 했다. 그렇게 짜증을 부리는 내게도 노랑 카나리아는 노래를 해 주었다. 카나리아는 내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새가 우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저녁이 되면 조용히 자는 새였는데, 이상했다. 나가보니 평소 다정히 붙어 자던 새들이 서로 떨어져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놀라 호들갑을 떨던 나는 아빠를 불러 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울고 있던 새 한 마리의 발에 피가 가득 묻어 있었다. 아니,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빠께서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 다음 붕대를 감아주었으나 그 새는 발이 낫지 않고 피를 흘렸다. 알고 보니, 그 새가 치료한 발을 자기가 뜯고 있었다. 새는 상처를 감은 붕대를 견디지 못해했던 것이다. 결국 그 새는 죽고 말았다. 새 한 마리가 죽자, 홀로 남은 그 새의 짝도 몇 일 뒤에 죽어버렸다. "새야, 이젠 짜증내지 않을게. 옆에서 시끄럽게 해도 되니깐 제발 다시 와, 응? 내가 매일 노래 불러줄게 " 두 새가 죽고 오래 뒤에야 난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은 혼자 노래해도 슬프지 않다. 공부만 해도 힘들지 않다. 새들하고 함께 한 추억이 있으니깐. 노오란 카나리아 새 두 마리는 아마 공부에 지쳐있는 나에게 행북을 주려했던 신의 작은 봄의 선물이 아니었을까/서신중 3학년 김소리 들풀 고요한 달빛이 밤하늘로 번져가는 동안 작고 여린 풀 하나가 적막의 자장가 속에 담벼락에 힘겹게 기댔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채이고, 밟혔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은 몸짓으로 그렇게 누웠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더렵혀진 몸을 아침이슬에 씻으며, 뭉개진 몸을 따뜻한 햇살에 일으키며, 오늘도 힘든 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오늘 아침 잎 사이로 흘렸던 눈물만큼, 사람들의 무관심의 잘못만큼, 그 모든 것을 용서하고, 수용한 들풀의 마음만큼. 수줍은 모습의 들꽃이 아프도록 뜨겁게 필 것을....... 나는 안다 사람들 모두가 한 번씩 허리 숙여 꽃의 향기를 맡은 후, 그 아름다운 향기와 모습을 사랑하고, 감사해 할 것을....... <글을 읽고>◇소리의 글.. 이 작은 여중생에게 다녀간 노랑 카나리아는 어찌하여 '신의 선물'이 되었을까? 그 고운 색깔이나 소리보다도 글쓴이는 새들과 함께 한 나눈 교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 나눈 정과 사랑을 남기고 죽은 카나리아는 소녀의 가슴속에 살아 남았다. 빛이 아니라, 소리가 아니라,가슴으로 오고 가슴으로 받는 것이 신의 선물인가 보다.◇홍주의 글.. 참 이상하지? 여린 풀 하나가 담벼락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까닭이, 그 때에 달빛 번지고 이슬 내리는 것이. 참 이상도 하지? '아프도록 뜨겁게' 꽃 피우는 것이, 그 거룩한 일들이 '밤'을 지나며 이루어진다는 것이. '허리 숙여'야만 향기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의 일이 그렇다는 것이. 작은 '들풀'에 대한 노래이지만, 하늘 가득한 그 향기가 사람의 허리를 낮추게 하는 시이다./오창렬(시인)
1947년 10월 전주시 경원동에서 태어난 최명희는 1981년부터 시작하여 10년이 넘는 긴 세월을 거쳐 대표작 '혼불'을 완성했다. "가장 한국적인 말의 씨앗으로 춘향전이나 심청전 같은 우리 식 고유의 이야기 형태를 살리면서 서구 전래품이 아닌 이 땅의 서술방식을 소설로서 형상화하여, 기승전결의 줄거리 위주가 아니라, 낱낱이 단위자체로서도 충분히 독립된 작품을 이룰 수 있는 각 장, 각 문장, 각 낱말을 쓰고 싶었다”던 작가의 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혼불'의 독특한 서술 방식은 우리 소설사에서 전통적 이야기 방식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특히 서사 문법의 논리나 서사진행의 선조적 진행을 거부하고 감성과 직관을 중시한 최명희의 글쓰기는 호남지역 특유의 문학풍토와 깊은 연관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소설에 포함된 방대한 전통 문화와 역사 자료는 민속지로서의 '혼불'의 위상을 말해줄 뿐 아니라 역사해석을 위한 사료로서 그 귀중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작가 최명희의 '혼불'은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서로를 소외시키며 피폐해져만 가는 표류하는 현대인들에게 '근원의 그리움'을 찾아가도록 돕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 대표작 '혼불' '쓰러지는 빛' '탈공(脫空)' '오후' '옥정이' '이웃집 여자' '몌별(袂別)'
저녁 뉴스에선 내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것을 예보하고 있다. 태풍 라마순을 피하려다 장마를 만나는 건 아닌가. 태풍을 핑계대고 게으름 피운 게 이토록 후회가 될 줄이야. 기말고사 채점하느라 정신없는 나를 본체만체 내일 소풍간다는 소리에 아이는 좋아라 외치며 할머니 손을 잡고 장보러 간다. 이번 문학기행에 나는 아이와 친정어머니와 동행 할 계획이다.'우리 엄마는 매일 주말마다 쿨쿨 잠만 잔다'는 아이의 푸념을 잠재우기 위해서, 게다가 딸네 집 살림해주느라 멀쩡한 집과 서방을 놔두고 비좁은 아파트 창살 없는 감옥살이에 지쳐가는 엄마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도,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나는 내일 남원에 간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일어나자마자 베란다에 나가 창문부터 열어본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등허리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만 같다. "아! 결국은 장대비를 맞아야 하는 구나!” 내 심난한 기분과는 무관하게 아이와 엄마는 마냥 즐거운가보다.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싸고 과일을 깎는다. 도시락을 싸고 남은 김밥 꽁다리로 아침 해결. 드디어 모녀 3대, 집을 나선다. 남원 가는 길, 막 전주를 벗어나 관촌에 들어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수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비가 그친다. 다행이다. '입이 서울'이라고 물어물어 '혼불 문학관'이 자리한 노봉마을 도착. 마을 뒤를 병풍처럼 두른 노적봉은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 혼불 문학관을 에워싸고 있다. '혼불 지킴이' 황영순 선생께서 마중을 나와 계신다. 마을 입구에는 '꽃심을 지닌 땅', '아소님하'를 새긴 한 쌍의 장승이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남원시의 지원을 받아 올 가을 개관 예정인 문학관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백제문화연구회' 회원으로 계시는 사장님께서 '혼불'에 대한 애정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지었다는 문학관은 전시실과 학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작가의 유품을 전시하고 작가의 생전 집필실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혼불의 주요 사건을 디오라마(diorama)로 재현해 전시하게 된다. 문학관 오른 편에는 학습실이 있다. 학습실은 방문객들에게 작가 최명희와 '혼불'에 대해 교육하는 것뿐만 아니라 혼불과 관련된 세미나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한다. 학습실 아래 고풍스런 정자에 올라보니 팔공산과 성수산이 눈 앞에 펼쳐진다. 맑은 날은 만향산의 주봉 천왕봉까지 보인다는데 날이 흐려 천왕봉을 볼 수가 없다. 정자에 서 굽어보니 청호가 바라다 보인다. 완공 당시 둘레가 사방 오 리가 넘었다던 청호. 첫날 밤 소박맞은 인월댁이 각시 복숭아 진분홍 꽃잎이 숨막히게 지고 지던 밤 몸을 던진 청호. 그 청호는 저수지를 만든 청암부인을 존경하는 뜻에서 사람들이 호수 호(湖)자에 청암부인의 택호를 따 지은 이름이다. 문학관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거멍굴과 고리배미가 있다. 거멍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지난 해 장마에 유실된 돌다리를 대신해 튼튼한 철제다리가 서 있다. 찻길은 다리에서 끊어지고, 우리는 걸어서 거멍굴(黑谷) 근심바위 앞까지 갔다. 천민 춘복과 옹구네, 공배네, 평순네, 무당 백단이, 무부 홍술이, 백정 택주네들이 모여 남루한 일상을 이어가던 거멍굴, 그 한 복판에 검은 덩치로 커다랗게 우그리고 앉은 '근심바우' 아래에서 한 아낙이 밭을 매고 있다. 그네는 '변동천하'를 꿈꾸던 춘복과 '투장'을 통해서라도 시아버지의 뼛속 깊이 새긴 한을 풀어주려던 무당 백단이와 무부 만동이의 피맺힌 절규를 알고 있을까.거멍굴을 나와 고리배미리로 향한다. 공명첩을 사가지고 의관(議官) 자리를 얻어 양반행세를 하다 매안 이씨 양반들에게 끌려가 멍석말이를 당하고 초죽음이 된 엄장업. 그가 장독 오른 다리를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아들 병곤에게 이르던 말이 떠오른다. "내 생전에 못 산 세상, 너는 살어 볼 수 있을랑가. 신분을 설워 말고 그저 죽으나 사나 돈. 돈을 모아얀다. 우리 같은 인생은 돈이 양반이여. 그것조차 없으먼 개다구만도 못헌 거이 우리 신세다. 너는 인자 나중에 꼭 의관보담은 좀더 높은 놈으로 베실을 사서 정자관을 보란디끼 써 바라. 망할 놈의 정자관.” 엄장업의 설움 받친 절규 때문인가. 예나 지금이나 민촌 고리배미에는 부자들이 많다고 한다. 고리배미를 뒤로 하고 노봉마을과 더불어 '혼불'의 무대가 된 사매면 대신리 상신마을을 찾았다. 이씨 집성촌으로 이루어진 마을 입구에는 '매화낙지(梅花落地)' 명당이 있다. 마을 뒤 '계룡산에서 핀 매화가 떨어진 곳' 매화낙지에 서니 "명당, 명당 해도 선조의 정신을 모으는 후손의 마음자리가 제일 큰 명당이지. 그 마음자리가 썩어 있으면 이백 년 송 관목이 다 무엇이고, 좌청룡·우백호가 다 무엇이야, 무단한 공염불일 뿐.”이라던 청암부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명당자리 구경을 마치고 서도역(書道驛)에 들렀다. 서도(書道)라는 명칭은 근처에 서원이 많았던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역 맞은 편에는 일제 시대에 세워진 듯한 목조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구멍가게가 된 그 2층 목조건물 벽에는 '서도역 운송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역 양 옆으로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고, 좀더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벚나무 아래 다람쥐가 뛰놀고 있다. 소설 속의 서도역은 번화한 곳이다. 오고가는 사람들로 번잡하던 그곳이 지금은 다람쥐 놀이터가 되어 있다. 강모와 효원 그리고 청암이 내딛었을 역사에는 이름 없는 꽃들이 만개해 있다. 사리반댁을 비롯한 매안 이씨 며느리들이 화전놀이를 하던 삼계석문을 지나 임실군 오수면 둔덕리에 있는 이웅재 고가를 찾아 간다. 매안 이씨 종가의 서슬퍼런 위상을 상징하듯 높이 솟은 솟을대문 양 옆에는 하마석(下馬石)이 놓여 있다.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왼편으로 마굿간이 보인다. 안에 놓인 다섯 칸짜리 말구유가 그 옛날 종가의 번영을 말해준다. 지금은 말을 대신해 누런 황소가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토방을 딛고 사랑채가 서있다. 사랑채 뒤편 처마가 지난 해 장마로 인해 위태롭게 내려앉고 있다. 사랑채 위로는 사당이, 오른 편으로 안채가 놓여 있다. 사당 한켠 텃밭 가에는 매실이 농익어 바닥에 쏟아져 있다. 열매를 거둬들일 일손이 부족한 탓일까. 사당에 쌓인 먼지처럼 초여름 종가의 뒤안은 쓸쓸하고 고즈넉하다. 종가 가장 깊숙한 곳에 'ㄷ'자형 안채가 있다. 안채를 지키는 연로한 종부께 혼자서 큰 집을 지키기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으니 집이 누추해 손님들이 오면 죄송스럽다며 수줍어하신다. 늙은 종부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혼불 문학관으로 향한다. 한나절이 넘도록 친절하게 안내를 맡아주신 황 선생님과 함께 문학관 정자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준비한 도시락으로 고마움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죄송스러울 뿐이다. 왜 그토록 '혼불'을 사랑하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혼불 속에 내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 지금까지 '혼불'을 다섯 번 읽었고 앞으로 다섯 번을 더 읽겠다는 그분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건 왜일까./고은미(전주대 객원교수)
"부모와 자녀들간 진지하게 대화할 시간이 없다보니 갈등이 생기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려주고 기다리면 분명히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흔 여섯명의 부모지만,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거든요.”전주 영생고등학교 권승호교사(43)가 부모와 자녀들간 사랑의 연결고리로 나섰다. 학부모들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원고를 받아 엄마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아, 내 아들아!(예영커뮤니케이션)'를 펴낸 것.평소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싶었다는 권교사는 2년 전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유치해? 난 심각해!'를 펴낸 바 있다. 이 책도 수업시간 '가슴 속에 숨겨져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써오라'는 과제에 마음 속 비밀들을 털어놓은 아이들의 이야기다.책을 통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학부모들의 반응에 권교사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하기로 했다.처음 원고 청탁 안내문을 발송하고 마감일까지 도착한 원고는 다섯 편. 권씨는 글 쓰기를 두려워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하기 힘들었지만, 원고를 써주신 부모님께 미안하고 또 교육상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책 발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차례 원고 청탁 안내문을 발송하고 3백여통의 전화 끝에 모은 소중한 글들은 모두 마흔 여섯편.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발간을 주저하는 출판사를 설득한 끝에 2년만에 완성된 책이다."부모님은 오직 공부만을 강요하고 자신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착각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러나 처음 옹알이를 했을 때 아들과의 첫 대화에 온 신경을 집중했고, 아들을 생각할 때면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처럼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바로 부모이지요.”사랑하는 아들을 향한 학부모들의 소중한 외침에 학교는 다음달 5일 학교 강당에서 작은 출판 기념회를 갖기로 했다.
한국사립문고협회 전북협의회(회장 정기원)가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와 독서지도에 관심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즐거운 독서가족 만들기 아카데미'를 연다.송광택(총신대 교수) 은희용(한국사립문고협회) 김철안(인재교육협회 회장) 정진해('레크리에이션 지도서' 저자) 박경옥(전주대 평생교육원 동화구연지도사과정 전담교수) 정기원(전주대 평생교육원 독서지도사과정 전담교수) 최기호(한국독서지도사협회 전라북도지부장) 등이 강사로 출연, 독서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강연한다. 행사기간은 다음달 4일부터 8월 29일까지 9차례.(매주 일요일 오후 5시∼7시 10분) 부부 우선으로 선착순 50명을 모집한다. 문의 063) 224-0473
전북수필문학회(회장 공숙자)는 오는 8월 7일부터 5박6일 동안 중국문학기행을 떠난다. 일정은 태산·치박·곡부·영성·청도 등이며, 희망자는 '전북수필' 진원종 주간에게 신청하면 된다. 문의 011-9439-3743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지회장 소재호)가 시조를 공모한다.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을 추모하고 시조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는 여섯 번째 전국 시조 현상공모. 응모작품은 1인 3편 이상의 미발표 창작 시조이며, 대학·일반부와 중·고등부로 나눠 접수한다. 대학·일반부 장원은 기성 문인으로 대우하며 한국시조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전라시조문학회의 입회 자격을 부여한다. 접수는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접수처는 전북문인협회(전북 전주시 덕진동 1가 산 1-1 한국소리문화의 전당내 국제회의장 3층). 문의 063)278-2296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전주분원(분원장 김성환·전주대 교수)은 다음달 1일부터 8주 동안 여름특강을 실시한다. 과목은 '논어'(월·화)와 '맹자'(목·금)이며, 강사는 김성환 원장과 본원 상임연구원 박재영씨. 수업은 해당 요일의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150분간 수업을 진행한다. 수강료는 과목당 10만원. 또 매주 수요일 도민을 위한 무료 특강도 마련됐다. 과목은 '명심보감-기초'(오전 7시∼8시)와 '소학'(오후 6시30분∼9시)이다. 장소는 전주시 서노송동 전주분원(코아백화점과 시청 사이). 문의 063)283-5251
"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많은 날들을 정신없이 밥을 먹으면서 언젠가부터 밥값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밥값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시를 쓰는 것이라 생각했지요.”시인 정성수씨(57·익산 삼기초등학교 교사)가 일곱번째 시집 '누구라도 밥값을 해야한다'를 펴냈다."시골에 있는 초등학교를 오랫동안 돌아다녔지요. 아이들의 맑은 심성과 자연의 교훈이 자연스레 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그는 아직 덜 익은 '감'으로 세상이 떫어 온 몸을 푸르도록 떨었다고 말하고, '봉숭아'로 '그녀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봉숭아가 툭툭 제 속을 터뜨려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며 서정적인 감상을 풀어놓는다.'세상에 그물을 던지면 약삭빠른 놈들은 다 빠져나가고 바보 몇 만 남는다'며 세상을 욕하면서도 '비린내가 우적우적 새벽을 깨물어 먹는' 중앙시장 떡골목의 치열한 삶의 열기를 전하기도 한다.그의 글은 대중성을 향해 열려있다. 어렵고 난해한 글보다 낮은 눈높이로 독자의 가슴에 저절로 와닿아 스며드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익산 출생으로 원광대와 동 교육대학원, 전주교육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집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 '정성수의 흰소리' 등이 있다.
"혼자 살아온 사람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남은 세월을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은 젊음만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결같이 삶을 가꾸고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더욱 깊어진사유의 언어와 한층 더 맑아진 영혼의 소리를 담아 펴낸 법정 스님의 신작 <홀로 사는 즐거움>의 한 대목이다.이 책은 올해 초 <길상사>의 회주직에서 물러나 침묵의 수행을 선언한 스님이 지난 2001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회지에 썼던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지난 1999년 발간되어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많은이들의 영혼을 살찌우게 했던 <오두막 편지> 이후 근 5년 만에 발표된 작품이라 반가움이 더한다. 책 속에는 바닷가 거처로 잠시 옮겨갔을 때의 이야기, 모든 세속의 직함을 버릴 당시의 심경,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 오두막에서 생활하는 일상의 모습, 911 테러 사건을 비롯한 속세의 일들과 현대인들의 삶에 일침을 가하는 준엄한 말씀 등 모두 40편의 글이 담겨 있다.스님의 글 속에는 홀로 있어도 의연하고 늘 한 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삶의 진리와 일관된 철학이 담겨 있다. 청빈한 삶을 설파하는 많은 에세이가 있지만 본인 스스로 그리 살면서 그 삶이 그대로 글 속에 녹아 흐르는 에세이는 많지 않다.오늘도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며 "이제부터 할 수만 있다면 유서를 남기는 듯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노스님의 깊은 가르침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양계영(홍지서림 전무)
소설가 박범신씨, 시인 김용택·안도현씨가 다양한 표정의 작품집을 잇따라 냈다. 소설가 박범신씨(58)는 연작소설집 '빈방'을, 안도현시인(44)은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2'(태동출판사), 김용택시인(57)은 산문집 '정님이'(열림원)를 펴냈다. 여름을 맞은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 박범신의 '빈방' '빈방'은 올해 초 13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명지대 문예창작과)을 그만두고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소설창작에만 전념했던 박씨의 첫 결실이다. 여섯 편의 연작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예술적 성취에 좌절하는 40대 화가와 패션디자이너의 야망을 갖고 있는 20대 여성의 연애담을 큰 틀로, 두 사람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단편들을 그렸다. 창조적인 생산력을 잃고 '불임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쓸쓸한 초상.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예순 네 살의 부호와 결혼하려는 혜인('빈 방'), 죽음에 임박해 은행통장과 토지문서를 찾아 움켜쥐는 용암사 원행스님('감자꽃 필 때'), 화가의 집에서 사산아를 몰래 낳은 어린 임산부('괜찮아, 정말 괜찮아'), 화가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노파('별똥별'), 10년째 '필생의 야심작'을 쓰고 있는 늙은 여류작가('항아리야 항아리야') 등 허깨비 같은 욕망에 붙들린 인생들이다. 회갑을 두 해 남겨놓은 박씨지만 문학적 상상력은 여름날 녹음처럼 여전히 짙푸르다. ○ 김용택의 '정님이'"유리창 밖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흐르는 강물을 따라 정님이가 책보를 가슴에 안고 걷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어른거린다.”섬진강가 작은 학교(순창 덕치초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씨는 소설처럼 줄거리를 이룬 산문집을 펴냈다. 1996년 출간했던 동화 '옥이야 진메야'를 대폭 보강해 다시 쓴 이야기다. 시인은 어릴 적 구유 속같이 산이 둘러싸고 있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강물이 흘러가는 강변 마을에서 함께 자랐던 정님이와의 아련한 추억에 상상을 섞어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진달래꽃과 함께 왔다가 진달래꽃과 함께 떠난' 정님이. 시인은 그에 얽힌 애틋한 감정과 추억을 절기의 변화와 자연의 다채로움, 마을 잔치와 놀이 등 옛것과 맛나게 버무려 향수를 일으킨다. '섬진강 아이들'(열림원)에서 인연을 맺었던 우승우 화백의 그림도 글 못지 않게 여유 있다. '눈 내리고 비가 오고 달이 뜨고 진달래 피면 네가 그립고 보고 싶을 거야. 너도 날 잊지마. 나도 널 잊지 않을 거야.'○ 안도현의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2'"천천히 읽고, 입에 넣어 오물거리면서 읽고, 또 한번쯤은 입 바깥으로 소리내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그리움이 당신의 마음속에도 스며들 것입니다.”지난해 12월에 펴낸 1권에 이은 두 번째 러브레터는 조선닷컴에 '안도현의 러브레터'로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시인이 밑줄 쳐가며 읽은 문장과 흥얼거리는 노래들을 보고 듣는 재미에 시인이 전하는 짤막하고 명쾌한 전언들을 맛보는 즐거움만으로도 독자들은 설레인다. 떨림, 유혹, 가족, 관계 등 4가지 테마로 구분한 이번 책에서도 고은·문태준·고정희·김명리·이문재·윤대녕·이성복·이병천·박성우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황진이의 시조 등 구전 한시와 시조, 월북작가 안성현이 작곡한 '부용산' 등 노래, 영화 '일 포스티노' 등 유명영화의 대사까지 시인의 더듬이에 포착된 구절이 시인 특유의 해석과 아포리즘을 붙인 짧은 단편들로 채워졌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알퐁스도데의 소설 '별'에서 "사랑이 이루어지기 직전의 떨림, 그때의 아름다움”을 떠올린 시인은 "설렘과 떨림으로 충만한 사랑, 당신도 지금 꿈꾸고 계시겠지요”하고 묻는다.
전국 대학의 문예창작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무주에 모인다. 전국대학 문예창작학회(회장 김동수)는 문예창작에 관심 있는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제3회 여름세미나를 개최한다. 29일과 30일 무주 토비스 콘도에서 1박 2일간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는 문학특강과 전국 문예창작학과 대학생 백일장, 도서교환 및 할인매장 개설 등으로 꾸며진다. 명지대 유창근 교수와 안도현 시인,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의 작가 김효선씨, 평론가 채수영씨, 백제예술대 김동수 교수 등의 특강을 통해 문학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고, 현대사회와 문학의 기능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참가 신청은 25일까지이며, 참가비는 3만원. 문의 063)260-9180(백제예술대 영상문예과)
비오늘 아침부터비가 내립니다.똑똑똑 빗물이창문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에 창가로눈길이 갑니다.하지만 빗방울은몇 마디 못하고주루룩─미끄러져내려갑니다빗방울이 나에게못다한 이야기다음에들어보렵니다./황민(이리송학초교 6학년)준혁이에게 하고 싶은 말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생일파티를 하였다.나는 이준혁한테 나랑 똑같은 옷을 선물했다. 그래서 월요일에 입고 오기로 약속했다. 오늘 옷을 깨끗이 빨아서 월요일에 입고 갈 것이다. 빨리 내일 모레가 되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준혁아, 생일 축하해. 건강하고 사이좋게 지내자. 군대 갈 때에도 같이 가서 전쟁에서 이기자. 파이팅!'/이정헌(이리마한초교 2학년)[글을 읽고]기교없이 잔잔한 영상 이끌어내...민이의 글=영화 한 장면 같다. '똑똑똑'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누구인가 눈길을 주었더니, 빗방울이다. '주루룩'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보고 빗방울이 나에게 못다한 이야기라는 기발한 표현을 한다.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잔잔한 영상을 이끌어내는 글솜씨가 민이의 훗날을 기약하게 한다. 준혁이의 글=초등학교 2학년 글답다. 토요일, 친구에게 옷을 선물하고…월요일, 같은 옷을 입고 오기로 약속을 한다. 선물을 줄 때보다도 선물을 주고난 후의 설레임이 더 큰 경우다. 사이좋게 지내자. 군대 갈 때에도 같이 가서 이기자라는 표현은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준혁이와의 우정이 변함 없기를 빈다. 정현이 파이팅!/임대섭(시인)
군산 출신 배우 김수미 씨 별세⋯전북 애도 물결
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다 같이 다 함께"… 원불교 전북교구 교단 기틀 정비, 새로운 도약 준비
전북시인협회장 후보에 이두현·이광원 최종 등록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금산사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전북작가회의, ‘불꽃문학상’ 황보윤·‘작가의 눈 작품상’ 박복영
전북 청년작가들의 비빌언덕, 유휴열미술관
국내 첫 ‘남성완판춤전’, 전주에서 열린다
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신시아 라일런트, '그리운 메이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