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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전 10권이 최근 프랑스에서 완역 출간됐다.한국문학번역원은 19일 재불 번역자 변정원 씨와 조르주 지겔메이어 부부가 번역원의 지원으로 현지 아르마탕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간해온 태백산맥이 지난해말10권을 끝으로 5년 만에 완간됐다고 밝혔다.프랑스에서 조씨의 작품이 출간된 것은 1998년 '불놀이'를 시작으로 '유형의 땅'(1999), '아리랑(2000-2003)'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1983년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해 1989년 단행본으로 완간된 태백산맥은 1948년 여수ㆍ순천사건 직후부터 6.25전쟁이 끝나고 분단이 고착화된 1953년 10월까지를 배경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수많은 인물들의 삶을 기록한 대하역사소설.1994년 구국민족연맹 등 8개 단체가 작가와 출판사 대표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으나 11년 만에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아리랑'의 불역도 담당했던 지겔메이어 부부는 번역 후기를 통해 "태백산맥의 불어 출간을 기점으로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갖기를 바란다"며 "시대의 양심이고 내일의 시대를 열어주는 선구자이며 인류의 변호사인 조정래 작가가 프랑스에 알려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즐거워 하는 것은, 교사의 가슴 속에서 진정으로 가르치는 것을 최고의 가치와 보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탤 것이 있다. 교사가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는 일이다."2003년 초판 당시 초·중등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물론, 현직 교원과 교육행정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교실예술」 제3판이 나왔다. '대물윤리·교실수업의 기초와 방향·학급경영'을 추가했다.전북대 교육학박사로 전북도교육청에서 교육행정을 익히고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현장에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해 온 저자 구정태씨는 "교육행정과 교육과정도 이제는 새로운 감성적 가치나 매력적인 콘셉트를 미리 창조해 내는 '감성적 지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책은 '학교와 교육' '학생과 교원' '일깨우는 교육' '교실풍경' '교수·학습' '교직생활' '교육행정' 등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의 이상과 현실을 일상용어로 쉽고 짧게 써서 교양교육서로도 유용하다.
아침시간엄마가 깨우는 소리에이불은 머리끝까지 잡아당기고'조금만 더'식탁에 앉아서도 꾸벅꾸벅밥 먹고 가면 또 지각인데엎어지면 코 닿을 데서 지각하면 듣는 소리'지각대장'나에겐 가장 힘든아침시간 /정정옥(이리부천초등학교 6학년)천국의 아이들을 보고 시청각 실에서 영화 한편을 보았는데 제목은 천국의 아이들이었다. 이란영화인데 집안 살림이 어려워 오빠인 알리가 심부름을 해서 돈을 벌었고 동생인 자라가 집안 일을 도맡아했다. 그런 동생이 신발을 수선하고 오다가 신발을 잃어버렸다.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신발을 살수가 없어서 쉬쉬하면서 알리는 동생에게 매일 신발을 빌려주고 번갈아 가면서 신발을 신고 다녔다. 학교에서 알리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지각을 많이 하게 되자 선생님께 혼나게 되었다. 동생의 신발을 얻으려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알리의 목표는 3등이었다. 3등 상품인 운동화가 탐나서였다. 알리는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원하지도 않은 1등을 하게 되었고 영화는 쓸쓸하게 끝나게 된다. 영화의 모습에서 전쟁 이후의 혼란하고 어수선한 이란의 상황과 어쩌면 6.25이후의 우리나라의 혼란한 상황이 맞아떨어지는지. 우리민족도 몇 십 년 전에는 이런 모습으로 어렵게 살았다고 생각하니 지금 우리 생활이 얼마나 편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알리, 자라, 그리고 그의 가족들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신새벽(고창무장초등학교 5학년)◇글을 읽고◇정옥이의 글 =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데 아침형 인간이 특별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유행일 뿐이다. 늦잠 때문에 고통받는 글쓴이의 모습이 잘 나타난 시다.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쓰고 조금이라도 더 잠에 취해보려는 정옥이와 가족들의 실랑이.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이다. 시는 특별난 일을 쓰는 게 아니다. 이처럼 일상에서 스케치하듯이 그려내면 그게 좋은 시다.◇새벽이의 글 = 감상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독서 감상문으로 대표되지만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을 쓰는 것도 감상문이다. 호주에는 국어 교과에 '보기'가 있다. 영화나 비디오 텔레비전을 보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한다. 말하고 듣기만 하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전후 이란의 모습을 남매의 고달픈 삶으로 영화 감독은 그려냈지만 새벽이는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이 영화 속에서 찾아냈다. 알리, 자라와 가족들의 행복을 비는 부분에서 글쓴이가 따뜻한 어린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김종필(동화작가)
△ 주먹은 멀고 법은 가깝다부안 출생 서정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충고'한다. 법 운용 시스템, 경찰·검찰·판사의 속성, 재판절차의 관행 등을 적나라하게 펼쳐놓았다. 도서출판 태봉 펴냄/9천원△ 피터팬의 마음을 가져라피터팬과 같은 호기심 어린 눈빛, 소년의 순수함, 성인의 결단력, 보다 먼 곳을 향한 지향과 이상. 알렉산드로 케로가 '꿈 꾸는 능력'과 '성인의 결단력'으로 리더십을 말한다. 도서출판 홍/8천8백원△ 혼불의 언어세계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 '모국어는 나의 혼'이란 말을 남겼다. 작품 이해와 연구의 기초가 되는 '혼불'에 나타난 언어적 현상과 특성들을 분석했다. 혼불학술제에서 발표됐던 '혼불' 언어 관련 학술논문들을 엮은 것. 혼불기념사업회·전라문화연구소 펴냄/1만5천원△ 고기잡이 여행섬진강 참게, 강진만 짱뚱어, 거문도 갈치 등 생선과 조개를 잡는 현장을 발로 뛰어 쓴 체험기. 고은 안도현 김훈 김승옥 이청준 등의 작품이 곳곳에 배치돼 감칠맛을 더한다. 바보새/2만원△ 해질녘에 아픈 사람기행문·에세이 쓰기와 번역에 열중하던 신현림씨가 '세기말 블루스' 이후 8년만에 낸 시집. 시집 곳곳에서는 신씨를 끝없이 힘들게 했던 사정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민음사/6천원△ 맛있는 인생언론인 박성희씨의 산문집. 20년 이상 언론사 문화예술분야를 담당해온 이력에 걸맞게 세상을 보는 눈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연인에게 자신이 발견한 삶의 비밀들을 속삭이듯 풀어 나간다. 디오네/8천8백원△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13년간 '허드레' 아르바이트와 근검절약으로 종자돈 1억 5,000만 원을 모아 10억대 자산을 일궈낸 이 시대의 보기 드문 입지전적인 인물인 33세 청년, 조인호씨의 자서전적 이야기. 위즈덤하우스/9천8백원/최기우 도휘정기자
임실문인협회(회장 최근호)와 창조문학가협회(회장 홍문표)가 30일과 31일 임실 일원에서 문학세미나를 갖는다. 30일 오후 3시 30분 임실읍 군민회관에서 '문학의 새로운 길 찾기'를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를 시작으로 오후 7시 30분에는 죽림유황온천텔 '웃음의 광장'에서 시낭송회가 이어진다. 31일에는 임실 옥정호와 고창 미당의 생가와 선운사, 섬진강 일대, 전주시내 유적지 등을 돌며 문학기행에 나선다.
전북대 평생교육원이 다음달 19일까지 2004학년도 2학기 수필창작반 수강생을 모집한다. 강의는 주간 심화반(금요일 오전 10시)과 기초반(목요일 오전 10시), 야간 심화반(목요일 오후 7시)과 기초반(목요일 오후 7시) 등 4개 반으로 나누어 9월부터 12월까지 15주 동안 진행된다. 각 반별 40명. 평생교육원 수료생이나 재학생은 행촌(杏村)수필문학회 입회자격이 부여된다. 평생교육원 행정실(구 전북대 치과대학 자리)을 직접 방문해 등록하거나 전화접수(288-0022)도 가능하다. 전북펜클럽 김학 회장이 강사로 나와 수필 창작 기법과 감상법, 창작 실기, 직장인을 위한 이론 및 실기 등을 지도한다. 문의 www.cec.chonbuk.ac.kr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채만식문학상이 두 번째 수상자를 공모한다. 채만식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이복웅)와 군산시가 공동으로 제정·운영하는 이 상은 문단경력 5년 이상 작가의 작품 중 최근 2년 이내 소설이 대상이다. 시상금은 7백만원.지난해 첫 수상자로 장편소설 '남도'의 작가인 중견소설가 정형남씨(56)를 선정한 바 있다. 접수는 다음달 21일부터 9월 4일까지 15일간이며, 군산시청 문화관광과에서 받는다. 문의 063)450-4225/451-2138
이 책의 저자인 한승헌은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와 전북대 정치학과를 나왔다.검사생활을 거쳐 변호사가 되어 독재권력에 의해 핍박 받는 양심수와 정치범들의 변호에 일평생을 바쳤고, 그 자신도 두 번에 걸쳐 감옥살이를 한 전북이 배출한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다.이렇듯 그가 걸어 온 삶의 이력과 고난을 짐작하여 이 책이 자칫 무겁고 어두울 것이라는 어설픈 예측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조금씩 부서져 내린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논리나 문법 또는 엄숙주의 따위의 속박이 없는 글을 客談이란 양해 아래 펼쳐보고자 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때로는 정담이나 방담이 설교나 웅변보다도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한다. 실제로 이 책의 곳곳에는 저자 특유의 여유와 해학이 넘쳐나고 있다.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변호를 맡은 적 있는 어느 여성의 결혼식에서 "아무쪼록 두 사람은 서로 찬양, 고무, 동조하면서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던 유명한 주례사는 신문에 기사화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저자의 표현대로 이 책이 客談형식이긴 하지만 내용 중에는 질곡의 한국 현대사가 저자가 감옥살이에서 들여다 본 방화수 수면처럼 어른거리며 투영되어 있다. 언론인 김중배는 저자를 이렇게 말한다. "그의 모든 서술과 지적과 독침은 바로 변호사의 재야정신이 요구하는 '마술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던가. 우리의 한승헌 변호사. 그는 독침도 재담의 솜으로 감싸고 역설의 변증법으로 핵심을 찌르는 화술의 사람이다.”
60년대 여대생들의 필수적인 장식품과 신분증은 가슴에 품고있는 책 한 권이었고, 80년대에는 핸드백이 대신했다.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80년대 합격을 기원하는 현수막은 '어머니 등록금 마련해 주십시오'. 최루탄과 곤봉세례가 난무하는 세월 동안은 우리의 젊은 청년들이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열사로 남기도 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버렸다. 시간은 모든 것을 녹슬게 하지만, 추억은 그대로다. 해방 직후 폐허 속에서 싹튼 건학의 신념, 전북대학교(총장 두재균)가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를 더듬어 전북대 역사자료집 '흐르는 시간 머무는 추억'을 펴냈다. 1947년 개교, 올해로 57주년을 맞는 전북대의 역사는 빛바랜 흑백사진을 따라가는 동안 과거로 되돌아간다. 1955년 개설된 중앙도서관(현재 박물관) 앞 연못은 화재에 대비한 방화수가 목적. 그러나 이 연못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은 체육시간마다 삽질을 해야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않다. 1960년 4월 4일 전북대 학생들은 부패정치 척결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집회를 감행했다. 전국적인 기폭제로서는 실패했지만, 4·19혁명의 효시가 되는 의거가 전국 최초로 전북대에서 일어난 것. '취향제' '실록제' '전북대 축제' '비사벌 축제' '황토현 대동제', 이름의 변화만큼 축제도 변해왔다. 건지벌에서 꿈틀대던 용춤이 있었고, '지금은 부모복도 여복도 재산복도 없지만, 국어사전을 가슴에 품고 영어사전을 머리에 베고자면 그대의 앞날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는 도사가 출연하기도 했었다. 2001년 개관한 전북대 교사자료실(실장 양병호)에서 발간한 이 자료집은 학교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 동문 인터뷰와 학교사 관련 박물류·자료 수집을 통해 '캠퍼스의 변화자료' '교수·학생자료' '도서·팸플릿·잡지' '기념품·상징물' '사무용품·전산기기' 등을 수록했다. 양병호 실장은 "3년 동안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체계화시킬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 자료집을 통해 역사성과 전통성을 지니고 있는 전북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체적이고 통시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형화된 시조는 뒤따르는 창이나 율격, 형식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자유로움은 덜하지만, 시조에서 지켜야 하는 약간의 형식은 문학의 매력을 더하고 전통과도 맥이 닿아있지요.”전주대 김태자 교수(57)가 두번째 시조집 '산 강 들풀이 되어'를 펴냈다.6년 전 첫 시조집을 내고 한꺼번에 힘든 일들을 겪었다는 김교수는 깊이가 더해진 시조들을 내놓았다. 슬픔을 받아들이고 희망을 생각하며 담담하게 견뎌온 인고의 시간에 쓰여진 작품들이다."계절의 변화를 따라 자연은 이런저런 모습으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생활 이야기와 자연을 결부시켜 시조라는 틀 속에 담아냈지요.”한때는 번성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버리고,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자연과 시간의 흐름. 시간과 존재의 유무에 대해 들여다보게 된다는 김교수에게 자연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동반자적 존재다. "시조는 약간의 애매성이 주는 묘미가 있는데, 쓰고 바로 발표하면 냉철한 시각이 부족하고 감정이 바로 노출되는 것 같아요. 시어의 선택이나 전개 등이 적절한지 여러번 곱씹는 것이지요.”김소월 시의 서정성을 좋아하고 한용운 시에서 자기번뇌적이고 인생철학적 태도를 배우게 된다는 그는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맞춘 절제된 시조를 쓰고싶다고 했다.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면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해거름의 강의 지나'와 '발화분석의 화행의미론적 연구'가 있다.
'내 고향은 잘 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길 떠난 자식을 위해 밥사발 묻어놓고 기다려주는 어머니처럼, 돌아 올 것을 알고 있기에….' 수필가 고희숙씨(56)가 낸 첫 산문집 '장날(범우사)'에는 '어머니와 초등학교 동창들이 있는' 무주의 풍경이 살아 있다. '해어와' '붉은 벽돌집' '올빼미 삼신' '앞집 까치네' '지봉 비우당 옛터' 등 작가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53편에는 정겹고 따스했던 고향 이야기들이 솔솔 풀어져 구수한 향내가 난다.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은 작가의 끊임없는 도반. 손녀의 숙제를 위해 풀씨를 받으러 갔다가 산에서 구를 뻔한 할아버지와 신작로에서 두 다리를 뻗고 떼쓰던 손녀를 달래느라 밭에 가던 걸음을 멈추던 외할머니, 딸이 아플 때마다 밤을 새우고 날이 밝으면 냄비를 들고 맛깔스런 밥집을 찾아 나서던 아버지…. 가족에 대한 작가의 마음도 구석구석 스며 있다. 아픈 자신을 배려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고백하고, 시집가는 딸에게 동백꽃으로 만든 분을 선물한다. '보은의 달 전국 편지쓰기 대상'을 수상한 넉넉한 필체로 작가는 시어머니와 북녘 땅에 살아 계실 삼촌에게 편지를 띄운다.'창작수필'로 등단한 고씨는 창작수필문인회·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위도 잊고, 즐거움도 주는 의미있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까가 큰 고민이다. 책읽는 여름방학은 어떨까. 그러나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는 일도 쉬운일은 아니다. 읽다가 깔깔 웃거나 눈물이 찔끔 나는 책이거나 푹 빠져서 노는 것도 까먹을 만큼 재미있는 책, 거기에 교육적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최근 서점가에 나온 책 중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랐다. 산과 숲, 강이 살아 있어 책장을 넘기면 그자체로도 시원한 여름이 된다.그림 곁들인 논픽션 생태 동화 어때?김용택 시인이 구수한 입말로 물의 순환에 얽힌 이야기를 쓴 '바다로 간 큰밀잠자리'(푸른숲). 산과 바다로 갈 때 들고 가면 좋을법한 논픽션 생태 동화다. '바다로∼'는 연못에서 태어난 잠자리 애벌레가 샘과 도랑, 개울과 강, 바다로 여행하면서 만난 풍경을 통해 낯선 곳으로 흐르는 물의 여정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해준다. '우린 부둥켜안았어. 우리가 낳아 놓은 알과 함께 물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어…우린 죽지 않는 거야. 나는 우리 아이들 속에 살아 있는 거야.'잠자리의 눈에 비친 물은 생명과 자연의 원천. 오월에서 시월까지 날아다니는 큰밀잠자리의 생애처럼 우리도 자연 속의 물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연못 속 잠자리 애벌레가 물풀을 타고 물 위로 올라 처음 세상 구경을 하려고 하는 순간의 두근거림과 설렘은 신선하다. '너무 오래 물 속에 길들여진 내 몸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조심…' '어, 아, 와, 이게 뭐야. 내 얼굴에 무엇이 지나갔지. 아이 시원한 바람이구나. 공기야, 공기.'책에 담긴 신혜원씨의 그림도 미세한 시간의 흐름부터 계절의 흐름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소박한 느낌을 주는 민화적 기법으로 그린 이 그림들은 섬진강변 진뫼마을을 고스란히 옮겼던 '나는 둥그배미야'처럼 1년간의 취재와 스케치를 통해 게아제비·소금쟁이·물방개·올챙이와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와 물풀, 울퉁불퉁한 바위와 꼬불꼬불한 논두렁 등을 담았다. 장편동화와 희곡이나 편지글은 어때?전남 화순출신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고재은씨가 쓴 장편동화 '강마을에 한번 와볼라요?'(문학동네)는 전라도 사투리를 어떻게 이처럼 잘 썼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책이다. "오메, 아직 안 왔능가 비요이. 아까 핵교서 책을 찾고 댕기던디….”하며 60·70년대 농촌의 일상사를 흥겹고도 구성지게 들려준다.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윤석중·송영 등의 1920∼30년대 희곡 7편을 모아놓은 '올빼미의 눈'(우리교육)은 이야기 사이사이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어 상상력과 표현력을 키우기에 좋다. 특히 함께 어울려 즐길 놀이가 부족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어린이극 희곡은 함께 만들어 가는 재미를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된다.'아버지의 편지'(함께읽는책)는 시대를 넘어 아버지의 마음을 이어 주는 책. '다산 정약용 편지로 가르친 아버지의 사랑'이란 부제에 걸맞게 그가 귀양살이를 하면서 멀리 떨어져 사는 두 아들한테 보낸 편지 가운데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골라 엮었다. 독서와 공부, 인간의 윤리와 실천, 실용의 가르침 등이다. 각 내용마다 엮은이가 덧붙여 놓은 '생각하며 느끼며'도 도움이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불편 한 몸을 가졌거나 어려운 형편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동화 '아빠! 학교에 오지 마세요'(꿈소담이)는 슬프고 따뜻한 다섯 편의 동화가 담겨 있다. 특수교육학과를 전공하고 현재 대구남양학교 교장으로 있는 박태의씨가 썼다. 짧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이 여름보다 뜨거운 감동을 준다.
"풍금소리를 들려드릴께요. 아름다운 섬진강물을 보면서 동요를 불러주세요.”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진뫼마을) 섬진강변에서 풍금반주에 맞춰 동요를 부르고, 징검다리도 건너보는 작은 문화축제가 마련됐다. 24일 오후 3시 30분 진뫼마을에서 열리는 김도수씨(46)의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전라도닷컴)의 이색 출판기념회. '섬진강∼'은 섬진강변 진뫼마을의 명예이장으로 알려져 있는 김씨가 월간 '전라도닷컴'에 연재한 고향 진뫼마을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이 날 행사는 옥수수·감자 쪄먹기, 봉숭아 물들이기, 다슬기 잡기 등 추억을 더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숨결을 음악에 담아내고 있는 한치영·한태주 부자(父子)는 오카리나 연주에 섬진강물의 소리를 실어 내고, 박남준 시인은 진뫼마을에서 살았던 기억을 되살려 노래하듯 이야기한다. 당일 접수해 참가하는 동요부르기 대회는 '젤로오진상' '그래도오진상' '오메다행상' 등 재미있는 상의 이름에 걸맞게 각 지역 특산물이 풍성하게 준비됐다. 진뫼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현재 전남 광양에서 직장에 다니지만,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는 주말농부이자 고향 지킴이다. 이 날 행사는 비가 올 경우 진뫼마을 김도수씨의 집에서 열린다. 문의 062)650-2060
일아침 7시, 밭에 갔다. 고추를 끈으로 묶었다. 처음엔 재미 삼아 묶었다. 계속 해보니 손놀림이 늘은 것 같았다. 30분에 한 줄을 다하였다. 계속 하다보니 힘들었다. 버텨 낼 힘도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 더웠다.땀을 닦으며 할머니를 힐끔 보았다. 할머니는 고부라진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일을 하셨다. 아주 힘들게 일하시는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난 할머니와 한 11시 50분 정도에 고추 묶는 것을 마쳤다. 우리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시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할머니는 허리가 더 많이 아프시다. 그래서 내가 오르막길에서 할머니 등을 밀어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쉽게 올라가실 수 있었다. 난 그런 할머니를 보면 너무나 슬프고 죄송스럽다. 할머니 대신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도 할머니를 더 많이 도와드릴 것이다. 할머니 일을 돕는 것은 나만의 사랑을 표시 방법이다. /전태미(익산 용북초 5학년)김밥한 입 먹으면 입안이 터질 것 같은맛있는 김밥김을 밑에 깔고, 그 위에 밥시금치, 당근, 달걀, 햄, 맛살에여러 가지 야채가 합쳐지면영양 만점 먹기 편한 김밥한가지만 빠져도 뭔가 허전한영양도 맛도 최고인 김밥/임정인(익산 용안초 2학년)글을 읽고◇태미의 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밭에 가서 고추를 끈으로 묶고, 오르막길에서는 할머니의 고부라진 허리를 밀어드리는 태미의 손을 생각해 보라. 참으로 장한 손이다. 태미 만의 특별한 사랑 법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 글이었다.◇정인이의 글=김밥을 입안 가득 넣고 볼이 터질 듯이 먹는 모습이 떠오른다. 정인이는 여러 가지 김밥 재료가 어우러져야 제 맛을 내듯,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 모여 서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삶의 참 맛을 낸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대섭(시인)
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처럼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별들처럼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없으면 이상한 듯 고개 저어버리는. 넓은 들판에 가득 핀 꽃들처럼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없으면 금세 황무지가 되어버리는.나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밤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들처럼들판에 핀 꽃들처럼나도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이들처럼 어딘가에 꼭 필요한 그런 자리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어.없으면 안 되는 그런 자리가./서봄아(상서중 3학년)들어도 기분 좋은 꾸중중학교 2학년 이 시기는 사춘기라는 녀석이 우리네 머릿속을 헤짚어 놓는 시기이면서 신경이 곤두서는 시기이다.그래서 나는 내 방문을 의도하지 않아도 "쾅”하고 닫아버리게 된다. 그 소리와 함께 내 "마음의 문”도 더 굳게 잠겨버린다. 그리곤 꾸중들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몰래 컴퓨터를 켜본다. 순간 이러면 안 될텐데 하고 조금씩 남아있던 내 선량한 마음씨가 안 된다며 내 옷자락을 붙잡는다. 하지만 이미 내 눈과 내 마음은 조금 남아있던 선량한 마음마저 짓밟아버린 후였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뜨끔했다. 일단 나를 믿고 싶으셔서 방문을 열어 지금 내 모습을 보지 않으신 것이다."뭐하니 효원아” 순간 마음이 뜨끔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 공부해요” 꾸중이라도 들으면 평소처럼 짜증내버릴까라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실... 컴퓨터해요” 그러면서 난 컴퓨터에서 눈길, 마음, 손길 모두 단절시켜 버렸다.문을 빼꼼히 열어 고개만 내밀었다. 오늘따라 아빠, 엄마가 더 환히 웃고 계신 것만 같았다. 오늘에서야 부모님 눈가의 잔주름이 보였다. 오빠, 언니를 먼 타지에 보내고 막내인 나 혼자만 곁에 두고 적적하셨을 부모님. 공부하지 않아 매일 잔소리하는 마음도 불편했겠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부렸던 투정에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 것이다. 사춘기 이 나쁜 녀석을 다 이해하신 듯 보이는 저 모습, 역시 언니랑 오빠도 이랬나보지? 라는 생각과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문을 모두 열어 제껴 거실로 나아갔다."욘석, 공부하랬더니 컴퓨터하고 있었네, 허허” 아빠의 너털웃음과 조금 따끔한 꿀밤이 꾸중과 함께 나를 찾아 왔지만 내가 들은 꾸중중에 최고로 기분 좋은 꾸중이었다. /장효원(운봉중 2학년)글을 읽고◇봄아의 글 = 하늘의 별과 구름, 땅의 꽃들처럼 자기 자리를 갖고 마음껏 자기를 누리고 부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봄아의 글은 읽는 누구에게나(남녀노소) 깨달음을 얻게 해줄 만큼 깊이가 있다. 그래서 좀더 가깝게 접근해보고 싶어 '내 자리'에 대해 묻자, 엄마가 없기 때문에 자기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니어서 란다. 순간 울컥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글이 엄마가 되고 친구가 되어서 봄아의 제자리를 찾아주었으면 정말 좋겠다.◇효원이의 글 = 인생에 누구든 건너야 할 강이 있다면 그것은 사춘기의 강일 것이다. 그 강에는 '이성', '반항', '갈등', '부정', '자존', '독립' 따위가 놓여 있다. 효원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마'하면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마법의 상자 '컴퓨터'에 빠져 든다. 그러던 중 부모남이 돌아와 난처해지는데, 부모님의 너그러운 꾸중에 효원이는 기분 좋은 꾸중으로 느낀다는 사춘기 이야기다. 심리적인 갈등 묘사라든지 적절한 대화가 돋보인다. 여러모로 문학적 재능이 넘쳐 보인다. 하지만 사춘기에 스스로 사춘기를 말하는 부분과 좀 지나치다 싶은 기교는 효원이가 커가면서 거쳐야할 문학적 사춘기가 아닐까./이용범(시인)
'내 고향은 잘 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길 떠난 자식을 위해 밥사발 묻어놓고 기다려주는 어머니처럼, 돌아 올 것을 알고 있기에….' 수필가 고희숙씨(56)가 낸 첫 산문집 '장날(범우사)'에는 '어머니와 초등학교 동창들이 있는' 무주의 풍경이 살아 있다. '해어와' '붉은 벽돌집' '올빼미 삼신' '앞집 까치네' '지봉 비우당 옛터' 등 작가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53편에는 정겹고 따스했던 고향 이야기들이 솔솔 풀어져 구수한 향내가 난다.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은 작가의 끊임없는 도반. 손녀의 숙제를 위해 풀씨를 받으러 갔다가 산에서 구를 뻔한 할아버지와 신작로에서 두 다리를 뻗고 떼쓰던 손녀를 달래느라 밭에 가던 걸음을 멈추던 외할머니, 딸이 아플 때마다 밤을 새우고 날이 밝으면 냄비를 들고 맛깔스런 밥집을 찾아 나서던 아버지…. 가족에 대한 작가의 마음도 구석구석 스며 있다. 아픈 자신을 배려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고백하고, 시집가는 딸에게 동백꽃으로 만든 분을 선물한다. '보은의 달 전국 편지쓰기 대상'을 수상한 넉넉한 필체로 작가는 시어머니와 북녘 땅에 살아 계실 삼촌에게 편지를 띄운다.'창작수필'로 등단한 고씨는 올해 한국 문화예술진흥원 문예진흥기금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김용택 시인의 '김용택의 꿈꾸는 섬진강'(삼성당)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수여하는 제25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5월 출간된 '김용택의∼'는 섬진강의 마을과 천담분교의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치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정겨운 말투 속에 녹아 있는 책이다. 시상식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린다.
"술을 참 좋아해요. 술을 끊으라는 안식구에게 미안하지만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그래도 시를 쓸 때면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아요. 시는 맑은 정신으로 써야지요.”2∼3년 전부터 말초신경염이라는 불치병을 앓고있는 시인은 발바닥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음이 부자유스럽다. 나이가 들어서 혹은 술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시는 건강하다. 이흥규 시인(66)이 두번째 시집 '오두막 詩篇'을 펴냈다. '나는 애벌레로 늙어간다'는 책머리의 글은 쓸쓸함과 허무함이 짙게 배여있지만, "문학을 한다는 생각보다 인생을 젊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는 그의 시는 청년처럼 젊다. "특히 요즘 시절은 비판적 시각을 안가질 수 없죠. 시는 삶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른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부드러운 서정성을 발휘하면서도 때로는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는 것은 "무난하면서도 언제는 독특한” 시인의 성격 때문. 미국과 이라크 전쟁, 나아가 문명과 자본을 비판한 '너', 길게 쓴 시를 단 세 줄로 줄이고서도 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귀가'만으로도 시인의 품성을 읽을 수 있다."시집에 표현된 글씨는 모두 시”라고 말하는 그는 마지막 행 밑에 '군말'을 덧붙였다. 한 마디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시를 쓰듯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젊은 시절 청마 유치환 시인을 만난 추억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는 '보아도 보아도 보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시'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과학사를 연구하는 저자의 견해는 대부분 신랄하고 명징(明澄) 했습니다. 그의 견해에 공감하는 바가 커서 오랜만에 좋은 글을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하늘을 쳐다봤지요. 쾌청했습니다.” 소설가 한상준씨(50·전남 보성중학교 겸백분교장)는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녹색평론사)를 소개했다. 석유위기와 그 대처방안을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주장하고 있는 책. 그는 책장을 넘기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석유가 지구의 환경과 평화를 짓밟는 주요 물질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전쟁입니다. 침략의 본질이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그는 9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우루과이라운드를 거론하며 '쌀'을 말했다. '쌀'과 '농민'은 고창출신인 그의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화두. 그는 지금, 보성군 득량만 인근 마을 주민들을 취재해 소설을 쓰고 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작물이죠. 에너지 문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쌀이 부족하다고 우리가 베트남을, 태국을, 인도를, 중국을 침공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가 살고 있는 보성강변은 "거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초암산에 골짝으로 머루나무가 지천이고, 20년쯤 되어 보이는 더덕을 잠깐 만에 몇 뿌리나 캘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책을 덮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인 태양열로 소요 전기의 일부를 충당하는 아름다운 집과 양질의 땅을 마련해 무농약의 먹거리를 자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스스로 자연이 되겠다는 뜻이다.
발음(發音)살아보니지구는몹시도 좁은 고장이더군요.아무리한 억만년 쯤태양을 따라 다녔기로소니이렇게도 호흡이 가쁠 수야 있겠습니까!그래도 낡은 청춘을숨가뻐 하는 지구에게 매달려 가면서오늘은 가슴 속으로 리듬이 없는눈물을 흘려도 보았습니다.그렇지만여보 안심하십시오오는 봄엔나도 저 나무랑 풀과 더불어지즐대는 새같이발음하겠습니다- 전북일보 1953년 1월 1일자에 발표된 신석정 시인의 '발음(發音)'석정의 문학적 유업을 계승·확산하는 일에 주력해온 석정문학회(회장 허소라)와 전북을 대표하는 양대 문학단체인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가 석정의 추모 30주기를 맞아 한 마음으로 모였다. '신석정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제전위원회'(공동제전위원장 허소라·김남곤). 오는 9월 3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주와 부안에서 석정의 시혼과 문학정신을 되새기게 될 석정 추모문학제는 석정의 문학을 연구해 온 30년을 결산하며 새로운 연구방향을 모색하는 책자 발간과 도민을 대상으로 한 문학강연·문학기행, 석정의 유묵(遺墨)과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 도내 서예가·화가들이 새롭게 제작한 신석정 대표 시화 전시, 기념우표 발행 등으로 꾸며진다. 원광대 오하근 교수가 책임을 맡은 추모 문집은 시인의 문학세계와 시정신을 계승 발전키 위해 전국단위의 필진으로 구성된다. 석정의 시세계를 조명할 문학특강(9월 4일 전북예술회관)은 석정의 사위인 전북대 최승범 명예교수와 군산대 허소라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신동욱씨가 강연한다. 석정의 고향인 부안 일대를 돌아볼 문학기행(9월 5일)은 '촛불' '슬픈목가' 등 시인이 시작활동을 한 부안읍 청구원(도기념물 제84호)과 석정의 시비가 있는 변산 해창 석정공원 등을 둘러보며 시심을 새긴다. 석정의 셋째 아들인 신광연씨와 부안예총 양규태 회장, 원광대 오하근 교수가 안내자로 참가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프로그램은 행사기간 전북예술회관에 마련될 각종 전시. 시인의 친필 시화와 서예작품, 시인의 대표시를 서예가·한국화가 등이 옮겨낼 시화, 시인의 역대 간행 시집의 초판본 및 30∼40년대 주요작품 게재지, 석정이 제자·자녀 등에게 보낸 편지, 유족·제자들이 지니고 있는 미공개 사진, 시인의 대표적 유영(사진) 등이다. 허소라 제전위원장은 "1939년 인문평론사에서 간행한 첫 시집 '촛불'을 비롯한 각 시집의 초판본에는 한국전쟁 이후 가난 때문에 판권을 넘기며 사라진 시들을 찾아볼 수 있어 학문적인 성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시인이 1973년 11월 군산교육대에서 문학특강을 했던 당시를 녹음한 테이프를 전시 공간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행사기간 부안문화원(원장 김원철)은 지금까지 7차례 열어온 석정문학제를 확대해 백일장·석정시 낭송회·추모문학강연 등을 연대행사로 마련한다. 제전위는 이후 석정의 시문학사를 가늠할 수 있는 석정시전집 간행과 시인의 고향인 부안에 석정의 삶과 문학을 담을 문학관 건립사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석정의 삶과 문학암담했던 1930년대, '그 먼 나라를 아십니까'라는 시어로 한반도 삼천만 민중에 희망을 안겨준 현대시단의 거목, 신석정 시인(1907∼1974). 부안이 고향인 시인은 식민지 시대와 광복 이후의 혼란과 갈등, 한국전쟁, 군사독재 등 어려운 세상을 살았지만, 그와 인연을 맺은 이들은 그를 '속됨이 없는 난초와 같은 기품을 남기고 간 시인'으로 기억한다. 특히 "일제 하에서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일문(日文)으로 원고를 쓰지 않은 보기 드문 문인이었다”는 군산대 허소라 명예교수의 연구는 시인이 지닌 시정신의 일면도 엿볼 수 있다. 전북의 땅심을 받고 자란 이들에게 석정은 각별하다. 석정은 이병훈·허소라·이기반·이가림·강희안·오홍근·오하근 등 전라도의 많은 시인과 평론가를 길러냈고, 그의 맑은 시정신은 도민에게 예향의 긍지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원로작가 홍석영씨는 "석정은 줄곧 시와 더불어 살았고 한시도 시에서 떠난 적이 없었던, 영원한 현역시인”이라고 말한다. 유기수 시인은 시 '발음'을 거론하며, "평생 자연을 사랑한 목가시인이었고 일제의 저항시인이었던 석정은 끝내 자연을 관조하며 인간구원을 절규했던 시인이었다”고 기억했다. 전주태백신문사(1951년·3년)에서 편집고문을 맡았던 시인은 이후 전주고(1954년·7년)와 김제고(1961년·3년), 전주상업고(1963년·9년)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1955년부터 전북대와 영생대학에서 시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1967년부터 2년간 전북예총 지부장을 역임하며, 전북 문화의 발전에도 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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