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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식 시인이 세 번째 육필시집 <마중물의 꿈>(인간과 문학사)를 발간했다. 이 시집은 시인이 교직생활을 하던 1996년부터 써 온 시 형태의 일기를 엮었다. 이 때문에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연 현상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 그리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지난 날의 채취가 보인다. 시인의 인생을 살필 수 있는 시 몇 개가 눈에 들어온다. 우선 뒤늦은 터득과 구절초 연정이다. 전자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이 마음이 설레는 일이라는 깨달음 담았고, 후자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구절초를 보면서 향기를 팔지 않은 절개에 대해 노래했다. 시집 뒤에 있는 덧붙이는 글 이름(姓名)에 대한 나의견해가 눈길을 끈다. 이 글은 학문적인 이론이라기보다 작명에 대한 소견과 실제 상황, 전북문인협회 회원들이 좋은 예명이나 호를 지어 이름을 날리게 된 사례를 소개했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80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김 시인은 시의 내용과 글씨에 담긴 제 성품을 살피고 인생의 길잡이로 삼겠다며 노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전주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북 PEN 클럽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한국창조문학 대상, 교원문학상, 전북PEN작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은 <사랑이 강물되어> 등 28권, 선상시선집은 <천성을 향해 가는 길>, 단시집은 <꿈의 씨눈>와 <나이테에 그린 꽃무늬>, 시선집은 <자화상>과 <청경우독>을 출간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어린이 책에 등장했던 도깨비, 지금은 찾기 쉽지 않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도깨비를 어린이의 친구로 소환한 책이 나왔다. 박예분 동화작가가 쓴 <부엉이 방귀를 찾아라>(봄볕)이다. 주인공인 느티는 생일날 무척 심심하다. 바쁜 엄마 아빠는 일찍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급하게 일하러 나갔고, 아파트 살다가 주택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동네 친구들도 사귀지 못했다. 책도 보기 싫고 뭘 해야 할 지 몰라 심심해하던 느티는 창밖에 있는 노랑새를 따라 나갔는데, 그 순간 이상한 숲속에 떨어졌다. 그 안에서 느티는 다리를 다친 토끼를 만나 도깨비 마을로 가고, 그곳에서 열린 축제에서 다양한 시합을 벌인다. 이기는 이의 소원 들어주기 시합이다. 느티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시합을 이겨야 한다. 그러나 도깨비들에게 모든 시합을 지고 난 느티, 남은 건 부엉이 방귀 찾기밖에 없다. 느티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박예분 작가는 이 책은 예로부터 사람의 오래된 친구인 도깨비들과 한바탕 재미나게 노는 이야기라며 예전처럼 도깨비가 아이들에게 다시 친숙한 캐릭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박예분 전북대에서 아동학을, 우석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아동문예>에 하늘의 별 따기외 1편,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솟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 동화책 <삼족오를 타고 고구려로>, 역사 논픽션 <뿔난 바다>, 글쓰기 교재 <박예분 선생님의 글쓰기 교실>, 그림책 <엄마 아픈 날>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 전북아동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스토리창작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남원의 독립만세 의거를 자세하게 조명한 책이 나왔다.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독립운동사연구소가 총서 1호로 발간한 <이성기용기 형제와 남원31독립만세의거>(광문각)이다. 이 책은 30년간 독립유공자 포상에 힘 써온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남원 독립만세 의거를 주도한 이성기 열사 손자의 요청을 받아, 3년 동안 관련 자료를 정리해 발간했다. 손자인 이석문씨가 인천대 독립운동사 연구소를 방문해 조부 형제뿐만 아니라 묻혀 있는 남원 전체 31독립만세의거를 밝혀달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책은 남원에서 1919년 4월 4일 독립만세의거가 일어나는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남원의 독립만세의거는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영해군파가 주축이 돼서 계획했다. 효령대군파는 덕과면에, 영해군파는 사매면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는데, 덕과면장 이석기(李奭器)가 식수기념일인 4월 3일 두 마을 사람들을 계명당 고개와 사율리 동해골에 모았다. 도로 보수를 하는 모습으로 가장해 독립만세시위를 벌이기 위해서다. 이날 동원된 수백 명의 사람들은 나무를 심은 뒤 시위를 했다. 그러나 이석기를 비롯한 시위 주도자들은 남원헌병대에 유치됐다. 그 날 밤 사매면 대신리 사람들은 이성기의 집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여 남원헌병대에 유치된 인사들을 탈환해 오기로 의견을 모았다. 동생인 이용기가 자택에서 大韓獨立旗巳梅面(대한독립기사매면)이라고 쓴 깃발을 만든 뒤, 이튿날 남원 북시장에서 대나무 끝에 매달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순식간에 1000여 명의 군중이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시위 현장에서 일본 군경의 총탄에 5~8명이 순국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의거를 주도한 이성기는 체포돼 경성감옥(경성형무소 전신)에, 이용기는 광주감옥 전주분감(현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이용기는 2년 3개월 동안 옥고를 겪다가 1921년 6월 27일 출옥했고, 이용기는 병보석으로 출옥했으나 후유증으로 36세에 세상을 떠났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이성기용기 형제 애국지사의 삶을 엮었고, 제2부는 남원 31독립만세의거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했다. 제3부 판결문이다. 남원 31독립만세의거와 관련된 판결문 13개, 남원임실 출신이 함께한 임실 오수리 독립만세의거 판결문 3개가 실려있다. 이태룡 소장은 남원 31독립만세시위로 인해 순국한 의사, 옥고를 치른 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의거의 진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경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의병문학이다.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1986년부터 의병연구를 시작했으며,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유공자를 발굴해왔다. 주요 논저로는 운강 이강년의 도체찰사 제수와 순국과정 연구등 20여 편의 논문,한국 의병사(상하) 등 27종 38권의 단행본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하찮게 생각했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가족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하고,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귀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려움을 겪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라야 작가가 쓴 동화 『미확인 바이러스』에도 위기에 봉착한 건우네 가족이 나온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하고 시시했다. 어느 날 아빠가 자신의 손톱과 발톱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건망증이라고 무시하던 엄마도 2년 전에 손질한 머리가 그대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나와 형은 살이 딱딱해지면서 움직일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나고 몸이 굳어가는 상황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했지만 신종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진화론과 퇴화론 논쟁이 겹치더니 결국 가족들이 각각 격리되기까지 한다. 유일하게 증상이 없는 건우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친구 재이와 함께 그 원인을 찾아 나선다. 해답은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각자의 물건을 담아놓은 상자 안에 있었다. 건우는 일기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찾아내고 사진을 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결국 엄마는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 즐거움을 자신의 성공과 맞바꾼 스스로가 어리석었다고 후회하고, 아빠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가족을 사랑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함께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10분 미만일 정도로 대화가 거의 없고, 밥도 따로따로 먹었던 건우네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바이러스라고 말한다.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서로에게 행복이라는 큰 에너지를 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품 속 건우네 가족의 문제는 어쩌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모두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일 수 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일들이 오히려 그것에서 더 멀어져가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닫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로>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 <설왕국의 네 아이>, <바느질은 내가 최고야>가 있다. <책 깎는 소년>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는 2020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박종은 작가가 열두 번째 시집 가을이 된 사람(인간과문학사)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언택트 시대, 박물관으로 간 필사본, 오늘 하루, 눈이 부시게 사세요, 구월이 오면, 그게 인생이여,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별거 아니게 하루를 보내고/달라질 게 없는 또 하루가 온다 해도/기쁨과 보람을 찾아봐요//(중략)//낯설게 다가옴을 기꺼이 맞이하며/단 하루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은 당신은/정말, 그럴 자격이 있어요(오늘 하루, 눈이 부시게 사세요 일부) 일상에서 보는 사물, 느끼는 감정들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냈다. 말 한마디가 주는 따뜻함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 주는 시집이다. 특별한 말은 아니지만,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한 표현들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선물한다. 박 작가의 문학세계는 흥미롭다. 어린아이가 느끼는 감정 같으면서도, 인생 선배로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자식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 같기도 하다. 이 밖에도 고향 산천의 문물, 생활 경험을 평이한 시어로 과장 없이 표현했다. 난해한 어구, 화려한 기교, 현란하고 과장된 시어를 줄이려는 박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에게 '시'는 삶에서 피워내는 사유의 꽃이고, 늦은 오후를 같이 가는 동반자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고, 기쁜 선물이다. 그는 '시'를 고뇌가 있는 걸음걸음이라고 표현하지만, 시에 대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북 고창 출생인 박종은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고창군지부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전북문인협회 자문이사, 고창 예총 회장, 시맥 회장 등을 맡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장승진 작가가 물은 나무의 생각을 푸르게 물들이고(천년의시작)를 펴냈다. 이 시집은 그 누가 달콤하다고 말했던가, 당신이 떠오를 때, 얼룩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계절은 다시 바뀌고,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본질과 관계에 대한 성찰이 두드러지는 60여 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자아 반성의 시간과 사물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장승진 작가는 궁핍한 사회에서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 성숙한 자아, 통찰하는 자아로의 도약을 간절하게 바란다. 그는 사물의 본질을 탐색하고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들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누군가의 한평생을 대신하여 그는 수차례 버려졌다/별 대단한 일을 했냐고 사람들은 물을지도 모르겠다/그 누구도 거칠고 냄새나는 발을 온몸으로 끌어안아/자기의 고집을 깔창 밑까지 낮추었던 적 있던가/버려질 줄 알면서도 발바닥까지 마음을 읽었던 그처럼(신발 전문) 시집의 해설을 쓴 최광임 작가는 시에서 자기의 고집을 깔창 밑까지 낮추었던 적 있던가라는 구절은 자아 반성을 통해 주체는 물론 신발 자체의 본질까지 모두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전남 장흥 출생인 장승진 작가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2년에 시와시학 봄호를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통신두절>이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2019년에 세 번째 시집을 출간한 박일만 작가가 2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살어리랏다(도서출판 달아실)로 돌아왔다. 이번 시집에는 작가의 고향인 전북 장수 육십령을 소재로 한 육십령 연작시 60여 편이 담겨 있다. 그는 모든 시에 육십령을 제목이나 부제로 달기도 했다. 유년기와 성장기 때에 본 고향 마을의 이모저모를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복원시키기 위해서다. 박일만 작가는 육십령에 머물면서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농촌 현실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일제가 호랑이를 다 잡아가고도 모자라 광물을 수탈해 가고/민족상잔 때 치열한 전투도 겪었던/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마을,/사람은 적고 꽃들은 지천인 거기에 뼈를 묻고 싶다.(시인의 말 일부) 농촌은 아이들의 울음소리, 웃음소리, 젊은이들 찾아보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박 작가는 작품에 이러한 농촌 현실부터 생명존중 의식, 인구감소 문제 등 정부의 농촌 관련 정책 실패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고발의식까지 담았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승하 작가는 도회지에서 바삐 사는 동안에는 고향을 영혼의 안식처로 생각하지 못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살아오는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으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본향이 더욱더 그립고, 여러 상징을 거느린 공간으로 다가온다. 그곳을 떠나왔으나 마음은 언제나 불원천리, 고향이 설사 북만주만큼 먼 곳이라 할지라도 박일만 시인에게 고향은 언젠가 꼭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지난 2005년에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저서로는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등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협회, 한국시인협회, 전북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제4회 청암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전북문학관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청암문학상을 받은 김주순 시인을 축하하는 자리로 김영 전북문협회장, 김남곤 청암문학상운영위원회 수석 고문,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 지역 문학계 인사가 참석했다. 청암문학상은 청암 김철규 작가가 2018년에 제정, 매년 1명씩 군산 출신 문인들에게 수여했다. 올해부터 전북지역으로 확대했는데, 첫 수상자로 김 시인이 선정됐다. 선정된 작품집은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이다. 김 시인은 이날 상패와 창작지원금 100만원을 받았다. 김제 출신인 김 시인은 현재 무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로 등단한 뒤, 같은해 전북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현재 무주문인협회, 눌인문학기념사업회,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산림치유지도사 로 활동하고 있다. 김 시인은 전북으로 수상대상을 확대한 뒤 첫 수상자로 선정돼 더욱 값진 영광이라며 더욱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하근이 떠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배시시 웃고 서있는 모습이 생생하다. 세월이 가면 잊힐까 했으나 아직까지 환영이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따라 하근이 보고 싶다.(문학평론가 오하근을 생각하다 일부) 아동문학가 서재균이 동료 문학인들과 쌓은 추억과 그들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산문집 멀고도 먼 길(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격동의 시대에 교사로, 언론인으로, 문학인으로 살아온 서재균은 동료 문학인들과의 교유를 소중히 여긴다. 때문에 어린 시절 함께 쌓았던 추억부터 이들이 좋아했던 문학인, 고통을 감내하며 탄생시킨 문학작품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많은 순간들을 글 속에 녹여낸다. 특히 50년 우정을 나눈 문학평론가 오하근과의 일화는 현실처럼 생생하고, 그의 스승인 고(故) 천이두 선생(원광대 교수), 소설가 홍석영 선생(원광대 교수), 고(故) 이병기 선생에 대한 회상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또 전이곤 시인과의 일화를 말하는 대목은 그리움이 담겨 있고, 그의 술버릇에 대한 기억은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회상의 글도 있다. 1부 길이다. 이 장에서는 제목처럼 소년시절에 대한 회상, 오랜 친구, 고향길,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수록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문학작품에 대한 소회도 드러냈다. 어린이들을 여러 가지 생각은 하고 있으나 생각할 만한 글은 과연 한 편이라도 남겨 놓았는지, 또 나의 아동문학의 나이테가 너무 부끄럽지도 않았는지라는 구절은 자신의 문학인생에 대한 반성과 일종의 겸양지덕을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개인사가 드러나는 산문을 비롯해 동화 꼭두쇠까지 총 22편의 글이 실렸다. 1935년 무주에서 태어난 아동문학가 서재균은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원으로 13년을 지냈다. 이후 전북일보사에 입사해 기자, 차장, 부장을 역임했으며, 전라일보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전북도민일보에서 편집국장과 수석논설위원을 지냈다.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전라북도 문화상(언론), 목정문화상(문학), 김영일 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전북아동문학회 고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김환태문학제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꽃 한 송이가 시다. 그 수많은 이파리가 첩첩이 쌓아 올린 이야기, 한 권 소설을 한 편의 시꽃으로 피워 내는 일에 혼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인생길 가다가 가다가 꽃밭은 만난다면 행운이겠지요. 이 시집 한 권이 드넓은 초원 어딘가에 꽃밭이었으면 합니다.(시인의 말 일부) 정병렬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인간과문학사)을 펴냈다. 이 시집은 만찬,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죽필 받아쓰기, 내가 짊어진 천국, 죽음이 하는 말,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정 시인은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쇠똥구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대나무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죽음까지도 생각한다. 그는 어렵고 우울한 소재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온종일 폐지를 줍는 손/굽은 허리 툭툭 치며 바라본 서녘 하늘/그 누가 내놓았나 붉은 노을 황혼이 타네//(중략)//오늘 저녁 치 목숨 고이 받아 안고/발걸음마다 절뚝 절뚝/고삐를 푸는 저녁(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소재호 시인은 이 시집에서 이미지들의 연계는 무한한 상상력을 일으킨다. 붉은 노을은 붉은 지폐로 은유 되는데, 그것 또한 절뚝거리는 남루한 삶의 수당으로 상징되고 있다. 소시민의 눈물겨운 삶이 불타는 황혼으로, 아이러니의 화염으로 귀의하는 형상화의 시는 절묘한 화법이다고 설명했다. 정병렬 시인은 전북 순창 출신이다. 지난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엄동의 계절이 당선됐다. 저서로는 시집 <설원에 서다> 등 다수와 산문집 <희망시 인내동 사랑가>가 있다. 그는 표현 신인작품상,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중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박현우 인턴기자
김유석 시인의 제주 이주 여행기가 담긴 시집 <이주 여행자>(천년의 시작)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우리는 풀밭 옆 돌집을 빌려, 너에게 간다, 화산과 소나기와 돌개바람과, 풍경에 스며,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시집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내내 생동감 있게 제주도를 노래한다. 너무 멀어 말 막힌 데는 아니게/콘크리트 성곽 에워싼 동네도 아니고/한 번 가면 쉬이 돌아올 수 없는 곳이기에/(중략)//피란처럼/귀향처럼/육지를 떠나왔다/사랑했던 이들을 떠나왔다(이주자들 일부) 전라북도 오수에서 자고 나란 김유석 시인에게 도시 생활은 고향 상실의 상태와 같았다. 제주로의 이주를 피란, 귀향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에게 도시는 전쟁터이고 영원한 타향이기 때문이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내륙의 농촌에서 태어난 이주자에게는 대도시나 제주도나 모두 고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위 시의 화자가 제주도를 귀향지로 인식하는 것은 일종의 본향 의식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로의 이주는 곧 생명으로의 귀환인 셈이다고 말했다. 김유석 시인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2021년 서정문학, 문학의 오늘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공공기관이 처한 현실과 속사정을 보여주는 경영 에세이가 출간됐다. 윤태진 전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최근 <낙하산 기관장의 공공기관 분투기>(일월일일)를 냈다. 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듯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부임한 저자가 3년의 임기 동안 직원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신생기관을 탈바꿈해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서술했다. 우선 낙하산 기관장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낙하산 인사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는 기관장으로 내정되고 익산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에 부임했을 때, 지역 언론과 주위에서 눈총을 받았다. 저자는 책에 어떤 기준으로 전문성을 거론하는지도 모르겠고, 국가 공공기관 기관장을 임명하는데 왜 꼭 전북 출신이 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썼다. 지역 연고도 없고 식품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기관장으로 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뒷담화에 개의치 않고 소신대로 기관 개혁을 밀고 나간다.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일의 성과를 보여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임 첫해에 50%에 불과했던 기관 예산의 국비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리고 첫해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냈다. 재임 동안 기관 내 지원센터 수와 직원 수를 2배로 늘리고 예산 규모는 4배로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저자는 공공기관을 향한 사회적인 시선도 반박했다. 편안한 직장이라는 동경이 피상적인 이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공공기관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IMF 이후 강도 높은 민영화나 기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통폐합이 지속돼,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 공공기관은 존폐 위기에 처한다. 임직원들은 감독기관과 공무원들에게 시달리고, 자치단체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책은 1장 혁신의 적은 내부에 있다, 2장 낙하산 기관장의 분투, 3장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다, 4장 슬기로운 공공기관 생존법, 5장 공공기관의 화양연화는 가능한가 등 총 5장으로 돼 있다. 저자 윤태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중고를 마치고 단국대학교 지역개발학과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한교육보험, 삼성물산, 한국건설관리공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2006년부터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실장과 농해수위 수석전문위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이유로 나는 일곱 살 때까지 이사를 열세 번을 다녔다고 한다. 희미한 기억 속에 가득 차다라는 느낌, 두 가지가 있다. 처음으로 본 상여 행렬과 추수 때 집 마당이다. 비가 왔었는지 질퍽한 진흙길 위에 상여는 유난히 느리게 갔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 상여 뒤를 길게 늘어선 무리만큼이나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상여 위에서 종 치는 할아버지, 상여 뒤를 따르는 상주들의 울음, 마지막 가는 고인을 배웅하는 사람들로 길 위가 가득 찼다. 그리고 추수하는 날은 집채만 한 가마솥에서는 연신 뿜어내는 김만으로 마당은 그득했다. 그때는 뭐였든 서로였고, 함께였던 정서 때문이었을까! 임실에는 그때처럼 모두 함께 하는 필봉굿이 남아있다. 그곳 3대 상쇠였던 고 양순용 보유자의 희생과 노력, 계승 정신이 명맥을 잇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과 떡과 술을 나눈다는데, 이는 고인의 유언이었다. 풍물놀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관중도 온전히 하나 된 나눔인 것이다. 동화작가 윤미숙의 『소리 공책의 비밀』은 임실의 필봉 농악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갈등 속 두 소년의 화해와 성장하는 모습은 족히 큰 감동과 긴장감을 준다. 개인적으로 윤미숙 작가는 20년 전에 한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었다. 늘 조용했고, 무슨 생각인지 깊이 빠져있는 듯 보였다. 그때만 해도 동화작가가 되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우연히 그가 대교문학상을 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서야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침착하고 잔잔한 그의 이미지답게 꼼꼼한 짜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읽다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인연의 감회였을까! 읽는 내내 몇 번의 소름 돋는 전율을 느꼈다. 즐겨 쓰던 챙 넓은 모자는 사라지고, 멋들어지게 반백이 된 머리색이 스쳐 지났다. 글을 쓰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 있었을 모습이 겹쳐졌다. 책 속, 진성의 일방적인 갈등은 참 감칠맛을 냈다. 청력을 잃은 먹이의 노력은 보려하지 않고, 천재성이라 단정해 시기 질투하는 진성의 숨겨진 내면은 헝클어졌다. 드러내지 않고 경쟁하는 모습에 갈증이 날 정도이다. 반면에 가장 절박함 속에 이뤄낸 간절함으로 소리를 그려내는 먹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리를 그리는 모습은 전통을 잇고자하는 이들의 갈망과 절묘한 맞춤이었다. 간신히 물에서 구한 먹이가 열이 내리는 것을 보고, 마당으로 나와 기원이라도 하듯 임실댁이 소고 없이 춤추는 모습이 나온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양손을 가슴께에서 한 번 부딪치면서 머리 위로 올린 다음, 얼굴을 스치듯 내려 가슴에 모았다. 두 손을 가슴에서 모았다가 다시 크게 벌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춤을 추었다. 마당을 돌며 당면한 위기로 쌓인 상념을 떨쳐내듯 마음을 정화한다. 마치 의식과 같은 장면이다. 기원을 담은 몸짓을 그려낸 작가의 섬세함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 글 속에는 나오는 비그이 비설거지라는 예쁜 순우리말은 이야기 흐름에 맞춰 살며시 스며서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임실 필봉 농악을 실감나게 그려낸 것은 이야기 속 먹이만큼이나 깊이 빠져 있었을 것이다. 전통을 이어온 이들처럼 작가 또한 이야기 내내 흐트러짐 없는 일치가 이 동화의 핵심이 아닐까싶다.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 이사장과 성균관 유도회 전북본부 부회장인 조택수 수필가가 첫 수필집을 냈다. 이 수필집은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보냈던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외갓집 풍경은 한 장의 정겨운 시골 풍경화처럼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집은 훈훈한 인생과 따뜻함이 배어있는 추억의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 우물가의 유자나무는 어머니를 회상케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훗날 외갓집을 다시 찾았을 때는 유자나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세대 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글 전반의 주제의식이다. 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작가와 작품은 본시 하나라며 작품은 작가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작가의 철학적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장르가 되었든 간에 작품에는 작가의 삶이 깊은 우물에 비친 얼굴처럼 심오하게 비쳐져서 거울처럼 영롱하게 반사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택수 작가는 지난 2015년 서울노인영화제에 <회상>이란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했고, 3년 후 <시선>의 신춘문예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6월에는 월간 수필과 비평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석사를 수료하고, 현재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 이사장, 성균관 유도회 전북본부 부회장, 정읍시 지방재정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온 가족이 소리 내 함께 읽으면 좋을 희곡 한 편이 나왔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최기우 작가가 쓴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문학동네)이다. 매년 두 번 바닷물이 갈라져 길이 생기는 전남 진도의 신비한 현상과 영등할매 설화에서 착안해 쓴 작품으로, 2017년 5월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초연된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된 동명의 국악극을 누구나 읽기 쉽게 다듬었다. 관객들이 무대로만 만나 온 작품을 책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진도 바닷가 호동마을엔 방귀를 잘 뀐다고 소문난 뽕 함마니가 살고 있다. 어느 날 호랑이 떼가 나타나 마을을 휘젓고 다니자 사람들은 바다 건너 모도로 떠난다. 홀로 남은 뽕 함마니는 방귀 힘으로 호랑이들과 맞서다 친구가 되고, 호랑이들은 그간의 못된 장난을 뉘우친다. 한편, 호동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뽕 함마니를 두고 온 죄책감과 그리움, 배고픔에 괴로워한다. 이 소식을 들은 뽕 함마니는 밤낮없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이에 감동한 용왕이 진도와 모도를 잇는 바닷길을 열어 준다. 신비한 현상에 얽힌 설화, 방귀로 호랑이와 맞서다 친구가 되는 반전, 고갯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지는 호생원의 사연, 너나없이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것들을 안겨 준다. 또 마당극의 무대 활용 방식과 입방귀연주단의 역할, 풍물과 민요 가락 등 전통극 요소들을 극에 녹여내 멋과 정취를 드러냈다. 특히 진도 지역 사투리의 차진 맛, 밀고 당기듯 주고받는 대사와 몸짓의 신명, 곳곳에 부려 둔 익살과 해학, 노랫말에 가락을 붙여 보는 데서 오는 재미가 아이들을 현대적으로 해석된 전통극의 세계로 성큼 다가서게 한다. 최기우 작가는 어린이들이 희곡 문학을 즐겁게 경험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쉽고 재미있게 연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과 장면을 더하고 다듬었다라면서 전체 이야기는 4막 11장이지만 하나의 막으로도 충분히 독립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최기우 작가는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으며, 그 이후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10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저서는 희곡집 <상봉>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와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
전주에 있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53억 원을 들여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전산망)에 참여하는 서점이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적 판매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출판계의 독식구조를 해소하고 작가의 처우개선에 조력하려는 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출판사-유통사-서점별 생산판매통계를 확보하기 위해 53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산망을 구축, 올해 9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국회의원(수원갑)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산망에 참여하고 있는 출판사는 전국 7930곳 가운데 1777곳로 22.4%에 불과하다. 지역서점도 전체 2320곳 가운데 14%인 322곳만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출판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확한 판매부수를 확인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문학 창작자 1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창작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9%가 출판사로부터 판매내역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 이럴 경우 출판사에 대응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비율도 64.1%에 달했으며, 인세를 책이나 구독권 등으로 받는 경우도 36.1%였다. 또 서점의 재고 조회, 주문 자동화와 물류 발주 시스템 조회도 어려운 상태로 확인됐다. 김승원 의원은 혈세 53억원을 투입해 전산망을 구축해도 출판업계 동의가 없으면 저자는 판매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출판사와 서점의 참여율도 저조해 정확한 생산판매통계도 확보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산망을 개선보완해 출판계의 부조리를 없애고 사업의 본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대표)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사의 참여를 독려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산망과 출판문화협회의 도서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의 통합과제 등 많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며민간의 협조가 없는 공공기관의 일방통행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개선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최경서 양(운문부 장원), 정성결 양(산문부 장원) 전북문인협회(회장 김영)가 주관하고 (재)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이 주최하는 제25회 전북 고교생 백일장 현상 공모에서 운문부에는 최경서(전주여고 2년), 산문부에는 정성결(완주세인고 2년) 학생이 장원을 차지했다. 이번 고교생 백일장 현상 공모전은 지난 8월 9일부터 9월 24일까지 전라북도 고교생과 고교 재학에 해당하는 홈스쿨링 학생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운문부에 1,346명, 산문부에 951명, 총 2,297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각 부문별 장원 수상자에게는 목정문화재단이사장상과 전라북도교육감상 상장을 수여하고, 상금 1백만 원도 함께 지급한다. 차상에는 한국문인협회이사장상과 상금을, 차하와 가작에는 전북문인협회장상과 상금을 수여한다. 심사를 총괄한 전길중 시인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공모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참여 기회가 높아졌다. 작품 수의 증가에 따라 수준 높은 작품들도 많았다. 자연생태 위기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소재가 정말 다양했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는 내용이 많아 심사하는 내내 흐뭇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북 고교생 백일장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학교에 ㈜미래엔에서 1백만 원 상당의 도서 교환권을 수여한다. 올해 우수 학교로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전주신흥고가 선정됐다. /박현우 인턴기자
“내가 제일 먼저 배운 말은/만세/그래 만세였다/엄마는 내 윗도리를 벗길 때마다‘/만세 했다//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어둔한 만세를 했다/무슨 뜻인지도 몰랐던/만세//만세는 승리를 가르치고 싶은/엄마의 기도였다//”(‘만세’ 일부) 서호식 시인(64)이 생애 첫 시집 <그대에게 물들기도 모자란 계절입니다>(천년의 시작)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어머니의 사랑과 주위의 일상 등을 작가 특유의 서정성으로 담아낸 57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시인은 누구나 시인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주위의 모든 것을 감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감성이 풍부한 세상, 그 대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시인들이 많아져 마주한 대상에 마음을 온전히 실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시집에는 그런 그의 바람이 녹아 있다. 표지는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 김숙씨(53)가 그렸다. 김씨는 최근 3년 연속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은 전도유망한 민화 작가다. 시집 해설을 쓴 차성환 시인(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이 시집은 어머니가 보여주신 숭고한 사랑을, 어머니가 나에게 준 모든 것을 되새김하는 애절한 사모곡”이라며 “그는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이에게 베푸는 삶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믿는다”고 평했다. 유은희 시인은 “서호식 시인은 그 특유의 서정성으로 작고 낮고 미약한 것들을 어르고 만져 시적 대상들로부터 은은한 풍경 소리를 울리게 한다. 그 파장은 아득하고 깊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감각적으로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독자의 감성을 조이고 풀어 조율한다”고 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서호식 시인은 지난해 ‘만세’, ‘연못에 들다’로 한겨레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현재 별빛정원 대표와 시암 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시 동인 ‘들꽃’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안성덕 시인이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과 감성적인 글을 실은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작가)를 펴냈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총 71편의 에세이에 사진이 어우러진 디카에세이집이다. 책은 아름다운 것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작가의 순박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단순한 심미적인 욕망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책 곳곳에서 얘기하고 있다. 작가는 사회와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드러낸다. 사람은 많아지고 길이 멀어지면서 세상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발로 걸어갔던 길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자전거로 오갔던 길을 자동차를 타고 달립니다. 더 빠르게 더 멀리 가봐도 무지개는 또 그만큼 멀어지는 데 말입니다.(푸른자전거 일부) 이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드러낸 듯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다. 다음 구절의 내달리던 세상이 빨강 신호에 걸렸다는 우리가 모르는 외부의 가르침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4차 산업으로 인한 인간소외,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끝을 모르는 인간의 탐욕과 도를 넘는 개인주의를 경계한다. 이로 인해 인간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전망한다. 오히려 이런 시기에 풍경과 일상의 언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상적인 감성을 붙들어 놓으려고 한다. 동네 앞 들길을 멀리 돌아오는 11월의 한나절같은 구절이 시인의 바람을 내포한다. 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한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나아가 세상을 깨닫는다. 정읍 출신인 안성덕 시인은 지난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입춘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시집 <몸붓>을 펴냈으며, 제5회작가의 눈작품상과 제8회리토피아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원광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이야기의 끝에서 당신은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올해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허태연 작가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다산책방)가 장편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은퇴를 결심한 주인공의 버킷리스트를 소재로 황혼기 새 인생 찾기와 가족과의 화해를 꾸밈없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이야기는 60대까지 술에 찌들어 폐인처럼 살아온 남훈이 젊은 시절 작성한 청년일지를 토대로 꼭 해보고 싶었던 스페인어와 플라멩코에 도전하면서 시작한다. 반평생을 굴착기 기사로 살아온 남훈은 소위 말하는 꼰대 영감. 고집불통의 성격답게 악착같이 그것들을 배워나가지만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맞닥뜨린다. 그러나 스페인어 강사인 카를로스와 플라멩코 강사, 그리고 굴착기를 임대해 간 청년과의 만남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헤어진 딸을 찾아나선다. 1982년 서울 출생인 허태연 작가는 한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5년 최명희청년문학상단편소설부문에 당선됐으며, 2019년 제1회 밀크티 창작동화 공모전 금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 책은 올해 혼불문학상에서 심사위원 전원에게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은희경 혼불문학상 위원장과 전성태 소설가, 편혜영 소설가, 백가흠 소설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은 허 작가의 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원제:너를 찾아서>는 코로나 시국에 대한 면밀한 반응과 가족에 대한 위로가 좋은 장점이며,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라며 우리가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소통을 위한 따뜻한 이야기의 전개가 소소한 재미를 줬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16일 오후 4시 남원 사매면 혼불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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