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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장태엽 포토에세이 '펭귄장화에 짠물이 밸 때'

전북에 터를 잡은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삶, 바람을 담은 포토에세이가나왔다. 전라일보 장태엽 사진기자가 2년간 전북 외국인주민지원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이주민들을 일상을 담은 <펭귄장화에 짠물이 밸 때>(휴디자인)이다. 장 기자는 앵글에 고단한 삶의 자화상을 담았다. 동티모르에서 군산으로 건너 온 청년 어부 엘리제오, 머나먼 캄보디아에서 완주 비봉면 상추 농가로 날아온 농부 천분안, 지평선의 도시 김제에서 붉은 토마토로 꿈을 키우고 있는 킨티엔 등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치열하게 살면서 희망을 가꾸고 있다. 직접 사진을 찍은 뒤 타인의 삶, 그리고 기자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도 두루 담았다. 그가 책 말미에 적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 더 많이 소통하고 배려해야 할 때, 지금이다는 문장은 이주민을 촬영하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비춰진다. '펭귄장화에 짠물이 밸 때'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도 깊다. 장 기자는 "가슴까지 올라오는 펭귄 장화가 삶의 무게라면 짠물은 위기나 고통일 수 있다" 며 "짠물이 장화에 밸 때. 뭍으로 올라오듯, 고단한 삶을 견디고 일어서야 미래를 가꿀 수 있다"고 했다. 책에 나온 13명의 이웃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의 의미, 그 속에 고단하지만 따뜻한 인생사가 축약돼 있는 셈이다. 장 기자는 전북기자협회 회장,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라일보에 재직하고 있으며, 전북사진기자협회 회장, 한국기자협회 지역언론혁신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2.22 19:26

[신간] 동시집 ‘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

하미경 시인,시집 삭막했던 동네에 꽃들이 피어나지/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 목련, 라일락/바깥이 집 안보다 더 화사하고 따뜻해서/아이들은 하나둘 밖으로 나와/축구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얼음땡 놀이도 하지.(봄이 되면-시인의 말 일부) 차가운 공기를 뚫고 이른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 하미경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 <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브로콜리숲)를 출간했다. 시인의 동시집에는 봄과 같이 따뜻한 동시 54편이 담겨 있다. 문신 시인의 말처럼, 봄의 기운을 담아 시인의 온몸으로 감지되는 촉감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시인은 쉬운 시어와 단순한 구조로 희망과 위로를 노래한다. 예를 들어 다독다독에서는 괜찮아라는 말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괜찮은 말인지 라며 일상의 단어를 통해 받는 따뜻한 위로를 표현한다. 또 손에서는 손은 그냥 손이 아니라 나만의 의미가 부여된 너의 손을 잡을 때만 손이 된다며 타인의 도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안도감을 나타낸다.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시인은 초등학생에서 좋은 어른이 되기보다 나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어른)는 얼마나 애써야 하는지라며 힘줘 말하고 있다. 한편 할아버지가 다녔을 동네 약국, 한의원, 은행, 슈퍼, 짜장면집, 앞을 지나며 한 방울씩 차올랐을 눈물방울로 먹먹한 감동(눈물방울 목걸이)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시인은 다양한 관심과 시선으로 시어들을 빚는다. 전북 작가회에 소속된 하미경 시인은 지난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후, 2014년 '동시마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은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가 있다. 현재 상상나무작은도서관에서 상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2.22 19:26

[신간] 손끝에서 피어난 왕실의 꽃, 책으로 만나는 궁중채화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이종희)이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의 역사와 전승가치를 담은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민속원)를 발간했다. 책에서는 우선 궁중채화의 기본적인 개념을 다룬 뒤, 삼국시대부터 조선후기를 거치면서 왕실 존엄의 상징물로 정립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접근한다. 궁중채화는 전 근대시대 왕실의 각종 연회에서 사용된 가화(假花-명사 종이, 천, 비닐을 재료로 해서 인공적으로 만든 꽃)이다. 꽃을 만드는 재료는 비단, 견직물, 모직물, 광물, 깃털까지 다양하다. 작품 대상은 과꽃, 국화, 도라지꽃, 모란, 복사꽃, 유자꽃, 연꽃, 월계꽃, 패랭이꽃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꽃들이다. 제작과정은 까다롭다. 자연 그대로의 꽃을 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궁중에서 채화를 제작관리하는 직책을 둘 정도다. 오늘날에는 황을순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가 그 명맥을 이어받아 기예능을 전승하고 있다. 책에서는 황을순 보유자의 기예능 실연 과정을 면밀하게 다룬다. 궁중채화의 재료와 도구, 작품제작에 쓰이는 직물의 정련, 염색, 매염, 다듬이질 등 준비 내용을 상세히 제시한다. 특히 왕실 연회 때 어좌의 좌우를 장식하는 준화(樽花)와 왕실 가족에게 올리는 상화(床花) 중 핵심이 되는 수파련(水波蓮)의 제작내용도 담고 있다. 마지막 장은 궁중채화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경위, 보유자의 작품 활동과 전수교육 등 전승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2.22 19: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서성자 '격쟁 꾕과리를 울려라'를 읽고

격쟁(擊錚)은 조선시대에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이 궁궐에 난입하거나 임금님의 기다렸다가 그 앞에서 징, 꽹과리, 북을 쳐서 직접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궁궐에 들어가는 것도, 임금을 기다리는 것 모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 둘래도 먼 길을 걸었고, 임금님을 기다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격쟁을 한다. 둘래 아버지는 소문난 쇳물 녹이는 대장장이다. 하지만 일한 대가로 받은 돈이 위폐로 밝혀진다. 그 위폐를 만들었다는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된다. 병중인 엄마를 살리려 애쓴 피땀의 결과가 죄인이라니. 이 억울함은 낯가림이 심한 둘래가 용기를 낸 이유가 됐다. 정조는 가장 격쟁을 많이 들어주었다고 한다. 격쟁은 백성이 어버이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과도 같다.라는 말에 가슴 한쪽이 뭉근해진다. 백성의 소리를 귀 기울여 해결해 준 좋은 임금이다. 『승정원일기』는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기록한 책이다. 책 속에 열두 살 아이의 이야기가 있었다. 서 작가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 노력은 결실이 되어2021년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 우리 코앞에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과제가 있기 때문인지 격쟁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요즘은 뚜껑도 열기 전에 흠집잡기 쟁탈전과도 같은 뉴스에 맥이 빠진다. 그래서인지 이 동화를 단숨에 읽었다. 믿어주는 이웃이 있어 감동이었다. 탄원서와 같은 손도장을 모아주는 모습을 보면 현실을 빗대지 않을 수 없었다. 웬만하면 남의 일에 얽히려 하지 않는 현실과 대비된다. 덕보는 둘래를 지켜주며 격쟁을 기어코 울리게 하는 진정한 지원자였다. 낯가림에다 두려움이 더해진 둘래에게 빨리 도착해서 임금님을 만나야 걱정 대신 격쟁을 허제.라고 말하는 야무진 강이까지. 생인손 앓이와 화상 같은 상처는 격정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종종 동화를 놓고 현실을 부정하고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비난을 한다. 하지만 동화는 밝은 빛으로 가는 이정표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동화가 그랬다. 너무 가르치려 하고, 바른 이야기만 하는 꼰대 같은 동화와는 달랐다. 약방 할아버지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던 것이 곤경에서 구해주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고 하는데 모두 쓸모가 있었다. 둘래는 수줍음 많은 아이다. 겉으로 말 못하는 대신 세심하게 기억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 동화를 쓰기 위해 실제로 찾아보고, 알아보는 노력을 수없이 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둘래는 예전 옆집에 살던 아이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주위를 보듬는 온기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신기한 민간요법도 소개된다. 국소의 염증이 심하면서 온몸의 오한 발열이 있을 때에는 돼지비계를 찬물에 담갔다가 국소에 대기도 한다. 둘래가 생인손에는 돼지비계를, 멈추지 않는 진물을 빨아들이는 누에고치를 뽑고 남은 보푸라기 풀솜으로, 으깬 쑥덩이로 지혈 시켰다. . 단지 사건과 위기극복이 너무 잘 이어진 것이 이야기 탄력을 감소시킬 수 있겠다는 염려가 됐다. 하지만 이음새가 촘촘한 것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했는지 가늠되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울리고 있을지 모를 격쟁! 부디 함께 아파하고, 모두 새롭게 거듭나는 울림이길 바란다. ● 약력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마키코 언니로 등단.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에서 가족사진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 2020년 11월 레오와 레오 신부 장편동화 출간 2021년 2월 가족이 되다 청소년소설 출간 현재, 초등학교 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12.22 19:26

제1회 여산문화상 수상자 주봉구 시인

제1회 여산문화상 수상자로 주봉구(朱奉求) 시인이 선정됐다. 여산문화상은 여산장학재단 국중하 이사장이 사재 5억 원을 재단에 추가로 기탁해 만들어진 문화예술활동 지원 사업이다. 여산장학재단은 지난 21일 완주군 동상면에 소재한 문화예술공간 여산재에서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진형 전통문화마을 이사장, 김영 전북문협 회장 등 내외 귀빈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여산문화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조미애 심사위원장은 “화합 정신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소통의 시 세계 그리고 예술인으로서 모범을 보인 아름다운 성정과 진중한 품격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주봉구 시인은 1979년 계간 《시와 의식》으로 등단 이후 10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하는 등 꾸준히 좋은 시를 발표해 왔다. 주봉구 시인은 “은사님이신 정렬 시인을 만나 평생 시를 쓰게 되었다”면서 “더욱 좋은 글을 쓰는 문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여산문화상은 전라북도 문화예술인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전문문화예술인으로서 뛰어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품격있는 1인을 수상자로 선정해 매년 시상할 예정이며, 상금은 500만원이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12.22 19:26

국립무형유산원,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기록도서 발간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이종희)이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의 역사와 전승 가치 등을 수록한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를 발간했다.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는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속적인 보존과 계승을 위한 기록화 사업으로 제작된 도서다. 종목의 개요와 역사, 문화적 의미와 가치뿐만 아니라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현장의 실연내용이 담겨 있어 한 권의 책으로 궁중채화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는 궁중채화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다루고, 궁중채화가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왕실 존엄의 상징물로 정립되는 과정과 특징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했다. 실제 궁중채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황을순 보유자의 기예능 실연 과정을 면밀하게 다뤘다. 궁중채화의 재료와 도구, 작품 제작에 쓰이는 직물의 정련, 염색, 다듬이질 등 모든 준비 내용도 상세히 제시했다. 이 밖에도 궁중채화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경위와 더불어 보유자의 작품 활동과 전수 교육 등 전승 현황도 정리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발간 도서는 누구나 쉽게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국공립 도서관 및 박물관 등 관련 공공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또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구입할 수 있다. 한편 국립무형유산원은 국가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의 내실화를 통해 무형유산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과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활용의 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2.21 19:47

강민숙 시인, 부안을 노래하다

부안은 동진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김제의 징개맹개 외배미들 못지않은 너른 들판이 있는 풍요의 고장이다. 변산반도와 서해바다까지 끼고 있는 부안은 그야말로 농림수산의 본산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시인이 부안 사람들의 삶과 질곡의 역사, 아름다운 풍광 등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내 눈길을 끌고 있다. 25년 전 첫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로 세상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강민숙 시인(59)이 최근 네 번째 시집 ‘채석강을 읽다’(실천문학사)를 발표했다. 1994년 첫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를 비롯해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에 이은 다섯 번째 시집이다. 강 시인은 그동안 시집에서 그리움과 외로움을 절절하게 쏟아냈다. 그러나 이번 시집(총 4부 77편)에서는 정다운 친구, 가족 등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생채기 등을 소재로 하면서도 고향 부안의 역사와 청정한 아름다움, 풍요로움을 두루 이끌어내었다. 사뭇 소설처럼 부안의 아름다움과 아픈 역사, 자랑스런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시인은 ‘동진강 푸른 물결과 사람들’을 터치하며 독자 마음 속 어딘가에서 숨어 스멀거리고 있을 감성을 자아낸다. 동진강 다리 옆 백산 삼거리에는 ‘약산이네 매가리간’ 흔적이 남아 있다. 일제의 쌀 수탈 증거물이다. 그 옆 백산은 동학농민혁명군이 전주로 진출하기 전 집결했던 역사 현장이다. 신경림 시인은 “부안 백산은 동학의 성지로서 ‘앉으면 죽산이요, 서면 백산이다’는 말이 있다. 부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 시인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을 떴고, 부안의 산과 들과 바다와 사람들을 자기 이야기로 소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시 ‘동진강은 알고 있다’에서 동진강을 안으로 흐느끼며 흐르는 강, 넓은 들을 눈물로 적시며 흐르는 강으로 노래한다. 시인은 눈물만 노래하지 않는다. ‘곰소에 피어나는 하얀 소금 꽃을 노래하고, 채석강과 월명암, 내소사, 개암사 등 부안의 명승지를 노래한다. 강 시인은 “서울에 살면서도 고향 부안의 발전에 관심을 가졌고, 걸맞는 역할을 찾기도 했다”며 “그중 하나가 동학농민혁명 백산대회 성지화 사업이다. 희생자의 업적을 기리고 원혼을 불러내 영원의 불꽃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완주=김재호 기자

  • 문학·출판
  • 김재호
  • 2021.12.19 19:22

[2022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소재는 폭넓어졌지만 수준은 높게 향상되지 못해”

2022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를 지난 15일 마감한 결과, 시 부문에 302명이 1157편, 단편소설 부문에 117명이 120편, 수필 부문에 161명이 366편, 동화 부문에 121명이 126편 등 총 701명이 1769편을 응모했다. 지난해(700명, 1901편)에 비해 응모자수는 1명 늘었고, 출품작 수는 132편 줄었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응모가 많았지만, 10대부터 80대 응모자까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전북보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응모가 눈에 띄게 많았다.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충청, 대구, 부산 등지에서 골고루 작품을 보냈다. 올해 신춘문예 예심은 15일 전북일보사 역사전시실에서 진행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19확산 방지를 위해 심사위원들을 2개조로 나눠서 심사했다. 오전에는 시수필, 오후에는 단편소설동화를 심사했다. 심사는 전북일보 문우회(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모임) 회원인 경종호김헌수김형미 안성덕장창영김영주이진숙오은숙정숙인최기우최아현황지호김근혜이경옥장은영 작가가 함께했다. 올해는 폭력, 죽음, 종교 등 사회문제부터 자아를 성찰하는 작품까지 소재가 폭넓었다. 다만 예년보다 작품 수준이 높게 향상되진 못했다는 평이 중론이었다. 완결성 측면에서도 다소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들은 14편을 본심에 올렸다. 심사위원들은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고르고 높은 수준을 보여 심사 내내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의 함축적인 묘미에서 벗어나 주제와 동떨어진 말들로 불필요하게 길게 풀어 산문화했다면서 때문에 시의 완결성이 약하고 앙꼬 없는 찐빵 식의 이미지에 치중된 작품이 많았다고 밝혔다. 수필 부문에서는 19편이 본심에 올라갔다. 심사위원들은 사회문제를 반영하는 소재가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평했다. 이어 자아 성찰의 폭이 넓어진 수필이 많았다면서도 출품작의 소재가 유사해 응모자의 필력을 가늠하기가 힘들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단편소설은 10편을 본심 진출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족서사가 주를 이루었으며, 사회 전반의 어두운 분위기를 반영한 듯 많은 작품에서 종교, 죽음, 폭력 등이 소재로 작동했다며 간접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세태를 반영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6편이 본심에 진출한 동화는 예년보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낮아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재가 진부하거나 구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론이다. 심사위원들은 전체적으로 생활, 의인, 판타지, 생태 동화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입부와 줄거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결말이 뻔한 스토리가 많았다. 상징이나 은유가 갑작스럽고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도 모호했다고 혹평했다. 다만 기발한 소재로 주제를 형상화 시키기 위해 고민한 작품도 있어 반가웠다고 말했다.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2022년 1월 1일자 본보 신년호를 통해 발표한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2.16 16:38

전재복 작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숨표, 쉼표'

전재복 작가가 산문집 <숨표, 쉼표>(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이 책은 알콩달콩 시시콜콜, 1,100자로 담아내는 풍경, 쉼표 혹은 숨표, 선생님, 그 이름,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재복 작가의 일상을 60여 편으로 만나볼 수 있다. 숨 고르기를 위한 짧은 쉼, 교사로서 느꼈던 아픔과 희열, 느리게 흘러가는 시골살이의 단면을 모았다. 일기 형식으로 엮어 작가의 삶을 함께 사는 듯한 느낌을 선물한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지나간 시간의 얼룩이 크게 흉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물러날 때를 가려 찬란했던 흔적을 지워가는 나무들의 경건한 의식을 본다. 다른 이름의 계절을 맞아들이는 시간의 무심한 몸짓처럼 묵은 것을 덜어내려는 이 마음이나, 그것을 헤아려 읽어주는 누구거나 그 마음, 구름에 달 가듯이 맑고 가비얍기(가볍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재복 작가는 지난 1972년부터 36년간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2008년에 교감으로 명예퇴직했다. 지난 1979년에는 소년조선 동화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한국문협, 전북문협, 표현문학, 전북시인협회, 전북불교문학, 전북교원문학, 군산문협 등 회원이며, 현재 군산평생학습관 글쓰기 지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대에게 드리는 들꽃 한 다발>, <풍경소리>, <연잎에 비가 내리면>, <잃어버린 열쇠>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한 발짝 멀어지기 한 걸음 다가가기>가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2.15 18:27

동화 ‘까망이’…“행복은 기다림 없이는 찾아오지 않는 법”

행복은 기다림이 없으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기다림은 우리를 성숙하게 해 보지 못했던 것까지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이 무엇일까?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그 정답이 들어 있다. 양정숙 작가가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동화 <까망이(그림 이소영)>(가문비 어린이)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까망이, 똥 좀 싸면 어때, 재돌이와진돌이, 눈새기꽃, 그날의 꽃 등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양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감싸 안으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까망이에서는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담겨 있다. 양 작가는 베란다에 놓아둔 계란판에서 병아리가 태어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텔레비전에서 비춰주는 병아리를 보자 양 작가의 가슴이 싸해졌다. 이에 그는 우리가 쉽게 대하는 계란판에서 스스로 태어난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좁은 아파트에서 병아리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의 극구 반대에도 병아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현수의 이야기를 썼다. 똥 좀 싸면 어때는 알이 깨어 새끼가 날아갈 때까지 집에 온 비둘기를 돌봐주기로 마음먹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비둘기를 쫓기 위해 물도 뿌리고 막대로 밀어내 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비둘기가 알을 품은 것을 알게 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비둘기를 지켜 준다. 재돌이와 진돌이에서는 버림받아 들개가 된 재돌이와 진돌이가 다시 사람의 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다뤘다. 눈새기꽃은 사람을 사랑하다 쫓겨난 신의 딸이 풀이 되어서도 그 마음을 지킨다는 이야기다. 그날의 꽃은 컴퓨터 아줌마의 섬세한 보살핌을 받은 송이가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고마워하는 내용이다. 양정숙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모든 이야기가 갖가지 사연을 안고 태어났다. 글을 쓰는 동안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겪은 이야기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가슴을 따스하게 데워 주었다. 부디 다섯 편의 동화가 여러분들이 자라는데 넉넉한 자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부안에서 자랐다. 이어 조선대 문예창작을, 광주교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지난 1995년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로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됐다. 저서로는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감나무 위 꿀단지>, 수필집 <엄마, 이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등을 펴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2.15 18:27

‘익어 가는 청포도’ 이육사 시인을 담은 ‘칠월의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중략)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 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우리에게는 교과서에 실린 시인으로 잘 알려진 이육사 시인의 시 청포도다. 그의 생을 더욱더 본격적이고 생생하게 다룬 작품이 출간됐다. 시라는 예술의 형태를 통해 자유와 희망을 실현하고자 했던 이육사 시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읽기와 생각 나누기를 즐기는 상산고 국어 교사 강영준 씨가 익어 가는 청포도처럼 푸르게 살다 간 이육사 시인의 싱그러운 꿈, 이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칠월의 청포도>(북멘토)를 펴냈다. 강 씨는 일본 제국주의의 폭압적인 지배 아래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행동하고, 굴하지 않는 저항 정신으로 투쟁한 이육사 시인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그는 언젠가 이루어 낼 독립이라는 꿈과 무한한 자유, 희망의 세상을 품었던 이 시인의 삶을 충분히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 맡을 수 있도록 싱그럽게 그려냈다. 그는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이육사 시인을 만나 보고 이 시인의 삶을 통해 해답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진 자료와 연보를 통해 이육사 시인이 처했던 시대의 분위기와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강영준 씨는 현재 전주 상산고에서 10대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시로 읽자, 우리 역사>, <한중록: 누가 사도세자를 죽였는가?> 등 문학과 역사를 두루 살펴보는 글을 써 왔다. 이어 그는 <허균 씨 홍길동전은 왜 쓰셨나요?>로 제7회 창비 청소년 도서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문학과 심리학을 엮어 <친애하는 내 마음에게>를 펴내기도 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2.15 18:27

[신간] 우연히 잡힌 주파수처럼, 필라멘트처럼

모른다, 얼마나 울어야 할지/어떻게 울어야 할지, 어렵기만 한 울음의 방식//액자 자국만 남은 사진을 보며 울고/망치 소리만 들리는 못 자국에 우는 울음//물감을 짜 마구 덧칠하는 허방 같다(하략) (소리없이 그리다 일부) 익산 출신인 김다연 시인이 시집 <우연히 잡힌 주파수처럼, 필라멘트처럼>(모악)을 내놨다. 김 시인의 시집은 정신을 앓는, 즉 마음이 아픈 존재의 비망록처럼 보인다. 시집 속에 담긴 시의 절반 이상이 앓는 존재를 언어의 구조에 가둬두고 있다. 시인 자신을 앓는 존재와 동일시하는 것 같다. 우석대 문신 교수는 드러난 것은 소리 없이 앓는 존재뿐이라고 분석한다. 이렇듯 시인은 시어로 드러나지 않는 존재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국, ~만 남은 이라는 표현은 누군가 존재했다는 흔적은 드러내지만, 어떻게 존재해왔는지는 명확히 밝히질 못한다. 이 때문에 그의 시를 읽고 나면 저물녘의 어스름에 감염된 것처럼 삶의 갈피들이 아려온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는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55편이 수록돼 있다. 김다연 시긴은 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사랑은 좀처럼 편치않은 희귀새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바늘귀를 통과한 여자>로 주목받았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2.15 18:10

[신간] 인간의 잃어버린 시간과 내면의 본질을 파헤친 소설집 ‘표절’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삶의 풍경을 되돌아보며 한 인간이 잃어버린 시간과 내면의 본질을 파헤친 소설집이 나왔다. 소설집은 내면에서 드러나는 고독과 심연의 과정이 돋보인다. 소설가 차호일 작가가 소설집 <표절>(도화)을 출간했다. 표제작인 표절은 독거노인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 구축 작업을 하는 화자가 시체로 발견된 스님과의 인연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남루한 그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르낭의 <예수의 생애>, 성경, 불경 등의 서적을 보면서 화자는 생각에 잠긴다. 그는 스님이 성경은 불경을 표절한 것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어느덧 어차피 우리 모두는 어느 누군가의 인생 표절이 아닌가하는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의 세계를 시작한다. 다른 작품인 슬픔은 낙엽처럼, 광장, 별에서 온 아이, 정선아리랑, 여름 일기, 그 집 앞, 배신의 피 등도 인간의 삶과 운명, 내면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별에서 온 아이는 낙동강 삼각주에서 만난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지금의 나이든 내 모습과 과거를 비교하며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차호일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로 자기 반영적 서사와 과거 회고적인 텍스트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작가가 보여주는 상상력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엄숙성의 세계를 투영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사이 대화는 현 시대의 문제의식도 드러난다. 차호일 작가는 갈수록 우리의 삶은 팍팍하고 살벌해지고 있으며, 증오, 불신, 편견과 같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학마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 지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차 작가는 이어 앞으로 독자의 가슴에 희망을 주는 해바라기 같은 작품을 남기고 싶습다고 밝혔다. 서울 출생인 차호일 작가는 문학박사이다. <문예한국>. 충청일보 등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저서는 <비명소리>, <달빛끄기>, <그해 여름의 이상했던 경험>, <아주 오래된 기억>,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디지털시대 우리문학 다시 읽기>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2.15 18:1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 - 뻐라짓 뽀무 외 34명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이색적인 시집을 읽게 되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 이주 노동자 35명이 쓴 시집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을 바라보며 살아온 그들이 고층빌딩 숲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느낀 삶의 소회를 담은 내용이다. 현재 한국 사회 노동 현장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수산업에서부터 건설 현장까지 유지할 수가 없을 정도다. 즉, 한국 경제는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쓴 시를 통해 이주 노동자의 노동 현실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그들의 전통과 관습을 알리는 시도 있지만 35명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정서는 한국 노동 현장의 일그러진 모습을 말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며 ‘기계’가 된 그들의 시에서 ‘한국인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한국’이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사람이 만든 기계와 / 기계가 만든 사람들이 / 서로 부딪히다가 / 저녁에는 자신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구나 / 친구야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 / 여기는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지 않고 / 기계가 사람을 작동시킨다 -<기계>(서로즈 서르버하라)부문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린 노동 환경에 대한 것들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심하게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는 ‘기계의 노예화’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기계의 도시에서 / 기계와 같이 놀다가 / 어느 사이 /나도 기계가 되어버렸구나 <기계>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기계가 사람을 작동’시킨다는 비판을 넘어 우리가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잊었던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그런데 이 작품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작품 속에서 노동 현장에서 인간적인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로봇 같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나는 이 로봇의 나라에서 밤마다 / 이런 생각을 하다 눈을 감고 /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어머니의 알람>(덤벌 숩바)부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문맹처럼 /로봇을 만드는 나라에서 로봇이 되어 /자신의 성실한 노동의 시간을 보낼 때 /가끔은 휴대폰의 사진첩을 본다. -<나>(딜립 반떠와)부분 삶이 이토록 어려운 시기가 도래해서 /이제는 당신 기계의 족쇄를 차고 /슈퍼 기계가 되어서 움직이고 있어요 -<슈퍼 기계의 한탄>(니르거라즈 라이)부분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노동자들을 로봇으로 만들어 거대한 기계에 속한 부품으로 종속되어간다는 걸 말하고 있다.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며 들어왔지만, 오히려 마음의 상처와 영혼을 찢기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산업현장에서 인간의 부품화 현상이 한국만 그런 건 아니리라 여긴다. 하지만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 노동의 현실은 암담함 그 자체다. 우리가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네팔 노동자들이 시를 통해 한국의 노동 현장이 여전히 변화되지 않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외국인 이주 노동자만 해당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해마다 노동 현장에서 우리 청년들의 사고사를 접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열악하기만 한 노동 현장은 이주 노동자와 더불어 비정규직으로 방치된 우리 청년들과 아버지들의 하루하루가 위험의 도가니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시를 통해 영혼과 생각을 표현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 현장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면서도 목숨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는 노동 현실을 보는 거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사회 구조적 상황이 언제쯤 달라질지 요연하지만, 다시 한번 우리 노동 현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될 일이다. ■ 필자 이경옥 동화작가 - 프로필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두 번째 짝>으로 등단 -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됨 - 2019년 장편동화 <달려라, 달구!> 출간 - 전북작가회의, 전북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

  • 문학·출판
  • 기고
  • 2021.12.15 18:07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 발간 도서, 세종도서 학술 부문 선정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이 발간한 종교와 공공성 총서 ‘근대 한국종교, 세계와 만나다’가 2021년 세종도서 학술 부문에 선정됐다. 2021년 세종도서 학술 부문은 3045종의 학술도서 가운데 심사를 거쳐 400종이 선정됐으며, 종교 분야는 149종의 학술도서 중 20종이 선정돼 전국 공공도서관 400여 곳에 배포될 예정이다. 지난 2019년에도 ‘근대한국 개벽사상을 실천하다’가 세종도서 학술 부문에 선정된바 있다. 개벽종교 연구의 메카로서 국내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원불교사상연구원은 2016년 ‘근대문명 수용과정에 나타난 한국종교의 공공성 재구축’을 주제로 대학중점연구소 지원 사업(현 인문사회연구소)에 선정돼 근대 한국종교의 공공성과 새로운 문명 키워드를 ‘개벽’으로 설정하고, 자생적 근대화 운동의 성과를 공공성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연구 성과를 ‘근대한국 개벽종교를 공공하다’, ‘근대한국 개벽사상을 실천하다’,‘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 등 종교와 공공성 총서 시리즈로 출간해 왔다. 이번에 선정된 ‘근대 한국종교, 세계와 만나다’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년 동안의 집단 연구 성과로서 필진들이 근대 시기 한국종교가 세계와 대면하면서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고, 어떠한 인간상과 윤리를 제시했는지를 밝힌 연구 성과가 집성돼 있다. 연구책임자인 원광대 박맹수 총장은 “개벽은 한국의 자생적 근대화 운동의 사상적 이념이었고, 이들은 척사파나 개화파와는 다른 제3의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개벽파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이들 개벽종교가 추구한 공공성은 인간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구적 차원의 생명(살림)과 평화, 회통과 공화(共和)를 실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지구적 공공성’으로 명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점에서 개벽종교의 지구적 공공성은 오늘날과 같은 지구위험시대에 하나의 통찰과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도 불철주야 연구에 진력해 주신 모든 연구원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원불교사상연구원은 다음 단계 아젠다를 ‘지구인문학’으로 설정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인간과 국가 중심의 학문에서 벗어나 지구와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 공생을 위한 행성적(Planetary) 차원의 인문학을 모색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엄철호
  • 2021.12.13 16:03

대한민국 시낭송 페스티벌 ‘전북의 시. 자연을 그리다’개최

제7회 대한민국 시낭송 페스티벌 전북의 시, 자연을 그리다가 지난 9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여원공연시낭송연구회, 대한민국시낭송대상수상자모임 알파크, 사)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 교육산업신문, ETB문학채널이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이날 페스티벌은 매년 서울에서 개최해 왔는데, 올해는 첫 무대로 전북을 찾았다. 페스티벌의 주제는 함께동행위로이다. 낭송된 시들은 사랑이여(송희), 정박(이동희), 무궁화(김현조), 구시포 노랑 모시조개(진동규), 연탄 한장(정군수), 별이 빛나는 밤에(정재영), 물수제비(심옥남), 아내의 나이테(조기호), 살구나무(유대준), 사랑은 흐른다(이형구), 헌화가(소재호)로 전북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작품들이다. 페스티벌에는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 전북예총 소재호 회장, 완주예총 전일환 회장, 전북시인협회 김현조 회장 등이 참석했다. ETB 문학채널 & 교육산업신문 김흥식 대표이사 사장은 시낭송을 통해 온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우리나라 최초의 시인 정읍사가 탄생한 예향의 고장 전북에서 시낭송 콘서트를 갖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유미숙 교수(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장 겸 연구회장)는 환영사에서 전북 문인들이 쓴 감성 충만한 글을 통해 예술의 도시 전주가 감성 문화 힐링 도시임을 확인하고자 했다며 공연시낭송을 보면서 그리움과 추억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알파크 서수옥 회장은 대한민국 시낭송가 대상 수상자들 모임인 알파크 회원들이 전북의 대표적인 여원공연시낭송가와 함께 무대를 만들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무대가 코로나로 지쳐 있는 전주시민들에게 깊은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낭송공연 직전에 가진 시상식에서는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서연 시낭송가에게 대한민국시낭송대상 상패와 시낭송가인증서, 유미숙 교수에게는 대한민국 시낭송 발전공로로 특별상인 제1회 알파크상이 수여됐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2.12 18:21

“시민이 작가다” 전주시, 시민 출판기념회 ‘눈길’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독립출판 전문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완산도서관에서 출판창작 프로그램 수강 시민들이 수필모음집과 그림책을 출간했다. 전주시립 완산도서관은 9일 김승수 전주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자작자작 책 공작소 3층 자작마루에서 시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출판창작 프로그램인 전주는 모두 작가에 참여한 수필쓰기반과 그림책창작반 수강생들이 11권의 책을 출간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수필쓰기반의 경우 수강생 8명의 글이 수록된 수필모음집인 함께 쓰는 기쁨을 출간했으며, 그림책창작반에서는 △쑥쑥쑥(김형미) △마술떡(송경자) △집토끼(오유세라) △바동이(윤다정) △꽃파리(이희숙) △고백(정하영) △상고머리(주미라) △쉿! 비밀이야(최성자) △파랑시(표혜영)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오징어(한문숙) 등 10권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완산도서관 자작자작 책 공작소는 책과 가까워진 시민들이 독서의 소비자에서 창작자로 성장할 기회가 주어지는 공간이라며 시민 1인 1책 출판 프로젝트 등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독서문화를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21.12.09 17:2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임대형 ‘윤희에게 시나리오’

손끝에 꽁꽁 얼어 얼음이 들어앉은 듯하고, 어느 산꼭대기에 첫눈이 쌓였다는 소식이 들리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2019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윤희에게다. 겨울이 돌아왔으니 별수 없이 영화 윤희에게의 시나리오를 꺼내 읽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일본의 노년 여성 마사코가 조카 쥰의 책상에 있던 편지를 둘러보다 우체통에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편지는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날아간다. 한편 한국의 중년 여성 윤희는 딸 새봄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과는 이혼했고 한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지만, 삶이 퍽 활기찬 것은 아니다. 어느 날 해외에서 편지가 도착하고 그 편지는 윤희보다 새봄의 손에 먼저 닿는다. 편지를 먼저 읽은 새봄이 윤희에게 일본의 오타루로 여행을 제안한다. 윤희도 도착한 편지를 발견했고, 새봄과 함께 일본으로 떠난다. 오타루의 마지막 날 밤, 마침내 윤희는 오랫동안 잊지 못했던 옛 연인 쥰을 만나게 된다. 겨울이면 이 이야기를 떠올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시나리오 속 배경인 오타루는 겨우내 눈이 오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쌓인 눈, 내리는 눈, 쌓였다가 녹는 눈.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윤희에게 시나리오』, 中) 시나리오에서 입버릇처럼 반복되는 마사코의 대사가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눈으로 가득한 오타루가 배경인 이야기니, 겨울이면 자연스레 떠오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눈의 고요한 따듯함이 인물들에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로를 향해 애틋하고 조용한 마음을 전한 것이 모여 결말이 됐다. 때때로 윤희의 꿈을 꿀 때면 부치지 않는 편지를 쓰는 쥰. 발송되지 못한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마사코. 편지를 먼저 읽고 일본 여행을 계획한 새봄. 그런 새봄을 따라 무턱대고 일본으로 따라간 경수. 나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중략) 언젠가 내 딸에게 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고 싶어.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야.(『윤희에게 시나리오』, 中)라며 용기를 낸 윤희까지. 찬 바람이 부는 날이면 모두의 용기와 온기를 내 곁에 두고 싶어 자꾸만 꺼내 읽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은 이 시나리오를 모든 계절에 꺼내두고 읽었다. 봄에는 겨울이 간 것이 아쉬워 읽고, 가을에는 곧 올 찬바람을 맞이하며 읽었다. 여름에는 너무 덥다고 읽었고 겨울에는 알맞은 계절이 돌아왔다며 읽었다.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중략) 갑자기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나봐.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윤희에게 시나리오』, 中) 어쩌면 부치지 못하는 편지와 내지 못하는 용기를 영화로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아현 소설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1.12.08 17:4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