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즌제 안착되나..시즌2 다양한 시도
한국의 안방극장에도 시즌제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지난해 성공을 거둔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가 이미 시즌2의 제작을 시작했으며, 지난 25일 막을 내린 SBS TV '산부인과'도 시즌2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또 KBS 2TV '추노'는 이번에 못다 한 이야기를 속편으로 제작할 것을 검토 중이다. 앞서 케이블채널 MBC드라마넷의 '별순검'은 시즌2를 거쳐 현재 시즌3를 기획 중이며,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6까지 방송되며 한국판 시즌제 드라마 시대를 열었다. 방송가에서는 케이블에서 시작해 지상파 TV로까지 번진 드라마의 시즌2 제작 바람이 국내 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흐름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시즌제? 속편? 스핀오프?'CSI', '24', '그레이 아나토미', 'ER', '프렌즈' 등 성공한 미국 드라마(미드)는 모두 시즌제다. 많게는 시즌10을 넘어서까지 제작된 이들 미드 시리즈는 같은 배우, 같은 소재, 같은 공간을 토대로 수많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수년간 장수했다. 미국에서 말하는 드라마 시즌제란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국에서는 TV와 스크린에서 활동하는 배우의 경계선이 비교적 명확해 TV 탤런트들이 장기간 같은 시리즈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배우들이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동해 스케줄 조정이 어려운 데다, 일단 TV에서 성공하면 영화로 옮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배우들은 변신을 선호해 같은 드라마의 2편에 또다시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별순검'은 같은 소재, 같은 공간을 무대로 했지만 시즌1과 시즌2에 출연한 배우가 모두 달랐고, 시즌3도 다른 배우를 물색하고 있다. MBC TV '궁'도 시즌2 격인 '궁S'와 배우, 내용이 달라졌으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도 시즌2인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건너갈 때는 이순재를 제외한 전작의 모든 출연진이 바뀌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내에서 시즌제 드라마는 김현숙이 줄곧 주인공을 맡은 '막돼먹은 영애씨' 정도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작품들은 스핀오프(원작에서 파생된 외전)라고 불리는 것이 맞다.MBC '종합병원2'도 1편에 이어 제작되는 데 무려 14년이라는 시차가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바뀌어야 했고, '아이리스2'라 불리는 '아테나 : 전쟁의 여신' 역시 스핀오프다. 이병헌ㆍ정준호ㆍ김태희에서 주인공이 차승원ㆍ정우성으로 바뀌었기 때문. 그러나 국가정보국 요원의 활약상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아이리스'와 같다. '추노'는 '추노2'가 제작된다면 속편에 해당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병자호란 직후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인 데다, 도망간 노비를 쫓는 추노꾼의 이야기가 시즌제를 할 만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노'의 최지영 CP는 "'추노2'가 제작된다면 본편에 담으려 했지만,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수준이다. 대길이와 언년이의 어린시절, 대길이와 지호의 관계, 대길이와 숭례문 개백정의 관계 등을 풀어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즌제, 속편, 스핀오프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해도 국내 드라마계에서 성공한 1편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소재와 배우가 관건시즌제가 정착되려면 그에 적합한 소재가 있어야 하고 배우의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물론 이를 풀어낼 역량 있는 작가의 확보는 기본이다. '산부인과'의 이현직 PD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작가와 함께 시즌제를 염두에 뒀고, 배우들도 매우 긍정적이라 시즌2 제작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이번 시즌에 작가가 에피소드를 100가지를 준비해 그중 30가지 정도를 썼는데, 거기에 더해 새로운 에피소드 100개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며 "산부인과라는 무대는 매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시청자도 바라기 때문에 시즌제는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 주인공 장서희는 "시즌2가 제작되면 꼭 출연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막돼먹은 영애씨'의 제작진은 "주인공 김현숙 씨가 없으면 시즌제를 생각할 수조차 없다. 소재도 소재지만 김현숙 씨가 영애씨를 연기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상 배우의 연속성은 다소 양보하더라도 소재와 무대가 이어진다면 시즌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별순검'은 조선 말 한성 경무청 소속 사복경찰인 별순검의 활약상을 그린다. MBC드라마넷은 "그간 여러 드라마를 했지만 '별순검'만큼 형식과 소재가 확실하고 반응이 좋은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발전시키며 시즌제를 이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이리스'의 제작진은 "국가정보국 소속 요원의 활약상은 기본적으로 흥미를 끄는 이야기이고, 그들이 테러분자들과 싸우는 소재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시즌제를 이어갈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아이리스' 역시 주인공 이병헌이 1편에서 죽은 것으로 처리돼 일단은 스핀오프를 제작하는데, 진짜 시즌2에서는 이병헌을 부활시키고 김태희를 출연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 '포맷으로 승부하는 시대' vs. '어설픈 접근은 경계해야'이러한 시즌제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두 가지로 시선이 엇갈린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종합편성채널 등 앞으로 더 많은 매체가 생기면 콘텐츠의 수요 역시 증가하는데, 성공한 시즌제 드라마는 주요한 콘텐츠 공급원이 된다고 본다.이현직 PD는 "방송사는 시청률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드라마를 선호하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스타나 스타 작가가 그 판단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그들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어떠한 드라마의 포맷이 정착되고 그 색깔이 확실하게 알려진다면 그 포맷으로 시즌을 이어나가는 것이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아무런 연속성도 없이 전작의 후광에 기대, 제목만 가져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제 국내에서도 시즌제 포맷은 콘텐츠 공급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지영 CP는 "시즌제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으로써 시청자의 권익이 증진되느냐다. 전작의 흥행성에만 기댄 비즈니스적인 발상이라면 경계해야 한다. 어설픈 기획으로 원작의 명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그럴 경우 시즌제가 아니라 아류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성공한 드라마의 기획만 이어가려 한다면 다양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