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문화시대 전북이 해야할 일 - 이강봉
지난 4월중순 미국의 버지니아 공대 범행 이후 이에 대처하는 미국사회와 한국사회에서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미국의 유력지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사설에서 “사과를 그만해 달라”면서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이민자를 돌보지 못한 미국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무려 세차례나 미국정부에 애도를 표하고 위로 전문을 보냈으며, 한술 더 떠 주미대사는 유감과 사죄를 하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려했던 한국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테러는 없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외국 이민자가 이와 유사한 일을 벌였다면 우리는 어떠했을까. 우리에게 가해자가 한핏줄이라는 강렬한 민족주의가 있었고 미국은 다양한 민족을 모두 미국인으로 보는 시각이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맞을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도 다민족이 함께하는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 이미 7만명의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외국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왔고, 자치단체들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사업 등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머지 않아 다문화가정 속에서 태어난 학생들의 수가 10만명을 넘을 것이고, 농어촌에서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대부분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1997년 국적법 개정으로 한국국적을 갖고 초등학교 취학의 문이 열린 이래 다문화가정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언어능력부족, 정체성혼란, 집단따돌림과 교사의 학생불신,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아이들이 현재는 초등학교 학생이 대부분인데 비해 앞으로 2,3 년 후에는 점차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어 사회적 문제도 예상된다.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녀에게 한국과 원래 출생지 국가에 대한 2개국 정체성을 동시에 교육시키는 한편 부모교육을 통하여 자녀가 국제화시대에 적합한 인재로 태어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비전을 갖도록 해야 한다.전라북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이 약 2,648세대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첫째, 지자체가 중심이 되고 대학 등이 나서고 민간기업이 후원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교육적 커리큘럼을 만들고 단순하게 이들만의 교육이 아닌 전북도민이 같이 참여하고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긍극적으로는 이들이 전라북도 도민으로 자라나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자체에 이들의 상담과 교육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이에 대한 인력양성과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겪고 있는 문화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언어능력 부족으로 인한 민원을 대신해 주도록 해야 한다.셋째는 이들이 아이를 낳고 자립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자. 중국이 한족을 뺀 소수민족에게는 아이를 둘까지 갖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듯 우리도 이들에게 아이출산 장려는 물론이고 양육 및 장학금혜택을 주어야 한다. 요즘 우리 전북의 지자체가 인구가 줄어들어 고민하고 있는데, 이들이 늘어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내친 김에 다문화특구로 정부에 신청하고 이들의 주택, 교육, 산업 문제 등을 해결한다면 더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다문화축제를 만들어보자. 중국, 베트남, 몽골, 일본, 우즈벡 등 전통 축제를 만들어 민족의상, 종교 등을 주제로 이들이 우리와 어울리는 교류의 장을 만든다면,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가 생길 것이다. 800년전 몽골 칭기스칸의 최측근 참모는 거란인 야율아초재였고, 오늘날 세계 최대의 강국인 미국의 힘은 다문화 다민족이 공존하는 속에서 나온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야말로 팍스전라북도가 되는 길이며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이강봉(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