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북의 미래비전은 황해 경제권에 - 김재홍
고대와 중세 유럽 문명의 젖줄은 지중해였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칼타고, 그리고 로마와 이집트와 스페인이 교역도 하고 패권 쟁투도 벌였다. 지중해를 장악하는 나라가 그들의 세계를 지배했다. 그 후 근대에 이르러 인류 문명은 대서양을 중심으로 다져졌다. 미주 대륙과 유럽이 대서양을 넘나들며 세계 정치와 경제를 요리했다. 서유럽과 미국 중심의 대서양 시대가 인류 근대사를 주도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아시아태평양의 시대가 펼쳐졌다.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태평양의 해상 교역이 대서양을 오가는 교역량을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평양 교역의 아시아 쪽 주요국가 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중국 일본이다. 경제학자 뿐아니라 역사가들도 세계 역사의 중심이 동북아시아로 이동했다고 규정했다. 특히 21세기 들어 한중일과 러시아 동부 연해주 지방으로 구성되는 동북아 경제권이 세계 경제의 중심부로 떠올랐다. 중국의 경우 2020년까지는 국민총생산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유럽 문명의 근원에 지중해가 있었다면 21세기 동북아 시대의 내해는 말할 것도 없이 황해다. 그래서 황해 경제권 건설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사조나 다름없다. 황해는 그 연안에 인구 수백만 규모의 대도시와 주요 경제거점들을 품고 있다. 우선 한반도 쪽에 전라, 충청, 경기 등의 해안과 그 배후 도시가 있다. 중국 쪽으로 길림성, 요녕성, 산동성, 광동성과 상하이 등이 황해 경제권을 구성하는 지역이다. 중국에서도 경제수준이 높은 곳이 이 황해 해안이다. 1987년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 서해안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황해 경제권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중국도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1988년 산동반도와 요동반도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도 하기 전이었다. 지리적 근접성과 경제성이 정치적 장벽을 넘어선 것이다. 경제 교역을 바탕으로 한중은 1991년 상호 무역사무소를 설치했으며, 그 1년 뒤 국교를 수립했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 중국이 세계에 내 보내는 물동량의 3분의 1이 바로 황해를 거쳐 나가고 있다. 황해 경제권의 태동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이 황해 경제권의 핵심적 위치를 찾으면 단연 전북 지역의 해안과 배후도시가 나타난다. 군산항, 철도 및 육상교통의 요충인 익산, 그리고 배후 도시로 전주, 김제, 부안 등이다. 물론 전북의 위쪽 거점은 인천과 서울, 아래쪽은 목포와 광양이 있다. 특히 전북의 미래 비전은 이 황해 경제권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전북은 황해 연안에 8천5백여만평의 새 땅을 안고 있다. 이 새만금이 황해 경제권에서 어떤 기능을 맡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김완주 전북지사는 전북을 변화시킬 세가지 큰 사업계획에 합의를 이루었다. 첫째, 농산물 가공과 식품산업클러스터를 익산 군산 김제 등에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익산의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은 내수시장을 석권한 것은 물론 미국에 냉동 삼계탕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순창의 고추장이나 고창의 복분자 같은 식품산업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지 오래다. 그러나 과거 농공단지 개념보다는 훨씬 더 원대하고 연관효과가 큰 산업클러스터로 건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첨단부품소재 공급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품소재 산업은 수도권과 영남권에 하나씩 있지만 전북에 자동차와 항공기, 나노 등 전략적 특화산업 기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노 기술은 10대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통적 굴뚝 산업이 아니라 지식기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새만금 방조제 길을 높이기로 했다. 당초 새만금 사업의 목적은 농지생산이었으나 그것을 대폭 관광산업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모두가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는 얘기다. 곧 황해 경제권에서 식품산업클러스터와 첨단부품소재 공급기지, 그리고 관광단지를 건설하는 구상이다. 정말이지 전북인의 소망을 걸고 한번 해 볼 만한 프로젝트다. 여기에 아쉽게도 하나 빠진 것이 있다. 바로 예향 전북의 특성을 살리는 문화예술 콘텐츠 산업이다. 춘향이라는 이름이 남원시 재정의 60%를 벌어들이지 않는가. 전북의 육자배기, 창, 한지, 서예, 그리고 서동요와 정읍사 같은 설화문학을 콘텐츠화 하는 문화산업단지를 세워야 할 것이다./김재홍(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