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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총 전북연합회 제25대 회장 누가 되나, 19일 결전의 날

㈔한국예총 전북연합회 제25대 회장 선거는 이석규 전북예총 부회장과 최무연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기호순) 2파전으로 치러진다. 전북예총 제25대 임원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영)는 오는 19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정기총회와 함께 제25대 임원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기호 1번 이석규 전북예총 부회장은 ‘전북예총을 위한 배려와 나눔,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11개의 공약을 발표했다. 이 씨는 “전북예총의 역량 확대를 준비하며, 인생의 마지막 헌신을 쏟겠다”며 전라예술제의 다양한 공연과 전시의 대전환과 10개 협회의 연간 기초 운영비 지급해 예산 확대에 주력할 것을 약속했다. 또 전북예총의 해외 교류사업 추진과 타지역 문화예술교류를 신설해 문화예술교류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원로예술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적절한 수당 지급하며, 청년 예술인 창작을 위한 지원활동에 노력하는 등 예술인 복지에 적극 힘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 씨는 “대부분 예술인이 전업 예술인이 되지 못하는 현재, 전북예총의 핵심적인 정책은 바로 ‘예술인 복지’다”며 “앞으로 지역 내 예술인들의 역량과 활동 기간 등을 활용해 예술인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고 약속했다. 한편 그는 김제 출신으로 육군본부 군악대를 나와 한국예총익산지회 지역문화기획전문가아카데미 제3기 과정을 수료했고 전북예총 수석부회장, 전북예총 대외협력위원장 등을 맡았다. 기호 2번 최무연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은 “지난 35년간 전북예총에서 익히고 경험한 바를 활용해 빛나는 금자탑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는 ‘헌신’과 ‘책임’, ‘극복’의 키워드를 내걸며 7가지 공약을 다짐했다. 그 역시 10개 협회 사무국 운영비 지원과 1협회-1기업 협약·매칭을 약속하며 예산 확대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또 전문예술단체 보조금·자부담 폐지를 추진과 예술창작지원금을 마련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특히 그는 이번 임기 동안 전북예술원 건립을 통해 예술교류와 전북예술 특성화 콘텐츠 개발에 앞장서 전북예총의 발전과 도약에 대한 뜻을 전했다. 최 씨는 “예향의 본고장이라 알려진 전북은 역대 예술인 선배님들이 이뤄 놓은 자랑스러운 결과“라며 ”이러한 바탕 위에 또 하나의 탑을 세우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 출신인 그는 전주기접놀이보존회 운영위원 및 상임이사, 단장 등을 지냈고 전주예총 4~6대 회장을 맡았다. 최 씨는 현재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 대한민국국제음악제 운영위원장, 국립전주박물관회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01.14 17:28

이미지 과잉의 시대, 현대인들의 실재 포착

텍스트를 통한 깊은 사유가 불가능한 시대다. 한 이미지와 연계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알고리즘의 사회. 우리가 마주한 2024년이다. 숏 폼과 유튜브 알고리즘의 무한 굴레에서 하루가 지나가고 또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김성호 사진가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실재를 포착한다. 단순한 이미지를 통한 자기노출과 관음의 연속은 실재의 삶이 아닌 허상의 세계로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작가는 실재하는 공간인 집을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을 앵글에 담았다. 민낯의 나와 내 것을 촬영해 온갖 하이라이트 이미지에 중독된 시각이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말이다. 김성호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집은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가장 민낯으로서의 사적인 공간”이라며 “1인 가구, 가족구성원 전체 아니면 구성원 일부를 제외하고 자유롭게 촬영했다”라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후 작업을 통해 여러 이미지를 중첩해 한 장의 사진으로 구성했다. 흐릿한 이미지로서의 인물과 선명한 배경을 대비시켜 작품 속 공간과 물건은 실체를 의미하고, 이미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실재를 상징한다. 철학적 사유와 작가의 시선을 관람할 수 있는 김성호 사진전 HOUSE OWNER는 21일까지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 준비를 위해 총 19곳의 가정을 방문한 작가는 "사진 한장의 이미지가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지만 자극적이고 화려한 이미지 밖의 여백에 집중했다"며 "집안의 소품 하나하나는 앵글 앞에 선 인물의 삶을 각기 대변한다. 어려운 부탁임에도 사적인 공간을 내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01.14 17:05

제33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에 백봉기씨 선출

제33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에 백봉기(72)씨가 당선됐다. 백봉기 신임 회장은 지난 13일 전북문학관에서 치러진 제33대 전북문인협회장 선거에서 74표 중 49표를 얻어 66% 득표율로 조미애 후보를 따돌렸다. 임기는 오는 2월 1일부터 3년간이다. 군산 출신인 백봉기 신임 회장은 군산교대 및 군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KBS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전북예총 사무처장으로 10여년 넘게 근무했다. 온글문학회장, 한국미래문화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현재 전북문협 부회장, 전북수필문학회장, 전북펜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0년 <한국산문>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그는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탁류의 혼을 불러> <팔짱녀> <해도 되나요> 등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백봉기 신임 회장은 “많은 성원에 감사하고 책임이 무겁다. 조 후보가 말한 화합과 단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후보의 12가지 공약도 제 것으로 만들어서 꼭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전북문협 발전의 에너지는 회원들에게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3년간 백봉기 신임회장은 △전북문학관 건립과 공간 활용 극대화 △건지산 문학의숲 조성 △문학 메세나운동 전개 △해외 문학단체 교류 및 해외 문학기행 추진 △전북사랑 전국디카시 공모 △시·군지부 및 분과위원회 중심의 활동 전개 △전북문단 2회 이상 발간 △문학콘텐츠 방송참여 확대 △기존 주요사업 계승 발전 등의 공약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날 김현조(전주문인협회)씨와 소관섭(익산문인협회) 씨도 새로운 감사로 뽑혀 백 회장과 함께 전북 문협을 이끌게 됐다. 한편, 이번 선거는 과거 직선제와 달리 대의원제로 진행된 까닭에 선거를 앞두고 투표방식에 대한 잡음이 일었다. 이날도 현장 투표 전부터 미흡한 투표 운영과 투표 방식에 대한 건의가 이어졌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시행착오가 있었다”라며 “미진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부탁한다”고 사과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4 17:03

"예술가의 책무는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

예술가들은 늘 대화 상대를 찾는다. 그러나 이내 소통의 오류로 내면의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를 오롯이 바라볼 때 비로소 희망을 느낀다. 청목미술관 초대 전시 정유리 개인전 ‘way out’이 오는 23일부터 청목미술관 전시실(청목빌딩 1층)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소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구멍이라는 기호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작품의 구멍은 답답하게 갇혀있는 벽이 아닌 시원하게 뚫린 공간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예술가의 책무는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 작가는 “작품을 직접적인 언어의 대화가 아닌 조형적 요소를 통해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작품과 함께 호흡하는 모든 사람이 마음속 상처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작가 노트를 통해 밝힌다. 정유리 작가는 원광대 조형예술디자인대학을 졸업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청년 작가 발굴 시리즈 우화 ‘무민세대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 ‘함께, 바라보다’, ‘오르막 미술 야시장’, ‘청목 아티스트 레지던시 그룹전 전북의 불꽃 불꽃 3’ 등에 참여해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청목미술관 관계자는 “청목미술관에서 입주 작가들의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라며 “예술적 교류와 협업 장르 간 융합을 시도하고 다양한 창작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01.14 17:03

전주시 도서관, 복합문화공간 탈바꿈…매달 세계음악 향연

올 한해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1층 로비에서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다채로운 세계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전주시는 도서관을 책과 음악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Tutti 앙상블’과 협업해 공연을 기획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2018년 창단한 ‘Tutti 앙상블’은 백제 문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실내악 전문 지역예술인단체로, 지난 2022년부터 30분간의 ‘찾아가는 틈새음악회’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고품격 연주를 선보여왔다. 지난해에는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전문 음악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정기 음악공연은 ‘작곡가의 고향을 찾아 세계로 떠나는 음악여행’을 주제로, 각국 작곡가의 대표곡을 장르별 전문 연주가의 솜씨로 감상할 수 있다. 지난 13일 열린 첫 공연에서는 김민영 공연자(판소리)가 ‘한국 남도민요’를 주제로 ‘흥타령’과 ‘쑥대머리’, ‘성주풀이’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오는 2월에는 조은비 연주자(플루트)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모차르트 1756’을 주제로 플루트 연주를 선보이며, 3월에는 유예슬 등 비올라 4중주가 ‘독일 본(베토벤 1770)’을 주제로 무대에 선다. 이어 매월 △4월 고은영(오페라)의 ‘이탈리아 페사로(로시니 1792)’ △5월 임송이(피아노)의 ‘폴란드 바르샤바(쇼팽 1810)’ △6월 이현주(동화구연)의 ‘노르웨이 베르겐(그리그 1843)’ △7월 한아름(클라리넷)의 ‘프랑스 파리(생상스 1835)’ △8월 박달님(가야금)의 ‘한국 장흥(최옥산 1905)’ △9월 김성민(첼로)의 ‘체코 프라하(드보르작 1841)’ △10월 이은정(바이올린)의 ‘영국 우스터(엘가 1857)’ △11월 송동건(색소폰)의 ‘미국 뉴욕(앨런 멘켄)’ △12월 박태건(북토크)의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쇼스타코비치 1906)’ 주제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24.01.14 17:03

[전북의 문학 명소] 18. 중·고등학생이 가면 좋을 문학 명소

배워야 할 모든 것이 교과서에 있다는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도는 학교를 떠나 정글로 뛰어든 청소년이 있다. 호기심에 철벽을 치고 무모한 도전에 발을 거는 어른들에게 사이다 급 일탈로 청춘의 피가 끓고 있음을 증명하고픈 청소년이 뛰어든 그 길에 문학이라는 치트키를 뿌리자. 남원, 순창, 임실, 완주 곳곳에 숨은 문학여행 길은 의미 있는 일탈로 이어지리라. △역사를 잊은 청소년을 위한 여행 청소년의 역사의식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이때,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과 지리산전적기념비는 역사의식을 깨우는 최적의 장소다. 지리산국립공원 뱀사골 계곡 입구에는 기념관과 기념비, 지리산충혼탑, 공적비 등이 나란히 서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이병천이 쓴 소설 『사냥』을 읽고 가면 더 좋다. 한국전쟁이 지리산 자락에 남긴 핏빛 아지랑이. 그 아지랑이 사이를 걷다가 닮은 표정의 두 소년이 만난다. 그들은 7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서로에게 스며든다. 한국전쟁이 남긴 깊은 상흔은 대한민국 곳곳에 선명하다. 임실군 청웅면 남산리에 있는 청계리 폐광굴은 1951년 3월 14일부터 3월 16일까지 남산리 주민 700여 명이 학살된 현장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이 주민들을 굴속으로 몰아넣고 입구에서 불을 지핀 뒤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쏜 뒤 시체를 굴 안으로 밀어 넣고 또다시 불을 지폈다. 빨치산을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극악무도한 학살은 규명조차 되지 않은 채 현재에 이르렀다. 정우영 시인이 ‘흩어진 저 정령들, 어떻게 돌아가나/ 노랑나비 한 마리 너울너울 곡하며 내려앉네/ 삶이 꺼져버린 허공이 땅속으로 기어가네/’ 하며 서러운 이들의 넋을 달랬다. 그래서일까. 그곳에 가며 서늘하다 못해 섬뜩한 냉기가 흐른다. 역사의 다이얼을 좀 더 뒤로 돌려보자. 다이얼이 멈춘 그곳에 완주 상관 정여립공원이 있다. 정여립(1546∼1589)은 반상의 귀천과 남녀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하고 왕조 세습을 부인했던 혁신적인 사상가로 천하공물설(天下公物說)과 하사비군론(何事非君論)을 주장했다. ‘서로 오가는데 문턱이 없고, 대문이 있지만, 잠그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나라, 나는 그것을 대동의 세계라고 부르겠다.’라는 정여립의 음성을 똑똑히 전한 희곡「정으래비」는 기축옥사를 소재로 한 최기우 극작가의 희곡이다. 혁명적 사상가인 정여립과 당시 억울한 죽음이 남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을 작품 정면에 내세웠다. 문학은 정여립을 다시 세상에 불러냈고 어른이 보지 못한 후미지고 어둡고 피로 얼룩진 자리를 볼 줄 아는 청소년을 기어이 찾아 낼 것이다. 여기 그대들과 또래인 김주열 열사가 있다. 1960년 마산상업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선거 규탄대회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된 후 27일 만에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그의 처참한 이야기를 극작가 노경식이 희곡에 담았다. 그의 희곡 「봄꿈(春夢)」은 4·19세대인 작가가 생생하게 체험했던 그 날의 일들을 극화됐다.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생명의 몸에서 나온 빠져나온 혼불이 희곡 속에서 나비가 되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고전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여행 중, 고등학생에게 고전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기어이 정답을 맞춰야 할 시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전소설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고전문학의 성지 남원을 여행하다보면 고전문학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전북에서 고전소설의 배경지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 남원이다. 남원에 고전소설문학관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학관에는 변사또의 모진 고문을 견디며 이몽룡을 기다린 「춘향전」과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던 「만복사저포기」의 양생,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를 넘나들며 아내를 찾은 「최척전」과 「홍도전」이 있다. 남원을 배경지로 한 고전소설을 한꺼번에 만나는 고전소설 백화점이다. 이곳에서 고전소설 워밍업을 했다면 그곳 세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곳으로 가보자. 가장 먼저 춘향테마파크로 가자. 이곳은 춘향전을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장소로 춘향마당과 돌탑, 동헌·관아·내아·월매집·부용당·옥사정 등이 각각의 이야기로 관광객을 맞는다. 성춘향을 향한 이몽룡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거나 사랑이란 단어에 가슴이 짜르르해지는 청소년에게 가장 와 닿는 고전소설이지 싶다. 남원에는 춘향이만 있는 게 아니다. 흥부와 놀부도 이곳 출신이다. 남원 아영면 성리 상성마을은 「흥부전」의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준 뒤 부자가 되었다는 발복지(發福地)이고, 인월면 성산마을은 흥부가 태어났다는 마을이다. 「흥부전」에 나오는 지명이 그대로 재현된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저절로 판소리 한 소절 흥얼거리게 된다. 고전소설 「만복사저포기」는 남원에서 순창 가는 길목에 있는 만복사를 배경으로 한다.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사는 양생의 이야기는 부부의 사랑과 의리, 믿음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현재 만복사는 절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 있다. 터에 이불처럼 덮인 푸른 잔디를 밝고 절터로 들어가면 커다란 석불입상이 있다. 양생에게 내기했던 부처님이었나 싶어 자세히 보게 되고 문득 내기를 걸고 싶어진다. 그럼 망설이지 말고 양생이 그랬듯 대차게 내기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간절한 소원을 내기로 걸면 이루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지리라. △강 따라 산 따라 문학 따라가는 여행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에서 시작된 섬진강은 지나는 곳마다 불리는 이름이 제각기 다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이 강줄기에 대한 토박이들의 애정이 깃들어 있다는 뜻과 같다. 진뫼마을을 비롯해 덕치마을, 천담·구담 마을, 장구목, 일중마을, 구미마을, 평남마을로 이어지는 이곳은 검은색 바위들과 기이한 모습의 요강바위가 강 중간에 있어 섬진강 상류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과 천혜의 절경을 선물한다. 완주 구이에서 강진 방향으로 가는 운암교 끝에 있는 섬진강댐물문화관도 있다. 이곳에서 주목할 것은 물길 따라 보는 ‘섬진강 문학 산책’이다. 한쪽 벽면을 채운 스크린에서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최명희(1947~1998) 작가의 「혼불」, 박경리(1926~2008) 작가의 「토지」가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소개된다. 문화관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문학 체험이 있으니 이곳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문학을 이야기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다 보면 빡빡했던 삶에 여유가 생기리라 장담한다. 전주에서 남쪽으로 보면 옥정호를 가리면서 막아선 봉우리가 국사봉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옥정호는 새로운 세계다. 해발 475m 정상에서 아래로 시선을 두면 산 중턱을 따라 물을 가둔 옥정호수와 호수 한가운데 놓인 붕어섬을 볼 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와 최근 만들어진 출렁다리는 국사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풍경이다. 이희정 시인의 시「일출-국사봉에서」의 표현처럼 옥동자의 붉은 이마 같은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 △나를 올곧이 세우는 여행 혼불문학관은 17년간 한 작품을 쓰면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 ‘어둠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라는 어록과 ‘아름다운 세상 잘 살다 간다’라는 삶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남긴 최명희 작가의 작품 『혼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여기는 청소년에게 작가가 걸어온 길고 긴 혼불의 터널을 걸어보시라 권한다. 자신이 지금 통과하고 있는 터널이 삶의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친구와 함께 남원김병종미술관도 좋다. 김병종 화가는 남원이 낳은 화가이며 극작가, 수필가로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1,2층에서 그림을 감상한 뒤 3층에서 외부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면 희곡으로 등단한 김병종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다양한 면을 살피며 인간에게 한계가 없음을 깨닫자. 지금으로부터 오백 년 전, 조선 시대에 뿌리박힌 차별과 편견 그리고 사회 부조리를 비판한 공포소설 「설공찬전」이 있다. 중종 때 쓰인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으며, 소설의 대중화를 이룬 첫 작품으로 평가된다. 잘못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 못했던 시대에 택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었던 소설. 소설을 통해 시대를 비판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청소년들 마음에 깊게 새겨지길 바란다.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4 10:00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98. 철없던 나

△글제목: 철없던 나 △글쓴이: 윤치훈(부산 성전초 5년)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오는 길에 아파트 상가 커피숍 앞에 쓰레기차가 잠시 정차 중이었다. 난 이런 곳에 냄새나고 더러운 쓰레기차가 왜 정차해 있냐고 짜증 섞인 말투로 엄마에게 말했다. 그러자 엄마께서 “그런 말 하면 안 돼. 환경미화원께서 더워서 커피를 사기 위해 잠시 정차한 거야.” 그러고 보니 시원한 아이스커피 두 잔을 들고 아저씨 한 분이 차에 타셨다. 그리고 엄마께서 “아들아, 더럽고 힘든 일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편하고 깨끗하게 지내는 거야. 그래서 저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도 있어. 늘 본인의 자리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주는 저분들이야말로 정말 고마운 분들이란다.” 난 엄마의 얘기를 듣고 철없이 그냥 한 말에 몹시 부끄러워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자는 고요한 밤에 일하시는 분들, 더럽거나 높은 곳에 일하시는 분들, 위험에 노출되어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환경미화원분들을 만나면 수고하신다고 감사 인사말을 전하고 싶다. ※ 이 글은 2023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7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4.01.13 13:30

[전북의 문학 명소] 17. 초등학생이 가면 좋을 문학 명소

어린이에게는 동심이 있다. 동심은 어린이다운 마음이다. 그 마음을 키우기 위해 남원, 순창, 임실, 완주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하고, 눈물이 찔끔 나게 하는 신나고 감동적이고 이야기가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다. △걸음으로 읽는 옛이야기 여행 엄마는 대개 가슴에 옛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중 엄마들이 가장 많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콩쥐팥쥐」가 아닐까 싶다. 콩쥐팥쥐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주 서문 밖 30리에 사는 최만춘은….”. 이 구절을 근거로 완주군 이서면에 콩쥐팥쥐 마을이 조성됐다. 앵곡마을로 불리는 이곳에 가면 집집마다 담벼락을 따라 콩쥐팥쥐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이 책이 아닌 발품 팔아 읽어야 하는 담벼락 책이다. 담벼락 책은 뛰어놀면서 읽는 장점이 있다. 담벼락 책이 끝나갈 무렵이면 아이는 어느새 콩쥐와 친구가 되고 팥쥐를 혼내주는 원님이 되어 권선징악이란 교훈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오수에도 어린이에게 감동과 재미,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개 오(獒), 나무 수(樹)를 쓰는 오수면의 지명이 말해주듯 이곳에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물을 적셔서 불을 끄고 죽은 개 이야기가 전해온다. 충심을 다한 개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순창 설공찬테마관에 어린이 손을 잡고 들러보자. 한적한 마을에 나붓이 내려앉은 테마관에는 조선 시대 선비인 채수의 소설 「설공찬전」의 모든 것이 있다. 죽은 공찬이 사촌동생 몸에 들어와 저승에서 보고 들은 일을 이야기하며 당시 조선의 사회, 정치 문제점을 꼬집고 비판했다. 소설을 들여다보면 시대적 배경도 알게 되니 역사 공부가 저절로 된다. △동화 속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일제강점기 때 삼례는 한내로 불렸다. 큰 강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래전 한내습지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 양곡창고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졌다. 더불어 여기에 살던 맹꽁이와 금개구리도 사라졌다. 그 시절, 꽃잎처럼 연약하고 순했던 자연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동화가 있다. 바로 유수경 작가의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이다. 이 작품은 삼례예술문화촌에서 뮤지컬로 각색돼 공연되면서 어린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의 쓸모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 그림책미술관도 있다.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그림책미술관은 아담한 크기에 알차게 꾸민 내부가 특징이다. 1층은 벽면을 따라 기획전시가 이루어지고 중앙 홀은 공연 또는 놀이의 장이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진 계단은 계단참이 넓어서 엎드려 책을 보거나 딱지치기, 엄지 꺾기 같은 간단한 놀이를 하기에 좋다. 놀다 지치면 2층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도 보고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동화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된다. 이제 건물이 아닌 자연 속 동화의 세계로 떠나보자.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은 토끼와 발 맞춤하는 깊은 산골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을 배경으로 유수경 동화작가는 『하늘아래 첫 동네 밤티』동화를 썼다. 주인공 채연이가 숲속을 헤매다가 만난 여러 동물의 입을 통해 인간의 잔인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책을 읽고 밤티마을을 직접 찾아가면 독서가 두 배로 즐겁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만경강의 발원지 밤샘도 만나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물. 내가 사는 땅을 풍성하게 하는 강의 참의미를 발견하는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우리 것이 좋은 여행 남원에는 몽심재라는 고택이 있다. 조선 숙종 26년(1700)에 박연당(1753∼1830)이 지은 이곳이 김양오의 동화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빈빈책방·2022)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열려있는 쌀 창고, 힘들게 일하는 하인들이 쉬도록 만든 정자와 같이 양반이든 천민이든 집에 사는 사람 모두 평등하게 서로를 배려하는 박연당의 마음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최명희 소설『혼불』의 배경인 매안 이씨 종갓집 이웅재고가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공간이다. 시간이 된다면 남도의 양반집에서 ‘에헴’ 하며 뒷짐 지고 걸어보기도 하고 ‘예, 나으리.’ 하며 허리 굽실거려 종살이 신분의 서러움도 경험하게 하자. 세상의 모든 차별에 관심을 두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한바탕 신명 나게 노는 얼씨구 여행 남원 광한루원에 가면 누구든 춘향과 이도령이 될 수 있다. 어린이라고 안 되는 게 아니다. 어린이도 사랑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부터 이성 간의 사랑까지. 직간접적 경험으로 사랑은 정말 힘이 센 여리면서도 강한 마음이라는 걸 안다. 이곳에서 「춘향전」의 사랑가 한 대목을 불러보는 경연대회를 열어도 좋다. 멍석만 깔아주면 숨겨둔 끼를 맘껏 보여줄 어린이들이 수두룩하다. 놀다 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 이제 임실치즈역사관으로 떠나보자. 어린이 입맛을 유혹하는 치즈를 생산, 판매, 체험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는 지정환(1931∼2019) 신부와 임실N치즈의 역사를 담은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이 있다. 푸른 눈의 신부가 만든 치즈에 깃든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스스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굵직한 질문을 던지게 하자. 이제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임실필봉문화촌에 가보자. 이곳은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필봉농악을 전수하고 공연하는 공간이다.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한 윤미숙의 장편동화 『소리공책의 비밀』(대교·2009)을 읽고 찾아가면 농악에 스민 농민들의 시름과 수확의 기쁨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김근혜(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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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3 10:00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97. 전설의 영웅, 홍범도 장군님께

△글제목: 전설의 영웅, 홍범도 장군님께 △글쓴이: 윤시헌(포항제철초 4년) 전설의 영웅, 홍범도 장군님께 장군님, 안녕하세요? 저는 포항에 살고 있는 11살 어린이, 윤시헌 이라고 해요. 저는 얼마 전에 TV에서 장군님에 대한 이야기를 봤어요. 사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 저는 장군님 하면 ‘봉오동 전투’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장군님의 동상을 이동한다는 소식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러워서 그런지, TV 프로그램에서 특집으로 하기에 엄마와 시청했어요. 1868년 평양에서 태어난 장군님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머슴살이하던 아버지도 9살 때 돌아가셨지요. 저보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셨을지 상상도 안 돼요. 사실 저는 엄마, 아빠가 없는 삶은 꿈도 못 꾸겠거든요. 힘들게 살아가시다가 일제 강점기 때 장군님은 의병이 되셨지요. 나팔수, 노동자, 사냥꾼 등 비참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시다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스스로 의병이 된 장군님의 결심이 존경스러워요. 장군님은 사격술이 아주 뛰어나셨다지요? 대단한 사격술과 유격 전술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끌어 우리 민족의 위상을 드높여 주셨지요. 올림픽 대 우리나라가 양궁이나 사격에서 금메달을 잘 따는 이유가 장군님의 후손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동상을 어디로 옮기든지 말든지 저는 우리 국민이 지금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게 모두 장군님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TV를 보며 엄마와 저의 눈가가 촉촉해진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장군님! 우리의 멋진 조상님! 감사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부디 편히 지내세요. 2023년 9월 11일 윤시헌 올림 ※ 이 글은 2023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7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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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2 13:30

지역 영화 지원금 대폭 삭감…전북지역 영화계 '혹독한 시련'

올해 정부 예산에서 지역 영화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영화산업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의 영화제 지원금도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정부 예산 마저 반토막이 나는 등 도내 영화인들에게 혹독한 시련도 예상된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지역 영화사업 관련 정부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12억 원이 책정됐던 지역 영상 생태계 기반 마련 사업은 아예 폐지됐고,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도 52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무려 27억 원이 줄었다. 해마다 예산이 지원되던 국내·국제영화제도 40여 개에서 10여 개 안팎으로 대폭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상황이 이러자 전북지역 영화인들은 현재 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으로 지자체 도움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 여파와 미디어 변화로 지역 영화계에 경고등이 켜진 데다, 상대적으로 지원 의존도가 높은 영화산업이 자생적 구조를 구축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북 독립영화협회 박영완 이사는 “(지역 영화계가) 지원금에 의존해 활동한다는 게 올바른 그림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위축된 지역 영화계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북도와 전주시가 지역 영화인들의 창작 활동 등을 돕고자 영화 영상 제작 기지화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에 배정되는 예산도 10%가량 줄면서 별도의 지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영화인들의 창작활동은 순수 예술과는 다르게 금액의 규모가 매우 커 직접적인 제작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다행스럽게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 예산은 큰 타격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역 영화계가 쓰러지면 영화산업의 공적 기능이 위축되는 만큼,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성을 모토로 전북만의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 지자체와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영상위원회 같은 영화 기관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도킹텍 프로젝트 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동안 영화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기형적 산업구조가 지역 영화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로 꼽혀왔다”며 “전북은 이와 달리 독립성을 모토로 한 전주국제영화제를 주축으로 영화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지역이 똑같은 산업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예산이 삭감돼 안타깝다”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 영화인들이 지혜를 모아 전북 영화계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대학교 한승룡 영화방송학과 교수는 "어려운 영화 환경 속에서 예산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전라북도를 비롯해 전주시 등 지자체에서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며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전주영상위원회 등 영화 관련 기관에서 지자체를 설득해 지역 영화인들의 환경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01.11 18:24

2024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기준·원칙 재정립

전북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 이하 재단)이 2024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재정립한다. 해마다 선정 결과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고, 지역 예술인들의 사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상생의 정신으로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11일 전북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은 도내 예술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창작역량 강화 및 문화예술창작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 사업 가용예산은 모두 16억 5000만 원으로,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이에 따라 재단은 지원 사업에 대한 기준과 운영 방향을 개선하기로 했다. 올해는 개인과 단체를 분리해서 선발한다. 지난해에는 개인과 단체가 동일한 분류 체계로 선발됐다. 하지만 활동 규모에 있어 차이가 나타나는 만큼 지원금에서도 차등으로 지급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개인 예술가는 정액지원, 예술단체는 분야별(문학 300만 원, 시각 400만 원, 공연 500만 원)로 차등 분배한다. 지역예술인의 권익 보호 강화에도 힘쓴다. 예술인에 대한 보상 체계가 취약하고 창작자의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재단은 개인 창작활동비를 지원금의 15%까지 인정한다. 또 개인 휴식년제 강화와 사전예고제도 실시한다. 개인 예술가 선정률이 낮았던 점을 감안해 격년으로 진행하던 휴식년제를 2년 휴식제로 확대 시행한다. 실제 지난해 개인 예술가 선정률은 전체의 30.3% 수준에 머물렀다. 재단은 올해,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알리고, 2025년도부터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지원 분야 용어도 재정리한다. 모호한 용어로 심사 과정에서 적잖은 혼란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재단은 문화예술창작-기반 구축-청년예술창작 등으로 쓰이던 용어를 예술창작-예술 확산-젊은 예술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투명한 지원금 분배에 힘쓸 전망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지역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는데, 최소한의 권리와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세웠다”며 “공정한 선정을 통해 지역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기회와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설명회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진행되며 접수는 26일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해야 한다. 결과는 3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전북문화관광재단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01.11 18:18

전라북도 어린이예술단 이끌 신규단원 모집

전북도립국악원이 2024년 전라북도 어린이예술단 신규단원을 모집한다. 전라북도 어린이예술단은 음악 예술에 관심 있는 어린이를 예술 인재로 키우기 위해 지난 2000년도에 창단했다. 전북도는 도내 재능 있는 아이들이 어린이예술단 활동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술단원과 예비 단원, 수습생 교육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예술단 신청 접수는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전라북도 및 전북도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응시 대상은 도내 거주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로 오는 27일 실기 및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선발된 단원은 전라북도 어린이예술단원으로 활동하게 되며 매주 1~6시간씩 파트별 오케스트라 합주 교육을 지원받게 된다. 특히 예술단원의 경우 각종 기획공연과 해외 초청공연 등 다양한 무대 활동 참여 기회가 주어지며, 연 3회의 음악캠프 교육 등 전북도립국악원 내 예술단과의 교류 및 다양한 연계 활동도 진행된다. 예비 단원은 저학년 아이들의 개인 기량 및 합주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며,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예술단원으로 승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수습생은 평소 음악에 흥미는 있으나 음악교육 기회를 접하기 어려운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전북도립국악원 운영팀(290-6448)으로 문의하면 된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01.11 18:16

팔십 평생의 인생 이야기⋯김돈자 작가, 자전적 에세이 ’맨날 오늘이 좋다‘ 펴내

“아침에 창을 열면/ 기린봉이 한눈에 달려와/ 반가이 손을 내밀고/ 찬란한 햇살과 바람이 안겨든다/ 내 스스로 연주자가 되어/ 되돌이표 음절 속에/ 한 소절 가사를 조금씩 바꾸면서/ 부르고 또 부르며 살아온 삶/ 비틀거리던 바람의 그림자도 용서하고/ 허기진 욕망과도 화해하며/ 험한 능선 넘어선 오늘/ 아픈 것 즐거운 것/ 지난 일 모두 버리고/ 존재의 의미가 살아 숨 쉬는/ 맨날 오늘이 좋다“(시 ‘맨날 오늘이 좋다’) 신앙과 사랑이 충만한 김돈자 작가의 80년 인생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에세이<맨날 오늘이 좋다>(수필과비평사)가 츨간됐다. 책은 ‘1부 운명의 소용돌이’, ‘2부 가장 생활의 일기’, ‘3부 우리의 운명적 만남’, ‘4부 아버지 나의 아버지’, ‘5부 사업에 입문하다’, ‘6부 어머니 나의 어머니’, ‘7부 내 인생의 열매 다섯 딸들’, ‘8부 그림자처럼 스쳐간 인연’, ‘9부 사회봉사를 하다’, ‘10부 인생의 축복, 시와의 만남’, ‘11부 내 생명이신 나의 하나님’ 등 총 11부로 구성, 100여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1987년 8월 21일에 대한 김 작가의 기억으로 시작되는 책은 작가와 남편과 첫 만남의 순간을 비롯해 층층시하 시집살이, 엄마가 되는 순간, 늦은 나이에 도전했던 운전면허 시험 등 사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누구나 한평생을 사노라면 절절한 사연 없는 사람 없고 희로애락 겪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며 ”모두가 각기 다른 자기만의 역사를 엮어가면 살아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범하고 무난한 삶은 돌아볼 일이 적었지만, 뒤틀리고 꼬여 모질게 자라는 분재를 보더라도 고통은 작품을 낳는다“며 ”외롭고 힘들 때마다 써두었던 글 속에서 지난 세월의 많은 사연들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음을 느껴 책으로 엮어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1945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경북 김천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는 월간 <한국시>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몰라서 마음 편한 세상>, <유리벽>,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0 16:57

아리랑의 역사와 지역별 특성 담은 기록도서 출간

한국 대표 민요로 꼽히는 아리랑을 기록한 출판물이 나왔다. 국립무형유산원이 국가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 일환으로 제작한 기록도서 ‘아리랑(흐름 출판사)’을 출간했다. 351쪽 분량의 책에는 아리랑의 정의와 범주, 생성의 역사, 지역별 아리랑 특징과 현황이 담겨있다. 기록화 작업에 참여한 경인교육대학교 김혜정 교수는 이번 작업에 대해 "아리랑의 음악·문학적 특성, 전승의 전통·향유 방식 등으로 아리랑의 전형을 구하고 전승의 전형을 구해 기록했다”며 “우리가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아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리랑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무형유산으로서 아리랑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러한 확장을 장려하고, 때로 주도해야 할 임무가 있다. 자유로운 변주와 확장이 아리랑의 전형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18쪽)” “아리랑은 그동안 다양한 의미와 가치로 평가받아 왔지만 불변의 가치는 정서를 담는 표현 도구라는 점이라 본다. 이러한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아리랑을 만들어 부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아리랑을 위해서, 아리랑의 건강한 전승을 위한 정책으로써 ‘모두의 아리랑’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197쪽)” 현재 아리랑은 민족적 위상 등에 힘입어 교과서에 실렸다. 보존 가치와 전승 노력 등에 근거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예술성과 학술성을 입증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아리랑은 특별한 날 행사에서 불리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구매한 음원을 통해 감상하는 수준으로 전과 같이 활발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책을 통해 아리랑이 오늘날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날 경색된 남북관계를 하나로 이어 사회적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낸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정서를 담는 표현 도구라는 불변의 가치가 살아있는 한 ‘아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0 16:57

지역 콘텐츠의 힘, 정선옥 희곡집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 출간

지역 콘텐츠에 스토리를 불어넣는 정선옥 극작가가 희곡집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전북문인협회)'를 출간했다. 작가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믿음으로 작업해 온 만큼, 희곡집을 바라보는 애정도 남다르다. 정 작가는 “노인 하나가 세상을 떠나면 그 노인이 다녔던 길이 사라진다고 한다”라며 “그들이 품고 있던 이야기 역시 길보다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에 현재 지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소중한 작업”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이 책에는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재구성한 ‘선녀와 나무꾼’을 비롯해 완주군 삼례읍 지명에 담긴 사연을 엮어낸 ‘여시코빼기’, ‘내 소리를 받아가거라’, ‘변사또 생일잔치’ 등 10편이 수록됐다. 전라도 지역의 인물과 이야기, 지역민들의 일상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다. “위봉사 폭포와 위봉사 절이 뒷배경이다. 정이는 집을 떠나서 위봉사란 절의 하인이 되어 소리공부에 전념한다. 정이의 소리공부 장면은 창자의 소리가 들리면서 피를 토하는 장면이 나오고, 피를 토하면서도 계속 소리공부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자의 소리가 나오는 동안 정이는 이야기를 마임으로 보여준다.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중에서, 156p)" 희곡은 소설이나 수필과 다르게 구체적인 배경설명은 없다. 어떤 공간인지 사건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때문에 작가는 대사와 지문 안에서 독자가 장면을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인물의 행동과 감정, 지역어를 활용한 대사 등이 '전북의 정체성'을 공고히 만들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 전북문협 김영 회장은 책 인사말에서“전북을 스토리텔링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전래이야기를 현대의 흐름에 맞춰 재발견하는 의미로 가치화 될 것”이라며 “고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이룩해낸 놀라운 창의력과 가담항설을 생생하게 글로 담아낸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0 16:57

이영희 시인, 어린이의 마음 대변하는 동시 '택배 왔습니다!' 출간

“알람 소리 열 번 울려도/ 음냐음냐 비몽사몽/ 우리 언니/ 딩동! 딩동!/ 벌떡 일어나/ 후다닥 눈곱 떼게 하는/ 신기한 한마디/ 택배 왔습니다!”(시 ‘택배 왔습니다’)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이영희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 <택배 왔습니다>(청개구리)을 세상에 내놨다. 동시 쓰기를 잊어버린 행복과 꿈, 동심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라 표현하는 이 시인은 이번 동시집 속에 모든 어린이가 재미있게 읽고 행복하길 바라는 소망을 가득 담아냈다. 이 시인은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눈맞춤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를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할머니 마음,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는 자연의 마음을 즐거운 동시 여행을 통해 마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해성을 통해 이번 시집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동시’라고 평했다. 이 아동문학가는 “이 시인은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동시에 담았다”며 “공부와 시험 등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할머니의 따스한 품 같은 동시집을 통해 어린이들이 위로받고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완주 고산 출생인 시인은 제36회 전북 여성백일장 산문 부문에 입상했으며, <소년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전주사람 전주 이야기>, <창암 바람>, <참 달콤한 고 녀석>(공저),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공저) 등이 있다. 현재 시인은 전북 아동문학회, 전북 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0 16:5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최기우'이름을 부르는 시간'

<이름을 부르는 시간> 희곡집은 동학농민혁명에 함께 한 이름 모를 하나하나를 위해 들꽃으로 상여를 장식하며 그 이름을 불러보는「들꽃상여」, 걸인성자라 불리운 이보한의 전주 3․1운동을 이끈「거두리로다」, 「1927 옥구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확고한 정신으로 일제에 대항한 농민운동과 젊은 혈기에 불타는 장태성의 이야기. 「수우재에서」는 시조 시인 가람 이병기의 생가를 배경으로 조선어학회 독립운동으로 간주해 관계자들을 핍박한 조선어학회사건이 소재다. 마지막으로 전북대학교 학생 이세종이란 5․18민주화운동 첫째 희생자의 비극적인 죽음인 「아! 다시 살아…」를 끝으로 다섯 편의 희곡이 담긴 희곡집이다. 최기우 극작가의 문장은 때론 젊은 패기가 넘쳤다가 밑바탕에는 오랜 연륜이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그는 젊다. 오랜 역사물이 소재인 이유는 아니고, 그는 시시때때로 문장을 가지고 논다. 내가 처음 일제의 잔인함을 목격한 것은 연속극 ‘여로’였다. 온갖 고문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에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TV에서 고문당하는 사람이 실제로 느껴져 끔찍해 하던 옛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섯 편의 희곡을 읽으며 그때처럼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선봉자들 뒤를 따랐던 이름 모를 사람들 하나, 하나가 쉽게 지나가지지 않았다. 「들꽃상여」에서 ‘아무 것도 아닌게 힘을 보태제, 있는 놈이믄 허긋어?’라고 한 등록개의 말이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란 말만 들었을 뿐인데 기뻐하는 모습은 깊은 억눌림이었다. ‘같다’는 말에 딴 세상을 맛보게 된 등록개의 탄성이 경이롭다. ‘같을 동’ 이름으로 힘이 실어지는 순간에는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전봉준이 “우리 모두 등록개다.”’라고 외치는 말이 얼마나 절실하던지 가슴이 뭉근하다. 김서방에게 언년이 등록개를 찾을 때, 조선 팔도 쌔고 쌘 이름이 개똥이 아니믄 소똥, 말똥, 된똥인데 어찌 찾으려 하냐며 반문한다. 같은 이름 개똥일지라도 소중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름 없는 혼들을 태운 들꽃상여는 어디에도 없는 보상이다. 「들꽃상여」만으로도 가슴 벅차 다른 희곡의 서평은 지면이 모자라다. 「거두리로다」의 기인 이보한이 말하는 애국은 독특하기 그지없다. 배려, 존중, 희생과 배풂 이보한이 말하는 애국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1927 옥구 사람들」젊은 혈기 장태성은 매질도, 봉변도, 징역도 두렵지만, 피하지 않을 거란 다짐이 굳건하다. 일본 앞잡이 백승일에게 ‘밤이 어둡다고 백 년 가도 날이 안 샐 줄 아느냐?’는 일침은 번쩍이는 칼날이었다. 「아! 다시 살아…」이세종! 외치고 싶을 정도로 5․18항쟁이 일어난 줄 모르고 안 오는 버스를 목을 빼고 기다리던 여중생이었다. 이한열, 박종열 열사에 눈물 흘렸었다. 모르고 지났을 그 이름, 이세종을 불러본다. 일제의 압박에 눌린 사람이 전봉준, 등록개, 소리쇠, 언년이, 이보한, 장태성, 이병기…만 있을까마는 희곡집『이름을 부르는 시간』을 통해 이름 하나하나 진심으로 불러본 시간이었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으며,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 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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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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