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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15일 화려한 막 올린다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15일부터 2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 전북 14개 시군에서 펼쳐진다. 올해 22회째를 맞이한 소리축제는 코로나19 이후 전면 대면 축제로 열린다. 1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을 시작으로 북미, 북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등 해외 11개국, 89개 프로그램과 108회의 공연이 진행된다. 소리축제 조직위가 새롭게 바뀌고 난 뒤 열리는 가운데 그간 전통의 원형을 오롯이 담아왔던 대표 전통 판소리 브랜드 공연 등을 더욱 깊이 있게 담아낸다. 먼저 개막공연은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이왕준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문을 연다. 장일범, 박애리의 사회로 이번 개막공연은 동·서양 음악과 국내·외 정상급 음악가들의 협연이 무대에서 100분간 펼쳐진다. 전주 경기전을 비롯해 지역의 역사적인 명소와 결합한 기획 공연, ‘배리어 프리’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공연도 선보인다. 이밖에 가족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소리축제’와 ‘어린이 그림그리기’, ‘칼림바 만들기’, ‘탈춤 워크숍’ 등 참여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전북 14개 시군에서는 지역예술가들의 무대 등이 어우러져 ‘찾아가는 소리축제’, ‘판소리 아카데미’, ‘월드뮤직 워크숍’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김희선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그간의 역사 위에 정통성, 예술성, 축제성을 더해 잠재적인 우리음악의 미래 가치를 담았다”며 “동시대성을 담아낸 음악 축제에 예술가와 관객, 축제를 준비한 관계자들 모두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9.14 18:03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D-1] 제22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열흘간의 소리 축제 대장정 막 올라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열흘간의 소리 여정을 알리며 지역을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으로 물들인다. 올해 소리축제는 집행위원회를 예술분과위원회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눈에 띈다. 실제 한승석 중앙대 교수, 이태백 목원대 교수 등 예술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과 참여를 통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최고의 예술가와 작품들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올해 소리축제에서 주목할 만한 공연 프로그램을 톺아봤다.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 1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지는 개막 공연 주제인 ‘상생과 회복’은 전통음악과 클래식, 판소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와 조화를 이루고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축제성 회복에 집중한다. 무대는 전주시립교향악단(지휘 성기선)을 중심으로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선영,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소리꾼 고영열·김율희 등이 오른다. 또한 ‘서양 오케스트라의 한국적 수용’을 위해 이건용, 최우정, 김성국, 안효영 등 국내 정상급 작곡가들의 작품이 개작과 편곡, 초연 형태로 연주된다. 특히 ‘1945’, ‘달이 물로 걸어오듯’ 등을 통해 최우정 위촉 초연곡이 피날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주 경기전의 아침 16일 오전 10시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동·서양의 풍류 음악이 함께한다. 이날 공연에는 17, 18세기 유럽 음악을 대표하는 하프시코드 음악과 같은 시기 조선 선비들의 풍류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다. 24일은 전통적 공간 속 스승과 제자의 듀오 콘서트를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박재홍이 함께 듀엣 명곡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드보르작의 네 손을 위한 슬라브 무곡’을 연주한다. △국창열전 완창판소리 19일 오후 3시 전주 한옥마을 동헌에서 5명의 원로 소리꾼이 지닌 내공을 엿볼 수 있다. 김일구 명창이 선보이는 박봉술제 적벽가, 김수연 명창의 미산제 수궁가, 정순임 명창의 박녹주제 홍보가, 신영희 명창의 만정제 춘향가, 조상현 명창의 강산제 심청가 등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가을밤의 낭만 선사 지역 예술가들이 역량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무대로 판소리 아카데미, 월드뮤직 워크숍 등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장르인 판소리와 월드뮤직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전문가들의 해설과 강의도 준비돼 있다. 오는 19일과 20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에서 진행될 무대는 고니밴드, 조윤성 팝밥 프로젝트, 슬로우 진, 신민수, 국악예술단 고창, 최유리 등이 꾸밀 예정이다. △폐막공연 ‘이희문 오방신(神)과 춤을!’ 경기민요를 모티브로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는 소리꾼 이희문이 소리축제의 마지막 2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을 화려하게 꾸민다. ‘이희문 오방신(神)과 춤을!’ 선보이며 신나는 댄스파티를 벌이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09.14 18:03

한국전통문화전당, 무형문화재 색지장 김혜미자 특별전 연다

“외길을 걸으며 고단하기도 했지만 즐거웠고, 외로웠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전주에서 한평생 한지공예인으로 살아온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 김혜미자 명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전시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흔히 한 분야에서 기술과 재주가 뛰어나서 이름이 난 사람을 명인(名人)이라고 한다.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전주한지가 김혜미자 명인의 손길과 닿으면 고운 빛깔을 뽐내는 명작이 탄생한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동아시아 종이문화특별전’의 일환으로 김혜미자 명인의 특별전을 연다. 오픈식 15일 오후 4시. 15일부터 10월 10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2층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경우 명인이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며 자식처럼 다루고 매만져온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목전에 둔 14일 오전 전시실에서 만난 명인은 데이트 전날의 10대 소녀처럼 한껏 고무돼있었다. 명인은 “한지공예 작업은 살아있는 한 할 수 있는, 해야 할 가장 큰 기쁨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인은 특별히 마련된 전시를 통해 한지공예의 가치와 문화재로서, 공예가로서의 열정을 널리 알린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김도영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명실상부 한지공예의 대가인 김혜미자 선생님의 특별전을 개최하게 돼 영광이다”며 “한지공예가 대중에 널리 알려지고 전통공예로 인정받는 데 큰 힘이 된 선생님의 작품을 통해 한지의 예술 영역이 더욱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40여년 간 한지공예가의 길을 걸으며 전주를 넘어 국내·외에서 한지공예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후학들을 양성해온 명인. 특히 한지공예가로서 ‘색지장’이란 새로운 분야에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최초의 인물이다. 명인은 “한지공예는 인생의 선물과 같았고 아직 부족함이 있지만 남은 생은 한지공예를 전수하고 그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9.14 17:52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정기연주회 앞두고 '시연회' 열어

판소리와 민요, 칸타타와 교향악이 어우러지니 새로운 비빔소리가 탄생했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13일 전주 전통문화체험전수관에서 제50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언론 시연회를 가졌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하고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으로 19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레퍼토리 시즌1 아르누보'다. 아르누보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예술'이란 뜻이다. 전통적인 고전주의 방식에서 탈피해 진보적인 예술가들의 도전이 깃들어 있는 예술 장르를 함축하는 의미다. 이용탁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은 "국악과 서양 음악을 접목시킨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정기연주회는 관현악단이 그동안의 틀을 깨고 고전 판소리와 서양의 교향시를 접목해 지역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그러한 자신감은 이번 시연회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첫 순서인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시 '적벽'(작곡 서순정)은 장엄한 분위기 속에 변화무쌍하고도 웅장한 연주로 판소리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과 '불 지르는 대목'을 박진감 있게 표현했다. 이어서 판소리 협주곡 '저 멀리 흰 구름 자욱한 곳'(작·편곡 이용탁), 국악관현악을 위한 교향시 '춘향'(작곡 임교민) 등 두 곡이 연주됐다. 개작 초연을 앞둔 '저 멀리 흰 구름 자욱한 곳'은 심청가 중에서 '범피중류 대목'을 판소리 여성 2중창과 오페라합창으로 인당수에 이르는 심청이의 마음을 절절하게 나타냈다. 양수연 연출가는 "전체적으로 현악 협주곡, 합창과 교향곡, 판소리와 관현악 그리고 교향시와 무용 모두가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는 무대 연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관현악단의 이번 정기연주회는 기존 무료 공연에서 유료화로 전환했음에도 예매율이 80%를 웃돌며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티켓 가격은 R석 2만원, S석 1만원으로 나루컬쳐와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9.13 17: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김인태 '어쩌다 외교관의 뉴욕 랩소디'

인문학의 위기를‘인간의 위기’, ‘인류의 위기’라고 말한다. 인간의 문제를 과학이나 기술, 또는 과학적 방법으로는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볼 때 맞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흉기를 들고 길거리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의 사건과 사고가 부쩍 늘고 있는 것도 예삿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시점에서 군산 출신 은파 김인태 작가의 『어쩌다 외교관의 뉴욕 랩소디』(2023, 대경북스)는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해가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지극히 철학적인 부분을 담고 있는 에세이기 때문이다. 앙투안 드 셍텍쥐페리의 그 유명한 ‘어린 왕자’의 시각을 활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으면서도 친근감 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저자는 늘 현재의 익숙한 생활에서 탈피해서 낯선 곳으로의 도전을 꿈꾸었다고 한다. 가족은 물론이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인생의 고비를 마주하게 되거나,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무료함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해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도전에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설령 무리한 도전일지라도 저지르지 않는다면, 인생에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누구라도 알 것이다. 평온한 바다는 숙련된 선원을 만들지 못하고,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가 외교관이 되어 뉴욕 영사관에 부임한 후, 3년 동안 뉴욕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새로운 도시 뉴욕에서의 삶은, 분명 한국에서의 평이한 일상보다 나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기회였으리라고 본다. 또한, ‘나’를 보고자 하는 갈증을 달랠 우물을 그곳에서는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어떤 확신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국 어린 왕자와 함께 떠난 뉴욕 여정에서 ‘내 영혼을 적셔줄 우물’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미국의 또 다른 이면을 경험하게 되면서, 한국 사회와 문화를 다시금 돌이켜보게 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 몰입하며 살아가느냐, 아니면 이방인으로 남느냐의 문제일 테니. 그런 측면에서『어쩌다 외교관의 뉴욕 랩소디』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고정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마음을 계발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창조도, 대자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누구든 맞닥뜨려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 묻고 답하며 자기 진화를 통해 자유를 만끽하게 될지도. 김형미 시인은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3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 <오동꽃 피기 전> ,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 그림에세이 <누에> , <모악산> 등이 있다. ‘불꽃문학상’, ‘서울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 ‘목정청년예술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9.13 17:24

조혜경 작가, 에세이집 ‘멀리 있지 않은’ 출간

누구나 한 번쯤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한 구절을 읽고 비로소 위로를 얻게 된다. 조혜경 작가가 펴낸 에세이집 <멀리 있지 않은>(지혜의언덕)이 바로 그런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의 글들이 생애 가장 힘든 시간에 쓴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지난 4년 동안 작가가 월간 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 24편을 모은 것이다. 작가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에 쓴 글들을 마주하면 복잡한 세상사에 텅 비었던 가슴이 어느새 감동으로 잔잔하게 스며드는 위안을 느끼게 한다. “언제라도 원치 않는 일이 우리 앞에 예고 없이 닥친다. 긴 싸움이 될 질병이 ‘생각하지 않은 날’ 느닷없이 찾아와 일상이 휘청이기도 하고, 어느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사랑하는 사람과 생의 경계를 넘는 이별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으며, 내일 일은 그러므로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책의 본문 중에서) 작가는 감당하기 벅찬 현실을 옆에 두고 노트북을 펴 아련한 과거 속에 빠져들었다. 이로써 지난 시간의 기억이, 그리움이, 위로가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누구라도 삶이 버겁다면 멀리 있지 않은, 어쩌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는 따뜻한 기억, 그리운 사람, 격려해주는 사람을 붙잡아 다시 힘을 내보라고 권면한다. “많은 것들이 사라져간다. 사라지는 것이 어찌 물건과 장소뿐이랴. 거스를 수 없는 일이다. 다 놓고 가야 하는 날도 올 것이다. 뒤돌아 지나온 날에 그리움의 그물을 던지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가득 건져 올라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책의 본문 중에서) 책은 작가의 오랜 친구가 따뜻한 시선으로 찍은 감성적인 사진이 함께 실려 글과 글을 이어주고 있다. 디자이너가 된 작가의 딸은 책의 표지와 이야기가 있는 사진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여고와 전북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석사(M.Div.)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 대상, 기독신춘문예 대상 등을 수상했고 단편소설집 <꿈꾸지 않는다>를 펴냈다. 현재 지혜의언덕 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9.13 17:24

연꽃의 일생으로 전하는 시인의 철학⋯안준철 시인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덕진연못까지는/ 자전거로 십오 분 거리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연꽃은 눈 세수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신호등에 한 번도 안 걸린 날은/ 연못 입구에서 조금 서성이다 간다/ 연밭을 둘러보니 어제 꽃봉오리 그대로다/ 아,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한 것을” (시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연꽃을 지극히 사랑하는 ‘산책자’ 안준철 시인이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푸른사상)을 펴냈다. 시집에는 ‘연꽃’을 주인공으로 안개비 내린 새벽의 산책길, 연밭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참새의 모습 등 시인의 여름철 산책 일화가 담긴 76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시인은 “은퇴하고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아침 연꽃을 만난 뒤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집에는 연꽃잎의 생성, 절정, 소멸을 통해 인간의 우주적 운명과 생의 가치를 깨달은 안 시인의 철학이 담겨 있기도 하다. 권순금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시집 속 연꽃은 하나의 인격체로 시인에게 다가와 사랑을 나누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자연’으로, 진실한 가르침을 주는 <법화경>으로, 마지막에는 ‘적멸’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책자’인 시인은 매일 연꽃과 만나며 수많은 명상을 통해 많은 것을 발견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 작품을 창작했다”며 “덕진연못에 피는 연꽃의 생성과 절정과 소멸을 통해 우리네 인생사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말하고 있다”고 평했다. 전주 출생인 안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 정년퇴임했다. 그는 1992년 제자들에게 써준 생일 시를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를 출간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할 것들이>, 산문집<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그 후 아이들을 어떻게 되었을까> 등이 있다. 현재 그는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전주에서 산책가로 살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9.13 17:24

백지성 작가의 에세이집 '50, 이제 결혼합니다' 출간

“나이 50에 결혼하면 어떤 일이 생겨요?” 백지성 작가의 본격 만혼 에세이 <50, 이제 결혼합니다>(오르골)가 새로 나왔다. 평범하게 보통사람처럼 살기를 거부하고 조금 늦은 속도로 살아온 저자가 생생하게 전달하는 중년의 연애 이야기와 결혼 생활을 써낸 책이다. 저자는 “삶을 돌아보게 되는 중년에 결혼할 경우 서로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되 둘이어서 좋은 점을 접목할 수 있다”고 책에서 털어놓는다. 그런데 결혼하면 구속받고 마음대로 못 하고 산다는데 과연 중년에 결혼해도 그럴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늦게 만나 서로 편하게 살아요” ‘중년 신혼’의 알콩달콩한 일상과 진한 웃음 코드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흙수저 청춘에서 30대 후반 미국으로 떠난 자력 유학, 40대 중반 국립대 교수 임용까지 역동적인 삶의 여정에 매료된다. 책의 후반부로 넘어가면 결혼의 본질과 독신 문제, 중년 이후 행복한 삶과 결혼에 대한 저자만의 진지한 성찰이 쓰여 있다. 이번에 30여 편의 글을 책으로 엮은 저자는 ‘중년 신혼’을 경험한 특유의 단단함과 솔직담백함을 오롯이 담아냈다. 현재 국립군산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자리매김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9.13 17:24

마음속 깊이 치유 전하는 페미니즘 연극⋯우진문화공간, '마음의 범죄' 공연

남성우월주의 시대에 상처 받은 여성들의 아픔을 연극으로 보듬는다. 예술집단 고하가 오는 16일과 17일, 오후 3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페미니즘 연극 ‘마음의 범죄’를 공연한다. 공연은 허리케인 ‘캄밀’이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작은 마을 ‘헤이즐 허스트’를 휩쓸고 지나간 5년 후, 1974년 10월 23일 세 자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연극은 세 자매 중 막내인 ‘베이브’가 남편을 총으로 쏜 사건을 계기로 세 자매가 오랜만에 한 집에 모이면서 전개된다. 이야기 속 세 자매는 엄마의 자살, 아빠의 가출, 할아버지에 대한 애증, 상처투성이인 결혼생활 등 잊고 싶었던 과거와 대면하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준다. 이번 연극을 연출한 김경민 연출가는 “이번 연극의 배경이 됐던 1970년대 미국 남부는 보수적인 미국 사회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이었으며 남성 중심의 사회였다”며 “나라와 지역만 다를 뿐 우리 과거의 삶과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삶 속에서 가족의 구성원들은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며 그 누구에게 내면을 들어내기는 어렵고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며 “그 시대 여성의 안정적인 공간이었던 부엌이라는 내부 공간에서 진행되는 치유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작품은 1981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미국 시나리오 작가 베스 헨리의 ‘크라임 오브 하트’가 원작으로 하고 있어 많은 이의 기대감을 사고 있다. 무대에는 강지수, 강정호, 김동혁, 김수연, 송수현, 이혜지 배우가 오르며 김경민 연출가와 박영준 무대감독이 함께한다. 연극 중 첫째 ‘레니’역을 연기하는 배우 이혜지 씨는 “남성우월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페미니즘 연극 속 세 자매의 끈끈한 우애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듯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15세 이상 관람가인 이번 공연의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전화(010-4828-9004)로 문의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09.12 18:01

최지영 개인전, 17일까지 청목미술관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이란 인생의 이야기를 ‘꽃’이란 이미지로 승화시킨다. 17일까지 청목갤러리에서는 최지영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내 안에 꽃인 그대’란 주제로 한지와 캔버스를 이용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을 화폭에 담았다. 하지만 꽃은 형상일 뿐 작가가 바라본 사회현상과 일상의 단면을 심도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화폭에 그려진 꽃은 뚜렷한 계절에 피는 꽃도, 이름이 있는 꽃도 아니다. 작가가 바라보고 느낀 꽃의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내 볼수록 꿈속을 걷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우리가 보이는 것만이 아닌 눈과 마음으로 대할 때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보이는 꽃은 형상일 뿐 그 내면을 심도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개인전을 비롯해 부산아트쇼, 독일 칼스루헤아트페어 등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한 바 있다. 또한 배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예원예술대 대학원에서 조형미술을 전공했으며 한국국토정보공사(Lx) 자문위원으로 ‘화가 이야기’를 강의하기도 했다. 또한 작가는 전라북도 공식 블로그인 ‘전북의 재발견’, 전북일보에 지역 미술인과 관련된 글을 게재함과 동시에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9.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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