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김인태 '어쩌다 외교관의 뉴욕 랩소디'
인문학의 위기를‘인간의 위기’, ‘인류의 위기’라고 말한다. 인간의 문제를 과학이나 기술, 또는 과학적 방법으로는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볼 때 맞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흉기를 들고 길거리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의 사건과 사고가 부쩍 늘고 있는 것도 예삿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시점에서 군산 출신 은파 김인태 작가의 『어쩌다 외교관의 뉴욕 랩소디』(2023, 대경북스)는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해가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지극히 철학적인 부분을 담고 있는 에세이기 때문이다. 앙투안 드 셍텍쥐페리의 그 유명한 ‘어린 왕자’의 시각을 활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으면서도 친근감 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저자는 늘 현재의 익숙한 생활에서 탈피해서 낯선 곳으로의 도전을 꿈꾸었다고 한다. 가족은 물론이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인생의 고비를 마주하게 되거나,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무료함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해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도전에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설령 무리한 도전일지라도 저지르지 않는다면, 인생에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누구라도 알 것이다. 평온한 바다는 숙련된 선원을 만들지 못하고,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가 외교관이 되어 뉴욕 영사관에 부임한 후, 3년 동안 뉴욕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새로운 도시 뉴욕에서의 삶은, 분명 한국에서의 평이한 일상보다 나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기회였으리라고 본다. 또한, ‘나’를 보고자 하는 갈증을 달랠 우물을 그곳에서는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어떤 확신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국 어린 왕자와 함께 떠난 뉴욕 여정에서 ‘내 영혼을 적셔줄 우물’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미국의 또 다른 이면을 경험하게 되면서, 한국 사회와 문화를 다시금 돌이켜보게 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 몰입하며 살아가느냐, 아니면 이방인으로 남느냐의 문제일 테니. 그런 측면에서『어쩌다 외교관의 뉴욕 랩소디』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고정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마음을 계발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창조도, 대자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누구든 맞닥뜨려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 묻고 답하며 자기 진화를 통해 자유를 만끽하게 될지도. 김형미 시인은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3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 <오동꽃 피기 전> ,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 그림에세이 <누에> , <모악산> 등이 있다. ‘불꽃문학상’, ‘서울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 ‘목정청년예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