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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2) 초속(超俗)의 달관, 참선비 근정(槿丁) 조두현 시인

근정(槿丁) 조두현 선생(1925.7.30.~1989.12.28.)은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211번지에서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4년 전북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52년 삼례중 고교 교사, 1954년 익산 남성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77년 전주대학교 교수, 1978년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선생의 제3 시집 『책장을 넘기다가』의 발문을 쓴 이상비 교수의 글에는 근정(槿丁) 집안의 자녀교육에 관련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선생의 증조부가 황소로 밭을 갈고 있는데, 한 장사꾼이 책을 짊어지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증조부가 그를 불러 무슨 책이냐고 물으니 칠서(七書), 즉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 대답하니 즉석에서 자신의 황소와 책을 바꿔왔다는 이야기다. 황소 한 마리면 당시로는 매우 큰돈이었기에 이를 본 이웃들이 모두 놀랐다는 것이다. 이렇듯 황금보다 학문을 중시했던 집안의 전통은 자연스럽게 자손들에게 이어졌다. 근정(槿丁)의 구남매(九男妹)가 모두 각 분야에서 훌륭하게 된 것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하는 집안 내력 아닌가. 선생은 1958년 『현대문학』에 「애가」 외 세 편의 시와 「한시신역」으로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였으며, 1967년 『어느 門 밖에서』를 비롯하여 『증언』, 『책장을 넘기다가』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냈다. 또한, 근정(槿丁) 선생은 한문학에 조예가 깊어 1971년부터 일지사, 동아출판사, 금성출판사 등에서 중고등학생용 한문 교과서 저자로 활동했으며, 다수의 한문학 연구서와 대학교재 등을 출간하여 한문학과 한문 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선생은 고달픈 삶 가운데에서도 생명 의지를 지적으로 승화시킨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 특히 그의 시 「청명절(淸明節)」은 자연과 인생에 대한 무심한 관조와 달관의 자세를 잘 드러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어제 밤에 비가 부슬거리더니 새벽에는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몸이 노곤하여 달력을 바라보니 모레가 청명(淸明)이 아닌가 창을 열어놓고 뜰을 걷다가 백목련이 봉곳이 방울져 지금 잎이 돋아나고 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머리털이 더욱 희어져 보이는 것은 이 봄의 탓이 아닌가 이 세월의 탓이 아닌가 -청명절(淸明節) 전문 홍석영 교수는 근정(槿丁) 선생을 평생 삶의 도반(道伴)이라고 생각하면서 함께했다. 특히, 남중동 황새골에서 대문을 마주하고 살 만큼 늘 가깝게 살았다. 두 분은 9.28 수복 이후 익산의 남성학교에서 만났는데, 당시 남성학교에는 장순하, 천이두, 이동주, 박항식, 최학규, 김영협 등 훗날 한국문학의 대들보가 된 분들이 재직하고 있었다. 이들은 남풍(南風) 동인회를 조직하여 문학과 인생을 논했고, 어쩌다 논쟁이 치열해지면 근정(槿丁) 선생은 그건 아녀, 아녀.하며 장자풍(莊子風)의 푸근한 인간미를 보였다고 한다. 천이두 교수은 근정(槿丁)의 첫 시집 『어느 門 앞에서』의 발문에서 선생은 재학 중에 연비동인회(燕飛同人會)를 결성하여 좌장이 되었는데, 당시 동기들은 만학(晩學)의 선생에게서 형장(兄丈)다움을 느꼈다고 했다. 항상 따뜻이 보듬고 아우르는 온후한 선생에게는 어느 구석에도 문사연(文士然)하는 모서리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함께한 국문과 1회 동기들이 박병순, 이기반, 조두현, 진을주, 최승범, 최진성, 김영협 등 모두 거목이었으니 얼마나 든든했을까. 이보영 교수는 그의 제3시집 『책장을 넘기다가』의 발문에서 근정(槿丁)의 시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물의 완상과 찬미, 조촐한 선비다운 자적(自適), 초속적(超俗的)인 달관과 범용(凡庸)의 진덕(眞德)에 대한 긍정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내가 한 그루 나무로 서 있을 때 그 나무에서 돋는 이파리는 어떤 빛깔일까 내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날 때 그 꽃에서 풍기는 향기는 어떤 냄새일까. 내가 한 마리 새로 울음을 울 때 그 새의 부리에서 울리는 소리는 무슨 가락일까. 내가 한 개의 열매로 맺을 때 그 열매의 속에서 타고 있는 불은 무슨 이야기일까 -「열매」시 전문 - 이 시는 2000년 솜리예술회관 뒤뜰에 세워진 선생의 시비에 새겨진 시다. 이 시에는 늘 성찰하면서 청아한 삶은 누리고자 했던 선생의 학수천년(鶴壽千年)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송남 이병기 시인은 근정(槿丁)선생 송수(頌壽) 시문집에서 「걸어 다니는 무궁화」라는 시에서 선생의 삶을 기린 바 있다. 겉으로 하얀 꽃 이파리 / 깊은 마음일수록 속으로 타는 불덩어리 / 이웃을 깨우치고 / 들뜬 선잠을 사랑으로 재우던 자장가를 불러주셨던 분이 선생이라고 했다. 근정(槿丁)의 제자 송하춘 교수는 「우리 조두현 선생님」이라는 글에서 스승을 높이 우러렀으며 김병기 교수도 생아지부(生我之父)에 견줄 만큼 큰 스승의 사랑을 회고하였다. 이렇게 높은 학덕과 훌륭한 인품을 보여준 선생의 참 선비상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그의 고향 비봉공원 무궁화 동산에 빗돌 하나 세워줄 것을 제안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참고 : 근정 조두현 선생 송수 시문집 『학수천년(鶴壽千年)』 외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09 19:01

[단독] 프랑스국립기록원 한국한지 존재 확인

프랑스 국립기록원이 고려시대 한지로 추정되는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가 중국 원(元)나라 간섭을 받던 13세기, 고려왕이 원 황제에게 공물로 바친 종이가 프랑스왕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문서를 두고는 전주에서 제작한 한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한지와 한복, 한옥, 한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 한스리그(공동대표: 손주경, 천상묵)는 지난 2019년 프랑스국립기록원에서 한지로 추정되는 문서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8일 한스리그 관계자는 전주시와 2017년부터 바티칸 비밀수장고에 있던 교황 요한 22세-충숙왕 서신(1333년), 고종 황제-교황 비오 10세(1904년) 서신을 한지로 복본하는 과정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서가 한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프랑스에 있는 아시아 박물관인 기메(Guimet) 박물관장과 바티칸기록원에서 고문서를 담당하는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가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기록원에 따르면, 문서는 1289년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의 일족인 몽골족이 지배하는 일칸국(바그다드 위치)의 왕이 프랑스 왕에게 보낸 서신이다. 고려 충렬왕(1264~1308년)이 쿠빌라이에게 조공으로 바친 종이를 일칸국에 교역물품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일칸국 왕이 고려 종이를 프랑스 왕에게 보낸 서신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고반여사> 등과 같은 사료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들 사료에는 고려가 원나라에 고려종이를 공물로 바친 사실이 나와 있다. 특히 중국사람의 취미를 설명한 명나라 사료인 <고반여사>는 원나라가 종이를 공납받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자를 징발해 현지에서 직접 제조하게 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당시 일칸국 성직자가 원나라를 오갔다는 사료는 고려 한지가 일칸국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교 사제인 라반 바사우마(Rabban Bar Sauma)는 1287년 바그다드, 북경, 아비뇽 교황청 등을 다니며 일칸국의 사자(使者) 역할을 했다. 실제 프랑스 기록원이 가진 문서에도 Papier Coreen으로 적혀있어, 고려 한지임을 추정케 한다. 넓게는 전주에서 제조된 한지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고려시대 전주와 진안은 종이, 먹, 벼루 등을 생산했던 부곡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한스리그 관계자는 전주한지라는 추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몽골문서 내용을 계속 추적해왔던 하버드대 엔칭도서관과 한국 동양사학계, 전주 한지 전문가 등과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3.08 18:24

남원 수지미술관 특별기획전 ‘아틀리에 팝업스토어’

남원 수지미술관의 특별기획전 아틀리에-팝업스토어가 다음 달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지역 작가인 김지우, 송지호, 이일순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하나둘 꺼내 보인다. 김지우 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인연들이 서로에게 이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꿈꾸는 소녀(몽연), 다른 세상을 꿈꾸는 물고기(몽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표현하고 있다. 전주 출신인 김 작가는 원광대 조소화를 졸업했다. 송지호 작가는 행복한 토끼의 모습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마술 같은 이야기를 익살스럽고 동화적으로 나타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주 출신인 송 작가는 원광대 한국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일순 작가는 아는 사람을 주제로 회화 작업을 이어왔다. 이 작가는 아는 사람 연작은 그들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됐고, 형상화 과정을 통해 관계의 깊이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형태를 단순화시켜 그들만의 개성과 나와의 관련성을 기하학적인 모양, 단순화된 사물과 기호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가는 전북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심은희 수지미술관장은 작가들의 미감을 고스란히 전시 공간에 담아 작품들을 매개로 감상자가 작가의 아틀리에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주도록 했다며 따스한 봄날에 예술적 사색을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08 18:06

전주국제영화제, 여성 독립영화 감독 7명 조명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독립영화 감독 7인을 집중 조명한다. 조직위는 8일 특별전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활약한 여성 감독 7명의 작품 15편을 공개했다. 스페셜 포커스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그해 가장 중요한 화두 또는 복기해야 할 주제를 제시하는 섹션이다. 스페셜 포커스에서 주목한 첫 번째 감독은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최초의 여성 다큐멘터리스트 체칠리아 만지니 감독이다.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과감하고 독특한 연출력으로 풀어내는 만지니 감독의 데뷔작 <미지의 도시>(1958) 등 초기 단편 총 6편을 소개한다. 한국 실험영화의 내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 한옥희 감독의 작품은 단편 4편을 준비했다. 한옥희 감독은 1970년대 여성실험영화집단 카이두클럽을 이끌며 여성 영화인의 활동과 실험영화 제작에 앞장섰다. 이번 스페셜 포커스에서는 억압받던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이고 전위적인 영화 언어를 다각도로 표현한 작품 <구멍>(1973), <중복>(1974), <색동>(1976), <무제 77-A>(1977)를 만나볼 수 있다.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한옥희 감독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20세기 이란 뉴시네마의 대표 감독이자 시인인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도 소개한다. <검은 집>(1962)은 한센병 환자 수용소에서 12일간 거주하며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당시 폐쇄적인 이란 사회의 정치와 종교를 향한 비판적 목소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바바라 로든 감독과 안나 카리나 감독의 대표작 2편 역시 독립예술영화 역사에서 다시 새겨봐야 할 작품으로 이번 스페셜 포커스에서 조명한다. 1964년 토니상 연극 부분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바바라 로든 감독의 유일무이한 연출작 <완다>(1970)는 길거리를 떠돌다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린 한 여성의 실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칸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누벨바그의 대표 얼굴로 알려진 배우 안나 카리나 감독의 첫 번째 연출작 <비브르 앙상블>(1973)은 자유로운 히피 여성이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안나 카리나는 이 작품으로 1973년 칸영화제에 초청됐고, 스타 배우가 상업영화가 아닌 예술영화 감독이 된 초기 사례로 기록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듀녜멘터리라는 자신만의 영화 형식을 만든 감독 셰럴 두녜이, 뉴아르헨티나시네마의 초기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 역시 올해 스페셜 포커스에서 주목한 감독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이들 7명의 영화에 대해 산업 논리와 관습에서 벗어나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화 형식을 제시하고, 사회에서 금기시된 주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등 거침없는 도전을 시도했던 작품이라 설명하며 실존과 자유 의지라는 인간 보편의 가치에 질문을 던지는 이들의 영화가 현재의 비평과 만나 새로운 영화 역사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여성영화 전문 OTT 플랫폼 퍼플레이와 협업해 스페셜 포커스와 관련한 토크 프로그램과 이벤트, 릴레이 온라인 특별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전주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퍼플레이와 함께하는 릴레이 온라인 특별전은 5월 8일부터 21일까지 퍼플레이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3.08 18:06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우리가 알아야 할 색채 ⑥

또 천주교의 성직자가 입는 여러 가지 색상의 옷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자. 12세기의 교황 이노센트 3세의 기준을 보면 흰색은 환희결백승리영광불사(不死)의 상징으로 혼례 때의 천사 및 청문 된 사제의 제식에 사용되었고, 빨간색은 불과 피, 신의 사랑을 상징하여 신이 사랑의 불꽃을 피우는 성령제 혹은 순교자의 제식이나 수난일과 성령 강림제에 쓰였으며, 초록색은 희망행복, 영원한 생명으로 성직자의 연륜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고 검은색은 애도를 상징하여 장례식과 성금요일에 쓰이도록 한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를 일컬어 자칭 백의민족이라고들 하지만 이는 우리를 미화시킨 것으로 염색하는 시간과 공력이 없어서이다. 옛 사극을 보라. 조정에서의 관복에는 흰색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계급과 신분을 나타내는 데 쓰였으니 평민들이 채색된 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는 고작 혼례 때나 아이의 첫돌과 같이 특별한 날에만 허용되었다. 녹의홍상이라거나 때때옷 등이다. 왕이나 귀족들에게만 염색된 옷이 허용되었고 그나마 등급을 나누어 입게 했다. 조선 왕조를 보면 정 13품과 종 12품은 붉은색, 정 46품과 종 36품은 파란색, 79품은 초록색, 사법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검은색 등으로 구분하였다. 서양 르네상스 시기의 많은 성화에 나타난 옷의 색상을 살펴보자. 성모마리아나 예수와 같이 중심인물에 채색된 색채에는 파란색이 많이 쓰이고 그 중심인물에게서 멀어질수록 파란색의 농담이 엷어짐을 볼 수 있다. 당시 파란 안료가 다른 색 안료보다 몇십 곱절 비쌌기 때문이다. 햇빛이 없는 곳에는 의사가 찾아간다. 햇빛이 없으면 색도 없어서이다. 색채를 잘 이용하면 병원을 비롯한 각 사업장에서도, 아이들의 성장과 학습 능력에도, 하물며 사랑도 얻는다. 나폴레옹이 어느 날 연회를 열었다. 황후 조세핀은 그 당시 황제의 총애를 얻고 있었던 후궁이 그날 어떤 색의 드레스를 입을 것인지 염탐하라 일렀다. 파란색의 드레스를 입을 것이라는 정보를 듣고 연회장의 커튼 모두를 초록색으로 바꾸고 본인은 붉은색 계통의 드레스를 입어 다시 사랑을 얻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08 18:06

‘정읍에 온 피카소’… 코로나19에도 입소문 타고 ‘흥행’

나는 사물을 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대로 그린다 (파블로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는 입체주의 거장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다. 입체주의는 회화를 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적 전통에서 해방시킨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운동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시작에 피카소가 있다. 지난 5일 찾은 정읍시립미술관에서는 특별기획전시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 정읍에서 사랑에 빠지다가 한창이었다. 지역 미술관에서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오후 5시 입장 마감)까지 매시간 입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시간당 최대 인원은 50명, 관람 시간은 50분으로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8일 개막한 전시는 지난 6일 기준 총 2200명(관내 928명, 관외 1272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관람객이 가장 많을 때는 34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라는 제약, 지역 미술관이라는 한계를 고려한다면 성공적인 수치다. 미술관은 전시 해설 서비스를 중단한 대신 QR 코드를 활용한 오디오 가이드도 도입했다. 특별히 이날은 김미라 아이안 소장이 전시 길라잡이로 기자와 동행했다. 제1전시실은 재료, 기법, 장르 구분 없이 모든 걸 블랙홀처럼 흡수해 자신만의 세계로 만드는 피카소의 예술적 삶을 조망하는 공간이다. 피카소는 자신의 능력을 회화나 조각에 한정시키지 않고, 판화와 도자를 통해 폭넓은 방식으로 펼쳐냈다. 전시에서는 알제의 여인들의 판화본을 포함해 동물, 투우, 얼굴 등을 주제로 만든 도자와 은접시 그리고 여성의 신체를 그린 유화와 드로잉을 소개한다. 김 소장은 관람에 앞서 현대미술에서 본대로 그린다는 오랜 틀을 처음 깬 사람이 피카소였다며 회화에 원시점이 아닌 다시점을 넣은 것은 당시엔 혁명적이었다. 한 화면에 다시점을 구사한 것은 더 잘 보여주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카소의 판화에 대해서는 판화를 복제 개념이 아닌 제작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알제의 여인들 판화 역시 회화적 기법을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걸 알 수 있다. 자클린과 이젤은 피카소의 마지막 연인이자 아내인 자클린 로크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피카소는 자클린을 모델로 한 작품을 평생 400여 점 남겼다고 한다. 빛나는 부엉이와 같이 부엉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눈에 띈다. 피카소가 도자기도 빚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사실 피카소는 1946년부터 프랑스 남부 발로리스 아틀리에에서 도자 작업을 했다. 전시에서는 접시, 물병 등 다양한 형태의 도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의 도자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캔버스를 3D로 가져다 놓은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제2전시실은 20세기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피카소가 살았던 시기의 다양한 미술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김 소장은 이 시기를 예술의 용광로로 표현했다. 조르주 브라크, 마리 로랑생,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장 포트리, 장 뒤뷔페, 모리스 드 블라맹크, 루치오 폰타나 등 다다이즘, 입체파, 초현실주의, 야수파와 같은 다양한 예술 사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몇몇 작품을 살펴보면, 샤갈의 파리 하늘의 두 남녀는 그의 아내이자 뮤즈인 벨라와 자신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더해져 감동을 준다. 브라크는 피카소와 함께 입체주의를 창안했는데, 바나나와 복숭아가 있는 정물은 입체파와 야수파적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 눈길을 끈다. 또 제3전시실에서는 피카소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앙드레 빌레르의 사진들을 소개한다. 그의 카메라 렌즈에 포착된 변장한 피카소, 뽀빠이 모습을 한 피카소, 게리쿠버가 선물한 모자와 권총을 든 피카소를 통해 작품으로는 경험하지 못했던 인간 피카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미디어영상과 AI를 활용한 국내 작가들의 체험 콘텐츠도 전시의 백미다. 전시 기간, 브라크의 큐비즘과 달리의 초현실주의 등을 재해석한 미디어영상 작품이 전시되고, AI를 활용해 피카소 화풍으로 시민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체험이 진행된다. 전시는 오는 5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월요일은 휴관.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07 17:14

진안에서 정여립의 대동정신과 죽도 관광화 세미나 열려

죽도선생 정여립이 펼친 대동사상을 재조명하고 그가 조직한 대동계의 활동 본거지로 알려진 진안 죽도의 관광자원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진안군에서 주최하고 대동사상기념사업회(이사장 신정일)에서 주관한 정여립의 대동정신과 죽도 관광화 세미나가 지난 5일 진안문화의 집에서 열렸다. 문화재청과 전북일보, 전북시인협회, (사)전라정신연구원, (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이 후원한 이날 세미나에는 신정일 이사장, 전춘성 진안군수, 김광수 군의회 의장, 안호영 국회의원,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과 정하선 동래 정씨 화수회 회장 등 정씨 가문 후손 다수, 우덕희 진안문화원장 , 9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직전 정여립이 주창하면서 전국에 확산시킨 대동사상이 세계 최초의 공화주의 사상이라는 사실을 규명하고 이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고증해 관광자원화하는 데 지역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축사에서 전춘성 군수는 오늘 이 세미나가 정여립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호영 국회의원은 대동사상은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판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고 이를 널리 알리는 데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만민 평등과 주권재민을 주장한 선각자 정여립이 진안 죽도를 본거지로 삼은 사실을 학생 시절엔 몰랐었다며 세미나를 통해 죽도가 관광자원화 되면 우리 진안이 자랑스러운 고장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 주제발표 및 토론 이날 세미나에서 <정여립의 기축옥사와 진안 죽도, 어떻게 재조명할 것인가?(신정일 이사장)>, <정여립과 승병세력(조용헌 경기대 초빙교수)>, <진안 정여립의 죽도 관광자원화 개발 방향(최영기 전주대 관광학과 교수)>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발표에서 신정일 이사장은 정여립의 대동사상은 서구에서 공화사상을 주창한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의 청교도혁명보다 60년(1649년)이 앞서고 프랑스 대혁명(1789년)보다 200년이 앞선다. 조선왕조실록,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등 역사자료에서 정여립 등 1000명의 조선 천재들이 죽임을 당한 기축옥사(1589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진안 죽도인데 정여립의 사망지이자 천혜의 자원인 이곳을 관광자원화하면 훌륭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헌 교수는 당시 천민이던 승려들은 신분에 차별을 두지 않는 대동계와 접촉하면서 기축옥사 3년 후에 일어날 임진왜란을 미리 예견하고 전쟁에 대비한 무장조직이었다며 승려들의 비밀결사 조직인 당취의 지도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는 대동계와 교류하면서 승병들을 훈련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기 교수는 정여립의 피난처였던 진안의 죽도를 진안 역사문화관광지로 활성화시키면서 연계 관광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진안의 죽도를 정여립을 추모하는 역사문화 관광벨트로 재구성해 진안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역사테마 탐방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규영 진안향토문화연구소장은 이른바 정여립 사건은 역모인가 혁명인가에 대해 아직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다. 예를 들면 정여립의 사망지가 죽도가 아닌 부귀면 다복동이라는 역사 자료도 있다. 그런데 기축옥사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기 전에 관광자원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수권 JTV 편성제작국장은 왜구의 소규모 침범이 아닌 대규모의 왜란을 대비하기 위해 대동계를 설립했다는 조용헌 교수의 주장은 조금 과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승병들이 대동계와 교류했다기보다 오히려 정여립과 인연 맺기를 주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원용 전북일보 선임기자는 기축옥사의 가해자였던 송강 정철과 관련된 것들은 전국 곳곳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선비들이 대거 숙청된 전라도에서조차 그렇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였던 정여립의 경우는 그를 기리는 사당 하나 없다며 정여립과 죽도의 관광자원화는 그저 신격화를 시키자는 게 아니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재료가 될 것이라 말했다.

  • 문화일반
  • 국승호
  • 2021.03.07 16:10

김선강 개인전 ‘화필촉’… “송편 형상, 생명에너지 ‘빚고 품음’ 함축”

우리는 생명에너지를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명에너지를 가시화한 저만의 회화 언어가 바로 화필촉(華筆觸)입니다. 화필촉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언어를 구축한 김선강 작가의 개인전이 다음 달 3일까지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화필촉이라는 회화 언어를 통해 생명에너지의 탄생, 변이, 소멸 과정을 회화와 조형물로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생명에너지의 다양한 변이 과정을 Birth라고 명명하고, 그 개념을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실행하는 역할자인 어미의 본질 속에서 찾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여성의 이미지를 대변하면서 생명에너지를 빚고 품는 과정을 함축할 수 있는 형태로 송편을 택했다. 송편의 형상은 생명을 빚어서 그 안에 생명의 씨앗을 품는 어미의 자궁을 닮았다. 그리고 이것을 나타낼 소재로는 동양적이면서 한국적인 느낌의 세라믹 재료를 사용했다. 작가는 송편은 가장 풍요로운 절기에 가족의 행복, 마을의 안녕, 나라의 평화를 기원했던 제물로 어미의 성심이 집약된 형태이다. 또 세라믹은 가꾸고 보호하면 영원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파괴돼 버리는 성질이 생명에너지와 맞닿아 있다며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렇듯 어미의 이미지를 가시화한 세라믹 조형물들은 생명에너지를 빚고 품는 시공간을 드러내는 것으로 생명의 첫 시작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송편을 빚는 어미의 마음으로 건강한 생명에너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일순 서양화가는 어미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송편들로 채워진 공간은 작가의 화필촉과 조화를 이뤄 생명에너지의 강렬한 움직임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마쳤다. 여백회, 동질성회, 화기애애,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3.04 18:44

전주 전통한지 사회교과서, 전북 3개 시·군에 보급

전주 전통한지로 제작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가 전주, 임실뿐만 아니라 완주지역 학생들에게도 보급된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이하 전당)은 전주 전통한지를 활용한 사회교과서를 전주, 임실에 이어 완주까지 확대 보급한다고 4일 밝혔다. 이와 관련 전당은 올해 전주 전통한지 사회교과서를 전주에 1만 5000부, 임실에 300부, 완주에 1000부 공급할 계획이다. 전주 한지장들이 손수 제작한 전통한지는 지도와 편지 형태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각각 활용됐다. 전주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 우리 고장 전주 편에는 가로 385㎜, 세로 270㎜ 크기의 전주 지도로 삽입됐다. 또 지난해부터 보급 중인 임실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사회교과서 임실의 생활 편에 편지지(210270㎜) 형태로 전통한지가 삽입됐다. 올해 새롭게 보급될 완주 역시 임실과 마찬가지로 우리 고장 완주 편에 편지지(210270㎜) 형태로 실렸다. 지난 2016년부터 시행된 전주 전통한지 사회교과서 보급사업은 전주시와 전당이 전주 전통한지의 확산보급을 위해 추진해 왔다. 전당 김선태 원장은 앞으로도 전주 전통한지 사회교과서 보급사업을 타 지역으로 확대해 전주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전국에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3.04 18:44

어진박물관 경기전 내 증축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안에 있는 어진박물관이 증축에 들어간다. 지난 2010년 건립된 어진박물관 지하 1층에 있던 어진 6본을 옮기기 위해서다. 당초 전문가들은 어진이 계속 지하에 있으면 습기가 차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일 전주시에 따르면, 기존이 지어진 어진박물관 오른 편에 연면적 약100㎡ 규모로 지상 1층 한식 목구조 전시실이 증축된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예정돼 있다. 올해 3월부터 8월까지는 설계 용역, 공사는 내년부터 들어간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총 사업비는 10억원으로 책정됐다. 시는 신축 어진박물관이 완공되면 기존에 지어진 박물관 지하 1층에 있던 세조영조정조철종고종순종 어진을 옮길 예정이다. 강숙희 전주역사박물관어진박물관장은 어진 6본을 지하 1층에 그대로 두면 습기가 차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 있었다며 이런 어진을 제대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박물관을 증축하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박물관 1층에 있던 태조 어진은 그대로 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주역사박물관 운영방식도 다시 정립할 계획이다. 시가 박물관을 민간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던 방식에서 직영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우선 시는 올해 3월부터 전주역사박물관어진박물관 관리 및 운영조례 제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례에는 유물의 수집과 관리, 사업계획, 운영에 필요한 사항 등을 규정한다. 강 관장은 4월 회기에 올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운영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7명~8명 정도 구성할 예정이며, 미술역사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할 예정이다. 강 관장은 현재는 자문위원들을 누구를 섭외할 지 논의하는 단계라며 위원들이 결정되면 운영방향에 대패 심도깊은 고민을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3.04 18:37

전주시립교향악단 ‘마에스트라와 함께 하는 신인음악회’

전주시립교향악단이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전주시립교향악단 2021 신인음악회를 연다. 마에스트로와 함께 하는 신인연주회 부제를 달고 열리는 이날 음악회에서는 지휘자 최다정, 지휘자 이신애, 피아니스트 박진주, 바이올리니스트 이근화, 호르니스트 이현우의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최다정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버클리 음대 보스턴 컨서버토리(Boston Conservatory at Berklee)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남부덴마크 필하모닉과 원주시립교향악단 등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2017년 일본 민주음악재단 지휘 세미나에서 우수 지휘자로 선정됐다. 이신애 씨는 한양대학교 관현악과(학사)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석사)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국제 콩쿠르인 안탈 도라티 국제 지휘콩쿨, 유러피안 유니온 국제 지휘콩쿨 본선에 진출했으며, 런던 국제 지휘콩쿨에서 3위를 차지했다. 숙명여자대학교를 수석 졸업한 박진주씨는 음악저널콩쿠르 1위를 차지하고, 한국음악협회 콩쿠르와 음악세계 콩쿠르에서 전체대상을 차지했다. 대전시립교향악단, 모스틀린 오케스트라, 서울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경력이 있다. 이근화 씨는 뮌헨 국립음대에서 학사,석사,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열한 살부터 대구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무대를 가지며 두각을 보인 이 씨는 소년한국일보, 전국청소년음악콩쿨 등 에서 전체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 TBC, CBS, 바로크 콩클 등에서 모두 1위를 석권했다. 이현우씨는 충남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으며, CBS콩쿠르, 한음음악콩쿠르 입상했다. 현재 인천계양구립오케스트라와 대전 호른앙상블, 숨브라스콰이어, 심포니송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연주는 베버 서곡 오베론, 슈트라우스/호른 협주곡 1번, 라흐마니노프/피아노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35, 베토벤/교향곡 5번 c단조 작품 68 - 4악장으로 순으로 이뤄진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3.04 18:37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의 전통문화 바라보기] 동해안 별신굿과 기장 멸치

굿당 앞에 걸어둔 등. /사진=문화재청 누리집 요사이 필자는 요리에 푹 빠졌다. 특히 요리 프로에 넋을 잃었다. 참으로 세상엔 맛난 음식과 재료가 너무나 많다. 그동안 그러한 것을 몰랐던 것이 왜 이리 창피한지. 물론 창피한 일까지는 아니지만 바로 가까이 좋은 재료와 방법이 있는데도 그저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허망하게 채웠던 불행한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고 나 자신이 유감스러웠다. 오늘은 TV에서 유난히 멸치국물에 대해 장황하다. 그래! 바로 그거였어! 알고는 있었지만 너의 조그마한 몸에 그리 고소하고 후덕한 감칠맛이 있었다니 정말 멸치야 너 반갑다! 멸치는 참으로 조그만 녀석이다. 그런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아주 조그마한 놈부터 중간, 아주 커다란 놈까지 종류도 참 다양하다. 우리나라 멸치가 유명한 장소는 크게 두 군데로 말할 수 있다. 물론 남해와 서해 바다에서 고루 맛볼 수 있는 물고기지만 잡는 방법과 시기, 저장과 요리 방법에 따라 그 고장의 특징과 맛이 다르다. 그중 필자가 추천하는 첫 번째 장소는 부산 기장이다. 그 이유는 기장이 전국 멸치 유자망(流刺網) 어획의 6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수확량이 있는 곳이며 멸치를 싱싱한 회로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장 대변항을 가면 그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참맛의 추천지는 남해 죽방 멸치다. 전통의 방식 그대로 대나무 방을 만들어 멸치를 몰아 잡는 방식으로 그곳은 참으로 천연의 맛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보통 멸치에 비해 값은 비싸다. 모두 각각 특징과 맛이 다른 이유가 있으니 참으로 멸치, 당신은 대견하기까지 하다. 멸치의 고장, 부산 기장은 동해안과 남해안의 꼭짓점이다. 그 이유는 지리적으로 동해와 남해의 모서리 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의 기장은 경남이 아닌 해양 도시 부산시로 소속되어 있다. 다양한 바다의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향토 신앙이 맥을 잇고 그 전통을 잇고자 했던 기원(祈願)의 장소이기도 했다. 저마다 근대화, 현대화로 어려워진 전통의 맥을 계승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을까? 멸치의 본산 기장에는 두 종류의 굿이 전승되고 있다. 하나는 부산 동래에서 강원도 고성군에 이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 별신굿이 그것이요 또 하나는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기장 오구굿이다. 어느 음식이든 합이 되어 고소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우리 식탁의 풍요로운 맛을 책임지는 멸치. 그리고 우리네 마음과 몸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 주었던 동해안 별신굿. 이 모두는 오랜 시간 동안 나의 가족과 더불어 우리 공동체의 안녕, 행복을 위해 기원하며 음복했던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유산이자 보물이었다. 지나온 우리 민족의 4350여 년, 이제 앞으로 펼쳐질 일만 년을 위해 값진 우리의 문화 유산과 신토불이(身土不二) 향토 음식 자원을 잘 보존하여 굳건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3.04 18:37

[신간] 고 유금상 회고록 ‘아버지를 두 번 죽인 육군소위’

청춘을 푸른 제복에 바치고 육군중위로 전역한 고(故) 유금상 씨의 회고록 <아버지를 두 번 죽인 육군소위>가 세상에 나왔다. 불편한 몸으로 장장 20년에 걸쳐 자신의 일대기를 회고록으로 쓴 저자는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 회고집은 유고집이 됐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조국을 위해 특별한 체험을 했던 날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보라는 주변의 권고와 인생을 송두리째 국가에 헌납하고 50년을 칩거 생활한 삶의 회한을 기록으로 남겨야 저승으로 떠날 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회고록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또 저자는 언제쯤이나 탈고될지 기약 없는 세월에 회고록을 쓴다는 것이 아득히 먼 날의 가느다란 희망 같은 것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회고록에는 선조와 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일제강점기에 결혼한 부모님,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새겨져 있다. 소년기청소년기를 지나 부상 이후한 삶의 편린들도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겼다. 고인은 부안 출신으로 1969년 육군소위로 임관, 1972년 육군중위로 전역했다. 고인은 1969년 10월 19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3.8선을 넘어오던 간첩과 교전이 붙어 적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 결국 왼팔만 움직일 수 있는 1급 상이용사가 돼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고인과 고등학교 동기 동문인 최상섭 시인은 지난해 연말 인쇄물이 밀려 1월 중 출간하기로 했었는데, 결국 회고록을 못 본체 영면해 참으로 안타깝다며 그는 분명 DMZ의 영웅이며 불사조로 조국의 번영을 바랐던 한 많은 인생을 살았던 철인이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3.03 17:59

[신간] 이윤구 작가, 동화집 ‘발 저는 아이’ 출간

이윤구 동화작가가 세 번째 동화집 <발 저는 아이>를 펴냈다. 이번 동화집에는 단편동화 20편이 수록돼 있다. 이 안에는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 인간과 인간 간의 사랑이 교류되는 서정시적인 동화들이 가득하다. 여우와 원숭이, 토끼 셋이서 들을 지나고 산과 강을 건너 부처님을 찾아가 믿음의 과소를 시험받게 되는 의인동화이자 불교동화인 달 속의 토끼, 고향을 무대로 소년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현실감각에 조화롭게 맞춘 갈매기의 상륙 등이 그러하다. 특히 표제작 발 저는 아이는 1971년 5월 교육잡지 <새교실>에 김동리 선생의 추천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청학문학동인회를 창립해 시를 쓰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랬던 그가 교직에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동심의 세계에 빠져 아동문학으로 돌아서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쓰다가 교실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써왔고, 이제는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를 쓰고싶다고 말했다. 군산 출신인 이윤구 동화작가는 원광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부터 2013년까지 교직에 몸담았다. 전북아동문학회장, 익산문인협회 부지부장 등을 지냈다. 전북아동문학상, 마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에스맨 스스의 여행>, <달 먹는 금붕어>라는 동화책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3.03 17:5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정만춘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몇몇 사람들과 길거나 짧게 살다 완전한 독립을 시작한 지 6개월에 접어들었다. 혼자도 잘사는 나는 다시 친구들과 함께 살 궁리를 한다. 결혼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은 만들고 싶다. 소담스러운 주거 공동체를 꿈꾼다. 하지만 본격적인 실천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어딘가 복잡할 것 같고, 왜인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미래는 나를 불안하게 한다. 다수의 사람이 인정하고 상상하는 방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어진 단어 이외의 선택을 말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여기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에서도 선택지의 바깥, 동거를 말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면, 굳이 사회가 인정하는 가족의 테두리 안에 들어있지 않아도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 (중략) 가족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욱여넣는 대신 가족의 범위를 넓히는 게 현명한 방법이리라.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中) 제도권 밖 가족의 모습은 우산 밖으로 튀어나온 어깨와 같을지 모른다. 우산이 작아 비죽 튀어나온 어깨가 줄곧 거센 비를 맞듯, 가족이나 식구라는 일상적인 단어로 서로를 묶고 있지만 실상 아무런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 책은 축축해진 어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깨를 구겨 넣는 대신에 더 큰 우산을 들자고 말한다. 선택지에 고르고 싶은 것이 없어 고민하던 내게 선택하지 않는 방법, 선택지를 만드는 방법을 상상하게 했다. 각각의 세계를 가진 두 사람이 한 집에 모여 살며 다름을 발견하는 이야기부터 제도와 서류에 관한 이야기까지.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지만, 나만의 방은 갖고 싶은 이야기. 일상을 나누지만, 명절에는 내 집에 가고 싶은 이야기. 여자 둘이 사랑하며 사는 이야기. 나의 고민과 걱정에 대한 모종의 대답을 호쾌한 작가의 목소리로 듣는다.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장거리 마라톤을 함께 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된 기분이 든다. 이 긴 레이스의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왜인지 작가와 나란히 뛰는 것 같은 상상에 사로잡힌다. 레이스의 끝을 알 수 없어도 괜찮다. 내가 뛰고 싶은 트랙이 없다며 슬퍼할 필요도 없다. 대신 내가 가고 싶은 길로 방향을 틀어 뛰더라도 두려움 대신 용기를 낼 수 있을 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옆에서 함께 뛰어줄지도, 앞에서 뛰고 있던 누군가를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곁에서 새로운 길을 환영하는 기쁨의 춤을 출지도. 빈칸과 빈칸 사이에 억지로 자신을 욱여넣을 필요는 없다. 그 시간에 차라리 트로트를 틀고 막춤을 춰보자. 연자 언니의 말대로.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中)

  • 문학·출판
  • 기고
  • 2021.03.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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