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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문신 시인 - 최기우 희곡 ‘조선의 여자’

역사는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라고 압축할 수 있지만, 기억은 한 줄의 문장으로 추려 쓸 수 없다. 역사는 과거형으로 마침표 찍어도 되지만, 기억은 쉼표를 찍어가며 거듭 살아지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삶은 역사의 문장으로 기록되지 않고 영혼의 노래로 기억된다. 이것이 극작가 최기우의 희곡집 <조선의 여자>를 읽고 난 대체의 감회다. 작가 최기우가 기억해 낸 일은 일제강점기 후반 조선 사람들의 심연이지만, 그가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막이 시작하면 가난이야 가난이야. 웬수녀르 가난이야라고 송동심이 부르는 노래는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 탄식이다. 그러나 최기우의 손끝에서 야무지게 기록되는 것들은 진부한 가난 서사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인간적 윤리와 역사적 성찰의 부재야말로 뼈아픈 인간적 실책이라는 것이 <조선의 여자>에 기록된 기억이다. <조선의 여자>는 1943년 봄부터 1946년 겨울까지를 담고 있다. 기본 서사는 송순자, 송동심 두 이복자매가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서사의 본질은 제국화되어 있는 남성적 폭력의 허위성을 폭로하는데 있다. 가족 서사를 바탕에 둔 <조선의 여자>는 제국주의적 폭력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폭로하기 위해 가족 내 남녀의 권력 역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 송막동은 도박중독자로 반월댁, 세내댁 두 여성을 거느린다. 이 구도는 본부인과 첩을 공공연하게 거느렸던 전근대적 관계이다. 그러나 개화된 시대에도 이 구도는 아들 송종복과 두 딸의 관계 속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카피(copy)되어 있다. 이러한 상징 권력은 폭력으로 지탱된다. 송막동이 반월댁, 세내댁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 위안부 징발을 피해 부랴부랴 시집 간 송순자가 남편에게 당하는 폭력, 송동심이 헌병에게 당하는 폭력은 개인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그러나 주목하고 싶은 것은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파멸시킨다는 작가의 관점이다. 위안부로 끌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송순자와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고 자신의 손목을 도끼로 찍어버리는 아버지 송막동 모두 제국주의의 폭력에 희생되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상징폭력이 건재하며,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최기우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1945년 당시 일본 천황의 항복선언문 낭독과 현재 일본 정부의 위안부 망언 관련 뉴스를 효과음으로 들려준다. 이렇게 반성할 줄 모르는 유령들이 환청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이 역사의 현장이다. 방심하는 순간 우리 역사는 왜곡된 기억으로 떠도는 사람 가죽 뒤집어쓴 승냥이들에게 처참하게 물어뜯길 것이다.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희미해지다가 종국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것이 기억을 기록해야만 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기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진실을 얼마나 간절하게 지켜내느냐이다. 기록하는 사람의 양심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여자>는 작가 최기우가 기록한 우리 시대의 진심이고자 한다. 그 진심 속에 역사와 시대의 양심이 뜨겁게 살아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4.14 17:59

장수군 꿈꾸는 예술터 조성사업 진행 갈등

폐교한 장안초등학교(장수군 소재)를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으로 조성하는 꿈꾸는 예술터사업이 시행주체들의 갈등으로 지체되는 모양새다. 사업 시행주체인 장수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조합)과 이들과 근로계약을 맺어온 전)꿈꾸는사업단이 지난 2월 취임한 조합 신임 이사장이 실시한 감사와 업무지시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꿈꾸는 사업단은 이사장의 행동이 자격 없는 감사와 월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고, 조합은 적법한 절차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북 문화예술계는 이를 두고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지역 거점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장수군 등에 따르면,꿈꾸는 예술터는 폐교된 장안초등학교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장안문화예술촌을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이 공간에서는 지역의 예술(교육)가들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앞두고 시행 주체들의 갈등으로 지체되는 모양새다. 전)꿈꾸는 사업단은 꿈터 사업이 조합과 이사장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한 달이 넘게 멈추었지만 장수군청은 지속적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단은 이사장은 등기도 되기 전인 지난 2월 22일 사무실을 점검하고, 3월 23일까지 자격 없는 감사를 진행했다며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했고, 이사장의 직권남용과 월권행위는 계속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사업단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나 이사장이 본인의 허락 없이 업무를 진행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했다. 또 장수군청에 이런 상황을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장수군은 어떤 중재나 상황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2일까지 장수군청, 사업단, 조합 면담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반면 조합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이서하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업무지시를 한 것이고, 감사 등 모든 절차는 변호사의 법률자문과 노무사의 자문을 받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단에서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했다고 하는 데, 조합은 열쇠를 제공받고 근무를 하라고 얘기했다며 오히려 (사업단이) 출근을 안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가 끝난 뒤,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했다며 (사업단에서) 왜 이런 입장과 태도를 취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수군청 관계자는 사태를 방관하지 않았고, 사업단하고 조합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려고 노력을 했다며앞으로도 서로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갈등을 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내 예술계 관계자는 자칫 양측 간 기득권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고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양측이 지혜롭게 갈등 국면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4.13 19:05

전주·서울작가들 코로나19 팬데믹 ‘치유와 회복’ 말하다

전주현대미술관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치유와 회복을 주제로 한 특별작가초대전을 마련했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초대전에는 강희원박영율송정옥윤현구이정란차경진 등 전주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 6명이 함께한다. 회화, 설치,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강희원 작가의 시선이란 작품은 미디어로 불멍(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바쁜 사회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보단, 비울 수 있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송정옥 작가의 봄이 온다는 마우스 인터랙션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다. 관객이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물감이 퍼지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작가는 길고 긴 코로나19 상황으로 전 세계가 작동을 멈추고 몸도 마음도 겨울처럼 굳어버렸다며 여전히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파란 하늘 아래 눈 내리듯 살랑이는 꽃잎들이 따스하게 마음으로 스며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현구 작가는 폐책을 캔버스 삼아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태운 골판지를 캔버스화 했다. 골판지는 구간마다 쪼개져 부드럽게 파도가 일렁이는 아름다운 바다를 상징한다. 물고기는 황금빛을 달고 막힘 없이 오대양을 유영한다. 이붕열 큐레이터는 윤 작가의 작품에 대해 입체, 평면화의 장점을 다 갖추고 있다며 폐책 작업과 같은 효과와 더불어 재료의 확장성이라는 의도가 성공적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이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해진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극복의 메시지를 주고, 삶의 새로운 용기를 얻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4.13 18:53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4) 시대를 직시하고 구원(救援)을 노래하다, 석정(夕汀) 연구의 대가, 허소라 시인

시인 허소라(許素羅, 본명은 형석(衡錫), 1936-2020)는 1936년 3월 12일 전북 진안군 진안읍 군상리 499번지에서 부친 허재혁과 모친 송순엽의 3남 5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시인은 금산중앙초와 금산동중학교, 금산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1960년 전북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처 1988년 경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인은 전주신흥고와 군산수산전문대학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1984년부터는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 양성과 문학연구에 매진하다가 2001년 퇴직하였다. 군산대의 대학신문 주간, 대학원장 등의 보직을 맡아 대학발전에 이바지했고, 고려대학교 교류교수와 대만국립정치대학 객원교수, 중국연변대학 조문학과 객좌교수로 활동하면서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하였다. 시인의 글쓰기는 전북고녀(현 전주여고)에 다니는 누나에게 편지를 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남보다 일찍 글을 깨우친 그는 고사리손으로 누나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누나의 친구들이 이를 칭찬하자 더욱 고무되어 열심히 편지를 썼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독서와 습작으로 막연하게나마 문학에의 꿈을 키워나가던 시인은 전북대학교에서 신석정 시인을 만나면서부터 인생과 문학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스승 석정은 시인에게 시업(詩業)에 평생을 바치려면 저만한 인격, 저만한 자세, 저만한 애정을 지녀야겠구나 하는 객관적인 표본이 되었다. 석정 선생도 시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으며, 소라(素羅)라는 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시인은 1959년 8월 『자유문학』에 「지열」, 「피를 말리는 」, 「도정」 등 시 세 편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1964년 첫 시집 『목종』을 출간한 이래 『풍장』, 『겨울나무』,『아침 시작』, 『겨울밤 전라도』, 『누가 네 문을 두드려』, 『이 풍진 세상』 등을 출간했다. 산문집으로는 『흐느끼는 목마』, 『파도에게 묻는 말』, 『숨기고 싶은 이야기』와 평론집 『못다 부른 목가』 등을 펴냈다. 석정의 시 세계를 동경해왔던 시인은 저평가된 스승의 문학사적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서 한평생 석정 문학 연구에 매달렸다. 이러한 공로로 시인은 전라북도문화상과 전북대상, 백양촌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석정 시인과 맺은 인연은 석정 시인의 사후에도 이어졌다. 석정문학회 설립, 신석정문학제 개최, 『석정문학』발간, 신석정 전집 간행, 석정문학관 건립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2009년에는 『조선일보』에 신석정의 미발표시 「인도의 노래」를 발굴하여 공개하였다. 또한, 시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목가시인, 서정시인으로 알려진 신석정 시인을 시대의 굴곡과 민족의 수난을 외면하지 않은 현실참여 시인, 또는 저항시인인 점을 일깨웠다. 시인은 늘 이렇게 다짐했다. 40여 년간 석정 선생 연구만 해왔는데, 석정이 목가시인으로만 알려진 점이 늘 가슴에 아렸어요. 푸성귀로 덮어 씌워져 있는 가시면류관을 벗기고 싶었습니다.라고. 허소라 시인은 1974년 7월 스승의 장례식이 끝난 뒤, 석정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표지도 없이 심하게 파손된 시집 여백에서 13편의 미발표 시를 발굴하였다. 이 작품들은 석정(夕汀)이 암장(暗葬)해 놓은 저항시였다. 가택 수색이라도 당할 경우를 대비하여 들키지 않기 위한 석정 선생 나름의 고육책이 파손된 시집의 속의 여백이었던 것 같다. 시인은 일생의 스승이요 어버이 같은 석정에 대한 존경과 사랑하는 마음을 夕汀 스승 시비 앞에서라는 부제가 붙은 「달을 보며」라는 시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나타냈다. 나보다 먼저 온 풀벌레 울음이 하얀 달빛을 실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마다 하고 마다 해도 세상은 지저귀며 다가왔다가 이윽고는 침묵으로 떠난다 보름달 바라보며 기울이시던 술잔, 오석(烏石)이 대신하여 세월을 떠받들고 밤마다 첨벙이던 어둠이 더듬더듬 연못을 빠져나와 음각(陰刻)의 비문 속으로 숨으면 산을 향해 길게 드리운 그림자 하나 단 몇 줄로 요약된 생애를 성큼성큼 건너뛰며 영원 쪽으로 가고 있다 누워 있음과 서 있음의 차이 그러나 눈 감아도 산이 되고 나무가 되어 우리를 겹겹으로 다스리나니 -「달을 보며」 허소라 시인은 그의 마지막 시집 『이 풍진 세상』을 펴내면서 첫 시집 『목종』(1964)의 자서(自序)를 쓸 때는 세상에 내놓는 최초의 연서인 양 수줍고 설레었는데, 근 20여 년 만에 내놓는 제8 시집의 자서(自序)를 쓰려니 마치 마지막 유서를 쓰는 듯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하였다. 오하근 평론가는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하여 그가 살아온 능욕의 구렁텅이에서 시대를 건지려 노력했고, 젊은이들의 기지와 풍자로 시대상을 조명하였으며, 또한 노년의 예지와 사랑으로 평화와 평등을 설파하였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시인의 삶은 아래 시 「진달래」에서 보듯 한세상으로 덮씌워 은폐되고 실제로 존재가 상실된 세상에서 은근과 끈기의 삶을 추구했던 것 같다. 진달래 타는 넋 봄도 지천으로 다발지고 사랑 그리운 날 너를 보니 한세상 진하게 글썽이고 -「진달래」- 허소라 시인은 지난해 12월 16일, 향년 84세로 영면하였다. 당시 김남곤(전 전북일보 사장) 시인의 「소라여, 소라여!」라는 조시(弔詩)의 내용처럼 지금쯤 허소라 시인은 그립던 석정(夕汀)님을 만나 목마 타고 흐느끼는 어여쁜 밀어들을 더 고운 이야기로 꽃피우고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이준호 <허소라, 자기 구원과 시대를 증언하는 시>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화일반
  • 기고
  • 2021.04.13 18:13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주구묘의 성격

한국에서 주구묘의 발견은 마한의 분묘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나아가 백제문화와 뚜렷이 구별되는 마한문화의 정체성 확립에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고고학 자료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주구묘의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토기들은 마한 토기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구묘가 분포하는 공간적 범위는 마한의 정치 문화의 영역과 일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구묘의 축조 방법을 보면, 우선 주구(도랑)를 굴착하여 그 흙으로 낮은 분구를 쌓아 무덤의 외형을 만든 다음, 분구의 중앙에 토광을 되파서 매장부를 만들고 시신을 안치한 후 다시 흙으로 성토가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무덤에서처럼 시신을 지하에 안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안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주구에서 옹관이 안치된 예가 있고, 분구의 대상부에서도 옹관이 안치된 예가 있어 다장도 이루어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곧 직계 혈연관계에 의한 가족장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주구묘는 마한 성립기의 토광묘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어 두 묘제는 계승적 관계 속에서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없다. 곧 토광묘와 주구묘는 분묘 축조 전통이 전혀 다른 집단에 의해 축조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토광묘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철기문화와 점토대토기문화를 가지고 내려온 집단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문헌 자료로는 『삼국지』와 『후한서』에 기록된 고조선 준왕의 남천 기사라 할 수 있다. 『후한서』 위서 동이전 한조에 조선왕 준(準)이 위만에게 패하여 자신의 남은 무리 수천을 거느리고 바다를 건너와 마한을 공격하여 쳐부수고 스스로 한왕(韓王)이 되었다. 준의 후손이 절멸되자 마한 사람이 다시 자립하여 진왕(辰王)이 되었다라 하여 고조선 준왕계와 마한계는 계통이 다름을 적시하고 있다. 한반도 서해안 일대에는 마한 성립 이전에 청동기 문화의 중기에 해당하는 소위 송국리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주요 특징으로는 원형 집자리와 계란 모양의 송국리형 토기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보령 관창리, 서천 당정리, 익산 영등동 등을 비롯한 주구묘 유적에서는 송국리 문화의 유적들과 중복되어 발견되었다. 특히 주구 내에서 송국리 토기편들이 확인되고 있어 송국리 문화 단계에 주구묘가 특정지역에서 축조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목관 나이테 분석에 의해 기원전 445년으로 밝혀져 일본에서 야요이시대의 가장 이른 시기의 주구묘인 효고현(兵庫縣)의 히가시무코(東武庫) 2호분에서 출토된 한반도계 송국리형 토기는 일본 주구묘의 기원이 한반도에 있으며, 한반도 주구묘의 축조연대도 송국리 문화단계까지 소급될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반도 서해안 일대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청동기시대 중기의 송국리 문화단계에 이미 주구묘가 축조되고 있었고, 그것은 한(韓)문화의 뿌리라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마한 성립기 중심세력인 고조선계 준왕의 절멸이후 새로이 등장하는 마한의 중심세력은 한의 기층세력으로 새롭게 부활한 주구묘 축조집단으로 볼 수 있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1.04.13 18:02

“개성 만점 손글씨로 쓴 편지·일기 뽐내요”

전국 초등학생 여러분! 나만의 독특한 손글씨로 글쓰기에 도전하세요!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 전북일보사가 대한민국 최고의 개성 만점 손글씨 주인공을 찾는다. 올해로 열다섯 번째인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이 공모전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초등학생들이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지난해는 전국 125개 학교(전북 39개교, 전북 외 86개교)에서 1246명의 학생이 1320편의 작품을 응모했다. 14년 동안 4만60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됐을 만큼 손글씨를 콘텐츠로 활용한 초등학생 공모전 중 최고의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과 의료진을 향한 감사의 글이 많이 응모돼 큰 울림을 줬다. 올해 공모전 역시 자신의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일기가 대상이다. 멋있고 특별한 손글씨를 가졌거나 자신의 손글씨를 뽐내고 싶은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5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방문 또는 우편(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9)으로 제출하면 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전라북도교육감상을 주는 등 113명의 학생에게 상장과 상품을 선물한다. 수상 작품은 손글씨블로그와 최명희문학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게재되고, 10월 19일부터 3개월 동안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전시된다. 최명희문학관 전선미 학예사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글을 쓰면서 자신의 글씨에 새겨진 마음을 살피고, 평생 만년필 쓰기를 고집했던 소설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 열정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4.12 17:52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 ‘속도’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전북예총)가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북예총 소재호 회장은 12일 숙원사업인 무주장수순창예총 설립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13일 각 지역예총 설립 추진위원장을 위촉할 예정이다. 지역예총 설립 추진위원장에는 무주군 전선자, 장수군 오영하, 순창군 장교철 씨가 각각 선정됐다. 이들은 각 지역 내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지역예총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예총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행정적 지원과 정책적 연구, 각종 행사 교류와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다. 현재 전북예총은 10개 협회(건축국악무용문인미술사진연극연예영화음악)와 11개 시군지부(전주군산익산정읍남원김제진안고창부안완주임실)로 구성돼 있다. 무주장수순창은 예총이 설립돼 있지 않다. 예총이 설립되려면 장르별 3개 협회가 중앙으로부터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인준 조건은 협회마다 다르다. 현재 순창은 국악문인미술협회가 인준을 받아 설립 조건을 갖췄다. 장수는 국악문인협회, 무주는 문인협회가 인준을 받은 상태다. 소재호 회장은 지역예총이 설립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한데, 3개 지역 모두 예총 설립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어렵지 않게 설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4.12 17:52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신처럼, 황제처럼, 노예처럼

콘스탄틴 브랑쿠지 '입맞춤' 편안한 여행을 최고의 사치로 여기는 루마니아의 은자 브랑쿠지(1876-1957)의 작업실에는 네가 예술가임을 잊지 말아라. 신처럼 창조하고, 황제처럼 주문하고, 노예처럼 일 하라.라는 글이 있었다 한다. 어쩌면 게을러질 수도 있는 자신을 다잡아 가는 글귀로 이만큼 처절하도록 절실한 말은 흔치 않다. 파리의 작업실에서 브링쿠지 자신을 역사적인 조각의 거장들과 비교하며 존경하는 숭배자들에게 그러지들 마. 그 작품들은 밥벌이로 만들어진 것들이야. 젊은 시절의 나 역시 그 모든 시간을 밥벌이와 해부, 그리고 모방이나 재현 속에서 손쉽게 그러나 스스로는 독창적이라는 생각 속에서 일을 했지.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부끄러웠어. 묘지의 비석으로 한 쌍의 부부를 닮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 거야. 닮은 것 보다는 서로 사랑했으나 이제는 땅 속에 묻혀 있을 모든 부부의 마음과 닮은 어떤 것을, 그 영원을 표현해야 했다는 말이지. 자신이 혼자서 일을 시키는 황제가 되고. 죽어라 일만하는 노예가 되고. 그것도 모자라 신과 같이 창조해야 된다는 주문처럼 그는 제자도 조수도 없이 평생을 혼자서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되풀이 하며 보냈다. 그러면서 그가 그토록 노력하는 것에 걸맞게 상당히 빠른 시간에 원시적이고 본질적인 양감으로만 재현되어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벗어 버린 형태, 또는 기하학적인 형태에 접근하고 있었다. 1908년 파리에 온지 4년 만에 그는 몽빠르나스의 묘지에 있는 입맞춤으로 그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었다. 루마니아의 목동이었다가 미술학교의 최우수 학생이었다가 루마니아의 메달과 상금을 독차지 했다가 좁은 환경에 한계를 느끼고 더 넓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파리까지 걸었다. 별을 이불 삼아 노숙을 하며 무작정 걷다가 병을 얻어 류네빌에서 머물고 있을 때 파리의 루마니아 친구가 2루이를 보내주어 기차를 탈 수 있었고 1904년 7월 14일 지친 몸을 끌고 파리에 입성했다. 그래서 그는 평생 편안한 여행을 원했고 파리의 기차 시간표를 모두 외웠으며 나의 생애를 돌아보면 기적의 연속이었다는 말을 남길 수 있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4.12 17:52

고창지역 문화유산 4건 전북도 문화재 지정

고창군 죽림리 당촌마을의 전봉준 생가터 등 고창지역의 문화유산 4건이 전북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고창군에 따르면 고창 선운사 영산전(도유형 제277호), 고창 석탄정(도유형 제278호), 고창 삼호정(도유형 제279호), 고창 전봉준 생가터(도기념물 제146호)가 지난 9일 전라북도지정문화재인 유형문화재와 기념물로 각각 지정됐다. 이번 지정된 문화재들은 전라북도문화재위원회의 현지조사를 거쳐 문화재 지정예고(30일 간)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도문화재위원회에서심의 후 최종 확정됐다. 고창 선운사 영산전(高敞 禪雲寺 靈山殿)은 대웅전, 만세루와 함께 선운사를 대표하는 불전이다. 1713년에 2층 각황전으로 창건되었다가 1821년 단층으로 재건하는 등 연혁과 관련된 기록이 명확하고, 19세기 초 부불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1고주 7량가 양식을 적용하면서 다른 사찰의 영산전 건물과 다른 형식의 구조, 공포, 평면구성을 보여주고 있어 건축적 독창성과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또 영산전 내에는 고창 선운사 영산전 목조삼존불상(도유형문화재 제28호) 및 16나한상과 함께 건물 내부 벽면에는 1821년 재건 당시의 벽화가 조성되어 있어 미술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등 건립 당시의 원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고창 석탄정(高敞 石灘亭)은 1581년 석탄(石灘) 류운(柳澐)이 낙향 후 학문 강론을 위해 건립한 정자(1830년 중건)다. 넓은 평야에 동산처럼 솟아있는 암반지대에 운치 있게 나무와 정자를 세워 유유자적하며 풍류와 학문을 즐기던 공간으로 전해진다. 전라북도 누정 중에서 창건연대가 빠르며, 정면 3칸, 측면 3칸, 홑처마 팔작지붕 등 건축물의 가구구조가 독특해 건축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다. 고창 삼호정(高敞 三湖亭)은 옥천조씨 삼형제(인호 조현동, 덕호 조후동, 석호 조석동)의 호(湖)를 따서 1700년대에 지었고, 1864년에 중건한 정자다. 정면 3칸, 측면 3칸, 홑처마 팔작집 구조 등 조선 후기의 건축학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주변 경관이 우수하다. 또한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며 시를 쓰고 글을 읽으며 지냈던 당시의 유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로써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고창 전봉준 생가터(高敞 全琫準 生家址)는 동학사, 병술보 등 학술 고증과 많은 연구자들의 논문, 각종 학술조사, 학술대회, 촌로들의 증언 등을 통해 전봉준(全琫準, 18551895) 장군이 1855년 12월 3일 죽림리 당촌마을에서 때어나 13세까지 살았던 곳으로 확인됐다. 전봉준 생가터는 한국 역사상 최대의 혁명적 사건인 동학농민혁명을 도모하고 이끈 최고 지도자가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상징적인 장소로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유기상 군수는 이번 4건의 도지정문화재 지정은 민선 7기 취임 이후 문화재 지정승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라며 고창군이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한반도 첫 수도 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준 사례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심의 중에 있는 고창 무장기포지 , 고창 문수사 대웅전 , 고창오거리당산제, 고창농악의 국가지정문화재 승격과 고창 상금리 고인돌군에 대한 도기념물 지정 등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창군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위상을 높여 나감과 함께 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방안을 모색해 나겠다고 밝혔다.

  • 문화재·학술
  • 김성규
  • 2021.04.11 17:13

김예은 첫 개인전 ‘순수의 시대’…세상과 마주한 동심

삭막하고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해맑고 엉뚱한 행동은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행동은 나의 답답한 상황과 대조되며 재밌는 상상을 만들어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미소 짓길 바란다. (작가의 말)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고, 장난을 치고, 자신만의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어린아이와 마주하게 된다. 엘리베이터 안의 무표정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목마를 탄 채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아이, 정치가들의 권위적이고 도식적인 회의 석상에 앉아서 해맑게 웃는 아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과 대비되는 화면 속 어른들의 표정에선 생기를 찾기 힘들다. 순수의 시대란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예은 작가는 이렇듯 작품 속에서 해맑고 순수한 아이가 된다. 엉뚱한 상상은 그를 어른의 세계에서 해방시켜준다. 이일순 서양화가는 작가는 마치 박제된 듯한 각각의 일상에 아이의 웃음소리와 호기심 어린 손짓을 부여해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아이의 시선으로 전환시킨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에서 작품 속 아이가 되는 순간, 내가 아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서로에게 관심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아이의 모습은 꿈같은 환상이 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실에 지쳐 바래진 순수한 아이의 감정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서학동사진관에서 계속된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4.11 16:59

전북연극제 최우수 작품상 극단하늘 ‘돈나푸카다, 여행’

극단하늘이 올해 대한민국연극제 출전 자격을 부여 받았다. 극단하늘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치러진 제27회 전북연극제에서 돈나푸카다, 여행(백성호 작/조승철 연출)을 선보여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돈나푸카다 여행은 와인 라이브클럽에서 일하는 소믈리에 정현과 보사노바 가수 나미가 사랑과 이별, 재회하는 과정을 그려낸 연극이다. 극단 하늘은 오는 7월8월 경북 예천, 안동 일대에서 열리는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참가한다. 우수작품상은 극단까치동이 무대에 올린 들꽃상여(최기우 작/정경선 연출)와 극단둥지가 선보인 짐승:몰이(문광수 작연출)가 받았다. 개인상은 극단하늘의 조승철과 최형범이 각각 연출상과 무대예술상을, 같은 단체 소속인 홍자연이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극단둥지에서는 문광수가 희곡상, 김회철과 김강옥이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극단까치동의 신유철도 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이번 전북연극제 심사위원인 정두영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과 김영주 전주시립극단 배우, 오지윤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 이사는 단체상의 경우 희곡의 우수성, 연출의 창의성, 배우들의 기량과 앙상블, 공연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심사했다면서 개인상은 한국연극협회 사상권고를 따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극제 작품 평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극단하늘의 대한민국연극제 본선에 가서 전북연극의 우상과 예술성을 만방에 떨치고 오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전북연극제는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가 주관했다.

  • 영화·연극
  • 김세희
  • 2021.04.11 16:52

전북 웅치·이치전투… 임진왜란 승리 교두보 역할

임진왜란당시 전북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교두보 역할을 한 지역이었다. 특히 웅치(진안과 전주사이에 있는 고개)이치(금산 서평)에서 벌어진 전투는 조선이 왜군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선 최대의 곡창지대이자, 후방 병참기지 역할을 하던 전라도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북에서 벌어진 이 전투들은 한산행주진주대첩, 명랑해전과 비교해 여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오는 13일 임진왜란이 발발(음력 기준)한 지 429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웅치이치 전투를 중심으로 전북 임진왜란사를 총체적으로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 역사학계 등에 따르면, 1592년 있었던 웅치이치전투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 계기를 제공했다. 웅치전투는 패배했으나, 왜군의 전라도 진입을 저지하면서 조선의 수군과 전라감영의 병력이 결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이치전투에서는 전라도 절제사 권율과 동복현감 황진이 조선관군의 두 배에 달하는 왜군 2000명을 격파했다. 이 때문에 병참기지인 전라도를 지켜냈고, 한양과 평양에 주둔했던 왜군의 철수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밖에도 전북의 관군과 의병은 전국적으로 많은 전투를 수행했다. 고창유림이 대거 참여한 장성남문창의(유생의병의 결의)는 1592~1593년 진주성 싸움, 경상도 전투에도 참여했으며, 1593년 행주대첩에서는 1년 전 이치전투에서 활약했던 전북 관군이 참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 임진왜란사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연구와 자료 정리가 미비해,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미 경북에서는 <경북의병사>(1990년), <대구지역 임진란사>(2017), <경북지역 임진란사>(2018)가, 전남에서는 <호남지방임진왜란사료집>(1990)이 발간됐다. 최근 전남도는 2024년까지 440억원을 들여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일대 36만㎡에 건물 연면적 8300㎡규모로 남도 의병역사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전북에서도 임진왜란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북 역사학자들은 △이지웅치, 부안 호벌치, 남원성 전투에서 의병의 역할과 활용에 대한 자료조사 △고창 남당 호남 창의 동맹의 실체 △임진왜란을 기록한 일본, 중국 자료의 수집 △전북 주요 지역별 전투 재정립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전북일보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전북의 400여년 전 민관이 하나가 돼 대항일 투쟁을 벌였던 역사를 꼼꼼히 짚어볼 예정이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4.08 19:16

[임진왜란·정유재란 속의 전북] 프롤로그 - 전북 임진왜란사의 위상

국가군량을 호남에 의지했으니 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1592년)이 일어난 이듬해 사헌부 지평 현득승에게 전쟁의 정황을 전하면서 덧붙인 의견이다. 이처럼 전북이 임진왜란정유재란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크다. 웅치(진안과 전주사이에 있던 고개)이치(금산 서평)전투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으며, 전북 관군과 의병은 전국적으로 많은 전투를 수행했다. 고창과 장성 지역 유림이 일어난 장성남문창의(長城南門倡義)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유재란(1597년) 당시에는 부안 호벌치 전투, 남원성 전투를 치르면서 많은 희생을 치렀다.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양란 당시 전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상당히 박하다. 한산도행주진주대첩, 명랑해전에 묻힌 변방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는 13일은 임진왜란이 발발(음력 기준)한 429주년이 되는 해이다. 양란 당시 전북에서 일어난 전투, 전북 의병장과 관군의 활약, 역사적인 의의 등을 전반적으로 조명한다. 조선명일본 동아시아 삼국이 참여한 임진왜란정유재란(1592~1598)은 국제전쟁의 성격을 가진다. 7년에 걸친 전쟁은 삼국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일어난 인적 물적 피해는 이들 국가의 격변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정권이 교체됐고, 중국에서는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대두했다. 조선도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인조반정(1623년)과 병자호란(1636년)을 겪었다. 그만큼 양란이 동아시아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북이 겪었던 고초는 컸다. 병참기지라는 이유로 상당히 많은 관군과 의병이 투입됐으며, 이들은 전국 각지를 이동하며 왜적과 싸웠다. 각종 피해도 극심했다. 전쟁과 전염병 등으로 대규모 인력이 사망했고, 왜군은 생존한 포로를 대규모로 연행해갔다. 포로 가운데 포르투갈 노예 상인들에게 다시 전매돼 유럽 등지로 흘러간 이들도 있었다. 왜란당시 전북 대표 전투는 웅치이치전투(1592년)다. 웅치전투는 왜군이 전라좌수사 이순신의 본진과 곡창지대를 공격할 수 없도록 시간을 지연시켜, 조선의 수군과 전라감영의 병력이 결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관군과 의병이 처음으로 연합하는 계기를 마련한 전투로 꼽히기도 한다. 전라도절제사 권율과 동복현감 황진이 활약한 이치전투는 일본의 전라도 진격작전을 완전히 저지한 전투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투는 한양과 경기도 전투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특히 1593년 경기도 행주산성을 막아낸 행주대첩에서도 전국 관군이 활약했다. 권율이 전쟁이 끝난 뒤 군사을 이끌고 북상해 병력 1만여 명을 이곳에 집결시켜서다. 이들 의병은 경상도 지역의 왜군을 막기 위해서도 파견됐다. 의병 역시 전국적으로 많은 전투를 수행했다. 1592년~1593년 고창유림이 대거 참여한 장성남문창의(유생의병)는 웅치전투를 비롯해 진주성 싸움, 경상도 전투 등에도 참여했다. 남원출신 의병장 변사정은 옥천, 상주, 선산, 함안 등지에서 적을 토벌했다. 1597년 정유재란에도 큰 활약을 했다. 당시 고창 의병장 채홍국과 평강 채씨 문중 인사들은 부안 호벌치에서 일대 혈전을 치렀으며, 의병 이복남과 조선명나라 연합군은 남원성에서 크게 전투를 벌였다. 특히 남원전투 이후 전라도민들은 큰 희생을 치렀는데, 2만4394명의 코가 잘려나갔다.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장(원광대 사학과 명예교수)은 전북 의병이 전국적으로 활동했던 이유는 관념이 크게 작용했다며 다른 지역 의병은 향토수호의 개념이 강한 반면 전북 의병은 국토수호의 개념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때문에 전라도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극심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부분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큰 활약에도 전북 관군과 의병의 활약상은 역사적 위상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한산도행주진주 3대 대첩과 명랑해전에 조명을 받지 못하는 데다, 경북과 전남 등에 비해 왜란사 자료 정리와 연구가 미비한 상황이다. 연구인력 및 자료 부족이 큰 이유다. 전북의 현황을 살펴보면, 웅치, 이치 등 일부 지역 전투를 제외하고는 종합적인 연구와 자료 정리는 미비한 실정이다. 정유재란 시기 연구는 공백 상태이며, 일부 의병을 두고는 진위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체계적인 임진왜란사 정리와 고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찬사찬기록, 각 문중 소장 자료, 일본중국의 고문서 등을 수집한 뒤, 연구를 거쳐 학술총서와 자료집을 발간해야 한다는 게 도내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한문종 전북대 사학과 교수는 왜란 당시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연구 패러다임을 전북 의병에 적용하다보니, 이들의 위상과 활동이 축소되거나 연구에 미진한 부분이 발생했다며 전북에서 활동하거나, 전북출신 문무관, 의병에 대한 사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서 정리한 뒤, 새로운 연구검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 객관적인 시각으로 양란 당시 전북의 활약상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4.08 18:16

[전주국제영화제 특집] ① 전북지역 영화와 영화인… “지역 색깔 담아내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체 상영작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발걸음을 뗐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과 전북에서 촬영된 영화들도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전북의 영화와 영화인을 대상으로 한 지역 공모 선정작, 전북 기반의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전주랩 2021 전주숏프로젝트 선정작이 대표적이다. 지역 공모 선정작은 강준하 감독의 <개정>, 김태경 감독의 <두번째 장례>, 이지향 감독의 <스승의 날>, 조미혜 감독의 <큐브>, 허건 감독의 <연인>(가나다순) 등 단편 5편이다. 이 가운데 <스승의 날>은 한국단편경쟁에서, 다른 4편의 작품은 코리안시네마(단편)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또 전주숏프로젝트 선정작은 김고은 감독의 <동창회>, 김은희 감독의 <힘찬이는 자라서>가 이름을 올렸다. 두 작품은 전북을 배경으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준하(25) 감독은 첫 단편 <개정>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지역영화 공모에 선정되는 행운을 안았다. 대학교(전주대 영화방송제작학과)를 졸업한 뒤 사비로 만든 영화였기에 기쁜 마음이 더 컸다고 한다. 제목 개정은 군산시 개정면을 뜻한다. 실제 군산 출신인 강 감독이 고등학교를 나온 곳이다. 나중에 성인이 돼 우연히 개정에 가게 됐는데, 왠지 모르게 제가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주인공처럼 익숙한 공간이면서도 감옥처럼 갇혀 있는 느낌이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는 도시의 삶에 지쳐 개정이라는 지방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정호가 동창회에 나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도시로 다시 한 번 나가게 된다는 줄거리다. 강 감독은 꿈과 현실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어떠한 선택을 내리더라도 본연의 순수함을 잃지 말았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초단편, 단편 영화를 주로 찍어온 그는 현재 중장편 영화를 계획하고 있다. 삼촌이 영혼결혼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본인도 원할까? 생전에 만나던 여자친구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존중을 하고 진행한 것일까? 라는 물음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태경(30) 감독의 <두번째 장례>는 2년 전, 남자친구 종훈과 사별한 수현이 종훈의 동생 지훈에게 종훈의 영혼결혼식이 열릴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 감독은 남겨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죽은 이를 마음속에서 보내주고, 남겨진 삶을 살아가자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작품 제목도 각자의 방식대로 보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울산 출신인 김 감독은 전주대 영상콘텐츠학부에서 영화영상,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단편 <나도 살고 싶다>(2014), <스케치북>(2017), <강낭콩 한 살이>(2018), <두번째 장례>(2020)를 연출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지역영화 공모에 선정된 것은 <강낭콩 한 살이>에 이어 두 번째다. 전주국제영화제 지역 공모 선정은 저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덕분에 이젠 걱정보다 용기가 앞섭니다. 이지향(26) 감독의 <스승의 날>은 변질된 사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학부 시절부터 김 교수의 지도 제자로 온갖 시중을 들어온 대학원생 지원이 원하던 연구소 합격 발표를 앞둔 시점,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린다는 내용. 지원은 그가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자신의 두 친구, 그들의 또 다른 동기의 이야기가 합쳐진 인물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친구 두 명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친구 모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2년 넘게 얘기를 듣다 보니 같이 화를 내고 있었고,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얘기하다가 대학원생이 주인공인 스토리를 쓰게 됐습니다. 익산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전북단편영화제작스쿨 9기로 단편 <꼬리잡기>(2018)의 각본, 연출을 맡아 전북독립영화제 개막작, 대전독립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했다. 이후 도킹텍프로젝트 협동조합의 제작 지원을 받아 <스승의 날>을 만들었다. 조미혜(38) 감독의 <큐브>는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주에 관한 이야기다. 3평 이하 주거 공간에서 사는 사람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직육면체가 된다는 설정이다. 조 감독은 3개월간 고시원에서 생활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어느 날 작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대로 방에 갇혀 네모인 채로 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연 인간에게 무엇이 중요할까라는 질문이 이 영화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안정과 휴식을 취하는 주거 공간은 행동과 생각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경제와 재산 가치를 제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부작용을 젊은 세대와 경제적 약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 출신인 조 감독은 전주가 좋아 전주에 정착했다. 대학교(동아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영화 공부를 시작한 그는 시네마테크 부산 필름워크숍을 수료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8년간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전북단편영화제작스쿨 3기로 단편 <그 여자>(2012)를 연출했다. 이후 <그녀의 애인>(2013), <리메인>(2018), <큐브>(2020)를 연출했다. 현재는 전주를 배경으로 한 두 자매의 이야기와 학교폭력으로 가해자의 엄마가 된 여성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시나리오 작업하고 있다. 허건(30) 감독은 전북 출신은 아니지만, 전북과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허 감독은 2017년 지인들과 함께 완주 너멍굴영화제를 만들어 3년간 운영했다. 이러한 활동이 인연이 돼 완주문화재단으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 <연인>이다. 전북 올로케이션 영화다. 영화는 치매에 걸린 남편을 요양원에 보내는 날, 자신도 치매가 시작됐다는 걸 눈치챈 아내가 동반 자살을 결심하지만 죽는 게 쉽지 않다는 줄거리다. 허 감독은 치매와 죽음(존엄사)은 오랫동안 관심 가졌던 소재라고 말했다. 자신을 망각하고, 생의 의지를 꺾어내는 치매는 어쩌면 죽음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인간들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삶과 죽음을 함께 고민해주는 부부(늙은 연인)의 모습을 통해 결국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곁에 있어 주는 사랑이 우리에게 참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허 감독은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첫 장면을 꼽았는데 그 이유로 멍한 표정으로 차창 밖을 응시하는 노인(신강균 배우)의 이미지와 움직이는 차와 함께 스쳐 가는 차창 밖 나무의 그림자가 마치 세월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허 감독은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단편 <메이데이>(2015)를 시작으로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아니마 아니무스>(2016), <불편한 영화제>(2017), <무기들의 시간>(2019), <너멍굴 너머>(2020), <사나이신드롬>(2020)을 연출했다. 올해 전북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전주숏프로젝트에는 총 26편이 접수돼 김고은 감독의 <동창회>와 김은희 감독의 <힘찬이는 자라서>가 최종 선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제작지원비(각 500만원)뿐만 아니라 실무멘토링까지 맡아 작품 제작을 돕는다. 김고은 감독은 전주대 영화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해피투게더>(2019)를 연출했다. 졸업 후엔 광주 518 영화제작지원을 받아 <방 안의 코끼리>(2020)를 각본, 연출했다. <방 안의 코끼리>는 노인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다. <동창회> 또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김은희 감독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단편 <소화불량>, <작용과 반작용>을 연출했다.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문제들 앞에서 절망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4.08 18:03

[신간] 고등학생, 전주를 이야기하다

고등학생은 바쁘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방과후 수업, 학원으로 이어지는 고단한 삶이 이어진다. 집에 돌아가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피상적이며 그 역사나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 고등학생의 시각에서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 서학동 예술마을 등 전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전주신흥고 2학년 김지선, 노재겸, 박시우, 박찬, 백승민, 장민, 장석훈, 장하진, 최진웅 학생이 전주 곳곳을 발로 뛰면서 쓴 <고등학생, 전주를 이야기하다>이다. 그동안 전주를 다룬 책은 많지만,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전주를 속속들이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에는 전주에 사는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주의 부침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동시에 엿보인다. 이 책은 전주신흥고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글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상에 나왔다. 전주신흥고에서는 학생과 지역사회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 지역사회의 핵심인 학생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지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실버라이트 교육문화연구소 장창영 대표의 지도 아래 학생들은 자신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전주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학생들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현장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원고 작성에 매달렸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은 마땅한 연출학원조차 없는 전주의 영화 현실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을 토로한다. 음식문화를 다룬 학생은 콩나물국밥과 비빔밥, 비빔빵으로 전주 음식문화의 연원을 맛깔스럽게 풀어놓기도 하고, 전주한옥마을과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비교해나가면서 한옥마을의 진정한 매력을 찾기도 한다. 학생들은 전주한옥마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신만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고, 전프리카(전주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라 불리는 전주의 급변하는 환경 변화와 위기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책에 대해 하영민 전주시 교육장은 내 고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여느 전주시민 못지않다며 전주 정신인 꽃심이 학생들에게 자리 잡아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것 같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07 18: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