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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공연계 온라인 바람, 이제는 트랜드] (하) 여전히 망설이는 공연계, 관건은 수익과 예산

전북 공연계가 코로나19의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동영상 송출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북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 개척을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현장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부족한 예산과 수익구조 때문이다. 2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측에 따르면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에 걸쳐 녹화한 파이팅 콘서트에 전문 외주촬영업체가 투입됐다. 이들의 장비와 편집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수백만원을 투입했으며, 출연진에게도 많은 게런티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전당 측은 부족한 예산이었지만 코로나19로 지친 도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당초 없던 예산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전북도립국악원도 빠르면 다음달 과거 했던 공연 녹화, 편집본을 유튜브 등을 통해서 공연 송출을 할 방침이다. 현재 이렇게 지역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동영상 송출은 판소리, 밴드 등 음악공연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연극, 뮤지컬 등은 완주향토문화예술회관이 지난 22일 어린이뮤지컬 상어가 나타났다를 실시간 스트리밍 송출한 것 이외에 사실상 이렇다 할 송출을 하지 않고 있다. 연극계는 당장 오는 5월에 있을 전북연극제를 시작으로 각종대회와 기존에 예약 된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동영상 송출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예산과 기술력을 꼽고 있다. 현장에서의 장점이 큰 연극뮤지컬의 경우 현장감을 생생하게 담을 고가 촬영장비 등 섭외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도내 연극계 한 관계자는 무대에서의 과정과 음악과 대사 음향도 좋아야하지만 무대 전체를 사용하는 연극의 특성을 과연 동영상이 받쳐줄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무엇보다도 예산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기술력과 예산 이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공연계는 티켓등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대부분이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사실상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유료채널을 통해 송출을 할 수는 있지만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확보와 여럿 영상물 업로드가 선행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리전당 측 관계자는 동영상 송출로 인해 수익을 내야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데 선행조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유료채널로 전환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면서 단기간 수익창출 효과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안의 대책 방안으로는 지자체가 예산 또는 보조금을 편성해 동영상 플랫폼 제작을 독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전주시의 경우 지역 예술계가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빠르면 하반기 추경, 늦어도 내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락기 전주시문화체육국장은 문화예술계의 트랜드가 동영상 송출인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예산을 편성해 지역 예술계가 동영상 송출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끝>

  • 전시·공연
  • 최정규
  • 2020.04.26 16:54

두달간 쉬어간 종교계, 재개 움직임 속속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연휴가 끝나는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종교 시설에 대한 운영중단의 강력 권고를 해제한 데 따라 종교 집회가 속속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오는 28일부터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할 것과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수칙을 공지했다. 미사에 참여하려면 성당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손 세정제를 사용한 뒤 성당 내부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착석해야 한다. 더불어 출입시 모든 미사 참례자가 이름과 세례명, 전화번호를 기입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미사 중에는 모든 신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악수를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성가대도 당분간 운영하지 않고 최소한의 성가만 부르도록 했다. 성경, 성가책, 헌금봉투 등 미사에 필요한 물품도 공동이 아닌 개인의 것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전북 기독교계는 5월 첫 주를 현장예배의 재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제한적으로 시설을 개방한 곳도 있지만, 정상적인 현장예배 시스템으로 복귀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5월 첫주를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기독교연합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동하 목사는 현장예배를 정상적으로 개최하지 못한 지 두달 여의 시간이 지났고, 이번에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다소 이완됐지만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완전히 해제된 것이 아니므로 이번 주까지는 현장예배를 자제하고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의무화하고 모두가 솔선수범해 위생수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하루빨리 우리 사회와 교회가 정상화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불교 중앙총부는 오는 28일 원불교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절을 맞아 기념식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고 밝혔다. 중앙총부 근무자 전무출신을 중심으로 비대면식축소해 진행할 방침이다. 원불교 전북교구는 26일 법회를 재개하며 교당 출입시 마스크 착용과 법당 내 적정 거리 유지, 발열 확인 등 안내 수칙을 미리 공지했다. 교전, 성가집, 동경집을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고 독경과 성가는 작은 목소리로 하도록 권고했다.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전북원음합창단도 5월 7일 전주교당 대각전에서 개강한다는 소식도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30일 전국 사찰에서 부처님 오신날 봉축과 코로나19 극복치유를 위한 기도 입재식을 열고 이후 한달간 기도정진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4월 30일로 예정됐던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을 5월 30일로 변경한 바 있다. 기도 입재식에서는 앞뒤와 양 옆으로 1m이상 간격을 두고 자리를 배치할 것과 코로나19 관련 종단 지침에 따른 유의사항을 준수할 것을 안내할 방침이다. 더불어 사찰에서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5월 5일까지 계속 유지하고, 기도와 법회는 청정 사찰 실천 지침을 준수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부분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 종교
  • 김태경
  • 2020.04.26 16:54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 3기 입주작가 5명 선정

완주 연석산미술관이 전북문화관광재단의 2020 창작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레지던스 3기 입주작가 5명을 선정했다. 강상우강철김상덕허은오성룡(중국) 등 5명의 입주작가는 오는 5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월 5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비롯해 오픈스튜디오, 비평가 매칭, 개인전 지원 혜택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하게 된다. 이들은 제1스튜디오에 강상우(5~7월)강철(9~11월), 제2스튜디오에 김상덕(5~7월)성룡(9~11월), 제3스튜디오에 허은오(5~11월) 등 각자 기간을 두고 나눠 입주하게 된다. 평면입체사진영상 분야의 45세 미만 현대미술작가를 대상으로 개인전 1회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작가를 공모했다. 이후 국내 14명과 해외 2명 등 총 16명이 지원했으며, 서류심사와 심사위원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5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임승한 전 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 사업단장, 조관용 미술평론가가 참여했다. 조관용 심사위원장은 올해에는 국내의 많은 작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창작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준 높은 창작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국내의 미술 작가들의 열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면서 지원자들이 연석산 미술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장단기 입주로 선발의 폭을 넓혔으며 지역주민들과의 연계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주안점을 두고 선발했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20.04.26 16:54

[코로나19 공연계 온라인 바람, 이제는 트랜드] (상) 전북 공연계도 동영상 송출 속속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북의 공연계가 유례없는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북의 공연계에 온라인 송출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동영상 송출이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문화트랜드가 됐다. 하지만 전북의 공연계는 코로나19가 종결 된 후, 여전히 현장예술을 고집하고 있다. 실시간 영상을 하고 싶어도 부족한 예산과 기술력 등의 한계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생활로 자리잡은 동영상 송출에 대해 전북지역의 현황을 짚어보고 추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방법을 두 번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쿵짝쿵짝 지난 17일. 한국소리문화전당 내에서 흥겨운 음악소리가 퍼졌다. 전북지역 인디밴드인 고니밴드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고니밴드의 음악을 듣는 관객은 없었다. 대신 값비싼 카메라가 여러대 배치돼 이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연주하는 기타, 밴드 등에는 작은 카메라인 고프로 카메라가 달려있었고, 그들 앞에는 무빙캠을 들고 한 카메라 감독이 연주자 한 명 한 명을 담고 있었다. 이날 공연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측이 준비한 파이팅 콘서트 녹화현장이다. 총 6곡을 고화질인 4K(기존 풀HD(해상도 19201080) 화면보다 화소 수가 4배 더 많아 화질이 무척 뛰어나다) 영상으로 촬영했다. 고프로와 무빙캠을 활용해 출연진의 생생한 얼굴표정과 실제 공연을 하는 듯한 생동감을 담았다. 24일 오후 5시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공개되는 파이팅 콘서트에는 고니밴드의 이날 녹화영상이 공개된다. 이후 5월 1일 이그르산 재즈 트리오의 공연, 같은달 8일에 공개되는 창작민속팀 악바리 의 공연이 순차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안방을 찾아간다. 소리전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예술인 대부분이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어려움에 처한 지역예술인들에게 공연비와 공연영상 제작을 통해 홍보활동을 지원하고 온라인 공연을 통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하는 취지로 이번 기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연은 코로나19의 대응방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공연계의 트랜드가 됐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관람이 가능해, 공연을 수시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립민속국악원도 최근 이야기가 있는 판소리 담판을 사전 녹화했다. 국악원이 준비한 담판은 관객들에게 판소리의 인문학적 지식을 향상시켜주는 해설이 있는 판소리 공연이다. 판소리의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보고 판소리의 정확한 의미와 뜻을 담았다. 성행했던 당시 시대상을 비롯해 기존의 판소리 공연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설의 의미 등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야기 담판은 24일 낮 12시에국악방송 FM국악당과 국립민속국악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완주향토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2일 어린이뮤지컬 상어가 나타났다를 실시간 스트리밍 송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군산시립교향악단도 최근 연주공연을 담은 동영상 녹화를 마쳤고, 송출 날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전시·공연
  • 최정규
  • 2020.04.23 16:18

‘퀘이 형제’의 경이롭고 신비한 작품 세계, 전주 '상륙'

1980년대 애니메이션의 선두주자로서 40여 년간 영국을 무대로 활동해온 퀘이 형제가 전주에 소개된다. 전주국제영화제와 팔복예술공장은 오는 5월말 영화제 기간에 맞춰 퀘이 형제의 작품세계를 기리는 스페셜 포커스 퀘이 형제: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과 특별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퀘이 형제의 작품을 상영하는 스페셜 포커스는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전주영화의거리에서 열리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전시는 오는 5월 15부터 6월 21일까지 팔복예술공장 A동 2층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영화제와 연계한 퀘이 형제 기획전시는 국내 최초여서 기대를 모은다. 퀘이 형제는 영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이후 환상적이고 시적이며 철학적인 스타일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들의 예술작업은 1986년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악어의 거리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들이 구축한 무의식의 동화 같은 작품 스타일은 팀 버튼, 크리스토퍼 놀란 등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퀘이 형제의 장단편영화을 소개한 바 있다. 제1회 영화제의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상상의 미로를 통해 소개한 단편 악어의 거리, 해부실의 남과 여, 머리빗이 그 시작. 이후 제2회 영화제 시네마스케이프에서 장편 벤자멘타 연구소를, 제7회 영화제에서 지진 속의 피아노 조율사를 상영했다. 제21회를 맞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스페셜 포커스 퀘이 형제: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을 통해 그들의 예술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단편 애니메이션과 한국에는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뮤직비디오, 광고, 다큐멘터리 등 25편의 작품을 두루 조명할 예정이다. 이와 발맞춰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는 퀘이 형제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세트 도미토리움 디오라마 박스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영화와 미술 장르를 넘나드는 융복합 전시로서 퀘이 형제의 초기 작업의 근간이 되는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캘리그라피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퀘이 형제와 함께 작업하는 김우찬 작가의 뼈대 작업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전시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한 이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황순우 팔복예술공장 총괄감독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특별기획전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인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가장 독특한 시선으로 선보이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동시대의 실험적인 시청각 예술을 다루는 팔복예술공장이 동시대 예술실험의 도시 전주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시민들과의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속적으로 파악, 점검하며 장기화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5월 28일 개막을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엇보다 관객과 게스트, 전주 시민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20.04.23 16:18

삶의 뒤안길에 남겨진 사물들…‘시간을 품다’

빛바랜 기억이 들풀과 들꽃 같은 사소한 풍경을 통해 새 숨을 입는다. 자신이 겪어온 삶의 뒤안길에 남겨진 사물을 포착한 서홍석 작가의 개인전이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서 작가의 뛰어난 묘사력이 돋보인다. 지난 나날의 경험이 감추고 있는 속살이자 그 내부에 있는 기억의 내밀한 풍경이 작품에 담겼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우울하게 응시했던 일이다.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서홍석 작가는 국제미술위원회, 프랑스 국립살롱(SBNA),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다양한 기획초대전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건양대학교 조형예술과 겸임교수, 원광대학교 서양화과 강사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시간을 품다(Embracing Time)로,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개인적 서사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서사 사이를 폭넓게 오가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붓 자국마다 스민 작가의 고단한 경험은 동시대를 함께 해온 사람들 공통의 기억과 만나 수많은 풀림으로 되살아난다. 작품은 화가가 살아온 삶의 주변부에서 일상으로 마주치는 들풀이나 들꽃이 주를 이룬다. 작가가 묘사한 이미지는 언제나 안팎으로 열려 있는 창문으로서 빛바랜 기억을 환기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돼 있다. 서홍석 작가는 우리의 삶에서 친숙하고도 무심히 보아 넘겨온 대상을 소환함으로써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에 잠시 휴지부를 두고 지나온 날들을 다시 마주하게 한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20.04.23 16:18

고려국왕 국새 찍힌 과거시험 합격증 전주최씨 최광지 홍패, 보물 지정

문화재청은 지난달 보물 지정을 예고한 최광지 홍패를 보물 제2062호로 지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최광지 홍패(崔匡之 紅牌)는 고려 말~조선 초에 활동한 문신 최광지가 1389년(창왕1년) 문과 병과 제3인(丙科 第三人, 전체 6등)으로 급제하여 받은 문서로서 약 630년 전 고려 말에 제작된 매우 희귀한 사료다. 이번 보물로 지정된 최광지 홍패는 부안에 집성촌을 이룬 전주최씨 송애공파 종중이 보유하고 있다. 홍패(紅牌)는 고려~조선에서 발급된 문과(文科)와 무과(武科) 합격증을 말한다. 보통 홍화씨 등으로 붉게 염색한 종이로 발급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최광지 홍패에는 성균생원 최광지 병과 제삼인 급제자(成均生員 崔匡之 丙科 第三人 及第者)와 홍무 이십이년 구월 일(洪武 貳拾貳年 玖月 日)이라는 문장이 두 줄로 적혀 있으며, 발급연월일 위에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라는 국새(國璽)가 찍혀 있다. 고려 시대 공문서에 직인이 찍힌 사례는 최광지 홍패가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 시대 홍패는 총 6점으로, 시기는 모두 최광지 홍패 보다 빠르지만 관청에서 왕명을 대신해 발급했기 때문에 국왕의 직인이 없다. 문서의 형식과 성격 측면에서도 왕지(王旨, 왕명)라는 문서명과 국왕의 인장이 찍힌 정황으로 보아 임금의 명령을 직접 실천한 공식문서로서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왕명의 직인이 찍혀 있고 형식상 완결성을 갖춘 예는 최광지 홍패가 지금까지 유일하다. 이러한 형식은 후대로 계승되어 조선시대 공문서 제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문화재청은 최광지 홍패는 1276년(고려 충렬왕 2년) 부터 과거합격증에 왕지(王旨)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했다는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을 처음 확인시켜 준 실물이라며 조선 시대 문서제도와 관련성이 밀접하다는 점에서 역사ㆍ학술 가치와 희소성이 인정되어 보물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 문화재·학술
  • 최정규
  • 2020.04.23 16:0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2)긴 세월 부여안고 넋으로 밝혀온 말간 강심 백양촌 신근 시인

백양촌 신근(白楊村 辛槿, 1916~2003)은 부안에서 태어난 시인이며 교육자이다. 고향 부안 서림공원과 부안댐에는 그를 추모하는 시비가 있다. 첫 번째 시비가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져 있으며, 전북지역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업적이 새겨져 있다. 그의 시작품은 삶을 관조함으로써 투명하고 순수한 시세계가 형상화됨을 알 수 있다. 시비에 새겨진 「강(江)」은 백양촌의 따뜻하고 단아한 선비적 풍모를 지닌 시적 정서가 섬세하게 인지되고 있다. 여기 서면/ 태고의 숨결이 강심에 흐려/ 어머니, 당신의 젖줄인양 정겹습니다./ 푸른 설화가 물무늬로 천년을 누벼오는데/ 기슭마다 아롱지는 옛님의 가락/ 달빛 안고 하얀 눈물로 가슴 벅차옵니다./ 목숨이야 어디 놓인들 끊이랴마는/ 긴 세월 부여안고 넋으로 밝혀온 말간 강심/ 어머니 당신의 주름인양 거룩하외다. 길어 올리면 신화도 고여올 것같은 잔물결마다 비늘지는 옛님의 고운가락/ 구슬로 고여옵니다.(「강」(江) 전문) 백양촌은 그의 아호이다.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도일하여 중학교와 대학을 수학하였다. 1945년 전주사범학교에서 교편을 시작으로 삼례중학교, 전주고등학교와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였다. 또한 『전라신보』와 『전북일보』 편집고문 겸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1931년에 시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하여 1946년 『월간예술지』에 시작품 「동방의 새아침」이 당선되었다. 해방 직후 김해강 김창술과 함께 전북문단동우회을 결성하였다. 또한 봉선화동요회(1948)를 조직하여 동요와 동극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후 전라북도아동교육연구회 기관지 『파랑새』 창간호(1946)가 발행되었다. 이 소년소녀잡지에는 창간사와 동요, 동시, 동화, 아동극 등이 실렸다. 이때 활동한 사람은 김목랑, 신석정, 김영만, 김해강 등이 있었다. 그들은 이 소년소녀잡지를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4호까지 발간되고 재정상 더 이상 발간되지 못했다. 우리집 앞동산에 파랑새하나/ 아츰마닥 고흔날 노래부르네/ 곱디고흔 몸맵시 나는 좋아요/ 아름다운 그노래 나는좋아요// 푸른하늘 빛나는 해ㅅ별을안고/ 하루하루 반가운 소식을안고/ 파랑새는 새단장 고흔맵시로/ 어린이의 새세상 축복해주네// 파랑새의 노래는 희망의 노래/ 파랑새의 노래를 들을때마다/ 두려움과 겁남도 스러지고요/ 어린이의 의기를 싹돋게해요// 파랑새 파랑새 고흔동무야/ 휫날리는 희망의 태극기아래/ 하고싶든 우리말 우리노래를/ 파랑꽃이 필때까지 합처부르자(백양촌, 『파랑새』)라는 시를 게재했다. 백양촌은 수필 「어린이날에 보내는 노래」에서 손을 다오 어서 나아가자 새날을 약속하는 오월 태양이 빛나는 거리로 희망과 미소가 쏟아지는 들로 산으로 자유롭게 날개 펴어 밤하늘 별처럼 지혜롭고 무성한 초목처럼 싱싱하게 꽃피어오르는 날에 노래부르자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권리를 부여하여 그들이 생각하고 행하는 일을 함부로 꺾지 말고 북돋아 주자 했다. 어린이가 있는 곳에 웃음이 있고, 어린이가 행하는 데 참됨이 있고, 어린이가 커가는 데 이 나라의 행복이 있다.(「오늘은 어린이날」)며 어린이와 아동문학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백양촌은 1960년대 이후 문단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전북문단 1세대라 일컫는 김해강 신석정 서정주 이철균 시인들과 함께 전북문단의 꽃을 피웠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1962), 한국예총 전북지부장(1966), 전북문화상(1966), 전주시사를 집필하였다. 평론과 시, 동요, 수필을 그의 필명으로 발표하였는데, 살아생전 시집 한 권 내지 못했다. 그가 와병된 이후 후손과 후학들의 후원으로 『白楊村 詩全集』, 『白楊村 隨筆全集』(1989)이 백양촌선생 간행위원회에서 발간하였다. 그리고 백양촌문학상(1989)을 제정하여 매년 12월에 시상하였다. 백양촌의 시세계는 작품들의 시적 관심사나 형상화 측면에서 주로 자연과 자아 존재론적 탐구에 기초한다. 서정주는 『白楊村 詩全集』의 序에서 너는 차라리/ 푸르른 달빛이 氷河처럼 고요히 흐르는 밤/ 오오래 뉘우침 앞에 기도드리고 일어선/ 백합같이 하이얀 손에 만져지라.(「백합앞에서」)하며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純粹性의 性向이 많은 試鍊과 選擇과 求心的祈禱를 거쳐 深化一路를 걷고 있다는 소견을 적었다. 또한 원형갑의 『무한한 너의 詩心觀』에 따르면 시인 백양촌에 있어서 자아와 자연은 그의 유한한 생명을 영원의 이름으로 유지해주는 주체성의 양면이라고 논하고 있다. 백양촌의 시적언어는 마치 동요의 색채를 띤 것처럼 맑고 담백하다. 그는 일상어를 통해 시적 정서와 심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다. 포플러 나뭇가지 물이 오르면/ 니-나 소리내어 불어보지요/ 흰나비 노랑나비 춤을 추면은/ 오얏꽃 복사꽃이 방긋웃어요/ 바람이 하늘하늘 꽃잎을 안고/ 시냇물 남실남실 흘러내리면/ 누나와 푸른잔디 기슬에 앉아/ 파-판 하늘아래 봄꿈맺지요.(「봄인사」) 하듯이 경쾌하고 발랄한 순수함이 형상화되고 있다. 또한 백양촌은 교지 『옥잠화』에서 내 앞의 사심없이 투명한 소녀의 눈망울엔/ 치솟는 청탑 위 구름처럼 푸른 꿈 흐르는가./ 신의 이슬같은 고운 눈물 아슬히 깃드는가.(「소녀의 눈망울은」)과 너는 차라리/ 푸르른 달빛이 빙하처럼 고요히 흐르는 밤/ 오오래 뉘우침 앞에 기도 드리고 일어선/ 백합같이 하이얀 손에 만져지라.(「백합 앞에서」)에서 외롭고도 슬픈 부끄러운 세월을 담담한 자아 성찰로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친자연주의에 관심이 많았다. 수필 「自然歸依 思想」에서 자연의 품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상실한 어린 날의 고향에 돌아와 온통 안기듯 아늑하여 심기가 마냥 자유로와 좋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神의 경건함과 끝없이 깊은 성자의 포용력, 오묘하고 아름다운 默示로서 어루만져주며 정한 목숨으로 고이 다스려주지 않는가. 자연은 영원한 동경의 고장이다.하며 자연을 자신의 의지처요 아취라 했다. 그리고 「현대시의 길」에서 오늘의 시인은 발전하는 민족적 방향에 뒤떨어짐이 없이 용감히 뒤쫓아가 보조를 맞춰가며 국민들의 생활과 민족의 임무와 역사적 과제를 시로써 형상화하는 것이 유일한 詩의 길이라 했다. 여기 일월과 더불어 사라지지 않는/ 싱싱한 젊은 나라 있어/ 젊은 염통 염통마다 희망과 꿈은 되살아나/ 삼천리 강산마다 재건의 함마소리 드높나니/ 오오, 겨레의 자랑, 겨레의 영광/ 불멸의 진리인 나의 조국이여!(「조국에 부치는 사랑」)와 사월의 깃발을 향수하며 여기 역사의 층계 위에 다시금 저립하며 멋대로 도금되는 민주주의의 허무로 사랑도 슬픔도 동결된 세월의 막다른 위치에서 황토길에 뒹구는 별눈 같이 역겨운 고독은 묻어두길 바랐다.(「사월의 의미」)며 현실 비판적 의식을 노래했다. 백양촌의 작품 세계를 이기반은 『자아극복의 미학적 표상세계』에서 백양촌 시인의 孤獨 痛恨 憂愁는 내면의 외로움과 아픔과 시름을 눈물짓지 않는 엄숙한 극복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詩속에 작용하는 遠近의 거리와 明暗의 차이를 조명하면서 빛을 부르는 노래로 자아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詩心의 美學이라고 조명하고 있다. 김해성은 백양촌의 시세계는 시름과 사는 孤獨의 美學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또한 구름재 박병순 시인에 의하면 백양촌 시인은 童顔에 동심을 갖고 있으며, 다사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조용하고 관조적인 시인이다. 전북문단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며, 묵묵히 시작품만 창작해 온 시인이다. 어느 때 읽어도 순화된 인간미의 감득을 깊게 이식하고 있다.며 시인의 세계인식에 대해 표상하고 있다. 백양촌은 모름지기 詩人은 현실에 뒤떨어지지 않는 詩를 쓰라! 시인의 생활이 진실한 현실적 실천단계에 선다면 그 형상화하는 시도 진실할 것이요, 詩가 진실하다면 새 방향을 내닫는 국민들의 가슴 속에 울림이 크고 벅찰 것이 아니냐?며 문학과 인간에 대한 시정신을 성취하고 있다. 백양촌의 詩는 높은 理想, 곧 사랑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와 같은 사랑을 구현시키기 위해서 살아왔고, 살아가며 이 고귀한 시정신은 사랑이 빛이다. 했던 백양촌. 20여 년 동안 투병 생활하며 삶을 마칠 때까지 자랑보다 부끄럼 많은 당신과 나의 맺힌 세월을 순수하고 담백한 언어로 휴머니즘을 구현했다. 그는 살포시 열리는 꽃잎같이 엷은 미소를 지닌 순수 서정의 시인이었다. /김명자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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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4.23 15:25

[신간] 내가 살아 오며 느낀 삶, 모두에게 공유하길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살고,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보낸다는 말처럼 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귀로를 준비하고 있다. 국중하 작가가 새로운 수필집 <머나 먼 귀로>(학예사)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총 4부로 제작돼 국 작가가 성장하고 지내온 삶을 전하며, 아름다운 귀로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3부 만남, 추억 그리고 낭만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워크숍과 국제포럼 등에서 겪고 들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자신의 추억을 되새기는 부분이 인상 깊다. 국 작가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경악스럽기도, 경이롭기도 한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써왔다며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국 작가는 1998년 <수필과 비평> 수필 신인상을 수상한 뒤 2002년 한국문인 문학상 본상, 대한민국신지식인상, 전북수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가 낸 수필집은 <내 가슴속엔 영호남 고속도로가 달린다>(1998), <호남에서 만난 아내 영남에서 만든 아이들>(2001), 나에게는 언제나 현재와 미래만 존재한다>(2004), <멘토차기 9번타자>(2018) 등 많은 수필집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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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규
  • 2020.04.22 16:14

[신간] 빛과 소리와 색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전북 문학계 원로인 조기호 시인이 서정시 같은 장편소설 <색>(도서출판 바밀리온, 전2권)을 발표했다. 한평생 시 쓰기에 몰두해온 원로시인의 첫 장편소설 작품인 만큼 문제의 서정소설이라 칭할만 하다. 저자는 이 작품을 두고 시도 소설도 자서전도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소설 흉내를 내어본 글에 시를 얼버무린 꼴의 어설픔을 엮어서 <색>이라 이름 지었다는 것. 조기호 시인은 후기에서 일제강점기시절 왜놈들의 수탈과 조선말 말살정책과 전쟁으로 인한 배고픔과, 갖은 수모와 공출 같은 잃어버린 것들을 끄집어내어 일러주고,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사회부패상황을 되새김질해봤다고 설명했다. 굴곡진 역사를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 시대를 견디고 살아온 힘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세력 확장을 위한 강대국의 야욕으로 이 땅에 그어진 선은 이데올로기라는 색깔을 입히고 아름다운 강산을 훼손시키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켰다. 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6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생채기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남북으로 나뉘는 것도 모자라 보수네, 진보네, 중도네 하며. 이 글의 주인공인 상훈과 하영은 웃어른의 색으로 인해 몹쓸 운명에 놓인 인간상을 대변한다. 우리 선조들도 모든 걸 안아주고, 품어주고, 받아주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모체(母體)를 우주의 섭리로 보고 여인을 색(色)으로 표현했으리라. 이 세상 만물과 인간사 전부를 받아들이려면 흰 색깔이 필요할 터. 사랑과 원망과 그리움과 원수진 마음까지도 모두 하얗게 표백해 순화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사 만남과 이별에도 색깔이 있다고 할 것이다. 시인은 이번 작품 내내 색(色)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이어 색은 인류역사의 발전과 훌륭한 예술을 창조하는 위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하기에 이른다. 푸른 지구에서는 인간의 시(詩)가 소리(音)를 입을 때 음색을 쓰게 됩니다. 인간의 말은 소리이고 시 또한 말이라는 리듬과 음악성을 필요로 하지요. 고로, 음이 색을 쓰기 때문에 시 또한 색을 입어야 합니다. 빛과 소리와 색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시인은 구태여 그 정답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시를 읊듯 말을 하고 글을 쓸 뿐이었다. 전주 출신인 조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과 문예가족 회장, 전주시풍물시동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를 시작으로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등 21권의 책을 펴냈다. 특히, 여든 넘어 발표한 스무 번째 시집 <하지무렵>에는 원로시인으로서 숨길 수 없는 세월과 연륜이 녹아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4

[신간] 청춘의 자전거는 열정이요, 불혹의 자전거는 느림이다

자전거 산책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오충렬 작가는 청춘부터 불혹의 나이를 관통하며 자전거 페달을 밟아왔다. 그의 에세이 <나는 자출사다>(북컬쳐)는 생활 속에서 자전거 타기를 지향해온 자전거 산책자의 여러 하루가 쌓여 완성된 작품이다. 일명 자출은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일을 가리킨다. 오충렬 작가는 자출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니 묘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앞뒤로 태우고 시장 구경 가는 일도 흔하고, 천변이나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릴 땐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자전거 타기도 예사다. 이런 묘기는 자전거 타기를 통해 즐거움을 느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자전거는 엄마, 아빠, 아들, 딸이 함께 하는 추억도 만들어줬다.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날이면 앞을 터주고 뒤를 따르며 서로를 이정표 삼아 나아가곤 한다고. 십년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온 자전거는 날것의 바람을 느낄 줄 아는 여유를 선물해줬다. 그의 자전거 사랑을 잘 아는 장창영 시인은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면서 오충렬 작가는 오늘도 그는 빠름과 느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전거로 세상을 만난다고 응원했다. 오충렬 작가는 남원 출신으로 현재 전주시 평생학습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멋스러운 복장을 포기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그조차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4

[신간] “영원한 본향인 저 천성을 향하여”

정천 박종순 호남제일감리교회 원로장로가 간증록 <저 천성을 향하여>(신아출판사)를 통해 팔십 평생을 함께 한 신앙생활의 발자취를 담아냈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는 우리의 영원한 본향인 저 천성을 향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입니다. 비록 그 순례의 길이 좁고 험할지라도 사도 바울처럼 오직 주님만을 푯대삼아 앞만 보고 주님가신 길을 따라가는 성도들이 바로 믿음의 순례자들입니다. 박종순 장로는 기도생활을 중심으로 순례의 길을 걸어왔다고 고백한다. 특히, 새벽에 드리는 기도는 영성이 가장 맑아 하나님과의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이 책은 제1편 새벽기도회 인도사례집과 제2편 나의 신앙 간증으로 구성돼있으며, 호남제일감리교회에서 새벽기도회를 인도했던 박종순 장로의 설교 원고 32편을 만나볼 수 있다. 성경 말씀을 읽는 원칙부터 올바른 기도의 자세 등을 주제로 독자들에게 인생의 목표와 믿음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황규석 호남제일감리교회 담임목사는 추천사를 통해 목회자들이 읽으면 참고가 되고 성도들이 읽으면 큰 도전과 은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종순 장로는 부안 출신으로, 전고(31회)와 서울법대(12회)를 졸업했다. 이후 건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군소령으로 예편했다. 우석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인문사회대학장, 정인대학장(현 전북과학대학교)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임 후에는 전국교수공제회 이사장을 맡았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4

[신간] 정영길 교수 첫 시집 '날개도 없이 공중에 사는 거미는 행복한가'

무능한 겸손은 사기에 가깝다지만/목매달고 죽을 허공도 없으면서/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어 하는/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거미인가 정영길 시인이 첫 시집 <날개도 없이 공중에 사는 거미는 행복한가>(천년의시작)를 펴냈다. 정 시인은 미적 감각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시법을 구사하고 있다. 시적 감각이나 사유의 일반적 과잉을 제어하면서 시적 긴장감과 균형감을 획득하는 것은 이번 시집의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이다. 또 시인은 역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감각적 언어로 승화시키면서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시 쓰기를 보여 준다. 상처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인의 강렬한 의지와 새로운 삶을 향한 꿈은 자연 세계에 도달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가 노래하는 자연의 세계는 전원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에게 자연이란 이형권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탈속의 경지에서 우주적 율려를 듣는 영혼의 거처로서, 노장 사상의 무위(無爲)적 세계와 다르지 않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속악한 세상의 경직된 질서를 넘어 순수 영혼의 세계로 가 닿는 시의 여정을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정 시인은 198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입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04.22 16:14

[신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학술서 출간

전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박현진 교수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관련 학술서 두 권을 최근 잇달아 출간했다. <한국어 교육과 비판적 문식성>(서정시학),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읽기쓰기 연구>(역락). 먼저 <한국어 교육과 비판적 문식성>은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학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특히 문학 작품을 활용한 교육을 제안하고 있어 한국어 학습자의 흥미를 복돋는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읽기쓰기 연구>는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어를 읽고 쓸 때 경험하게 되는 불안 요인을 정밀하게 분석, 해결책을 각종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대학 수준 학습자를 가르치는데 실질적인 지침이 되며, 한국어의 학술적 활용 및 세계화 추세에도 기여하는 바가 큰 연구성과다. 내게 한국어 교육은 다른 배경과 문화, 언어를 가지고 살던 타인과 타인이 국어로 소통하며 삶을 나누게 하는 신비로운 일입니다. 박 교수는 외국인에게 문학이란 것이 공부가 아닌 즐거움이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출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대 국제어학원 등에서 10여 년간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현장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교육부 주관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어교육 및 한국문화교육 분야의 신진 연구자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4.22 16:14

전북문화관광재단, 창립기념일 맞아 소식지 ‘마중’ 7호 발간

전북지역 문화예술관광 정보를 담아 생생하게 전하는 전북문화관광재단 소식지 마중이 새로운 구성을 입고 나왔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은 창립 기념일인 4월 19일을 맞아 재단 소식지 마중 7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호의 구성은 잇다(재단 사업), 듣다(칼럼), 만나다(인물), 찾다(문화), 보다(관광) 5개 영역으로 변화를 줬다. 재단 사업을 다룬 잇다에서는 올해 각 팀별 사업을 홍보하고 재단의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다. 전북관광브랜드공연 뮤지컬 홍도1589에 대한 소식도 게재했다. 특히 구혜경 재단 정책기획팀장은 재단 칼럼을 통해 올해 전라북도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앞둔 재단의 방향성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듣다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계와 미투 이후 전북 문화예술계의 변화를 지역문화 이슈로 다뤘다. 지역 문화계 화제의 인물인 남원농악의 명인 류명철 남원농악보존회장과 전라북도 청년아티스트 고니밴드는 만나다 코너를 장식했다. 또한, 우리 지역 예술가 정인수 펜화작가를 비롯해 도내 청년예술가 천승환, 지현미, 이상욱, 이보영, 정호영 씨를 소개했다. 이밖에도 전북의 마을기(깃발)에 관한 기록을 엿보는 전북을 찾다와 완주 생강의 지역 문화에 관한 이야기 숨은 문화 1인치, 그리고 전라북도 연극 역사를 되짚어 보는 전북 문화 재조명 등을 실었다. 역사 속 음식 이야기, 오감만족 전북 관광, 문화공간 탐방 등 다채로운 기획도 만날 수 있다. 소식지 구독과 관련한 문의는 재단 홍보팀(063-230-7471).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길상 시인 - 백학기 시전집 '가슴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

곧 5월이다. 역사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아도르노의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서정시를 쓸 수 없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핍박 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생명을 위해 제 여분을 나눠줄 수 있는 삶의 지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열강의 전쟁과 약소국의 내란은 자신과는 먼 일이라는 시대적 양심의 부재 혹은 시대의식의 결핍의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서두가 길었는데 2020년에 반체제적 저항시를 읽는다는 것은 자칫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라며 다소 짓궂은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사실 백학기 시전집 <가슴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에서 시인이 시적 소재로 삼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담스러운 것들이다. 계엄령 거리, 총과 대포, 삼팔선, 전쟁, 혁명. 특히 장시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는 이광웅, 김영춘, 정인섭 등 이미 잊힌 해직교사나 참교육을 외친 시인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무얼까. 지배세력의 탄압 같은 정치적인 문제 말고도 인간성의 문제, 즉 파탄나버린 시대의 불행한 죽음 앞에서 떳떳할 수 없는 시인의 자괴감을 시에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시적 화자는 법원에서 손 묶인 채 웃고 있는 이광웅 형을 떠올리며 너무 높아 서글픈 하늘을 보고 봄 산에 들면 미치고 싶다고 말한다. 그 구절이 암시한 자괴감은 일차적으로 독재정권의 탄압과 허위성에 대한 반감에 연유했으리라. 쓰라린 회한과 그 자괴감은 시대적 모순과 암울한 현실과 우리 삶의 도덕적 허위를 폭로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거나 이미 끝장 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자신을 위선자로 규정한다. 여기서 위선자는 쿠데타 세력에 의해 역사의 희생자가 된 분들에 대한 죄스러움, 타락한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한 부끄러운 삶을 반성하는 타락자를 상징한다. 그대의 작은 키가/때로 작게만 보이지 않는다 () 조선 새야 새야/눈 퍼붓는 날/밤 이슥토록 내 귓가에 와서/울어라 () 바람 불면/바람 부는 그곳까지 나 또한 불어가서/아프다 () 너는 어디에 숨어서/청계의 봄을 기다리고 있느냐/어린 시인아 () 너무 높아 서글픈 하늘/만경길 새벽술 마시며 걷다/동트다 () 수유리에서 불어오는/바람/내 빈 가슴을 텅텅 울리고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中 오늘날, 시리아 내전의 희생자를 기억하거나 세계적인 문제에 절실한 공감을 느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서글픈 하늘은 우리의 어두운 내면세계이다. 특히 비인간적인 정치와 자본의 권력이 줄기차게 대물려 이어지는 이 시대엔 더욱 그렇다. 이 작품집을 정독하면서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진정 회복해야 할 시대적 양심 혹은 남의 나라 일이라고 지나쳤던 일들이 통렬한 자기 문제로 언젠가는 닥쳐올 것임을 절감하게 된다.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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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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