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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뽑은 제8회 천인갈채상에 김형미 시인, 박영준 기획자

김형미 시인과 박영준 기획자 김형미 시인과 박영준 기획자가 올 한 해 동안 전북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 젊은 문화예술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제8회 천인갈채상을 받는다. 천인갈채상은 천년전주사랑모임(이사장 김완주)이 주관, 지역 문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25세 이상 45세 이하 예술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상이며, 수상자는 기금모금에 참여한 시민 1000명이 모바일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김형미 시인은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전주MBC 다큐작가, 해인사 편집국 편집실장, (주)한국방송미디어 홍보영상작가, 한국중앙연구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시인은 올해 전주MBC 다큐 위대한유산 을 통해 전북지역의 숨겨진 역사문화 유산을 발굴하는 데 힘을 보탰다. 저서로는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등이 있으며, 기획그림소설 <불청객>, 스토리텔링북 <한옥마을 골목길>을 펴낼 예정이다. 박영준 기획자는 우진문화재단 제작감독, 예술공장 대표,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 우리소리 우리가락, 신인춤판, 젊은춤판, 푸시킨의 눈보라 등 공연 제작에 참여했다. 특히 전북연극협회 미투사건 이후 비상대책위원을 맡으면서 피해자들의 조력자로 활동했고, 올해는 관련 전담기구인 소통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6시 전주 고궁에서 진행된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12.04 18:07

[신간] 혼자 떠난 3500km 전국 해안선 ‘자전거 여행’

10년 전 내 건강을 걱정하던 아내가 생일선물로 건네준 자전거는 인생 후반전에 접어들던 나에게 최고의 보물이 됐다. 국토종주, 전국 자전거길 완주, 제주에서 자전거 한달 달리기, 50일간 3500km 전국 해안선 달리기 등 이형수 씨가 자전거와 함께 한 이력은 화려하다. 그가 300쪽에 달하는 여행기 <혼자 떠난 3500km 전국 해안선 자전거 여행>(신아출판사>을 내고 자전거를 타고 혼자 떠났던 여행 이야기를 소개한다. 새만금 방조제, 섬진강, 내장사, 선유도 등 전북 산하의 아름다운 풍광도 만나볼 수 있다. 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바다가 좋아서 군 복무도 해군으로 마쳤다는 이형수 씨는 10년 전 암 수술을 한 뒤 인생을 크게 되돌아봤다고 했다. 해오던 일을 모두 내려놓고 건강을 돌보던 중 아내에게 선물 받은 자전거를 운동 삼아 타기 시작했다고. 자전거 라이딩은 체력 소모가 큰 운동이어서 50대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고 한다. 이형규 씨는 넓고 푸르른 바다를 실컷 보노라면 행복감이 느껴지고, 두 다리를 움직여 막힘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성취감에 힘든 줄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 책을 내기 전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전거 여행기를 소개해왔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며 느꼈던 감상과 다채로운 풍경을 비롯해 일상, 가족 소식, 완주이야기를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난 배낭여행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다시 떠나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비롯해 로키,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이거스 여행 이야기도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날이 풀리는 내년 봄에는 부부가 함께 하는 라이딩도 계획하고 있다. 때로는 기차와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쉬어갈 수도 있겠지만 함께 바라볼 풍경이 더 없이 기대된다고 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04 17:29

[신간] 남원 출신 정경룡 시인, 고향 그리움 담은 시집 '석양에 서서' 출간

전주 용소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꾸준히 시 공부를 해온 정경룡 시인이 첫 시집 <석양에 서서>(기획출판 반딧불)를 출간했다. <문예사조> 2019년 8월호에서 시 석양에 서서, 어부, 숨비소리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펴낸 책이어서 의미가 깊다. 남원 출신으로, 전주교육대학교와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정 시인은 고향과 가족, 부모님,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진심을 시로 써왔다. 뻐꾸기 우는 내 고향 뒷동산 밭가에 산딸기 익어 가면 등을 떠밀지 않는 강물 따라 부끄럼 없이 살라하네 별을 따라가겠지 등 고향과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감성이 느껴지는 시편들이 담겼다. 이번 시집에 평설을 쓴 안도 문학평론가는 정경룡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묘사하는데 발군의 감각을 보인다며 그의 시를 읽으면 깊고 고요한 평정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며 마치 시 속에 펼쳐진 풍경화를 보는 듯한 감흥을 준다고 말했다. 교직을 떠난 후 10년여 시간 동안 노을에 혼을 담는 시작(詩作)으로 시의 꽃을 피우고 싶었다는 정경룡 시인은 자신이 쓴 시가 망초 꽃처럼 소박하고 매화꽃처럼 은은하고 누구나 편안히 오를 수 있는 산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 시인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음 번에도 시집을 만들게 된다면 제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12.04 17:29

“꽃심의 도시 전주,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

동학농민혁명은 동학사상에 근거해 일어난 우리 근대사의 반봉건자주독립운동으로 근원 없는 물이 없고, 뿌리 없는 나무가 없는 것처럼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천명한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이윤영 동학혁명연구소장이 <전주역사문화의 자부심 - 동학농민혁명 이야기>(전주전통문화연수원)를 펴냈다. 전주전통문화연수원이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걷다 시리즈 아홉 번째로 발간한 책. 이 소장은 여는 글에서 동학농민혁명이라는 명칭에는 동학의 사상과 조직, 그리고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라는 두 측면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동학농민혁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학사상의 첫 출발점인 수운 최제우의 동학 창도에서부터 억울한 죽임을 당한 순도(殉道순교) 정신까지 아울러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이 소장은 동학(東學)은 1860년 음력 4월 5일 경북 경주 용담에서 수운 최제우(1824~1864) 선생이 창도한 새로운 도(道)요 종교철학사상이고, 이러한 동학사상은 동학농민혁명 발생과 전개에서 빠질 수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소장은 1894년 4월 27일 농민군의 전주성 점령은 동학농민혁명의 전체 과정에서 최대의 승리이며, 이를 통한 전주화약과 집강소 통치를 우리나라 근대 민주주의의 출발로 보고, 전주의 정신꽃심이 동학과 접목되어 세계정신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책은 제1장 여는 글, 제2장 전주는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 제3장 동학농민혁명 전주유적지, 제4장 동학혁명기념관, 제5장 동학농민혁명과 문화예술의 활성화 방안 등 총 5장 133쪽으로 구성됐다. 또 1894년 1월 10일 고부봉기, 고부관아 점령부터 동학농민혁명의 주요 연혁 및 일지를 부록으로 수록됐다. 이 소장은 천도교 전주교구장,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이야기 동학비사, 만고풍상 겪은 손>, <혁명 - 동학농민혁명 장편소설> 등이 있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12.04 17:29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시어로 그리다

걷잡을 수 없는 현대사회의 변화 속에서 시인은 무엇을 쓸 것인가. 강상기김광원박윤기박환용승한장재훈정재영최기종호병탁 시인 등 10명이 활동하고 있는 시창작 동인회 포엠만경이 동인시집 <포엠만경> 8호를 펴냈다. 이번 8호 특집은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포엠만경 동인들은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인간 삶에 주목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고 정보 전달이 빨라진만큼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중독현상이 심해 인간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현대사회의 담론을 시를 통해 펼쳐 제시한다. 손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 안 바쁘면 술 한 잔 따라라 // 바로 앞자리에서 / 성님이 빈 잔을 흔들고 있었다 - 호병탁 문명 전문. 시인들은 보안카메라에 잡힌 화자의 하루를 조명하거나, 인공지능이 시를 쓰는 인간 상실의 시대를 그리거나,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신기한 두더지 족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주제시 외에도 시인들은 그간 아껴뒀던 시 5~7편씩을 각각 꺼내어 동인시집을 넉넉하게 했다. 포엠만경 회장을 맡고 있는 강상기 시인은 인공지능 시대, 초산업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말 줄임 단어가 늘어나 세대 간 소통이 절뚝인다며 시인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묻는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12.04 17:29

전주 지역문화의 가치 재조명, 문화정책 길을 탐색하다

(재)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정정숙)이 지역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전주다운 문화정책을 탐색하는 <전주문화비평> 제2호를 출간했다. 이번 호는 전주종합경기장과 여성과 창작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과 20세기 전주문화 조명, 전주문화예술 생산의 젊은 현장, 지역문화예술과 여성인권 등에 대한 특별기고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글을 엮었다. 먼저 전주종합경기장 섹션에서는 박태건 시인의전주종합경기장 아카이브와 20세기 전주문화, 신귀백 영화평론가의 전주종합경기장의 기억과 기록, 전주시의회 김남규 의원의 전주,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도시, 김형미 시인의 도시를 바꾸는 인문학, 이경로 전북타임스 논설위원칼럼위원의 전주권 문화예술의 다양한 집약을 문화재생으로!, 김철규 작가의 어머니의 주름을 그리다 - 삶의 흔적 주름 그 찬란함에 대하여 등이 실렸다. 여성과 창작 섹션에는 유순희 시네마테크 시네필전주 프로그래머의페미니즘과 영화의 조우, 임인자 독립기획자의 보이지 않는 것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에 묻다, 최진영 영화연출가의 도시의 장소성과 일상성을 담은 영화적 기록, 김은혜 문학박사의가부장제를 뚫고 나온 그이들의 목소리등이 수록됐다. 정정숙 대표이사는 이번 전주문화비평 제2호는 사람과 품격을 중시하는 전주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통찰력을 통하여, 우리가 풀어내야 할 과제와 함께 전주가 진정 발전할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한다며, 전주시민이 제시한 실천적 비판을 발전시켜, 전주의 품격을 높이고 모든 시민이 존중받는 지역문화를 만드는 데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주문화비평> 제2호는 전주문화재단 누리집(http://www.jjcf.or.kr)에서 읽어 볼 수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12.04 17:2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⑭ 전주 출생 소설가 이익상, 한국근대문학 견인·전북문학 선구자

섣부른 양심을 버려라! 미숙한 생활욕을 끊어버려라! 그리하여 그 양심과 생활욕을 뒷동산 양지 끝에 꽝꽝 단단히 파묻어라. 그리고 한번 놀아보자. 그러나 도둑질하는 데에도 그 수단 방법이 교묘할수록 이러한 향락, 이러한 사치를 영원히 누리게 되는 것일세! 나는 수단이 자미스럽지 못하였네! 방법이 틀렸었네! 그러니까 요만한 향락과 사치를 하로밤밖에는 못 누리게 될 것이로세! 알었나? 위의 두 대사는 성해(星海) 이익상(李益相 1895-1935)의 소설 광란(1925)의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앞엣것은 청계천을 걸어가며 중얼거리는 주인공의 독백이고, 뒤엣것은 요리집에서 좌중의 동료 및 기생들을 향하여 내뱉는 대화다. 성실하게 회사를 다니던 주인공은 종로 네거리에 돈뭉치를 뿌리는 환상을 떠올리고는 발작적인 심리 상태로 이를 직접 결행하게 되는데, 직장의 금고에서 몰래 지폐뭉치를 꺼내와 동료들과 술자리를 벌이게 된다. 전주 출생의 이익상(본명 윤상)은 부안보통학교에서 교사로 3년 재직하다 1918년 일본의 니혼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당시 니혼대학은 사회주의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던 곳이었고, 이익상은 자연스럽게 아나키즘을 위시하여 사회주의, 상징주의, 딜레탕트 등 당대의 흐름에 접촉할 수 있었고, 아나키즘에 매료된다. 흠모하던 일본의 아나키즘 작가 니카니시 이노스케의 장편소설 여등의 배후에서 열풍을 번역하여 조선일보에 연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위 작품 광란에는 아나키즘에 기울어진 그의 면모가 잘 나타난다. 물론 비정상적 심리상태로 벌이는 행각이고, 절도를 통해 한바탕 벌이는 사건이지만, 주인공의 내면이 지향하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를 추론할 수 있기에 독자는 그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식민지 시기의 정치적, 사회적 위기 내지 물질 지향의 혼탁한 세태 속에서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자의 비애심리를 그려낸 것이다. 논또랑 사이로 밭언덕 밑으로 고기새끼를 놀리며 흘러가던 청계천! 아! 어떻게 아름다웠던 청계천이냐? 청계천변을 걸으며 중얼거리는 이런 말 속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주인공의 내면과 일제강점기의 혼란상을 고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이익상은 일본 유학 중 1921년 일본 사회주의 단체 흑도회에 가입하였고, 인생을 위한 예술, 현실과 투쟁하는 예술을 표방하며 파스큘라를 조직하였다. 국제적 연대를 지향하는 흑도회는 후에 민족해방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1925년에는 좌익문학단체 염군사와 통합하여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결성에 참여한다. 이런 활동 등을 근거로 이익상은 신경향파 작가로 자리매김되었으나, 오창은, 최명표 등의 최근 논문에서는 조선인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리얼리즘 작가로 재평가되고 있다. 아무리 고상한 예술일지라도 우리의 인생을 떠나고 사회를 떠나서는 그 광휘를 발한다는 것이 의문이외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에 내재한 독특한 광휘를 발휘하여야 할 것이오. 인간의 내부 생명에는 공통의 고민이라든지 시대고(時代苦)가 있어서 자연히 어떠한 주의나 류(流)를 이루고, 또는 부합하게 되는 것이외다. 위 글은 『개벽』(1921.5)에서 밝힌 이익상의 평론 예술적 양심이 결여한 우리 문단의 일부인바, 카프가 결성되기 4년 전에 밝힌 내용이다. 이익상의 이런 뜻으로 미루어 볼 때, 카프의 결성에 명단을 올리고도 당시 카프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자진탈퇴를 하게 되는 추이를 짐작하게 한다. 생경한 정치투쟁적 구호 속에 매몰될 경우 예술로서의 창작뿐만 아니라 시대고를 안고 살아가는 일상의 삶 모두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 땅의 문사(文士)들이라면 글의 예술성 이외에 시대의 아픔에 대한 고뇌도 있어야 할 것이며,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상은 생전에 중단편소설 28편, 장편소설 3편, 평론 및 기타의 글 64편을 남겼다. 조선인의 궁핍한 삶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라는 이익상의 창작 의도와는 달리 이익상의 평가가 신경향파 문학이라는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카프 담론이 오랫동안 작용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나키스트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 수 없는 분단된 한국사회의 학문적 현실에 기초한다. 1910년대 아나키즘이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으로 수용된 탓에 민족해방운동의 일환이었던 아나키즘은 해방 이후에도 금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익상은 조선일보(1924), 동아일보(1927), 매일신보(1930)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글을 쓰게 된다. 하지만 당시는 식민지의 현실이기에 탄압의 대상인 아나키즘 사상을 표방할 수가 없었다. 당시는 일제 당국의 검열이 강력하게 작동되는 관리문학의 시기였기에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거나 일본인을 비방해서는 안 되는 때였다. 그런 까닭에 그의 세 편의 장편소설 키 잃은 범선 짓밟힌 진주 그들은 어대로에는 일본인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삼각관계에 있는 남녀의 애정과 갈등을 통해 아나키스트로서의 면모를 직간접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신문사에 재직한 덕분에 다른 조선인 작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류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기생들도 없지 않아요. 세상 형편이 어떻게 되는 줄을 모를 때에 부모의 강제로 기생이 되었다가 차차 제 철이 들고 보니까 자기의 정조를 팔아서 일신의 호화로운 생활을 탐하는 것이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 하여 단순히 마음을 돌이키어 순진한 생활을 시작하려는 결심으로 어린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부끄러운 생각을 참아가며 산술이니 습자니 하는 것인 듯해요. 장편소설 그들은 어대로의 일부이다. 교사가 된 혜영이 식민지 현실에 눈을 뜨면서 진술하는 내용이다. 소박맞은 여인, 기생, 여직공, 사생아, 장애인 등 제일 불우한 처지에 놓여 있는 여성들의 참상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여성은 교육제도의 불평등과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일제에 의해, 남성에 의해, 빈부격차와 신분에 의해 중층적으로 억압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거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내용이다. 이익상의 장편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에서 연애는 등장인물 서로를 통해 식민지 현실을 응시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에 독자들은 조선인 남성 지식인들의 생활적 모순과 식민지적 속성을 파악하면서 동시에 그 남성과 연애 관계에 있던 여성들이 처한 조선의 식민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식민지 현실에서 이익상은 예술지상주의에 빠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선명한 정치적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문학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그가 소설을 통해 천착한 것은 식민지 현실 속에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이었다. 그 민초들을 형상화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일제하의 구조적 모순과 민초들이 어떤 이유로 궁핍하게 살아가게 되는지를 스스로 직시하게 한다. 버림받은 듯이 살아가는 이 땅의 약자들에게 문학을 통해 희망의 빛을 주고자 했던 이익상은 우리 문단에서 그 존재감이 희미한 상태이나, 다행히 『이익상문학전집』(2011, 최명표 편)이 나와 있으니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고 재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우리 문학은 더욱 풍성해져야 할 것이다. 이익상은 분명 한국근대문학의 구축에 일조를 했고, 전북문학의 선구자로서 큰 자취를 남겼다. 이익상은 민중의 삶을 천착한 작가였다. 그만큼 그는 인간주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작가였다. 일제하의 비참한 현실을 객관적 시각으로 그려내어 독자로 하여금 더욱 심금을 울리게 하는 대표적 작품으로 단편 위협의 채찍(1926)을 들 수 있다. 일본인 농장주에 기한 내 소작료를 내지 않으면 소작권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는 농민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여섯 살 난 아들이 한 시간 뒤에 죽을지 모르는 위중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성삼은 갈등 끝에 벼 한 짐을 매고 농장을 향한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들은 죽어 있었다. 지금 성삼의 마음 같으면 그 주은 돌로 농장 사무실 안에 가만히 앉아 있던 자들을 모조리 때려죽여도 분이 오히려 아니 풀릴 듯하였다. 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 그날 저녁에 홑이불로 둘둘 싼 어린 시체가 성삼의 품에 안기어 앞 동리 공동묘지로 갔다. /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화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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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4 17: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혜원 시인 - 정양 산문집 ‘백수광부의 꿈’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알려져 있는 정양은 판소리나 한시에도 정통한 지식을 지니고 있는 문학 연구자이다. 정양이 판소리에 애정을 가졌던 것은 판소리가 민중의 전통 구비 장르로 이름 없는 민중의 창작물이었기 때문이다. 판소리는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는 듯하지만 이면으로는 그 지배층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공역이긴 하지만 한시 번역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정양의 한시에 대한 애착이 언뜻 수긍이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판소리와 달리 한시는 한자로 쓰인 기록 장르로 주로 양반들이 향유했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공무도하 公無渡河 저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공경도하 公竟渡河 임은 그예 그 물을 건너셨네. 타하이사 墮河而死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당내공하 當奈公何 가신 임을 어이할꼬. (정병욱 번역) 공무도하 公無渡河 물 건너가지 말라니까 공경도하 公竟渡河 끝내 건너가더니 타하이사 墮河而死 저렇게 빠져 죽었네 공장내하 公將奈何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 (정양 번역) 그러나 백수광부의 꿈 실린 한역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번역을 보면, 한시 번역 작업을 통해 추구한 정양의 문학관을 짐작할 수 있다. 정양의 번역을 그 유명한 정병욱의 번역과 비교해 보자. 정병욱의 번역에는, 백수광부의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임이라는 존칭어와 건너지 마오, 건너셨네, 돌아가시니의 높임법이 사용되었다. 정양의 번역에는 존칭어도 높임법도 보이지 않는다. 뱃사공일로 먹고사는 이 시의 주인공 내외는 분명 일반 하층민이다. 더구나 물에 빠져 죽은 남편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격식 있는 언어가 사용될 리 없다. 건너가지 말라니까/끝내 건너가더니, 저렇게 빠져 죽었네,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에는 민중의 언어가 육성처럼 옮겨져 고스란히 살아 있다. 민중의 삶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번역한 공무도하가처럼, 정양은 산문집 백수광부의 꿈에서 여인을 뿌리치고 강물을 건널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 가장 백수광부의 현실적 고통을 통해 사회사적 감동을 복원해 내고 있다. 몸조심 하느라 건너려 하지 않는 강물을 목숨 걸고 건넜던 백수광부를 권력자들이 금기시한 저항 정신을 실천한 비극적 영웅으로 보고 그 백수광부를 우리 역사 속에서 소환하여 백수광부의 꿈이 모든 지배와 억압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인간을 회복하기 위한 꿈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될 물 건너 마을을 인간 해방의 공간으로 보았다. 물론 인간 해방의 실현이라는 이 유토피아적 시공간이야말로 정양이 그의 산문집 전편을 통해 보여준 정양의 꿈과 노래였다. * 김혜원 시인은 문학과 사진을 전공했다. 지난 201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먼지가 당선됐고, 지형과 환경에 대한 사진 작업과 함께 시와 사진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명지대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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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4 16:38

‘다시 이는 독립물결’ 전주에서 파도 만들까

전주 누벨백미술관(관장 최영희)은 사회 각계각층의 애국심을 모아 특별한 전시를 완성했다. 다시 이는 독립물결이 전주에서 새로운 파도를 만들지 이목이 쏠린다. 항일, 불매운동, 독립정신을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2일까지 관람객들을 맞는 이번 전시에는 모두 75명이 작품을 냈다. 학생, 일반인, 전업 작가를 막론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누벨백미술관은 이에 앞서 지난 8월부터 특별전에 참여할 작가를 공모했다. 주제만 명시하고 서양화, 한국화, 서예, 공예 등 분야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나이와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나라를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낼 이들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한국을 향해 무모하게 경제전쟁의 불을 지핀 일본정부에 대항하겠다는 뜻으로 기획했다.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경제독립과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발맞춰 우리 국민들의 결연할 의지와 저항정신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덕분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민족의 자주와 자존을 드높이겠다는 다짐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올해가 3.1독립만세운동의 100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시대정신과 애국심을 일깨우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뜻에도 날개를 달았다. 참여자들은 저마다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지어서 저마다의 애국심을 담아냈다. 공모 기간에는 김승수 전주시장, 최용범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지역의 작가, 학생들도 정성이 담긴 글귀와 예술작품을 보내오는 등 전북도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최영희 누벨백미술관 관장은 전시를 여는 소감에 대해 어려운 주제인데도 정성스럽게 작품을 준비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참여자들의 뜨거운 나라사랑이 도민들과 함께 한 마음이 돼 더욱 성숙한 국민의식이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12.03 19:18

“인생에는 수많은 벽이 있다” 연극속의 심리극 ‘벽’

극단 모레노가 2017년 허심탄회, 2018년 매듭에 이어 올해 힐링드라마 3탄으로 벽을 준비했다. 오는 5~6일 이틀간 전주 문화공간에서 펼치는 이번 공연에는 연극 속에서 심리극을 만난다는 주제를 녹여냈다. 인생에는 수 많은 벽이 있을 거야. 어떤 벽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지만 대부분은 네 스스로 만들게 돼. 이번 작품에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벽이 등장한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어디에나 존재하는 벽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끝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이 공연을 통해서 피하지 않고 마주보는 용기와 지혜를 경험한다면 또 다른 출발점에 서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담았다. 극단 모레노는 이번 힐링시리즈를 통해 연극과 예술의 치유적인 만남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새로운 선물이 되길 바란다며 관객들은 일상의 삶 속에 부딪치는 아픔, 고통,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치유되는 모습 속에서 일상의 변화를 경험했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연극 속에서 심리극을 만나는 구조인 만큼 이 작품은 연극 속에서 삶의 모습을 조망하고, 나를 발견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관객들은 제4의 벽을 통해 삶의 축소된 모습을 바라본다. 심리극은 관객이 주인공이 돼 자신의 문제를 무대에 이야기해보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바라보게 된다. 대본구성에 류명희, 연출에 염정숙, 총괄기획에 박인주가 참여했으며 박희석, 염정숙, 김희진, 김준, 서원일, 김성희, 홍정화, 김진형, 박종현, 유다솜이 출연한다. 문의는 063-227-0436.

  • 영화·연극
  • 김태경
  • 2019.12.03 17:09

지금 완주 연석산미술관에 가면…따스한 얼굴들, 치열한 창작열

아름다운 산, 완주 동상면 연석산 품에 안겨있는 미술관. 지금 그곳에 가면 동네 사람들의 따스한 얼굴과 치열한 창작열을 만날 수 있다. 완주 연석산미술관(관장 박인현)이 27일까지 진행하는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이야기 II전과 레지던스 2기 입주작가인 권구연 작가의 성과 보고전. △초상화에 그린 평범한 삶의 가치 먼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동상골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이야기 II에서는 연석산미술관과 완주군 동상면사무소가 협업을 통해 완성한 어르신 공경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한지에 곱게 채색한 동상골 어르신 13명의 초상화. 주름살의 깊이 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을 사진과 함께 전시한다. 남한테 피해 주지 말고 건강하고 정의로운 인생을 살아가세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덕담도 함께 전한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한 어르신 공경 프로젝트 사업 취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삶은 존귀하며, 그 삶의 흔적 또한 역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풍경이 있는 설치, 권구연 작가 바람 결 같은 기간 제2전시실에서는 레지던스 2기 입주작가인 권구연 작가의 성과 보고전인 바람 결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 그는 한지 고유의 성정을 살리면서 바람 결을 질박하게 담은 풍경적인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주변에서 채집한 나뭇가지에 무심하게 노끈을 늘어뜨리고, 욕심 없이 한지를 덧붙였다. 비평가 매칭으로 참여한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은 권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인위적인 제작을 넘어 흐르는 것을 포착했다. 자연에 대한 무심한 통찰을 통해서 하나로 응축한 풍경이다며 최소한의 작위를 통해 그냥 그대로를 표현하면서 진정한 삶을 사는 무위(無爲)에 다가서는 듯하다고 했다. 권 작가는 전북대 미술학과 졸업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8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12.03 17:09

[특별 기고] 전북도립미술관, 귀한 ‘수묵정신(水墨精神)’을 보여주다!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고려대 명예교수 지난 두 달 동안(2019.10.01-12.01)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에서 귀한 전시가 열렸다. 수묵정신전은 전북의 역사 문화 저력이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막상 전시장에 들어가 보니 기대 이상의 놀라움과 감동이 느껴졌다. 요즈음 보기 드문 수묵화 전시인데다 이응노, 장우성, 권영우, 서세옥, 김호석 등등 이름 있는 대가들과 젊은 세대의 작품까지 알차게 꾸민 전시 의도에 공감이 갔으며, 무엇보다 은은한 묵향의 울림이 오래 남는 진실성이 깃든 전시였다. 이번 수묵정신전은 전북이어서 가능하고, 전북에 어울리며, 전북답다는 인상을 남겼다. 제2전시실에 전시된 이삼만, 이정직, 황욱, 송성용 등 앞 세대 전북 어르신들의 서화 작품은 수묵정신의 수준을 잔잔하고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전북과 수묵정신은 잘 결속되고 살아 있었다. 수묵정신이야말로 예향 전북의 다양한 문화자산 가운데 으뜸 품목으로 맥맥히 자리매김할 가능성 자체이며, 그리하여 전북은 이 땅의 수묵정신을 선도할 역사적 책무를 가지기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시대가 바뀌어 예술의 내용과 형식이 다양해지고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체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수묵의 가치란 시공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묵은 여러 색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고 차원을 달리하는 의미를 가진다. 수묵은 여백(餘白)과 짝하여 사물과 존재의 본질을 그려낸다. 그 근거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와 관련이 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는 사람을 사람답게하는 것이요, 사람은 향상하는 존재라는 것이 문화시대에 유효한 인간관이다. 고래로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지향한 이상가치는 진(眞)선(善)미(美) 일치였다. 인격완성의 길에 내면이 평화롭고 고요(寂靜)한 상태에서 맛보는 미적가치는 담박(淡泊)소쇄(瀟灑), 즉 맑고 시원함이다. 맑고 시원함은 단지 여러 맛 중의 하나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보편가치로서 누구든 그 경지에 도달하여 누리는 고상한 맛인 것이다. 요컨대 인격완성의 길에 쌓은 내공이 그대로 작품의 격조로 드러나는 것이다. 맑고 시원한 작품을 하려면 맑고 시원한 인품을 지녀야 한다. 예술이 생활이요, 생활이 예술, 예술과 생활이 하나라는 뜻이다. 이것이 동아시아 문예정신이다. 사람은 자유를 추구한다. 장자(莊子)는 가장 사람다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소요유(逍遙遊)라 하였다. 유유자적(悠悠自適) 산야를 노니는 여유를 꿈꾸던 사람들이 산수(山水)를 그려 방에 걸어두고 보았다. 시서화(詩書畵)를 즐기고 산수정신을 담아내는 문예의 매체로서는 맑고 시원한 수묵이 제격이었다. 수묵은 농담(濃淡)의 무궁무진한 변화에 따라 실로 수많은 표정을 담아낼 수 있다. 동아시아 서화의 근간이 되는 붓과 먹, 필묵(筆墨)은 어떤 색채로도 대체할 수 없는 미묘하고 탄력 있는 낭창낭창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잘 다루어진 수묵은 시적(詩的)이고 기운생동(氣韻生動)한다. 장식성과 구구한 설명이 배제된 수묵은 고차원의 정신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수묵정신은 인간의 높은 정신 가치를 드러내는 길이기에 과거가 아니라 현재요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예향 전북은 각별한 감성과 끈기의 고장답게 의식주 생활문화를 풍성하게 발전시켜왔다. 뿐만 아니라 고상한 정신 가치를 지향하는 수묵의 세계에까지 성과를 낸 점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을만하다. 수묵의 보편성에 눈뜨고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시도한 전북도립미술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수묵정신전! 이 의미 있는 기획 전시가 1회에 그치지 말고 예향 전북의 이름을 달고 국내와 국외 다양한 지역에서 순회전을 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고려대 명예교수

  • 전시·공연
  • 기고
  • 2019.12.02 18:46

“그대 오라, 전주국제영화제 함께 만들 책임감 있는 참 인재”

(재)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승수, 이하 조직위)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영화제)를 함께 만들어 갈 프로그래머를 공개 모집한다. 새로운 집행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프로그래머 집단 사임에 대한 후속 조치다. 또한 조직위는 이충직 집행위원장을 이어 영화제를 이끌어갈 새 집행위원장 후보도 압축해 의사를 타진하는 등 내년 영화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상용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이사회가 김 수석 프로그래머의 집행위원장직 수행을 반대했다며, 지난 11월 끝으로 영화제와 결별했다. 이들은 이사회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7년의 시간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쏟아진 시선은 따가웠다. 무책임한 행태라는 것. 집행위원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니 등을 돌렸다는 것은 7년간 영화제와 함께 한 프로그래머로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위는 올해 초 영입한 문성경 프로그래머와 호흡하며 영화제를 가꿀 책임감 있는 프로그래머공모에 팔을 걷었다. 프로그래머 공개모집은 지난 2010년에 이후 20년 영화제 역사상 두 번째다. 계약기간은 조직위 전문위원 규정에 따라 정하며, 영화제 상영작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게 된다. 원서 접수는 16일까지 전자우편(recruit@jeonjufest.kr)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방문 및 우편 접수 불가. 지원서는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jiff.or.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지원 자격은 조직위 인사규정 제12조(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다른 법령에 의거 응시자격이 정지되지 아니한 자, 국제영화제 영화 프로그래머 업무 경력자, 영어 가능자이다. 영화 제작수출입마케팅비평 및 관련 기관 근무 경력자, 제2외국어 가능자를 우대한다. 1차 서류전형 합격자는 18일 개별 유선 통지할 예정이며, 2차 면접은 서류 전형 합격자에 한해 세부 일정을 개별 유선 통지한다. 또한 조직위는 제21회 영화제 스태프 2차 모집도 진행한다. 10개 팀, 41개 파트이며, 원서는 11일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한다. 공개 모집 관련 자세한 문의는 영화제 경영지원실 063-280-7914. 한편 제21회 영화제는 2020년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 영화·연극
  • 이용수
  • 2019.12.02 18:37

동학농민혁명 일어났던 1890년대, 민중의 삶 사진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마중물이 됐던 1894년 전후 조선 사람들. 서세동점 시기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한쪽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고, 나머지 한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었습니다. 그들의 앵글에 포착된 조선 민중의 다양한 얼굴, 역사가 된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봅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민중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사진전이 정읍에서 열리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이형규)이 내년 4월까지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진행하는 포토그라프 Photograph, 1894 민중 The People 기획특별전. 이번 전시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던 1894년과 그 전후 시대, 조선인을 찍은 사진 원본 21점과 확대 인화본 74점을 소개하고 있다. 간식 먹는 일꾼, 갓을 쓴 한국남자,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노인, 호기심 많은 사람들. 동학농민혁명 당시 민중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1894년 당시 조선에 들어와 청일전쟁을 취재했던 프랑스 출신 화가이자 기자인 조르주 비고(1860~1927)가 찍은 사진들, 조선을 여행하고 여행기를 남긴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이 찍은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영국에서 변호사이자 사진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테리 베넷(1958~)이 수집한 1860~1900년대 한국 사진과 해양사학자로 활동했던 김재승 박사(1943~2011)가 수집한 1870~1890년대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부 다양한 얼굴 조선의 민중, 2부 삶을 일구는 위대한 땀방울, 3부 일상이 역사가 된 그들의 생활 등으로 구성됐다. 이형규 이사장은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황토현 전승일, 5월 11일)이 제정된 뜻깊은 해라며 이번 전시는 사진으로 보는 동학농민혁명이라는 대주제로 내년까지 이어지는 특별기획 시리즈의 첫 장이다. 사진을 통해 격변기 조선 민중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12.02 17:35

김민자 작가, 개인전 ‘바람꽃 그리고 Waltz’

섬유미술을 전공한 김민자 작가가 3일부터 8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 바람꽃 그리고 Waltz를 연다. 바람꽃 그리고 Waltz 연작, 해바라기, 꽃비가 내리면 등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그가 꿈꾸는 삶의 희망을 작품으로 옮겨 펼쳐 놨다. 마티에르의 재질감에 비중을 둔 전통 한지조형과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매체 표현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을 실험하며 완성한 작품들. 어떤 형식에 붙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이 담긴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싸늘해진 날씨에 옷깃을 세우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바삐 걷는 이들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며 작품 주제나 소재는 삶의 이야기와 또는 꿈을 꾸는 희망적인 이야기이다고 했다. 이창규 원광대 미술대학 명예교수는 그녀의 전시를 축하하며 꽃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에서 그 꽃 안에 존재하는 그녀의 심상의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솔한 음성으로 감상자에게 대화를 건네 온다고 했다. 김 작가는 호원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 미술대학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했으며, 300여 차례 단체초대전에 참여했다. 한국미술협회, 전북미술협회, 가람섬유조형회, 한지조형작가협회, 한국공예가협회, 색깔로 만난 사람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12.02 17:35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