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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견고한 생각, 무릎 탁 치게 만드는 ‘언중유골’

정성수 시인이 산문집 <눌변 속의 뼈>(고글)를 펴냈다. 시집, 시곡집, 동시집 등 다양한 쟝르의 책 짓기를 부지런히 이어온 정 시인의 59번 째 작품이다. 산문집에는 정 시인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과 수필이 담겼다. 책은 498쪽 4부로 구성됐으며, 각 부마다 24편씩 총 96편이 실렸다. 책 장 사이사이에는 정 시인이 평소에 촬영한 사진들도 독자를 반긴다. 문인의 길은 험난합니다. 바람 불고 세상이 춥다 할지라도 어깨를 펴고 의연히 걸어가야 합니다. 자존심은 바늘끝 같아야 하고 옳지 않는 일에는 절대 굽혀서는 안 됩니다. 정 시인이 저자의 말을 통해 문인은 단순한 문자 기록자가 아니라 지성의 표상이며, 문학적 사가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이러한 정 시인의 믿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준관 시인은 표사에서 산문집 <눌변 속의 뼈> 곳곳에는 언중유골로 드러나는 글들이 많다.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무릎을 치게 되고 위로를 받는다며 삶에 대한 견고한 생각과 체험으로부터 습득한 글들은 감동이 깊고 울림이 크다고 평했다. 정 시인은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0여 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현재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로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9.18 18: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 - 서성자 장편동화 ‘돌 던지는 아이’

17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나는 평생교육원의 동화창작교실을 찾아갔다. 그 곳에서 지금까지 함께하는 글벗들을 만났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서성자 작가이다. 같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전북일보 신춘문예도 작가가 당선된 다음 해에 내가 되었으니 우린 참 특별하다. 서성자 작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긍정적이고 배려심이 넘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칭찬거리를 찾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특히 작고 여린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존경스럽기만 하다. 장편동화 <돌 던지는 아이>의 몽개도 마찬가지이다. 몽개는 노비라서 동생 몽이를 잃었고, 노비라는 이유로 누나 유월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주인 집 도령 지상이의 도움으로 글을 배워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아프게 겪어야만 했던 몽개는 신분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꿈꾼다. 사람들은 신분의 벽을 깨자는 만적의 말에 새알로 벽치기가 아니냐고 묻는다. 그 때 몽개가 나서서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사람들은 거기에 벽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살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알이 깨진 흔적을 보면 사람들은 그게 벽인 줄 알게 될 거예요. 돌도 던져 봐요. 던진다 던진다 생각만 하지 말고, 던진다 던진다 말만 하지 말고, 진짜로 돌을 던져 보자고요. 아마도 몽개의 이런 말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작가의 마음이었으리라. <돌 던지는 아이>는 고려 시대 최충헌의 사노비 만적이 여러 노비들과 함께 봉기를 일으킨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역사시간에 시험 공부하느라 외웠던 만적의 난을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만적, 효삼이와 같은 이름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역사 속 만적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작품 <돌 던지는 아이>에서는 몽개에 의해 살아나 진주 노비들의 난에서 활약한다. 양반의 아들 지상이가 준 조각도로 몽개가 자신과 만적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 또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 낸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말처럼 여전한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몽개처럼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더 애쓰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책 깎는 소년>이 있다. <책 깎는 소년>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9.18 18:34

[신간] 김제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50년 역사 ‘한눈에’

흔히들 반세기 50년이라는 말을 쓴다. 쉽게 쓰는 말이지만 50년이라는 세월은 인간이나 단체에나 녹록지 않았을 무게를 담고 있다. 50세를 일컬어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의미일 터. 지역의 예술단체, 김제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가 50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김제예총은 출범 50년을 맞은 올해, 그 세월의 의미를 담아 <김제예총 50년사>를 발간했다. 역사는 잊지 않는 사람의 기름진 토양이라는 제목의 발간사처럼 지난 세월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곳곳에 가득하다. 김영 김제예총 회장은 5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으로는 장년에 해당하는 나이이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김제예총을 아끼고 사랑하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50년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제예총 각 협회마다 가지고 있는 자료의 양이 다르고, 심지어 김제예총의 자료도 각 시기에 따라 차이가 컸기 때문. 자료들 사이의 비율을 맞춘 중간을 짚어내기가 힘들었다. 더욱이 한 단체의 역사를 기록한 책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갖가지 욕심이 생기기 쉽고, 또 누군가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김제예총 50년사는 그 중간이라는 것을 잘 찾아낸 듯싶다. 일례로 김제 지역 예술인들의 큰 염원이었던 김제예술회관의 건립과정과 운용과정 등도 책에 담고 싶었지만, 욕심을 버렸다. 훗날 독립된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또 김제시민의장 문화장을 받은 분들의 자료도 대략적으로나마 소개하며 의미를 더했다. 책 속에는 김제예총과 한국예총의 연혁과 사업부터 협회별 연혁이 자세히 수록돼 있다. 한국국악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음악협회, 한국무용협회 등의 김제시지부 이야기도 허투루 싣지 않았다. 책을 접하거나, 김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 말미에 실은 부록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리랑 문학관과 문학마을, 벽천미술관, 김제농악, 그리고 서예로 본 금산사 현판 등 최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들도 빼곡히 수록돼 있다. 곳곳에 실어놓은 사진 자료도 소중한 지역유산의 모습을 살펴보는 좋은 예가 된다. 김영 회장은 소소한 바람 한 가지도 담아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앞으로의 김제예총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바람이다. 그는 각 개인에게 보관된 자료는 없는 자료나 마찬가지다. 예술은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며 시에서 예술문화의 모든 자료를 담은 아카이브 구축과 운영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간사 말미에 쓰인 가난한 예술의 길이지만 기꺼이 걷겠다는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이 50년을 이어온 작지만 강한 협회의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9.18 18:29

[신간]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평생 교직에 몸 담았던 강태구 시인이 시집 <마음의 꼬리>(황금알)를 펴내며 세상의 모든 눈과 마주하며 끝까지 걷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애써 되돌리고픈 마음의 꼬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긴긴밤, 시인은 지난 날 쩔치지 못하고 중얼거린 마음을 꼭 붙들고 바람, 돌, 풀, 꽃을 생각한다. 시인의 시선은 묻지마식 혼잣말이 가득한 세상으로 향했다가 하얀 그리움에 임 생각을 담아 보낸다. 그리고 익숙한 약속에 다시금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되돌아가고 싶은 날은 언제인지 떠올려본다. 정휘립 문학평론가는 평설을 통해 강태구 시인은 불변의 과거에 형성된 자아의 양태를 끊임없이 반추하면서, 동시에 가변적 현재에 처한 자신의 위상을 끈기 있게 관측한다며 시인의 과거태와 현재태, 그 두 가지 기세가 상호 길항하면서 재생산해내는 시편들의 결마다 함초롬히 배어나는 것은 시인의 정직한 욕망이며 그 올바른 욕망은 항시 저 너머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구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했다. 작품 활동은 2010년 시집 <허공을 긁어오다>로 시작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18 18:29

[신간] “산사를 뒤돌아보며 나는 이렇게 만행 길을 떠났다”

문리(文理)가 모두 묘하여 그윽한 법칙을 이해하고 거치른 궤도를 벗어나는 것 아님이 없으니 어찌 묘법(妙法)이라 하지 않겠는가. 전북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창 소설가가 <묘법연화>(도서출판 바밀리온)를 출간했다. 만행승의 구도소설이라는 부제목이 붙었다. 수행을 위해 길을 떠난 승려가 도(道)를 구하는 내용이라는 데 생각이 모인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있는 묘법연화경은 시방삼세 모든 부처가 낳은 큰 뜻이자 9도 4생이 모두 한 길로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문을 일컫는다. 이 법은 보여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말의 모습이 적멸해 텅 빈 듯 근거할 수 없고 소연해 의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말하기 위해 억지로 이름붙인 것이 묘법연화라는 것이다. 바랑 메고 행전 둘러 길 떠나 가는 것은 다시 옴의 시작이라 청산 게 있으면 나 또한 있으리라. 산사를 뒤돌아보며 나는 이렇게 길을 떠났다. 이야기는 월락남방금송비, 까치 떼 울음소리, 묘법연화, 연화, 방랑승, 부처 등 6장으로 나눠 전개된다. 뒤돌아본 청산에게 이르며 나는 이렇게 만행 길을 떠났다는 작가의 말처럼 대천계삼라만상 지혜의 눈을 뜨는 인물과 동참할 수 있다. 김한창 소설가는 1999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해 소설집 <접근금지구역>, <핑갈의 동굴>, <사슴 돌>과 장편소설 <꼬막니>, <바밀리온>, <솔롱고1>를 썼다. 지난 2010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시아거점 몽골문학 레지던스 소설작가로 선정돼 몽골 울란바타르 연구교수로 파견됐으며 현재는 객원교수로 재임하면서 한국과 몽골의 교류문집과 소설선집의 발행을 추진하는 등 한국과 몽골문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문협, 몽공문학연맹회원, 한국소설가협회중앙위원, 표현문학 동인, <한-몽 문학>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9.18 18:2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 문학의 메카, 전북] ⑨ 춘향전, 최고의 고전소설 비결…한국적 한(恨)의 ‘삭임’ 미학

금 술잔의 아름다운 술은 만백성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 옥쟁반의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姓膏) /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燭淚落時民淚落) /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의 소리 드높도다(歌聲高處怨聲高) 변학도 생일잔치에 암행어사인 이몽룡이 걸인 행색으로 들어와 슬며시 내보인 시다. 이 시는 <춘향전>이 우리나라 최고의 고전소설로 일컬어지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통쾌한 작품이다. 춘향전은 우리 한국문학의 상징이요, 보물이다. 한 개인의 창작품이 아닌, 누대에 걸쳐 여러 설화들이 꿰어져 이루어진 구비문학이요, 민중들 사이에 판소리로 불리다가 정착된 적층문학이다. 그러기에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이본(異本)만 해도 120여 종이니 이야기가 처음 만들어진 이후 살아 있는 문학으로서 민중의 사랑을 함뿍 받으며 정착된 작품이라 하겠다. 춘향전을 포함한 흥부전, 심청전, 별주부전 등의 판소리계 소설은 소설로 정착되기 이전에 판소리로 불리던 작품들이다. 춘향전을 살필 수 있는 가장 오랜 문헌이 1754년의 만화본 춘향가인데, 이는 한역(漢譯)으로 전해오고 있어 그 이전의 원(原) 춘향전은 현재 알 길이 없다. 수많은 이본 중 대표적인 것이 <남원고사>와 <열녀춘향수절가>이다. 남원고사는 1860년대 서울에서 필사된 것으로 경판본의 원류격이 되며, 가장 많이 읽히는 완판본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는 19세기 후반 전주에서 간행된 <별춘향전>의 계열로 나온 것이다. 남원고사의 춘향과 열녀춘향수절가의 춘향은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남원고사에서 춘향은 기생으로 나오고, 성격도 교만하며,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 면모를 보인다. 반면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는 성참판의 서녀로서 여염집 처자로 나오고, 정숙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두 춘향의 신분과 성격이 이렇게 대조적으로 그려진 것은 당대 민중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 할 것이다. 서울 지역 양반층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남원고사에선 춘향이 비속하게 그려진 것이라 하겠고, 신분상승의 염원이 담긴 평민층 중심의 완판본에서는 춘향을 다소 미화하여 민중의 꿈을 담아낸 것이라 하겠다. 판소리 춘향가가 여러 이본의 소설 춘향전으로 거듭나면서 활발하게 읽히던 시기는 19세기로 추정되는데, 정조 이후의 19세기는 그야말로 세도정치, 삼정문란, 농민수탈 등으로 중세 통치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기이다. 열녀춘향수절가는 그 표제부터 유교의 윤리적 가치를 중시한 작품으로 개작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제1장에서 숙종대왕 즉위 초에 성덕이 넓으시사 성자성손은 계계승승하사로 시작되는데, 나라가 위기에 처한 조선 말기에 국태민안을 바라는 백성들의 염원이 후대의 춘향전으로 갈수록 짙어진다. 춘향이 변학도에 저항하는 것도 결국은 국가적 질서가 바로 잡히길 원하는 백성들의 소망이 담긴 것이다. 판소리 열두 마당 중 다섯 마당만 전해오는데, 이 역시 당대의 민중들의 염원과 연결된다. 골계 위주의 판소리는 생명력을 잃게 되었고, 골계와 더불어 비장미가 조화를 이룬 판소리들이 당대 민중들에게 호응을 받았던 것이다. 민중의 진정한 현실을 담는 리얼리티는 비장미와 더불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비장미는 근대적 자아의 소유자라 할 수 있는 춘향의 패배에서 비롯된다. 이몽룡과의 이별, 변학도에 의해 당하는 태형과 하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패배를 통해 춘향으로 대변되는 백성들의 한(恨)은 응집되며, 이는 비장미를 극대화하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오페라 춘향전 장면(2015년 오스트리아 빈) 춘향전은 판소리에서 나왔으되 판소리는 아니며, 정착이 이루어진 한 편의 소설이다. 춘향전의 원전에 가까운 것이 남원고사 계열의 경판본이냐, 별춘향전 계열의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냐를 떠나, 변형 가능한 춘향전으로서 평등사회를 꿈꾸는 민중의 뜻이 잘 담긴 것은 뒤에 간행된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찾아진다고 할 수 있다. 춘향전은 이제 우리나라만의 고전이 아니라, 세계의 고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의 화려한 무대 위에 춘향은 오페라의 한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그 존재감을 당당하게 발휘하기도 한다. 춘향전이 이렇듯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과연 어떤 힘을 바탕으로 한 것일까. 대체로 소설은 결핍과 결핍 해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에는 강자와 약자의 대결 양상이 나타난다. 퇴기 월매와 성참판의 서녀로 태어난 춘향의 결핍 요소는 기생의 딸이라는 점이다. 미천한 신분이 양반 자제 이몽룡과 사랑을 이루고 마침내 정렬부인에까지 오르기에는 결핍 해소를 위한 춘향의 노력, 즉 근대적 자아 개념에 눈을 뜬 한 인간의 진실적 저항이 필요했다. 여기서 발견되는 게 한국적 한(恨)의 궤적이다. 젊음의 춘정과 신분상승 의지로 출발한 이몽룡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암행어사 이몽룡과의 재회까지의 사랑 이야기에는 한국적 한의 승화 과정이 놓여 있다. 평론가 천이두는 한국적 한은 다층적이며, 부정적 한이 긍정적 한으로 승화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한국적 한의 구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적 요소에는 다른 민족과는 다르게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서 복합적인 한(恨)의 양상이 나타난다. 부정적 한으로서의 원(怨)과 탄(嘆)이 삭임의 과정을 거쳐 원(願)과 정(情)으로 승화된다. 춘향의 첫 좌절은 이몽룡과의 이별에서 찾아진다, 이몽룡으로부터 이별의 말을 들었을 때 춘향은 왈칵 뛰어 달려들며 치맛자락도 와드득 좌르륵 찢어버리며, 머리도 와드득 쥐어뜯어 싹싹 비벼 도령님 앞에 던지면서 저항한다. 춘향의 공격적 한, 원(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약자의 한은 이내 퇴영적 탄식으로 바뀐다. 옥중 춘향의 탄식은 이를 잘 보여준다. 춘향 이야기의 극적 전개는 옥중의 꿈을 통해 시작된다. 황릉묘(黃陵廟)의 꿈이 그것이다. 옥중 꿈속에 춘향은 역대의 열녀들을 모신 사당 즉 황릉묘에 올라 그들의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는다. 이는 옥중에 갇혀 처참해진 춘향이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신분상승 의지보다는 이몽룡을 향한 수절(또는 사랑)로 반전하는 극적 장치가 된다. 대체로 힘은 밖에서가 아니라 내면에서 이루어진다. 그 내면 변화의 힘은 옥중에 걸인 행색으로 나타난 이몽룡과의 만남에서 표출된다. 출세한 이몽룡을 기다려왔는데 이몽룡은 초라한 걸인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때 춘향은 어머니 월매에게 유언으로 부탁한다. 금명간 죽을 년이 세간 두어 무엇 할까. 용장, 봉장, 빼닫이는 되는 대로 팔아다가 별찬 진지 대접하오. 나 죽은 후에라도 나 없다 마시고 날 본 듯이 섬기소서. 모든 기대가 일시에 무너졌음에도 춘향은 오히려 이몽룡을 염려하며 돌봐 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한의 독소인 공격성[怨]과 퇴영성[嘆]을 초극하여 윤리적, 미학적 가치로 삭이고 발효시킨 것이다. 승화되어 다시 태어나는 옥중 춘향의 주체성은 천이두의 한국적 한의 내재적 지향성으로서의 이 삭임의 기능이야말로 이른바 한국적 한의 진정한 고유성이라 할 것이다.라는 말에서 그 해답이 찾아진다. 임방울 춘향가나 <옥중화>에서 춘향은 이몽룡에게 본관사또[변학도]마저 괄시하지 말라는 부탁까지 한다. 본관사또 아니고 보면 열녀 춘향이 어디서 나왔겠느냐고까지 말한다. 여기서 춘항의 한은 변학도를 용서하고 오히려 감사하는 데까지 이른다. 이게 곧 우리 민족 고유의 한의 세계요, 자타를 초월한 지고한 경지라 할 것이다. 춘향의 한은 우리 민중의 한을 대변한다. 여기에 춘향전이 민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 점이 곧 춘향전의 진정한 생명력이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역사적 산물로 이루어진 한(恨) 말고 우리 한민족 고유의 한사상이 존재한다. 한은 너와 나를 넘어선 것이며, 세계와 우주를 하나로 보는 단군 이래의 철학이다. 한은 하나이면서 전체이다. 그래서 반만 년 이상의 훨씬 전에 홍익인간이라는 통치이념이 나온 것이다. 밝음을 추구하는 근원적 저력이 내재하기에 우리 민족은 원망[怨]과 탄식[嘆]을 승화하여 소망[願]과 정한[情]의 세계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춘향전이 민족적 고전성을 인정받고 아울러 세계의 고전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삭임이라는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에서 나왔던 것이다.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9.09.18 17:51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 전당, 순례자·지역민 위한 휴식공간 되길”

내년 말 전주 치명자성지에 마련될 세계평화의 전당의 착공을 알리는 첫 삽을 떴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7일 오전 치명자성지 신축부지(전 한옥마을 임시주차장)에서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 전당 건립사업 착공식과 부지축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개회식, 부지축복식, 착공식 등 3부로 나눠 추진위원장 인사, 사업추진경과 보고, 착공기도, 내빈소개 및 축하인사, 성토식 순서로 진행됐다.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희태 사도요한 신부는 개회식 인사말에서 전주 치명자성지는 호남의 사도라 불리는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의 헌신이 녹아있으며 한국순교사의 찬란한 진주라 칭송받는 동정부부 순교복자 요안과 루갈다의 사랑이 깃든 공간이라며 민관의 많은 협조로 오늘 착공식을 올리는 세계평화의 전당이 전북지역에서 뜻 깊은 몫을 해낼 수 있는 시설로 완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평화의 전당 관장을 맡고 있는 김영수 헨리코 신부가 사업추진경과에 대한 보고를 진행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 김승수 전주시장, 장우일 문화체육관광부 천주교 담당 종무관, 김광수 국회의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 박병술 전주시의회 의장,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전주갑지역위원장, 정동영 국회의원 부인 이미경 여사, 한병성 천주교 전주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시공사 ㈜대원건설 관계자 등을 비롯한 내빈이 참석해 천주교 신자 및 지역주민들과 함께 전당의 성공적인 건립을 기원했다. 송하진 도지사는 치명자산을 찾는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다.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와 전북의 자랑스런 문화공간 자원이 되고, 많은 도민들의 사랑받았으면 한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전주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 전당 건립사업 추진위원회와 시공사 ㈜대원건설이 주관하는 세계평화의 전당 건립사업은 전주한옥마을 인근 치명자산성지 일원 부지 1만7000여평에 피정연수관, 생활체험관, 테마공원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게 주요 골자다. 천주교 순교성인의 정신적 자산을 보전하고 순례자와 관광객의 발길을 불러모아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국비 84억원, 지방비(전북도전주시) 98억원, 자비 98억원 등 총 사업비 280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다.

  • 종교
  • 김태경
  • 2019.09.17 17:30

“춤 it 수다!” 선화당에 춤꽃이 피어나다

전주춤의 정체성을 밝히고 지역을 대표하는 춤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한 전통무용 펼쳐진다. 산조전통무용단(예술감독 문정근)은 18일 오후 7시 30분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 대표공연 전주춤 뿌리 찾기의 네 번째 순서로 춤 It 수다! 선화당에 꽃이 피었습니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북도립국악원 유상록 전북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의 사회로 이루어지는 이번 공연은 대화와 이야기가 있는 춤 공연으로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공연의 시작은 춘앵무가 알린다. 춘앵전은 효명세자가 모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만든 궁중정재다. 동작이 다양하며 꾀꼬리가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봄을 노래하는 정경을 담았다. 이어 태평무, 전주 민살풀이 춤, 예기 손수건춤을 선보인 후 전라삼현육각보존회의 실악으로 전주검무, 전라삼현승무, 전주학무가 무대에 오른다. 특히, 전북무형문화재 제48호 예기무 보유자인 김광숙과 전북무형문화재 제52호 전라삼현승무 보유자인 문정근 전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장의 무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전라도 춤의 본향을 찾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새롭게 복원을 거쳐 이번 공연에서 첫 선을 보이는 전주검무는 염불, 타령, 잦은 타령이 순차적으로 연주되는 가운데 인사태, 먹임사위, 쌍오리, 진격퇴, 연풍대 등 활달하면서도 재미있는 춤사위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문정근 예술감독은 전주지역 전통춤에는 전라도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전주 정신이 깃들어있으며 이러한 전 주정신은 역사가 된다며 전주 검무의 복원과 재현을 위한 무대로서 전북의 천년역사를 새롭게 이어나갈 전주 미래문화예술유산의 가치를 찾는 뜻깊은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연 1시간 전부터 입장권을 선착순으로 배포한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9.17 17:30

판소리, 민요, 드라마 OST 뭉치자…‘소리, 꽃이 되다’

판소리아카펠라 화초장, 전주비빔밥 song, 소리 四君子, 돈타령 등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공연을 기획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온 문화포럼 나니레가 기존의 우수 레퍼토리를 하나로 모은 무대를 전주에서 펼쳐보인다. 전주 덕진예술회관, 타악연희원 아퀴, 문화포럼 나니레가 공동 주최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2019 공연장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상주단체 교류협력공연으로 오는 18일 오후 2시 전주 덕진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후원했다. 이번 교류협력공연은 전주덕진예술회관 공연장 상주단체인 타악연희원 아퀴와 순창군문예회관 공연장 상주단체인 문화포럼 나니레가 지역의 우수한 문화예술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전북도민의 문화향유권을 키우기 위해 기획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타악연희원 아퀴는 순창군문예회관을 찾아 나라가 빛을 되찾다라는 주제로 순창군민들과 소통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무대는 타악연희원 아퀴의 순창 공연에 대한 화답으로 열리는 문화포럼 나니레의 전주 공연인 만큼 판소리와 민요부터 드라마 OST, 나니레의 오리지널 컨텐츠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18일 전주 덕진예술회관 공연장에서는 소리, 꽃이 되다라는 주제로 엮은 △너영나영 △태평가 △인연 △희노애락 △신사랑가 △상사화 △산다는거 △봄이 온다면 △이몽룡아 △돈타령 등 10개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있다. 타악연희원 아퀴 관계자는 명절연휴가 모두 지난 후 지치고 허한 마음을 달래줄 명품 공연을 준비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장르의 음악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문의는 070-7558-4023.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09.17 17:30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개막작 ‘꼭두 이야기’, 폐막작 ‘청춘의 십자로’ 공개

전주에서 펼쳐질 무형유산과 영상의 만남 2019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가 오는 27일 개막을 앞두고 개막작과 폐막작을 공개했다. 올해는 영화와 공연이 만나 과거의 영화유산과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재창조된 특별한 작품을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개막작은 필름 콘서트 꼭두 이야기(2018)다. 김태용 감독과 방준석 음악감독이 국립국악원과 함께 만든 공연 꼭두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영화 상영과 함께 국립국악원 악단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할머니 몰래 꽃신을 내다 판 남매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4명의 꼭두와 함께 다시 꽃신을 찾으러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리운 사람을 떠나보내는 전통 장례 풍습에 영화적 상상력과 국악전통무용의 멋을 더해 다채로운 감동을 전한다. 폐막작으로는 안종화 감독의 변사 공연 청춘의 십자로(1934)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이며 문화재 제48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7년 복원을 거쳐 공개된 후 변사(무성영화해설사), 밴드 라이브 연주, 배우들의 뮤지컬 공연을 결합한 복합문화공연으로 재탄생했다. 새로운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경성으로 온 세 청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80여 년 전 과거와 현재를 이어보는 기회로 꾸며질 전망이다. 2019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운영 사무국 관계자는 올해의 개폐막작은 영화와 공연이 결합된 형태로 관객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문화적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무형유산을 비롯해 영화와 공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19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IIFF)는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된다. 모든 영화 관람과 행사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09.16 18:37

“수도권·비수도권 문화콘텐츠산업 양극화 심화…대응 나서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콘텐츠산업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간 경제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7년까지 5년간 콘텐츠 산업 지역별 매출액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6.7% 증가한 113조2165억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의 64%를 차지했고, 경기도가 23조6000억원 매출로 20.9%를 기록했다. 그 뒤를 부산(2.5%), 대구(1.7%), 인천(1.4%)이 이었으며 전북은 0.6%에 그쳤다. 최하위인 전남(0.3%)과 큰 차이가 없다. 김수민 의원은 이렇게 서울, 경기와 그 밖의 지역이 문화콘텐츠산업 매출액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업체가 서울과 경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콘텐츠산업 종사자 수 역시 수도권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출한 문화콘텐츠산업 지역별 사업체 수 현황 자료를 보면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 방송,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등 문화콘텐츠산업 사업체 3만4000여개가 서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32.7%에 달하며, 경기 지역에도 2만300여개가 있어 19.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수가 가장 적은 곳은 1045개가 있는 제주도인 것으로 나왔다. 전북은 2942개(2.8%)로 전남(2.5%), 강원(2.4%), 충북(2.7%)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4차산업혁명시대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 분야가 문화콘텐츠인데, 서울과 경기도에만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비수도권지역과의 문화양극화가 경제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문화 문화균형발전 방안을 신속하게 수립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09.16 18:37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용비어천가

지금 방탄소년단이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사로잡는다면, 세종대왕(재위 1418-1450)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로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고자 했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음악을 역할을 중요시했다. 노래가사에 반영된 백성들의 마음과 사회의 모습을 알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노래들을 수집하여 민심民心을 살폈고, 정치적 소문을 노래 가사로 지어 퍼트리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애국가愛國歌를 들으며 마음을 굳게 다잡은 것, 현재 월드컵, 올림픽 등을 보며 응원가를 부르며 하나가 되고, 애국가를 들으며 숙연해지는 것도 노래가 가진 힘 덕분이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농업서인 농사직설農事直設, 우리나라의 하늘에 맞는 시간과 달력을 담은 역법서 칠정산七政算, 우리나라 약재 정보를 담은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등을 만드는 등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업적은 남겼다. 세종대왕의 눈부신 업적 중에서도 가장 비밀리에 진행되고 조심스러웠던 프로젝트가 우리말, 훈민정음의 창제이다. 당시 세종대왕은 두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훈민정음을 반대한 신하들을 설득하는 것과 조선이 고려를 뒤엎고 세운 나라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백성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었다. 세종대왕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으로 조선 왕조의 창업을 칭송한 노래인 용비어천가의 가사를 쓰는 것을 선택했다. 왕이 되어 날아올라(龍飛) 하늘의 명에 따른다(御天)는 용비어천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종대왕은 조선의 건국이 하늘의 뜻을 따른 것임을 분명하게 하면서 조선 건국이 정당하다는 내용은 노래 가사에 가득 담아두었다. 백성들은 한글가사로 용비어천가 음악을 들으면서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학자들은 신성한 내용을 담아 백성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는 훈민정음의 반포를 끝까지 반대하지 못하였다. 6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육룡이 나르샤,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등의 용비어천가 속의 내용이 방송에도 사용되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세종대왕의 음악을 활용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조선은 국가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고, 한글은 생명력을 얻어 우리의 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실 역사실에서 훈민정음으로 지은 첫 번째 작품이자 세종대왕의 깊은 고민이 담긴 용비어천가를 만날 수 있다. /이기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재·학술
  • 기고
  • 2019.09.16 18:35

전주 서학동 가을 미술축제 ‘쿤스트 서학’

깊어가는 가을, 전주 서학동을 지키고 가꾸는 예술가들이 마음을 모아 두 번째 축제를 연다. 서학동 갤러리길 협의회(회장 김성균)가 주최하는 미술축제 쿤스트 서학 (KUNST SEOHAK). 20일부터 24일까지 서학동 갤러리길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넉넉한 전시와 공연, 체험과 예술기행 등을 보고 즐길 수 있다. 갤러리길을 산책하며 설치된 아티스트의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해보세요. 아티스트 100여 명, 100여 작품을 실사 출력했습니다. 작가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죠. 길거리 전시뿐만 아니라 예술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도 풍성하다. 서학아트스페이스의 조각전 우리는 세상을 조각하는 예술가다, 아트갤러리 전주의 김정님 사진전, 피크니크갤러리의 도자전 가을 감성 테이블전과 김휘녕 개인전, 서학동사진관의 엄상빈 두만강변 사람들 사진전, 선재미술관의 곽승희 꽃띠 호랑 회화전 등. 개막식이 열리는 20일 오후 7시, 젊은 뮤지션과 무용가들이 펼쳐내는 공연도 신선하다. 정종웅하지혜황지혜 씨의 무용 무대와 김영주 재즈트리오의 재즈, 김유빈 씨의 국악공연과 은교밴드의 달달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밖에 스 토리 샵과 소통하다를 주제로 다양한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책의 첫 장을 각자의 개성대로 꾸며보거나, 티셔츠에 인쇄, 도자기 만들기 등 핸드메이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김성균 서학동 갤러리길협회장은 올해는 100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갤러리길의 외부 설치전시와 6곳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20여 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미술축제의 가능성과 풍요로움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쿤스트(KUNST)는 예술이란 뜻을 지닌 독일어다. 쿤스트 서학은 지역 예술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지속성 있는 예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해 시작한 축제다.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09.16 17:5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