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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이 가을바람을 타고 온다

금년 여름은 유달리 뜨거운 무더위와 연속적인 태풍으로 매우 힘겹게 지냈다. 축산농가들이나 채소를 키우는 경작자들의 무더위는 더 길고 힘들었다. 연일 양계장이나 양돈농가들의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가 뉴스를 메웠고 타들어가는 농작물들에 농심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었었다.더구나 금년에는 1962년 이후 50년 만에 한 해 4개의 태풍이 연달아 상륙하여 한반도는 태풍의 길목이 되었다. 지난달 '볼라벤'태풍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초가을의 심술꾼인 제16호 태풍 산바가 최고 초속 40m의 강풍을 동반하면서 지난 17일 제주도와 남부지방 곳곳에 물폭탄을 뿌리고 영남지방을 관통해 동해로 빠져나갔다. '볼라벤'과 '덴빈'의 겹태풍을 맞았던 남부지방이 이번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제16호 태풍 '산바'가 지난달 '볼라벤' 태풍때와는 달리 강풍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전북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벼가 물에 잠기는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많은 비가 내린 남원과 군산 등에는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전북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군산의 논 420㏊가 물에 잠겼고, 남원 28㏊, 부안 270㏊, 순창 95㏊ 등 7개 시군의 농경지 1140여㏊가 침수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금년 여름의 폭염과 연이은 태풍, 그리고 국내외의 경제불황으로 즐거운 민족의 고유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가계들의 시름이 크다. 국내소비 부진으로 인한 소득감소와 가계부채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곡물가격 급등, 유가 상승 등 대외적 물가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고, 태풍추석 명절 수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과 교통전기 등 서비스요금 인상 등이 겹쳐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므로서 추석을 맞이하는 분위기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채소작황이 부진하고 과일이 많이 낙과되었으며 수산물류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거의 필수 제수용품인 배추나 사과.배 및 소고기돼지고기, 그리고 명태 고등어 갈치 조기 오징어등이 폭등할 조짐이 있다. 정부는 추석절 물가안정대책등을 위해서 15조원을 투입하고 전국 각 지자체에서도 추석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비축 수산물공급을 확대하고 추석제수용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예정이라는 대책이 연일 발표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주부들의 장바구니를 도와줄지는 두고 봐야 한다.폭염과 태풍을 뒤로하고 이제 서서히 가을이 물들고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금년에는 음력 3월에 윤달이 들은 관계로 예년보다 추석이 다소 늦은 편이다. 사실 추석은 가을의 오곡백과가 다 익은 만추(晩秋)에 있어야 제격이다. 벌써 들판은 황금물결을 자랑하고 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듯이 춥지도 덥지도 않고 하늘은 청명하며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석절기는 한해 수확에 감사하며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일가친척이 모여 잔치를 벌이는 이른바 추수감사제로 보아 틀림없다. 금년도 추석은 징검다리 휴일을 감안하면 5일 연휴가 되어 예년과 달리 혹심한 귀성전쟁을 없을 것 같다. 추석을 맞이하는 세태도 변화하고 있다. 추석전 미리 성묘를 하고 가족묘를 통폐합하여 성묫길은 갈수록 단순화 되고 있다. 어쩌면 미래세대에는 고향의 추석 성묘가는 추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2009년도 현재 우리나라 사망자중 65%가 화장을 하였으며, 한국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한 '장사제도 및 장사문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들은 본인의 향후 장례방법으로 매장보다 약 80%가 화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에는 멀리 떠난 가족이나 친지들이 마을로 모여들고 모처럼 훈훈한 이야기 꽃이 펼쳐진다. 뜨거웠던 여름 무더위도, 마음 졸였던 태풍도 모두 잊고 모처럼 가족 화합 한마당이 이루어 진다. 즐거운 추석명절은 아침저녁 소슬바람에 실려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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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20 23:02

광복 67주년 8월에 있었던 일들

독도·위안부 문제로망언 일삼는일본 정부이에 맞서 우리 국민들은하나로 뭉쳐 대응해야"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기어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킨 자취니길이 길이 지키세, 길이 길이 지키세" (광복절 노래 1절)2012년 8월 15일은 제 67주년을 맞는 광복절이었다.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의미있는 경축의 날이기도 하지만, 1948년 8월 15일 우리 대한민국의 정부가 수립된 것을 공표한 경축일이기도 하다. 그런 우리들의 8월을 일본 정부와 일본 정치인들이 무참히 짓밟았다.일본인들까지도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하는데, 일본 정부가 그 사실을 묵살하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우겨댄다. 식민지배의 향수를 버리지 못한 퇴행적 군상들의 양심실종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리 땅 독도를 방문한 것을 놓고 일본이 감 놔라, 떡 놔라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36년 동안 우리 국민을 핍박하고 위안부 여성 할머니들을 마음 아프게 한 것도 모자라, 남의 땅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집단적인 이성마비요, 인간으로서 있을 수 없는 망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고, 늦게나마 그 분들에게 위로를 해 주어야 도리라는 생각이 새삼 밀려오는 때이다. 일본인들이 세계의 양심을 모욕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할 때,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화합을 하고 하나로 뭉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침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하고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이제 한국은 피치 기준으로 'A+' 등급인 일본, 중국보다 한 계단 높은 등급으로 올라선 것이다. 피치는 한국의 등급을 올린 이유로 △실물 및 금융 부문의 안정성 △튼튼한 거시경제정책 체계 △사회 정치 부문의 안정 등을 제시했다. 1997년 일본의 은행들이 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무자비한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IMF 사태를 맞은 지 15년만에 보란 듯이 일궈낸 우리들의 경제성적표이기에 더욱 감회가 크다. 이런 때에 일부 노조들이 경제야 망가지건 말건 강력 투쟁만 일삼으려 드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입만 열면 민중과 민생을 말하는 사람들인데 행동은 정반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모를 투쟁에 매달릴 시간이 있다면 수해지역에 가서 봉사하고 위로해 주는 것이 국민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제발 편가르지 말고 하나가 되어, 부강한 나라가 되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아끼어 축복받는 나라, 축복받는 국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는 비닐하우스 집에서 살면서도 가난에 굴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땀흘리고, 그러면서도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이다. 이제 올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도 대한민국의 아들 또는 우리의 딸들이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후보를 잘 뽑아 축복받은 나라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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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13 23:02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후 피해 상황은 참혹했다. 축사가 무너지고, 양식장이 날아가고. 수확을 앞둔 과일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에는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특히 배로 유명한 나주 지방 농민들의 피해가 컸다.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고 농촌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문재인후보와 함께 나주의 피해 농가로 향했다. 진흙투성이가 된 비닐하우스 해체 작업을 도왔는데 의례적인 방문이 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힘을 다 했다. 농가 방문을 마치고 곧장 나주 경찰서와 나주종합병원으로 향했다. 그 전날에 발생한 '나주 어린이 성폭력 사건' 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7살 아이가 자던 중에 납치당하고 성폭행 당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참담함을 느꼈다. 통영 어린이 성폭행, 살인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범인은 놀랍게도 아이의 부모를 다 알고 있는 이웃남자였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아는 사람' 에 의해 주로 일어난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살려달라는 아이에게 '삼촌이다, 같이 가자' 고 한 다음 참담한 짓을 저질렀다. 그리고 아이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쳤다. 경찰의 수사결과 아이의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아이는 경찰에 발견 될 때까지 거의 12시간을 비바람이 몰아치는 길가에 이불만 둘러쓴 채 혼자 있었다. 극심한 고통으로 혼절해가며.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춥고 아팠을까. 아이는 지금 광주의 대학병원에 있다. 파열된 장기의 봉합수술 결과는 양호한 편이고 빠르면 2주 정도 후에 퇴원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당분간은 배변주머니를 차야하고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모는 생업을 놓고 아이의 치료에 매달려야 하며 아이의 형제자매들은 시설에 맡겨져 있다. 아동 성폭력은 단지 한 아이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을 심리적, 경제적으로 파괴하는 극악한 범죄다. 그동안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국가 차원에서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은 계속 있어왔다. 해바라기 아동센터 등 아동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관 또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아직도 부족하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장기손상을 입어 배변주머니를 차고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영이' 로 알려졌던 피해 어린이도, 이번 나주사건의 피해 어린이도 그렇다. 이 경우 치료비가 문제다. 배변주머니를 차는데 드는 비용이 하루에 70만원인데 형편이 넉넉한 가정이라도 부담 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국가에서 지원되는 최대한도는 500만원이 전부다. 그 이상 지원을 받으려면 지자체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원금 지급과 추가 지급을 위한 심사라니. 경황이 없을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번거로운 절차일 수 밖에 없다.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후대책도 절실하다. 아이의 상처를 온전히 보듬고 가족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상담이나 심리치료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국가가 치안을 유지할 책임을 다 하지 못해 발생한 이런 피해, 특히 어린이에 대한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성폭행 피해 아동 전담 기금을 신설하고 우범자 관리 시스템을 일원화 하는 것 등 실제로 효과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민생 치안 인력의 확충도 시급하다. 이 정부 들어서 '법치' 라는 미명하에 집회시위를 차단하는 경찰 기동대의 인원이 대폭 늘었다. 그러나 민생치안 현장에서는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푸념이 끊이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묻지마 폭행과 성폭행 등 강력범죄는 급격히 늘었다. 집회시위 대응을 위한 기동대 인원을 민생치안의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권력자의 입장만을 비호하는 '법치'가 과연 무슨 의미란 말인가. 한 사회의 수준은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법치, 진정한 국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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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06 23:02

금수회의록

올해 여름은 너무나 무더운 여름이었다.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더워서 어떻게 지냈냐고 묻는다. 정말 36~37℃를 오르내리는 숨쉬기도 힘든 날들이었지만 그래도 더위야 시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물러간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지만 경제가 자꾸 어려워진다는 뉴스를 들을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은행대출을 많이 받아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고, 경기가 안 좋아서 일자리가 없고 일을 안 하다보니 돈이 없어서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이자를 못내 얼마 후면 많은 집들이 경매 매물로 내몰릴 거라는 뉴스를 접할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이 떠오른다.정말로 경기가 안 좋아서 일자리가 없는 것일까? 그래도 일자리를 찾으면 있지 않을까.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자기가 갖고 있는 욕심을 버리면 일자리는 찾을 수 있을것으로 생각하며 나는 어려울때마다 힘들었던 지난 일들을 생각한다.나의 어릴적 고향 탈출에 관하여 그것은 나의 역사의 변천이었고, 원시의 탈출이었고, 사고의 변화였다고 술회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으리라 생각되지만 필자의 어린시절은 정말 꿈과 희망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속에서 부모님, 형제, 고향이 좋은지도 모르는채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모님, 형제, 고향이 그립고 좋은 것을 느끼게 된 때는 고향을 떠나서 오랜세월 타향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잡아갈때였다. 고향을 떠나는 것만이 미래가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15세에 도회지로 탈출했고, 그 탈출은 지금까지 타향에서 사는 몸이 되어, 세월이 깊어질수록 고향의 그리움이 몸에 사무친다.언젠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내용이 생각난다.20세기 전반 안국선이 동물들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풍자한 우화(寓話)였는데, 그것은 그 시대의 우화였고, 그것은 용케도 오늘날에도 내 주위에서 통해지고 있는 이 시대의 우화로 생각 되어 여기 작은 기록으로 적어 본다.동물이나 인간, 신(神) 또는 무정물(無情物)을 주인공으로 하여 도덕적인 명제나 인간행동의 원칙을 예시하고 보편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 경구(驚句)로 설명한 그 이야기들이 잊히지 않고 기억으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어버이에 대한 극한 효심을 일컫는 까마귀의 반포지효(反哺之孝) 이야기, 낄 곳, 안 낄 곳을 구분하지 못하고 강자에 기대려는 인간들을 질타하는 여우의 호가호위(狐假虎威)론, 우물 안 개구리의 정와어해(井蛙語海), 입에 꿀이 있고 배에 칼이 있다 세태를 고발하는 벌의 구밀복검(口蜜腹劍), 창자 없는 물건 게의 무장공자(無腸公子) 이야기, 간물(奸物) 파리의 영영지극(營營之極)까지 인간에 대한 풍자가 일품이다.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세상의 참 모습을 보고 있지 않는가. 괴악한 인간들의 음란을 질타하는 원앙새의 쌍거쌍래(雙去雙來)에 이르면 우리 인간은 변명을 어찌 할가를 궁리하게 한다. 참으로 깊이 새겨볼 우화였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기에 한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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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30 23:02

런던올림픽 열기를 전국체전으로 이어가자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30회 하계 런던올림픽대회가 지난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연일 사상 유례없는 폭염과 무더위 속에서 밤잠을 설쳤지만 런던에서 들려오는 금메달소식에 한여름 열대야의 고통도 잊으며 지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한국선수들이 64년 만에 다시 등장해 의미가 컸다. 1948년 6월에 개최된 제14회 런던올림픽에 베를린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선수 기수아래 7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었다. 한국 선수들은 비록 역도와 권투에서 동메달 2개에 그쳤지만 일제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독립된 태극기를 걸고 첫 올림픽에 출전했던 대회가 1948년 런던 올림픽이다. 한국은 출발 전에 금메달 10개와 종합 10위 이내라는 목표를 두었으나 선수들의 투혼으로 예상외의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 13개로 종합 7위를 차지한 결과와 비교해 봐도 역대 해외원정 올림픽 최고 순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물론 88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 12개로 종합 4위를 기록한 바 도 있지만 해외 원정 올림픽에서 국제적인 견제와 편파시비 속에서도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당당하게 종합 5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런던 올림픽은 각종 종목에서 골고루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선진국에서 독점해오던 펜싱등도 금메달을 처음으로 따냄으로서 우리나라 스포츠도 선진국 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제치고 스포츠강국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각종 국제대회의 국내유치와 국제대회 참가를 지원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출전준비를 위해 매년 40~50억 원을 지원해 왔으며, 이번 런던 올림픽에도 62억 원을 지원했다. 공단은 지난 1989년 창립 이래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등을 통해 기금을 조성해 2011년까지 총 3조7887억원을 생활체육 활성화, 전문체육 육성, 체육인 복지 등에 지원했으며 2012년에도 6875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기금지원을 하고 있다.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외에도 비인기 종목 활성화를 통한 스포츠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0년 사이클과 마라톤 선수단을 창단한 데 이어 지난해 다이빙단을 창단해 현재 사이클, 마라톤, 펜싱, 카누, 여자축구, 다이빙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선수단의 김정환, 오은석, 구본길이 창단 10년 만에 100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공단은 펜싱 종목에만 매년 8억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공단을 빛낸 펜싱 금메달리스트들에게 포상금으로 개인당 7000만원을 별도로 지급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펜싱선수단은 전북소속이다. 따라서 금메달리스트들은 전북을 빛낸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작년도 경기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어 전북이 종합 9위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이제 금년도 전국 체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금년 전국체전에서 4개 팀이 전북의 이름으로 출전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선수단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작년도 출전한 여자축구와 펜싱, 카누 외에 작년 11월에 창단한 수영 다이빙선수단을 추가해 4개 종목이 전북을 대표해 출전토록 하였다. 금메달리스트가 속한 펜싱팀과 종합 3위를 달리고 있는 여자축구단, 전국을 거의 제패하는 카누팀, 창단이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수영 다이빙팀등 국민체육진흥공단 선수단들은 금년 10월 대구에서 개최되는 제93회 전국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전북이 종합 9위 이내를 달성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이다. 올해도 전국체전에서 기필코 전북의 종합 성적을 높여 전북도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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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23 23:02

국가관 없는 국민이 행복할 수 있을까

8월은 우리 민족에게 한량없이 기쁜 달입니다. 36년 동안 일본 치하에서 나라와 민족이 핍박을 참아낸 끝에 815해방을 맞이한 달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였고, 분단국가로서 고난을 맞게 된 우리 나라에서 국민을 결속시켜 줄 수 있는 정신적 구심점은 사람으로 치면 하나의 심장과 같은 것입니다. 국가관은 국가가 있기에 나도 존재한다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자기 책임을 다하도록 만드는 마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 국민이 함께 지켜나갈 수 있는 공통의 국가관을 갖고,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서로 도우며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복이 없을 것입니다.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영령을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상징물인 '호국 보훈의 불꽃'이 2년째 건립장소를 마련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국가보훈처가 올해 5월말부터 전국 10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서울 광화문광장을 건립장소로 결정했지만, 장소 사용 승인권을 가진 서울시가 기존 조형물과의 조화 및 관리상 어려움을 들어 부정적 입장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8월에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보훈처가 발표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갑론을박을 벌이다 결국 장소를 재검토해 보고하라고 보훈처에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또 얼마 전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국회의원이 있었습니다. 애국가와 태극기를 우습게 여기고 버려야 할 남의 나라 것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행세를 하는 오늘의 세태는 나라를 되찾고 세우고 발전시켜온 선열들 보기에 민망한 것이라 생각됩니다.나라를 지켜야 할 젊은이들이 36년 동안 일본 치하에서 조상들이 마음 아프게 고생하며 살아온 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기성 세대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625전쟁과 배고픔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많아지고 철지난 이념 갈등이 맹위를 떨치면서 나라에 대한 관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쉽게 모아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누구나 한번은 죽게 되는데, 살아 있는 동안에 자기만을 위해서 삶을 살아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한다는 것이 반드시 어떤 큰 일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길거리에 휴지가 있거나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치우는 마음도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건강을 위하여 사우나시설을 이용 할 때 선풍기를 사용하고 난뒤 스위치를 끄지 않는 것도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라가 전력 부족으로 힘들어할 때 작은 실천 하나라도 보태는 것이 바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될 것입니다. 나라 일을 책임지고 국정에 임하는 분들이 정말로 국가관을 갖고 국가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에 국민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약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우리 국민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하고 훌륭한 국가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국정을 맡은 세력이나 정치인들이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다면 함부로 국정이나 정치를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19대 국회에 당선된 이들 가운데 국민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왜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도록 방치했는가 물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요즘 국립묘지에 참배를 할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죄송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죄송하다는 생각이 덜 들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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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16 23:02

사람과 말의 향연

매일 파티가 열리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다 진지하고 박식한 이야기들이다.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의 구럼비, 용역의 폭력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대책 등. 수많은 말과 사람들의 향연 속에 초보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 하면서도 과연 이 모든 시도들이 어떤 성과로 귀결 될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일단 달려간다. 책이나 뉴스보다도 현장의 목소리가 더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7월에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인사청문회다. 오랜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사람의 가치보다는 효율성, 일사불란함,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굳어져 왔다. '인권' 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출범 된 조직이 '인권위원회'다. 그런데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 지식도 관심도 없는 인사가 인권위원장을 맡고 나서 인권위는 제 모습을 잃어갔다. 그런 상황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자원했고 의원실 보좌진들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열심히 준비했다. 드러난 사실은 놀라웠다.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 문외한일 뿐 아니라 학자, 교수로서도 실망스러운 사람이었다. 자기 논문을 이리 저리 돌려서 표절한 것은 기본이고 대학원생 제자 논문까지 베꼈다. 인사청문회 장에서 그런 사실들을 밝히고 현 위원장에게 질의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남 이야기를 듣는 듯한 태도였다. 사람을 앞에 놓고 추궁해야만 하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그러나 무너진 시급히 구제가 필요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인 시민들과 활동가들을 생각하며 질의를 마쳤다. 나의 인권위 질의는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마음은 무겁다. 대통령은 어떻게든 현 위원장의 유임시키려 할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부디 대통령이 이번만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한 숨 돌릴 때 쯤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밀양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시골 어르신들이 국회에 와서 마이크를 잡고 증언을 하셨다. 그건 증언이라기 보다는 절규였다. 생계 수단인 밤나무가 잘리워지는 걸 막기 위해 매일 아침 산을 오른다는 할머니는 배낭에 물병을 챙긴다. 물병 안에는 물이 아니라 휘발유가 들어있다. "보상도 뭣도 다 필요없어, 내 사는 마을이 망가지면 나도 죽고 우리 영감도 죽어!" 여차하면 용역들 앞에서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죽어버리겠다는 할머니.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평범하고 힘 없는 시민들의 삶을 저렇게 짓밟아도 되는 걸까. 할머니들의 비명 같은 증언을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 드리겠다고 다짐하고 보내드리는 마음이 아려왔다. 지난 주에는 안산 SJM공장으로 달려갔다.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노조원들을 무참하게 폭행한, 바로 그 장소로. 공장 앞에는 여전히, 검은 옷을 입은 컨택터스의 직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젊은 청년들은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때리는 용역도 맞는 노동자도 다 같은 시민이며 서민의 자식일텐데. 공장 안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증언하고 있었다. 비무장 노조원들은 용역이 던진 쇳덩어리과 발길질에 무참히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 안산 단원경찰서에서도 출동을 했지만 사태를 알고서도 수수방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나라에 인권이, 공권력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 문제를 철저리 밝혀내기 위해 민주통합당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앞으로도 계속 주시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여러가지 사건들 속에서 2012년 7월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앞으로의 4년도 이런 식으로 날아가 버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많은 사람과 말의 향연들 속에 나를 잃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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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09 23:02

'새만금 고속도로' 조기 건설해야

1984년도 미국 유학시절 필자는 미국의 광활한 대지와 거미줄같이 잘 연결되어있는 고속도로가 무척 부러웠었다. 땅이 워낙 넓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 고속도로 넓이 몇 배 이상의 빈 공간에 숲이나 잔디를 조성하여 사고시에도 후속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여유있게 건설되었다. 미국 고속도로는 1937년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계획이 세워진 것으로 주(州)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길이는 총 75,000km에 달하며, 미국 전역에 거미줄같이 깔려 있는 도로의 총 연장은 6백 40만 km 에 달하는데 이는 지구 둘레를 157 바퀴 돌 수 있는 거리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고속도로는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이다. 히틀러시대인 1932년에 쾰른과 본 사이를 왕래하는 아우토반이 최초로 완공되었으며, 이후 6년 만에 3,000km에 이르는 고속도로망이 형성되었다. 아우토반은 독일의 경제력을 획기적으로 성장시켰으며 유럽 각국의 도로와 연결되면서 교역이 활발해졌고, 독일은 부를 축적해 나갔다. 경제부흥을 위해 고심하던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독일 방문시 아우토반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던 1967년에 우리나라 수출액은 3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고속도로 건설은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반대에 직면했었다. 1968년 2월 1 일 첫 삽을 뜬 후 2년 5개월만에 서울~부산이 개통되었다. 1970년 7월 7일 준공식이 열린 대구공설 운동장은 감동의 도가니 였다. 428km 건설 에 429억원이 들었고 9백만명이 투입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계속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여 1973년 11월 호남남해 고속도로, 1975년 10월 영동동해고속도로 및 1977년 12월 구마고속도로를 개통하며 전국적 교통망을 마련하였다. 1999년에는 국내고속도로 총 연장이 2,000km에 이르렀으며, 2007년에는 총연장이 3000km를 달성하였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도로의 날'이 금년에 제21회를 맞이하였다. 이제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4,000km시대'를 맞이하였으며, 전체 10만5천km에 달하는 전국 도로망을 구축하여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선진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우리 전북은 1973년 11월 호남고속도로개통 이후 1984년6월 88 올림픽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2001.11.29에는 대전~진주 구간중 함양~무주간 60.4km가 개통되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2001년12월 21일 전구간이 개통되었으며, 2002 12.23 천안~논산간, 그리고 2007.12.13 익산~장수간 개통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2011.4.29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전구간이 개통되었다.전북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망이 남북축으로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이제 동서축을 연결하는 새만금 고속도로가 시급히 건설되어야 한다. 앞으로 2020년까지 건설될 새만금 신항의 원할한 물동량 수송과 전북 동부산악권벨트의 개발, 그리고 경북 포항까지 연결되는 새만금고속도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난 614 새만금 신항만 개발 기공식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도 새만금신항이 "서해안의 중추 항만이자 동북아권의 수출입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새만금-군산간 복선 전철 등 주요 간선교통망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새만금~전주 고속도로(54.3㎞)는 김제 심포를 출발해 서해안호남고속도로와 만난 뒤 전주 외곽에서 익산~포항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정부는 사업비 1조6458억원으로 2014년에 착공해 2020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세워 올해 기본실시설계중이지만 앞으로 완공시까지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새만금고속도로가 완공된다면 새만금개발이 본격적으로 완성되고 전주광역도시가 배후도시로서 발돋움할 수 있으며 동부산악권에 레저와 관광을 접목시킬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새만금고속도로로 새만금신항에서 포항까지 힘껏 달려볼 날을 기대해본다.※ 전 본부장은 진안 출신으로 전북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를 마쳤다. 현재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여자축구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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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26 23:02

동서화합의 밀알 틔워 국가발전을

최근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가능케 하는 쪽으로 헌법해석을 바꾸려 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한반도 주변국에 직접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군사대국화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중국은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를 서해에서 시험운항하는 등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남중국해 섬을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들의 영유권 분쟁도 심상치 않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 압박에 나섰고, 중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또한 옛 고구려 발해 땅까지 만리장성에 포함돼 있었다고 강변하는 역사왜곡을 통해 북방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국내적으로는 북한의 3대 세습과 핵개발, 인권유린에 침묵하라는 북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종북 인사들이 줄줄이 국회의원으로 들어와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우리 민족이 남북으로 갈리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지도 어느 덧 62돌이 되었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미처 다 치유하지도 못한 채 숨가쁘게 달리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궜지만, 지금 나라 안팎은 여전히 시련과 도전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는 분열과 갈등으로 단합을 이루지 못한 채 편을 가르고 증오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스럽다.대한민국 국민들끼리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돕고 살아가지는 못할 망정 세대와 지역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인정치 않으려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들어간 지금 동과 서로 보이지 않는 38선을 그어놓고 서로 다른 나라를 꿈꾸고 있다면 후진국도 이런 후진국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정치인들의 필요에 의해 잉태되고 증폭된 지역감정에 우리 국민이 아직도 사로잡혀 있다면 이것은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금년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하였고 대통령선거도 12월에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들이 저마다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서로 편을 갈라 소모적 갈등을 벌이는 분열의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새 정부는 지역적인 모든 것을 타파하고, 어느 지역을 차별 두지 않고 균등하게 사랑을 베풀며,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아가면서 나라를 일으켜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우리 전북에는 지금 어느 지역보다도 뒤져 있다는 상실감이 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북인은 나라가 어려울 때 이를 극복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아름다운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대승적인 화합을 조성하는 데 앞장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전북지역은 새만금이 완공되면 산업단지와 비즈니스 중심지는 물론 리조트가 함께 어울리는 글로벌 명품 관광지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북도민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서 서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전북이야말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곳, 나아가 동서화합을 이끌 수 있는 넉넉함이 있는 축복의 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전북의 아들로서 부족하나마 생각한 것이 있다면, 새만금의 완공을 계기로 우리 도민부터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합심을 이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희망의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퍼지게 하면 그것이야말로 동서화합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권 회장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고문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총동창회 상임이사, 안동권씨 대종원 부총재, 재경도민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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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9 23:02

초선의원으로 살아가기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한지 두 달 째. '국회의원' 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렇게 불리우는 데 적응해 가고 있다. '국회의원 진선미' 살면서 이런 호칭으로 불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번에 비례 대표 제안을 받아들일 때 까지,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꿈 꿔 본 적이 없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호주제 위헌소송'에 뛰어들었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 성소수자, 여성 인권에 관련한 변론들을 하면서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변호사로서 그들을 대변하는 것 만 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이 사회의 굳어진 편견들을 대할 때는 좌절감도 느꼈다. 내 그런 고민을 이해하는 선배와 동료들은 '아예 네가 정치인으로 나서라' 고 조언하기도 했다. 시스템의 벽에 부딪친다면 아예 그 안으로 들어가서 바꾸라면서.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손사래를 쳤지만 어떤 운명인지, 이제는 이렇게 정치인의 길로 이끌려 와 있다. 새로운 역할이 주는 스릴도 있지만 책임감이 더 무겁다. 잘 하고 싶은 만큼 고민도 크다. 행정안전위원회, 운영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이 세 개의 상임위 활동이 국회에서 맡은 나의 주요 임무다. 특히 운영위원회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다른 인권선진국에서도 찬사를 받았던 자랑스럽고 독보적인 정부기관이다. 하지만 그런 찬사도 이제 과거형으로 밖에 말 할 수가 없다. 지금의 인권위는 어떤가? 인권위를 위해 일 할 사람들이 떠나고 있고 인권활동가들은 의식 없고 퇴행적인 이 정부의 인권위와 절연한 채 각자 외치고 있을 뿐이다. 쉽지 않겠지만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이 정부 인권위의 문제점을 짚어 나가고 인권위로서의 참된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최근엔 또 하나의 역할을 맡았다. 바로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서의 활동 때문이다.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때는 사양했다. 초선 의원인데다 내 역량이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경력도 일천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정치권에 부채가 없는 신인이라는 점, 스스럼 없고 사람 좋아하는 내 성격이 대변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여겨진 듯 하다. 게다가 정권교체라는 큰 사명에 내 작은 힘이라도 잘 쓰여진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대변인 직을 받아들였다. 요즘 의원으로서 내 업무 외에 문재인 후보님과 함께 하는 일정이 많다. 체력적으로는 좀 고되지만 훌륭한 분과 함께 하게 되니 마음은 뿌듯하다. 정권교체의 그 날, 12월에 크게 웃을 것을 상상하면서 즐겁게 임하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에 열 개가 넘는 일정들이 내 일정표를 꽉 채운다. 어떤 날에는 십 분 단위로 일정이 잡히기도 한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어 잠자리로 뛰어들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음 날을 위해 읽어야 할 자료들이 쌓여 있다. 그렇게 힘이 들 때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고 말씀 드렸을 때 너무나 좋아하시던 어머니. 10여 년 전에 변호사가 되었을 때도 '순창 촌년이 출세했네~' 라며 웃으시던 우리 어머니. 당신의 막내 딸이 나라 일을 맡았다는 게 마냥 자랑스럽고 좋기만 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앞으로의 4년도 그런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힘들 때면 순전하게 나를 사랑해주고 기대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미소 지으면서.※진 의원은 순창 출신으로 성균관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인권 변호사로 일 해 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여성인권위원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법률사무소 이안 공동대표 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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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2 23:02

고향, 그리고 향수(鄕愁) 이야기

인류의 고향이 에덴동산이라면 우리의 고향은 진안고원이다. 에덴동산 최초의 그 고향사람들이 창조주의 선악과에 관한 지엄한 법을 어기고 미물의 미혹에 빠지니 사람들의 원죄로 인한 삶과 죽음의 고통은 이 때로부터였다. 죽음의 고통은 또 그러려니와 삶의 고통 또한 교만과 게으름으로 시작된 원죄인들의 인성(人性)의 흔적으로 인간의 가슴 속에 상처로 기록되어 마치도 탕자(蕩子)처럼 나태스럽고 무책임하게 떠나고 돌아옴의 반복을 거듭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고향과 사람이라는 긍정적 명사의 복합적 품사가 향수(鄕愁)라는 것을 필자가 깨닫게 된 것은 필자가 어릴 적 닫혀있는 성곽의 문을 열고 고향을 탈출하듯 떠난, 머릿속 한 켠에 미로처럼 남겨놓은 그 조그마한 기억을, 아득한 먼 옛날 어느 험하고 미개한 산성 같은 언저리에서 떨어져 나온 원시의 기억이 설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였다. 이렇게 나의 기억 속에서 찾아낸 설움의 기억이 그 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유학을 떠났던 친구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면서 부터였다는 것도 그 즈음 알았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의 한 중간에 나의 마음속 자아(自我)의 정체성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새로운 본성이 초토(焦土)의 어둠속에 활화산으로 점철되어 깨어난 것이 아니었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이 된다. 그것은 역사의 변천이었고 원시의 탈출이었고 사고(思考)의 변화였던 것 같다.어느 고전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우주는 의연히 백대(百代)에 한결 같거늘 사람의 일은 어찌하여 고금이 다르뇨? 지금 세상 사람을 살펴보니 애달프고 불쌍하고 탄식하고 통곡 할 만 하도다. 전인의 말씀이나 역사를 보면 옛적사람은 양심이 있어 천리(天理)를 순종하는데 지금 세상은 인문(人文)이 결딴나서 도덕이 없어지고 의리도 없어지고 염치도 없어지고 절개도 없어지고 그름과 옳음을 분별치 못하여 도칙이 같은 도적놈이 청천백일에 사마(士馬)를 달려 횡행하되 이상히 여기는 자가 없고, 착한사람과 악한사람이 거꾸로 되고, 이 같이 천리에 어기어지고 어둡고 더럽고 어리석고 악독하여 금수(禽獸)만도 못한 이 세상을 장차 어찌하면 좋을꼬?'정말 그랬다.이 나라 방방곡곡 어디나 그랬듯이 내 고향 거기도 그랬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아첨배들은 거기도 있어서 그들은 열심히 두 손을 비비고 있었다. 골육상쟁하는 형제들도, 불효하는 무리들도 예외 없이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도, 창아리 빠진 무장공자(無腸公子)도, 권세를 찾아서 대대로 유리방황하는 가문도 거기 있었다. 그것은 역사가 말하는, 인간이 서식하는 어디에나 그렇게 있었다. 필자는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이것들을 찾아서 남겨질 역사를 위하여 가 볼 생각이다. ※ 성 회장은 진안 안천 출신으로 서울 강동상공회 부회장, 국제라이온스 354-D지구 지도위원, 서울동부지검 형사조정위원, 신동아고속관광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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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05 23:02

위봉사(威鳳寺)

위봉사는 604년 백제시대에 서암대사(瑞巖大師)가 세웠다고 하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고, 신라 말에 이곳을 지나다 상서로운 빛이 있어 따라가 보니 세 마리의 봉황새가 공중을 맴돌고 있어, 이곳에 절을 짓고 이름을 위봉사(圍鳳寺)라 하였다고 하는 설화가 있는 절로 완주군 소양면 대승리에 있다.위봉사는 완주 송광사에서 가파른 고개 길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다보면, 지금도 옛 산성자락이 많이 남아있으며 복원중인 위봉산성에 닿게 된다이 산성은 1675년(조선 숙종원년)에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에 안치되어 있는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옮겨 보존하기 위하여 쌓은 성곽으로, 실제로 동학혁명 당시에 이곳으로 피난시켰다 한다.이 산성을 지나다보면 왼편 산등성이에 동쪽을 향하고 있는 위봉사는 1359년(고려 공민왕 8년)에 나옹화상이 대가람으로 중건하기도 하였으며, 1911년 일제의 조선 총독부가 모든 전국의 사찰을 정비 구획할 때, 전북 일원의 50여개의 사찰을 관할하는 본사로 위상을 갖추었었으나, 625전쟁과 여러 차례의 화재로 쇠락하다가, 1988년부터 정비 증개축하여, 지금은 전북을 대표하는 비구니선원으로 위상이 커졌으며 현재 금산사의 말사로 되어있다위봉사의 넓은 입구 마당에 들어서서 고개를 들어 일주문을 바라보면, 대개의 일주문들은 맞배지붕으로 되어있는데, 이곳은 팔작지붕으로 몸체에 비해 지붕이 거대한 모습으로 보이며, 특히 돌계단위에 있어 위압감을 느낀다. 이어 돌계단을 올라 일주문을 지나면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을 거쳐, 봉황이 산다는 전면5칸의 우람한 누각인 봉서루(鳳棲樓)의 밑을 지나게 되는데, 정면에 이 사찰의 중심건물인 보물 608호인 보광명전(普光明殿)이 나온다.경내에는 목조 석가 삼존상과 16나한상등을 모신 나한전이 있고, 극락정토를 표방한 구천오백존불탱등이 봉안되어있고 또 다른 아미타좌상을 모신 극락전등이 있다. 또한 본전의 마당 앞에는 이 절을 편안한 느낌으로 만들어 주며, 위봉사를 더욱 장엄하게 보이게 하는 커다랗고 우아한 소나무 한 그루가 우리를 반기는 듯 기다리고 있다.어느 사찰이건 나름대로 역사와 문화와 예술,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니지 않은 곳이 없지만, 위봉사도 시선을 두는 곳마다 울창하게 펼쳐지는 숲을 보며, 불교문화가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부터 일상의 모든 것들이 고유한 관습으로 젖어들어 좋은 가치관으로 변화되면서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켜온 것에 감사드릴 수 있는 곳이다.이 위봉산성과 위봉사를 지나면 곧바로 만나는 곳이 위봉폭포이다, 봄과 여름에는 우거진 숲의 향기와 어우러져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물줄기에 시원함을 느끼고, 가을이 되면 황홀하게 펼쳐지는 단풍과 함께 취할 수 있게 해주며, 겨울이 되면 얼어붙은 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계곡의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셔볼 수 있을 것이다.이어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가면 곧바로 보이는 동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지중의 하나인 동상면이 나온다, 이 동상면의 저수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게 되면 진안군 주천면에 있는 운일암 반일암계곡이 나오고, 왼쪽방향으로 가게 되면 대아리 저수지가 나타나게 된다.대아리저수지의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다 왼쪽 방향으로 가게 되면 전주가 나오고, 오른쪽 방향으로는 대둔산을 거쳐 대전으로 가게 되는 이 길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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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8 23:02

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지난 달 말 군입대한 아들이 이달 초에 사단 배치를 받았다. 대개는 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마친 후에 자대 배치를 받는 모양이지만 큰 아이의 경우 보충대대에서 사단 배치를 받은 후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는 모양이다.군 입대 하기 전부터 아내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어머니처럼 그녀도 자기 아들은 너무나 유순하고 연약해서 군대의 힘든 훈련이나 열악한 환경을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는 주장을 펴곤 했다. 그래서인지 군 복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좀더 안전하고 편한 데서 했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덧붙이곤 했다. 요즘 군대 무엇이 힘드냐고 아무리 강변해 보았자 별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눈치였다.그런데 뜻 밖에도 그 유순하고 연약한 아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아빠, 절대로 미리 손 쓰지 마세요. 어차피 가야 할 곳이라면 제 힘으로 한번 해쳐 나가고 싶으니까요. 배치 받는 곳이 편한 곳이든, 힘든 곳이든 다 뜻이 있겠지요"정말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한 한방 말이다. 그냥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이 이런 대견스러운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고 감동받은 것이다. 게다가 딱히 필자가 어디다 힘쓸 곳도 없는데 아들이 아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해주는 게 너무 고맙기도 했다. 주위에 자랑 삼아 이런 얘기를 했더니 반응이 제 각각이다.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며 입이 마르게 칭찬해 주면서 아들 말대로 하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방 부대에서 너무 심한 고생을 했다는 한 친구는 '그 좋은 인맥 가지고 왜 두 손 놓고 있냐'고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아내도 무언의 압력을 보냈다 '아들로서 부모에게 강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아빠로서 아들 일을 조금은 챙겨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아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대다수 엄마들의 마음 아니겠는가?아내 말처럼 아들 일인데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도 조금 들긴 했지만 눈 딱 감고 아들 뜻을 존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사단배치가 확정되는 날까지 어떤 것도 알아 보지 않았다. 발표 당일 확인해보니 후방부대이기를 원했던 아내의 희망대로는 안되었지만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전방 사단에 배치가 되었다.아내는 전방 사단이긴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그나마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나중에 안 일이지만 요즘 사단배치는 전산 배정을 하기 때문에 청탁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가 갈수록 투명해지듯 군대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들이 이 사실을 알고서 한 이야기 같지는 않다.스스로 감당해보겠다며 큰소리 쳤던 아들이 요즘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내는 곧 면회 갈 일을 생각하며 조금은 들떠 있다. 급속도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이다.국가유공자이신 선친께서는 가장 치열했다고 전해지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싸우셨다. 생전에 당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손자인 큰 아이가 그 용맹한 사단에서 복무하게 된 것을 보면 사단 배치가 단순한 전산배정의 결과는 아닌 것 같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들이 정말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크다.조만간 그 아들을 만나면 꼭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 이은상 선생님이 쓰신 글인데 필자가 초등학교 때부터 즐겨 낭송하고 있으며 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더욱 절실히 가슴에 다가오는 애국시다."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내 사랑 바칠 곳은 오직 이곳뿐. 심장에 더운 피가 식을 때까지 즐거이 이 강산을 노래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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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1 23:02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필자는 지난 5월 비엔나를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의 여러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국제 이공계 인턴교류협회의 국제 컨퍼런스가 오스트리아의 라이부니찌(Leibnitz)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필자는 오스트리아 여러 명소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가장 감명을 받은 곳은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촬영지 잘츠부르그(Salzburg)였다.잘츠부르그는 모짜르트(Mozart)의 탄생지로도 유명하다. 인구 15만명밖에 안되는 이 소도시에 매년 관광객이 200만명이나 찾는다고 한다.잘츠부르그의 자연적 환경, 문화경제적 환경에 매혹된 필자는 내 고향 전북을 짤스브르그화 하기 위해 벤치마킹하러 왔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먼저 사운드 오브 뮤직을 검토해 보면, 제작비 약 96억8000만원 투입해 375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영화는 원래 '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라는 이름으로 서독에서 1956년에 만들었었다. 그 당시에 가장 성공적인 독일 영화였다. 이 영화가 대단히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뉴욕에서는 한술 더 떠 스토리를 가상적으로 덧입힌 것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Sound of Music'이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1500번이나 공연을 했고, 6번의 Tony 상을 받았다. 또한 300만장 이상의 레코드를 판매했다.이들의 흥행을 보면서 만든 영화가 'Soun d of Music' 1965년 3월 2일에 탄생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으로는 쥬리앤드류스와 크리스토플러머, 에리너파커 등이 주연을 하였다. 1965년에 이 영화는 10개의 오스카(Oscars) 상에 지명받게 되었으며, 5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지금도 어디엔가에서 아직도 상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01년도에 미국 국회도서관측은 문화적, 역사적, 미적 가치를 인정해 국제 영화 등록처에 보존할 필름으로 선정했다.잘츠브르그의 관심 거리는 또 있다. 저녁 7시만 되면 음식점과 차를 마시는 카페 외엔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이런 현상은 수도 비엔나뿐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장시간 일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렇게 유유자적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관광수입 때문이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알프스 산맥과 볼거리, 문화적 유산이 그들을 풍족하게 만들었다.녹색자원을 상품화 한 것이다.산업화가 뒤떨어진 우리 고장 전북발전을 위한 모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전북의 자연적 환경을 살리면 잘츠브르그처럼 될 수 있다고 본다.전북은 청정 환경을 유지 하고 있는 곳이 많다. 진안의 마이산, 정읍의 내장산, 변산반도의 수려한 바닷가, 지리산을 끼고 있는 남원지방. 1000년 고도라고 하는 전통과 아름다운 예술의 미를 자랑하는 전주. 임금님의 수라상의 원자재를 공급하는 전라도 음식 등은 잘만 정돈해서 알리면 많은 해외의 관광객들이 찾아 올 것이다.여기에다 광활한 매립지인 새만금지역의 해양도시를 잘 만든다면 우리도 동양의 디즈니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 잘츠브르그가 될 수 있다.한 가지 더 제안한다면 교육도시로 부상하는 일이다. 상산고등학교와 같은 일류급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적어도 민족사관학교 같은 학교를 3~4개를 육성하면 전북으로 유학을 오게 될 것이다.전북을 교육도시, 녹색친화도시, 문화도시, 해양도시, 아실로마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되고 지친 대도시의 기업인들이나 정부 부처들의 컨퍼런스 자리가 될 것이다. 먹거리, 즐길거리, 휴식공간을 만들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국내뿐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국가의 부유층들이 전북지방을 찾게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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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14 23:02

치킨게임 이야기

의사결정의 메카니즘이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서 언뜻 보기에 무모해보이는 행동이나 선택이 고도의 전략적 대안이될 수 있다서양영화의 장면 하나. 지역의 패권을 놓고 또는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알력이 생긴 두 조폭조직의 두목들이 게임을 통해 승부를 가르기로 한다. 조직원 한명씩 올라탄 자동차 두 대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지게 되는 배짱게임이다. 겁장이가 되면 지는 게임이어서 치킨게임이라 불린다. 용맹과 배짱이 무기가 되는 게임이지만, 서로가 끝까지 배짱을 과시하며 정면을 향해 돌진했다가는 둘 다 목숨을 잃게 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단순한 용맹이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승리의 관건은 나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돌진할 것이라는 확신 또는 두려움을 상대방의 뇌리에 심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조직원 중에 아주 영리한 '똑똑이'보다 '얼간이'를 차출해 운전석에 앉히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될 수 있다. 얼간이의 경우 아무 생각없이 운전을 하다보면 우연히 정면돌진을 할 수도 있겠는데 이런 예측불허의 행동이 곧 상대방에게는 두려움으로 작용한다는게 묘미이다. 또한 평소 무시를 당해오던 얼간이라면 이 기회를 이용해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겠다는 공명심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치열한 비즈니스경쟁에서 가끔씩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리거나 또는 CEO가 회사의 손익에 관계없이 경쟁사에게 지는건 못참는다는 식의 평판을 쌓아두는 것이 의외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예시이다.다른 대안으로는, 굵은 철사로 핸들을 칭칭 감아 아예 핸들을 꺽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해둘 수도 있겠다. 또는 핸들을 아예 뽑아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유혹을 스스로 차단시키고 자신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벼랑끝으로 일부러 몰아세움으로써 역으로 상대방의 선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고도의 게임전략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핸들이 고정되었거나 또는 아예 뽑혀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피하는 것은 이미 나에게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곧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중미의 아즈텍에 상륙하자마자 부하들과 적들이 보는 앞에서 타고온 배들을 불태워버림으로써 숫적으로 절대열세였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 스페인 코르테스장군의 배수진전략과 같은 맥락이다.2000년대 중반 이래 삼성 등의 국내업체들과 일본, 대만 등의 해외업체들간에 치열하게 벌어졌던 반도체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킨게임의 예로 널리 인용된다. 이 경쟁이 치킨게임이 되는 진정한 이유는, 스마트폰처럼 공급업체들이 직접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 업체들은 공급물량만을 선택할 수 있고 가격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가격폭락의 와중에도 감산은 곧 패배를 의미하기에 업체들은 서로 물러서지 않고 경쟁적으로 공급을 늘이면서 상대방이 감산하기만을 기대하는 배짱게임이 된 것이다. 이 반도체시장의 치킨게임에서 삼성이 최후의 승자로 된 이면에도 바로 벼랑끝전술의 묘수가 숨겨져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표면적으로는 공급물량을 통해 벌인 경쟁이지만 승리의 진정한 견인차는 삼성이 대규모의 생산설비 자체를 선점증설한데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생산설비의 증설은 곧 삼성에게 감산은 별 매력있는 대안이 아님을 의미한다. 경쟁업체들이 감산을 하건 증산을 하건 삼성은 이미 완공되어있는 설비를 이용하여 작은 가변비용만으로도 쉽게 증산을 할 것임을 확신한 경쟁업체들은 결국 감산을 선택하게 되고 종국에는 적자 또는 도산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의사결정의 메카니즘이 상호간에 서로 의존적으로 얽혀있는 게임적 상황에서는 언뜻 보기에 무모해보이는 행동이나 선택이 보이지 않는 고도의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오늘의 경제학의 역설적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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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07 23:02

대둔산(大芚山)

모든 산과 들에서 봄에 피웠든 꽃들이 그 빛깔을 잃어버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이렇게 뭉텅뭉텅 피어서 수채화를 그린 철쭉도 이제는 빛을 잃는다. 철쭉을 끝으로 더 이상의 봄꽃은 없다. 이렇게 봄을 보내는 꽃, 철쭉과 물이 차올라 활기 넘치게 밝은 녹색을 내는 숲들과 함께, 우람한 바위들에 둘러 쌓여 산이 뿜어내는 기운을 맞을 수 있고 우리나라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산이 높이 878m의 대둔산이다. 대둔산은 봄에는 푸르름이 돋아나는 나뭇잎들과, 온 산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는 야생화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여름이 되면 울창하게 우거진 숲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움이 가득한 곳에서 해가 뜨고 지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가을이 오면 불타오르는 단풍의 물결에 취해 탄성이 저절로 나오며, 겨울철이 되면 가지마다 쌓이는 눈꽃과 눈에 덮이는 바위들의 설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대둔산은 남쪽으로는 완주군 운주면이 있고, 서쪽과 동쪽으로는 충남에 걸쳐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대둔산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길은 전주에서 고산을 거쳐 대전으로 가는 코스이다. 왜냐하면, 곧이어 나오는 경천저수지에서 맛보는 시래기가 가득히 들어있는 매콤한 화산 붕어찜의 맛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둔산 입구 주차장을 지나서, 매표소 오른쪽으로 줄지어 있는 식당들을 지나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올 때에 온천물이 좋아 땀에 젖은 몸을 씻기 편리한 대둔산 온천 관광호텔의 일반 목욕탕이 보이고, 이어서 오른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7부 능선의 구름다리가 있는 곳까지 가는 약 1km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보이고, 바로 옆으로는 1894년 공주 전투에서 패한 동학군이 마지막으로 남아 3개월 동안 항쟁하다 대부분 전몰했다는 동학혁명 대둔산 항쟁 기념비가 있다.동학혁명 대둔산 항쟁 기념비에서 10여 분 정도 오르다 보면, 신라 시대에 원효대사가 이 산의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간이나 머물렀다는 동심바위가 절벽에 붙어 있듯이 앉아있고, 또 10여 분 정도 더 오르면 쉼터가 보이는데, 이곳에서 숨을 고르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임금바위와 입석대까지의 흔들 구름다리를 건널 때에는 오금이 저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겁이 나지만, 위를 쳐다보면 대둔산의 명물인 거대한 암봉들이 우리를 덮칠 듯이 내려보는 것 같아 다른 위압감을 느낀다.구름다리 양 끝에는 전망대가 있어 멀리 아스라이 구름 끝자락에 걸려 보이는 산세들은 우리들에게 평온을 가져다주며, 조금 더 오르게 되면 길이 36m, 경사가 무려 50도, 127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삼선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에서 10여 분 정도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하늘을 만져 볼 만큼의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마천대가 나오면 산의 정상에 다다른 것이다. 마천대에서 바라보면 맑은 날에는 진안의 마이산을 볼 수 있으며, 아득히 지리산의 천왕봉이 보이고, 서해의 변산반도가 보인다고 한다.산세가 수려한 도립공원인 대둔산은, 우람한 바위들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철이 최고의 기쁨을 준다고 하지만, 여름철에는 산이 뿜어내는 초록의 기운을 느끼며, 울창한 나무들에서 어우러지는 숲의 향기가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함께 묘한 신선함과 상쾌함을 가져다주는 곳이다.햇빛과 바람과 구름이 만들어 주는 산,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제철마다 곳곳에 어우러지는 야생화들이 탄성을 만들어 내며, 기암절벽과 숲이 함께 어우러지는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대둔산의 새로운 만남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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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31 23:02

반갑다, 친구야

유난히 꿈도 많고 열정이 넘쳤던 고교시절이 30년 저편에 아스라이 추억으로 흩어지고 어느덧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근처에 와 버렸다. 그런 친구들 200 여명이 지난 주말 전주에 모였다. 19일부터 이틀에 걸친 고교졸업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전주에 있는 회장단이 행사를 주관하는지라 재경지역 동창들이 할 일이란 그리 딱히 많지 않았다.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 및 각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회비를 거두는 일과 행사에 참석하도록 독려하는 일이 고작이다. 그것도 재경지역 총무 두 명이 실무적인 일을 알아서 다 하기 때문에 재경동기회장이라는 감투만 쓰고 있는 필자가 하는 일이라고는 친구들에게 전화하는 일이 전부다. 그런데도 직책이 부여하는 무게는 적지 않아서 작년 초 회장직을 수락하고서부터 이것 저것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막상 행사가 코 앞에 다가오자 조바심은 더 커져만 갔다. 특히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행사에 참여할 것인가가 걱정거리였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불러내어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간절함도 크지만 그 못지않게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 받고 싶은 마음 또한 적지 않았다. 수시로 친구들에게 참석 여부를 되묻는 전화를 걸면서 통사정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행사에 참석하는 친구들은 정말 신이 난 모양이다. 행사 당일 11시까지 사당역 근처에서 출발하는 행사차량에 탑승하기로 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 이전에 약속 장소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모임에 한번도 보이지 않던 친구들도 여럿이 눈에 띄고 말이다.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이번 행사는 외양으로는 과거와 비슷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완전 달랐다. 먼저 홈커밍데이(homecoming Day) 본래 의미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홈커밍데이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자기가 졸업한 고등학교를 졸업 30주년이 되는 해에 자식과 가족을 동반하여 방문하는 행사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대부분의 행사가 모교가 아닌 특급호텔에서 세를 과시하는 이벤트로 전락한지 오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를 태운 버스는 달랐다. 호텔이 아닌 모교 교정에 도착하였고 전주지역 동창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하차한 것이다. 그리고 산보하듯 교정을 일일이 둘러보고 모교 역사관을 관람한 후 이어서 추억의 수업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30년 전 우리를 가르치시던 은사님은 과거 그 시절 열정 그대로를 간직한 채 열강을 해주셨고 수업을 듣는 반백의 학생들은 곧은 자세로 경청하며 존경을 표했다.어디 그 뿐인가? 대부분의 행사를 우리 손으로 진행했다. 2부행사의 단골손님이던 대형 초청가수는 이번 행사에 없었다. 우리가 주인인 행사에 외부인사를 불러 놓고 방청객으로 물러 앉아서 구경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인 것이다. 대신 작년 초부터 전주지역 동창 대여섯 명이 음악동호회를 결성하여 각자 드럼, 기타, 전자오르간 등을 배우기 시작했고 부단한 연습 끝에 완전히 무대를 한마당 어울림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관행적으로 하던 발전기금 외에 새로이 장학기금을 추가 전달한 점도 의미가 크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장학사업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행사를 빛내 주기 위해 서울에서 1년 선배 10여 분이, 그리고 전주에서는 이웃 여학교 동년배 동창들이 행사에 참여해 준 것도 새로운 일이었다.머리는 어느새 희끗희끗 세버리고 숱마저도 듬성듬성 해진데다 아랫배는 힘을 주지 않아도 올챙이 배로 변해버린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그들과 함께여서 마냥 행복한 시간이었다. 함께 한 30년 뿐만 아니라, 함께 할 30년이 더 기대된다. 그래서 지금껏 처음 본 친구에게도 어깨를 툭 치며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었으리라."정말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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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24 23:02

닻내림효과 (Anchoring) 이야기

친구의 경험담이다. 검소하지만 특이한 옷을 즐겨입는 멋장이인 그는 얼마 전 뉴욕 출장길에 맨하탄의 한 옷가게에 들른다.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을 파는 것으로 유명한 이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점원이 '당신을 위해 태어난 옷'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점퍼 하나를 권한다. 입고서 거울에 비춰보니 그의 취향에 딱이다 싶게 마음에 든다. 사고 싶다. 가격표를 들춰보니 우리 돈으로 백만원을 호가한다. '역시' 하고 그가 돌아서는데 점원이 그의 소매를 잡는다. '이 옷은 현재 반값에 할인판매 중입니다'. 반값도 비싼 가격이지만 친구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처음 보았던 할인 전의 가격이 이미 머릿속 셈의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고정되어 오십만원이 싼 가격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가치에 대한 어떤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우연히 형성된 기준에 의한 고정관념의 포로가 된다. 인간의 판단체계가 이성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비합리성이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우리의 의사결정을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행태경제학에서 닻내림효과(Anchoring) 또는 기준점효과라고 부르는 바로 그 현상이다. 아름다운 초원의 나라 몽골의 인구가 600만보다 많을까 적을까. 이 질문에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좀 더 직접적으로 질문을 바꿔보자. 여러분은 몽골의 인구가 몇 명쯤이라고 생각하시는지.위 질문에 답하기 전에, MIT대학의 저명한 행태경제학자 애리얼리(Ariely)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그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각자 자기 주민등록번호의 마지막 두자리 숫자를 쓰게 한다. 그리고는 유럽산 와인 한 병을 보여주며 각자가 예측하는 그 와인의 가격을 써보게 하였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가 높은 사람들이 번호가 낮은 사람들보다 평균 3.5배나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다. 와인의 가격과 아무 상관도 없지만 주민등록번호의 숫자를 먼저 쓰게 됨으로써 실험대상자들의 뇌리에는 자기도 모르게 하나의 기준점이 생겨나 고정관념으로 형성되었고, 그들의 판단은 이 기준점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몽골의 실제 인구는 300만이 채 안된다. 그러나 여러분이 여러분의 이웃과 크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도 이보다 큰 숫자를 상상했을 것이다. 첫 질문에서 제시되었던 600만이란 숫자가 여러분에게 기준점 즉 하나의 닻(anchor)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기준점이 단지 우연히 형성되기만 하는게 아니라 저 위의 뉴욕 옷가게에서처럼 철저히 계획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2007년 처음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의 가격은 599달러였지만 애플사는 몇 달 만에 곧바로 399달러로 가격을 인하하여 획기적 판매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물론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던 열성소비자들의 구매가 대충 끝난 후, 아직 구매를 미루고 있던 일반소비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가격차별의 한 전형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600달러 수준에서 기준점이 매겨져있는 소비자들에게 200달러의 할인은 횡재라는 심리를 이용한 '닻내림효과'의 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행태경제학의 발견이다.닻내림효과는 필자의 여름 또한 흐뭇하게 해줄 것 같다. 올 여름의 가족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대충 잡아보니 최소한 이 정도는 들겠다'면서 일찌감치 큰 숫자를 제시했고 알뜰한 아내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며칠 후 나는 '이리저리 절약하면 그 60% 정도의 예산에 가능하겠더라'고 아내에게 얘기하고 쉽게 동의를 얻어내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오랫동안 별러오던 오디오도 그렇게 해서 개비해볼 요량이다. 그전에 그녀가 이 글을 읽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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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10 23:02

대아저수지

전주에서 봉동을 지나 대전 방향으로 가다 고산을 벗어나면 곧 두 줄기의 물길을 만나게 된다. 왼쪽의 물줄기를 따라가면 경천저수지에, 오른쪽 물줄기를 따라가면 대아저수지(대아호, 대아댐)에 이르게 된다.이 저수지는 완주군 동상면에 일제때인 1922년에 높이 32m, 길이 254m, 저수량 2,000만톤 규모로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식 댐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차례 수리와 보수를 하다가 내구연한이 다되어, 전북 농지개량조합에서 이 대아저수지의 하류 300m 지점에 높이 55m, 길이 255m, 그리고 5,500만톤의 저수량을 가진 새댐을 1889년에 완공 하므로서, 기존의 댐은 만수 때에는 물에 잠기게 되고 저수량이 적은 갈수기가 되어야만 볼 수 있게 된다.대아댐으로 올라가는 산중턱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용담댐 관리소가 있는데, 전라북도 진안군의 용담댐에서 이곳까지 산속으로 이어지는 22km의 용담도수터널을 만들어서,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소를 가동함과 동시에 물을 정수해서 전주, 익산, 군산등 전북지역에 5억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완주군 동상면의 계곡은 전라북도 8대 오지의 하나로 대아댐을 끼고도는 호반도로의 오른쪽으로는 댐이 가지고 있는 고요하고 풍부한 물의 감성을 보이고, 왼쪽으로는 굽이굽이 끼고 도는 가파른 산과 계곡들은 어느 하나 대수롭게 여길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자연경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름철에는 피서 나온 사람들이 울창하게 어우러진 녹음에 취하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불어오는 바람이 만들어 주는 호수의 잔물결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거대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이렇게 산과 호수가 어우러지는 구불구불한 드라이브 길을 가다보면, 또 다른 갈래길이 나오게 되는데 한쪽으로는 운일암, 반일암이 나오는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가게 되면(동상면사무소) 또 다른 저수지가 하나를 보게 되는데 1965년에 완공한 높이 30m, 길이 160m,와 1,200만톤 저수량의 동상(東上)저수지가 나온다.이 저수지를 끼고 곧바로 가게되면 봄과 여름의 풍치도 훌륭하지만, 서리가 내릴 때 쯤인 늦가을에는, 조선시대에 고종왕에게 진상 하였다 해서 고종시라고 불리는 씨 없는 곶감을 만들려고, 동네마다 집집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곶감 말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수지 밑으로 오른쪽 다리를 지나면 곧바로 나타나는 위봉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볼 수 있으며, 곧이어 위봉사와 위봉산성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소조불상과 화려한 십자모양의 종각과 봄철에 은빛터널의 벗꽃길로 유명한 완주 송광사가 나타고, 곧이어 전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이 동상저수지의 물이 대아저수지로 합쳐져 고산천으로 2km 정도 흐르다 보면, 1935년에 만들어진 완주군의 또 다른 저수지인 경천(庚川)저수지의 물줄기를 만나면서 강다운 모습으로 되어 만경강(萬頃江)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호남평야와 전라북도 일대에 생활용수와 산업용수 그리고 농업용수로 활용되는 젖줄이 되어, 전라북도 김제 진봉면 하구까지 구비구비 돌아 희망과 기쁨과 사랑을 만들어 가면서 서해의 새만금으로 흘러 바다가 된다.가족들과 또는 정다운 사람들이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저수지 부근 동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고산 자연휴양림과, 대아수목원의 울창하고 시원한 곳에서 여유를 찾고, 대아리 저수지의 매운탕과 계곡의 산천어를 맛보며, 호수길을 따라 진안방향의 계곡이나, 화심 순두부의 새로운 맛도 즐기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 되어도 아름답게 변하는 고향의 자연을 느껴가며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은 곳이 완주군 동상면의 대아저수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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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03 23:02

위선과 위악

'김제동,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위 낚시글이 눈에 확 띄어서 무슨 얘기인지 한번 찾아 보기로 했다. 내용을 들여다 보니 김정운 교수가 모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김정운이라는 이름 때문에 관심이 더 갔다. 왜냐하면 이 분은 작년에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이다. TV를 자주 보지 않는 탓에 식사를 하는 내내 그 분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고 당신이 그날 모임의 강사라는 사실과 농담 조로 유명인사인 자신을 몰라주는 필자를 타박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상황이 파악되어 급하게 통성명을 하게 된 기억이 남아 있어서이다.그분이 김제동에게도 타박(?)을 한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 들일까' 하는 생각이 커서 평소에 막말을 잘 못한다는 김제동의 고민을 듣고서 내린 조언이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제동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옳은 말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인데 그렇게 되면 평생 너무 힘들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경규는 위악(일부러 악한 척)을 하는데 김제동은 위선을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 자신도 어찌 보면 위악을 하는 편인데 위악이 훨씬 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행태라고 한다. 만일 이경규가 음주운전을 하면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거나 '그럴 줄 알았다'고 이해하지만 김제동은 용서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악한 이미지는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너무 선한 이미지는 결국은 독이 되어 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다.대중들에게 어떠한 이미지가 각인되면 그 주인공이 그 틀을 벗어날 경우 대중은 그 기대수준에 입각해서 반응하기 마련이다. 우리 자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한 일을 행하던 사람이 어쩌다 실수로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과거의 선행을 감안해 따뜻하게 보듬기보다는 더 큰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그렇다고 해서 김 교수 조언대로 위악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바람직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낡은 정치, 한판 붙자'며 이번 총선에 출마한 고교 동창도 필자가 보기엔 김제동 부류에 속한다. 굳이 필자도 분류해 본다면 여기에 속한다. 즉 위선하면서 사는 편이다. 위선이라고 해서 거짓 선함의 위선(僞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선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의 위선(爲善) 말이다. 이로 인해 겪게 되는 불이익과 불편함은 상당하다. 위선(爲善)이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질시를 받는 경우도 많고, 또한 위선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자신을 다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해지자고 악한 척하는 위악(僞惡)을 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리석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김 교수의 조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김제동은 그 뒤에 출연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는 인상을 좀 받았다. '첫사랑이 근근이 살아가길 바라고 그 남편은 무좀 습진과 같은 질병을 앓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변신 노력이 그를 자유롭거나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할 것 같다. 그의 천성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덧붙여 바른 말 잘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에게 훨씬 더 어울린다는 필자의 생각이 너무 깊게 자리잡아서 일 것이다.위선이든 위악이든 그 추구하는 바가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쪽이든 좋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선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설령 한 방에 훅 갈 수 있더라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친구, 그리고 김제동이 선함을 실천하는 위선자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공자님도 일찍이 말씀하지 않으셨는가?'위선자(爲善者), 즉 선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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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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