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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말의 향연

매일 파티가 열리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다 진지하고 박식한 이야기들이다.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의 구럼비, 용역의 폭력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대책 등. 수많은 말과 사람들의 향연 속에 초보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 하면서도 과연 이 모든 시도들이 어떤 성과로 귀결 될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일단 달려간다. 책이나 뉴스보다도 현장의 목소리가 더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7월에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인사청문회다. 오랜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사람의 가치보다는 효율성, 일사불란함,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굳어져 왔다. '인권' 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출범 된 조직이 '인권위원회'다. 그런데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 지식도 관심도 없는 인사가 인권위원장을 맡고 나서 인권위는 제 모습을 잃어갔다. 그런 상황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자원했고 의원실 보좌진들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열심히 준비했다. 드러난 사실은 놀라웠다.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 문외한일 뿐 아니라 학자, 교수로서도 실망스러운 사람이었다. 자기 논문을 이리 저리 돌려서 표절한 것은 기본이고 대학원생 제자 논문까지 베꼈다. 인사청문회 장에서 그런 사실들을 밝히고 현 위원장에게 질의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남 이야기를 듣는 듯한 태도였다. 사람을 앞에 놓고 추궁해야만 하는 내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그러나 무너진 시급히 구제가 필요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인 시민들과 활동가들을 생각하며 질의를 마쳤다. 나의 인권위 질의는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마음은 무겁다. 대통령은 어떻게든 현 위원장의 유임시키려 할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부디 대통령이 이번만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한 숨 돌릴 때 쯤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밀양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시골 어르신들이 국회에 와서 마이크를 잡고 증언을 하셨다. 그건 증언이라기 보다는 절규였다. 생계 수단인 밤나무가 잘리워지는 걸 막기 위해 매일 아침 산을 오른다는 할머니는 배낭에 물병을 챙긴다. 물병 안에는 물이 아니라 휘발유가 들어있다. "보상도 뭣도 다 필요없어, 내 사는 마을이 망가지면 나도 죽고 우리 영감도 죽어!" 여차하면 용역들 앞에서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죽어버리겠다는 할머니.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평범하고 힘 없는 시민들의 삶을 저렇게 짓밟아도 되는 걸까. 할머니들의 비명 같은 증언을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 드리겠다고 다짐하고 보내드리는 마음이 아려왔다. 지난 주에는 안산 SJM공장으로 달려갔다. 용역업체 '컨택터스'가 노조원들을 무참하게 폭행한, 바로 그 장소로. 공장 앞에는 여전히, 검은 옷을 입은 컨택터스의 직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젊은 청년들은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때리는 용역도 맞는 노동자도 다 같은 시민이며 서민의 자식일텐데. 공장 안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증언하고 있었다. 비무장 노조원들은 용역이 던진 쇳덩어리과 발길질에 무참히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 안산 단원경찰서에서도 출동을 했지만 사태를 알고서도 수수방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나라에 인권이, 공권력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 문제를 철저리 밝혀내기 위해 민주통합당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앞으로도 계속 주시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여러가지 사건들 속에서 2012년 7월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앞으로의 4년도 이런 식으로 날아가 버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많은 사람과 말의 향연들 속에 나를 잃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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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09 23:02

'새만금 고속도로' 조기 건설해야

1984년도 미국 유학시절 필자는 미국의 광활한 대지와 거미줄같이 잘 연결되어있는 고속도로가 무척 부러웠었다. 땅이 워낙 넓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 고속도로 넓이 몇 배 이상의 빈 공간에 숲이나 잔디를 조성하여 사고시에도 후속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여유있게 건설되었다. 미국 고속도로는 1937년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계획이 세워진 것으로 주(州)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길이는 총 75,000km에 달하며, 미국 전역에 거미줄같이 깔려 있는 도로의 총 연장은 6백 40만 km 에 달하는데 이는 지구 둘레를 157 바퀴 돌 수 있는 거리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고속도로는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이다. 히틀러시대인 1932년에 쾰른과 본 사이를 왕래하는 아우토반이 최초로 완공되었으며, 이후 6년 만에 3,000km에 이르는 고속도로망이 형성되었다. 아우토반은 독일의 경제력을 획기적으로 성장시켰으며 유럽 각국의 도로와 연결되면서 교역이 활발해졌고, 독일은 부를 축적해 나갔다. 경제부흥을 위해 고심하던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독일 방문시 아우토반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던 1967년에 우리나라 수출액은 3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고속도로 건설은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반대에 직면했었다. 1968년 2월 1 일 첫 삽을 뜬 후 2년 5개월만에 서울~부산이 개통되었다. 1970년 7월 7일 준공식이 열린 대구공설 운동장은 감동의 도가니 였다. 428km 건설 에 429억원이 들었고 9백만명이 투입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계속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여 1973년 11월 호남남해 고속도로, 1975년 10월 영동동해고속도로 및 1977년 12월 구마고속도로를 개통하며 전국적 교통망을 마련하였다. 1999년에는 국내고속도로 총 연장이 2,000km에 이르렀으며, 2007년에는 총연장이 3000km를 달성하였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도로의 날'이 금년에 제21회를 맞이하였다. 이제 우리나라는 '고속도로 4,000km시대'를 맞이하였으며, 전체 10만5천km에 달하는 전국 도로망을 구축하여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선진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우리 전북은 1973년 11월 호남고속도로개통 이후 1984년6월 88 올림픽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2001.11.29에는 대전~진주 구간중 함양~무주간 60.4km가 개통되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2001년12월 21일 전구간이 개통되었으며, 2002 12.23 천안~논산간, 그리고 2007.12.13 익산~장수간 개통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2011.4.29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전구간이 개통되었다.전북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망이 남북축으로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이제 동서축을 연결하는 새만금 고속도로가 시급히 건설되어야 한다. 앞으로 2020년까지 건설될 새만금 신항의 원할한 물동량 수송과 전북 동부산악권벨트의 개발, 그리고 경북 포항까지 연결되는 새만금고속도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난 614 새만금 신항만 개발 기공식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도 새만금신항이 "서해안의 중추 항만이자 동북아권의 수출입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새만금-군산간 복선 전철 등 주요 간선교통망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새만금~전주 고속도로(54.3㎞)는 김제 심포를 출발해 서해안호남고속도로와 만난 뒤 전주 외곽에서 익산~포항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정부는 사업비 1조6458억원으로 2014년에 착공해 2020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세워 올해 기본실시설계중이지만 앞으로 완공시까지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새만금고속도로가 완공된다면 새만금개발이 본격적으로 완성되고 전주광역도시가 배후도시로서 발돋움할 수 있으며 동부산악권에 레저와 관광을 접목시킬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새만금고속도로로 새만금신항에서 포항까지 힘껏 달려볼 날을 기대해본다.※ 전 본부장은 진안 출신으로 전북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를 마쳤다. 현재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여자축구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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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26 23:02

동서화합의 밀알 틔워 국가발전을

최근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가능케 하는 쪽으로 헌법해석을 바꾸려 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한반도 주변국에 직접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군사대국화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중국은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를 서해에서 시험운항하는 등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남중국해 섬을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들의 영유권 분쟁도 심상치 않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 압박에 나섰고, 중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또한 옛 고구려 발해 땅까지 만리장성에 포함돼 있었다고 강변하는 역사왜곡을 통해 북방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국내적으로는 북한의 3대 세습과 핵개발, 인권유린에 침묵하라는 북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종북 인사들이 줄줄이 국회의원으로 들어와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우리 민족이 남북으로 갈리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지도 어느 덧 62돌이 되었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미처 다 치유하지도 못한 채 숨가쁘게 달리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궜지만, 지금 나라 안팎은 여전히 시련과 도전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는 분열과 갈등으로 단합을 이루지 못한 채 편을 가르고 증오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스럽다.대한민국 국민들끼리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돕고 살아가지는 못할 망정 세대와 지역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인정치 않으려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들어간 지금 동과 서로 보이지 않는 38선을 그어놓고 서로 다른 나라를 꿈꾸고 있다면 후진국도 이런 후진국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정치인들의 필요에 의해 잉태되고 증폭된 지역감정에 우리 국민이 아직도 사로잡혀 있다면 이것은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금년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하였고 대통령선거도 12월에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들이 저마다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서로 편을 갈라 소모적 갈등을 벌이는 분열의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새 정부는 지역적인 모든 것을 타파하고, 어느 지역을 차별 두지 않고 균등하게 사랑을 베풀며,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아가면서 나라를 일으켜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우리 전북에는 지금 어느 지역보다도 뒤져 있다는 상실감이 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북인은 나라가 어려울 때 이를 극복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아름다운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대승적인 화합을 조성하는 데 앞장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전북지역은 새만금이 완공되면 산업단지와 비즈니스 중심지는 물론 리조트가 함께 어울리는 글로벌 명품 관광지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북도민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서 서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전북이야말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곳, 나아가 동서화합을 이끌 수 있는 넉넉함이 있는 축복의 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전북의 아들로서 부족하나마 생각한 것이 있다면, 새만금의 완공을 계기로 우리 도민부터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합심을 이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희망의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퍼지게 하면 그것이야말로 동서화합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권 회장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고문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총동창회 상임이사, 안동권씨 대종원 부총재, 재경도민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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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9 23:02

초선의원으로 살아가기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한지 두 달 째. '국회의원' 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렇게 불리우는 데 적응해 가고 있다. '국회의원 진선미' 살면서 이런 호칭으로 불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번에 비례 대표 제안을 받아들일 때 까지,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꿈 꿔 본 적이 없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호주제 위헌소송'에 뛰어들었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 성소수자, 여성 인권에 관련한 변론들을 하면서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변호사로서 그들을 대변하는 것 만 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이 사회의 굳어진 편견들을 대할 때는 좌절감도 느꼈다. 내 그런 고민을 이해하는 선배와 동료들은 '아예 네가 정치인으로 나서라' 고 조언하기도 했다. 시스템의 벽에 부딪친다면 아예 그 안으로 들어가서 바꾸라면서.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손사래를 쳤지만 어떤 운명인지, 이제는 이렇게 정치인의 길로 이끌려 와 있다. 새로운 역할이 주는 스릴도 있지만 책임감이 더 무겁다. 잘 하고 싶은 만큼 고민도 크다. 행정안전위원회, 운영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이 세 개의 상임위 활동이 국회에서 맡은 나의 주요 임무다. 특히 운영위원회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는 다른 인권선진국에서도 찬사를 받았던 자랑스럽고 독보적인 정부기관이다. 하지만 그런 찬사도 이제 과거형으로 밖에 말 할 수가 없다. 지금의 인권위는 어떤가? 인권위를 위해 일 할 사람들이 떠나고 있고 인권활동가들은 의식 없고 퇴행적인 이 정부의 인권위와 절연한 채 각자 외치고 있을 뿐이다. 쉽지 않겠지만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이 정부 인권위의 문제점을 짚어 나가고 인권위로서의 참된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최근엔 또 하나의 역할을 맡았다. 바로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서의 활동 때문이다.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때는 사양했다. 초선 의원인데다 내 역량이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경력도 일천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정치권에 부채가 없는 신인이라는 점, 스스럼 없고 사람 좋아하는 내 성격이 대변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여겨진 듯 하다. 게다가 정권교체라는 큰 사명에 내 작은 힘이라도 잘 쓰여진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대변인 직을 받아들였다. 요즘 의원으로서 내 업무 외에 문재인 후보님과 함께 하는 일정이 많다. 체력적으로는 좀 고되지만 훌륭한 분과 함께 하게 되니 마음은 뿌듯하다. 정권교체의 그 날, 12월에 크게 웃을 것을 상상하면서 즐겁게 임하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에 열 개가 넘는 일정들이 내 일정표를 꽉 채운다. 어떤 날에는 십 분 단위로 일정이 잡히기도 한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어 잠자리로 뛰어들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음 날을 위해 읽어야 할 자료들이 쌓여 있다. 그렇게 힘이 들 때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고 말씀 드렸을 때 너무나 좋아하시던 어머니. 10여 년 전에 변호사가 되었을 때도 '순창 촌년이 출세했네~' 라며 웃으시던 우리 어머니. 당신의 막내 딸이 나라 일을 맡았다는 게 마냥 자랑스럽고 좋기만 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앞으로의 4년도 그런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힘들 때면 순전하게 나를 사랑해주고 기대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미소 지으면서.※진 의원은 순창 출신으로 성균관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인권 변호사로 일 해 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여성인권위원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법률사무소 이안 공동대표 변호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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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2 23:02

고향, 그리고 향수(鄕愁) 이야기

인류의 고향이 에덴동산이라면 우리의 고향은 진안고원이다. 에덴동산 최초의 그 고향사람들이 창조주의 선악과에 관한 지엄한 법을 어기고 미물의 미혹에 빠지니 사람들의 원죄로 인한 삶과 죽음의 고통은 이 때로부터였다. 죽음의 고통은 또 그러려니와 삶의 고통 또한 교만과 게으름으로 시작된 원죄인들의 인성(人性)의 흔적으로 인간의 가슴 속에 상처로 기록되어 마치도 탕자(蕩子)처럼 나태스럽고 무책임하게 떠나고 돌아옴의 반복을 거듭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고향과 사람이라는 긍정적 명사의 복합적 품사가 향수(鄕愁)라는 것을 필자가 깨닫게 된 것은 필자가 어릴 적 닫혀있는 성곽의 문을 열고 고향을 탈출하듯 떠난, 머릿속 한 켠에 미로처럼 남겨놓은 그 조그마한 기억을, 아득한 먼 옛날 어느 험하고 미개한 산성 같은 언저리에서 떨어져 나온 원시의 기억이 설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였다. 이렇게 나의 기억 속에서 찾아낸 설움의 기억이 그 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유학을 떠났던 친구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오면서 부터였다는 것도 그 즈음 알았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의 한 중간에 나의 마음속 자아(自我)의 정체성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새로운 본성이 초토(焦土)의 어둠속에 활화산으로 점철되어 깨어난 것이 아니었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이 된다. 그것은 역사의 변천이었고 원시의 탈출이었고 사고(思考)의 변화였던 것 같다.어느 고전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우주는 의연히 백대(百代)에 한결 같거늘 사람의 일은 어찌하여 고금이 다르뇨? 지금 세상 사람을 살펴보니 애달프고 불쌍하고 탄식하고 통곡 할 만 하도다. 전인의 말씀이나 역사를 보면 옛적사람은 양심이 있어 천리(天理)를 순종하는데 지금 세상은 인문(人文)이 결딴나서 도덕이 없어지고 의리도 없어지고 염치도 없어지고 절개도 없어지고 그름과 옳음을 분별치 못하여 도칙이 같은 도적놈이 청천백일에 사마(士馬)를 달려 횡행하되 이상히 여기는 자가 없고, 착한사람과 악한사람이 거꾸로 되고, 이 같이 천리에 어기어지고 어둡고 더럽고 어리석고 악독하여 금수(禽獸)만도 못한 이 세상을 장차 어찌하면 좋을꼬?'정말 그랬다.이 나라 방방곡곡 어디나 그랬듯이 내 고향 거기도 그랬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아첨배들은 거기도 있어서 그들은 열심히 두 손을 비비고 있었다. 골육상쟁하는 형제들도, 불효하는 무리들도 예외 없이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도, 창아리 빠진 무장공자(無腸公子)도, 권세를 찾아서 대대로 유리방황하는 가문도 거기 있었다. 그것은 역사가 말하는, 인간이 서식하는 어디에나 그렇게 있었다. 필자는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이것들을 찾아서 남겨질 역사를 위하여 가 볼 생각이다. ※ 성 회장은 진안 안천 출신으로 서울 강동상공회 부회장, 국제라이온스 354-D지구 지도위원, 서울동부지검 형사조정위원, 신동아고속관광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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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05 23:02

위봉사(威鳳寺)

위봉사는 604년 백제시대에 서암대사(瑞巖大師)가 세웠다고 하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고, 신라 말에 이곳을 지나다 상서로운 빛이 있어 따라가 보니 세 마리의 봉황새가 공중을 맴돌고 있어, 이곳에 절을 짓고 이름을 위봉사(圍鳳寺)라 하였다고 하는 설화가 있는 절로 완주군 소양면 대승리에 있다.위봉사는 완주 송광사에서 가파른 고개 길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다보면, 지금도 옛 산성자락이 많이 남아있으며 복원중인 위봉산성에 닿게 된다이 산성은 1675년(조선 숙종원년)에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에 안치되어 있는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옮겨 보존하기 위하여 쌓은 성곽으로, 실제로 동학혁명 당시에 이곳으로 피난시켰다 한다.이 산성을 지나다보면 왼편 산등성이에 동쪽을 향하고 있는 위봉사는 1359년(고려 공민왕 8년)에 나옹화상이 대가람으로 중건하기도 하였으며, 1911년 일제의 조선 총독부가 모든 전국의 사찰을 정비 구획할 때, 전북 일원의 50여개의 사찰을 관할하는 본사로 위상을 갖추었었으나, 625전쟁과 여러 차례의 화재로 쇠락하다가, 1988년부터 정비 증개축하여, 지금은 전북을 대표하는 비구니선원으로 위상이 커졌으며 현재 금산사의 말사로 되어있다위봉사의 넓은 입구 마당에 들어서서 고개를 들어 일주문을 바라보면, 대개의 일주문들은 맞배지붕으로 되어있는데, 이곳은 팔작지붕으로 몸체에 비해 지붕이 거대한 모습으로 보이며, 특히 돌계단위에 있어 위압감을 느낀다. 이어 돌계단을 올라 일주문을 지나면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을 거쳐, 봉황이 산다는 전면5칸의 우람한 누각인 봉서루(鳳棲樓)의 밑을 지나게 되는데, 정면에 이 사찰의 중심건물인 보물 608호인 보광명전(普光明殿)이 나온다.경내에는 목조 석가 삼존상과 16나한상등을 모신 나한전이 있고, 극락정토를 표방한 구천오백존불탱등이 봉안되어있고 또 다른 아미타좌상을 모신 극락전등이 있다. 또한 본전의 마당 앞에는 이 절을 편안한 느낌으로 만들어 주며, 위봉사를 더욱 장엄하게 보이게 하는 커다랗고 우아한 소나무 한 그루가 우리를 반기는 듯 기다리고 있다.어느 사찰이건 나름대로 역사와 문화와 예술,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니지 않은 곳이 없지만, 위봉사도 시선을 두는 곳마다 울창하게 펼쳐지는 숲을 보며, 불교문화가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부터 일상의 모든 것들이 고유한 관습으로 젖어들어 좋은 가치관으로 변화되면서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켜온 것에 감사드릴 수 있는 곳이다.이 위봉산성과 위봉사를 지나면 곧바로 만나는 곳이 위봉폭포이다, 봄과 여름에는 우거진 숲의 향기와 어우러져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물줄기에 시원함을 느끼고, 가을이 되면 황홀하게 펼쳐지는 단풍과 함께 취할 수 있게 해주며, 겨울이 되면 얼어붙은 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계곡의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셔볼 수 있을 것이다.이어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가면 곧바로 보이는 동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지중의 하나인 동상면이 나온다, 이 동상면의 저수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게 되면 진안군 주천면에 있는 운일암 반일암계곡이 나오고, 왼쪽방향으로 가게 되면 대아리 저수지가 나타나게 된다.대아리저수지의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다 왼쪽 방향으로 가게 되면 전주가 나오고, 오른쪽 방향으로는 대둔산을 거쳐 대전으로 가게 되는 이 길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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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8 23:02

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지난 달 말 군입대한 아들이 이달 초에 사단 배치를 받았다. 대개는 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마친 후에 자대 배치를 받는 모양이지만 큰 아이의 경우 보충대대에서 사단 배치를 받은 후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는 모양이다.군 입대 하기 전부터 아내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어머니처럼 그녀도 자기 아들은 너무나 유순하고 연약해서 군대의 힘든 훈련이나 열악한 환경을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는 주장을 펴곤 했다. 그래서인지 군 복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좀더 안전하고 편한 데서 했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덧붙이곤 했다. 요즘 군대 무엇이 힘드냐고 아무리 강변해 보았자 별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눈치였다.그런데 뜻 밖에도 그 유순하고 연약한 아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아빠, 절대로 미리 손 쓰지 마세요. 어차피 가야 할 곳이라면 제 힘으로 한번 해쳐 나가고 싶으니까요. 배치 받는 곳이 편한 곳이든, 힘든 곳이든 다 뜻이 있겠지요"정말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한 한방 말이다. 그냥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이 이런 대견스러운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고 감동받은 것이다. 게다가 딱히 필자가 어디다 힘쓸 곳도 없는데 아들이 아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해주는 게 너무 고맙기도 했다. 주위에 자랑 삼아 이런 얘기를 했더니 반응이 제 각각이다.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며 입이 마르게 칭찬해 주면서 아들 말대로 하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방 부대에서 너무 심한 고생을 했다는 한 친구는 '그 좋은 인맥 가지고 왜 두 손 놓고 있냐'고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아내도 무언의 압력을 보냈다 '아들로서 부모에게 강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아빠로서 아들 일을 조금은 챙겨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아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대다수 엄마들의 마음 아니겠는가?아내 말처럼 아들 일인데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도 조금 들긴 했지만 눈 딱 감고 아들 뜻을 존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사단배치가 확정되는 날까지 어떤 것도 알아 보지 않았다. 발표 당일 확인해보니 후방부대이기를 원했던 아내의 희망대로는 안되었지만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전방 사단에 배치가 되었다.아내는 전방 사단이긴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그나마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나중에 안 일이지만 요즘 사단배치는 전산 배정을 하기 때문에 청탁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가 갈수록 투명해지듯 군대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들이 이 사실을 알고서 한 이야기 같지는 않다.스스로 감당해보겠다며 큰소리 쳤던 아들이 요즘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내는 곧 면회 갈 일을 생각하며 조금은 들떠 있다. 급속도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이다.국가유공자이신 선친께서는 가장 치열했다고 전해지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싸우셨다. 생전에 당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손자인 큰 아이가 그 용맹한 사단에서 복무하게 된 것을 보면 사단 배치가 단순한 전산배정의 결과는 아닌 것 같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들이 정말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크다.조만간 그 아들을 만나면 꼭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다. 이은상 선생님이 쓰신 글인데 필자가 초등학교 때부터 즐겨 낭송하고 있으며 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더욱 절실히 가슴에 다가오는 애국시다."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내 사랑 바칠 곳은 오직 이곳뿐. 심장에 더운 피가 식을 때까지 즐거이 이 강산을 노래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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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1 23:02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필자는 지난 5월 비엔나를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의 여러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국제 이공계 인턴교류협회의 국제 컨퍼런스가 오스트리아의 라이부니찌(Leibnitz)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필자는 오스트리아 여러 명소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가장 감명을 받은 곳은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촬영지 잘츠부르그(Salzburg)였다.잘츠부르그는 모짜르트(Mozart)의 탄생지로도 유명하다. 인구 15만명밖에 안되는 이 소도시에 매년 관광객이 200만명이나 찾는다고 한다.잘츠부르그의 자연적 환경, 문화경제적 환경에 매혹된 필자는 내 고향 전북을 짤스브르그화 하기 위해 벤치마킹하러 왔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먼저 사운드 오브 뮤직을 검토해 보면, 제작비 약 96억8000만원 투입해 375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영화는 원래 '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라는 이름으로 서독에서 1956년에 만들었었다. 그 당시에 가장 성공적인 독일 영화였다. 이 영화가 대단히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뉴욕에서는 한술 더 떠 스토리를 가상적으로 덧입힌 것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Sound of Music'이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1500번이나 공연을 했고, 6번의 Tony 상을 받았다. 또한 300만장 이상의 레코드를 판매했다.이들의 흥행을 보면서 만든 영화가 'Soun d of Music' 1965년 3월 2일에 탄생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으로는 쥬리앤드류스와 크리스토플러머, 에리너파커 등이 주연을 하였다. 1965년에 이 영화는 10개의 오스카(Oscars) 상에 지명받게 되었으며, 5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지금도 어디엔가에서 아직도 상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01년도에 미국 국회도서관측은 문화적, 역사적, 미적 가치를 인정해 국제 영화 등록처에 보존할 필름으로 선정했다.잘츠브르그의 관심 거리는 또 있다. 저녁 7시만 되면 음식점과 차를 마시는 카페 외엔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이런 현상은 수도 비엔나뿐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장시간 일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렇게 유유자적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관광수입 때문이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알프스 산맥과 볼거리, 문화적 유산이 그들을 풍족하게 만들었다.녹색자원을 상품화 한 것이다.산업화가 뒤떨어진 우리 고장 전북발전을 위한 모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전북의 자연적 환경을 살리면 잘츠브르그처럼 될 수 있다고 본다.전북은 청정 환경을 유지 하고 있는 곳이 많다. 진안의 마이산, 정읍의 내장산, 변산반도의 수려한 바닷가, 지리산을 끼고 있는 남원지방. 1000년 고도라고 하는 전통과 아름다운 예술의 미를 자랑하는 전주. 임금님의 수라상의 원자재를 공급하는 전라도 음식 등은 잘만 정돈해서 알리면 많은 해외의 관광객들이 찾아 올 것이다.여기에다 광활한 매립지인 새만금지역의 해양도시를 잘 만든다면 우리도 동양의 디즈니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 잘츠브르그가 될 수 있다.한 가지 더 제안한다면 교육도시로 부상하는 일이다. 상산고등학교와 같은 일류급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적어도 민족사관학교 같은 학교를 3~4개를 육성하면 전북으로 유학을 오게 될 것이다.전북을 교육도시, 녹색친화도시, 문화도시, 해양도시, 아실로마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되고 지친 대도시의 기업인들이나 정부 부처들의 컨퍼런스 자리가 될 것이다. 먹거리, 즐길거리, 휴식공간을 만들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국내뿐 아니라 일본이나 동남아국가의 부유층들이 전북지방을 찾게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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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14 23:02

치킨게임 이야기

의사결정의 메카니즘이 상호 의존적인 상황에서 언뜻 보기에 무모해보이는 행동이나 선택이 고도의 전략적 대안이될 수 있다서양영화의 장면 하나. 지역의 패권을 놓고 또는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알력이 생긴 두 조폭조직의 두목들이 게임을 통해 승부를 가르기로 한다. 조직원 한명씩 올라탄 자동차 두 대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지게 되는 배짱게임이다. 겁장이가 되면 지는 게임이어서 치킨게임이라 불린다. 용맹과 배짱이 무기가 되는 게임이지만, 서로가 끝까지 배짱을 과시하며 정면을 향해 돌진했다가는 둘 다 목숨을 잃게 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단순한 용맹이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승리의 관건은 나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돌진할 것이라는 확신 또는 두려움을 상대방의 뇌리에 심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조직원 중에 아주 영리한 '똑똑이'보다 '얼간이'를 차출해 운전석에 앉히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될 수 있다. 얼간이의 경우 아무 생각없이 운전을 하다보면 우연히 정면돌진을 할 수도 있겠는데 이런 예측불허의 행동이 곧 상대방에게는 두려움으로 작용한다는게 묘미이다. 또한 평소 무시를 당해오던 얼간이라면 이 기회를 이용해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겠다는 공명심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치열한 비즈니스경쟁에서 가끔씩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리거나 또는 CEO가 회사의 손익에 관계없이 경쟁사에게 지는건 못참는다는 식의 평판을 쌓아두는 것이 의외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예시이다.다른 대안으로는, 굵은 철사로 핸들을 칭칭 감아 아예 핸들을 꺽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해둘 수도 있겠다. 또는 핸들을 아예 뽑아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유혹을 스스로 차단시키고 자신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벼랑끝으로 일부러 몰아세움으로써 역으로 상대방의 선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고도의 게임전략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핸들이 고정되었거나 또는 아예 뽑혀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피하는 것은 이미 나에게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곧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중미의 아즈텍에 상륙하자마자 부하들과 적들이 보는 앞에서 타고온 배들을 불태워버림으로써 숫적으로 절대열세였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 스페인 코르테스장군의 배수진전략과 같은 맥락이다.2000년대 중반 이래 삼성 등의 국내업체들과 일본, 대만 등의 해외업체들간에 치열하게 벌어졌던 반도체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킨게임의 예로 널리 인용된다. 이 경쟁이 치킨게임이 되는 진정한 이유는, 스마트폰처럼 공급업체들이 직접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 업체들은 공급물량만을 선택할 수 있고 가격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가격폭락의 와중에도 감산은 곧 패배를 의미하기에 업체들은 서로 물러서지 않고 경쟁적으로 공급을 늘이면서 상대방이 감산하기만을 기대하는 배짱게임이 된 것이다. 이 반도체시장의 치킨게임에서 삼성이 최후의 승자로 된 이면에도 바로 벼랑끝전술의 묘수가 숨겨져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표면적으로는 공급물량을 통해 벌인 경쟁이지만 승리의 진정한 견인차는 삼성이 대규모의 생산설비 자체를 선점증설한데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생산설비의 증설은 곧 삼성에게 감산은 별 매력있는 대안이 아님을 의미한다. 경쟁업체들이 감산을 하건 증산을 하건 삼성은 이미 완공되어있는 설비를 이용하여 작은 가변비용만으로도 쉽게 증산을 할 것임을 확신한 경쟁업체들은 결국 감산을 선택하게 되고 종국에는 적자 또는 도산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의사결정의 메카니즘이 상호간에 서로 의존적으로 얽혀있는 게임적 상황에서는 언뜻 보기에 무모해보이는 행동이나 선택이 보이지 않는 고도의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오늘의 경제학의 역설적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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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07 23:02

대둔산(大芚山)

모든 산과 들에서 봄에 피웠든 꽃들이 그 빛깔을 잃어버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이렇게 뭉텅뭉텅 피어서 수채화를 그린 철쭉도 이제는 빛을 잃는다. 철쭉을 끝으로 더 이상의 봄꽃은 없다. 이렇게 봄을 보내는 꽃, 철쭉과 물이 차올라 활기 넘치게 밝은 녹색을 내는 숲들과 함께, 우람한 바위들에 둘러 쌓여 산이 뿜어내는 기운을 맞을 수 있고 우리나라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산이 높이 878m의 대둔산이다. 대둔산은 봄에는 푸르름이 돋아나는 나뭇잎들과, 온 산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는 야생화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여름이 되면 울창하게 우거진 숲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움이 가득한 곳에서 해가 뜨고 지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가을이 오면 불타오르는 단풍의 물결에 취해 탄성이 저절로 나오며, 겨울철이 되면 가지마다 쌓이는 눈꽃과 눈에 덮이는 바위들의 설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대둔산은 남쪽으로는 완주군 운주면이 있고, 서쪽과 동쪽으로는 충남에 걸쳐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대둔산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길은 전주에서 고산을 거쳐 대전으로 가는 코스이다. 왜냐하면, 곧이어 나오는 경천저수지에서 맛보는 시래기가 가득히 들어있는 매콤한 화산 붕어찜의 맛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둔산 입구 주차장을 지나서, 매표소 오른쪽으로 줄지어 있는 식당들을 지나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올 때에 온천물이 좋아 땀에 젖은 몸을 씻기 편리한 대둔산 온천 관광호텔의 일반 목욕탕이 보이고, 이어서 오른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7부 능선의 구름다리가 있는 곳까지 가는 약 1km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보이고, 바로 옆으로는 1894년 공주 전투에서 패한 동학군이 마지막으로 남아 3개월 동안 항쟁하다 대부분 전몰했다는 동학혁명 대둔산 항쟁 기념비가 있다.동학혁명 대둔산 항쟁 기념비에서 10여 분 정도 오르다 보면, 신라 시대에 원효대사가 이 산의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간이나 머물렀다는 동심바위가 절벽에 붙어 있듯이 앉아있고, 또 10여 분 정도 더 오르면 쉼터가 보이는데, 이곳에서 숨을 고르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임금바위와 입석대까지의 흔들 구름다리를 건널 때에는 오금이 저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겁이 나지만, 위를 쳐다보면 대둔산의 명물인 거대한 암봉들이 우리를 덮칠 듯이 내려보는 것 같아 다른 위압감을 느낀다.구름다리 양 끝에는 전망대가 있어 멀리 아스라이 구름 끝자락에 걸려 보이는 산세들은 우리들에게 평온을 가져다주며, 조금 더 오르게 되면 길이 36m, 경사가 무려 50도, 127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삼선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에서 10여 분 정도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하늘을 만져 볼 만큼의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마천대가 나오면 산의 정상에 다다른 것이다. 마천대에서 바라보면 맑은 날에는 진안의 마이산을 볼 수 있으며, 아득히 지리산의 천왕봉이 보이고, 서해의 변산반도가 보인다고 한다.산세가 수려한 도립공원인 대둔산은, 우람한 바위들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철이 최고의 기쁨을 준다고 하지만, 여름철에는 산이 뿜어내는 초록의 기운을 느끼며, 울창한 나무들에서 어우러지는 숲의 향기가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함께 묘한 신선함과 상쾌함을 가져다주는 곳이다.햇빛과 바람과 구름이 만들어 주는 산,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제철마다 곳곳에 어우러지는 야생화들이 탄성을 만들어 내며, 기암절벽과 숲이 함께 어우러지는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대둔산의 새로운 만남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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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31 23:02

반갑다, 친구야

유난히 꿈도 많고 열정이 넘쳤던 고교시절이 30년 저편에 아스라이 추억으로 흩어지고 어느덧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근처에 와 버렸다. 그런 친구들 200 여명이 지난 주말 전주에 모였다. 19일부터 이틀에 걸친 고교졸업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전주에 있는 회장단이 행사를 주관하는지라 재경지역 동창들이 할 일이란 그리 딱히 많지 않았다.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 및 각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회비를 거두는 일과 행사에 참석하도록 독려하는 일이 고작이다. 그것도 재경지역 총무 두 명이 실무적인 일을 알아서 다 하기 때문에 재경동기회장이라는 감투만 쓰고 있는 필자가 하는 일이라고는 친구들에게 전화하는 일이 전부다. 그런데도 직책이 부여하는 무게는 적지 않아서 작년 초 회장직을 수락하고서부터 이것 저것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막상 행사가 코 앞에 다가오자 조바심은 더 커져만 갔다. 특히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행사에 참여할 것인가가 걱정거리였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불러내어 함께 어울리고 싶다는 간절함도 크지만 그 못지않게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 받고 싶은 마음 또한 적지 않았다. 수시로 친구들에게 참석 여부를 되묻는 전화를 걸면서 통사정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행사에 참석하는 친구들은 정말 신이 난 모양이다. 행사 당일 11시까지 사당역 근처에서 출발하는 행사차량에 탑승하기로 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 이전에 약속 장소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모임에 한번도 보이지 않던 친구들도 여럿이 눈에 띄고 말이다.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이번 행사는 외양으로는 과거와 비슷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완전 달랐다. 먼저 홈커밍데이(homecoming Day) 본래 의미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홈커밍데이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자기가 졸업한 고등학교를 졸업 30주년이 되는 해에 자식과 가족을 동반하여 방문하는 행사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대부분의 행사가 모교가 아닌 특급호텔에서 세를 과시하는 이벤트로 전락한지 오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를 태운 버스는 달랐다. 호텔이 아닌 모교 교정에 도착하였고 전주지역 동창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하차한 것이다. 그리고 산보하듯 교정을 일일이 둘러보고 모교 역사관을 관람한 후 이어서 추억의 수업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30년 전 우리를 가르치시던 은사님은 과거 그 시절 열정 그대로를 간직한 채 열강을 해주셨고 수업을 듣는 반백의 학생들은 곧은 자세로 경청하며 존경을 표했다.어디 그 뿐인가? 대부분의 행사를 우리 손으로 진행했다. 2부행사의 단골손님이던 대형 초청가수는 이번 행사에 없었다. 우리가 주인인 행사에 외부인사를 불러 놓고 방청객으로 물러 앉아서 구경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인 것이다. 대신 작년 초부터 전주지역 동창 대여섯 명이 음악동호회를 결성하여 각자 드럼, 기타, 전자오르간 등을 배우기 시작했고 부단한 연습 끝에 완전히 무대를 한마당 어울림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관행적으로 하던 발전기금 외에 새로이 장학기금을 추가 전달한 점도 의미가 크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장학사업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행사를 빛내 주기 위해 서울에서 1년 선배 10여 분이, 그리고 전주에서는 이웃 여학교 동년배 동창들이 행사에 참여해 준 것도 새로운 일이었다.머리는 어느새 희끗희끗 세버리고 숱마저도 듬성듬성 해진데다 아랫배는 힘을 주지 않아도 올챙이 배로 변해버린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그들과 함께여서 마냥 행복한 시간이었다. 함께 한 30년 뿐만 아니라, 함께 할 30년이 더 기대된다. 그래서 지금껏 처음 본 친구에게도 어깨를 툭 치며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었으리라."정말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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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24 23:02

닻내림효과 (Anchoring) 이야기

친구의 경험담이다. 검소하지만 특이한 옷을 즐겨입는 멋장이인 그는 얼마 전 뉴욕 출장길에 맨하탄의 한 옷가게에 들른다.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을 파는 것으로 유명한 이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점원이 '당신을 위해 태어난 옷'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점퍼 하나를 권한다. 입고서 거울에 비춰보니 그의 취향에 딱이다 싶게 마음에 든다. 사고 싶다. 가격표를 들춰보니 우리 돈으로 백만원을 호가한다. '역시' 하고 그가 돌아서는데 점원이 그의 소매를 잡는다. '이 옷은 현재 반값에 할인판매 중입니다'. 반값도 비싼 가격이지만 친구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처음 보았던 할인 전의 가격이 이미 머릿속 셈의 과정에서 기준점으로 고정되어 오십만원이 싼 가격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가치에 대한 어떤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우연히 형성된 기준에 의한 고정관념의 포로가 된다. 인간의 판단체계가 이성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비합리성이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우리의 의사결정을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행태경제학에서 닻내림효과(Anchoring) 또는 기준점효과라고 부르는 바로 그 현상이다. 아름다운 초원의 나라 몽골의 인구가 600만보다 많을까 적을까. 이 질문에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좀 더 직접적으로 질문을 바꿔보자. 여러분은 몽골의 인구가 몇 명쯤이라고 생각하시는지.위 질문에 답하기 전에, MIT대학의 저명한 행태경제학자 애리얼리(Ariely)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그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각자 자기 주민등록번호의 마지막 두자리 숫자를 쓰게 한다. 그리고는 유럽산 와인 한 병을 보여주며 각자가 예측하는 그 와인의 가격을 써보게 하였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가 높은 사람들이 번호가 낮은 사람들보다 평균 3.5배나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다. 와인의 가격과 아무 상관도 없지만 주민등록번호의 숫자를 먼저 쓰게 됨으로써 실험대상자들의 뇌리에는 자기도 모르게 하나의 기준점이 생겨나 고정관념으로 형성되었고, 그들의 판단은 이 기준점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몽골의 실제 인구는 300만이 채 안된다. 그러나 여러분이 여러분의 이웃과 크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도 이보다 큰 숫자를 상상했을 것이다. 첫 질문에서 제시되었던 600만이란 숫자가 여러분에게 기준점 즉 하나의 닻(anchor)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기준점이 단지 우연히 형성되기만 하는게 아니라 저 위의 뉴욕 옷가게에서처럼 철저히 계획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2007년 처음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의 가격은 599달러였지만 애플사는 몇 달 만에 곧바로 399달러로 가격을 인하하여 획기적 판매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물론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던 열성소비자들의 구매가 대충 끝난 후, 아직 구매를 미루고 있던 일반소비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가격차별의 한 전형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600달러 수준에서 기준점이 매겨져있는 소비자들에게 200달러의 할인은 횡재라는 심리를 이용한 '닻내림효과'의 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행태경제학의 발견이다.닻내림효과는 필자의 여름 또한 흐뭇하게 해줄 것 같다. 올 여름의 가족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대충 잡아보니 최소한 이 정도는 들겠다'면서 일찌감치 큰 숫자를 제시했고 알뜰한 아내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며칠 후 나는 '이리저리 절약하면 그 60% 정도의 예산에 가능하겠더라'고 아내에게 얘기하고 쉽게 동의를 얻어내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오랫동안 별러오던 오디오도 그렇게 해서 개비해볼 요량이다. 그전에 그녀가 이 글을 읽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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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10 23:02

대아저수지

전주에서 봉동을 지나 대전 방향으로 가다 고산을 벗어나면 곧 두 줄기의 물길을 만나게 된다. 왼쪽의 물줄기를 따라가면 경천저수지에, 오른쪽 물줄기를 따라가면 대아저수지(대아호, 대아댐)에 이르게 된다.이 저수지는 완주군 동상면에 일제때인 1922년에 높이 32m, 길이 254m, 저수량 2,000만톤 규모로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식 댐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차례 수리와 보수를 하다가 내구연한이 다되어, 전북 농지개량조합에서 이 대아저수지의 하류 300m 지점에 높이 55m, 길이 255m, 그리고 5,500만톤의 저수량을 가진 새댐을 1889년에 완공 하므로서, 기존의 댐은 만수 때에는 물에 잠기게 되고 저수량이 적은 갈수기가 되어야만 볼 수 있게 된다.대아댐으로 올라가는 산중턱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용담댐 관리소가 있는데, 전라북도 진안군의 용담댐에서 이곳까지 산속으로 이어지는 22km의 용담도수터널을 만들어서,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소를 가동함과 동시에 물을 정수해서 전주, 익산, 군산등 전북지역에 5억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완주군 동상면의 계곡은 전라북도 8대 오지의 하나로 대아댐을 끼고도는 호반도로의 오른쪽으로는 댐이 가지고 있는 고요하고 풍부한 물의 감성을 보이고, 왼쪽으로는 굽이굽이 끼고 도는 가파른 산과 계곡들은 어느 하나 대수롭게 여길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자연경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름철에는 피서 나온 사람들이 울창하게 어우러진 녹음에 취하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면 불어오는 바람이 만들어 주는 호수의 잔물결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거대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이렇게 산과 호수가 어우러지는 구불구불한 드라이브 길을 가다보면, 또 다른 갈래길이 나오게 되는데 한쪽으로는 운일암, 반일암이 나오는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가게 되면(동상면사무소) 또 다른 저수지가 하나를 보게 되는데 1965년에 완공한 높이 30m, 길이 160m,와 1,200만톤 저수량의 동상(東上)저수지가 나온다.이 저수지를 끼고 곧바로 가게되면 봄과 여름의 풍치도 훌륭하지만, 서리가 내릴 때 쯤인 늦가을에는, 조선시대에 고종왕에게 진상 하였다 해서 고종시라고 불리는 씨 없는 곶감을 만들려고, 동네마다 집집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곶감 말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수지 밑으로 오른쪽 다리를 지나면 곧바로 나타나는 위봉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볼 수 있으며, 곧이어 위봉사와 위봉산성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소조불상과 화려한 십자모양의 종각과 봄철에 은빛터널의 벗꽃길로 유명한 완주 송광사가 나타고, 곧이어 전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이 동상저수지의 물이 대아저수지로 합쳐져 고산천으로 2km 정도 흐르다 보면, 1935년에 만들어진 완주군의 또 다른 저수지인 경천(庚川)저수지의 물줄기를 만나면서 강다운 모습으로 되어 만경강(萬頃江)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호남평야와 전라북도 일대에 생활용수와 산업용수 그리고 농업용수로 활용되는 젖줄이 되어, 전라북도 김제 진봉면 하구까지 구비구비 돌아 희망과 기쁨과 사랑을 만들어 가면서 서해의 새만금으로 흘러 바다가 된다.가족들과 또는 정다운 사람들이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저수지 부근 동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고산 자연휴양림과, 대아수목원의 울창하고 시원한 곳에서 여유를 찾고, 대아리 저수지의 매운탕과 계곡의 산천어를 맛보며, 호수길을 따라 진안방향의 계곡이나, 화심 순두부의 새로운 맛도 즐기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 되어도 아름답게 변하는 고향의 자연을 느껴가며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은 곳이 완주군 동상면의 대아저수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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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03 23:02

위선과 위악

'김제동,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위 낚시글이 눈에 확 띄어서 무슨 얘기인지 한번 찾아 보기로 했다. 내용을 들여다 보니 김정운 교수가 모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김정운이라는 이름 때문에 관심이 더 갔다. 왜냐하면 이 분은 작년에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이다. TV를 자주 보지 않는 탓에 식사를 하는 내내 그 분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고 당신이 그날 모임의 강사라는 사실과 농담 조로 유명인사인 자신을 몰라주는 필자를 타박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상황이 파악되어 급하게 통성명을 하게 된 기억이 남아 있어서이다.그분이 김제동에게도 타박(?)을 한 모양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 들일까' 하는 생각이 커서 평소에 막말을 잘 못한다는 김제동의 고민을 듣고서 내린 조언이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제동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옳은 말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인데 그렇게 되면 평생 너무 힘들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경규는 위악(일부러 악한 척)을 하는데 김제동은 위선을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 자신도 어찌 보면 위악을 하는 편인데 위악이 훨씬 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행태라고 한다. 만일 이경규가 음주운전을 하면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거나 '그럴 줄 알았다'고 이해하지만 김제동은 용서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악한 이미지는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너무 선한 이미지는 결국은 독이 되어 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다.대중들에게 어떠한 이미지가 각인되면 그 주인공이 그 틀을 벗어날 경우 대중은 그 기대수준에 입각해서 반응하기 마련이다. 우리 자신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한 일을 행하던 사람이 어쩌다 실수로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과거의 선행을 감안해 따뜻하게 보듬기보다는 더 큰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그렇다고 해서 김 교수 조언대로 위악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바람직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낡은 정치, 한판 붙자'며 이번 총선에 출마한 고교 동창도 필자가 보기엔 김제동 부류에 속한다. 굳이 필자도 분류해 본다면 여기에 속한다. 즉 위선하면서 사는 편이다. 위선이라고 해서 거짓 선함의 위선(僞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선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의 위선(爲善) 말이다. 이로 인해 겪게 되는 불이익과 불편함은 상당하다. 위선(爲善)이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질시를 받는 경우도 많고, 또한 위선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자신을 다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해지자고 악한 척하는 위악(僞惡)을 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리석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김 교수의 조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김제동은 그 뒤에 출연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는 인상을 좀 받았다. '첫사랑이 근근이 살아가길 바라고 그 남편은 무좀 습진과 같은 질병을 앓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변신 노력이 그를 자유롭거나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할 것 같다. 그의 천성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덧붙여 바른 말 잘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에게 훨씬 더 어울린다는 필자의 생각이 너무 깊게 자리잡아서 일 것이다.위선이든 위악이든 그 추구하는 바가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쪽이든 좋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선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설령 한 방에 훅 갈 수 있더라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친구, 그리고 김제동이 선함을 실천하는 위선자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공자님도 일찍이 말씀하지 않으셨는가?'위선자(爲善者), 즉 선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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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26 23:02

전북의 미래상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아실로마 해안 공원 및 컨퍼런스센타(Asilomar State Beach & Conference Grounds)가 있다.아실로마 해안 공원을 여행하면서 필자는'변산반도 친환경 생태벨트 구축 및 새만금 활용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아실로마란 스페인어로 'Asilo'란 단어와 'mar'란 단어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Asilo란 'Asylum' 혹은 'Refuge' 즉 -피난처-라는 뜻이며, 'mar '은 'Sea (물)'라는 뜻으로서 Asilomar는 'Refuge by the sea'라고 번역을 한다. 아름다운 몬터레이 해안에 자리잡은 소나무 숲과 하얀 백사장 그리고 파란 태평양의 물위의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물개와 새들이 노는 정경, 석양에 백사장을 거닐로라면 저절로 행복감을 느껴지기도 하다. 여기에는 숙박, 식당, 모래언덕, 생태체험, 골프코스, 해양식물, 동식물군 등 먹거리 볼거리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가족 외에 단체 손님들을 위한 캠프그라운드가 마련되어 있어 각종 그룹들의 트레이닝, 워크숍 등 수 많은 단체들이 몰려와 훈련하고 수양을 한다.물론 운영은 방문객의 수익금으로 충당된다. 연간 방문객 수는 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아실로마를 현 시가의 절반 값에 주정부에 매각했다. 조건이 있다. 소유주인 YWCA의 비존과 아실로마 지역의 자연환경을 보존한다는 조건 즉, 특징 및 성격, 이름 등을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주 정부에서도 아실로마가 주 정부의 재정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재정적으로 자립하여 운영한다는 조건하에 California State Parks Office가 인수하도록 허가하여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세계적인 명소가 된 아실로마를 더 전문적이고 폭넓게 운영하기 위해서다. 우리 전북의 미래를 보장할 '천혜의 자연조건 및 새만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새만금을 주축으로 변산반도의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해 '변산반도 친환경 생태벨트'를 구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 계획이 우선된다. 현재 있는 그대로를 활용하되 선진국의 모델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예를 들면 일본의 후꾸오까의 '네덜란드 빌리지'처럼 네덜란드 풍의 풍차를 세우고 그 모습 그 대로를 본 따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이테리의 해양도시인 '베니스'는 연간 1,9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변산반도 벨트 안에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해양도시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새만금의 면적은 401㎢로, 전주시 전체의 2분의1, 세종시의 5.7배, 인천 송도신도시의 16배, 여의도의 47배의 면적이다. 새만금 사업본부가 반세기 동안에 걸쳐 복합도시로의 개발을 성실히 해왔다. 산업관광환경 중심의 세계적 명품 도시가 건설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말 그대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떠오를 것은 자명하다.그러나 여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국소적이다.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 변산반도의 천혜의 자연환경우람한 나무 숲유명한 관광지향토 음식 등 전북의 고유 자산을 플러스 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첫째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구상 할 수 있는 훌륭한 전문가가 계획해야 한다. 100년이 가도, 200년이 가도 명성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계획 말이다. 다음은 전북에 인구를 늘리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자본을 끌어 들이는 일이다. 20~30년 동안의 시설 및 운영권을 주고 그 이후에는 기부체납하는 방식이 된다.새만금 사업은 '변산반도 벨트 사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사업이 있다. 실버 교육 체험 문화 명상사업 등이다. 미래의 콘텐츠는 우리만의 조용한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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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19 23:02

행태경제학, 넛지 그리고 공공정책

남자화장실의 변기 안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아있다. 남자들은 무의식중에 파리를 조준하게 되고 이를 위해 변기에 바짝 다가섬으로써 화장실바닥은 더욱 깨끗해진다. 그런데 가만보면 모든 변기 안에 한 마리씩 앉아있는 파리는 살아있는게 아니라 실제크기로 그려진 그림파리들이다. 이 아이디어는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키붐 (Kieboom)에 의해 처음 고안되었는데, 그의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가 실행에 옮겨진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의 화장실에서 남자들의 조준율(?)이 80% 증가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화장실에서의 행태조차 경제학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곧 사람의 선택 또는 의사결정의 문제이기 때문인데, 사람의 의사결정이 경제논리에만 의거하지 않으며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고전적 합리성을 위반하는 경우라도 그 비합리성에 일단의 예측가능한 규칙성이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학문이 바로 행태경제학이다. 그 선택의 규칙성이 선택의 대상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차적인 환경이나 자극에 의외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행태경제학은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람의 선택 또는 행동양식에 나름의 시스템을 가지고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제반 요소들을 '넛지(nudge)'라고 부른다. 여러 넛지들에 기반한 다양한 선택의 규칙성에 대한 연구업적이 쌓이면서, 이제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넛지시스템의 디자인을 통해 사회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다.장기기증의 예를 들어보자. 장기기증의 결정은 깊은 심사숙고를 요구하는 문제이고 심정적으로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결정이기에 모든 나라는 단순히 '장기기증에 참여합시다'라는 식의 홍보차원을 넘어서는 적극적 대책마련에 고심인데, 실제로 해외 각국은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넛지를 실험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우리 주에서는 성인의 87%가 장기기증에 찬성하고 있다'는 문구를 곳곳에 홍보함으로써 장기기증인구의 급성장을 경험하였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성적 판단으로는 쉽게 동조하지 않더라도 대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규범이 제시될 때에는 이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한다는 행태경제학의 연구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이 주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자신이 장기기증자라는 사실이 페이스북 등의 네트워크매체에 자동으로 보여지는 장치를 마련해두었는데, 이는 어떤 바람직한 사회규범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동으로 남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는 선택환경을 넛지화함으로서 장기기증의 인센티브를 배가시키고자 하는 선택디자인의 한 기법이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운전면허 취득시 특별히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사후 장기기증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소위 '옵트아웃 (opt-out)제도'의 시행법안을 심의 중에 있다. 이 아이디어는 우리나라처럼 적극적으로 장기기증을 신청해야 기증승인이 나게 되는 '옵트인(opt-in)제도'에 비교되는 대안으로서, 사람들이 변화보다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현상유지선호(status quo bias)'에 대한 행태경제학의 연구결과를 넛지차원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실제로 이 옵트아웃제도를 법으로 실행하고 있는 스페인이 인구비례당 세계 최고의 장기기증자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시장지배력을 악용하여 소비자 또는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수단 등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겠기에 여전히 경제학이 암울한 학문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의사결정주체의 합리성에 대한 성역을 넘나드는 행태경제학과 이를 사회공익의 실현에 적용하고 있는 넛지시스템은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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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12 23:02

게임학교

1950년대와 6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놀이문화는 자치기구슬치기술래잡기등 집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대부분였을 것이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바둑장기윷놀이 정도였을 것이다.1970년대 말에 이르러 전자오락이라는 경이로운 놀이문화가 개발되면서, 초기에는 벽돌깨기사다리타기오토바이 경주 등 기초적인 오락 프로그램으로부터 차츰 갤러그스트리트 파이터DDR 등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1979년 서울에 900여곳에 불과하던 전자오락실은 불과 4년만인 1983년 서울에만 1만2000여개가 생겨날 정도로 호황 산업이 됐다.20세기말에는 반도체를 이용한 IT산업이등장하면서, 하드웨어의 발달과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따라 새로운 놀이문화가 창조되기 시작했다.물론 폭력적인 게임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 등이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죤 백 교수는 "전자오락을 경험한 게임세대가 역사상 가장 경쟁력 있는 세대"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게임세대는 "능력을 중시하고 경쟁을 즐기며 협력할 줄 알고 더 큰 보상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어, 게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 비해 훨씬 성취도가 높아 새로운 일터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러한 전자오락 게임은 이미 단순한 놀이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가 됐고 영상미디어 산업소프트웨어 산업과 지식 산업 등으로 발전해, 그 중요성이 인식돼 20세기 이후의 최고의 오락산업이 TV나 영화산업 등에서 게임산업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140조원이며, 매년 약 30%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거리, 즉 놀이문화의 범주를 벗어나 자본과 결합하고부터는, 그 규모와 영향력이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어 향후 유망산업으로 되어 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이러한 게임이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각 나라에서는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투자와 육성책을 만들어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정광호박사가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대둔산 중턱에 '세계적인 게임 리더 배출을 위한 전문화 교육'이라는 목표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를 2004년에 개교해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전국에서 뜻을 이루고자하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우리나라에는 많은 특성화 고등학교가 설립목적 보다는 대학입시에 중점을 두어 교육하고 있지만,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는 정규과목에 충실히 하면서, 게임산업의 주역이 될 인재를 양성하는데 큰 목표를 두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특히 정광호 교장은 우수한 학생들이 대부분 의사나 변호사 등을 선호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게임 개발자가 각광을 받게 될 것이며, 그때에는 이 학교 학생들이 게임산업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강한 신념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이제 게임은 아이들이나 즐기는 오락거리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가 된것 같다. 왜냐하면 버스지하철커피숍,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수 있다는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세상은 빠르게 변해 가는데,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은 무작정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습성을 버리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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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05 23:02

칵테일 파티 효과

지난 금요일 저녁, 서울 서초동 어느 연회장에서 고향사람 200여명이 모였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라 무슨 정치모임 아닌가 생각할 분도 있겠지만 순전히 친목을 위한 모임이었다. 전북에서도 아주 산골인 장수군 번암면 출신들이 정말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서 그 동안의 타향살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흔히 향우 모임이 먹고 마시는 장이 되거나 특정인의 정치적 선전장이 되는 경우가 있어 썩 내키지 않은 적이 많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혹 누군가가 그것을 의도했더라도 참석자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고 행사주최자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모임은 그냥 유쾌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다음 모임은 언제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다음엔 더 많은 고향 사람들이 참석하도록 권유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2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대학생 14명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었다.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고향에 가지는 애틋함이란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런데 이제 보니 가장 좋은 방법 하나가 생긴 것이다. 요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바로 고향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대학생인 큰 아이가 지난 달 장학금을 받고 나서 대견스럽게도 절반을 떼어 기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필자도 그 액수만큼 채워 어딘가에 기부를 하려던 차에 이번에 적당한 사용처를 찾은 것이다. 친구 몇에게 동참 의사를 타진했더니 모두들 흔쾌히 동의를 하였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그 마음을 함께 담아 전달하면 그만이다.요즘 들어 부쩍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지인은 어린 시절 구로동 단칸 방에서 어머니, 형과 함께 어렵게 산 기억 때문에 성공하면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 성공할지 모르겠고 더 기다렸다가는 마음이 변할지 몰라서 작년에 전격적으로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에 가입하였단다. 또한 최근에 만난 거래처 사장님은 본인을 포함해 20여 기업인들이 10여년부터 매달 각각 이십여만원씩을 거두어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기도 했다. 주말마다 시골 농장에 내려가 손수 가꾼 과일이며 채소, 그리고 쌀을 이웃과 나누는 종합검진병원 이사장님도 최근 알게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이달 조찬 특강에 모셔온 유명 대학교수님의 강의 화두도 '나눔의 원칙과 실천'이다. 우연히 돌린 TV채널에서 차인표의 컴패션을 접하게 된다. 이제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카타르시스를 해소해 주는 재치 있는 대사 보다는 원음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개그코너 출연자들의 멘트가 더 귀에 솔깃하다.갑자기 주위에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급증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위 칵테일파티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효과 말이다. 즉, 칵테일파티나 잔치에서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꺼번에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만을 골라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의식에 강하게 각인된 기억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적 지각의 일종이라고 한다. 어떤 일에 골몰하고 있으면 신문을 보더라도 그와 관계되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온갖 부정적 뉴스가 만연하는 우리 사회가 긍정적 칵테일파티효과로 넘쳐났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금요일 모임처럼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모임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참석하려고 한다. 정작 칵테일은 나오지 않는 모임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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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29 23:02

전북 청년실업문제 해결 방안

19대 총선에 출마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청년실업난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들이 꼽고 있는 청년실업이 그렇게 심각한 것 일까. 심각하다면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일까.우리나라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대학 및 전문대에 입학한다. 문제는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전공학과와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어렵게 취업을 했다하더라도 급격히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하여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취업을 못한 이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생활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직장, 장래를 위한 피나는 노력은 그다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젊은 층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위의 사례처럼 고용자가 찾고 있는 자격을 갖춘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들은 적응 능력 부족, 이기적 태도로 쉽게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이 청년들의 관행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이로 볼 때 일자리의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대학생활에서 반드시 졸업 전에 거쳐야 할 자기 전공분야에서의 인턴과정 제도의 확립, 영어를 생활화 할 수 있도록 외국인과 생활공간 마련 등 이러한 취업 밀착형 프로그램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취업난에 닥친 청년층들에게 호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우리 전북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타 지역보다 더 심각하다고 들었다. 수도권과 영남권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취업률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 것 인가. 지방대 졸업생이 취업하는 데 애로사항은 '영어'다. 그토록 영어를 강조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데에도 영어 실력이 왜 늘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외국인과 그 문화의 이해 및 외국어 습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이를 해결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도에서 운영하는 전북학숙(기숙사)에 외국학생을 수용하는 것이다. 학숙에 국제인턴교류협회 (GATE Korea)나 국제 이공계인턴교류협회(IAESTE)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학생들을 배치하면 전북학생들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영어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해외 연수를 반드시 갔다 와야만 영어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학생들을 학숙에 함께 기거하도록 하면 해외에서의 영어 연수 못지않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다음은 해외 인턴십에 관한 것이다. 대학 시절, 해외 인턴십을 다녀온 학생들은 대부분은 취업률 100% 자랑한다. 그런데 전북 학생들은 해외 인턴십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드물다. 왜냐하면 대부분 관심이 없을 뿐 더러 해외 인턴십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인턴교류협회에서는 전 세계 90여개국 학생들과 교류하고 있다. 이 곳 인턴과정에 발탁되면 세계 유명한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인턴과정을 밟게 된다. 현지 생활 수준에 맞는 급여가 충분히 주어지며, 인적 네트워크(networks) 구성, 미래 보장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필자는 수많은 외국학생들과 한국학생들을 기업 및 연구소 인턴과정에 소개하면서 전북 대학생이 없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북 대학생들이 유급 인턴과정에 참여해 해외 글로벌 기업의 업무프로세스와 기업문화를 습득하고, 해외에서 온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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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22 23:02

'상호인지' 사실과 '주지'의 사실

정보의 부재 또는 정보의 차이는 의도하지 않게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 예로 건강한 사람이 필요 이상의 비싼 보험료를 내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건강하지 않거나 또는 건강하더라도 싼 의료서비스를 남용하는 사람의 존재를 보험회사가 효과적으로 구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일률적 보험료를 차등없이 요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건강한 사람은 이 보험회사를 피하게 된다. 보험회사에는 건강하지 않거나 보험을 남용하게 될 사람들만 모여들게 되고 보험회사는 보험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 전형적인 역선택의 폐단이다. 물론 보험회사는 건강진단서의 요구나 공동부담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그 폐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서 정보의 공유는 효율적 자원배분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곤 하는데, 단순히 정보를 쌍방이 공유하고 있다 하여 이런 비효율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그야말로 옛날식의 전투장이다. 상대를 공격하고자 출정한 A나라와 B나라의 군대가 큰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모두 먼 길을 걸어와 지쳐 있지만 언제 상대방이 공격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쪽도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A나라는 먼저 상대방에게 오늘밤은 서로 약속 하에 편히 수면을 취하자고 제안을 하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직접 대화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영을 잘 하는 전령을 뽑아 보내고 이 전령은 강을 헤엄쳐 건너 B나라에게 이 의도를 전달한다. B나라는 자신들도 피곤하던 차에 내심 반갑지만, 상대에게 자신이 이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는 확신을 해주기 전에는 그들이 오늘밤도 휴식을 취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상대가 깨어있다는 얘기는 곧 그들이 오늘밤 자신들을 공격해올 수도 있는 것임을 안다. 물론 자신의 전령이 강을 무사히 건넜는지 확신이 없는 A나라의 군대는 여전히 전투태세다. 걱정없이 평화로운 하룻밤의 휴식을 위하여 B나라는 우리도 오늘밤은 쉬고 싶노라는 전언을 명하여 그 전령을 다시 A나라로 돌려보낸다. 이 전령은 또 무사히 강을 건너 이 사실을 전하지만, 이를 확인할 길이 없는 B나라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못하고 이를 잘 아는 A나라 또한 긴장을 풀지 못한다. 집 떠난 밤하늘에 고향처럼 별들은 한없이 쏟아지는데, 두 나라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끝날 줄을 모른다.오늘밤은 쉬고 싶다는 사실은 A나라도 알고 있고 B나라도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쉬고 싶다는 사실을 서로가 알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전령은 다시 돌아가야 하고, 한번의 왕복 후에는 '내가 쉬고 싶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고 있는지를 내가 알고 있는지를 상대가 아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전령은 끝없이 왕복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합리적 선택의 근저로서 관련정보의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정보경제학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해 '나도 알고 상대도 알고 있는' 정보공유의 상황을 '상호인지(mutual knowledge)'의 상황이라 표현하고,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음을 상대가 알고 있음을 내가 알고 있음을 상대가 알고' 하는 식의 정보공유의 상황을 '주지(common knowledge)'의 상황이라 표현하여 구별한다. 그리고, 위 전장터의 예시에서처럼 어떤 사실을 상호간에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주지하고 있지는 않은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커다란 비효율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비효율을 극복하는 최선책은 정보의 공유를 단순한 상호인지의 상태가 아니라 주지의 상태로까지 공론화하는 것이다. 스포츠 승부도박과 정치에서의 진실공방 및 선거철의 밀실교섭이 이슈인 요즈음 음미할만한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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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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