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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탓티황옥 이야기 - 허미숙

탓티황옥 사건이 터지면서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는 현수막 사진이 미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에 실렸다는 소식은, 아프다. 한국으로 시집 온 스무 살 앳된 신부가 일주일 만에 재가 되어 친정으로 돌아가는 영정사진이 페이스북에 뜨자, 사람들은 수백 개의 댓글을 달며, 가슴 아파 했다. "미안해요.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metalms", "우리 누이들도 해외에 와서 이러던 시절이 있었지요.-aircourt" "제발 그러지 맙시다. 이주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 우리 한인동포들도 똑같이 대못이 박히게 됨을 꼭 기억해주십시오.- Daniel" "이주민, 그들도 이제 한국인입니다. 우리 국민. -김성순". 지난 한 해에만 4만 3천 명의 한국 남성이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 전체의 13%가 넘는다. 다문화 가정 18만, 귀화 한국인이 백만 명이 넘는 우리도 이제 다문화사회가 되었지만 문화적 개방성은 58개국 중 52위다.사실, 한국 역사에서 국제결혼 1호는 김수로왕과 허황옥이다. 사학자들이 그토록 많이 논한 가야의 초대 왕비 허황옥 스토리는 신화적 각색이지만 역사서를 보면, 실존인물로 묘사돼 있다. 가야가 건국된 6년 후인 서기 48년, 붉은 돛을 단 배를 타고 김해 앞바다에 나타나 장막을 치고 기다리던 젊은 왕 수로에게 스스로를 나이 16살의 아유타 공주라고 소개한다. 북방 유목민족 출신으로 추정되는 김수로 집단과 남방 인도 출신의 허황옥 집단이 현지토착 세력과 힘을 합치는 역사적 순간이다. 가야의 높은 문화수준 흔적들은, 다른 민족의 문화와 문명을 받아들임으로써 꽃피웠을 것이다. 10명의 자식을 낳으며 가야를 함께 이끈 허황옥은, 김해 허 성씨의 시조가 되고, 2천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나는 그녀의 62 세손이 되는 셈이다. 한반도 역사에는 수천 년 동안 중국일본몽골베트남아랍 등 다양한 귀화인들이 등장했다. 특히 고려 초엔 인구의 10%가 귀화인이었다는 기록이 있다.탓티황옥은, 5남매 중에 셋째다. 낙후된 베트남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9학년을 마치고 호치민으로 돈을 벌러 나갔다가 어느 날 한국인과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마흔 일곱 살 한국인 신랑은 호치민에 찾아가서 결혼 비용으로 200달러를 지불하고, 결혼 후 처가를 방문해 500 달러를 지참금으로 지불했다고 들었다. 가족의 밥그릇을 줄여준다며 대만으로 시집 가 어렵게 사는 큰언니를 보며, 어쩌면 자신은 열심히 살아서 집으로 송금도 하며 효도하기를 기대했을 지도 모르겠다. 탓티황옥의 영정사진은 참 예뻤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꽃다운 스무 살 어여쁜 처녀였다. 삐뚤거리는 글씨로 남편에게 '사랑해요'를 연습하던 그녀에게 정신질환이 도진 남편이 흉기를 들고 덤볐을 때 두렵고 무서웠을 것이다. 아직 한국말도 할 줄 모르던 그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남편의 팔을 잡으며 그녀의 엄마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그녀의 모국어로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을까.서울에 있는 대표적인 이주한국인 상담센터에는 하루에 4건, 한 달에 약 100건 정도의 인권문제 상담이 들어오는데, 30%가 가정폭력으로 남편과 가족들의 구타를 호소한다. 그런데 실상 이들이 더 힘들어 하는 건 '돈 내고 너를 데려왔다'는 인격에 대한 모독이란다.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주여성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묵묵히 들고 서있던 피켓 중에는 "우리도 인간이야, 때리지 마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인도의 스무 살 공주 허황옥도, 베트남의 어여쁜 신부 탓티황옥도... 왜 이름이 똑같이 황옥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에 꿈을 품고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왔을 것이다. 달랐던 건 그들 서로가 아니라, 그녀들을 맞이한 그녀들의 남자들과 속한 사회가 아닐까.기회를 선용하지 못하면 위기가 된다. 탓티황옥의 유해봉송 길에 동참했던 한 국회의원은 이제 '다문화가족청'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금부터 국제결혼을 하는 이주여성에게 우리나라 남성의 신상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혼인이나 범죄경력, 정신질환 여부 등이 포함되고, 정상적인 혼인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외국인 배우자의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단다. 이윤만 앞세운 일부 국제결혼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비영리단체가 주도하는 국제결혼중개기관의 설립도 검토하고... 이제 시작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지구촌에 대한 예의와 기본이 없다./허미숙(전 CBS 전북방송 본부장)▲ 허미숙 전 본부장은 김제 출신으로 CBS에 소속돼 33년 동안 저널리스트로 일했으며, 한국방송80주년을 기념해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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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2 23:02

[타향에서] 말의 홍수 속에서 - 김병종

여행이 잦다보니 국, 내외에서 많은 탈것들을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기차든 버스든 내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목적지까지 조용히 갈 수 있는가의 문제다. 속도나 안전성 못지않게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유지하며 갈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이것이 깨져버리면 여행은 잡치게 되고 자연 그 뒤의 스케줄도 엉망이 되어버린 경험이 여러 번 있기 때문에 조용히 갈 수 있는가를 늘 예의 주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내가 주의를 기울인다고 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나로선 그저 사람들이 뜸한 한가한 시간을 골라 타는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이르거나 늦은 한가한시간이면 좀더 조용히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사실은 불확실한 확률에의 기대인 것이다. 어느 해던가 지방에 갔다가 일부러 아침 일찍 첫 고속버tm를 탔는데 그 버스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차안이 텅텅 빈 것 까지는 내 기대에 맞았다. 승객이래야 통틀어 대여섯 명이 될까 말까했을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 젊은 여인이 차에 오르며 바로 내 뒷자리의 동년배 여인을 보고 반색을 했던 것이다. "어머 얘!" 하고 깜작 반가와 하는 것으로 보아 몇 년 만에 만난 여고 동창생쯤 되는 것 같았다. 이 후 두 여인의 수다는 장장 네 시간 가까이나 계속되었다. 중간 중간 두 사람이 번갈아 핸드폰 받는 것 까지를 포함하자면 그야말로 숨쉬는 시간을 빼고서는 거의 쉴 새 없이 폭포수 같은 말들이 섞여져 나왔던 것이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대책 없이 그녀들의 말소리는 귓전을 때리고 한 시간이 채 못 되어 나는 그녀들의 이런저런 집안사정이며 처한 상황까지 모두 알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각각 중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였는데 교사에 대한 반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내용들과 욕설에 가까운 표현들이 두 입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삼십년 가까이나 학교에서 선생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조용히 무서리가 내린 창밖의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가려했던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놀라운 것은 그녀들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입심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덜컹, 차가 목적지에 도착 했을 때 내 귀에 들려온 소리였다. "어머! 얘기도 다 못했는데 벌써 와버렸네 자세한 것은 전화로 말하자."이 일후 십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형편은 별로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각양각색의 진화된 핸드폰 보급률은 무섭게 증폭되고, 이제는 소음뿐 아니라 밤에도 그 핸드폰들이 토해내는 불빛들로 인해 시각공해 또한 만만치가 않다. 차안이건 터미널이건 호텔이건 광장이건 길에서건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핸드폰에 매달려 그 작은 기계를 향해 말을 쏟아 놓는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이 말의 홍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작심하고 산사에라도 틀어박혀야 될 형편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많은 거품 같은 말들 속에서 정작 가슴으로 오는 말들은 별로 없다는데 있다. 위로의 말 , 기쁨의 말, 격려의 말, 그림움의 말 그리고 사랑의 말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말의 홍수 속에서 말의 빈곤을 느낀다. 말없이도 고요한 눈빛과 은은한 미소 속에서 정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김병종(서울대교수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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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5 23:02

[타향에서] 어린시절 추억 남아있는 전주 남부시장 - 최수규

전주를 방문해서 남부시장을 지나갈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님께서는 625 전쟁 직후 고향 김제를 떠나 누나와 큰 형을 데리고 전주로 나오셨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남의 가게에서 일을 몇 년 배우신 후에, 독립하여 싸전을 운영하셨다. 6남 1녀의 장남이자 4남 2녀의 가장이셨던 아버님께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장사를 해서 아버님 형제들을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시키셨다. 사촌 형제들도 우리 집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항상 집안이 북적거렸다.우리 집은 완산초등학교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남부시장에서 가까웠다. 그래서 방과 후에 가게에 자주 들려서 아버님을 졸라 군것질을 하곤 했다. 지금은 농약 때문에 보기 힘든 메뚜기 볶은 것을 가을에 맛있게 먹었던 것과 겨울에 사과 상자에 올려 놓은 해삼을 옷핀으로 찍어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부시장 옆을 흐르고 있는 전주천은 그 당시에는 유량이 매우 풍부해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많이 했다. 여름 장마철에는 물이 하천 둑을 넘칠 정도였고 수박, 돼지 등이 떠내려 오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수원지가 말라서 바닥에만 물이 흐르는 개천으로 변해서 매우 아쉽다.2001년부터 2년 동안 중소기업청 판로지원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재래시장지원특별법을 제정하고 시설 현대화사업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전주 남부시장도 시설 현대화사업을 신청하여 지원대상 시장으로 선정되었을 때, 아버님께서 평생 동안을 장사하신 시장을 조금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 그 때에는 유통시장 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을 하나라도 더 지원하기 위해서 예산 확보, 법률 제개정 등의 업무를 힘들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참 열심히 일을 했다.지난 2월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경기지역에 있는 전통시장을 방문해서 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듣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성남 중앙시장 상인들이 변하기 위해서 교육을 많이 받고 있고, 상인 후계자 아홉 분이 경영대학원에 다니면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렇게 혁신하고 투자하는 중앙시장은 주변 500미터 이내에 기업형 슈퍼가 네 개나 있지만 매출이 증대하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찬 가게와 전을 파는 가게는 연 매출이 3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전주 남부시장을 비롯한 전북지역의 전통시장들도 유통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교육, 선진시장 탐방 등을 통해 경영혁신을 이룩하여 성남 중앙시장 같이 많은 손님들이 찾아 오고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그치지 않는 활력이 넘치는 삶의 터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최수규(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최수규씨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행정학 석사를 받았다. 중소기업청 기획예산담당관, 정책총괄과장, 정책심의관(국장), 기술경영혁신본부장, 창업벤처국장과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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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08 23:02

[타향에서] 개 기저귀는 어떤가요 - 문효치

아침 산책은 상쾌하다. 밤새도록 맑혀 놓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면서 팔을 흔들고 발을 내딛으면 주변의 경관이 눈을 통해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듯하다.아침은 바쁜 하루를 여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산책시간만은 한가로움, 여유로움의 공간이다. 편안함 혹은 안정감, 아니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요즈음엔 주거지역의 둘레, 아파트 단지 주변 혹은 개천가 등에 산책로를 잘 조성해 놓아서 주민들의 심신의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산책로에 온통 개오줌 냄새가 진동한다. 애견가들이 개를 데리고 나오는데 그 개가 산책로 여기저기에 오줌을 찔끔거리니 그 악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거 개에 대한 관념은 방 밖에 묶어 두어 도둑을 지키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집 안으로 들여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오늘의 삶의 모습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의식도 그에 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개도 운동해야하고 먹고 배설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사람과 똑같다. 문제는 공동생활에서 남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가령 사람이 산책하다 용변이 마렵다 해서 산책로 가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눈다면 용납이 되겠는가. 그런데 개는 괜찮다고 개주인은 생각하는 모양이다.오랜만에 가족들이 식당에서 외식을 하다가 옆 좌석의 어린이가 뛰고 떠들고 심지어는 이쪽 테이블까지 와서 음식을 집고 하는 등의 일로 그 단란한 즐거움이 깨졌던 기억은 대개 한 두 번 쯤 있으리라. 소위 문화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다.제 자식이 하는 짓은 예쁘고 대견하다. 그러나 이웃에게 폐가 된다면 그 부모는 단속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공동생활은 이렇게 사소한 일에서부터 남을 배려해야 된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래도 식당의 어린이는 인내천(人乃天)을 의식 속에 간직해 왔던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참을 수 있는 일이라 치자. 그런데 개오줌 냄새는 참기가 매우 힘들다. 새 아침의 상쾌함 행복감을 송두리째 박탈당하는 기분이다.물론 개의 특성을 이해한다. 자기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혹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냄새로써 표시를 한다는 것을. 개에게 또한 그것을 못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고민이다. 개에게 사랑을 쏟아주며 외로움을 달래고 위안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개와 정을 나누면서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을 얻는 이도 많은 것 같다. 그러니 개를 키우지 말자고 제언할 수도 없다. 어떤 이에게는 개가 삶의 필수의 존재인 경우도 있는 듯하다.그런데 내 깜냥에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개에게 기저귀를 채우자는 것이다. 사람도 어려서 분별력이 없을 때는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가. 그러면 아침 산책길의 개오줌 냄새는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리를 들고 오줌 누는 모습도 좀 흉하지 않은가. 그러니 개기저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가끔 개에게 옷을 입혀 데리고 나온 모습을 본다. 개에게 리본을 달아주고 머리에 염색을 하는 등 치장을 한 경우를 본다. 자, 이제 개에게 기저귀를 채우자. 예쁜 기저귀를 창안해서 옷 입히듯이 기저귀를 입히면 장식적 효과도 있으리라. 그리고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아, 정말 아침 산책길의 개오줌 지린내만은 맡고 싶지 않다. 아침의 행복은 하루의 행복이다. 많은 사람들의 아침행복을 빼앗지 말아 주길 빈다./문효치(시인계간 미네르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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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4 23:02

[타향에서] 지방선거를 뒤돌아보며 - 김 근

지방선거가 끝난 지 보름이 되었지만 그 흥분은 아직도 남아 있다.아무도 그런 놀라운 선거결과를 내다보지 못했다.여야는 물론 투표의 주체인 유권자 자신도 스스로 만든 결과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참으로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한 선거였다.무릇 선거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선거 결과가 집권세력의 정치와 정책의 방향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선거 뒤에 미적거리던 정부 여당은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를 시작으로 중대한 정책들의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세종시 수정안을 폐기할 움직임이며 4대강 사업도 수정할 의사를 비쳤다.그러나 아직도 정부가 선선히 태도를 바꾸는 편이 아니어서 다소 우여곡절이 있겠으나 그렇게 막무가내로 밀어 부치던 정책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특히 국민의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 강행하던 4대강 사업은 이제 국민의 손에 그 고삐가 붙들린 듯하다.유권자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이들 두가지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 말고도 앞으로는 정부와 여당이 여론을 거스르면서 까지 정치의 방향을 정하거나 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국민이 나서서 현 집권세력의 일방통행식 정치에 경고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여당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지방선거가 있기 이전에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현재의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야당이 크게 승리한 뒤에는 야당이 정권을 되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갖게 되었다.이로써 정치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여야가 진정으로 경쟁상대가 되었기 때문이다.다음 정권의 향방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는 여야의 건실한 경쟁이 있을 수 없고,그런 곳에 견제와 균형의 정치가 들어설 여지가 있을 리 없다.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치를 되살려 내고 민주주의의 바탕을 더욱 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이번 선거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야당과 야당 성향의 무소속이 부산과 경남에서 크게 득표하고 승리했다는 사실이다.김두관 무소속 후보는 경남지사에 당선되었고, 민주당의 김정길 후보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44.6%의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부산과 경남이면 한나라당의 아성인데 그 한 축이 무너진 셈이다.사실상 한국의 정치지형이 크게 바뀌는 전조가 보인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일이다.기본적으로는 그 곳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의 정치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인 데, 부산과 경남의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야성 회복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여기에 더하여 충청과 강원도에서도 야당이 승리하였으니 앞으로의 정치는 야당에도 큰 책임이 돌아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일부에서는 이번 야당의 승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분위기에 도움받았다고도 말한다.그런 해석도 일부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그를 당선시킨 호남 유권자들이야 말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부산 경남의 유권자들이 야성으로 돌아서는 것이 그 지역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점이 다소라도 있다면,그것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당선시킨 호남 유권자들의 결단이 그 바탕에 있다고 생각하여 무리가 없을 것이다.이렇게 해서 한국이 더욱 민주화되고 더욱 인간다운 사회로 발전해 간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김 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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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7 23:02

[타향에서] 중소기업금융, 은행들 본연의 역할 다해야 - 고일영

다음은 무엇을 설명하는 걸까? 활력 있는 다수,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 기회와 꿈의 실현 기회 제공, 경제 활력의 근원, 독과점 폐해 방지 및 시장효율 향상, 자본주의 체제의 장점 향상.다름 아닌 미국정부가 중소기업 지원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을 설명한 수식어들이다. 이렇듯 잘 정립된 정책철학이 있어서인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미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모두 작은 중소기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를 잘 반영하는 숫자가 '99, 88'인데,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수의 99%,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널리 쓰인다. 또한 중소기업은 수출의 30%, GDP의 60%를 창출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이슈인 고용을 생각할 때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 보인다. 최근 10년 동안 중소기업의 고용은 250만 명 늘었지만 대기업 고용은 오히려 130만 명이 줄었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신용도 낮기 때문에 은행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09년 대기업은 은행대출 76조원,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54조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반면 중소기업은 직접금융 5조원에 비해 은행대출은 430조원이나 된다. 직접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소수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국내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은행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제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게 안정적인 자금공급을 하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의 당위성을 떠나 은행의 기본 책무이기도 하다.그러나 국내 중소기업금융시장을 보면 과연 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재작년 9월 이후 국내 은행들은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대출 회수를 하였고 이러한 행태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출 공급과 회수를 감안한 순증개념으로 볼 때 국내 은행 대부분이 공급보다 회수가 큰 마이너스(-) 순증을 보이고 있다. 5월말 현재 전체 중소기업대출 순증은 전년 말 대비 5.8조원에 지나지 않지만 이마저도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시장전체로 1.8조원 순증에 불과하다. 개별은행별로 보면 마이너스 순증 규모가 작게는 1천억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은행도 있다. 이래서 우리나라 은행이 '맑을 때 우산주고 비올 때 우산 뺏는다.'라는 원성을 듣는 건 아닐까?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을 잘 감당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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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0 23:02

[타향에서] 묵은 책을 열어 보며 - 문효치

직장을 일찌감치 명퇴하고 내 나름의 하고 싶은 일을 해 보고자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는데 그 일이 또한 만만치않게 나를 바쁘게 하고 있다. 어쩌다 약속이 취소되는 일이라도 있으면 그것이 그렇게 생광스럽고 반갑다. 이 빈 시간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며 작은 기쁨을 누린다.오월은 특히 행사가 많아 다른 계절보다 바쁜 때인데 오늘은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얻게 되었다. 이 비어있는 시간, 하얗게 해가 떠 있고 따스한 바람도 살갗을 스치고 있음을 느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막상 이런 시간이 주어지면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당황스러워진다.작은 서재가 있는 진접으로 갔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빼꼭히 꽂혀있는 책들 앞에 섰다.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책들, 그 이름을 하나하나 훑어 내려가다가『고가연구』에 눈이 멈췄다. 대학시절의 은사 양주동 선생님의 저서다. 단기 4276년 출판된 것을 4287년에 재판으로 찍은 책이다. 재판연도를 서기로 하면 1944년, 그러니까 66년 전 내가 태어난 1년 후에 만든 책이다. 천으로 싼 표지엔 얼룩이 있고 책종이도 누렇게 바랬다.내용을 읽었다. 신라 향가를 해석한 국문학의 보고다. 깊은 전문성, 활달한 문체, 해박한 지식 등 읽는 이를 감격케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많은 지식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그러나 오늘 나는 이 책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은 '추억'이다. 나는 이 책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40여 년 전 대학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 책은 그때 우리의 교과서였었다. 당시 양주동 교수는 천재요 인간국보로 통했다. 강의는 대개 웃음바다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분은 유머가 풍부했다. 칠판에 올망졸망한 산봉우리 서너개와 맨 끝에 높은 봉우리를 그리고는 '이건 이희승봉우리, 이건 이숭녕봉우리, 이건 정인승봉우리'이렇게 작은 봉우리를 짚다가는 가장 큰 봉우리에 분필을 갖다 대면서 '이건 양주동봉우리이' 라며 눈을 크게 뜨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깔깔대며 웃으면서도 학문에 대한 그분의 자신감과 높은 긍지를 느낄 수 있었으며 이 어른의 제자 됨을 무척 행복하게 생각했었다.그 강의실 풍경 속에는 소중한 친구들이 들어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조정래는 그때도 소설을 쓴다고 카드에 메모를 하면서 습작을 했고 강희근, 홍신선 등 친구들은 시공부 한다면서 큰 시인들을 찾아가 지도를 받기도 했다.그때는 매우 가난하게 살던 시대였다. 웬만해선 대학에 진학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서로의 정이나 따뜻한 인간미는 오히려 그때가 더 훈훈했었다. 내 책 『고가연구』는 사실 내가 산 것은 아니다. 내 일년 선배가 쓰던 것을 물려받은 것이다. 이 선배도 새 책을 산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맨 뒷장 여백에 보면 지방의 'C대학 국문과 국아무개用' 이라는 서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필시 물려받은 책이었을 것이다. '감격된 4288.6.6'이라는 문구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정해문'이라는 친구의 이름이 써 있는 것으로 보아서 그와의 대화가 이 책을 사이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나는 이 책을 펼치고 오랜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내 청년 시절을 만날 수 있었다. 기억의 밑창에 가라앉아 있어서 잊고 살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내 삶의 향기와 따스함을 맛보고, 부드럽고 온기가 감도는 가슴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책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사연이 서려있다. 책은 그 속에 있는 지식이나 지혜는 물론이지만 그 내용외적인 추억까지도 잘 간직하고 있다. 책을 가지게 될 때의 기쁨, 독서과정의 감동, 책과 내가 함께 산 세월동안의 내력 등은 매우 소중한 경험들이며 책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일 것이다./문효치(시인계간 미네르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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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27 23:02

[타향에서] 야당의 존재감 - 김근

6월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후보자들이 선관위에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들어갔다.여야 정당 지도부가 저마다 승리를 위해 분주히 전국을 누비고 있다.이번 선거는 여야에게 지방권력의 다툼을 넘어 대선 때까지의 정치적 장래를 좌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그러나 선거를 2주일 남긴 지금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지방선거가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서,야당의 지지가 여당을 앞서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야당이 앞서고 여당이 추격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하지만 최근까지 이루어진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호남과 충남에서만 앞서 있을뿐,나머지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등에 뒤지고 있다.특히 서울에서 아직까지는 크게 뒤지고 있고,그나마 경기도에서는 단일화 경쟁에서 져 후보자리를 군소정당 후보에게 내주었다.인천에서도 물론 뒤지고 있다.경기도의 단일화 후보도 한나라당 후보에게 뒤처져 있기는 마찬가지다.아직 선거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민주당으로서는 승리를 기대하고 있겠지만,만일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이대로 선거가 끝난다면,민주당에는 큰 패배가 아닐 수 없다.현 정부가 출범한 뒤 민주당은 지지도에서 줄곧 여당인 한나라당에 크게 뒤졌다.도저히 지지를 끌어 올릴 방책이 없는 모양이어서,그것을 지켜보는 지지자들을 지치고 답답하게 만들었다.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까닭은민주당의 정치적 존재감이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야당 답게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내놓고 여의치 않으면 힘있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되 성의를 다해서 설득력 있게 해야 옳은데,어딘지 좀 부족하고 희미하고 당차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애초에 민주당은 정체성의 문제 조차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상대당인 한나라당의 중진을 영입해서 당대표를 시켰으니 지지자들의 혼란감이 너무 컸을 것이다.민주당의 이런 비상식적 발상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미국에서 공화당의 중진이 민주당으로 넘어와 당의 지휘를 맡는 꼴이며,프랑스와 영국의 사회당이나 노동당이 보수당의 정치인을 데려와 자기 당의 당수를 시키는 격이다.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민주당이라면 50년대로부터 독재와 맞섰고 그 뒤로 쿠데타 정당과 싸운 이력을 갖고 있는데,바로 그 상대 정당과의 차별을 넘어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을 만들었으니,지지자들이 민주당을 멀리 하고 외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이 부분이 민주당의 지지를 끌어 내려 오르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인 것처럼 보인다.민주당은 한나라당과는 여러 가지로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민족문제에서는 남북화해를 기본적 정책으로 삼고 있고,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서민의 편이며,지역문제에서는 지역차별에 강고히 반대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뚜렷한 차별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의 약점이다.그것은 바로 민주당의 정치력의 빈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정당의 정체성이 혼란된 상태에서 당의 정치력 부족으로 여당과의 차별성조차 과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지지가 오를 턱이 없다.지방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민주당에 후폭풍이 몰아 닥치겠지만,패배의 후유증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장래는 밝지 못할 것이다.아마도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근본적 개편을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김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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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20 23:02

[타향에서] 가정의 미래는 나라의 미래 - 고일영

주말 토요일 아침. 지인 자녀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 평소 주말아침보다 분주히 움직여 집을 나섰다. 정오에 시작된 결혼식은 신랑신부의 멋진 행진으로 마무리 되었다. 누가 보아도 축복하고 싶은 멋지고 아름다운 두 사람이다. 4월 중순부터 지인의 자녀, 미혼 직원들의 결혼식이 줄을 이으면서 매주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일이여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꼭 참석하려 한다.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느낀 건 만혼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참석한 결혼식들에선 신랑신부 모두 나이 30을 넘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작년 자료에 따르면 30~34살 여성의 미혼율이 2000년 10.5%에서 2005년 19.0%, 35~39살 여성의 미혼율은 같은 기간 4.1%에서 7.6%로, 25~29살의 경우엔 39.7%에서 59.1%로 높아지는 등 주요 출산 연령대 여성의 미혼율이 뚜렷이 증가하였다. 미혼율이 높아지면 기혼자의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전체 여성의 평균 출생아수는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우리나라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 1.3명 이하를 초저출산 사회라고 하는데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 선진국 평균 1.75명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충격적인 보고서마저 등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인구는 2100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2500년에는 33만 명으로 축소되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고 한다. 저출산이 야기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 역시 심각하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심화, 경제 전체의 성장동력 저하, 마이너스 성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몇 년 전부터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고자 정부 및 지자체가 출산장려금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는 출산율을 볼 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처방은 미흡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부부가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정부나 지자체 모두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저출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인 정책수립을 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프랑스는 파격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통해 1993년 1.65명의 출산율을 2007년 1.96명까지 증가시켰다. 프랑스에서는 임신 중 약 890유로(약 136만원) 지원을 시작으로, 육아비 3년간 매월 약 180유로(27만원), 육아로 인한 휴직시 연봉과 근무시간에 따라 매월 230~550유로(35만~84만원), 가족수당도 최대 20년간 매달 약 124 유로(19만원)를 지급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오히려 돈 쓸 일이 더 줄어든다. 기본 교육비는 대학까지 무료이기 때문이다.가정의 달 5월도 이제 중순에 접어들었다. 탁상달력엔 주말마다 아직도 여러 건의 결혼식이 표시되어 있다. 다음 주에도 기쁜 마음으로 결혼식에 참석하여 새롭게 탄생하는 가정을 맘껏 축복해 주리라. 가정의 미래는 국가의 미래이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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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3 23:02

[타향에서] 우리 고향 구불길 마실터 - 문효치

길은 사람 차 따위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을 말한다. 사전에는 길을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길은 단순히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시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길은 자연공간과 자연공간, 문화공간과 문화공간, 문화공간과 또 다른 문화공간을 연결해 주는,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다시 말해서 길은 자연과 문화를 거느리거나 발상케 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세계의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로마의 문화 정치 경제 등의 영향이 세계에 미침을 뜻한다.따라서 우리의 삶은 기실 길 위에서 이루어지고 길 위에서 번영을 한다. 60년대 이후 우리가 고속도로 혹은 산업도로를 닦는 일에 그렇게 열을 올려 온 것도 길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그 동안 우리나라는 경제부흥을 최대의 목표로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참다운 행복은 그것과 더불어 정신적 위안과 풍요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길도 산업도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제주도의 올레길이요 우리고향의 구불길이다. 구불길은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으로 들기도 하면서 내 고향의 삶과 문화의 현장을 누빈다. '구불길'이라 명명한 것도 어느 한 지점을 빠르게 만 갈 수 있도록 직선으로 넓게 뻗은 길이 아니라 천천히 둘러 볼 것을 세세하게 보면서 사색과 명상을 하자는 뜻이리라. 많은 철학자들은 길을 걸으면서 사색하고 높은 철리(哲理)를 터득했다지만 우리는 그런 철학자가 아니라도 때때로 여유를 가지고 생각에 잠기는 삶이 필요하다.구불길은 국토의 속살에 숨어 깃들어 있는 우리의 문화재를 비롯해서 전통적 향토적 삶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시간을 초월해서 과거로 가면서 많은 이야기거리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이것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서적 유대와 긍지를 갖게 해 준다.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인의 삶의 특징 중의 하나가 고립감 또는 고독감에 젖어 있는 것이다. 수평적으로는 횡적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수직적으로는 전통 또는 역사와의 연대가 끊겼기 때문이다.구불길은 이 두 가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여기에 덧붙여 '마실터'를 조성한다고 하니 금상첨화다. 마실터는 구불길의 어느 지점에 마련하는 쉼터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이것을 추진하는 분들의 말을 들으면 나눔과 소통의 활성화로 마을이라고 하는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부근에 방치되어 있는 소중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정비하여 가치화시키고 생명화 시킨다고 한다. 메꿔진 연못을 준설하고 모정도 세운다고 한다. 청국장, 한과등 먹거리와 그네, 널뛰기, 투호,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체험장도 마련한다고 한다.이렇게 되면 자칫 도시화, 문명화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갈 뻔한 우리의 고향은 잘 보전되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일을 착상하고 추진하는 주민들과 관계행정 담당자들께 감사와 함께 치하를 드리고 싶다.문득 김광섭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 오른다. '바다로 가는 길이 있으니/거기는 내 동무 갈매기 한 마리 숨어있습니다// 산으로 가는 길이 있으니/거기는 내 동무 함박꽃 한 떨기 숨어있습니다// 마을로 가는 길이 있으니/거기는 나의 집 순박한 꿈이 숨어 있습니다.'생각해 보니 '구불길'은 이 시 속의 길임에 틀림없다. '갈매기', '함박꽃', '꿈'으로 표상화된 우리의 높은 가치가 이 길에는 있기 때문이다.아들아, 우리 고향 옥산엔 구불길과 마실터가 있단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문효치(시인계간 미네르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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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29 23:02

[타향에서] 천안함 사고, 그 이후… - 김근

천안함 사고는 그 인명손실로 보아 휴전 이후 우리 군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순식간에 46명의 꽃다운 젊은 장병들이 생명을 잃었다.뒤이어 한준호 준위가 희생했고,금양호 선원들이 9명이나 사망했거나 실종되었다.엄청나게 큰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로 보아 그런 큰 손실과 불행이 없다.더구나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마음의 고통은 하늘에 닿아 있을 것이다.이런 일에 있어서야 아무리 가족들을 위로한들 그들의 상실감을 덜어줄 길이 없다.이번 사고에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군 내부의 미숙한 대응이다.사고의 보고체계에서부터 위기대응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선체를 확인하고 인양하는 뒷수습에서도 신속하지도 못했고 체계적이지도 않았다.또 사고의 내용을 지나치게 숨겨 비난을 받았다.이런 모든 문제점들은 앞으로 개혁대상에 올라야 할 것이다.그러나 국민들이 갖게 된 군에 대한 불신감과 그에 따른 불안감은 쉽게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추측만 어지러울뿐 아직은 갈피를 잡기 어렵다.그런 가운데서도 세상의 여론은 북한쪽을 쳐다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은연중에 정부 당국자들도 그런 판단을 드러내고,비교적 신중했던 일부 언론도 그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미국에서는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밝혀진 뒤에야 6자회담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사고 초기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중국은 한국이 사고의 원인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한다니 그것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중국은 이번 사고가 남북간의 대립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불안이 야기되는 것을걱정하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발맞추어 북한은 침묵을 깨고 사고에 북한을 연루시키는 것을 극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이 사고는 이미 남북 사이의 긴장을 불러오고 있으며,국제적으로도 그 영향이 나타날 조짐이다.지금으로서 거의 분명한 것은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금강산 관광은 벌써 문 닫은 지 오래이고,개성공단의 운명은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북한체제를 비난하는 전단 살포를 막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개성공단의 운명을 재촉하는 쪽으로 작용할지 모른다.이밖에도 여러 종류의 남북교류가 큰 난관에 부딛칠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겠다.사고의 원인은 국방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영구미제가 될 수도 있다.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기울고 있는 여론은 정부의 처지를 어려운 쪽으로 압박하고 있다.여론의 압박과 현실의 어려움 사이에서,정부가 북한을 대하고 다루는 일에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뜻이다.그렇지 않아도 이 정부가 들어선 뒤에 악화일로를 걸은 남북관계는 자칫 되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일부에서는 이미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제소한다는 말도 내놓고 있다.물론 사고의 원인이 밝혀진 뒤의 일일 것이다.그러나 이미 6자회담은 당분간 열기 어렵게 되었다.이번 사고의 뒷처리가 제대로 끝나고 난 뒤에야 회담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그러니 6자 회담이 언제나 다시 시작하게될지 막연한 상황이 되었다.한반도는 다시 표류를 계속하면서 그 불안한 정세를 이어갈 것이다.지난 10년 공들여 쌓아 놓은 남북화해와 교류의 소중한 자산이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되었다.그야말로 민족의 앞날로 보아 너무나 아까운 지난 10년이 말 그대로 '잃어버린 10년'으로 뒤바뀔 엄중한 상황이 되었다.참으로 서글픈 일이다./김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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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22 23:02

[타향에서] 긍정의 에너지 - 고일영

가끔 직장 선배, 인생 선배로서 직원들의 인생상담을 해 줄 때가 있다. 30대 후반, 두 아이의 아빠인 어느 직원은 요즘 고민이 많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가 몇 년째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도 들어보고 타일러도 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는데 나아지질 않아요. 큰 애만 보면 뭐가 되려고 저러나 하는 안 좋은 생각에 답답한 마음만 들어요."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 놓는 후배 직원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다음날 그 직원에게 시크릿이라는 책 한권을 건네주며 읽어볼 것을 권했다. "부, 건강, 인간관계 등 세상 모든 성공의 비밀을 담은 책이야. 교육관련 책은 아니지만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아서"그 후로 한 동안은 이일을 잊고 지냈는데,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고맙습니다. 주신 책을 읽고 아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달라졌다고 아내도 말하고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있습니다."씨크릿의 저자 론다번이 말하는 성공의 비밀은 바로 '끌어당기는 법칙'이다. 그녀에 따르면 생각엔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어떤 것을 생각하면 그 생각이 우주로 전송되고 이는 자석처럼 같은 주파수에 있는 것들을 끌어당긴다고 한다. 따라서 긍정은 긍정을, 부정은 부정을 끌어당기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이 비밀을 알고 실천한 사람들이다.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또 있다.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아무리 사소한 생각이라도 예외 없이 두뇌구조를 변화시켜서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즉 어떤 생각을 반복적으로 계속하여 뇌 속에 쌓이게 되면 그 생각에 따라 성격이 바뀌고, 자신의 능력이 달라지고, 마침내는 인생의 패턴이 변화되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암시효과이다.긍정의 힘은 비즈니스에도 통한다. 기업의 비전은 구성원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암시를 준다. 세계 유수의 성공기업들이 잘 정립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이미지 광고를 하는 이유도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놓기 위함이다.30여년 직장생활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왔지만 같이 일하고 싶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 역시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어려운 일, 힘든 상황속이라도 이들과 함께 있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이제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앞두고 고향 들녘 곳곳도 한창 바쁠 것 같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정성스레 모를 심는 농부처럼 내가 있는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긍정이라는 모내기를 해보면 어떨까?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삶의 변화로 나타나는 열매는 클 것이다./고일영(기업은행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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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15 23:02

[타향에서] 지하철에서 - 문효치

나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혼잡한 지상의 교통수단과는 달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약속시간을 지킬 일이 있을 때는 지하철이 가장 편리하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가 거대화 되면서 복잡화 되고 그래서 교통도 여간 혼잡스런게 아니다. 지상의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자연히 사람들의 지혜는 땅속에 교통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지하철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교통시설 중에 매우 효율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하철에 대해 불평이 많다. 가끔 고장을 일으켜 너무 놀라게 한다든가 내부의 공기가 너무 오염이 되었다든가 환승역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통로가 너무 멀다든가 등.사실 지하철은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햇빛을 볼 수 없는 땅속이라는 것은 매우 나쁜 조건임에 틀림없다. 햇빛은 우리 몸에 생기를 북돋워 준다는데 그 햇빛이 없는 공간에 몸 담아 이용하는 것이 지하철이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경직되어 있는 것일까? 특히 출퇴근시간의 붐비는 차내는 짜증스런 심사를 일으키게 한다.오늘도 종로 사무실로 가기위해 지하철역에 서 있었다. 한 번 환승하는 것을 포함해 대략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지루한 시간을 염두에 두고 오늘의 일정을 마음속으로 점검하면서 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어쩐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듯 하고 마치 낯선 동굴 속에라도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스크린도어에 눈이 갔다. 짧은 시 한편이 흰 글씨로 쓰여 있었다.이 컴컴한 동굴 속에 처음 시를 게시할 줄 안 사람은 누구일까? 비록, 위대한 일은 아니지만 승객들을 배려한 그 따뜻한 마음의 진정성을 생각하며 나는 스크린도어에 쓰인 시를 읽었다. 책상에 앉아 시집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예상치 못한 시와의 만남, 내가 선택한 시가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시와의 조우, 이렇게 우연히 만난 한 편의 시는 내 하루의 기분을 좌우하고도 남음이 있었다.때때로 차갑고 시끄러운 쇳소리가 엄습하고 바쁘고 긴장된 마음으로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침묵의 화신처럼 서성이는 지하동굴, 이 동굴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난 듯 환해진다. '시는 국가의 보석이라'느니 '시인은 인류 최후의 양심이라'느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는 아름다움의 집이다' 느니 '시인은 어둠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노래 부르는 나이팅게일이다' 느니 하는 고답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다만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고 각박한 하루시작의 분위기를 산뜻하게 전환시켜주는 한 편의 짧은 시를 말 하고자 할 따름이다.단 몇 분동안에 읽은 시의 여운을 가지고 차를 탄다 그 시를 쓴 시인을 생각해 본다. 그 몇 줄을 쓰기 위해 많은 생각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또는 번민에 빠지기도 하고 혹은 기도처럼 경건하고 삼가며 마음을 맑히기도 했으리라.시인의 맑게 가라앉은 마음을 생각하며 내 마음도 맑혀본다 오늘의 바쁨을 조금 덜어내고 여유를 갖도록 생각을 바꾼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가끔씩 여유를 갖는 것은 각박함 속에 갇혀있는 우리자신에게 내 스스로가 줄 수 있는 작은 배려요 선물이기 때문이다.잘 살펴보면 세상은 여기저기에 많은 시가 있다. 꼭 문자로 기록되어진 시만이 시가 아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 하는 자연계의 모습들을 사실은 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생명체들의 삶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찮은 이름 없는 풀꽃도 잘 살펴보면 많은 뜻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사람들이 사는 모습들 속에서도 우리를 감동케 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일 그것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문효치(시인계간 미네르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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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01 23:02

[타향에서] 느닷없는 사형집행 부활 논의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뜻밖에 경북 청송 교도소에 나타났다.청송에서 이 장관은 사형집행을 전제로 교도소에 그 시설을 갖추라고 지시했다.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면서 섬뜩 놀랐다.갑자기 서둘러 청송까지 달려간 일도 잘 납득하기 어려우려니와, 사실상 폐지된 사형제도를 곧 바로 부활시키려는 그 성급함과 독단적인 태도가 더욱 놀라웠다.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이 가져온 충격은 형언하기 어렵다.경찰이 온 힘을 다해 범인을 붙잡았고 전국민들이 분노했다.그렇기에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다.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다룬 당국자들과 언론 그리고 우리들의 태도에 성찰할 점은 없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다시 말해 이런 끔찍한 범죄를 다루는 우리사회의 관리수준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만일 문제가 있다면 그런 어설픈 수준으로는 흉악범죄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우리 언론은 때로는 너무 피상적으로 문제를 다룬다.이번 사건에서도 일부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 하면서 범인을 아예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보도했다.그런 태도로는 왜 그가 그런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살필 여지를 갖지 못한다.한때는 양부모 밑에서 정상적으로 중학까지 다닌 청소년이 출생의 비밀을 안 뒤로 빗나가기 시작했다.마침내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이런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그렇다면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그의 가정 학교 사회가 모두 그 범인과 범죄를 만드는 데 책임이 없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그런데 사건이 터지면 언론은 너무 감정적인 보도로 일관하고,국민들은 거기에 휘둘려 냉철한 태도를 가질 겨를이 없다.그러니 이런저런 사유로 빗나간 사춘기 청소년들이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을 막을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이번 사건의 비이성적 정점은 법무부 장관의 청송행이다.이 장관은 그곳에 간 일과 거기에서 한 말로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잘 보여 주었다. 말하자면 10년 동안 사실상 폐지한 사형제도를 갑자기 부활시켜 흉악범죄를 막겠다는 것이다.그런 발상이라면 너무 단순하다.흉악범죄가 없으리라는 전제를 깔고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더구나 선동적인 흐름으로 비이성적인 분위기가 사회 안에 가득한 때에,정부가 나서 즉흥적으로 보이는 일을 불쑥 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한 개인이라도 생각이 깊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하물며 나라와 사회를 극히 이성적으로 관리해야 할 정부가 가져야 할 모습은 더더욱 아니다.사형제도에 대해서 굳이 말한다면 그 제도는 이미 반문명적인 것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말해도 무방하다.이 제도에 대해서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있지만,우리가 아는대로 앞선 나라에서는 많이들 사형제도를 없앴다.그런 나라들 가운데는 흉악범죄를 넘어 무서운 테러가 발생하는 곳도 많다.복잡한 논리를 내세울 것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누구라도 하면 안된다는 것이 사형제 폐지의 배경에 깔렸을 것이다.개인이 사람을 죽여서도 안되지만 국가가 제도를 만들어 사람을 죽여서도 안되는 것이다.이미 한국은 세계적으로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로 대접받고 있다.이것은 지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이미 쟁취한 문명적 가치이다.그 가치를 국민적 논의도 없이 법무부 장관이 느닷없이 청송에 나타나서 한마디 하는 것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인가./김 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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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25 23:02

[타향에서] 소통의 미학 - 고일영

퇴근길 어느 날. 라디오에선 평소 즐겨 듣던 토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날의 주제는 '가족간의 소통'이었는데 가정문제 상담전문가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하였다. 전문가들은 가족간의 소통이 의외로 가장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2006년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이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20%, 30분~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33%로 과반수 이상의 부부가 하루에 1시간도 안 되는 대화시간을 갖고 있다. 부모와 자녀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결과 중고등학생의 40.6%는 부모와의 대화단절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요즘 들어 기업들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진이 아무리 좋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해도 구성원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그 비전은 경영진만의 생각으로 끝나버리고 직원이 아무리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소통이 안된다면 그 아이디어는 직원의 책상서랍 속에서 빛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기업에게 있어 구성원간 소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이다. 특히 일등기업,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도기업은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일등기업은 자신이 소유한 기술을 신봉하여 소비자들과의 소통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 이카루스의 역설은 일등기업이 자신을 지탱해주던 핵심기술을 애지중지하다가 소비자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여 갑자기 망하는 경우를 일컫는데, 기업에게 있어 소통이 왜 중요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최근 애플의 사례는 국내 기업에 있어 소통의 중요성을 더욱 현실감 있게 부각시키고 있다.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는 우리나라가 만들었지만 고객중심의 사용자 환경을 구축한 애플의 아이팟이 시장에서는 혁신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 기업이 만든 휴대폰보다 하드웨어적 스펙은 뒤처지지만 앱스토어라는 소통의 장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폰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애플은 세계 최초도 아니고 일등도 아닌 기술을 가지고도 소통을 통해 일등 제품, 일류 기업이 되는 길을 보여주었다.이렇듯 소통은 화목가정, 성공기업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소통이 잘 될까? 소통의 대전제는 상호 인정과 존중이다. 인정과 존중의 진정성이 없는 서로는 백번 천번 만나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호 눈짓만으로도 소통이 원활함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통은 많은 경우 양적인 문제보다 질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블로그, 미니홈피, 메신저, 트위터 등 정보화 사회의 진전과 함께 소통의 채널은 점점 늘어나도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통을 호소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또한 소통은 잘 들을 때 원활하다. 세계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제프킨들러 회장은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신이 인간에게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준 이유는 말하는 것의 2배 이상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의 실천을 위해 매일 동전 10개를 왼쪽 바지속에 넣어두었다가 직원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었다고 생각이 들면 1개씩 오른쪽에 옮겨 놓는 일을 반복한다고 한다.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바야흐로 만물을 소생케 하는 봄이다. 그 상큼한 봄기운을 받아 고향 곳곳에 소통의 꽃이 활짝 폈으면 한다./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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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18 23:02

[타향에서] 해내뜰 그 길은 나의 선생님 - 문효치

나는 어린 시절 고향의 시골초등학교를 다녔다. 그 시절 나를 가르쳐 주신 분은 물론 선생님이셨다. 그러나 나의 선생님은 또 있었다. 그것은 학교를 오가는 '길'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등하교 길의 주변에 펼쳐져 있는 자연이었다.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무척 외로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6.25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입학을 했기 때문에 취학 아동이 다른 학년에 비해서 월등히 적었다. 우리 동네에서 같은 학년에 다니는 학생은 단 두 명이었다. 그것도 한 명은 여학생이었다. 그때는 그 어린 것들도 내외법을 지켜서 따로 떨어져서 다녔다. 아침의 등굣길은 다른 학년 아이들과 어울려 다닐 수 있었지만 하교길은 언제나 혼자였다. 학년 마다 끝나는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집으로 가는 시골길은 내 외로움을 많이 덜어주었다. 교장사택이 있는 학교 뒷문으로 나오면 콩밭과 수수밭이 있었다. 보라색 콩꽃이 넓은 콩잎에 가려 뽀도시 작은 얼굴을 비치면 그것이 그렇게 새참하고 예뻤다. 옆에서 너울거리며 서 있는 키 큰 수수잎들이 하늘의 끝을 간지를 때엔 내 옆구리가 간지러운 듯 했다. 그 콩밭과 수수밭을 잠깐 지나면 논길로 이어진다. 간신히 소달구지나 다닐 만한 좁은 길이었지만 많은 추억이 어린 길이다. 이 논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펼쳐진 들판을 해내뜰이라고 불렀다. 이 해내뜰에서 나는 바람의 신비함을 처음 느낄 수 있었다.해내뜰은 꽤 넓은 들판이었기 때문에 사방이 툭 터져 있었다. 따라서 바람이 잘 소통되는 곳이었다. 넓게 퍼진 논은 똑같은 키로 자라고 있는 벼잎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바람이 불면 그 벼잎들이 일제히 누웠다가 일어서곤 했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벼잎들이 저 멀리서부터 차례로 물결을 이루는 모습에서 나는 바람의 모습을 함께 보기도 했다. 그때 나는 바람은 벼잎과 같은 초록색이라고 생각했다.군산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습윤해서 살갗에 닿는 기분도 꽤 부드럽게 느껴졌다. 해내뜰의 길은 옆에 농수로를 끼고 뻗어나갔다. 그 농수로를 우리는 똘이가고 했다. 이 똘은 나의 중요한 놀이터였다. 추운 겨울이 아니고는 그 똘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별로 없었다.똘에 그림자를 담그며 길을 걷다가 나는 어느새 책보자기를 길뚝에 내려놓고 바지를 걷고 살그머니 물로 들어갔다. 송사리떼가 금방 잡힐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작은 물고기가 어찌 그리도 빠른지 손으로 잡을 수는 없었다. 전혀 오염되지 않은 도랑이기 때문에 비록 얕아도 많은 생물들이 살았다. 운이 좋으면 어른 손바닥만한 시꺼먼 조개를 잡았다. 뱀장어같은 것도 가끔 건져 올리곤 했다. 피라미, 매기, 빠가사리, 게 등이 내 친구였다.물에 들어가기 싫으면 이가래, 노랑어리연, 개구리밥 등 수초를 관찰하며 놀았다. 특히 노랑어리연의 꽃빛이 참 좋았다. 해나 달의 빛깔 중에 제일 예쁜 노랑색만 골라서 꽃에 발라놓은 듯 했다. 자라풀, 보풀, 마름 같은 것들도 그 나름대로 풋풋하거나 청초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그것들에게도 눈길이 자주 갔다.물총새의 잽싼 동작은 참으로 신기했다. 어디쯤 숨어 있다가 물고기 한 마리를 겨냥하여 빠른 속도로 날아가 낚아채는 솜씨에 놀라기도 했다. 그 이름대로 정말 총알 같았다. 그 새는 깃털의 빛깔이 파란색이었는데 그 놈이 날을 때는 어디서 푸른 바람 한 점이 날아오는 것 같기도 했다. 한참 물풀들과 눈 맞추며 무언의 대화를 즐기는데 갑자기 나타난 그 놈 때문에 고요가 깨뜨려지기도 했지만 절대로 물에 빠지지 않고 교묘하게 은빛 물고기만 한 마리 건져 올려 솟구치는 그 모습에서 후련함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집으로 가는 길은 들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소나무가 제법 울창한 산길도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 산길에서 꾀꼬리, 두견이의 소리를 처음 듣고 기억 속에 넣어 두었다. 무슨 금관악기의 관을 통해 불어져 나오면서 만들어진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아름다운 활엽수의 잎사귀들이 비벼지면서 만들어지는 소리 같기도 한 그 새소리가 내 뇌 속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소리가 몇 가지 더 있었다. 그런 새소리 틈으로 보이는 산꽃들이 참 신비스러웠다.그 길에는 계절에 따라 많은 꽃들이 피곤 했다. 붓꽃, 닭의장풀,엉겅퀴, 패랭이, 메꽃 등의 빛깔은 매우 환상적이었다. 나는 그때 그 꽃의 빛깔들이 뿌리를 통해 땅 속에서 빨아올린 빛깔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땅 속은 시꺼멓거나 깜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만가지 색깔들이 우글우글 들어 있는 색깔의 큰 창고라고 생각했다.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는다는데 그래서 우리의 조상님네들도 땅 속에 계실텐데 그분들은 어쩌면 아름다운 꽃빛깔 같은 세상 속에서 지낼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때로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해찰을 해가며 놀았다. 손가락으로 땅에 금을 그어가며 낙서도 하고 나뭇가지를 집어서 사람의 얼굴이나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나는 혼자 다니는 일이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나 혼자서 잘 놀고 즐길 줄을 알았다. 길바닥에 앉아서 흙장난을 하다가 문득 산개미들이 눈에 띄었다. 새까만 산개미들은 그다지 예쁜놈들은 아니지만 그놈들하고도 즐겁게 놀았다. 나는 쪼그만 저놈들도 생각이라는게 있어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생각이 있을까 알고 싶었다. 긴 풀대를 꺾었다. 옆에 붙은 잎들은 떼어 버리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활처럼 둥글게 휘어서 마치 무지개다리처럼 양끝을 땅에 꽂았다. 그리고는 땅에 꽂힌 양끝 부분에 침을 뱉어 놓았다. 그리고는 개미 한 마리를 잡아 무지개다리 같은 풀대위에 올려놓았다. 개미는 한쪽 방향을 향해 열심히 기어갔다. 그러나 곧 침이 고여 있는 부분에 와서는 땅으로 내려가지 못했다. 아마 그 부분을 개미는 큰 강이나 호수쯤으로 생각한 듯 했다. 개미는 뒤로 돌아, 오던 길을 되짚어 다른 한쪽 끝으로 갔다. 거기에도 역시 물(침)이 있는 것을 알고 다시 뒤로 돌았다. 개미는 그렇게 왕복을 되풀이 했다. 언제까지 저 되풀이를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개미의 되풀이는 예닐곱으로 끝났다. 양쪽에 모두 물이 있어 땅으로 내려설 수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개미는 돌연 중간쯤에서 땅으로 뚝 떨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놈을 다시 집어 다리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이번엔 두세 번 만에 땅으로 뛰어내렸다. 다시 집어 올려놓으니 이번엔 바로 땅으로 뛰어내렸다. 개미에게도 분명 생각이라는 게 있구나 생각하며 개미가 신기하기도 하고 귀하게도 여겨졌다.고향은 내 어린시절의 삶이 남아 있는 곳이요 우리의 조상이 죽어서도 살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신의 예술'이라고 하는 자연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경험하고 상상하고 즐겼던 것들이 모두 나의 선생님이다. 우리는 고향과의 영교(靈交)를 통해 우리 삶을 격조있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책에서보다 숲이나 강이나 들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요즈음 해내뜰에 가보면 옛길이 확장되고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무척 능률적이고 편리해졌다. 비가와도 신발이 진흙에 빠지지 않고 자동차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자연에 큰 상처를 주지 않는, 자연의 신성성에 흠에 가지 않는 범위에서의 개발을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자연의 노여움과 그 벌을 우리는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선생님을 잘 섬기고 모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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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04 23:02

[타향에서] 러시아 연수생의 참변 - 김근

최근에 깜짝 놀랄 끔찍한 일이 러시아에서 일어났다.연수를 위해 러시아에 갔던 우리나라 대학생이 러시아의 극우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폭행의 이유는 인종혐오 때문이라고 보도 되었다.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었으나,그보다 더 큰 뉴스들에 가려서인지,아니면 러시아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해서인지 이 일은 일과성 보도로 끝났다.전도양양한 한 젊은이의 희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부모를 비롯한 가족, 친지,친구들의 슬픔 말고도,같은 피부색깔을 지니고 같은 나라에서 사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도 그 희생은 마음을 저 밑바닥에서 부터 흔드는 일이 된다.타고난 피부 색깔로 증오하고,태어난 나라나 지역으로 나누어 차별하고,가진 것이 많으냐 적으냐로 상대를 멸시하는 인간 세상이 사람의 삶을 나락으로 몰고 간다.이러한 극한의 상태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증오가 증오를 낳고, 결국은 그 대립이 전쟁을 부르고,마침내는 대량살상 무기를 내세워 지구의 운명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인간의 역사를 뒤돌아 보아 그것이 인간차별의 시정의 역사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사람이 모여 산 이래 언제나 그 공동체에 차별은 있었고,그 차별을 지양하려는 노력도 있었다.그 긴 역사적 노력의 결과가 어제에 비해 보다 평등한 오늘의 인간 공동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사실은 그 본질이 전혀 변한 것은 아니다.그 인간 차별 때문에 매일 처럼 벌어지는 지구상의 비극을 보면서 그런 절망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 내부로 눈을 돌려도 그 사정은 다르지 않다.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자신도 누구 못지 않은 차별주의를 지니고 있다.일상을 통해 절실히 경험하는 것이지만 한국인들 처럼 강한 차별주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드물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현장에는 거의 예외 없이 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모멸이 있다.외국인 노동자들에게만 그런가.연변에서 온 동포들에게도 마찬가지다.음식점에 가면 자주 마주치는 그 동포들이 연변 말씨를 숨기려 애쓰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그런가 하면 탈북동포들도 차별한다.탈북동포들 가운데 일부는 그 차별을 견디기 어려워 아예 미국으로 다시 이민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이 모든 차별은 그들이 가난한 지역에서 왔기 때문일 것이다.부자 나라에서 온 백인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것을 보면 한국인들의 차별주의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이런 차별주의를 가지고는 통일을 지향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생길 것이 뻔한데,자칫하면 통일이 민족의 재앙이 될 수도 있겠다.김 구 선생이 치열한 독립운동 뒤에 자신의 바람을 말하기를 "조선이 문화국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이런 상황에서는 김 구 선생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는 것인데,이런 차별적 문화를 시정하기 위해서 전라북도 도민들이 발벗고 나서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전라북도의 시민사회가 나서고 도민과 시민 군민들이 호응하면,그 도덕적 물결은 호남 전체를 거쳐 전국으로 번져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그렇게 해서 마침내 우리 사회의 반 인간적 차별문화를 부수고 이 사회를 세련된 문화적 수준에 한걸음 가까이 가게 한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이 사업으로 전북도민들은 우리사회 안에서 도덕적 헤게모니를 쥘 수 있게 될 것이다.누군가 바삐 나서서 해야 될 일이라면 그 일에 전북의 시민사회가 먼저 나서 그 깃발을 들었으면 좋겠다 엉뚱한대로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해보는 편이다./김 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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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25 23:02

[타향에서] 스마트폰이 열어가는 세상 지금부터 준비를 - 고일영

아침 출근시간. 집을 나서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니 오늘은 옷을 좀 두툼히 입어야 할 것 같다. 매일 오가는 길이지만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있어 출근길 교통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해 보니 원활한 교통흐름에 안심이 된다. 지금 상황이라면 회사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릴 것 같다.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오늘 해야 할일과 일정을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메일 확인과 주요 뉴스를 검색하니 벌써 회사 앞이다.저녁시간. 모처럼 오랜 친구들과 약속이 잡혀있다. 그런데 모임장소가 매번 모이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이다. 스마트폰으로 장소를 검색해 보니 을지로 3가 부근의 한 식당이다. 초행길이지만 스마트폰의 안내에 따라 길을 나섰는데 불과 10분만에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도착한 후 다시 보니 식당이 골목길 안에 자리잡고 있어서 스마트폰이 아니었으면 좀 헤맬 뻔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실제로 경험한 필자의 생활속 변화들을 소개하여 보았다. 회사에서 마케팅본부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스마트폰을 2대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회사에서 모바일비즈니스를 선도해 줄 것을 당부하며 정책적으로 제공한 스마트폰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구입한 스마트폰이다. 현재 1백만대 수준에 있는 스마트폰은 올해 최대 4백만대까지 증가될 전망인데, 50대인 필자가 스마트폰을 2대나 쓰고 있으니 그야말로 요즘 스마트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으로부터 시작된 모바일 혁명이 경제의 판을 바꾸고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인 예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통해 음성과 문자중심의 이동통신 시장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판을 바꾸었다. 판을 바꾼 이득은 막대했다. 애플 아이폰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4000만대 수준으로 판매량으로는 아직 '빅 5'에 미치지 못하지만 대당 높은 단가에 팔아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우 높다. 애플 영업이익율은 41%로 1위 노키아(29%)나 2위 삼성전자(15%)를 압도하고 매출규모로도 이미 4위에 올라섰다.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혁명의 거대 변화에 잘 적응하고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 고향을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먼저 스마트폰용 관광가이드 어플이다. 현재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지자체 관광 안내 어플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 한 곳에 불과하다. 고향도 이와 같은 어플을 만든다면 관광객들의 편의 향상과 함께 지역 도민의 소득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요 관광지 및 교통정보, 맛집정보 탑재와 함께 특산품 소개와 모바일로 주문 가능한 직거래 장터를 구현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어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현실세계를 좀 더 정확히, 풍성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증강현실' 구현도 고려해 볼만 한다. 전북의 주요 문화유산, 건물, 관광지를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비추기만 하면 주요 정보가 제공되게 함으로써 우리고장을 널리 제대로 알리고 이해도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모쪼록 스마트폰이 열어갈 새로운 세상에 앞서가는 전북을 기대해 본다./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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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18 23:02

[타향에서] 한철골(寒徹骨)과 박비향(撲鼻香) - 정운천

봄의 전령이라고 했던가? 제주도에서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가 남도에 상륙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아 개화가 늦어질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입춘이 지나자 기다렸다는 듯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지금쯤 구례에서 화개장터를 거쳐 안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 길에는 새색시처럼 수줍게 피어난 매화가 때 이른 상춘객들을 맞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별빛이 부서지는 매화꽃 사이를 거닐며 진한 매화향기에 취해보고 싶다.나는 특히 매화를 좋아한다. 작고 어여쁜 꽃송이와 코를 찌르는 향기도 일품이지만, 한겨울의 추위를 딛고 눈 속에서 피어난 꽃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코끝이 찡한 감동이 느껴진다. 지난해 봄 안동의 도산서원에서 마주한 토종매화는 감동과 함께 인생의 깊은 깨달음까지 남겨 주었다. 매화와 함께 만난 한편의 한시(漢詩) 덕분이었다.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뼈를 깎는 추위를 한번 만나지 않았던들,매화가 어찌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한두번의 아픔은 겪게 마련이다. 또한 사람은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싯귀를 보며 뜻을 되새긴 순간 나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당시의 내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싯귀의 표현처럼 그 당시 나는 '뼈를 깎는 추위'를 겪었다. 예기치 못한 촛불정국으로 인해 농정의 최고 책임자에서 하루 아침에 국민건강을 팔아먹은 매국노로 매도되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저주를 받았고, 결국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장관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전국을 순례하던 중이었다.뼈를 깎는 추위를 겪어야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는다 그 범상치 않은 싯귀는 내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전국의 농촌 현장을 순회하면서 농업인들과 만나고 농업을 살리는 강연을 시작했다. 촛불정국이란 사상 초유의 국가적 혼란을 겪으며 터득한 소통과 화합. 그 희망의 향기를 국민들에게 전파했다.거리의 멀고 가까움을 가리지 않았다. 인원의 많고 적음도 구분하지 않았다. 나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밀물농업을 전파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희망의 향기를 전했다.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120 여곳을 순회했으니 일주일에 두 곳 이상을 방문한 셈이었다.한편으로 나는 밤을 새워가며 글을 썼다. 휴일에는 하루 종일 매달렸다. 그렇게 몇 달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해 9월 <박비향>이란 책을 발간했다. 재임시와 퇴임 후에 터득한 희망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100일에 걸친 전국순례 끝에 만난 한편의 시(詩),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뿜는 매화에게서 터득한 깨달음 덕분이었다.경제는 어렵고, 청년실업 등 고용상황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내면을 다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뼈를 깎는 추위' 속에서 '코를 찌르는 향기'를 응축하는 매화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뚜벅뚜벅 자기 일을 찾아 갈고 닦으면 반드시 희망의 불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정운천(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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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11 23:02

[타향에서] '오르고 또 오르면'과 '쉬어간들 어떠리' - 문효치

과거는 지나가버림으로 끝나거나 없어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연속성을 가지고 현재를 관장하며 미래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때때로 추억이라는 과거를 가지고 가파른 현재의 삶을 위로하기도 하고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한다.문득 초등학교 여선생님의 추억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히 풍금앞에 앉아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하면서 노래를 가르쳐 줄 때는 더욱 아름다웠다. 마침 교실의 창문으로 코스모스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이라도 있으면 더욱 아름다웠다.전쟁과 가난에 찌들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세대, 그러나 멋있는 추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새로 반이 편성되고 교실도 다시 배정을 받는다. 묵은 학년이 쓰던 교실을 새롭게 정돈하고 환경미화 심사라는 것을 받는다. 심사에 앞서 선생님과 학생들은 방과후까지 남아 청소를 하고 그림도 새로 붙이고 '급훈'이나 '우리반의 자랑'따위도 써 붙이곤 한다. 재미있고 달콤한 시간이다.그때 선생님은 옛시조 두편을 단정한 붓글씨로 써서 교실 양쪽 벽면에 걸었다. 지금도 그 시조를 정확히 기억한다. 우리는 일년간 그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늘 보며 외웠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하늘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놀라 하더라또 하나는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워라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였다. 앞의 것은 김천택의 시조요 뒤의 것은 황진이의 시조다.그때는 매일 운동장 조회를 했다. 애국가 봉창, 묵념, 교장선생님 훈화, 주번교사와 교무주임의 전달사항등 어찌나 길고도 재미가 없는지 우리는 그때가 인내심을 함양하는 시간이었다.어떤 때는 학생 한 두명 쯤 땡볕에 못이겨 쓰러질 때도 있었다. 판에 박힌 듯한 조회가 끝나면 군가를 부르며 열을 맞춰 교실로 입실했다. 동요 대신 살벌한 군가를 부르던 소년들,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년이냐/대한 남아 가는데 초개로구나또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그때의 군가는 대개 이런 내용이었다. 가난과 억압과 열악한 환경에 눌려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왜소한 시골 아이들은 이런 우악스런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입실해서 대하는 시조는 매우 상큼했던 기억이 난다. 뜻은 정확히는 몰랐다. 다만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다'는 뜻과 '달밝은 밤이니 쉬어간들 어떻냐'는 뜻은 대충 알았다.두 편의 대조적인 시조, 하나는 근면과 끈기를, 하나는 낭만과 여유를 노래한 시조다. 선생님은 전쟁과 가난에 찌든 우리에게 이 두 가지를 다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다. 근면과 끈기를 가르친 김천택의 시조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던 그 난세에, 그것도 초등학교 꼬맹이들에게 황진이의 시조를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쉽지 않았으리라. 아마도 그때 선생님은 황진이의 시조를 벽에 걸기 위해서 고심과 용기가 필요했을 터이다.우리 어린이들은 이 선생님을 통해서 균형과 조화라는 마음의 양식을 은연중 터득하며 자랄 수 있었다./문효치(시인계간 '미네르바' 발행인)▲ 시인 문효치는군산 출신으로 1966년 서울신문 및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역임했고, 『연기 속에 서서』, 『남내리 엽서』, 등 시집 10여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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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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