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김치가 보약이다 - 황의영
김치가 보약(補藥)이다. 가정마다 몇 포기씩 더 담그자.김장이 한창이다. 집집마다 한겨울 식량인 김치를 많이 담근다. 가정뿐만 아니라 기관 단체에서도 김장을 많이 한다. 독거노인, 소녀소년가장, 불우이웃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김치를 담근다는 보도다. 그늘진 곳에 사랑을 나눈다는 훈훈한 얘기들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김치는 조상님들의 지혜가 가득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채소가 없는 겨울철, 섭취가 어려운 영양소를 얻고자 가을에 채소를 절여서 식품으로 만들어 보관하면서 이를 먹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 됐다. 김치는 배추무 등을 소금에 절여서 고추마늘파생강 등의 양념, 젓갈과 같이 버무려 저장한다. 저장된 김치는 젖산 생성에 의해 숙성되어 저온에서 발효된다. 김치를 담그는 것은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저장 중 여러 가지 미생물의 번식으로 유기산과 방향(芳香)이 만들어져 훌륭한 발효식품이 된다. 김치는 사시사철 한국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근래에는 여러 나라에서 건강식으로 대중화되고 있다.김치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약 3천 년 전의 중국 '시경(詩經)'이며, 오이를 이용한 채소절임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菹)'라는 글자가 나온다. 조선 중종 때에 '벽온방'에 "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저'를 우리말로 '딤채'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국어학자 박갑수는 김치의 어원에 대해 '딤채'는 '팀채'가 변했고 구개음화하여'김채', 다시 '김치'가 됐다고 설명한다. 김치를 지방에 따라서는 지(漬)라하고 제사 때에는 침채(沈菜)라 하며, 궁중에서는 젓국지짠지싱건지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현재는 김치하면 배추김치를 연상할 정도로 배추로 김치를 많이 담그지만 1900년대 전까지만 해도 김치의 주재료는 무였다. 20세기에 들어와 중국의 산동에서 배추가 수입된 후부터 배추김치가 널리 보급됐다. 김치에 쓰이는 고추는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을 통해서 17세기전후 전해졌기 때문에 그 후부터 김치에 고춧가루가 쓰게 됐다. 고추는 부패를 더디게 하여 고추를 많이 넣으면 옅은 소금물에 절여도 김치 맛이 오래간다. 또한 고추의 자극적인 맛은 소금만큼 식욕을 자극하고 탄수화물의 소화를 촉진시킨다.김치를 먹으면 신종플루를 예방하고 AI(조류인프루엔자)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심장병 예방, 항암 작용, 노화 억제, 소화 촉진, 면역성 강화, 항균기능, 돌연변이변비 예방, 체중조절 효과, 바이러스 감염콜레스테롤 억제 효과, 동맥경화 예방효과와 항생제 성분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에서 요구르트, 낫또 등과 함께 세계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김치는 담글 때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배추김치, 무김치, 오이김치, 갓김치, 파김치, 부추김치, 고들빼기김치 등으로 부른다. 담그는 방식에 따라 깍두기, 동치미, 백김치, 나박김치, 물김치, 보쌈김치 등 다양하다. 이 모두 한결같이 맛이 좋아 우리 미각을 사로잡는다. 지역에 따라 특색있는 김치가 많다. 전라도는 갓김치고들빼기김치?동치미가 경상도는 콩잎김치부추김치깻잎김치가, 충청도는 굴 석박지총각김치무짠지가, 서울 경기도는 보쌈김치?배추김치장김치나박김치 등이 유명하다. 김치는 반찬으로 밥과 같이 먹지만, 찌개, 전, 국, 볶음밥 등으로 요리하면 더욱 맛있는 음식이 된다.몇 일전 트랙터로 배추밭을 갈아엎는 모습의 보도를 접하면서 가슴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져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난 농심의 표현일 것이다. 집집마다 영양의 보고인 김치를 몇 포기씩 더 담아 배추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농민도 돕고 겨울철 건강도 챙기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김치가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