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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고향에 돌아오며 - 김 근

읽다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제법 열심히 신문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니 전북일보와 얽힌 기억이 아직도 새롭고 그 신문이 자극하는 옛 생각으로 범상치 않은 귀향의 느낌을 갖는 듯하다.이번에 느끼는 귀향의 감정이 남다르다 하지만, 정직하게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도 고향 사람들과 많이 지내게 된다. 주로 학교 동창들인데, 물론 고향 친구들이 정다워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지역주의 탓이 크다. 내 스스로는 일부러 동창만을 챙기고 고향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왔으나, 살다 보니 나도 그 범주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다. 지역의 구별이 드세고 타 지역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현실에서, 그런 현상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나는 고향을 떠나 살면서 지역주의와 관련해 많은 경험을 했다. 생활 속에서 상처를 받은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문제였다. 사실 이제껏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는 것은 지식인들이 지역주의에 대해 갖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버젓이 지역주의를 내세우는 일도 허다하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역주의가 지식인 사회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고 보는 것이 차라리 타당할 것이다. 그들은 지역주의로 생활의 이해관계에서 큰 도움을 받는 현실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갖는 태도이다.지역주의가 온통 나라의 정치를 혼돈으로 몰아가던 시절, 진보적 지식인들이 갖는 태도는 참으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지역주의 본질이 호남차별에 있는 것이라면 진보적인 사람들은 그것에 맞서 비판하고 싸워야 마땅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커다란 오산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진보는 진보이고 지역은 지역이었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들은 그들대로 마음 속에 단단한 지역주의를 품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난 뒤의 절망감은 어떻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거듭 생각해 보았다. 차별을 눈감고 그 차별에 동참하는 진보가 과연 있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 내 의문의 핵심이었다. 그들이 지니고 있다는 이념이나 신념, 그래서 그것 때문에 싸우고, 불이익 받고, 심지어는 감옥까지도 마다 하지 않은 것인데, 그렇게 한 그들이 정작 지역주의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그래서 개인적으로 거기에 맞서 길게 싸웠으나 지금 남은 것은 허무하다. 여전히 지역차별은 계속되고, 그것으로 정치는 왜곡되고 인간정신은 그 한계를 시험당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진보적 지식인들이나 그들이 소속된 시민사회도 지역주의에 관한 한 하나도 바뀐 게 없다.나는 진보세력이 지역주의에 맞서 단단히 진영을 꾸려 새로운 싸움에 나서지 않는 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예컨대 유럽의 지식인 사회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은 치욕에 해당한다. 물론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는 인종차별이 일상화 되어 있지만, 지식인 사회에서 만큼은 그렇지 않다. 그것이 극우 정치세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결국은 지식인과 언론의 힘이 민주주의를 키우고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지역주의조차 넘어서지 못하는 지식인 사회로는 당분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꿈꾸기는 어려울 것이다.모처럼 고향에 돌아 오면서 집 나가 얻은 상처를 굳이 헤집어 다시 핥는 꼴이 되었다./김근(언론인)▲ 언론인 김은씨는전주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국제언론협회(IPI) 한국위원회 이사를 열임했으며 연합뉴스 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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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8 23:02

[타향에서] 스토리 시대의 새로운 기회 - 고일영

주말 나들이 인파의 모습을 전하는 뉴스의 오프닝 영상이 눈길을 끈다. 새하얀 종이에 무수한 점이 박혀있는 모습의 이 영상은 다름 아닌 화천의 산천어 축제를 하늘에서 찍은 것이다. 올해 8번째 열리고 있는 이 축제엔 매년 100만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북한강의 최상류 지역, 상수원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각종 개발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는 인구 2만 4천의 작은 군에 이토록 전국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모처럼 직원들과 함께한 점심시간. 얼마 전에 거제도로 가족여행을 갔다 온 송과장이 여행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여행지에서 볼만한 곳은 어디어디이고, 거기에 가면 무슨 식당에서 어떤 걸 먹어야 하고 "송과장은 어쩌면 그렇게 잘 알아? 그 동네에 살았었어?"라고 누군가 묻자, 송과장은 "아뇨. 이번에 처음 갔었죠. 하지만 몇 개 유명 블로그를 통해 미리 가볼만한 곳과 맛집을 알아보았어요. 여행을 앞두고 장만한 네비게이션 덕도 톡톡히 보았죠. 길찾기와 운전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바야흐로 스토리의 시대다. 스토리가 있는 집은 깊은 산속에 있어도 흥하고 스토리가 없는 집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있어도 망한다. 스토리가 있는 집은 차도 못 들어가는 후미진 골목길 허름한 인테리어에도 대박을 내고 스토리가 없는 집은 넓은 주차장에 비싼 인테리어로도 사람을 끌지 못한다. 화천을 찾은 100만 인파는 무수한 스토리를 만들어내어 내년에도 다시 많은 사람들을 화천으로 부를 것이다. 송과장의 여행 후일담을 들은 몇몇 직원들은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거제도를 몇몇 블로그와 네비게이션에 의지해서 방문할지도 모른다.세계적인 석학 다니엘 핑크는 정보화사회 이후 도래할 사회를 개념과 감성이 강조되는 하이터치의 시대라고 명명하고 스토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바 있다. 스토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사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정보, 지식, 문맥, 감정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압축하여 중요한 인식작용을 하게 한다. 그래서 스토리는 요즘 비즈니스에도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과잉 시장에서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스토리를 이용하고 있다.다가올 하이터치시대에 전북이 발전하려면 스토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전북은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다. 내장산, 변산, 고창 등 예부터 유명한 관광지에서부터 지리산둘레길, 임실치즈마을, 정읍한우마을 등 몇 해 전부터 새롭게 부상한 신흥관광지, 그리고 앞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할 새만금개발사업 등등.타향에서 고향을 생각할 때 항상 아쉬웠던 부분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산업화였다. 몇 해 전 필자가 은행 본부장으로서 전북을 담당할 때도 이는 항상 아쉬웠던 부분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스토리가 중요한 지금, 전북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도민 모두가 협력하여 '찾아오는 전북', '살고 싶은 고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고일영 부행장은1977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전자금융부장, e-business부장, 종합기획부장, IT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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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1 23:02

[타향에서] 우리 음식이 세계인을 살린다 - 정운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과 약은 근본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몸에 맞는 음식, 영양의 균형을 잡아주는 음식은 효과가 뛰어난 약이나 마찬가지다. 음식만 가려 먹어도 질병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우리 국민에게 좋은 음식은 우리 전통음식이다. 풍토합일(風土合一)이요, 신토불이(身土不二)다. 이것은 결코 우리 농산물 판매를 위한 판촉구호가 아니다. 의학이자 과학이다.우리는 조상 대대로 채식민족이었다. 유사 이래 곡류와 야채를 중심으로 식생활을 영위해 왔다. 육류를 위주로 한 서양 유목민족과는 체질적으로 다르다.이러한 차이는 신체구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 민족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몸속 대장의 길이가 평균 9.5m다. 8m인 서양인들보다 1.5m나 길다. 수천년 동안 채식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곡류나 야채는 몸속에서 오랫 동안 천천히 소화되므로 거기에 맞게 대장이 늘어난 것이다.육류는 그 반대다. 짧은 시간에 빨리 소화되고 빨리 썩는다. 남은 찌꺼기도 빨리 빠져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축적되고 부패된다. 그런 육류를 주식으로 했기 때문에 서양인들의 대장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음식이 신체 건강은 물론 신체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채식에 적합한 몸을 가진 우리 민족에게 채식 위주의 우리 음식이 최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우리 음식, 한식은 신토불이에 앞서 그 자체로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한식은 대부분 발효과정을 거친다. 장기간의 숙성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유산균을 생성한다. 음식을 살아 있는 미생물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한식을 먹으면 영양과 칼로리 뿐 아니라 각종 유산균까지 공급받는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기 않고 활동성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에 비해 양식은 육류 중심의 인스턴트 식품이다. 짧은 시간에 높은 칼로리만 공급한다. 그 결과 몸이 비대해지고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에 쉽게 노출된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60~70%가 비만이다. 성인병을 앓고 있는 국민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국가 재정이 의료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유럽 각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우리의 발효식품을 주목하고 있다. 웰빙식품이자 다이어트식품인 한식에서 비만과 성인병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고 있다.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한식을, 영양을 고루 갖춘 모범식으로 소개했다. 세계적인 건강잡지 『헬스(Health)』도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했다. 된장 고추장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그런데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정작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오히려 양식을 선호한다.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식품에 빠져 들고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도 어린이 비만과 성인병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불과 20~30년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배불뚝이를 요즘에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 음식을 되살려야 한다. 주식을 되찾고 세계인이 주목하는 발효식품을 부활시켜야 한다. 천일염과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은 하나같이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빚은 자연의 음식이다. 이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되살리는 것은 전통음식의 계승에서 나아가 세계인을 살리는 길이다.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일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 움직임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노력들이 보다 체계화되어 한식이 세계인의 음식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한다./정운천(전 농림부 장관)※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은고창 부안면 출신으로 현 국무총리직속 새만금위원회 위원, 이순신 리더십연구회 이사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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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4 23:02

[타향에서] 된장의 성인병 예방효과 - 황의영

대망의 경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어릴 적 요맘때쯤이면 고향 우리 집 안방 시렁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갈라진 메주 틈 사이로 흰곰팡이가 서려있고 메주 뜨는 코콤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11~12월 경 수확한 햇콩으로 메주를 쑤어 목침만한 크기로 빚어 2~3일 정도 말린 다음 볏짚으로 묶어 시렁 등에 매달아서 띄웠다. 30~40일 지나 메주가 잘 뜨면 입춘이 지나고 맑은 날을 골라 메주를 쪼개 장독에 넣고, 천일염을 물에 타 하루쯤 가라앉힌 소금물을 붓고 빨갛게 타는 참숯, 고추, 불에 구운대추를 함께 띄워 장을 담근다. 이는 불순물과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전래되는 방법이다. 장을 담근 지 20~30일이 지난 다음 메주를 건져서 다시 소금을 골고루 뿌리고 간장을 쳐서 질척하게 갠 후 옹기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고 웃소금을 뿌린다. 잘 봉해서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햇볕을 쪼여 메주가 삭게 되면 된장이 된다.우리 음식은 거의 모두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고 맛을 냈다. 장맛이 곧 음식맛이었다. 장맛이 좋은 집안의 음식은 맛있었고 사대부가에서는 좋은 장맛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을 가문의 자부심으로 여겨왔다. 장의 역사는 음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의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고구려에서는 장양(藏釀)을 잘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된장 간장을 담가 먹었던 것으로 추정이 된다. 조선시대 초?중기의 기록인 《구황촬요(救荒撮要)》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각각 조장법(造醬法)과 장제품조(醬諸品條)가 있어 좋은 장을 담그는 방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장제품조의 첫머리에 "장은 모든 음식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안 좋으면 좋은 채소와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없다. 설혹 촌야(村野)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지 못해도 여러 가지 좋은 맛의 장이 있으면 아무 걱정이 없다. 우선 장 담그기에 유의하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게 함이 도리이다."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장을 소중하게 여겼다.어릴 적 우리는 "콩은 밭의 고기"라고 배웠다. 그러나 콩은 이제 단순히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질병을 예방하는 식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콩의 주요성분으로는 단백질올리고당식이섬유인지실이소플라본사포닌트립신 저해제피트산 등이 있다. 콩단백질은 혈중 콜레스테롤, 혈중지혈, 지방단백질 농도감소, 동맥경화 심장병을 예방한다. 콩오리고당은 장내 유용균 번식을 촉진하고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배설을 촉진하며 장기능에 대한 생리효과가 있다. 인지실은 생체박 성분, 뇌기능향상과 노인성 치매예방, 혈중 콜레스테롤 축적예방, 이소플라본은 암세포 증식 억제로 유방암?대장암?폐암 등의 항암효과와 골다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트립신 저해제는 항암작용, 당뇨병 예방, 피트산에는 철과 결합하여 지질 산화억제의 효과가 있다. 이렇듯 콩은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우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콩으로 된장 간장 두부 등의 음식을 만들지만 그 으뜸이 된장이다. 일상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음식중의 하나가 된장이다. 예부터 어느 집에서나 된장은 쌀과 같이 기본식량으로 여겼다. 여름철 아무리 반찬이 없어도 상추에 된장을 싸서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했고 보리밥이라도 물에 말아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으면 한 끼가 거뜬했다. 최근에도 돼지고기 쇠고기를 구워먹을 때 고기를 야채에 된장과 함께 싸서 먹는다. 또한 국을 끓일 때도 된장을 풀어 끓이면 맛있다. 된장을 되게 개어 물을 붓고 풋고추 애호박 파 등을 썰어 넣고 끓인 된장찌개면 한 그릇의 밥을 바로 비웠다. 이 된장이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준 소중한 음식이다. 요즘 도시의 주거 문화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된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된장을 직접 담그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우리들 식탁에서 된장이 멀어져 가는 것 같아서 한 없이 아쉽다.우리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된장을 많이 먹도록 하여 수천 년 이어온 우리음식과 가족의 건강을 지켜 행복한 가정을 이루시길 간절히 희망한다. 된장이 많이 소비되면 농가에서는 콩 재배가 늘어나고 콩으로 소득이 높아지게 되면 농산물 수입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가도 도와주는 것이다. 수천 년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영양의 보고 된장을 많이 먹자./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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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07 23:02

[타향에서] 시간에 관하여 - 김년균

한 해가 벌써 간다. 오늘은 올해의 끝이고, 내일은 새해의 시작이다.어제는 친구와 막걸리를 마셨다. 좀체로 술을 마시지 않는데, 세모라서 마음이 들뜬 탓일까. 몸에 좋다는 막걸리를 몇모금 마시다 보니, 금방 하루가 지났다. 시간은 왜 이리도 빠른가.시간을 두고 '쏜살' 같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시간의 역사로 따져보면 쏜살 정도가 아니다. 십년이 순간이고, 백년이 잠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어느 물리학자에 의하면, 우주의 나이가 137억 살이고 지구는 50억년 전에 태어났다고 한다. 우리가 현재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북극성을 바라본다면 천년 전 것을 보는 것이고, 안드로메다 은하를 바라본다면 2백만년 전을 보는 것이 되며, 10억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한다면 10억년 전을 관측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그만큼 광대한 시간의 역사 앞에서 인간의 수명을 계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루살이'를 보며 비웃을 일이 아니다. 밤에 북극성을 바라보는 것이 천년 전을 보는 것이라는데, 인간의 생애 백년쯤이 하루살이와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런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시간의 불감증에 걸린 셈이다.시간은 만물의 생멸을 지배한다. 시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의 귀함을 알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간의 가치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쓰는 데 있다. 어떤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똑같은 시간을 살았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한다. 똑같은 시간을 썼으면서도 어떤 문인은 명작을 남기는가 하면 어떤 문인은 쓸만한 작품 하나 못쓰고 술꾼으로 전락하고 만다.어떤 이는 평생동안 거리에서 휴지를 줍는 일을 하면서도 큰돈을 모아 장학기금 등을 만들어 칭송을 받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애초에 큰돈을 가진 부자였으면서도 나중엔 빈털터리가 되어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 온갖 절망 속에서도 시간을 가치있게 써서 큰 인물이 된 경우를 우리는 목격한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어느 것도 그 위력을 앞서지 못한다.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미래는 주저없이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한다'(실러)는 것이다.옛시조에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부디 지 말고 촌음을 아껴 쓰라/가다가 중지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가 있다. <청구영언>을 엮은 김천택(金天澤)의 글이다. 옛날 사람들도 시간에 대한 생각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던가 보다.시간의 실체를 보며 정신차리고 살아갈 일이다. 시간은 쓰는 자에 따라 성격도 달라진다. 성장을 기르는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패배를 안겨주는 악마가 되기도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지만, 그를 붙잡지 않으면 안된다. 시간이 없이는 기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시간을 아는 이들은 저마다 충고한다. '성인은 한 자(尺)의 벽보다 한 치(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劉安), '시간을 서투르게 쓰는 자가 시간이 짧다고 불평한다'(브르예르),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소비하는 데 쓰고, 유능한 사람은 시간을 이용하는 데 쓴다'(쇼펜하우어).사람은 언제나 할 일이 많고, 시간은 아껴도 모자란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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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31 23:02

[타향에서] 일자리를 위하여 - 김성중

성탄절이 다가오고 한해가 저물어간다. 겨울이 깊어 가면 부모들의 시름도 깊어간다.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입 때문에 열병을 앓고, 기껏 고생하며 대학까지 보내어 졸업을 앞에 둔 부모들은 자녀들의 취업 때문에 주름살이 깊어만 간다.사실 고용의 문제처럼 중요한 사안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부모의 품에서 자라며 학업을 마치면 반드시 일을 해야 살 수가 있다. 예전에는 부모를 잘 만나(?) 일하지 않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요즈음에는 땀흘려 일하지 않고 먹고 사는 그러한 불한당(不汗黨)들은 없을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다는 것은 개인의 비극일뿐 아니라, 일자리가 없으면 주민들이 이탈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큰 숙제이기도 하다. 정부도 수년전부터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바꾸어 고용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고용문제 해결은 간단하지가 않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 경제성장만 되면 실업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 증가율을 나타내는 고용탄력성 추이를 살펴보면 그러지 않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1970~1980에는 0.50였다가 1981~1990년까지는 0.36으로, 1991~1996년에는 0.32로, 2000년대는 0.30로, 최근에는 0.1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2003년에는 경제성장률이 3.1%였음에도 취업자는 3만명이나 감소하고 말았다. 내년에 경제성장을 하여도 얼마나 고용이 늘지 우려된다.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고용인원이 많은 제조업의 유치 등 기존의 시책에 더하여, 사회적 기업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블루 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개념조차 생소하여 필자가 노동부차관시절 입법을 하면서 무척 애먹기도 했었다. 이제까지 기업이나 정부가 하는 일과는 달리 사회적 필요가 있는 서비스 제공이나 취약계층 고용을 위하여 수익사업을 하는 것이다. 독거노인과 결식아동들에 대한 행복도시락배달사업, 가난한 가정을 위한 간병인 보조사업 등은 당사자와 기업과 사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이다. 사회적 기업이 발전하면 그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또 하나 관광산업을 잘 부흥시켜야 한다. 전북은 덕유산, 지리산, 내장산등 빼어난 산들과 드넓은 평야,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과 섬들이 있다. 이제 주5일 근무제도 정착되어가고 교통편도 많이 발전되었기 때문에, 천혜의 자원에 인적인 요소만 합친다면 큰 고용창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친절'이다. 웃음띈 얼굴로 인사만 잘해도 여행객들의 가슴은 뛰기 마련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 않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고마운 사람이라는 인식 하나가 백만명의 여행객을 모을 것이다.한가지 제언을 하자면 무엇보다도 편히 잘 수 있는 전북식 숙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모텔의 불빛은 휘황찬란해도 가족들을 데리고 들어가기는 민망하다. 전북식 숙소는 편히 잘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침 식사도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럽 여행을 할 때마다 조그만 호텔에서 정성껏 차려 내놓는 아침 식사가 얼마나 좋던가. 황토내음나는 한옥에서 푸근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전국에서도 명성 높은 전라도식의 아침 밥상을 받게 되노라면 과연 '전라북도는 대한민국의 고향'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친절이 더해진다면, 몇 번이라도 찾고 싶어질 터이다./김성중(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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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24 23:02

[타향에서] 우리경제에 갖는 한·페루 FTA의 중요성 - 김상국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심신이 극도로 피곤하면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열사의 사막인 사하라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평상인과 너무 다른 감수성을 가진 그에게 사하라사막은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바이런과 비교도 안 되는 둔한 신경을 가진 나로서 그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의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행이 갖는 의미를 새로이 느꼈기에 괜스레 바이런의 얘기를 꺼내본 것이다. 직업이 교수인 관계로 여행을 자주하는 편이다. 그러나 방문하는 장소는 그리 다양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며칠 전 FTA 관계로 남미의 칠레와 페루를 방문하였다. 비행기 타는 시간만 24시간이 되는 먼 곳이어서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방문 이유는 칠레와의 FTA는 4년이나 되었으니 새로운 FTA의 방향을 정해보자는 것이었고, 페루와는 FTA를 빨리 체결하는 것이 양국 이익에 일치한다는 것을 그곳의 학자들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사실 칠레와 FTA 때는 온 국민의 반대가 참으로 많았었다. 포도와 관련 된 시위 사태를 구태여 언급하지 않아도 그때의 기억은 우리에게 생생하다. 그런데 그 후 우리는 한?유로 간에 FTA를 체결하였고, 한?인도 간에도 FTA가 체결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페루 간 FTA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이나 어느 매스컴을 보아도 일반 대중들이 이번 FTA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는 기사를 보지 못하였다. 과거를 상기해 보면 조금 어리둥절한 일이다.지금 우리는 칠레로부터 구리와 와인, 포도 등을 수입하고 있다. 구리와 와인은 원래 우리가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반대가 심했던 포도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듯하다. 우리 포도는 여름에 나오지만 남반구에 있는 칠레 포도는 그들에게는 여름, 우리에게는 겨울에 생산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포도는 문제가 되지 았었는지도 모른다. 그 대신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그들에게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 전화기, TV 등 매년 대 칠레 평균 수출신장률은 42.4%나 된다. 칠레 신규 자동차의 8%는 우리나라 차다. 중고차 시장까지 합하면 그보다 훨씬 더 높다. 여행이 갖는 의미를 글 첫머리에 꺼낸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리라고 느끼는 것과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페루와의 FTA도 마찬 가지라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 일부부처에서 반대하고 있고, 그 부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동조도 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칠레와의 FTA 보다는 페루와의 FTA에서 우리가 얻을 실익이 훨씬 더 크다. 우선 농수산물 입장에서도 우리가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칠레와 페루 간에는 수입대체 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즉 포도의 수입도 칠레에서 페루로 대체되지 신규 수입의 창출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익은 명확하다. 칠레로부터 자원수입은 거의 구리뿐이다. 그러나 페루로 부터의 자원수입은 불가능한 것부터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페루의 아연과 몰리부덴 수출은 세계 1위이고 은, 납은 세계 2위, 주석 과 금은 세계 3위 4위이다. 또한 천연가스와 원유도 중요한 수출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티티카카호 근처에서 우라늄광산 까지 발견되었다.우리에게 있어서 우라늄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도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미래에 탄소절감은 경제발전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30% 탄소 절감목표는 화석연료의 사용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원자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지금도 우리나라 전기발전의 40%는 원자력 발전이다. 지금 세계는 이러한 사실을 깊이 깨닫고 원자력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10년 미국 원자력 발전소 판매가격은 거의 10배 상승하였고, 일본은 무려 54기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한 추세다. 탄소절감과 관련된 원자력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라늄은 현재 세계 최고의 전략적 자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하루라도 빨리 페루의 우라늄과 그밖의 광물자원 개발계획에 참여하여야 한다. 그것도 선점하여 참여하여야 한다. 우리가 FTA 체결을 피해야 할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에서 보완관계에 있지 않고 경쟁관계에 있으며, 그것도 그들이 우리보다 경쟁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밖의 나라와는 피할 이유가 없다. 피할 이유가 없다면 빨리하는 것이 더 좋다. 선점의 이익은 그 어느 것 보다 크기 때문이다./김상국(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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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17 23:02

[타향에서] 김치가 보약이다 - 황의영

김치가 보약(補藥)이다. 가정마다 몇 포기씩 더 담그자.김장이 한창이다. 집집마다 한겨울 식량인 김치를 많이 담근다. 가정뿐만 아니라 기관 단체에서도 김장을 많이 한다. 독거노인, 소녀소년가장, 불우이웃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김치를 담근다는 보도다. 그늘진 곳에 사랑을 나눈다는 훈훈한 얘기들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김치는 조상님들의 지혜가 가득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채소가 없는 겨울철, 섭취가 어려운 영양소를 얻고자 가을에 채소를 절여서 식품으로 만들어 보관하면서 이를 먹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 됐다. 김치는 배추무 등을 소금에 절여서 고추마늘파생강 등의 양념, 젓갈과 같이 버무려 저장한다. 저장된 김치는 젖산 생성에 의해 숙성되어 저온에서 발효된다. 김치를 담그는 것은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저장 중 여러 가지 미생물의 번식으로 유기산과 방향(芳香)이 만들어져 훌륭한 발효식품이 된다. 김치는 사시사철 한국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근래에는 여러 나라에서 건강식으로 대중화되고 있다.김치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약 3천 년 전의 중국 '시경(詩經)'이며, 오이를 이용한 채소절임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菹)'라는 글자가 나온다. 조선 중종 때에 '벽온방'에 "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저'를 우리말로 '딤채'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국어학자 박갑수는 김치의 어원에 대해 '딤채'는 '팀채'가 변했고 구개음화하여'김채', 다시 '김치'가 됐다고 설명한다. 김치를 지방에 따라서는 지(漬)라하고 제사 때에는 침채(沈菜)라 하며, 궁중에서는 젓국지짠지싱건지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현재는 김치하면 배추김치를 연상할 정도로 배추로 김치를 많이 담그지만 1900년대 전까지만 해도 김치의 주재료는 무였다. 20세기에 들어와 중국의 산동에서 배추가 수입된 후부터 배추김치가 널리 보급됐다. 김치에 쓰이는 고추는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을 통해서 17세기전후 전해졌기 때문에 그 후부터 김치에 고춧가루가 쓰게 됐다. 고추는 부패를 더디게 하여 고추를 많이 넣으면 옅은 소금물에 절여도 김치 맛이 오래간다. 또한 고추의 자극적인 맛은 소금만큼 식욕을 자극하고 탄수화물의 소화를 촉진시킨다.김치를 먹으면 신종플루를 예방하고 AI(조류인프루엔자)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심장병 예방, 항암 작용, 노화 억제, 소화 촉진, 면역성 강화, 항균기능, 돌연변이변비 예방, 체중조절 효과, 바이러스 감염콜레스테롤 억제 효과, 동맥경화 예방효과와 항생제 성분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에서 요구르트, 낫또 등과 함께 세계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김치는 담글 때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배추김치, 무김치, 오이김치, 갓김치, 파김치, 부추김치, 고들빼기김치 등으로 부른다. 담그는 방식에 따라 깍두기, 동치미, 백김치, 나박김치, 물김치, 보쌈김치 등 다양하다. 이 모두 한결같이 맛이 좋아 우리 미각을 사로잡는다. 지역에 따라 특색있는 김치가 많다. 전라도는 갓김치고들빼기김치?동치미가 경상도는 콩잎김치부추김치깻잎김치가, 충청도는 굴 석박지총각김치무짠지가, 서울 경기도는 보쌈김치?배추김치장김치나박김치 등이 유명하다. 김치는 반찬으로 밥과 같이 먹지만, 찌개, 전, 국, 볶음밥 등으로 요리하면 더욱 맛있는 음식이 된다.몇 일전 트랙터로 배추밭을 갈아엎는 모습의 보도를 접하면서 가슴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져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난 농심의 표현일 것이다. 집집마다 영양의 보고인 김치를 몇 포기씩 더 담아 배추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농민도 돕고 겨울철 건강도 챙기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김치가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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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10 23:02

[타향에서] 문인과 육필 - 김년균

육필이란 본인이 직접 쓴 '글씨'를 말한다. 그러나, 직접 썼다고 하여 모든 글씨에 '육필'이라는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육필이란 적어도 글씨를 쓴 분이 사회적으로 명망을 떨친다거나, 또는 역사에 남을만한 인물이라던가 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우리집에는 박두진, 김동리, 김구용의 육필이 벽에 걸려 있다. 구상, 김상옥, 박재삼의 육필도 있었으나 이사다니며 잃어버렸다. 박두진 육필은 80년대 초던가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친척에게 부탁하여 구했고, 김동리, 김구용의 육필은 두 분이 스승이어서 자주 만났으므로 자연스레 손안에 들어왔다.이 육필을 응접실에 걸어두고 수십년을 지낸다. 특별히 관심있게 관찰하기 보다는, 눈길 한번 못주고 지내는 날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걸려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제나 마음이 든든하다. 배우들의 얼굴이나 화가의 그림처럼 예쁘거나 멋있지 않고 종이조차 누리끼리하게 바랬어도, 뒤에서 밀어주는 후원자처럼 든든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육필의 묘미인지도 모르겠다.하긴, 추사의 육필인 '세한도'에 대해선 요즘 시인들이 작품을 많이 쓴다. 금방 기억나는 시인만 해도 유안진, 이가림, 유자효 씨가 있다. 그들은 '세한도'를 대상으로 작품을 썼는데, 모두 문학상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귀한 육필을 보면 신기한 감흥이 솟구치나 보다.얼마 전에 한국문인협회에서 '문인육필전'을 개최했다. 황금찬 김남조 이호철 성춘복 김후란 허영자 오세영 김승옥 등, 원로문인에서 중견문인까지 130여명이 참여했고, 모두들 자신의 시나 산문을 붓으로 족자에 썼는데, 각기 필적이 다르기 때문에 전시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되었다. 이 육필들을 후대의 문학연구가들이 문학사료로 쓸 수 있도록 협회에 기증해 달라고 했더니, 한 분도 반대하지 않았다.문인의 육필은 자신의 필적일뿐, 문학작품은 아니다. 문학작품이라면 서점이나 도서관 등에 비치하여 보존할 수 있겠지만, 육필은 그럴 자리가 없다. 육필을 관리하고 보존할 기관이나 단체 등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조그만 전시관은 몰라도, 마땅한 곳이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작가의 서가나 친지의 응접실 같은 곳에 걸어둘 수밖에 없는데, 세상살이란 한 집에만 오래 살 수 없는 것이라서, 혹은 이사다니며 찢겨지고, 혹은 자식이나 손자들이 장난질하며 부서뜨리고, 이래저래 결국 없어지기 마련이다. 하거늘, 문협 같은 기관에서 보존해 준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는가.현대문학 백주년기념 행사로 한국문인협회에서 '작고문인 육필전'을 작년에 개최한 바 있다. 그런데 문인의 '육필' 구하기가 어찌나 힘들었던지 십년은 감수할만큼 애간장 태웠던 기억이 새롭다.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육필을 가진 분들을 찾아냈지만, 그분들도 잘해야 한 두점 가졌을 뿐이고, 그것조차 잃어버릴까 두려워서였던지 바에 내놓기를 주저했다. 전시회의 취지를 열심히 설명하여, 이광수 한용운 홍명희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박종화 유치환 황순원 김광균 신석정 김동리 설창수 윤석중 이원수 구상 김상옥 김구용 정비석 김춘수 등, 40여 명의 육필을 전시할 수 있었는데, 이 전시회가 문단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원로시인 김남조 선생께서 "전시회를 연장할 수 없느냐"고 전화를 주신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귀한 전시회였기에, 한 사람에게라도 더 보이고 싶은 욕심에서였으리라.문학은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학문이다. 문인은 글(작품)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밝히는 빛을 만든다. 문인의 글씨는 그 빛을 만드는 도구다. 그 글씨엔 문인의 혼이 담겨 있다. 문인의 육필은 그래서 귀중하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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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03 23:02

[타향에서] 깜빡등 켜기 - 김성중

얼마전 전주에 가려고 오랜만에 차를 몰아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경부 고속도로에서는 길이 막히다가 천안을 넘어서니 제 속도를 낼 수가 있어서 110Km로 주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추월선에서 앞차를 따라가던 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불쑥 끼어들었다. 깜짝 놀라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보니 젊은 사람이 몰고 있는 BMW 신형차량이었다. 그 차는 또다시 아무 신호도 없이 추월선으로 파고들어 원래 자기 앞에 가던 차를 앞지르고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마치 감히 좋지도 않은 차가 내 앞을 막고 있느냐는 투였다.필자가 보기에 신호를 하지 않고 끼어들거나 과속을 하는 차들은 대부분 외제차나 대형차들이다. 많은 차들이 남들이 자기 앞에서 가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빵빵 클랙슨을 울리는가 하면, 번쩍번쩍 경고등을 울려대거나, 그 차를 앞지르기 위해 곡예운전을 하기도 한다. 유리창을 내리고 욕을 하기도 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쏜살같이 달아나는 사람조차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보면 앞지른 사람들도 식사를 하거나 용변을 보거나 차를 마시다가 마주치게 된다. 얼마나 계면쩍고 무안할 것인가... 좋은 차를 탄 사람도, 나이 젊고 운전 잘하는 사람도 멀리 가지 못한다. 비슷한 때에 출발을 하면 같이 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두 동행자요,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조금 먼저 가려고 얼굴 붉힐 것은 없다.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도 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어 편리한 문화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 전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필자가 태어난 고창군 무장까지 가려면 6~7시간 걸렸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 사람들이 골프 치러 고창에 가는 게 흔한 일이 될 정도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자동차가 증가되는 만큼 자동차 이용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1980년대에 코넬대가 있는 이타카에서 뉴욕을 가야할 일이 있어서 미국자동차협회(AAA)에 의뢰하였더니 상세한 지도와 도시 안내서를 받게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자동차 문화가 확산되는데 크게 기여한 AAA 안내서의 최종 결론이 '뉴욕에서 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Best way to drive in N.Y. is not to drive) 과연 전북의 도시들에게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인지..... 천년 고도라 워낙 비좁아서 그런지 전주에서 운전할 때마다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한 국가나 한 지역의 발전수준은 법과 규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한동안 전북에서는 불법분규 없는 지역을 표방하면서 기업들을 유치하려 노력하였다.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규칙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은 운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북지역이 룰을 잘 지켜 안전하고 살기좋다면 관광객뿐 아니라 기업 유치도 많아질 것이다.최소한 우리 고향에서는 깜빡이라도 잘 켰으면 좋겠다. 신호를 잘 보내고, 신호를 잘 지키면 좋겠다. 그것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작은 예의이기도 하기 때문에./김성중(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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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26 23:02

[타향에서] 청년 실업 문제, 어떻게 풀것인가? - 김상국

현재 우리나라 실업문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큰 문제다. 그 중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큰 문제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업율은 통계수치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몇 달 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실업율은 3.8%로 OECD국가 실업률과 비교하면 네덜란드의3.0%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실업율 9.8%나 스페인의 실업율 15.5% 그리고 얼마 전 까지 강소국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아이슬란드의 17%가 넘는 실업율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실업율은 대단히 낮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슴에서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 얘기다. 여기에 바로 통계의 마술이 숨어 있는 것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직장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그리고 경제활동인구는 현재취업자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를 합한 수치이다. 그러므로 실업률을 계산할 때 비경제활동인구는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군인이나 주부 그리고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노동자 들은 통계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발표된 실업율은 실제 보다 더 좋은 수치가 된다.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구직활동을 여러번 시도하다 포기한 실망노동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청년실망노동자들이 문제다. 청년실업은 15세에서 29세사이의 실업을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청년실업은 보통 전체 실업의 두배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실업율은 약 3.8%이지만 청년 실업율은 8%를 상회한다. 그러므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이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청년 실업이 가까운 장래에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성장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번 금융위기 이후 특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로 유입되는 청년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약 5~6%의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속도는 높아야 4% 보통 3%대이다. 그러므로 경제성장율 자체가 전체 신규인력을 고용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이다.둘째는 경제 성장률 1% 당 생기는 직업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통계 숫자 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는 경제 성장률 1% 당 3만개 정도의 직장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절반 정도 수준이다.셋째는 기업들의 고용기피 현상이다. 기업들은 이익을 중시 여길 수밖에 없고, 그리고 장기간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경기의 상승과 하강 시기에 따라 근로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나라 현실 상 그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기존인력들에게 초과수당을 주는 한이 있드라도 신규인력 고용을 가능한 줄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신규인력의 고용은 더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청년 실업 문제를 본질적으로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한 제 몫 찾기 현상"이다.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의 연봉은 중소기업 사장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유주의 경제의 가장 기본 원칙은 "자기 몫에 해당하는 값을 찾아가는 것" 이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자기 몫 이상을 찾아가면, 다른 한쪽에서 반드시 그것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 다른 한쪽이 직장 갖기를 희망하나 직장을 잡지 못하는 젊은 근로자일 수 있고, 또는 가격 결정 능력을 갖지 못하는 중소기업일 수 있다. 당연히 대중소기업 간 급여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다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고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는 것이다.우리가 청년 실업문제 (일반적 실업문제도 동일함)를 이와 같이 분석한다면, 해결책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서 경제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둘째는 언론이 중심이 되어 광범위한 사회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기업 중소기업의 직장 (직업이 아님)에 귀천이 없다는 사실을 크게 홍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원리에 바탕을 둔 근로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다.우리민족은 항상 위기에 강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IMF의 위기도 우리만큼 빠르게 회복한 나라가 없다. 이번 금융위기도 우리만큼 쉽게 피해 간 나라는 없다. 또한 내년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는 잠시 어려운 이 시기를 또 다시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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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9 23:02

[타향에서] 막걸리가 뜨고 있다 - 황의영

막걸리가 한일 정상회담 만찬 시 건배주로 사용되는가 하면 서울의 일류백화점 주류 판매실적에서 와인과 맥주의 판매액을 앞섰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막걸리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3/4분기까지의 막걸리 수출량은 4,380t, 수출금액으로는 356만 2천달라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물량은 24.1%, 금액은 23.2%가 각각 늘어났다. 수출국 또한 기존의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베트남, 호주 등에도 수출된다고 하니 머지않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술이 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막걸리는 우리나라의 전통 술로 '쌀과 누룩으로 빚어 그대로 막 걸러내어 만들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걸리는 대체로 쌀뜨물과 같은 흰빛을 띠고 있다. 지금처럼 규격화된 양조법으로 대량 생산되기 전에는 집집마다 나름대로의 술 빚는 방식이 있어 가문마다 지역마다 맛과 빛이 달랐다. 막걸리는 희다 해서 백주(白酒), 탁하다하여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가 먹는다하여 가주(家酒), 농사지을 때 새참으로 마신다 하여 농주(農酒), 제사 지낼 때 쓴다 해서 제주(祭酒), 백성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 하여 향주(鄕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해서 국주(國酒)라고도 불렸다. 지역에 따라 모주, 왕대포, 탁배기라고도 한다.막걸리는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이지만 그 기원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술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고조선 단군께서 신곡이 수확되면 여러 신(神)에게 제사 지냈는데 햇곡식으로 만든 떡과 술, 소를 잡아서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역사로 볼 때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술임에 틀림이 없다. 문헌상으로는 고려 때 이달충의 시에 '뚝배기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 라는 문구로 처음 언급 되는데, 이를 볼 때 그 당시에도 서민의 술로 애용됐던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 때에 이화주(梨花酒)라고도 불렸는데 이것은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드는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영양성분이 많아 요기도 되고 흥을 돋워주기에 오랬동안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고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특히 농사철에 농부들이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고 허기를 달래며 일해 왔다.요즘 막걸리가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6%로 다른 종류의 술보다 현저히 낮고 쌀로 빚어서 몸에 부담이 적다 보니 양은 주전자에 담겨진 대포집 막걸리를 즐겨 마셨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여성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막걸리의 효능을 보면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을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 효과에다 특히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식욕을 왕성하게하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크다. 또한, 막걸리가 암 예방과 암세포 증식 억제, 간 손상 치료, 갱년기 장애해소 등에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막걸리에는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B, 아미노산류가 풍부하고 구연산과 젖산이 있어 청량감이 있는 상큼한 맛과 갈증을 해소해 준다. 이런 효능에 홍어와 빈대떡, 파전 등과 같은 대중적인 음식과 궁합도 잘맞다 보니 점점 인기가 높아 지고 있다.일제강점기에 주세령 때문에 우리 전통주의 맥이 끊겼고 광복 후에도 일제치하의 주세행정이 그대로 이어져 다양한 우리의 전통주가 사라졌다. 특히 막걸리는 식량부족을 이유로 만드는 재료를 밀가루 등 잡곡을 사용하게 함으로서 맛이 떨어져 애주가로부터 멀어졌다. 이제 쌀로 빚는 우리 막걸리가 전통의 맛을 되찾았으며 애주가들의 사랑도 받게 됐다. 우리입맛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 수입쌀로 빚고 있는 막걸리를 생산원가가 조금 높아지더라도 국산 쌀로 빚어 품질을 높였으면 한다. 포장용기도 고급화하여 수출도 더욱 늘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처럼 일고 있는 막걸리의 소비증가가 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도 돕게 되고, 수출증가로 인한 국가경제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인 애주가들도 다소 값이 높아지더라도 국산 쌀로 빚은 순수한 우리 전통의 막걸리를 지속적으로 애용해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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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2 23:02

[타향에서] 가을과 어머니 - 김년균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다. 고향을 떠나온 지 너무 오래 되어, 이제 그곳에 가 보았자 알아보는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낯설다. 다만 마을 한 귀퉁이 언덕바지에, 먼저 간 어머니께서 한많은 세상일 잊고 편안히 잠들어 계실 뿐이다.어머니가 묻힌 묘지에 가서 인사드리자 '왜 이제 왔느냐'며 한편은 꾸중을 하고, 또 한편은 반가워하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느낀다. 송구스럽고 죄송해서 나는 묘소 근처만 이리저리 서성거린다."어머니, 용서하세요. 또 오겠습니다."돌아올 땐 마음이 울적하고, 가슴 한가운데 무언가 응어리 같은 게 뭉클하게 치솟는다. 그리움이 남겨놓은 표적일 터이다.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늘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니란 누구일까.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서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런 존재일까.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전쟁(6.25)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세상이 몹시 시끄러웠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흉년이 겹쳤으므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주림에 지쳐 있었다.그런 어느 날이었다. 이웃마을 잔칫집에 가셨던 어머니가 황급히 돌아왔다. 어려운 시절에 모처럼 잔칫집에 가셨으니, 오래 놀다와도 될 텐데, 어머니는 그렇지 않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나를 찾더니, 나들이옷도 벗지 않은 채 젖가슴을 펼쳐 보였다. 어머니의 봉긋 솟은 두 개의 젖과 함께 드러난 가슴팍, 그곳엔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이 달라붙어 있었다. 말만 들어도 군침이 넘어가는 떡이었다. 손에 들고 오거나 손수건에 싸 와도 될 텐데, 어머니는 떡이 식을까봐 가슴팍에 품고 왔던 것이다."식기 전에 먹어라."어머니는 가슴팍에 붙은 떡을 넘겨주며,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떡은 정말 신기하게도, 방앗간에서 막 만들어낸 것처럼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그런데 그 떡이 왜 그리 맛있었던가를 깨달은 것은, 세월이 많이 흐른 후였다. 내가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였다. 자식이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오장육부를 다 꺼내줘도 아깝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안 뒤부터였다.얼마나 어리석은가. 깨달음이란 언제나 삶의 뒤안에 숨어 있다가, 뒤늦게야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시인이자 국어학자인 이희승 선생은 <어머니>란 시에서 "하늘이라 하오리까/ 땅이라 하오리까/ 한낱 미물로/ 그 높이를 어이 아오리까/ 야중가리 없는 떡잎으로/ 그 넓이를 어이 헤아리오리까// 해에다 대오리까/ 달에다 비기오리까/ 가슴속에 스며드는/ 어머니의 사랑/ 볕밭보다 따뜻하오이다/ 달빛보다 서늘하오이다"라고 썼다.요즘, 양로원이 잘된다고 한다. 들리는 말로는 '노인이 지내기에 편리한 곳'이라서 그렇다고도 하지만, 왠지 믿기지 않는다. 세상에 부모 자식간에 떨어져서 외롭게 살고픈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혹시라도 자식이 부모를 버렸거나, 부모가 자식을 버렸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 일인가.가을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天高馬肥)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생각이 무르익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들녘에 나가면 흔연히 널려 있는 오곡백과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를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삶도 이젠 부끄럽지 않고, 아름답고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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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05 23:02

[타향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 김성중

오래전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부자인가 하는 주제였다. 얼핏 얼마나 돈을 가져야 부자일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담당 교수는 미국에서는 돈이 동서들보다 많으면 부자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위 사랑은 장모'란 말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 가족들이 모이면 장모가 이리저리 사위들을 비교하곤 하는데 그때 동서들보다 돈이 많으면 부자라는 실감이 난다는 것이다. 부와 지위에 대한 것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이고, 규모보다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필자는 얼마 전에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인천의 모 영세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찾아왔다. 필자가 감히 사장을 바꾸라 할 수도 없어서 경리를 담당하는 직원을 바꾸어달라고 했더니 젊은 여성이 전화를 받자마자 '아저씨가 뭔데요?' 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자원봉사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그 외국인근로자를 아느냐고 물었다. "'걔'를 잘알지요" 하길래 밀린 임금을 주도록 종용하자 '안주면 어쩔 건데요?' 하고 쏘아붙인다. 너무나 어안이 벙벙해서 사장님한테 보고하면 될 터인데 왜 그러느냐, 법대로 임금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했더니 '아저씨나 잘 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게 아닌가.세상에 딸보다도 어린 사람한테 이런 수모를 다 당하다니, 너무나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문득 나이 먹은 내게 이럴진대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에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세한 업체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월급도 그다지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보다 나이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걔'라고 하대하며 욕하고 부려먹고 혼내어도 된다는 것인지.사람들은 자기 우월감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때로 길에서 '내가 누군데?' 하고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진정 훌륭한 사람들은 남을 깔보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고, 남들에게 더 잘 대해주려 애를 쓰는 것을 많이 보았다. 오히려 별로 잘나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남보다 조금 우월한 위치에 있다하여 남을 괴롭히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민주국가가 발전하게 된 것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돕는 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참정권도 없었을 것이고, 어린이들은 사람 취급도 못 받았을 것이며,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격리되고 말았을 것이다.외국인근로자에게는 이름도 부르지 않고 이놈, 저놈 하면서 욕을 하는 사업장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는 욕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자기나라에서 뛰어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귀국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인격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이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되면 한류열풍도 확산되고 우리나라의 수출도 확대되기도 할 것이다.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 대한 작은 배려가 너무나 아쉽다./김성중(前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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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29 23:02

[타향에서] 농축산업 '생산자소득' 지표 높여야 산다 - 김상국

얼마 전 우리나라와 인도간에 FTA가 체결되었다. 또 최근에는 EU와의 FTA도 체결되었다. 멀지 않은 시기에 아세안과의 FTA도 체결될듯하고, 한중일간의 FTA 체결 논의도 심도를 더해가고 있다. 과연 FTA 폭풍의 시대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FTA 체결에 찬성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우리 국익에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일간의 FTA 체결만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니 좀 더 솔직히 표현한다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결의 이익보다는 체결의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FTA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각국이 잘 만드는 상품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칠레 FTA처럼 칠레는 천연자원을 우리는 공산품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는 그러한 상호이익 관계가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유이(唯二)하게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만드는 두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상품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심지어 농축산물조차도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이 없는 편이다. 물론 개방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더 빨리 갖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이미 다른 나라와의 FTA 만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한일간의 FTA 논의는 여기서 그치고 FTA와 우리 농촌과의 관계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국익에 일치하는 FTA는 해야 한다. 그러나 햇볕이 강하게 비칠 수록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명암이 뚜렷해지듯이 전체 국익에는 이익이 될지라도 부분별로는 음영이 있기 마련이다. 대체적으로 공산품쪽은 이익이 되고 농산품쪽은 손해보는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FTA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곤란하다. 문제는 우리가 농업을 보는 시각과 운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농축산 정책에서 중요한 하나의 지표를 주장하고 싶다.「생산자소득율」이라는 지표다. 농축산품을 소비자가 구입할 때 지급하는 돈 중에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분자는 생산자에게 지급되는 액수이고 분모는 최종 소비자가 농축산물 구입에 지불하는 액수이다. 예를 들어 배추 한포기가 시장에서는 2500원에 팔렸는데 밭에서 생산자는 500원에 중간상에게 넘겼다면 생산자소득율은 500/2500 x 100하여 20%가 된다. 이 수치를 각 농축산품 별로 계산해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농축산물은 70% 정도 되는 것도 있고 어떤 상품은 20%도 채 안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자는 바로 이 생산자소득율이 품목별로 왜 차이가 나는 것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단계별로 찾아들어 가면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것의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할 것인가를 용이하게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지표는 다양한 농축산 정책의 우선순위의 결정과 시행여부 결정 그리고 무엇보다 시행한 정책 결과를 평가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즉 생산자소득율을 높이는 순서가 정책시행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고, 이 지표를 높인 정도가 정책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지표 값을 별로 올리지 못하는 정책은 아무리 멋있게 보일지라도 시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97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정말로 많은 자원을 농축산 분야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과연 우리의 영농방법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UR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농축산 환경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원을 너무 낭비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는 농업의 비경제성과 전략적자원성 그리고 국방적 가치만을 주장하였지 이 엄청나게 중요한 농축산업을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시키는데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농축산업은 어느 정도까지는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 농축산업은 반드시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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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22 23:02

[타향에서] '인삼'의 면역력 증강 효과 - 황의영

신종 인플루엔자(NHNI-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초비상 상태에 놓여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더욱 확산 될 거라는 보건당국의 예측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개월된 신생아가 사망하는 등 희생자수가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신종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감염균의 전파를 막는 활동과 백신의 예방접종, 면역력을 증대시키는 식품의 섭취 등의 수단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인삼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농협 한삼인의 경우 9월 매출액이 지난해 보다 5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인삼 제품 생산업체에서도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데도 주문량을 제때 소화하지 못한다고 한다. 인삼이 면역력을 증대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농가에서 태어나 인삼농사 짓는 것을 보고 자란 필자로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고 인삼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 오름을 억제 할 수가 없다.인삼에 대한 역사적 첫 기록은 중국 전한 원제(前漢元帝)시대(BC48~BC33) 《사유(史遊)》의 급취장<急就章>에 삼(蔘)이라고 나와 있고, 후한 헌제(後漢獻帝) 건안연대(AD 196~220) 장중경(張仲景)의 상한론<傷寒論>에도 인삼의 처방에 관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건강을 위하여 인삼을 활용한 것이 2천년이 넘는다는 얘기다. 또한, 송대(宋代)에 이르러서는 고려인삼이 최고의 품질로 인정을 받았으며 그 이후 중국과의 무역에서 중요한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국이나 북아메리카에서도 인삼이 자라기는 하지만 약효가 우리 인삼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기후와 토양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 고장 동부 산악지대에서 재배되는 인삼이 품질이 우수하고 유명하다. 인삼은 바로 캔 뿌리 상태를 수삼(水蔘)이라 하고 말린 것을 백삼(白蔘)이라 한다. 수증기로 쪄서 검붉게 색이 나도록 말려 가공한 것은 홍삼(紅蔘)이라 한다. 홍삼의 원료로는 주로 6년근 인삼을 쓴다. 홍삼은 1895년(고종 32)에 포삼(包蔘)법이 공포되고, 1908년에 홍삼전매법이 시행되어 정부만이 제조할 수 있었으나 1996년에 전매법이 폐지되어 일반에서도 제조 판매할 수 있게 됐다. 1백년이 넘게 정부가 독점적으로 생산했던 홍삼은 그 만큼 가치가 있는 소중한 식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홍삼에는 백삼과 같이 배당체(glycosides)인삼향성분(panacen)폴리아세틸렌계화합물함질소성분플라보노이드비타민(B군)미량원소효소항산화물질과 유기산 및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중추신경에 대해 진정작용과 흥분작용이 있으며 순환계에 작용하여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예방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조혈작용과 혈당치를 저하시켜주고 간을 보호하며, 내분기계에 작용하여 생식효과 등에 유효하게 작용하며 항염(抗炎) 및 항종양작용과 방사선에 대한 방어효과,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또한, 홍삼의 효과 중 중요한 것은 어답토겐(adaptogen:適應素) 효과로서 주위환경으로부터 오는 각종 유해 작용인 누병(淚炳), 각종 스트레스 등에 대해 방어능력을 증가시켜 생체가 보다 쉽게 작용하도록 하는 능력이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신종 플루가 세계인을 공포로 몰고 가고 있는 이 때, 홍삼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입증으로 우리의 홍삼이 더욱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홍삼이 세계인의 더 큰 사랑을 받게 되면 우리 인삼농가 등이 돈을 벌게 되고 농촌경제가 윤택해지는데 기여하리라 본다.그런데 최근 일부 홍삼 제조업체에서 홍삼 제조 과정 중 법으로 허용되지 않은 타르색소를 첨가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부도덕한 일이다. 하지만 대다수 유력 홍삼 제조업체에서는 법 규정을 준수하여 무관하다고 하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디, 금번 홍삼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수입농산물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가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황의영(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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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15 23:02

[타향에서] 책을 읽읍시다 - 김년균

책은 인격형성의 초석이 된다. 책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 준다. 책은 인류가 자랑해야 할 가장 큰 지적 재산이다.책 중에 으뜸은 문학이다. 문학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어떤 수치나 계산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줌으로써 인간의 꿈과 이상을 무한궤도로 끌어올린다. 문학이 책 중의 책이란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문학은 인간의 삶을 천착함으로써, 그 자체가 미지의 경험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일은 삶의 경험을 쌓는 일이다. 가령, 소설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의 행동과 사상을 통해 우리는 미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얻게 된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아직은 세상에 없는 미지의 세계다. 또한 감동깊은 시 한 편을 읽게 되면, 그 시의 내용 안에 담긴 향기와 아름다움 속에 듬뿍 빠지게 됨으로써 자신도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고픈 충동에 빠진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문학은 인간의 메마른 심성을 메마르지 않게 촉촉이 적셔줌으로써, 각박한 세상을 각박하지 않게 순화시킨다. 문학은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그 어떤 책보다도 가치 있는 이상적 학문이다.요즘 우리 사회에선 '책읽기 운동'이 한창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문인협회에서도 여러 관계 기관과 중앙 신문사 등이 연대하여, 금년 내내 이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때론 살아 계신 원로문인의 작품 낭독회를 갖고, 때로는 작고한 문인의 명작을 현역 문인이 찾아 읽는 낭독회를 갖는다. 장소 역시 다양하게,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 창경궁의 춘당지, 태릉의 육군사관학교 교정 등지를 비롯하여, 남쪽 바다가 있는 통영의 청마문학관, 원주의 토지문학관, 옥천의 정지용문학관 등을 돌아다니며 개최했고, 역사적으로 백제문화권에 있는 일본의 오사카를 찾아가 '백제시 낭송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 달에는 고창의 미당문학관에서 저명한 원로문인들을 모시고 청소년을 위한 문학강연회와 함께 '미당시 낭송회'를 갖기로 예정되어 있다.다행스러운 것은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다. 과연 문학에 뿌리를 둔 국민임을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시를 잘 지어야 장원급제 할 수 있지 않았던가. 시로써 인재를 뽑던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달리 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선조는 시(문학)를 익히며 현명하게 살아왔다.문제는 실천이다. 관심만으론 안된다. 실제로 책을 펼쳐 들어야 한다. 집이나 전철에서, 또는 어느 장소에서든 틈만 나면 책을 펼쳐 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독서를 해야 한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 이웃의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소위 선진국 국민들은 독서를 생명처럼 여긴 지 오래다. 읽을 만한 소설이나 시집이 나오면 단숨에 수백만 권 팔리는 건 별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서점의 문학코너는 어떤가. 어쩌다 한두 권 반짝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뿐, 파리만 날리고 있지 않은가. 하긴,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만들어도 별 효과가 없는 걸 보면 더할 말이 없다.10월은 문화의 달이다. 문화가 바로 서야 나라도 희망이 있다. 그리고, 문화는 당연히 문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달이 가기 전에 우리는 잘못된 독서생활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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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08 23:02

[타향에서] 추석을 맞으며 - 김성중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은 갖가지 생각에 잠긴다. 어떤 이들은 성묘하는 장면을 생각하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동산에 둥그렇게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떠올리고, 어떤 이들은 일가친척들이 모여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고 노는 모습을 생각한다. 타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고향에 가야하나 한숨이 먼저 나올 정도로 귀성전쟁이 떠오르기도 한다.올해는 추석연휴도 짧아 귀성길이 더욱 큰 걱정이다. 필자도 해마다 귀성대열에 끼어 전주에 내려간다. 때로는 10시간여 운전을 하여 가느라 기름이 떨어져 시동이 꺼질까봐 노심초사하기도 했었고, 간신히 당도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차들이 가득차 진입을 막는 바람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느라 조바심을 치기도 했었다. 고속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다가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차가 오지 않았대서 서너시간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귀성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차가 최고인데 기차표를 끊기가 정말 쉽지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고위공무원들은 기차표를 쉽게 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던데, 그건 태고적 이야기인 것 같고 철도청에 부탁하였다가는 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예 포기한지 오래. 인터넷이 발전하고부터는 혹 좌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 코레일 사이트에 수십번 들어가 확인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좌석을 확보하게 되면 정말 얼마나 행복하던지.해마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 천만명이 넘는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운 고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은 곧 부모님이 계신 곳. 깊게 주름진 얼굴을 보기만 하여도 얼굴이 환해지고, 여윈 손을 붙잡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게 인지상정. 세상에 그 어느 광경이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길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하지만 설레이고 기쁜 마음보다는 참담하고 쓰라린 심정으로 추석을 맞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어머님을 여의여서 그 기뻐하시던 밝은 모습을 다시 뵐 수 없고, 정겨운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내 생명의 원천이 부서지고, 내 삶을 지탱해온 기둥이 무너진 것 같았다. 힘들고 기진맥진할 때마다 고향에 가서 어머님 손을 붙잡기만 해도 새로운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었는데 돌아가시고선 어머니 생각만 해도 피울음이 배어나더니 시간이 가니 이제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잿더미가 되고 만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앞에서는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인가.올해는 전주에 가야할지 무척이나 망설여졌었다. 아직도 내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재작년 가족묘지에서 어머니와 같이 찍었던 사진이 있지만 이미 어머니는 다시 뵐 수 없는 곳으로 떠나시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추석에 성묘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묘소에 가면 어머님 흔적이나마 찾을 수 있을 것 같기에 성묘를 마치고 봉분에 기대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어머님의 따뜻한 웃음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부모님은 살아계시든, 세상을 떠나셨든 구원의 고향이다./김성중(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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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01 23:02

[타향에서] 녹색성장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 김상국

요즘 녹색성장산업 이라는 말이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녹색(Green)이라는 단어는 모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녹색성장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이해하기 쉬운 녹색성장이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오늘의 그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산업에서 녹색성장이라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오늘의 건설기술 개발' 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정부의 표현을 빌린다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친환경 건설기술의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성장전략은 자연착취적인 성장전략이었다. 우리가 잘 살기위해서는 더 많은 생산을 하여야 하고, 더 많은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자연훼손은 불가피한 것이며 이러한 훼손은 고민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이러한 사고와 노력 덕에 과거의 가난과 부족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세상을 우리는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점점 이러한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배우게 되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 자연이 인간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이 무한하다고 착각하였고, 자연의 자기복원력을 너무 맹신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정말 '안타깝게도' 그것을 생각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첫째는 우리가 잘 아는 자연적 요인 때문이다. 사막화, 황사현상의 증가, 해수면의 상승 등과 같은 자연재해의 증가다.두 번째는 경제적 요인이다. 가장 간단한 예로 탄소세를 들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반드시 탄산가스(CO2)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2억톤의 탄산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기후협약에 따르면 우리는 10%의 탄산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만 한다. 즉 우리가 감축해야 할 탄산가스의 양은 2천만톤이고, 만약 우리가 그 양을 감축하지 못하면 톤당 100유로(130달러) 정도를 탄소세로 지불하여야 한다. 2천만톤에 130달러를 곱하면 26억 달러가 된다. 26억 달러라면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 값의 약 절반이고, 100억 불 년간 경상수지 흑자의 26%나 된다. 기가 막힌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우리는 친환경기술을 개발하여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녹색성장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이유이다.셋째로 그린테크놀로지가 갖는 의미는 그린테크놀로지야 말로 미래 최대의 황금알이며 고용의 창출처라는 점이다. 그린산업은 우리에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기술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환경이 중시되는 미래에 이러한 기술의 선점은 확실한 부(富) 창출의 기회가 되고 새로운 직장의 창출 기회가 된다. 사실 서구에서 탄소세 또는 그린 기술을 강조하는 데는 이러한 은밀한 측면이 강하게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기업들이 필요한 높은 전자기술과 화학기술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건설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이다. 즉 녹색성장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충분한 기술적 배경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네번째로 녹색성장산업이 갖는 의미는 생명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자연은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우리 지구는 30억년 동안의 긴 진화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현대의 우리는 이 아름다운 지구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아름답게 살 수 있어야한다. 당연히 자연에 대한 우리의 무지(無知)가 자연을 파괴하게 해서는 안된다.최근 세계 도처에서 '탄소제로도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탄소제로도시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제로(0)인 도시를 말한다. 현재 건설 중인 대형 프로젝트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마스다르(Masdar) 프로젝트와 캐나다의 도크사이드 그린(Dockside Green) 프로젝트 그리고 중국의 동탄(東灘) 프로젝트 등이다.우리 전라북도는 새만금을 가지고 있다. 넓은 땅이다. 아직은 비어있는 땅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땅이다. 거기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식의 굴뚝형 공장도 건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린테크놀로지 공장 또는 그린시티를 짓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그린시티는 정부입장에서도 매력적인 프로젝트 일 수 있다. 우리 전라북도가 먼저 제안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김상국(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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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24 23:02

[타향에서] 客地에서 - 김년균

중국의 돈황(敦煌)에 다녀왔다. 서역 남도(南道)로 가는 실크로드의 관문인 '양관(陽關)'이 있고, 서기 3세기부터 14세기까지 승려를 비롯하여 조각가, 화가, 도공, 석공들이 만들었다는 1천여 개에 이르는 굴과 불상과 벽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보관되었던 '막고굴(莫高窟)'이 있고, 서진시대(西晉時代, 265-317) 귀족들의 진기한 무덤이 있고, 모래들이 날아다니며 운다는 '명사산(鳴沙山)'이 있고,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고비사막'이 있는 그곳. 북경에서 비행기로 4시간 이상 걸리는 먼 곳이다.한국문인협회가 '우리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해마다 벌이는 '해외문학 심포지엄'과 모국어로 해외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우수 문인을 뽑아 격려하는 '해외한국문학상'의 시상식 등을 갖기 위해, 많은 문인들과 함께 중국으로 해외나들이를 한 것이다.돈황은 소문처럼 좋은 곳만은 아니었다. 며칠간 구경거리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눌러앉아 살기엔 불편한 곳이었다. 그럴 것이, 1년에 강우량이 39밀리밖에 안되어 물이 금보다 귀하고, 밤낮의 일교차가 심하여 여름에도 감기 들기 십상이었다. 바람만 불면 모래들이 몰려서 날아다녀, 안경과 마스크를 써야 했다.물론,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집과 마을과 도시가 있다. 길가에 나무와 꽃을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고, 논밭을 일구어 목화, 옥수수, 무, 배추 등 농작물을 기른다. 관광객을 맞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어쨌든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도 있어, 겉으론 우리들의 생활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살기 좋다고 하겠는가. 땅이 각박하고, 기후가 변화무쌍하고, 교통이 불편한데,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곳에서 살자고 각오한 사람이 아니고는 감당하기 어렵다.그런데도, 그곳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돈 많고 유명한 객지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원주민들도 있겠지만, 객지의 사람들이 도시를 주도한다고 한다.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어느 한 곳에만 머물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고, 새로운 것을 갖고 싶어한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자리를 바꿔가며 술을 마셔야 속이 후련하다. 한해에 이사를 두세번 다니는 사람도 있다. 어째서일까. 천성적으로 타고난 방랑벽 때문일까. 가슴 가득한 야망과 성취욕 때문일까.객지에 살며 많은 것을 배운다. 객지란 본디 '타향'을 말하고, 타향살이는 외롭고 서럽다고 하지만, 그건 기우일 따름이다. 세상에 어디, 객지에서 살지 않은 사람 있는가. 속담에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어느 한 곳에만 머물지 말고, 밖에 나가 꿈과 이상을 펼치라는 뜻일 터이다. 생각이 없는 새나 짐승도 알에서 깨어나면 둥지를 떠나, 더 큰 세상을 향해 날아가지 않던가.물론 객지 생활은 외롭고 힘들다. '토지'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박경리 선생은 '객지'라는 시에서 "원주는 추운 곳이다/겨울이 아닌 때도/춥다/ 어깨 부빌 거리도 없고/기대어볼 만한 언덕도 없었다//원고지 이만장 십일만원/안다는 사람한테 사고/다음날 문방구에서/원고지 이만장/육만원에 샀을 때/진정 나는 추워서 떨었다/(...)"고 했다. 원주는 선생의 객지이고, 이 시는 객지에서의 작가 생활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선생은 그곳에서 '토지'라는 불후의 명작을 썼다.객지는 모험과 희망이 담긴 곳이다. 객지생활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끈기와 어떤 절망에서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김년균(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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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9.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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