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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선거

대부분의 입지자들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출사표를 던지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선거를 치르면서 친인척은 물론 주변 사람들한테 신세를 많이 지고 나오기 때문에 그렇다. 요즘 말로 움직였다하면 돈이다. 알게 모르게 입지자 때부터 쓰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빚지는 건 예사고 주변 사람 못살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현직 단체장들은 그런대로 당선 가능성이 높아 돈 모으기가 타 입지자에 비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를 제외하고 산간부 쪽은 현직이라도 실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본보 여론조사 결과에서 선수들 간에 지지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비리에 연루된 단체장 가운데는 출마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지지도가 낮게 나타난 경우도 있다. 몇몇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지난 4.11 총선 때처럼 절반 이상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아무리 잘했다 하더라도 오래 하다 보면 곪아 썩어 문드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상당수 입지자 가운데는 재정적으로 넉넉치도 않은데 무리해서 선거에 나선다. 이 같은 상황인데도 법정선거 비용만 쓰고 당선 되는 후보는 거의 없다. 그간 선거는 당 공천을 받는데 큰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모처럼만에 경쟁구도하에서 치러질 전망이어서 본 선거 때 오히려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2월중으로 안신당이 창당되면 민주당 대 안신당 후보로 팽팽한 접전이 펼쳐질 것이다. 아마 피할 수 없는 OK목장의 결투가 예상된다.경쟁이 치열할수록 실탄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게 돼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번득이는 칼날을 휘둘러도 후보들은 은밀하게 조직 관리를 위해 돈을 쓸 수 밖에 없다. 입지자들 대부분이 당선 가능성이 엿 보일 때 까지만 실탄을 쓰면 그 이후에는 돈 걱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선거 한번 치르고 나면 살림이 거덜 나게 돼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돈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입지자들이 돈 쓰는 것에 부담을 많이 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돈을 쓰고 있다. 선거판에서는 돈 모으는 것이 능력으로 칠 정도로 돈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설 대목이 돈 쓰는 한 분수령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느낌을 아는 선관위가 저승사자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1.29 23:02

'쩐' 공천

공천(公薦)이란 말은 원래 인사권이 있는 관아에서 적정 인물을 임금에게 추천하는 것을 뜻했다. 문관은 이조에서, 무관은 병조에서 각각 세명의 공직 후보자를 임금에게 천거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를 공천이라 불렀다. 임금은 후보자 세명 중 적당한 후보자의 이름 위에 점을 찍어 인사권을 행사한다. 이것이 낙점(落點)이다. 경우에 따라 한명만 천거한 경우도 있고, 세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엔 임금이 직접 후보자의 이름을 써서 임명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를 첨서낙점(添書落點)이라 했다. 향천(鄕薦)이란 것도 있다. 지역에서 유능한 인재를 뽑아 중앙에 천거하는 제도다. 요즘 정치로 치면 지역경선을 통한 인물을 중앙당이 공천하는 식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돈 공천 얘기가 다시 도졌다. 새정치추진위의 김효석 공동위원장이 “새누리당에는 7억원을 쓰면 공천을 주고, 6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7당(當)6락(落)’이라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지방자치 토론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좌우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7당6락’이라는 말은 실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회자된 얘기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은 한술 더 떴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천은 사천(私薦)이었다. 당 권력자가 배후 조종하는 공천을 받으려고 비굴하게 굴고 돈까지 바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특정인이 인물 천거권을 쥐락펴락하는 ‘사천’, 특정 계파가 공천권을 독점하는 ‘파천(派薦)’, 돈을 갖다 바쳐야 하는 ‘돈천’이 지난 총선에서도 횡행했다. 2년전 총선 때 강철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휴식이 필요하다.”며 공천심사를 보이콧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유력 정치인과 계파 수장의 압력 때문이다. 임금의 첨서낙점을 떠올리게 한다. 급기야 여야 대선주자와 정당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공약했다.공천권을 놓지 않으려는 새누리당이 문제다. 공천권을 꿀단지이자 지역정치인을 장악할 리모콘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공천비리자 영구 퇴출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벌이 약해서 공천비리가 발생했다는 뜻인가. 법 제정의 문제라면 공약 파기 행위를 단죄할 법부터 만드는 게 우선일 것이다. ‘공약 파기법’이나 ‘국민 사기법’ 같은 경우 말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공동 대응한다 했으니 함께 성안하면 어떨까 싶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4.01.28 23:02

철새들의 항의 혹은 보복

그리움이란 것,/ 제 떠나왔던 물가의 물소리 바람소리/ 사무친 기억 같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안 보이는 것,//흰 가슴의 날개로 제 몸 매질하여/ 구만리장천을 후회 없이 날아가는 것,// 그리움도 그쯤은 되어야/ 지상의 계절을 번갈을 수 있지,/ 한 세상 사랑해서 건너왔다 할 수 있지.(이해리,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그리움에 사무쳐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던 철새들의 보복 혹은 반란이 시작되었다. 고창 부안에 이어 시화호와 김포 등 수도권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전남 해남의 농가에서도 오리가 집단 폐사했으며 영암호에서도 왜가리와 청둥오리의 사체가 발견되는 등 고병원성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전국에서 보고되고 있다.발병의 원인이나 지역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방역당국은 재빠르게 철새 탓을 하고 나섰다. 철새가 감염 주체인지 아니면 그 피해자인지 애매한 점이 한 둘이 아닌데도 애먼 그들을 속죄양 삼아 자신들의 잘못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감추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철새가 주범이라면 아직 그들과 소통방법을 알지 못하고 통제수단도 확보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철새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이 월동할 곳을 찾아 이동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자연의 섭리, 욕심 때문에 이에 순응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대응에 재앙의 원인이 있었다! 얼마나 먹어치우겠다고 그 많은 오리들을 집단사육하고 얼마나 또 돈을 벌겠다고 수천 수만 마리의 닭들을 한 군데 가두어 키운단 말인가? 정상적인 번식은 물론 활동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오직 인간의 식탐과 돈벌이를 위해 키워지는 닭과 오리, 이미 그 환경에 병의 원인이 내재되어 있었으며 집단발병의 재앙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철새들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이다. 겨울이 되면 얼어붙고 봄이 오면 녹아내리는 것과 같다. 수도관 동파되었다고 겨울을 탓할 수는 없다. 언덕이 녹아 무너져 내렸다고 봄을 핑계 삼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라면 이에 대비한 조처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권력의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무소신의 정치꾼들을 자신들에 비유하는 것에 모욕감을 느껴오던 철새들, 이 억울한 혐의에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가창오리들의 집단자살! 분노의 항의인가? 보복의 시작인가?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4.01.27 23:02

'완판본' 서체의 발견

‘완판본((完板本)’. 전주사람이라면 그 명확한 정체를 잘알지 못한다해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한자로 보자면 전주를 뜻하는 ‘완산(完山)’의 ‘완(完)’자와 ‘목판(木板)’의 ‘판(板)’, 책을 나타내는 ‘본(本)’을 붙였으니 ‘전주에서 목판으로 간행한 책’이 되겠다. 이름 그대로 ‘완판본’은 전주지역에서 간행된 목판본 책을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완영판(完營板)’이라하여 전라감영에서 보급을 위해 제작한 판본과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제작한 ‘방각본(坊刻本)’을 아우른다. 오늘에 이르러 오래된 도시 전주의 소중하고 가치있는 문화유산이 된 목판 ‘완판본’은 모두 감영에서 제작한 ‘완영판’이다. 오랫동안 전주 향교의 장판각에 보관되어오다 2004년 정리작업을 위해 전북대로 옮겨진 이후 전북대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목판본은 모두 5059개. 오랜시간 습기와 해충의 공격으로 원형훼손의 치명적 위기에 처해있던 목판본 복원을 위해 연구자들이 매달려 얻어낸 결실이다. 1800년대 중앙정부는 각 지역의 감영을 통해 책을 제작하게 했다. 자연히 전라감영 이외의 다른 지역 감영에서도 책을 출판하기 위한 목판본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전주의 ‘완판본’처럼 대량 판본이 보존되고 있는 예는 거의 없다. 한글서체의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예술성을 평가받는 ‘완판본’이 사료적 가치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완판본’의 존재는 전주의 도시 정체성을 상징한다. 전북대 이태영교수는 ‘완판본은 전주가 조선시대, 지식 정보화와 지식산업의 중심이었음을 증명한다’고 규정한다. 완판본의 서체가 현대적 서체로 태어났다. 컴퓨터 글꼴로 만들어진 완판본 서체는 물론 원형 그대로는 아니다. 서체 제작자는 ‘컴퓨터에 글꼴이 탑재되어 일반인이 사용하는 폰트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서체개발자인 체원형의 구현과 동시에 현대적 글꼴 디자인의 요소를 보완해 제작해야 했다’고 밝혔다. 사용되지 않고 복원의 의미만을 가지는 글꼴은 생명력을 갖기 어렵다. 원본의 정교한 디지털 복원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원형이 가진 특성을 살려낸 컴퓨터 글꼴은 아름답고 친숙하다. 이미 책이나 인쇄물의 활자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과 전문디자이너들의 호응도 높아 쓰임새의 확장이 기대되고 있다. 오래된 도시 전주와 전주사람들의 전용글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완판본’ 글꼴의 의미있는 출발이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1.24 23:02

위기의 개인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년’은 1948년에 쓰여진 작품이다. 작가는 주인공 스미스를 통해 억압적이고 완벽하게 획일화된 전체주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일상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국민의 행동을 감시하고, 정체를 알기 힘든 스파이가 이웃을 감시한다. 국민들의 행동과 사상이 통제되는 제국에서 완벽하게 세뇌된 채 무력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주인공 스미스를 통해 인간성이 상실된 전체주의 사회를 고발한다. 오웰이 1984년을 쓰게 된 것은 아마 그가 성장하면서 보고 경험한 인간사회의 부조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1901년 인도 벵골에서 영국인 관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22년 무렵 제국경찰로서 미얀마에서 근무했다. 이 때 통제와 탄압이 난무하는 전체주의 제국 지배에 대한 혐오가 싹튼 것으로 보인다. 오웰이 그린 ‘1984년의 전체주의 사회’는 방식과 형태만 다를 뿐 인간사회의 한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구상의 국가들은 강력한 왕조 체제에서 유지돼 왔고, 국민들은 완벽하게 통제돼 왔다. 민주주의가 발전해 왔지만 국민의 자유와 평등, 권리는 국가의 제어 하에서 제한적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오늘날 극단적으로는 북한 체제가 그렇고, 자유 민주국가라는 곳도 강력한 국가 체제가 국민을 감시 통제하고 있다. 독재국가와 민주국가의 통제 정도가 다를 뿐이다. 미국은 가장 선진화된 자유 민주국가라고 하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도청과 감시를 일삼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의 비밀 개인정보수집을 폭로하기 전, 사람들은 증거를 갖고 있지 않았을 뿐 미국의 도청과 감시를 알고 있었다.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들이 대기권에 정보 수집 위성을 쏘아 올려 과학과 국익 등을 핑계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 생명,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주변을 보자. 현대인들은 생활 곳에서 통제를 받고 있다. 큰 길은 물론 골목길, 건물 내외부까지 빽빽이 설치된 폐쇄회로 TV가 인간 생활을 감시하고 있다. 1000만대가 넘어선 자동차 대부분에 블랙박스 카메라가 설치되고 있어 사생활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세금을 쉽게 걷기 위해 허가하고 장려한 신용카드의 개인정보가 마구 유출되고, 국민들이 엄청난 물질·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 국민은 국가 뿐 아니라 범죄집단의 표적 한 가운데 서 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1.23 23:02

김 대표의 전략 공천

민주당은 선거전선에 이상 기류가 감지됨에 따라 김한길 대표등 당 지도부가 총 출동해서 호남 민심 복원에 나섰다. 민주당이 이번처럼 위기의식을 느낀 건 처음일 것이다. 그간 민주당은 1988년 이후 특별한 노력 없이 호남에서 만큼은 절대적 지위를 누려왔다.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던 터라 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도민들은 당 대표가 와서 구애작전을 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워낙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서인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예전에는 민주당이 미워도 사랑으로 감싸주며 안아줬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도민들은 우선 정권 잡을 기회를 놓친 것에 실망이 크다. 특히 대선 이후 정국 상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가 있었지만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로 오히려 새누리당에 끌려가는 모습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새누리가 NLL로 물타기 해 정국 주도권을 놓친 것에 더 실망하고 있다. 이런 정권을 밀어줘봤자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민주당에 등 돌리고 있다. 도민들은 민주당이 여당인지 야당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적당히 새누리당과 짝짜꿍해서 잘 해먹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태도가 냉랭한데도 당 지도부의 대응 방법은 미사여구만 늘어놓고 있다. “예전같이 투표소에 가면 민주당으로 바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은 성공할 수 없다. 과거 문국현씨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인식 갖고서는 전북 민심을 바꿔 놓을 수 없다. 더 염려스러운 건 김한길 대표의 전략공천 발언이다. 상향식 공천 운운하다가 도지사 후보를 전략공천할 수 있다는 발언은 모순이다. 그간 열심히 당원을 모집해서 그나마 지지율을 30%대로 끌어 올린 도지사 주자들에 허탈감을 안길 뿐더러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지금 당 지도부가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전북 당원들을 한마디로 우습게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하면 따라 오겠지 하는 생각은 어림 없다. 도민들이나 당원들이 결코 핫바지가 아니다.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이 없다는 식으로 어우르고 달래 갖고서는 민심을 되돌려 놓을 수가 없다. 전북은 광주 전남 때문에 피해를 봐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무튼 도지사 후보 결정은 당원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경선 방식으로 치러져야 그나마 민주당이 살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4.01.22 23:02

꼼수 정치

지방선거가 1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도지사 후보들은 내달 4일이면 예비 후보등록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사무실을 설치해 3명 이내의 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고 명함 배포와 문자 메시지 발송, 어깨띠 등의 표지물 착용 등이 허용된다. 전북지역에서는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 군수 선거에 대략 130여명이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경쟁률이 8대1에 이른다. 도의원 38명, 시군의원 197명을 뽑는 지방의원 선거도 엇비슷하다. 수백명이 지방선거를 겨냥해 출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수천명에 이를 것이다. 입지자들이 정치개혁특위만 쳐다보고 있다. 국회엔 정부 업무를 다루는 14개 상임위가 있고, 상임위와 구별되는 특별위원회가 있다. 특위는 국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구성된다. 정개특위도 정치개혁이라는 특별한 사안을 다루기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다. 이달 31일까지가 활동시한이다. 그런데 성과물이 없다.정개특위에 올려진 사안은 여야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단 한건도 제도화될 수 없다. 결국 현행대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일까. 기초선거 공천 폐지 반대, 광역단체장 2연임 축소,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 도입, 개방형 국민경선제 등을 제안하고 나섰다. 허송세월 하다 합의되지도 않을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들고 나온 격이다. 기초선거 공천제를 유지하기 위한 들러리용처럼 보인다. 이건 이른바 꼼수정치다. 서울 등 수도권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데 공천을 폐지할 경우 현역이 우세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를 걱정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기초선거 공천폐지는 여야 대선 공약인 데다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사안이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무는 격이랄까. 게임의 룰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룰을 정하고 집행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느긋하다. 출마 입지자들만 속이 타 들어간다. 입지자는 을(乙)이고 국회의원은 갑(甲)이다. 늑장을 부린다면 을에 대한 갑의 횡포나 다름 없다. 이젠 대선공약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입을 열어야 한다. 약속 했으면 물에 빠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를 인용했던 게 박 대통령 아닌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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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1.21 23:02

'천인갈채상' 풍속도

당신이 산 시디 한 장이 〈보아〉를 아시아의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공익광고 문구다. 문화의 꽃이 작은 사랑의 집적을 통해 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독려.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 티끌 모아 태산, 작은 정성이 모여 큰일을 낼 수 있다!지난 금요일 저녁, 전주한옥마을 한 편에서는 이런 기적이 연출되고 있었다. 천년전주사랑모임에서 추진하고 있는 천인갈채상 시상식. 천명이 만원씩 천만원을 만들어 이 지역에서 2013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문화예술인 두 명에게 오백만원씩을 지원하는 행사.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것으로, 이번에는 타악연주단 동남풍을 이끌고 있는 조상훈씨와 알찬 전시를 바지런하게 꾸려온 이일순 전북대학교 강사가 수상했다. 천인의 갈채, 천명이 만원씩! 뜻도 좋고 말은 쉽지만 막상 실천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만원 한 장 얻어내기 위해 구구한 설명을 해야 하는 일도 번거롭지만 이해관계로 얽힌 세상에서 적은 액수라도 신세를 진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신세를 질 바에야 크게 하고 싶고 내 자신의 이해득실과 직접 관련된 것이기를 바라는 욕심도 말 꺼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회의석상에서는 누구나 찬성하고 결의를 다지지만 실제 돈을 모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의 무관심도 힘이 빠지게 하기는 마찬가지. 기자들이야 바쁘기로 소문난 사람들, 보도자료 챙겨주지 않으면 기사쓰기를 꺼려할 뿐 아니라 유명자한 자리 아니면 결코 발로 뛰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시상식에도 월간지 기자 단 한명만이 행사의 체면을 겨우 세워주고 있었다.그러거나 말거나! 시상식은 천인의 갈채답게 훈훈하게 진행되었다. 상패는 김종연 장인이 합죽선 모양으로 만들었다. 박수 보내는 느낌이 나도록 느티나무의 결을 제대로 살려 제작했다. 이전 수상자들의 축하응원도 보태졌다. 대금연주자 이항윤씨는 조상훈씨의 장구반주에 맞춰 팔도 아리랑으로 흥을 돋우었고 시인 박성우씨는 자신의 시집 선물로 모든 참석자를 격려해 주었다. 해가 거듭되면 이 수상자들끼리의 연대가 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터전이 되겠구나, 잔치마당을 뒷정리하는데 속절없는 속웃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렇게 한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시 만원 모으러 나간다! 춘삼월 제비 몰러 나가는 가락으로 읊조려 보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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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0 23:02

작가가 되는 일

문단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문단인구 1만 명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다. 작가가 되는 관문은 다양하다. 문예지의 추천이나 문학상 공모, 개인 작품집 발간을 통해서도 등단의 자격은 주어진다. 그러나 문단의 인구를 급속도로 늘린 주체는 역시 문예지들이다. 출판계 불황에서도 쏟아져 나온 크고 작은 문예지는 ‘공모’나 ‘추천’이라는 형식으로 적지 않은 문인들을 만들어냈다. 작가들의 양적 성장을 굳이 배척할 이유는 없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지나치게 ‘등단’ 카드를 남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문예지의 ‘등단카드’(?) 남발이 문학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폐해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작가가 되겠다는 과도한 열망이 문학의 진정성보다도 우선되는 환경이 지속되면 문학의 건강성은 갈수록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문단등용문의 최고로 주목받는 신춘문예의 존재는 의미가 크다. 새해 첫날 일간지들이 앞 다투어 내놓는 신년호 특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는 것은 역시 신춘문예 당선작과 당선자들의 이야기다. 신인들의 참신한, 더러는 아주 실험적인 문학적 도전도 그렇지만 신춘문예란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그들이 보내야했던 오랜 고투의 생생한 흔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춘문예가 우리나라에 처음 시작된 것은 1925년, 동아일보가 문학작품을 공모하면서부터다. 올해로 90주년을 맞는 신춘문예는 그 짧지 않은 역사만큼이나 많은 작가들을 배출해냈다. 새해 초입, 신춘문예 터널을 지나온 신인작가들의 등장이 화려하다. 한 출판사는 벌써 올해 신춘문예 시 당선작을 모은 시집을 펴내 ‘신춘문예’를 갈망하는 문청(문학청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스로를 치열하게 갈고 닦으며 습작시간을 보낸 ‘문학청년’들의 문단입성으로 한국문학계는 더 풍성해졌다. 그만큼 좋은 문학작품들이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줄 터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돌아보면 우리의 문학 현실은 여전이 강퍅하다. 적지 않은 문예지가 쏟아지지만 정작 전업 작가로만 살면서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작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신춘문예 당선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들의 미래가 우려되는 것은 그래서다.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전업 작가가 건재하지 못한 현실은 안타깝다. 문학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1.17 23:02

악의 씨앗

공직선거법 제103조 5항에 따르면 선거 후보자들은 선거일 90일 전부터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다. 이 때문에 6·4지선을 앞둔 최근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국회의원 입지자들이 그랬듯이 책 내용은 자신의 개인사와 정치 철학을 담은 멋진 스토리가 대부분이다.사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문 작가도 아닌 일반 정치인들이 짜임새 있게 글쓰기 작업을 하여 단행본을 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평소 조직 관리와 유권자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정치인들이 책을 쓰려면 하루 4∼5시간 수면하며 독하게 자료 수집하고 글쓰기와 퇴고를 거듭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 출판기념회 주변에서는 전문 작가들의 대필설이 돌기도 하고, ‘선거용 기획 출판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직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는 세 가지 목적 때문이다. 첫째, 자신의 성장과정과 인생역정, 능력, 정치철학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둘째, 자신의 세력 과시다. 유력 정치인, 명망가 등은 물론 구름 같은 지지자들을 모아 만천하에 자신의 존재감과 위세를 보이기 위한 쇼다. 셋째는 정치자금을 모으는 것이다.사실 용쟁호투를 벌여야 하는 입지자들 입장에서 이 세 가지는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부담없이 열 수 있는 출판기념회는 선거 운동 전에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가 됐다.출판기념회의 백미는 무엇보다 정치자금 모금이다. 선거법 제한도 없고 봉투문화가 자연스럽게 뒷받침한다. 이곳에서는 1만 원짜리 책 한 권을 놓고 10만 원을 주고받든 1000만원을 주고받든 상관없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국회의원의 연간 후원금 규모를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출판기념회는 제한이 없고 매출액 등 아무것도 공개할 필요가 없다.거두절미하고, 문제는 돈봉투와 책을 맞바꾸는 사람들의 의도다. 5만 원 정도의 통상적 부조금이라면 논외지만, 수십∼수백만원을 넣은 봉투는 문제다. 출사표를 내고 큰 정치에 나서는 사람의 장도를 위해 내미는 민족 고유의 부조금 치고는 ‘사전 뇌물’ 성격이 짙다. 이런 식의 ‘가는 정 오는 정’은 사고를 부른다. 이를 종잣돈으로 당선된 정치인은 원칙과 공정을 앞세우면서도 결국 뒤에서 반칙하게 마련이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출판기념회 봉투에는 악의 씨앗이 들었을 가능성이 너무 크다. 경계가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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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4.01.16 23:02

국민타령

새해 들어 정치 풍향계가 달라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의 발길이 한결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면서 입지자들이 세 확장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도내서는 민주당이 바짝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 예전 같은 지지세 만회를 위해 잰 걸음을 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호남에서 불고 있는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고 동시에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상향식 공천과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밝혔다.원래 정치인들은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말들을 잘 만들어낸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허언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과 자당의 지지도가 떨어지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허풍을 떤다. 대중을 속이는데 이골 난 사람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선거철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요즘 민주당이 호남에서 지지율이 떨어져 안달이다. 민주당이 마치 국리민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종국에는 자신들의 입신영달을 취할 수 있는 길이 이 길 밖에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그간 호남에서 만큼은 민주당이 원도 없이 누릴 만큼 다 누렸다. 다소 자질이 떨어지더라도 황색 깃발만 꽂으면 그저 금배지를 헌사했다. 결국 본인들만 호의호식 했지 지역은 낙후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 대목서 도민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도민들은 민주당이 잘했으면 계속 잘 하라고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도민들이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상당부분 새 정치를 갈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역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민주당에 한번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율 회복이 잘 안되고 있다.김 대표가 제2 창당을 운운하기에 앞서 그간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저지른 비리부터 사과하고 나섰어야 옳았다. 지금까지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 놓고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권정당이라면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지금 민주당은 왜 민심이반이 생겼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야권이 분열하면 새누리당만 좋게 되므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면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건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도민들이 바지저고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결코 쉬운 선거가 안 될 것이다. 지금부터 경쟁의 정치가 시작됐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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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1.15 23:02

천대 받는 동학 2주갑

국가들은 대개 독립기념일이나 통일의 날 정부수립일을 국경일로 정하지만 프랑스는 혁명의 날을 공식 국경일로 삼고 있다. 바스티유 요새를 탈취한 1789년 7월14일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된 최초의 혁명의 날이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프랑스는 전국이 축제의 물결로 뒤덮인다. 하지만 7월14일을 국가적인 기념일로 정하기까지 정치세력들 사이에 찬반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바스티유 함락과 봉건제 폐지 선언, 대연맹제 파리 민중봉기 공화국 선포 루이 16세 처형 등 각각의 상징일을 놓고 대립이 지속됐다. 그러던 끝에 국민화합 마당인 대연맹제 개최일이 바스티유 함락과 겹쳐 7월14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갑오년인 올해는 동학농민혁명 발생 1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그러나 우리는 기념일 하나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단체와 학계, 자치단체 간 이해가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이 문제를 놓고 논의했지만 오히려 간극만 확인했다. 이젠 기념일 제정 문제를 아예 뒷방에 처박아 둘 셈이다. 올해 기념행사 추진에 혼란이 온다는 것이 이유다. 김대곤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 이사장은 기념일 제정 문제를 꺼내지 않겠다.고 했다. 동학농민혁명은 이제 혁명의 정신과 실천력 계승, 세계화 등이 숙제다. 프랑스 시민혁명, 독일 농민혁명, 중국태평천국의 난과 함께 세계 근대 4대 시민혁명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할 때 비로소 혁명 120주년을 맞는 의미도 확 살아날 것이다. 그런데 영 개운치 않다. 혁명 120주년 기념행사 예산이 고작 2억 원이다. 처음엔 1억 원 계상됐던 것이 국회 심의때 7억 원으로 늘어났다가 기획재정부가 싹둑 잘라낸 뒤 1억 원만 추가 증액시켜 2억 원이 된 것이다. 국가기념일도 아닌데 예산을 많이 줄 수 없다는 기재부의 언성이 생생하다. 국가기념일로 제정돼 있다면 이런 하대는 받지 않을 것이다. VIP초청도 언감생심이다. 가을 기념행사도 전북이 아닌 서울에서 연다고 한다. 전북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탄생지이고 전승지이며 선양지이다. 전국적인 축제는 고사하고 자꾸 쪼그라드는 것 같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 가고 있다. 혁명 120주년인 올해 기념일을 제정해야 옳다. 올해는 넘기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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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1.14 23:02

전미개오(轉迷開悟)

전미개오(轉迷開悟), 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열반)에 이른다는 불교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뜻하는 말로, 올해 교수들이 선택한 희망의 사자성어 1위를 차지했다.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르게 보자. 우리 사회가 이처럼 어지러운 것은 거짓된 세력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헛된 욕망을 그들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국민 하나하나가 미망에서 깨어나 현재를 바로 봐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와 성찰의 힘이 하나의 기둥이 될 때 실질적으로 작동한다. 백성이 깨어 있어야 지도자도 대오각성, 상생과 번영의 길을 도모하게 된다. 전미개오를 선택한 이유들이다. 실로 속임과 미혹의 연속이다. 천안함에서 전두환의 29만원까지! 2013년은 점입가경, 속임수를 다른 속임으로 덮는, 그렇게 우리를 미혹에 빠지게 하는 일들이 하루를 멀다하고 거듭되었다. NLL 포기 여부 공방이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혹은 삭제 공방으로 이어지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검찰총장의 사생활 문제를 부각함으로써 호도되고. 조직적 선거개입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더니 결국에는 언제나 그러하듯 종북타령으로 이어지고. 문제는 이러한 혹세무민의 전략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계속 미혹의 수렁에 빠진다는 거. 대선 당시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던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등의 주요공약이 흐지부지 실종되어 버렸는데도 개의치 않고 개인의 일상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거. 기초노령연금 폐지 문제로 해당 장관이 사임을 하고 경제민주화를 입안했던 핵심참모가 밀려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통령 국정수행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거. 참다 참다 못해 종교인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대학생들이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여대고 있는데도 모르쇠 내 밥그릇 돌보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거.전미개오가 격탁양청(激濁揚淸 : 탁류를 몰아내고 청파를 끌어들인다)이나 여민동락(與民同樂: 백성과 함께 즐긴다)을 제치고 으뜸으로 뽑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답답한 현실에 대한 교수들의 안타까움. 정의 실현이나 불평등의 해소도 정치권에 책임을 묻기 전에 먼저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견인할 수 있는 것! 미혹에 휘둘리지 않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적 연대, 민주주의의 초석임을 아프게 되새기게 하는 갑오년 아침이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보리. 120년 전의 아픔을 떠올리며.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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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4.01.13 23:02

위안부 할머니 정서운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는 11분짜리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가 올라 있다. 조회 수 6만 여회. 가슴을 짓누르는 분노와 숙연해지는 감정을 부르는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8년여 동안 일본군을 상대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정서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남 하동에서 부족할 것 없는 부농의 딸로 태어난 소녀는 일본군의 공출에 맞서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풀려나게 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마을 이장은 일본의 공장에 취직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소녀가 도착한 곳은 일본이 아닌 인도의 자카르타, 일본군 부대였다. 그의 나이 꽃다운 열다섯 살이었다. 참혹한 현실 앞에 소녀는 절망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고통스러운 나락에서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죽는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소녀는 아편으로 목숨을 부지하며 살다가 해방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미 아버지는 감옥에서 죽음을 맞고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난 뒤. 소녀는 천애고아가 됐다. 애니메이션은 2004년 2월 26일 여든한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정서운의 구술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가 살아생전에 남겨놓은 기록이다. 정서운. 그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해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린 주인공이다. 1995년 북경 세계 여성 대회에도 참가해 위안부의 삶을 증언했으며 이듬해에는 미국 등지에서 종군 위안부에 대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국민 기금 반대 올바른 전후 청산을 위한 일본 순회 집회’에도 나섰다. 그의 용기로 인해 비로소 한 많은 삶을 가슴에 삭이고 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려온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스물두 돌을 맞았다.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의 방한에 맞춰 시작한 시위는 이날까지 1,108회가 진행됐다. 시위 역사상 가장 긴 시위다. 1100회가 넘는 동안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점점 수가 줄어들고 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애절한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던 할머니들은 239명. 지난해만도 4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생존한 할머니는 이제 56명뿐이다. 죄스러움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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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4.01.10 23:02

권력

정치권력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진정으로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고자 하는 부류다. 다른 하나는 오로지 권력과 명예를 얻고자 하는 부류다. 뭇 사람들은 이것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다. 후자의 경우 전자인척 자신의 야욕을 감추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사 허물은 꼭 드러나게 돼 있다. 개울물이 제 아무리 맑다 해도 바닥이 탁하니 언제든 흐려질 것이다. 재력을 추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콩 한쪽도 나눠 먹겠다는 부류다. 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구세군 자선 남비에 1억 원을 놓고 가는 천사,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기부한 김밥 할머니, 평생 일군 사업체를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고 떠나는 기업인 등이 그런 부류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 다른 하나는 돈 벌레다. 오직 돈 놓고 돈 먹기에 넋 빠진 자들이다. 그 중에는 불법으로 치부한 졸부도 있고, 자수성가한 인물도 있다. 여러가지다. 하지만 돈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류다. 정치권력과 재력은 얻기 힘들지만, 설사 얻었다 해도 세상 눈높이에 맞춰 나아가기 어렵고, 더구나 영원할 수 없다. 원한다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인심은 권력가와 재력가에게 원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세상에 호응할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그 힘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 진정한 정치권력과 재력은 세상 사람을 위한 것이건만, 대부분 자신(혹은 끼리끼리)만을 위해 사용하려고 애쓴다. 어느 날 날개가 꺾여 결국 추락하고 말 소인배들이다. 요즘 인간 수명은 100세를 바라본다. 제 아무리 권력을 누리고, 재력을 갖춘 들 몇 년이나 누리고 또 가질 것인가. 생명체인 이상 흙으로 돌아가기는 마찬가지 아닌가.어쨌든 살아 있는 동안 호의호식하며 힘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 중 하나다. 문제는 상대방을 무력으로 누르고, 간악한 꾀로 누르고, 돈으로 눌러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싶어 하는 심리상태다. 자신의 허물은 물감으로 덧칠하고, 상대 허물을 들춰낸다. 세치 혀로 대중을 유린한다.해가 바뀌고, 6.4지방선거가 사실상 시작됐다. 대붕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4년을 기다린 군상들이 땅을 박차려고 요동치고 있다. 이 때 쯤 꼭 기억해 둘 말이 있다. 진정 마음을 비우고 주민에 봉사하고자 하는가. 화무십일홍이다.김재호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1.09 23:02

도민들의 고민

도민들이 올 지방선거에 큰 기대를 걸지만 입지자들을 별로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당에 관심은 갖지만 안 신당 쪽으로 줄선 입지자들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안 신당 쪽에서 내건 도덕성 참신성 정치적 역량 등에 부합되는 인물이 못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안 신당은 지금껏 도민들한테 구체적으로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쳐 보이지도 않고 민주당의 잘못과 무능으로 반사이득만을 취해왔다. 그래서 안 신당 쪽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다.아이러니컬하게도 안 신당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안 신당 쪽 입지자들의 지지도가 비례하지 않다는 모순이 있다. 김완주 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도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시군별로도 단체장 입지자들의 우열이 갈린다. 대화 가운데는 “민주당이 밉긴 하지만 마냥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들 가운데는 “예쁜 자식 사랑의 매로 다스리듯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을 한번쯤은 호되게 혼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도 중장년층 가운데는 믿음을 갖고 민주당 지지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는 콘크리트표로 작용하고 있다.대선 이후 상당수가 민주당을 떠나가는 분위기다. 크게는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들한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1 총선 때 물갈이 했던 도내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한 탓도 있다. 심지어 일부 도민 중에는“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약하고 야당의원으로서 존재감이 없어 민주당이 싫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일각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입신양명을 노리는 사람들로 밖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왜 한결같이 지금 이 시점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한다.도민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옛 유행가를 다시 불러야 할지 아니면 새말로 갈아 타야할지를 놓고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가운데 김완주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해 지사 선거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가셨지만 그래도 안갯속이다. 최근 들어 광주 전남 지역에서 안풍 차단 대책의 하나로 박지원의원의 전남지사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상임고문의 전략공천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그나마 새롭게 태어나려면 지사 후보를 경선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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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4.01.08 23:02

300만 도민論

갑오년 새해에 김완주 지사가 ‘300만 도민’을 언급했다. ‘쪽수’의 중요성을 상기시킨 것이다. 지난 3일 전북 신년인사회에서 김 지사는 최다 인구를 기록했던 1960년대를 회상하면서 “새해 소망이 뭐냐고 묻는다면 ‘300만 도민’이라고 불러보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가슴 아픈 일 역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인구가 줄면 정치력이 약화되고 대선에도 영향력이 감소된다. 현안에도 어려움이 닥친다. 300만 정도는 돼야 국회의원 수가 늘고 대선에도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여운이 묻어있는 언급이다. 쪽수로만 보면 전북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작년 말 현재 187만 2965명이다. 한때는 252만 3708명을 기록했다. 최다 기록인 1966년 무렵 ‘300만 전북도민’이라는 슬로건이 나붙었다. 호시절도 잠시, 그 뒤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 성장거점 발전전략 때문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완공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수도권-부산권, 이른바 경부축 중심으로 진행됐다. 1972년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그 틀이다. 이 계획은 ‘성장거점(growth pole)’을 통해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원이 특정지역에 집중돼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인구의 ‘탈(脫) 호남’이 대표적인 예다. 호남 인구는 블랙홀처럼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북은 최다 인구 때보다 65만명이나 줄었다. 호남인구는 이제 충청인구보다도 적다. 작년 5월말 충청인구(525만 136명)가 처음으로 호남인구를 408명 앞지른 이후 지금은 2만여명 쯤 벌어져 있다.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호남인구가 352만명, 충청이 212만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쪽수가 적다 보니 전북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못하다. 정치적 영향력도 미미하다. 인사, 사업, 예산도 여의치 않다. 강원 대구 부산 광주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했지만 전북은 아직도 방문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 김 지사의 ‘300만 도민론’은 3선 불출마 선언 뒤 신년 인사회장에 참석했던 터라 그동안의 회한이 서려있는 발언으로 들렸다. 뒤집어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 정치적 현실, 쪽수가 적은 탓에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던 지역적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겠다. 전북의 존재감, 결국 쪽수에 달린 문제다. ‘300만 도민’은 언제쯤 현실화될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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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4.01.07 23:02

고라니 사랑 노래

저녁식사 마치고 산책 가려는데 대나무숲 넘어 뒷산에서 묘한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올무에 걸린 짐승의 울부짖음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그런데 소리가 계속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음절을 느낄 수 있게 들린다. 미친 사람의 비명? 아니면 한 많은 세상 정리하겠다고 농약을 마셔버린 사람의 단말마? 의웩 의웩! 참 기분 나쁘다. 을씨년스럽다. 어둠속에서 들려오니 두렵기조차 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마침 떠나려고 짐을 챙기고 있던 아내에게 밖에 나가 들어보라고 권한다. 이제까지 가능하면 시골에서 접할 수 있는 무섭거나 혐오스러운 것들 감추어왔었다. 목욕하고 닦으려 하는데 수건에 붙어 있다가 몸으로 떨어져 기어가던 지네, 누마루에 니은 자로 똬리를 틀고 앉아있던 구렁이 이야기, 남들에게는 자랑삼아(?) 해댔지만 아내에게만은 숨겼었다. 그렇지 않아도 꺼리는 시골생활 더 두려워할까 봐.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이내 아내도 듣게 될 것이고 또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확인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둘이 몇 번을 들락날락 참고 견디다가 결국 지구대로 신고. 마침 순찰을 나간 경찰과 위치확인을 위해 휴대전화를 통해 잠시 옥신각신. 드디어 순찰차 도착. 그런데 묘한 것은 이럴 때면 내내 들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거. 이럴까봐 한참을 나름으로 참다가 전화를 한 것인데 장난전화처럼 되고 말았다. 전화로 정보 주고받을 때까지만 해도 분명 들렸는데 순찰차 전조등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들리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 앞에만 가면 아픈 곳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것처럼! 별수 없이 직접 흉내를 내보는데 의웩 의웩! 고라니네! 흉내 잘 내시네! 요즘이 번식기인데 그게 짝을 부르는 소리란다. 그런데 여기가 고향 맞아요? 고라니를 모르다니. 왜 몰라! 그 노룬가 사슴과엔가 속하는 귀염둥이. 송곳니가 어색해 보이기도 하는, 멧돼지와 더불어 요즘 밭작물 해치는 말썽장이로도 유명하고,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하기도 하는 그 녀석. 차에 친 처참한 모습도 보았고 산책하다 느닷없이 만나 놀라기도 했지. 그런데 이 괴상망측한 소리는 처음이다. 그렇게 귀엽게 생긴 것이 그런 끔찍한 소리를 내다니. 그것도 그렇게 처절하게! 아 사랑의 무서운 힘이라니! 아들 또래쯤 되어 보이는 경찰한테 들은 핀잔 아닌 핀잔을 이렇게 무질러본다. 이래저래 시골 살림 녹녹치 않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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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6 23:02

다시 갑오년

누군가는 이 역사를 혁명이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혁명이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는 ‘동학’이 앞세워져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농민’이 앞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한 시대, ‘난(亂)’으로 폄훼되어 ‘동학난’이란 대중적인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또 한 시대에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거의 금기시되기도 했다. 1894년 연대기를 온통 차지하고 있는 갑오년의 역사 ‘동학농민혁명’ 이야기다. 1984년 1월, 고부 농민들은 고부관아를 점령했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포학하고 가혹한 정치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봉기해 관아로 쳐들어간 결과였다. 정치기강은 문란하고 매관매직과 관리들의 부패가 만연해있던 조선 사회. 1860년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민란은 이즈음 절정에 이르러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민란의 화약고가 되어 뇌관만 건드리면 폭발할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부봉기도 조선말기의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이 원인이었던 셈이다. 봉건적 사회질서를 타파하고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높이 세운 우리 역사상 가장 최대이자 최초의 민중항쟁이었던 동학농민혁명은 한국 근·현대사를 결정짓는 사건이었다.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끝이 났지만, 청일전쟁을 이끌어내 이전까지 한반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던 청나라의 쇠진을 가져왔으며 일제가 후발 제국주의국가로 약진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국제적 사건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동학농민혁명은 한국사의 분기점마다 그 역사의 정통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의병항쟁과 3·1독립운동과 4·19혁명, 그리고 광주민중항쟁의 함성에도 동학농민혁명의 숨결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은 100년이 넘는 동안 역사의 그늘에 있었다. 지배층과 기득세력에 저항했으나 완전한 승리를 이끌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패배했다는 물리적 결과가 갑오년 역사를 핍박하고 왜곡하고 뒤틀린 시각으로 재단하게 하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갑오년이다. 1894년으로부터 두 갑자(甲子) 뛰어 넘는 해의 의미가 각별하다. 올 한해 갑오년을 휩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와 정신을 일깨우는 기념사업과 재조명 작업이 준비되고 있다. 다시 짚어보면 동학농민혁명을 잉태한 것은 동학의 인본주의 사상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새해 아침, 그 울림이 크다. 갑오년의 역사가 세상을 다시 깨우고 있는 모양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4.01.03 23:02

화이부동

이승만 대통령은 해방 정국을 선점했지만, 권력에 집착해 반목하고 장기집권을 노리다 결국 하야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18년간 집권하면서 경제 부흥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도 받지만, 민주화를 거스른 채 장기독재정권을 휘두르다 궁정동 안가에서 부하의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박 대통령의 군사독재 전철을 밟은 전두환 대통령, ‘보통사람’ 가면을 쓴 노태우 대통령도 뒤 끝이 비극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고, 재임 중 기업들로부터 받은 수천억 원의 뇌물도 지난해 모두 토해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식들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앞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칙’에 맞서 싸운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초에 한나라당의 탄핵을 잘 견뎠지만, 주변 관리가 부족했고 결국 후임 이명박 정권의 집요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마무리한 일, 그의 재임 중에 실시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일부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시비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들이 비극의 역사를 쓰는 동안 대한민국은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물론 지금의 대한민국은 분단과 전쟁, 이념 논쟁과 갈등, 군사독재와 탄압, 가난 등을 견뎌내며 땀 흘려 일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대 대다수 대통령들은 자기 욕심 챙기기에 바빴다. 입으로만 국민 화합을 외쳤을 뿐 국민을 억압하고 우롱했다. 그들은 국민들을 향해 이해와 화합을 말했지만 결국 ‘내 편이 아니면 국물도 없다’며 상대를 견제하고 내팽개쳤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며 상대방의 다양한 입장을 인정하고 화합하라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 이익과 권력 확장을 꾀하는 인간세상에서는 그저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이 장기집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가난한 시대의 국민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권력 주변에서 호가호위한 탐욕자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그 험한 길을 피했을지 모른다. 원칙과 국민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욕심은 머지않아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올 비수의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 뿐이다. 권력을 꿈꾸는 자들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또 선거의 해가 밝았다. 부디 화이부동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4.01.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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