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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버드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에서 태양인은 오장육부가 가장 강건한 건강 체질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제마 선생은 태양인 체질을 가진 사람은 게으르다고 했다. 태양인은 대부분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이유가 보통 밤 늦게까지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한 때 '아침형 인간'이니, '새벽형 인간'이니 하는 말이 유행했다. 아침형 인간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얼리 버드(early bird)라고 불리는 아침형 인간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암시하듯 사업적 성공 가능성도 높다. 사실 성공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인물들을 말할 때 곧잘 얼리버드가 사용되곤 한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얼리 버드에 속했던 것 같다. 그는 학창시절 아침 5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찬물에 세수하고 2시간가량 정신을 집중해 공부했다고 한다. 일반 학생들에 비해 그는 항상 2시간 정도를 더 공부에 열중한 셈이다.얼마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서초동 그룹 사옥으로 아침 출근을 재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로 그룹 밖에서 업무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아침시간 출근은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가 지난 6월 '신경영 20년'을 기념하면서 '자만의 위기'를 경계했듯이 사원들에게 정신무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경영인 중 얼리버드의 표상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다. 그는 4시에 일어나 5시에 식사한 후 걸어서 계동 사옥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정몽구회장은 지난 2000년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13년동안 아침 6시30분에 출근했다. 최근에는 6시로 앞당겼다. 1965년 4월에 미국 통신 위성 회사 인텔샛이 쏘아 올린 최초의 상용 통신 위성 인텔샛1호의 애칭이 '얼리버드'다. 대서양 적도 위에 올려진 이 통신위성은 아침 일찍부터 미국과 유럽 간의 우주 통신에 부지런히 활용된다. 얼리버드는 쉴 사이없이 움직이는 부지런함이다. 장마와 무더위가 힘든 계절이다. 무더위가 거세지면 열대야가 괴롭힌다. 그래도 아침 시간은 서늘해 독서하기 적당하다. 아침일찍 일어나 독서하는 사람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독서하는 사람이 세상을 이끈다(Readers are Leaders!)고 하지 않는가.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7.11 23:02

지사 선거판

전주 완주 통합 무산으로 도지사와 전주시장 완주군수 선거전이 조기에 달궈졌다. 특히 지난 5월초부터 김완주 지사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실패에 따라 본인 스스로가 3선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입지자들이 지사선거에 경쟁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김완주 지사 한테 지금도 3선 출마를 권유한 그룹도 있지만 최근 김 지사 자신이 내부적으로 불출마쪽으로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20년 가까히 민관선 단체장을 지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줄 기회가 온 것 같다"며 남은 기간 깔끔하게 임기를 마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탐문된다.지사선거에 의지가 강한 송하진 전주시장이 통합 불발로 내상은 입었지만 그래도 중앙정치권과 호흡을 함께하며 조직을 가동중에 있다. 일각에서 우유부단하다는 이야기가 나돌지만 전주시장 취임초 전임 김완주 지사가 추진했던 경전철 사업을 백지화 시킬 정도로 강단이 있다는 것. 송 시장은 재선하면서 마지막 목표를 지사선거에 걸고 열린시정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인지도면에서 다른 입지자 보다 앞서고 당원도 많이 모집해 경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통합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너무 완주군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 건 분명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그간 송 시장과 공직에서 호형호제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유성엽 국회의원이 최고위원 진입에 실패한 이후 곧바로 전열을 정비해서 지사직 출마에 나섰다. 깔끔한 성품에 선이 굵다는 평을 받아온 재선의 유의원은 김완주 지사와 일전을 치른 경험을 갖고 있고 학경력면에서 뒤질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읍시장 시절 소신껏 시정을 펼친데다 논리력과 겸손함까지 갖춘 재선의원으로 정치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항간에는 "중앙에서 호남을 대표할 정도로 커 나갈 수 있는 재목이 굳이 지사선거에 나서는 모양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문제는 현재까지 2강구도가 형성됐지만 안철수쪽에서 다크호스가 등장하면 선거판은 장담할 수 없다. 김 지사가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어떤 형태로든 이달 중으로 불출마 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불출마 선언이 있으면 곧바로 김승수 정무부지사의 전주시장 출마선언이 이어질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세상에는 영원한 게 없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7.10 23:02

충청권에 밀린 호남인구

옛날의 충청권은 호남권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인구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 이후 호남권 인구는 줄곧 충청권을 앞질렀다. 당시 호남엔 352만 명이 거주했지만 충청권은 212만 명에 불과했다. 곡창에다 경제가 발달하고 문화가 풍성했다. 충무공 전서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란 말처럼 호남은 국가 유지의 주춧돌이었다. 1949년 전북 인구는 204만8951명이었다. 당시 전국 인구는 2017만 명이니 전북은 10.2%를 점유한 '힘 있는' 지역이었다. 이 점유율을 2010년에 대비시키면 전북인구는 487만5882명이 돼야 한다. 지난달 말 뉴스1전북본부와 전북대지방자치연구소가 주최한 지역창조포럼에서 전북대 신기현 교수는 이 수치를 제시하면서 균형발전을 꾀할려면 현재의 인구 기준만으로는 안되고 최소한의 보완적 배분을 위한 논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정치력도 인구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1949년 5.10 제헌의원 선거 당시 전북은 22개 선거구나 됐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나용균(정읍 갑), 백관수(고창 을), 조한백(김제 갑)씨 등이 정치에 입문했다. 전국총학생연맹 위원장인 이철승은 이때 27세 최연소 출마해 낙선했지만 훗날 거목으로 성장하는 입지를 굳힌다. 전북의 최다 인구는 1966년 252만4000명이다. '300만 전북도민'이라는 구호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후엔 줄곧 내리막길이다. 지금 전북 인구는 187만1592명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11개 밖에 안된다. 정치력도 약화돼 있다.마침내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앞질렀다. 지난 5월말 기준 충청권 인구는 525만136명으로 호남권 524만9728명보다 408명이 많다. 건국 이후 처음이다. 세종시 출범으로 인구가 유입됐고 수도권 규제로 기업과 공공기관이 꾸준히 이전된 탓이다. 충북 진천군의 기업체는 전북 전체의 그것보다 많다. 충청 정치권은 벌써 선거구 수(25개) 증대를 거론하고 있다. 호남(30개)보다 적은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전북은 자꾸만 쪼그라들고 있다. 7대 도시 전주는 30대 도시로 밀려날 판이다. 이리 저리 밀리다간 안방까지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큰 걸 보지 못하고 제 앞가림 하기에 바쁘다. 모두 자신이 잘났다는 소리만 한다. 아, 옛날이여!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7.09 23:02

"창조의 오늘, 전통의 미래"

전통은 창조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리움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조적 계승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통은 곧 고루해진다. 어려웠던 옛날 일만 되뇌며 잔소리해대는 어르신들의 훈계처럼 따분해질 수 있다. 반복되는 비 오는 날 군대 축구얘기처럼!옛날과 정서가 달라져서 만이 아니다. 같을 수도 없겠지만 같다하더라도 동어반복으로는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모방은 분명 창조의 바탕이 되지만 모방에 그쳐서는 문화도 예술도 살아남지 못한다. 아무리 멋진 비유라도 반복하면 관용구(클리셰)가 되고 그것이 바로 시의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느냐?"보다 "어떻게 의미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독창성만으로 감동을 연출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재해석이 보태져야만 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진정성이 있어야만 과거를 끌어 미래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20년 넘게 이 어려운 작업을 해온 무대가 있다.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전통문화가 서자 취급도 못 받던 시절, 숨어 있는 장인들을 무대에 올려 막혀가는 귀를 열고 쇠락해지는 감수성을 되살려준 은근과 끈기의 무대. 이번 스물두 번째 무대에서도 그 열정은 고스란히 확인되었다. 비교적 전통에 충실했던 전반부와 현대적 해석에 비중을 둔 후반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우리들 심금을 울린 것이다. 처음 위은영의 거문고산조와 박지윤의 판소리는 이 분야 연주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청중의 호응(추임새)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더디고 미온적이었다. 전주 특유의 텃세? 염려를 했는데 동남풍의 삼도풍물가락 연주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신명의 박수로 '혼을 담은 두드림'에 화답했다. 인색해서가 아니라 신중해서 그런 것임을 이내 확인할 수 있었다.이어진 퓨전의 무대는 특히 새로운 한국음악 젊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특히 백은선과 안태상의 연주는 우리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케 해주었다. 같은 탄현악기로도 이런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감탄과 더불어 편곡과 작곡을 맡은 안태상의 가야금 악기에 대한 융숭깊은 이해와 해석에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소리꾼 이용선의 장기가 묻혀버린 마지막 무대가 좀 아쉽기는 했지만그렇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무대는 마무리되었다. 전통문화의 든든한 버팀목, 그 진정성과 열정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7.08 23:02

작은 도시의 선택

델프트(Delft)는 네덜란드 서부 조이트홀란트주의 작지만 고풍스러운 도시다. 1075년에 건설돼 1246년 자치시 인가를 받았으니 근대 도시로서의 역사가 짧지 않지만, 지금도 인구는 10만 명이 채 안 된다. 델프트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영화로운 과거를 갖고 있다. 국제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휴고 그로티우스와 화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의 고향이기도 한 델프트는 16~17세기 네덜란드 상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 인접해있는 무역항의 도시 로테르담에 그 지위를 빼앗겼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보잘 것 없는 작은 도시로 전락하자 델프트 시는 주민들과 함께 도시 부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도시의 규모가 아닌 도시의 정체성. 교육과 문화관광을 주목해 왕립학원으로 공과대학교를 세우고 수력학 연구소를 건립했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기 위해 도시를 재정비했다. 그 결과 델프트는 오늘날 공학도시이자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가 됐다. 델프트의 시가지는 대부분의 오래된 도시들이 그렇듯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역시 구시가지의 경관이다. 운하가 흐르는 구시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정취지만 그로티우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마르크트 광장이나 1618년에 지은 시청사와 중세의 탑, '히폴리투스부르트'라고 불리는 꽃가게와 박물관이 몰려있는 구교회 일대 등 과거의 역사 유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잘 정비되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시 경관만이 아니다. 이곳 시민들은 주로 버스와 트램을 이용하는데, 노선도 단 하나 뿐이다. 불편함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도시 미관과 대기환경을 고려한 선택이다. 도시 델프트란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이 또 있다. 주석을 입혀 윤을 낸 흰 바탕에 파란 글씨와 무늬를 새긴 도자기 '델프트 블루 (Delft Blue)'다. 델프트의 전통 특산품인 도자기는 공방 견학과 체험으로 이어지면서 델프트의 관광객 유치에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국가의 경제 중심지이자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몰락의 위기에 놓였던 델프트의 부흥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의 중소도시들에게도 모범이 될 만하다. 지난달, 전주완주 통합 추진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여파가 아직 큰 만큼이나 완주 주민들의 선택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크다. 지역 발전 동력의 근원을 새삼 깨닫게 되는 지점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7.05 23:02

물고기 건물

전주 한옥마을과 남부시장 사이에 자리 잡은 풍남문 옆에 거대한 '물고기' 모양을 한 건물이 한 채 들어서 있다. 유리 외장재로 마감된 이 건물은 전주 대건신협이다. 대건신협은 2011년까지만 해도, 지난해 완공된 '풍남문 광장' 자리에 있었다. 대건신협은 사옥이 40년 전 건물인데다 낡고 칙칙해 신축 이전한 것은 아니다. 전주시가 팔달로와 한옥마을 쪽에서 보이지 않는 풍남문을 시민과 관광객들이 잘 조망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풍남문 광장' 조성 계획을 추진하자 광장 옆으로 신축 이전한 것이다. 전주대건신협이 처음부터 물고기 형상을 한 건물을 짓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전주한옥마을과 풍남문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에 뭔가 특색있는 건물을 지으려고 했을 뿐이다. 대건신협으로부터 건축 디자인을 의뢰받은 전주 출신 건축사 주수웅씨가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청동거울) 문양에서 착안, 거대한 물고기 형상의 디자인을 내놓은 것이다. 전주대건신협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는 이 물고기 디자인 건물을 수용한 것은 과거와 현대를 조화시키고, 풍남문과 더불어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적 디자인으로 세련되게 세워진 물고기 건물은 인근의 고풍스러운 풍남문, 경기전, 전동성당, 한옥마을 건물들과 조화미를 잘 이루고 있다. 전주대건신협이 획일적인 사무용 사각 건물을 생각하지 않고, 랜드마크가 될 특색있는 건축을 계획해 실행한 것은 탁월했다. 게다가 전주시가 8억원이나 들여 조성한 풍남문 광장이 마치 물고기 건물의 부속 공간처럼 배치돼 있으니, 대건신협은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전주시가 풍남문 광장을 너무 썰렁하게 만들면서 물고기 건물의 일석이조 효과는 반감된 상황이다. 주로 석재 포장에 그친 풍남문 광장은 조경이 크게 부족하고, 시민과 관광객 휴식공간이라는 개념이 크게 부족하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관광객 증가에 따라 풍남문과 남부시장을 연계해 뭔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자 한 의도는 좋았다. 실제로 기존 건물들이 철거된 자리에 풍남문 광장이 들어서면서 풍남문은 확실한 가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풍남문 광장 조성에 따른 전략적 효과는 실종됐다. 풍남문은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을 연결하는 '고리'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7.04 23:02

안철수의 행복한 고민

이상직 국회의원의 대법 판결에 정치권서 관심을 갖는 건 재선거 실시 여부 때문에 그렇다. 정치권은 재선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일단 준비 작업 중이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안철수 쪽에서 누가 출마 하느냐다. 민주당 쪽서는 "안철수 쪽을 이겨 먹을 사람이 정동영 밖에 없다"며 전략공천 할 기미도 엿 보인다. 만약 10월 재선거가 있으면 민주당이나 안철수 쪽 한쪽은 죽게 돼 있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민주당이 재선거에서 지면 간판을 내려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쪽도 그래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각오하고 있다.최근 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천21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안철수가 창당할 경우 민주당 지지율은 9%로 떨어지고 호남의 지지율도 18%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전국 25% 호남 39%로 민주당 지지율 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이 같이 계속 안철수 바람이 부는 건 민주당이 호남에서 신뢰를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뭔가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안철수 신당에 도민여론이 좋지만 안철수 쪽서는 오히려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완산을 재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 현재 지역서 거론되는 인사들로는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문화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북 출신 가운데 서울서 내려 보냈다가는 낙하산 논쟁에 휩싸일 수 있어 이래저래 고민 된다는 것. 이처럼 도내에서 안철수 정치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는 건 그간 민주당이 너무 지역을 오래 장악하다 보니까 참신한 인물이 없더라는 것이다. 전주 완주 통합이 무산되면서 내년 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당에 대한 도민들의 지지가 높게 나오자 각 입지자들도 어디로 줄서야 할지를 놓고 무척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0월 재선거가 있으면 그 결과 여하에 따라 움직이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안철수 쪽과 민주당을 놓고 저울질 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안철수 쪽서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보고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 후보를 내야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 전북에서 경쟁의 정치가 시작됐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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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7.03 23:02

골프 한담(閑談)

"프로골퍼가 치면 볼이 '본대로' 나가고 아마추어가 치면 '친대로' 나가지만, 초보자가 치면 '걱정한 대로' 나간다." 골프실력에 따른 비유다. 슬라이스를 걱정하면 슬라이스가 나고 해저드를 걱정하면 해저드에 빠진다. 골프 좀 친 사람이라면 경험했을 명언이다. 골프처럼 핑계 많은 운동도 없다. 시속 150km가 넘는 공도 홈런을 날리지만 골프는 정지해 있는 볼도 컨트롤 하지 못해 에러를 낸다. 그럴 때마다 잠을 설쳤다는 둥, 감기 기운이 있다는 둥 갖가지 핑계를 대는데 물경 100가지에 이른다. 그러고도 맨 나중에 하는 말이 '오늘 이상하게 안 맞네'다. 이게 101번째 핑계다. 박인비(25·KB금융)가 어제 끝난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세계여자골프에서 63년만에 메이저 대회를 3회 연속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프로들은 연습량이 엄청나다. 하루에 볼을 1000개씩 때린다고 한다. 얼마나 잘 치느냐 보다는 미스 샷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지구력도 키워야 하고 평상심도 유지해야 한다. 아마추어로선 언감생심이다. 주말 골퍼들은 골프장에 갔다가 스트레스만 잔뜩 얻어올 때가 있다. 타수나 승부에 집착할 때가 그런 경우다. 집착할수록 목표는 더 멀어진다. 욕심 때문이다. 골프의 묘미는 샷이 마음 먹은 대로 안된다는 데에 있다. 이걸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즐거울 수도, 짜증날 수도 있다. 골프 4자 성어가 해답이다. 다타호타(多打好他), 다타호신(多打好身), 소타호심(小打好心), 소타호낭(小打好囊)의 자세가 그것이다. 타수가 많으면 동반자를 즐겁게 해주니까 기분 좋고(다타호타), 타수가 많으면 운동량이 많아지니까 건강에 좋고(다타호신), 타수가 적으면 마음을 즐겁게 해주니까 좋고(소타호심), 타수가 적으면 주머니(囊) 사정을 즐겁게 해 주니까 기분 좋다(소타호낭)고 생각하는 식이다. 전북은 '골프 천국'이다. 골프장이 많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대중제 18곳, 회원제 6곳이 운영중이고 4곳이 공사중이다. 그런데 골프장마다 울상이다. 내장객이 매년 20%씩 줄고 있다. 최근 한국대중골프장협회가 공직자 골프 해금을 정부한테 건의한 것도 경영난 때문이다. 그 보다는 그린피인하 등 대중화시대에 걸맞는 제도적 조치들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7.02 23:02

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

역시 눈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의 조바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눈을 뜨는 일 자체도 그렇지만 그 감동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서도 일정한 초조의 통과의례를 거처야 한다.지난 주말 전주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 펼쳐진 마당창극 〈천하 맹인이 눈을 뜬다〉가 똑 그렇다, 하루 종일 말짱하던 하늘이 행사시간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아열대성 폭우가 꽤 길게, 관계자들 애간장 녹이기에 충분할 만큼 쏟아졌다. 모처럼 별러 예매를 한 사람들도, '내가 보면 한국축구도 꼭 진다니까!' 해묵은 징크스를 떠올릴 만큼 지루하게 하필 마른장마 끝의 비가 행사를 코앞에 두고 추적거렸다.그리고 소리문화관 앞에서의 긴 줄서기! 입장을 하고도 잔치음식을 위한 더딘 기다림은 계속되고.... 그 기다림 속에서도 나누어준 우의를 입어야 할까 말까 고민을 반복해야 할 만큼 날씨는 참 얄궂었다.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면서 마음의 구름이 홀연 걷히기 시작했다! 진행자의 맛깔스런 재담과 신명난 풍물과 춤의 '여는 마당'은 하늘의 구름마저 저 멀리로 걷어내 버렸다. 기실 무대에 빼앗겨 눈 줄 틈이 없었다. 이어지는 한옥 대청문을 배경으로 한 영상. 우리 한지문이 저렇게 멋들어지게 쓰일 수도 있구나! 감탄도 잠시, 연못가 정자에 나타난 심황후의 탄식과 설렘에 우리는 또 넋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재담과 해학의 놀이판. 참 거시기한 속셈의 뺑덕와 황봉사, 껄쩍지근함을 떨칠 수 없는 심맹인의 넉살스런 연기에 정신 줄 놓고 웃다가, '아니 연기도 좋지만 천하 명창들이 저렇게 망가져도 되나?' 걱정이 앞선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확인을 해보는데 틀림이 없다. 저 넉살좋은 황봉사 역은 전주대사습 장원에 빛나는 이순단명창이 맡았고 개그맨 뺨치는 연기로 뺑덕의 존재감을 당당히 뽐내는 이 역시 대통령상에 빛나는 김성예명창! 역시 프로구나! 맹인들이 눈을 뜨기도 전에 이미 그들 진정한 프로 명창들의 열정 세계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 다음 눈 뜨는 대목이야 무슨 객설을 더하랴? 왕기석명창의 땀을 뻘뻘 흘리는 열창이나 박애리명창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건만 또 숨을 죽이고 한숨을 쉬다가 눈물까지 찔끔거렸으니 맹인 눈뜨는 데 부조는 제대로 한 것! 더불어 마당창극과 판소리 그리고 한옥마을의 매력에 다시금 눈을 뜨게 되었으니, 심봉사 덕에 우리 모두 개평으로 눈을 뜬 것이렸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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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1 23:02

전주밥차의 고민

'전주밥차'가 고민에 빠졌다. 본사를 서울로 옮겨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밥차는 영화나 드라마 CF제작을 위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생활권을 벗어나 작업하는 현장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이동식당차다. 2002년 문을 연 전주밥차는 밥차의 선두주자. 지금은 전국적으로 수십 개 밥차업체가 생겨났지만 12년차 전주밥차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아낌없이 시설에 투자하고 서비스 체계를 갖춘 운영노하우를 쌓은 덕분이다. 팔도강산을 누비면서 우리 밥상의 맛을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낸 '식객'의 만화가 허영만도 전주밥차를 눈여겨보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밥차'라며 반가워했다. 전주밥차가 '식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바탕이다. 그런데 전주밥차에 드러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밥차의 정체성(?) 문제다. 전주밥차는 음식업 사업자가 아닌 도소매유통업 사업자다. 밥차사업을 시작했던 2002년만해도 '밥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음식업 사업자 등록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변해 밥차는 엄연히 음식업의 한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밥차가 사업자 종목을 바꾸기 위해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채수영사장은 '밥차의 정체성으로도 그렇지만 유통업과 음식업은 세금 부과 기준이 달라 몇 배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당함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채사장의 시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여건을 내세우는 구청과 세무서의 원칙론(?) 앞에 무너졌다. 채사장의 고민이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밥차업체들이 어려움 없이 음식업 허가증을 받아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주밥차 본사 이전'의 유혹(?)은 더 강해졌다. 전주밥차는 전국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서울 종로에 조성중인 '식객촌' 입점업체로 선정돼 오는 12월 새 공간을 갖는다. '식객촌'은 만화 '식객'의 주인공 업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 음식촌으로 제주도와 동부산에서도 '식객촌' 조성을 준비 중이다. 전주밥차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채사장은 지금껏 전주밥차의 본사는 꼭 전주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고향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세금 부담과 정체성이 모호한 유통업 사업자로라도 전주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 그는 이제 사업자 변경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전주밥차'가 온전히 전주의 자랑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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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6.28 23:02

학살의 역사

인간의 욕심은 피를 동반하기 일쑤였다. 500년 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저지른 정복전쟁은 문명 파괴를 넘어 원주민을 멸종에 이르게 할 정도로 잔인했다.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인과 프랑스 등의 세력에 의해 완전 제압된 북아메리카 인디언은 겨우 멸종을 면했을 뿐이다. 그 남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520년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 시절 정복자 코르테스는 유카탄반도(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중심지 테노치티틀란에 쳐들어가 20만 명이 넘는 아즈텍인과 몬테수마 왕을 살해하고, 결국 아즈텍 문명을 멸망(멸종)에 이르게 했다. 얼마 후 역시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1532년 페루 잉카제국에 쳐들어가 아타왈파 왕을 죽이고, 잉카제국을 정복했다. 그로부터 500년 후 일어난 1·2차 세계대전이 지구촌 곳곳을 지옥에 떨어뜨렸다. 독일 나찌와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학살은 치를 떨게 했다. 인류사에서 2차 세계대전만큼 인명 피해가 많았던 전쟁은 없었다. 이 전쟁은 유럽 전역과 중국,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태평양 등 거의 세계 전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 전쟁의 사망자는 5000만 명에 달했다. 나찌군의 유대인 학살로 500여만 명이 희생됐고, 일본군의 1937년 남경 대학살로 중국인 30여만 명이 잔혹하게 학살됐다.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서 벌인 대학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일본은 전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의 3대 영웅으로 말해지는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가 연이어 전국 패권을 호령하던 16세기말까지 일본은 피로 물들었고, 히데요시는 1592년부터 7년간 조선을 침략해 엄청난 살육을 저질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막부시대를 열게 된 결정적 전투, 1600년 9월 세키가하라전투는 피아군 10만여명이 몰살한 피의 승리였다. 우리 또한 전쟁의 역사를 안고 있다. 7세기까지 삼국간 패권다툼이 치열했다. 중국과 만주 일대의 수많은 종족들이 한반도를 침략했다. 14세기 몽골침략, 16세기 임진왜란,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침탈과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강점, 그리고 1950년 6.25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대학살의 피해를 입고 살아왔다. 6.25전쟁은 250만명을 살해한 엄청난 학살이었다. 그 중에서 양민 학살은 공포의 절정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경찰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양민학살과 보복학살은 결코 용서될 수 없다.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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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6.27 23:02

정동영 변수

도내 정치권이 초선들로 물갈이가 돼 예전에 비해 힘이 빠졌다. 때문에 장년층을 중심으로 은근히 정동영·정세균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항간에는 전주 완산을서 재선거가 치뤄지면 정동영이 출마할 것이란 사람도 있다.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려면 정동영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동영이 지역으로 복귀할바에는 차라리 도지사 선거에 나오는 것이 나을 것이란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새누리당 대표였던 홍준표씨가 또 경남지사를 박지원씨가 전남지사로 출마한다면 굳이 못나올 이유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모 언론사가 정동영을 지사후보군에 대입시켜 여론조사를 한 결과 25%로 수위를 달린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오늘 전주 완주가 통합되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 정치권에서 빅뱅이 일어날 것이다. 지사 선거 못지 않게 통합시장 선거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그건 안철수 신당에 어떤 사람이 출마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간 각종 도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이미 광주 전남쪽은 민주당을 포기하는 대신 안철수 신당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서도 이미 안철수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고 그쪽으로 줄서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얼마 안가서 안철수 현상이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것처럼 사그러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쪽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도 있다.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정치는 다르다. 과거 전주에서 7선 한 소석 이철승과 손주항도 낙선 때는 추풍낙엽 같았다. 조직도 무기력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민주당에서 이같은 조짐이 느껴진다. 그럴 경우 민주당 후보들이 바람 앞의 등잔불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김한길 대표체제로 바꾼 이후 이같은 사례를 알아'을의 정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민주당은 자만심에 빠져 민심을 외면하고 갑으로 행세하는 정치를 해왔다. 분명 전주 완주 통합이 이뤄지면 도내 정치판은 새롭게 짜여질 것이다. 기존 낡은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 신당으로 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점서 집권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은 과거 같은 조급함에서 벗어나 중앙정치판을 멀리 내다보는 게 그나마 도민들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사즉생의 자세로 맘 비우면 기회는 온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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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6.26 23:02

행정구역 통합 후유증

행정구역 통합의 좋은 본보기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 사례다. 통합 찬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주민 의사로 통합이 결정됐다. 후유증도 적다. 작년 6월27일 청원군민 대상 주민투표에서 36.75%의 투표율에 79%의 찬성률을 보였다. 2004년 주민투표법 시행 이후 주민투표를 거쳐 통합을 결정한 최초 사례다. 청주시는 시의회의 만장일치로 통합을 결정했다. 내년 7월1일 인구 83만 명 규모의 통합시가 출범하면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면 전국 7위의 도시가 된다. 1994년과 2005년, 2010년에도 통합을 추진했다가 무산됐지만 이제 중부권 최대 기초자치단체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반면 마산·창원·진해시의 통합은 지금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시의회와 경남도의회가 행정구역 통합을 강행, 그해 7월1일 통합 창원시를 발족시켰다.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분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옛 마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의 이주영 의원이 통합 창원시에서 마산시를 떼어내는 내용의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통합시 청사는 창원에, 프로야구 9구단인 엔씨 다이노스의 야구장은 진해로 결정되는 등 마산이 소외당하고 정체성만 상실했다는 홀대 때문이다. 전주·완주 통합 여부가 내일(26일) 결정된다. 20년 해묵은 숙제다. 21·22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20.1%나 됐다. 투표함 개함 조건인 33.3%를 넘길지 말지가 관심사였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한때 투표함 개함 조건에 못미치도록 투표불참을 모색했던 통합반대 측이 투표참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주효했다. 반대기류가 강한 고산·비봉·운주·화산·동상·경천면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통합 찬반단체들의 활동이 극렬했고 대립각이 첨예했다. 통합 성사 여부에 정치적 복선도 깔려 있다. 정치인에게는 미래 운명을 좌우할 이벤트일 수도 있다. 통합이 성사되든, 불발되든 후유증은 극심할 수 밖에 없다. 투표 감정은 죽을 때까지 간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후유증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역지사지의 태도가 약이다. 손가락질 해대면 나머지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는 법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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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6.25 23:02

1300년의 사랑이야기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데를 드디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현존하는 백제의 유일한 시가로 추정되는 '정읍사'. 행상을 나간 남편의 밤길을 염려하는 아내의 애절한 마음을 노래한 작자 미상의 가요로 한글 기록으로 전하는 시가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절절한 마음을 기악에 실어 전하는 곡이 있다. '수제천(壽齊天)'! 문자적 의미로는 사람의 목숨(수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는 뜻. 이 곡은 외국인들이 특히 주목하는 우리 음악의 대표작으로 아름다운 가락과 독특한 장단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장중하면서도 화려한 곡이다. 무사귀가든 만수무강이든 그 간절한 염원을 신묘하게 그려낸 우리 기악합주곡의 백미라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이를 다시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서양 현악악기의 합주곡으로 되살렸다. 이미 피아노곡으로 만들어 본인이 직접 여러 차례 연주한 바 있지만 맛은 현악합주가 더 잘 어울려 보인다, 지난 주말 모악당에서 선보인 오케스트라 바람결의 '수제천'은 원곡 못지않은 감동으로 청중들 마음을 적셔주었다. 일상에 묻혀 잊었던 아주 먼 사랑의 마음을 되살려 주었다. 차분하게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하는 매우 소중한 감흥을 불러일으켜준 것이다.이어진 피아노와 현악오케스트라의 '아주 먼 곳으로부터', '설레임', '반짝이는 슬픔' 등도 살림을 핑계로 내팽개치고 살아온 사랑, 그 살림의 정신을 되뇌게 해주었다. '효재의 꿈'을 감상하면서 많은 여성들은 "효재(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임동창 부인)는 좋겠다!" 했겠지만 남성들은 주눅 들어 억지 반성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 하'는 다시 '정읍사' '수제천'의 기다림, 그 간절한 염원으로 돌아간다. 중간 일종의 피아노 카덴자 부분에서는 임동창이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청중의 기대에 부응했다.그렇게 '1300년의 사랑이야기' 연주회가 마무리되었다. 천년 시간을 초월한 사랑노래가 동서양을 넘나들며 일상에 찌들어 오그라든 우리들 사랑의 심금을 한껏 흔들어줬다. 변함없는 게 어디 사랑뿐이랴! 음악도 그렇고 그것에 취하는 우리들 마음도 그렇거늘! 문제는 그 마음을 괄호로 묶어 유보한 채 사랑도 음악도 모르쇠하는 우리들 진부한 타성에 있으리니!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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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24 23:02

전라감영의 화폐제작

전라감영 복원 사업이 여전히 더디다. 전라감영 부지 건물의 철거 주체와 예산 분담을 둘러싸고 도와 시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이제는 전라감영 복원 의미보다는 복원 사업 이면의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전라감영의 역사성이 더 새삼스럽다. 전라감영의 수많은 기능과 역할은 오늘의 관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가치와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텐데,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는 채 알려지지 않은 기능이 있다. '화폐 제작'이다. 전주에서 화폐가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시대 왕들은 저마다 화폐 정책을 새로 세웠다. 지방재정과 화폐의 운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주전소를 두고 자체적으로 제작한 정책도 그중 하나다. 전라감영의 화폐제작과 관련해서는 세종과 숙종대의 주전소 설치 기록이 남아 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세종대의 '주전소 설치에 관한 행 호군 백환의 진언과 호조의 계'란 기록이다. '주전하는 곳을 널리 둘 것을 왕에게 보고하면서 전라도 내상에도 또한 주전소를 둘 것을 진언했고 그대로 따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료에도 불구하고 전주에서 화폐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전공자들조차 새롭게 받아들일 정도로 연구 작업은 미진했다. 전주의 화폐제조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10년 전, 고전(古錢)전문가 한영달씨의 화폐문화사 정리 작업에서다. 우리나라 옛 화폐의 백과사전이라 할만한 '한국의 고전(古錢)'을 펴내기 위해서만 10여년을 쏟은 저자는 수집한 동전 중에서 '全'자나 '全左' '全右' '全兵' 등의 글자가 남아 있는 동전을 주목했다. 전라감영에서 주조된 동전들이었다. 당시 전북일보를 통해 한 씨가 공개했던 동전은 조선통보(朝鮮通寶)와 상평통보(常平通寶). 종류로는 9종, 형태별로 세분하면 92종이었다. 남아있는 전체 물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양이지만, 당시 동전이 중앙관서 중심으로 제작됐던 것을 감안하면 전라감영에서 제작된 동전의 물량이 결코 적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연구자들은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 일원이 물산이 풍부해 경제적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귀한 사료로 이 동전을 주목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더 이상의 연구 작업은 진전되지 않았다. 물론 유물 수집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사적 실체와 관련된 콘텐츠 부재는 역사적 의미를 훼손시키기 일쑤다. 전라감영 복원 이후가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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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6.21 23:02

의회의 호통

요즘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고성과 정제되지 않은 막말, 그리고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난무하자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17일 열린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이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두환 씨의 장인 이름이 뭐냐"고 정홍원 총리에게 묻자 정총리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에 안의원은 "도대체 아는 게 뭐세요? 질의서 안보세요? 준비 안하세요?" 라고 언성을 높였다. 사실 이 같은 국회 내 고성과 막말은 큰 충격도 아니다. 본회의장에서 망치질 하고, 최루탄까지 터트리지 않았는가.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답변이 부실하고,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면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의사기록에 남고, 당장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총리의 무성의한 답변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고성이 나오고, 끝내 막말까지 나올 것이다. 총리나 장관 입장에서는 정곡을 찌르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모조리 공개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품격 떨어지는 질의 답변이 계속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정부질문은 현안을 놓고 정부와 국회의원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비열한 반칙은 하지 않고 정당해야 한다. 흥분은 자유지만 언행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의회 내 품격 문제는 지방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열린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안종호 진안교육장이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불쾌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데 대해 도의원들이 "도의회를 경시한 처사다"며 발끈, 도교육청에 인사조치를 권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도의회도 이날 진안교육청의 예산 편성과 업무추진비 사용의 부적정성 등을 놓고 강도높게 질타한 양용모 의원의 질문 방식, 말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양의원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로 질문을 했다면, 질문 말미에 굳이 "(본의원이)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질의한 것으로 보느냐, 정상적인 질의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 안 교육장이 "사적인 감정을 갖고 질의한 것은 아니지만 의회 때마다 저하고 안 좋은 관계로 인식되어서 기분이 좀 불쾌하다"고 답할 이유도 없었다. 안 교육장은 왜 의회 때마다 '도의원과 안좋은 관계가 있다'고 인식하게 됐을까. 의문만 가질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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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6.20 23:02

원로가 없는 전북

도내에 진정한 원로(元老)가 있을까.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로란 사전적 풀이로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하여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흔히들 원로교수, 원로목사, 원로시인, 원로작가 처럼 각 분야에서 오래동안 명성을 얻은 어른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분들이 꼭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왜 그럴까. 부와 명예는 어느정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덕(德)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덕은 그냥 쌓이는 게 아니다.민선자치 5기를 맞아 전북은 가장 답답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사방이 꽉 막혀 있는 형국이라서 그렇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을 정도로 지역이 무기력해졌다. LH와 프로야구단 10구단 유치 실패로 도민들은 상실감에 빠졌다. 지난 대선 때 약속한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도 난감하다. 심지어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기금운용본부 이전은 공약사항이 아니었다"고 답변해 도민들을 또다시 분노케 했다. 분명 새누리당측이 그 같은 약속을 했기에 선거 때 상당부분 표심이 움직였던 것이다.최근 전주·완주 통합 찬반투표를 앞두고 찬·반간에 대립각이 첨예하게 섰다. 죽느냐 사느냐 건곤일척의 싸움판으로 변했다. 각자가 정치적 생명줄과 연관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축제의 장으로 치러져야 할 통합작업이 살얼음판이 돼버릴 정도로 냉각, 그 결과 여부에 따라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통합은 LH와 프로야구단과 성격이 다르다. 순전히 지역문제라서 지역민들이 사전교감을 통해 충분하게 소통했더라면 이 같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겉으론 주민들의 자율의사에 맡긴다면서 속으로 반대한 것이 일을 그르치게 했다.이 같이 지역이 험하게 돌아가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이렇게 돼서는 안된다고 외친 사람이 없다. 지역에 진정한 원로가 없기 때문이다. 자칭 원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너무 지역에서 원로 대접을 안해 준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지역이 힘들때는 네탓공방 보다는 어른들이 팔을 걷어 붙히고 나서서 지역을 바르게 인도해야 맞다. 그렇지 않으면 전북은 백년하청격이 될 수 있다. 그간 지역 리더들이 누굴 위해 종을 울렸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혹시 지사나 시장 군수 쪽에 빌 붙어 자신의 안위만 구가해왔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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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6.19 23:02

보훈행사와 기관단체장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한국전쟁 참전국들은 6.25전쟁이 마치 자기 나라의 전쟁이었던 것처럼 자료를 전쟁박물관에 소중히 전시해 놓고 있다. 치열했던 전투와 전우들의 장렬한 죽음을 엄숙하게 추모하며 기린다. 참전용사 가족들도 남편과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희생된 유공자의 명예와 가치를 존중하기로는 미국이 단연 으뜸이다. 물질적 보상도 크고 유해도 끝까지 추적한다.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220여 구의 유해를 1996년부터 북한에서 발굴해 냈다. 실종 미군은 약 8000여 명, 이중 5500여 명이 북한에서 실종됐다.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다. 1963년 처음으로 원호주간이 설정됐다가 1974년부터는 원호의 달로, 1989년부터는 호국보훈의 달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그런데 작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25전쟁 연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60.9%에 불과했다. 더구나 10대와 20대는 60%가 언제 발발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충일을 모르는 초등학생이 수두룩하고,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난 날로 응답하는 학생도 있었다.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의 무관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 많이 몰리는 행사장만 좇다 보니 호국보훈 행사는 외면 당한다. 지원에도 난색을 표하기 일쑤다. 그들의 가치판단의 가벼움은 보훈가족들을 화나게 하고, 누구를 위한 희생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국가유공자들이 원하는 건 희생과 공훈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김명한 전주보훈지청장의 설명이다. 그들의 참뜻을 알면 유공자들이 행사에 불참한 기관 단체장들을 욕해 대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도내에는 독립유공, 광복, 상이군경, 전물군경유족, 전몰군경미망인, 무공수훈자, 재향군인, 고엽제전우, 월남전참전자, 5.18구속부상자, 특수임무수행자 등의 보훈단체들이 있다. 이들의 국가유공자 가족은 200만 명, 전북은 12만 명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홀대하는 기관 단체장들에겐 연대해 힘을 과시할 필요도 있다. 6월 한달만이라도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훈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6.18 23:02

국보가 사라진 경기전

반대해온 정책이 실현되고 있을 때 이 관련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때로 옹졸해 보이기도 한다. 괜한 트집 잡기로 여겨질 수 있다. 경기전 유료화를 반대한 입장에서 경기전 문제를 거듭 지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껄끄러운 일이다. 잘코사니! 잘못을 오히려 반기며 조롱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경기전에 국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물 제 931호만 있고 국보 제 317호는 없다. 적어도 진전(眞殿) 앞의 공식 안내판에서는 그렇다. 경기전에서 가장 비중 있는 표지판에 정작 가장 중요한 내용이 왜곡된 채 그 수많은 관람객들을 맞이한 것이다.2012년 6월 29일, 태조어진의 국보 승격을 함께 반기고 축하해온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허통한 일이다.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고 관람문화를 성숙시키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며 유료 입장을 시행한지 1년이 넘었는데 무슨 일이 급해 이거 하나 챙기지 못했단 말인가? 무엇을 위한 유료화인가? 돈만 챙겼나?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있어도 한참 있을 일인데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유료화나 국보승격 1주년을 기념하는 취재를 하면서도 밝혀질 수 있고 이를 기념하는 자체 준비과정에서도 드러날 수 있는 일이다. 하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일은 그 잘못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법. 여러 사람의 교정을 거치고도 교정되지 않는 게 바로 너무 중요하여 누구나 그럴 리 없다며 지나치기 마련인 당연사실 아니던가?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경기전은 전주 자존심의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이 왜곡된 채 전주정신을 운위할 수도 없다. 국보승격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세밀 점검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진전에 전시되어 있는 어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안내도 함께 주문하고 싶다. 현재로는 그것을 진본으로 여길 개연성이 높다. 그 앞에 사진촬영 금지 표지까지 있으니 안내자 없이 관람할 경우 이를 진본으로 여기며 국보를 왜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할까 의아해하며 돌아서기 십상이다. 어진박물관까지 꼼꼼히 살피면 해결될 일이겠지만 많은 관람객이 진전과 전주사고만 돌아보고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번을 계기로 경기전의 격과 국보 태조어진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종합관리운영체제가 확실하게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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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17 23:02

송수남의 귀향과 이별

전주한옥마을에 남천 송수남 선생(1938~2013)이 자리를 잡은 것은 3년 전 이다. 선생은 제자나 지인들과 한옥마을의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찾아다니셨다. 한옥마을 골목길과 카페에서 선생을 뵙게 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해보였지만 언제나 만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공간과 사물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 그 즈음 선생의 기운이 한옥마을에 담아지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노작가의 귀향은 그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전주한옥마을은 선생과 인연이 깊다. 한옥마을이 있는 교동은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봄이면 봄대로 꽃이 있었고, 가을이면 낙엽이 세상을 뒤덮었던'한옥마을에서 선생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그림의 바탕에 한국적 정신이 숨 쉬고 있는 것도 어린 시절과 그 공간이 자리 잡고 있는 덕분이라고 선생은 늘 말했었다.선생의 원래 호는 '완산(完山)'이다. 물론 '완산칠봉'에서 따온 것이다. 후에 바꾸어 사용한 '남천(南天)-남쪽 하늘' 역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으니 고향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의 50여년 화력은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놓은 수묵화운동에 놓여있다. 선생은 전통수묵의 장점을 일깨워 한국적 수묵의 현대화를 이어낸 1970~80년대 수묵화운동을 이끌었다. 한국적 정신을 표출하는 형식적 기반으로 수묵을 주목한 선생의 열정은 한국 화단은 물론 세계 화단에까지 가 닿았다. 그들은 수묵의 가능성에 환호했으며 '한국적 표현'의 의미에 감동했다. 수묵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한국화의 현대화 작업이 힘을 얻은 바탕에도 선생이 주도한 수묵운동이 있었다. 대학교수를 정념퇴임하고 나서는 화폭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통산수로부터 수묵운동의 세계를 열었던 실험정신의 새로운 도발이었다. 간결하고 절제된 수묵의 아름다움이 놓였던 자리에 화려한 채색의 꽃그림이 놓여졌다. 추상 기법에 원색의 온갖 꽃들로 가득찬 그 꽃밭에서 선생은 다시 10여년을 보냈다. 귀향 이듬해, 선생은 그 꽃밭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작업실에 후배 제자들을 불러들였으며 근처에 살고 있는 후배예술인들과의 교유를 즐겼다. 한옥마을 안 미술관 건립도 초석을 놓았다. 지난 8일 선생이 영면하셨다. 급성 폐렴이 원인이라 한다. 그래서 더 죄스럽다. 갑작스러운 부음 뒤에 황망한 흔적이 너무 많다. 노작가의 열정을 미처 받들지 못한 자책의 소리가 들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6.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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