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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의 몇몇 기초단체장들이 수사선 상에 올라 있다. 역대 임실군수 3명이 내리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는 데다 강완묵 전 임실군수도 최근 중도하차한 뒤 끝이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지역주민들로선 안타깝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확정판결 전까지는 아무리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지만 흠집은 이미 나 있다. 행정 권위나 단체장에 대한 시선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지역 이미지에 대한 타격도 크다. 이래저래 지역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독일의 정치철학자인 막스 베버(18641920)는 정치인의 자질로 열정과 균형감각, 책임감을 들고 있다('직업으로서의 정치')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고 정치활동에도 투신했던 그가 이 세가지를 정치인의 기본 덕목으로 꼽은 것은 역설적으로 당시 정치 사회상황이 이 자질을 필요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북의 단체장을 이에 빗댄다면 도덕성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민선 단체장은 거의 제왕적이다. 인사, 예산, 사업, 감사, 계약업무를 총괄하는 사령관이다. 부하직원들이나 이권에 관련 있는 사람들은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면종복배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단체장은 자신을 객관화할 겨를이 없다. 비판하는 사람을 멀리 하고 아예 비판적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듣기 좋은 얘기를 골라 하는 사람만 가까이 한다. 사고와 가치의 동종교배다. 결국 열성인자들에 둘러싸여 귀가 닫히고 눈이 멀고 만다. 이쯤 되면 갈 곳이라고는 낭떠러지 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의 자질과 리더십이 관심이다. 전국 최하위권인 전북처럼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뭔가를 '변혁시킨다(transform)'는 말은 단순히 바꾼다(change)는 개념이 아니라 마차공장이 자동차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형식이나 내적 특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가치와 비전에 호소하며 조직의 의식을 한단계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리더십이다. 지난 40여년간 전북은 근본적 변화 없이 덧칠만 해왔다. 변혁적 리더십을 가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리드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올해 소리축제가 아리랑으로 서막을 장식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소리로서의 아리랑을 다양한 변주와 목소리를 통해 대규모 콘서트' 형태로 선을 보였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기획되었단다. 총연출을 맡은 프로그래머가 오랜 고심 끝에 내놓는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당일 관객들의 반응도 꽤 뜨거웠다.그런데 기분이 영 찜찜하다. '아리 아리랑 소리 소리랑'을 내세웠는데 정작 아리랑을 느낄 수 없었다. 아리랑이 후렴구로는 들렸지만 그 고유의 한과 신명은 전해지지 않았다. 소리도 고함만 들렸을 뿐 우리 소리가 주는 아기자기한 흥과 맛은 귀를 씻고 들어도 느낄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객석 의자까지 뒤흔드는 드럼의 강한 북울림만이 엉덩이를 통해 전해졌을 뿐이다.세계적인 여성 보컬리스트들을 모았다며 사회자는 흥분을 했지만 정작 뛰어난 가창력만 선보였을 뿐 이 무대의 기획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좀 더 삐딱하게 들으면 우리의 목소리 음악이 다른 나라의 것들에 비해 얼마나 열등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무대라고 야유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정가 명인까지 막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다! 기왕 목소리음악을 모으려 했으면 우리 판소리나 아리랑과 견줄 수 있는, 민족음악적 요소가 어느 정도는 남아있는, 음악의 연주자들을 초청했어야 했다. 뮤지컬이나 팜 가수가 아니라. 노래도 아리랑의 주제나 분위기와 비교할 수 있는 것들로 했어야 했고. 우리에게는 다양한 아리랑이 있다. 그러나 상주아리랑만 그나마 그 원형을 이해할 수 있게, 하지만 매우 초라한 형태로, 제시되었을 뿐 다른 것들은 무엇인지도 모르게 편곡(왜곡 혹은 해체?)되어, 그것마저 북소리에 묻혀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무대연출의 소박함(무대 변환이 거의 없고 출연자들이 전원 함께 올라가 물 마시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가끔씩 박수를 치며!)이나 사회자의 감탄사와 미사여구에 사로잡힌 요령부득을 탓할 여유가 없다. 프로그래머나 집행위원장이 한 작품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이제는 번거롭다. 이 지역 연주단들의 소외문제도 그렇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철학과 정체성을 통해 우리 소리의 멋과 맛을 되새길 수 있다면, 그 진정성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용납할 수 있다.여느 공연기획사도 선뵐 수 있는 무대가 소리축제를 대표하는 개막작이라니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2009년, 300만 명 관객을 울게 하고 웃게 했던 독립영화가 있다. 뒤를 이어 몇 편의 독립영화들이 분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객 300만 명이란 숫자는 독립영화 영역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 이야기다.'워낭'은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혹은 말이나 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를 이른다. 영화는 강화도 봉화에 사는 팔순 노인부부와 그들이 30년 부려온 소의 일상을 그렸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러나 이 소의 나이는 마흔 살이나 된다. 할아버지에게 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자 농사를 지어주는 일꾼이고 오가는 길의 자가용이다. 할아버지는 그런 소를 위해 불편한 다리로 날마다 소먹일 풀을 베기 위해 산을 오르고,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도 치지 않는다. 다른 소리는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청력이 약해졌지만 아무리 작게 울려도 소의 워낭소리만은 알아듣는 할아버지와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없는데도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아무리 무거운 나뭇짐이라도 지고 일어서는 소. 그러나 끝내 수명을 다한 소를 보내며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고맙다 고맙다 참말로 고맙다. 좋은 곳으로 가그레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그레이. 이때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데이."내레이션도 없이 노인부부와 소의 일상을 통해 눈물겨운 감동을 전하는 이 영화에 열광한 관객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의 흥행과 100만 관객 돌파 영화 가운데 최소 제작비(2억 원), 최고수익률(4500%) 등의 꿈같은 기록을 헌사했다. 덕분에 그 흔한 스타도 없고, 메이저 제작사나 배급사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워낭소리〉는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선례가 되었다. 물론 호사다마라고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실제주인공인 부부를 보도하고 여기에 관객들의 호기심까지 더해지면서 주인공들의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촬영지의 관광상품화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1일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가 별세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아 1년여간 투병생활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애도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온갖 통신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고 있는 시대, 그러나 정작 진정한 소통은 단절되어 가는 시대에 〈워낭소리〉가 준 울림이 그만큼 컸던 모양이다. 영화 〈워낭소리〉를 다시 보고 싶다.
지난 1일 부산시 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쪽방에서 67세 할머니가 백골화 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년 째 월세가 밀리자 집주인이 경찰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가 발견한 것이다. 경찰은 할머니의 시신이 이미 백골 상태인 것으로 보아 5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할머니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옷을 9겹이나 껴입은 것도 모자라 모자와 목장갑까지 낀 채 발견됐다. 할머니는 겨울철에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추위에 떨다 숨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건은 적지 않다. 20년 전 신입 기자 시절이다. 한 통의 전화에 편집국이 잠시 소란스러웠고, 기자들이 서둘러 도착한 곳은 전주시 효자동의 한 주공아파트였다. 혼자 살고 있던 할머니가 사망한지 몇 일만에 발견된 현장이었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자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창문을 뜯고 내부를 확인한 결과, 할머니가 안방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시신은 부패해 가고 있었다. 겨울철이었다면 발견이 늦어졌을 것이다. 가족이 곁에 있었다면 할머니의 운명은 어땠을까. 아마 응급처치 후 살아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 부쩍 많아지면서 이 같은 사건이 적지 않은 것은 현대인들의 이기주의, 부도덕한 가치관 탓이다. 전통적 가족 체계가 무너져 핵가족사회가 되면서 독거노인세대가 급증해 빚어지고 있는 비극이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북인구 180만3230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31만6303명으로 전체의 1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대주가 65세 이상인 노인가구의 비중은 28.4%에 달했다. 노인세대는 생활능력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고령 기초생활수급자가 전체 수급자의 26%나 된다. 이들 노인들 중 상당수는 거리로 나서 폐지를 줍고, 돈을 아끼기 위해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산다. 지난 2일 열일곱번째를 맞은 노인의 날의 현주소다. 노인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오는 2020년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점 때문이다. 핵가족화, 경제난,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가족조차도 돌보지 않는 분위기가 현대인의 위기다. 방법은 있다. 자녀들이 고향 부모에게 안부전화 자주 하고, 이웃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의 벽을 허물고, 홀로사는 노인의 고독사를 막는 것은 인간적 관심 뿐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전북의 앞날이 암울하다. 모든 부문에서 꼴찌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이 주축을 이뤘던 70년대만 해도 교육부문은 그나마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간 도민들은 지역발전의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나름대로 힘도 모아봤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나오는 결과는 허탈 그 자체였다. 자연히 정권에 대한 불신과 관에 대한 원망만 커졌다. 해도 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 의식만 생겨났다. 여론주도층도 비판만 가할 뿐 행동하는 양심은 보이지 않았다.상당수 도민들은 실패의 연속이 되다보니까 지금 와서는 무력증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사업해서 돈좀 벌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수도권이나 타지로 뜨려고 한다. 생각지도 않게 뜯기는 돈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전주는 인구가 적어 익명성도 보장 안 된다. 사업하기가 참 어려운 곳이다. 전주는 맞벌이 공무원 가족들이나 살기 좋은 도시다. 자연환경이 그런대로 잘 보존돼 있고 대부분 한시간권안에 골프장등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지역발전이 갈수록 침체돼 가지만 그 누구 하나 전북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고함치는 사람조차 없다. 문제는 오늘 같은 상황이 잘못하면 다음 세대로까지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짙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 이어 현 정권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전북은 더 죽을 맛이다. 수도권이 충청권까지 확대되면서 전북은 기업 유치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좋은 기업이 유치 안 되면 2세들이 객지로 떠나가야 하기 때문이다.국회의원들을 대거 물갈이 시켰지만 아직껏 밥값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더 주민들을 실망시킨다. 임실군수는 모두가 사법 처리돼 낙마했고 부안은 재판중이고 진안 장수 순창 고창군수가 사법처리 수순을 기다리거나 조사 중이다. 이쯤 되면 성한 자치단체가 없을 정도다. 가난한 동네에서 단체장들이 줄줄이 엮여 있는 것은 부끄럽고 창피할 노릇이다.전북이 무력증이란 중증에 걸려 있어도 치유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 쪽으로 참여할 멤버들이 속속 드러나지만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도민들이 어떻게 전북을 낙후의 늪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말 따로 행동 따로 이중적으로 놀면 지역이 더 어려워진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정치인은 어디에서나 똑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준다고 약속한다" 비록 빌 공(空) 자 공약일지라도 유권자의 환심을 살 공약을 늘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정치인들의 속성을 비수처럼 찌른 말이다. 김제 죽산의 원평천 하류 콘크리트 교각은 공약(空約)의 상징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장경순씨가 1960년대 말 총선 때 김제∼부안간 산업철도를 건설하겠다며 내건 공약이다. 교각까지는 설치됐지만 선거가 끝난 뒤엔 결국 경제성 문제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처럼 공약(空約)으로 끝난 공약들은 부지기수다. 공약을 뿌려대야만 직성이 풀리는 정치인의 타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선거철이면 온갖 공약들이 난무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월 2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토론에서 재원문제가 불거지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엊그제는 "어려운 재정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했다. 공약 후퇴논란이 일자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 죄송한 마음"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지역공약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전북의 현안 7개 사업을 공약했다. △새만금 △식품클러스터 △고도 르네상스 조성사업은 추진하지만 △미생물융·복합과학기술단지 △지리산·덕유산권 힐링 거점 △동부내륙권 국도 건설 △부창대교(부안∼고창) 등 4개 사업은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 내년 예산을 단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주민 관심이 많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은 4년전 많은 공약들을 쏟아냈다. 공약대로라면 지역마다 유토피아가 건설될 것이다. 하지만 빌 공자 공약이 더 많다. 공약은 검증이 핵심이다. 지금부터라도 검증해야 한다. 목표와 이행 가능성, 기한, 타당성, 예산확보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이라야 제대로 된 공약이다. 그럴 때 실천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공약을 이행치 않았을 때 제어장치가 없다는 데에 있다. 사과 한마디로 끝나고 만다. 응석 떨기의 사과만 해도 책임이 모면되고 만다. 유권자를 공개적으로 사기치는 행위인 데도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다면 이 역시 큰 문제다. 공약 불이행시 사기혐의를 씌우는 방안이라도 강구해야 할 모양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많은 기업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현대 사회는 과학문명이 극도로 발전해 각 분야마다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시민운동도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때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던 '전문성 타령'이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경제적 효용성,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분업을 강조하게 되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러하듯 전문성도 순기능 못지않게 심각한 역기능을 안고 있다. 우선 편협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관심대상을 한정시킬 수밖에 없다. 시간과 역량의 한계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다. 문제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만 집착하면서도 여기에서 얻은 편향적 입장이 '전문가의 이름으로' 고수되며 그 권위로 사회의 주요정책에까지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능주의에 함몰하기 쉽다는 것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전문적 기능 수행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켜버린다. 전체의 조화나 균형은 '보이지 않는 손'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은 도덕 무풍지대에 안주하는 것이다. 4대강, 새만금, 원자력발전소 문제들은 바로 이런 기능주의 전문가들의 편협함이 빚어낸 재앙들이다. 그것이 가져다 줄 산업적 이득만 계산했지 그것들이 영원히 확대재생산해낼 생태환경의 부작용까지는 보지 못한 것이다. 편리와 돈이라는 부분을 취하려다 삶의 질은 물론 그 기본적 생존조건까지 통째로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분업을 기본조건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자본 세상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일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갇혀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전문가라면 그 역기능까지를 감안한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은 수단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교양과 도덕심의 문제이다. 군자불기(君子不器)는 그래서 나온 말이다. 요즘 들어 인문학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평생교육 차원에서는 중요시 되면서도 중등학교나 대학의 정규교육과정은 여전히 일인일기(一人一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학은 기업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규격화된 기능인을 양성하라는 윽박지름에 숨 돌이킬 틈이 없다. 많은 교양교육과목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내기마을'. 이름도 예쁜 이 마을에 요즈음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좋은 일로 이름을 알리면 반가울 일이지만, 암환자가 집단 발병하는 마을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내기마을은 현재 주민등록상 거주자 52명, 실제 거주자 43명인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이 얼마 안 되는 주민들 중 2009년부터 폐암 식도암 방광암 판명을 받은 암환자가 12명이나 된다. 그 연유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이런 저런 추측들이 난무한다. 마을의 바탕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움이 더 커진다. 섬진강 유역에서는 가장 넓은 들판을 안고 남향으로 앉은 내기마을은 예부터 터가 좋기로 소문났다. 중종 때 춘추관기사관홍문관박사구례현감성균관학관봉상시판관을 지낸 안처순이 이 곳 출신이다. 마을에 있는 '영사정'이 그를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다. 안처순은 조광조가 이끈 '사림파'에 가담했으며 왕에게 향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근사록》을 간행하여 보급했던 인물이다. 6.25때는 지리산 자락이 눈에 보이는 거리에 있는 마을인데도 전사자 한명 나지 않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물론 좋은 터에 마을을 세운 덕이라고 여겨왔다. 내기마을은 주변의 넓은 농토와 섬진강을 배경으로 다양한 유적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가야계의 대표적 묘제인 수혈식 석곽묘와 백제계의 횡혈식 석실분이 공존하는 고분군도 그렇거니와 인근 산성과 유물 산포지의 특성이 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사실 남원은 내기마을 뿐 아니라 유적 분포의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실에 귀 기울이고 돋아보게 할 만한 지역의 노력이나 활동은 미진하다. 그 단적인 예가 내기마을이다. 이 마을 주변에는 아스콘공장이며 채석장, 한국전력의 대규모 변전소와 고압 송전탑까지 온갖 시설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있다. 참으로 특별한 예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유해요소를 방출하는, 주의가 필요한 시설들이다. 이 시설들이 내기마을의 암환자 집단 발병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지난 23일, 마을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기준치의 최고 26배에 이르는 양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곧 정밀역학조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뒷북치는 행정이 한심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원인규명에 나서 하루라도 빨리 마을의 상처가 치유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인기 영화 '관상'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 무렵을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과 충신 김종서 등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역사적 사건에 대중들의 흥미거리이기도 한 '관상'을 덧칠, 영화적 재미를 더한 영화다. 도입부와 말단부에 나오는 늙은이는 수양대군의 책략가 한명회다. 영화는 한명회를 한동안 베일 속에 감춰둠으로써(물론 대부분의 관객은 알고 있지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입부에서 한명회는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최후를 맞을 땐 "그 관상가의 말이 틀렸어. 내가 어리석었어. 미신이었어"하며 편안히 눈을 감는다. 하지만 세조와 예종, 성종까지 세 임금을 모시며 왕에 버금가는 절대 권세를 누리고 천수를 다한 한명회는 훗날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된다. 산 한명회의 목은 온전했지만 죽은 한명회의 목은 잘렸으니, 결국 관상가의 말이 맞은 셈이다. 영화 '관상'은 세조가 된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최후를 자막 처리하면서 '불의는 결국 심판 받는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아울러 김내관이 뛰어난 관상가였음을 내비친다. 한명회는 칠삭둥이로 태어나 체격이 왜소했지만 머리가 비상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부모를 일찍 여의었던 그는 소년시절이 불우했다고 한다. 38세이던 1452년에야 겨우 말단 자리를 얻었다. 수양대군을 먼저 찾아간 한명회는 수양의 머리가 돼 1453년 계유정난과 1456년 사육신 주살을 주도했다. 그 덕분에 도승지로서 세조를 가장 가깝게 보필했고, 1466년에는 영의정에 올랐다. 세조가 1468년 집권 15년 만에 51세로 단명했지만, 한명회는 예종과 성종의 장인으로서 권력을 이어가는 등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다 1487년 72세의 나이에 죽었다.인간은 근본적으로 공격성과 욕망이 강한 존재다. 자신의 욕망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공격성을 키운다. 한명회는 자신의 불우하고 나약했던 젊은 시절을 만회하기 위해 수양대군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했을지 모른다. 수양과 한명회의 욕망이 결합, 공격성도 강해졌다. 대개 권력가들은 그 정점에 있는 자들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은 이제 그 진위 여부보다 정치권력의 음모 존재 여부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 '관상'은 세상 사람들에게 '한명회 그림자'를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것 같다. 김재호 논설위원
긴 추석 연휴로 강운태 광주시장의 망언이 잠잠해졌지만 믿었던 사람한테 발등 찍힌 것 같아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광주 전남은 역사적으로 전주에 있는 전라관찰사의 지배하에 있었다. 전주감영은 제주도까지 관할구역이었다. 지금껏 전북 도민들은 광주 전남사람들을 친형제처럼 살갑게 대해왔다. 1988년 이후에는 DJ를 기필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망 때문에 정치적으로 공동 보조를 취했던 것. 그 결과 1997년에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평적 정권교체를 가져오게 했다.도민들은 DJ가 정권 잡으면 세상이 확 바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건 순진무구한 생각이었다. 노무현 때도 같았다. 지난 91년 착공한 새만금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DJ와 노무현정권 때 전남 실세 국회의원들이 뒷전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발목 잡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북이 뒤처진 원인은 그 당시 전북 정치인들이 전남 실세들의 방해공작을 막지 못한 탓이 컸다.강시장의 망언은 그냥 나온게 아니다. 이미 수차례 광주 군공항 이전을 국방부장관과 협의해 왔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광주 전남 사람들은 자기네 이익이 걸리면 전북은 안중에도 없다. 그 같은 사람들을 형제처럼 여겨온 게 원망스럽다. DJ가 대통령 된 것은 도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광주 군공항을 군산미군공항으로 합치자고 제안했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이제 도민들은 광주 전남사람들의 속내가 드러났기 때문에 우리도 자력갱생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간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 전북을 한두번 애먹인게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제 도민들은 강원 충청인의 실용주의 노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광주 전남과 정서적으로 묶여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이 광주 전남과 정서를 공유하는 한 전북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다.8개월 앞으로 다가선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전북 국회의원 같은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아선 안된다. 그렇게 강시장 한테 무시당하고도 멍청스럽게 앉아 있는 꼴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성명서 한줄이나 기사 멘트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당장 민주당 일변도의 정치지형을 경쟁구도로 바꿔 놓아야 된다. 그래야 험한 꼴 안보고 살 수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추석 연휴 민심은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다. 경제가 어렵고 먹고 살기 바쁜데 여야 정치권은 대립각만 세우고 있으니 좋은 반응이 나올 리 없다. "서민 삶 팍팍한데 정치권은 싸움만"(전북일보) "먹고 살기 팍팍…싸움만 하니 폭폭"(전북도민일보) "민생에 관심은 있나, 쓴소리 봇물"(전라일보) "정치권 똑바로 하라 분발 촉구"(새전북신문) 등 전북일보를 비롯한 도내 지역신문의 정치기사 제목들이 성난 민심을 전하고 있다.정치 기사들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지방선거 영향력 주목-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 촉각' '민주, 안풍(安風) 미풍에 그칠 것' '내년 지선(地選) 올인 안철수, 도내 정치 세력화 박차-새인물 찾기 어려움 호소' '도내 고위 공무원 지방선거 출마 러시' 등의 기사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포인트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일 것이다. 공천 문제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폐지를 결정했지만, 새누리당 쪽의 저항이 심해 간단치 않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의 공천 폐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당 소속 의원 반발도 심하다. 결국 공약을 내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될 것 같다. 신의가 박 대통령의 장점이라지만 이행을 하지 않으려는 공약이 하도 많으니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대선 이후 쭉 호남 지지율이 높은 '안철수 신당'은 여전히 지지율 수위를 달리고 있다. '리서치뷰' 여론조사(본지 23일자 3면)에서 정당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안철수 신당(40.4%)을 가장 먼저 꼽았고 민주당(22.4%), 새누리당(7.8%), 정의당(3.4%), 통합진보당(3.3%) 순으로 응답했다. 전국적으로는 새누리당 36.8%, 안철수 신당 24.8%, 민주당 13.5%였다. 안철수 신당이 저변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을 쳐다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당 조직이 없는 고위공직자들이 특히 그렇다.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 안철수 의원은 "가치를 공유할 인재영입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럴려면 찾아오는 사람만으로는 안된다. 인물을 찾아서 '모셔야' 한다. 이것이 을(乙)의 자세고 다른 정당과 차별화하는 길이다. 헌데 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긴 기다림에 짧은 만남. 긴 한숨에 잠깐 동안의 웃음. 다시 끝 모를 이별, 한숨, 그리고 이어질 숨죽인 한스런 울음! 턱없이 아쉽지만 이런 장면이라도 기대하고 있었다. 광복 55주년을 기해서야 겨우 시작한 남북이산가족 상봉. 그동안 별별 핑계를 대며 중단하고 취소하고 연기하고 별짓을 다하다가 어렵게 다시 마련된 자리, 진정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려는 간절함을 조마조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민족 최대명절 직전의 날벼락!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 땅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는 것일까? 이념이 무엇이고 체제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애타는 가슴에 못질을 해대는 것일까? 그들의 '벼랑 끝 작전'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거대한 국가 예산을 물 쓰듯 하면서 초법적 사찰도 마다하지 않는 막강 정보력의 국정원이 이를 전혀 예축하지 못했다는 점. 우리의 소중한 권리까지도 유보한 채 키워온 괴물 기구가 있는데도 우리는 왜 예측불허의 날벼락을 수시로 맞아야 하는 걸까? 이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북측의 동향을 살피고 있지 않았단 말인가? 그들의 속성을 알면서도 손 놓고 있었단 말인가?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판국에 또 무슨 해찰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북한의 이런 "반인륜적" 변심을? 그래야 대북 경계심을 더 조장할 수 있고 국정원 존립의 당위성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테니까. 조짐이 없지 않았다. 살얼음 위를 걷는 마음으로 조신해야할 판국에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층인사들은 북을 자극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종북세력'을 발본색원 하겠다는 매카시즘의 칼날은 유신군사독재시절을 주눅 들게 할 정도다.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고려하지 않고 철지난 이념타령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몰린다고 이런 가락에 장단 맞춰주고 싶었을까?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했다. 소인배들이나 남의 탓 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제대로 된 외교라면 상대의 반응이나 전략까지 헤아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산가족상봉이 "인륜적"이라며 더 서둘렀어야 했고 기왕 합의를 했다면 더 성심을 쏟았어야 했다. 명절 끝 '직녀에게'나 흥얼거려야 하는 우리 꼴이 참 처량하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 길/…현철이 아버지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을 되짚어 걸어간 길/ 순한 바람 되어 헉헉 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움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민족작가회의 창립 회원인 윤중호 시인의 시 '고향길'이다. 자신도 몰랐던 지병으로 48세에 세상을 떠난 시인은 늘 그리던 고향의 정경과 정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했다. 꺼져가던 고향은 시인이 남겨놓은 시들 때문에 환하게 되살아난다. "왜정 때 부역질로 만들었다는 신작로 따라/ 고향을 떠나왔다/ 그 뒤로도 자꾸 신작로가 자라서/…칡넝쿨처럼 타고 넘더니/ 아는 얼굴들 모두 신작로 따라 대처로 떠나고/ 이제 내가 아는 얼굴 되어, 신작로 끝/ 빈집, 불 밝혀야 하나"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한 켠을 지키고 있는 건 농촌의 고향이다. 농촌은 곧 사라져버릴 것처럼 안타깝고 쓸쓸하다. 고령 인구에다 문패만 남겨진 주인 없는 빈집들, 오가는 사람 없이 정적만 흐르는 마을, 석면 투성이의 슬레이트 지붕들…. 농촌은 이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게으른 울음 우는 곳이 아니다.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라며 시인 정지용이 그리던 옛 고향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변한 지 오래다. 그럴 망정 고향은 누구나의 가슴에 살아 있다. 사랑하는 부모형제, 옛 친구들 그리고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다. 고향은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든 가슴 설레는 게 고향길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대여섯시간씩 길 위에서 시달려야 하는 고행길이라지만 고향길은 설레이고 즐거운 여정이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명절은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 향수란 내가 자라고 살았던 공간적 고향과 내가 살아오고 경험했던 시간적 고향에 대한 본능적 그리움이다. 다 떠난 농촌, 노인만 남아 있는 마을. 왜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분하다. 꿈엔들 잊힐 리 없는 옛 고향을 사람 냄새 나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의 삶에서 정말 소중하게 지키고 아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추석 고향길이었으면 좋겠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인간의 사랑을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 사랑 가득 차면 행여 남에게 넘칠까/ 다만 두려운 마음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어요." "인간의 봄날은 짧았습니다"로 시작되는 월궁미인 항아(姮娥, 혹은 嫦娥)의 눈물어린 탄식 한 부분이다.그녀에 관한 전설은 중국 중추절(仲秋節)의 기원과 맞닿아 있다. 그녀의 남편은 백발백중의 신궁(神弓).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나타나 재앙이 심각해지자 그는 그 중 아홉을 활로 쏘아 떨어뜨린다. 그 공로로 그는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로초(不老草)를 얻는다. 이 약을 먹으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부인을 차마 버릴 수 없어 먹지 못하고 그녀에게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한 불한당에게 이 귀한 약을 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한 입에 이 약을 털어 넣고 마는데. 그러자 몸이 둥둥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한다. 남편이 마음에 걸린 항아는 인간세상과 가장 가까운 달에 가까스로 올라 선녀가 된다.집에 돌아온 남편은 부인이 사라진 것을 알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밤길을 찾아 나선다. 그날따라 달이 유난히 밝았다. 그 달 안에 언뜻 항아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도 했다. 그리운 마음에 향을 피우고 그녀가 즐겨하던 음식을 그득 장만하여 제사를 지냈다. 그렇게 하여 중추절 제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해맑은 달을 대하며 어두운 생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교(皎皎)한 달을 바라보며 칙칙한 음모를 꾸미는 일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달을 자주 대하다 보면 "차고 이우는 달을 닮아/ 채움과 비움이 자유자재한 영혼으로/ 사는"(고진하 시) 그런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된다. 그 교교함을 거울삼아 자신들 삶을 잠시나마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중추가절의 참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이른 새벽 홀로 앉아 향을 사르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경전을 펼치지 않아도 좋다." 해안(海眼)스님이 권하는 '멋을 아는 사람'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멋을 아는 아름다운 삶에 달 바라보기는 필수항목이다.달빛이 특히 좋은 계절, 밝고 커다란 한가위 보름달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도 살필 줄 아는, 풍요로운 사랑의 마음 되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금 명인 원장현의 '항아의 노래' 연주가 멋들어진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듣기로는 언론사가 주관하는 강좌 프로그램에서도 '귀농 귀촌'강좌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귀농 귀촌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 덕분인지 우리의 농촌마을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된다. 사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린 농촌의 황폐한 현실은 우리 것만이 아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현실이고 과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을살리기'가 이러한 현실을 증명한다. 마을살리기가 화두가 된 요즈음,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을 살려낸 성공사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도 그 대표적 예다. 책마을은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모여 있는 마을을 이른다. 유럽에는 현재 알려진 곳 만해도 20곳이 넘는 책마을이 있다. 대부분이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킨 구심점이자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성공한 예다. 미술평론가 정진국이 1년 동안 유럽의 책마을 돌아보고 쓴 여행기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에 소개된 책마을 24곳. 이 마을들을 들여다보면 책과 농촌 문화의 가치를 잘 결합시켜 새로운 문화로 진화시킨 지혜가 그저 부럽다. 더구나 1962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책마을을 선언했던 영국 웨일스의 〈헤이온 와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1990년대부터 조성된 마을이다. 불과 10-20년이란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통마을이 붕괴된 이후 빠른 속도로 쇠락의 길을 가야했던 농촌이 이처럼 또 짧은 시간에 부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스위스 발레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는 1993년, 책마을을 출범시켰다. 상설서점만 13개인데, 대부분이 지역출신이 운영한다. 책마을 아이디어는 마을의 700주년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마을에 활기를 넣자는 취지였다. 주민들은 이 제안에 공감하고 책과 고향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책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은 여름이면 축제를 벌인다. 작가를 초청해 강연과 낭송회, 사인회를 개최하고 전시회와 영화상영, 책 제본 시연과 같은 책과 관련된 행사를 더하는데 축제기간동안에만도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지역에서도 '책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의 책마을과 형태는 다르지만 지향은 같다. 고창 해리면 나성리 월봉마을의 폐교된 나성초등학교가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처럼 보이지만 그 도전만으로도 반갑다.
인간은 먼 옛날부터 말과 수레, 배를 만들어 공간 이동을 해 왔다. 사람은 물론 물자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을 닦아 역을 운영하며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말을 관리했다. 하천과 바닷가에는 나루터를 운영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에 이어 내연기관이 발명되고, 이것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기차, 배, 비행기가 속속 만들어지면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단순한 이동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생산력이 크게 증가했고, 그 기술력은 전쟁의 승패도 갈랐다. 동력 관련 기술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워싱턴 공항, 또는 그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데 11시간 정도면 되기 때문이다. 말이나 돛단배를 타고 여행하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1969년 대한항공이 창립된 후 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여객기와 전투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지만, 최근 국산 초음속기를 수출할 정도가 됐다. 지난 10일 경남 사천 공군비행장을 출발, 7시간동안 5600㎞를 비행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항공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i 2대다. 인도네시아와 계약한 물량은 16대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여섯 번째로 초음속 항공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예나 지금이나 빠른 교통·통신은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인이다. 군사전쟁은 물론 경제전쟁에서도 마찬가지고, 생활현장에서도 그렇다. 특히 글로벌 세상에서 국제공항이 없는 지역은 경쟁에서 크게 밀린다. 모든 자치단체가 공항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광주공항을 살리겠다고 광주 군공항을 군산 미군비행장으로 이전시키려는 광주시의 태도는 심각한 집착증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의 마음엔 광주공항 살리기 위해 군산공항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음모만 가득해 보인다. 2007년 무안공항 개항 후 광주공항은 김포·제주노선만 존재하는 국내선 공항으로 전락했다. 그 바람에 예전에 비해 크게 썰렁하다. 무안국제공항도 상해 주4회, 심양 주3회, 마닐라 주2회 운항할 뿐이다. 무안공항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운태 시장은 군산공항을 언급하기 전에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폐합, 공항 경쟁력 제고에나 신경쓸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살리자고 기관 단체장들이 어깨띠 두르고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 자신들 낯내려고 사진 찍어 신문 방송에 기사화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효과도 없는 보여주기식 캠페인은 안 하는 게 낫다. 전통시장 가서 홍어 들춰 올리며 사진 찍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됐지만 볼썽사납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낯 간지러운 짓을 하는가. 그런 것 잘 했다고 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표 먹고 사는 단체장들은 너나 할 것없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유치를 얼마 했다고 호들갑을 떤다. 구속력도 없는 MOU만 체결해 놓고 마치 기업이 유치된 것처럼 자랑이 대단하다. 그간 수없이 체결한 MOU가 얼마나 허당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기업유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어 단체장들이 오라가라해서 되는 게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단체장들이 말하는 그대로는 아니다. 사실 전북의 기업유치 여건이 안좋다. 공항이 없는 등 SOC가 제대로 구축이 안돼 있고 숙련된 기술자 확보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 특히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으로 기업들이 평택 이남으로 내려 나가는 걸 싫어한다. 익산으로 주얼리업체들이 중국에서 U턴해온 것은 예외나 다름 없다. 경기도 안산시 공장부지가 평당 2백만원을 홋가하는데도 그곳에다 공장을 지으려 한다. 그 이유는 땅값 상승에 따라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그간 희망의 땅으로 인식해온 새만금지구에 전북도가 체결한 기업유치 MOU만도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1년 4월27일에 삼성그룹과 체결한 MOU다. 당시 정부가 LH를 경남 진주로 이전키로 결정 해놓고 전북 도민을 달래려고 새만금에 삼성카드를 꺼냈다는 비난섞인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삼성그룹이 2021년부터 204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2단계 예정부지 350만평에 20조원을 투자해서 새만금그린에너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MOU 체결 때 김완주지사와 함께 있었던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삼성측 김순택 미래전략실장 등 주요 인사들은 현직에서 물러났다.지금껏 새만금사업과 관련해서 체결한 MOU가 10%만 제대로 추진됐어도 전북은 성공했다. 단체장들이 치적용으로 체결한 기업유치 MOU가 지금 와서는 폴란드 망명정부 지폐처럼 휴지조각이 돼 날린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죽음의 호수' 시화호가 살아나고 있다. 참게들이 다량 서식하고 철새들의 놀이터가 됐다. 산업시설이 꽉 들어찬 시화공단과 반월공단, 인구 75만 명의 안산시와 45만 명의 시흥시를 끼고 있지만 수질은 문제꺼리가 되지 않는다. 해수 순환과 하수처리시설 보강, 갈대 습지 조성 등 수질개선에 힘 쏟은 결과다. 지금은 수질이 양호한 COD 3.0ppm을 유지하고 있다. 시꺼먼 호수를 깨끗한 수질로 바꾼 과정과 기술, 노력 등이 이젠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죽었던 시화호'를 넘겨받아 재생시킨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견학 오는 전문가 집단과 국내 방문객들을 맞이 하느라 연일 바쁘다. 본사 논설위원들이 시화호 현장을 찾은 지난 6일에도 해외 방문객 등 6팀이 시화조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시화호 수질이 개선된 가장 큰 요인은 해수 순환에 있다. 막았던 방조제를 일부 헐고 그 자리에 조력발전소를 세웠다. 하루에 두번씩 밀물과 썰물 때 발생되는 수위 차(9m)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처음엔 경제성 때문에 주저했지만 발전단가가 높아지면서 이 문제가 해소됐다. 조력발전은 1967년 프랑스가 랑스에 발전소를 세운 것이 처음이지만 지금은 캐나다 중국 등에서 운영 중이다. 시설용량 25만4000kw인 시화조력발전소(수차 10기, 수문 8문)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40만명이 쓸 전기 량이다. 해수 유통량은 하루 1억4700만㎥으로 시화호 용량의 50%에 이른다.시화호는 해수 순환을 통한 수질개선과 친수 및 레포츠 공간, 갈대습지 조성, 송산 그린시티 등 새만금과 닮아 있다. 규모는 새만금이 훨씬 크지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개발환경이 엇비슷하다. K-water가 개발하는 1000만평이 넘는 산업용지는 수도권 서남부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이걸 보면서 수도권이나 해외기업들이 과연 새만금까지 내려 올른지 상념이 많았다. 착공 22년이 지났어도 수질 해결은 고사하고 바닷물도 다 빼내지 못한 새만금 아닌가. 변종만 K-water 전북본부관리처장은 공영개발이 해답이라고 했다. 참여기업간 경쟁과 재원,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이 12일 문을 연다. 직원 모두가 미래형 친환경 복합도시 개발의 상징인 시화호 현장을 견학하길 권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특히,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갔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을 깊이 사랑하거라./ 그것이 혁명가가 지녀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불꽃처럼 살다 간 체 게바라가 자녀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의 한 구절. 또 다른 혁명을 위해 떠나면서도 자녀들에게 감히 혁명을 권하고 있다. 갖은 역경, 심지어는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는 혁명가의 길을! 정의와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함께하는 혁명적인 삶! 가정의 이름으로, 현실을 핑계로 꿈도 이상도 모두 포기해버린 우리들 일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우리는 이런 '다름'을 '틀림'으로 호도하며 자위한다. 심지어는 그런 삶을 모욕한다. 그래야 스스로의 소시민적 옹졸함을 덮을 수 있으니까. 빛고을 '체 게바라 티셔츠' 해프닝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섣부른 이야기는 그를 모욕하기 쉽다. 혁명과 혁명가의 의미를 더럽힐 수 있다. 그 징후는 90년대 후반에 불기 시작한 '게바라 열풍'에서 확인된다. 영웅 없는 시대가 영웅을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그가 일생을 바쳐 저항했던 제국주의 미국의 심장부에서 아무런 반성 없이 그가 추모되고 있는 모습을 영 볼썽사납다. 사르트르가 평한 "우리 세기에서 가장 성숙한 인간"을 존중하는 진정성은 사라지고 그의 외모가 풍기는 '저항의 이미지'만을 취하는 선정적 열기만이 있을 뿐이다. 제임스 딘이나 마이클 조단에 대한 환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이용한 상업주의의 횡행. 심지어 쿠바나 볼리비아 정부조차 이 추모열기를 이용하여 게바라 상품화에 여념이 없다. "그의 이념 따위는 필요 없다.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얼굴만이 관심의 대상일 뿐이다." 검은 베레모에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칼, 덥수룩한 턱수염의 이미지만 남고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억압하게 하는 '그 무엇'에 대해 근본적으로 저항했던" 고독한 혁명가의 격정적인 삶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그냥 검은색이 필요해 입은 티셔츠 가지고 징계를 내세우는 매카시즘 색깔론도 그렇지만 '대중문화의 일부'일 뿐이라며 도망가기에 급급한 '무섬증'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잘못을 얼버무리기 위해 국정원이 조장하는 공안정국에 야당은 물론 모든 언론이 일시에 백기를 들고 휘둘리는 꼴과 닮았다. 정녕 혁명의 시대는 끝났나 보다. 허기는 군사쿠데타가 혁명으로 둔갑하는 시대이다 보니.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전북지역 10개 시군에서 도시쇠퇴가 진행 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토부가 인구감소와 산업쇠퇴, 주거환경 악화지역 증가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전국의 228개 시군구를 조사한 결과다.도시쇠퇴는 인구 성장률과 총사업체 변화율 노후건축물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30년간 현재 인구가 20% 이상 감소, 최근 10년간 사업체 수가 5% 이상 감소, 준공 20년 이상 노후건축물이 전체 건물의 50% 이상 등을 기준으로 이중 2개 이상 해당할때 도시쇠퇴지역으로 분류됐다. 다행히 전주와 군산 완주 고창이 제외됐지만, 이 지역들도 이 세가지 요건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어서 '성장하는 도시'로는 꼽히지 못했다.사실 대부분의 시군에서 도시 쇠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도시 노후화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고보면 인간이 늙는 것처럼 도시가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어가는 도시의 활력을 어떻게 하면 유지시킬 수 있느냐하는 문제일 것이다.한국의 도시들은 1990년대 도시안의 구도심들이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들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신도시 건설에만 집중했던 결과다. 그러나 불과 20여년 사이, 신도시 건설로 금세 도시가 새롭게 발전되리라던 예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증명되고 있다. 구도심 쇠퇴와 신도시 성장의 불균형은 다시 말하자면 '거품경제'의 실상과 같은 것이다. 도시전문가들이 구도심이 살아야 도시가 균형있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하는 이유다.그런데 구도심 공동화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구도심 문제 해결에 가장 먼저 앞세워지는 것이 재개발과 재건축이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썩 좋은 답이 될 수도 없다. 이미 여러 도시들이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시절에 재개발 재건축을 시도하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워 추진했지만, 오히려 여러 가지 도시문제와 맞닥뜨려 곤혹을 치루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과제는 건강한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찾는 일이다.우리보다 앞서 도시쇠퇴를 직면한 세계의 오래된 도시 중에는 문화적 관점으로 쇠퇴하던 도시를 살려낸 사례가 많다. 한 도시의 문화가 그 도시의 경제를 만들고 있는 오늘의 환경을 돌아보면 쇠퇴하는 도시들에게는 더 소중한 선례다.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정동영과 이재명의 진심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매듭지어야
“저는 전북 사람인데요”라는 항변
전주가정법원 설치법 소위 통과를 환영하며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금융사 전북 이전, 구체적 실행방안 제시하라
홈택스가 놓칠수 있는 연말정산시 주의할점
전주 화약(全州 和約)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