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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책

수도권은 우리나라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47.9%가 밀집해 있다. 국내 100대 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금융거래의 67%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있다. 조세 수입의 71%도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수도권 과밀 해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참여정부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경제 낙후라는 양극화 고리를 끊어야만 균형개발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역균형발전을 국정의 우선 정책으로 채택한 동기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 혁신도시 및 공공기관 이전,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 지방분권 등 네가지 과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MB정부에서 지역균형정책은 존재감이 없었다. 아예 무력화 시키려다 반발이 일자 마지못해 추진하는 격이었다. 법적, 제도적 틀이 뒷받침된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계획대로 추진했지만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와 지방분권은 흐지부지됐다. 그리곤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 강원권 등의 '5+2 광역경제권'을 들고 나왔다. '5+2 광역경제권'은 MB 스타일 답게 투자에 역점을 둔 물량개발이다. 하지만 뭘 추진했는지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게 없다. 허당 지역정책이자 지역정책의 퇴보다. 박근혜 정부의 지역정책은 '지역행복생활권'이다. 엊그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이웃한 시·군끼리 연대해서 권역을 설정하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도시든, 농촌이든 같은 내용의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서비스를 받아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구상은 좋지만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고 뜬구름 잡기식이다. 내년 시범사업 예산(350억원)도 보잘 것이 없다. 전국 244개 시·군이 각각 1개 사업만 펼친다 해도 1억∼1억5000만원 꼴에 그친다. 이 돈으로 주민이 행복을 누릴 만한 사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돈으로 따지면 하수구 정비, 마을안길 포장 등 옛날에 했던 새마을운동에 딱 들어맞는 지역정책이다. 지역정책 중엔 참여정부의 그것이 가장 실효성이 높다.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됐다면 지금쯤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정책이 자꾸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역정책이 바뀌는 건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11.05 23:02

쯔쯔가무시에 대한 경험적 고찰

온 몸이 쑤신다. 몸살감기처럼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사지가 나른하다. 오랜 술모임의 후유증이 이렇게 나타나는가 했다. 손목부위에 벌레에 물린 자욱이 있는데 그 주변이 발갛게 부어오르고 겨드랑이에 몽우리가 잡힌다. 젊은 약사는 손목상처가 곪으면서 나타나는 증상 같단다. 소독이나 하고 온전하게 곪기를 기다려 짜는 게 좋겠다며 과산화수소만 권한다. 노곤한 통증을 잊기 위해 그날도 막걸리의 힘을 빌었다. 그 이튼 날도 욱신거림이 가시지 않아 귀한 손님 모시는 자리를 핑계로 또 점심반주를 챙겼다. 몸살기운은 더 심해질 뿐이다. 하지만 내일 중간고사 출제와 오늘 저녁 일정 때문에 병원을 찾을 틈이 없다. 병을 내세워 약속을 취소할 수도 있겠지만 두 달 넘게 집짓느라 애쓴 목수들을 위한 '쫑파티'라 여의치가 않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다. 서울 출장간 팀장목수가 참여가 불가하단다. 그래도 다른 팀원들은 기왕 잡힌 날이니 강행하자고 하더니 막 약속장소를 향해 출발하는데 연락이 왔다. 다른 목수 하나도 참여가 어렵단다. 그래서 병원을 찾을 틈을 얻게 되었다. 그 진단 결과가 쯔쯔가무시!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고, 정말 쉬고 싶었는데 병이 찾아온 것이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사방으로 일정 취소 통보를 해댄다. 의기양양하게! 이 병의 유명세 때문에 긴 변명은 필요치 않았는데 반응이 묘하다. "쯧쯧!" "호호!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오네요. 농사 두 번만 지으면!?" 쯧쯧! 혀를 차기도 하고, 꼴에 농사는 무슨 농사? 무시하기도 하고. 그래서 쯔쯔가무시! 이런 병명이 생겼나 보다. 더 묘한 것은 약을 먹고 나니 그 쑤시던 삭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회복이 되는 것. 새벽녘 약기운이 떨어지자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약 복용하니 이내 다시 정상. 우리 몸이라는 게 참 별게 아니구나! 보지도 못한 진드기 유충, 그 보잘 것 없는 것에 물렸다고 열이 나고 몸살을 앓고 몽우리에 시달리는 등 요란을 다 떨더니, 작은 알약 세알 먹고 나니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간다. 진드기에 쯧쯧 혀 차이고, 알량한 알약 세 개에 무시당하고. 그래 나도 혀 차며 무시하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알약 먼저 챙겨먹고 미리 사두었던 양파모를 무려 세 시간에 걸쳐 낸 것이다. 허기는 졌지만 몸은 괜찮다. 그래 쯧쯧 무시하면 되는 것이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11.04 23:02

구글(Google)과 한글 세계화

세계 최고 검색 사이트인 '구글'(Google)이 한글 세계화에 동행한다. 지난달 30일 방한한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문화 발전과 세계화를 위한 협력 강화안을 밝혔다. 그 대부분이 반갑고 흥미로운데, 특히 한글과 관련해서는 지원 내용이 구체적이다. 내년 개관예정인 국립한글박물관에 설치될 '어린이 교육체험실'이나 체험공간인 '한글배움터', 온라인상에서 한글의 기본원리를 배울 수 있는 웹프로그램 개발 지원도 눈에 띄지만, 한국 문화 홍보를 맡을 구글 문화연구원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한국의 주요 문화 자료를 디지털 방식으로 보존해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은 더 반갑다. 한글의 빼어난 아름다움과 우수성에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다. 훈민정음은 1997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언어 연구학으로 손꼽히는 영국 옥스퍼드 언어학 대학에서는 합리성과 과학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는 세계의 문자 순위에서 한글을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류가 관심을 모으면서 아시아권은 물론, 중동과 남미 등 세계 각국의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신설되고 있는 것도 이제는 낯선 일이 아니다. 구글의 슈밋 회장이 특히 주목한 것은 한글 창제의 취지였던 모양이다. 언론 인터뷰를 보니 "백성들이 쓰기 쉬운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한글 창제의 취지가 '전 세계 정보를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하게 한다'는 구글의 취지와 통한다"며 "오늘날 한국이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게 된 것도 세계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독특한 문자인 한글이라는 원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글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구글의 한글 사업(?)은 몇 년 전부터 일어온 한류의 영향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몰고 온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높아진 관심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로 본 사람만도 18억. 슈밋 회장은 "이 중 1%만 한글에 대해 관심을 가져도 1800만 명"이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은 연간 관람객보다 많은 숫자"라고 분석했다. 구글은 '600년 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백성의 평등한 소통을 꿈꿨듯, 인터넷을 통해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배우고 알아가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터넷이 품은 한글의 진화,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11.01 23:02

건설국장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례가 있다. 바로 도 건설국장 출신의 업계 사무처장 취업이다.지난 29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안전행정부의 전북도 국정감사에서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전북도의 5대 핵심정책 중 하나가 중소기업 육성인데, 정작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들은 총 235건의 공공사업을 주계약자 공동도급 방식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전북은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국감장에서는 종합건설사가 공공사업을 싹쓸이 하다시피 한 것은 도청 고위직 출신이 건설협회 사무처장으로 취업해 일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김완주 지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은 "전북도 공무원이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으로 간 것이 도급계약 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15살 아이한테 물어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덕흠 의원은 "이 제도는 전문건설업체가 하도급을 종합건설업체로부터 받는게 아니라 발주자로부터 직접 받기 때문에 영세 중소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개선하기를 권고했다. 국회의원들이 짬짜미 의혹에 대한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전북도가 중소기업 육성을 거창하게 핵심정책으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를 외면한 것은 사실이다. 당연히 증거 능력이 충분한 셈이다. 사실 도청 퇴직공무원들이 줄줄이 건설협회 사무처장, 상공회의소 사무처장으로 바통터치하듯하며 근무하는 행태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김완주 지사나 당사자들이 강력 부인하고,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안의 앞뒤를 살펴보면 "15살 아이한테 물어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김영주 의원의 지적은 일리 있다.공무원이 30년 이상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사장하지 않고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도청 건설국장이 퇴직 후 마치 정해진 코스처럼 건설협회와 상공회의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는 행태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도청 건설국장이 퇴직한 뒤 당연히 가는 자리가 됐다면 이들은 과연 국장 자리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업무처리를 할까, 향후 예약된 자리를 위해 업무 처리를 할까. 김완주 지사는 부인만 할 것이 아니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10.31 23:02

단체장 물갈이

전북의 낙후 요인 가운데는 특정 정당 위주의 오랜 독식구조를 꼽을 수 있다. 개인이나 사회나 라이벌 관계가 아니면 발전할 수 없다. 정치권도 경쟁구도가 아니면 썩어문드러질 수밖에 없다. 지금 도내 절반가량의 민주당 출신 자치단체장들이 수사를 받거나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단체장의 사법처리는 당사자 한사람만의 불행으로 끝나질 않는다. 재·삼선 출마를 못하는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사례긴 하지만 임실군수 자리는 군수 무덤자리가 돼 버렸다. 민선 임실군수가 모두 사법처리 돼 낙마하는 바람에 지역이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정당공천도 물 건너갈 위기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일찌감치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당론으로 정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역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눈치가 역력하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공천 폐지 문제에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공천 폐지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나서기 전에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이 문제는 또다시 국민들을 기망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국민들은 그간 정치권의 장밋빛 새빨간 공약에 수없이 속았다. 정당공천 폐지 문제도 유야무야 끝나고 말 공산이 짙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투표를 잘해 본때를 보여 주는 길 밖에 없다. 정치권한테 잘하라 마라 굳이 신경 쓸 필요조차 없다. 부정으로 얼룩진 사람들을 안 뽑으면 그만이다. 자신과 이해관계에 얽혀 연줄망 투표를 한다면 단체장 비리는 근절시킬 수 없다. 학연 혈연 지연에 얽매여 단체장을 뽑으면 그 순간부터 지역은 망가지게 돼 있다. 그간 단체장들이 사법처리 된 지역은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신뢰도마저 추락해 지역 발전이 뒤처졌다.선거 때마다 단체장 물갈이가 나오지만 이번만큼 교체여론이 높은 적도 없다. 단체장 물갈이는 부패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다음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매너리즘을 방지할 수 있다. 두 번 하고 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참신성과 에너지가 고갈될 수 있다. 김완주 지사는 관선 때 고창군수 남원시장을 역임했고 민선 전주시장 2번 민선 지사 2번 등 단체장만 20년 가까이 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크고 작은 업적을 쌓았겠지만 도민들의 머릿속에는 각인될 만한 업적이 없는 것 같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10.30 23:02

'신PK'의 우리가 남이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인사 대탕평을 공약했을 땐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신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신뢰는 지금도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다. 요즘처럼 식언(食言) 실언(失言) 정치인이 많으면 신뢰의 값어치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전북 방문 때 언급한 내용은 지금 끄집어 내 읽어보아도 금언(金言)이다. "우리나라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화합과 통합이 중요하다. 이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꼭 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공평한 인재등용이다. 이 과제를 실천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헛공약이 되고 말 것이다." 정곡을 찌른 언급이다. 그런데 어쩌랴. 당선 이후 10개월이 지났지만 대탕평 인사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인수위 인선과 조각, 부분 개각, 권력기관장 등 여러차례 인사가 이어졌지만 탕평인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호남출신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떠났으니 내각엔 이제 김관진 국방, 전남 완도출신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두명 밖에 없다. 그런 반면 주요 사정라인과 권력기관장은 특정 인맥에 장악됐다. 황찬현 감사원장(마산), 김진태 검찰총장(사천) 후보 인선은 '신 PK(부산 경남)' 시대를 활짝 열어놓았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거제), 정홍원 국무총리(하동),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마산)도 모두 경남출신이다. 김 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까지 겸하고 있으니 그의 입김이 반영됐을 것이다. 그가 누군가. 14대 대선을 앞둔 1992년 부산지역 기관장들과 유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지역감정을 부추긴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의 당사자다. 청와대는 "그 자리에 필요한 적임자를 찾다 보니 생긴 결과"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비정상의 극치"라고 쏘아부치고 있다.통합과 대탕평 인사는 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도 지역안배라는 게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인사 대탕평은 커녕 오히려 특정지역 편중인사가 심화되고 있다. 국민통합이 성사될 리 없다. 더구나 사정 라인에 견제와 균형 세력이 없는 건 불행이다. 특정지역의 '우리가 남이가?'는 21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게 놀랍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10.29 23:02

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안도현 시인이 즐겨 부르는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다. 정호승의 시를 토대로 백창우가 곡을 붙인 것으로 영화 '공동경비구역'에도 삽입되었고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영상의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사용되곤 하던 노래다. 작곡자 백창우의 증언에 의하면 이 곡은 김광석이 죽기 전날, 아니 그날 새벽에 녹음을 한 것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노랫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왜 편지를 부치지 않았는지, 원래의 시에서도 그 까닭은 확인할 수 없다. 부칠 필요가 없어서, 부칠 대상이 없어서, 혹은 부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겠지만, 모든 것을 독자 몫으로 남겨놓고 있다. 답답하지만 그래서 울림은 더 커진 것이 아닌가, 짐작은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 시에서 '죽은 이를 향한 결연한 절망의 어조'를 강조한다. 세 번 반복되는 "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구절을 그 예로 들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이 '그대'와 우리를 갈라놓은 이 음울한 세계에서 "어떤 고원(高遠)한 가치도 애정도 차라리 부정하고자 하는 절망적 결의"가 그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어두운 강이 어둠을 향해 흐르는 세계의 모습"!그래서 안도현 시인이 즐겨 부른 것일까? 국정원이나 군 등이 대통령선거에 무시로 개입해도 그것을 항의하는 것이 오히려 위법으로 치부되는 황당함,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보겠다는 교사들의 모임을 엉뚱한 이유를 내세워 갑자기 불법단체로 몰아가는 참담함, 그 절망적 상황을 대변하기 위해서?그러나 이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사람살이의 참혹함에 대한 절망은 그것을 규정하는 여러 조건들에 대한 준열한 반문을 통해 다시 커다란 희망의 결의로 부활할 수 있다." 유레카!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만이 진정한 희망의 노래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 재판일! 청와대에 있던 안중근의사 유묵의 행방에 대한 시인다운 호기심이 선거법위반으로 엮였다. 질문도 못하나? 그래 노래나 할 걸 그랬다. 오늘 저녁 시인과 어깨동무하며 '부치지 않은 노래'나 불러야겠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10.28 23:02

창조의 동력

'창조경제'가 화두다. 올해 초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내세운 덕분이다. 사실 '창조'가 시대의 언어로 부상한 시점을 거슬러 생각하면 다소 새삼스럽다. '창조경제'는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펴낸 책 〈The Creative Economy〉(2001)에서 처음 등장했다. 호킨스는 그 창조경제의 정의를 '새로운 아이디어, 다시 말하자면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 역시 '국민이 가진 창의성이나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는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모호성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창조'의 영역은 문화 분야에서 좀 더 일찍 화두로 등장했다. 덕분에 문화 분야의 '창조' 영역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다. '창조도시'의 부상이 그 증거인데, 각 국가마다 지역의 도시들을 주목해 창조도시로 만들려고 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거대한 규모에만 매달리는 경제논리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약속받을 수 없었던 전라북도의 작은 도시들은 창조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전문가들의 답은 희망적이고 명쾌하다. "문화의 시대에서 다시 창조의 시대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전라북도는 그 어느 도시들보다도 경쟁력이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확신에는 이유가 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는 '창조산업'으로 9개 분야를 분류해 놓았다. 그 '창조산업'의 원형은 문화유산을 비롯해 전통문화표현물, 문화유적, 공연예술, 출판인쇄, 음악, 디자인, 미디어예술, 음식, 영상 등이 꼽힌다. 모두가 문화예술 활동의 산물이다. 전라북도는 전통의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많다. 그 대부분이 '오래되고 낡은 것'으로 치부돼 방치되어온 것들이다. 그러나 지금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생명을 얻고 있다. 그것도 고유한 독자성과 독창성으로 그 가치를 얻으면서 '창조'의 뿌리가 되고, 원형이 된다. 낡고 오래된 전통문화 유산으로부터 아이템을 발굴해 활용하고 그것을 첨단과학의 산물과 융합해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은 산업이 되고, 도시 발전의 동력이 된다.그런데도 지금 우리 지역은 창조의 동력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안타까운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10.25 23:02

독감

올 겨울은 일찍 찾아오고 또 매우 추울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에서 나왔다. 기상청도 올 겨울이 춥고 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 겨울이 길고 추울 것이라는 전망은 과학적 분석에 의한 것이다. 북쪽 시베리아에 올해는 일찍부터 많은 눈이 쌓였다. 바이칼호 주변과 티베트 고원에 이르기까지 일찍 내린 눈이 하얗게 덮였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다. 지구 기온이 상승해 눈과 빙하가 녹으면 그 과정에서 수증기와 열이 많아지고, 북쪽 상공에 고기압이 형성된다. 이처럼 북쪽 극지에 눈이 많이 내려 에너지가 상공 성층권으로 이동하고, 성층권이 뜨거워지면 이 일대를 지나는 제트기류가 크게 약해진다. 제트기류는 북위 40∼50도 지역 20㎞ 상공에서 강하게 부는 편서풍이다. 제트기류는 워낙 강하기 부는 바람이기 때문에 평상시라면 북쪽지방 한기를 꽁꽁 묶어 놓는다. 하지만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 한기가 북반구 아래쪽으로 크게 확장한다.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는 물론 중국, 유럽, 북미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엄청난 추위가 몰아치는 것이다. 겨울은 이 같은 한파 공포와 함께 온다. 추위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감기를 일으킨다. 일반적 감기가 아니라 독감이다. 독감은 일반적 감기 증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지독한 감기를 말한다. 기침으로 인한 인후통과 콧물 증상을 넘어서 근육통과 두통 등 전신 통증이 심각한 감기다. 폐렴으로 이어져 사람 목숨을 앗기도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들을 괴롭힌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매년 예방접종을 하면 노약자들도 독감을 피할 수 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독감 예방접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전라북도가 올해 확보한 독감 백신 38만여 개가 접종되면 50세 이상 성인을 비롯한 노약자들은 대부분 독감 안전권에 든다. 하지만 요즘 찬바람에 휩싸인 국정원, 검찰 등은 독감 백신을 맞으려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베리아 한파를 불러 모으고 있다. 아마 그들은 이 사회의 강자, 최고의 갑이기 때문에 독감 정도야 무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독감백신을 맞으려고 보건소 앞에서 긴 줄을 서는 노약자들도 체력이 강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역사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힘, 권력은 언제까지 개인 또는 특정 세력의 것이 아니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10.24 23:02

3선 단체장

현직 자치단체장들은 하루 일과를 선거운동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가 자기 PR하는 시간이 많다. 요즘처럼 행사가 많을 때는 갈 곳이 많아 고민스러울 정도다. 행사장마다 주최 측은 단체장을 귀하신 몸으로 모신다.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매스컴 중독증에 빠질 수 있다. 임기 내내 이런 식으로 자기관리를 하기 때문에 현직이 낙선하는 건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단체장은 자기 돈 안들이고 홍보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자리다. 권한도 많고 명예도 얻는 선망의 자리다.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3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임기 4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초선 때는 업무 파악하랴 조직 장악하랴 업무 추진이 미숙할 수 있다. 하지만 연임하면 자기 페이스대로 얼마든지 자치단체를 운영할 수 있다. 능력만 있으면 큰 업적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현행법상 자치단체장을 3선까지 할 수 있지만 선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글로벌 경쟁시대에 12년이나 한 사람이 계속해서 단체장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 먼저 본인 스스로가 추상같이 자기통제를 가한다고해도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장기 과제를 해결하려면 8년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8년이면 중장기 과제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다. 국회의원 선수는 제한하지 않고 유독 단체장만 3선까지로 제한한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독주에 따른 폐해가 염려돼 그렇게 한 것. 김완주 지사를 비롯 이한수 익산시장, 문동신 군산시장, 이건식 김제시장, 김호수 부안군수, 송영선 진안군수, 홍낙표 무주군수가 3선 고지를 겨냥하지만 한번 더해서 끝마무리를 잘 짓도록 하자는 여론이 있는 반면 교체여론도 만만치 않다.교체 여론 중에는 "8년간 큰 업적을 남기지 않은 사람이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큰 기대를 걸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이미 8년 했으면 열정과 능력이 다 드러났다는 것. 당사자들이야 본인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세상사 순리를 거스르면 불행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그냥 일반에 회자된 말이 아니다. 그간 전북은 너무 활력을 잃고 패배감에 휩싸여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 받아야 할 때가 왔다. 3선은 유권자 몫이지만 장기집권이 능사는 아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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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10.23 23:02

'방안퉁수'지도자들?

한 나라가 부흥하려면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다. 서인도제도의 아이티는 한국전쟁 때 우리에게 360억 원의 지원금을 보내줄 정도로 부유한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이 진흙 쿠키로 배를 채우는 가난한 나라가 됐다. 무능한 뒤발리에가 독재하면서 나라를 말아먹었기 때문이다.필리핀도 비슷하다. 1970년대 최신 건축공법으로 한국에 장충체육관을 지어줬던 나라가 필리핀이다. 그런데 이젠 대졸 학력 가정부를 세계로 공급하는 형편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치지도자들의 무능과 부패 때문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탈퇴한 뒤 리콴유라는 걸출한 지도자 덕에 안정과 번영을 누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4500달러다. 중국도 그런 범주에 든다. 1977년 등소평이 정권을 잡은 뒤 30여 년의 짧은 세월 동안 세계에서 두번째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외환보유고가 3조달러에 이른다. 이중 1조4000억달러는 미국의 국채 등을 매입한 물량이다. 이러니 미국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차기 지도자로 낙점되기 전 20∼30년 간 검증을 받는다. 문제 있는 지도자는 여과될 수 밖에 없다.지역의 발전도 지도자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전북은 어떤가. 7선 국회의원도 나왔고 국회의장, 정당 대표, 대선후보 등 숱한 정치지도자들이 배출됐다. 하지만 지역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인구는 빠져나가고 지역총생산량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선거 때마다 그들은 "지역발전을 책임지겠다"며 사자후를 토했지만 립서비스에 그쳤다. 이젠 전북의 자긍심, 자존감마저 희박해지고 있다. 아이티나 필리핀처럼 말아먹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우리지역 지도자의 '허당'이 드러난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북대사회과학연구소와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전국 19세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전북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더니 김대중 전 대통령(11.9%) 춘향(10.5%) 전봉준(6.8%) 정동영(5.2%) 이성계(1.8%) 순으로 응답했다. 국민의 눈에 각인된 전북 인물이 이다지도 없단 말인지 허탈하고 씁쓸하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팔십리'라고 했다. 전북이 발전하려면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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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10.22 23:02

지구가 만약 100인 마을이라면

지금 세계에는 63억 명이 살고 있다. 매년 800만 명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여 죽어간다. 매일 3만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매년 600만 명의 어린이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영양실조로 죽는다. 매일 8억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그러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구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가정해본다. 우리 스스로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 깨닫지 못한 채 매일 불만, 원망, 불평 늘어놓으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라는 취지로 만든 동영상의 내용이다. 초반에는 인구의 대륙별 분포, 종교나 사용하는 언어의 비중, 남녀노소의 비율 등 재미있는 통계들이 제시된다. 그 뒤 이어지는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20명은 영양실조, 1명은 굶어죽기 일보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다. 43명은 위생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으며 18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조차 마실 수 없다. 이 마을의 모든 부 가운데 59%를 6명이, 나머지 39%를 74명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2%를 20명이 나눠 갖고 있다. 전체 에너지의 80%를 20명이, 80명이 그 나머지 20%를 나눠 쓰고 있다. 만약 은행계좌를 갖고 있다면 부유한 30명에 속한다. 반면에 18명은 1000원도 못되는 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그 보다 나은 52명도 2000원 이하로 하루를 연명한다. 자가용은 7명이, 컴퓨터는 12명만 갖고 있으며 인터넷을 하는 사람은 3명뿐이다. 중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 7명, 대학교육은 1명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인 반면 14명이 글조차 읽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옷장에 옷을 넣어둘 수 있으며, 잠을 잘 수 있는 침대가 있고 눈비를 막아줄 지붕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면 당신은 전 세계인 75%보다 부유합니다. 만일 당신이 공습이나 폭격, 지뢰로 인한 사망, 무장단체의 강간 납치 등의 공포에 늘 떨며 살고 있지 않다면 그렇지 못한 20명보다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괴롭힘이나 체포와 고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48명보다 축복받았습니다." 등수 따지기 좋아하니까 한번 헤아려 보자. 우리는 과연 100명 중 몇 등? 몇 등이기에 이 불평과 원망인지, 이 계절에 한번 뒤돌아 볼 일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10.21 23:02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

2013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단편작가 앨리스 먼로(82)에게로 돌아갔다. 캐나다 출신으로는 처음이고, 여성작가로는 열세 번째 수상자다. 먼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이 계기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 관심이 모아지긴 하지만 그 정도가 훨씬 더 특별한 상황이 눈길을 끈다. 먼로는 단편작가로 최초의 수상자다. 여느 해보다도 그의 수상을 주목하는 큰 이유다. 한림원은 그의 수상을 발표하면서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라고 평했다. 그 역시 "노벨문학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수많은 몽상 중 하나였다. 빛나는 영광"이라며, "단편소설에 있어서 놀라운 일(It's a wonderful thing for the short story)"이라고 기쁨을 밝혔다. 국내에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먼로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라고 불리는 북미 최고의 단편작가로 꼽힌다. 10대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으며, 대학(웨스턴오하이오대) 재학 중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발표한 이후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 화려한 찬사를 받으며 본격 데뷔했다. 그를 세계적 작가로 주목받게 한 이 소설집은 15년에 걸쳐 써온 단편을 엮은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이후 그는 '맨 부커상' '오 헨리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같은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노벨문학상 후보의 반열에 섰다. 단편소설가로만 평생을 걸어온 먼로도 처음부터 장편의 그늘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초기 다섯 작품을 쓸 때까지는 장편작가가 되고 싶었다. 장편을 써야 작가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먼로가 주로 다루는 것은 일상과 여성이다. 그의 소설은 '요란한 수사 없이도 섬세한 관찰력과 정교한 구성, 감미롭고 강렬한 문장의 힘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는 평을 받는다. 사실 단편은 다른 어느 문학 장르보다도 일반 독자들에게 친밀한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도 먼로의 작품에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대 온라인 서점 집계에 따르면 수상자 발표 5일 만에 그의 첫 소설집이 3500부가 팔려나갔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노벨문학상 특수'에 출판가도 놀라고 있다. 이 가을, 노작가 먼로가 선물한'단편'의 재발견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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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10.18 23:02

독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지난 5일 개막,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등 도내 11개 전시실에서 17개국에서 참여한 서예작가 956명의 작품 14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올해 서예비엔날레의 주제는 '뿌리와 바람'이다. 서예의 근원적 예술성을 성찰해 뿌리를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 1층은 모빌서예전이다. 커다란 전시실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린 우산과 등, 부채 등 한지로 만든 각양각색의 모빌에 붓글씨를 써서 색다른 멋을 표현했다. 그리고 일필휘지, 거대한 폭포수처럼, 혹은 승천하는 용처럼 힘찬 붓끝이 살아 움직이는 작품, 잔잔하고 청명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죽 펼쳐진다. 작품들 중에 송하철 전 전북부지사의 서시일도(書是一道)가 눈에 띈다. 서체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하지만 그 서법은 하나라는 얘기다. 956명의 서예가가 출품한 1400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그 도는 하나란 것이다. 2층 사경전에서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등의 작품에서 사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함과 정신세계를 느껴보고, 3층으로 올라가면 '명사의 좌우명 서예전'이 펼쳐진다. 김성주 전북대 교수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의식한 듯 '개권신유천재상 수렴심재만산중(開卷神遊千載上 垂簾心在萬山中- 책을 펴니 마음은 천년의 세월 속을 노닐고, 발을 드리우니 내 몸은 만겹의 산 속에 있네)'을 내놓았다. 또 송영길 인천시장의 '연비어약(鳶飛魚躍-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속에 고기가 뛰어논다)', 남궁진 전 문광부장관은 '언로개색 흥망소계(言路開塞 興亡所係- 언로의 열림과 막힘에 흥망이 달려 있다)' 문희상 국회의원은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기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을 좌우명으로 소개했다. 시인 이근배는 자작시 독필(禿筆)을 한글로 쓴 작품을 내걸었다. "끝이 무지러진 몽당붓을 일컫는 독필이라는 낱말은 스스로 글솜씨를 낮출 때도 쓴다. (중략) 추사가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열 개의 벼루를 갈아 바닥을 내고 천 개의 붓을 닳도록 썼다'는 글귀를 읽고는 그만 머릿속이 텅 비워 옴을 느꼈다.(중략) 저 추사는 천 개의 붓을 다 쓰고도 글씨가 안된다고 했는데 한 자루의 붓도 대머리(禿)를 만들지 못한 나는 이제 어떻게 붓을 잡으랴."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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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10.17 23:02

행복한 사람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지 않다고 여긴다. 왜 그럴까. 남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그렇다. 재산이 많고 권력이 있어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장차관 등 벼슬이 높거나 재벌이 다 행복할까. 이들은 더 큰 숨겨진 고민거리가 있을 수 있다. 눈높이를 위로만 쳐다보니까 자신을 왜소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모든 걸 물질 위주로만 재단해서 보는 경향이 팽배해져서 더 그런 것 같다.지금 이 순간 각자가 정말로 행복한 사람임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요즘 날씨도 하늘의 축복이 쏟아져 내린 것처럼 아름답다. 귓볼을 간지럽히는 바람 끝이 살갑고 맑고 푸른 하늘이 더 없이 높아 마냥 좋다. 천고마비 계절이 실감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을 아름답게 느끼지 못한다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있으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이란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갈파했다.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은 뭣일까. 내 맘속에 있는 것이다. 잠시 언더우드의 기도문을 떠올리며 생각하자.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말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살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자 되지 못해도 빼어난 외모 아니어도 지혜롭지 못해도 내 삶에 날마다 감사하겠습니다."(이하 생략)굳이 아귀다툼하고 살 필요가 없다. 자신이 감사하는 맘만 갖는다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 절반가량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조사 받거나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물갈이 여론이 높다. 또다시 해먹겠다고 바둥거리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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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10.16 23:02

마이스산업

2006년 문을 연 마카오의 베네치안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복합리조트다. 전시, 공연, 스포츠, 관광 및 쇼핑, 회의, 컨벤션센터, 호텔, 음식점, 영화관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1층엔 축구경기장 3개 크기의 카지노시설이 있다. 미국 NBA 농구 등 유명 스포츠 경기도 열린다. 1조4000억 원이 투입됐다. 호텔 근무인원만 1만명, 연관 업종까지 합하면 종사인원이 3만명에 이른다. 베네치안 호텔 오너인 애덜슨 회장은 개관 당시 비행시간 3시간 이내의 관광객이 대상이다. 3년이면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지금쯤이면 본전을 뽑고도 남았을 터다. 애덜슨 회장은 헬기로 새만금 지역도 시찰했지만 기반시설 등이 미흡해 투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회의, 보상관광, 컨벤션, 전시, 이벤트가 합쳐진 마이스(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ibition) 산업은 신시장과 일자리 창출, 항공 숙박 관광 등 연관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융복합관광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린다. 2011년 기준 1인당 지출액이 2585달러였으니 일반 관광객의 2배가 넘는다. 베네치안 호텔의 경쟁력은 여러 기능의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 가능한 집적화에 있다. 자치단체들이 마이스산업 유치와 시설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 EXCO와 고양 KINTEX, 부산 BEXCO, 광주 김대중센터, 인천 송도컨벤시아, 창원 CECO 등이 추가 확장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전시 컨벤션시설이 없는 곳은 전북, 강원, 충북 3곳 뿐이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1330건 중 전북 개최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다. 2007년 세계한상(韓商)대회와 아셈 차관회의도 무산됐다. 모두 시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지금 대구 EXCO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1317일) 역시 전북에겐 그림의 떡이다. 세계 110개국 6000여명이 먹고 마시고 숙박하면서 관광 및 쇼핑을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총회가 돈을 쓰게 만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전주시가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시민 1859명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100만 대도시 분야에서 컨벤션센터와 호텔건립을 으뜸으로 꼽았다고 한다. 전주시정이 새겨야 할 가치이자 방향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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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10.15 23:02

사회적 참살이

건강하고 멋있게! 오래된 우리들의 꿈을 대변하는 구호다. 말하자면 '삶의 질'을 높여 좀 품위 있게 살아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특이한 것은 이런 일을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 따로 건강돌보기 따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건강도 챙기고 생활 자체의 질도 높여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생활방식을 흔히 '로하스'(Lohas)라 부른다. 이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Life 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을 뜻하는 말로 2000년 미국의 한 컨설팅업체가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개념이다. 이를 추구하는 '로하스 족'은 자신의 건강 외에도 미래 소비 기반의 지속가능성까지도 고려하는 친환경적 소비 형태를 고집한다. 구체적인 실천행위로는 장바구니 사용하기, 천으로 만든 기저귀나 생리대 사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프린터의 카트리지 재활용하기 등을 들 수 있다. 로하스 개념은, 함께 누릴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하는 '사회적 참살이'라는 점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잘 먹고 잘 살기를 추구하는 웰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집안의 벽지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것이 웰빙적 태도라면 그 벽지의 원료가 재생이 가능한 것인지, 폐기할 때 환경 저해 성분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등을 따지는 것은 로하스적 자세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먹고 제대로 살되, 나와 더불어 너의 삶도 함께 고려하자!'를 모토로 삼고 있는 '로하스 족'은, 그래서 현재의 우리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까지도 고려하며 한계에 다다른 지구환경보호에도 앞장을 선다. 대단한 철학이나 실천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흔히 '로하스 지수'로 싱싱함(生), 함께함(同), 편안함(安), 즐거움(樂), 친환경(淸) 등 다섯 가지의 지표를 들고 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도 그 지수는 높일 수 있다. 어지러운 주류 언론에 현혹되지 않고 4대강이나 밀양, 강정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만 해도 된다. 장바구니를 챙기고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며 생태와 환경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의 건강한 먹거리와 맑은 물, 공기, 푸른 숲을 위해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을 모아나간다면, 우리가 바로 이 시대의 희망연대 '로하스 족'이 되는 것이다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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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4 23:02

태조 어진과 봉안

우리나라의 초상화 역사는 풍요롭다. 특히 조선시대 초상화는 당대의 미술사를 주도했을 정도로 왕성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조선은 초상화의 왕국'이었다고 규정했을 정도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선시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되었거나 실제로 사용하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 낡게 되면 새로 제작한 뒤 불태워 없애버리는 관행으로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초상화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왕의 초상 '어진(御眞)'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화가 얼마나 활발하게 제작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지만 전란을 견디고 화재를 피하여 살아남은 어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영조의 어진뿐이다. 특히 태조의 어진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하다. 어진은 당대를 통치한 조정과 국가의 상징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태조어진은 여기에 조선 창업자의 초상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태조 어진이 모셔진 곳이 바로 전주의 경기전이다. 어진을 모시기 위해 세워진 곳을 진전이라 하는데, 태조 어진을 모신 진전은 전국의 다섯 곳에 세워졌다.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와 태조가 태어난 영흥, 태조가 성장한 개성,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다. 경기전의 '태조어진'은 다섯 곳에 봉안되었던 어진 중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10월 12일,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전주를 다시 확인시키는 '태조 어진 봉안 행사'가 재현된다. 지난해에도 열렸지만 올해 행사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1688년 숙종은 전주의 태조 어진을 모셔와 서울에서 모사본을 작성한 후, 원본을 다시 전주에 봉안했다. 모사본을 모신 영희전(永禧殿)은 국왕이 왕세자와 함께 직접 추모 의례를 진행하는 국가 의례의 중심지가 되었다. 고려대 사학과 강제훈 교수는 영희전 의례가 강조되면서 전주 경기전 어진 또한 영희전 어진의 모본으로서 그 중요성과 정치적 위상이 한층 강화되었다고 해석한다. 강교수의 고증 의례를 바탕으로 치러지는 올해 행사는 1688년의 이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다. 조선왕조의 본향 전주의 역사적 존재를 일깨우는 좋은 기회다. 강 교수는 1688년 태조 어진 모사 작업의 전 과정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는 '(태조)영정모사도감의궤'를 바탕으로 올해 의례를 준비했다고 한다. 정확하고 상세한 문헌 기록에 근거를 둔 것 인만큼 기대가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10.11 23:02

한글과 소통

우리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로 알고 있다. 누구든지 쉽게 익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문자다. 24개의 자모를 결합해 낼 수 있는 소리가 이론적으로 무려 1만1000개가 넘는다. 실제로도 8,700개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으니, 거의 모든 소리를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글이 세계 수천가지 문자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것은 우리의 주장만이 아니고 세계 과학자들이 인정한 결과다. 세계문자학자들이 모인 세계문자학회라는 것이 있다. 가장 쓰기 쉽고, 배우기 쉽고, 또 다양한 소리를 원활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연구하는 단체다. 지난해 세계문자학회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이 지난 2009년 1차 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1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는 영어 알파벳을 비롯해 러시아와 독일 등 세계 27개 유력 문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세계문자올림픽은 각국의 학자들이 자국 고유 문자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문자의 기원, 문자의 구조와 유형, 글자의 수, 글자의 결합능력, 문자의 독립성, 독자성, 실용성, 응용성 등이 심사 기준이다. 결국 다양한 소리를 문자로 쉽게 표현하고, 나아가 배우기 쉬운 한글이 문자로서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한글의 우수성은 1997년 10월1일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데서도 증명된다. 한글은 백성과 소통하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의지가 만들어 낸 최고의 발명품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전까지 조선의 문자는 한자였다. 백성들은 우리말을 하면서도 대부분 문자는 몰랐다. 어려운 한자를 읽고 쓸 줄 몰랐다. 상류 양반 계층만이 한자를 사용했을 뿐이다. 백성을 무식쟁이로 만들어 일방통행식 통치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지만, 중앙정부의 뜻이 백성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며 원했던 것은 백성과의 소통이었다. 백성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제거하고 싶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언어와 문자 소통이 원활한 세상이다. 그러나 문자와 말이 오가는 것 자체가 소통인 것은 아니다. 세종은 그런 소통을 원하지 않았다. 백성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통을 원했다. 지금 정치권과 정부는 '소통'에 충실한가.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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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10.10 23:02

안갯속 구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에 공천폐지가 확정되지 않아 입지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현직들을 제외하고는 안철수 쪽에다 한발씩 걸쳐 놓고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더 속 탄다. 그간 여론의 흐름을 놓고 볼 때도 안철수 지지도가 도내서 만큼은 지난 대선 때만은 못해도 줄곧 민주당 보다 우위를 지켜왔기 때문에 안철수 쪽 노크자가 많은 게 사실이다. 민주당 쪽서는 이미 발표된 도내 25명의 안철수 쪽 실행위원 면면을 봐도 참신성과 역량이 떨어진다며 애써 평가절하 하는 모습이다.여야 공히 정당공천폐지를 매듭짓지 않아 아직도 선거구도가 안갯속이다. 선거를 불과 7개월 밖에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내서는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잇따라 사법처리 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어 안철수 쪽이 어부지리(漁夫之利) 하고 있다. 임실 부안 진안 장수 순창 고창군과 두 군데 정도가 더 조사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정권초기 전방위적 사정 작업치고는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그 배경에 의구심을 보낸 반면 그간 전북의 지배세력이 민주당인 만큼 수술대에 오른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으로 갈려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연말께 3선 출마여부를 밝히겠다던 김완주 지사가 침묵모드를 깨고 3선출마를 엿보이게 하는 일련의 행보를 취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추석 이후 지난 9월27일 전북 출신 경제 금융 실업계 원로 15명으로 전북도 투자유치자문단을 뜬금없이 구성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명분상 참여 인사 면면을 봐도 그럴싸해 보이지만 왜 민감한 시기에 이 같은 조직을 만들었는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난 7일에는 효성의 라이벌사인 일본 도레이사를 새만금에 끌어 들여 3000억 원을 투자토록 발표한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있다.김 지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 송하진 전주시장과 유성엽의원측은 불편한 심기다. 그간 두 입지자들은 가급적이면 김 지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지지세를 굳혀 나갈려고 했던 것. 하지만 김 지사의 표밭행보가 계속되면서 서서히 송시장과 대립각이 날카롭게 세워지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장의 도지사 출마관계로 무주공산이 된 전주시장 자리는 현재 난립해 있지만 안철수 쪽서 실행위원이 발표되면 그쪽으로 지지세가 쏠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백성일 주필 겸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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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10.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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