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7 04:36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남과 북

1400년 전 고구려와 백제, 신라는 패권을 쥐기 위해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때로는 배신도 했다. 광개토대왕이 수와 당을 무력화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고구려는 신라에 의해 멸망했다.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았고, 백제와 고구려는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했다. 최근 종영한 TV드라마 '대왕의 꿈'에서 신라 왕 김춘추와 장군 김유신은 한반도 통일의 위업을 이룬 영웅으로 묘사됐지만, 외세를 끌어들여 목적을 달성한 행위가 얼마나 정당한 것이었는지는 고민해 볼 일이다. 고구려시대 한민족은 요동반도와 만주벌판에 이르는 광활한 땅을 호령했다. 과거 혼자 힘으로는 절대 고구려 벽을 넘을 수 없었던 중국은 자신들의 옛 치부를 숨기기 위해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과거의 한을 씻고 싶은 것일 게다. 재정적 독립이 어려운 북한에 곡물과 원유를 조금씩 지원해 주면서 북한을 조종하려드는 것도 그 속내가 뻔하다. 미국을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굴복시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 쯤이야 손바닥 위에 놓고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지 교만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보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 투자하고, 빗장을 벗겨낸다면 북한은 옛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저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자랑스런 고구려 민족의 후손 아닌가. 하지만 북한이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은 외면하고 정작 외세인 중국과 미국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들이 우방으로 생각하는 중국도 과연 북한을 우방으로 생각할까. 북한은 과거 수와 당이 연전연패하는 수모를 당하면서 지독스럽게 고구려를 침공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초병의 저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남북 사이에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잘 나가던 개성공단까지 폐쇄하고 미사일 훈련을 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이제는 대표의 '격'을 문제 삼으며 어렵게 합의한 남북회담을 무산시켰다. 이번 사태를 놓고 남과 북은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의 격식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격식 때문에 남북관계를 망치는 행위는 좋지 않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6.13 23:02

국회의원 평가

도내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도민들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지난 1년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 선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대선 후보 지원 관계로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 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7명이 초선이어서 경험 부족으로 상임위 활동이 부진했다는 평가다. 당초 출마때 보여준 패기는 오간데 없고 용각산 마냥 모기소리 조차 못냈다는 지적도 있다. 너무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다. 길 설고 물 설어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전북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국회는 철저히 선수(選數)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이 이뤄지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적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간 제헌의회 때부터 전북 출신들은 한국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만큼 정치력이 돋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소석 이철승 전 국회부의장을 꼽을 수 있다. 박정희 정권 때 중도통합론을 내세워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야당 대표를 역임하는 등 지금까지 소석 만큼 중앙정치권에서 정치력을 발휘한 전북 정치인도 없었다. 전북 정치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정점을 이뤘다가 지금은 존재감마저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졌다.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겼을 때만 해도 4.11 총선 때문에 현역들이 똘똘 뭉쳤다. 당시만해도 그렇게 안하면 국회의원 배지가 날라갈 형국이라서 그랬던 것. 그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전과 함께 기금운용본부까지 옮겨오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김성주 의원을 제외하고 거의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MB서 박근혜 정권으로 바뀌는 동안 전북은 철저하게 외면 받았지만 그 누구 하나 강력하게 대응한 국회의원도 없다. 똑똑한 야당 국회의원 한명만 있었도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는 매듭지어졌을 것이다. LH를 빼앗기고도 지금까지 전북몫을 찾아오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각성해야 한다.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13.2% 밖에 지지하지 않아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전북이 국회의원들마저 무기력 해, 더 힘들어 지고 있다. 지금 도내 국회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 때 안철수 신당에 밀릴까봐 내심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 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안위만을 염려하는 의원들에 무슨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 지역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국회의원들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6.12 23:02

토의 민주주의

민의는 과연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는가. 요즘 논란의 대상인 진주의료원 폐쇄와 경인 아라뱃길,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등은 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대표 사례다. 일방적인 정책 결정은 정당성이 결여돼 갈등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창원·마산·진해 통합시와 새만금 관할을 둘러싼 군산·김제·부안은 자치단체 간 다툼이 일고 있는 표본이다.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은 롯데쇼핑이 컨벤션센터와 야구장 등을 지어 주고 그 대가로 복합쇼핑몰과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자치단체가 돈이 없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상업적 이익을 제공하고, 필요한 시설물 설치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김완주 도지사가 전주시장 당시 추진했고 송하진 전주시장이 집행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 10개를 한꺼번에 짓는 규모와 비슷하고 연 1조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서울로 빨려 올라가 지역경제가 형해화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 주장이다. 중소 상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구도심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터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결정 단계에서 시민 참여와 그 의견이 반영됐느냐 여부일 것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정치적 대표들이 의사결정을 거의 독점하는 대의 민주제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시민참여가 제한되고 그런 정책은 정당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영남처럼 일당 지배 지역은 견제세력이 미미해 일방통행될 우려도 있다. 최근 한국정치학회 학술회의에서 오현철 전북대 교수는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단계에서 시민들의 토의적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토의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면 정책에 대한 시민이해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갈등도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지방정치도 발전할 것이다. 토의에 부칠 정책과 참여 시민들의 규모를 정하고, 조례를 제정하면 가능한 사안이다. 토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대표가 모든 걸 혼자 결정해도 정당한 것으로 비치는 대의 민주제의 잘못된 관행을 보완할 유력한 장치다. 그런데 이런 방식을 통하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되는 정책들이 너무 많다. 단체장이 확장해 나가야 할 영역이고 의지에 달린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6.11 23:02

창조적 혼융

퓨전이 크게 유행을 하고 있다. 음악은 물론 의상과 음식에서도 이 '뒤섞음'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함박스테이크와 같은 양식에 김치가 따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한지로 만든 서양식 드레스가 패션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퓨전이란 말 그대로 이질적인 문화들이 하나로 섞여 용해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어찌 보면 새로운 문화의 발달이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도 있다. 이질적인 문화의 유입이 전래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로 인한 일종의 변종결합체가 새로운 종류의 문화로 발전하거나 새로운 문화적 전통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하는 것이다.음악도 마찬가지다. 탄생배경이 다른 음악이 만나 새로운 음악적 질서로 용해될 때 우리는 그것을 퓨전이라 부른다. 예를 들자면, 재즈는 아프리카 음악과 유럽음악의 혼융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퓨전 재즈는 이러한 재즈와 록음악이 다시 뒤섞인 것이다. 서구음악의 유입을 통해 독특한 장르로 발전해간 한국가곡도 따지고 보면 이런 '퓨전 현상'의 꽤 괜찮은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섞음이 얼치기 뒤범벅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문화적 코드가 다른 것들이 만나 처음부터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한국음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내세우며 시도한 많은 뒤섞음이 그 다양함만큼의 예술적 성취를 이루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보편적 정서에 호소한답시고 서양의 음계와 기법에 기대다가는 우리 전통음악이 지니는 고도의 예술적 특성을 저버릴 수 있다. 그 독특함을 버리고 세계화를 넘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화는 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퓨전이 한국음악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곡이라 하여 우리 악기의 특성에 맞는 편곡과정을 거치지 않고 우리 악기로 연주하는 식으로는 결코 우리 음악을 살찌울 수 없다. 오히려 원곡의 감동까지 훼손하여 괜히 우리 악기에 무슨 결함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줄 수도 있다.음악의 영역에서도 독창성은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얼치기 퓨전으로 우리 음악의 특성도 살리지 못하고 우리 악기의 독특한 매력을 오히려 얼버무리는 일이 한국음악의 대중화 혹은 세계화의 이름으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창조적 혼융을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6.10 23:02

양곡창고의 변신과 미래

근대화 과정의 가장 큰 산물은 도시 재편이다. 정치적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이루어져온 개발사업의 결과다. 그런데 도시 재편이 가져온 문제가 의외로 심각하다. 새로 건설된 신도시에 인구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구도심의 인구가 빠져나가 결국 구도심 공동화와 슬럼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의 폐해다. 우리보다 앞서 구도심 활성화를 해결해야 했던 유럽 도시들의 성공적인 도시재생프로젝트는 대부분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추진된 예가 많다. 구도심의 낡은 건축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지역 주민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들의 전략이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도시들은 리모델링으로 얻은 문화공간을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지역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완주 삼례에 낡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 생겼다. 지난 5일 문을 연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전신은 일제 강점기에 사용했던 낡은 양곡창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일곱 동 양곡창고는 아트갤러리와 디자인박물관, 책박물관과 책공방북아트센터, 목공소와 문화카페로 변신했다. 역사와 현대를 새롭게 조화시킨 공간의 변신은 반갑다. 이 공간을 둘러보면서 영국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이 생각났다. 2002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의 전신도 제분공장의 곡물창고였다. 게이츠헤드는 산업이 쇠퇴하면서 가난한 도시가 됐다.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1990년, 이때 시가 주목한 것이 문화와 교육이다. 시는 현대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고 타인강변에 30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곡물 창고를 그 대상으로 정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미술관이 선택한 운영방식이다. 개관 당시부터 세계적인 큐레이터를 관장으로 임명해 화제가 됐던 이 미술관은 소장품을 들여놓기 위해 예산을 투자하고 주력하는 대신, 새 로운 미술을 생산해내는 현대미술의 중심을 지향했다. 국제적인 예술인을 양성하는 프로젝트로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 모으고 지역예술인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현대미술 '공장'으로 정체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은 이미 오래전에 연평균 100만 명을 넘어섰고, 세이지 음악당 등 주변의 문화공간까지 가세하면서 문화관광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삼례문화예술촌도 이러한 미래를 기대해 볼만하다. 문제는 재생공간이 갖추어야 할 독창성과 생명력이다. 물론 지속적인 고민과 지혜로운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6.07 23:02

탁상행정

호남고속도로 익산 구간에 들어선 자동차 여행객들은 잠시나마 코를 찌르는 악취에 시달린다. 요즘처럼 무덥거나 비가 올 것 같은 저기압의 날씨에는 더욱 심하다. 행정당국은 물론 많은 사람들은 악취의 진원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악취는 제거되지 않고 주변을 괴롭히고 있다. 게다가 몇년 전부터는 새만금사업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가 됐다. 이 곳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축산폐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 왕궁축산단지는 원래 1948년 무렵 만들어진 한센인 집단촌이다. 이곳 주민들은 오로지 생계를 위해 돼지와 닭 등 가축을 사육했고, 그 규모가 커졌다. 6월 현재 왕궁축산단지의 3개 양돈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무려 10만5000두에 달한다. 인근 학호마을 사육두수까지 합하면 13만5000두다. 축산폐수 배출량은 하루 700톤을 넘는다. 가장 많을 때는 800톤에 달하고, 보통 730톤 정도가 매일 배출된다. 행정당국은 1990년대에 폐수처리장을 건설했지만 처리 용량을 너무 낮게 잡아 무용지물이었다. 10년 이상 질질 끌며 처리용량을 올려 건설한 공공축산폐수처리장의 1일 처리용량은 700톤이다. 이 때문에 1일 배출량 중 30톤 가량의 폐수가 그대로 만경강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왕궁축산폐수 잡기에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거액을 들여 돼지 농장을 사들이고 있다. 2012년까지 320억 원을 투입해 매입한 축사는 폐업축사 26만8000㎡와 현업축사 9만4000㎡에 달한다. 축산농가가 줄어든 것이다. 축산농가가 줄면 축산폐수가 줄어들어야 당연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축산폐수는 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익산시는 기존 농장들이 사육두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배출기준을 초과한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 익산농장과 금오농장, 신촌농장 등 3개 농장협의회는 "전라북도와 익산시에서 공공처리시설 처리용량을 작게 설계한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당국은 그동안 폐수처리장 건설, 축사 매입 비용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속도로에는 여전히 악취가 진동하고, 시커먼 축산폐수가 만경강에 흘러들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탁상행정이란 빈축만 사고 있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6.06 23:02

단체장 물갈이

선거 때마다 물갈이는 단골 메뉴다. 지난 4.11 총선 때도 도내 국회의원들을 대거 갈아 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결국 11명 중 7명이 물갈이 됐다. 국회의원 물갈이는 민주당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됐다. 대략 1년 전쯤부터 이 같은 여론이 생겨났다. 당사자들은 마치 찻잔속의 태풍인양 간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천과정에서 이 같은 여론이 반영돼 물갈이가 이뤄졌다. 여론은 다수의 의견이지만 연예인의 인기 마냥 가변성을 갖고 있다. 여론 그 자체가 힘을 얻기 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을 때 폭발력이 강하다.전북일보가 창간 63주년 특집으로 내년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궁금하게 여겼던 도민들의 정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시중에 말로만 떠돌던 이야기들이 상당부분 사실로 들어 맞았다. 3연임해서 더 이상 출마를 못한 이강수 고창군수와 장재영 장수군수를 제외한 12명의 현직 시장 군수 가운데 9명을 갈아 치웠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난 19대 총선 때 63%를 물갈이 한 것 보다 높게 나왔다. 살아 남을 현직 단체장이 자뭇 궁금하다. 이건식 김제시장, 이환주 남원시장, 황숙주 순창군수만 한번 더 해도 괜 찮다는 응답이 나왔다.도민들은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끼고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하지 못한 것에 분통해 하면서 상실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사업이 어느 세월에 끝날지도 모르고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간 25년간 여당이나 다름 없던 민주당이 지난 5.4전당대회서 친노 색깔을 빼고 김한길 의원으로 지도부를 교체했지만 미덥지 않게 여기고 있다. 그 이유는 야성이 약한데다 오히려 새누리당 보다 개혁을 꺼려 한다는 것. 대선 공약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슬그머니 당원 투표로 처리하겠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민주당이 미워 그 출신 단체장도 함께 밉게 보고 있다. 오죽했으면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45.4%의 지지를 보내겠다고 했겠는가. 민주당이 환골탈태 하겠다고 말해왔지만 도민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전주 찜질방서부터 현역 단체장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퍼져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뭔가 내년 지선을 통해 전북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도민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6.05 23:02

요즘 민주당 민심

민주당이 오랜 기간 굴욕을 맛보고 있다. 실체도 없는, 가상의 '안철수 신당'한테 쩔쩔 매고 있는 것이다.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호남의 내리막 민심은 5.4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60년 정통 야당인 민주당이 언제 태동할 지도 모르는 신당한테 겔겔거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깝다. 본지가 창간 63주년을 맞아 지난달 26·27일 4500명을 대상으로 한 도민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신당' 45.4%, 민주당 26.9%였다. 지난달 25·26일 도민 1000명 대상 KBS·MBC·전북도민일보 공동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 45.0%, 민주당 22.89%였다. 이에 앞서 9·10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뉴스1(통신사) 조사도 '안철수 신당' 45.5%, 민주당 32.3%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3월6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선일보의 호남지역 여론조사 역시 '안철수 신당' 34.4%, 민주당 24.1%였다. 김한길 대표체제 이전이나 이후 모두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한테 최고 22.2%에서 최저 10.3% 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을 망쳤고 정치쇄신 과제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국회의원 겸직금지, 세비 30% 삭감, 국회의원 '연금' 폐지,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 시행, 기초 단체장·의원 공천폐지 공약이 그런 것들이다. 말로는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국민을 실망시켰고 진정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30년간 전북에선 정당끼리 경쟁다운 경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민주당 내 공천 경쟁만 있었을 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은 언제나 '갑'이었다. 그 결과 도민에 대한 정치서비스는 형편 없었다. 경쟁 없는 독점적 구도 때문이다.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야권 분열'로 몰아부친다. 이 명제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했을 때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민심은 대체재를 찾는 법이다. 그 대체재가 '안철수 신당'이다. '안철수 신당'은 경쟁을 불러올 것이다. 그 수혜는 도민에게 돌아간다. 전북에서의 정당 간 경쟁과 정치서비스 향상은 야권 분열에 앞서는 상위 개념이다. 이걸 민주당이 간과해선 안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6.04 23:02

문화 입히기

이 지역 거점대학인 전북대학교의 요즘 행사 진행모습이 이채롭다. 가장 한국적인 대학을 표방하는 것에 걸맞게 각종 행사에 전통문화를 결합시킴으로써 행사의 품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 및 대학 자체의 홍보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치른 제42회 전국교수테니스대회만 해도 그렇다. 1400여명의 교수가 2박 3일 동안 도내 일원에 머무르며 운동도 하고 음식 등 다양한 지역문화를 즐긴 것만 해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경품이나 상품으로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가상한 일이라 하겠다. 더욱 주목할 일은 개회식에 이 지역이 자랑하는 전통문화의 옷을 입힌 것이다. 축하공연은 이 대학 출신들로 구성된 온소리예술단의 대규모 국악관현악단이 주도했다. 한때 국악신동으로 불리던 유태평양군의 퓨전 소리와 판타스틱 타악협주곡으로 흥을 돋우는 한편 명창 이용선씨가 등장하여 국악가요 '쑥대머리' 등으로 많은 교수선수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몇몇 대중가수를 불러 치른 예전의 고비용 '이벤트'와는 격과 질이 다른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이어진 비빔밥 퍼포먼스도 일인분에 2~3만원 하는 도시락 등으로 때웠던 다른 대회의 만찬들에 비해 예산이나 만족도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때마침 국공립대학협의회에 참여한 대학총장들과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 및 이형택 선수 등을 비빔밥비비기에 참여케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한 것에서는 참신한 기획력까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상패로 전주 합죽선을 사용한 것도 이채롭다. 전통문화의 수요창출은 물론 이를 서예와 결합함으로써 스포츠의 격조를 높이기까지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발성 기획이 아니라는 점. 지난 달 초 미생물국제학술대회에서도 전통문화 옷 입히기는 이어졌다. 일회용 커피 대신 고운 한복으로 단장한 차 사범들이 전통차로 참여자들을 맞이했다. 도립국악관현악단의 한국음악공연은 이어지는 갈채 때문에 이후의 행사진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노벨상수상자를 포함한 해외 저명학자들을 비롯한 국내 교수 및 연구자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이를 마련해준 주최 측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바람이 있다면 장식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하는 것. 스포츠든 학술대회든 진정으로 전통문화와 혼융될 수 있어야 명실상부 가장 한국적인 대학에 걸맞은 행사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는가? 성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6.03 23:02

전주와 비보이 문화

브레이크댄스는 1970년대 초반, 뉴욕의 브롱크스(Bronx)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춤이다. 브롱크스는 한산한 거주 지역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주환경이 악화되면서 많은 백인들이 떠났다. 대신 소수민족, 특히 히스패닉계 흑인들이 대규모로 이주해오면서 구역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자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자신들이 즐기는 힙합을 출 때만은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힙합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상대방구역을 찾아가 다양한 기교와 기량을 뽐내며 춤추는 시위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남자아이들을 뜻하는 비보이(B-boy) 경연대회의 중심에 '배틀(Battle)'이 있게 된 배경이다. 힙합문화는 주류문화가 됐다. 한국의 힙합문화는 1990년대의 소산이다. 1세대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대중가수들의 춤과 음악이 통로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힙합문화의 중심에는 비보이가 있다. 한국의 비보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경연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비보이들이 활동하는 나라라면 한국 독일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꼽히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세계 5대 비보이 배틀을 석권한 덕분이다. 그들 정상의 비보이팀 중 '라스트 포 원'이 있다. '라스트 포 원'은 2002년 전주의 비보이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했다. 각종대회를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던 '라스트 포 원'은 서울로 근거지를 옮긴 2005년,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에서 우승하면서 최고의 비보이가 됐다. '라스트 포 원'이 전주 출신 비보이들이라는 지역 연고가 알려지면서 전통문화의 상징적 도시 전주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젊은 문화도시란 새 옷을 입게 됐다. 전주시는 영화의 거리 입구에 '라스트 포 원' 광장을 조성하고 큰 규모의 비보이 대회를 만드는 관심으로 답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주의 비보이 문화는 성장을 멈추었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그 가치를 빛내는 일에 등한했던 탓이니 비보이문화가 전주의 문화 아이콘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해도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비보이 전용극장은 딱 한 곳. 서울의 홍대 앞에 있는 '쿵'이다. 세계 최초의 비보이 전용극장이라고 한다. 한국 비보이의 고향을 자처하는 전주가 왜 먼저 나서지 못했는지 돌아보면 더 아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5.31 23:02

뇌물일까

약 9년 전이다. 100만원이 든 돈봉투 사건이 2004년 추석절을 앞두고 터졌다. 그 해 9월10일 총리실 정부합동단속반이 농림부 김주수 차관 사무실을 덮쳤고, 현금 100만원과 골프공이 들어있는 박스를 확보했다. 김 차관은 나흘만인 14일 사표를 제출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수리했다. 당시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김 차관이 집무실에서 고교 선배로부터 현금 100만원과 골프공 한 박스를 건네받은 사실이 총리실 정부합동단속반에 의해 적발됐고, 추석을 앞두고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금품수수 관행에 쐐기를 박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김 차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또 건네진 돈은 뇌물이 아니라 골프비용 명목이었고, 액수가 소액이지만 포괄적으로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돼 사표 수리까지 이어졌다고 부연했다.김 차관에게 돈을 준 인물은 고교 선배였다. 후배는 농림부에 근무하고, 선배는 농업 관련 기업에 근무했다. 이 돈과 골프공이 뇌물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청와대는 아니라고 했고, 김 차관이 물러나고 끝났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지검의 한 검사가 책상 서랍에 5만 원짜리 현금 700여만 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광주고검의 보안점검에서 적발됐고,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법무부에 해당검사의 중징계를 청구한 사실이 지난 27일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전주지검으로 전보된 이 검사의 책상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는 순천지역 기업의 상호가 적힌 봉투에 담겨 있었다. 범죄를 수사할 때 봉투에 적힌 상호는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매우 중요한 열쇠다. 하지만 해당 검사는 "수사 수당과 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찰 결과, 검사는 순천지청 재직 당시 지인의 부탁으로 피고소인의 사건을 무단 조회하고, 수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를 받았다. 또 다른 지인의 부탁으로 구속 피고인을 검사실로 불러 접견하도록 했다. 봉투 속 현금뭉치의 진실은 뭘까.노무현 대통령은 100만원을 뇌물성으로 보고 농림부 차관을 엄벌백계로 다스렸다. 하지만 검찰의 조치를 보면 검사실에서 발견된 문제의 현금뭉치를 '수사수당과 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인정해주는 듯하다. 스폰서검사, 벤츠여검사, 그랜저검사,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낙마 등 부적절한 검사 사건이 계속되는 이유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5.30 23:02

야권 분열

최근 도내서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돼 가고 있다.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안철수 쪽으로 움직이고 출마예상자들이 안 의원 쪽을 노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40대서는 거의 노골적으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대선 전에 형성됐던 안철수 신드롬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5.18 때 안 의원이 광주를 다녀간 이후 호남에서 지지세가 확산돼 가고 있다. 5.4 전당대회 때 도내 당원들이 김한길 의원을 대표로 만들었지만 주요 당직인선에서 도내 출신 의원들을 철저하게 배제시킨 게 잘못이었다.대선에서 패배한 도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일찍 내년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창과 장수군은 군수가 3연임한 관계로 선거분위기가 조기 점화됐다. 민주당 텃밭이지만 참신한 인물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나오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 될 수 있다. 아직 창당도 안한 안철수 쪽의 지지도가 민주당 보다 두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친노가 2선으로 빠지고 비주류가 당권을 장악했지만 도민들은 더 이상 민주당에 기대를 걸 것이 없다는 생각들이다. 25년간 지역정서를 볼모로 잡고 정치를 쉽게 해온 민주당 사람들갖고서는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지역구 의원들이 지금 민주당 쪽으로 줄서 있어 조용해 보이지만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쪽 후보가 당선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과거 문국현의원의 사례를 들면서 제3당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지만 호남에서 만큼은 안 의원이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호남 민심이 민주당을 떠났기에 내년 지방선거 때 안의원 쪽으로 출마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관료나 지역 명망가들이 안 의원 쪽의'정책네트워크 내일'출범에 관심을 쏟고 있다.노무현 정권 때처럼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탄생해서 152석을 휩쓴 것처럼 안 의원이 내년 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도부가 의원 워크숍을 계획하는 등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호남민심이 돌아서버려 안 쪽만 세력이 커졌다. 야권분열로 새누리당만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그간 민주당이 워낙 희망을 못줘 '형제의 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내년 지선 때 민주당 출신 현직들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세를 얻는 바람에 도내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예고 돼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29 23:02

허허벌판의 혁신도시

오는 8월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할 지방행정연수원 임원 10여명이 현장을 둘러보고는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입주가 넉달 밖에 안 남았는데 벌건 황토 부지에 연수원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연수원은 상주 직원이 100여 명에 이르고 전국 각지의 공무원 12만명이 찾는 곳이다. 반면 기숙사 수용인원은 314명 밖에 안된다. 숙박·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이 제로라는 걸 보고받은 이경옥 안행부 차관이 얼마전 현장을 둘러보고 갔고 이번 주엔 김완주 지사가 현장을 찾는다. 11월엔 대한지적공사(LX)가 이전한다. 12개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기공식을 갖고 전북에 '애정'을 표시한 공기업이다. 유종근 지사 시절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성열 당시 사장의 배려가 컸다. LX이사들도 얼마전 혁신도시를 찾았지만 낙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고생한 것을 예로 들며 입주시기를 늦추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김영호 사장은 "전북도민과의 약속"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11월 입주를 지시했다. LX는 정부가 시행한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공기업인데 역시 '신사기업' 답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 북서쪽·완주 이서면 일원 990만㎡(300만 평)에 수용인구 3만여명 규모로 조성중이다. 공정률은 93%다. 내년에는 농촌진흥청,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민연금공단 등이 이전하고 2015년까지는 12개 기관이 모두 입주한다. 민간 분야 건물도 신축이 가능한데 현재 24건이 신청돼 있다. 문제는 정주 여건이다. 숙박·편의점·음식점·병원 등 민간분야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확충될 테지만 우체국·소방 파출소·문화시설·체육시설 등 공공 지원시설은 사전 공급돼야 맞다. 그래야 불편이 없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계획개발 지구는 공공시설과 심지어는 골프장 등의 편익시설이 먼저 확충된다. 주민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이나 기관이전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거꾸로다. 이제서야 우체국 부지를 매입한다는 둥, 소방파출소 신축 예산을 편성한다는 둥 법석이다. 사전에 할 일은 하지 않고 땅 팔아먹는 것만 신경 쓴 탓이다. 서둘러 입주하는 건 고맙지만 미흡한 인프라 때문에 전북의 이미지가 구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세종시처럼.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5.28 23:02

경기전의 '불편한 진실'

"문고장 정문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몇 개월째 붙어있는 경기전 동문의 안내표시. 고장이면 고처야지 왜 이렇게 방치하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아니 원래부터 전혀 고장이 아니다. 관리의 편의를 위해 고장을 빙자하고 있을 뿐이다.사연은 이렇다. 경기전 입장을 유료화하면서 정문에서만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동문과 서문은 출구로서의 역할만 한다. 그래서 안에서는 열 수 있지만 밖에서는 열 수 없는 문을 달았다. 그 안쪽에는 잠그면 안에서도 열 수 없는 문이 또 하나 설치되어 있다. 이 문이 입장 마감시간이 되면 고장이 난다. 관리인이 제 때에 퇴근을 하기 위해 관람객이 빠져나가기도 전인데 고장을 핑계로 잠가버리는 것이다. 한 사람의 편리를 위해 많은 사람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 지금 경기전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인천시 남구의 교육장을 비롯한 장학사(관)들이 워크숍을 겸하여 학생들 수학여행코스를 개발하겠다고 전주한옥마을을 답사하며 안내를 부탁해왔다. 전통문화관에서 시작하여 경기전과 전동성당에서 끝맺으려 했는데 동절기 입장마감시간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6시까지인 줄 알고 5시 조금 넘어 도착한 것이다. 교육장이 공무원증까지 내보이며 사정을 해봤지만 요지부동. 수학여행코스 개발을 위해 전주 출신 장학사 한 분이 진전만 보고 나오겠다며 통사정을 해도 쇠귀에 경 읽기! 시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잘못을 벌충하겠다고 알량한 옛날 직책까지 내세우며 거들어 보았지만 '그런 분이면 원칙을 더 잘 지켜야지요!' 핀잔만 듣고 말았다. 수경행권(守經行權 원칙을 지키되 상황을 고려하여 수시처변한다!)을 전주의 정신이라 내세우며 방금 전까지 자랑을 해왔는데, 그 반대의 실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역사적 의미나 상징보다는 관리의 편의성만 쫓게 되지 않을까, 유료화를 반대하던 사람들의 염려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유료화하면서 보완하겠다던 다양한 콘텐츠는 아직까지도 확인할 수가 없다. 관람 분위기 조성도 안내관람의 시간대가 너무 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입장객 관리를 위해 동입서출(東入西出)의 원칙만 깨지고 정작 의도했던 많은 것들은 아직도 모색중인가 보다. 효율성,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경기전이 지니는 위엄에 걸맞은 관리가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5.27 23:02

판소리 대중화

2003년 쯤 이었던 것 같다. 매주 토요일 오후, 전주 덕진공원에서는 소리판이 열렸다. 돗자리 한 장, 북과 북채가 전부인 이 즉석 소리판의 시작은 소박했지만 그 끝은 언제나 화려했다. 공원에 나들이 왔던 관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 절로 객석이 만들어지고, 금세 신명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 공연이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고정 관객들까지 생겼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변변한 홍보물 하나 없이도 소리꾼과 관중이 자연스럽게 만나 흥을 나누는 즉석 소리판을 만든 사람은 김연 명창이었다. 판소리 공연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덕진공원 '즉석 소리판'처럼 소리꾼과 청중이 우연히 만나 신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구나 명창의 반열에 오른 소리꾼이라면 공연 여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소리로 청중들을 불러들이는 일에 나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일.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터다. 그즈음 전주에는 매주 정기적으로 판소리 공연이 열리는 공간이 있었다. 지금은 전주전통문화관으로 이름을 바꾼 전통문화센터가 여러 해 동안 운영했던 '해설 있는 판소리'다. 이 판소리 감상회 대부분도 객석이 차고 넘쳤다. 어느 때인가는 '해설 있는 판소리'가 '영문 자막이 있는 판소리 시연회 및 공개 토론회'로 바뀌어 열렸는데, 그때도 경업당 30여 평 객석은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다. 온몸으로 이뤄내는 '소리예술' 판소리가 대중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 모든 장르의 문화가 혼재된 문화충돌의 시대에서 우리 음악의 자리 잡기는 그만큼 치열한 과정을 요구한다. 판소리 역시 대중화를 위한 '실천'이 치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지난 주말부터 전주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는 마당창극 '천하맹인 눈을 뜬다'상설공연이 시작됐다. 관광객을 위한 상품답게 객석은 차고 넘쳤다. 그쯤 되면 판소리 대중화의 몫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의 판소리 대중화 작업이 지나치게 외형적은 아닌가 싶다. 전통 판소리 공연을 외면한 채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힘에만 의존한 대중화는 그 본류를 빗겨가기 십상이다. '해설 있는 판소리'와 같은 상설 공연의 맥조차 지키지 못하는 오늘의 환경에서는 그 우려가 더 깊어진다. 그래서다. 전주가 언제까지, 무엇으로 판소리의 고장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5.24 23:02

깜박이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해 발표하는 '교통문화지수'가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얼마나 잘 지키며 운전하는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국민 운전 성적표'다. 이 조사는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 사망자수를 비롯해 △안전띠 착용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방향지시등 점등 △신호 준수 △운전 중 DMB시청 △보행자 신호준수, 어린이 노약자 사망자수 등이다. 운전자의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약자 보호 등 5개 역역 18개 항목을 평가한다. 교통문화지수 조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결과는 교통 정책 개발 자료로 사용된다. 얼마 전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교통문화점수는 100점 만점에 75.20점으로 전년 대비 0.41점 올랐다. 164개 시·군 중 1위는 84.88점을 얻은 전남 고흥군, 꼴찌인 164위는 54.44점의 임실군이었다. 전북의 경우 군산이 80.18점으로 전국 21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 정읍 78.33(46), 전주 76.69(64), 순창 74.17(86), 남원 73.42(92), 장수 72.83(98), 익산 71.69(105), 고창 66.87(139), 김제 66.15(143), 진안 65.55(146), 부안 65.46(147), 완주 62.08157), 무주 60.65(158), 임실 54.44(164) 등 상당수가 민망스런 점수를 얻었다. 2012년 조사에서 1위를 한 고흥군은 2010년 조사 때 하위권인 130위였다. 주민들이 노력하면 교통문화 수준을 높이는 게 불가능한 도전은 아닌 것 같다. 올 들어 전북일보와 전북경찰청이 손잡고 '교통질서 UP, 교통사고 DOWN' 교통문화 향상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를 보호하고, 음주운전, 안전띠 착용, 2륜차 안전모 착용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교통문화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 나가보면 전북의 교통문화지수 전선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안전띠 미착용, 신호위반, 마구잡이식 끼어들기 등 법규위반, 얌체운전이 판치고 있다. 많은 운전자들이 깜박이 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넘나든다. 전북의 교통문화지수가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것은 난장판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그나마 방어운전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5.23 23:02

민주당 지지 하락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여론이 지역서 팽배하다. 의원수가 11명 밖에 되지 않아 숫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한데다 7명의 초선들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3선인 최규성·김춘진의원과 재선인 이춘석·유성엽의원이 나름대로 분발하고 있지만 중앙정치권서 영향력이 별반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진들의 역할이 부진하면서 19대들어 전반적으로 전북정치권이 약화됐다. 민주당 당직 인선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것만 봐도 그렇다. 선거 때 당선만 시켜주면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의욕을 과시했던 의원들이 자신들의 앞가림도 못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와대에는 채널이 없어 광주 출신인 이정현 정무수석에 의지하고 그나마 정부쪽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지만 코드가 맞질 않아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앞뒤가 꽉 막혀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전북의 현안을 속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도민들은 안철수 신당에 희망을 걸고 있다.문제는 민주당이 너무 무력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역서 핫 이슈가 돼 있는 전주 완주 통합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규성의원은 주민들의 자율적 의사에 맡긴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최 의원이 소극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도·군의원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공천을 받지 못할까봐 통합을 반대한다. 결국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져 도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지역문제에 등한시 해온 최의원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의원에 대한 실망은 이미 김제공항 건설을 반대할 때부터 생겼다.김제공항건설은 도민들의 여망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최의원이 부지까지 매입한 김제공항건설을 무산시켰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민들의 숙원사업을 무산시킨 책임은 두고 두고 캐물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도 최 의원만 앞장서서 찬성하면 굳이 찬반 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다. 국고 낭비를 막으면서 축제 분위기속에 통합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아직 신당을 창당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도민들이 더 많은 지지를 보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겸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5.22 23:02

부부의 날 단상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민음사)는 책도 있고 '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북인)라는 책도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쨌든 결혼하라. 만일 휼륭한 아내를 얻으면 그대는 행복해질 것이고,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고 했다. 혹 나쁜 배우자를 얻는다 할지라도 지혜와 성숙을 얻을 테니까 밑질 게 없다는 것이다. 크산티페라는 악처를 둔 그가 결혼을 후하게 평가한 게 흥미롭다. 그 자신이 행복보다는 지혜를 얻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혼하면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고 존경하며 살겠노라고 다짐하지만 부부의 연을 맺고 살다 보면 신혼의 감정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 남편은 망부석 같은 부인, 아내는 영원한 신혼시절의 남편이길 바라지만 이건 그야말로 꿈이다. 행상 나간 남편이 밤길에 해를 입지 않을까 기다리다 망부석이 될 여인은 없다. 아내만을 사랑하며 신혼시절처럼 사는 남편도 없다. 돈과 자녀, 직장, 사업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그래서 '인생은 영원한 고(苦)'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여가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연봉 2만달러 미만인 사람보다 9만달러 이상인 사람이 두배 이상 행복하지만, 5만달러 정도인 사람과 9만달러 정도인 사람 사이엔 행복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그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만 많이 벌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즐기며 재미있게 살라는 뜻이겠다. 오늘(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의미다.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그런데 혼인 건수는 해마다 줄고, 이혼 건수는 증가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혼인 건수는 2만88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반면 이혼 건수는 9400건으로 4.4% 증가했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결혼 할 수 없는 사회적 요인, 걸핏하면 이혼으로 이어지는 환경적 요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부부의 날 기념도 좋지만 부부의 연을 이어주고 부부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을 대책도 중요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5.21 23:02

빈대잡기 소동

요즘 소리문화전당 연주회에 가면 희한한 풍광이 눈길을 끈다. 하얀 남방 차림의 젊은이들이 공연 내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관람을 방해한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빈대들이 부척 늘었다. 그래서 빈대잡이들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내들로 바뀌었나 보다. 그 움직임은 공연분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분주해진다. 감동의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고 싶어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이면 더욱 가관이다. 앵콜연주 때는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무색할 정도다.덕분에 관객들은 정신이 없다. 무대에 집중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사방에서 하얀 남방의 사내들이 무슨 비상사태라도 벌어진 양 뛰어다니는데 어떻게 오롯할 수 있단 말인가? 무대의 연주자가 혹시 이 모습에 짜증이라도 내지 않을까, 아니면 관객 중에 성질 좀 급한 이가 일어나 소리라도 지르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집중감상을 방해한다. 공연이 우선인지 빈대잡기가 더 중요한 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찍어대는 것은 물론 안 될 일이다. 공연 분위기도 해칠 수 있고 이웃 관객들에게도 분명 방해가 된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다니는 소동에 비하겠는가? 초상권이나 저작권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으로 찍은 것으로 무엇을 어쩌겠는가! 오히려 SNS를 통해 연주자와 공연 자체를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외국영화들이 한국에서 첫 상영을 하려 하는 까닭을 눈여겨보라! 한국의 열성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홍보를 대신해준다지 않던가?)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은 사전 홍보로 족할 일이다. 관람객을 범죄자 취급하며 통로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며 더구나 공연 자체를 방해하면서까지 단속을 해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다. 관객들도 예를 갖추어야 한다. 늦어도 십여분 전에는 자리에 앉아 감상할 준비를 해야 하며(늦게 와서 하얀 남방의 안내를 받으며 우왕좌왕 자리를 찾는 법석은 또 얼마나 공연분위기를 망치는가?) 임으로 사진기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그래도 이런 식의 단속은 아니다. 공연이 최우선이다. 저작권이고 초상권 문제도 그 뒤의 일이다. 값비싼 입장료를 감내하는 것은 최상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빈대잡기 소동이 없는 성숙한 공연문화의 정착, 진정 시급한 일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3.05.20 23:02

아름다운 순례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리서 〈택리지(擇里志)〉 저자는 조선 영조시대 실학자 이중환이다. 〈택리지〉는 저자가 이 나라 산하를 직접 걸어 돌아다니며 쓴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그는 젊은 시절, 사화(士禍)에 연루돼 유배당했지만, 고난의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택리지〉는 그가 20년 동안 방랑생활을 하면서 온 국토를 뒤지고 다녔던 결실이다. 택리지는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동국여지승람〉처럼 군현별 백과사전식 지지에 우리나라를 총체적으로 다룬 팔도총론을 넘어 도별지지마다 주제별로 다룬 인문 지리적 관점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택리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난의 시대에서 사대부가 살만한 곳'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목표는 택리지의 본론인 '복거총론'에서 전개된다. 이른바 살만한 곳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부분이다. '복거총론'에서는 가거지(可居地)의 네 가지 조건이 제시되어 있는데'지리가 좋아야 하고, 생리가 있어야하며, 인심이 좋아야하고,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라북도에는 종교인들과 자치단체가 뜻을 모아 일군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다. '순례길'은 세계의 도보여행자들의 꿈의 코스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널리 알려진 덕분에 그리 낯설지 않다.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전주와 완주 익산 김제를 잇는 9개 코스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어느 특정한 종교 성지만을 잇는 길이 아니다. 이 길들은 전라북도의 유교와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함께 마음을 열고 만들어낸 길이다. 전체 코스 길이는 240km. 그러나 지금도 코스마다 가장 적합한 길을 잇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러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코스마다 우리의 삶을 새롭게 눈뜨게 하는 다양한 길의 모습이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함께 안고 있는 험한 산길, 눈부신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안아 흐르는 강둑 길, 자분자분 친구와 이야기 하듯 속살거리는 숲속 오솔길, 온몸으로 땡볕을 안고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가야하는 둑길까지. 돌아보면 우리 인생과 꼭 닮아 있다. '순례'는 종교성지를 여행하는 일이지만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작은 마을마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다. 전북의 아름다운 순례길의 가치가 더 빛나보이는 것도 이 덕분이 아닐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5.17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