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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남원 만들기 - 최중근

오월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산과 들에 핀 화사한 꽃들이 그렇고, 생명의 봄을 맞아 갓 자란 연두색 나뭇잎이 또한 그렇다. 기후마저 만물이 소생하기에 가장 좋다. 그래서 흔히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나는 매일아침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2시간여 동안 자전거로 남원시내를 둘러본다. 이슬을 먹은 가로수의 연두색 나뭇잎과 시내를 둘러싼 주변 산들의 숲은 잘 정리된 시가지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상쾌함과 싱그러움 속에 바라보는 아침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잘 조화된 오월의 남원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남원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고색창연한 도시이다. 통일신라시대 9주5소경의 하나인 남원경이 있어 행정의 중심지였고, 조선시대 전주 ? 나주 ? 광주향교와 더불어 사장관 기능을 하면서 호남의 중심 교육기관이었던 남원향교가 있다. 또한 남원에는 춘향전의 주무대이자 동양 최고의 정원인 광한루원이 있다. 향교와 광한루원은 지금까지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예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예스러움은 최근 건물 외벽 도색, 간판정비 등을 실시하여 새것과의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남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전원도시이다.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과 시내를 안고 흐르는 요천강이 있으며 사계절 꽃이 있다. 봄이면 요천강변의 벚꽃을 시작으로 철쭉, 장미, 백일홍 등이 핀다. 꽃이 핀 요천강은 파리의 세느강 보다 아름답다. 운봉읍 바래봉 철쭉은 세계 최대 군락지로 한 달 내내 수많은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시내 장미넝쿨은 오월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아름다운 꽃과 높은 산 그리고 맑은 물은 아름다운 도시가 되는 필수 요소들이다. 꽃과 신록이 우거진 오월의 남원은 분명한 전원도시이다.남원은 축제가 있어 살아있는 도시이다. 오월은 전국적으로 많은 축제가 열린다. 우리고장 남원에서도 춘향제, 철쭉제, 허브축제가 5월 한 달 동안 순차적으로 열린다. 올해로 78회를 맞은 춘향제는 전국 최고의 축제다. 전통과 역사성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우수하다. 운봉읍 바래봉 철쭉제와 허브축제는 자연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생태환경축제다. 춘향제에 백만의 인파가 몰리고 바래봉 철쭉은 한 달 내내 등산객들이 찾아오면서 그야말로 도시는 살맛이 난다.남원은 전국 제일의 관광도시다. 민선4기를 맞아 나는 우리 남원을 연수전문레저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많은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자전거에 몸을 싣고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듯한 오월의 남원 풍경은 행복이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임이 틀림없다.예부터 남원은 천부지지(天府之地) 옥야백리(沃野百理)라고 하였다.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고, 비옥한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의미로 살기좋은 고장이라는 뜻이다. 남원은 참으로 축복받은 도시이다. 또한 시민들 인심 좋고 성실하다. 신록이 우거진 오월에 그 의미를 돌이켜보면 새삼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다. 태고 때부터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 남원에서 남원인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자랑스러운 오월이다./최중근(남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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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8 23:02

[기고] 선물, 이제 책으로 하자 - 박규선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흔히 어린이들의 생일 선물을 부모가 전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은 우리 사회와 비교가 된다. 선물을 주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자라서 그 자녀들에게 다시 선물을 줄 것이다. 그 부모에 그 자녀란 말에 합당하다. 그러나 문화가 뒤진 사람이나 국가는 선물이 뇌물로 변신한다. 마음은 없고 부당한 대가만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이 홀대받는다.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 없다. 아이들이 눈치껏 뇌물문화를 배울 따름이다.세계적인 부자 워런버핏이 전재산의 85%를 아무 조건 없이 빌게이츠 재단에 출연을 하였다. 자신도 자선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믿는 빌게이츠 재단에 천문학적 재산을 기부하는 행위는 어디에서 비롯할까? 빌게이츠가 열심히 벌어들인 돈을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쓰려는 마음은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가? 아마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이 몸으로 실천한 선물 문화에서 비롯하지나 않았을까? 유치환의 시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구절처럼 베풀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어릴 적 부모님에게 배운 결과가 아닐까!마음보다 물건에 더 가치를 두는 세상이 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선물에서도 마음이 떠나고 있다. 이제 마음을 담은 선물 문화를 풍성하게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이 고맙고 아름답게 보인다.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선물 중에는 부모님에 대한 선물이나 졸업 후에 선생님을 찾아뵈면서 드리는 선물, 친구들에게 주는 마음이 담긴 조그마한 선물, 선후배가 서로 존경하고 아끼면서 주고 받는 선물 등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 선물이 많다.그 중에는 인생을 바꾸게 하는 선물이 있다. 이 선물은 세상을 바꾸게 할 수도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짧은 글 한 구절을 적어서 보내는 책 한권은 가장 오래 보관하는 선물이 된다. 상대에 맞는 책이거나 자신이 감동을 받아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자신의 이름을 꾹꾹 정성으로 적어 보내는 책은 때론 받는 사람에게 인생의 멘토가 된다.많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자신들이 권하는 책에 사인을 해 주는 일도 좋은 일이다. 의미가 담긴 책 한 권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명이 있을 때 그 책은 소중하다. 책이란 겉모습도 소중하지만 내용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과 마음으로 가까워지려 하는 것이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껍데기에만 서명하는 것이 아니라 알맹이에까지 사인을 하는 책 선물은 그래서 마음의 선물이 된다.이제 모든 축제에서도 책을 선물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각종 축제와 관련해서 유명인사의 팬사인회를 자신이 추천하는 책으로 해 본다면 제2, 제3의 유명인사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오지 않겠는가? 자신의 분신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자신은 영원하다. 자신이 죽지 않고 사는 길이다.선물은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책을 선물한다면 그 사람은 책과 같은 존재이다. 책과 같은 인격이고 책과 같은 고상함이 있다. 책을 선물하는 사람이야말로 책과 같은 존재, 혹은 그 책을 넘어서는 사람이다.책을 선물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감동을 받은 책을 선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나 시인에게서 그들의 저서를 선물 받는 것은 영광이겠지만 대다수가 소설가나 시인이 아닌 우리들은 책을 읽고 그 감동을 함께 할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게 된다. 따라서 책을 선물하는 일은 책을 읽게 한다. 책을 읽어서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행복을 만끽하면서 '1일 부독서 구중형극'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처럼 남을 헐뜯는 말을 할 여유가 사라진다.책을 선물하자. 이제 선물문화를 바꾸어야 할 때이다. 인생의 멘토를 선물하자.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 물건에 힘쓰기보다는 마음에 더 힘을 쏟게 하는 책을 선물할 때 우리는 워런버핏이나 빌게이츠 같은 자선 사업보다 큰 태양이 만들어질 것이다.돈키호테에 나오는 '선물에는 바위도 부서진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 사회를 책을 선물하는 문화로 바꾸어서 세상의 꿈쩍하지 않은 바위를 녹여 볼 때이다./박규선(책읽기운동 전북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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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7 23:02

[기고] 민주주의와 집회시위의 자유 - 전준형

우연히 나타난 10대 학생들의 용기 있는 촛불문화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헌법의 정신을 기성세대 모두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2008년의 촛불은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뿐만 아니라 기성세대, 정치인, 시민사회 운동진영 모두에 대한 탄핵이다. 시민사회 운동진영에서도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해 국가권력에 저항을 하였지만 이것은 예전의 촛불과는 다르다. 비폭력 불복종 저항운동의 상징인 이번 촛불에서 기성세대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가?"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국가권력이 헌법 제1조의 가치를 형식적인 것으로만 남겨두려고 할 때 10대 학생들과 네티즌들은 그것을 실질적인 것으로 구체화시켜 나가고 있다. 국가권력을 획득한 사람들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소외시키고, 기성세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학생들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직접민주주의의 형태인 촛불을 들고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었다.이것은 완벽하게 합법성과 정당성을 지닌 인권의 상징으로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할 용기 있는 행동이다. 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항들이 담겨져 있다. 그중 하나가 헌법 제21조인 집회시위의 자유이다. 이것은 국민 개개인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통해서 그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시켜 나가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며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도록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고, 불가피할 때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예외이다. 대한민국은 간접민주주의 즉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그러나 간접민주주의가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할 때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대한민국 헌법 곳곳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담아두고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국민의 직접적인 의사를 형성하여 정치에 반영하기 위한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집시의 자유는 보장이 원칙이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지난 5월 3일 어청수 경찰청장은 촛불문화제를 불법운운하며, 관련자 사법처리를 밝혔다. 이번 고등학생 사찰은 경찰청장의 발언과 무관할까? 국민은 경찰에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찰권의 행사를 위임한 것이고, 경찰은 적법절차에 의해 법을 집행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집회신고를 하러 간 권리를 경찰이 학교에 찾아가 무력화시키고자 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며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경찰관의 신분과 목적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해당 학생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의사에 반하는 조사를 진행한 것은 경찰권 행사의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직권남용이다. 학생은 용의자나 피의자 신분이 아니고 현행범도 아니며 긴급체포 대상도 아니었다.물론 경찰관에게 서슴없이 학생을 인도한 학교 측과 교사들의 상황인식과 인권수준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국민은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과 위법사실에 대한 책임, 경찰청 차원의 재발대책 방안에 대해 요구한다. 국민의 합법적이고 정당성 있는 요구에 대해 이제 경찰이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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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6 23:02

[기고] 농촌 인구감소 문제 해결 방안은? - 양형철

우리나라는 6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연평균 10%전후의 높은 성장이었다. 고도 경제성장은 공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개발이 그 중심 이었다. 그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지역간 산업의 재배치가 추진되었고, 공업화지역과 비공업화지역간에는 지역격차가 유발되었다. 그리고 소득격차도 크게 확대되었다. 고도성장의 와중에서 지역간 인구 역시 크게 이동했다. 그결과 농촌지역은 인구가 크게 감소했고 도시지역은 농촌지역으로부터의 인구유입으로 인구가 크게 증가 했다. 지역적으로 인구변동의 양극화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 결과산업구조가 고도화된 수도권이나 영남권 일부에서는 인구의 과밀현상이, 그리고 농업지역인 호남권에서는 인구의 과소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이러한 현상은 광역적인 지역간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었다.기초자치단체인 시군 내부에서도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사이에는 도시부의 과밀화 농촌부의 과소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이런 현상에 주목하여 그간 인구유출이 극심했던 도농 통합도시인 남원시를 대상으로 시군이 통합된 1995년 이후부터 인구변동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구명해 보았다. 통계조사에 의하면 남원시 인구는 시군으로 통합된 1995년 1만9224명 이었던 인구가 2005년 9만4095명으로 지난 10년간 1만5129명이 줄었으며 현재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남원시 인구감소률을 살폐보면 면단위 농촌인구 감소률은 18%로, 시내의 도시인구 감소률 11%보다 면단위에서 생활하는 농촌인구 감소률이 더욱 심각하다. 인구감소 원인을 자연적인 요인과 사회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자연적인 요인은 1995년 출생률이 사망률보다 25% 증가한 반면 2005년도에는 출생률이 사망률보다 16% 감소하였고, 사회적인 인구감소도 자녀교육, 직장문제 등 경제적인 관계로 1995년도 전입이 전출에 비해 7% 2005년도에는 16% 감소하였다.또한 남원시의 가임여성수는 1995년 2만4229명에서 2005년 1만7729명 으로 6.17% 감소하였다.이러한 인구양적 변화에 따라 부락자치기구 유지가 어렵게 되고, 교통운행 감축 폐지로 생활하는데 불편을 주고 있으며, 아동인구 급감으로 교육시설 폐지가 증가되고 젊은층의 생산인구 감소로 농가소득이 줄어들뿐만 아니라 전국 수명이 2005년 기준 남자는 75.14세, 여자는 81.89세 전체 78.63세로 평균수명이 1995년 73.53세보다 5.1세 늘어나면서 젊은층 노인부양부담률이 1995년 1인당 17.5명 이었으나 2005년도 에는 32.6명으로 10년 동안 2배 가까운 15.1명이 증가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따라서 농촌지역 인구감소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성장과 그것을 촉진시키려는 지역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감소 문제를 따로 떼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농촌인구 감소대책은 단순한 사회복지대책이 아니라 지역의 악순환 과정을 단절시켜 전향적인 개발을 추구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시말하면 생산과 생활을 재결합시키는 농촌대책이 바람직한 것이다.이와관련 제안 할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사업마다 독립적이고 연계성이 약한 단편적인 형태의 보조대책이나 조성대책, 지원대책이 아닌 지역별 권역개발 방식의 도입으로 생산기반대책과 사회복지대책을 연계시킨 대규모적이고 계획적인 개발방식으로 생산과 생활을 재결합시키는 종합적인 농촌대책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양형철(전북도농업기술원 농촌조직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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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3 23:02

[기고] 농부의 손에서 국민의 밥상까지 - 김정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 중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음식을 두가지 말하라 하면 첫 번째는 김치이고, 나머지 하나는 쌀밥이라고 말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민족에게 친숙한 쌀이 한민족의 역사와 고스란히 함께해온 이유를 선사시대의 유물인 탄화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만년의 역사로 알고 있는 우리에게 1998년 충북 청원군에서 발견된 '소로리 볍씨'는 우리에게 놀라운 사실을 제공한다. 소로리 볍씨는 무려 1만 5000년 전의 것으로 500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는 한반도에서 그보다 훨씬 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이 벼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을 말하여 준다.이렇듯 우리민족에게 친근한 쌀이 어떻게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지 알고 있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쌀이 그저 1년간 농민에 의해 농사지어지고,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매년 같은 품종의 쌀이 심겨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농가에 보급되는 우수 품종은 대략 15년 전에 벼 연구자에 의해 우수한 양친(암컷, 수컷)이 선정되는 것이 출발점이고, 이들로부터 번식된 후세대들중 농업적으로 우량한 계통을 약 10년에 걸쳐 선발한다. 이중 선발된 개체들을 자연환경, 각종 병해, 재해에 대한 안전성을 3년여에 걸쳐 철저히 조사한 후 합격한 개체에 대하여 비로소 품종 선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게 된다. 품종 선정은 각개의 전문가 그룹에 의해 복잡한 심사를 거쳐 비로소 품종으로 선택되어지는데, 1개의 품종은 대략 5만개의 형제 개체들로부터 경쟁을 뚫고 선택되어진 벼중의 최고 벼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년 농촌진흥청은 밥쌀용 5~6개의 품종을 개발하는데 모든 품종이 농민들에 의해 선택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선택되어져도 여간하여서 장수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중 2001년도에 개발된 동진1호는 2007년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의 약 20%인 190,000ha에 심겨졌으니 그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진1호의 생산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1조 7,000억원의 액수이니 그 가치는 현대 그랜져 자동차 6만 5천여대를 수출한 가격과 맞먹는 다고 할 수 있다.이렇듯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벼가 쌀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급자족의 역사는 최근 20여년의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386 이상의 세대에게 이젠 아득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보릿고개'가 그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120kg을 상회하던 1인당 쌀 소비량이, 이젠 쌀 재고량이 문제가 될 정도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급기야는 햄버거 등 서구 외식문화에 자리를 넘겨주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77kg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음식이 남아돌고 쌀의 소중함이 역사의 한페이지로만 여겨지고 있는 우리에게, 국민의 80% 이상이 우리 대한민국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최근 필리핀의 일련의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불과 10년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은 잘못된 농업정책으로 인하여 지금은 세계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하였고, 급기야는 올해 전 세계적인 쌀값 폭등으로 인하여 정부가 쌀 수입을 위해 태국, 베트남 정부에 식량을 구걸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8%(쌀 98.9, 보리 46.5, 콩 13.6, 밀 0.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중 쌀을 제외할 경우에는 5%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식량자급률을 살펴보면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은 농산물 주요 수출국이며, 캐나다, 프랑스는 150%을 훨씬 상회하는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OECD 선진국들 모두가 식량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가기관에서 직접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쌀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한 필리핀의 전철을 밟지 않고, 대한민국이 향후 중국에게 식량문제로 인하여 제 2의 '삼전도 굴욕'을 격지 않으려면 농업 농촌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속적이고 큰 애정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김정곤(농촌진흥청 호남농업연구소 벼육종 재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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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2 23:02

[기고] 해양항만업무, 지방이양 옳은가 - 류영하

최근 국토해양부 소속 해양항만청의 지방이양이 지상에 거론되고 있다.그러나 해양항만업무의 지방이양은 얼핏보면 전북에 이익이 될 것같지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우선 지방자치단체가 항만을 이양받고자 하는 목적중 하나는 항만시설사용료 등 항만에서 얻어지는 수입을 갖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전북은 항만의 이양에 따른 득실(得失)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실제 부두운영회사들이 민자로 투자한 비용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입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중앙부처가 담당할 때처럼 항만세입의 몇배가 군산항만으로 재투자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또한 자치단체별로 선사와 화물을 잘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유치경쟁이 극심하면 할수록 경쟁력있는 자치단체의 항만만 살아 남게 되고 전북도와 같이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자치단체의 항만은 국가예산 의존도가 높아져 국가로부터 다른 분야에 대한 예산지원은 기대하기 힘들어 진다.UN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정한 국제협약과 모든 규칙에 따라 5대양 6대주를 운항해야 하는 해상운송과 관련, 국내 선원과 외국인 선원의 고용 및 양성관리문제가 함께 정책적으로 지원돼야 하고 해운산업과 항만산업이 육성 발전돼야 함에도 자치단체별로 해운과 선원문제, 항만의 개발과 운영이 별개로 검토되고 집행되면 그에 따른 혼란과 파생되는 문제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이 밖에도 범국가적 차원에서 해양의 보전과 관리, 지속가능한 이용개발이 어렵게 되고, 해운과 항만의 안전관리와 해상교통시설의 확보등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엄청나 재정기반이 취약한 전북과 같은 자치단체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 것이다.또한 국제카훼리나 연안여객선, 연안화물선 육성지원 및 관리면에서도 자치단체별로 감당키 곤란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든 업무들이 오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들에 의해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지방청의 모든 인원을 수용한다해도 현재보다 좋아지는 점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결론적으로 해양 해운 항만업무는 지역경제 기여도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점과 막대한 투자비와 관리비용이 수반되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또한 이들 업무는 현재도 해당 지자체업무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해당 지자체와 함께 검토하고 고민해서 잘 추진되고 있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해양, 해운, 항만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물류비를 절감하고 지역경제 균형발전, 국가전체 경제를 염려하는 큰 틀에서 이양문제를 주장하고 논의하였으면 한다.특히 군산항은 전북도의 유일한 국제무역항이자 21C 서해안 시대를 선도하는 동북아 최고의 물류중심항으로 발전시켜야하는 시대적 소명을 거슬러서는 안된다. 해양항만업무의 지방이양문제는 부두건설과 준설비용을 포함한 각종 투자비와 항만세입을 명확하게 비교하고 지자체가 담당했을때와 중앙부처가 담당했을 때의 실익과 비교우위를 확실히 알고 접근해야 한다.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듯이 해양과 해운항만은 싱가폴과 홍콩처럼 범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돼야 하고, 해운과 분리된 항만개발과 운영은 논 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바로 알았으면 한다./류영하(군산지방해양항만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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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1 23:02

[기고] 천(天), 지(地), 인(人)의 마력 - 이종욱

세상사에서 기적이 존재하는가지구상 곳곳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기적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의 상식과 이성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일을 기적이라한다. 한편 실패와 소멸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 성(城)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소멸되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 자동차시장의 중심지였던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옛날의 영광을 뒤로한체 황량한 도시로 무너져 버렸다.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지함의 토정비결, 남사고의 격암유록, 도선의 도선비기, 무학의 무학비결, 원효의 원효결서를 보면 답이 나와 있다. 하늘, 땅, 사람이 한 나라, 한 도시를 융성하게도하고 보잘것 없는 맹탕의 나라, 맹탕의 도시로 변화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비기(秘記)들은 때지난 참서류인데도 우리에게 무서운 지혜를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1000년 또는 600년 지난 책이지만 오늘도 열심히 읽게 만들고 있다. 번영의 조건, 흥성의 조건은 무엇인가? 하늘은 시대를 말하고 땅은 형상을 뜻한다. 번영과 흥성의 기회를 말해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가꾸며 이루어내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한때 자동차기술의 집적지였고 자동차산업의 상징적인 도시였다. 세계 최대 자동차공장 포드, 지엠, 클라이슬러등 자동차 빅파이브가 모두 그곳에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태양이 지지않는 야망의 도시, 꿈의 도시였다. 서부개척시대 황금향 "엘도라도"와 같은 곳이였다. 그러나 이곳의 노동자들은 고임금, 고복지, 고비용을 향해 무한질주를 했다. 마치 한국의 민주노총처럼 그러자 자동차회사들은 이곳의 공장을 해외로, 타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어느날 디트로이트는 썰렁한 도시로 돌변해 있었다. 하늘과 땅이 주였던 덕이 모두 사람에 의해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이제 전라북도로 눈을 돌려보자. 건국이래 처음으로 천혜의 땅이 되었다. 여의도 배가넘는 넓고 사통오달의 요충지가 생겨났다. 바로 새만금단지다. 이곳을 세계최고의 관광지, 첨단공업지, 세계주요물류단지, 국제공항, 친환경농업단지, 세계최고 학교단지가 들어서게되면 전라북도의 역사는 달라지게 된다. 성공한 기업, 성공한 사람들이 밤낮으로 몰려오게 될것이다. 이러한 기적이 눈에 보이는가? 이제 하늘과 땅이 그러한 기적을 만들어 주었으니 사람의 역할만 남았다. 호사다마(好事多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로 선을 보였던 삼보일배꾼들이 준동한다면 아마도 악마의 저주가 이 땅에 회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100년전에 미래예언가 강증산은 슬프디 슬픈 연가를 노래했었다. "아, 어쩌면 인류의 비극이 군산땅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리라" 39세 짧은 나이로 생(生)을 마감했던 정읍출신 종교인이다. 그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 무수한 예언을 남겼었는데 모두 적중했다. 일부 종교단체에서 은밀하게 그의 예언을 3권의 소설로 발표했었다. 가당치도 않는 허구로 일관했지만 뭔가 의무부호를 크게 남겨 놓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념과잉, 정치과잉사태가 발생하면 얼마든지 군산발 비극의 적신호가 깜박일수 있다. 천재 또는 수재를 자녀로 둔 부모는 범재를 둔 부모보다 열배, 스무배 넘는 신중함과 냉정함 그리고 자기 희생을 해야한다. 한 사람의 세계적인 수재가 성공의 마침표를 찍어내게하기 위해서는 남모르는 희생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새만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천지개벽에 버금가는 전라북도 도민들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 철따구니없는 좌파 친북주의자들의 준동이 없도록 헌신적인 땀과 눈물이 있어야 한다. 인천과 광양을 보라. 인천은 새로운 항구가 되기위해 광대한 매립지에 신도시개발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아파트 투기꾼들의 준동 때문이다. 아마도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한편 한적했던 살구꽃마을 광양은 한국 최대 수출물동기지를 넘어 극동허브로 날로 발전하고 있다. 광양시민들의 헌신적인 피와 땀의 결과이다. 전북인이여, 눈을 들어 먼 미래를 향해 달려가 보자. 마치 녹두장군의 뒤를 따라 백산뜰을 향해 달렸듯이 앞날을 향해 달려가 봅시다./이종욱(한민족통일포럼 전북정읍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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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0 23:02

[기고]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 - 오기표

지난 4월6일 오후 2시경, 전남 화순군 도암면에 산불이 발생해 약 20ha를 태운 뒤 4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이 날 전국적으로 11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였지만 언론과 국민들이 특히 이 곳을 주목한 것은 인근에 천년고찰 운주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는 2005년 강원도 양양 대형 산불로 인한 낙산사 사찰이 소실되고, 지난 2월 숭례문 화재 등으로 문화재가 잿더미로 변해버린 현실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이었을 것이다.다행히 천불천탑(千佛千塔)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운주사는 불길 한 가운데에서도 2006년부터 추진한 숲가꾸기 사업의 덕분으로 대웅전 등 중요 건물과 문화재가 모두 온전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산과 연접되어져 있는 우리의 사찰들에게 숙제를 남겼다.우리나라의 사찰은 불교가 전래된 초기 삼국시대에는 호국 불교적 성격이 강하여 왕실과 결탁하면서 성(城) 내 평지에 위치하였으나,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이르러 선종과 풍수지리설의 영향으로 산지가람이 유행하게 되었고, 조선시대의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사찰은 심산유곡에 위치하게 되었다.그리고, 일찍부터 불교적 세계관의 영향을 받아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불교문화를 꽃피우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요 문화재가 사찰과 함께 보전되고 있다.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던 우리 민족 신앙의 총화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해인사가 조선 8경의 하나인 가야산(1,430m) 자락에 위치하면서 국보와 보물 등 70여 점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한 예라 할 것이다.특히, 해인사 장경판전은 13세기에 만들어진 해인사의 현존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고려 대장경판을 보존하는 보고로서 1995년 12월 대장경판 81,258판(국보 제32호), 고려각판 2,725판(국보 제206호)을 포함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어 있다.하지만 이 곳은 해인사 경내의 맨 뒤쪽,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산림과 바로 연접되어 있어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소중한 문화재가 대형 산불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물론 해인사가 임진왜란 때 전화(戰禍)를 면하고, 그 후 일곱 번의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장경판전 건물만은 피해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형 산불의 위험성 앞에서 더 이상 요행을 바랄 수만은 없다.지난 5일, 산림청장이 해인사를 찾았다.이날 산림청장은 해인사 장경판전은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유사시 산불발생에 대한 대비가 꼭 필요하며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곳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해인사 주변 숲으로부터 일정간격의 내화수림대 조성과 숲가꾸기 사업을 당부하였다.매년 산불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피해 예방을 위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한다면 산불로부터 소중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사찰과 산림과의 이격거리(20~25m)를 확보하여 차나무, 동백나무 등 산불에 강한 관목류를 식재하고, 그 주변에 대한 숲가꾸기 사업을 실시하여 산불 완충지대를 조성한다면 대형 산불로부터의 피해는 막을 수 있다.이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책임을 사찰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산림청, 문화재청, 국립공원, 시군 지자체 등 행정기관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화순군은 관내 명산과 문화재 주변 숲을 대상으로 수목 밀도조절, 잡목제거, 가지치기, 낙엽 솔방울 등 산림부산물 제거 등 '문화재 숲가꾸기'사업을 추진하여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냈다.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화순군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교훈삼아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이다./오기표(서부지방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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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19 23:02

[기고] 고향 황소들의 울음소리 - 조숙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꿈에도 잊지 못할 우리의 고향에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밴 실개천이 흐르고, 그 자락 어디에선가 선한 눈망울 끔벅이며 욕심 없이 풀을 뜯던 황소의 모습이 우리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향수를 수놓고 있다.고향을 떠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귓전에 요즘 환청처럼 들리는 우리 황소들의 울음소리...온 국민의 화두가 '경제'인 지금, 한반도에는 고향을 향한 발걸음이 분주하고 건강한 고향을 지키려는 눈빛들이 예사롭지 않다.한해의 끝자락에서 경제회생을 기대하며 잘 살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담고 무던히도 자기최면을 걸었던 순진한 국민들의 가슴이 들끓고 있다. 얼마 전 한미정상회담 바로 직전 전격적으로 타결된 한미 소고기 협상이 그 불씨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문회도 열렸다. 논쟁이 뜨겁다.무엇이 급해, 무엇에 쫓겨, 왜 이렇게 서둘러 협상을 하였는지 모두 궁금해 한다. 실용외교라는 거창한 간판 앞에서 우린 무엇을 얻고, 우린 무엇을 주었는가에 대해 민심은 냉정하게 저울질하기 시작한다.다른 나라에서는 0.1%의 광우병 가능성에도 마치 생명을 걸 듯 협상하고 통제하는 데 우리는 왜 크게 괜찮다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그렇게 넘어가려 하는 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나타나고 미진한 분야가 드러나면 새로 협상하고 추가로 보완하면 되는데 무엇이 우리의 재협상을 가로 막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진정 실용외교의 기준과 잣대는 누구를 향한 것인지 묻고 싶다.이러한 논쟁이 이제 촛불로 타오르고 있다.서울 청계천 앞에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축사 앞에서 농부의 거친 손과 사대주의를 재단하는 청년의 가슴으로, 그리고 엄마를 따라 온 아이의 맑은 눈으로 촛농이 흘러내린다.혹여 10년 이후에 다가올지도 모를 광우병(잠복기간이 10년 이상이라 함)에 대한 서로의 걱정이 무거운 한숨 속에서 건강한 미래를 향한 소망까지 태워버리는 것 같다.'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가 들어오면 소비자에게 좋은 일 아니냐'는 어느 고위 공무원의 말은 시커멓게 멍든 축산농민의 깊은 시름의 화로에 비계 덩어리로 던져져 온 사방에 기름방울을 튕긴다.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소외된 가슴이 얼마나 더 외로움과 절망으로 채워져야 하는 지, 어린 미래 세대들에게 희망으로, 용기로 젖을 물리는 어미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실용외교를 표방하며 출범한 지 두달도 채 안되어 왜 우리는 다른 나라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채 非실용외교의 막다른 골목길에서 방황하며 서로의 가슴을 부여잡고 논쟁해야 하는 지 안타까움으로 촛농이 떨어지고 있다.타는 촛불을 바라만 볼 수도, 그렇다고 꺼질 때까지 놓아 둘 수도 없다. 이제 촛불 앞에서 경건해질 시간이다. 국민 앞에 모든 것을 꺼내 놓고 국민과 같이 걱정할 때다.국민이 걱정하면 되돌아가야 한다. 국민이 원하면 다시 가야 한다. 국민이 불안해하면 괜찮다고 설득하기에 앞서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그리고 실용외교는 표방하기 위한 구호가 아님을 국민에게 실질로서, 실체로서, 실증으로서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실용임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국민과 유리된 정부는 있을 수 없음을 아는 것은 실용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지표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이제 모든 근심과 불안을 촛농으로 다 태워 버리고 서로 손을 잡고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실개천 가에 노니는 누런 우리의 황소들을 위해, 그리고 그 황소들의 추억으로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조숙진(전주 YW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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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16 23:02

[기고]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이영조

신록의 계절인 푸르른 오월에 이 계절만큼이나 싱그러운 소식이 우리들의 마음에 밝은 희망을 안겨준다. 바로 전남 목포에 있는 홍일 고등학교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이 학교 교사들이 1989년 '참사랑 교사 장학회'를 설립하여 매달 일정액을 적립해 이듬해 신입생 8명에게 25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주고 있다. 사제 간에 정을 나누자는 뜻으로 시작한 일에 지금은 모든 교사들이 동참해 시종일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5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깊이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라 하겠다. 나 역시 소명과 헌신의 길에서 순수의 열정을 안고 처음 학교에 부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서 해맑은 눈망울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제자들로부터 존경받고 싶고,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며 가르치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던 그 때가 엊그제 일어났던 일인 듯 선명히 떠오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가졌던 순수한 열정은 사라져 가고 나태함이 찾아 왔을 때에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보다는 메마른 인심과 세태 탓으로 돌리기에 바빴던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갈수록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그 속에서 선생님들은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다.스승의 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날이다. 처음 스승의 날은 5월 26일이었는데, 1965년 4월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바뀌었다. 하지만 1973년 폐지되었다가 9년 만인 1982년 5월 국가지정기념일로 정식 선포되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스승의 날의 제정 목적은 학생이나 일반국민들에게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데 있었다. 이날은 스승들을 위한 각종 행사들이 개최되는데, 보통 학생들은 빨간색 카네이션을 스승의 가슴에 달아드림으로써 불우한 처지에 있는 스승을 위로하고 스승의 은혜를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그렇다면, 교사라고 해서 다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가? 세계적으로 위대성을 인정받는 인물들의 대부분은 존경하고 따르는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 플라톤을 이끌어준 소크라테스, 헬렌 켈러에게 경이로운 삶을 열어 준 설리번 선생 등 참스승들이 위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세계를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하다.이렇듯 제자들에게 학문적인격적 영향을 줄 때 참된 스승의 의미가 성립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을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것은 부모이지만 우리를 사람다운 인격체로 만드는 것은 스승이라 할 수 있겠다. 스승은 곧 정신적인 부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장수 밑에는 약졸이 없듯 훌륭한 스승 밑에는 훌륭한 제자가 있는 법이다. 우리의 삶 전체에 빛을 비춰주고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정신적인 스승이야말로 참 스승이다.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선생은 있으나 스승은 없다'라는 말을 인용해 선생다운 선생이 없음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주변에는 열심히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이 있으며, 그들의 정직한 노력이 이 시대를 움직이는 긍정의 힘에 근원이 되어 더 많은 참된 스승이 나오리라 기대해 본다. '스승의 날'이 교사들에게 가장 큰 자랑으로 여겨지고, 자긍심을 갖을 수 있도록 교사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이영조(전라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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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15 23:02

[기고] 초·중등 자율화 심히 우려된다 - 박고광

새 정부가 교육과학 기술부로 통폐합한 첫 작품이 초중고 자율화 추진 계획이다. 우열반 편성, 0시 보충학습, 서열화 경쟁은 과거 큰 물줄기인 평준화 정책으로 용도 폐기하여 벽장 속에 넣어 둔 것인데 자율화 및 규제완화란 리모델링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정부는 시도 교육청의 학교 평가와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과도한 권한 집중이나 교과 위주 문제점 등 저해요소를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교육가족들은 학교 평가나 만족도 조사만으로는 정상적 교육 운영이 될 수 없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몇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첫째, 정규 교육과정의 교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이다.교과 수준별 이동 수업 운영 등을 폐지하고, 우열반을 편성하자는 것은 문제가 크다. 입시 위주의 교수-학습이 되기 마련이고 학교가 학원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우열반 운영은 학생 차별화로 괴리감이 팽배해지는 등 인성교육이 소홀해질 게 뻔하다. 진학 위주의 교수 -학습 때문에 학생들의 사고와 창의력이 무시되기 쉽다. 문제 풀이나 점수 따기 수업이 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보충수업을 학원 강사에게 맡긴다는 것은 정규교사가 학원 강사보다 못한 능력자로 오해 받을 소지 또한 매우 커 역기능이 많을 것이다.교사는 지식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교육목표와 교육이 기대하는 인간상, 사람다운 사람의 육성자이다. 반면 학원 강사는 문제 풀이의 마술사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기는 얻을 수 있겠지만 전인교육을 기대기는 어렵다. 교사와 강사의 책무 또한 엄연히 다르다. 교실은 정규 교사가 지켜야 할 터전이고 그 주인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둘째, 초등학교 보충수업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방과 후 보충수업 실시는 학교를 무한 경쟁 터로 만들 뿐만 아니라 전인교육의 장애물이다. 정서함양 및 예체능의 다양한 소양과 취미를 가진 어린이로 성장시키는 게 초등학교의 기능이다. 이태리 등 유럽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오전 수업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 영국의 초등 학년에서는 과학 교과의 1학기 교육 내용이 '날개'란 단어 하나뿐이었다.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초등학생에게 과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일이다. 어린이에게는 경쟁의식이나 우수 교과 성적보다는 창의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가 즐겁고 학습이 흥미로워야 하며 성취욕과 자신감을 갖도록 교수-학습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어린 학생에게는 방과 후 가벼운 마음으로 선생님과 손에 손잡고 산과 들을 다니며 관찰과 여유와 낭만을 느끼게 하고 먼지투성이 얼굴로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그리고 꿈을 꾸는 동심의 세계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셋째, 시 도 교육청의 학교 평가와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책임 회피성 대책에 불과하다. 교육 일선에서의 체험한 소견이지만 감독청의 평가,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는 신뢰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제고사로 시행된 학교평가가 과거에 왜 중단되었는가를 정책 입안자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코 학교 평가는 성적순이 아니어야 한다. 한때 서울 명문 대학 합격자 수가 기준이 돼 학교 평가가 이뤄졌다. 학생 학부모들도 그런 학교를 만족도 만점의 명문으로 지목하지 않았던가. 결코 일류대학 합격자 수가 학교평가나 학부모 만족도의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학교는 일류 대학 진학 기관이 아니고 지 덕 체 인성교육의 장이다.규제 혁파란 명분 때문에 정상적 학교 운영에 꼭 필요한 것이 폐지된다면 자가당착의 모순이 될 수 있다. 대통령 비위에 맞게 자유란 플래카드를 들고 교육정책이 수립된다면 교육의 백년대계가 아닌 교육 몇년 대계에 불과할 것이다. 교육정책이 일방적으로 수립돼선 안 된다. 자율화가 만능이 아니다./박고광(前 김제서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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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14 23:02

[기고] 애그플레이션의 시대 - 유남희

국내 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2%(05년 기준) 남짓, 농업인이 전체인구의 7%만을 차지하는 숫자의 경제학을 놓고 보면 현 정권이 농업의 효율성과 효용성을 따져 농촌진흥청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도 있을 터이다. 한미 FTA 협상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며, 굳이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번 협상타결로 우리 국민이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강변이 미국 축산업자와 미국 정부대표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나라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사실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한 경제의식을 가진 최고통치자라면 충분 한국농업의 역할과 지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에, 신중하지 못한 해외의존형 식량공급정책을 펼 칠 것이라 도리어 이해가 되기도 한다.우리는 전 세계 3위 곡물수입국이며 곡물자급율이 27%에 머물러 OECD가입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의 수준이다. 여기에 99% 자급률을 보이는 쌀을 제외하면 5% 이내의 곡물자급률을 가진, 그야말로 식량위기의 시대에선 위험천만한 구조를 가진 나라다.필자가 대학에서 '식량과 인류'를 강의하면서, 2-3년 전 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식량총생산량이 전 세계 인구 식량 수요량을 감당하는 상황이지만 빠른 시간 안에 상황이 돌변할 것이라는 점을 누차 밝힌 바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결코 저렴한 국제 곡물가가 유지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한 예견보다도 빨리, 험난한 애그플레이션이 우리 앞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음을 모두가 불안한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의 agriculture와 inflation의 합성어로서 국제 곡물가의 폭등에 기인하여 일반 물가인상을 초래함을 의미한다. 애그플레이션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작황부족으로 인한 생산량이 감소된 것이 기본적 원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작년부터 급격한 바이오연료 개발에 따른 투입으로 국제옥수수 가격의 폭등, 중국과 인도 등의 다인구 국가의 육류소비 증가에 따른 사료곡물소비량 급등 및 밀과 콩 등의 수요량 급증, 세계적으로 농경지감소 및 작황부진 등의 복합적 원인에 의하여 빚어진 결과다.더구나 애그플레이션은 올 한 해에 나타나는 한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속에, 정부가 위험천만한 과도기적 식량위기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들의 농축산물의 수요를 수입대체로 해결하려는 의지마저 갖고 있는 듯 하니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쌀을 자급하고 있는 실정이나, 이마저도 쌀의 주생산국들인 동남아시아에서조차 다른 곡물들의 가격 급등으로 인해 자국내의 쌀 수출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국제 미곡가도 급등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얼마나 식량시장이 불안정한 구조에 직면해 있는지를 우리 모두가 직시하여야 한다.선진국 대부분의 나라들이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왜 농업부분도 선진국인지를 자문하고, 농업의 산업적 지위와 역할이 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비교역적 다원적 산업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농업생명산업이 국민의 생존을 담보하는 국가전략산업임을 깨닫고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농업생산구조 구축에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여 애그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식량산업은 핵과 반도체보다 우선한 첨단과학산업이다./유남희(전북대학교 산학협동교수(주)티에스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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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09 23:02

[기고] '부모님 전상서'를 그리며 - 김창선

시골이 고향인 나는 대도시에서 자취를 하며 고등학교를 다녔다. 워낙 촌이라 그 당시의 통신 수단은 편지가 전부였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리가 없건마는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지금의 아이들처럼 부모에게 자상한 정을 받고 크지는 못했기 때문에 애틋하게 보고 싶은 마음은 적었지만 그래도 어찌 부모의 사랑이 그립지 않으랴? 지금처럼 '엄마', '아빠'가 아닌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땐 편지를 썼다. 그러나 편지를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돈을 부쳐 달라는 것이었다. 제목은 "부모님 전 상서". "근계시하 만추지절에 존체 금안 하심을 앙축합니다. 저는 어쩌고 저쩌고" 그 당시에는 뜻도 제대로 모르고 이렇게 서두를 시작했다. 본론은 "다름이 아니오라"에서부터이다. 다름이 아니오라 돈이 떨어졌으니 돈을 부쳐달라는 것이다. 천수답 몇 마지기 농사를 지으면서 학비를 보내주시는 부모님은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식이 유일한 희망이며 자랑거리였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이유도 있겠지만 편지를 통해서 장래에 성공할 것을 다짐하고 꼭 효도할 것을 약속하면서 부모님과의 사랑이 두터워졌다.대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이 그 때의 나처럼 객지에서 대학을 다닌다. 그러나 딸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다닐 때 어버이날 이후로 딸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편지 대신에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통한다. "○○아, 학교에 잘 다니니? 소식이 궁금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은 금방 온다. 답으로 온 문자 메시지 글자는 몇 자 안된다. "응, 아빠두?^^*" 이 정도가 전부다. 돈을 부쳐 줄 필요도 없다. 본인에게 은행 카드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필요한 때 아무 때나 마음껏 쓴다. 어렸을 때는 금지옥엽 길렀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목소리 듣고 싶으면 언제든지 통화 버튼만 누르면 되니 항상 옆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중학생 아들이 해외 어학 연수를 위해 한 달 동안이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귀국해서 다시 만날 때 그렇게 감격적이지 않았다. 3~4일에 한 번씩 전화 통화를 했는데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소리가 크게 들려서 떨어져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의 부모들과 앞으로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편지 받아볼 일은 없을 듯하다.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옛날의 "부모님 전상서"가 그리운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젊은 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에게서 오는 편지를 기다리며 가슴 졸이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그녀에게 편지를 써서 빨간 우체통에 넣는 순간부터 답장을 기다린다. 빨간 가방을 멘 우체부 아저씨는 거의 일정한 시간에 집 앞을 지나간다. 우체부 아저씨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체부 아저씨는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 물을 솨-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처럼 하얀 봉투를 전해주고 천사처럼 휭 하니 골목으로 사라진다. 우체부 아저씨가 하얀 봉투를 내려놓지 않고 그냥 가 버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러나 또 다시 기다림으로 가슴은 벅차오른다. 편지가 있어 즐거웠고 기다림이 있어 행복했다.오늘날의 연인들은 커플폰으로 사랑을 속삭인다고 한다. 커플폰은 요금도 싸기 때문에 늦은 밤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편지를 통한 구구절절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또한 '부모님 전상서'라는 말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김창선(우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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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07 23:02

[기고] 전라북도 서비스산업의 과제 - 김영백

최근 정부는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대외 서비스 수지가 지속적으로 큰 적자규모를 나타냄에 따라 그 동안 문제되었던 서비스산업의 질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온 조치다. 서비스산업은 오래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육성 지원책을 펴왔다. 특히 2006년 12월 정부 부처합동으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그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외적으로 서비스 수지 적자구조를 개선하고 고용 증대 효과를 높여 경제성장 동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비스산업은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 비중이 커지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서비스업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2000년 51% 2007년 53%). 우리 전북지역의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서비스산업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서비스업의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7%로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42%)보다 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의 내역에 있어서는 전북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지방정부의 행정서비스, 학교 등 교육서비스, 요양시설 등의 보건사회서비스 부문에서 타 지방에 비해 12%씩 높으며 여타 서비스업들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전북지역 서비스산업이 이처럼 공공 또는 사회적 서비스 등 공공재적 서비스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에 따라 전북지역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민간서비스업 부문, 특히 기업관련 서비스산업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그 동안 전북지역이 이룩한 기업유치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될 때 한층 효과적으로 활성화시켜나갈 수 있는 분야인 것으로 보인다.한편 전북지역 서비스산업의 노동투입에 대한 생산성을 비교해 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은 전기운수통신금융업의 경우 4700만원, 도소매음식숙박업이 990만원으로 지방 평균의 9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다른 지방에 비해 낮게 나타남에 따라 이들 업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도 중장기적인 과제가 되겠다. 전북지역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기업규모나 시설투자가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고급 인력이 부족하며, 서비스산업과 관련된 사회간접자본의 투자가 적은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전라북도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은 여러 가지로 논의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으로서 우리나라 서비스 수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관광산업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전라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발전 로드맵에 의하면 전라북도 4대 전략산업의 하나로서 전통문화 관광산업을 선정해 놓고 그 동안 소리, 음식, 영상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문화 관광산업 발전방안을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런 만큼 국내외 관광객을 전라북도에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관광 상품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정책수단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스토리 텔링이 강한 관광콘텐츠의 개발과 육성, 전통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관광상품의 다양화, 감성화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서비스산업은 그 범위도 다양하고 제조업이나 농업 등에 비해 산업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크므로 향후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의 육성은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북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보다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김영백(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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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06 23:02

[기고] 사과 꽃에서 배운 지혜 - 노태선

사월 중순 무렵이면 우리 회사는 결연을 맺은 전북 장수군의 사과 과수원을 방문하여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2004년도 입사한 김병래 대리의 처갓집이 산 좋고 물 맑은 장수군인데 농번기에 사과 꽃과 열매를 제때 따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발 벗고 나서게 된 게 인연이 되어 벌써 3년이 흘렀다. 처음에 사과 농사를 돕다가 장수군의 불우이웃 돕기 후원사업에까지도 나서게 되었다.사월이면 붉은 사과 꽃봉오리가 조그맣게 영글다가 하얗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가지마다 무성하게 매달린 꽃 중에서 어떤 사과 꽃을 솎아내야 할지 교육을 받는다. 그 요령은 가장 실한 꽃을 남겨두고 간격을 두면서 나머지 꽃을 따버려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위치와 비슷한 꽃들이 뭉쳐 있을 때면 갈등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엉뚱한 걸 따거나 실수라도 하면 어쩔까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꽃을 과감히 따지 않으면 적화 작업이 느려져 일을 진행할 수가 없다. 사과나무 한 그루에 어떻게 그리 꽃이 많이 피어날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병충해로 상할 사과, 새나 짐승이 먹을 사과, 바람에 떨어질 사과 등을 짐작해서 그런지 나무에는 족히 수 백 개의 꽃이 피어난다. 나무가 미리 무수한 가능성을 펼쳐 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꽃이 전부 열매로 맺힌다면 영양분이 분산되어 사과는 볼품없이 작아져 버려 상품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밀한 꽃 분포를 분산하여 알맞게 밀도를 낮추어 주어야 한다. 마치 논밭의 잡초를 뽑는 김매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야 튼실하고 당도 높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 예쁜 사과 꽃을 무정히 꺾어내야 하는 마음을 견뎌내야 한다. 어차피 사과는 먹어야 하는 열매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일도 선택과 집중, 결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가진 재량과 힘을 한 곳에 집약시켜야 인생은 비로소 값진 결과를 겨우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사과는 대구 이남의 산지에서 자라다가 평균 기온이 차츰 올라가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다. 전북 장수는 사과 재배에 투자하여 지금 결실을 얻어내고 있다. 사과 재배는 세월이 지나면 경기도와 강원도로 또 북상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후가 올라가는 이유는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지구와 생태 환경보존을 위해 많은 대안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가 거론되고 있다. 태양력과 풍력이 각광받고 화력발전소가 밀려나고 있다. 다행히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북돋우고 키워야 하는 미래 에너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원전 발전량을 갖추고 국내 전력 생산량의 40%이상을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모른다. 30년간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국내 기술진이 차곡차곡 쌓아놓고 대비해 왔었다.바쁜 농사철과 맞물려 농촌에는 일손을 구하지 못하여 애를 태우는 농가가 많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아주머니들과 함께 힘들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과 꽃을 제 때 따주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만다. 그러면 무성한 열매가 맺혀 올바른 과실을 내지 못한다. 사과나무에서 선택과 집중, 결단의 지혜를 얻어 본다./노태선(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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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02 23:02

[기고] 학교 성교육 달라져야 한다 - 유영진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과의 첫 수업은 으레 자기소개로 시작된다.필자가 수업시간에 하는 소개는 학생들이 교단에만 서면 말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 말 문이 막힐 때마다 다른 학생들이 가벼운 질문을 해서 자연스럽게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그 소개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 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성에 관련된 질문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야동은 언제부터 봤어? "초등학교 5학년 ' 이성교제는 몇 번 ? "14번 "어디까지 갔어? "뽀뽀가 아니고 키스까지 당혹한 건 아이들이 아니고 필자다.이미 아이들은 고1년이 되기까지 야동을 보지 않은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다. 우리 아이만은 그렇지 않겠지 라는 어른들의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아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은 어른들 상상 이상이다.한번은 시골에서 근무하던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인터넷 방을 개설한 적이 있었다. 무심코 문을 열려고 하니 문이 잠겨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몇 번 두드리자 갑자기 우루루 학생들이 문을 열고 쏟아져 나왔다. 사용한 인터넷에 미처 지우지 못한 화면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적나라한 포르노가 떠 있었다. 주소 사이트가 생판 모르는 외국 사이트였다. 아이들은 이렇게 학교에서마저도 선생님의 눈을 피해 과감한 행동도 불사한다.또다시 일어난 익산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느 학교든 익산의 학교처럼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력과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주변엔 성 금기 문화, 성 탐닉 문화와의 혼란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무차별적으로 양산되는 성의 상품화와 향락 산업의 소용돌이에 학생들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니 청소년의 성폭력 발생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성폭력 발생 요인의 주요한 이유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 부재를 들 수 있다. 특히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은 성에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성에 관한 자정 능력을 키워주기엔 역부족이다. 한마디로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시늉에 불과하다.우리 문화의 특성상 가정과 학교에서 성교육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결과가 바로 청소년 성폭력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찾지 않음으로서 이젠 상상할 수 없는 참담한 결과가 바로 우리 주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이제라도 청소년 성폭력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성은 본능적이기 때문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 하지만 왜곡된 성문화가 공존하고 있을 때 정확하고 인간 중심적인 올바른 성교육의 실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이다. 교육을 통해 일그러진 성문화와 음성적 성문화를 건강한 성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먼저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성교육 전담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에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단계별 성교육 시간이 마련되어야 한다.바둑 격언에 "큰 곳보다 급한 곳이 우선이라는 말이있다.당장 큰 것을 기 쉽지만 이젠 급한곳을 먼저 돌아봐야 할 때다.교육당국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우리 모두가 더 이상의 어린 학생들이 성폭력으로 희생당하지 않도록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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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01 23:02

[기고] 시민들의 교통질서 확립 필요 - 백순상

지난 한해 도내에서는 988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28명이 숨지고 1만6954명이 부상을 입었다.하루 평균 27건의 교통사고가 나고 이로인해 매일 1명 이상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직 교통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모습, 이면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1명당 평균 손실액은 약 4억1318만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인구 2만6687명인 장수군의 교통사고 사망자 사회적 손실액은 33억원에 이르고 있다.어느 외국인은 우리나라 시민들의 운전습관이 매우 공격적이라고 평하며 전반적으로 교통질서 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지르기와 신호 위반 등 남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을 위한 운전습관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꼬집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교통사고 등 교통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사람들은 흔히 △낮은 도로율 △신호 및 도로체계의 비합리성 △정착되지 않은 자동차 문화 △주차장 부족 △급격한 차량 증가 등을 앞 세운다.그러나 이같은 논거는 잘못된 구조로 인해 교통사고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는 체념의 인상이 짙다. 교통신호를 정확히 준수한다면, 안전띠를 반드시 착용한다면, 과속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지금처럼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그만큼의 피해가 생길 것인지 되물어 봐야 할 노릇이다. 교통질서를 지키는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나는 작은 실천은 자신과 가족의 소중한 생명, 재산을 지키는 작은 실천일 것이다.또 정부가 주장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질서 확립의 초석이 될 것이다.2008년 경찰은 교통 법질서 확립을 위해 교통 가용경력을 집중 투입, 교통질서를 바로잡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찰은 각종 캠페인 등 홍보활동과 계도, 단속 등을 벌이는 한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인적, 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의 노력, 행정의 노력만으로 교통질서와 법질서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에만 선진문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경찰관이나 순찰차량이 도로에 없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교통법규를 지키는 운전습관 등 자율적인 법 질서 준수를 위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질서란 아름답고 편안한 것이다란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 타율과 강제에 의해 마지못해 행하는 규칙으로 질서를 의식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법 질서 의식과 선진 교통문화가 이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오늘날과 같이 자동차가 대중화 되어 있는 시대에는 교통문화 수준으로 국가나 사회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이같은 현실에서 예로부터 예향으로 불려 온, 양반의 고향인 전북의 시민들이 스스로 교통법규와 법질서를 지키기 바라마지 않는다.이제 교통 신호를 지키고 안전띠를 메는 작은 실천으로 선진 시민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2008년은 품위있는 일류 시민으로서의 한국인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줘야 할 때인 것이다.선진 교통문화 창조에 다함께 동참하는 것, 이는 예향의 고장 전북의 시민들이 보여야 할 모범적인 모습이자 자신을 위하고 남을 배려하는 법질서를 실천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일 것이다./백순상(장수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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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30 23:02

[기고] 1357현장기동반을 아시나요 - 박인숙

큰 상단을 이끄는 한 상인이 여러 대의 마차에 물건을 잔뜩 싣고 길을 떠났다. 도중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길조차 분간할 수 없게 흩날리는 바람에 길을 잃고 숲속을 헤매게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길을 찾아 큰 길에 들어서게 돼 무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그 상인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탄식을 했다. 이를 보고 일행이 물었다. "고생 끝에 드디어 길을 찾아냈는데 왜 그리 탄식하십니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 두 대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대의 마차가 길을 헤매며 지나왔으니 그 바퀴 자국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이 바른길이라 생각하며 따라 올 것인가 싶어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이라오."흔히 잘못된 일을 개선 없이 그대로 행하는 것을 전철(前轍)을 밟는다고 한다. 개선 또는 개혁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실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잘못을 알면서도 관행이나 제도 때문에 바로잡을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잘못인지 알지만 이를 시정하거나 고칠 생각이 없는 경우, 그 일이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 각 분야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해오던 사무를 민간기구에 위임하기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사무는 과감히 정리하면서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규제는 풀도록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기업현장에서 겪고 있는 덩어리규제가 도처에 남아있다. 여기에는 기업인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오는 문화적 요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이에 따라 새 정부 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Business Friendly)을 조성하기 위해 범부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기업에서 애로를 느낀다고 이를 다 해소 할 수 있다거나 해소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국토를 보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환경문제라든지, 기업 내 작업자나 소비자의 안전에 관한 사항, 이 밖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노사관계 등등 실제로 뽑기 어려운 전봇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혹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큰 틀에서 정말 뽑지 말아야 할 전봇대까지 뽑아버리고 훗날 다시 박기위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우(愚)는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다만 뽑을 수 있으면서도 그동안 뽑지 않았던 규제애로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풀게 될 것이다.전북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지난해에도 각종 기업 환경 개선과제를 발굴해 20여건을 개선토록 했다. 올해는 특히 지방청 조직까지 개편하고, 지방청직원과 지원 유관기관까지 함께하는 '1357현장기동반'을 구성해 말그대로 찾아다니면서 기업의 애로를 찾아내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해소하고 있다. 여기서 1357이란 중소기업청 정책안내 콜센터 전화번호인 동시에 현장기동반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기업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지방청이나 콜센터를 통해 신고하면 1일 이내에 소재지 지방청 직원이 방문해 애로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 3일 이내에 지방청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자체해결이 불가능한 사항은 5일 이내에 본청에 이첩해 처리토록 하며, 법령 규제나 타 기관 타 부처 관련 사항은 7일 이내에 해당 기관에 요청해 검토하도록 하는 일종의 규제애로 처리 로드맵인 셈이다.이제 정부나 중소기업 모두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바퀴자국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기 보다는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인지 더 좋은 길은 없는지 살펴보고, 거기에 앞을 가로막는 돌멩이가 있으면 치우려는 도전정신이 절실한 때라고 본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박인숙(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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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28 23:02

[기고] 선택과 운명 - 김형중

'운명은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출발하기 전에 갈 곳을 확실히 정해 놓고 발길을 옮겨야만 길지 않은 인생 먼 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일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에 가슴 설레이는 일에 부닥치곤 한다. 우리는 그 때마다 삶의 사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았거나 결정했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알았다는 증거이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중국의 임어당은 "삶은 그것을 영위하는 사람에 따라 난해한 논문이 될 수도 있고, 산뜻한 수필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필 같은 삶이란 생기 넘치는 삶, 산뜻한 삶을 의미하지 않을까.환경미화원은 지저분한 거리를 청소하는 궂은 일을 한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있는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매일 편한 마음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사장님들보다 훨씬 더 진한 행복을 맛 볼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가치의 상하와 중량을 어떻게든 꼭 메기려고 안간 힘을 쓴다.성인이 되면 중요한 세 가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가치관의 정립과 직업의 선택, 그리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 세가지 선택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 판가름 날 수도 있음이다.철강왕 카네기는 방직공장에 취업했을 때 "이 공장에서 제일가는 직공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했다고 한다. 반면 주어진 업무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짜증을 내면서 일을 하는 사람은 좀처럼 능률을 올리지 못할 것이다. 자연히 실적이 저조해 주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종국에는 조직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는 결국 피곤하고 지루한 인생을 살다 갈 것이다.사람들 중에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직장을 찾다보니 현재의 일이 직업이 되어 생계수단이 되었고, 가족을 위한 직장생활이 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성공은 자기가 진정으로 좋다고 생각하며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서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결정 되어진 상황과 여건에 긍정적 사고로 대처해서 즐겁게 적응하며,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였을 때 나머지 90%의 공백은 내 의지의 선택으로 메꿀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도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은 10%라는 수치에 너무 쉽사리 굴복하는 것은 아닐까.현재의 내 모습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행한 수많은 선택의 결과이다. 앞으로도 선택의 순간은 계속 펼쳐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어떤 선택을 했느냐가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그리고 천당과 지옥의 세계로 나를 인도할 것이다.선택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하는 고독한 일이다. 선택한 상황과 대상에 대한 권리와 책임도 같이 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충격이나 들뜬 기분 때문에 쉽사리 결정한다면 결국 후회하고 말 것이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라고 자탄할 필요는 없다. 더 멀리 그리고 높게 내다보기 위해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시야를 넓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지금의 선택이 나의 운명을 밝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가슴속에 확신을 다져보자./김형중(전북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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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25 23:02

[기고] '방폐장 부지사'의 감성경영 - 이형규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CEO의 역할 역시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조직 내에 창조적 영감을 부여하는 '감성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 CEO의 감성경영은 문학, 철학, 역사 등 인문학을 통해 상상력과 통찰력을 습득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접목하는 것이다. 단기적 성과를 의식한 일시적이고 구체적인 통제나 지시보다는, 조직원 각자가 스스로 해보려하는 창조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성공전략의 핵심이다.내가 감성경영을 몸소 체험한 것은 지난 2003년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할 때였다. 그전에 국무총리실에서 28년간 28명의 총리를 모셨던 경험으로는 논리와 이성이 최고의 판단 기준이었다. 각 부처의 이견을 조정하고 제대로 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논리와 이성만큼 합리적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기준을 바꾸게 만든 동기는 바로 부안 방폐장 사건이었다. 당시 부안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도민들을 만나 방폐장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방폐장 부지사'라는 별명을 붙여줬을까.하지만 28년간 갈고 닦은 논리와 이성은 부안 주민들의 감성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훌륭한 비전도, 상대방과 정서가 공유되지 않으면 한낱 공염불에 그칠 수 밖 에 없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행정공제회는 내가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06년, 주식과 채권 비중이 전체 자산의 65%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안정에 무게를 두다보니 급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따랐고, 성장에도 한계를 보였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3개년 운영계획을 세웠고, 2009년까지 기업투자 30%, 부동산개발사업 20%, 주식 30% 등 투자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내용의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1년 반이 지난 지금 포트폴리오 조정은 긍정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투자는 LG카드, 대우건설, 미래에셋생명 등에 투자해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나타냈고, 판교중심상업지구, 아산역세권, 광명역세권 개발사업, 원주기업도시 등 자치단체와 윈윈 전략에서 추진한 지역개발사업도 빛을 발하고 있다. 또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해외로 진출한 두바이 오피스빌딩, 미국 맨하탄 임대아파트, 라스베가스 호텔, 캄보디아 주상복합, 중국 쑤조우 오피스, 라오스 바이오디젤 투자 사업에서도 큰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이같은 사업 다각화는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다행히 이사장 취임 이후 1년 반 만에 행정공제회 자산은 2조4천억원에서 3조6천억원으로 50% 가량 늘어났다. 순익도 3배 이상 급증했다. 2007년 말 기준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14.6억 원으로 국내 기업중 최고 수준이다.이런 성과는 사람을 중심에 둔 감성경영의 결과였다. 조직원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계획은 청사진에 불과했을 것이다. 행정공제회 이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조직원들과 어떻게 하면 꿈과 비전에 대한 정서를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위에 상관없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투자 사업이나 중요 사안은 정보를 공유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담당 팀장이 강력하게 추진의사를 밝히면 나는 팀장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CEO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담당 팀장은 어떻게든 사업을 성공시켜야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것이다.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이사장이 강조해 온 창의적 상상력과 사고의 유연성을 이해했고, 창조적 기업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감성경영은 너와 나의 꿈이 다르지 않다는 조직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그 기반이다. 상사와 부하가 서로에게 감동받을 수 있는 직장 분위기, 이것이 감성경영의 첫걸음인 것이다./이형규(행정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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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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