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연어, 철새, 진돗개 그리고 우리들
이용민 전북도 건설교통국장 바닷가 모래 속에서 태어나 바다로 들어가 수십 년 후에 산란을 위해 태어난 곳을 다시 찾는 바다거북. 시속 200~300㎞의 무서운 속도로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고향으로 향하는 연어, 그리고 철이 되면 돌아오는 철새, 400㎞를 찾아 돌아온 진돗개, 이 모두가 자연의 섭리와 생명체의 귀소본능이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이들의 대부분은 고향에서의 삶을 꿈꾸고 갈망한다. 내가 태어나고 살아갈 전북의 농촌, 봄이면 붉게 물든 진달래, 노란 개나리, 드넓은 청보리밭과 실개천, 모든 것이 정답고 그립기만 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농어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여기저기 빈집이 생겨나고, 마을 곳곳에 쓰러져가는 담장과 슬레이트 지붕 밑에 세월만 머금은 오래된 주택과 빈집들, 주거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옛 활력을 찾고, 공동체도 회복하는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우리 도에서는 신규시책으로 농어촌 주거환경과 경관을 개선해 나간다. 올해는 첫해로 141억 원을 투입해 도내 7~8개 마을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80여동의 빈집도 재생 활용할 계획이며, 점진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먼저 햇살가득 농촌 재생 프로젝트로 제 기능을 잃고 지역에 방치된 방앗간, 양조장, 폐 산업시설 등을 지역특색에 맞게 특산품 판매장(막걸리, 빵 등), 농가 맛집, 청년 창업공간 등으로 탈바꿈 되어 새로운 소득창출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마을 단위로 실시하는 아름다운 주거 경관개선사업으로 쓰러진 담장과 슬레이트 지붕이 바뀌고, 소공원, 산책로, 운동시설, 북카페 등 생활편익시설과 CCTV, 스마트 가로등 등 생활안전시설이 새롭게 설치되어, 그야말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의 기본 틀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희망하우스, 빈집재생 프로젝트로 청소년 탈선과 범죄공간 등으로 지역사회의 걱정거리인 노후 빈집을 새롭게 단장해 취약계층대상 무상임대로 삶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활동가가 참여하는 문화와 예술공간으로 만들어 주거와 문화, 예술이 함께하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2017년 한 해 동안 51만 6817명이 귀농귀촌했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귀농귀촌자 가운데 무려 49.9%가 20대, 30대 청년들이다. 이제는 노후를 위해서만 농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 농촌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럼 이에 걸맞은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 정말 시급한 일이다. 그래서 누구나 올 수 있는 고향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이제라도 농촌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 죽어 있는 농촌 살리기를 위해 옛 선인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해 농업을 장려하고, 농업이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고 했다. 햇살 가득한 농촌재생으로 농촌문제와 인구감소 해결방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봄이 우리 곁에 다가 왔다. 이번 주말에는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린 진달래, 개나리와 함께 어릴 적 뛰어다니던 추억 속의 들길을 노모와 함께 걸어보면서 앞으로 다시 돌아갈 고향의 따뜻한 햇살에 흠뻑 취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