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예보의 진화, 폭염 영향예보
김종석 기상청장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했지만, 진짜 잔인한 계절은 따로 있다. 바로 여름이다. 기상청에서는 특히 여름을 잔인한 계절로 본다. 폭염은 물론이고, 태풍, 호우 등 위험기상이 많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위험기상 중에서도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재해는 태풍이나 홍수가 아니라 놀랍게도 폭염이다. 작년 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31.5일, 열대야 일수는 17.7일로 우리나라 기상관측 기록상 최고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고, 전국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이 23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간한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의하면, 온열질환감시체계(2011년~) 이후, 지난해 폭염의 영향으로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자는 4526명이 발생했고,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가축은 9079천여 마리, 양식장 어류는 7089천여 마리가 폐사했으며, 농작물은 22,509ha가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폭염 피해,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를 시행한다. 폭염 영향예보는 폭염으로 사회경제적인 영향이 예상될 때,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분야와 지역별로 상세 영향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폭염 영향예보는 지난해 시범운영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올해는 폭염 영향예보 정규서비스로 시행하며, 폭염특보와 연계하여 지역별 위험수준을 고려한 폭염 영향과 전망정보를 제공한다. 폭염특보는 주의보와 경보가 있고, 폭염 영향예보의 위험수준은 4단계(관심, 주의, 경고, 위험)로 구분된다. 일 최고기온이 관심단계는 31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주의단계는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폭염주의보 발표), 경고단계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폭염경보 발표), 위험단계는 38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이다. 폭염 영향예보 정규서비스는 작년과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다. 정보문은 작년에는 텍스트(글) 위주의 정보로 제공했으나, 올해는 픽토그램(그림문자)을 사용하여 알아보기 쉽게 개선했다. 발표시각도 당일 11시 30분에 했던 것을 전일 11시 30분으로 하루 앞당겨 발표함으로써 폭염 방재 대응의 실효성을 높였다. 분야별 대응요령에 있어서는 관계부처와 사전 협의를 통해 일관적인 폭염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한다. 폭염 영향예보 발표형태는 기상정보문, 기상청 홈페이지, 모바일 웹, 문자 서비스 등이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의 경우 시군 단위까지 차별화된 분야별 영향정보를 제공하며, 문자서비스는 농어촌 이장단과 독거노인장애인영유아다문화가족 관리자를 대상으로 제공한다. 올여름,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향예보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폭염 영향예보에 관심을 갖고 예방, 대응한다면 기상재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올여름, 부디 국민 모두가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폭염 정보를 통해 여름을 안전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종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