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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의 상처…군산 유흥주점 화재가 주는 교훈

김용일 군산소방서 지휘조사팀장 세월의 흐름은 색깔을 바래게도 하지만 끔찍했던 사건도 흐릿한 기억으로 만든다. 과거 어떤 사건이 발생했던 날이 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 날을 정하여 교훈을 상기하곤 한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6월 17일은 군산시 장미동 7080유흥주점 화재가 발생해 총 34명(사망 5명부상 29명)의 사상자가 난 안타까운 날이다. 이 화재는 주점 업주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유류를 이용해 가게의 주출입구 부근에 고의로 불을 질러 발생했다. 한 사람의 무모한 행동이 애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사건으로 당시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1년을 맞은 지금 그 날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소방차가 신고 접수 후 3분 만에 도착,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는가는 우리 모두가 숙고할 문제다. 특히 이런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몇 가지 교훈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7080유흥주점 화재는 방화에 의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화재통계의 누계치를 살펴보면 전북 도내에서 187건의 방화로 73명의 사상자가 났으며 이중 19명이 목숨을 잃었고, 54명이 부상을 당했다. 방화 동기는 원한 등에 의한 보복, 가정불화, 정신이상, 비관자살 등이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의 비율은 25.4%로 국민 4명 중 1명 꼴이다. 방화는 순식간에 고열을 발생시키고 화재를 확산시키는 유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라도 즉시 불을 소화할 수 있도록 소화기 비치 및 사용요령을 평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7080유흥주점 화재의 경우 내부의 사람들이 비상구의 문을 열지 못해 피해가 컸던 점이다. 당시 건물 내 불이 나자 폭이 좁은 비상구 통로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쪽에 있던 사람이 비상구의 문 손잡이를 찾지 못하고 유독성의 짙은 연기 흡입에 의해 쓰러지자 병목현상으로 뒤따르던 사람들도 피하지 못하고 화를 당했다. 고열의 유독성 연기는 몇 모금만 흡입해도 곧바로 쓰러지고 기도화상을 당해 짧은 시간에 사망하기 쉽다. 만약 화재 당시 대피하던 사람들 중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비상문을 바로 열었다면 그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떤 장소에 있든지 간에 우리는 즉시 탈출할 수 있는 피난동선과 비상구를 열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셋째는 우리의 화재에 대한 안전의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식은 행동을 지배하므로 안전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대부분의 소방관은 업소나 숙박시설 등을 이용할 경우, 먼저 비상구와 비상계단 등을 확인한다. 이는 화재현장에서 비상구로 탈출하지 못해 사망한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묻지마 범죄 등이 증가하고 정신질환자가 많은 현실에서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소화기 사용요령 및 비상계단이나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살피고 비상구를 열어보는 안전의식을 가진다면 갑작스런 화재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용일 군산소방서 지휘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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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6 16:41

국가균형발전 활동,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송재복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전문위원 현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 문제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차원에서는 지난 1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의 결정과 발표일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의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단순한 지역발전 개념으로 전환돼 잊어져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획기적인 분권형 국가를 표방하면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다시 출범해 균형발전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가균형위가 제 기능을 찾고 활동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지역적 구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동부지역과 서부지역간의 격차가 크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50개 공공기관이 이전되고 세종 행정중심도시가 안착되어 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역 간 불균형적 현상은 크게 시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시 도간의 지역총생산규모(GRDP)순위는 변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으로 수도권으로 기업과 자본인구가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지방의 인구유출은 심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이 강화돼야 할 또 다른 이유는 현 정부가 적극적인 지방분권을 지향하는데 있다. 현 정부는 포용국가를 지향하면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강화는 자율성에 기초한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상정한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의 논리는 이러한 강화된 지방분권속에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 차원에서도 새롭게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균형위는 역동적이면서 많은 일들을 해왔다. 전술한 예타면제사업 외에 전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그리는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했으며, 소위 계획협약이라는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 11개를 선정했다. 최근에는 생활SOC복합화 사업을 균형위가 담당해 추진하고 있고, 산업위기 지역대응한전 공대 추진접경지 균형발전 등 다양한 과제들을 해 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주목할 것은 크게 2가지이다. 그것은 혁신도시시즌 2와 추가 공공기관이전 문제이다. 혁신도시시즌 2는 기존의 혁신도시가 가져온 효과, 즉 인구이주지방세수 증가지역인재채용 확대 등 공공기관 이전으로 나타난 외형상의 효과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 도시로 만들거나 혁신도시 발전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기업유치와 산업단지 입지 등의 혁신도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들이 주요 사업으로 돼 있어 지역성장에 큰 기대가 된다. 추가 122개 공공기관 이전은 정치권에서 언급된 것으로 앞으로 해야 할 과제이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아주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느 지방정부에서는 이미 관련 팀을 만들어 대응논리와 전략을 짜고 있는 상황이다. 출범한 지 2년 됐지만 국가균형위가 취급하는 이러한 과제와 아젠더는 지역균형발전과 직결된다. 본 위원회의 활동과 역할이 이렇게 지역균형발전에 중요하다면 분권형 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부에서 그것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대통령 자문기구가 아니라 선진국의 분권형 국가에서와 같이 확대된 지방정부의 자율권과 재정권에 부응해 지역 간 불균형적인 간극을 시정하고 지역이 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구로서의 개편이 요구된다. 행정위원회적 성격을 가진 기구이거나 정부 부처 형태로 존속해 새로운 지역모습을 만들어가는 기제로서 역할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송재복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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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2 19:55

가자! 관광거점도시로

이미숙 전주시의원 사람들은 흔히 봄이 온다고 한다. 봄은 겨울이란 차가운 옷을 벗어버렸다고 해서 봄이 아니라 꽃이 피어서 봄이다. 봄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계절이 아니라 예쁜 꽃을 피워 사람들을 산과 들로 찾아오게 만드는 계절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역사의 잔재나 세월의 흔적이 봄처럼 외지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관광자원의 주를 이루었다. 이는 현재가 끊임없이 과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추억과 기억이 섞여 있는 인간의 회기력이 한몫을 톡톡히 차지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역사의 잔재나 세월의 흔적이 관광객의 발걸음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인간이 지향하는 이상의 세계와 미래를 앞당겨 보는 새로운 시각적인 구조물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 전주시는 이런 시대적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8년 7월 정부는 국가 관광전략회의에서 서울과 제주도에 관광객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냈다. 하여 관광객의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항항만KTX역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국제적 지역관광 거점을 육성하기로 했다. 관광은 지역에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켜 숙박음식 소매업 등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가 높아 지역경제 활력을 높인다. 그것을 알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서울, 제주도에 이어 국내 광역도시 중 세 번째 국제관광도시를 선정하겠다고 선포했다. 올해 안에 일정 수준의 기반시설과 관광매력을 갖춘 기초지자체 4곳을 관광거점도시로 선정해 지역관광거점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되면 지역관광 중심지로 거버넌스 구축, 교통, 숙박 연계 안내 망 구축, 면세 지구 지정과 홍보 및 마케팅 지원, 규제완화 등 관광 관련 모두를 범정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총체적 지원이 따르는 관광거점도시라면 우리 전주시도 한 번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관광거점도시 선정이야말로 당일치기 통과 형 관광지인 전주가 체류 중심형 관광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다행히 전주에는 역사의 흔적인 한옥마을과 경기전이 있고 전라감영도 곧 복원된다. 낡은 시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종합경기장 부지에도 컨벤션센터 등 복합시설이 갖추어진다. 거기에다 구 대한방직 부지에 143타워까지 들어선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때맞춰 새만금 국제공항이 건립되고 외국 관광객이 유입된다면 전주가 관광거점도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전주가 당일치기 통과 형 관광지가 아니라 전라감영-경기전-한옥마을-143타워-종합경기장 복합시설로 연계되어 묵어갈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날 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구축하려는 관광거점도시. 전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옛 대한방직 부지와 종합경기장 부지에 고급 숙박시설까지 갖춰지면 전주는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관광 인프라가 구축된다. 전주시와 66만 시민 모두가 나서 관광거점도시 선정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당일치기 통과형 관광지라는 오명을 벗고 전국 최고의 관광거점도시로 거듭나자. /이미숙 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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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1 20:13

5·18 민주화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영두 소충사선문화제전 위원장 1980년 5월, 나는 죽은 목숨이었다. 필자를 전국에 지명수배한 계엄사 합수부 수사단은 친인척 지인들에게 양영두 인생은 끝났다, 나타나거나 전화 오면 즉시 신고하라며 던진 말이었다. 1979년 1026사태로 독재정권이 끝나고 민주주의 봄이 왔다고 민주화를 타는 목마름으로 갈망했던 국민들은 기뻐했고 3김으로 대표되는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지도자들은 경쟁을 통해 새로운 시대상을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 희망과 바램은 80년 5월에 무참히도 무너지고 짓밟혔다. 신군부의 준비되고 기획한 의도대로 헌법은 유린 되고 권력욕에 가득 찬 군부 실세들의 입맛대로 굴러가는 가운데 계엄에 맞서 민주! 자유를 외치던 광주를! 무참히도 살육하고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며 권력을 쟁탈하였다. 광주시민, 전남도민은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고 적이었다. 그 환란 속에 필자는 당시 10대 국회에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신민당 정책위원이었다. 광주의 참혹한 진상은 보도관제로 세상의 눈에서 덮어져 있었고, 그 진실에 다가서기가 어려웠다. 세계의 언론들 한국 주재 특파원들이 추방되고 철저히 봉쇄되었다. 전국에 계엄이 확대하고 광주사태 발발 며칠 후 김대중 선생이 강제연행구금 이후 권노갑 비서실장, 유훈근 비서, 문화방송 PD 최성근 필자는 비밀 회합을 하고 미일 대사관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해 광주에 내려가 진상을 파악하기로 결의하고 결행 직전, 긴급수배되어 도피케 되고 나와 외교관들이 광주에 잠입게 되었고 광주시민군 관계자, 전남대 송기숙 교수, 인권변호사 홍남순 선생 가족, 계림동 거주 정운본(순창) 씨 등을 만나 참혹한 진상을 파악, 기록케 되었고 그 참상이 일본과 미국. 유럽 언론에 보도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직후 서울 거주 가족은 자택 연금되는 등 고초를 겪었고 가까운 전주 형제자매와 친인척지인 친구들은 미행과 도청 계엄 당국에 연행되는 시달림을 당했다. 결국 전국에 지명수배 끝에 체포된 후 보안사 서울 남산 합수단 조사과정에서(잠 안 재우기. 각목 구타. 살점이 피가 터지는 고문을 받아 대소변이 막혀 수경사 군의관의 긴급 의료조치를 받는 만신창이가 되는 1개월여의 모진 시간을 보냈다. 심하게 고문을 당한 것은 수배 중 도피처와 도와준 사람을 대라는 것에 끝까지 침묵하고 저항한 것이 원인이었다. 태어나서 그때까지 일생을 쓰라는 강요도 있었다. 얼마 전 김대중 대통령 장남 김홍일의원이 10년여의 고문 후유 투병을 마감하고 생을 마감했다. 나의 수배 사유 중 하나가 김대중 자식과 비서와 함께 일본에 망명정부를 세우려는 혐의가 있었고 그 이유로 나는 거물급으로(?) 취급되었고 당했다. 김 의원의 명복을 빌며 그때를 회상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진영논리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피와 눈물과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공산적화통일은 반대지만 평화통일은 준비되고 실현되도록 전쟁 없는 세상을 일궈내야 하지 않겠는가 ! 동학에서 31만세운동. 임정 수립. 419학생의거혁명 518민주화운동 백의민족, 피를 먹고 지켜온 민주주의!! 518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영두 소충사선문화제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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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0 17:08

유월의 태양

최정호 국가유공자(상이군경회)시인 보훈의 달을 맞아 나는 시를 쓰고 싶어졌다. 파월 상이군경이라 소재가 너무도 많지만 그동안 쓰지를 못했다 하루 밤에 충혼시를 쓰고 보니 검증을 받고 싶어 전북문단의 회장님들 너 댓 분에게 이메일로 자문을 구했더니 모두가 잘 썼다고 답을 주셔서 현충일 헌시로 추천을 하게됐다. 일등병 시절인 66년까지만 하여도 농촌과 중소도시는 일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 막노동조차 마땅치 않고 일을 하여도 바로 임금을 받지도 못하고 심지어 떼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때 월남에서 질병으로 귀국한 후 완치 되어 우리 소대로 배치 받은 동료가 왔다. 월남에 지원하고 싶다며 같이 가자고 졸랐다. 전쟁터에 가면 죽음을 생각해야 되는데 지금 죽기엔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젊음이 아쉬웠다. 그러나 죽게 되면 연금으로 부모님이 밥은 굶지 않으시고 동생들도 학교를 제대로 다닐 것 같아 용기가 나서 서둘러 지원을 했다. 그런데 1976년 12월31일, 수색작전에서 수류탄을 맞고 쓰러졌고 군복을 입고 강을 헤엄친 듯 흘린 피로 빨래를 한 꼴이 되었다 금세 헬기가 도착하여 연대 구내 시 병원 수술실에 도착했다 수술 후 삼일 만에 깨어났다고 했다 손발이 침대에 모두 묶여있는 상태였다. 파월 장병들은 국가의 부름으로 죽음의 전장 터에 몸을 던졌으나 미국이 지급하는 제대로 된 수당도 못 받으며 32만 명이 전장을 누볐고 10여만 명이 고엽제와 불구의 환자가 되었고 5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국가유공자를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고 예우하고 책임질 때 젊은이들이 본받고 따를 것이다. 시인으로서 내 마음을 담아본 글이다. 맨몸으로 태극기 앞세워 총칼과 맞섰던 광복의 영웅들이여 풍전등화 같은 조국을 지켜낸 6.25 참전 용사들이여 정글과 산악을 누비다 꽃잎처럼 사라진 꽃봉오리들이여 임들은 조국의 근간이고 초석이고 등불입니다 땀과 눈물과 피를 흘리며 한 자루의 촛불이 되셨기에 이 나라 이 강산이 이렇게 울창하고 푸르른 것입니다 총알이 미친 듯 날뛰고 화염이 활화산처럼 입 벌리는 전장에 몸을 던지다 불구가 된 상이군경들이여 그대들은 진정한 국가유공자들입니다 생사를 무릅쓰고 젊음을 던져 전장을 누비던 용사들이여 그대들은 대한의 기상을 세계만방에 빛낸 역전의 사나이들입니다 포연을 누비던 먼저 간 전우들이여 고통 받는 환우들이여 너무 서글퍼하지도 원망하지도 외로워하지도 맙시다 우리네 눈물과 땀과 핏방울이 그냥 사그라지지 아니하고 생명력의 밑거름이 되고 씨앗이 되어 한반도를 감싸는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풀뿌리로 목숨을 연명하던 이 나라가 쌓이는 묵은 벼를 저장할 창고가 부족해 골칫덩어리입니다 세계 경제 대국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지게뿐인 가정들이 자가용 2~3대씩 굴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강대국들도 경계하고 두려워합니다 해 기울면 빈손으로 돌아갈 발걸음이지만 국가유공자들은 잿더미 된 이 강산을 무궁화 만발하는 늘 푸른 조국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세계를 누비며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업적이 또 있으리오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호국영령들이여 먼저 간 임들과 전우들이여 우리 모두 박수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유월의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최정호 국가유공자는 1943년 완주 용진에서 출생, 대한신학대학교를 중퇴했다. 1967년 4월 월남에 파병돼 복무하던중 그해 12월 31일 수류탄이 터지면서 큰 부상을 입었다. 2015년 월간 문학세계에 시인으로 등단한데 이어, 월간 수필문학에 수필가로도 등단,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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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9 17:45

역사 의식과 나라 사랑

진창선 문학평론가 유구한 반만년, 역사가 있는 민족은 아름답다 하였다. 그러나 식민지 36년 만에 광복을 맞은 배달겨레는 마침내 자리를 박차고 너도나도 손마다 태극기 높이 들고 해방의 기쁨을 소리 높여 불렀지만 나라가 바로 서기도 전에 좌우이념 충돌로 38선이 그어지면서 수난은 계속됐다. 이제는 한 나라가 둘로 나뉘고 보니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國旗) 국가(國歌)는 물론 다 각각이라 백성들은 부끄럽다. 한편 백두대간 방방곡곡 어느 산야나 계곡에서도 자란 진달래는 잎은 길둥글고 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이며 색깔은 연분홍으로 가지 끝에 3~6개가 뭉치어 바람결엔 그 고운 자태가 더욱 아름답다. 독특한 미관으로 하여 배달겨레와 정서적인 관계도 깊어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또 달리는 두견두견화라고 한다. 두견새의 한 맺힌 절규가 붉은 진달래꽃으로 변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또 꽃말로는 첫사랑, 애틋한 사랑과 사랑의 기쁨이라고도 하며 특히 시의 소재로도 쓰이지만 그 가운데 김소월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진달래꽃」은 한국시가문학사상 으뜸으로 꼽힌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진달래꽃」은 승화된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한 시로 황진이(黃眞伊)의 섬세한 여인의 마음에 점염 되는 민족의 전통적 정서인 한(恨)의 체념적 어조와 자기 극복의 의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이렇게 긴 세월과 더불어 국민과 하나가 된 꽃이고 보니 사회 일각에서는 나라꽃으로 제정되기를 바랐으나 무궁화 또한 백성의 사랑은 물론이요 윤봉길 의사의 시 「청년제군에게」에 그리고 「애국가」 가사에도 있으므로 날 선 역사 의식이 조심스러워서도 여타 주장들은 없었다. 한편 오늘 따라 국민 시인으로 일컫는 것은 서구 모방의 혼돈 속을 헤매던 한국 시를 구원해 낸 위대한 민족 시인이기도 하지만 남달리 토속어를 사랑한 향토적 민요적인 점을 특징으로 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5000년 문화대국이었던 나라에 국가(國歌)가 없다는 것은 분단 국가의 비운인 것을 누구를 새삼 탓하겠는가. 일찍이 역사는 타살이 아닌 자살이라고 한 A토인비의 사관(史觀)을 반성의 거울로 삼을 일이다. 다행히 남북 정상 회담에서 우선 무기로 맞서는 것부터 바로잡자는 타협은 역시 한 조상의 핏줄임을 앞세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지상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 민족에게는 남달리 극복 의지의 유전자(DNA)를 타고났다는 기사는 얼마나 반가운가. 친일청산을 놓치고 만 반민족특위가 흐지부지 1948년 8월에 정심으로 끝나 버린 실정(失政)을 뒤늦게나마 반성 가까스로 「친일인명사전」이 출간된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이런 상황에 친일 인사가 작곡한 애국가를 국가(國歌)로 고집한 이들은 18년 이승만 독재에 대한 반성 없는 방관 행위가 아닌지 조심스럽다. 다행히도 「아리랑」이 남북 모두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이제는 국가(國歌)를 대신 언제 어디서나 다 함께 불러도 좋으리라. 우선 우리 민요 아리랑은 듣기에도 좋고 또 부르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리듬도 아름다워 특히 변주도 자유로워 교포 2세인 러시아의 한 음악가의 피아노 연주는 너무 감명 깊어 가슴이 뭉클하였다. 비판 없는 문화는 발전이 없고 역사 의식이 결여된 문화 유산은 혼백 없는 유물일 뿐이다. /진창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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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5 20:14

기상예보의 진화, 폭염 영향예보

김종석 기상청장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했지만, 진짜 잔인한 계절은 따로 있다. 바로 여름이다. 기상청에서는 특히 여름을 잔인한 계절로 본다. 폭염은 물론이고, 태풍, 호우 등 위험기상이 많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위험기상 중에서도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기상재해는 태풍이나 홍수가 아니라 놀랍게도 폭염이다. 작년 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31.5일, 열대야 일수는 17.7일로 우리나라 기상관측 기록상 최고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고, 전국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이 23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발간한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의하면, 온열질환감시체계(2011년~) 이후, 지난해 폭염의 영향으로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자는 4526명이 발생했고, 이 중 48명이 사망했다. 가축은 9079천여 마리, 양식장 어류는 7089천여 마리가 폐사했으며, 농작물은 22,509ha가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폭염 피해,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를 시행한다. 폭염 영향예보는 폭염으로 사회경제적인 영향이 예상될 때,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분야와 지역별로 상세 영향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폭염 영향예보는 지난해 시범운영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올해는 폭염 영향예보 정규서비스로 시행하며, 폭염특보와 연계하여 지역별 위험수준을 고려한 폭염 영향과 전망정보를 제공한다. 폭염특보는 주의보와 경보가 있고, 폭염 영향예보의 위험수준은 4단계(관심, 주의, 경고, 위험)로 구분된다. 일 최고기온이 관심단계는 31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주의단계는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폭염주의보 발표), 경고단계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폭염경보 발표), 위험단계는 38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이다. 폭염 영향예보 정규서비스는 작년과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다. 정보문은 작년에는 텍스트(글) 위주의 정보로 제공했으나, 올해는 픽토그램(그림문자)을 사용하여 알아보기 쉽게 개선했다. 발표시각도 당일 11시 30분에 했던 것을 전일 11시 30분으로 하루 앞당겨 발표함으로써 폭염 방재 대응의 실효성을 높였다. 분야별 대응요령에 있어서는 관계부처와 사전 협의를 통해 일관적인 폭염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한다. 폭염 영향예보 발표형태는 기상정보문, 기상청 홈페이지, 모바일 웹, 문자 서비스 등이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의 경우 시군 단위까지 차별화된 분야별 영향정보를 제공하며, 문자서비스는 농어촌 이장단과 독거노인장애인영유아다문화가족 관리자를 대상으로 제공한다. 올여름,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향예보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폭염 영향예보에 관심을 갖고 예방, 대응한다면 기상재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올여름, 부디 국민 모두가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폭염 정보를 통해 여름을 안전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종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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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4 20:10

놀이터 '이음'

김종필 동화작가전북작가회의 회장 오늘도 전라북도 교육청 앞마당을 둘러보았다. 지난번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6월 햇살을 담뿍 받은 나무들만 잎을 무성히 키울 뿐 놀이터는 그대로다. 조금 서운하다. 전라북도 교육청 앞마당에는 대형 조형물이 없다. 이처럼 규모가 큰 대한민국 관공서라면 마땅히 있을 법한데도 말이다. 대신 아직도 미완성인 조그만 놀이터가 허기를 채우지 못한 어린애처럼 기운이 빠진 채 자리하고 있다. 첫봄 하늘 맑은 날, 박성우 시인과 이 놀이터를 함께 거닐며 우리는 큰 감동을 나눴다. 놀이터 이름 공모전 심사를 위해 만난 자리였다. 놀이터의 꽃인 미끄럼틀을 올라가는 길은 휠체어가 혼자서도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올라갈 수 있었으며, 경사대는 가장 사랑하는 이와 손을 다정하게 잡고 내려올 수 있도록 두 개를 나란히 배치했는데 완만하고 길었다. 우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기뻐했다. 설계자의 배려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친구들이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보며 한없이 부러워했을 하반신 장애인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것 같았다. 엄마 손을 잡고 내려오는 아이, 단짝 친구의 손을 잡고 까르르 미끄러지는 아이를 상상하며 행복했다. 그물망 놀이기구는 섬세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설치한 볼트 캡이 천 개도 넘는 거 같았다. 몸이 불편한 아이도 쉽게 그물에 올라 점점 높은 곳으로 이동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짱짱하게 설계되었다.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바닥에 그려진 놀이판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아이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함께 놀고 싶었다. 우리는 크기에 감탄하는 습관을 시나브로 키워왔다. 큰 건물을 지으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상징이라는 이름을 빌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기에 바빴다. 그런 일에는 큰돈이 들어가지만 지갑도 쉽게 열었다. 하지만 교육청 마당은 학교 운동장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주인이어야 한다. 조형물이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놀이터를 처음 기획했을 때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몇 명이나 이용한다고 거기에 아까운 돈을 쏟아 붓나, 누가 일부러 시간 내어 여기까지 놀러오나? 있을 법한 주장이다. 처음에는 담장이 없는 전라북도 교육청 놀이터를 하루 열 명이 이용하기도 하고 스무 명이 이용하기도 할 것이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놀기도 할 것이며, 교육청에 일이 있는 부모님을 따라 왔다가 놀이터에서 잠깐 놀다가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놀 수 있는 이 공간의 가치를 알게 되면 점점 그 숫자는 불어 날 것이다. 우리는 압도할 만한 크기에 보내는 감탄보다는 작은 것에 고개 끄덕거릴 감동이 필요한 세상을 살고 있다. 감동할 일에 지갑 열기를 주저한다면, 손익계산서를 들고 행복의 무게를 잰다면 세상은 얼마나 강퍅할까? 박성우 시인과 나는 놀이터 이름에 쉽게 합의했다. 이음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어주고, 엄마와 아이를, 친구와 친구를, 놀이기구와 아이를 까르르 웃음소리로 이어줄 멋진 놀이터다. 놀이터 이음이 짓다 만 건물처럼 외면 받는 것은 슬픈 일이다. 빨리 완공되어 세상을 이어주는 행복한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 /김종필 동화작가전북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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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3 20:26

상대적 박탈감↓ 전북 대도약 시대로!

김선기 전북연구원장 우리는 일상적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다른 대상과 비교한다. 국내문제를 여건이 다른 선진국과 무리하게 단순 비교하는가 하면 지역신문에서 각종 경제지표를 지역 간 비교하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본다. 그 과정에서 쉽게 비교의 함정에 빠진다. 소위 일반화의 오류다. 이 오류를 피하려면 지표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해야 할 뿐 아니라 비교의 대상이 되는 특성들을 제외한 다른 조건들이 서로 비슷한지 따져봐야 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별 일자리의 질 지수 평가에서 전북이 전국 15위의 낮은 수준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 지수는 대도시에 유리한 지표들로 구성되어 있어 객관적 지표로 보기 어렵고, 실질소득, 근로여건, 주거여건 등 생활 전반을 감안할 때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2018년 전북의 생활물가지수는 전국 12위로 서민생활이 안정적이다. 집세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도 지역 중 3위 수준이고, 2017년 전국사회조사의 근로여건 만족도에서도 전북이 3위로 나타난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올바른 비교를 통한 과학적 판단을 위해서는 비교집단의 서로 다른 여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전북의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쌓인 불균형성장의 결과다. 그 배경에는 왜곡된 정치적 편향성과 차별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여기고 있어 도민들은 곧잘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한다. 이 박탈감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닌 다른 구조적 요인 때문에 결과가 빚어졌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따라서 정서의 밑바닥에 무력감이 자리하고 있어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할 때이다. 전북은 문재인정부 출범을 호기로 대도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분야 마다 야심찬 청사진을 마련해 추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농생명, 새만금, SOC 분야는 관련 법령이 만들어져 속도감 있는 추진이 가능해 졌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예타 면제가 결정돼 추진동력을 확보했으며, 지역경제의 아픈 상처인 GM 군산공장 폐쇄도 부지 매각으로 전기차 생산을 위한 상생형 일자리모델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농식품, 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기업유치가 활발하다.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조 2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금년에도 3월 기준 3990억 원의 실적을 보이고 있어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부진한 분야가 있지만 모든 과제가 일거에 다 해결될 수는 없다. 노력의 성과를 체감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향후 몇 년이 전북 발전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발전의 모습에 원형(原型)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지역이 서울과 같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 고장이 가진 고유한 영역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살기 좋은 곳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면 그것이 곧 지역발전이다. 비록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 외형적 성장이 뒤졌지만 이제는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고 전라 새천년의 원년에서 대도약을 꿈꿀 때가 왔다. 만성적인 패배의식이나 자괴감 보다는 성취에 대한 자신감과 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존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의 응원을 기대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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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2 20:38

오월의 젊은이들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고 집도 없다, 돈도 빽도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라고 절망한다. 그러나 모든 젊은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유명 운동선수나 인기 연예인은 연 수입이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이라고 한다. 그들은 저택에 풀장은 물론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문제는 그들 사이의 위화감이다. 정성수 시인 한때는 정치가 젊은이들을 구원해 줄 것으로 믿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젊은이들의 앞날을 책임지겠다고 자신 있게 공약을 했다. 불행하게도 이 공약은 풍선에 바람 넣기였다. 공약은 애드벌룬이 되어 하늘에 뜨기도 전에 공약이 되는 것은 기본이었다. 공약이 되거나 말거나 정치인들은 해외 출장이다 뭐다 하면서 국민들의 낸 세금을 물 쓰듯 한다. 나라를 말아먹은 정치인들일수록 포가 세고 얼굴이 훤하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누가 정치를 해도 희망이 없다는 체념이 팽배해 있다. 경제 규모가 커져서 OECD 회원국이 되었지만, 젊은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편에는 부자도 많아졌지만 다른 한편에는 가난한 자들도 많아졌다. 빈부의 격차는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하기가 어렵게 됐다.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이 급증하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받는다. 노동의 신성함도 사라졌다. 노동보다는 돈이다. 결국 경제도 젊은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받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경제적으로 어떤 보장이나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매고 있지만, 취업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은 무릎 사이에 머리를 쳐 박을 수만은 없다.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없어 스스로 흙수저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얼마든지 출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러니 가진 것이 없다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의 세상은 돈이 없는 사람도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은 자명하다.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자 해도 불가능한 세상이 온다. 재산 축적보다는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게으르거나 또는 남을 해치는 짓들을 한다면, 그건 허용이 안 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희망은 허황되고 과장되고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말에는 미래 지향적이며 진취적인 사고가 들어있다. 희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거기다가 젊은이들을 갈 곳이 없고 받아주는 곳도 없다. 물질만능이 가져다 준 풍요한 생활은 그림의 떡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 우울증에 걸려 젊은이들의 앞이 캄캄하다.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뒤마는 인간의 지혜는 두 마디로 요약된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희망이다. 오월의 젊은이들아! 지금은 절망할 때가 아니다. 희망이 있는 젊은이는 행복한 젊은이다. 오월처럼 푸르고 싱싱한 희망은 도처에 있다. 모두 그대들의 것이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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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9 20:02

음식·운동으로 당뇨 위험에서 해방되길

이하성 함께 나누는 세상 미주 대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영위하게 되면서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심장질환암 등의 성인병을 미국 등 서구 세계에서는 생활습관에 의한 질병(life-style disease)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그 유병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2016년 통계에 의하면 총인구의 14%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흰쌀 밥고구마빵바나나초콜릿 등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 유발될까? 아니면 불고기햄버거돼지고기닭튀김 등 육류를 많이 먹으면 당뇨가 발생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당뇨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수십 년 전 미국 텍사스(Texas) 의과대학에서 음식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실험연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의과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빵감자옥수수초콜릿 사탕 등 탄수화물을 주로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불고기햄버거피자핫도그닭튀김 등 육류를 먹게 한 뒤 이틀 후에 혈당을 측정했더니 후자에서 혈당이 더 높아졌다. 이 연구에서는 인슐린 수용체의 이상 변화가 혈당을 증가시킨다는 소위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의 기전을 찾아냈다. 이 인슐린 수용체에 작용해 인슐린의 출입을 방해하는 물질이 바로 동물성 기름이다. 이처럼 당뇨병의 유발은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와는 관련이 없다. 물론 당뇨병 환자가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혈당의 수치는 증가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특히 기름진 육류, 인스턴트 음식, 기름에 튀긴 음식, 젓갈류추어탕화학조미료 등 짜고 매운 자극성 음식을 피해야 한다. 반면에 현미귀리보리잡곡 등의 곡류와 야채과일은 추천되는 음식이다. 인체의 각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결핍도 당뇨의 근본 원인이다. 어떤 이유로 생체 내에 미토콘드리아의 크기나 수가 결핍되면 포도당이 분해하여 만들어지는 에너지 생성이 감소하게 된다. 즉 혈당이 증가한다. 적절한 운동을 하면 이 미토콘드리아의 크기나 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특히 근육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작용이 왕성하여 많은 양의 포도당이 분해되어 에너지를 생성하게 되고 혈당이 하강한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들은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 당뇨병 전문의사들이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가 단순히 체중을 감소하기 위함이 아니다. 당뇨의 치유는 약물로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고 음식과 운동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 약물은 단순히 높아진 혈당의 수치만 감소시킬 뿐, 혈당이 올라가는 기전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 음식운동약물을 당뇨치유의 삼두마차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뇨병 환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이제부터는 식생활의 변화, 적절한 운동, 항상 웃으면서 긍정적인 생활태도로 스트레스를 없애는 삶을 영유하면서 당뇨의 위험에서 해방되기를 바란다. * 이하성 박사는 1942년 평양에서 출생한 뒤 1961년 경기고등학교(57회), 1968년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72년 전북 임실군 삼계면 보건소장으로 근무했으며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LA에서 소아과를 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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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8 16:45

댐건설법 개정과 농업용수 관리자 변경에 대한 우려

최현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김제시연합회장 최근 댐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니, 기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서 관리하던 농업용 댐 중 일부를 환경부에서 관리하게 함으로써 물관리 일원화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이 신규 댐 건설에서 기존 댐의 효율적 관리와 안정적 운영으로 전환되면서, 댐관리 영역에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를 포함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총저수량 500만 톤 이상인 농업용 댐과 500만 톤 미만이더라도 다른 하천시설과 유기적인 연계 등을 위하여 환경부 장관이 고시하는 농업용 댐은 환경부장관이 총괄하여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농업용 저수지는 1만7천여 개나 되고, 지금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식품부에서 수량,수질,안전 등 모든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농식품부 주관 아래 지자체나 농식품부 산하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갈수록 농업인구가 감소하고 또한 산업으로서 농업의 입지가 축소되는 현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농업에 필요한 농업용수마저 타 산업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현실은 용납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농민의 입장에서는 댐건설법 개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시말하면 농업용 저수지는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농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지금처럼 농업을 관장하는 농식품부가 운영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 농민이 우려하는 댐건설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부분 규모가 큰 농업용 저수지는 농업이 아닌 생활공업환경 용수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고 이는 농업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농업용 저수지는 1년 동안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축조되므로 저수량이 다목적댐에 비해 매우 적고 농업용수 말고는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여유 수량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농사지을 물이 부족하여 해마다 가뭄대책을 수립하고 하천 물을 양수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물로 인한 분쟁이 지역 혹은 산업간 갈등으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농업용 저수지마저 비농업 기관에서 관리하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농사를 업으로 섬기면서 알게 된 사실은 농사철 물관리는 나름대로 특수성이 있다. 즉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일은 제도와 시스템만이 전부가 아니며, 물 관리자와 농민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업을 통해서 적재적소의 물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 이러한 노력이 모여 우리의 생명 산업인 농업이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농업용 저수지 운영관리 주체를 변경하는 댐건설법 개정으로 농업이 더 이상 희생양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농업과 농민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농업용수 관리체계가 지금처럼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 각 부처와 산하 기관이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충분히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오히려 시너지 효과는 더 크다고 본다. 지난해 정부에서 추진한 물관리 일원화 조치에서도 수량과 수질 관리 주체가 환경부로 바뀌었음에도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관리 측면에서 하천관리는 여전히 환경부가 아닌 국토교통부에 존치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최현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김제시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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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7 17:33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평가에 즈음하여

최수미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요즘은 대학에서도 창의적이고 협력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을 하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다. 특히, 경영학분야에서는 무한경쟁시대와 첨단의 기술개발이 필요한 미래의 환경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적이고 융합하여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능력은 필수 불가결하다. 미래예측이 어렵고 창조적 파괴가 강조되는 뉴노멀시대에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따라서, 어떤 교육이 미래에 적합한 인재로 적합하게 키울 것인가는 국가의 백년대계이다. 어떤 정책보다 교육정책은 일관성 있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자녀를 상산고등학교에 보내면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반중학교 다니면서 고등학교 진학 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비교과과정을 검토한 후 상산고등학교를 선택하였다. 고등학교생활은 내면의 외로움이 해소되고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해서 즐겁다고 하면서 다니고 있다.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친구와 선후배간 협력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양서를 읽고 토론을 하고, 동아리 활동, 학생자치활동을 하면서 책임감과 교우관계를 배운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물리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자율과 책임을 배울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상산고등학교 건학이념을 이해하고 학교 운영을 지켜보면서 아이가 잠재력을 키우고 아이의 장점을 발견해 줄 수 있는 학교라고 믿게 되었다. 학생들의 잠재력은 다양하다. 또한,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를 보고 배우며,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독여 주기도 한다. 따라서, 건학이념에 기초하여 학생을 선발하고 학생한테 적합한 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성장의 기초를 마련해 주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이길 기대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없는 사회에서 성장과 성숙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있다고 형평성이 어겨지는 것은 아니며, 시민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포용성이 있는 것이다.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되는 결과가 발표되길 기원하면서 마지막으로 매일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보면서 평생 마음속에 새겼으면 하는 상산인의 헌장 일부를 인용한다. 나는 항상 스스로를 돌아 보아 몸가짐을 가다듬고 마음을 활짝 열어 만상을 포용한다. 그리고 나날의 삶이 언제나 새롭기를 기약한다. 진실이 아닌 물은 마시지 않고, 선하지 않는 과일은 탐하지 않으며 인정이 담기지 않은 음식은 권하지 않는다. 몸은 푸른 산의 강건과 맑은 물의 유연을 조화롭게 따르되, 심성은 아침 이슬의 순결과 가을 하늘의 겸허를 본받는다. /최수미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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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3 16:51

노인대학은 학습의 보고, 행복의 쉼터다

황현택 전 군산 신흥초 교장 고향을 떠나 완주군 이서면 신지산마을 새집으로 이사한지 5개월 째다. 75년 노년 향수에 내심 불안하며 아들 가족과 한지붕 아래 한가족 현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러나 노년의 필연인 것을 어찌하랴. 자위하면서 무덤덤하게 살았다. 사십이 넘어 부모의 내심을 잘 알아차리고 아들이 텃밭을 만들어 주더니 이제는 이서 노인대학 등록금 십만 원까지 선뜻 내주면서 입학시켰다. 지난 4월 23일이다. 아들의 부모에 대한 효심과 노년생활에 대한 배려가 가슴 뿌듯하며 자랑스럽다. 아버지는 자식의 효와 선처에 노인대학생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할 것을 다짐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로 다짐한다. 피교육자로서 갖춰야할 학습의 적극적 활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23일 첫날 학습 첫째 시간은 우석대학교 교수님의 노년의 건강, 둘째 시간은 노래교실이었다. 42명 학습자들의 진지한 모습과 강연자의 성실하고 수준 높은 강의에 첫 수강자는 깜짝 놀랐다. 제도교육에서 수십 년 교수학습 경험자로서 수업 평가는 만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문의다운 가정의학 상식과 노년 질병예방과 과학적 처방을 곁들인 강의는 십 수 년을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필자에겐 그 한 시간이 황금같은 시간이 되었다. 둘째 시간 노래교실이다. 한마디로 매우 즐겁게 진행된 수업으로 학습자에게 새로운 사실을 가르쳐 준 교수 학습 시간이었다. 현직 가수인 선생님의 교수 방법이 노인대학 수준에 맞고, 탁월했다. 특히 노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라도의 구수한 방언 사용과 남녀노소 터놓고 지내려는 친밀감 넘치는 반어와 방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습자가 그 가수 선생님으로부터 얻은 배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다. 구수한 전라도 방언을 사용하며 학습자들의 흥미를 북돋아 주고 있다. 이 교육은 전북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르쳐준 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리고 선생님의 교수방법이 교육심리학을 전공한 사람과 다름 없다. 노래 소절마다 화음과 가락을 반복 연습함으로써 완전학습에 이르게 한다. 참으로 수업기술이 뛰어나다. 소단위 지역사회 노인대학으로서 이처럼 좋은 프로그램을 창출하여 노년의 삶과 그 안위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현대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국가사회 및 지역사회 문제해결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하나 좋은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무리 없이 실시 가능한 체조를 통하여 신체와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가체조를 교육과정에 넣고 있다. 이처럼 지역단위 노인대학의 참 좋은 교육과정과 참 좋은 교수진, 참 좋은 노인대학생들의 힘이 합쳐져 참 좋은 노인대학이 태어난 것이다. 재학생으로서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것은 교육과정에 노년의 상실감을 덜어주기 위한 독서교육과 문화예술 분야도 체험위주로 실시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노인대학은 그 학교의 훌륭한 역사와 전통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오늘의 이서노인대학이 다음 기에도 학교와 학생, 교육과정 등 교육의 3요소가 조화 있게 운영되어 명문 이서노인대학으로 거듭나 영원한 일류 노인대학이길 간절히 바란다. /황현택 전 군산 신흥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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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2 17:17

‘축적의 길’과 절차탁마(切磋琢磨)

임상규 전북도 기획조정실장 연초에 축적의 길이란 책이 화제가 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을 인상 깊게 읽고, 저자인 이정동 교수를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설날에 이 책을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선물했다고 알려져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이정동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계가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실행역량을 통해 고속성장을 해왔지만,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해서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고 산업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념설계 역량을 얻기 위해서는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야 하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례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3M의 포스트잇을 소개했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 제품도 최초 아이디어로부터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상품화에 성공했고, 결국 대성공을 거뒀다. 끈기와 성공. 너무나 당연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평소에 잊고 지냈던 명쾌한 진리이자 근본적인 교훈을 다시 한 번 책에서 얻었다. 우리는 새만금 사업을 통해 이 교훈을 경험했다.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착공된 이래 28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至難)한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2019년에는 1조 1186억 원의 예산도 확보했다. 도로, 철도, 항만 등 기반시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50년 숙원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도 확정됐다. 또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발표됐다. 새만금은 축적의 시간을 통해 황량한 간척지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땅으로, 나아가 동북아 경제허브를 실현시킬 현실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산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전라북도는 금융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지만, 2013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이 확정되면서 금융산업 육성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어려움도 많았다.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에 대한 수많은 방해와 폄훼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똘똘 뭉쳐 기금운용본부를 끝까지 지켜냈고 안착시켰다. 얼마 전,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유보되어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라북도는 금융타운 조성에 속도를 내고 농생명과 연기금 중심 특화 금융 모델도 구체화하기 위해 용역도 착수했다. 글로벌 12위 은행인 뉴욕멜론은행과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이 전주에 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좋은 소식도 있었다. 금융산업을 전라북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전북라도, 정치계, 학계, 산업계, 유관기관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한다. 전라북도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선정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 정성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슨 일이든 정성껏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옛 성현의 지혜로부터 축적의 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전라북도 금융산업도 축적의 길을 당당히 나아가 전북대도약의 길도 활짝 열리길 간절히 기대한다. /임상규 전북도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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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1 20:18

모든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최찬욱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2017년 소년보호관찰대상자 재범률은 성인대상자 재범률 6%보다 두 배 정도 높은 13%로 나타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호관찰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재범률이 낮아야 하지만 오히려 더 높은 이유는 사회경제적 자립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처하게 된 가정불화와 폭력, 빈곤한 환경에서 청소년들의 분노와 우울, 불안과 무력감이 상대적으로 크고 감정억제능력을 결여한 탓으로 보인다. 반복적인 비행을 하는 범죄소년들은 감정조절에 실패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거짓말과 공격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에 대해 합리화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개인적 성격장애는 충동성이나 공격성 같은 선천적 기질도 영향을 미치지만 유아기의 트라우마나 학대, 가정불화와 폭력 등 주변환경의 사회경제적 결핍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처벌 위주의 형사정책이 범죄 예방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소년법 폐지 같은 다소 감정적인 대응은 청소년기 비행과 범죄의 원인을 본인에게서만 찾는 것으로 현실을 직시한 구체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가정은 청소년들이 자라고 있는 현장으로써 가장 기본단위이고 안식처인 만큼 가정을 좀 더 바람직한 환경으로 가꾸어 가는 것은 청소년들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거나 일탈하지 않고 꿋꿋이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경제적 빈곤 등으로 인해 학부모나 학생 모두 학업에 전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시경쟁에 몰두하는 학교는 성적이 저조한 학생을 문제학생으로 낙인찍어 방임하기 일쑤이다. 학교부적응으로 인한 학업중단청소년의 증가, 가출, 은둔형 외톨이, 인터넷 중독, 학교폭력, 자살 등 청소년 문제가 중복적?복합적 경향을 보이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정보통신기술(ICT)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에 따라 가정의 테두리를 넘어 사회환경으로 인한 범죄유발요인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가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위한 활동프로그램을 장려하고 심리치료와 상담 등을 통해 내면의 세계에 대한 성찰과 위기해결능력을 배양하는 활동과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실제 소년범 응답자의 41%는 현 수용시설 내 생활이 자신의 인성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29%는 자신이 받고 있는 현 처분(처벌)의 형평성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에 비해 과도하다고 답했다. 처벌과 보호관찰을 넘어서 상담과 교육, 위기청소년특별지원, 가출예방 및 보호,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지원, 일탈 및 일상생활부적응 청소년에 대한 교육적 선도 활동 등 위기청소년에 대한 체계적이고 적극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차세대 주역인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에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할 충분한 기회와 지원을 받음으로써 청소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도록 인생의 출발점부터 공정하고 건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혜와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푸르름이 그 빛을 더해가는 계절, 마음껏 나래를 펼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최찬욱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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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0 20:12

상산고 평가, 현명한 결과 기대한다

유진식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많은 시민들의 우려 속에 지난 3월부터 진행되어온 상산고의 자사고운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조만간 발표된다고 한다. 이 평가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평가결과 평가기준점에 미달할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상산고의 자사고지정을 취소하겠다고 김승환 교육감이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평가기준 자체가 자의적이어서 만약 이번 평가에 바탕하여 지정취소를 하는 경우 그 처분은 위법하다는 견해가 벌써부터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의적인 평가기준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른 10개 시도교육청은 평가기준점을 70점으로 정한데 반하여 오직 전북교육청만이 80점으로 정하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대부분의 논자는 들고 있다. 필자도 위의 견해에 동조하는 입장인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자사고의 지정취소는 김교육감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재량행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재량행위라고 해서 처분청이 자의적으로 기준을 정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이 부여한 권한 밖의 재량권의 행사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 그리고 재량행위가 위법하게 되는 사유, 즉 재량권의 일탈남용의 사유는 다양한데 그 가운데 전형적인 사례가 처분에 대하여 사전에 예단(豫斷)을 하는 것이다. 즉,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처분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산고 평가에 있어서도 이러한 징후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평가기준점을 다른 10개 시도교육청과는 달리 왜 전북교육청만이 80점으로 정했는가에 대한 김승환 교육감의 답변이다. 즉, 김교육감은 70점은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고는 80점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량권행사에 관한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답변이다. 평가기준은 오로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가의 여부에 초점을 두고 세워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교육감이 불쑥 법규정의 내용과 동떨어진 답변을 하였다는 것은 이미 특정한 결과를 마음속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만약 현재 진행하고 있는 평가에 바탕하여 처분을 한다면 이것은 전형적인 예단에 의한 처분으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취해질지도 모를 후속조치로 인하여 전북교육계가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교육감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하면 설령 평가점수가 80점에 미달한다고 해서 상산고가 자동적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행령은 교육감에게 별도의 지정취소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상산고 평가결과에 대하여 모두가 상생하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유진식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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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9 18:49

건강을 지키는 좋은 습관, 올바른 손씻기 실천부터

구형보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A형간염으로 인하여 예방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바른 손씻기는 가장 경제적이며 효과적인 감염 예방법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유엔(UN)총회에서 각종 감염으로 인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10월 15일을 세계 손씻기의 날(Global Handwashing Day)로 제정하여 손씻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질병관리본부 주관으로 올바른 손씻기 행사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손씻기는 감염병 예방의 기본 수단으로 수인성 감염병의 약 50~70%를 예방할 수 있다. △손만 잘 씻어도 각종 세균으로부터 보호 기온이 상승하는 하절기에는 특히 개인위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 중 손에 있는 바이러스와 세균과 같은 미생물을 없애는 것이 쉽고 효과적이다. 손만 잘 씻어도 예방할 수 있는 대표 감염병은 장관감염증(장티푸스, A형 간염,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세균성이질) 호흡기감염증(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감염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적지않은 감염성 질환은 공기를 통해 코나 입으로 미생물이 직접 침입하기 보다는 미생물이 묻은 손을 눈이나 코, 입에 갖다 댐으로써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의 몸은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손씻기를 통해 미생물의 숫자를 줄여 주기만 하더라도 감염성 질환의 70%는 예방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도와 실천율은 저조한 편이다. △손 씻기는 왜 필요한가 우리가 손을 씻지 않는다면 단 3시간 만에 세균은 26만마리가 증가한다. 올바르게 손을 씻지 않으면 상당수의 세균이 손에 남아 있게 되므로 6단계의 올바른 손씻기를 통해 구석구석 깨끗한 손씻기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1단계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질러 준다. 2단계 손가락과 마주 잡고 문질러 준다. 3단계 손 등과 손바닥을 마주대고 문질러 준다. 4단계 엄지손가락을 다른 편 손바닥으로 돌려주면서 문질러 준다. 5단계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깍지를 끼고 문질러 준다. 6단계 손가락을 반대편 손바닥에 놓고 문지르며 손톱 밑을 깨끗하게 한다. 비누 또는 손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만 사용하는 경우 세균 감소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으므로, 꼭 비누 또는 손 세정제를 사용해 손등과 손바닥을 꼼꼼하게 천천히 잘 씻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손씻기가 질병 예방의 기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중요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생활속 손 씻기 습관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 /구형보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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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5 20:14

스승의 날 진짜 선물

박인규 전 교육공무원 오래전 산골 초등학교로 초임발령을 받은 어느 여선생님의 스승의 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선생님께서 근무하셨던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도회지 학교에서와는 달리 그야말로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척박한 땅에서 힘겹게 농사지은 갖가지 농산물을 선물로 아이들 편에 들려 보내기도 하고 몇몇 어머니께서는 직접 가지고 오시기도 했다. 선생님은 오랜만에 친정집에 와서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따뜻하고 정이 듬뿍 담긴 이야기와 함께 참쌀, 깨, 콩 등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스러워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는데 오히려 어머니들께서는 손이 부끄럽다며 하고 싶은 말씀도 제대로 하지 못하시고 도망치듯 뒤돌아 가신다. 선생님은 코끝이 찡하는 감정을 온 종일 간직한 채 교직에 몸담고 있음에 무한한 감사함과 동시에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아이들의 삶을 사랑으로 교육하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스승의 날 아침 조회시간 선생님의 교탁과 교단 위에는 아이들이 가져온 검정비닐봉지가 올망졸망 놓여있다. 감동과 감격의 순간이다. 그런데 한 여자아이가 고개를 떨군 채 선생님과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얼굴을 들지 않아 알 수는 없었으나 아마도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있지 않았을까? 조회가 끝나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보니 교탁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어 펼쳐보는 순간 선생님은 그만 목이 메이고 말았다. 쪽지에는 선생님 저는 엄마, 아빠가 안계십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데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선생님께 아무것도 드릴게 없습니다. 선생님께 저는 사랑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게요 라고 적혀 있었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부둥켜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자신도 모르게 훌쩍훌쩍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그 후 선생님은 교직생활 내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서도 그 아이의 얼굴과 쪽지를 잊지 못했다. 그때 그 아이의 생활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돕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항상 선생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가 찹쌀을 가져오고 콩을 가져왔는지 누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오직 그 아이의 손 편지와 촉촉이 젖어있었던 눈망울만은 어제 일처럼 또렷이 떠오른다. 그때마다 가슴 한 켠이 저미어온다. 매년 스승의 날만 되면 지금쯤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있을 그 제자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5월이면 이런저런 기념일로 선물이 풍성한 달이다. 크고 값비싼 선물보다는 작지만 정성과 마음이 담긴 그때 그 아이의 쪽지와 같은 선물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교직을 떠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 아이의 손 편지 같은 선물이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 아닐까? 가슴 설레는 선생님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박인규 전 교육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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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4 20:03

꽃 진 날, 학교를 슬퍼하다

김희수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온 세상이 꽃으로 가득한 날, 한 사립학교 교사의 슬픈 자진의 소식이 교육의 현장에 아픈 종소리로 울렸다. 내내 통증으로 머문 그 울림이,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설명되어지지 않을 한 삶의 마무리를 통해 교육의 현장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려했던 교사들은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어른의 모습이었다. 직업으로의 교사이기보다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선생님으로 불리길 바라던 분들이었고, 그분들 희생의 몫으로 우리들은 자랐고 세상은 성장했다. 그러나 어느덧 선생님은 사라지고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교사만 남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고, 자기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변호사를 사고 어떻게든 자기 아이만을 피해 입히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모습으로 힘없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의 현장의 가치는 짓밟히고 있는 건 아닐까?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이 자기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막으려고 학교를 옮겨달라고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삿된 이기주의가 교육이 가진 어울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기 자식을 혼냈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있는 교실까지 찾아와 담임교사에게 폭언과 손찌검을 하는 학부모의 모습이 배움의 순수성을 짓밟는 것은 아닐까? 거칠게 경쟁하는 세상의 구도가 부모와 어른들을 통해 너무도 거침없이 아이들 앞에 드러난 것은 아닐까? 교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고, 공욕을 실천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곳으로서의 학교는 이미 무너진 것은 아닐까? 직업인인 교사로 학교 현장에 덩그러니 남아있을 수많은 교사들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가슴에 멍처럼 아련하다. 물론 여전히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밤낮, 주말없이 동분서주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건 분명하다. 그 분들이 계시기에 여전히 학교는 희망적이며,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것이리라. 이제 우리도 우리의 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해야 할 것 같다. 학생인권센터를 학교 내 인권센터로 확대 운영해서 교육 현장의 가족들이 그들의 가치를 보장받고, 그들의 권리 안에서 가치중립적 고유성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폭력의 문제에서 사법적 해결의 원칙을, 교육적 해결의 방식으로 되돌려야 한다. 아이들이 아이들끼리의 질서 안에서 해결할 수 있고, 한 아이의 충격을 한 반의 또래 아이들이 함께 흡수해내고 함께 발휘할 수 있는 교육적 분위기를 통해 학교 폭력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게 해야 한다. 학부모의 사회적 책무를 되살리기 위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교육과정을 만들고 전라북도와 전북교육청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한 채 경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가치가 순수하게 빛나는 사회적 교육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학부모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이런 노력으로 아름다운 배움의 현장에서 더는 슬픈 소식이 울리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맘으로, 아픈 마무리를 하신 선생님의 영전에 꽃 한 송이를 대신해 이 글을 바친다. /김희수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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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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