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이상록 교수
하루 평균 10만 번, 평생 약 30억 번 쉼 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심장 속 대동맥판막은 그만큼 닫혔다 열리며 온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공급한다. 그 문(門)이 노화 등의 이유로 좁아지면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심할 경우 심장이 멈출 수 있는데 그것을 대동맥판막 협착증(aortic stenosis)이라 한다. 주로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발병하는 이 질환은 처음에 무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놓치기 쉬우나 발현 후 2년 이내에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약 50%가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특히 전북 지역은 70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타지역에 비해 높으며,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전북 지역은 인구수가 유사한 타지역 대비 대동맥판막 협착증(비류마티스성 대동맥판막장애)의 진단 수가 높은 편이다. 2017년 전북 지역 최초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시술)을 성공했으며, 올해 TAVI 시술 50례를 달성한 전북대학교병원의 심장내과 이상록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 협착증과 증상,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심장은 신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장기입니다. 심장에는 혈액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한 4개의 판막이 있는데, 이 중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하는 판막이 대동맥판막입니다. 노화로 인해 판막에 석회가 쌓이게 되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심장을 통한 혈액 흐름에 정체가 생기고, 심장 과부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심장은 피를 온 몸으로 보내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점차 심장 근육이 두꺼워집니다.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다 보면 결국 심장이 멈추기도 합니다. 주로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고령층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고 예상됩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요.
심장 부위 통증과 호흡곤란, 실신과 같은 증상이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협착증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기까지 특별한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심한 증상을 가진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경우 5년 내 생존율이 20~30%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고령층이고 평소 숨참, 심장 통증을 자주 느낀다면 가까운 내과에서 검진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요.
환자의 증세 호소와 더불어 신체 검진상 심잡음의 존재로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심전도, 심초음파, 좌심도자검사, 심혈관조영술을 이용해 검사할 수 있으며, 대동맥 판막 협착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검사는 심장 초음파 검사입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빠르고 불편하지 않게 대동맥판막협착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상이 나타난 후에 검사, 치료를 하게 되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협착의 정도가 상중하 중 상인 경우, 기대 여명이 2~3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령인 경우 평소 근처 병원 등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치료 방법과 각각의 특징 및 장단점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치료에는 수술과 시술이 있다. 지금까지는 흉부외과에서 가슴을 절개하고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이 주된 치료법이었습니다. 수술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한 경우 15년 정도 효과가 지속되었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여는 수술적 치료는 고령 및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위험성이 크거나 부적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허벅지 쪽 혈관을 통해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인 TAVI 시술이 개발되어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신 마취도 필요 없어, 고령의 환자나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적합합니다. 시술 시간이 짧고 통증이 적으며, 무엇보다 입원 기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전북은 전국적으로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입니다. 지역 내 질병 발생률이 높은 편인가요.
전북도민 중 발병율이 얼마인지 확실한 통계는 없으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노화에 따라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75세 이상에서는 2% 정도의 발병률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북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나이가 5세 정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고령화로 인해, 타지역에 비해 발병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전북대병원은 도민들의 건강을 지키고자 최우수 인력과 최신 장비 도입 등과 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북대병원은 전북 최초의 TAVI 시술 기관 이자, 최근 약 80건을 TAVI 시술 사례를 달성하며 지역 내 최다 TAVI 시술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는.
올해 초 TAVI 시술을 진행했던 환자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92세 남성 분이셨는데 전주천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시는 분이었다. 병원에 방문하시게 된 계기도 자전거를 타다가 이전과 다르게 숨이 차는 느낌이 들어 진단을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자택 근처 병원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시고 검사 결과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확인되어 TAVI 시술을 받으셨습니다. 전북대병원에서 진행한 사례 중 가장 고령의 환자였음에도 시술 직후 증상이 호전되는 걸 환자 본인이 느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시술 후 2주 후 쯤, 전주천에서 자전거 타고 계시는 환자 분을 뵈어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고령이었음에도 예후가 좋아,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보람된 사례입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드렸지만, 모든 병원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진을 통해서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있는 경우, 좁은 심장 판막을 통해 혈액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특이한 잡음이 들립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청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진에서 잡음이 발견되신 분들은 꼭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심장 초음파에 대한 건강보험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에 25만 원 정도였던 일반 경흉부 검사가 본인부담금 3만~9만 원으로 크게 부담이 줄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빠르게 질병을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 교수는 국내외 심장내과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국내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치료 사례를 분석한 한국인 급성심근경색증의 현황에 대한 등록연구(KAMIR)에서 약물 용출 스텐트 삽입술의 임상의학적 안전성 연구로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학술회의에서 2008 우수 연구상을 수상했다. 또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Lp(a)의 인종, 유전적 및 산화스트레스 차이와 주요 심장 질환의 관련성을 연구한 논문이 심장학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Circulation에 게재됐다.
이 교수는 전남대학교 의학 박사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심장내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의 학술위원회 위원, 대한심장학회 정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해 1월 7박8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전북 지역민뿐 아니라 세계인의 의료 복지를 위해 힘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