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잦은 교량, 운전자 안전 '안갯속'
안개로 촉발된 인천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2015년 2월 11일)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도내 대교(大橋)를 달리는 운전자들의 안전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안개가 잦은 호수와 강 위에 설치된 대규모 교량이 적지 않지만, 운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설물이 충분히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9일 오전 10시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 지난 2015년 3월 19일 취재를 위해 찾았던 운암대교는 눈비안개 시 미끄럼 주의라는 문구의 경고판만 있었지만, 이날 오전에는 절대감속 안개지역 국토교통부라는 표지판도 보였다.그러나 운암대교에 설치된 표지판은 전주에서 임실 방향 입구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반대편인 전주 방향 입구는 상수원 보호지역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경고판만 덩그러니 서 있는 실정이다.물안개가 잦은데도 안개등이나 계측시설인 기상정보 시스템이 없는 것은 2년 전과 비슷했다. 최근 도로 여건이 개선되면서 통행량이 늘고 있는 운암대교는 길이 1㎞ 왕복 4차선인데, 안개가 심하게 낄 경우 운전자들의 안전이 자못 우려된다.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영종대교 추돌사고 이후 전국의 국도 90개 구간을 안개 잦은 지역으로 지정해 안전시설 설치 등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지역 국도에서는 임실 운암대교와 남원 요천교, 김제 공덕대교, 부안 동진대교, 지방도는 익산 웅포대교가 지정됐다.안개 잦은 지역은 시정거리 250m 이하의 짙은 안개가 연 30일 이상 발생하거나 안개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구간이다.문제는 국토부가 같은 자료를 통해 밝힌 안개 대비 주요 안전시설은 시선유도표지와 방무벽, 도로 전광표지(VMS), 차로 제어시스템, 안개 주의표지, CCTV, 시정계(안개센서) 등으로 14개에 이르지만 전북지역 안개 잦은 교량들은 1~2개의 약소한 시설이 전부다.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김제남원지방국토관리소, 전북도 등에 따르면 임실 운암대교처럼 남원 요천교와 익산 웅포대교는 안개 주의 표지판 외에는 별도의 안전시설이 없다. 공덕대교는 안개 소산장치(5개)와 안개등, 노면요철포장, 전광판, 동진대교는 안개등과 노면요철포장이 각각 설치됐다.안개 소산장치는 도로 위에 안개를 감지해 수분을 머금은 공기를 빨아들여 증발시키고, 건조한 공기와 음이온이 섞인 인공바람을 내보내 안개를 없애는 장치다. 노면요철포장은 차량이 차선을 이탈했을 때 특수하게 포장된 도로가 타이어의 마찰 소리를 일으켜 경고음을 발생시킨다.전북도 관계자는 웅포대교를 노후 교량 보수 공사의 대상으로 올려 자체적으로 안전시설을 설치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난 2015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계획한 도로교통안전 종합대책에 열거된 안개 잦은 곳으로 지방도 중 웅포대교가 포함됐지만, 지금까지 예산을 받아 사업이 진행된 건 없다고 말했다.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안개 잦은 구간은 아니지만, 청하대교와 월포대교에 안개 대비 안전시설을 일부 설치하기도 했다며 안개 잦은 교량은 추후 국토부의 예산을 승인받아 안개등과 시정계 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영종대교 사고 이후 고속도로 내 안개 취약지역의 시설을 먼저 보강했다며 국도상 교량의 안개 잦은 지역에 대한 안전시설은 2월 말 까지 계획을 수립하고, 3월부터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