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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새 지평 열어갈 기념사업 절실"

동학농민혁명은 전북에서 일어나 전국에 떨친 한국 역사상 가장 큰 농민항쟁이었다. 동학농민혁명을 빌미로 청나라와 일본군이 들어와 청일전쟁의 도화선으로 작용했고 전통적인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지역질서까지 재편시켰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1980년대 이후 활발하게 재조명됐고, 이를 바탕으로 혁명 발생 110년만인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그러나 혁명에 관한 기념사업들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기념일 제정을 두고 지역간 첨예하게 맞서 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또 혁명의 역사적 흔적들이 대부분 지워졌고, 유적지 또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게 현주소다.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이영호)가 내년도 혁명 2주갑(120년)을 앞두고 발행한 〈전주성을 점령하라〉는 앞으로 어떻게 혁명을 기려야 할 지 제시하고 있다. '전주완주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답사안내서'로 제작됐지만, 혁명의 전체적 윤곽과 함께 전주완주 유적지별로 과거와 현재의 거울로 비추고 있다. 사업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에 조성된 기념시설물은 70여곳. 1895~1935년까지 조선정부와 유림지방유지 등이 건립설치한 기념시설물 40여 곳, 1960~80년대 군사독재정권시기에 관주도로 설치된 시설물 10여 곳, 종교단체인 천도교에서 설치한 시설물 10여 곳, 민간단체에서 설치한 기념물 10 곳 등을 합쳐서다.사업회는 1960~1980년대 군사정권시기에 추진된 기념사업을 3가지 특징으로 분류했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세력들이 취약한 정통성을 가리고 미화하기 위해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편취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경우, 특정 종교단체와 관련된 기념사업을 시혜적으로 허용한 경우, 민간 기념사업을 통제하면서 특정지역 몇 곳에만 기념사업을 추진하거나 묵인한 경우 등이다.이 책에서는 또 동학농민혁명군의 전주성 점령과 전주화약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켰다. 전라도 수부인 전라감영이 자리한 전주성은 조선 건국자의 본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풍부한 물산의 집산지로 조선왕조 재정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에 1893년 고부에서 모의된 사발통문 거사계획 때부터 제1차 점령목표였다. 그래서 1894년 4월27일 농민군의 전주성 점령은 혁명 전 과정에서 농민군이 이룬 최대 승전이었다. 특히 농민군의 전주성 점령 후 조선정부와 동학농민군 사이에 '전주화약'이 성립됐고, 이를 바탕으로 전라도 53개 군현에 집강소를 설치, 폐정개혁을 단행한 것은 우리 역사상 최초로 피지배계층인 농민이 직접 통치권을 행사한 근대 민주정치의 효시라고 평가했다.동학농민군의 숙영지였던 삼천, 진을 쳤던 용머리고개, 가장 먼저 진격했던 전주성 서문지, 집강소 총본부인 대도소가 설치됐던 전라감영 터 등의 역사적 의미와 현재의 모습들을 책에서 담고 있다.사업회는 "동학농민혁명은 한국근대 민족민주운동의 총 본산으로 동아시아 역사와 세계역사에서 그 맥락과 의미를 추구할 때 비로소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거대한 산이다"며, "전라도 지방사로 왜곡축소되어온 동학농민혁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기념사업 모색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11.15 23:02

새만금 고교백일장 대상에 조예슬·최가희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가 주최하는 '제8회 전북새만금 고교생백일장'이 지난 9일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렸다. 이날 전북지역 고교생 258명이 참여한 이날 백일장에서 운문부 대상은 전북외국어고 조예슬(2년), 산문부 대상은 전주여고 최가희 학생(1년)이 각각 차지했다. 또 최우수상에는 운문부 전북여고 최유진(3년), 산문부 전북여고 양혜진 학생(2년)이 선정됐다.이번 백일장 글제는 '새만금 갑문'과 '석정문학관'이 제시됐다. '새만금 갑문'은 국가차원의 최대 현안사업인 새만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문화성과 주민 참여성, 가능성, 친환경성, 미관, 개발 가능성 등 잠재적 가치를 우리 청소년들이 어떻게 이해하느냐를 알아보기 위한 글제였다. '석정문학관'은 한국 시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신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을 널리 선양키 위해 건립된 석정문학관에 대한 청소년들의 견해와 현대 한국 시문학의 고봉 신석정시인의 청조한 인품과 도도한 시 정신을 널리 선양 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소재호 심사위원장은 "심사의 기준은 표현미와 주제의식의 조화에 맞췄다. 즉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언어로 구사하는 표현력과, 주제의식에 맞추어 일관성 있게 시상을 전개시키는 구성력, 그 두 가지에 비중을 두었다"며 "백일장은 논술대회가 아니며 문학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백일장 참석자들은 새만금 일원을 투어하며 새만금에 대한 해설을 듣고, 문학강연과 시낭송·시화전을 들러보았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11.14 23:02

[6. 정읍사 (하)] 믿음 바탕 여유로운 기다림 미학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정읍사는 백제오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사가 전해오는 노래다. 정읍사에 담긴 정서가 이토록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내면에 면면히 흐르는 곱고 아름다운 여인의 기다림의 미학이 우리 고시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을 만큼 유려하다. 조선조의 건국이념인 유교윤리에 정읍사에 내재된 여필종부의 미덕이 이만큼 부합된 노래가 없기 때문에 백제오가 가운데 정읍사만이 '악학궤범'에 실려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신라여인들은 자유분방한데 비해 백제 여인들의 성정을 지조(志操)와 정절(貞節)이라고 규정한 소이연도 여기에 기인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고려사'에 곡명과 더불어 노래의 내용만이 간단하게 소개된 정도이지만, 선운산, 정읍, 지리산, 방등산, 무등산 등의 백제오가나, '삼국사기'에 전해지고 있는 도미설화 등은 정절의 백제여인상을 대표하는 귀중한 자료다. 그러기에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여성들의 성정을 요약할 때 백제의 여인들은 다른 나라들 여성보다 비교적 아름다운 정절과 곧은 지조를 지녔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싶다. 고려조 속요들은 대부분 이별을 노래하거나 영원히 이별하지 아니할 것을 노래하는 것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해, 정읍사는 그러한 정조를 노래하는 속된 심사와는 차원을 달리한 여인의 믿음을 바탕으로 여유 넘치는 기다림을 노래하고 있다는데서 그 미적 가치를 찾아볼 수가 있다. 그리움이나 기다림의 화자(話者)의 간절한 기원은 하늘에 높이 떠있는 보름달만큼이나 상승되면서 정읍사에 토로되어 절정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읍사의 내레이터인 행상인의 아내에게서 느껴지듯이 남편이 행상을 나가면 오랫동안 자유분방한 상태에 놓이게 됨으로써 고려조의 속요 쌍화점, 만전춘별사나 신라 향가 처용가처럼 다분히 다른 남정네들과의 에로틱한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읍사의 여인은 그런 부정(不貞)의 여지를 조금도 허용칠 아니한다. 신라의 처용이 달 밝은 밤 탑돌이를 나간 사이에 외간남자와 정을 통해버리고만 처용 아내의 유희적 방탕성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말이다. 행상인의 처라고 하는 제한적 개방성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일편단심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정읍사야말로 인간의 본능과 감성적 욕망을 극복한 절창(絶唱)이 아닐 수 없다. 즉 사랑과 도덕, 낭만과 지성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내는 이 작품은 본능과 현실적 도덕성간의 근원적 양면성이 동시에 내재돼 있는 노래라는 것이다. 그러한 인간 본연의 갈등이 표출되지 않은 채 절제되어 형상화한 시가가 바로 정읍사라는 점이 이 노래가 지니는 매력이다. 정읍사가 달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도 여느 작품과 다르다. 처용가의 달이 '유희(遊戱)를 위한 달'이라면 정읍사의 달은 기다림과 기원을 담은 '정절(貞節)의 달'이라고 할 수가 있다. 허소라 교수는 '정읍사 주제고(井邑詞主題攷)'에서 달이 밝을수록 그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임과 나와의 거리도 그 만치 가까워진다는 이등변삼각형의 기하학(幾何學)적인 특수구조를 보이는 노래라고도 하였다. 즉 기다리는 남편과 내레이터인 나 사이에 떠 있는 달이 높이 오를수록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원리를 통해 화자의 간절한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읍사는 달에게 내 마음을 전해달라는 유럽의 직소(直訴)적인 소야곡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노래다. 오로지 남편만을 걱정하는 기다림과 기원이 달을 매체로 함축적으로 형상화된 것도 이 작품의 품격을 고양시키는 점이다. 그리고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가 주장한 바와 같이 물-진흙탕물이지만-과 달, 여성의 3요소가 하나의 생생력환대(生生力環帶)를 이루어서 남편의 무사안녕을 비는 종교적인 기원은 숭고한 신성성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믿음을 바탕으로 한 백제 여인의 기다림의 미학은 오로지 사랑하는 임의 무사안전만을 위해 아무 곳이나 짐을 벗어놓고 쉬고 오라는 여유의 아름다움으로 표상된다. 이러한 믿음을 전제로 한 부부지정이 내면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여유가 가능한 것이며, 남편의 무사함을 능가할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름다운 여심(女心)으로 나타난다. 오늘밤의 무사귀환이야말로 순전히 남편에게 달려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당신의 임의대로 해달라는 소박한 마음속엔 일체의 불안이나 질투, 잡념이 스며들 여지가 없고, 오로지 변할 줄 모르는 부부의 믿음만이 노래가사의 행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순지고(至純至高)한 여인의 사랑은 자기 스스로를 죽이고 남편만을 위하는 유교적인 윤리를 근본으로 하여 더욱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유교윤리적인 기다림의 미학은 이후 고려조의 속요인 가시리. 이상곡, 동동 등으로 접맥되었고, 현대에 이르러 김소월의 진달래꽃으로 승화 계승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읍사야말로 한국여성의 기다림의 미학의 정화(精華)요, 한국여인의 아름다운 정절(貞節)의 원형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 한다. 국문학자전주대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11.14 23:02

전근표 시인 두 번째 시집 〈사랑합니다! 아버지〉

진안 출신의 전근표 시인이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냈다(한솜미디어). 자연과 고향, 그리움과 아름다움, 행복이 녹아 있는 시 60여편과 수필·여행기를 묶었다.전 시인은 "산속에서, 들판에서, 물가에서, 작은 들풀, 들꽃 작은 돌멩이 하나에 맺혀진 이슬방울까지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생명력이 꿈틀거릴 수 있기를 원했다"고 시집 머리글에서 밝혔다. 시인은 시를 통해 과거의 추억을 되뇌며 가난을 벗 삼아 살아온 질곡의 삶이 겹겹이 쌓여 따뜻한 가슴에 시원한 청량제 같은 향기를 품어내길 바랐다.김태일'풍자문학'발행인은 전 시인의 시에서 휴머니즘과 살가운 정이 살아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전 시인의 작품을 음미하다 보면 고향 집 툇마루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과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대지에 맨발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깊어가는 가을에 자연과 함께 동화하며 나른한 꿈을 꾸고 싶어진다"고 해설로 달았다.육권 중령 출신의 전근표 시인은 2008년 등단했으며, (주)하림 상무이사를 거쳐 현재 (주)명보쇼핑 대표이사로 있다. 첫 시집 〈아버님! 하늘나라 그곳에도 꽃은 피었나요〉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11.08 23:02

'신뱅이' 대표 안명자씨 산문집 〈김치는 나의 혼 우리의 문화〉

'음식을 맛나게 잘 만드는 사람은 참으로 많다. 손맛 좋은 사람도 부지기수다. 더욱이 맛의 고장 전라도에서는 왠만해서 음식 잘한다고 자랑하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김치로 승부를 보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 현실에서 대학교수의 아내로 살던, 평범한 주부였던 안명자씨(57)가 '신뱅이'상표를 걸고 김치 사업을 시작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한 과일 김치를 만들어 발표회를 연 후 평소 그를 아끼던 인사가 "그까짓 김치 좀 한다고 요란 떨지 말라, 순한 남편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는 가슴에 대못을 박는 충고도 들어야 했다.그런 곡절을 거쳐 안씨는 전주 한옥마을을 살찌우는'김치 명인'이 됐다. 그가 대표로 있는'신뱅이'식당은 한옥마을의 인기 투어코스며, 전국 각지에서 그의'김치학'강연 초청이 쇄도한다. 일본에서 김장축제를 열어 '김치 한류'를 일으키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99년 김치 사업에 손을 댄 지 10여년만에 현재 김치 사업가로서, 김치 연구가로서, 김치 전도사로서 명성을 굳건히 한 안명자씨가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과정과 '김치 철학'을 책으로 담았다. 산문집 〈김치는 나의 혼 우리의 문화〉(이룸나무).그는 이 책에서 '신뱅이'이름이 붙여진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1992년부터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 신전(新田)5반에서 살았던 인연을 바탕으로 신뱅이를 탄생시켰다. 그곳 주민들은 5개 마을을 합쳐 신뱅이로 부른단다. 전주한옥마을에 새 밭을 일구는 마음으로, 김치 만드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는 각오가 그 이름에 담겼다.안씨는 오늘의 '신뱅이'가 있게 한 데 어머니와 남편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안명자식 절대 미각'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단다. 남편(이철량 전북대 교수)은 우리 전통문화 중에 아직 인정받지 못한게 식문화며, 그중에서 가장 하대받는 김치가 각광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는 말로 격려했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김치에 무엇을 담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남편의 충고가 오늘날까지 김치를 돈이 아닌, 문화로 생각하게 한 바탕이 됐다.독일인 여교수가 김치의 매력에 빠진 일화, 외교관들에게 김치를 강의하는 보람, 김대중 대통령도 맛본 신뱅이 김치, 과일 김치가 나온 배경, 생활한복을 벗은 이유, 일한 식문화연구회를 만들고 일본 김장 축제를 치렀던 경험, 그 과정에서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지금은 통역 없이도 강연을 할 수 있게 된 과정 등 김치와 얽힌 진솔한 뒷이야기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저자는 김치맛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레시피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시장에서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맛의 고장 전주에서는 김치 소비가 줄고 있는 점도 안타까워 했다. "나의 인생 최대 목표는 김치에 나의 꿈을 담는 것이다. 신뱅이에서 매일 만나는 고운 인연들에게 친정 엄마의 따뜻한 정성을 나누고 싶다. 안명자가 있어 한국의 김치가 일본에서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한옥마을에서 우리 김치가 다시 생명력을 얻어 부활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게 저자의 소망이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11.08 23:02

[5. 정읍사 (중)] 달 보며 남편의 무사기원

루마니아 민속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1986)는 달은 일정한 주기에 의해 탄생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는 재생의 상징으로 보았다. 초승에서 보름, 그믐달로 이어지는 운행에 따라서 달의 인력으로 인해 조수 간만(干滿)의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이는 여성의 생리주기 28일 혹은 29일과도 일치한다. 신은 여성에게 생명을 잉태케 하는 놀라운 능력을 준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서해 바다가 동해나 남해보다 달의 인력에 의해 밀물과 썰물의 차가 심하기 때문에 각종 어패류들도 달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 그믐달 이후에야 충실한 것이 많은 것과도 일치한다. 홍용희도 '창조신화의 세계'에서 논밭과 같은 대지는 씨(種子)를 뿌리면 이를 받아들여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풍요다산과 상관되는 자연현상으로 일치된다고도 하였다. 인간도 이와 같은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월 대보름 밤 동산에 떠오르는 달을 보고 아들, 딸 낳기를 기원했고, 달의 모양을 보며 한 해 농사의 풍흉년을 예언한다고도 하였다. 이런 현상학적 견지에서 보면 정읍사의 여인이 행상나간 남편의 밤길의 위해(危害)를 흙탕물에 비유하여 달에게 무사안녕을 기원한 것은 민속신앙 그 이상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밤길에 어떤 범해를 당할까 염려하는 정읍사 여인의 기우(杞憂)도 정읍사에선 용납되질 않는다. 정읍사의 기구(起句) '달하'는 일체의 부정(不淨)이 끼어들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 선언이요, 외경(畏敬)적 기원이기 때문이다. 호격조사 '하'는 '아'의 중세어로서 신격(神格)에만 사용되는 '극존칭호격조사'다. 자연만물의 생성과 소멸이 달과 물과 여인이란 3자의 요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처럼 정읍사 여인이 남편의 무사귀환을 비는 이와 같은 종교적 기원의례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고, 실제로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서도 왕왕히 그런 민속신앙의 모습들을 찾아 볼 수도 있다. 이렇듯 달은 물과 여자와 더불어 생생력환대(生生力環帶)를 이루어 그 속에서 달이 풍양(豊穰), 산아(産兒), 건강(健康) 등에 관련된 생생력 상징으로 인간에 의해 숭앙되었다는 사실은 김열규에 의해서도 지적된 바 있다. 그러기 때문에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손자나 아들의 과거급제를 기원하거나 무사함을 달님에게 비는 우리네 할머니나 어머니들의 기원의례가 지금까지도 전해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아름다운 성정이 남편의 무사안녕을 비는 행상인의 아내의 마음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고도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목욕재계(沐浴齋戒)한 정읍사의 여인이 하늘에 덩실 떠있는 달을 보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경건한 아내의 모습에서 차원이 낮은 일상인들의 의부증이나 부정이 일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러므로 '즌대'를 터무니없는 육정(肉情)적인 해석이나 퇴폐적인 의미로 풀이함으로써 백제여인의 아름다운 정절을 폄훼(貶毁)하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 된다. '고려사' 악지의 기록대로 혹여 행상나간 남편이 밤길에 어떤 범해를 입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여심이 '즌대'를 디딜까 두려운 것으로 비유된 것으로 보아야 옳다. 아무런 전거나 근거도 없이 자기 나름의 주관적인 인상(印象)이나 속단에 의지하여 정읍사를 터무니없이 음사라고 규정을 하고 여인의 성(性)과 관련시켜 엉뚱한 해석을 해서도 아니 된다. 조선이 개국한 이후 궁중악의 취택(取擇)과정에서 고려조의 속요들이 대부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나 음사(淫詞)로 낙인 찍혀져 사리부재(詞俚不載)되었다. 그런 가운데 남녀간의 노골적인 사랑을 노래한 '쌍화점(雙花店)'이나 '동동(動動)', '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 이상곡'(履霜曲)' 같은 육정적인 고려조 속요들을 조선 성종조의 '악학궤범'이나 '시용향악보', '악장가사'에 왜 실어놓았는지 그 까닭을 알 길이 없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면면히 이어온 궁중악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어려웠을 것이요, 또 바꾸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익숙했던 노래보다 그만한 흥취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선 중종조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정읍사가 음사라는 상소가 왜 이어졌는지 모른다. 굳이 그러한 까닭을 찾는다면 신라를 계승한 고려의 집권층이 조선조에도 그대로 기득권층으로 이어진 결과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정읍사가 왜 음사로 논의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정읍사는 백제가요이지만 이 노래에 담긴 정서가 그처럼 아름다울 수 없다. 그리고 내면에 면면히 흐르는 여필종부의 미덕이 조선의 건국이념인 유교철학에 이만큼 부합되는 노래가 없었기 때문에 유일하게 조선조의 악장에 그 노래가사가 실려 오늘날까지 전해진 게 아닌가 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3.11.07 23:02

전북대 전정구 교수, 김환태 평론문학상 수상

제5회 눌인 김환태 문학제가 지난 2일 무주읍 김환태문학관에서 열렸다. 김환태문학제전위원회(위원장 서재균)와 눌인문학회가 주최주관하고 무주군과 문학사상사, 전북문인협회와 PEN전북위원회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홍낙표 군수와 이강춘 군의회 의장, 전북문인협회 정군수 회장, 서울대 권영민 교수(문학사상 주간 등 100여 명이 참석해 故 김환태 선생의 문학세계를 공유하고 업적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눌인김환태문학제집행위원회 전선자 위원장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기념식을 비롯해 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 회원 김주순 씨가 정양 시인의 작품 '갈채'를 낭송했으며, 2부에서는 제24회 김환태평론문학상 대상 수상작품인 '비평의 논리와 감성(전정구 전북대 교수)'에 대한 시상으로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은 "'비평의 논리와 감성'이 아카데미즘으로서의 문학연구와 저널리즘적 비평의 긴장관계를 잘 보여주는 평문들로 채워져 있으며, 비평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인 논리와 감성문제를 실천비평이 근거해 균형있게 해명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또 방민호 서울대 교수(문학평론가)가 '김환태 비평이 남긴 것'이라는 주제로 김환태 선생의 비평가적 위상과 비평문학에 기여한 점 등을 되짚어 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 참석자들은 김환태 선생의 묘소 참배와 설천면 소재 문학비를 탐방하는 시간도 가졌다.

  • 문학·출판
  • 김효종
  • 2013.11.04 23:02

전북여성백일장 장원 운문 이문희·산문 이석영 선정

전북여성백일장 장원에 산문부문 이석영(24), 운문부문 이문희(48) 씨가 뽑혔다.(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는 지난 30일 '모퉁이, 고향집, 나의 어머니, 편지, 나무'를 주제로 개최한 제41회 전북여성백일장에서 이석영 씨의 '내 인생의 모퉁이'와 이문희 씨의 '모퉁이'를 최고작으로 선정했다고 지난 31일 밝혔다.'내 인생의 모퉁이'는 모퉁이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필력과 재능이 눈에 띄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장원에 꼽혔으며, '모퉁이'는 손녀와 할머니간의 아련한 추억을 독특한 어법과 은유로 감칠맛나게 엮어내는 글솜씨가 돋보였다는 평가다.이번 백일장에는 결혼이민여성을 포함해 150여명이 참여했다. 결혼이민여성 대상은 야기노부코 씨의 '모퉁이' 로 모두 5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고향과 문학'이라는 주제의 강연과 함께 백일장 심사를 맡았던 김동수 시인은 "주제의 통일성과 작품의 참신성,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고 심사했다"면서 "결혼이민여성의 작품에서는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는 힘과 한국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의지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백일장 수상자에게는 전문강사의 글쓰기 지도와 작품집 제작을 할 수 있는 문학모임 '글벗' 회원으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진다.

  • 문학·출판
  • 이세명
  • 2013.11.01 23:02

고창 출신 고은산 시인 '버팀목의 칸탄도'…서사시 주류

고창 출신의 고은산 시인이 시집 〈버팀목의 칸탄도〉를 냈다(고요아침). 2010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고 시인은 등단과 함께 2010년 시집 〈말이 은도금되다〉를 냈었다.이번 시집은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서사적 시가 주류를 이룬다. 긴 시들이 많은 이유로, 시인은 한 인생의 삶을 시적 성취로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집을 통해서 삶의 진실을 담고 싶었고, 가벼운 아방가르드적 요소부터 이미지즘 요소 등을 통해서 독자에게 다가 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윤의섭 시인(대전대 교수)은 시집 해설을 통해 "세상에 대한 미시적 재현과 시인이 갖고 있는 음악적 감성을 통해 번져오는 따뜻한 인간미라는 휴머니즘으로 충만하다. 시인의 시선은 세밀한 부분까지 지각하고 있으며 시인의 청각은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듣는다. 일상은 무덤덤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나 고은산 시인의 일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고은산 시인의 시 의식은 그만큼 치열한 것이다"고 적었다.시집 제목으로 삼은 '버팀목의 칸탄도'시와 관련, 윤 교수는 "어부의 힘겹지만 희망 가득찬 노동에서 체로의 소리가 나타나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울려나오는 듯한 황산에 빠진다"며, 들리지 않는 음악이 들리는 듯한 것은 시인의 음악적 감성에 의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11.01 23:02

신정일 자전적 에세이집 2권 발간

'우리땅걷기'이사장인 신정일씨(59)에게는 여러 별칭이 따른다. '현대판 김정호''현대판 이중환''현대판 신 삿갓''걷기 도사''길 위의 철학자''길 위의 시인''향토사학자' '영혼이 자유로운 프리랜서''방외지사' 등이 그것이다. 그 스스로는 조용헌 강호도양학연구소장이 붙인'방외지사'(方外之士, 儒家의 입장에서 유가 밖에 있는 사람)가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별칭으로 꼽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지 않아야 하고, 여행을 많이 해야 하며, 되도록 많이 걸어 다닐 수 있어야 방외지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며, 이 조건을 갖춘 사람이 신정일씨라는 게 조 소장의 이야기다. 그러나 신 이사장은 "말이 좋아서 방외지사지, 달리 말하면 할 일이 없어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고 자신을 한껏 낮췄다. 그러면서도 혼자서 세상을 바라보고 혼자서 나름대로 공부법을 세웠고, 수많은 책을 읽고 세상을 편력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창의적이거나 독창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였기에 오로지'책과 길', 그리고 자연에서 세상의 이치를 배워 자신의 진정한 스승은 곧 자연이자 책이라는 설명이다.한국의 10대 강 도보답사와 400여개 의 산들을 오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 쓰는 택리지〉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 〈느리게 걷는 사람〉 등 60여권의 저서를 내면서 '문화사학자'로 '유명 인사'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망외지사의 삶을 살았던 아웃사이더 신정일이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한국 문화예술운동까지 이끌게 되었던 속사정'을 두 권의 자전적 에세이로 풀어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와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푸른영토). 그는 〈모든 것은…〉에서 진안 백운면 유년시절부터의 성장과정을 통해 어떻게 책과 길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홀로…〉에서 문화운동과 작가로 나서게 된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하던 때 중학교 다니던 친구들과 달리 곡식 네댓 말을 등에 지고 진안에서 전주까지 40리가 넘는 길을 오가던 가난했던 시절의 고향이기에 자랑스러울 수 없었지만, 풍수지리학자 최창조 선생이 그 고향을 '눈룡'으로 지목한 후 고향이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았단다. 그는'한이 많은 사람이 글을 쓴다'는 말을 인용해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진솔하게 그렸다.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게 군 생활이었다고 회고했다. 군 입대 전까지만 해도 늘 혼자였으며, 혼자였기에 오로지 길을 걷거나 책을 읽으며 보냈다. 김지하 시인 등 각계 인사들과 교분을 쌓게 된 이야기와, 도스토옙스키 등 많은 세계 석학들의 명언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덤으로 유익하게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삶을 깨닫게 될까'라고 노래한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과 같은 물음을 가끔씩 자신에게 던지겠다는 말로, '길 위의 철학자'생활을 계속할 것임을 각오로 다졌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11.01 23:02

[4. 정읍사 (상)] 묵묵히 참고 따르는 '기다림의 미학' 절정

달님이어높이 좀 돋으시어어기야 멀리 좀 비취오시라어기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전주 시장에서 오고 계신지요 어기야 진데를 디딜까 두려워라어기야 어강도리어디든 짐을 벗어놓고 쉬시어라어기야 내님 가는 길 저물까 두려워라 어기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어기야', '어기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는 모두 음악적 효과나 율동미를 높이기 위해 삽입된 여음(餘音)이다. 다른 백제가요와 마찬가지로 인고(忍苦)와 인종(忍從)을 바탕으로 한 기다림의 미학이 절정을 이룬 노래이다. 이러한 정서는 고려조 속요나 조선조 시가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이루었고 우리 문학의 주요한 맥을 형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병욱, 조동일 등은 시조 장르의 원형이나 시원을 정읍사나 향가에서 3행 형식의 외형적 율조를 찾아내어 그 기원(起源)을 삼기도 했다. 고려사 악지조의 기록을 보면 전주의 속현인 정읍(井邑)에 살고 있는 한 행상인의 아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행여 도적들에게 범해를 입을까 두려워하여 '진데를 디딜까 두려워라'라는 상징적 은유법(symbolic metaphor)을 써서 노래하였다. 우리네는 무섭거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에는 으레 이러한 수사를 항용 관례적으로 써왔다. 예컨대 집안에 도둑이 들었을 때도 도둑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들보 위의 군자'라는 뜻으로 '양상군자(梁上君子)'라 일러왔다. 아니면 '밤손님'이라는 미화법을 쓰거나 "불이야!" 하는 식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부당한 처지에 빠졌을 때도 '흙탕물 튀겼다'라는 은유적 수사(修辭)를 항용 써왔다. 내레이터인 정읍사의 여인도 이와 같은 지혜를 발휘하여 다정하고도 유정(幽情)한 남편의 위해(危害)를 걱정한 나머지, '진데'를 디딜까 두렵다는 조심스럽고도 섬세한 아름다운 발성을 토해냈다. '즌대'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이 '진 곳'을 의미하는 '진흙탕길'이다. 이것이 여성의 성(性)과 관련되었다거나 '화류항(花柳巷)'이나 '색주항(色酒巷)'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전거(典據)를 그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조선 중종 때 남곤(南袞)이 정읍사는 음사(淫詞)이므로 궁중의례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상소한 것을 그대로 따르거나, 양주동이나 지헌영, 박병채, 등이 주장한 주관적 해석을 맹목적으로 좇아서도 안 된다. 우리는 그러한 연유를 '고려사'의 악지의 기록에서 분명히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읍사의 내레이터인 행상인의 아내는 남편이 밤길에 도적들에게 해를 입을까 두려운 나머지 '흙탕물의 더러움에 의탁했다'(恐其夫 夜行犯害 托泥水之汚)는 기록이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말이다. '이수지오(泥水之汚)'는 '흙탕물의 더러움'이요, 정읍사 노래 속의 '즌대'는 즉 현대어 '진 곳'인 '진데'와 일치된다.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이란 우선 남편의 신변에 무슨 위험이나 있지 않을까 하는 일차적인 걱정으로부터 출발하기 마련이다. 그 다음 단계에 가서야 술집이나 다른 여인의 유혹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이차적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읍사가 음사(淫詞)라고 보는 단초인 '즌대'란 이런 양면적인 인간본성의 이중구조로 파악하는 게 온당하다. 단순한 음행(淫行)으로 국한하거나, 선뜻 주색에 탐닉(耽溺)된 것으로 풀이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다시 말하면 임을 기다리는 심정이란 먼저 임의 신변상의 위해가 으뜸일 것이요, 다음으로 애태움과 초조 속에서 다른 여인에게 빠져버린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으로 전이되어 불안한 심리상태에 놓이게 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정읍사의 여인이 위험한 밤길을 걸으며 귀가하는 남편의 안전을 달에게 비는 모습은 엘리아데가 말한 달과 물, 여인의 3자에 의한 생생력환대(生生力環帶)를 이루어지게 되는 신이한 써클의 도식과도 일치된다. 달은 원시시대부터 신비스런 신앙의 대상이었다. 위험한 밤길에 귀환하는 임의 안전을 정읍사의 여인이 달에게 비는 모습은 달과 물, 여인이란 엘리아데의 생생력환대를 바탕으로 한 민속신앙의 기원(祈願)행위로 표출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국문학자전주대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10.31 23:02

고도원 아침편지 재단 이사장 "꿈 너머 꿈 가진 이는 행복"

"가장 좋은 꿈이 꿈 너머 꿈입니다. 새로운 꿈 너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아침편지를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석정문학회(회장 소재호) 주최 '기호에서 상징까지'를 주제로 27일 전주 완산구청 강당에서 열린 2013 석정문학제 심포지엄에서 고도원 '아침편지 문화재단' 이사장이 '꿈 너머 꿈'을 강조했다.고 이사장은 '꿈 너머 꿈'은 꿈을 갖되, 그 꿈을 이룬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비전과 같은 것으로 정의 했다. 단지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이룬 꿈을 징검다리 삼아 그 꿈을 이룬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머리에 그리며 처음부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만장자를 꿈꿨으면 백만장자가 된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대통령을, 의사를, 선생님을, 화가를, 작가를, 발레리나를 꿈꾸었으면 그 꿈을 이룬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꿈꿔가는 것이 꿈 너머 꿈이란다.백만장자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 백만장자가 된 다음에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꿈 너머 꿈을 갖지 못한 것이다며, 꿈 너머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곳에 진정한 행복이 있고 새로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또 김병종 서울대 교수(미술과)와 안숙성 명창이 초빙돼 석정문학 정신을 기리며 전북 문인들과 예술적 교감을 넓혔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10.28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