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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농민군 학살' 일본 병사 일기 첫 공개

동학농민운동(18941895) 당시 농민군 학살에 참가한 일본군 병사의 진중(陳中)일지가 한국과 일본 학자들의 노력으로 발굴돼 일본에서 공개됐다.나카쓰카 아키라(中塚明84) 나라여자대 명예교수와 이노우에 가쓰오(井上勝生68) 홋카이도대 명예교수, 박맹수(58) 원광대 교수가 지난달말 일본에서 출간한 '동학농민전쟁과 일본:또 하나의 청일전쟁'(고분켄 刊)에는 일본군 후비(後備후방 예비부대라는 의미) 제19대대 제1중대 제2소대 2분대에 배속돼 있던 한 일본인 병사의 진중일지가 실렸다.지금까지 일본군 공식보고서와 부대 차원의 진중일지 등이 공개됐지만 병사 개인의 경험을 담은 일기가 발굴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일지는 이노우에 명예교수가 지난해 이 병사의 후손으로부터 입수했다.도쿠시마(德島)현 출신인 이 병사는 '동학당 토벌' 대대인 후비 19대대에 소집돼 조선으로 건너갔고, 1895년 1월 전남 나주와 해남 등지에서 농민군 섬멸 작전에 참가했다.이 병사는 일지에서 당시의 경험을 '우리 부대는 남서쪽으로 적(농민군)을 추적해 48명을 때려죽였고, 부상자 10명을 체포했다. 생포한 이들은 숙소로 돌아간 뒤 고문하고 불에 태워 죽였다'거나 '오늘(1월31일) 동학 무리 잔당 7명을 붙잡아 (해남의) 성 밖에 있는 밭에 일렬로 세워 놓고 모리타 일등 군조(一等軍曹일등상사)의 호령에 따라 일제히 총검으로 찔러 죽였다. 이를 구경한 한인(韓人) 등은 매우 놀라는 모습이었다'라고 묘사했다.또 '(나주성의) 남문 밖에 작은 산이 있었고 거기에 주검들이 쌓여 있었다 붙잡힌 자는 심문한 뒤 중죄인은 죽였다. 매일 12명 이상, 103명에 이르렀는데, 그곳에 버린 주검이 680명에 달했다. 근방은 악취가 진동했고 땅은 하얗게 사람 기름으로 얼어붙었다'고 묘사해 일본군의 공식 보고에 포함된 나주 처형자 수(230명)보다 훨씬 많은 이들을 학살했다는 걸 알 수 있게 했다.1995년 7월 홋카이도대 문학부 연구실에서 효수당한 동학 농민군 해골이 발견된것을 계기로 한일 학자들의 공동 연구가 본격화됐고, 이후 동학농민운동과 관련된 자료가 일본에서 다수 발견됐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군이 학살한 동학 농민은 3만5만명에 이른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인(약 2만명)이나 중국인 사망자(약 3만명)보다 많은 조선인들이 숨진 것이다.한일 학자들이 약 120년 전의 동학농민운동 사료를 발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은 '청일전쟁은 청나라가 조선 조정의 요청을 받아들여 동학 농민군을 진압하자 일본이'조선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라는 등의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기 위해서다.박 교수는 "현재 일본에는 '메이지(明治) 시대의 근대화는 좋은 것이었지만, 쇼와(昭和) 시대인 1930년대부터 군국주의로 치달았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며 "실제로는 메이지 시대의 일본 근대화도 주변국 침략학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히겠다. 내년에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그동안 발굴한 자료를 모아 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

  • 문학·출판
  • 연합
  • 2013.07.24 23:02

강남주·김상미 씨 계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

계간 '문예연구'(발행인 서정환)가 수여하는 신인문학상에 소설 부문은 강남주(74전 부경대 총장) 시 부문은 김상미(46)씨가 선정됐다. 늦깎이 문학청년인 강씨는 '풍장의 꿈'으로 당선된 것에 대해 "2011년 문예연구가 기획한 특집'노인문학'이 나의 무모함에 용기를 줬다. 고려장의 나이를 넘어서 '신인 소설가'의 명찰을 새로 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심사위원들은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생의 화두로 마주치게 되는 '죽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상처 후 홀로 지내는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식과의 긴장과 갈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철학을 생각해보는 것이 절실했고 또 뭉클했다"고 평가했다. '메아리' 외 4편의 시를 내놓은 김씨는 익산 출생으로 현직 요양병원 의사로 재직 중이다. 김씨는 "입안에 쓴내가 나도록 일을 하고 나면, 머리가 하얗게 된 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 자신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시를 썼다. 시인이 된다는 건 가슴 속에 칼 한 자루 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남보다는 자신을 더 자주 찌르지만 날카롭게 벼린 칼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게 한결 든든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보내온 작품들이 대체로 호흡이 안정 돼 있는 데다 어조도 차분해서 호감이 갔다. 표현 기교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나름대로 절제된 묘사와 이미지를 구사해 일정한 시적 수련을 짐작케 했다. 평이한 일상의 소재를 다루면서도 삶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깊이가 있어 짠한 울림을 전해줬다" 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7.23 23:02

'구름재 생가복원' 공동위원장에 김남곤·윤석정·이운룡 씨

속보= 진안출신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 선생의 생가복원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도내 문인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데 이어 사업의 관건이 될 진안군의 행정적 지원이 적극 검토되면서다. (9일자 14면 보도)지난 19일 구름재 선생의 생가 현지에서 후손 및 관련 문인들이 모여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날 모임에서 공동추진위원장에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 윤석정 진안초 총동창 회장, 이운룡 전북문학관장(시인)이 선임됐다. 공동집행위원장은 정군수(전북문인협회장)유휘상김재환 시인이, 사무국장은 전형교 진안문화원 사무국장이 맡았다. 또 이재명 원종관 서재균 송하선 이기반 이보영 이치백 진동규 최공엽 최규영 최승범 허소라 홍석영 허호석씨 등 15명이 고문을 맡았다.이들 추진위들은 앞으로 구름재 선생의 생가 복원을 위해 관련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로 기념비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이와함께 진안군은 구름재 선생의 생가복원 계획을 밝혀 추진위에 힘이 될 전망이다. 군 재정에 여유가 없어 광특예산 확보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군은 현재 구름재 선생의 생가에 대한 공유재산심의와 투융자심의 등을 검토하고 있다.그러나 타당성 검토까지는 서류준비 기간 등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군은 내다봤다. 또 구름재 선생의 생가 복원을 위해서는 군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토지 보상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군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서류를 준비하는 기간만 족히 1년은 걸릴 전망이며, 내년도 광특회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요구하더라도 빨라야 2015년에나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이재문
  • 2013.07.23 23:02

이주여성이 소개하는 3개국 이색 전통문화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어린이 체험 전시 '무지개 박물관' 展을 연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몽골필리핀베트남 문화 체험을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번 전시는 수년 사이 급속도로 늘어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정규교육과정에 편입되면서 일반 가정의 어린이들과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는 일이 많아진 가운데 열려 주목된다. 특히 이주 여성들이 직접 전시를 소개하고 체험 도우미로 나서는 것은 물론 전시에 사용되는 도구 등을 현지에서 구입해 전시의 현장성을 살렸다. 다문화 가정을 한국인의 시각에 따라 일방적으로 소개해왔던 기존의 전시 방식에서 탈피한 것. 3개의 주제와 3개의 체험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몽골 필리핀 베트남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쿠핑(대나무 악기), 게르(몽골 유목민 천막집) 등의 실물 자료 80여점이 소개된다.'수흐(몽골), 리엔(베트남), 후안과 마리아(필리핀)'라는 가상의 캐릭터는 전시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함께 게르, 외할머니 집, 학교 이야기 속 주인공이 돼 세 나라의 문화를 생동감 있게 전한다. 수납장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다문화꾸러미'에는 세 나라의 전통의상, 생활 물품 등이 서랍에 담겨 있다. 관람객들은 이주 여성들의 안내에 따라 서랍 안에서 물품을 꺼내 체험하면서 소리, 촉감 등 오감을 통해 실물을 관찰하고 탐색한다. 환경을 주제로 한 1부 '바람이 만난 무지개, 몽골'에서는 몽골 초원에 살고 있는 '수흐'의 이야기를 통해 몽골의 생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 별이 보이는 집 '게르'를 실물로 볼 수 있고 '델', '말가이' 등 전통 의상을 입어보는 체험과 더불어 몽골의 사막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약속을 적을 수 있는 꿈나무 코너가 마련된다. 2부 '엄마가 꿈꾸는 무지개, 베트남'에서는 엄마의 꿈을 주제로 시골 외할머니 집에 놀러간 '리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쟁에서 돌아가신 리엔의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제단에 직접 함께 향을 피워보고 나아가 베트남과 한국의 비슷한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속담 체험이 펼쳐진다. 베트남의 일반 가정을 재현한 공간에서는 해먹, 전통 가면, 식탁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필리핀의 학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3부 '시끌벅적 무지개학교, 필리핀'에서는 '후안'과 '마리아'의 등굣길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이 학교에 가는 길에서 만난 풍경, 사람들을 통해 필리핀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교실에서는 필리핀어로 이름 짓기, 손가락 구구단, 크리스마스 장식 꾸미기 등의 체험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연령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3개의 체험 공간(무지개 소리공작소(악기), 무지개 패션쇼(인형), 무지개 놀이터(놀이))에서는 각 나라별로 마련된 색다른 문화 체험이 기다린다. 더불어 평일 오후 2시에는 전시설명회가 열리고 7월 25일, 8월 1일, 8월 8일에는 어린이 워크숍 '모여라 무지개박물관'이 운영된다. 어린이 워크숍은 현장 접수 혹은 인터넷 사전 예약(http://jeonju.museum.go.kr)을 통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김소진 국립전주박물관 교육사는 "전시 타이틀인 '무지개 박물관'에는 다양한 색깔이 함께 공존하는 무지개처럼 다문화 가정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가 어린이들에게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7.23 23:02

최명희문학관 여름방학 초등생 독서·글쓰기 교실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을 위해 아동문학가 박예분씨와 함께하는 초등학생 무료 독서·글쓰기 교실을 준비했다. 그림이 있는 동화책을 주제로 전래동화 '멸치의 꿈'(임정진), 창작동화'자연박사 나다움'(박예분), 세계명작동화'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 세계전래동화'나무껍질의 소원'(김상희)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수업은 8월6~9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첫 번째 시간은 동화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두 번째 시간은 글쓰기 교재인 '글 잘 쓰는 반딧불이'를 읽으며 글쓰기 과정을 배우며, 세 번째 시간은 독후감·일기·편지 등 주제에 맞는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친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씨는 아동문예문학상(2003), 전북아동문학상(2008)을 수상했으며, 역사 논픽션'뿔난 바다'와 동시집'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와 '엄마의 지갑에는' , 글쓰기 교재'글 잘 쓰는 반딧불이'등을 펴냈다. 전주대 학생들이 보조교사로 참여해 일대일 지도까지 해준다. 8월2일까지 선착순으로 초등학생 30명을 받는다. 이번 글쓰기 교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진행하는 '도서관, 문학관 문학작가 파견' 일환이다. 교재비 1만원.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7.22 23:02

[41. 김용옥(金容玉) 편]한 견인주의자의 고독한 불빛

하루에도 열두 번 옷깃을 스치며얼굴 마주해도 눈 맞추지 않는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너의 외로움나의 쓸쓸함한 뼘 살 속 깊이 쑤셔 쟁여놓고한 보퉁이 판매 상품처럼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네 외로움을 파실래요.천근만근 제각각 제 짐 지고 가는 우리는 날마다 쓸쓸한쓸쓸한 동행.- '동행'에서'하루에도 열두 번 옷깃을 스치며/ 얼굴 마주해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너의 외로움/ 나의 쓸쓸함'이 되는 이 '외로움과의 동행'이 김용옥(1948-) 시의 주조음을 이루고 있다. '외로움과의 동행', '쓸쓸함과의 동행'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런 속에서도 생존을 지탱해 가야만 하는 단독자로서의 고독과 외로움이 절절하다. 그러나 그가 고통을 이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기까지의 과정에는 남몰래 흘린 수많은 눈물과 좌절의 자맥질 과정, 거기에서 값지게 건져 올린 깨침의 세계가 있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김용옥의 시 '동행'은 그가 진정한 자유인이요, 자활인으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적 제의(祭儀)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화장기 없는 여인의 얼굴이다.내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걷는우연적 필연이다. 지천으로 너불려 있는 돌멩이 밭에서나의 의미가 된돌멩이 하나다.감추지 못한맨 손이다.맨 발이다.맨마음이다.- '나의 시는' 전문'화장기 없는/ 여인의 얼굴' 그것은 '맨 손이다// 맨 발이다// 맨 마음이다'와 같은 있는 그대로의 실존적 자아에 대한 응시와 통찰을 통해 시인은 비로소 '지천으로 너불려 있는 / 돌멩이 밭에서/ 나의 의미가 된/ 돌멩이 하나'를 골라잡아 비로소 안정을 취하게 된다. 이는 모든 집착과 아집을 버리고 원래의 나로 돌아가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고 응시하는 회광반조(廻光返照)의 세계, 곧 한없는 겸손과 하심(下心)의 세계다. 밥숟가락은비어 있어서 밥을 뜬다그리고,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비워진다너는,누구의 밥숟가락이냐- '밥숟가락' 전문그러나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듯이 땅 없이 어찌 하늘을 바라고 오늘 없이 어찌 내일을 기약할 수 있으리오. 오수(汚水)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오르듯 김용옥에게 있어서의 '밥'은 그의 생존이요 꿈이요 또한 내일의 희망과도 다르지 않는 경건하고 도 엄숙한 현실이다. 그러기에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서/ 비워진다'는 '비어 있기에 밥숟가락을 들어야 한다.'는 안티테제로 바뀌어져야 한다. 비어 있음의 연속은 생명의 단절을 의미하기에, 밥숟가락이 비어 있을 때마다 우리는 밥숟가락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그가 우리 앞에 던진 '너는/ 누구의 밥숟가락이냐'고 한 이 단호하고도 엄숙한 화두 앞에서 우리는 치열한 본능과 욕망의 처절함을 배면에 깔고 비정한 세상을 온몸으로 고발한 한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의 고독한 불빛에 귀 기울이게 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7.17 23:02

"돈으로 베스트셀러 만드는 출판시장 더는 방관못해"

출판계가 깊은 불황에 빠져 있는 가운데 중소출판인들이 하나로 뭉친다. 50여 명의 중소 출판인들이 지난 4일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한국중소출판협회(중출협)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중출협은 다음 달 20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중소 출판인들은 중출협 발기인 대회 취지문에서 "중출협은 공익을 우선하며 출판문화계를 위한 협력과 희생 봉사의 단체"라면서 "중소 출판인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출판인의 복지향상을 도모함으로써 출판산업 전반이 융성할수 있는 토대 만들기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 대기업, 학술단체 등과 교류해 각 분야의 전사적 책읽기 문화를 확산시키며 동네 서점 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 출판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 출판인은 전체 출판업 종사자의 95%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동안 대형 출판사 중심의 국내 출판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중출협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인 강창용 느낌이있는책 대표는 "불합리한 출판환경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면서 "출판을 업으로 삼고 저 낮은 곳에서 소리 없이 하루하루 책과 씨름하는 우리 중소출판사들이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높였다. 중출협 창립준비위원회는 중소 출판인들에게 보내는 '우리는 지금 꿈을 잃고 울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작은 출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책을 만들수록가난해지는 북푸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돈으로 만드는 베스트셀러는 돈만 있으면 다 만든다"면서 "5%의 대형출판사만이 살아남는 작금의 사태에서 뛰어내려 새로운 거대한 바다를 만나야 한다"고역설했다. 또 "언제까지 작은 출판사라고 무시당하면서 참기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부터 흐름을 바꾸자"며 중소 출판인들의 협회 참여를 호소했다. 창립준비위원회는 출판시장을 살리려면 공정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제도, 수요와 공급이 안정화되는 유통구조, 출판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3.07.12 23:02

전주시 '시간의 어울림-전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출간

'여행길에서 본 모습을 기억하는가. 전통의 모습을 간직한 한옥이 있고,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들이 있었다. 도도히 흐르는 전주천을 바라보는 정자가 있었고, 생태를 살피는 박물관이 있었다. (중략) 승려의 모습이 있고,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손이 있었다.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전주의 모습이었다.'길에는 시간만이 누적되는 게 아니다. 길마다 켜켜이 쌓인 사연들이 숨어 있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전주의 독특한 풍경이 담긴 길은 이제 욕망을 버리고 싶은 현대인들이 걷는 힐링의 길이 되기도 한다. '걷고 싶은 전주'를 표방해온 전주시가 펴낸 '시간의 어울림 - 전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디아이텍)은 테마별로 전주의 길을 재발견한 친절한 안내서에 가깝다.책에는 1코스 그윽하고 아늑한 한옥마을길(약 3~4.5㎞), 2코스 전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성길(약 10㎞), 3코스 역사와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자연생태길(약 2.7㎞), 4코스 자연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길(약 9.5㎞) 등이 소개됐다.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해 마을과 문학관·전시관을 기행하며 그들 삶의 흔적을 관통하고, 또 그 남겨진 것들에 대한 깊은 여운을 건네는 코스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유재갑 전주시청 아트폴리스 담당관은 "올레길이나 둘레길 코스에 정상으로 가는 길이 없듯 이 책 또한 편의상 시작과 끝을 나누었으나 사실 특별한 시작점과 목적지는 없다. 등산처럼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종주가 아닌 천천히 걷고 쉬어가면서 전주를 보고 느끼며 즐기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7.12 23:02

아동문학가 양봉선씨 '동화로 만나는 중국의 신화'

흔히 신화라면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떠올린다. 제우스와 헤라, 아포로디테, 아폴론 신 등은 친숙하다. 그라나 반고, 복희, 여와, 서왕모 같은 신들은 낯설다. 힘의 상징인 헤라클레스는 잘 알지만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명궁 '예'는 생소하다. 중국에도 서양의 그리스·로마에 버금가는 다양한 신화가 전해오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동문학가 양봉선씨가'동화로 만나는 중국의 신화'를 냈다(인문사). 천지창조가 어떻게 됐는지, 문명의 이기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등 중국인들의 상상력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땅과 하늘을 만든 최초의 신, 반고''사람을 만든 여시, 여와''글자와 숫자를 만든, 창힐''농사짓는 법과 약초를 개발한, 염제''팔괘를 만든 동방의 천제, 복희''평화를 되찾아 준, 여와''효성이 지극한, 순''산을 긴 노인, 우공''홍수를 다스린, 우''애달픈 견우와 직녀''약속을 지키지 못한, 칠선녀' 등 24편의 신화가 수록됐다.안도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은 서평에서 "중국신화는 동아시아 주변 문화의 요소를 흡수한 후에 조정과 융합의 과정을 거쳐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렇기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의 원천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옛이야기 속 쉽고 감칠맛 나는 우리 입말, 민속자료로 묻혀 있는 신화 이야기도 함께 담으면서 다양한 교훈을 준다고 덧붙였다.저자는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다른 중국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되살려 흥미롭게 엮는 데 주력했다"며, "우리에게 놀라운 세계와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 신화 속의 영웅들을 떠올리며 삶 속에서 꿈과 사랑과 영롱한 지혜가 빛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책 머리에서 밝혔다.전북아동문학회·전북여류문학회장을 지냈으며, 동시집'은행나무'등 2권, 동화집 '웃음꽃 피는 날'등 9권, 시집 '빗물로 온 당신'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7.12 23:02

[40. 조기호(趙紀浩) 편]육자배기로 해원한 전라도 시인

전주 출생 조기호(1938~)시인의 시는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고향 산천과 그 속에서 속터지는 가슴앓이로 질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의 정한(情恨)을 투박한 전라도 방언에 담아내고 있는 육자배기와 같은 서사적 서정의 세계라 하겠다. 잎담배 써럭초도 떨어져삿자리 구석을 뒤져서마분지 꽁초를 다시 말아 피우며일 년 새경 일곱 섬짜리 머슴은하현달 담긴 소매 항아리에다총각을 내어놓고 부르르 떨며 참선을 합니다. - '새·14-참선'에서'써럭초','삿자리'. '소매 항아리' 등 향토적 토속어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새경이 '일곱 섬짜리'면 열예닐곱 살쯤 되는 새끼 총각으로 한참 힘이 불끈 불끈 솟을 나이이다. 세상에 호기심도 많을 때, 아래채 사랑방(머슴방)에서 상머슴들을 따라 써럭초 담배도 말아 피워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새벽녘 양기를 '하현달 담긴 소매 항아리'에다 쏟아 부으며 '부르르 참선을 한다'고 한다. 시골 총각 머슴아이의 솟구치는 생명감이 마치 김홍도의 옛 풍속화를 본 듯 정겹기 그지없다. 겨우 아지랑이 배냇 눈 뜬 이른 봄날외상값 많이 달린 술청에 앉아손님상에 내보낼 풋마늘을우리 텃밭에서 한 소쿠리 뽑아다 주겠다며술집 아가씨를 얼러서몽땅 훔쳐다 놓고여릿여릿 톡소는 풋마늘 대궁을찹쌀고추장에 쿡 찍어술 한 잔 맛나게 깨무는 판에수금 나갔다 돌아온 주인 여자야! 이 썩을 년아그 화상 낯바닥을 좀 봐라저 웬수가 텃밭에 마늘 농사 지어먹고 살 위인 짝으로 보이냐?에라이 오사서 빼 죽일녀러 가시내야, 쯧쯧악담을 퍼붓더니만술상 모서리에 털푸덕 주저앉으며 아, 목말라, 어여 술 따라 이 도독놈의 화상아빈 술잔을 불쑥 내미는저 웃음 베어 문 낯꽃이라니 - '풋마늘' 전문 참, 능청스럽고도 질박한 전라도 반어법과 역설이 난무한 어느 시골 주막집의 풍경이다. 겉으로는 저리 쌀쌀 맞고 매몰차게 몰아세우지만 속으로는 저 화상을 그리 미원하지 않는 것만 같은 주모의 속내가 엿보인다. 이러한 서사적 풍경의 토속 세계와는 달리 그의 남다른 직관력을 엿보게 하는 간결한 울림의 서정시도 조기호 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9·28 수복하던 밤어디선가 대포소리 쿵 쿵뒤 쫓아 오고아버지 마중 나간 신작로에파르르 떨고 섰는 어린 소년병 - '코스모스·1' 전문6·25 때 좌우익의 틈새에서 집을 나가셨던 아버지, 아니 집을 비우셔야만 했던 아버지. 화자는 어린 나이에도 그런 아버지를 찾아 밤중에 마중을 나간다. '마중나간 신작로에/ 파르르 떨고 섰는/ 어린 소년병'과. 가을 밤 '길가에 서 있는 코스모스'는 정서적 등가물이다. 그의 시에는 이처럼 6·25를 전후한 이 땅 민초들의 아린 정서와 한 그리고 개인사적 아픔이 동시에 배어 있다, 그것을 마치 무당이 씻김굿이라도 해주듯이 때로는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내고 있는가 하면, 때로는 남다른 직관력으로 사물의 본질로 직통하는 이미지즘적 감성의 서정 세계가 공존하면서, 우리가 한동안 망각의 강가에서 잊고 살았던 한국적 정서의 원형, 곧 집단 무의식을 일깨워 주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7.11 23:02

2012 전북일보 신춘문예 등단 문부일 '우리는 고시촌에 산다' 출간

고시촌이 오히려 꿈과 낭만이 있는 해방구나 다름 없었다는 저자의 경험에서 착안된 청소년 소설 '우리는 고시촌에 산다'(시공 주니어)는 고시촌에 갖는 고정관념을 와르르 무너뜨린다. "고시촌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중압감 때문에 손이 잘 안갔다"는 독자들의 반응에 더 놀랐다는 이 해맑은 청년은 생애 최초의 장편소설로 '고시촌'이라는 다소 칙칙한 주제를 밝고 경쾌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문화일보 등단(동화·2008)과 대산대학문학상 수상(2008)에 이어 지난해 전북일보로 등단한 소설가 문부일씨(29)의 말마따나 고시촌은 소설의 배경이자 주된 소재. "2002년 대학교 휴학했을 때 난생 처음 혼자 지내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 때 신림동 고시촌에서 살았는데,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절이었죠. 그런데 고시원 주인아저씨가 가끔 음악 소리가 크다, 휴게실에서 밤늦게 TV 보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는 거에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신경 쓰다 보니 고시생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게 됐어요."10년 동안 사법고시에 실패한 아빠(나원대)와 그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고시촌에서 식당을 하는 엄마(신미래),'고생촌'이라 불리는 고시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학생(나기찬), 고시 장수생 '김판사', 고시원집 아들 박성민이 주인공. 자판기에서 뽑은 독한 커피를 들고 독서실로 향하는 고시생들을 팍팍한 삶 속에서도 드라마 같은 인생이 펼쳐진다. 나원대는 다른 꿈을 꾸며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에 서고, 신미래 여사는 '미래의 밥상'이라는 이름을 내건 식당으로 제2의 창업에 성공하며, 나기찬은 고시촌을 전국 중학생들의 대표 커뮤니티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을 찾게 된다는 설정. "청소년 소설인 줄 알았는데 읽고 보니 취업 준비생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반응부터 "고시촌의 현재 진행형인 사춘기를 빗댄 것 같다"는 반응까지 각양각색이다. 신문 귀퉁이 기사에서 주로 글감을 얻는다는 그는 차기작으로 학교폭력을 다룬 장편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의 시의성과 진정성을 다룬 문제작으로 기대를 해봐도 될 듯 하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7.10 23:02

시조시인 박병순 선생 생가복원 본격화

진안 부귀출신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朴炳淳, 1917~2008) 선생의 생가복원을 위한 관련 기념사업추진위가 발족돼 시인의 생가복원이 본격화된다. 지난 2011년 기념사업추진위 발족과 함께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는 자리가 마련된 이후 별 진전이 없다가 최근 생가복원추진위원회가 다시 꾸려졌다.생가 복원 논의는 지난 1일 시인의 생가터가 있는 진안 삼보가든에서 이뤄졌다. 여기에는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과 이동희 시인(전 전북문인협회장). 유희상 시조시인(전라시조문학회장), 허소라 시인(석정문학관장), 윤석정 진안초 총동문회장, 손석기 진안문화원 부원장, 최규영 전 진안문회원장, 김재환 진안문인협회장, 이명진 부귀면장, 박영우 경기대 교수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참석자들은 이날 예산이 많이 드는 기념관 건립에 앞서 생가를 복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구름재 선생의 생가복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생가복원을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추진위원회는 고문 10명, 공동추진위원장 5명, 부위원장 5명, 공동 집행위원장 5명과 부위원장 5명, 사무국장 1명, 위원 20명 등으로 구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27일 오후 3시부터 각계 전문가와 지역 관계자, 문인협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세미나는 국어문학회진안예총전북도 시조문학회전국문인협회진안문화원 등의 후원을 받아 생가복원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추진위는 또 웅치전적지와 구름재 생가의 연계 필요성도 제기했다.김남곤 시인은 "추진위 구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생가복원을 위한 중지를 모을 때"라며 "생가 복원과 함께 시비건립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5년 전 향년 91세로 작고한 구름재 선생은 1938년 동광신문에 시 '생명이 끊기기 전에'를 발표하며 등단한 후 '낙수첩',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등 열두 권의 시조집을 냈다. 1991년부터 2년간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시인은 노산문학상, 황산문학상, 표현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이재문
  • 2013.07.09 23:02

【39. 소재호(蘇在鎬)】화합과 상생의 원융미학

거친 바람 만나도 사람은 돌 수 없지만팔팔한 심장 밖으로 내걸며무엇인들 돌리려는 마음이바람개비가 된다이러 첩첩 저리 첩첩 이뤄낸 생애바람을 속속 맞아들여야스스로 바람의 생명이 된다각이 선 눈빛 거두고모난 형상을 버리면 둥근 원 하나 된다세차게 돌면더욱 희미해지는 무상구심점도 삭고 다만 한 개비 원형질 생물그리하여 존재와 본질이 뒤범벅이 된다 - '바람개비' 중에서이 시에서의 '바람'은 본질 혹은 순수와 맞선 세속적 시련과 역경의 이미지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역경(逆境)의 바람과 맞서지 않고 그들과 '함께' '바람개비'가 되어 '도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의 길을 택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역경(逆境)을 순경(順境)으로, 분리와 대결을 소통과 통합으로 바꾸어 그것을 다시 '생명의 바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화합과 상생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모든 바람을 속속 맞아들여', 함께 돌다보면 '구심점도 삭아' 비로소 하나의 '둥근 원'이 된다는 원융무애(圓融無碍)의 세계, 그는 이처럼 역경(逆境)의 바람을 소위 '바람개비의 철학'으로 '함께 돌아' 본질과 현상이 뒤범벅이 된 세상을 둥글게 살아가고 있다.산에 온갖 철새들 살았습니다 언젠가 먼 나라로 날아갈 새들이었습니다 새들은 날마다 나무 키워 산의 얼굴 만들기 위해 강에 나가 물기를 묻혀 왔습니다 깃털로 묻혀 온 물방울 안개 되고 산마루 감싸는 하얀 구름 되었습니다새가 푸른 하늘에 긋는 포물선 따라그 굽이로 산은 높아 갔습니다.게절이 자주 바뀌고 분주히 새들이 오간 뒤산은 하늘 높이 목을 내밀었습니다.그 때야 먼 강을 보게 되었습니다산과 강이 눈빛 맞추어 무지개도 세웠습니다사실은 산 빛이 무지개빛으로 된 것입니다 - '무지개' 중에서산, 새, 나무, 강, 그리고 물이 하나가 되어 숲을 만들고, 그 숲에 안개와 새가 깃들고, 또 산마루에 구름이 걸쳐 있는 무릉도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키우고 감싸 천지만물이 조응하는 상생과 화합의 세계, 시인은 이처럼 세상이 하나의 아름다운 일원상(一圓相)이 될 수 있음을 산과 강 위에 무지개를 띄워 자연친화적 낙원을 그리고 있다. 배롱나무는조상의 원죄(原罪)까지바들바들 떨었다 - '어둠을 감아 내리는 우레' 전문남다른 직관력으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다. 배롱나무는 '간지럼 나무'라고도 하여 향교나 사당 혹은 조상의 묘소 앞에 심어져 그곳을 수호신처럼 지키며 발가벗은 몸으로 서있는 나무다. 그 모습이 마치 '원죄'를 안고 서있는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의 깊이도 있으려니와 그 표현 또한 감각적이다. 이처럼 인식의 깊이와 그것을 다시 회화적 감각으로 이미지화하는 절창은 '꿩도 붉은 울음 띄워/산이 뒤뚱뒤뚱 내려온다.', '산새는 물로 들고/물고기는 허공에 뜨고/독경(讀經)이 익어서/밤낮없이 풍경소리'와 같이 정령적 신비와 생동감으로 그의 시는 지정합일의 새로운 서정미학을 낳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7.03 23:02

【38. 최영(崔瑛) 편】군산의 근대사 그린 '군산의 시인'

순창군 책여산 매봉재에서 출생한 최영(1945~2011) 시인은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3년부터 군산 시청 근무하여 2005년 정년퇴임하였다. 1984년 '시문학'에서 '개구리', '희화', '참새' 등으로 등단하여 군산 문인협회장, 군산 문학상 운영위원장, 전북문학상, 군산 시민의장 문화장을 수상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현실 비판의식을 내포한 선명한 사물 이미지와 체험을 바탕으로 한 풍자와 풍속을 그리되, 특히 도시화 되어 가는 농촌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정감을 매운 눈으로 묘파하여 독자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장동 주택가는 개구리들의 텃밭을 나누어 가졌다.무논에서만 살아야 할 그들이도자에 깔려 죽고농토마저 모두 빼앗겼다. 살아 있는 목숨들은 흩어져건폐율의 그늘에 숨어정원수 이파리 이슬로 연명한다. - '개구리'전문, 1984그는 땅이 없어지자하늘로 산다.하늘이 빌딩으로안테나로 갈라지자나머지로 산다.잃어버린 숲이그리워서남의 집 정원수에전세를 들어둥지를 틀고눈치로 연명한다. - '참새' 일부, 1984'개구리'와 '참새'는 단순한 생물로서의 개구리나 참새가 아니라, 기계문명, 도시 개발에 밀리고 깔려 죽어가고 위축되는 생명의 존엄과 삶의 터전을 잃어 날로 핍박해 가는 도시 근교의 농촌 현실과 소시민들에 대한 고발이요 상징이다. 자본논리에 의한 도시 개발과 그로인한 수난사가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개구리의 삶의 터전이 지상(무논)이라면, 새들의 삶의 터전은 하늘이다. 그런데 그 하늘마저도 빌딩과 안테나로 갈라져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제한되고 있다. 그래서, 참새는 간신히 남의 집 정원수에 전세를 들어 둥지를 틀고 눈치로 연명한다. -도시 소시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연상케 한다.'(문덕수, '개구리' 서문에서) 이처럼 자연은 날로 문명의 가차 없는 침범을 받고 있다는 고발이다. 산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 왔습니다고단함을 훌훌 털기 위하여목욕을 하고 산을 다시 쳐다봅니다어느새 어둠이 내렸습니다정복이 아니라 오르고 왔음을 알았습니다정상은 한 여정의 반환점이었습니다긴 산행은 찰라였습니다산행은 허무만 남는다는 것을내려와서 압니다정상을 봅니다달이 웃고 있었습니다. - '정상' 전문, 2009년삶의 '정상'이라는 것도 기실은 한 여정의 반환점이었음을, 그리고 그 긴 산행 또한 찰나였고, 그것 또한 '허무'의 한 과정이었음을 내려와서야 알게 됩니다. 정상에는 여전히 '달(月)이 웃고 있다'는 퍽이나 절망적이고 시니칼한 허무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어 이후 그의 예기치 않은 죽음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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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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