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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미술관 공동전시 추진

도내 박물관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을 활용한 대규모 공동 전시회가 추진된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미술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통해 각자 보유하고 있는 유물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전시회 추진 계획은 지난 24일 부안 모항해나루가족호텔에서 열린 (사)전라북도박물관미술관협의회(회장 이동희) 워크숍에 참석했던 도내 박물관미술관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교류협력안을 마련하자"며 의견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전북도립미술관 이흥재 관장은 이날 전북박물관미술관협의회 소속 35개 박물관미술관(박물관 28개, 미술관 7개)의 소장품들을 활용해 공동 전시회를 열 경우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자료들을 제공하고, 지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북대박물관 이태영 관장,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 관장, 원광대박물관 김선기 학예연구팀장, 전주대 홍성덕 교수 등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이 관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논의됐다. '조선의 선비'를 주제로 도내 박물관미술관이 보유 중인 유물을 총 망라해 입체적인 전시로 꾸미겠다는 것. 전시는 올 10~11월께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동희 회장은 "전북지역 박물관 미술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에 더해 도내 박물관미술관이 공동으로 전시회를 열기로 해 협의회 차원의 사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워크숍에서 전주대 홍성덕 교수는 △작은 미술관박물관 지원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제도화 △대학박물관의 선도적 역할 등을 발전방향으로 내놨다.전북대 이철량 교수는 '전북 미술관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미술관 설립 확대 △사립미술관 운영 지원 △미술관에 대한 인식전환 △미술관 작품 소장 양질화 등을 제시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27 23:02

문학인·시민 함께하는 열린 문학 토론 시간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회장 복효근이하 전북작가회의)가 24일 오후 6시30분부터 전북일보사 대회의실에서 2013 제1회 월례문학토론회를 갖는다.중앙문단과 도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직접 만나 작품을 읽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작품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번에 대상이 된 작품은 박두규 시인의 두텁나무 숲, 그대와 복효근 시인의 따뜻한 외면 등 2권의 시집이다. 올해 초 간행된 두 권의 시집에 대한 발제는 아동문학가 김종필씨와 정동철 시인이 맡았다. 박두규 시인의 신작 시집에 대해 편지 형식으로 감상을 이야기한 정동철 시인은 선배 시인인 박 시인과의 오랜 인연을 회고함과 동시에 지난 20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박 시인이 어떻게 자신의 시어로 갈무리했는지, 꼼꼼하게 살피며 20년간의 문학 추억을 잔잔하게 정리했다. 이 글을 통해 정동철 시인은 외부의 풍경과 내면의 풍경이 서로 조응하며 잘 어울리는 광경을 시집 곳곳에 숨은 시어를 통해 밝히고 있다. 복효근 시인의 시집에 대해 발제를 맡은 김종필 작가 역시 편지글의 형식을 빌려, 복효근 시인의 시어들이 그려내는 풍경 속에서 지난 시간과 인연을 읽어내고 있다. 또, 이번 월례문학토론회에는 포크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노스탤지어의 백진영, 유성운씨가 월례문학토론회 사전 축하 공연을 갖는다. 문의 063)275-2266.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24 23:02

"갑을 관계 뿌리는 관존민비"

최근 불거진 대기업 본사의 대리점 횡포 문제를 놓고 '갑을(甲乙) 논쟁'이 점화됐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와 복지 논쟁을 벌였던 새누리당과 민주당 역시 '을(乙) 살리기'냐 '갑을 상생(相生)이냐'를 놓고 '갑을 프레임 전쟁'에 돌입한 것. 사실 갑을 관계는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갑의 횡포'가 왜 난무하게 된 걸까.강준만 전북대 교수(57)가 펴낸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 사상사)는 한국인에게 숙명과도 같이 돼 버린 '갑을 관계'의 기원을 분석한다. 조선 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둔 갑을관계는 해방 이후 '전관예우',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아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전관예우 공화국', '브로커 공화국', '선물의, 선물에 의한, 선물을 위한 나라'로 탄생시켰다는 결론. '을의 반란'은 시위와 데모를 통해 표출됐다. 평화적으로 이야기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저자는 결국 시위가 언론과 권력의 주목을 받는데 몰두하면 시위의 참뜻은 죽는다고 경고하면서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 교수는 '을의 반란'이 '증오의 이용'이 아닌 '증오의 종언'을 넘어서는 시대정신이 되길 희망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5.24 23:02

【 33. 노진선(魯珍善)】하얀 지등(紙燈)의 고향을 그리던 향토적 시인

남원시 운봉면 덕산리에서 출생, 경기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학교 국어과 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정년퇴직함. 1980년 '시문학'으로 등단 후 한국문인협회 회원, 1991년 5월 '두리 문학' 창설 회원(회장, 최진성, 부회장 노진선)으로 참여하여 이후 전북문학상, 풍남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물레방아'(해동출판사, 1977년) 외 23권에 달하는 시집으로, 그의 초기시는 삶의 고뇌와 고향에 대한 애착 그리고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세계를 노래하면서 늘상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곤 하였다. 울타리도 없는 마을너는 휘동그라니 눈을 뜨고때론 지긋이 감는김씨네 며느리.검정 고무신 허리춤에 끼고가난을 곱게 다져온 맨발바닥은 차라리 하늘보다 높다.물레 잣듯이휘감기는 부뚜막 종그랭이잠시 물 묻은 손을 털고 빈지문으로 스미는초승달빛으로막내딸의 번듯한 이마를 잰다.누이야 - '누이야' 전문, 1980등단작이기도 한 이 작품 속에서도 향토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향하고 있다. '울타리도 없는 마을'로 시집을 간, 그리하여 '검정고무신 허리춤에 끼고/ 가난을 곱게 다져온/ 맨발바닥'의 누이를 못 잊어, '물 묻은 손을 털고/ 빈지문턱으로 스미는/ 초승달빛'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과, 이들 곁에서 지켜보는 오라버니의 따뜻한 시선이 지난 날 정겹던 우리네 가족의 모습이다. 달빛 하얀 창가에 새어나는낭낭한 선비 글 읽는 소리 그리우면지등(紙燈)을 켜든 글방을 찾을텐데지폐로 셈하는 글줄을 이 땅에 묻을텐데- '하얀 지등'에서, 1989'하얀 지등'은 지폐로 모든 것을 셈하는 오늘의 세태, 곧 물질 위주의 배금사상으로 위축된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적 가치들이 사라져 가고 있음에 대한 아쉬움이다. '하얀 지등'은 이러한 민족 고유의 '선비 정신'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 아닌가 한다. 선비(정신)가 사라지고 지폐(물질)로 모든 것을 셈하는 세태에 대한 고발이 '하얀 지등'의 주요 정신이다. 세상만사가 모두 물거품인거야내가 살아온 게 그렇고 살고 있는 게 그렇지배우고 가르치고 아무 것도 단단한 게 없구려살고 있는 것도 모든 자체가 물거품인 거야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금방 생겼다가 꺼져 버리는 거졸졸졸 흐르는 물줄기 따라 금방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거모두 다 꺼져버리고 자취도 안 남는 거- '세상만사가 물거품인거야'에서, 2009그러나 최근에 와선, 급격하게 약화된 시력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가 글마저 마음대로 읽고 쓸 수가 없게 되자, 이처럼 생의 쓸쓸함과 허무감을 토로하면서, 젊은 날의 그 의욕과 순수에의 열정이 사라지고 있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5.22 23:02

해양문학상 대상 유대준·본상 이종근씨

(주)국제해운(대표이사 윤석정)이 수여하는 '제7회 전북해양문학상'(국토해양부장관상)에 유대준 시인(대상·상금 300만원)과 이종근(본상·상금 200만원)씨가 선정됐다.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가 주관하는 전북해양문학상은 진안 출신의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가 '바다의 날'을 기념해 바다에 관한 관심을 문학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 올해는 전북문인협회가 '찾아드리는 문학상'(국토해양부장관상)을 신설해 김남곤 시인과 수필가 최정선씨(각각 금 열돈)를 선정했다. 전북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유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해 시집'춤만 남았다' 등을 출간했다. 전북해양문학상 대상을 안긴 수상작 '과녁'을 두고 심사를 맡은 송하선 시인은 "시의 유기체적 구조가 뛰어나고 언어의 절제미가 탁월하며 내공이 많이 쌓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이종근씨는 1994년 '문예연구'로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제1회 신화창조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장려상을 받았고, '한국의 옛집과 꽃담' 등을 펴냈다. 최근 전북일보 사장으로 퇴직한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문단에 나와 시집 '헛짚어 살다가', '푸새 한 마당' 등과 산문집 '비단도 짖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 등을 펴냈으며, 전북문인협회·전북예총 회장까지 역임했다. '월간 에세이'와 '한국시'로 등단한 최정선씨는 수필집 '지나온 시간은 모두 선하다'를 출간한 바 있다. 매년 중산시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렸던 전북해양문학상 시상식은 31일 오후 6시 전북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5.22 23:02

얘들아~ 예쁜 손글씨 뽐내보자

컴퓨터 자판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손글씨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대표 장성수)과 전북일보가 손글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제7회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 손에 잡히다'를 연다.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국 최초이자 도내에서 유일한 손글씨 공모전. 6년 동안 1만7153편의 작품이 출품됐을 만큼 초등학생이라면 꼭 참가하고 싶은 공모전이 됐다. 1학년 때부터 매년 빠짐없이 작품을 낸 학생도 있고, 가작·우수상 등에 이어 대상까지 차지한 사례도 있다. 공모대상은 나만의 예쁜 손글씨, 독특한 손글씨를 선보이고 싶은 전북 지역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손글씨로 쓴 편지 혹은 일기를 방문 혹은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접수기간은 9월 13일까지. 대상 1명에게 전라북도교육감상과 20만원 상당의 상품이 수여되는 등 모두 161명의 학생과 4개의 우수학교를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다. 수상작품은 10월 중순부터 2개월 동안 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전시되며, 블로그(http://blog.daum.net/2840570)에 실리게 된다.장성수 대표는 "손글씨 공모전은 어린이들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와 일기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도 많은 친구들이 참가해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63) 284-0570.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17 23:02

"손주들 커서 이책 보면 내 마음 알겠지"

할아버지가 쓴 육아 일기는 어떤 모습일까. 전북경찰청에서 전주북부서장·익산서장 등을 역임한 신상채씨(63)가 '하빠의 육아일기(세종씨엔씨)'를 출간해 화제다. 신씨는 황방산 자락 마을에서 두 손녀 휘수(4)·유수(1), 외손자 이겸(4)과 함께 하는 소박한 일상속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이의 이름을 호적에 올리는 일에서부터 성장하는 모습까지 기록한 글에서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교육방법 등을 엿볼 수 있다. 손자양육을 통해 동심을 재발견하면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은퇴자의 삶과 아이양육이 시대의 큰 화두가 된 요즘, 바람직한 할아버지상과 진정한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아동문학평론가인 정혜원 문학박사는 "작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를 돌보며 시 동심을 대면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응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머리말에서 "아이가 장성해 이 책을 보게 되면 아마 할아버지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될 것이다"며 "내가 눈을 감는 날까지 수행해야 할 과업인 '하빠의 육아일기'속에서 앞으로도 우리 아가들은 변함없는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문예사조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로 현재 경찰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17 23:02

32. 주봉구(朱奉九) 편

시는 우주를 지향한다. 그리고 우주는 언어로써 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요 비의(秘義)의 세계다. 이러한 신비와 진리를 포착하기 위해 시인들은 특수한 언어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시어(詩語)는 일상적인 의미의 언어(sign)가 아니라 존재(be) 그 자체를 지향하고 있다. 때로는 역설이나 반어(反語) 그리고 사물(thing)을 등장시켜 일상 언어로서는 다 드러낼 수 없는 언외언(言外言)의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도로 압축된 비유와 상징으로 실재(實在)세계를 넌지시 암시하기도 한다.숲은 세상으로 통한다.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밝은삶처럼 팍팍하다.숲길 또한 이와 같아막힐 때와 뚫릴 때가 있다.오르막과 내리막길입구와 출구가 불분명한숲길을 더듬어 간다.대낮인데도 어둡다.그럴 때마다 잠이 든다.때로는 고요 속에때로는 폭풍 속에우우 살아나기도 한다.있다고 있는 것이 아닌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숲은 우주로 통한다. -주봉구, '숲길을 가다' 전문시인은 하고 싶은 말(言)을 직접하지 않고, 숲을 하나 데리고 와서 말을 하게 한다. 말로써 다 말할 수 없으니 형상으로나마 그 뜻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소위 사의전신(寫意傳信), 입상진의(立象盡意)의 방식이다. 마치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대중을 모아 설법을 하던 중 '깨달음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꺾어든 연꽃처럼, 주봉구 시인도 '숲'이라는 형상으로써 그가 터득한 삶의 진의(眞意)를 전하고자 한다. 이는 무언(無言)의 숲에서 삶의 지혜나 우주의 섭리를 넌지시 배우고 깨치게 되는 일종의 무정설법(無情說法)인 셈이다.어느 날 중국 송나라 때 소동파 시인이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에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이치를 깨쳤듯이 주봉구 시인도 '숲길'에서 인생의 길, 곧 '도(道)'의 길을 깨치고자 한다. '입구(入口)와 출구(出口)가 불분명'한 '숲의 길', 그러기에 그것은 '때때로 막히고 때로는 뚫리는' 고달픈 인생의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을 화자는 '더듬어 간다.'고 하였다. '어디로 가야 옳으냐/ 길은 네 갈래로/ 찢어지고/ 대학 병원이 눈앞에 보이는/ 생(生)은 사(死)/ 사(死)는 생(生)의 길/- / 어디로 가야 옳으냐?'('네거리에서', 1988)에서와 같이 그의 삶은 '대낮인데도 어두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잠이 든다'. '잠'은 '팍팍하고', '어두워' 지친 삶에 안식과 휴식을 준다. 침묵과 명상의 시간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폭풍 속에서/도-우우 살아난다'고 한다. 그것은 미몽(迷夢)에 시달린 화자가 어느 날 순간적으로 확철대오 (廓徹大悟 )하는 순간이요, 깨침에 의해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는' 견성(見性)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깨침의 세계는 '있다고 있는 것이 아니고 /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 비유비무(非有非無)의 경지요, '있고', '없음'을 같이 보고, '상(相)'과 '공(空)', '유(有)' 와 '무(無)'를 통시(通視)하여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길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어둡고', '막힌' 세계에서 벗어나 보다 '밝고', '뚫리고' '가벼운' 삶으로 거듭난다. 마침내 하나의 우주와 소통하는 대 광명, 대 자유의 세계가 도래한 셈이다. 아니, 재가불자(在家佛子)로서 오랫동안 수행·정진한 그가 '있다고 있는 것이 아닌 /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 중도(中道)에서 만난 값진 구도(求道)의 숲길이 아니었을까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5.15 23:02

48년 세월… 보리밭 소년 같은 마음이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전주의 한 음식점. 전북시인협회(회장 송 희) 전·현직 집행부를 비롯해 중견 시인들이 사이좋게 4명씩 앉아 있었다. 전북시인협회가 60세 이하 발랄한 시인 35명이 마련한 김남곤 시인(75·前 전북일보 사장)의 시집'사람은 사람이다'(신아출판사) 출간을 깜짝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들어선 김 시인이 전·후 사정을 듣고는 "지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어준다고 했을 때 만류했는데, 그분들이 (이 소식) 안다고 하면 굉장히 서운해할 일"이라면서도 감격스러워했다. 송 희 회장은 "후배 시인들이 응당 축하 받아야 할 귀한 시인들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는 모임을 만들어 놓으면 계속될 것이라 믿고 시작했다. 그 첫 손님이 김남곤 시인이어서 영광"이라고 소개했다. 뒤이어 김주순 시인은 김 시인의 '목어'를 낭송했고, 김 영 시인(김제문인협회 회장)은 직접 쓴 '시로 엮어보는 김남곤 시인의 삶'을 낭독하며 시집'사람은 사람이다'의 문학적 성취를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열정의 문학'이라고 요약했다. "나이가 드니까 시도 늙는다고 합니다. 릴케가 '능금나무 열매는 쉬면서 늙는다'고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언론사에 들어갈 때나 48년 그간의 생활을 접고 나올 때나 나는 굳세고 강인한 사람은 못 됐고 보리밭 소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이제는 전북 문단계에서 거목의 연결고리가 된 시인은 그러나 "부끄럽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후배 시인들은 출세나 돈벌이보다 '인간'과 '삶'에 대한 관심을 세심하게 물었던 그의 눈높이가 "몸에 밴 겸손"이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상처주고 상처받는 것이 우리네 뾰족한 삶일 수 있으나, 어찌보면 누구나 원하는 것은 둥글고 원만한 삶. 때로는 모두를 아우르고자 하는 시인의 넉넉한 품을 마뜩찮게 바라보기도 했으나 시인은 그것마저도 다 끌어 안고 참고 또 참는 '숙맥 철학'의 화두를 던졌다. 결국 부드러움과 약함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 박철영 시인의 종배사처럼 "이유없이 피는 꽃이 없고, 까닭없이 지는 꽃이 없듯" 쉴새없이 피고 지는 삶을 위한 건배는 이날 문우들에게 뜨거운 추억을 선물했다. 후배들의 달달한 이야기에 입이 딱 붙고만 사진 속 시인은 이들이 건넨 장미꽃 바구니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5.15 23:02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돌아보기

지방신문 칼럼란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온 권영동 KT 북전주센터장(53)이 에세이집을 냈다. '중년의 내공'(호박). 일상의 생활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70여편의 글들을 묶었다.저자는 일상의 풍경과 세태를 허투르 넘기지 않고 분석적으로 바라보았다. 음식을 주문할 때 흔히 말하는'아무거나'에 주목한 게 그 예다. 저자는 앞뒤 안 재고 모든 일에 '빨리빨리'라는 속도를 우선시하는 한국인 특유의 자아반성적 국민성과 연관된 표현으로 보았다. 그리고 개인의 소신이나 개성보다 집단 내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인식에 맞추도록 오랫동안 교육받은 학습효과 탓으로 해석했다. 소속집단의 공동 목표를 위해서는 개인의 개성쯤이야 조직에 위임하도록 강요된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라는 것이다.농촌 출신의 저자는 모내기도 글감으로 삼았다. '모내기 판의 소통'을 제목으로 삼은 글에서 저자는 모내기를 오프라인상의 동네 홈페이지로 여겼다. 모내기 판에서 집안의 소소한 소식은 물론 대처에 나가 있는 자식들의 동정, 동네의 건의 사항, 이장의 공지사항 전달까지 모든 정보가 교류되는 메인 메뉴라는 바탕에서다. '논배미 안에 채워지는 것은 푸른 모뿐 아니라 흥과 정과 함께 진소한 소통이 어우러졌다'고 말하는 저자는 오늘날'논배미에 빼곡하던 동네 사람들 대신에 이앙기 혼자 고독한 외로움에 기계 소음으로 툴툴거린다'고 아쉬워했다.저자는 또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족에게 희망이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 우리가족의 희망온도계를 만들어보자, 100도가 될 쯤이면 집 안은 영원히 식지 않을 영구 난방이 되어 있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횡단보도'가 차도일까 인도일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횡단보도에서의 여유, 양보, 배려, 아량을 이야기한다. '나의 인생은 36.5도''내게 사랑이 있다는 것''한께 어울리는 것이 최고의 가치''나에게 힘을 주는, 쉼''내 마음의 영원한 깊은 울림' 등 5부로 구성됐다.임실 성수 출신이며, KBS 전주방송총국 김향숙 PD가 그의 부인이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5.14 23:02

한줄 한줄…안쓰러운 이들 위한 토닥임

"힘내요, 힘내."이소애 시인(69)이 4년 만에 펴낸 시집'시간에 물들다'(도서출판 계간문예)에선 어깨의 토닥임이 느껴졌다. 시인은 "이제 몸이 저녁 약속 잡는 걸 말린다"며 "움츠리며 사는 야생화처럼 몸을 낮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외 활동을 접고 매주 완주 노인복지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시인은 '출석을 부르면 고개로 대답하고, 연필을 호미처럼 쥐고 삐뚤빼뚤 밭을 매는' 어르신들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문학이 고통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그를 겸허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 건 요 근래다. 그래서일까. 시집엔 죄다 안쓰러운 이들로 그득하다. 시인은 구제역 파동으로 '지울 수 없는 한숨을 소와 함께 매몰시킨'(시'환청') 인간의 폭거에 반성을 요구하고, 낙태를 권하는 사회에 대해 '등지느러미가 찢어지고 꼬리를 앞뒤로 흔드는 사투'(시'연어를 사랑하는 여자')를 딛고 죽음을 극복한 연어의 삶에 눈을 맞추며 "(나의 삶도) 꽃대가 휘청휘청 허공을 업고 구부러진다"고 적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종교나 사회로 빠지지 않고 예술 장르로서 시의 독립적 울림을 지키려 한 그의 남다른 노력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운룡 전북도립문학관 관장은 '전통서정의 감수성을 지성의 맷돌에 갈아내어 익힌 터라 깊고 짭짤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멀쩡하고 근사하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힘내"라는 말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시인의 뒤늦은 깨달음이 담긴 시집. 질투 많은 애인처럼 '너밖에 없어'라고 전력을 다해야만 응답을 주는 시에 대한 섭섭함이 "'옴스래기' 시가 됐다". 시인은 오늘도 내일도 애인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묵묵히 시밭을 가꿀 터다.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와 수상집'보랏빛 연가'를 펴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5.14 23:02

조선시대 생활상 소반으로 엿보다

사극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대역 죄인 아무개는 사약을 받으라!"는 관리의 근엄한 목소리와 흐느끼며 울고 있는 죄인 그리고 하얀 사발에 담긴 사약. 이 정도 이미지만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더 있다. 사약이 담긴 그릇을 운반하기 위해 사용된 소반(小盤). 이처럼 소반은 조선시대 생활상을 표현한 사극 민화 등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빠지지 않는 소품으로 등장한다. 그저 그런 밥상으로만 사용돼 온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좌식문화를 대표해 온 것. 소반의 재발견을 통해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14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여는 '조선의 소반 展'. 올해 첫 번째 특별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조형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소반은 음식상이라는 용도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었지만,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각종 의례, 종교의식 등에서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용도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에 따라 천판이나 다리 모양 변형이 이루어졌는가 하면 지역의 이름이 소반의 고유 명사가 되기도 했다.형태, 용도, 사용 계층, 지역별로 모두 4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50여개의 소반에 담긴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소개하고 종류별 특징을 집중 조명한다. 1부 '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 온 소반'에서는 조선시대 소반의 기원과 그 제작 배경이 소개되고 옛 그림 속 소반의 모습과 당시 생활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이를 통해 좌식 생활양식, 분리된 남녀의 생활공간,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하는 식습관 등이 소반 제작에 영향을 준 배경을 설명한다. 유일하게 겸상이 가능했던 할아버지와 손자를 빼고서는 모두 다른 상에서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폭 40~50㎝ 높이 25~30㎝ 내외의 구족반(狗足盤)이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소반의 다양한 용도와 그와 관련된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2부 '쓰임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의례나 신앙생활 등에서 사용된 소반을 만나볼 수 있다. 관청이나 궁에서 당직을 서는 관리들에게 상노들이 음식을 나를 때 사용한 공고상(公故床)은 판각에 얼굴 형태의 구멍을 뚫어 이동이 용이하게 제작됐다. 또 천판을 받치는 기둥이 한 개로 제작된 일주반(一株盤)은 간단한 다과나 과일을 놓는데 사용됐다. 특히 거북이 문양을 한 받침을 사용해 만든 점상(占床)의 형태가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궁중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주·흑칠(朱黑漆 )소반의 화려한 모습과 돌잔치나 혼례 때 사용된 각종 소반이 선보인다. 3부 '모양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소반의 형태·지역별 종류와 그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 다리와 상판의 모양에 따라 분류해 소개하며, 나주반·통영반·해주반 등 각 지역의 소반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4부 '소반을 향한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개화기 외국인의 눈에 비친 소반을 담은 자료가 공개된다. 개항 이후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소반을 사용하는 조선의 생활상을 독특한 풍물의 하나로 바라봤고 한편으로는 '공예'라는 시각에서 가치를 부여했다. 근대기 사진엽서 속의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소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의 책도 소개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황지현 학예연구사는 "소반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해지는 조선시대 소반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크기와 형태, 장식이나 재료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사회철학과 생활양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14 23:02

문단의 어른 진을주 시인을 기리다

2년 전 작고한 한국문단의 어른이었던 진을주 시인(1927~2011)의 시비 제막식이 11일 시인의 고향인 고창군 상하면 송림마을 생가에서 100여명의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비 제막은 고인이 생전에 발행인으로 재직하며 많은 문인들을 배출했던 계간'지구문학'이 주관하고,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대한민국예술인총연합회 전북지부·전북문인협회·고창문인협회가 후원했다. 김년균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시인)이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진동규 시인 등 시인의 유족과 친지,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신세훈 시인을 비롯해 성춘복 시인·김시철 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아동문학가 엄기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대표 등 재경 문인, 이운룡 전북문학관 관장·허소라 석정문학관 관장·오하근 석정문학관 운영위원장·소설가 신현근시·김용옥 시인 등 전북지역 문인과 김정웅 예총 고창지부장·최재언 한국문협 고창지부장·김장천 고창예총 이사 등 고창지역 문인 등이 참석했다.참석자들은 이날 시비제막 커팅식과 시낭송 등을 통해 고인과 고인이 남긴 시의 업적을 기렸다.전북대 국문과 출신의 고인은 대학 재학중인 1949년 전북일보를 통해 작품 발표를 하기 시작했으며, 전북도청 공보실(1955∼68)에 근무하기도 했다. 한국자유시인협회 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민족문학회 부회장 등 문단의 왕발로 통했던 시인은 한국자유시인상, 청녹두문학상, 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한국민족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성규
  • 2013.05.13 23:02

31. 김남곤(金南坤)편

전주 난장에서 싸디 싼 회청 빛 조선 낫 한 자루를 사왔다 대장장이가내 빼빼마른 손아귀에쥐어주던 조선낫은 슴베가 유난히도 길고 묵직했다 나는 돌아와 그 조선낫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꽁꽁 숨겨둔 채 서슬 푸른 달밤 송충이 일렁이는 생솔 가지도 후려쳐 보고 밑둥 썩은 억새밭의 피 밭는 몸서리도 짓이겨 보고 내 가슴 속 때 없이 길어나는 굴절의 양심도 겁줘보면서행여 녹슬까 한밤중 깊은 잠의 허리통도 끝끝내 용서하지 않았다. - '조선 낫'전문. 1991그는 '조선 낫'을 가슴에 품고 '송충이 일렁이는 생솔가지 후려치'듯 '굴절의 양심' 솟구칠 때마다 그것을 후려 처내고 있다. 그만큼 그의 시는 농경사회적 질서와 문화적 코드를 담보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숨을 멈추지 않았네 하늘보다 큰 뱃구레도 하나 있네 살갗 헐어지지 않도록 사랑의 말씀 매어주는 바람 한 점만 있으면 그만이라네 그리고 날마다 누군가가 나를 피 비치게 장단 맞춰 두들겨서 이 세상 힘없어 주저앉은 서러운 것들의 오금만 펴 세울 수 있다면 난들 벗겨지고 찢어지는 생살을 뜬 세월에 맡겨둔들 무슨 한 있으리 나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네 질기디 질긴 이 땅의 한 숨을. - '목어(木魚)' 전문두들겨 맞더라도 '이 세상 힘없어 주저앉은 서러운 것들의/ 오금만 펴 세울 수 있다면' '피 비치게 장단 맞춰 두들겨' 맞더라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목탁 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사회 목탁의 길을 가고자하는 집요한 그의 순결정신, 그것은 일찍이 녹두장군이 부르짖다 꺾이고 말았던 보국제민사인여천의 정신과도 다르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질기디 질긴 이 땅의 한숨'만 거둘 수 있다면 '난들 벗겨지고 찢어지는 생살'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그의 결연함이 앞의 '조선 낫'의 정신과도 동맥을 이루고 있다. 별을 별이라 스스럼없이 부르고 강을 강이라 부끄럼 없이 부르던 아득한 옛날 별은 강물 속으로 내려와 시리게 더욱 빛났고 강은 별 밭 속으로 올라가 푸르게 더 넘실댔다 - '사람들의 나라'에서'어둠이 장막처럼 밀려오고/ 어둠이 장막처럼 밀려가도' 끝내 사람의 길을 말없이 가고 있는 사람, 그러기에 정작 외로운 시대의 파수꾼, 오늘도 세상과 더불어 화광동진하면서도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혼자 '도마 위에/ 식칼을 베고 잠을 자는'('문어') 고독한 시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그의 시에는 이처럼 천도(天道)를 따라 거스르지 않는 순천(順天)사상과 인간에 대한 예의가 정중하다. 그것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농촌의 들녘, 곧 완주군 조촌면 만성리의 하늘과 땅과 바람과 별에서부터 비롯되어 있다고 보아진다. 거기에는 인종(忍從)과 배려의 화신이었던 어머니와, 타향처럼 이상세계만을 떠돌던 아버지, 그리고 다정하고도 순박했던 이웃들의 가난과 한숨이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의 시의 원형질이며 진정성이다./김동수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5.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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